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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이라는 그리운 말 - 사라진 시절과 공간에 관한 작은 기록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집이라는 그리운 말 - 사라진 시절과 공간에 관한 작은 기록
    • 미진 지음
    • 책과이음
    • 2023-12-27

    “아무리 애쓰거나 어디를 방랑하든 우리의 피로한 희망은 평온을 찾아 집으로 돌아온다”집이라는 공간에 얽힌 내밀하고 단단한 기억“우리 집은 좋으면서도 슬펐다”라고 작가는 고백한다. 비바람에 슬레이트 지붕이 들썩이고 송충이가 비처럼 내리던 만리동 꼭대기 집, 가을비가 내릴 때마다 세상 모든 낙엽이 모여드는 아현동의 반지하 연립주택, 엄마의 평생소원대로 마침내 장만한 봉천동의 네모반듯한 집, 결혼 후 세입자로서 아홉 번의 이사를 하며 거쳐 간 때로는 춥고 때로는 따뜻했던 집. 작가는 세상에 태어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지친 몸을 누인 그 모든 집이라는 공간에 촘촘하게 엮은 그물을 깊이 내려 단단한 기억을 길어 올린다. 삶의 결핍이 빚은 다정한 생의 의지크든 작든, 춥든 온화하든, 모나든 반듯하든, 집은 누구에게나 간절한 바람과 자기 몫만큼의 생의 의지가 깃든 공간일 것이다. 작가의 집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씻기고 치우고 무언가를 깨끗이하는 데 평생을 쏟은 바지런한 엄마는 언제고 떠날 허름한 집에서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릇과 화분과 항아리를 윤이 나도록 쓸고 닦았다. 짓고 고치고 땜질하는 일에 익숙한 아빠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집의 어디를 고쳐야 한 계절을 또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살피고 손봤다. 그 시절의 부모가 그러했듯, 작가의 엄마와 아빠는 오직 내 집 갖는 것을 목표로 묵묵히 내핍을 감내하고, 유일하게 햇살이 들어오는 방을 자식들에게 양보한 채 컴컴하고 어두운 무덤 같은 방에서 서로의 등을 맞대고 잠을 청했다. 삶은 고되었으나 누구도 서로를 탓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사라진 것들에서 끌어올린 무수한 감정의 타래행복과 슬픔, 분노와 기쁨이 조금씩 뒤섞인 기억의 풍경 속에서 작가는 특유의 문장력으로 집 너머, 공간 너머의 것들을 한껏 탐험한다. 그곳에는 스케치북만 한 창을 통해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홉 살의 나와, 중학생이던 어느 봄에 교실 창문을 타고 환청처럼 들린 포클레인 소리와 엄마의 울음소리에 러너가 되어 달린 길이, 단짝 친구와 함께 밤늦도록 차가운 풀밭에 뒹굴며 올려다본 까만 하늘이 들어 있다. 지붕갈이를 하려고 사다리에 위태롭게 디딘 아빠의 상처투성이 다리 아래로 보이는 여기저기 빠지고 두꺼비처럼 자란 검은 발톱이, 몸의 기능을 조금씩 잃어가며 몇 알 남지 않은 쌀자루처럼 사방으로 쓰러질 것만 같은 엄마의 쇠약한 등이, 가난과 모순에 고개를 외로 돌리면서도 결코 아래로 숙이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있다. 검은 하늘에 박힌 별처럼 이름 모를 무수한 감정이 잘게 부서지던 시절에 관한 비밀스러운 고백은 우리를 곧장 각자의 과거 속으로 불러들인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온다마른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듯, 세월은 걷잡을 수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그 시절의 동네와 집은 이미 허물리고 사라졌다. 내 것 네 것 따로 없는 열두 가족이 한데 어울리며 살아가던 곳에는 대단지 고층 아파트가 우뚝 서서 위용을 뽐내고, 시장에서 산 짐을 보자기에 싸서 머리에 이고 오르던 만리동 고개에는 재개발을 알리는 노란 현수막이 당당하게 휘날린다. 그럼에도, 아니 그럴수록 작가가 사라진 집을 애써 기억하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에 처음으로 존재했던 그곳에 다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기억할 것을 권한다. 사회적 쓸모 혹은 미추와 상관없이 나라는 존재를 나로 살아가게 하는 기억은 그 자체로 값지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삶을 살든, 아무리 애쓰거나 어디를 방랑하든, 우리의 피로한 희망은 평온을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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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 예쁘고 선한 너라서 - 있는 그대로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참 예쁘고 선한 너라서 - 있는 그대로
    • 김지훈 지음
    • 진심의꽃한송이
    • 2023-12-27

    있는 그대로 참 예쁘고 선한 너라서, 참 기특하고 고마워.김지훈 작가의 신간 『참 예쁘고 선한 너라서』가 출간되었다. 참 예쁘고 선한 너라서는 국내에서 50만부가 판매되고, 해외 5개국에 출간된 참 소중한 너라서의 7년 만의 후속작이다. 참 소중한 너라서 책을 감동받으며 읽은 모든 분들에게 더욱 성숙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참 예쁘고 선한 마음을 지닌 채 살아온 우리들은, 그래서 어쩌면 더 많이 상처받고, 또 억울함에 속앓이하는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예쁘고 선한 마음을 무너뜨리지 못하는 우리이기에 이왕이면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예쁘고 선한 마음을 지닌 채 삶을 마주하면 어떨까, 하고 이 책은 묻는다. 그 아름다운 마음을 이 책을 통해 꼭 얻을 수 있길 바란다.“매일의 마무리를 김지훈 작가님의 글과 함께해요.”“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어요.”