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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정희의 기담 -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커버이미지)
    [문학]오정희의 기담 -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 오정희 지음, 이보름 그림
    • 책읽는섬
    • 2023-04-14

    ◎ 편집자의 책소개믿고 읽는 작가, 오정희가 펼치는 이야기의 진수친숙한 일상에서 낯설고 섬뜩한 내면의 진실을 포착하는 웅숭깊은 시선으로 ‘한국 여성이 빚어낸 가장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언어의 비창’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았던 작가.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묵인과 관습으로 덮은 평온하고 행복해 보이는 일상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오정희는 존재의 위기의식과 그 모순된 삶을 더욱 철저히 살고자 하는 정직성 사이에서 길항하는 내면이 빚어내는 무늬들을 적확한 언어로 포착해왔다. 그가 그려내는 신선한 쓸쓸함과 찢겨진 세계를 보석처럼 빛나게 하는 특유의 문체는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을 사로잡으며 그 자체로 소설 미학의 전범(典範)이 되었다.‘봄내’라는 살가운 애칭을 가진 안개의 도시, 강원도 춘천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강원의 설화』를 바탕으로 누구나 두루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고 찾아왔다. 어린 시절 우리를 사로잡았던 으스스하고 이상한 이야기들, 할머니나 주변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은 작가의 상상력과 만나 새로운 옷을 입었다. 이 여덟 편의 이야기들은 옛사람들의 소박한 삶에 깃든 꿈과 소망 들이 지금 이곳, 우리들의 삶에도 깊이 배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들이 살았던 세상, 그 아득하고 유현한 마음을 화가 이보름이 서정적이고 아련한 그림으로 되살려내어 이야기에 품격을 더한다.읽을수록 빠져드는 옛이야기재미 반전 감동의 서사어머니와 아내라는 역할에 가려져 있는 한없는 자유에의 갈망을 그리며 여성/개인의 내면에 끓어오르는 고요한 충동에 천착해온 작가의 깊이 있는 손길은 이 책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와 만나 술술 읽히는 재미를 더했다. 기이하고 흥미로운 상황에 던져진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잔잔한 감동의 여운이 가슴에 남는다.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단둘이 살아가던 윤호 윤옥 남매. 사랑하는 남동생을 잃은 뒤 삼 년 뒤에 돌아와 동생을 살리겠다는 다짐을 하고 집을 나선 윤옥은 남장을 한 채 대감 집에서 착실히 머슴살이를 하며 신임을 얻는다. 이윽고 여자의 몸으로 장가까지 들게 된 윤옥은 대감 집에서 죽은 사람도 되살릴 수 있는 신비한 꽃 세 송이를 발견한다. 훗날 윤옥이 맞이하게 된 쓸쓸한 봄날을 그리고 있는 「어느 봄날에」. 구렁이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우여곡절 끝에 부인을 맞이해 허물을 벗고 사람이 된 남자. 과거를 보러 집을 떠나 있는 동안 허물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부인의 실수로 그는 인간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산길 들길 가시밭길을 헤치며 남편을 찾아다니던 아내는 더는 길이 없는 곳에서 바다처럼 넓은 못을 마주하고 탄식을 하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그 속으로 뛰어드는데…… 뱀이 사람이 되기까지, 한 부부가 온전한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절절한 여정을 담은 「그리운 내 낭군은 어디서 저 달을 보고 계신고」.딸아이의 예쁘기가 꼭 맑은 물에 떨어진 새빨간 앵두 같아 붙은 이름 ‘앵두’. 아들만 아홉인 집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오빠들에게 사랑받았지만 이른 나이에 어머니를 떠나보내게 된다. 새어머니의 질투와 오해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막내딸의 이야기를 담은 「앵두야, 앵두같이 예쁜 내 딸아」. 앵두는 물에 뛰어들기 직전 아버지에게 당부한다. 돌아가시는 길에 배나무가 죽었으면, 앵두가 다 떨어졌으면, 으름덩굴이 시들었으면 자신이 억울하게 죽은 것으로 알라고. 억울하게 죽은 혼은 접동새가 되어 새빨간 울음을 토해내며 노을 진 하늘을 날아간다. 글을 읽느라 손 하나 까딱 않는 백면서생 남편을 위해 가난을 견디며 온갖 고생을 한 아내 「고씨네」. 과거를 보러 떠난 남편은 몇 해가 지나도 소식이 없어 사냥꾼에게 시집을 갔으나 새로 얻은 남편마저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기구한 팔자다. 과거에 급제해 자신이 살던 마을로 금의환향하는 남편. 다시 자신을 받아달라는 아내에게 남편은 물동이를 하나 가져오라 말하고……달빛도 길잡이가 되지 못하는 어둔 밤 산중에서 까물대는 불빛을 좇아 밤길을 가는 「용화산」의 나그네. 나그네가 헤매는 어둡고 깜깜한 산길은 그 자체로 우리 삶을 은유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작가가 그리는 이야기에는 우리의 헤맴이 헛수고만은 아니리라는 믿음이 담겨 있는 듯하다. 어두워져야만 보이는 작은 불빛이 있다. 별도 태양의 환한 빛 아래에서는 목격할 수 없는 법. 우리가 아득한 산속에 던져진 후에야 아주 작은 불빛이, 머리 위의 별빛이 보일 것이다.이 외에도 일손 빠르기로 소문난 처녀의 신랑감을 구하는 유쾌한 이야기 「누가 제일 빠른가」. 배불리 저녁밥을 얻어먹은 대가로 산적들을 물리쳐준 호탕한 장사가 나라를 구한 장군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주인장, 걱정 마시오」. 짚으로 만든 북을 짚방망이로 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자를 찾는다는 중국 천자의 유언에 지혜로운 누이동생과 함께 먼 중국 땅까지 여행을 떠난 사내의 이야기, 「짚방망이로 짚북을 친 총각」. 황소 삼천 마리를 죽인 자여야만 북을 울릴 수 있다는 말에 발길을 되돌리려 하지만 누이동생은 포기하지 말라며 그를 만류한다. 드디어 짚북이 있는 누각에 도착한 사내는 짚방망이를 들어 깊은 잠에 든 북을 힘껏 내리치는데……이야기에는 삶의 보편적 진실이 담겨 있다삶을 찬가로 만드는 이야기의 힘만날 길이 없을 때 간절한 그리움은 꿈길을 만든다고, 그리하여 삶은 아름답고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다고 작가는 한 산문에서 쓴 바 있다. 하늘과 산줄기의 아련한 능선은 우리에게 무엇을 약속하며 멀어지는가…… 하루하루 소멸해가는 것만 같은 시간의 흐름 뒤에 우리가 쥘 수 있는 것은 단지 모래알같이 빠져나가는 삶의 허무만은 아닐 거라고 오정희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증명해 보인다.인간의 몸속에 내장된 이야기의 나침반을 따라 우리는 어디론가 쉼 없이 흘러가고 있다. 시간의 강물은 덧없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이 땅과 거기서 살아가는 이들의 몸속에 눈금을 새긴다. 분분히 날리던 봄날의 꽃잎들은 모두 과거 속으로 휘날려 영영 떠나가버린 것인가. 오늘과 똑같은 내일이 반복되리라고 믿었다면 이러한 이야기들은 진즉에 스스로 사라졌을지 모른다. 악기는 가까이 두고 사랑하지 않으면 소리를 잃고, 노래는 사람들에게 불리지 않으면 잊힌다. 이야기는 거듭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입에서 입으로 불려야만 소망과 꿈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는 이 세상을 살았던 사람들의 의지와 희망이 담긴,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없고 끝끝내 다 말해지지 않아 거듭 노래해야 하는 삶들이다.“엄마, 바람은 어디로 가지? 바람은 집이 없나봐. 나는 바람이 무서워”라는 어린 아들의 말. 