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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 - 황폐한 풍요의 시대,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다 (커버이미지)
    [사회]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 - 황폐한 풍요의 시대,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다
    • 마이클 해리스 지음, 김하늘 옮김
    • 어크로스
    • 2024-02-19

    “우리가 누려온 생활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인류가 매몰되어온 삶의 방식에 대한 비판적 통찰캐나다 대표 논픽션 작가 마이클 해리스의 신작두 달째 이어지는 전례 없는 규모의 산불로 대한민국 면적의 90%에 달하는 산림이 소실된 캐나다의 작가가, 빈번해진 재난과 만연한 기후 위기에 무감한 한국의 독자들을 향해 경종을 울린다.《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원제: All We Want)는 2014년 캐나다 총독 문학상을 수상하며 캐나다를 대표하는 논픽션 작가로 떠오른 마이클 해리스의 신작이다. 전작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Solitude)에서 과도한 연결 사회를 비판하고 은둔의 시간을 예찬한 마이클 해리스는 이번 책에서, 그동안 우리가 진리처럼 받아들여 온 ‘끝없는 성장과 소비’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책의 도입부에서, 산불로 인해 치솟은 연기 기둥과 비 오듯 쏟아지는 재를 바라보며 태연하게 아이스크림을 먹는 저자의 모습(15~17쪽)은 녹아내리는 빙하와 무너진 생물 다양성, 폭우로 잠긴 반지하주택을 당연한 양 받아들이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거울에 비친 듯 닮아 있다. 저자는 끝없는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전략, 탐욕스러운 도파민 시스템, 인류의 생존을 위해 성장만이 답이라는 거짓된 주장 등 20세기에 구축되고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 더욱 공고해진 ‘소비문화’가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지 조목조목 밝혀나간다. 그리고 삶의 목적을 바꾸는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저자 자신의 스토리에 다양한 학문적 이론과 연구, 전문가의 견해를 유려하게 녹여낸 이 매력적인 산문은 배리 슈워츠, 수전 올리언, 바바라 가우디 등 최정상 작가들의 극찬을 받았다.끝없는 성장이라는 환상, 도파민 시스템, 광고 전략우리가 ‘소비문화’라는 서사에 갇힌 이유인간의 소비가 어쩌다 지구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마이클 해리스가 첫 번째로 지적한 것은 ‘영원한 성장이라는 환상’이다. 특히 많은 정책 입안자나 정치인, 거시경제학자들이 성장의 유일한 기준처럼 여기는 GDP의 허상을 밝힌다.1972년 MIT 연구팀이 발간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는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전 지구적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로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마이클 해리스는 이 보고서의 집필진 중 한 명인 요르겐 랜더스의 말을 빌려, 많은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부유한 국가일수록 GDP가 상승한다 해도 평범한 시민이 누리는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으며, GDP는 부유층에만 이득을 안겨주는 소비문화의 측정수단으로 전락했음을 지적한다. 기술 발전이 성장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서도, 그만큼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긍정적 영향을 무효화한다고 말한다. 마치 기술 발전으로 냉장고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졌지만 이전보다 2배 커진 용량을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마이클 해리스는 석기 시대 인류가 사냥감을 찾을 때 유용했던 우리 뇌의 도파민 시스템도 오늘날 소비문화를 강화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자원이 희소하던 시절 생존을 위해 자원을 축적하게 만들던 도파민은 물건이 넘쳐나는 오늘날에도 사냥하듯 물건을 사들이고 쟁여놓게 만들어, 우리를 불필요한 소비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이러한 요인은 ‘광고(PR)’라는 20세기 가장 거대한 발명품으로 인해 극대화되었다. 이 책의 4장에서 마이클 해리스는 프로파간다의 대가인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일화를 통해, 필요에 기반한 사회가 욕망에 기반한 사회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우리는 어떻게 소비라는 행위에 자신의 자아를 투영하게 되었는지, 왜 물건을 잃으면 자신을 잃는 기분이 들고, 새로운 물건을 사면 새로이 회복되었다는 기분이 드는지, 인플루언서의 광고가 왜 그토록 잘 먹혀드는지를 탐구해 소비의 서사에 갇힌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우리가 살아갈 다른 이야기는 없을까?수제, 숭고, 돌봄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상상하다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케도니아의 왕자 알렉산드로스의 선생이 되어 왕궁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부와 권력, 명성이 좋은 삶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목격했고, 이러한 것 대신 추구해야 할 것을 설명할 단어로 ‘에우다이모니아’를 선택했다. 이 단어는 흔히 ‘행복’으로 번역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의 개념과는 다르다. 고전학자 에디스 홀에 따르면 에우다이모니아는 완성된 어떤 상태가 아니라 “동사의 의미”를 지닌, “삶의 방식이고 실행하기로 결심한 행동들”이다.(115쪽)마이클 해리스는 소비주의로 정의되지 않는 삶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찾아 철학자, 과학자, 예술가들의 지혜를 모아나간다. 그는 “내게 약속되었던 완벽한 삶을 버리는 대신 삶 자체가 빚어내는 평범한 일상의 기적을 받아들이게 할 이야기”의 가능성을 에우다이모니아의 개념에서 발견하고, 이를 구체화해줄 선명한 방식들을 찾아 나선다. ‘수제(手製)’ ‘숭고함’ ‘돌봄’이 그것이다.저자는 손으로 자작나무 카누를 만드는 노인 존 가드너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물건을 대하는 방식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수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단순히 대량생산에 대한 반감이나 자원의 낭비가 아니라 물질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기 위한 것이다. 수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노동에 대한 애정, 재료를 친숙히 여기는 태도, 과정을 만끽하는 마음은 에우다이모니아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소비문화는 우리가 자연의 일부가 아닌 자연의 지배자라고 속삭이며 우리에게 자연 없이 살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자연의 힘과 마주한 인간은 결코 자연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웅장한 자연에서 느끼는 숭고함과 경외감은 인간이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임을, 그러므로 물질과 소비에 집착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게 하는 ‘건전한 자기부정과 겸손’으로 이끈다고 말한다.마이클 해리스가 상상하는 새로운 이야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돌봄’이다. 