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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여자 (커버이미지)
    [문학]세 여자
    • 드로 미샤니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23-04-14

    국내 처음 소개되는 이스라엘 최고 범죄 소설 작가, 드로 미샤니추리 소설이라는 장르 전체를 와해시킨 새로운 심리 서스펜스에미상 후보에 오른 프로듀서와 영화 및 TV 판권 계약! 세 명의 여자와 한 남자, 새로운 공포와 낯선 형식의 심리 스릴러일반적인 범죄 소설의 틀을 깨버린 강렬한 이야기이혼 후 홀로 아들을 돌보느라 정신적,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며 새로운 관계를 찾고 있는 오르나. 외국인 이주 노동자 신분으로 요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46세 미혼의 라트비아 출신 에밀리아. 그리고 『세 여자』에서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남편과의 사이에 세 아이를 둔 30대 대학원생 엘라. 서로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이 세 여자가 하나의 비밀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 모두가 같은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의 이름은 길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여인들 또한 그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고요한 긴장감 속에서 소름 돋는 반전으로 충격이 배가 되는 이 소설은 새로운 형태의 대담한 심리 스릴러극이자, 죽음과 폭력을 다루는 범죄 소설의 일반화에 대한 선전 포고다. 독자는 서서히 그러나 명확하게, 세 여자가 맞닥뜨리는 위험을 예상치 못했던 끔찍한 방식으로 목격하게 될 것이다. 내막에 드리워진 덫을 간과한 채. 추리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추리 소설의 구조상 폭력과 죽음의 충격을 덜 맞닥뜨리도록 보호받죠. 책을 펼치면 15페이지나 20페이지쯤 시체가 발견되고 그러면서 충격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지요. 는 뭔가 달라야 했어요. 이 책은 독자들을 기습적으로 놀라게 해야 했죠. 그러려면 전형적인 구조를 뒤집을 필요가 있었어요. 범행이 이루어질 것인지 말 것인지 불분명한 범죄 소설을 쓰거나, 형사가 등장한 것인지 아닌지 독자들이 명확히 알 수 없는 추리 소설을 써야 했죠. - 저자 서문 중에서이스라엘에서 13주 이상 연속 베스트셀러 1위! 독일 《슈피겔》 선정 베스트셀러 탑 10!에미상 후보에 오른 프로듀서와 영화 및 TV 판권 계약! “섬세하게 얽힌 퍼즐 속 미스터리, 진정한 공포의 장면…… 그러나 황홀한 텔아비브 거리 묘사와 예상을 뛰어넘는 플롯과 주인공들의 서사를 따라가는 예리한 통찰력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충격을 맛보게 한다.” 《뉴욕 타임스》“미샤니는 팽팽한 긴장과 반전 가득한 작품 속에서 심리적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다.” 《퍼블리셔스 위클리》“이 책의 핵심 반전은 소설의 내용과 플롯뿐만 아니라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 전체를 와해시켰다는 데 있다.”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이스라엘 신문)“세련된 문학적 ‘장치’…… 셰익스피어 희곡 작품에 견줄 만한 는 아모스 오즈의 이 그랬던 것처럼 이스라엘 소설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아레츠》(이스라엘 신문)“미묘하게 서술된, 감동적인 소설.”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독일 신문) 세 여자의 내밀한 이야기와 세 가지 죽음의 빛깔 현대인의 어두운 자아를 묘사한 회색 빛 심리 스릴러소설의 중심에는 세 명의 여자가 있다. 오르나는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 입은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간다. 또 다른 여자 에밀리아는 라트비아인으로 직업소개소를 통해 이스라엘에 와서 간병인으로 일하다가 그녀가 돌보는 노인이 죽자 이후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방황한다. 마지막으로 엘라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가부장적인 남편의 아내로서 결혼생활에 치여 살며 뒤늦게 대학원에 들어가 연구 논문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한가운데 낯선 남자 길이 연결되어 있다. 오르나는 이혼한 싱글들을 위한 데이트 사이트에서 채팅으로 길을 만난다. 그녀는 길의 느긋한 성격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그녀에게 압력을 가하지도 않고, 전화 통화도 짧다. 만남을 이어가는 이유조차 알 수 없음에도 오르나는 계속 길을 만나고, 데이트를 하면서 더 친밀한 관계를 제안하는 쪽은 오히려 그녀다. 불륜을 꺼려하는 것처럼 보이는 길에 대해,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끝이 난 그들 관계의 결말에 대해 묘한 의구심은 지속된다. 오르나는 참고 기다려주는 길의 성격에 놀라워했다. 처음에는 그가 다른 여자들과 데이트를 자주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두 번째 데이트 후 길은 오르나와의 만남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가 온라인 프로필을 정지하거나 삭제하진 않았지만, 오르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를 염탐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싫었고, 또 그래야 그녀가 특별한 목적 없이 뭔가 놓친 것이라도 있는 듯이 새 프로필을 훑어보면서 여전히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p. 32)에밀리아는 간병을 하던 나훔이 사망하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나훔의 아내 에스더와 그 자녀들은 에밀리아가 새로운 일을 찾을 때까지 그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해준다. 시간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만 당국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에스더는 에밀리아에게 변호사인 아들 길과 이야기해볼 것을 제안한다. 에밀리아가 이스라엘에서 추방되지 않도록 길이 분명 도와줄 것이라면서. 마침내 길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에밀리아에게 그가 혼자 지내는 아파트를 청소해 달라 요청하고 그녀는 동의한다. 전일제 간병 일을 하면서 딱 하루 쉬는 날 에밀리아는 자기 삶의 영적인 의미를 찾기 위해 성당에 간다. 그녀는 라트비아로 돌아가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지만, 어째서 자신이 길의 마법에 걸려들었는지는 자문하지 못한다. 사실 길 부부는 오래전부터 이혼에 합의했지만 나훔의 병과 죽음 때문에 이혼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혼을 미루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당신이 결혼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안 했다 해도 이해할 거라고 믿어요.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어요.” 길은 집 근처에 아파트를 빌렸는데 일주일에 며칠씩 두 집을 오가며 생활하게 될 딸들과 자신이 쓸 수 있도록 집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이 아파트를 청소하고 정리해줄 사람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아느냐고 물었을 때 에밀리아는 자신이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섰다. 에밀리아는 길이 원하는 바가 그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길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p. 173)길이 세 번째 여자인 엘라를 만나는 곳은 그녀가 연구 논문 작성을 위해 매일 들르는 카페에서다. 첫 번째 여자 오르나와의 경우와 달리 두 사람 사이에 먼저 관계를 시작하려는 사람은 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점심을 먹자고 요구하거나 집착하듯이 함께 여행을 가자고도 제안한다. 엘라는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는 남편을 속인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 그렇지만 엘라는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남자와 함께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러한 호기심으로 그녀는 과연 길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결말은?엘라는 아무 설명도 없이 며칠 동안 다른 나라로 그냥 훌쩍 떠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해요. 길이 이유를 묻자 엘라는 주말 내내 도와줄 사람도 없이 남편에게 딸들을 맡겨놓고 떠날 수는 없다고 말해요. “시어머니는 도움이 안 되고, 친정 부모님은 돌아가셨어요. 게다가 남편한테 무슨 이유를 대면서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냥 쉬거나 기분 전환하러 혼자서 다녀오겠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건 나답지 않은 행동이고 남편도 그걸 알아요. 