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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조 사회 2 - 바스키아의 검은 고양이 (커버이미지)
    [문학]모조 사회 2 - 바스키아의 검은 고양이
    •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04-14

    세계문학상 대상, 문학동네소설상 수상도선우 신작 장편소설대재난 이후 300년, 인류가 도달한 두 개의 미래!2016년 겨울에서 2017년 봄, 계절이 한 번 바뀌는 사이에 문학동네소설상과 세계문학상 대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두 편의 묵직한 장편소설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도선우. 그가 문학상 수상작 『스파링』과 『저스티스맨』과는 소재와 장르가 전혀 다른 대작 장편소설 『모조 사회』(전2권)로 돌아왔다. 수년간 구상을 가다듬으며 쓰고 뒤엎고 다시 쓰기를 되풀이한 끝에 완성한 원고지 2700매, 단행본 770쪽에 달하는 이 소설은 대재난 이후 300년이 지난 미래,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단 두 개의 대지인 ‘복지 자본 공동체’와 ‘모조 사회’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대재난으로 멸망한 세상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인류는 가까스로 보존한 과학기술과 인간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새로 문명을 일으키지만, 사회 운영과 분배 방식에 대한 갈등으로 둘로 갈라져 상이한 방향으로 발전해간다.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의 수도권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진짜라 믿는 주인공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이 낯선 세계와 맞닥뜨린다. 고도의 과학기술이 이루어낸 경이로운 세계 앞에서 그들은 혼란과 경외감을 느끼며 혹시 자신들이 한순간에 미래로 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차원 이동도 평행우주도 아닌 그때까지 몰랐던 현실이었으며, 그들의 진짜 삶에 관한 믿기지 않는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가 진짜라고 믿나요? 어느 날 도시 한복판이 느닷없는 대지진으로 모조리 붕괴된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 수와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 건, 정신과 의사 탄은 각자 다른 이유로 도시 중심가 쇼핑몰에서 지진을 만나 재난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로부터 얼마 후, 수는 살아오며 단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신비한 공간에서 눈을 뜬다. 마치 차원 이동을 한 듯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 그런 수 앞에 수를 구출했다는 사람이 나타나 말한다. 당신이 이제까지 살아온 세계는 가짜고 설계된 세상이며 신경회로 컨트롤러가 초확장 현실로 구현한 가상의 세계라고. 신경회로 컨트롤러란 인간의 망막에 나노 입자를 이식하여 나노 줄기를 조성함으로써 신경망을 장악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구현된 허구의 삶을 그 세계에서는 ‘모듈’이라고 불렀다. 다시 말해 수는 모조 사회의 식민 구역에서 신경회로 컨트롤러가 만들어낸 2000년대 초반이라는 초확장 현실의 세계를 자신의 인생이라고 믿고 살아온 것이다. 이제껏 살아온 자신의 삶이 모두 허구라는 말을 누가 쉬이 믿을 수 있겠는가. 눈앞에 펼쳐진 마법 같은 세계도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 모든 경이가 전부 과학으로 이룬 경지라는 사실에 압도된 수에게 그들은 말한다. “이곳은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복지 자본 공동체이고 인간이 살고 있는 단 두 개의 대지 가운데 한 곳이에요.”수는 이 공동체에서 자신의 진짜 인생, 신경회로 컨트롤러도 삭제하지 못한 진짜 기억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수는 모조 도시의 최상급 시민이자 뇌 과학의 권위자인 은 박사의 딸로 과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소녀였다. 은 박사는 인간의 두뇌 업로딩에 최초로 성공한 장본인인데, 인간의 영생과 이어지는 두뇌 업로딩을 둘러싼 총수와 평의회 의장의 대립이 그를 죽음에 몰아넣었다. 고아가 된 수는 자신의 천재성을 아는 총수의 추적을 피해 모조 사회의 사급 도시인 오로라에 숨어 살며 복수를 꿈꾼다. 하지만 10년 후 실행한 복수는 실패로 끝나고 수는 머릿속에 신경회로 컨트롤러가 심긴 채 모든 기억을 잊고 식민 구역으로 추방되었다. 그리고 대지진의 참사가 일어난 그 순간 공동체에 구출되었다. 이 모든 사실은 은 박사가 어린 수의 뇌 속에 심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디지털 업로딩 장치에 기록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공동체는 왜 수와 건과 탄을 구출하여 자신들의 세계로 데려온 것일까? 그 답을 알기 위해서는 300년 전 대재난의 원인이 된 한 가문의 패권과 모조 사회와 공동체의 역사에 관한 장대한 이야기를 이해해야 한다. “권력자가 신념을 갖게 되면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 있습니다.유독 지구를 걱정하는 마음이 커진다는 거예요.”세대를 이어 부와 권력을 세습하던 한 가문의 헛된 망상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바이러스를 탄생시켰다. 그들은 암처럼 발현하여 신체의 모든 부분을 소멸해버리는 이 바이러스를 가지고 인류를 통제하고 지구를 재편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바이러스 이후의 세상에 대비하여 첨단 과학 기술로 무장한 한시적인 이동 도시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과 달리 바이러스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노출되었고 순식간에 퍼져나가 한순간에 인류를 절멸에 이르게 했다. 단 한 곳, 지구 한 대륙의 어느 좁은 반도만은 예외였다. 그곳만은 바이러스의 영향력으로부터 안전한 청정구역이었다. 이동 도시는 이 반도에 정착하여 보유하고 있던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명을 일구었다. 그러나 바이러스로 인해 좁은 반도를 벗어나지 못했으므로 지상 위로는 더 높은 수직 공간을 창출하고 아래로는 더 깊은 지하 세계를 만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지상과 지하의 세계를 두고 분배의 갈등이 불거져 평등한 분배를 주장하던 이들이 추방되었다. 추방된 자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예견하고 바이러스가 창궐한 반도 밖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도의 과학기술을 빼돌렸다. 양자 나노기술을 완전히 차지한 이들은 기적처럼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지닌 자연인들을 만나 그들과 조화로운 공동체를 형성했고, 반도 도시보다 월등한 기술과 삶의 방식을 지니게 되었다. 소멸 바이러스로 초토화된 지구에는 이제 반도 도시와 숲을 은신처로 성장한 공동체 지역 두 곳만이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대지로 남았다. 그러나 두 사회의 차이는 극명했다. 도시는 제한된 공간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소수 세력이 다수 인력을 통제하는 방법에 온 힘을 기울였으며 그 속에서 권력을 쥔 자들은 지상의 가장 높은 곳을 점유했다. 반면 공동체는 태생부터 공유와 조화를 토대로 성장했으므로 모든 세력이 동등한, 균형의 선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도시인들은 공동체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공동체는 도시의 삶의 방식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도 도시가 점차 소수 권력자들의 낙원이자 다수 시민들의 노동 식민지로 변모하며 급기야 사람들의 머릿속에 신경회로 컨트롤러를 심고 노골적으로 식민 구역을 개발하자 공동체에서도 더는 가만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식민 구역을 해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모조가 총수로 들어선 도시에서 식민 구역 해방은 쉽지 않았다. 모조가 만든 인공지능 메인 컴퓨터 퀸과 퀸이 운용하는 안드로이드 섀도의 전투력이 너무나 막강했기 때문이다. 