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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리스타 탐정 마환 - 평생도의 비밀 (커버이미지)
    [장르문학]바리스타 탐정 마환 - 평생도의 비밀
    • 양수련 (지은이)
    • 몽실북스
    • 2021-03-03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 수상 작가의 신작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이 돌아왔다!“몸통만 있는 물고기가 물속을 유영한다면 그게 어디 정상이냐고! 내 존재가 꼭 그래.”커피를 좋아하는 유령 할과 카페 바리스타 마환이 탐정으로 활약했던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 양수련 작가의 신작. 옴니버스로 이어지던 전작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사건 하나를 깊이 파헤치기 시작한다. ‘민화’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조선 말기와 현재를 넘나들며 서울과 도쿄를 오가는 할과 환의 뒤를 따르노라면 어느 틈엔가 백정 아비가 그려낸 평생도의 이끌림에 사로잡힌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관계를 그려내면서도 아들에 대한 한없고 끝없는 내리 사랑을 보여주는 평생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백정이었던 아버지 말복화원의 노비가 되다.훠이 훠이 길을 나선 아비 말복은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그가 닿은 곳은 한양에서 내려왔다는 화원의 집 앞이다. 그제서야 그는 한 가지 생각이 든다. 심장에 화살이 박힌 것처럼 콱 박힌 생각은 바로 자신의 아들에 관한 것이다. 백정이었다. 천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서 고기를 사가면서도 가까이 오려 하지 않았고 멀리했으며 천대했다. 손과 옷에서는 피 냄새가 끊이질 않았다. 백정이 싫었다. 농사를 짓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말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길을 찾았다. 그 어디에서도 자신은 이 백정 신세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는 그렇게 칼을 손에 쥐었다. 아들이 태어났다. 아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아비의 마음이라면 당연히 그렇지 않겠는가. 하지만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아들에게 강요했다. 칼을 쥐게 시켰다. 아들은 반항했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졌다. 영영.“무정한 놈의 아들을 그림 안에서 살게만 해주신다면, 이 보잘 것 없는 놈의 남은 생과 목숨을 화원 나리께 바치겠나이다.” _본문 중에서아들이 사라진 후로 아버지는 자신의 일을 놓았다. 아들을 찾으러 떠날 수도 없었다. 무정한 아들. 아비는 자신이 지지해 주지 못한 아들의 삶을 안타까워했다. 자신은 그러지 못했어도 아들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를 마음 속으로만 바랐다. 그런 아들이 그림 속에서라도 아주 잘 살아주기를 바랐다.말복과 재령,환과 선명.아버지와 아들의 끝없는 갈등.말복은 자신의 아비와 갈등을 겪었다. 직업을 둔 부자간의 갈등. 결국 말복은 세상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이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백정이 되었다. 자신이 그런 일을 겪었기에 자신의 아들에게는 같은 일을 가게 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재령에게 헛된 꿈을 꾸게 할 수는 없었다. 현실을 보라고 강요했다. 자신의 때와는 시대가 달라진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말복은 그렇게 윽박질렀고 구박했고 재령의 날개를 꺾으려 들었다. 달라진 세상에서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쳐보고 싶었던 아들이다. 자신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이 아버지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멀어져 갔다. 똑같은 목숨 줄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누구는 뱃속에서부터 존귀하고 누구는 뱃속에서부터 보잘 것 없었다. 그 운명에 말복은 승복했다. 눈앞에 있는 아들 재령은 뜻대로 살 수 없다면 기꺼이 죽기를 각오했다. 아들 때문에 말복은 살았는데, 참극도 이런 참극이 없다. _본문 중에서시대가 바뀌어도 아버지와 아들간의 대립은 첨예하게 평행선을 달린다.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환에게 아버지인 선명은 무심했다. 장소를 옮기고 다른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 변화를 주었다. 그렇게 하면 아이가 적응을 하리라고 생각한 것일까. 아버지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린 환은 그렇게 할을 불러냈다. 미움이 되고 원망이 되고 증오가 되고 끝내는 서로에게 없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아버지에 대한 환의 애증은 무뎌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송곳처럼 곤두섰다. _본문 중에서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평생도끝없는 탐욕의 절정, 살인으로 꽃피우다.사람은 누구나 복을 구한다. 자신에게 좋은 운이 있기를 바란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물건이라면 가지고 싶어한다. 어린 아이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한 사람의 일생을 그려 놓은 평생도. 아무나 가질 수 없기에 더 귀한 작품인 평생도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모두 마음의 평안을 얻고 행복해 했다. 그것으로 만족했으면 좋으련만 인간의 욕심은 끝을 모르고 달린다.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살인. 그리고 이제 시작일 뿐이다. 몇 폭의 그림이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환의 불안은 클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일어날 살인을 막아야 했다. 노비의 평생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_본문 중에서한 아버지가 있다. 늦게 본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 평생도를 찾고 싶다는 의뢰를 하러 환을 찾아왔다. 평생도에 대해서 찾아갈수록 더욱 궁금해진다. 이 그림에 무슨 사연이 있기에 사람들이 그렇게도 찾기를 바라는 것인가. 결코 평범한 평생도가 아니기에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그렇게 그림을 볼수록 욕심은 커져만 가고 그 욕심은 범죄로 귀결되어진다. 평생도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환의 모습과 그의 뒤를 따르는 할. 애타게 찾아다닌 그림이다. 어둠 속을 헤매며 실로 긴 시간을 보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노비의 평생도.전 폭을 보게 될 그날이 가까이 왔다. 