친구와 함께 간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설사 당신과 함께 갈 용기가 있다 해도, 친구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 나를 위해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리고 발각될까봐 너무 무서워요.” (p. 265)세 여자의 삶의 모습은 세 가지 빛깔의 다른 이야기 줄기로 전개된다. 세 여자의 내밀한 이야기에서 점화된 복선은 서서히 끓어오르다가 마침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며 한 순간 폭발한다. 전형적인 범죄 소설의 빠른 전개 속도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세 여자』의 정적인 흐름이 의도적이라는 사실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그에 대한 보상은 준비되어 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반전의 결말이 우리 목덜미를 빳빳하게 할 즈음 독자는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처음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우리는 되짚어 나갈 수 없는 미로 속에 빠진 것이다. 책 속 문장 한 글자 한 글자를 밟아 나갈 때마다 오싹한 공포가 스며든다. 천재 작가라 불러도 무방할 드로 미샤니의 작품들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번역되었을 뿐 아니라 영화와 TV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이스라엘을 비롯한 전 세계 독자들에게는 이미 친숙하다. 그의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신작 『세 여자』는 이스라엘인의 삶을 현실감 있게 묘사한 독립된 소설이자 전혀 새로운 형식의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이다. 온라인 데이트, 외국인 간병인, 간음 관계의 유혹 등의 이야기들이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가운데 더욱 낯설고 긴장감 넘치는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남녀의 어긋난 만남과 변질된 욕망이 빚은 새로운 공포와 낯선 형식의 심리 스릴러『세 여자』는 흥미를 유발하는 단순한 스토리의 범죄 소설로 읽히기 보다는 단절된 인간관계의 삭막함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첫 번째 여자인 오르나는 별 생각 없이 시작한 데이트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환되며 엄습하는 공포와 끔찍한 충격을 드러낸다. 이혼 후 그녀가 가장 고통스러워한 것은 전남편과 아들 사이 의사소통의 부재였다. 오르나는 심약한 어린 아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텔아비브의 해변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아들에게 호화로운 생일 파티를 열어주기도 한다. 새로운 남자와 다시 데이트를 시작하라는 심리 치료사의 제안에 동의는 하지만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이혼자를 위한 사이트에서 그저 단조로운 사람을 선택한다. 말도 별로 없고 특별한 요구도 하지 않는 부드러운 성정의 변호사 길에 대해 오르나는 그다지 흥분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는 기껏해야 탈출의 원천일 뿐이었다. 다만 길이 숨긴 비밀을 알게 되기 전까지. 독특한 범죄 소설인 미샤니의 스릴 넘치는 텍스트는 아무도 완전히 안전할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가 된다. 하지만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묘한 여운이 남게 되는데 이것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아니 제대로 진한 여운을 맛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소설을 읽어나가야 하는 새로운 독서 경험을 해야 한다. 『세 여자』에서는 범행이 소설 초반에 등장하지 않고 각 부의 끝에서 이루어진다. 범죄 소설이 아니라 일반 소설을 읽고 있는 줄 방심한 순간 갑자기 범행이 일어난다. 예상하지 못했던 범행이라 1부에서는 살인의 충격이 강하다. 1부에서의 학습 탓에 2부에서는 살인에 대한 예상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충격은 완화된다. 3부에서는 살인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지점에서 피해자에 대한 동정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살인 대신 대반전이 일어난다. 이 대반전의 충격은 1부에서 느낀 살인의 충격보다 더 강하다. 『세 여자』의 또 다른 파격은 살인 사건을 해결할 탐정이나 형사가 소설 후반까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가 사건을 해결할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인물이 대반전을 이루며 등장한다. 피해자가 사건의 해결자 역할을 하는 추리 소설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 옮긴이의 말 중에서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속에 등장하는 국내차 브랜드 작품 속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된 차종은?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자 이스라엘과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세 여자』이야기에서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된 것은 평소 범인이 타고 다녔던 차였다. 성공한 변호사의 탄탄한 이미지에 온유한 성격, 빈틈없는 일처리 등 완벽하게만 보이는 그가 소유한 차 역시 매력적으로 비쳐진다. 그런데?흥미로운 사실은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 차가 바로 국내 자동차 기업의 모 브랜드라는 것이다. 과연 어떤 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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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개의 보따리 (커버이미지)
    [문학]세개의 보따리
    • 이종식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04-14

    청아한 가을날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핑 도는 건, 코발트빛 하늘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크리스탈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햇살 때문인 것 같기도 해서 모든 아름다운 것에 깃들어 사는 ‘슬픔’이려니 여겼었다.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세상을 오고 가지만, 그들 중 나를 비롯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없어도 괜찮은 잉여 존재로 살다 간다는 걸 깨닫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어쩌면 삶을 어지간히는 다 살아내고 있다 싶은 이 나이가 되어서야, 그걸 깨닫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고 어이없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존재의 다른 의미는 혹시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일이, 세상을 향한 일종의 속죄의식처럼 여겨지는 요즘이어서 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꿈꾸는 아이 *꿈꾸는 아이가 있었습니다.어린 날, 텅 빈 들길을 걷고 있노라면어디선가 나타난 요정의 질문을 받곤 했습니다.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사랑이 절대인 사람...?사랑은 없어도 부나 명예, 아니면 권력의 사람?요정은 양자택일을 원했지만,그 아인 그렇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그래서 그 아인 자신만을 위한답안을 만들었습니다.절대적인 사랑은 아니어도따뜻한 사람이길!부자는 아니어도가난하진 않고 싶고,권력은 없어도 비굴하지 않고겸손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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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뇌 (커버이미지)
    [문학]세뇌
    • 로빈 쿡 지음, 진웅기 옮김
    • 오늘
    • 2023-04-14