도저히 해법을 찾을 수 없던 차에, 공동체는 섀도를 해킹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천재 소녀 수를 발견한다. 수가 바로 모조 사회의 식민 구역을 해방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진짜 삶이 부여한 과제,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진실수는 실존하는 두 세계의 현실과 자신의 과거는 물론 모조의 과거까지 모두 알게 된다.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졌는지를 깨닫고 진짜 삶을 찾게 되자 수 역시 식민 구역을 해방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기억을 찾은 것만으로는 과거의 능력을 모두 회복하지 못했지만 새로 찾은 기억 속에서 함께했던 동료들과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결심한다. 마침내 수는 공동체와 함께 모조 사회의 심장부로 향한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그곳에서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거대한 진실과 맞닥뜨린다. 웅장한 스케일, 대담한 발상,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에 영감을 주는 도도한 상상력!300년 후의 세상은 막연히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먼 미래다. 그 세계를 이토록 실감나게 구체적인 현실로 가져온 작가의 상상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그것도 인류가 한 번 멸망한 후에 도달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미래라니. 무엇보다 바이러스로 인해 제한된 영역 안에서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지상으로는 하늘 끝까지 높이 쌓아 올리고 지하로는 땅 끝까지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 모조 도시와, 변이된 거대한 수목 안에 마법과도 같은 기술로 완벽하게 숨어 존재하는 복지 자본 공동체의 대비되는 구조와 작동원리가 서사를 튼튼하게 뒷받침한다. 이 세계가 과학적 근거와 논리적인 가설에 입각하여 치밀하게 설계되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작가가 소설을 구상하며 관련 서적 100여 권을 탐독한 일 역시 미래 사회의 어느 한 부분도 허투루 다루지 않으려는 의지였다. 두 사회가 한쪽은 역사상 유례없는 유토피아에 가깝고 한쪽은 고대의 절대왕정 국가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지향하는 삶의 방향에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이어서 설득력을 얻는다. 모조 사회에서 모듈의 설정 시대로 2000년대 초반을 선택한 이유가 노동력을 착취하기 가장 쉬운 시대라는 점은 지금 그 시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재를 뚫어 본 것이다. 소설은 수에게 묻듯이 우리에게도 묻는 듯하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세계를 살고 있나요?” 소설은 바이러스로 인한 대재난, 양자 나노기술의 혁명적인 발전, 두뇌 업로딩 기술과 영생을 꿈꾸는 인간, 신경회로 컨트롤러와 초확장 현실, 오염된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려는 테라포밍 계획 등 있음 직한 가상현실을 폭넓게 그린다. 그 속에는 기술과 진보, 권력과 인간 본성, 인공지능과 인간의 자유 의지 등에 관한 시의적절한 물음이 담겨 있다. 그리하여 『모조 사회』는 사회 구조적 부조리와 개인의 폭력을 문제 삼았던 전작의 주제의식에서 나아가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성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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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마와 화부 (커버이미지)
    [문학]목마와 화부
    • 문형 지음
    • 다차원북스
    • 2023-04-14

    화장장 화부가 된 부장검사의 편력과 젊은 도예인의 일념이 빚어낸 불의 노래 “제 몸의 욕동을 죽이려 자진 거세까지 하려 했던 처절함, 검사의 칼끝에 서렸다 돌아온 업보, 종내는 스스로 번제물이 된 목마의 운명!” 여기, 대명천지에 음란행위를 한 또 다른 검사가 있다! 기질적 소인 때문인가, 아니면 도덕성 부재 때문인가? 대웅전에 들러 다시 한 번 삼배를 올리고 나는 자비사를 나왔다. 이런 때 하늘에서 벼락이라도 쳐주면 좋으련만, 하다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아까의 스님 말이 뇌리에서 벼락을 쳐. ‘문조라는 새는 특히 흰 문조는, 귀품이 나긴 하지만 둥지에 있는 알을 깨버리거나 자기 새끼를 물어죽이기도 하는, 고약한 면이 있다.’ ­ 본문 중에서 ■ 불의 노래를 싣고 문학의 바다로 나가는 ‘띠배’ 같은 소설!이번에 펴낸 문 형 장편소설 《목마와 화부》는 현대인의 충동적 성욕 과잉(성 도착증)으로 인한 업보가 개인과 주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성욕과잉은 선천적 기질 때문인가 후천적 요인에 기인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한 대답이다.또한 성취 욕구에 대한 반동형성으로 나타나는 성욕 과잉에 대한 하나의 치유방법으로서 전통 도자기 만들기의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전통문화 스토리는 대개가 전통계승에 대한 갈등 또는 기술적 비법 찾기에 중점을 뒀지만, 이 작품은 심리적 치유 가치로 부각시켜 차별화하고 있다.“만일 개인적인 욕망이나 다른 것, 낯선 것을 추구하지 않으면 당최 예술이 왜 필요하고, 도자기는 왜 만들어요. 미술품이든 도자기든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것도 천지고, 공장에서 찍어내면 하루에만도 수십만 개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왜 만드냐고요. 명진 씨가 도자기에 대해 욕망 갖듯, 난 육체적 욕망을 가지면 안 되나요?” * 사람들이 어쩌면(‘내가 더’) 무의식적으로 답습하였거나 자기 스스로가 만든 막에 갇혀 사는 건 아닌지? 그것도 개구리 순막보다 더 얇디얇은 막에.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편견, 자격지심, 피해의식, 질투와 같은 보이지 않는 막에. 한 번만 번뜩, 뜨거나 한 번만 꽝, 깨뜨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타인의 마음이 보일진대. 그 막이 자기를 감싸줄 줄 알고 막 뒤로 자신을 은폐시키거나 도리어 겹막을 치는 건 아닌지? 그로 인해 딴 세상을, 또는 타인의 속마음을 보기는커녕 자기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지식인이나 예술가들이 그만큼 섹스에 탐닉하는 것도, 그가 추구하는 그 무엇에 대한 갈망을 만족스럽게 쟁취하지 못하니까 섹스에 집착하는 거고. 그런 집착이 그 무엇을 만들거나 탄생시키고. 그 갈망이 새로운 것을 낳기도 하고. 뭔가 잃을수록 갈망은 커지는 법이니까. -본문 중에서* 이 도서는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선정한 창작지원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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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소리를 삼킨 아이 (커버이미지)
    [문학]목소리를 삼킨 아이
    •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양미래 옮김
    • 북레시피
    • 2023-04-14