유독 바람을 무서워하던 아이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써내려갔다는 오정희 작가의 또다른 단편(「바람의 넋」)에서 작가는 엄마 은수의 입을 빌려 아들 승일에게 이야기한다. 무서워하지 말라고. 바람은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서로 부르며 손짓하는 것이라고. 비록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참혹한 그리움인지 알고 있더라도 그것이 어떤 생의 비밀을 감추고 있더라도 무서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이야기로 변주하는 상상력의 힘. 그것이 우리가 삶에서 마주해야 했던, 말로는 다 못할 사연들이 너울진 세월을 넘어올 수 있게 한 지혜는 아니었을까.오정희가 그리는 옛이야기들은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지 않는 삶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둠 속의 불빛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심정과 처지에 따라 호랑이의 화등잔 같은 눈도 되었다가 희미하게 타오르는 호롱불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풍경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 풍경이 되비추는 우리의 마음이다.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은 하나하나 그 시대의 영향과 한계 아래에 놓여 있다. 이 책에서 하나 도드라지는 점은 옛이야기 속 여성의 모습이다. 당시의 세상을 지배했던 문화와 사고방식에 핍박받기도 하는 그들은 동시에 누구보다도 지혜롭고 넉넉한 힘으로 궁지에서 탈출하고 헌신하는 사랑으로 막다른 길에서 한줄기 희망을 찾아낸다.2006년 처음 빛을 보았던 이 책(『접동새 이야기』)에 새로운 그림을 곁들이고 문장을 다듬어 세상에 내보낸다. 처음 발표했던 작품들의 제목을 매만지고 신작을 더해 완성도와 읽는 재미를 더했다. 새로이 글을 꾸리고 그림과 묶는 과정은 ‘강원도 설화’가 가지고 있는 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기도 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득해지는 것은, 그 질문이 지역의 특수성을 넘어서는 우리 존재에 대한 보편적 물음이기도 해서이다. 나의 뿌리는 어디이며 누구로부터 왔느냐 하는 아득한 역사. 그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단일한 존재로 세상에 태어나 살다 죽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관계로 이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각각의 이야기에 담긴 슬픔과 고통의 무게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다른 이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고씨네」에서 아낙이 땅에 흘려버린 물을 도로 주워담으라고 요구받을 때 우리는 그 땅에 스며든 눈물을 본다. 그 눈물은 물동이 속에 주워담을 수 없었지만 이 땅의 뿌리마다에 스며들어 꽃이 되고 나무가 되었으리라는 믿음, 그것이 삶의 굽이굽이마다 펼쳐지는 이야기의 진경, 강원도가 지닌 힘일 것이다. 우리 문화의 원형과 무의식을 품고 흐르는 강, 그 발원지를 찾아가는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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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직 아이들만 사랑할 줄 안다 (커버이미지)
    [문학]오직 아이들만 사랑할 줄 안다
    • 칼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림원
    • 2023-04-14

    맑고 투명하게 흐르는 어린아이의 슬픔을 서정적인 문체로 그려낸프랑스 싱어송라이터 칼리Cali의 첫 소설집2018년 메디테라네 루시용Méditerranée Roussillon상 수상작“엄마는 크리스마스 날 밤이나 내 생일 날 오지 못할 거예요. 이제 엄마는 우리 곁에 없을 거고, 없어요. 엄마는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엄마는 내가 삶에서 너무도 필요로 하는 사랑을 모두 앗아갔어요.”◎ 편집자의 책 소개『오직 아이들만 사랑할 줄 안다』는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 브루노가 느끼는 상실의 슬픔, 사랑에 대한 갈망을 섬세하고도 서정적인 문체로 담아낸 작품이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음악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칼리Cali의 첫 소설로, 그가 유년 시절 겪은 어머니의 죽음을 회고하며 쓴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의 전부였던 엄마를 갑작스레 떠나보낸 브루노의 투명한 슬픔이 압축된 문장들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와 같다. 이 작품으로 칼리는 2018년 메디테라네 루시용M?diterran?e Roussillon상을 수상했다. “오늘 내 마음은 검은 손수건에 감싸여 있어요.”누구보다 엄마의 존재가 절실하게 필요한 여섯 살의 어린아이 브루노. 브루노의 엄마 ‘미레유’는 서른셋의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럼에도 브루노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다. “죽음을 마주하기엔 너무 어리”다는 어른들의 판단 때문이다. 그렇게 브루노는 엄마가 머물던 방 안에서 살짝 열린 겉창 너머로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다. 엄마가 불에 타네요. 나는 겉창 뒤에서 엄마가 불길 속에 사그라져 재가 되는 모습을 보고 있어요. 아무것도 이해가 안 돼요.나는 여섯 살이에요. _29p 엄마의 죽음 후 집안에는 “평소와는 다른 어둠이” 내려앉는다. 브루노는 “탁자 앞에 앉아 텅 빈 바깥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할 뿐인 아빠를 바라보고, 누나들과 형의 숨죽여 우는 소리를 듣는다. 가족들은 가끔씩 방문을 열고 나와 “엄마 아빠의 커다란 침대” 위에서 서로의 몸을 맞대고 우는 일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큰누나 산드라가 살뜰하게 브루노와 가족들을 챙기지만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브루노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찬다. 브루노는 엄마 없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의 삶은 아름다울 거예요. 우리는 죽지 않을 거예요.”그러던 어느 날 알렉이라는 이름의 멋진 남자아이가 전학을 오고, 특별한 매력으로 학교의 스타가 된다. 브루노는 예전부터 짝사랑하고 있던 같은 반 여자아이 카롤이 알렉에게 호기심을 보이자 알렉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끼지만 그것도 잠시, 본능적으로 알렉이 자신과 같은 상처를 지닌 아이라는 걸 알아보고 호감을 느낀다. 알렉은 온화한 엄마와 형제들, 그리고 권위적인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일종의 소년원이나 다름없는 기숙학교에서 가출 청소년을 돌보는 일을 하는 아버지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상태다. 알렉은 그 누구보다 아버지를 사랑하고 싶어하지만 자신을 늘 엄격하고 냉정하게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경직된 집안 분위기 속에서 절망하고 혼란스러워한다. 브루노는 알렉이 지닌 슬픔과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며 점차 알렉의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알렉의 방으로 말하자면, 정말 마법 같아요. (...) 거기서 우리는 밤에 별을 봐요. 여행을 하고, 하늘을 날아요. 우리의 삶은 아름다울 거예요. 우리는 죽지 않을 거예요. _49p저녁이면 우리는 내 침대에서 무릎 위에 공책을 얹어놓고 숙제를 해요. 