    자신의 아기가 기형아라는 판정을 받고 아내의 임신중절 수술을 앞둔 예비의사 아담은, 자신들의 태아가 기형이 아니라는 생각에 의문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병원과 피 말리는 전쟁에 돌입하는 건 병원과 제약회사와의 모종의 거래와 여기에 얽힌 엄청난 음모가 있음을 알고부터다. 파헤칠수록 기괴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상상초월의 세뇌 현장, 의사들은 하나둘 무너져간다. 목숨을 걸고 적진을 향해 뛰어든 아담은 과연 어떤 결과를 얻을 것인가. 태아까지 이용하는 의료계의 실태, 세뇌된 의사들에게 환자는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천국 같은 병원으로 알려진 줄리언 클리닉, 그곳은 비밀리에 환자들의 정신을 파괴하고 죽음의 제물이 되게 한다. 장래가 촉망되는 아담 숀 버그, 그는 당장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거대한 제약회사 아롤렌에 입사한다. 그의 아내 제니퍼는 임산부로서 줄리언 클리닉에서 최상의 도움을 받기 원하는데, 이곳이 아롤렌에 의해 운영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아담은 아내가 줄리언 클리닉에 의해 저질러지는 무서운 범죄, 일련의 엄청난 커넥션에 얽힌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병원의 음모와 횡포는 과연 어디까지인가!의사의 그릇된 양심과 맞서 싸우는 한 초보 의사의 치열한 사투병원 의료사고의 여러 형태를 그동안 우리는 많이 보고 들어왔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단순히 의사의 실수였겠구나 생각하고 지나치곤 했다. 그러나 만일 의사의 단순한 착오나 실수가 아닌 어떤 모종의 각본에 의한 것이라면, 아니 계획적으로 수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거대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면 어떻겠는가. 로빈 쿡은 의사이자 작가로서 있을 수 있는, 아니 충분히 현재 자행되고도 남는 일에 천착해 글을 쓰고 있다.“제약회사가 영리 제일주의로 나간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자기 회사 제품을 선전하기 위해 쏟아 붓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연간 몇십 억 달러)을 봐도 뻔한 일이다. 그 선전은 유감스럽게도 먹이가 되기 쉬운 의사를 향해 먼저 전개된다. 제약회사로부터 약간의 선물이나 서비스를 받지 않은 의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나 자신도 의과대학 3학년 때 제약회사로부터 가방을 받은 일이 있고, 제약회사 주체의 심포지엄에 몇 번인가 참석한 일이 있었다.”라고 그는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태아를 감별하고 기형아를 구별해내는 일에까지 검은 마수의 손길이 뻗쳐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의료사고야 가끔 일어날 수도 있지만, 태아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며 의사들을 집단 세뇌시켜 환자를 피폐하게 만들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을 자행하리라고 그 누가 의심을 한단 말인가. 거대한 제약회사가 의사들을 세뇌시켜 자신의 제약회사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의사들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여 화려한 선상세미나를 통해 그들을 유혹하는데……. 마약 성분의 마취제와 더 나아가 시술을 통해 기계적인 세뇌까지 감행하는 비인간적인 일까지 서슴지 않는 그들, 그들은 병원으로 돌아와 세뇌된 두뇌로 진료를 한다. 기업과 병원, 병원과 의사, 의사와 환자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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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렌디피티의 왕자들 (커버이미지)
    [문학]세렌디피티의 왕자들
    • 김대웅 옮김, 아미르 후스로 델라비 원작
    • 책이있는마을
    • 2023-04-14

    BTS의 컴백 트레일러 ‘세렌디피티’의 어원 이야기‘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의도적으로 연구하지 않았는데도 훌륭한 결과를 발견해내는 능력’ 또는 기대하지 않았던 우연한 발견이나 행운 정도의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특히 과학 연구의 분야에서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 실험 도중에 실패해서 얻은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을 가리킬 때 많이 쓰인다. 형용사형은 serendipitous이며, ‘뜻밖의 행운을 발견하는 사람’은 serendipper라고 한다.그런데 왜 ‘세렌디피티’가 그런 뜻일까?18세기 영국의 문필가인 호러스 월폴(Horace Walpole)은 어렸을 때 《세렌딥의 세 왕자의 여행과 모험》을 읽고, 그 책에 나오는 왕자들이 미처 몰랐던 것들을 항상 우연과 지혜로 발견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그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세렌딥의 왕자들의 활약상에 착안하여 ‘우연한 뜻밖의 발견’을 뜻하는 ‘세렌디피티’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전했다.푸른곰팡이와 삼색고양이도 세렌디피티‘세린디피티’라는 말은 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사용되었다. 연구 중의 실수가 역사적인 대발견으로 이어지는 일이 간혹 있는데, 그것을 ‘세렌디피티’라고 표현한 것이다. 초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독일의 뢴트겐이 발견한 엑스레이(X-ray)와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푸른곰팡이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1895년 11월 8일 저녁, 뢴트겐은 암실에서 우연히 이 선(線, ray)을 발견했는데, 수학에서 모르는 양을 흔히 X로 표시하듯 빌헬름 뢴트겐은 이 빛을 X선이라고 이름 붙였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1928년 배양실험을 하는 도중에 실수로 잡균인 푸른곰팡이를 혼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은 후에 항생물질인 페니실린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애초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비아그라도 실험 참가자들이 남은 약을 반납하지 않아 그 이유를 알아보니,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밖에도 이런 실수들은 전자레인지나 3M사의 포스트잇 메모지 같은 상품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BTS 지민이 불러 화제가 된 ‘세렌디피티’도 그런 맥락에서 만든 노래가 아닐까? 우연히 발견한 푸른곰팡이와 더욱 엄청난 우연으로 태어난 희귀종 삼색고양이처럼 그녀를 만난 것은 엄청난 행운이고 발견일 터이니까 말이다.문학작품에도 영감을 준 세렌디피티‘세렌데피티’의 어원인 세렌딥(Serendip)은 실론(Ceylon)의 페르시아식 지명이다. 실론은 1978년 헌법을 통해 스리랑카 민주사회주의공화국으로 바뀌었으며, 지금도 스리랑카(Sri Lanka; ‘사자의 나라’라는 뜻)로 불린다. 이 책은 바로 세렌딥의 왕자들이 여행하면서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구성은 단순하지만 왕자들의 활약상을 보면 그들의 생각이 매우 창의적이고 신선하다.어느 날 세렌딥의 왕 지아페르(Giaffer)는 세 왕자에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중요한 보물을 찾아오라고 명했다. 그리하여 여행길에 오른 세 왕자는 자신들이 원하던 것은 얻을 수 없었지만, 뜻밖의 사건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자신들의 마음속에서 찾아낸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원래 페르시아의 시인 아미르 후스로 델라비(Amir Khusrow Dellavi)의 민담집 《8개의 천국Hacht Bééht, Les huit Paradis》(1302)에 나오는 이야기로, 유럽에서 큰 인기를 누려 볼테르의 《자디그 또는 운명의 책Zadig, or The Book of Fate》과 다윈주의자인 토머스 헉슬리의 《자디그의 방법The method of Zadig》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소설 《모르그가의 살인자들The Murders in the Rue Morgue》 등에 영향을 주었다. 또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에서 이를 자주 인용했으며, 언어에 관한 책 《세렌디피티즈》를 쓰기도 했다. 이번 책이있는마을에서 펴낸 《세렌디피티의 왕자들》은 1722년 《Travels and Adventures of Three Princes of Serendip》이라는 제목의 영문판을 텍스트로 하였다.역사는 타이밍과 인맥 환경과 세렌디피티가 어우러져 만들어진다미국의 역사학자 돈 리트너(Don Rittner)는 “역사는 타이밍과 인맥 환경과 세렌디피티가 어우러져 만들어진다.”라고 했다. 그러니 푸른곰팡이를 발견한 것도, 너무도 희귀한 삼색고양이가 태어난 것도, 엑스레이를 발견한 것도 단순히 우연만은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 주변의 사람과 환경도 꽤 많이 작용했을 터이다. 그러나 ‘세렌디피티’는 생각의 폭이 좁은 사람, 즉 하나의 목표 외에 다른 것은 배제하고 마음을 하나에만 집중하는 사람에게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전혀 상관이 없고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까지도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그 속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눈여겨볼 마음가짐을 지닌다면 독자들도 우연한 발견의 행운, 다름 아닌 ‘세렌디피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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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 (커버이미지)
    [문학]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
    • 악셀 하케 지음, 미하엘 조바 그림, 전동열 옮김
    • 미다스북스
