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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해야만 알 수 있는 행복 (커버이미지)
    [문학]생각해야만 알 수 있는 행복
    • 배은옥 지음
    • 좋은땅
    • 2023-04-14

    “누구든지 인생에 한 줄기 햇살은 찾아온다”은지는 부모님 얼굴도 모른 채 절에서 길러진 아이였다. 고요한 절은 그녀에게 있어선 감옥과도 다름없었다. 절에는 은지 말고도 그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몇 명 더 있었다. 그들은 절밥만 먹은 게 아니라 온갖 눈칫밥도 함께 먹어오며 버텨왔다.결국 은지는 자유를 찾아 길을 떠난다. 남들은 교복입고 학교 갈 나이,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유지하며 제 또래와 다른 삶을 당차게 살아가 보고자 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꿋꿋함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자꾸만 시련을 주었다.그러던 어느 날, 두 명의 아저씨와 한 명의 아주머니가 그녀를 찾아오면서 은지의 삶에 변화가 찾아오는데……. 과연 그녀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이 소설은 행복을 느껴본 적 없던 한 소녀가 우연한 계기에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삶의 기쁨을 깨달아 가는 여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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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기골 로반 (커버이미지)
    [문학]서기골 로반
    • 김정애.이지명 지음
    • 글도출판사
    • 2023-04-14

    『서기골 로반』은 「국제PEN 망명북한펜센터」를 이끌고 있는 두 분 탈북작가의 작품집이다. 김정애씨는 Pen센터 현 이사장이고 이지명씨는 현 편집국장이며 전 이사장을 지낸 분이다. 두 분 다 북한에서 \'조선중앙작가동맹 소속 도작가동맹\'원으로 활동했던 분들이고 남한에서 새로이 등단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서기골 로반』은 두 분의 작품집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북한의 진솔한 이야기가 잔잔하고도 아름답게 때로는 안타깝게 총 10편의 단편소설 속에 담겨져 있다. 정권의 난맥상, 가난, 굶주림, 죽음 그리고 탈북… 이런 삶을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 속에서 그래도 인간으로의 ‘복귀’를 갈망하고 결국 ‘인간의 향기’를 뿜어내는 사람의 삶을 포착해내는 이 작품들은 가슴 뭉클하게 하는 적잖은 감동이 있다. 『서기골 로반』은 소설의 공간 배경이 상당히 넓다. 북한, 중국, 남한이라는 3개 지역에 걸쳐 있다. 탈북과정과 연계되어 있을 텐데, 전형적인 난민의 공간이다. 가난, 굶주림, 죽음 그리고 폭정에 의하여 뿌리 뽑혀진 삶을 어떻게든 추슬러 보고자 이들 소설의 주인공들은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이들의 삶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쫓기는 신세다. 가난과 굶주림은 사라졌다 하더라도. 그 불안과 쫓김 신세를 해소하기 위하여 다시 몸을 일으켜 이들이 찾아온 곳이 남한이다. 그러나 남한에 들어와 정착하고서도 이들 속의 어떤 껄끄러움은 여전히 남는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 그리움, 회한 등등… 이들의 난민의식은 완전히는 해소되지 않는다. 탈북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난민소설’이라고 하여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레마르크의 『개선문』 같은 난민소설과는 달리 그 전체적인 기조가 결코 어둡지 않다. 오히려 어둠을 뚫고 나오는 밝음, 긍정성의 기조가 짙다. 가난, 굶주림, 죽음 그리고 무엇보다 정권의 폭압을 뚫고 나와 여기 살아 있다는 데에서 오는 희망과 긍지라고나 할까. 가난과 굶주림 폭정은 끝나지 않았고 난민의 삶은 이어지겠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탈북주민들의 희망과 긍지가 이 소설집 속에 담겨져 있다. 이 희망과 긍지는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 북한주민들에게 우선 용기를 주겠지만 남한주민들에게도 적잖은 희망과 용기, 그리고 생각들을 줄 게 틀림없다. 희망과 용기 다 소중하다. 생각들은 더욱 중요하다. 탈북자 관련 책자들은 많이 있지만, 책 전반의 보편성이라는 관점에서 『서기골 로반』은 탁월하며 매우 좋은 작품이다. 호주머니에 별 부담이 안 된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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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 도시 여자의 리얼 농촌 적응기 (커버이미지)
    [문학]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 도시 여자의 리얼 농촌 적응기
    •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23-04-14