    이란 정부에 의해 강제 추방된이란 역사상 최고의 현대작가 파리누쉬 사니이가 들려주는 소통,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스스로 목소리를 숨긴(‘선택적 함구증’) 소년의 이야기상처받고 싶지 않은 아이의 슬픈 절규!사촌 형도, 사촌 누나도, 나를 ‘벙어리’라고 부를 때마다 즐겁게 웃었기에 나는 그게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반드시 행복할 때만 웃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떻든 간에, 나는 벙어리였다. (p.10)『목소리를 삼킨 아이』는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파리누쉬 사니이의 두 번째 소설로, ‘보카치오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이란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나의 몫』에 이어 출간과 동시 이란에서 큰 호평을 얻으며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 10여 개국 이상에 판권이 팔렸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소설은 일곱 살 때까지 말을 할 수 없었던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어 자신의 삶에 일어난 사건들을 묘사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침묵하는 아이와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설 속 주인공인 소년 샤허브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언어 능력이나 지적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말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소설 속에는 그 원인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샤허브의 침묵은 한편으로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외로운 아이의 절박한 방어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받고자 하는 미숙한 아이의 고집스러운 투정처럼 보이기도 한다.『목소리를 삼킨 아이』에는 부모에게조차 말을 하지 않는, 보통보다 심한 형태의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개개인의 복잡한 정서들을 따듯한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의 재능에 찬사를 보냅니다. (……) 『목소리를 삼킨 아이』를 읽고 난 후 다른 사람들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떠오른다면, 아마도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의 이 갈등 속을 통과했고 현재에도 그 갈등을 경험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한재현(소아정신과 전문의)애들이 ‘벙어리’라고 부를 때마다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고, 물건을 부수거나 누군가에게 화풀이하면서 말썽을 일으켰다. 그러나 벙어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순간부터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벙어리라는 말을 들어도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대신 무언가가 목구멍에 걸려 있는 것 같은, 누군가가 내 심장을 할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색깔들도 전부 희미해졌고 태양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나는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앉아 양 무릎에 얼굴을 묻고 몸을 한껏 옹송그렸다. 다시는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몸을 작게 만들려고 했다. 더는 놀고 싶지도 않았고, 웃는 법도 기억나지 않았다. 나를 기쁘게 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때로는 하루 이틀 동안 지속되었다. (p.9)마음의 상처를 지우지 못하는 아이의 슬픈 외침인 “아라쉬 형네 아빠”샤허브는 다섯 살이 되었는데도 말을 하지 않는다. 의사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샤허브는 벙어리라고 놀림을 당한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은 채 아직 어리기만 한 샤허브는 자신의 형 아라쉬와 같은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 부류만이 ‘아버지의 아들’이 될 수 있는 반면, 서툴고 문제아 취급받는 자신 같은 아이는 ‘엄마의 아들’이라고 믿어버린다. 심지어 샤허브는 아버지에 대한 호칭을 자신의 형 이름을 붙여 ‘아라쉬 형네 아빠’라고 명명하며 오로지 내면의 자아와 마음속 대화를 나눈다. 외할머니를 제외하고 샤허브는 가족이나 친척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외할머니만이 샤허브가 필사적으로 갈구하는 이해심과 친절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유대 관계는 샤허브가 점차 어떤 행복감을 맛보고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되기까지 깊은 우정으로 이어진다. 엄마가 아빠 얘기를 꺼낼 때면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아시가 말했다. “엄마는 정말 바보야! 우리 아빠도 아닌데. 아라쉬 형네 아빠잖아. 엄마는 말도 할 수 있고, 우리가 뭘 원하는지 알아차릴 만큼 똑똑하면서, 왜 이렇게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착하고 정상적이고 똑똑하고 귀여운 애들은 아빠 자식이고, 멍청하고 못생기고 병든 애들은 엄마 자식이라는 걸 모르나? 아라쉬 형네 아빠가 형을 부를 때면 항상 ‘아들, 이리 오렴’이라고 말하고, 어딜 가든 다른 사람들한테 형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는 사실을 엄마는 모르고 있어. 형을 바라보는 아빠의 눈빛에 다정함과 미소가 가득한데도 말이야. 그러면서 우리는 쳐다보고 싶어 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 소개하고 싶어 하지도 않아. 그리고 항상 엄마한테 이렇게 말하지. ‘여보, 당신 애 좀 데리고 와봐.’ 그러니까 우리는 자기 아들이 아니라, 엄마 아들이라는 거잖아. 엄마는 왜 이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어차피 우리도 그런 아빠는 필요 없어. 우리한테는 엄마만으로도 충분해.” (p. 117)소설은 샤허브와 샤허브의 엄마 마리얌의 시선을 따라 화자가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구조를 띠고 있다. 따라서 독자는 마리얌의 입장에서 서술될 때 샤허브가 처해 있는 곤경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엄마 마리얌과 아빠 나세르는 학창 시절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는 행복한 연인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십여 년이 지나자 나세르는 매일 일로 지쳐 슬픔과 피로에 찌들어 있고, 마리얌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일에만 얽매이는 현실에 우울해하며 “평범한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원망한다. 요즘 들어 도통 샤허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조용하기만 하던 아이가 갑자기 까다롭고 예측 불가능한 아이로 변하더니 이상한 행동을 했다. 샤허브를 혼내야 하는 건지, 샤허브가 정말 발달이 늦는 건 지, 우리 부부가 가정교육을 잘못한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가족을 위해 내 삶 전부를 바치며 살아왔다. 밤낮도 없이 몸종처럼 일했다. 그런데 샤허브에게 뭐가 부족했던 걸까? (생략) 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남자 형제들보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회사에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어버린 거지? 내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내 삶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다. 어쩌다가 내 꿈과 희망을 전부 잃어버리게 된 걸까? 대체 무엇 때문에?(p. 59)소년 샤허브의 자아이자 상상 속의 친구 ‘바비’와 ‘아시’침묵을 택한 샤허브의 이야기는 잔인할 정도로 억압적인 이란 정권하에 살아가는 삶을 비판적으로 담은 소설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대단히 현실적인 성장 소설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샤허브가 ‘말하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유일한 대상은 내면의 자아이자 상상 속의 친구인 ‘바비’와 ‘아시’다. 샤허브가 친할머니의 머리 위로 벽돌을 던지고, 아라쉬 형이 완성한 작품에 잉크를 부어 망가뜨리고, 가지치기용 가위로 아빠의 차를 긁고, 사촌 형의 침대에 접착제를 부어버리는 등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다소 위험하고 과격한 행동으로 표현할 때 ‘바비’는 샤허브의 마음속에 자리한 외로움과 두려움을 대변하면서 그런 행동을 말리고, ‘아시’는 샤허브의 내면에서 들끓는 분노와 복수심을 자극하면서 계속 부추긴다. 