이 책은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 또 나의 예쁜 마음이 사실은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 여태 나의 아름다운 마음이 때로 보상심리가 되어 서운함과 억울함을, 미움을 가져다주기도 했다면 그 모든 마음을 단숨에 극복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러니 예쁜 마음을 지니고 살아온 나라서 더욱 많이 지치고 아픈 당신,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 그렇게 그 예쁜 마음과 성숙을 위해 태어난 당신이 여태 그 목적에 충실해 해왔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를 기특해 해주기를 바란다. 정말로 그런 당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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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방으로 가다 - 사소한 일상의 세밀한 기록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책방으로 가다 - 사소한 일상의 세밀한 기록
    • 전지영 지음
    • 요가와책
    • 2023-12-27

    사소하지만, 마음이 담긴 일상을 전하는 독서 에세이다.서서히 동이 트는 새벽하늘, 갓 내린 뜨거운 커피의 향기, 잠깐 눈을 돌려 바라본 투명한 하늘,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책을 읽는 시간.우리는 언제나 위대하고 영원한 가치를 추구한다. 그러나 아무런 의미 없이 곧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들도 있다.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친구와 함께 말없이 바라보고 싶어 했던 어느 겨울날의 눈 내리는 풍경처럼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마음이다.《나를 상하게 하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다》(2019, 허밍버드), 《혼자라서 좋은 날》(2012, 위즈덤 하우스) 등을 쓴 전지영은 우리는 삶의 공허함을 타인과의 진실한 관계로 채우려고 애쓰지만, 오히려 혼자의 시간을 통해 삶이 충만해진다고 말한다.저자는 레이먼드 카버, 어슐러 K. 르 귄, 프란츠 카프카, 로맹 가리 등 10명의 소설가와 그들의 소설을 이야기하면서 직접 그린 10컷의 섬세한 수채화 일러스트와 함께 오늘도 무수하게 지나치는 삶의 표정을 ‘책’을 매개 삼아 선명한 인상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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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호의 인생 꽃밭 -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최인호의 인생 꽃밭 -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
    •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12-27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인생은 아름답다고 죽도록 말해주고 싶어요”소설가 최인호의 10주기를 기리며 에세이 『최인호의 인생 꽃밭』 추모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영화화된 소설가이자, 1970~1980년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해온 최인호는 한국 현대문학의 축복 같은 존재였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작가’, 그리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라는 수식어가 늘 그를 따라다녔다.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 『상도』 『불새』 등은 드라마화되었고, 『겨울나그네』 『고래사냥』은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으며,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한 그의 작품들은 시대적 아픔을 희극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2007년 최인호 소설가가 생전에 출간한 에세이집 『꽃밭』을 소설가 타계 10주기를 맞아 재출간한 『최인호의 인생 꽃밭』은, 에세이 형식의 글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연작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는 “짧은 소설집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작가가 ‘책머리에’에서 밝힌 “소설을 헤일 수 없이 많은 작품을 펴내었어도 막상 수필이나 단상을 모아 책을 내는 일은 드문 일”이었다는 출간에 대한 소회를 읽다 보면, 어느덧 10주기가 되어 다시 찾아온 그의 글이 더욱 그립고 간절해진다. 책에는 용서와 화합, 현재에 머물지 않는 영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천재 작가로, 최고의 인기 작가로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살아오는 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감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인생 육십, 나의 소중한 금생今生“따지고 보면 우리들의 인생이란 신이 내려준 정원에 심은 찬란한 꽃들이 아니겠는가”작가가 육십 너머 문득문득 느끼는 감정 중의 하나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육십이 넘도록 살아왔다면 인생에 대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남들처럼 학교도 다니고, 결혼도 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웬만한 음식은 다 먹어보았고, 안 가본 데가 없고, 신문에도 많이 나왔지만,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면 “어제까지 살아왔던 인생의 방법을 모두 잊어버린 사람처럼 어리둥절해지고 당황할 때가 많이” 있다. 