    방황하고 고민하는 이 시대 여성들에게 보내는 리얼 서바이벌 소설 누드 사진과 AV가 범람하는 일본 사회에서 여성은 언제나 성적 상품화가 되고, 스스로 ‘남성에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어릴 때부터 세뇌를 당하기 쉽다. 그런 보수적인 일본에서 한국의 페미니즘 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이어서 일본에서도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동안 남성 중심 사회에서 약자 혹은 서브 캐릭터로 살아온 여성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스터리 소설로 데뷔하여 여러 장르를 오가며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탄탄한 스토리 전개에 녹여내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장편소설 《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는 페미니즘이라는 트렌드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여성의 당당한 독립과 안정적인 결혼에 대한 균형 잡힌 시선을 솜씨 좋게 담아낸다. 마치 시나리오를 읽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생생한 대사는 여전히 흥미롭고, 실질적인 농사 지식과 보수적인 농가의 현실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강점이 있는 소설로 평가받았다. “지금 하는 일이 너무 힘든데 농사라도 시작해볼까?”, “퇴직한 후에 농업에 뛰어들면 어떨까?”라고 막연하게 귀농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독한 현실을 알려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지금 눈앞에 닥친 일을 성실히 해나가야겠다.”라는 삶의 의지와 용기를 얻었다는 독자도 있었다. “결혼하려는 여자가 생겼으니까 이 집에서 나가 줘.”막다른 길에서 만난 신규 취농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의 주인공 미즈사와 구미코는 평범한 외모에 특별할 것 없는 파견 회사에 다니는 서른두 살 싱글 여성이다. 물론 몇 년째 동거하는 남자친구가 있기는 한데 이미 가족처럼 공기처럼 항상 옆에 있어서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더군다나 그의 청혼을 한번 거절한 적이 있는 그녀는 관계에 있어 그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믿고 있었다.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기대했던 파견 계약이 만료된 날, 그녀는 그에게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는다. 하루아침에 직장도, 남자친구도, 집도 잃어버린 구미코는 그제서야 자신의 안일했던 현실 감각을 깨닫게 된다. 다음 날부터 새 일자리와 살 곳을 찾기 시작하지만, 이미 정규직 코스에서 한참 벗어난 그녀에게 안정적인 일자리가 쉽게 구해질 리가 없고, 보증인이 없는 독신 여성에게 집을 빌려주겠다는 부동산도 없다. 막다른 길에 놓인 그녀는 한 줄기 빛처럼 ‘농업 여자’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된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할 수 있고 기계를 쓰면 힘이나 체력도 필요 없다며 곱게 화장한 얼굴로 웃고 있는 여성 농부의 당찬 사연을 보고 그녀는 당장 귀농을 결심하게 되는데……. 그녀는 과연 나라의 식생활 미래에도 도움이 되고, 일과 주거가 동시에 해결되는 농촌에 성공적으로 입성할 수 있을까? “어라? 나 아직 웃을 수 있네. 그래, 앞으로도 잔뜩 웃으면서 살아야지.”인생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야 오래 멀리 갈 수 있다본가가 농가가 아닌 독신 여성이 농업대학교에 입학하고 살 집을 마련하는 것까진 수월한 편이었다. 하지만 농촌 지역 주민들이 신규 취농자에게 협력적이고 논과 밭을 저렴한 가격에 빌릴 수 있다는 방송 프로그램 속 여성의 인터뷰와 달리 모든 것이 쉽지 않다. 아무리 농사를 짓고 싶어도 땅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없고, 판매 경로는 한정적이며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서 소규모 유기농업으로는 먹고 살 수가 없다는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 소설은 르포 문학을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혹독한 현장감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각각의 캐릭터에 개성을 입혀 다양한 여성의 삶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구미코에게 살 집을 제공해준 대학교 선배 게이코의 엄마이자 가장 매력적인 중년 여성 캐릭터인 야마후지 아야노는 물심양면으로 그녀를 돕는다. 아야노는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가진 딸보다 앞선 시대 감각을 여러 대사를 통해 드러낸다. “집안일은 시간 낭비야. (…) 김밥은 가게에서 사 오면 되잖니. 일부러 시간을 들여 직접 만든다고 뭐가 되는데? 물론 일하면서 취미로 만든다면 괜찮아. 그런데 미즈키는 그게 아니잖아. 싸구려 성취감에 취했을 뿐이야. 서툴게 각색한 촌극을 보는 기분이었다. 하나하나 다 연기 같더구나. 그 애, 사실은 불행할 거야.” (아야노)아야노와 반대되는 캐릭터로 구미코의 농업 파트너이자 멘토인 이쿠라 후지에가 등장한다. 후지에는 구미코에게 경작지를 구하는 일부터 밭 고르기와 씨 뿌리기, 뿌리 내리기까지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고, 이런 후지에 덕분에 구미코는 탐스러운 채소를 수확할 수 있게 된다. 혼자 사는 여성인 후지에는 지나치게 수다스럽고, 서른이 넘은 여성은 유통기한이 끝난 것과 마찬가지이니 적극적으로 결혼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야노와 마찬가지로 혈혈단신인 구미코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엄마와 같은 존재가 된다. 구미코의 독립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아야노와 후지에. 이 두 여성과 구미코의 우정은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드는 요소이다. “이런 삶, 저런 삶이 있어도 괜찮다. 어떻게든 먹고살 수 있으면 일단은 다 ‘정답’이다.”결혼을 해도, 다른 나라에 살아도, 이직을 해도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는 바로 옆에서 살고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훔쳐 읽고 있는 것처럼 묘사가 현실적이지만 곳곳에 극적인 반전이 숨어 있어서 끝까지 문학을 읽는 재미를 제공하는 소설이다.