마치 샤허브에게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큰일 날지도 몰라, 위험해, 무서워, 그만해.’라고 말하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과 ‘넌 충분히 그렇게 해도 돼. 참을 만큼 참았잖아. 하고 나면 후련해질 거야. 어서 해.’라고 말하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을 모두 대변하기라도 하듯, 바비와 아시는 샤허브가 어떤 결정을 내리려 할 때마다 다급하게 말을 쏟아낸다. 난생처음으로 사고를 친 순간이었다. 복수의 맛은 달콤했다. 조금 겁이 나기도 했지만, 소동이 다 끝난 뒤에는 최근 아라쉬 형에게 물려받은 삐거덕거리는 커다란 침대에 평온하게 몸을 뉘었다. 내가 이 침대를 얼마나 싫어했는지도, 샤디에게 물려준 내 아늑한 아기용 침대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더 이상은 중요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아라쉬 형에게 사준 서랍 달린 새 침대를 내가 얼마나 갖고 싶어 했는지도 더는 무의미했다. 심지어는 샤디가 매일 밤 떼를 쓰면서 엄마 침대로 기어가 잠을 잘 때도 질투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가 내게 잠옷으로 갈아입고 양치질을 하라고 일러주기 위해 방으로 왔을 때 나는 자는 척을 했다. 놀랍게도 엄마는 그냥 불을 끄고 나가버렸다. 어둠마저도 이제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마치 단 하루 동안의 경험을 통해 철이 들어버린 것 같았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가 늘 방구석에 숨어 지내던 아시와 바비를 발견한 순간도 그날 밤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날 겪었던 속상한 일들을 아시와 바비에게 말해주었다. 아시와 바비는 나를 위로해주었고, 잘 대처했다며 칭찬도 해주었다. 아시가 말했다. “잘했어. 형이 그렇게 당할 만한 짓을 한 거잖아.” 바비는 내게 뽀뽀를 해주었고, 우리 셋은 같이 이불을 덮고 웃었다. (p. 26)‘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와 그 가족의 이야기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는 어른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볼 줄 모르는 어른 역시 아직 미숙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불화의 원인은, 부모의 행복한 모습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지 못하는 데서 온다. 단지 아이를 걱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주고 이해하며 관심을 기울여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배워가야 한다. 소설의 결말은 치유하기 힘든 어린 시절의 상처를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샤허브의 마음 깊숙한 곳에 아버지는 여전히 ‘아라쉬 형네 아빠’로 남는다. 소설 속 유일하게 샤허브를 이해하는 외할머니의 편견 없는 시선과 생각은 동심을 바라볼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지 일깨워준다. “사랑을 그렇게 이상하게 보여주는 사람이 어디 있니! 너는 샤허브 걱정만 하지, 샤허브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는 못 하잖니. 네가 보여주는 건 걱정이지, 사랑이 아니란다. 네가 샤디에게 하는 것처럼 샤허브를 안아주거나 뽀뽀해주는 모습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샤디는 아직 아기라서 외면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샤허브는 제가 다가가기만 하면 도망가버려요.”“샤디를 외면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샤허브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란다. 샤허브가 왜 도망가는지는 너 스스로 자문해봐야 하는 문제고.”“엄마, 있잖아요. 저 그동안 의사 선생님들도 수없이 많이 찾아가고 샤허브의 상태에 대해 배우려고 책도 정말 많이 읽었어요. 그런데 뭘 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우리 때는 너희들처럼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어도 자식들이랑 서로 더 편한 관계를 맺으며 지냈단다. 아이들이 겪는 문제도 지금보다 적었고, 자라는 과정도 더 자연스러웠지. 사랑에 관한 배움은 네 마음속에 새겨져 있는 거지, 책에서 찾아야 하는 게 아니야. 고등교육을 받아야만 그런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p. 28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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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지킨 약속 (커버이미지)
    [문학]못 지킨 약속
    • 송문익 지음
    • 북랩
    • 2023-04-14

    슬픔을 감싸주는 정교한 서사의 힘비정한 역사 앞에서 개인의 삶은 얼마나 위태로운가모든 것이 첨단을 향해 달리는 지금, 이 소설의 존재 이유는 거대한 역사 앞에개인의 소중함을 증명하기 때문이다일제강점기, 해방 공간, 6·25전쟁이라는 현대사의 격류에서 한 소년의 이야기는 가족과 개인이 거대한 역사 앞에 어떻게 사그라들다가 부활하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누군가에게는 생의 마지막까지 가슴에 붙잡고 있어야 할 소중한 사람이지만, 역사의 수많은 희생자들 중에 한 명으로만 기억하는 역사의 비정함에 맞선 이 소설은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 본연의 존재와 존엄성을 다시 일깨운다.소년이 노인이 된 지금도 소중한 사람의 자취를 찾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일이 이 땅에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뼈아픈 외침이자 못 지킨 약속에 대한 깊은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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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진 (커버이미지)
    [문학]몽진
    • 이완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04-14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과 태조어진의 이안과 보존과정을 자유로운 상상과 서정성 짙은 문체로 그려낸 역사소설.『몽진』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實錄)을 보관하던 춘추관(春秋館)과 충주사고(史庫), 성주사고(史庫)가 병화로 소실 된 후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史庫)의 실록과 어진(御眞)의 이안과 보존 과정을 자유로운 상상과 서정성 짙은 문체로 그려 낸 역사소설이다.당시 조선은 왜적의 침입에 맞서 백성을 보호하고 실록을 지켜낼 능력이 없었다. 즉, 1592년 4월 부산포로 쳐들어 온 왜적의 선봉대는 채 2개월도 못 되어 한양을 점령하는 등 전 국토를 유린하였으며, 결국 선조와 세자는 평양으로 피란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초야(草野)에 묻혀 살던 이름 없는 어떤 사람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달려갔고, 또 어떤 이름 없는 사람들은 실록과 어진을 지키기 위해 전주 사고로 달려갔으며 수백 일 동안 산중에서 그것을 지켜냈던 것이다.작가는 이 소설에서 임진왜란 당시 실록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이름 없는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인물 위주의 소설 아니다. 이 소설은 실록의 이안과 보존 과정에 창작의 무게 중심이 있다. 그 과정에서 헌신한 이들의 숨은 노력과 희생이 드러나도록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오늘날 우리가 조선왕조실록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국가를 위해 개인을 희생했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숨은 노력 덕분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이 소설은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외적의 침입 앞에 국가가 백성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국가가 백성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백성들로부터 세금이나 강탈하는 도적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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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이방인>,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커버이미지)