수천 그릇은 먹었을 자장면을 먹을 때만 해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맛을 경험하는 것 같고, 수염을 깎다 어떻게 깎는지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기도 한다. 급기야 작가는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단 말인가. 수염을 깎는 매우 사소한 일상사마저도 나는 제대로 그 방법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 떠밀리듯 살아왔음이 아닐 것인가” 하고 탄식한다. 그리고 어쩌다 밤에 깨어나면 “애벌레처럼 우주의 낯선 별에서 혼자 잠든 어린왕자와 같은 고독감을” 느낀다.날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느낌, “전생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금생에 살고 있다”는 느낌으로 작가는 자신의 꽃밭을 차근차근 일군다.한 송이 꽃과 같은 나의 소중한 마님“아내의 말은 진리의 구경이다”작가에게 아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내는 손님이기도 하고, 어머니이기도 하며, “평화를 짜는 사람”이기도 하다. “무례하고 불친절한 사람과 상대할 때에는 놀랍게도 더욱 친절해지고, 공손해지며, 더더욱 상냥해지”는 아내는 항상 작가에게 이렇게 소리치고 있다. “잘난 체하지 마라. 남의 칭찬을 너무 사실대로 받아들이지 마라. 인간임을 잊지 마라. 지금 꽃을 던지는 저 사람들이 언젠가는 돌을 던질지 모르는 일이다.” 작가는 아내의 잔소리가 “침을 놓는 것과 같다”고 고백한다. 아내는 작가의 “정신과 육체의 급소를 기가 막히게 알고 있다”.“아내는 언제 그 급소에 침을 놓아야 하는지 타이밍까지도 알고 있다. 아내가 침을 놓으면 처음에는 통증이 있고 화도 나지만 그 고통 속에서 나는 치유된다. 아내의 침을 통해 굽었던 마음이 펴지고, 불구와 같은 마음이 꼿꼿해짐을 느낀다. 아내의 침이 없다면 나는 무감각의 식물인간으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른다. 때로 아내는 내 정수리에까지 침을 놓는다. 이른바 정문일침이다. 그럴 때 나는 펄펄 뛰지만 시간이 흐르면 아내의 일침이 옳았음을 깨닫는다. (…) 침을 놓을 때라도 제발 아프지 않게 살살 놓아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아이고, 사람 살려. 마님.”그런 아내의 영향으로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평화의 강이 흐르게 하는 유일한 수단을 뒤늦게 깨닫는다. 아내의 말은 그야말로 “진리의 구경”이다. 작가는 이제 조그만 일에 분개하기보다 조그만 일에도 나 스스로 친절하고 겸손하고 더욱더 작아져 모래처럼 적은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바람과 먼지와 풀처럼 정말 얼마큼 적은 사람이 되고 싶다.”오늘이 바로 영원永遠이다!“내 작은 인사가 모든 사람에게 전염이 되기를”작가가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많다. 청년 작가로, 청춘의 열정을 간직한 작가이기에 젊은이들에 대한 기대와 애정은 여느 작가들과 다르다. “내가 쓰는 글과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들과 더불어 사는 내 인생도 먼 영원의 눈에서 살펴보면 낯선 행성에서의 빛이 어우러진 잔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젊은이들에게 “지나치게 현실적인 계산과 현세적인 쾌락에 의해서 노트르담 사원 종탑에 갇힌 카지모도처럼 꼽추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문한다. 그리고 “영원으로 가라”고.『최인호의 인생 꽃밭』은, 한여름의 태양처럼 우리의 정신과 육체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절망과 우울, 슬픔과 소외의 곰팡이를 말끔하게 청소해내” 우리를 “더더욱 찬란”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피어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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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의 위로 - 카페, 계절과 삶의 리듬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커피의 위로 - 카페, 계절과 삶의 리듬
    • 정인한 지음
    • 포르체
    • 2023-12-27

    “이 글이 커피 한 잔만큼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글 쓰는 바리스타, 정인한 작가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오늘도 커피 한 잔 하실래요?더운 여름날, 우리에게 가장 간절한 건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다. 바로 여기, 더위를 피해 카페에 들어온 손님에게 얼음을 가득 넣은 커피를 건네는 사람이 있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글을 올리는 저자는 카페를 운영하며 만난 수많은 이들과 마주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공간에는 그 장소에 오래 머무른 사람의 흔적이 남는다. 단골손님들의 사진이 하나둘 붙고, 그들이 기부한 책이 빈 책꽂이에 놓인다. 카페에 수없이 오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어쩐지 따뜻하다. 저자의 마음에 깊숙이 남은 손님들의 이야기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래야 한다’는 식의 위로가 아닌, 상대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저자의 담담한 위로는 커피의 향처럼 주변에 은은하게 맴도는 듯하다. 무언가를 내어 주기만 하는 삶에 지친 사람이라면, 커피를 마시며 《커피의 위로》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일상 속에서 기분 전환이 되어 줄 책이다.카페, 그리고 계절과 삶의 리듬사계절이 담긴 공간에서의 일상과 낭만카페만큼 계절의 흐름을 잘 보여 주는 장소는 없다. 추워지면 따뜻한 음료를 찾는 손님이, 더워지면 시원한 음료를 찾는 손님이 늘어난다. 