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채소를 직접 키우는 삶이 마음에 묘한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것을 알게 된 도시 여자의 농촌 적응기는 읽는 것만으로 현재의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작가는 인기 블로거이자 행복한 가정주부의 표상이었던 대학 선배 미즈키의 사연을 통해 안정적인 결혼에 대한 환상과 육아의 양면성도 놓치지 않고 다룬다. 또한 미즈키의 블로그 마케팅 전략은 실제 인플루엔서 성공 사례로 가져다 써도 무방할 정도 탁월하다. 독자들은 외부인이 농사를 짓고 싶으면 농가에 시집을 가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한 방을 날리는 스토리 전개에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른두 살 구미코는, 아직 혼자 살만하다고 말한다. 야무진 그녀와 달리 결혼으로 도망치거나 가정에 안주해버린 인물들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다. 이런 삶이 있으면 저런 삶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녀도 온전히 혼자 힘으로는 행복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랑스러운 소설은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잊기 쉬운, 사람과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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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역 (커버이미지)
    [문학]서울역
    • 장준혁 지음
    • 북랩
    • 2023-04-14

    잊지 못할 사랑을 삶의 등대 삼아행복을 꿈꾸는 영화 같은 반전이 있는 세 편의 이야기주희에게 준민은 이젠 손을 뻗어 잡아 볼 수도, 눈을 떠 바라볼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아련한 기억 속 깊은 곳에 박혀 비틀거리고 허우적대는 나약한 자신을 지탱해 주는 단단한 척추처럼, 결국은 빼낼 수 없는 굵은 가시가 되어 있었다.… …가끔은 자신의 이런 편집광적인 집착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평생 한 여인만을 사랑하고 잊지 못해 무덤까지 파헤치는 히스클리프의 광기 어린 사랑을 보면서도 준민은 다른 많은 감정들보다 연민과 동경의 감정을 더 느꼈다. 그만큼 주희를 향한 지난 십몇 년간의 지독한 그리움과 연모의 감정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었다. 평생 한 여자만 사랑하며 살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그런 인생도 후회스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서울역] 중에서주경이가 없는 사진은 설명하기 힘든 공허한 서러움만 전해줄 뿐이었다. 사진을 찍고 남겨도 그 아름다운 풍경과 순간을 공유할 주경이가 없다는 사실은 성주를 더욱 슬프게 할 뿐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은 성주를 더욱 슬프게 했고 그 슬픔은 그런 멋진 풍경들로부터 그렇게 성주를 멀리멀리 밀어 떼어 놓곤 했다.- [소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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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초동 리그 (커버이미지)
    [문학]서초동 리그
    •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23-04-14

    권력이 돈과 함께하는 그곳, 서초동일그러진 룰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지금 펼쳐진다! 『메이드 인 강남』 『반인간선언』 주원규표 사회파 드라마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의 대표 박철균이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법조계와의 유착으로 서초동에서 유명하던 기업인의 자살. 대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 ‘한동현’은, 이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이용할 계획을 세우고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백동수’를 호출한다. 중앙지검 진출 2년 차지만 이렇다 할 인맥도 뒷배도 없는 백동수에게 한동현은 특별한 제안을 한다. 박철균의 자살 배경을 조작해 검찰총장 ‘김병민’을 기소하자는 것이다.“점핑 안 할 거야?”“점핑이요?”“현직 검찰총장의 추악한 이면을 파헤친 평검사로 알려지면 너는 어떤 포지션이 될까? 매스컴의 총애를 듬뿍 받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러브콜이 쏟아지는, 보장된 꽃길이 그려지지 않아?”(42쪽)서초동에서 박철균의 뇌물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오직 백동수만이 출신이 한미한 탓에 박철균과 무관계하기에 그를 장기말로 선택한 것이다. 망설이던 백동수는 결국 제안을 받아들여 대검찰청 901호에서 참고인 조사를 시작하고, 조사 내용에 상관없이 이것이 “좋은 쪽으로, 좋은 길로”(90쪽) 가는 것이라고 믿으며 검찰총장 고발을 감행한다.“희생 제물 하나, 캐스팅해야죠. 별수 있나요?”견고한 검찰 카르텔, 그들의 총구가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김병민은 평검사 시절 유력 중진 국회의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달라붙은 항명의 대가로 이후 10년을 지방검찰청에서 보낸 이력의 소유자다. 검찰 조직의 아웃사이더지만 대통령의 특별한 총애를 받아 총장이 된 그는 반부패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검찰 개혁을 외치자마자 검찰의 보이지 않는 지붕, 옥상옥(屋上屋)을 형성한 간부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한동현의 설계에 따라 박철균과 연루된 뇌물수수 고발이 터지자, 김병민은 야합을 위해 검찰의 인사권을 쥔 법무부 장관 ‘조민국’에게 접근한다.다수의 사람이 믿으면 그 자체로 정의가 될 수 있음을 김병민은 잘 알고 있었다. 그에 더해 다수가 지지하는 원칙에 혹여 상식이 다소 결여되었다 해도 그것을 상쇄할 만큼의 힘이 그들에게 있다면 그게 정의라는 정치권의 관행을 어느새 몸으로 익혔다.