생각만으로도 남자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_본문 중에서어려서부터 유령 ‘할’과 함께 살아온 바리스타 마환. 그는 자신의 카페 ‘할의 커피맛’에서 영업 준비가 한창이다. 갑자기 도착하는 차 한 대. 남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림을 보여주며 이 그림이 노비의 평생도라는 것을 알려준다. 자신이 의뢰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 평생도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평생도에는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백년 간의 세월을 건너 뛴 부자간의 갈등과 사랑을 민화 ‘평생도’를 통해서 드러내는 작품이다. 민화박물관이나 풍물시장 등 흥미를 끌어내는 요소가 산재하고 있으며 드라마적인 요소와 더불어서 추리적인 면이 부각된다. 스릴은 물론 미스터리까지 공존하고 있어 읽는 재미를 준다. 촘촘한 구성과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는 인물들로 활기를 더해주며 열두 폭의 평생도에 관한 묘사는 그림을 실제로 보는 듯이 생생함을 살려준다. 그림을 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펼쳐지는 미스터리가 탐정 마환을 다시 한번 찾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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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텍 (커버이미지)
    [장르문학]바텍
    • 윌리엄 벡퍼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림원
    • 2023-04-14

    고딕 환상문학 최고의 걸작!프랑스 선정 「이상적인 도서관」 ‘환상과 경이’ 부분 베스트 1위“불과 고통이 곧 그대의 심장을완전히 사로잡을 것이니,어서 남은 시간을 이용하라!”그로테스크하고 신비로운 상상력으로 매료되는 오리엔탈 환상물환상문학은 최근 수많은 작가와 비평가 그리고 언론에 의해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대표적 장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 내재해 있던 \'다양성\'과 \'개방성\'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환상소설 \'붐\'을 타고 엄청난 숫자의 작품들이 국내외에서 쓰이고 또 번역 소개되었다. 이번에 열림원이 소개하는 환상문학 이삭줍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바텍』은 그야말로 환상문학의 고전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공인된 소설이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비평가와 독자들이 직접 선정한 작품들로 꾸며진 「이상적인 도서관」이라는, 일종의 \'도서목록\'이 발간된다. 49개 장르에서 각각 최고라고 생각되는 작품을 꼽아 순위를 매기는데, 『바텍』은 그 가운데 \'환상과 경이\' 장르 베스트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이러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이 가지는 재미와 의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바텍』은 영국인에 의해 불어로 쓰인 아라비아 이야기이다. 이 설명만으로도 독자들은 이 소설이 매우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혼합된, 독특한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바텍』은 잉글랜드 대부호의 상속자로 태어나 자신의 고향에 괴상하게 생긴 저택을 짓고 그 안에 틀어박혀 지내며 골동품 수집에 열을 올린 괴짜 예술 애호가가 쓴 유일한 소설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라비아 최고의 통치자이자 위대한 지배자 바텍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서서 신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자신의 백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지아우르(악마적 존재)에게 무고한 아이들을 산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모자라 결국은 지하세계를 향해 직접 길을 나서게 된다. 그러나 도중에 선량한 족장 에미르의 딸 누로니하르에게 반해 자신의 여행목적을 망각한다. 그러자 바텍보다 더욱 잔악하고 대담하며 검은 마술에 능통한 어머니 카라티스가 나서서 아들을 끝까지 지하세계로 가도록 종용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뇌와 절망과 슬픔뿐이다.고딕 환상소설이란 장르가 서로 상반되는 욕망들 간의 충돌에서부터 출발해서 궁극적으로는 교훈적인 결말에 이르는 구조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고 읽는다면, 『바텍』이 갖고 있는 미덕들―기발한 착상과 생동감 넘치는 세부묘사, 희화화된 인물들을 통해 드러나는 통렬한 비판정신 등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더 나아가, 쓰인지 2백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이 작품이 읽힌다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진실―\'욕망하는 인간\'의 추악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인간다움을 우리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태양이 나타나게 하라! 태양이 내 앞길을 비추게 하라! 그 길이 어디에서 끝나건 상관없다.”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갈망과 그 탐닉의 여정!사마라의 최고 권력자인 칼리프 바텍은 탐욕과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그는 기존의 궁전으로도 모자라 별궁을 다섯 채 지으면서 자신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인물이다. 그리고 신학자들과 반대되는 입장에 서서 그들을 박해하며 신학이 아닌 점성학을 익힌다. 그는 어느 날 탑 꼭대기에 올라, 점성학으로써 “미지의 나라에서 온 독특한 인물이 놀라운 사건을 일으킬 것”(13p)이라는 계시를 읽어 낸다.여기서 드러나는 바텍의 어리석음은 끝없는 호기심과 그로 인한 욕망 추구이다. 바텍이 추구하는 욕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오감 충족’이고, 둘째는 신학을 박해하고 점성학을 들임으로써 하늘의 신비를 꿰뚫어 보려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의 충족’이다. 전자는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하위의 욕망이라면 후자는 지적 호기심으로 분류되는 그보다 상위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그대는 자신을 나에게 바치겠는가? 땅의 힘들을 사모하고, 무함마드를 부인하겠는가? 만일 그렇게 한다면 내가 그대를 ‘지하 화염의 궁’으로 데리고 가겠다. 그곳의 거대한 보고(寶庫)에서 그대는 별들이 그대에게 약속한 보물을 보게 될 것이다.”-32p그러던 어느 날, 나그네의 행색을 한 악마 에블리스가 찾아온다. 바텍은 그가 보여 준 신묘한 보물들에 현혹되어 악마와의 조약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악마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어린 아이 50명을 절벽에서 밀어 버리고, 충성 어린 백성을 불 속에 태워 버려 제물로 바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하지만 이런 악행을 진정으로 감행하는 것은 바텍이 아닌 왕모 카르티스이다. 