이 모든 손님의 주문을 받는 바리스타는 누구보다 사계절의 낭만을 잘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늘 같은 자리에 머무르며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어 온 저자는 거기서 비롯되는 기쁨과 아픔을 피하지 않는다. 그 감정을 정면으로 오롯이 받아내고, 괜찮아졌다고 느낄 때 비로소 계절 뒤로 흘려보낸다. 매화가 피기 시작하는 봄이면 생각나는 떠나간 직원, 휴가를 떠난 사람들로 인해 텅 빈 여름의 거리, 어쩐지 손님과 직원 모두가 차분해지는 가을, 아직 오지 않은 봄의 징후를 찾게 되는 겨울까지. 모든 일상이 낭만적일 수는 없어도, 일상 속에서 작은 낭만을 찾아볼 수는 있다.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 보기를 바란다. 본인만이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누군가에게는 휴식, 누군가에게는 만남어느 카페 사장의 카페라는 공간에 관한 철학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카페를 찾는다.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카페에 가고, 또 다른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카페에 간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카페에 간다는 것이다. 커피 원두가 갈리는 소리, 나직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공간에 흐르는 조용한 음악…….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카페의 분위기를 만든다. 《커피의 위로》는 그런 분위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그 안에는 사랑이 묻어나기도 하고,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카페를 운영하며 가지게 된 하나의 철학이 있다. 카페를 오래 유지하려면 손님에게 “되돌려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손님에게 주문을 받을 때도 “손님의 언어를 다시 되돌려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주문받은 내용을 되물으면서 서로 소통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소소한 노력이 모여 카페의 아늑한 분위기를 구성한다. ‘좋아서 하는 카페’이기에 저자는 오늘도 손님의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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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조일기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탐조일기
    • 삽사롱 지음
    • 카멜북스
    • 2023-12-27

    조류의 생태, 서식지 등을 관찰하고 탐색하는 취미 \'탐조\'에 대해 이야기하는 귀여운 만화 『탐조일기』가 출간되었다. 도심 속 공원이나 하천에서 새를 관찰하는 젊은 탐조인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새에 진심인 20대 여성 탐조인이 탐조의 세계에 빠져드는 과정을 찬찬히 담았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재해 온 기존 콘텐츠를 보완하고 미공개 에피소드를 다수 추가했으며, 서울대 행동생태 및 진화연구소 하정문 박사의 감수를 거쳐 신뢰할 수 있는 탐조 도서로 거듭났다. 새를 관찰하며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감각하게 되는 이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재미있고 유용할 것이다.\"『탐조일기』는 친근하면서도 본격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 정보가 넘쳐 난다. 새가 조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사람들부터 새에 미친 사람들까지 모두 만족할 만한 책이다.\" -정세랑 소설가숲에서도 도시에서도,참새나 비둘기 말고도,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귀여운 새들에 대해그리고 가만히 새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에 대해주변에 새 보러 다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면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초보 탐조인이 증가하고 있으며 1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대 또한 다양하다고 한다. 『탐조일기』는 새가 귀여워서, 좋아서, 더 알고 싶어서, 그렇게 단순한 취미로 새를 관찰하는 일의 즐거움을 전하는 만화다. 문득 들려오는 새소리에 어떤 새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면, 길을 걷다가 발견한 예쁜 새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검색창을 열어 본 적이 있다면 탐조의 세계로 발을 들여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저 새를 관찰할 뿐이지만 나의 생활과 생각의 반경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지는 것을 느끼게 될 테니까.이 책의 저자인 20대 여성 탐조인 삽사롱은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직박구리를 우연히 발견하고 도움을 주었던 경험을 한 후로 자연스럽게 탐조에 빠져들게 된다. 새를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매일 지나다니는 동네가 새롭게 보이고, 사람들이 무심히 길을 걷는 사이 얼마나 다종다양한 새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지 깨닫는다. 박새, 딱새, 흰뺨검둥오리, 동고비 등 우리 주변에는 참새나 비둘기 말고도 많은 새가 살아가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영영 알 수 없는 세계다. 