(124쪽)한편, 백동수는 박철균 조사를 진행하던 중, 그가 배후에서 실질적인 소유자로 있던 ‘모비딕 펀드’의 자금 흐름과 그의 죽음 정황에 실제로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백동수는 그 진상에 접근하며, 만약의 경우 이 권력 투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트리거를 설치한다.작품은 작중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인 ‘금융 사기’ 등에서 눈을 돌리고 검찰 내부의 권력 투쟁, 정치권과의 야합, 언론 노출과 사건 조작에 집중하는 극단적인 검찰의 모습을 통해 “법으로 사람을 옭아맬 수 있는 기소라는 강력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면, 그 존재는 자발적으로 권력이라는 수렁에서 헤어 나올 엄두도 내지 않는다는 사실”(125쪽)을 적나라하게 연출한다. 검찰의 강력한 힘이 정의를 위해 쓰이지 않을 때, 야합으로 점칠 되어 길을 잃은 검사의 모습이 어떠한지 ‘서초동’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거침없이 구현해낸다.“우리 사회가 정한 규칙, 양심, 사회규범과 같은 것들의 집행자들이 혹여 이를 권력을 가진 기득권의 마음으로 접근하기 시작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흑화된 현실”을 표현해보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서초동 리그』는 사회 전반의 정의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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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핑하는 정신 (커버이미지)
    [문학]서핑하는 정신
    •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3-04-14

    “너의 마음을 다른 사람이 알 필요는 없어. 너만 알면 돼”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한은형 소설내가 나로 살기 위한, 한겨울의 파도타기일상에 숨은 낯설고 매혹적인 삶의 이면을 이야기하는 소설가 한은형의 『서핑하는 정신』이 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서핑하는 정신』은 다국적 스타트업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여성 ‘나’의 한겨울 서핑 도전기를 작가 특유의 감성과 톡톡 튀는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권태롭고 황폐하며, 절박하고 고독한 “인물 군상을 질서정연한 플롯 속에 우아하고 첨예한 방식으로 담아”낸(소설가 정이현) 단편들이 담긴 첫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출생의 비밀’과 ‘자살’이라는 화두를 다루며 “화가의 문체와 철학자의 상상력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소설”(문학평론가 정여울)이라는 평가를 받은 첫 장편 『거짓말』, ‘맥도날드 할머니’로 알려진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한 두 번째 장편 『레이디 맥도날드』 등 한은형 작가는 2012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출간되는 소설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굳건히 해왔다. 『서핑하는 정신』은 파도타기 스포츠의 일종인 ‘서핑’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실에서 실시간 재생되는 우리 일상의 이야기들을 따듯한 필치로, 그러나 사실감 있게 담아낸다. 하루하루에 진심을 다해 살았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실패와 좌절을 겪기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그럼에도 나를 나이게 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온화한 웃음을 닮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대로, 소설은 따스하고 다정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저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보통 이상으로 애쓰고, 보통 이상으로 힘들어하는 ‘보통 사람’들을 향해서. 작가는 “그 힘듦을 잠시 다독거려는 주는 작은 호사”와 같이 이 소설을 우리에게 건넨다. 다채로운 맛의 크래프트 맥주나 둥둥 파도 위에 떠 있는 서핑보드처럼. 산뜻하고 가벼우면서도 균형감 있게, 『서핑하는 정신』은 우리 마음 가장 가까운 어딘가에 부드럽게 안착하고 있다. 한 번쯤은 온화한 웃음을 닮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 라운지 음악처럼 느슨하게 풀어져 있는 그런 소설을. 그 나른한 기운에 둥둥 떠서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소설을 말이다._‘작가의 말’ 중에서<소설, 향> 소설, 향香을 담다 : 소설, 반향響을 일으키다 : 소설, 향向하다작가정신 <소설, 향>은 1998년 “소설의 향기, 소설의 본향”이라는 슬로건으로 첫선을 보인 제1세대 ‘소설향’에 이어 제2세대 ‘소설, 향’을 선보이는 중편소설 시리즈다. “소설의 본향, 소설의 영향, 소설의 방향”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통해, ‘향’이 가진 다양한 의미처럼 소설 한 편 한 편이 누군가에는 즐거움이자 위로로, 때로는 성찰이자 반성으로 서술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번아웃, 7일간의 급행 휴가,유산으로 받은 해변 아파트 그리고 한겨울 연말연시의 ‘서핑’공유 오피스를 운영하는 다국적 스타트업 기업을 다니는 ‘나’는 ‘홀로연말족’을 면하고자 양양으로 향한다. 때는 2020년 12월 23일. 수요일이고, 크리스마스이브 전날이었으며, 코로나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3차 대유행의 시기였다. 그러나 7일간의 급행 휴가를 쓴 건 사실은 ‘유산 상속’ 때문이었다. 