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아야 했던 배우자의 경험에서 우리 세대가 더욱 적극적으로 겪게 될 돌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다. 자기 시간을 쪼개 남에게 나눠주고, 감정 노동을 하고, 이기심을 억누르는 돌봄은 준 만큼 돌려받아야 하는 소비문화와는 지극히 반대되는 성질의 것이다. 저자는 철학자 피터 싱어의 주장을 인용해 서로를 보살핀다는 특징이 이기적인 소비문화 이전부터 존재해왔고, 인간 문명을 정의해왔으며, 미래에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한다.지금껏 우리 시대는 끝없는 성장과 소비라는 단 하나의 신화를 진리처럼 받아들여왔다. 마이클 해리스는 지속 불가능하고 허술한 소비문화의 서사를 벗어나 그동안 우리 곁에 존재했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야기들에 주목할 것을 요청한다. 이 책은 현대 사회를 사로잡은 근시안적이고 파괴적인 이야기에 대한 날카로운 탐구이자, 인류가 나아가야 할 삶의 목적을 새롭게 제시하는 로드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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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왜 억울한가 - 판사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억울함 그 복잡하고도 강렬한 정서에 대하여 (커버이미지)
    [사회]우리는 왜 억울한가 - 판사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억울함 그 복잡하고도 강렬한 정서에 대하여
    • 유영근 지음
    • 타커스(끌레마)
    • 2024-02-19

    억울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 대한민국우리는 왜 억울한가?현직 부장판사가 던지는 본질적 질문과 통찰『우리는 왜 억울한가』 개정증보판 출간!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심지어 흉악범들까지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억울함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정서이지만 자신에게 일어날 때는 더없이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지극히 작고 사소한 일도 ‘억울하다’는 정서가 개입되면 강렬하고 폭발력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억울함이라는 정서는 그만큼 흥미로운 대상이다.2016년에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인 ‘억울함’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법조계뿐만 아니라 사회과학계와 많은 독자에게 화제가 된 『우리는 왜 억울한가』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굵직한 사건들의 재판을 담당해온 저자가 오랜 경험과 법률 지식, 다양한 사회과학적 이론을 접목해 억울함이라는 복잡 미묘한 정서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이 책이 출간된 직후 촛불집회, 탄핵 등 일련의 정치사회적 사건들과 맞물리며 언론과 학계에서 ‘억울함’에 관해 새롭게 주목했다. 실제로 그 해의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책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심상치 않는 사회적 징후들’로 ‘나는 억울하다’를 들면서 이 책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인용해 설명했다.이 책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억울함’은 보편적인 정서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 심정적, 사회적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심리학,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여타 사회과학에서도 연구의 필요성을 제대로 간파한 사람이 없었다. 저자는 사회학을 전공한 판사답게 법정에서 자주 듣는 ‘억울하다’는 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여러 학문 이론과 관점들을 종합해 ‘억울함’의 근원을 깊이 있게 파헤치면서, 법정에서 겪은 실제 사례들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억울함’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감 나게 전달한다. 나아가 개인들이 ‘억울함’이라는 부정적인 굴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억울함이 없는 사회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까지 두루 살펴본다.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이계정 교수는 “억울함을 사회과학적 연구 대상으로 공론화한 최초의 책으로 기록될 것이다”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저는 억울함이 인간의 ‘감정’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몇 가지 요인으로 단순하게 발현되는 것도 아니며, 쉽사리 설득되거나 치유되는 성질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개인이 느끼는 억울함이 존중받고, 정당한 권리구제를 받아야 하고,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잘못된 판단이나 고집에 기인하고,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개정판 머리말에서>억울함이란 것이 이렇다. 명백히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대우를 받았을 때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이 외부의 요인으로 생겼을 때 굳이 꼭 찍어서 말하긴 어려워도 괜히 짜증나고, 분하고, 밉고, 그런 불편한 심정을 통틀어 억울하다고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억울함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정서이지만 나 자신에게는 늘 특별하다. 법률가로서 남들의 억울함을 직업적으로 다루고 늘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정작 나에게 발생한 사소한 사건에서 그 억울한 심정을 억누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분명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훨씬 더 심하게, 그리고 자주 발생할 것이다. ―36쪽한국인만큼 억울함에 대한예민한 감수성과 다양한 사례를 가진 민족이 있을까?그것이 우리의 남다른 성장 동력이 아닐까?날카로운 문제의식, 사회학적 상상력, 법적 균형감각으로풀어낸 억울함의 실체와 해법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지금껏 부정적인 면만 강조되어온 ‘억울함’이라는 정서의 긍정적인 측면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억울함을 느끼는 것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개인들의 적극적인 태도이고, 사회적 정의 구현에 대한 열망의 표출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남다른 성장을 이룬 것도 억울함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났고, 억울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사회학적 상상력과 법적 균형감각이 어우러진, 경륜 있는 판사의 통찰이 돋보이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성도 아니고 감정도 아닌 오묘한 영역인 심정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르다는 점은 앞에서 살펴보았다. 억울함도 그중 하나이다. 이런 뛰어난 심정적 감수성이 그동안 우리 국민이 이룬 극적인 민주화와 기적적인 경제발전, 그리고 문화강대국으로서의 놀라운 성취를 뒷받침해왔다고 생각한다. 