까치와 까마귀는 지능이 높아서 장난도 잘 친다는 사실, 우리가 맹금 하면 떠올리는 쩌렁쩌렁한 울음소리는 사실 말똥가리의 것으로 모든 맹금이 그렇게 멋있게 울지는 않는다는 사실, 진짜 뱁새는 흔히 알고 있는 흰머리오목눈이가 아니라 붉은머리오목눈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그만큼 우리 주변의 자연을 폭넓게 향유하는 일일 것이다.『탐조일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재해 온 만화로, 기존 콘텐츠를 보완하고 미공개 에피소드를 다수 추가했을 뿐 아니라 서울대 행동생태 및 진화연구소 하정문 박사의 감수를 거쳐 신뢰할 수 있는 탐조 도서로 거듭났다. 탐조인으로 유명한 정세랑 소설가의 다정한 추천사대로 \"유머러스하면서 정보가 넘쳐\" 나는데, \'탐조의 효능\'을 설명하거나 힙합 애호가로서 훌륭한 비트가 되어 주는 새소리에 대해 진지하게 그려 내는 코믹한 에피소드부터 기본적인 탐조 용어와 장비들, 수도권 탐조 스폿과 봄섬 탐조 후기, 버드 피딩 방식, 새의 유리창 충돌 문제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미션 등 정보성 에피소드까지 초보 탐조인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48편의 만화에 고루 담았다. 좋아하는 새 하나쯤 있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보다 분명 풍요로울 것이다. 새를 관찰하며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감각하게 되는 이 이야기를 통해 몰랐던 세계를 알아 가는 기쁨을 누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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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12-27

    “언어는 인생을 조각한다”파리지앵 목수정 작가가 프랑스어 34개로 펼치는 ‘말들의 풍경’언어에 아로새겨진 ‘홀로 그리고 함께’의 프랑스적 일상과 문화20년간 파리지앵으로 살며 한국과 프랑스의 경계에서 글을 써온 목수정 작가. 그간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파리의 생활 좌파들》 등에서 프랑스 사회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세밀하게 묘사한, 자유·평등·박애의 가치에 닻을 내리고 한국과 다른 논리로 굴러가는 프랑스 사회와 일상은 거울처럼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고,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왔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두드렸던 프랑스어 34개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파리에서 만난 말들》로 독자 곁에 찾아왔다. 작가는 왜 ‘말’에 주목했을까? 그는 “말은 각각의 공동체가 경험과 성찰을 통해 빚어낸 열매”로, 그 씨 속에는 공동체의 응집된 지혜와 경험,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일상을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는 태도부터 ‘혁명의 나라’를 이끌어온 끈끈한 공동체 정신까지, 프랑스어 34개가 펼치는 ‘말들의 풍경’을 통해 프랑스의 심층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작가가 말을 통해 발견한 프랑스적 가치의 중심에는 ‘홀로 그리고 함께’ 정신이 있다. 68혁명을 거치며 과거 거대 이데올로기가 보듬지 못했던 개인의 자유와 욕망이 터져 나왔고,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프랑스의 단단한 개인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이처럼 개인을 중시하는 태도는 프랑스인들이 자주 말하는 envie(앙비: 욕망)라는 단어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프랑스인들은 개인의 ‘앙비’를 무엇보다 중시하는데, 관습·예절·상식보다 개인의 욕망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테면 ‘앙비가 없다’는 말은 모든 권유를 차단하는 프랑스식 표현이다. 반면 ‘앙비가 있다’고 말하며 행동하는 사람은 말려서도, 말릴 수도 없는 의지를 품었다고 여긴다. 이처럼 그들은 자신과 타인의 욕망을 표현하며 존중하는데, 저자는 이를 ‘사소하고 경이로운 프랑스식 사치’로 명명한다. 이렇듯 개인주의에 단단히 뿌리 내렸지만, 1789년 시민혁명의 후손답게 모두의 권리를 위해 연대할 때는 너나없이 발 벗고 나선다. 이를테면 책에서 언급하는 ‘greve generale(그레브 제네랄: 총파업)’은 1936년 첫 유급휴가 시대를 연 이래 프랑스 공동체를 굳건히 지켜왔던 말이다. 총파업이 시작되면, greve generale에서 g를 뺀 reve generale, 우리말로 ‘모두의 꿈’이란 말이 거리 곳곳에 포스터로 나부낀다. ‘총파업’을 ‘모두의 꿈’으로 바꿔놓는 프랑스식 농담은 공동체가 공유하는 끈끈한 사회적 유산이다. 이외에도 좌우파 상관없이 자주 쓰는 단어 solidarite(솔리다리테: 연대)에서는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프랑스 정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개인주의를 고수하면서도 필요할 때 함께 뭉치는 프랑스적 삶의 태도는 일견 서로 상충하는 듯하면서도, 개인과 공동체를 모두 존중하는 그들만의 지혜이기도 하다. “세상의 어떤 말들은 여러 해 공을 들여 품고 있어야비로소 만나고, 친해지고, 내 것이 된다”각박해져만 가는 일상을 새롭게 돌아보게 하는 말들‘견디는 생존’을 넘어 ‘누리는 삶’을 추구하는 프랑스 정신을 만난다《파리에서 만난 말들》은 총 3부로, 1부 〈달콤한 인생을 주문하는 말〉, 2부 〈생각을 조각하는 말〉, 3부 〈풍요로운 공동체를 견인하는 말〉로 구성되었다. 1부 〈달콤한 인생을 주문하는 말〉에서는 ‘견디는’ 생존(survivre, 쉬르비브르)을 넘어 ‘누리는’ 삶(vivre, 살다)을 추구하는 프랑스인들의 일상을 프랑스어 14개를 통해 들여다본다. 이를테면 한국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와는 반대로 프랑스에선 doucement(두스망: 부드럽게)이란 단어를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며 ‘천천히, 부드럽게’ 살아가는 태도를 지향한다. 