    [문학]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이방인>,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 카멜 다우드 지음, 조현실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04-14

    콩쿠르상 최우수 신인상 수상작! 프랑수아 모리악상 수상, 뉴욕 타임스 선정 2015 최고의 도서2015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도서, 2015 타임 매거진 Top 10 도서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도서,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도서 선정!“《이방인》과 《뫼르소, 살인 사건》은 함께 읽어야만 하는 작품이다.” - 르몽드전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된 문제작!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살인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밝히다!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뒤흔드는 문제작이 나왔다. 세계 3대 문학상인 콩쿠르상의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뫼르소, 살인 사건(Meursault, contre-enquête)》이 그것이다. 이 작품은 ‘뫼르소, 살인 사건’이라는 제목과 “오늘, 엄마는 아직 살아 있네”로 시작하는 첫 문장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방인》의 첫 문장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이다.) 《뫼르소, 살인 사건》은 뫼르소, 즉 카뮈가 “다이아몬드처럼 정교하게 다듬어진 완벽한 언어”로 대변한 살인자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살해당한 한 사람’이 있었다는 시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으로 종교 재판인 파트와의 대상이 되기도 한 알제리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저자 카멜 다우드는, 카뮈와 뫼르소를 바꿔치기하는 기발한 왜곡과 “살인자의 말과 표현”을 이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다. 또한 카뮈의 작품들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비극의 세기라고 일컬어지는 ‘20세기’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참회하고 난 후에야 다른 이를 심판하고 단죄할 수 있다는 점을 그린 《전락》의 나레이션 방식을 차용했다. 1942년 출간된 이후 프랑스 문학사상 가장 많이 읽힌 책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한 《이방인》에 감히 문제 제기를 한 이 작품은 2013년 알제리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곧바로 프랑스를 포함, 전 세계 30개국 언어로 출간되며 ‘뉴욕 타임스 선정 2015 최고의 도서’로 선정되는 등 널리 주목받고 있다.작품 줄거리 매일 저녁, 오랑의 한 바에서는 70대 후반의 한 늙은 남자가 술잔을 든 채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그는 바로 뫼르소에게 살해당한 ‘아랍인’의 동생 하룬이다. 자신의 범죄를 글로 써 ‘타인’이라는 제목을 붙여 출간한 뫼르소에 대한 분노와 형에 대한 연민은 하룬을 평생토록 지배해온 상처다. 하룬의 추임새를 통해서만 존재하는 청자는 짐작컨대, 《타인》에 관한 논문 준비를 하느라 자료 수집 차 멀리 프랑스에서 오랑까지 건너온 학생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를 늘 갈구해오던 노인은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음으로써 ‘그 이야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절박함으로 말을 시작한다. 목적은 단 한 가지, 권태와 눈부신 햇빛과 찝찔한 소금기 때문에 어처구니없이 살해된 형, 이름 한 번 불려보지 못하고 단지 ‘아랍인’으로만 남아 있는 형에게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무싸, 무싸, 무싸…….“오늘은 좀 일찍 들어올게.” 평범한 짐꾼으로 일하던 형 무싸는 어느 날 아침 이 한 마디를 남긴 채 뫼르소의 작품 속에서 두 시간밖에 못 산 덧없는 존재, 살해당하고도 줄곧 오후 2시에 죽은 익명의 아랍인으로 잊혀진다. 뫼르소가 정교하게 다듬은 완벽한 언어에 세상 사람들은 살인자의 고독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며, 한껏 멋부린 언사로 위로를 보내기에 바쁘다. 뫼르소가 무료함 때문에 얼떨결에 쏴 죽였다는 사실 때문에 무싸는 순교자가 되지도 못한 채, 조사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시신마저 분실된다. 이후, 세상의 시간이 멈춰버린 엄마와 하룬은 뫼르소 살인 사건의 토막 기사를 읽고 또 읽으며, 사라진 무싸의 정보를 찾아다닌다. 엄마는 하룬에게 형의 환생이라는 의무를 떠맡기고, 하룬은 엄마의 커져가는 무싸에 대한 상상세계 속에서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뫼르소에 대한 증오에서 출발하여 그를 집요하게 분석하던 하룬은, 결국 자신이 뫼르소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뫼르소가 조국이 아닌 땅에서 고아처럼 떠도는 삶을 살았다면, 하룬은 죽은 형이 살아오기만을 바라는 엄마 곁에서 죽은 듯 지내야만 했다. 뫼르소가 대낮에 햇빛 아래에서 저지른 살인을 하룬 역시 한밤중에 달빛 아래에서 저지른다. 또한 뫼르소가 살인 자체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퍼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죄인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하룬은 프랑스인을 죽였지만 죽인 시기가 알제리 독립 이전이 아니라 이후라는 점에서 비난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하룬의 집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혹시 무싸 울드 엘 아싸스 씨의 가족 아니신가요?” 하룬은 그녀에게 첫눈에 빠지고 말지만 곧이어 증오의 감정도 일어나게 되는데…….모두가 목격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무싸의 죽음 표면적으로, 알제리 작가 카멜 다우드의 소설 《뫼르소, 살인 사건》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전복시키는 이야기다. 뫼르소에 의해 이야기되는 1942년의 고전에서 ‘이름 없이’ 죽임을 당한 한 알제리인의 동생의 시각으로 ‘이름 없는’ 이 희생자는 더 이상 실존주의 드라마의 암호가 아니라, 슬퍼할 수 있고 또 반드시 애도를 받아야만 하는 ‘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뫼르소, 살인 사건》은 억울하게 잊혀져간 이에 대한 단순한 묵상을 넘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인들이 알제리인들에게 저지른 학살과 전 세계의 암묵적 침묵을 동시에 그려낸다. 작품 속에서 하룬의 어머니는 그에게 끊임없이 스스로를 자문할 것을 재촉하는데, 이는 무싸가 익명으로 죽어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무싸의 가족들은 죽은 이가 자신의 아들임을 증명할 길이 없었기에 순교자라는 지위마저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알제리 사회가 프랑스 식민주의의 손에 겪은 학살 사건의 재현을 암시한다. 전 세계가 타오르는 햇살 속에서 학살을 목격했지만, 아무도 알제리인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지 못한, 그리고 이제 살해당한 알제리인들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살인 사건 말이다. 뫼르소의 분신 하룬, 그리고 끊임없이 생겨나는 익명의 이방인들 하룬은 식민주의, 즉 수많은 프랑스의 ‘뫼르소들’이 남긴 유산과 그들의 아랍인의 삶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를 들춰낸다. 그러나 동시에 작가는 단순히 반(反)식민지적 우화를 그리는 것을 거부한다. 