억울함이 자칫 부정적으로만 인식되기 쉽지만, 나는 우리 국민이 남다르게 느끼는 억울함이 개인의 권리구제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사회적 정의 구현에 대한 높은 열망으로 표출되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감히 ‘억울함은 우리의 힘’이라고 말하고 싶다. _<에필로그> 중에서이 책은 주로 법정에서 일어난 사례들을 중심으로 다루지만, 누구라도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저자가 직접 겪은 자동차 접촉사고나 조기축구 일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억울함의 원인과 타당성 여부를 자연스럽게 따져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또한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와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법적 쟁점들에 대해서도 쉽게 다룬다. 사형 선고의 정당성, 소년범과 가정폭력, 부정선거, 자살 후의 법률적 문제, 술로 인한 범죄와 감형 등이다. 이 책은 억울함의 실체가 궁금한 이들, 법률가들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청년 법률가에게는 법의 논리와 가치를 이해하고 법적 쟁점을 여러 측면에서 고찰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세상이 왜 내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지 자꾸만 억울하고 화가 나는 이들에게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도록 도와줄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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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를 배반한 근대 - 화려한 허울을 벗겨낸 근대의 속살 (커버이미지)
    [사회]우리를 배반한 근대 - 화려한 허울을 벗겨낸 근대의 속살
    • 엄창호 지음
    • 여문책
    • 2024-02-19

    자유, 민주, 법치는 왜 항상 흔들리는가?‘근대’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수 있다는 의심에서 이 책은 구상되었다. 세상은 30여 년 전에 이미 거대 서사의 붕괴니 주체의 죽음이니 이종교배니 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담론들로 한차례 들썩거렸고, 얼마 전부터는 빅데이터니 인공지능이니 사물인터넷이니 가상현실이니 하며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의제들로 떠들썩하다. 겉으로만 보면 세상은 그렇게 ‘포스트모던’, 즉 ‘탈근대’ 또는 ‘근대 이후’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21세기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는 이 시점에도 세상은 여전히 근대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뿐만 아니라 압축적인 근대화를 겪는 과정에서 전근대적 제도와 의식을 털어내지 못한 실정이다. 문제는 역사의 발전과 인류 전체의 행복well-being에 기여하리라 믿었던 근대의 가치들이 수시로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대의 가치인 자유‧민주‧법치‧소비‧시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갖가지 퇴행의 모습을 우리는 날마다 지켜보고 있다. 그러니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가 농업혁명을 대사기극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어쩌면 근대도 훗날 대사기극으로 평가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런 의심을 안고서 기존의 통념을 뒤틀어보고 보편화된 상식을 거꾸로 보고 고정관념을 뒤집어보며 근대적 가치들의 참모습을 찾아 떠난 여행의 기록이다. 주로 책을 그 여행의 가이드로 삼았으나 때로는 영화, 드라마, 광고, 대중가요, 코미디 프로그램, 유튜브 영상과 동행하기도 했다. 역사의 발전을 의심하는 독자들에게 우리가 신봉해온 근대의 가치들이 기존의 통념과 어떻게 다르며, 왜 수시로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우리가 아는 근대는 거대한 사기극일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시대착오적인 현상에 ‘전근대’라는 딱지를 붙인다. 전근대는 근대 이전을 가리키고 근대의 가치들과 대척점에 놓여 있으므로 ‘근대’는 전근대에 비해 바람직한 발전 상태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근대적 가치들은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자유‧민주‧법치‧소비‧시장을 꼽을 수 있으며, 이와 연동된 계몽주의와 자본주의 등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된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동력이 바로 계몽주의였으며, 프랑스 혁명을 이끈 주요 주체 중 하나는 부르주아 계층이었다. 그런데 그 부르주아들은 다수의 민중과 더불어 자유롭고 평등한 새 세상을 열기를 희망하기보다 자신들의 이권을 철저히 지키며 스스로 새로운 귀족이 되기를 꿈꾸었다. 어쩌면 ‘부르주아의 배반’이 근대의 비극을 잉태한 씨앗인지도 모른다. 부르주아의 배반뿐이랴. 현재 우리는 자유‧민주‧법치 등의 퇴행을 날마다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유발 하라리가 농업혁명을 인류사의 대사기극이라고 모질게 평가한 것과 마찬가지로 근대의 가치들 역시 말만 번지르르한 거대한 사기극은 아닐까? ◆ 흥미로운 이력의 선장과 함께 돌아보는 근대라는 바다이 책의 저자 엄창호는 이런 문제의식과 함께 근대라는 바다로 우리를 이끄는 흥미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신고전파 일변도의 학풍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문학비평에 꽂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후 잘나가는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동안 “자본주의 전위대로서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해야 하는 과업에 늘 부담을 느꼈고, 이를 광고비평이라는 일종의 내부고발 행위로 이겨내려 했”으며, 지금은 근대 이후의 세상을 가늠하는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는데, 캐리커처 실력 또한 발군이다. 오랜 시간 고민해온 자신의 문제의식을 좀 더 넓은 층의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펴낸 이번 신간에서 엄창호는 우리를 배반해온 근대의 가치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자유주의를 시작으로 계몽주의, 자본주의, 부르주아, 소비주의, 민주주의, 법치까지 일곱 개 장에 걸쳐 분석한 후 근대가 무너뜨린 공동체의 복원에 대한 희망을 담은 8장과 한국 근대에 대한 낯선 시각을 다룬 9장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각 장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도 독립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어 아무 곳이나 눈길을 끄는 꼭지부터 읽어도 무방한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배어 있으며, 저자가 직접 그린 캐리커처를 감상하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 부르주아를 바라보는 신선하고 독특한 시각저자는 근대가 내세우는 가치들의 실상을 마주하면서 특히 부르주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갖게 되었는데,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 유형에 재미난 꼬리표를 달아준다. 부르주아를 빼놓고 근대를 말할 수는 없다. 문제는 부르주아가 근대의 주역임은 분명하지만, 그 역할과 의미에 대한 해석은 시대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나만 해도 살아오는 동안 다섯 가지 유형의 서로 다른 부르주아를 만났다. 내 삶에서 다섯 가지 얼굴로 나타난 그 부르주아들에 각각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보았다. 