태어날 때부터 이 말의 세례를 받고 자랐기에 그들은 “5분 늦을지언정 뛰지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서른 해 동안 한국에 살면서 ‘빨리빨리’에 익숙했던 그가, 파리로 이주해 두스망 문화에 젖어 들어가는 부분에서는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Apero(아페로: 식전주)-일상의 천국을 여는 세 음절〉 장에서는 프랑스의 아페로 문화를 깊이 살핀다. 아페로는 흔히 ‘식전주’로 해석되는데, 아페로를 규정하는 주요 요소는 술의 종류와 상관없이 그것을 마시는 시간의 흥겨움·즉흥성·가벼움이다. 너그럽게 여유를 부리며 함께 농담을 즐기는 아페로 시간으로 프랑스인들은 하루 동안 쌓인 긴장을 이완한다. 저자는 “아페로를 즐기는 순간, 우린 살아가려 애쓰는 처절한 생존 기계가 아니라, 삶을 즐기는 유쾌한 존재들이란 사실을 서로에게 일깨운다”라고 말한다. 아페로에 곁들여지는 안주 사전이 나올 만큼 프랑스인들은 아페로에 각별하고, 이는 삶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찬미하는 프랑스적 감각을 나타내는 말도 있다. 바로 ‘Il fait beau(일 페 보: 아름다운 날씨로군요)’. 프랑스인들은 형용사 beau(보: 아름답다)를 일상에서 경탄을 느낀 대상을 향해 아낌없이 표현한다. 잘 차려진 음식을 보고 “맛있겠다”가 아니라 “아름답다”를 연발하고, 축구 중계 중에 적시에 터진 멋있는 골에 대해 캐스터들은 “C’etait vraiment beau(이건 정말 아름다운 골입니다)”라고 탄성을 내지른다. 삶의 마디마다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그들의 습관은 프랑스 사회의 발달한 미의식의 바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외에도 scrupule(스크뤼퓔: 세심함), bonjour(봉주르: 안녕하세요) 등 일상을 더욱 달콤하고 부드럽게 풀어주는 단어들로 프랑스적 일상의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다.2부 〈생각을 조각하는 말〉에서는 프랑스어 11개를 다루면서 ‘공화국’을 완성한 프랑스적 가치와,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정치적 차이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먼저 〈laicite(라이시테: 정교분리 원칙)-공화국을 완성한 네 번째 가치〉 장에서는 오늘날 프랑스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인 ‘정교분리 원칙’을 탐구한다. 1905년의 ‘정교분리법’이 의회에서 어떻게 통과됐는지, 그것이 얼마나 혁명적인 ‘사건’이었는지 알려주면서 정교분리 원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오늘날 프랑스에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위협받고 있는지를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통해 생생히 증언한다.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사문화된 이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지 종교에 대한 원칙이 아니라 개인의 양심과 신념에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 고찰한다. transgenerationnel(트랑스제네라시오넬: 세대를 가로지르는)이란 단어에 얽힌 이야기도 인상 깊다. 오늘날 프랑스인들은 세대를 거쳐 반복되는 심리적 연결성, 조상의 해결되지 않은 트라우마가 전해 내려오는 현상에 관심이 높다. 이는 흡사 조상들과의 인연을 “칭칭 쟁이고” 사는 한국 사회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진단한다. 한국에서는 굿을 해서 조상 등의 영혼을 달래듯이, 프랑스인들은 기 치료사 등을 통해 먼 조상의 트라우마를 인지하고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가계심리학’을 통해 가족 내 숨겨져 있던 비사祕事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며 화해해 매듭을 풀고자 애쓰기도 한다. 일명 ‘드라마 왕국’인 한국 사회를 향한 표현도 눈에 띈다. 바로 ‘vie par procuration(비 파르 프로퀴라시옹: 대리 인생)’. 이 말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왜 늘 복수극이 나오는지 질문받은 저자가, 한국에서는 법이나 사회적 정의가 드물게 작동하고 개인적 응징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드라마가 그 역할을 대신해준다고 답하자 상대에게 들은 말이다. 한국인들이 드라마를 통해 ‘대리 인생’을 산다는 것. 같은 맥락에서 한국 드라마에 재벌이 많이 나오는 것도, 현실의 누추함을 가리고 대리 만족하기 위함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반면 드라마 문화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더 글로리〉 같은 복수극이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에서 인기가 시들했던 이유에 대해 살피며 문화적 차이도 논한다.3부 〈풍요로운 공동체를 견인하는 말〉에서는 프랑스어 9개를 통해 모두의 권리를 위해 연대하고 뭉치는 프랑스의 끈끈한 공동체성을 살펴본다. 먼저 〈greve(그레브: 파업)-풍요를 분배하기 위한 시간〉 장에서는 ‘생존에서 삶’으로 프랑스인들을 도약하게 해준 단어인 ‘파업’의 역사를 세밀히 살핀다. 이를 통해 ‘그레브’가 얼마나 프랑스에서 중요한 말이자 가치이며, 왜 프랑스 공동체를 논할 때 첫째에 놓여야 하는지 알려준다.그레브만큼 중요한 말인 solidarite(솔리다리테: 연대)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프랑스 정부나 지자체가 ‘평등’에 방점을 두며 만들어내는 모든 정책에는 ‘솔리다리테’란 말이 들어간다. 이는 정책에서 시혜적 뉘앙스가 아닌, 그것을 받는 사람도 주체로서 함께하는 것이란 의미를 강화시킨다. 