그녀는 주술이나 흑마법 등 지하의 것을 좋아하며 바텍 못지않게 호기심과 탐욕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점성학 또한 그녀가 바텍에게 가르친 것이었는데, 그것은 작품 속에서 정통 신학으로 여겨지는 이슬람에 반(反)하는 학문으로 등장한다. 악마, 악마의 제물, 주술, 흑마법 등의 요소에서 고딕소설의 특징이 두드러진다.결국 바텍은 ‘지하 화염의 궁’을 찾아서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는 도중 어떤 거처에도 들리지 말라는 조약을 어기고 머무른 마을에서 에미르인 파크레딘의 딸, 누로니하르와 사랑에 빠진다. 중반부부터는 지하의 보물과 호기심 충족이라는 목표는 까맣게 잊은 채, 누로니하르와의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이 소식을 들은 카라티스가 찾아와 목표를 다시 상기시키며 여정을 재개한다.이 과정에서 바텍과 카라티스 욕망의 차이가 나타난다. 바텍은 본능에 충실한 하위 욕구의 충족을 우선으로 한다. 정작 그 상위의 욕구를 추구하는 것은 왕모 카르티스이다. 결국 작품 속에서 바텍은 카라티스의 상위 욕구를 충족해 주는 대리인의 역할로 드러난다. 눈앞의 하위 욕구 충족에 만족하며 나아가기를 포기하는 바텍을 카르티스가 다시 일으켜 나아가게끔 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마침내 바텍과 누로니하르는 ‘지하 화염의 궁’에 도착한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곳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궁 안의 수많은 사람은 심장에 불이 붙어 오른손을 가슴에 붙이고 괴로워한다. 에블리스는 바텍과 누로니하르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는데, 그들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가 없음을 직감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끝내 바텍, 누로니하르, 카라티스 세 사람도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들로 인해 심장에 불이 붙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작품은 “절제 없는 욕망의 추구와 그로 인한 파멸”(186p)이라는 보편적이고 정통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서술되었다. 하지만 기본 체계를 따르지 않고 상위 욕구와 하위 욕구의 분리를 통해, 주변 인물인 카르티스가 주인공인 바텍을 자신의 욕망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구성을 보이고 있다. 구성적 변이로써 주제 제시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것의 식상함을 한층 덜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바텍』은 전체적으로 고딕소설의 요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당대 유행하던 아라비아풍의 동양 문학의 요소도 가미되어 있다. 각개 다른 분야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윌리엄 벡퍼드 특유의 구체적인 묘사와 섬세한 상상력으로 쓰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은 유럽 작가의 창작품이 아닌 실제 아랍 텍스트의 번역본으로 보이기까지 할 정도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바텍』은 프랑스에서 선정한 『이상적인 도서관』 ‘환상과 경이’ 부문에서 베스트 1위를 차지하는 등 고딕 환상소설 분야의 단연 최고작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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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커버이미지)
    [장르문학]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 천선란 (지은이)
    • 안전가옥
    • 2022-02-24

    불구덩이에서 뛰어내리듯혹은 불구덩이로 뛰어내리듯그 순간 나는 이유 없이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졌다《천 개의 파랑》 천선란 작가가 선보이는 뱀파이어 로맨스 신작!그들은 모두 혼자였다. 하지만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혼자였다. 외로움에 온몸이 잠식되어 무감하게 살아가는 수연. 머나먼 타국으로 입양되어 고독한 이방인이 되어 버린 완다. 단 한 번도 가족의 도움을 받아 보지 못한 ‘착한 딸’ 난주. 어느 날 문득, 그 존재가 그들의 눈앞에 운명처럼 나타난다. 외로운 사람의 피를 알아보고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뱀파이어. 소름 끼치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그 존재는 수연, 완다, 난주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마는데…. |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존재, 뱀파이어뱀파이어는 지독한 저주인가 완벽한 구원인가“뱀파이어야. 이 사람들을 죽인 범인, 인간이 아니고 뱀파이어라고.”인천 구시가지에 위치한 철마재활병원. 재개발을 앞두고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가운데, 치매나 불구 환자들이 대부분인 이 병원에서 연쇄 자살이 일어난다. 벌써 네 번째.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한 형사 수연은 내막을 파헤쳐 보려 한다. 아무리 유서가 발견되었다고 해도 찜찜한 기분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밤늦게 단서를 찾으러 간 현장에서 수연은 자신보다 먼저 찾아온 손님을 맞닥뜨린다. 중년의 여자 완다. 완다는 ‘누군가를 잡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이 사건의 범인은 형사의 관할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범인이 누구냐고 캐묻는 수연에게 완다는 믿지 못하겠지만 범인은 ‘인간이 아니고 뱀파이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또다시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목덜미나 어깨에 두 개의 구멍이 있는지 잘 찾아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죽음이 계속될 거라는 듯.그리고 철마재활병원 7층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난주. 그녀는 가족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빚 독촉에 시달리며 마약성 약물을 빼돌려 불법적으로 푼돈을 버는 일상에 갇혀 버렸다. 그저 착하고 성실한 딸로 살아왔을 뿐인데 어느새 그렇게 되었다. 이 지긋지긋한 굴레를 벗어날 수는 있을지, 이런 인생인데도 계속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지, 깊은 절망에 빠져 있던 난주의 앞에 인간이 아닌 존재, 뱀파이어가 나타난다. 그는 자신이 난주를 구해 줄 수 있다고, 난주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면 기꺼이 그 손을 잡아 주겠노라고 속삭였다. 지독하게 완벽한 그 존재 앞에서 난주는 차마 거절의 말을 뱉지 못했다.