피상속인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이 아니라 다름 아닌 큰이모. 이모의 죽음은 자살이었고, 유산 대리인은 그녀가 “죽음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큰이모에겐 직계존속, 직계비속, 배우자, 형제자매가 모두 없어서 조카인 내가 상속인이 되었다. 그렇게 내게 해변 아파트가 생겼고, 나는 양양으로 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매일 반복되는, 미친 듯이 바쁜 일과 속에서도 미치도록 무료한 일상을. 번아웃이 와도 멈출 수 없는 번아웃을. 공허를. 때론 분노와 억울함을. 나는 더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해야 한다. “어디에도 점점 맞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듯한 외로움과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수시로 찾아드는 막막함, ‘누구나 아파요’라는 인터넷 댓글을 보고 밀려오는 먹먹함에 나는 줄곧 갇혀 있었으니까.“일상의 투쟁들을 잠시 멈춤”하고온기를 찾아 모여든 단톡방의 ‘분홍 코끼리’들그래서 양양으로 오게 되었다. 나의 생의 이력은 조금은 남달랐는데, 해양학 연구원인 아버지를 따라 서핑의 나라 하와이에서 태어나고 열 살 때까지 자랐다. 그러나 서핑을 해본 적도, 하고 싶지도 않았던 나는 우연치 않게 한 게스트하우스의 서핑 강습에 가입하게 되고 그곳에서 해파리, 돌고래, 우뭇가사리, 상어 등의 닉네임으로 불리는 회원들을 만난다. 한겨울에 그것도 연말에, 서핑을 하겠다고 모인 서핑 초보들이라니. 처음부터 쉬운 일이란 없겠지만 이들의 서핑은 예상대로 허술한 모양새다. ‘나한테 말 걸지 말았으면’ 하는 분위기를 풍기며, 서핑 강사 양미 씨의 말대로 ‘좀 어두운’ 낯빛을 한 사람들.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거나 플로깅을 할 때엔 조금 밝아지는 사람들. 그리고 내 안을 들여다보는 ‘에고서핑’의 시간에 이르러 비로소 언 마음을 녹이는 사람들. 그들은 어쩌면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앞둔 시기, 사무치도록 ‘인간의 온기’가 그리웠던 건 아닐까. 강습이 끝난 뒤에도 계속 만남을 갖자며, 술 취해 헛것이 보이는 섬망 증세를 뜻하는 ‘분홍 코끼리’라는 이름의 단톡방을 만들었듯이.허세와 지식 자랑, 센스 있는 척까지 골고루 겸비한 해파리, 무기력해 보여도 양양 맥주를 만들겠다는 의지만은 확고한 돌고래, 검정 롱패딩 붐만 믿고 옷 장사를 했다가 망한 우뭇가사리, 까칠하지만 솔직한 ‘여자 어른’인 상어, 거기에 출퇴근길 지하철 2호선의 대환장 구간을 탈출해 여기 양양으로 달려온 직장인 ‘나’까지. “안쓰럽고도 가련한 일상의 투쟁들을 잠시 멈춤”한 그들만의 서핑 바이브가 펼쳐진다.‘이게 사는 건가? 이게 사는 거지!’서핑을 하든 안 하든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파도를 탄 서퍼다『서핑하는 정신』은 본격적으로 서핑을 하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서핑을 시작하기까지와 서핑을 하고 난 후에 방점이 찍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본문의 표현대로라면 서핑이란 “서핑을 하기 전, 하는 중, 하고 난 이후의 삶”까지를 아우르는 것이기에. 그렇게 작가는 ‘서핑’이라는 개념을 다양하고도 입체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크고 작은 화두들을 무겁지 않게 건드리며 예리한 통찰들을 곳곳에 심어놓는다. ‘이제이’라는 인물이 들려주는 부모의 죽음, 유산 상속, 직장생활, 번아웃에 관한 이야기들은 언택트, 인스타그램, 공유오피스, 한달살기, 워케이션, 플로깅 등 최근의 트렌드와 어우러지면서 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소설 속 한 정의에 따르면 서핑하는 정신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정신”이기도 하지만, ‘서핑하는 정신은 ____이다’로 표현하는 게 더 맞는 건지도 모른다. 소설에서 찾아내는 ‘서핑’에 관한 진짜 의미는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므로. 이제 다시, 서핑을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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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랑 (커버이미지)
    [문학]설랑
    • 윤이형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04-14

    “우리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꼭 한 번은 쓰고 싶었어요.서로를 사랑하고, 쓰고, 또 사랑하는 두 작가의 이야기를.”윤이형 첫 로맨스 소설!늑대인간과 인간,서로가 서로의 팬인 두 작가,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후 SF, 판타지 등 장르서사의 문법을 도입한 개성 있는 작품으로 출구 없는 세계의 불안과 그 너머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작가 윤이형. 그의 신작 소설 『설랑(說狼)』이 나무옆의자 로맨스소설 시리즈 로망컬렉션의 열한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장르문학의 상상력을 보여주되 지금 현재와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부터 동떨어진 적 없는 탄탄한 사유가 뒷받침된 그의 작품들은 한국문학의 흔치 않은 성취로 평가되며, 온전히 해명되지 않는 난폭한 세계에서 불완전하게 관계 맺고 살아가는 존재들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포착하는 섬세하고 예민한 시선은 윤이형의 세계를 대표하는 특징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런 그가 데뷔 후 처음 도전하는 로맨스소설이자 장편 분량(640매)으로 쓴 첫 번째 소설에서 어떤 이야기와 얼마만큼의 감정의 진폭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할 터, 『설랑』은 윤이형이라는 세계의 인장이 또렷하게 새겨진 소설이면서 그동안 작가로서 보여주지 않았던 지점까지도 과감하게 나아간 흥미롭고도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그녀는 늑대인간이었다! _늑대인간과 인간의 사랑윤이형은 이번 작품에서 공포영화나 판타지소설의 유서 깊은 테마 ‘늑대인간’을 등장시킨다. 