    • 2023-04-14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이 선물하는 거대한 가능성의 세계“게임 하나 할까? 함께 뭔가 상상해 보는 건 어떤가?”『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은 아이들이 그냥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는 동화이자, 청소년을 위한 온갖 철학적 역설이고 동시에 어른을 위한 환상이기도 하다. 모두를 위한 이 동화는 독일 뮌헨의 회사원 ‘나’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 ‘12월 2세’를 만나며 펼쳐진다. 나이가 들수록 작아져 이제는 손가락만 한 임금님은 자신보다 훨씬 큰 ‘나’에게 말한다. “난 자네들도 다 큰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 자네들은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매일 몇 가지씩 빼앗기는 거란 말일세.”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가능성들은 어떤가? 오늘날 청소년들은 정답을 확인하는 데에 급급해 더 이상 상상하지도, 질문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학원과 과외에 치여 생각할 시간조차 잃어버리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자라 ‘어른’이 된 수많은 소년소녀들의 현재는 말할 것도 없다. 모두들 상상력과 수많은 가능성들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은 닫힌 생각과 좁은 시야를 가진 채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아이들과 청소년들, 그리고 ‘어른’들에게까지 질문을 던진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상상하고 꿈꾸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과 함께 깊이 생각하며 또한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가능성을 지킬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안의 신세계를 발견하는 행복한 경험일 것이다. 가벼운 유머와 깊이 있는 지혜로 가득 찬 문장환상적인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그림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가능성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1. 이 책은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 악셀 하케가 쓴 동화이다. 이 동화는 아이들은 물론 청소년과 어른이 같이 읽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웃음과 깊이 있는 생각을 선물하고, 청소년들에게는 인생과 삶에 대한 성찰을 주는 지침서, 어른들에게는 꼭꼭 씹어 천천히 소화해낼 철학서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은 자신을 주머니에 쏙 넣을 만큼 커다란 나에게 말한다. - 나는 자네들이 점점 커진다는 말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저 그렇게 보일 뿐이야.그러면서 인간들이 태어날 때 오히려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러나 몸이 커지면서 점점 그것을 잃어버린다고. 그것은 가능성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의 말 그대로, 우리에게 삶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자라가는 동안 가능성을 확장하고 꿈을 향해 내닫는 개척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죽어가는 가능성 속에 꿈을 잃는 희망의 축소 과정인 것이다. 어쩌면 가능성을 놓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다. 2. 이틀마다 바뀌었던 꿈들과, 무엇이 되고 싶냐 물으면 날이 새도록 말할 수 있었던 가능성들은 이제 없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도 장래희망에 대한 질문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게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우리 안에 있었던 그 영롱한 가능성과 수많은 꿈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3. ‘나’에게 가능성과 꿈을 선물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은 ‘나’의 가능성 혹은 꿈이나 다름없다. 어느 날 벽과 책장 틈새에서 튀어나온 임금님은 매일 현실과 씨름하며 살아온 ‘나’의 눈앞에 갑자기 등장해 쉴 새 없이 엉뚱한 질문들을 한다. 마치 이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타나 전혀 위화감 없이 ‘나’와 어울리기 시작한다. - 점점 커져가는 게 자넨 좋다고 생각하나?- 이보게, 별을 보고 있으면 자넨 어떤 기분이 드는가?- 왜 눈을 감고 세상의 모습을 스스로 생각해 내려고 하지 않는 건가? 이런 질문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으로 상징된 꿈이 우리에게 안내하는 가능성으로의 통로이자 우리에게 선물하는 내면 성찰로의 초대장이다. - 어쨌든 나는 자네의 작은 임금님일세. 나는 자네가 나를 원했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야. 악셀 하케는 무거운 현실 속에서 특유의 유머로 위안을 주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한 편의 시와 같은 동화를 만들어낸다. 악셀 하케는 다양한 역설과 수많은 질문을 통해 꿈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찬란하게 빛나는 꿈들을 뒤로하려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다시 끄집어낸다. 미하엘 소바의 그림은 이러한 따뜻한 동화에 색채를 더해 숨을 불어넣어 눈앞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을 데려다 놓는다. 여전히 현실은 무겁고 우리는 내일 다시 회사로, 학교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칠 때쯤 내 안의 다른 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임금님이 나타나는 것이다. 냉장고 밑, 침대 아래, 어쩌면 장롱을 열고 툭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그러고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왜 자네는 벽 뒤에 뭐가 있을지 상상하는 대신에 벽 뒤를 엿보려고 하지? 왜 눈을 감고 세상의 모습을 스스로 생각해 내려고 하지 않는 건가? 어렸을 때는 심지어 눈을 뜨고도 상상할 수 있었잖은가. 그 사실을 잊어버렸나? 어째서 잊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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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 짐승 - 잃어버린 사랑 (커버이미지)
    [문학]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 짐승 - 잃어버린 사랑
    • 할란 엘리슨 지음, 신해경.이수현 옮김
    • 아작
    • 2023-04-14

    “신이시여, 할란 엘리슨이네.”중단편 만으로 휴고상, 에드거상, 네뷸러상 등 각종 문학상을 60여 차례나 수상한 살아 있는 전설이자 미친 천재!“여기, 진짜가 나타났다.” 중단편만으로 휴고상, 에드거상, 네뷸러상, 브람스토커상, 세계판타지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을 60여 차례나 수상한 SF, 판타지 소설계의 대부이자 살아 있는 전설, 미친 천재 할란 엘리슨의 국내 첫 작품집. 1,700여 편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작품과 더불어, “작가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며 청소년 범죄에 관해 쓰기 위해 가짜 신분으로 브루클린 갱단에 들어갔고, 롤링 스톤즈 등과 함께 여행한 뒤 로큰롤을 묘사하기도 했으며, 흑인 참정권 운동을 위해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한 셀마-몽고메리 행진에 동참하기도 한 행동하는 자유주의자. 영화 를 비롯해 자기 아이디어를 베꼈다고 생각한 영화 제작사들을 상대로 지독한 저작권 소송을 벌이고, 검열 반대 운동에 앞장서 국제 작가 연맹으로부터 ‘실버 펜’까지 수상한 ‘천재’, ‘괴물’, 그리고 ‘전설’ 그 자체인 할란 엘리슨의 대표 수상작 모음 전집.“할란 엘리슨은 자기 키가 159센티미터라고 하지만, 재능과 열정과 용기 면에서는 2미터가 넘는 거인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용암과 메스를 갖춘 독설가, 할란 엘리슨0. 신이시여, 할란 엘리슨이네할란 엘리슨의 휘황찬란한 수상 이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작품집이 소개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성질머리 때문에 저작권 계약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탓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진위는 알 수 없으나 그런 뜬소문에 신빙성을 더할 만큼 할란 엘리슨은 미국 장르소설가들 사이에서 매우 악명이 높다. 그는 40년 동안 SF, 호러, 판타지 장르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로 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도, 사석에서는 종종 “저 빌어먹을 할란”, “신이시여, 할란 엘리슨이네”, “너 그 말 할란 엘리슨이 못 듣게 해”라는 말이 따라다닌 인물이다. 그가 술집에서 당구를 치다가 프랭크 시나트라와 주먹을 주고받았다든가, 월트 디즈니에 출근한 첫날에 부적절한 농담으로 해고됐다든가, 자기 글을 폄하한 교수를 때려서 입학한 지 18개월 만에 대학에서 퇴출당했다든가(엘리슨은 이후 자신의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그 교수에게 복사본을 한 부씩 보냈다고도 한다), 영화 를 비롯해 자기 아이디어를 베꼈다고 보이는 영화 제작사들을 상대로 지독한 저작권 소송을 벌였다는 일화도 유명하다.하지만 할란 엘리슨의 악명이 드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그가 탁월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1955년 데뷔한 이래 작품을 쏟아내며 1,700여 편의 글을 썼고, 114권의 책을 쓰거나 편집했고, 12편의 시나리오를 냈다. 