이처럼 ‘연대’란 단어는 모두 평등하게, 굴곡 없이 모이게 해주는 말로서 공동체를 향한 프랑스 사회의 시선이 어떤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렇듯 말에 담긴 프랑스 정신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파리에서 만난 말들》은 각박해져만 가는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함께 전한다. “말은 불씨다!” 역동적인 프랑스 역사의 흔적을 품은 언어에서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를 가늠한다《파리에서 만난 말들》에는 프랑스 정신을 담은 말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대에 길 잃은 프랑스 민주주의의 암담한 현실 등을 드러내는 말 또한 다룬다.먼저 ‘On s’en fout(옹 상 푸: 아무도 관심 없어)’처럼 시대 분위기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지는 말이 있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자주 쓰는 말 10위 안에 꼽힐 만한 이 문장은 타인의 시선이나 규범, 관습 따위를 가볍게 벗어던지는 말인 동시에 타인에 대한 연민, 관심이 제거된 지나친 개인주의가 발현된 것이기도 하다. 2008년 유럽에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이 말은 금융자본주의 독재에 주눅 든 프랑스 청춘들의 절망과, 점점 싸늘해지는 세상을 표상하는 언어가 되어갔다.oligarchie(올리가르시: 과두정치)처럼 소수의 자본과 정치가 결탁해 사회를 지배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보여주는 말도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집권하며 언론에 등장한 말이다. 당시 사르코지 정권은 투기로 인한 금융자본가들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아낌없이 국고를 털고, 이를 메꾸기 위해 복지와 공교육, 공공의료는 축소했다. 이 부도덕한 현실에 맞서는 시위가 프랑스 곳곳에서 거세게 일어났고 거리에는 “우리의 삶은 그들의 이윤보다 소중하다Nos vies valent plus que leurs profits!”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과두정치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한국 사회가 선거를 통해 민의가 반영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착각 속에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꼬집는다.프랑스의 국민적 말 습관이 된 ‘du coup(뒤 쿠)’도 씁쓸한 프랑스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du(뒤)는 ‘원인, 기원’을 나타내주는 전치사이고, coup(쿠)의 의미는 ‘부딪침, 충격, 타격, 때리기’ 등이다. 이 말은 2022년 이후 ‘그래서, 그러므로, 그러고 나서, 갑자기, 불현듯, 그 결과’ 등 다양한 의미의 말을 통폐합한 어휘로써, 연령과 계층 구별 없이 만인의 입에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국민적 말 습관이 되어버렸다. ‘뒤 쿠’는 빈약한 인과를 과장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말이 범람하는 원인을 저자는 현실에서 찾는다. “어제까지 축적된 경험과 오늘 드러나는 현실의 인과관계가 번번이 어긋나는 카오스에 처한 프랑스인들이 결핍된 현실의 논리를 채우기 위해 과도하게 차용하고 있는 응급 처방으로 보인다”는 것. ‘뒤 쿠’는 많은 것들이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사회, 인과관계로 설명되지 않는 세상에서 정신 줄 잡고 버티려 애쓰는 사람들의 현실을 대변한다는 것이다.“프랑스 사회의 언어 속엔 그 역동적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언어로 드러난 프랑스 사회의 단층을 살피며 독자는 반대로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말이 주로 쓰이고 있고 그것이 현실의 어떤 맥락을 담아내고 있는지, 나아가 우리 사회와 일상은 어떠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할 계기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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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12-27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냉정과 열정 사이(Blu)》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 ‘코로나 이후’ 첫 에세이. 화려한 뮤지션이자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지만, 현실에서는 낯선 파리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 파파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싱글 파파가 된 작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아들의 청소년 시절을 함께하며 가족과 삶에 대해서 생각한 내용을 담은 ‘성장 일기’이다. 처음에 절망에 빠졌던 작가는, 때로는 일상 속의 요리와 가끔은 일상을 벗어난 여행을 통해 조금씩 아들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간다. 특히 두 ‘현실 부자’는 음악과 친구, 미래를 재료로 진지함과 유머라는 양념을 뿌려 맛깔나는 일상의 음식을 하루하루 차려 낸다.팬데믹은 지나가고, 일상은 다시 돌아왔다. 그 시절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 가족의 모습 속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모습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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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날들을 근사하게 기록하는 법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평범한 날들을 근사하게 기록하는 법
    • 로라 패쉬비 지음, 이정민 옮김