완다는 어쩌다가 미친 사람 취급을 받으며 뱀파이어 헌터가 되었을까. 난주는 철마재활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흉흉한 일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리고 수연은 왜 하필 이 기묘한 사건에 말려들고 말았을까. 그 미스터리한 비밀의 실체가 우리 눈앞에 서서히 펼쳐진다.|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천 개의 파랑》 천선란 작가가 뱀파이어 로맨스로 돌아왔다!《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는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 SF어워드 2020 장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천 개의 파랑》, 《어떤 물질의 사랑》 등으로 현재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 천선란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장편소설이다. “외로운 사람의 피 맛을 알아보는 뱀파이어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된 이 작품에서 뱀파이어는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되었을까. 지금까지 페미니즘, 소외 계층 등 사회문제를 소설에 계속 반영해 왔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뱀파이어라는 비주류의 존재가 사회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이해되는지를 절묘하게 드러낸다. 작가가 독자에게 보여 주고자 한 것은 타자화되지 않은 뱀파이어라는 존재, 뱀파이어가 견뎌야만 하는 현실과 시간 그 자체다. 생존을 위해 피를 마셔야 한다는 이유로 배척당해야 했던 존재, 죽지도 않고 인간보다 훨씬 긴 시간을 감당해야 하는 존재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곳곳에 엿보인다.고립을 강요당했던 뱀파이어가 살아남기 위해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헤맨다는 설정 또한 흥미롭다. 소설에 등장하는 수연과 완다, 난주는 사회로부터, 국가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버려지거나 잊힌 존재다. 제대로 도움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혼자인 게 당연한, 사람에게서 치유받지 못하고 사람 때문에 거듭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그들이 뱀파이어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흐름이다. 이런 설정을 통해 작가는 이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무언가를 어떤 이유로든 이런 식으로 내버려 두고 외면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하고 묻는 듯하다.이 소설은 수연, 완다, 난주를 비롯해 릴리와 울란, 그레타 등 각각의 캐릭터의 관점에서 다채롭게 해석하며 감정과 여운을 느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이야기의 흐름을 좇으며, 그다음에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며, 또 그다음에는 곳곳에 숨어 있는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을 찾아내며, 이 매혹적인 소설의 세계에 흠뻑 빠져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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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소리를 듣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밤의 소리를 듣다
    •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12-27

    미스터리 여제! 우사미 마코토의 충격의 걸작 미스터리!“모든 일은 그곳에 네가 있었기 때문에 일어났단다.”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저우둥’,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의 『밤의 소리를 듣다』이다. 『어리석은 자의 독』으로 인간의 절망과 내면을 농밀하고 묵직하게 담아내며 충격적인 전율을 선사하고, 『전망탑의 라푼젤』로 빈곤, 폭력, 아동 학대 등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혹독함과 비참함, 절망과 동시에 구원과 온기를 선사했다면 이번에는 아웃사이더 학생들의 성장과 미스터리의 교묘한 얽힘을 보여준다.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의 충격적인 미스터리! “당신, 죽음을 바라지 않나요?”11년 전 마을에서 발생한 끔찍한 일가족 살인 사건의 비밀. 그리고 눈앞에서 손목을 그은 여자.불온한 공기가 그들을 둘러싸는데…… 잔인한 운명의 소용돌이가 이끄는 곳은? 『밤의 소리를 듣다』는 『어리석은 자의 독』, 『전망탑의 라푼젤』에 이어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가 야심 차게 보여주는 우사미 마코토(流)미스터리다. 『밤의 소리를 듣다』는 정규 과정에서 일탈한 아웃사이더 학생들의 성장담과 한 마을에서 과거 발생한 살인 사건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야기다. 이야기의 얼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똑똑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된 19세 소년 류타. 그런 류타 앞에서 갑자기 한 여자가 손목을 긋고 류타는 그녀에게 매료돼 그녀가 다니는 하루 고등학교 야간부 과정에 입학한다. 학교에서 친구가 된 다이고는 재활용품 가게 ‘달나라’의 일을 도우며 고객의 상담이나 의뢰를 들어주는 심부름센터 일도 함께 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다이고와 함께 이 일을 하며 류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몇 년 전 마을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 사건의 수수께끼에 휘말리게 된다. 평온한 일상과 청춘을 뒤흔드는 충격과 경악의 미스터리가 쉼없이 펼쳐지는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의뢰가 들어왔을까. 고객들의 의뢰에서 수수께끼가 출발한다는 점에 주목해 그 에피소드를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톱밥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던 장수풍뎅이 애벌레의 몰살, 죽은 아들의 모습으로 둔갑해 나타난다는 너구리, 유화 속 그려진 어린 자매의 갈등 등이 그러하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독특하고 무척이나 흥미롭다. 류타는 이런저런 의뢰를 받아 그 수수께끼를 풀며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자신의 세상을 조금씩 넓히고 사회로 나가는 ‘재활 훈련’을 착실히 해간다. 그러다 11년 전 마을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가족 살인 사건의 비밀을 계기로 일상이 다시 한번 크게뒤흔들린다. 