그의 이력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는 중·단편과 함께 TV쇼 각본, 시나리오, 코믹북 스토리, 에세이, 미디어 비평을 두루 포함한다. 엘리슨의 휴고상, 네뷸러상, 에드거상, 브램스토커상, 로커스상 등의 수상 기록은 20세기를 통틀어 최고봉에 속한다. 젊은 엘리슨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는 오 헨리의 이나 셜리 잭슨의 와 함께 영어에서 가장 많이 인쇄된 이야기 10위에 들어가고, 그가 각본을 쓴 ‘영원의 경계에 선 도시(The City on the Edge of Forever)’ 에피소드는 시리즈 79편 중 최고로 꼽힌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엘리슨을 두고 “그는 자기 키가 159센티미터라고 하지만, 재능과 열정과 용기 면에서는 2미터가 넘는 거인”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엘리슨의 대표 걸작선으로, 2014년 출간된 《화산의 꼭대기(Top of the Volcano): 할란 엘리슨 수상집》을 주제에 따라 세 권으로 나누어 옮긴 것이다. 작품의 해설은 작가 소개에 맞추어 연대기별로 정리했다.1. 미국 뉴웨이브의 전성기를 이끌다할란 엘리슨은 로저 젤라즈니, 새뮤얼 딜레이니와 더불어 가장 스타일리시한 뉴웨이브 작가로 평가된다. 뉴웨이브는 60, 70년대에 주류를 이룬 SF의 하위 사조로, 과학기술적인 측면보다 인간 내면의 심층 세계를 중시하고 전위적인 실험으로 문학성을 추구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중에서도 엘리슨은 용암처럼 강렬하고 감각적인 표현으로 미국 뉴웨이브의 전성기를 견인했다. 엘리슨의 초기 대표작 (1965)는 문장을 완성하기보다 단발적으로 끝맺으며 독자를 다음으로 이끄는데, 이는 시각 효과와 서스펜스를 극적으로 활용한 A. E. 밴 보트식 작법론의 모범례라 할 만하다. 하지만 엘리슨의 현란한 서술과 심리 묘사는 뉴웨이브의 시초이자 “불꽃놀이” 같은 문체라고 일컬어졌던 앨프리드 베스터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특히 (1969)은 어지럽게 붕괴하는 활자 배치와 이미지로 시각적인 충격을 시도하면서,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나 《타이거! 타이거!》에서와 같은 문학적 실험을 엘리슨이 어떻게 계승했는지 시사하는 작품이다. 실제로 엘리슨은 앨프리드 베스터의 《컴퓨터 커넥션》의 추천사를 통해 죽은 작가에게 바치는 경탄과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분노한 바 있다.그런가 하면 (1968)은 지극히 암시적인 글이다. 엘리슨은 여기서 오래된 상징체계를 차용해 SF의 방식으로 신화를 구현한다. ‘머리 일곱 달린 용’은 물론 성경에 등장하는 짐승이고 ‘열자마자 내용물이 흩어지는 상자’는 판도라의 상자다. 엘리슨은 신화가 그렇듯 ‘배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변천’이 무엇인지 전혀 설명하지 않고 독자가 알아서 이해할 영역으로 남겨둔다. 그러나 신화와 달리 작중의 주역은 기술과 인간이며, 우주의 이쪽과 저쪽을 인과적으로 연결해 아득하고 아연한 암시를 남기는 모습은 더없이 SF답다. 이는 엄밀한 과학적 서술에 치중하는 하드 SF가 각광받기 전에 “소프트”한 뉴웨이브가 어떻게 명성을 떨쳤는지를 증명한다.국내에도 일찍이 소개된 적 있는 (1969)는 디스토피아와 서부 활극을 합친 비뚜름한 중편으로, 예상을 뒤집는 결말은 인간의 증오와 사랑이 주된 테마라는 엘리슨의 작품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듯 인간이라는 내우주(內宇宙)에 치중하는 경향은 (1974)에 이르면 한층 추상적이고 상징적으로 발전한다. 이 단편은 문자 그대로 주인공 속으로 들어가며, 영화 의 비극을 괴물과의 싸움이 아니라 깨달음을 향한 내면세계 여행으로 마무리한다.2. 메스와 소실점한편 기괴한 이야기를 그릴 때 엘리슨은 문학의 메스를 들고 인간의 터부를 헤집곤 한다. 한 줌의 희망도 없는 닫힌 세계를 헤매는 사람들, 스멀스멀 고조되는 불안감,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악행과 광기, 일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메슥거림은 엘리슨의 단편에서 흔히 그려지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런 재난은 무엇보다 인간 자신의 결함에 기인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콘돔을 쓰는 대신 여자에게 낙태를 시키는 남자가 버려진 아이들의 지옥에 떨어지는 (1975)은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이렇듯 엘리슨의 작품에서 인간은 악의에 찬 신들의 장기말이고 놀잇감으로 희생당하면서도 직접 산제물을 바치며 재앙을 초래하는 광신도라는 이중적 면모를 보인다.전쟁, 죽음, 파멸은 현실 세계의 것이지만 엘리슨이 그리는 그림에는 이를 흠향하는 사악한 신이 전체 구도를 지배하는 소실점처럼 자리한다. 수록작 중에는 (1967)가 대표적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컴퓨터 AM이 복수심을 충족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을 살아 있는 채로 영원히 고통받게 만든다는 이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되며 만화, 게임,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1995년 작 게임에 수록된 AM의 목소리는 엘리슨이 직접 담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1973)는 1968년에 실제로 있었던 유명한 살인사건을 모델로 삼은 작품이다.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칼을 든 남성에게 강간 살해된 사건이었다. 작중에서처럼 살인자는 제노비스가 비명을 지르자 놀라 도망쳤지만 아무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자 다시 돌아와 마저 그녀를 죽였다. 신문은 그녀의 비명을 들은 주변 아파트 거주민 중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며 노골적인 비난을 토했다(실제로는 신고가 있었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방관자 효과’를 제안했다. 엘리슨은 이 사건을 ‘신의 부재’와 ‘사악한 신의 탄생’으로 형상화한다. 현대 인간이 지닌 냉혹함, 둔감함, 자기 중심성이 결국 인간들 자신을 끔찍한 새 신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마침 당시는 아이라 레빈의 소설 《로즈메리의 아기》(나중에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에 나타나 있듯 우리 이웃의 평범한 주민들이 사탄숭배 집단이라는 의혹이 떠돌던 때이기도 하다.베트남전 후유증을 드러낸 (1972)는 전쟁과 민주화에 얽힌 70년대 미국의 부조리를 담고 있다. 베트남전 참전 경험과 들불처럼 일어난 반전 평화운동, 민주주의 운동은 미국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퇴역군인들의 PTSD 연구 및 피해자 보상 문제도 함께 부상했다. 미국이 1964년 베트남전에 참전해 1973년 철수할 때까지 많은 작가가 군대에 징집되어 이러한 부조리와 마주했으며, 육군에서 대체복무로 종사한 엘리슨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말미에 나오는 “민중에게 권력을(Power to the People)”은 유명한 반전 및 민주주의 운동 구호이자, 한창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던 존 레논이 1971년 발표한 노래 제목이다. 전쟁의 신 마르스가 이를 음미하는 대목은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을 파헤치기를 서슴지 않았던 독설가 엘리슨다운 결정타라 하겠다.이렇게 ‘사악한 신’과 인간의 관계를 밝히는 작업은 (1973)를 통해 기독교를 재해석하는 데 이른다. ‘불타는 덤불’로 나타나는 ‘미친 자’는 AM처럼 질투하고 분노하고 벌하는 하나님이다. 구약성경의 소재는 이후로도 종종 나타나는데, (1995)는 인간의 죄와 분노한 신이라는 테마를 변주한 단편이다.3. 앙팡 테리블, 약간 녹은50년에 걸쳐 풍부한 작품군을 보유한 엘리슨은 SF 작가보다는 그저 작가라고 불리길 선호한다고 말한 바 있다(“SF 작가라고 불러봐, 너희 집에 나타나 네 애완동물을 테이블에 못 박아버릴 테니”). 밴 보트와 합작한 (1970)는 SF 팬이 기대할 법한 SF지만, 다른 스타일의 이야기도 만만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소네트를 그대로 단편으로 이어간 (1978), 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러상을 모두 수상하며 격찬을 받은 (1977), 죽음을 더없이 아름답고 경건하게 받아들이는 (1985), 상실의 아픔을 ‘타나토스의 입’으로 만든 (1988) 네 편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간의 비가역성을 애도한다.특히 (1991)는 장르소설을 거의 뽑지 않는 에 수록되는 쾌거를 누렸다. 작중에 언급되는 셜리 잭슨의 단편은 이 중편의 전신이나 다름없으니 아직 읽지 못한 독자라면 작품의 주인공 레벤디스의 말대로 “성경을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가 셜리 잭슨의 단편 나 다시 읽는” 시도를 해봐도 좋겠다. 하루는 선행, 하루는 악행을 행하는 레벤디스의 모습을 훨씬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중견 작가가 되면서 인간의 증오와 사랑을 다루는 엘리슨의 관점은 장르에 매이지 않는 만큼이나 복합적이고 다면적으로 발전한다. 끔찍한 악동이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점은 여전하지만, 그의 후기 작품은 나이를 먹으면서 부드러워졌다는 평을 듣는다. 아라비안나이트를 현대에 재현한 (1982)는 이전 작품과 같은 작가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유쾌하고 행복한 우화다. 남편의 열등감을 숨김없이 지적하는 점이 여전히 심술궂긴 하지만 말이다.(1988)의 화자인 비징치는 예의 ‘사악한 신’들과 다름없는 가공할 악인이지만, 인류를 지옥도에 빠뜨리는 대신 인류 스스로 바닥에서 벗어날 기회를 준다. 