만난 순서대로 그 이름은 ‘전교 1등 부르주아’, ‘날라리 부르주아’,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르주아’, ‘범생이 부르주아’, ‘허풍선이 부르주아’다. (129~130쪽)저자가 분류한 부르주아의 다섯 가지 유형은 학술적으로 공인된 용어가 아니라고 해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저자는 각 유형에 맞춤한 단짝을 붙여 설명하는데, 한국적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나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세계사 교과서와 전교 1등 부르주아”, “1980년대 운동권과 날라리 부르주아”, “마르크스주의와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르주아”,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범생이 부르주아”, “유한계급과 허풍선이 부르주아”. 저자의 다음 설명을 들어보자. 부르주아가 근대를 연 주역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 부르주아가 어떤 부류인지가 중요하다. ‘날라리 부르주아’와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르주아’는 속류 마르크스주의나 극좌 이념에 따라 악마화한 부르주아로,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진 개념이다. ‘전교 1등 부르주아’와 ‘범생이 부르주아’는 자유주의 세력이 내세우는 부르주아로,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현실적인 권력을 얻고 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선악이라는 가장 단순한 흑백논리의 양극단에 있는 부르주아들로, 각자의 이념과 정치적 지향에 맞게 가공된 개념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허풍선이 부르주아’가 실체에 가장 근접한 부르주아상像이라는 데에 흔쾌히 한 표를 던진다. (151~152쪽) ◆ 근대 이후는 어떤 세상일까?저자는 근대라는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며 국내외의 다양한 책들은 물론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인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괜찮아유’라는 오래전 코미디 프로그램,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라는 카피로 유명한 보일러 광고, 200만 부 이상이나 팔렸다는데 제대로 읽은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이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유명인들의 해설 유튜브 영상,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를 위시한 대중가요와 〈희망의 나라로〉 같은 가곡, 〈처음 만나는 자유〉와 〈국가부도의 날〉 등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각 장의 주제에 맞는 폭넓은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자칫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내려앉을 뻔한 시소의 한쪽에 현실감 충만한 이야기보따리를 올려둔 것 같은 균형감을 확보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처럼 다양한 소재를 모두 접한 독자는 많지 않겠지만, 책 전체를 읽어나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것은 일관된 문제의식과 명료한 서술, 마음을 확 사로잡는 공감 포인트 등이 탄탄한 뼈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미건조한 각종 비평에 지친 독자라면 시간을 들여 찬찬히 곱씹고 싶어지게 만드는 매력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배반당한 근대를 넘어선 이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스스로 그려보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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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 차별을 만드는 데이터, 기회를 만드는 데이터 (커버이미지)
    [사회]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 차별을 만드는 데이터, 기회를 만드는 데이터
    • 김재연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4-02-19

    천만 명이 다운받은 정부24 앱은 왜 쿠팡, 배민만큼 쉽고 빠르지 못할까?“데이터를 통해 모두가 더 쉽고 편하게 정부 혜택을 누리는 것,이것이 시빅 데이터Civic Data의 역할이자 목표다.”태어났지만 주민등록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 아기’ 2,236명, 오송 수해참사 희생자 14명,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9명, 편의점에서조차 마음 편히 쓸 수 없는 급식카드 발급 대상 아동 28만 4,000명……. 이들 사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인구, 교통, 의료, 교육 등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 데이터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IT 강국이자, 주민등록번호와 지문을 포함한 국민의 개인정보 상당수를 국가가 관리한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시빅 데이터의 개념과 활용법, 나아갈 방향에 이르기까지 시빅 데이터의 모든 것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책이다. 시빅 데이터란 ‘시민을 위한 데이터’를 의미한다. 복지뿐 아니라 행정 전반에서 시빅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면 모두의 일상이 더 쉽고 편해지는지, 정부가 시빅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면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 성숙할 수 있는지를 조망한다. 공직자의 편의와 업무 중심으로 설계한 정책과 데이터는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시민의 일상을 불편하고 짜증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시빅 데이터와 시민 간 공백은 약자들을 더욱 가난하고 아프게 만들고, 때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고조차 막지 못해 귀중한 목숨을 희생시킨다. 미국의 대표적 시빅 테크 단체인 ‘코드 포 아메리카’ 소속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자 존스홉킨스대 SNF 아고라 연구소 연구위원이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룰 역임한 저자는, 이 책에서 10가지 키워드를 통해 시빅 데이터를 설명한다. 시빅 데이터의 발전사부터 한국과 미국의 현주소, 미국의 다양한 시빅 데이터 활용 사례, 한국이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조목조목 꼬집는다. 또한 ‘공공성’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리 사회에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소개한다. 방대한 통계자료와 사례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은 ‘공공성’과 ‘테크’를 둘러싼 여러 논쟁과 편견을 해소할 뿐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고 기술은 사람을 보조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영감을 주는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다.넷플릭스, 멜론의 추천 알고리듬을 공공 영역에 도입하면, 정부 앱이 알아서 내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추천해주면,우리 일상은 얼마나 편리해질 수 있을까?