안 그럴 때도 있고요. 내가 알렉을 힘주어 꽉 끌어안을 때도 있어요. 뜨거운 불길을 느끼기 위해, 거의 질식할 정도로 힘주어 끌어안죠. 그럴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아요. _52p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브루노, 아버지와의 관계 때문에 마음속 깊은 상처를 지닌 알렉. 둘은 누구보다도 사랑이 필요한,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들이다. 이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을 평가하거나 상처의 깊이를 함부로 비교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의 아픔을 느끼고, 크고 작은 슬픔과 비밀 들을 나눌 뿐이다. 브루노는 알렉과 함께 있을 때 살아 있다고 느낀다. 둘은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맞대고,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랑을 배워간다. “엄마는 여기에 있어요, 나의 아름다운 엄마.”엄마를 떠나보내고, 몇 번의 병원행과 죽을 고비를 넘긴 브루노에게 삶의 시련은 계속 찾아온다.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가족들은 물론 알렉과도 떨어져 여름 캠프를 떠나게 된 것이다. 사형 집행과도 다름없는 시련을 맞이하게 된 브루노는 엄마의 존재를 하루빨리 잊으라는 사람들, 자신에게 슬픔에서 벗어나 제자리를 찾을 것을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분노한다. 사람들은 엄마가 내 기억에서 지워지길 바라요!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아요. 이미 끝난 일이니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는 말인가요? 하지만 그 페이지는 온통 엄마의 얼굴로 가득한 걸요, 엄마가 죽어서 관 속에 있다 해도, 다 끝났다 해도. _136p 브루노는 캠프장에 도착하는 순간 절대 입을 열지 않기로 다짐한다. 이것이 브루노가 선택한 투쟁의 방식이다. 브루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 선택한 고독 속에 머물며 엄마를 생각한다. 그것 이외에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뿐이다. 캠프에서 일으킨 소동으로 브루노는 그토록 원하던 집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고, 알렉과도 재회한다. 브루노는 알렉과 함께 엄마가 잠든 곳을 찾아간다. 그리고 아직 가슴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엄마의 존재를 느낀다. 알렉이 엄마 무덤의 대리석에 귀를 갖다대고는 눈을 감고 귀기울였어요. 엄마의 소리에 귀기울였어요. (...) 엄마 뒤에 우리가 있어요.그들은 아무것도 불태우지 않았어요.정말로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불태우지 않았어요.엄마는 여기에 있어요, 나의 아름다운 엄마. _225~226p슬픔을 통해 사랑을 배우는 방법브루노는 자신이 겪은 상처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충실하고 순수하게 슬퍼하고, 분노하고, 또 사랑한다. ‘세상을 떠났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인 브루노에게는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브루노는 자신에게, 엄마에게 계속 묻는다. “‘세상을 떠났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대체 언제까지 돌아가신 채로 있을 거예요?” “왜 나는 더 많이 울지 못할까요?” “죽음은 존재하지 않죠?” 브루노가 던지는 직관적인 질문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환부를 더듬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삶과 죽음의 한가운데를 관통해 결국 사랑을 향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우리의 마음 안에는 여전히 살아 숨쉬는 ‘어린아이’가 존재한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투명하고 맑은 슬픔에 함께 젖어드는 동시에 슬픔의 통로를 지나 천천히 사랑을 배워가는 한 아이의 삶을 따라가며 잔잔하고도 묵직한 감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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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카피를 보았다 (커버이미지)
    [문학]오카피를 보았다
    • 마리아나 레키 지음, 한미희 옮김
    • 황소자리
    • 2023-04-14

    사랑하는 프레데릭, 젤마가 세상을 떠났어요. 그녀는 당신을 많이 좋아했어요. 유일하게 좋아하지 않은 점은 시차였지요. 어쩌면 우리는 정말 서로 어울리지 않을지도 몰라요. 나쁘지 않은 거예요. 오카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합쳐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동물이거든요.슈피겔.아마존독일 장기 베스트셀러!2017 서점인이 뽑은 ‘자유로운 이가 사랑하는 책’일 년 넘게 계속되는 전문가 및 독자들의 칭찬 릴레이!!“레키의 언어는 예리한 정확성과 매혹적인 위트를 보여준다.” _프랑크푸르터 알게마니네 차이퉁2017년, 출간 직후 독일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자와 평론가들의 격찬이 쏟아지고 있는 소설 《오카피를 보았다(원제: Was man von hier aus sehen kann)》 한국어판이 나왔다. 이 소설 《오카피를 보았다》는 ‘현재 활동하는 독일 작가 중 가장 독창적이고 섬세한 이야기꾼’이라 평가받는 마리아나 레키의 세 번째 작품이다. 한 땀 한 땀 섬세한 무늬를 지닌 양탄자를 짜내듯 삶과 죽음, 아픔과 웃음, 현실과 그 너머를 그려내는 이 소설은 사려 깊은 문장과 해학 넘치는 유머로 독자를 사로잡으며 출간된 지 일 년 넘은 현재까지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 목록을 차지하고 있다. 대왕고래보다 무거운 아픔이 우리를 덮칠 때…,독일 라인강변 작은 마을 베스터발트. 주인공 루이제의 할머니 젤마가 꿈속에서 오카피를 보면 스물네 시간 안에 누군가가 죽는다. 오카피는 20세기 들어서 처음 발견된 포유동물로 종아리는 얼룩말처럼 생기고, 엉덩이는 맥, 몸통은 기린처럼 생긴 데다 노루의 눈과 쥐의 귀를 지닌 아름다운 동물이다. 루이제가 열 살 나던 해에 젤마가 세 번째로 오카피 꿈을 꾸었다. 마을 사람들은 문명인답게 처신하려 애썼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발아래 살얼음이 낀 듯, 손대는 모든 물건이 폭발물인 듯, 자신이 별안간 미쳐버리기라도 할 듯, 마을 사람들은 어쩔 줄을 몰라 허둥댔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들이닥칠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시장 부인은 미신에 기대 평안을 구했고, 오랜 세월 간직한 사랑 때문에 마음에 병이 든 노인은 그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꽁꽁 싸맸던 진실이 마지막 순간 얼굴을 내밀어 사방에 고약한 악취와 소란을 풍기는가 하면,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온몸을 떨면서 숲속을 뛰어다니는 청년도 있었다. 의사인 루이제의 아빠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당신들은 바깥세상을 좀 더 받아들여야 해요.” 늙은 안경사 역시 젤마의 꿈과 죽음은 털끝만큼도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거짓말이었다. 그 누구보다 강하게 죽음과 오카피 꿈의 연관성을 믿은 사람은 바로 안경사였으니까.숨죽이던 스물네 시간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이번에는 안전하다며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릴 즈음, 죽음은 성큼성큼 다가와 제 역할을 해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젤마가 오카피 꿈을 꾼 지 스물아홉 시간이 지난 아침, 루이제와 친구 마르틴은 지역기차를 타고 등교했다. 