비징치가 두루마리에서 뽑아낸 이야기 조각들은 파멸과 선택을 앞둔 ‘잠 카레트’, 즉 여분의 시간을 포착하고 있다. 장면 하나하나는 흔들 때마다 모습이 변하는 만화경처럼 다채로우면서 무의미하다. 그러나 이 안에는 본질을 관통하는 희미한 기회가 있다. 그 희미한 기회야말로 자신의 세계에서 납치당해 “영원한 고통에 사로잡힌 채 브라운 씨네 거실에 남겨진” 금속 군인을 어디에도 없는 억양으로 말하는 남자로 이어주는 미싱링크다.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보면 후기작 (2009)의 두 가지 결말은 매우 흥미롭다. 엘리슨이 인간에게 제시하는 길은 둘 다 냉혹하기 그지없지만, 우리한테는 끝이 정해지기 전에 숙고할 시간이 주어진다. 절망과 통곡의 도돌이표만 남았던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는 훨씬 풍성한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4. 고통과 즐거움을 균형 있게할란 엘리슨은 책을 기획하고 작품을 발굴하는 데에도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 그의 특별 휴고상 둘은 편집자로서 받은 것이다. 《위험한 비전(Dangerous Visions)》(1967), 《다시, 위험한 비전(Again, Dangerous Visions)》(1972)은 할란 엘리슨의 이름 아래 뉴웨이브의 걸작을 모은 앤솔로지다. 《메데아: 할란의 세계(Medea: Harlan’s world)》(1985)는 공동으로 허구의 세계를 창작한다는 ‘공유 세계’라는 발상을 초창기에 시도한 프로젝트로, 할란 엘리슨 외에도 폴 앤더슨, 할 클레멘트, 토머스 M. 디쉬, 프랭크 허버트, 래리 니븐, 프레데릭 폴, 로버트 실버버그, 시어도어 스터전, 케이트 윌헬름, 잭 윌리엄슨이 참여했다. 이는 ‘공유 세계’ 작품 중에서도 성공적인 작품으로 꼽힌다.잡지 중심이던 당시 SF 시장에서 앤솔로지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엘리슨의 《위험한 비전》과 《다시, 위험한 비전》은 뉴웨이브의 매력을 한눈에 보여주며 인상적인 위치를 점했다. 두 권의 작가 목록에는 폴 앤더슨, 레이 브래드버리, 새뮤얼 딜레이니, 필립 K. 딕, 필립 호세 파머, 딘 쿤츠, 어슐러 K. 르귄, 프리츠 라이버, 조애나 러스, 데이먼 나이트, 래리 니븐, 로버트 실버버그, 시어도어 스터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커트 보네거트, 케이트 윌헬름, 진 울프, 로저 젤라즈니 등 쟁쟁한 이름이 늘어서 있다. 수록 작가 상당수가 당시에는 신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탁월한 안목이 아닐 수 없다.세 번째 앤솔로지 《마지막 위험한 비전(The Last Dangerous Visions)》은 앞의 두 권과는 다른 이유로 특별한 책이 되었다. 조지 R. R. 마틴의 말을 빌리면 “그 책이야말로 같은 분야의 모든 경쟁자를 제치고 SF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집”이다. 발매 지연이라는 분야에서 전설적인 게임이라 할 만한 타이틀 ‘듀크 뉴켐 포에버’를 압도하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엘리슨은 이를 1973년에 출간하기로 했고, 책이 곧 나온다고 거듭 장담했고, 1979년에는 수록작 목록을 갱신했으나 결국 출간하지 못했다. 엘리슨에게 원고를 보낸 작가는 약 150명에 이르며 다수가 원고를 살리지 못한 채 사망했다. 엘리슨의 거듭된 호언장담으로 고통받은 작가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 프리스트는 급기야 《마지막 위험한 비전》의 미출간 사태를 철저히 규탄하는 을 썼다. 그리고 이를 책으로 확장한 《영원의 경계에 선 책(The Book on the Edge of Forever)》으로 휴고상 논픽션 부문 후보에까지 올랐다.엘리슨에게 이를 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보니 농담 반 진담 반의 단체 ‘엘리슨의 적들(EoE, Enemies of Ellison)’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가입비를 낸 회원들은 배지와 뉴스레터를 받을 수 있었다. 이 단체는 ‘적’이라는 단어가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나중에 ‘엘리슨의 희생자들(Victims of Ellison)’로 이름을 바꾸었다. 한편, 만일 엘리슨의 친구이고자 하면 이에 대항하는 단체 ‘엘리슨의 친구들(FoE, Friends of Ellison)’에 지지를 보낼 수도 있었다. 우리의 마음 따뜻한 이웃 엘리슨에게 감동했던 사연을 보내면 배지와 뉴스레터를 받는 식이었다. 인크레더블 헐크, 아쿠아맨 등의 코믹스를 만든 피터 데이비드가 시작한 이 단체는 ‘적들’보다 10배의 편지를 받았다.엘리슨이 비록 까다로운 기준과 무자비한 평가로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선사했더라도, 좋은 글은 솔직하게 칭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후배 작가 양성에도 결코 무관심하지 않았다. 엘리슨이 미국 극작가 협회에서 주최하는 오픈 도어 프로그램 강사로 있을 때 가난한 작가 지망생이었던 옥타비아 버틀러를 지도한 일은 그의 평생의 자랑거리였다. 인종 분리 정책의 잔재가 남아 있던 시기임에도 엘리슨은 흑인 여성인 버틀러가 작가가 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으며, 그녀는 최초이자 가장 유명한 흑인 여성 SF 작가가 되었다.“작가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답게 엘리슨은 현장에 뛰어드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청소년 범죄에 관해 쓰기 위해 가짜 신분으로 브루클린 갱단에 들어갔고, 롤링 스톤즈 등과 함께 여행한 뒤 로큰롤을 묘사했다. 그에게 작가로서 활동하는 일과 사회 활동은 별개가 아니었다. 1978년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성평등 헌법 수정안(ERA, Equal Rights Amendment)을 지지하며 벌였던 독특한 시위가 그 예다. 엘리슨이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리는 월드컨에 주빈으로 초대받았을 때인데, 당시 애리조나 주의회는 ERA를 비준하지 않으며 반대 측에 선 상태였다. 엘리슨은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애리조나에서는 단 한 푼도 쓰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그는 컨벤션에서 제공하는 호텔을 거부하고 모든 생필품을 실은 자신의 RV에 머무르며 체류 기간 내내 정말로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페미니스트냐 하면, 2006년 그랜드마스터 칭호를 받으면서는 진행자인 코니 윌리스에게 짜증을 내며 가슴에 손을 댄 사건도 있으니 평가하기가 쉬운 노릇은 아니다. 엘리슨은 자주 사람들이 이전 시대의 역사를 모르고 바보가 되어 간다고 분노했고, 속어, 외설, 신조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며 미디어 비평을 쏟아냈다. 그의 비평은 《유리 젖꼭지(The Glass Teat)》, 《다른 유리 젖꼭지(The Other Glass Teat)》로 묶여 휴고상 논픽션 후보 부문에 올랐다. 그는 자유주의자이고, 인권단체를 지지하고, 평생 검열 반대 활동을 했다. 국제 작가 연맹(PEN international)은 예술의 자유에 공헌한 엘리슨의 노력을 기리는 의미로 그에게 실버 펜을 수여했다.할란 엘리슨에게 감탄하기는 쉽지만 그를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엘리슨의 글을 좋아하기는 매우 쉽다. 그는 나폴레옹보다 작고 히틀러보다는 더 작은, 어릴 때부터 혼자 힘으로 생계를 꾸렸던, 아직도 수동 타자기로 글을 쓰는, 자기 이름이 상표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엘리슨에게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미국 단편 작가 중 하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0세기의 루이스 캐롤”이라는 별명을 달아주었다. 할란 엘리슨 전기 영화 (2008)은 그를 이렇게 칭한다. 천재, 괴물, 전설이라고.- 심완선, SF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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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스페데스의 십자가 (커버이미지)
    [문학]세스페데스의 십자가
    • 윤천수 지음
    • 필맥
    • 2023-04-14

    1549년에 예수회 선교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가 일본 규슈 남단의 가고시마에 도착함으로써 일본에 기독교가 처음으로 전해졌다. 이후 일본에서 기독교의 전교 활동이 적극적으로 펼쳐짐에 따라 신자가 빠르게 늘어났다.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치적 패권을 장악하고 기독교를 본격적으로 탄압하기 직전인 1580년대 중반에 일본 내 기독교 교회 수는 200개, 신자 수는 10만 명을 각각 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부터 몇 년 뒤인 1592년에 시작된 임진왜란 때 조선에 출정한 장수와 병졸들 가운데도 왜어로 ‘기리시탄’으로 불리는 크리스천, 즉 기독교 신자가 적지 않았다.임진왜란 때 기리시탄 왜군을 따라 조선 땅을 밟은 에스파냐 신부 그레고리오 데 세스페데스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작가는 세스페데스 신부의 관점에서 임진왜란의 현장을 팩션으로 재구성했다.왜군이 한반도 북부까지 진격했다가 명나라의 군사적 개입과 조선 의병의 반격 등에 밀려 퇴각해 남해안 몇 군데에 성을 쌓고 지키던 상황이 배경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신부의 사목 활동과 왜군 내 장수 간 알력이 얽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인을 살해하는 것도 모자라 생사람의 귀와 코를 베기까지 한 왜군의 고해를 들으면서 고뇌하는 신부와 왜군에 붙잡힌 조선인 포로 사이의 신앙 교류가 이루어진다.작가는 이 소설에 대해 “왜군과 조선인 포로가 함께 죽어가는 왜성에서 그 지옥 같은 시간과 공간의 복판에 서야 했던 성직자의 고뇌와 성찰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전란의 참화 속에서 서양인 사제와 조선인 청년 사이에 피어난 우정과 종교적 인간애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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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 강변의 작은 책방 (커버이미지)