모든 이들을 쓸어 버릴 기세로 매섭게 몰아치는 잔인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년과 소녀, 친구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묵묵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형언할 수 없는 놀라움과 진실, 경악에 이르게 된다. “전혀 모르는 타인의 기분이 우연히 연결되어,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구원이 탄생한다.나는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는 그 명성에 비해 국내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1957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났다. 2006년 『룸비니의 아이』로 제1회 ‘유幽’ 괴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지방 도시에서 전업주부로 살아온 경험을 살려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을 괴담으로 끌어내는 작풍이 특징이다. 특히 인간에게 잠재된 어두운 감정을 묘사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또한 언제나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괴이함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둠을 교묘하게 드러내는 재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러한 작가가 환상소설이나 괴기소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된 것은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이며, 그 외에 레이 브레드베리, 스티븐 킹, 토머스 쿡 등의 작품에서도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작가는 데뷔 이후, 『일곱 색의 동화』, 『들어가지 않는 숲』 등 호러 색이 짙은 작품을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내다가 2009년 돌연 작가로서의 활동을 멈춘다. 그러다 2016년 다시 등장해 이전까지 썼던 작풍과는 다른 분위기의 호러와 심리 서스펜스, 미스터리와 휴먼 드라마를 융합한 작품을 쏟아 놓기 시작한다. 특히 2017년 『어리석은 자의 독』으로 제7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복귀탄을 쏘아 올린다. 블루홀식스에서 2020년에 국내 출간한 『어리석은 자의 독』은 인간의 절망과 내면을 농밀하고 묵직하게 담아낸 충격적인 걸작으로 범죄 소설과 미스터리, 호러의 경계를 자유분방하게 활보한다. 더 나아가 인간의 처절한 심리와 업보, 비극을 담아낸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우사미 마코토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전혀 모르는 타인의 기분이 우연히 연결되어,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구원이 탄생한다. 나는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사소한 이야기의 힘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인터뷰에서 일상을 초월한 괴이를 소재로 공포 작품을 써 오다가, 『어리석은 자의 독』 이후부터 기이한 사건보다는 현실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그리고 있는데,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그녀는 사실 자신 안에서 그만큼의 변화는 없다고 말한다. 애초에 괴이함을 그린 이유는 두려움을 느낀 인간 존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 따르면 일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괴이를 눈앞에 둔 사람들은 제각각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어떤 이는 겁먹은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허세를 부리는가 하면, 공포에서 벗어나려 하다가 당황하는 자도 있다.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 있고, 그녀는 그런 인간의 모습에 흥미를 느껴 작품을 써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관심은 괴이함이 나타나지 않는 작품에서도 변함없다. 가령 범죄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의 경우에도 그녀의 관심은 범죄에 이르는 인간의 존재인 것이다. 즉 인간을 그린다는 점에서 호러나 미스터리나 다르지 않다는 게 그녀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 “데뷔 전 50년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해서인지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다”라고 밝히며 매일매일 취침 전 세 시간은 반드시 작품 집필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밤의 소리를 듣다』를 통해 우사미 마코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다시 한번 만끽해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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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주 (커버이미지)
    [장르문학]방주
    •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12-27

    스포 절대 금지!! 반드시 처음부터 읽을 것! 결말 사수!!극한의 뇌 정지 미친 반전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저우둥’,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유키 하루오의 『방주』를 출간하였다. 『방주』는 유키 하루오의 세 번째 작품으로 클로즈드 서클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수작이다. 폐쇄된 지하 건축물에서 연달아 벌어지는 불가해한 살인사건. 일주일 안에 범인을 찾아야 하는데……극한의 뇌정지! 미친 반전을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란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평을 들자면 “이 충격은 평생 간다.” ★★★★★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MRC대상 2022’ 동시 수상!★★★★★ ‘2023년 본격 미스터리 10’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4위 ★★★★★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6위!내가 홍수를 땅에 일으켜 무릇 생명의 기운이 있는 모든육체를 천하에서 멸절하리니 땅에 있는 것들이 다 죽으리라그러나 너와는 내가 내 언약을 세우리니 너는 네 아들들과네 아내와 네 며느리들과 함께 그 방주로 들어가고구약성서 창세기 제6장 17절, 18절 『방주』는 클로즈드 서클물의 진수로 극찬받은 작품으로 극한의 뇌 정지 미친 반전!을 선사한다. 구체적인 배경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슈이치는 대학 시절 친구들, 그리고 사촌 형과 함께 산속의 지하 건축물을 찾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길 잃은 가족 세 명과 함께 지하 건축물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다음 날 새벽녘, 지진이 발생해 출입문이 커다란 바위로 막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반에 문제가 생겨 물이 유입되기 시작한다. 