늘 하던 대로 둘은 양쪽 기차 문에 기댄 채 등 뒤로 지나가는 풍경 알아맞히기 놀이를 했다. “숲, 들판, 첫 번째 망루, 미친 하셀네 농장….” 기차가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는 구간이었고, 마르틴은 모든 것을 정확히 말하기 위해 긴장해야 했다. “목장, 들판.” 그리고…, 기차 문이 벌컥 열렸다. “아가야, 세상은 여전히 있단다. 한 사람을 뺀 온 세상이 여기 있지.”마르틴을 땅에 묻던 날, 충격과 슬픔에 빠진 루이제는 정신을 놓아버렸다. 그렇게 내리 사흘 밤낮을 할머니 젤마의 품에 매달려 길고 긴 잠에 빠졌던 아이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아요.” “루이제, 사랑하는 아가. 네가 잠에서 다시 깨어나기로 마음먹을 수 있다면 우리가 얼마나 기쁠지, 너는 모를 게다.” 젤마 곁에 앉아 이렇게 말하는 안경사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눈물이 그의 안경 밑에서 나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시간이 흘러 스물두 살이 된 루이제는 이웃마을 서점에서 수습과정을 밟고 있었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겠다며 바깥세상으로 떠난 아빠는 10년 넘도록 해외여행 중이었고, 엄마는 여러 해 전부터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과 사귀었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처럼 흘러갈 루이제 곁을 변함없이 지키는 이는 젤마와 안경사, 그리고 아버지의 아픔을 외면화한 늙은 개 알래스카였다. 어느 여름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개 알래스카를 찾기 위해 숲속으로 들어간 루이제 앞에 일본에서 온 불교 승려 프레데릭이 나타났다. 운명 같은 거 믿지 않았으나 마치 땅에서 솟아난 듯 모습을 드러낸 스물다섯 살 젊은 승려의 청록색 눈과 마주치는 순간, 자신의 인생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뒤집어지고 있음을 루이제는 직감했다. 이후 10년 동안 루이제와 프레데릭은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지만 9,000킬로미터의 거리와 여덟 시간의 시차만큼이나 두 사람의 사랑은 수없이 엇갈리고 미뤄진다.어딘가 이상하고 아픈 사람들, 그들이 빚어내는 기막힌 이야기!카를라 파울이 “통속적이지 않되 가장 낭만적인 연애소설”이라고 평한 이 작품 《오카피를 보았다》는 주인공 루이제가 열 살부터 서른두 살에 이르기까지 겪는 삶을 일인칭 화법으로 들려주는 성장소설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모여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완성하는 오카피처럼, 이 소설은 현실과 꿈, 이곳과 그곳, 사랑과 이별 같은 상반된 풍경들이 모여 기묘한 재미와 울림을 만들어낸다.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지닌 등장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매사 올바르게 처신하는 법을 정확하게 알지만 단 하나, 아들의 아픔에는 속수무책인 젤마. 일평생 젤마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으로 인해 마음의 병이 생긴 늙은 안경사. 서로에게서 도망치는 일이 영원의 숙제가 되어버린 루이제의 부모. 미신에 기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엘스베트. 아들 마르틴이 죽은 후 독실한 종교인으로 돌변한 팔름. 세상 어느 것 하나 맘에 들지 않는 마를리스와 버석거리는 가죽재킷 차림으로 끊임없이 심리 상담을 해주는 마쉬케 박사. 여기에 죽지 않은 채 여러 생을 사는 잡종 개 알래스카까지…. 어딘가 모자란 듯 빛나는 생명들이 만나 빚어내는 이야기는 소설의 현실성과 낭만성을 극대화한다. “가장 슬픈 순간에도 가장 좋아하는 뜨개질 스웨터를 입은 듯 포근해지는 이야기!”우리 삶은, 서로 다른 무늬와 색채를 지닌 수천 개의 조각들로 만들어진다. 때로 우리는 날카로운 조각에 손끝을 베이거나 목숨처럼 소중한 무언가를 하루아침에 잃기도 한다. 슬픔이 차올라 숨을 내쉴 수도 없을 때, 눈 감고 외면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조차 세상은 거기 있고, 시간은 냉정하게 우리 삶을 관통한다. 하지만 걱정스레 나를 지켜보는 눈빛이 있기에 용기 내어 눈을 뜨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게 아닐까. 레키의 소설 《오카피를 보았다》는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우정과 사랑, 슬픔과 위로 등 삶의 다양한 무늬와 조각들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돌아보자고 우리에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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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오후도 서점 이야기
    •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2023-04-14

    2017년 제14회 서점대상 후보작“이런 책을 만날 수 있었다니, 행운이야.”시골 마을의 작은 서점과 도시의 오래된 서점,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하는 따뜻한 감동벚꽃으로 뒤덮인 산골짜기 마을 사쿠라노마치의 작은 서점 오후도. 도시의 오래된 서점을 그만두고 오후도 서점을 찾아온 청년 잇세이. 책과 서점을 둘러싼 기적에 관한 이야기가 따뜻한 봄바람처럼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이 책은 2017년 제14회 서점대상 후보작으로, 일본 내 서점 직원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책 5위에 선정되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잇세이는 책을 훔치려던 소년을 쫓다가 그 소년이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모든 비난과 책임을 등에 지고 긴가도 서점을 그만두게 된다. 며칠 뒤 그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찾아간 오후도 서점은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유일한 서점이다. 하지만 서점 주인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처해, 대신 잇세이가 그곳을 맡아 운영하기로 한다. 그 무렵 긴가도 서점의 직원들은 잇세이가 떠나기 전 찾아낸 ‘보물’ 같은 책 『4월의 물고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등장인물들은 한 권의 책을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POP, 띠지, 포스터를 만들고, SNS를 통해 다른 서점과 소통하면서 함께 홍보하고 판매하며, 동네의 작은 서점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서가를 꾸민다. 이렇게 책과 서점을 지켜내려는 이들의 노력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지키고 싶은 무언가를 가진 이들을 격려하는 따뜻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작은 노력들이 반드시 보답해줄 것이라고, 그러니 사랑하는 일을, 행복해지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고 어깨를 다독여준다. 아마도 이 책을 덮는 순간, 오래되었지만 익숙한 동네 책방의 향기가 느껴지면서, 오랜만에 서점으로 가고 싶어질 것이다.일본 아마존 독자 리뷰★★★★★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서점에 가고 싶어졌다. 벚꽃이 피는 계절에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행복한 눈물을 자아내는 작품이었다.★★★★★ 읽고 나서 오랜만에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어야 한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 누군가 나보다 먼저 더 좋은 리뷰를 쓰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 등의 딜레마가 한꺼번에 밀려든다.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가슴을 울리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 책을 읽은 서점 직원은 모두 “이 책은 많이 팔려야해” “이 책은 내가 팔고 싶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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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온 더 컴 업