보름달이 뜨는 밤 꿈속에서 늑대인간으로 변해 사랑하는 사람을 잡아먹는 후 그의 이야기를 단숨에 소설로 써내려가는 작가가 주인공이다. 5년 전 데뷔한 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선 독특한 시리즈로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었으나 자신의 책에 긍지를 갖지 못한 채 글을 쓰고 있는 서른네 살 작가 한서영. 그녀의 문제는 보름달이 뜨는 밤 꿈속에서 늑대인간으로 변해 사랑하는 사람을 잡아먹은 뒤 현실에서 그와 헤어지지 않으면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다는 것. 그녀는 삭(朔)이 지나 초승달이 보이기 시작하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 그로부터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꽉 찬 달이 하늘에 떠오르면 꿈속에서 짐승으로 변해 연인을 먹어치운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에 대한 감정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실을 동시에 깨닫는다. 상대는 마치 지난밤의 일을 알고 있다는 듯 질렸다는 표정으로, 두려운 얼굴로 떠나간다. 그녀는 깊은 슬픔과 죄책감에 빠져 헤어진 이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 먹지도 씻지도 않고 보름 만에 원고지 1천 매를 완성한다. 한 달 후에 책이 나온다. 지난 2년 동안 이런 패턴으로 열두 권의 책을 냈다. ‘유골함’ 같은 책이 나올 때마다 그녀는 몸서리를 치지만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 그리고 이제 정말 그만두어야 할 때라고 생각할 즈음 또 하나의 사랑이 서영을 찾아온다. 이 사람과는 그냥 친구나 자매로는 지낼 수 없으리라_레즈비언과 바이섹슈얼의 퀴어로맨스서영은 어느 날 새로 창간하는 무크지 『흔』의 편집위원이자 신인작가인 최소운에게 필자 섭외 메일을 받고 『흔』 편집위원들을 만나러 나가는데, 그 자리에서 소운이 자신의 작품을 오랫동안 좋아해온 숨은 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영 역시 소운의 팬이다. 소운의 데뷔작 『하줄라프』의 수많은 문장들이 얼마나 강렬하게 마음을 잡아끌었던가. 단 한 편의 소설로 서영을 그토록 동요하게 한 작가는 이제껏 없었기에, 서영은 소운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 나간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팬인 만큼 현실에서도 강하게 서로에게 끌리지만 서영은 소운을 해치고 그녀의 이야기를 책에 이용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두려워한다. 그럴수록 소운은 더 적극적으로 서영에게 다가온다. 서영도 알고 있다. 이 사람과는 그냥 친구나 자매로는 지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소설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의 심리 상태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묘사한다. 한쪽은 저주스러운 꿈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려 하고, 한쪽은 자신이 왜 거절당하는지 알 수 없어 자존심 상하고 실망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갈망을 멈출 수 없다. 결국 서영은 꿈속에서 늑대인간이 되는 자신의 문제를 고백하고 소운의 도움을 받는다. 소운을 만난 후 처음으로 맞는 보름밤, 잠을 자지 않으면 꿈도 없고, 꿈을 꾸지 않으면 소운을 잡아먹을 이유도 없다는 점에 착안해 두 사람은 소운의 집에서 함께 밤을 새우기로 한다. 그날 밤에도 서영은 꿈을 꾸지만 소운의 진심은 꿈조차 변화시켰고, 그 밤을 계기로 두 사람은 마치 신혼부부처럼 서로를 자신의 삶 안쪽까지 더 깊이 받아들인다. 두 팔이 내려와 서영을 안았다. 소운의 몸에서 식물성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더 이상 나무처럼 평화롭지도, 풀처럼 인내심이 많지도 않았다. 베개처럼 폭신하고 무해하지도, 조그만 보랏빛 화분처럼 귀엽지도, 그녀가 편지에 쓴 말투처럼 어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사랑을 갈망하는 성숙한 여자였고, 그녀의 단단한 몸이 만드는 선들과 움직임은 그 확신을 망설임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서영을 자신의 영토로 초대했고, 손을 잡아 이끌었다. 다른 어떤 존재가 아닌 인간 여자로서의 서영을. 서영이 내쉰 한숨이 소운의 쇄골에 닿아 흩어졌다. (170쪽)레즈비언인 소운과 바이섹슈얼인 서영의 퀴어로맨스는 사회적 편견에 질식당하는 일 없이 생기와 열의로 가득하다. 작가 윤이형은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의 다른 어떤 소설에서보다 풍부한 디테일과 무구한 감수성으로 그려낸다. 작가는 혼자 싸워요. 글을 쓰면서 싸우고, 쓰고 있지 않을 때도 싸워요._작가와 작가의 사랑서영과 소운은 작가다.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 없이는 온전히 존재할 수 없는 이들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늑대인간과 인간의 사랑 또는 여자와 여자의 사랑이라는 측면보다 근본적으로 작가와 작가의 사랑이라는 사실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지 모른다. 애초에 그들은 서로의 작품에 반해서 팬이 되었고, 쓰고 있을 때 희열을 느끼고 쓰지 못할 때 고통스러운 존재들이다. 그러나 작가와 작가가 만나 하는 사랑은 지뢰밭이 될 수도 있다. 서영은 그것을 두려워한다. “사랑해서 만난 사람 때문에 글 쓸 시간이 부족해질 때마다 자신의 이기심과 대면해야 하는 끔찍한 시간들이 있고, 누가 더 인정받고 덜 인정받느냐 하는 지극히 속물적인 욕망과 열등감의 암투”가 있다. 그로 인해 처음에는 눈부시게 빛나다가도 곧잘 헤어지며, 각자의 세계를 지키면서 사랑도 지켜내기란 쉽지 않다. 