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보험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제69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첫 장면에서 주인공 다니엘과 의료수당 지급 담당자가 주고받는 길고 답답한 대화를 보여준다. 평생 목수로 성실히 일해왔으나 심장에 문제가 생긴 다니엘은, 더는 일하지 말라는 주치의의 진단서를 제출하고도 의료수당 심사에서 탈락한다. 그는 항소를 결심하지만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나이 든 노동자에게 인터넷 회원가입, 공인인증서 발급, 수 분 이내의 접수 완료 같은 복잡한 절차는 매번 좌절감을 안겨준다. 두 시간째 연결되지 않는 통화대기음에 지쳐 직접 방문한 관공서에서는, 오늘은 마감되었으니 나중에 다시 오라는 건조한 안내를 받는다. 현실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가 기승이던 시절, 스마트폰을 피처폰처럼 쓰거나 쓰지 않던 사람들은 ‘QR코드’를 찍지 못해 식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가게 입구에서 연락처를 적었다가 모르는 이에게 연락을 받은 사람도 있고, 입장하고도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하지 못해 돌아간 이들도 있다. 한쪽에서 앱으로 백신 접종을 예약할 때, 한쪽에서는 동네 병원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 했다. 지금도 명절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장 판매용은 티켓 자체가 많지 않거니와 창구도 겨우 한두 개만 열어둔다. 한국인 대다수가 개인 핸드폰을 쓰고 있지만 나이, 지역, 경제적 수준, 핸드폰 기종 등에 따라 각자 체감하는 공공 서비스 문턱의 높이는 천차만별이다. 빈부 격차나 세대 차이와 상관없이 국민 모두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문제도 있다. 5,000여 건의 민원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공공앱 ‘정부24’의 경우, 구글플레이 평점이 5점 만점에 1.7점이다. 시민들이 제법 활용하는 앱의 평점이 이 정도다.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도 자주 발생한다. 부처별, 지자체별로 실적을 채우기 위해 저마다 공공앱을 개발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존재 자체를 모른다. 담당자들도 출시 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예산만 낭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17~2021년까지 폐기됐거나 폐기 예정인 공공앱만 총 635개, 개발비는 188억 원이 넘게 투입됐다. 이중 다운로드 횟수가 1회 미만 공공앱만 무려 267개다.이 문제들을 ‘공공 영역은 민간처럼 경쟁하지 않으니까’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사소한 짜증부터 시간 낭비, 개인정보 유출, 때로는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사고까지, 공공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민들이 일상에서 수시로 마주하는 공공 영역의 불편과 번거로움을, 과연 무엇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정부와 공무원의 관점으로 설계된 공공 데이터가 어떻게 사회 전반에 불편을 초래하고 차별을 만드는지, 이 과정에서 어떻게 사각지대가 생겨나는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분석해야 하는지를 10가지 키워드를 통해 단계별로 보여준다. 알고리듬으로 대표되는 추천 시스템은 디지털 서비스의 기본이자 상식이다. 유튜브, 멜론, 넷플릭스, 쿠팡, 배달의민족까지 모든 플랫폼에서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자동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그런데 왜 정부 서비스는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까? 내게 적합한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려면 정부 홈페이지 곳곳을 열심히 찾아 헤매는 걸로도 모자라 인터넷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조언을 찾아봐야 한다. 만약 공공앱이 쿠팡이나 배민만큼 쉽고 빨라진다면,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간편결제처럼 한번에 신청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우리 일상은 얼마나 편리해질까? 저자는 사회과학자로서의 지식과 공공 분야 데이터 과학자로서 쌓아온 경험을 살려 이러한 질문에 충실히 답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직은 생소한 ‘시빅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국내 저자의 첫 저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IT 기술, 데이터, 행정 제도 등을 잘 몰라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의 불편이 정부에겐 기회가 된다”10가지 키워드로 만나는시민을 위한 데이터, 시빅 데이터 사용법의 모든 것 이 책은 시빅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10가지 키워드로 구성되었다. 먼저, 1~3장은 시빅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배경지식을 다룬다. 1장 ‘기회’에서는 시빅 데이터가 어떤 역사적 배경을 통해 부상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사례를 통해 공공 정책 영역에서 기술과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그 흐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소개한다. 2장 ‘데이터’는 데이터 중심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누구나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하는 데이터 상식 세 가지를 다룬다. 3장 ‘권력’에서는 데이터와 정부 정책의 연결고리를 설명한다. 민주주의 사회, 복지국가에서 데이터는 정부라는 기계를 움직이는 일종의 기름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더 많은 데이터가 더 나은 정책을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왜곡된 데이터는 차별을 강화하는 정책을 만들고, 이 차별은 세대를 잇는 견고한 불평등을 만든다는 점을 살펴본다. 4장 ‘변화’에서는 시빅 데이터로 정부를 바꾸기 위한 기본 원리를 설명한다. 접근하기 쉬운 정부일수록 차별은 줄어들고, 기회는 늘린다. 이런 정부가 만드는 정책이라면 시민이 이해하고 따르기 쉽다. 정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정신적 피로도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5~7장은 이 책의 핵심을 담고 있다. 5장은 ‘인터페이스’를 주제로 공문서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정부와 시민이 만나는 가장 기본적인 접점이 바로 공문서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공문서를 쉽게 작성할 수 있을 때 정부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쓸 수 있다. 6장 ‘인프라’는 정부가 수집하는 데이터가 정부가 만들 수 있는 정책의 틀을 결정한다는 점을 소개한다. 많은 데이터가 아닌 필요한 데이터를 잘 모을 때, 시민의 필요를 미리 파악하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7장 ‘피드백’의 경우, 보이지 않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정부가 다양한 시민의 불편함에 관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모을 수 있어야 지속적으로 개선 가능한 정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음을 주장한다.8장 ‘균형’은 공공 영역에서 개인정보를 포함한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주의할 사항을 정리한다. 