    • 앤지 토머스 지음, 경연우 옮김
    • 더봄
    • 2023-04-14

    《당신이 남긴 증오》로 YA소설 장르의 신화가 된 앤지 토머스의 힙합소설,데뷔작에 이어 또다시 화제를 일으킨 16세 소녀의 ‘쇼미더머니’도전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YA소설 장르 연속 1위!★ 파라마운트, 출간 즉시 영화 제작에 돌입!★ 2019년 올해의 주목도서_가디언앤지 토머스가 또다시 “날아올랐다.” 그녀의 데뷔작인 《THE HATE U GIVE》(당신이 남긴 증오, 2017)는 어릴 적 친구가 백인 경찰의 총에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 열여섯 살짜리 소녀 스타 카터에 대한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60번의 거절을 당했지만, 소설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필립 모리스 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하였고, 멋진 영화로 탈바꿈했다.독자들은 그동안 단박에 YA소설 장르의 신화가 된 앤지 토머스의 후속작을 목마르게 기다렸다. 그리고 10대 시절 촉망받던 청소년 래퍼였고 현재도 여전히 힙합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자신의 경험과 특유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멋진 소설이 나왔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고의 래퍼를 꿈꾸는 열여섯 살 흑인소녀 브리아나의 삶과 노력, 고민과 용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낸 ‘쇼미더머니’힙합 도전기 《ON THE COME UP》(온 더 컴 업·날아올라)으로 화려하게 돌아온 것. 이 소설은 출간 전 예약판매 단계부터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였고, 출간과 동시에 세계 30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으며, 세계적인 영화사 ‘Fox2000’과 영화 판권 계약을 마쳤다. 특히 이번 소설은 오늘날 전 세계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소리로 떠오른 ‘힙합’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환경 속에 살고 있지만 최고의 래퍼를 꿈꾸는 16세 소녀 브리아나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ON THE COME UP》은 청소년들의 꿈을 위한 투쟁과 생각, 표현의 자유와 용기를 이야기하는 의미 깊은 타이틀이다.“재능과 열정을 지닌 10대 래퍼가 편견에 맞서 도전하는 즐겁고 재미있는 삶의 분투기.” _가디언 ‘2019 올해의 주목도서’열여섯 살 고등래퍼의 ‘쇼미더머니’ 도전기!힙합에 인생을 건 16세 흑인 소녀 브리아나. 소녀의 꿈은 ‘올 타임 레전드’ 래퍼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인생 최종의 꿈이고, 당장은 오늘 밤 첫 번째 랩 배틀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브리아나가 5살 때 갱들의 총에 맞아 죽은,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아버지는 ‘로리스(lawless,무법의)’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언더그라운드의 전설적인 래퍼였다.아빠처럼 래퍼로서 부와 명성을 얻고 싶은 브리아나가 꿈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은 한둘이 아니다. 학교에서는 마약 판매책으로 억울하게 찍히고, 어머니가 실직한 이후로 생활비가 쪼들리다 못해 이제는 식료품을 살 돈조차 없다.세상의 이러한 편견과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분노를, 브리아나는 자신의 음악에 모두 쏟아 붓는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하게…… 브리아나의 ‘믹스테이프’는 입소문을 타고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로 떠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류 언론들도 브리아나를 힙합계의 떠오르는 루키로 다투어 소개하기 시작하는데…….최고의 래퍼로 ‘날아오른’ 16세 소녀의 스웨그 분투기소설 속의 주인공은 전작의 주인공과 나이가 같은 열여섯 살짜리 흑인소녀 브리아나 잭슨이다. 작품의 배경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가든 하이츠다. 하지만 브리아나가 전작의 주인공 ‘스타’의 옛 동네에 살는지는 몰라도 그들의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그녀의 삶은 일종의 분투다.래퍼였던 아빠는 그녀가 다섯 살 때 반대파 갱에게 총을 맞고 죽었다. 엄마 제이는 마약을 끊은 지 8년이 되었지만 브리는 끊임없이 엄마의 마약 중독이 재발할까봐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사랑하는 푸 이모는 마약을 팔고, 할머니는 브리아나와 그녀의 오빠, 트레이에 대한 제이의 부양 능력을 무시한다. 종종 이들 가족은 가스와 전기와 음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형편에 처한다. 그 와중에 브리의 성적은 C와 D로 곤두박질쳤다.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부담감에 그녀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절망한다.책 속의 굶주림은 현실적이다 못해 가혹하다. 랩은 문자 그대로 브리의 집에 다시 불이 들어오게 할 수 있다. 그녀 아빠의 예전 매니저, 금빛 송곳니의 부패한 악당은 백인 음반회사 경영자들에게 부를 가져다 줄 랩을 위해 깡패 역할을 하도록 그녀를 밀어붙인다. 하지만 브리는 강인한 기질과 뛰어난 재능으로 랩 무대에서 날카롭게 반격한다. “비무장이지만 위험해 / 하지만 미국, 네가 우릴 이렇게 만들었어 / 우리가 유명해질 때는 / 우리가 죽고 너희가 우리를 비난할 때 뿐.”브리에게는 재능이 있다. 가사 쓰는 재능이 있고 지식이 있고 열정이 있다. 그녀가 “백팩처럼 끈에 묶여, 난 방아쇠를 당겨. 내 엉덩이의 장전된 탄창들이 내 모습을 바꾸지.”라고 랩을 하는 것은 깡패의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지만 대중은 그걸 우쭐거림으로 인식한다. 그녀는 이내 공영주택단지 출신의 위험하고 분노에 찬 흑인 여자애라는 악명을 얻는데, 아빠의 옛 매니저에 따르면 이렇게 꾸며진 인물은 그녀에게 막대한 돈을 벌어다줄 수 있다고 한다.편견에 맞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래퍼를 만나는 행운을!이 소설의 매력은 중산층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10대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리는 가족 간의 내재된 갈등 문제, 학교에서의 편견으로 인한 부당한 대우, 푸드 뱅크에 다녀와야만 크리스마스에 굶주리지 않을 수 있는 가난에 대해 고민한다. 