머지않아 지하 건축물은 수몰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하 건축물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한 명이 희생해 바위에 연결 된 닻감개를 돌려서 바위를 떨어뜨리고 혼자 방안에 갇히는 것이다. 그 한 명은 물이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면서 죽기만을 기다릴 수 없게 된다. 이 와중에 살인이 연달아 발생한다. 누군가 한 명을 희생하면 탈출할 수 있다. 제한 시간은 약 일주일.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모두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 범인을 제외한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갇힌 아홉 명의 사람 중 누가 희생해야 할까? 살인범은 어차피 살아나간다 해도 사형당할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희생당하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살인범이 누구인지 찾아야 한다? 『방주』는 클로즈드 서클물의 전형적인 클리셰인 외딴 섬, 저택, 사연 있는 캐릭터, 연쇄 살인 사건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작품 속에 새겨 넣는다. 장치는 제한 조건으로 나타난다. 첫 번째 장치는 ‘시간’이다. 공간적 배경인 지하 건축물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일주일로 제한한다. 두 번째 장치는 ‘탈출 방법’이다. 지하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제한 조건이 걸린 것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제한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불안이 기존의 클로즈드 서클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작가가 범인이 살인을 저지른 ‘동기’가 무엇인지에 관한 수수께끼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다른 클로즈드 서클물과는 달리 『방주』에서는 범인이 밝혀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범인이 밝혀지면 그 범인은 ‘희생양’이 되어 죽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연달아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의 동기는 무엇일까? 섣부른 판단은 무고한 희생양을 발생시킬 수 있기에 논리적으로 범인을 찾아내야만 한다.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마지막에는 역시 경악할 만한 진실과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10년간 많은 본격 미스터리 소설을 번역해 왔지만 마지막에 이렇게까지 소름이 돋는 작품은 없었다. _번역가 김은모 유키 하루오는 2019년에 『교수상회』로 메피스토상을 받으며 데뷔한 신예 작가다. 지금까지 다이쇼 시대(1912-1926)를 배경으로 미스터리를 써 온 작가는 세 번째 작품 만에 현대를 배경으로 깜짝 놀랄 만한 클로즈드 서클물을 써낸다. 이는 『방주』에 대한 평단의 극찬이 입증한다. “그야말로 곡예 같은 논리”(이마무라 마사히로), “더없이 행복한 저주”(다케모토 겐지), “압도적인 경탄과 여운”(이가라시 리쓰토), “무시무시한 지옥”(센가이 아키유키) 등의 찬사가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주』는 어떤 구상에서 출발했을까. 작가의 말을 직접 살펴보도록 하면 다음과 같다. “제가 미스터리를 구상할 때 중점을 두는 요소 중 하나는 ‘탐정이 활약할 동기’입니다. 수수께끼 해명은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단이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거든요.클로즈드 서클이 무대인 작품에서는 ‘탐정이 활약할 동기’가 늘 어느 정도 유지됩니다.폐쇄된 공간에 살인범과 함께 갇혀 있으니까, 범인의 정체를 빨리 밝혀내야 자신들의안전이 보장되겠죠.『방주』에서는 그러한 동기를 더 절실하게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누군가 한 명을 희생해야 탈출할 수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살인이 일어나면, 수수께끼해명은 생존의 절대적인 조건으로 작용할 겁니다.그런 설정에서 출발해 나름대로 마무리를 지은 결과가 이 작품 『방주』입니다.”(『방주』 특별 기획 자기소개 에세이에서 발췌)작가의 설정 의도는 완벽한 효과를 발휘한다. 신예 작가가 선보이는 미친 듯한 필력과 전개, 반전은 종국에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아무리 극찬해도 그 충격과 소름 돋는 전율은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꼭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미스터리 독자만이 가질 수 있는 크나큰 즐거움을 한껏 가져가시기를 바란다. 물론 스포는 절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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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해하지 마시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방해하지 마시오
    • 클레어 더글러스 지음, 안현주 옮김
    • 구픽
    • 2023-04-14

    화해일까 아니면 복수일까. 게스트 하우스에 잘못된 손님을 들인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이 시작된다영국·미국 아마존 베스트,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교란시키는 후더닛(Whodunit) 가정 스릴러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쌍둥이 자매의 운명을 그린 심리 스릴러 『The Sisters』로 <마리 끌레르> 소설 공모에 당선되며 오랫동안 가져온 소설가의 꿈을 이룬 클레어 더글러스는 데뷔작의 대성공 이후 2016년부터 현재까지 매해 한 편씩 여성이 주인공인 반전 심리스릴러를 발표하면서 영국의 인기 소설가로 자리잡았다. 가장 가까운 두 자매 사이의 어두운 관계(『The Sisters』), 서로의 모든 것을 아는 단짝 친구 사이에서 일어나는 내밀한 사건(『소피 콜리어의 실종』, 2018년 구픽 출간)에 이어 『방해하지 마시오』에서는 게스트 하우스를 배경으로 꿈에 그리던 삶과 현실 사이에서의 괴리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과거의 어두운 기억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린다. 2018년 영국에서 출간되어 이미 공전의 히트작이었던 『방해하지 마시오』는 2020년 12월 미국판이 출간되며 현재 미국 독자들의 큰 호응까지 얻고 있다. 커스티와 애드리언 부부는 두 딸과 함께 웨일스로 이사하여 게스트 하우스를 연다. 묘지가 내려다보이는 허름한 건물을 개조하여 힘들게 게스트 하우스를 오픈한 그들은 첫 주부터 이 생활이 녹록지 않다는 걸 느낀다. 한편 17년 전 꼭꼭 숨겨 둔 둘만의 비밀을 가지고 사촌 셀레나가 게스트 하우스를 방문하자 커스티는 잊고자 했던 기억이 돌아오는 걸 느낀다. 