    • 인디고(글담)
    • 2023-12-27

    일상을 색다르게 쓰고 찍고 남기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일상 공유와 소통의 창구가 된 SNS. 하지만 이를 통해 타인의 일상을 지켜보면서 우울해지기도 한다. SNS 속 사람들은 활기차고 멋진 삶을 사는데 나만 평범하고 별 볼 일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내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사람도 자신의 일상 중 일부를 선택적으로 편집해서 자신의 SNS에 보여 주고 있다는 것. 어려운 상황이나 심각한 고민, 약점 같은 것들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공유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는 선생님이자 10만 팔로워에게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SNS를 타인을 부러워하며 바라보는 창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이 담긴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긍정적인 공간으로 바꿔보라고. 나는 내 창의성을 직접 시험해 보기로 하고 삶의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주방 테이블 위의 시시각각 변하는 소품들, 공예와 책을 향한 애정,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의 소소한 것들을 다 기록했죠. 덕분에 다른 스토리텔러들과 인연을 맺고 우정도 쌓을 수 있었어요. 나의 블로그 활동은 인스타그램으로 이어졌고 다양한 기회를 내게 선사해 주었습니다. 각종 잡지와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기고했고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 작업을 진행했으며 직접 찍은 사진을 판매하기도 하는 등 이야기를 전하는 프리랜서로 입지를 다져 왔죠. 이후 일어난 모든 일은 나의 이야기가 공유할 가치가 있고 나의 고요한 목소리 역시 영향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생긴 결과라고 진심으로 믿어요. _ <프롤로그: 일상 속 순간들을 음미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부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직접 찍은 사진들을 예시로 다양한 기록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사진 찍기를 통한 일상 기록 방법들이 매우 흥미롭다. 좀 지저분해도 괜찮아요. 당신은 아침 식사를 하는 지금 이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테이블에 부스러기를 흘렸거나 스푼에 오트밀이 묻었거나 설탕을 좀 흘렸어도 모든 게 이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보는 이를 끌어들여요.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징표들을 포착해서 사진에 담아 보세요. _ <찍기 연습: 아침 식사의 순간을 포착해 보세요> 중에서빛을 테마로 사진 기록을 해보세요. 말하자면 빛 컬렉션 같은 거죠. 다음 한 주간 최대한 다양한 형태의 빛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찍어 보세요. 눈부신 햇살, 구름을 통과하며 한층 부드러워진 빛, 해 질 녘이나 해 뜰 녘의 반짝이는 햇빛까지요. 빛이 집 안의 벽을 어떻게 탐험하는지 관찰하고 그 패턴을 사진에 담아 보세요. 나무 144 그늘에서 부드럽게 어룽거리는 햇빛과 한낮의 작렬하는 햇빛도 찾아보세요. 빛이 벽에서 어떤 리듬으로 움직이는지, 현관에서 어떻게 떨어지고 유리를 통해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지켜보세요. 최대한 다양한 형태의 빛을 수집하세요. _ <찍기 연습: 빛을 테마로 한 사진 기록을 해보세요> 중에서 정물 사진은 일상 이야기를 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정원에서 따 온 꽃, 차 한 잔과 책 한 권, 혹은 채소를 썰거나 과일을 깎는 행위 등 주방에서 펼쳐진 이야기까지, 당신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맞은 정물 신을 선택하고 당신만의 정물 이야기를 구성해 사진을 찍어 보세요. _ <찍기 연습: 당신만의 정물 스토리를 구성해 사진을 찍어 보세요> 중에서 이 책은 단순히 글이나 사진으로 일상을 근사하게 기록하는 방법만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그저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기록을 수단으로 삼아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음을 전하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에 집중하고, 생각을 다듬어 긍정적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사진으로 기록할 것.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므로 일상 속 이야기를 글이나 사진을 통해 기록하면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경험을 할 수 있다.이렇게 아름답고 평범한 나날이 삶의 나날이에요.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바로 지금’뿐입니다. 휴대폰 액정 화면만 들여다보며 삶의 순간들을 지나칠지 아니면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 눈앞의 경이로운 스토리를 포착할지는 당신의 선택이에요. _ <에필로그: 우리 각자에게는 ‘이야기’가 있어요> 중에서책의 안내에 따라 쓰고 찍은 것들이 어느 정도 모였다면 천천히 그 기록들을 천천히 살펴보기를 권한다. 지나칠 뻔했던 의미 있는 순간들을 되새겨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일상을 기록하기 이전과는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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