    [문학]센 강변의 작은 책방
    • 레베카 레이즌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3-04-14

    “나, 파리로 떠나! 내일!” 독자들의 찬사가 쏟아진 레베카 레이즌의 화제작 ‘로맨틱 파리 컬렉션’ 첫 번째 이야기여행하는 것을 넘어,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들이 있다. 파리도 그런 도시다. 수많은 예술가가 모여든 문화예술의 도시, 스타일 좋고 시크한 파리지엥이 사는 곳, 섬세한 미식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곳, 무엇보다 사랑과 낭만의 도시! 『센 강변의 작은 책방』은 누구나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파리에서 6개월간 살게 된 꿈 많은 아가씨의 이야기이다.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새라는 파리의 센 강변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소피로부터 6개월간 서점을 맞바꿔 운영하자는 제안을 받고, 파리로 떠난다. 에펠탑, 센강, 샹젤리제 거리,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 카페 드 플로르, 마카롱 가게 라뒤레, 퐁 뇌프 다리, 사크레쾨르 대성당, 사랑의 벽, 뤽상부르 공원 등 마치 파리의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파리의 실제 장소를 소환해내는 세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10~12월까지,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파리의 쓸쓸하고 아름다운 모습, 크리스마스를 앞둔 거리의 설레는 분위기까지 상세히 담아낸다. 파리 그리고 새라가 운영하는 책방이 생생히 살아 있는 듯 느껴지는 것은 공간 중심적인 로맨스 소설을 써온 레베카 레이즌의 탁월한 재주 덕분이다. 로맨스 소설의 명가 ‘할리퀸’ 출판사의 떠오르는 신예 작가로 꼽히는 그녀는 특정한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러 인물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시리즈로 엮어낸다. 이 책은 ‘로맨틱 파리 컬렉션’ 3연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파리에 관한 생생한 묘사, 오래된 것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프랑스인의 진지한 태도, 그 가치를 마음에 새긴 매력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독자들에게 뜨거운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수많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은 그 소설!로맨틱한 일탈을 꿈꾸는 당신이 바라는 모든 것 파리 하면 떠오르는 모든 낭만이 이 책 안에!사랑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일과 사랑을 모두 얻을 수 있을까?새라는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인 애슈퍼드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로맨스 소설 애호가이자 영원한 사랑을 믿는 꿈 많고 순수한 아가씨다. 어느 날 파리의 센 강변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친구 소피가 뜻밖의 제안을 해온다. 6개월간 서점을 맞바꿔 운영하자는 것. 파리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버킷리스트로 꼽아두었던 새라는 이 갑작스러운 제안에 마음이 두근거린다. 파리는커녕, 그 도시조차 벗어나 본 적 없던 그녀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 책에서 튀어나온 듯이 잘생기고 능력까지 좋은 프리랜서 기자 남자친구와 한동안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파리에서 공짜로 6개월간, 센 강변의 책방에서 로맨스 소설을 한가득 읽으며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는데! 새라는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인 평소의 그녀였다면 결코 결단내리지 못했을 파리행을 결심한다! 하지만 파리에 도착한 첫날부터 일이 꼬인다. 여행 가방을 도둑맞고 책방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직원들은 통제가 안 되고 책방 매출은 급격히 떨어진다. 파리 구경은커녕 그토록 좋아하는 로맨스 소설조차 한 줄 읽을 시간이 없어 우울한데, 심지어 이럴 때 가장 기대고 싶은 남자친구는 연락 두절이다. 그 사이 어느새 겨울이 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새라가 꿈꾸던 환상적인 ‘파리 라이프’는 어디로 간 걸까? 과연 그녀는 파리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오르세 미술관, 샹젤리제, 라뒤레, 카페 드 플로르… 파리를 향한 로망과 추억을 소환하는 생생한 묘사 만약 파리에서 6개월 동안 머물 수 있다면? 이 소설은 설정 자체가 매혹적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곳을 훌쩍 떠나 또 다른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어딘가로 여행을 꿈꾸지 않던가. 그런데 그곳이 사랑과 낭만의 도시라 불리는 파리라면? 그 누가 이런 기회를 마다할 수 있을까. 완벽히 환상적인 설정으로 시작한 『센 강변의 작은 책방』은 한결같이 파리의 아름다운 면모를 속속들이 들춰내 보여준다. 도시 곳곳에서 고개만 들면 바라볼 수 있는 에펠탑, 저마다의 이야기가 깃든 낡은 책이나 오래된 물건을 파는 센 강변의 작은 노점들, 세련된 부티크가 줄지어 선 샹젤리제 거리, 고흐, 마네, 모네… 책으로만 보던 대가들의 그림과 마주할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 헤밍웨이를 비롯한 전설적인 작가들이 글을 썼다는 카페 드 플로르, 한 조각 안에 황홀한 맛의 소용돌이가 펼쳐지는 마카롱 가게 라뒤레, 에펠탑 꼭대기의 낭만적인 레스토랑 르 쥘베른, 그밖에도 퐁 뇌프 다리, 사크레쾨르 대성당, 사랑의 벽, 뤽상부르 공원… 등 파리의 수많은 실제 장소들이 등장한다. 특히 10월의 가을부터 12월 겨울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이 소설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파리의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파리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파리에 가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파리라는 도시를 상상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한 번이라도 파리에 가보았다면 그래서 늘 가슴 한구석에 파리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들렀던 그 장소, 그 카페, 그 골목이 바로 책 안에 살아 있다. 다시금 그곳을 누비는 듯한 황홀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파리의 골목골목 작은 가게에는 꿈꾸는 삶과 사랑이 있다책방, 앤티크 숍, 향수 가게로 이어지는 ‘로맨틱 파리 컬렉션’ 이 책이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센 강변에 자리한 고풍스러운 책방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이라는 이름처럼 오래전부터 파리 센 강변에 자리 잡은 책방은 흡사 그 유명한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떠올리게 한다. 혹은 파리 뒷골목에 어디에선가 마주쳤을 법한 오래된 서점 같기도 하다. 낡은 책장에 빽빽이 들어찬 책들, 미로처럼 이어진 책방 내부, 2층 한편에선 어느 소설가가 틀어박혀 로맨스 소설을 끼적일 것 같은 분위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초판본이 있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 이야기를 나누며 한두 시간은 너끈히 보낼 수 있는 그런 곳.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책방 풍경은 책에 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따뜻한 방에 콕 틀어박혀 후루룩 소설 한 편 읽는 재미에 관해, 오래된 책에서 나는 묵은 종이 냄새에 대해, 모처럼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에 관한 저마다의 그리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 감성을 지녔달까. 책방이란 장소를 이토록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 레베카 레이즌 역시 열렬한 애서가이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해 결국 책을 쓰게 되었다는 그는 책방이란 공간을 애정이 담긴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로맨스 소설의 떠오르는 신예로 평가받는 그의 소설은 특정 공간을 생생히 살려 이야기를 끌어내는 저력이 있으며, 너무도 익숙하게 여겼던 그 공간에 관한 의미를 되묻게 한다. 이 책 『센 강변의 작은 책방』은 독자들에게 뜨거운 찬사를 받은 바 있으며, 앤티크 숍, 향수 가게로 이어지는 ‘로맨틱 파리 컬렉션’ 3연작으로 이어진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인 『에펠탑 아래의 작은 앤티크 숍』은 곧 한국어판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나의 파리, 나의 로맨스!