서영의 악몽 역시 작가 커플이었던 부모의 무책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부모는 그들의 세계를 지켜내는 대가로 서영을 버렸고, 그 기억은 이제껏 서영을 끔찍할 만큼 자존감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럼에도 서영은 소운이 한결같이 보이는 진심 덕분에 용기 있게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사랑받는 일이 죄가 아니며 사랑하는 일이 오류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그토록 어렵게 깨달은 서영은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고 쓰는 글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된다. 가장 어둡고 무거운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결코 쓸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이야기를 쓴 후로는 꿈도 바뀐다. 서영은 여전히 늑대인간이지만 더는 고통받는 괴물이 아니다. 그 뒤로 꿈은 조금 달라졌다. 소운과 함께일 때도 있었고, 혼자서 짐승으로 변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박물관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나가고 싶을 때면 언제든 나갈 수 있었다. 열린 문으로 사람들이 들어왔다. 관람객들. 누구도 들어올 수 없을 것 같던 그 공간이 관람객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중략)어린아이도 있었다. 할머니도 있었다. 남자도 여자도 있었다. 이상하게도, 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여러 명이어서였을까? 달려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짓이기고 싶지 않았다. (223쪽)설랑(設狼), 이야기 쓰는 늑대서영은 누군가를 파괴하고 나서 쓰는 글이 아니라 자기를 통과한 글을 써내면서 스스로를 구원한다. 작가는 혼자 싸우는 사람이며, 혼자 싸우는 것만으로 이미 지는 게 아니라는 소운의 말은 작가 윤이형의 육성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또 서영과 소운의 관계는 예술과 생활, 글쓰기와 사랑의 양립 가능성을 내비친다. 겁이 많고, 자신을 좋아하는 법을 몰랐고, 오랫동안 괴물이라는 단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주인공이 자신을 향한 다정한 시선과 따스한 마음으로 비로소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는 『설랑』의 서사는 이전 윤이형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면모다. 이것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여주인공이 나오면 곤란”한 로맨스 소설의 문법에 따른 결과든,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긍정과 낙관의 방향으로 이동한 때문이든 반가운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서영은 그리고 소운은 그리고 작가는 “언제나처럼 두렵고, 겁이 나지만, 서로를 사랑하고, 쓰고, 또 사랑”할 것이다. 감정들은 아득할지언정, 사랑이란 상태가 아니라 서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음과 시간을 쓰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오래된 내 믿음은 그대로다. 두 사람이 열심히 쓰고 서로를 있는 힘껏 끌어안으며 사랑하기를. 그리고 그녀들을 알게 된 당신에게도, 이 이야기가 부디 작은 즐거움 하나로 남기를.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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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남자의 겨울 (커버이미지)
    [문학]세 남자의 겨울
    • 이병욱 지음
    • 문학여행
    • 2023-04-14

    때는 겨울이었고, 그들이 겨울이었다1973년에서 1974년으로 이어지는 겨울에 춘천에서 두 문학청년(나와 이외수)과, ‘김유정 문인비 건립 같은 돈이 되지 않는 일로 식구들을 힘들게 만든’우리 아버지가 어우러지면서 빚어지는 사연이 주된 내용이다.나는 강원대학 졸업을 앞두고 ‘과연 내가 졸업사정회를 통과했을까?’ 걱정하며 맞는 불안한 겨울이었으며, 이외수는 인제 객골 분교에서 소사하다가 때려치우고는 가출해서 후배인 춘천의 나를 찾아온 대책 없는 겨울이었으며, 우리 아버지는 뒤늦게‘가장은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길가 가건물에 조그만 연탄직매소를 차린 참 딱한 겨울이었다.외수 형(나는 이외수 씨를 개인적으로는 외수 형이라 부른다)이 재작년 3월에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도 병석에 누워있다(이 소설의 출간시점에는 고인이 되었다). 나는 그런 형을 보면서‘형과 함께 보낸 1973년에서 1974년으로 이어지는 겨울의 얘기’를 글로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등단하기 전인, 문학청년 시절 이야기가 될 텐데 더 이상 기억 속에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여든 살 나이를 코앞에 두고 병석에 누운 형이나, 형보다 다섯 살 아래 나이의 나나 오십 보 백보가 아닌가. 어언 반세기 전의 일이라 기억은 완전치 않았다. 고민 끝에 기억이 완전치 않은 부분은 상상력을 빌리기로 했다. 그 때문에 ‘장편 실화소설’이라 했다.그 겨울의 얘기에는 천생 우리 아버지가 포함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잠시, 2002년에 춘천의 실레마을에 들어선‘김유정 문학촌’을 언급하고자 한다. 김유정 문학촌의 출발은 1968년에 우리 아버지가 예총 사무국장하면서 세운, 의암호 변의 ‘김유정 문인비’다. 아버지는 그 비를 모금하여 세울 때 부족한 비용을 채우고자 윗대로부터 물려받은 거두리 야산(2만평)을 헐값에 팔아버렸다. 문인비를 세우고 남은 돈은 현대문학사의 협조를 얻어 김유정 전집을 내는 데 썼다. 당시 아버지의 그런 행동은 식구들의 원망을 살 뿐이었다. 