작가는 하룬을 통해 이야기의 후반부에서는 알제리가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 처한 상황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준다. 뫼르소가 눈부신 태양이 비치는 오후 2시에 살인을 저질렀듯, 하룬이 새벽 2시에 빛나는 달 아래에서 프랑스인을 살해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프랑스인 뫼르소’의 죄를 물려받게 된다. 이 에피소드는 1962년 7월 알제리 독립 후 오랑에서 일어난 알제리인들의 프랑스인과 프랑스 군복을 입고 민족해방군과 싸웠던 동족 아르키(Harki)들에 대한 피의 보복을 떠올리게 만든다. 양국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이 잔악한 행위에 대해 수십년간 침묵을 지키며 역사의 시곗바늘 속에 묻는다. 그리고 1990년대 알제리는 이슬람교도들과 군사 정권 간의 내전을 반복하는 역사를 다시금 쓰며 또 다른 성격의 이방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해방된 알제리에서 여전히 하룬과 그의 희생자, 프랑스의 제국주의자나 알제리의 민족주의자, 혹은 프랑스인이나 알제리인, 사람이 쓰거나 신이 쓴, 또는 뫼르소나 하룬 간의 이중성 사이에서의 논쟁이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프란츠 파농은 그의 저서 《검은 피부 흰 가면》에서 “피식민자들이 그들의 의식과 일상에서 식민주의의 잔재를 걷어내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해방은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제리가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해방되었더라도, 뫼르소의 또 다른 분신인 하룬이, 그리고 익명의 이방인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까닭일 것이며, 출간된 지 70여 년이 지난 카뮈의 《이방인》을 《뫼르소, 살인 사건》과 함께 다시 한 번 읽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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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민의 겨울 (커버이미지)
    [문학]무민의 겨울
    •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23-04-14

    무민 캐릭터의 원천이자 고전 걸작,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아무리 기다려도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한겨울무민의 매섭고 혹독한 나 홀로 겨울나기무민 골짜기에 살아가는 무민 가족과 친구들의 ‘진짜’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은 북유럽의 손꼽히는 작가이자 핀란드의 국민 작가로 세대를 뛰어넘어 오랜 세월 널리 사랑받는 토베 얀손이 26년에 걸쳐 출간한 ‘무민’ 시리즈 연작소설 8편을 소개한다.무민 연작소설의 다섯 번째 작품인 『무민의 겨울』은 토베 얀손이 《이브닝 뉴스》에 ‘무민 코믹 스트립’을 연재하며 부담을 느끼던 시기인 1957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한겨울 무민 골짜기의 추위와 어둠 속에서 혼자 깨어난 무민이 처음으로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두려움과 외로움, 책임감을 느끼고 죽음을 경험하는 등 전작보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한겨울 무민 골짜기. 가족 모두 전나무 잎을 잔뜩 먹고 겨울잠에 빠져 행복한 꿈을 꾸는 바로 그때, 무민이 눈을 뜬다.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겨울잠에서 깨어나 버리다니! 눈 더미에 파묻힌 집 안은 어둑어둑하고, 시계들은 모조리 멈추어 버렸고, 가족들은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 춥고 적막해서 외롭고, 낯설어 두렵고, 신비로워 혼란스럽기까지 한 겨울. 이 마법 같은 겨울을 무민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 아빠의 탈의실에 머무는 투티키, 정체 모를 이상한 녀석들, 스키를 타고 나타난 헤물렌, 추위를 피해 들이닥친 손님들까지……. 무민은 이제껏 몰랐던 무민 골짜기의 새로운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전 8권)1 혜성이 다가온다5 무민의 겨울2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6 보이지 않는 아이 : 아홉 가지 무민 골짜기 이야기3 무민파파의 회고록7 무민파파와 바다4 위험한 여름8 늦가을 무민 골짜기* 2018년 전 종 출간 예정무민 캐릭터의 원천이자 고전 걸작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무민 골짜기에 살아가는 무민 가족과 친구들의 ‘진짜’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은 북유럽의 손꼽히는 작가이자 핀란드의 국민 작가로 세대를 뛰어넘어 오랜 세월 널리 사랑받는 토베 얀손이 26년에 걸쳐 출간한 ‘무민’ 시리즈 연작소설 8편을 소개한다.다섯 번째 무민 연작소설인 『무민의 겨울』은 토베 얀손이 《이브닝 뉴스》에 ‘무민 코믹 스트립’을 연재하며 부담을 느끼던 시기인 1957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작가의 심리적 압박감이 무민에게 고스란히 투영되어 드러난다. 한겨울에 깨어난 무민은 처음으로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고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여름과는 상반되는 겨울의 무민 골짜기. 그 낯설고 신비로운 모습이 복잡 미묘한 감정과 결합되어 이제까지와는 다른 무민의 이야기를 풀어 간다.아무리 기다려도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한겨울 무민 골짜기혼자 깨어난 무민의 매섭고 혹독한 첫 겨울나기길고 어둡고 추운 북유럽의 겨울, 어둠과 추위를 좋아하지 않는 무민들은 해마다 11월이면 배불리 먹고 겨울잠에 든다. 기나긴 겨울잠은 4월까지 이어진다. 행복하고 따사로운 봄과 아름답고 찬란한 여름을 꿈꾸며.그런데 막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진다.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무민이 잠에서 깨어나 버리고 만 것이다! 가족들은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데 정신이 번쩍 들어 버린 무민. 집 안은 눈 더미에 파묻혀 어둑어둑하고, 시계들은 먼지를 소복이 뒤집어쓴 채 멈추어 버린 지 오래다. 스너프킨은 이미 한참 전에 남쪽으로 떠났고, 들리는 것이라고는 지하실에서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뿐. 사라진 세상에 혼자 버려진 듯한 기분이 든 무민은 집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잿빛 어둠에 잠긴 바깥세상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잿빛 어둠과 새하얀 눈, 온몸을 파고드는 추위 모두 낯설기만 하다. 춥고 적막해서 외롭고, 낯설어 두렵고, 신비로워 혼란스럽기까지 한 겨울이라니.아빠의 탈의실에 머물며 꽁꽁 언 바다 밑에서 낚시를 하는 투티키, 눈에 잘 띄지 않고 종잡을 수 없는 이상한 녀석들, 스키를 타고 나타난 헤물렌, 추위를 피해 들이닥친 손님들까지……. 누구 하나 마음을 다독여 주는 법 없고 이해해 주려고도 하지 않는 혹독한 겨울을 무민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 무민은 이제껏 몰랐던 무민 골짜기의 새로운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눈이 이렇게 오는구나. 땅에서 자라는 줄 알았는데.’겨울의 비밀을 알아 가는 무민의 성장기겨울은 무민에게 마법 같고 위험천만하고 알 수 없는 세상이다. 하늘을 뒤덮고 펄럭이는 듯한 오로라, 어둠 속을 헤매고 다니는 그로크, 아름답지만 누구든 얼려 버리는 얼음 여왕과 함께 찾아드는 큰 추위 모두 낯선 겨울이 가진 모습이다. 심지어 마음을 위로해 줄 태양마저 사라져 버린 세계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전과는 또 다른 무민 골짜기가 배경이 되는 『무민의 겨울』은 여러 시각에서 전작과는 판이한 면모를 보인다. 삽화의 수가 훨씬 많아졌으며, 표현 형태도 다양해졌다. 무민의 생각과 심리에도 보다 깊이 다가간다. 무민은 이 작품에서 유독 화를 많이 내고, 부루퉁해 있고, 우울해한다. 자신이 익숙하고 잘 아는 세계에서 내몰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소외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이처럼 친숙한 등장인물도 함께 겨울을 난다. 