공공 영역에서 필요한 것은 파괴적 혁신이 아닌 안전한 혁신인 만큼, 민간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데이터를 다룰 의무가 있다. 정부가 가진 개인정보에는 시민 개개인의 연봉, 건강 등 민감한 정보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민감한 데이터일수록 더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9장 ‘인재’는 공공 영역에서 데이터를 제대로 모으고 다루기 위해 어떤 인재를 모으고 어떻게 양성해야 할지 논의한다. 한 조직의 역량은 그 조직 구성원의 역량만큼 뛰어나다. 정부의 데이터 역량은 결국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데이터 역량에 달려 있다. 10장 ‘결론’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필요 없는 일은 하지 않고 필요한 일을 하는 정부, 잘해야 하는 일을 잘하는 정부가 탁월한 정부이자 시민이 원하는 정부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시간을 아껴주면 불평등이 줄어든다”식품 지원부터 투표 방식 변경, 인도(人道) 개선 프로젝트까지 시빅 데이터로 차별을 줄이고 기회를 늘리는 법 우리는 흔히 부자의 시간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의 상대적 가치는 가난한 사람에게 더 크다. 월급이 적으니 일을 많이 해야 하고, 고용 상태가 불안정하니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저자가 일하는 코드 포 아메리카에서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협력해 지역 주민들이 식품 지원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사례 중에 ‘겟캘프레시’가 있다. 주정부가 활용하는 복지 서비스 지원서에 질문할 필요가 없는 질문은 삭제하고, 반드시 물어야 하는 질문은 지원자가 가장 이해하기 쉽고, 실수하기 적은 방식으로 질문함으로써 무려 6배에 가까운 시간 단축을 이뤄낸 것이다. (본문 12p, 180p)미국 콜로라도주는 2014년 시험적으로 전면 우편투표를 도입했다. 굳이 투표소까지 올 필요 없이 자신이 편한 시간에 편한 곳에서 투표를 하고 그 결과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우편으로 보낼 수 있게 한 정책이다. 스탠퍼드대, 워싱턴대, UC버클리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정책 도입으로 투표율이 8퍼센트 증가했다. 표수로는 90만 표에 가깝다. 정해진 날짜에 투표 장소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자 기존에 투표소를 찾기 힘들었던 청년, 노동자, 저학력자, 유색인종 집단에서 투표율이 더 높아졌다. 조지타운대 파멜라 허드와 도널드 모이나한 교수의 ‘행정부담 이론’에 따르면, 콜로라도주의 우편투표 정책 도입은 행정부담 중 ‘준수비용’을 줄여준 결과라 할 수 있다. (본문 147~148p)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워싱턴대 메이커빌러티 랩(The Makability Lab)은 접근성, 지속성, 교육에 관한 상호작용 기술을 개발한다. 이곳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는 중 기존의 인도(人道)를 장애인도 걷기 편한 길로 만든 ‘프로젝트 사이드워크’가 있다. 연구팀은 구글이 16년 전부터 수집한 방대한 거리 데이터인 ‘구글 스트리트 뷰’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실제 인도에서 휠체어를 사용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구분 기준을 만들고, 그 패턴을 인공지능에게 훈련시킨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장애인에게 친화적인 인도와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한 결과, 시애틀 도심의 경우 무려 2,000킬로미터가 넘는 도로를 상세하게 조사할 수 있었다. (본문 260~261p) 이처럼 데이터는 시민을 통제하는 수단이기 이전에, 포용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이 겪는 문제는 그들의 목소리가 데이터가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기업이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더 나은 상품을 만들 수 없듯, 정부가 시민의 목소리를 새겨 듣지 않으면 더 나은 정책을 만들 수 없다. 드러나지 않는 시민의 고통을 찾아주는 데이터가 더 나은 정책을 만드는 데이터다.저자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정부가 데이터 과학을 잘 활용하려면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으로 대단한 공공 서비스를 만들어도 시민이 쓰기에 불편하면 무용지물이다. 물론 정부 서비스를 잘 만든다고 가난이나 불평등 같은 거시적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공공 서비스가 쉬워지면 더 많은 시민이 정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 외에도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에는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사례와 근거가 수록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여러 국제기구와 각 정부에서 발표한 공식 자료, 주요 매체에 실린 논문을 충실히 인용해 신뢰도와 정확성을 높인 점 또한 돋보인다. 양적, 질적으로 만족스러운 시빅 데이터 관련 자료를 찾기 힘든 현실에서, 이 책은 공공 분야 종사자들과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보고(寶庫)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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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김중미 작가, 김소영 작가, 김예원 변호사 추천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이들의 행복한 삶은 어떻게 좌절되는가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곳, ‘음소거’되어 있던 아이들의 목소리한 해 동안 학대당하는 아동 3만여 명. 그중 40여 명 사망. 보행 어린이 교통사고 7만 6000여 건 중 4만 건 이상(57%)이 ‘횡단보도’ 위에서 발생. 그중 5000여 명이 12세 이하 어린이. 눈앞에서 사라진 듯한 ‘결식아동’, 그러나 경쟁적 교육 환경과 성긴 복지망으로 인해 더 엉망으로 먹고, 제대로 못 자고, 더 우울하게 살아가는 초중고교생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공백의 최대 피해자, 취약 계층 아이들에게 더욱더 가혹한 재난... OECD 가입국 중 아동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권 국가, 한국.《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은 변진경 《시사IN》 기자가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들의 ‘생명’과 ‘삶’을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알리기 위해 전국 곳곳을 심층 취재하며 “표피로 드러난 사건과 숫자들” 아래에 감춰져 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어른들만을 위한 법이 제정되고, 어른들만을 위한 도시 계획이 수립되며, 아이들의 ‘미래 삶’이 아닌 어른들의 ‘당장 이익’을 위해 투표하는 세계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음소거’되어 있었다. 수년간의 취재를 통해 저자가 본 한국 사회는 “아이들에게 유독 가혹한 세계”였다.이 책에는 아동학대, 스쿨존 안팎 교통사고, 아동 흙밥(흙수저의 밥), 코로나19 교육 공백과 그로 인해 피폐해진 아동 청소년들의 삶, 키즈 유튜버의 아동노동 실태, 그리고 재소자 자녀들과 난민 아동들을 향한 혐오 등, 가혹하고 불평등한 세계에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혐오와 차별의 시선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두루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사건의 뒤를 좇고 실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국내의 아동 권익 보호 전문가들뿐 아니라 영국, 스웨덴 등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듣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고자 했다.