셋방을 전전하면서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했기에 1973년에서 1974년으로 이어지는 그 겨울 초입에 아버지가 조그만 연탄직매소를 차린 일은‘떼돈을 한 번 벌어 가족들한테 능력 있는 가장으로 인정받고자’함이었다. 4차 중동전쟁으로 생긴 석유파동 탓에 연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에서 긴급히 연탄공급 대책에 나서서 얼마 안 가 치솟은 연탄 값은 이내 꺾이고 말았다. 그 바람에 연탄직매소는 망하게 됐고 아버지는 참담한 처지에 몰렸다. ‘태백산맥 아래 상동읍에 가면 크고 작은 폐광들이 널렸으며, 그런 폐광들 중에서 쓸 만한 폐광을 찾으면 떼돈을 번다는데…’하는 두 번째 사업구상으로 영일이 없을 때 외수 형이 나를 무작정 찾아온 거다. 그렇게 그 겨울, 아버지와 외수 형과 내가 어우러지게 되었다. 중편소설‘훈장’으로 세대 지 공모에서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등단한 외수 형의 모습은 그 2년 뒤의 일이다. 나는 그 즈음 문학일랑 다 잊고서 시골 중학교의 국어교사로 있었다. 이번 장편 실화 소설은 오직 1973년에서 1974년으로 이어지는 춘천의 겨울 동안 벌어진 세 사람의 얘기에 한정해 썼다. 한 편, 외수 형이 병석에 힘겹게 누워있는데 내가 작품에 등장시켜도 되나 하는 송구스러움이 있었다.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전영자 씨(외수 형의 아내)한테 작품의 초고를 건넸다. “읽어보시고, 형 이름을 실명으로 써도 좋은지 의견을 주세요.”그랬더니 하루 지나 전화가 왔다.“재미있게 읽어봤어요. 실명으로 써도 좋아요.”그 전화에 내 마음이 비로소 편해졌다.- 작가의 집필 동기 중에서1970년대 겨울,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 세 남자가 있었다.그들은 어느 곳에서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한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가장 역할을 하지 못한 끝에 끝내 가정에서 제외되기에 이르고, 주인공은 그 아버지와 대립한 뒤 옆집 아주머니 집에 신세를 졌다가 이후엔 출가한 누나의 집 짐방에 신세를 지고, 친한 형 이외수는 그 짐방에서부터 주인공 아버지의 사무실과 주인공 후배의 방 등등을 전전한다. 그 시절에도 모두에게 당연한 것까지는 아니었다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쉽게 상상하기도 어려운 그 시절의 분위기가 소설을 떠받치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이고, 노작가가 반세기 전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문장은 그리 낡았다는 인상이 없다. 아무 곳이나 펼쳐 그곳부터 읽어도 1970년대의 겨울 속으로 빠져들어 지켜보는 느낌이 들게 한다. 소설은 시간의 순서를 따라가지 않는다. 그 시절 문학청년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부모님의 과거를 묘사했다가 어느새 첫사랑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다양한 시간대를 물 흐르듯 넘나드는 노련함에 감탄할 뿐이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던 세 남자는 서로 다른 세 갈래 길을 갔다. 젊은 시절 여기저기 신세지던 이외수는 유명 작가가 되었고, 소설 속 모습이 딱히 놀랍지 않은 일생을 살다가 이런저런 말들 속에 세상을 떴다. 작가의 아버지는 수십 년이 흘러서도 아들로부터 비판을 면치 못하지만, 작가는 동시에 소설 밖에서는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일을 이어가고 있다. 실화 소설이라는 자체로 이미 살아 있고, 가볍지 않다. 서평이 곧 그들의 삶에 대한 평가가 될 수 있는 만큼 실은 조심스럽다.거의 반세기 전의 일이라 작가 스스로 기억이 흐리다 하고,‘소설’인 만큼 세세한 것들까지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의심이든 접어두고 읽어도 좋은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의 현재가 겨울이라면, 그의 미래는 어떠할 것이며 지금의 겨울은 훗날 그의 삶에서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 이러한 물음을 던져 주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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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뚱보 (커버이미지)
    [문학]세 뚱보
    • 유리 올레샤 지음, 김성일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23-04-14

    전 연령의 러시아인들이 이 작품을 알고 있다. 원작은 물론이고, 연극, 인형극, 발레, 영화, 오페라 등으로의 각색된 작품들 또한 대중의 인기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올레샤가 어린이들을 위해 쓴 ≪세 뚱보≫가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당대는 ‘소비에트 혁명’과 ‘계급’을 부각하는 작품이 성행하던 시기였다. 때문에 평론가들은 소비에트 혁명의 묘사와 계급의 구별을 뚜렷이 보여 주지 않는 작품을 격렬하게 비판하곤 했다. 올레샤 또한 이 비판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세 뚱보≫는 소비에트 이데올로기 성향에 부합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혁명과 노동자 계급에 대한 찬양이 아닐 뿐이다. 올레샤는 악한 지도자 세 뚱보와 삼인조 주인공들의 대립을 그린다. 세 뚱보는 부유하고 욕심 많으며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이기적이다. 반대로 거기에 대적하는 주인공들은 온정이 넘치고 세 뚱보에게 맞서는 입장에 서 있다. 때문에 승리의 결말은 이념적 승리라기보다는 세 뚱보의 통치 아래 결여된 자유, 사랑, 생명의 승리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줄거리 속에 이념을 뛰어넘는 뚜렷한 인간적 주제를 보여 주었다는 점이 인기의 비결이다. ≪세 뚱보≫는 서로 벽을 두고 타인의 고통을 등한시하고 있는 현재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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