낯선 사람과 매일 밤 집을 공유할 때의 공포, 다른 가족을 돌보느라 내 가족과 소원해질 때의 이율배반적인 감정, 가족과 비밀과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 페이지가 끝날 때짜기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반전의 스릴러가 펼쳐진다.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두 딸과 함께 런던에 살고 있던 커스티에게 웨일스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여는 것은 오십 대 이후에나 가능할 느슨하고 기분 좋은 꿈이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던 남편에게 우울증이라는 거센 파도가 닥쳐오기 전까지는. 커스티 가족이 고향 웨일스에서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오래된 저택을 사서 개조하고 첫 손님을 개시하기 전까지 준비하는 과정은 태풍 전야의 고요처럼 독자의 마음을 천천히 옥죈다. 전재산을 털어넣은 게스트 하우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손님이라는 명분으로 한 지붕 밑으로 들이는 것에 대한 공포, 엄마와 24시간 붙어 일하면서 느끼는 부담, 우울증 치료 중인 남편에게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 어린 딸들이 낯선 곳에서 어떻게 적응할지에 대한 걱정, 그리고 엄마가 초대한 사촌 셀레나. 자매처럼 친한 사이였으나 17년 전의 결정적인 사건으로 두 사람은 완전히 갈라섰고, 지금 셀레나를 보는 순간 커스티는 그녀가 자신의 생활을 완전히 망쳐버릴 것임을 직감한다. 가족간의 역학관계와 과거의 비밀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게스트 하우스에서 벌어지는 단 한 건의 살인사건. 커스티는 가족과 손님, 심지어 자신까지 의심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클레어 더글러스는 느릿하면서도 강력하게 다가오는 심리적 공포와 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작가다. 독자는 고딕 스릴러를 연상시키는 대저택의 어둡고 불안한 기운부터 외지인에 대한 시골 마을의 경계심, 낯선 자들에게 웃음을 보이고 그들과 집을 공유하는 과정을 겪는 커스티의 1인칭 시점에 시종일관 이입되어 꿈의 집이 최악의 악몽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마치 자신이 겪는 듯 받아들이게 된다. 비밀과 비극, 그리고 거짓말이 뒤섞인 게스트 하우스에서 살인자의 정체성은 완전히 숨겨지고, 범인이 누구인지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그 누구도 맞히지 못할 것이다. 2021년 겨울, 게스트 하우스 스릴러 『방해하지 마시오』를 통해 웨일스의 풍광이 주는 압도적인 장엄함과 심리 스릴러의 긴장감, 밀실 살인의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를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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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관의 왕이 이르니 - 위래 소설집 (커버이미지)
    [장르문학]백관의 왕이 이르니 - 위래 소설집
    • 위래 지음
    • 아작
    • 2023-12-27

    미학적인 논리를 펼치는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환상위래 작가의 이름을 언제부터 들었던가, 거의 내 데뷔연도만큼이나 오래된 듯하다. 한 번도 교류하거나 만난 적은 없건만, 그 이름은 내가 흘러다니는 인터넷 장 어딘가에서 내내 어른거렸다. 서평이나 비평, 리뷰와 댓글 사이에서. 그 이름을 처음 각인했을 때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 발의 운동 무렵이었다. 당시 내가 블로그에서 서명 이벤트를 했을 때, 위래는 가장 많은 서명을 받아온 사람이었다. 그는 그 후로도 계속 눈에 어른거렸고, “상업성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순문학의 기준이라면 한국에서는 판타지 단편이야말로 진정한 순문학이다.” 같은 도발적인 선언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소설을 쓰는 줄은 알았으나 출간 소식은 들리지 않아서, 괜히 저 사람 어떻게 먹고사나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다 한 인디 출판사에서 출간한 용 앤솔러지에 수록된 〈백관의 왕이 이르니〉(《드래곤에게 가는 길》, 미씽아카이브)를 읽은 날, 나는 그간 이름만 알던 이 사람이 어느덧 큰 작가로 훌쩍 자라났음을 깨달았다. 이 중편은 최근 몇 년간 읽은 한국 장르 소설 중에서도, 가장 큰 만족감을 준 작품 중 하나다.인터넷이 생겨난 이후 제도권 출판의 검열 없이 작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하게 되면서 한국 장르 시장은 크게 꽃을 피웠지만,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지면이 대하 장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단편과 짧은 경장편 장르 소설은 지면이 없는 시절을 더 감내해야 했다. 내가 속한 곳이 SF 장이었기에 늘 SF 지면에만 몰두해 왔고, 어느덧 그럭저럭 좋은 시절이 찾아와 안심하던 차였는데, 〈백관의 왕이 이르니〉를 보자마자 그간 판타지 단편이 소외되고 있음을 깨닫고 혼자 애가 닳았다. 미국의 휴고상, 네뷸러상도 국내에서는 SF 상으로만 알려져 있으나, 명백히 판타지인 《해리포터》도 휴고상을 수상하듯이 SF와 판타지를 엄밀하게 나누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새로 생겨난 공모전도 과학기술에 천착하는 편이고, 과학기술에 천착하지 않으면 현실에 천착하는 바람에, 정통 판타지 단편은 어째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SF와 판타지의 경계가 SF와 일반소설의 경계보다도 좁건만! 마치 예전에, ‘SF는 장르에서 받아주겠지’, ‘단편은 일반소설의 영역이지’, 하며 양쪽에서 무관심한 바람에 ‘SF 단편’이 갈 곳이 없었던 것처럼……. 위래 작가의 말마따나, 현대 한국에서 판타지 단편을 쓰는 일이야말로 돈과 명예는커녕 출간조차 고려하지 않는, 가장 순수한 창작행위가 되고 만 듯하다. 위래 작가가 《슬기로운 문명생활》을 비롯한 웹소설을 활발하게 쓰고 있음은 알고 있었으나, 그래서 이 우아한 작품은 어디서 출간되어야 하나 괜히 혼자 걱정이었다. 이렇게 책이 나오고 또 내 언어로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내가 처음 접했던 위래의 소설이 〈동전 마법〉이기도 해서 나는 이 소설집이 근래 보기 힘들었던, 검과 마법이 등장하는 정통 판타지 단편선이 되리라 지레짐작했었다. 하지만 소설집에는 특이점 이후를 다룬 하드한 SF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추리소설을 본격과 사회파로 나누는 흐름이 있다고 안다. 본격 추리는 트릭과 추리 그 자체에 집중하며, 작가가 짜놓은 무대에서 독자에게 게임을 제안하고, 독자는 그 게임의 규칙에 맞추어 두뇌 싸움을 한다. 사회파는 추리 자체보다도 소설의 현실성과 현실과의 접목에 더 초점을 맞춘다. 물론 모든 소설을 그렇게 정확히 딱 나눌 수 없을 테니, 그저 느슨한 경향성에 대한 용어다. 언젠가 이수현 번역가께서 SF도 그렇게 본격과 사회파로 나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신 이후로 저 분류가 인상에 남았다. 그분은 팬덤에서 흔히 말하는 ‘하드 SF’는 실상 진짜 ‘어려운 SF’가 아니라, ‘본격 SF’를 말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물론 ‘본격’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과 달리, 소설의 방점이 어디에 있는가로 나누는 단순한 분류상의 용어라 하겠다.