우리는 모두 파리로 떠날 자격이 있다 파리와 책방, 환상적인 두 가지 배경 위에 펼쳐진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설렘이다. 책을 읽는 동안 자꾸 두근거린다. 프리랜서 기자로서 세계 곳곳을 다니는 남자친구 리지와의 아슬아슬한 연애 때문에 맘 졸이느라 그렇기도 하고, 파리라는 도시가 자아내는 황홀함 때문이기도 하며, 책으로 둘러싸인 센 강변의 고풍스러운 책방과 책을 사랑하는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낸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라의 사랑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서점이 닥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든 그렇지 않든,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는 이 소설의 달콤함에 기분이 들뜰 것이다. 『센 강변의 작은 책방』은 로맨스 소설이긴 하지만 비단 로맨스에만 치중하고 있지는 않다. 소극적으로 살아가던 여자가 파리를 배경으로 주체적으로 삶을 일궈가게 된다는, 한 여자의 성장기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덜컥 ‘공짜 파리 살기’ 기회를 얻은 새라가 부러우면서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시골뜨기 미국 아가씨 새라가 서서히 파리지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상상도 해본다. 언젠가 내게도 이런 달콤한 제안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나의 ‘파리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즐거운 상상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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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서스 (커버이미지)
    [문학]센서스
    • 제시 볼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23-04-14

    눈앞에 다가온 죽음,그리고 떠나보내야 하는 단 하나뿐인 사랑!2017년 그란타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이자현대 영미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목소리를 지닌 작가로 주목받는 제시 볼의 장편소설아내와 사별하고 시한부 인생 선고까지 받은 남자는 성인이 된 아들을 누가 돌봐줄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들과의 마지막 여행, 그것은 인구조사원이 되어 알파벳 순서로 표시되는 북방의 오지로 향하는 길이다. 죽음의 순간이 가까워지는 아버지와 아들은 다양한 삶과 사연이 스며들어 있는 집들을 방문하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풍광, ‘Z’와 가까워질수록 떨쳐버릴 수 없는 의문들……. 자유의지, 애도, 기억의 힘, 그리고 치열한 부성애를 치밀하게 그려낸 이 소설은 개인적인 삶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곳곳에 도사린 현실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작가의 통렬한 비판이 은유와 상징으로 펼쳐진다.“우리 그냥 훌쩍 떠나지 않을래?”그렇게 말했던 아내가 죽자 떠날 수밖에 없는 시간이 덮쳐왔다!영원히 헤어져야 하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현실과 낯선 세계로의 여정어느 날 아내가 죽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와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들을 남겨두고서. 자신조차 죽음을 눈앞에 둔 남자는 아들과 함께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방편은 센서스, 즉 인구조사원이 되어 북쪽으로 향하는 것. 남자는 아무도 달가워하지 않는 이 끔찍한 작업에, 커다란 사업에서 무한히 작은 한 부분일 뿐인 인구조사 작업에 왜 이끌렸을까? 각 회차별로 고유한 형태의 표식을 갈비뼈 위에 남기는 일이 아무리 좋은 취지로 보여도 실제 삶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현대 미국 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제시 볼은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형을 반추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이라는 기본적인 골격을 짜고 단어 안팎과 사이사이, 잘 배치된 디테일 속에서 아들이 된 형의 초상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은 소설 곳곳에 녹아들어 다양한 형상으로 슬프고도 강렬한 감정을 빚어낸다.아들과 함께하는, 미지의 세계인 A에서 Z로 떠나는 인구조사라는 여정에서 남자는 가마우지에 관한 글을 쓰는 데 평생을 바친 무터의 문장을 빌려 자신의 감정과 삶의 내밀한 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가마우지의 깃털과 부리와 눈알, 인간에 길들여져 삼킬 수도 없는 커다란 물고기에 이끌리는 거역 못할 본능, 가마우지로 둔갑한 사탄, 가마우지에 대한 사랑 등. 그것은 곧 남자가 죽은 뒤에 혼자 살아가야 하는 아들에게 찾아올 가식적이고 위험한 세상이자 사소하고 예의 바른 행동을 하면 별것 아니지만 확실한 무게로 보답이 돌아오는 세상에 대한 갈망이다.각양각색의 허울을 둘러쓰고 각자의 상황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인간 군상 속에서 떠오르는 지난 시절의 행복하고 단란했던 시간들, 처음에는 낯설어 보이지만 그것이 인간의 삶임을 새삼 경험하게 되는 만남, 결코 알 수 없는 시공간 속으로 내달리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다가오는 작별의 순간은 가혹하면서도 슬프다. 죽음의 순간이 더욱 가까워지면서 부자의 여행은 애초의 계획도 변경된다. S와 T를 지나쳐 U에서 또다시 발작을 하는 바람에 발이 묶이고, 어느새 쇠락해가는 공장지대의 끄트머리에 이르러 이제부터는 숲속을 달려가야 한다. 남자가 나무 한 그루에 대한 노래를 부르자 아들도 따라 부른다. 그렇게 계속 노래를 부르면서, 가끔씩 차를 세우고 음료나 먹을거리를 샀을 뿐, 아버지와 아들은 달리고 또 달린다.“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거니까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그건 괜찮아. 하지만 아빠와 같이 기차를 타면 더 좋겠어.”일반적인 서사 기법을 뛰어넘는 대담한 은유와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 _‘옮긴이의 말’에서 발췌이 소설은 일상적 언어­제시 볼 스스로 ‘상업화’된 언어라 부르는?와 기존의 문학 장르의 한계를 절감한 작가가 그 한계를 넘어서려 대담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무릅쓴 기록이다. 판타지와 추리소설의 장르를 빌려오고, 팬터마임과 광대놀음의 은유를 쓰고,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현실주의적인 몽상의 풍경을 소환한다. 단호한 직설, 명쾌한 설명, 깔끔한 시적 정의, 쉽게 설명되는 현상, 단순한 플롯은 결코 진실을 담을 수 없다는 듯, 인간과 풍경과 설정이 모두 짙은 안개 속을 헤매듯 불투명하다. 언제나 부분적으로 가려진 막막한 풍경,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있는지 방향감각이 비틀어진 플롯, 간유리 너머로 보듯 일그러지고 애매모호한 인간 군상들. 이 파편적이고 왜곡된 표현 그 자체가 침침하고 막막한 미로를 더듬거리며 지나가는 듯한, 우리 삶의 경험에 호소한다. 우리도 만나는 사람들을, 살아가는 순간들을 과연 명료하게, 전적으로,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므로. 감정의 진실은 안개가 서서히 셔츠를 적시듯 배어난다. 이를테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광대학교 셰이프 학교의 교사들이 공감 능력을 가르치는 장면처럼. 물에서 배를 타지 않고도, 땅바닥에서 팬터마임을 통해서, 오히려 조난당한다는 게 무엇인지, 그 현실의 감정적 본질이 더 선명하게 전달되기도 한다. 그럴 때 가르는 모든 것들을 찬란하게 뛰어넘는 표현은 모두 시가 된다.<센서스>에 따르면 다운증후군을 지닌 형에 대한 사랑의 핵심, 감정적 본질은 막중한 보호자의 책임감, 궁극적으로 ‘혼자 남겨두고 영원히 떠나는’ 경험의 뼈저린 상상이다. 서서히 죽음으로 다가가면서 함께한 순간들, 함께 만난 사람들을 반추하는 서사다. 이야기의 핵심을 작가의 형 아브람의 현신인 ‘아들’과의 동행에 두면서, 동행하는 여정을 통해 타인과 세계에 손을 내미는 과정이,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부 기관에서 실시하는 인구조사로 표현된다. 말하자면 인구조사는 어찌 보면 인간과 인간이 만날 수 있는, 가장 피상적이고 산문적인 방식이다. 인간에 대한 정보를 사실의 총합으로 등치하는 편리한 행정적 관점의 소산이다. 하지만 가가호호 방문하며 사실을 받아 적는 짧은 사이에도, 사람이란 숫자와 사실로 포착하고 담을 수 없는 미묘하고 복잡한 존재임이 통렬하게 드러난다. 누군가는 거부하고 누군가는 증오하며 누군가는 동정하고 누군가는 상처를, 또 누군가는 사랑을 준다. 찰나에 스치듯 일별하는 그 삶의 조각조각들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다. 인구조사가 갈비뼈에 표식을 남기듯이 스쳐간 모든 사람들이 삶에 자취를 남긴다.구식의 우화부터 시작해서 판타지와 미스터리, 메타픽션과 조각소설을 아우르는 이 작품은 세상의 모든 약하고 잊힌 존재를 위한 찬가이고, ‘아들’과 아들의 삶을 무겁게 짊어진 모든 ‘아버지’에게 뻗는 공감과 위로의 손길이고 여전히 문학의 가능성을 믿는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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