앤지 토머스는 브리의 입을 통해 이렇듯 매력적이지도 않고 일반적이지도 않은 불편한 진실들을 말함으로써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10대의 삶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개인적 체험이 절묘하게 어우러짐으로써 생동감이 넘치는 이 소설의 페이지마다 토머스가 선언하는 것은 브리가 자신만의 대단한 이야기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점이다. 짝퉁 팀버랜드를 신었으며,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불의에 분노할 줄 아는 이 복잡한 10대를 이해하려 애쓸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말하면 온 더 컴 업이 그럭저럭 괜찮긴 해도 재미는 없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은, 브리가 직면한 엄청난 난제들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속내는 즐거운 연애편지다. 힙합, 가족, 파파이스 프라이드치킨, KFC 비스킷, 마이클 B 조단, 괴짜 문화, 와칸다 포에버, 그리고 온갖 대중문화를 비춰 보여줌으로써 브리와 같은 아이들이 그들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브리는 종종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만큼 생각 없이 행동하지만 때론 속이 깊고 가벼운 농담 속에 촌철살인의 위트를 쏟아내는데, 콘로 스타일로 땋은 머리가 너무 꽉 조여서 머릿속의 생각들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식이다. 이 책은 또 음악과 텔레비전과 영화계에서 미국 흑인의 문화적 성취에 대한 칭송이며, 대개 자신의 삶이 이런 식으로 드러나는 걸 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선물처럼 느껴지는 언급들로 가득하다.특히 이번 신간 타이틀은 오늘날 전 세계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소리로 떠오른 ‘힙합’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는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환경 속에 살고 있지만 최고의 래퍼를 꿈꾸는 16세 소녀 브리아나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이번 소설은 청소년들의 꿈을 위한 고민과 노력, 편견에 맞서 싸우는 용기를 이야기하는 의미 깊은 타이틀이다. 그녀가 있다는 것은, 브리와 같은 소녀를 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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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여름을 이 하루에 (커버이미지)
    [문학]온 여름을 이 하루에
    •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23-04-14

    “나는 손을 들어 화성을 가리키니너는 쓸쓸히 지구를 노래하라”전설로 전해오던 레이 브래드버리의 초기 단편집, 30년 만의 복간 및 12편의 미수록작 국내 초역 “차라리 밖에서 죽는 게 낫겠어요. 거긴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이라도 날려주겠죠.” 이름 모를 병을 앓는 소녀. 그녀의 가족은 거리의 뭇사람들에게 소녀의 병을 치유할 묘약을 묻고, 지나던 노파는 혀를 차며 말한다. “멜랑콜리의 묘약이 필요해….” 온갖 제안이 검은 바다처럼 들끓고, 마지막으로 얼굴이며 옷에 검댕이 잔뜩 묻었지만 미소만은 ‘어둠 속에서 작은 언월도처럼’ 빛나는 거리의 청소부가 찾아오는데….“화성의 사막에 앉아 지구를 바라본 시인”, 설명이 필요 없는 단편의 제왕이자 20세기 SF 문학의 거장, 《화씨 451》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 국내 번역본 절판 후 전설로만 전해오던 레이 브래드버리의 초기 단편집 《멜랑콜리의 묘약》이 30년 만에 복간되었다. 당시 출간된 스무 작품 외에도, 《화성연대기》의 시작이 된 <백만 년 동안의 소풍>, 드라마 <레이 브래드버리 극장>의 화제작 <비명 지르는 여자> 등 낭만 가득한 미수록작 12편을 국내 처음으로 옮겨 실었다.나는 손을 들어 화성을 가리키니너는 쓸쓸히 지구를 노래하라“상상의 세계에서 그는 불멸이다”2012년 6월, 레이 브래드버리가 91세의 나이로 타계했을 때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백악관 명의의 추모성명을 발표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상상력이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변화하기 위한 수단이 되며 소중한 가치를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브래드버리의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세대를 격려할 것이다.”“브래드버리가 없었다면 스티븐 킹도 없었다.”는 말로 브래드버리의 적자를 자처했던 스티븐 킹은 “나는 오늘 천둥 같은 거인의 발소리가 희미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의 소설과 이야기들은 큰 울림과 기이한 아름다움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라는 추도사를 남겼다. 드라마 작가 데이먼 린델로프는 “화씨 451도, 내 심장이 재가 되어버린 온도. 당신이 그리울 겁니다, 레이.”라며 애도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나의 SF 작품 활동 대부분에서 브래드버리는 내 뮤즈였다. SF, 판타지, 상상의 세계에서 그는 불멸이다.”라는 최고의 헌사를 남기기도 했다. 같은 해 8월 NASA는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처음 화성에 내려앉은 자리를 ‘브래드버리 착륙지’로 명명하며 뭉클한 방식으로 그를 기리기도 했다. 명실상부한 단편의 제왕, 환상문학계의 음유시인, SF 문학의 위상을 주류 문학의 반열에 올린 거장, 서정적 과학소설의 개척자 등 레이 브래드버리를 향한 수사는 그의 이력만큼이나 화려하다. 장르소설 작가로는 최초로 2000년 전미도서재단 평생공로상을 받았고, 미국예술훈장, 프랑스문화훈장, 퓰리처 특별 표창상을 받는 등 수상 이력 또한 가히 전설적이다. 1989년 SF 장르에서의 업적과 공로를 기려 ‘그랜드마스터’로도 추대되며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이토록 전설의 반열에 올라 있는 그지만, 더욱 ‘인간적’인 이면의 에피소드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늘 우주여행을 꿈꾸었지만, 어린 시절 우연히 목격한 끔찍한 자동차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로 평생 운전을 하지 않았다. ‘로켓맨’이라는 용어의 창시자이면서도 비행기를 타지 않고 기차여행으로 대륙을 횡단했다. <레이 브래드버리 극장>이라는 TV 프로그램 제작으로 대중적 인기와 함께 각종 미디어 관련 상도 거머쥐었으면서 기회만 닿으면 텔레비전을 비판했다. 많은 작품 안에서 블루투스, 평면 TV, 무인자동차, 현금자동인출기, 인공지능, 전자책, 전자감시카메라 등을 예언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컴퓨터를 싫어해 늘 타자기로 글을 썼다. 고양이를 사랑해 아내 매기와 함께 LA 자택에서 많을 때는 22마리까지 고양이를 길렀으며, 특별히 사랑한 고양이는 그가 글을 쓸 때면 책상 위로 올라와 문진 노릇을 자처했다. 단 이틀 만에 소설집 두 권을 뚝딱 엮어내고 평생 600편에 가까운 단편을 쓰는 등 번득이는 천재성을 자랑하는 이면에는 신문을 팔아 생계를 꾸리면서도 꼬박 10년 동안 일주일에 사흘을 공공도서관에 가 빌린 타자기로 글을 쓰며 보낸 지난한 습작기가 존재한다. 이렇듯 레이 브래드버리는 전설적인 거장의 면모와 어딘가 허술한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갖추고, SF와 판타지, 공포물, 서정문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특유의 시적인 문장으로 벼락 치듯 쏟아지는 영감과 상상력에 충실하게 글을 누벼냈던 ‘하이브리드’ 작가다. 