그러나 미이는 스키와 얼음 썰매에 열중하며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느라 바쁘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투티키’는 토베 얀손이 1955년에 만나 남은 인생의 동반자가 된 뚤리키 삐에띨라(Tuulikki Pietil?)를 모티프로 만들어 낸 인물이다. 뚤리끼는 토베 얀손이 무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으며, 투티키는 겨울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모르는 무민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무민은 혼자나 다름없다. “모든 일은 직접 겪어 봐야지. 그리고 혼자 헤쳐 나가야 하고.”라고 말하는 투티키는 어떤 일에건 먼저 나서서 해결해 주지도 않고, 자세히 설명해 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무민 연작소설 초기 작품인 『혜성이 다가온다』(1946, 1968)에서 “집에 가기만 하면 혜성은 엄마 아빠가 알아서 다 해결해 줄 거야…….”라던 무민은 이제 책임의 무게감을 느낀다. 잠든 가족과 집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두려움마저 이긴다. 또한 전작에서는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죽음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얼음 여왕이 할퀴어 버린 다람쥐를 보고 투티키는 “죽은 건 그냥 죽은 거야. 이 다람쥐는 끝내 흙으로 돌아가겠지. 훗날 그 땅에는 새로운 다람쥐들이 뛰어오를 나무가 자랄 테고.”라고 이야기하지만, 무민은 장례식을 치러 주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이렇게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은 서로 다르지만, 함께 장례식을 준비하며 마음을 나눈다.이렇듯 무민은 자신이 몰랐던 세계를 겪으며 성장해 간다. 그로크가 실은 무민처럼 빛과 온기를 갈망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눈보라와 씨름하다 눈과 하나가 되고, 봄기운이 감돌 즈음이 되면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은 스르르 녹고 겨울을 온전히 이해하고 낯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무민의 겨울』은 스웨덴에서 최고의 그림책 또는 아동 도서에 수여하는 엘사 베스코브상의 1958년 첫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토베 얀손은 “특정 독자층을 염두에 두지 않고” 썼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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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민파파와 바다 (커버이미지)
    [문학]무민파파와 바다
    • 토베 얀손 지음, 허서윤.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23-04-14

    무민 캐릭터의 원천이자 고전 걸작,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무민 골짜기를 떠나 새 삶을 시작한 무민 가족!폭풍과 함께 외딴 등대섬에 불어닥친 변화의 소용돌이무민 골짜기에 살아가는 무민 가족과 친구들의 ‘진짜’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은 북유럽의 손꼽히는 작가이자 핀란드의 국민 작가로 세대를 뛰어넘어 오랜 세월 널리 사랑받는 토베 얀손이 26년에 걸쳐 출간한 ‘무민’ 시리즈 연작소설 8편을 소개한다.무민 연작소설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1965년에 발표한 『무민파파와 바다』는 무민 골짜기를 떠나 외딴섬으로 간 무민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958년 세상을 떠난 작가의 아버지 빅토르 얀손(Viktor Jansson)에게 헌정했다. 무민 가족이 작품에 표면적으로 등장하는 마지막 연작소설이며, 실제 마지막 작품인 『늦가을 무민 골짜기』에서는 무민 가족이 떠나고 없는 무민 골짜기 이야기가 그려진다.무민 골짜기가 지긋지긋하고 지루해진 무민파파는 가족을 모두 이끌고 등대가 있는 먼바다 외딴섬에서 새롭게 살기로 한다. 살림살이를 몽땅 싸서 긴 항해 끝에 도착한 등대섬은 그러나 척박하고 낯설며 고독하기 그지없다. 등대지기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등댓불은 켜지지 않고, 말 없는 어부 달랑 한 명밖에 없는 등대섬. 바다와 파도와 바위에 둘러싸여 살기 시작한 무민 가족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변해 간다. 종잡을 수 없는 바다를 연구하고 글로 쓰는 무민파파, 그리운 무민 골짜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무민마마, 등대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무민……. 저마다 다른 생각과 남모를 꿈을 좇기 시작한 무민 가족, 이대로 괜찮을까?무민 캐릭터의 원천이자 고전 걸작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무민 골짜기에 살아가는 무민 가족과 친구들의 ‘진짜’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은 북유럽의 손꼽히는 작가이자 핀란드의 국민 작가로 세대를 뛰어넘어 오랜 세월 널리 사랑받는 토베 얀손이 26년에 걸쳐 출간한 ‘무민’ 시리즈 연작소설 8편을 소개한다.일곱 번째 무민 연작소설인 『무민파파와 바다』는 1965년에 발표했다. 무민 골짜기를 떠나 외딴섬으로 간 무민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무민 가족이 등장하는 마지막 연작소설이다. 실제 마지막 작품인 『늦가을 무민 골짜기』에서는 무민 가족이 떠나고 없는 무민 골짜기 이야기가 그려진다. 토베 얀손은 1963년부터 1964년 사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하는 동안 이 작품을 집필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무민 가족을 바다로, 섬으로 이끈 장본인은 무민파파이며, 토베 얀손은 이 작품을 1958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헌정했다.무민 골짜기를 떠나 새 삶을 시작한 무민 가족!폭풍과 함께 외딴 등대섬에 불어닥친 변화의 소용돌이가을로 접어드는 무민 골짜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나날에 무민파파는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고, 삶이 지긋지긋하고 지루해진다. 결국 무민파파는 새로운 장소에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가족을 지키며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가족을 모두 이끌고 등대가 있는 먼바다 외딴섬으로 향한다. 살림살이를 몽땅 싸서 모험호를 타고 긴 항해 끝에 도착한 등대섬은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다. 척박하고 낯설며 고독하기 그지없다. 등댓불은 꺼진 지 오래고, 등대지기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데다, 이웃이라곤 말수 적고 누구와도 어울리려 들지 않는 어부 하나뿐이다. 하지만 짐을 몽땅 싸들고 떠들썩하게 골짜기를 떠나 온 무민 가족은 이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주인 없는 낡고 허름한 등대에 짐을 풀고 바다와 파도와 바위에 둘러싸여 살기로 하는데……. 크지도 않은 섬에서 가족들은 전에 없이 서로 멀어지고 마음이 뿔뿔이 흩어져 간다.미이는 섬에 도착했을 때부터 줄곧 어딘가에서 혼자 지내며 식사 때에만 나타나고, 무민은 덤불숲에서 빈터를 발견해 은신처로 삼는다. 무민은 점차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자기만의 비밀을 만들어 간다. 한밤중에 알 수 없는 소리에 이끌려 바닷가로 내려간 무민은 매력적인 해마들을 만나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 밤마다 바닷가로 몰래 내려가 언제 올지 모르는 해마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무민의 눈앞에는 해마 대신 차디찬 그로크만 등장한다. 무민 골짜기에서부터 무민 가족의 빛을 따라온 그로크가 신경 쓰인 무민은 남포등을 들고 등불을 보여 주러 나가지만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릴 수가 없다. 두렵고 피해야 하는 존재였던 그로크는 점점 무민과 가까워지고, 무민은 그로크를 위험하게 느끼지 않게 된다. 이렇게 무민은 엄마 아빠에게서 조금씩 벗어난다.한편, 새 삶을 꾸릴 생각에 들떠 있던 무민파파는 등댓불을 켜려다 실패하고 길을 내고 방파제를 만들다 포기한 뒤로 무민과 바다에 그물을 던지지만 바닷말만 잔뜩 올라온다. 