위래 작가의 소설은 ‘본격’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계열에 있다. 작가가 소설 초반에 무대를 꾸미고, TRPG 마스터처럼 세계의 규칙을 선언한다. 그리고 제시된 규칙 하에서 3단, 다단 논법을 연쇄적으로 펼치듯이 소설을 전개한다. A가 가능하다고 전제했으면 B도 가능하며, A와 B가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던 C가 가능하며, A와 B와 C가 가능하다면 놀랍게도…… 하며 뛰어넘는다. 소설은 현실의 적합성이 아니라 논법의 적합성에 따라 펼쳐지며, 현실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일도 제시된 세계의 구조 안에서는 명확하고 분명하며 예측 가능하다. 독자는 체험이 아니라 작가의 규칙에 맞추어, 더해서 장르의 규범에 맞추어 전개를 기대한다. 소설의 미학은 물론 논리 그 자체에 있다. 이런 소설은 순수하게 장르적인 쾌감을 준다.고백하자면 이것이 원래 내게 익숙한 장르 소설의 한 갈래다. 지금 현재의 한국 장르 단편 시장에서 흔치 않은 기법이기도 하다. 지금의 장르 단편 시장 흐름의 가치와는 별개로, 이렇게 꿋꿋이 자기 색을 지키는 작가를 발견하는 것도 또 내심 반가운 것이다.독자는 작가가 초반에 제시하는 한두 문장, 단서로 빠르게 세상의 구조를 파악하게 된다. 장르에 익숙할수록 이 단서들은 손쉽게 파악된다. 위래 작가는 독자가 장르 장 안에 한 발쯤은 들여놓았으리라 가정하고 간단히 세계를 설명하며 훌쩍 규칙을 넘는다. 작가가 익숙한 게임을 제시하는 것을 깨달았을 때 더 신이 나는 독자 부류가 있다. 이 ‘익숙한 게임’에서 독자가 기대하는 것은 하나다. ‘내가 아는 것을 보여주되, 내가 지금껏 보지 못한 이야기를 보여줄 것’. 문장 자체에 모순이 있듯이, 많은 이들이 시도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그리고 위래 작가는 이 기대를 만족스럽게 충족한다.〈동전 마법〉은 이런 작가의 기법을 보여주는 친절한 도입부다. ‘고작 동전을 뒤집는 마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동전을 뒤집을 수 있다면 또 무엇을 뒤집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변한다. 독자는 작가가 그 답을 훌쩍 도약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감탄과 웃음을 같이 터트리게 된다.〈아래에서〉는 어느 평범한 아침, 학교에 가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일상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추지 않고 더 하강한다. ‘왜 하강하는가’ 하는 질문은 ‘만약 엘리베이터가 하강한다면 어디까지 하강할 수 있겠는가?’로 변한다. 하강의 경로는 상식과 상상을 넘어서지만 주어진 규칙 안에서는 문제가 없다.〈우리〉는 수업이 끝난 어느 평범한 날, 어째서인지 계속 친구들이 사라지는 교실에서 시작한다. ‘왜 사라지는가?’ 하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질문으로 변하고, 독자는 주인공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소멸을 피하기 위한 두뇌게임에 돌입한다.〈성간여행〉은 ‘도시’의 시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우아한 작품이다. 독자는 도시의 한정된 정보와 시야와 기계의 논리를 따라 차츰 세계의 구조를 파악하며 시야를 넓혀나간다. 그 세계는 익숙하나 익숙하지 않고,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영역에 있어 장르적인 쾌감을 준다.‘익숙한 듯한데도 지금껏 보지 못한 전개’가 펼쳐지는 것은, 위래 작가의 소설이 주어진 논리 안에서 아름답게 비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물들의 선택이 늘 초인간적이리만큼 인간적이기도 해서다. 큰 고난을 인내심 있게 감내한 이들은 무심하리만치 고결한 선택을 한다. 작가가 그려내는 세상이 현실을 벗어나 명쾌하듯이, 인물들마저도 현실의 인간이 속물적인 기질 없이 명쾌하다. 이들은 마치 어느 이상적인 판타지 세계에서 다른 가치를 두고 살아온 사람들처럼 순수한 길을 선택한다.〈쿠소게 마니아〉는 여객기가 학교에 충돌하는 대재난 직전 시간 회귀에 빠진 소년의 이야기다. 시간 회귀로 문제를 해결하는 소설은 장르 독자에게 익숙하건만, 주인공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나, 한 시간, 몇 분도 아니고 단 17초다. 17초. 이 경악스러운 찰나의 시간 속에서 소년은 미궁 같은 학교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도저히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무한한 죽음의 굴레에 잡힌다. 상상을 넘는 고난 끝에 경이로운 성공을 앞둔 순간, 소년은 한 번 더 독자의 상상을 훌쩍 넘는 인간적인 결정을 한다.〈르네 브라운을 잊었는가〉에서 작가는 의체 기술이 상용화된 특이점 이후의 시대에 발생할 법한 가장 끔찍하면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사건을 제시한다. 속도감 넘치는 모험담이 흘러가는 가운데서도 제목 그대로의 질문이 독자의 뇌리를 직격한다. 이 기술로 인한 가장 심각한 피해자를 잊고 어디로 가겠다는 건가?〈미궁에는 괴물이〉는 독자를 미궁 한복판에 던져 넣고 시작하는 유쾌한 소설이다. 단 하나의 길을 벗어나면 죽음에 이르는 미궁에서, 주인공은 고난을 감내하면서도 무심하리만치 인간적인 선택을 한다.위래 작가의 소설은 경쾌하다. 작가는 냉소와 농담으로 무거운 장면을 물 흐르듯이 가볍게 흘려넘긴다. 하지만 가벼움은 그저 전달 방식에만 있으며, 편마다 밀도가 크고 각 편에 담긴 이야기의 결이 풍성하다.이 책에서 가장 큰 분량을 차지하는 〈백관의 왕이 이르니〉는 이런 작가의 장점이 집결된 작품이다. 고아한 논리 전개의 절정이다. 용은 인간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에 속박된다. 여기까지는 여러 민담과 설화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더해서, ‘그런 경우에는 어떤 소원을 빌겠는가?’ 하는 질문에,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세요…….’ 같은, 다중의 소원을 비는 상상도 오래되었다. 여기까지도 장르에 한 발을 담근 사람이라면 익숙하다.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왕은 두꺼운 법전을 턱 하고 내민다.이제 ‘약속’은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법령 해석의 문제가 되었고 학문 탐구의 영역이 되었다. 그리고 학문은 정치의 영역이 된다. 용은 법 해석의 각축장이자 정치의 각축장이 된 복잡한 약속을 벗어날 방법을 2천 년에 걸쳐 탐구한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그 끝에 고결한 선택을 한다. 용의 선택은 인간사를 초월해 있어 고결하며, 학자의 선택은 인간적이어서 고결하다. 그들의 선택이 작가가 그려내는 논리의 우아한 직조 끝에 고귀함을 한 겹 더한다.작가가 말하듯이, ‘출간조차 장담할 수 없고 독자를 만날지 어떨지도 모를’ 작품을 이처럼 진중하게, 마음을 담아 쓰기가 과연 쉽겠는가. 순수하게 이 장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고서야. 그 꿋꿋한 태도가 다시금 소설에 사랑스러움을 더한다.- 김보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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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문학]백색소은이 구원한 지구 1
    • 송사리
    • 다옴북스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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