그러므로 그를 장르 문학 계보의 어디쯤 위치시킬 것인가 골몰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그는 레이 브래드버리요, 레이 브래드버리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렸으므로. 1959년 이 고유한 레이 브래드버리 상표를 깔끔하게 붙인 기묘하고 아름다운 선물 상자 하나가 독자들 앞에 선을 보였으니, 바로 《멜랑콜리의 묘약》이다. 화성의 쓸쓸한 여행자들<백만 년 동안의 소풍>과 <검은 얼굴, 금빛 눈동자>에 등장하는 가족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한다. 이들은 지구에서 찾지 못한 ‘논리와 상식, 훌륭한 정부, 평화, 책임감을 찾고자’ 화성까지 왔지만, 이곳엔 보랏빛 운하와 분홍색 바위, 하얀 사막, 푸른 사막,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의 흔적뿐 화성인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 후 지구에서 가져와 심은 장미꽃은 초록색으로 변해버리고 잔디는 제비꽃 색깔로 변한다. 가족의 아이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화성의 말을 하고 피부색도 눈빛도 서서히 원래 모습과 달라진다. 거기 운하의 물에 화성인들이 비쳤다. 티모시와 마이클과 로버트와 엄마와 아빠가.화성인들이 가족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출렁이는 물결 속에서 아주 오랫동안 고요하게….거울 같은 강물에서 자신과 똑같은 화성인을 발견한 지구인은 결국 화성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평화와 고요를 찾았을까? 두 작품 모두 40년대 후반에 발표된 것으로 미루어 우리는 2차 세계대전의 광풍을 목격한 브래드버리가 평화 회복을 위해 지구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젊음, 봄날 얼음처럼 덧없어라브래드버리의 소설을 읽다 보면 한없이 쓸쓸해진다. 그 근원에는 하릴없이 시간의 흐름을 견뎌야 하는 인간 됨의 쓸쓸함이 존재한다. <길 떠날 시간>의 남편은 죽을 때가 다가왔다는 대자연의 속삭임을 듣고 단출한 짐을 꾸려 집을 떠나려 한다. 미개인들처럼 재산을 모두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카누를 타고 석양을 향해 노를 저어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게 그의 목표다. <영원히 비가 내린 날>의 세 노인은 바싹 마른 사막의 호텔에서 21년을 장기투숙하며 일 년에 단 하루 봇물 터지듯 비가 내리는 날만을 기다린다. <사르사 뿌리 음료수 냄새>의 남편은 온종일 다락방에 처박혀 아름다웠던 젊은 날을 추억한다. ‘수천 날의 어제가 안치된 작은 관’이기도 한 다락방은 겨울을 나는 노인에게 젊은 날의 여름으로 시간여행을 허락한다. <석양의 바닷가>의 두 중년 남자는 아름다운 인어를 목격하는 찰나의 기적을 경험하지만,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도 늘 바닷가에 머무르며 늙어갈 운명을 예감한다. <마지막 전차 여행>의 차장 트리든 씨는 내일이면 운행이 중단될 전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과거의 흥겨운 기억을 간직한 유원지로 마지막 전차 여행을 떠난다. <보이지 않는 소년>의 노파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찰리를 아들로 삼고자 고군분투하지만, 소년은 노파의 마음에 못을 박고 떠난다.“나는 봄날 얼음처럼 덧없고 아무 힘도 없단다.”노파의 한마디는 늙음에 대해 브래드버리가 하고 싶었던 말의 전부일 것이다. <어서 와, 잘 가>의 윌리는 40년이 넘도록 열두 살 소년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사람들의 의심과 수군거림을 피해 3년에 한 번씩 거처를 옮겨야 하는 가엾은 운명에 처했다. 윌리를 떠나보내야 하는 양어머니의 입을 빌려 브래드버리는 젊음을 향해 이렇게 묻는다. “나는 매일 학교가 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좋더라. 누가 학교 정문 밖으로 꽃다발을 던지는 것 같아. 어떤 느낌이니, 윌리? 영원히 젊다는 건 어떤 느낌이야? 화폐 주조소에서 갓 찍어낸 반짝거리는 은화처럼 보이는 건 어떤 기분이니? 행복하니?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괜찮은 거니?”브래드버리의 젊음은 늙음의 대척점이 아니라 늙음의 전신이고, 젊음은 늙음의 운명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봄날 얼음처럼 덧없는 것은 어쩌면 늙음이 아니라 젊음일지도. 사랑과 미소라는 묘약표제작 <멜랑콜리의 묘약>의 소녀는 이름 모를 병을 앓는다. 가족은 거리의 뭇사람들에게 소녀의 병을 치유할 묘약을 묻는다. 온갖 제안이 쏟아지고 맨 마지막에 거리의 청소부가 찾아온다. 얼굴이며 옷에 검댕이 잔뜩 묻었지만 미소만은 ‘햇살처럼 따사롭게’ 또 ‘어둠 속에서 작은 언월도처럼’ 반짝인다. 자정이 지나 런던이 잠들고 달이 뜬 시간에 류트를 연주하며 찾아온 음유시인도 청소부와 똑같이 ‘미소를 지으면 상아같이 하얀 이가’ 드러난다. <멋진 바닐라 아이스크림색 양복>의 가난한 멕시코계 미국인 청년 여섯 명은 돈을 모아 멋진 여름 양복을 한 벌 사서 번갈아 입기로 한다. 초라했던 청년들은 그 양복만 입으면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기적을 경험한다. 주인공 마르티네즈는 그 양복을 입고 평소 마음에 두었던 아름다운 아가씨와 눈이 마주친다. 조심스럽게 데이트 신청을 하면서 다음 양복을 입을 차례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마르티네즈에게 아가씨는 이렇게 대답한다.“처음에는 양복이 눈에 띄었어요. 그래요. 저 아래 어두운 밤을 새하얀 색이 가득 채웠죠. 그렇지만 당신 치아가 훨씬 더 하얗게 보여서 양복은 까맣게 잊고 말았답니다. (…) 다시 말하지만, 당신은 그 양복을 입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아예 <미소>라는 제목의 이야기도 있다. 전쟁으로 모든 게 무너진 세상에서 문명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문명시대의 예술작품을 향해 돌을 던지고 침을 뱉는다. 주인공 소년은 난장판 속에서 겨우 그림 한 조각을 구해낸다. 소년이 손에 꼭 쥔 캔버스 조각에는 사랑스럽고 다정하고 따뜻한 미소가 그려져 있다. 디스토피아의 세계에서 가난한 소년에게 한 줌의 위안을 안겨준 그 미소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해 보시길. 이렇듯 브래드버리는 미소의 힘을 믿는다. 이름 모를 병을 앓는 소녀에게도, 초라한 청춘에게도, 전쟁으로 무너진 폐허의 세계에도, 미소와 사랑이 묘약이다.감각은 비처럼 쏟아지고<온 여름을 이 하루에>는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금성이 배경이다. 오늘은 7년 만에 태양이 딱 한 시간 고개를 내미는 날. 금성에서 태어나 태양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꿈속에서 황금색이나 노란색 크레파스 혹은 커다란 금화를 떠올리고 온몸을 벌겋게 달아오르게 하는 태양의 온도까지 기억한다고 믿지만 단조로운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면 간밤의 꿈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 아름다운 단편에서 브래드버리는 비 내리는 금성과 딱 한 시간 고개를 내민 붉은 태양과 7년 만에 햇빛을 받아 술렁이는 금성의 숲을 묘사하기 위해 온갖 감각적 이미지를 끌어온다. 오늘 아침 아내는 싸늘하게 식은 우유 같았다. - <결혼생활을 고쳐 드립니다> 오전 6시, 지구 로켓이 가져다주는 아침신문은 갓 구운 토스트처럼 따뜻했다. - <검은 얼굴, 금빛 눈동자>서랍장 거울에 6월의 민들레와 7월의 사과와 따뜻한 여름 아침의 우유로 빚어진 얼굴이 보였다. - <어서 와, 잘 가>이렇듯 브래드버리의 문장은 눈만이 아닌 오감으로 읽는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감각이 비처럼 쏟아진다. 감각적 묘사의 압권은 행간을 화폭 삼아 피카소의 그림을 화려하게 펼쳐 보인 <어느 잔잔한 날에>와 바닷가에 떠내려온 인어의 모습을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세밀화로 그려낸 <철 지난 바닷가>일 것이다. 언어의 붓으로 그려낸 환상적인 그림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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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 (커버이미지)