“두 아이의 엄마로서 내 아이를 넘어 모든 아이들이 밝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물어보고, 들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일은 분명 아이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그걸 믿는 데에서부터 다시 한 걸음씩 나아가보려고 한다. 이 책이 그 시도의 일부이다. 독자들도 함께 궁금해하고, 이야기를 듣고, 울어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울고 있는 아이들의 동무가 또 한 명 늘어날 것이다. 거기서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물어보고, 들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일은 분명 아이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사회의 다양한 부문을 취재하며 기사를 써온 저자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한 가지 주제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그 주제란 주로 아이들에 관한 것이었다. ‘그때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경우 남겨진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피해자)가 아이가 아니었다면 사회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런 일이 만약 가난하고 취약한 아이에게 생긴다면?’“그저 가만히 있으면 수면 아래 이야기들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찾아 나서야 했다. 가설을 세우고 증거들을 모았다. (...) 가설이 사실로 증명되는 과정은 내게도 괴롭고 불편했다. 하지만 알리고 싶었다. 한국 사회는 아이들에게 유독 가혹한 세계라는 사실을. 아이라서 봐주기는커녕 아이라서 더 냉정한 세상 속에서 어린이들은 매우 불리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는 상대를 믿는데 상대는 나를 믿지 않는 게임. 많은 비극들이 거기에서 발생했다.” (12-13쪽)생활고에 시달리던 20대 부모에 의해 무참히 구타당해 죽은 생후 2개월 아이. 유튜브 수익에 눈먼 부모의 강요로 먹기 싫어도 먹고, 무서워도 참고, 슬퍼도 웃는 아이들. 학교 정문 바로 앞 스쿨존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 화물차 바퀴에 휘말려 들어가 죽은 아이와 여전히 초록불에도 길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열악한 주거 문제에 더해 교육받을 기회마저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난민 아동들. ‘월화수목금금금’ 꽉 찬 학원 스케줄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하고 위염 때문에 잠깐도 엎드려 자지 못하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수감자의 자녀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결국 그 자신도 비행의 길에 빠져들어 학교를 그만둔 고등학생 등...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막연한 추측이나 걱정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혐오하고 배제해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물론 아이들의 곁에서 아이들의 시선으로 문제를 헤쳐 나가자고 손 내미는 어른들도 분명 있었다. 그들은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위해 자신의 가게를 터서 길을 내주고,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VIP 메뉴’를 만들어 무료로 제공했다. 아이들은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럼에도 슬픈 현실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의 걸음이 느리다며 고성을 지르거나 혐오의 시선을 대놓고 드러내는 어른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 또한 오래전 한때 아이였음을 잊는다. 부당한 일에 제 목소리를 쉽사리 내지 못하는 아이일지라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가 있음을 잊는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가해자를 향해 하루 이틀 손가락질하는 정도로 잊히고, 스쿨존 제한속도 시속 30킬로미터를 ‘소달구지’에 비유하며 여전히 갑론을박하는 까닭이다. 더 나아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대한민국 헌법 제10조가 어쩌면 대한민국 아동 청소년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 까닭이다.“책임지지 못하니까, 마음만 불편해지니까, 어차피 상황을 바꾸지 못할 테니 그저 멀찍이 거리를 두다가 아예 등 돌려버리는 어른들이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척, 들려도 들리지 않는 척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가식적이진 않지만 차가운 세상이다. 궁금한데도 계속 묻지 않다 보면 언젠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정말 약한 사람들은 단 한 번도 말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런 장면들을 몇 번 목격하면서 나는 묻기라도 하는 쪽을 택했다.” (339쪽)우리가 가닿지 못하는 곳에서울고 있는 아이들을 상상하기 위하여저자가 아이들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스웨덴까지 가서 만난 아동권리 NGO의 한 상담사는 이렇게 조언한다. “어린 시절을 투자의 시기로 생각하지 마라. 어린 시절은 아이의 모습 그 자체를 갖는 시기로서 중요하다. 유년기를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한다면 유능한 어른을 만들 수는 있지만 내면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누리는 모든 것을 그것 자체로 즐기게 하고 의미를 부여해줘야 한다. 잠시 멈춰서, 네 살 아이의 삶을 떠올려보자. 이 아이의 4년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생각해보라. 네 살 아이의 현재 인생은 일흔 살 노인의 인생만큼 의미가 있다.” (72쪽)《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은 어른들이 만든 세계에서 흐릿한 형체로만 존재해왔던 아이들의 인생을 다 함께 밝고 선명하게 그려가자고 제안한다.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게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사회 속에서 그나마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우리가 가닿지 못하는 곳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어떤 것을 상상해도 그보다 더 나쁘고 불행한 일들이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취약한 아이들에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도와준다. 혹시라도 어느 길 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아이를 마주쳤을 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어줄 용기를 얻게 됨은 물론이다.아울러 이 책의 부록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주요 후보자들에게 전달된 18세 이하 아동 청소년 100명의 목소리가 특별 수록되어 있다. “친구들과 다 같이 있는 학교에서도 충분히 공부가 되게 공교육을 늘려주세요.” “피해자 말고 가해자가 이사 갔으면 좋겠어요.” “지구가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하교할 때도 교통안전지킴이 선생님이 필요해요.” 등 교육, 폭력, 환경, 놀이, 교통, 복지, 참여 7개 주제에 대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다 보면 알게 된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는 것을.편집자의 말오늘의 비극이 어제의 비극을 덮습니다. 어제는 다섯 살 아동이 친부모의 학대로 숨지고, 오늘은 중학교 입학을 앞둔 초등학생이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사망합니다. 가해자를 비난하는 댓글은 수없이 달리지만 아이의 죽음은 이내 잊힙니다. 부디 내일은 어제나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을까요? 언제까지 아이들을 잃고 또 잊어야 할까요?이 책을 쓴 《시사IN》 변진경 기자는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여러 측면에서 다루어왔습니다. “내 일은 남들보다 조금 더 가까이 타인에게 다가가는 일”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던 아동학대 사건들,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아동 흙밥), 스쿨존 안팎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현장과 ‘민식이법’을 둘러싼 어른들의 아동 혐오, 부모에게 혹사당하는 키즈 유튜버,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난민 아동,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공백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아이들의 이야기까지,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잔뜩 위축된 채 쭈뼛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을 묻기보다 우리 사회가 함께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 고민했습니다. 저자의 글을 읽는 동안 몇 번쯤은 눈시울을 붉혔던 것 같습니다. 또 어떤 날은 가슴이 먹먹해진 나머지 더 이상 읽어 내려가지 못하고 부랴부랴 집으로 가서 괜히 잠들어 있는 아이를 안아주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글 속에서 만났던 아이들을 안아주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이 책 곳곳에는 우리 곁의 평범한 아이들뿐 아니라 어둡고 누추한 어딘가에서 어른들과 사회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리고 그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해온 저자의 진심이 스며 있습니다. 때로는 비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실에 분노하고, 때로는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생각에 자책도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글은 분노와 슬픔과 자책에 머무르지 않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 진심이, 그 힘이 독자들에게도 온전히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다가오는 2022년 5월 5일은 1922년에 처음 어린이날이 제정된 후 100번째 맞이하는 어린이날입니다. 여느 때보다 특별한 어린이날이 될 테지요. 그러나 이 책을 만들고 있는 지금,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아이들을 위한 날이 단 하루뿐이라는 사실이 새삼 얄궂게 느껴집니다. 더 나아가 그 하루조차도 따뜻한 손길이 닿지 않는 어딘가에서 외롭게 울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가 무너지는 심정을 붙잡고 되짚어간 수많은 아이들의 흔적과 터전을, 끝끝내 살아남지 못한 아이들과 여전히 가난하고 위태롭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잠깐 멈춰서 아이에게 시선을 맞추고 무슨 일이 있어서 그렇게 울고 있는지, 누가 너를 그렇게 슬프게 했는지 말을 걸고 물어봐줄 수 있을까요? 그 말 한마디가 우리 사회에서 너무 자주, 너무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비극을 막는 첫걸음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요?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고, 함께 변화의 첫발을 내딛는 그 길 위에 이 책이 정답게 놓이기를 바랍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어린이는 곧 모두다. 작고 약하고 가난한 어린이가 걷기에 안전한 길이면 이 세상 모두에게 안전한 길이다.” 이 말을 여기서는 이렇게 다시 읽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곧 모두입니다. 작고 약하고 가난한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이 세상 모두에게 행복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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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세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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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자녀가 집중력이 부족하고충동적이며 공부하기 힘들어한다면음악의 마법으로 잠든 뇌를 깨워라!15년간의 임상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박세근 원장이 들려주는 개인 맞춤형 청각인지 치료의 모든 것“ 태아기에는 세상을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오직 들을 수만 있다. 이 시기에 청각신경 발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들은 훗날 발달이나 학습에 문제를 겪게 된다. 이 책은 발달장애나 학습장애를 지닌 아이들이 미완의 청각신경 발달단계를 재경험하게 함으로써 두뇌에 새로운 청각인지 회로를 만들어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 잠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ADHD 아이. 끊임없이 입으로 소리를 내는 자폐스펙트럼 아이. 영어유치원에 다녔어도 영어단어 하나 못 외우는 아이. 또래보다 말이 늦어 언어치료를 받는 아이. 당신의 아이가 여기에 하나라도 해당이 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책장을 덮을 즈음엔 음악이 얼마나 뇌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될 것이다.”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 기자“ 음악의 치료적 효과를 명쾌한 의학적 근거와 최신 뇌과학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입증한 책이다. 모든 음악치료사 및 발달장애, 학습장애아의 부모들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다.”명지대학교 미래교육원 음악치료 정해숙 교수“ 집중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며 공부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무슨 도움을 주어야 할지 몰라 안타까워하던 부모와 교사들에게 가뭄 속 단비 같은 책이다.”고려대학교 의료원장/의무부총장 윤을식 교수“ 모든 종류의 발달장애 및 학습장애 치료의 관건은 ‘듣기의 교정’에 있다는 사실을 신경생물학적 근거를 통해 파헤친 역작이다. 논문으로 보았던 청각 이론이 다양한 임상 경험을 통해 증명되어 놀랍다.”카이스트 이경면 교수“ 발달장애와 학습장애 저변에 공통으로 자리한 청각인지의 문제를 심도 깊게 짚어낼 뿐 아니라 뇌과학에 기반한 치료법까지 제시함으로써 많은 부모들에게 희망을 줄 만한 책이다.”School of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The University of Texas at Dallas 이윤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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