    [문학]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
    • 사무엘 비외르크 지음, 이은정 옮김
    • 황소자리
    • 2023-04-14

    전 세계 33개국 출간프랑스 ‘Le Prix des Nouvelles Voix du Polar Pocket 2016’ 수상! 네덜란드 ‘Dutch Hebban Award 2016’ 수상!원시적이고 충격적이며 심리적인…!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의 미덕을 모두 갖춘 위대한 소설이다. -Il Giallista(이탈리아)그가 돌아왔다. 첫 소설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가 세계 32개 언어로 소개되고 13개국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1세기 크라임의 새로운 왕자로 떠오른 사무엘 비외르크. 이 책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는 ‘미아&뭉크 시리즈’ 두 번째 소설이다. 특유의 어긋나는 시선과 불안한 가독성이 맞물려 예측불허 미궁으로 독자를 밀어넣는 이 작품은, 모든 면에서 전작의 영광을 뛰어넘는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현재 33개국에 판권이 팔린 상태다.겨울이 다가오는 노르웨이의 숲. 알몸으로 죽은 열일곱 살 소녀가 발견되었다. 별 모양으로 밝힌 촛불 안에 목 졸린 채 누운 카밀라 그린. 양 팔은 특이한 각도로 비틀리고 겁에 질린 두 눈은 크게 뜬 채, 입에는 백합꽃을 물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은 온통 새의 깃털로 가득했다.“응, 죽음의 새!올빼미 깃털을 붙이고 주문을 걸면 죽은 사람이 돌아온대.”이 기이한 사건은 또다시 특별수사팀을 이끄는 뭉크의 몫으로 떨어졌다. 사건현장에 도착한 순간 뭉크는 자신이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다. 미아를 복귀시켜야 한다. 6개월 전, 그는 죽기 위해 먼 섬에 스스로를 유폐시킨 미아를 끌어냈고 뭉크의 바람대로 마아는 자기 안의 어둠과 대결하며 여아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했다. 하지만 경찰청장 미켈손은 여전히 의구심을 품었다. 미아에게 정신과 치료를 요구하며 현장에서 배제시켰다. “당신의 직업이 당신을 병들게 해요.” 정신과 의사 마티아스 왕은 얼음보다 차갑게 진단했고, 어떻게든 살아보려던 미아는 또다시 무너졌다. 인간 본성에 대한 통렬한 이해…, 크라임의 진정한 거장이다. - Mitt Fyn, 5/5(덴마크)미아는 팀에 합류하지만, 피폐해진 정신과 자가 증식한 절망감은 아무 때나 그녀를 공격한다. 그 사이 스컹크라는 닉네임을 가진 신비한 해커가 찾아낸 동영상이 수사팀에 전달된다. 영상 속에서 생전의 카밀라 그린은 감금된 채 커다란 쳇바퀴를 돌려 얻은 동물 사료로 연명했다. 그녀 뒤편 벽에 쓰인 글씨가 보였다. ‘선택받은 자.’ 여기에 흐릿한 그림자로 드러난 깃털 달린 생명체. 수많은 증거와 자료에도 불구하고 수사는 공회전을 거듭할 뿐이다. 치밀하게 연출된 살인현장은 어떤 말을 하는 걸까? 겹겹의 암호와 상징을 지표 삼아 미아는 악마가 된 천사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을까? 숨 가쁘게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상실과 갈망이 쌓여 지옥천지로 변하는 원리, 선과 악이 혈투를 벌이는 우리 내면의 위태로운 풍경을 특유의 간결하고 슬픔 어린 문장으로 포착해낸다. 냉정하고, 오싹하고, 가슴 미어지는 작품을 단숨에 읽고 난 독자라면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또 그리워지겠지. 더는 아프지 않은 미아와 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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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방 (커버이미지)
    [문학]완벽한 방
    • 박일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04-14

    “이 방에 있는 카메라는 정확히 다섯 대입니다.”작가 박일우가 첫 소설집 《완벽한 방》을 출간한다. 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창작을 전공했으나 소설 쓰기보다는 연구자로, 교육자로 살아왔던 그에게, 다시 원고지 앞으로 돌아와 소설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했던 순간’ 중 하나이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소설을 쓰겠다고 첫 마음을 먹었던, 한없이 가벼웠던 스무 살의 어느 날도, 그런 순간 중에 하나다. 그날의 선택 이후 나는 늘 빚을 진 기분으로 살아왔다. 그렇게 삼십 년이 훌쩍 흘렀다. 마흔을 넘어서까지 문단의 근처만 어슬렁거리다 간신히 말단에 자리를 잡고 받은,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는 낙인은 번잡한 세상으로부터 나를 막아 주기도 했고, 마음을 초라하게 만들어 고립시키기도 했다”라고.‘예민한 루저’들에 대한 이야기《완벽한 방》은 박일우 작가가 ‘다시 소설 쓰기’를 마주면서 오래전 묻어두었던 단편 일곱 편을 꺼내어 묶은 첫 소설집으로, 청춘에서 중년, 노년으로 흘러가는 삶의 흔적과 기억들이 방, 집, 산장, 유치원, 작업실 같은 공간을 통해 재구성되고 있다. 공간의 기억을 재구축하는 인물들을 두고 단국대 최수웅 교수는 ‘예민한 루저’들에 대한 이야기로 규정한다. 박일우 소설의 주인공들은 이미 어른이지만, 정서적으로는 아직 아이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몸은 늙었으나 ‘여전히 세상은 두렵고, 살아가는 일은 버거’운 미성숙의 상태, ‘덩그러니 혼자 버려진 채 진흙탕을 헤쳐 나가야 하는 상태’ 말이다. 회사원은 “발가락 사이사이에서 쩍쩍 소리를 내며 얼음판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고시원 생활자는 “빛도 안 드는 음습한 방”에서 “유폐의 시간”을 견디며(), 떠나간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는 사내는 “한없이 처량하고 쓸쓸해” 보이는 동네로 찾아와 폐업한 유치원 교실에 기거한다(). 영국에서 유학했던 남자는 귀국 후 자리를 잡지 못했고(), 가수는 “어느 순간부터 곡을 쓰고도 열기가 부풀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는” 증세를 토로하며(), 남편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하는 여자는 “내 의지를, 매번, 너무 쉽게, 단번에 무너”트리는 몸을 감내하며 홀로 시간을 견디고(), 젊은 시절 세상을 바꾸려 했던 사내는 변화에서 밀려나 찾아오지 않는 옛 동료를 기다리고만 있다(). - 해설 중에서치욕을 견디며 역전의 기회를 노리거나, 아니면 포기하고 패배자로 게임을 끝내거나. 이러한 인물들은 자기 ‘분열’ 상태를 통해 세상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인물의 분열을 활용한 창작방법은 소설집에 실린 일곱 작품에서 두루 확인된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시점을 혼용하고, 시간 순서를 헝클며, 서사 주체를 복수로 내세우면서 독자의 이해를 지연시킨다. 이는 방해가 아니라 간청에 가깝다. 익숙한 방식으로 손쉽게 판단하지 말고, 각 인물이 전달하는 사연에 더 주목하라는 의도다. 지연이 무의식적 분열을 통해 드러난다면, 주목은 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결합을 통해서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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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이 된 남자 1 - 드라마 원작 소설 (커버이미지)
    [문학]왕이 된 남자 1 - 드라마 원작 소설
    • 김선덕 지음
    • 북라이프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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