그 뒤, 무민파파는 낚시에 빠져들었다가 결국 바다를 연구하고 글을 쓰는 데 집중한다. 그런가 하면 무민마마는 예전처럼 살고 싶어 바위투성이 섬에서 흙을 찾아 정원을 가꾸다 등대 안쪽 벽에 그리운 무민 골짜기를 그려 넣기 시작한다. 무민마마가 그림 그리기에 집중할수록 그리움은 커져 가고, 급기야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 남몰래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무민 가족은 저마다 다른 생각과 남모를 꿈을 좇으며 시간이 갈수록 변해 간다.가을 남서풍이 불고 파도가 거세어질 즈음, 무민은 그로크를 만나지 않고 빈터에서 혼자 밤을 보낸다. 섬 위로 올라온 그로크는 무민을 찾아 헤맨다. 다음 날 아침, 무민은 나무도 모래도 바위도 모두 겁먹어 등대 바위 위로 올라가려고 애쓴 흔적을 발견한다. 나무는 뿌리를 뽑아 들고 도망치고, 겁먹은 새들이 하늘을 뒤덮고, 돌멩이들이 구르고……. 고독과 외로움, 절망이 가을바람과 함께 휩쓴 외딴 등대섬은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바다와 섬과 등대 그리고 불안한 일상무민 가족이 겪는 마지막 위기섬은 토베 얀손이 매혹되었던 장소이며, 그렇기에 무민 시리즈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에서 해티패티들의 섬은 사납고도 매혹적이며, 『무민파파의 회고록』의 독재자의 섬은 무민파파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공간이다. 이번 작품 『무민파파와 바다』의 외딴 등대섬은 대립과 화해의 장이자, 독립과 분리의 공간으로 나타난다. 무민은 정신적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게 되고, 무민파파는 작가이자 과학자로 바다를 연구하며 글을 쓰며, 무민마마는 화가로 그림에 몰두한다. 이처럼 『무민파파와 바다』는 하나로 응집되는 가족 관계가 나타났던 이전 무민 시리즈와 다르게 가족 구성원이 각자 이상을 실현해 가며 독립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무민파파와 무민마마의 관계는 토베 얀손 부모의 관계가 반영되어 있다. 스웨덴에서 나고 자란 얀손의 어머니인 싱느 하마스텐-얀손(Signe Hammarsten-Jansson)은 1913년에 빅토르 얀손과 만나 결혼한 뒤 1915년에 헬싱키로 이사하며 평생 스웨덴에서의 삶을 포기해야만 했다. 무민마마 또한 무민파파를 위해 섬에서 새 삶을 시작했지만 손써 볼 도리 없는 향수병과 비할 데 없는 외로움에 시달렸다. 그리고 가져온 석유가 동난 뒤에야 변화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다잡아 섬과 가족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있죠, 우리가 이렇게 살기 시작한 뒤로 내내 소풍 온 느낌이 들었어요. 날마다 일요일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이런 느낌이 들면 안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들 알겠지만, 계속 소풍을 가 있을 수는 없잖아요. 언젠가는 끝나야죠.”_ 본문 중에서무민 가족이 등장하는 마지막 연작소설인 『무민파파와 바다』는 환경의 변화로 인한 심리적 거리와 갈등, 해결을 다룸으로써 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토베 얀손은 무민 시리즈를 두고 “특정 독자층을 염두에 두지 않고” 썼다고 말한 바 있으며, 『무민파파와 바다』와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아이들을 위해 쓴 책이 아니지만, 이 책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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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민파파의 회고록 (커버이미지)
    [문학]무민파파의 회고록
    •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23-04-14

    무민 캐릭터의 원천이자 고전 걸작,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자기애로 똘똘 뭉친 무민파파가 들려주는아빠의 그때 그 시절, 유쾌하고 파란만장한 모험담!무민 골짜기에 살아가는 무민 가족과 친구들의 ‘진짜’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은 북유럽의 손꼽히는 작가이자 핀란드의 국민 작가로 세대를 뛰어넘어 오랜 세월 널리 사랑받는 토베 얀손이 26년에 걸쳐 출간한 ‘무민’ 시리즈 연작소설 8편을 소개한다.『무민파파의 회고록』은 1950년 발표했던 무민 연작소설 『아빠 무민의 모험』을 1968년에 다시 쓴 작품이다. 무민파파가 화자로 등장하는 유일한 무민 시리즈로, 무민의 모험과 병렬 관계를 이루는 무민파파의 젊은 시절과 스니프와 스너프킨의 아빠인 머들러와 요스터를 다룸으로써 무민 시리즈의 배경을 견고하게 다졌다. 핀란드의 방송인 따루 살미넨이 중역 없이 스웨덴 어를 번역했으며, 국내 초역작이다. 무민 시리즈를 보고 듣고 읽으며 자란 핀란드 인이 번역하는 무민 골짜기의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한 모습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이제는 줄사다리만 타도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한때는 무민파파도 위험천만한 모험에 앞장섰던 나날이 있었다. 한 번도 앓아누운 적이 없었던 무민파파가 감기에 걸리자,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질풍 같은 젊은 시절 이야기를 글로 옮기기로 마음먹는다. 회고록은 무민파파가 갈색 종이봉투에 담겨 발견되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민파파는 규칙과 규율에 얽매였던 무민 보육원에서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유명한 모험가를 꿈꾸며 탈출한다.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고 싶어 하는 발명가 호지스, 하는 일마다 덤벙대기 일쑤인 수집가 머들러, 오늘을 그냥 사는 방랑자 요스터를 만나 미지의 세상 속으로 뛰어든 무민파파! 이제 그 장대하고 남다른 모험이 펼쳐진다.무민 캐릭터의 원천이자 고전 걸작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무민 골짜기에 살아가는 무민 가족과 친구들의 ‘진짜’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은 북유럽의 손꼽히는 작가이자 핀란드의 국민 작가로 세대를 뛰어넘어 오랜 세월 널리 사랑받는 토베 얀손이 26년에 걸쳐 출간한 ‘무민’ 시리즈 연작소설 8편을 소개한다.세 번째 무민 연작소설인 『무민파파의 회고록』은 1950년 발표했던 『아빠 무민의 모험』을 1968년에 다시 쓴 작품이다. 중역 없이 스웨덴 어를 번역한 국내 최초의 작품인 동시에, 핀란드의 방송인 따루 살미넨이 번역한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핀란드 투르쿠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따루 살미넨은 2006년 <미녀들의 수다>부터 지난 2018년 5월 <사랑은 아무나 하나> 등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어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무민 시리즈를 보고 듣고 읽으며 자란 핀란드 인이 번역하는 무민 골짜기의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한 모습은 책을 읽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자기애로 똘똘 뭉친 무민파파가 들려주는아빠의 그때 그 시절, 유쾌하고 파란만장한 모험담!『무민파파의 회고록』은 무민파파가 화자로 등장하는 유일한 무민 시리즈 작품이다. 무민파파는 늘 까만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인자한 아빠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지만, 세상 모든 엄마 아빠처럼 무민파파에게도 찬란한 젊은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자의식과 자기애가 강하고 쉽게 자아도취에 빠지고 자화자찬은 하늘을 찌른다. 그래도 다행히 무민은 바다와 파도를 사랑하고, 모험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성향만 쏙 빼닮았다.무민이 아주 어렸던 어느 한여름에 무민파파가 감기에 걸리고 만다. 한 번도 앓아누운 적이 없었던 무민파파는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질풍 같은 젊은 시절 이야기를 글로 옮기기로 마음먹는다. 드디어 펜을 든 무민파파는 한 장을 다 쓰고 나면 세 아이들에게 읽어 준다. 그 시작은 무민파파가 갈색 종이봉투에 담겨 무민 보육원 계단참에서 발견되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무 특색도 없는 네모난 방, 규칙과 규율에 얽매인 생활……. 무민 보육원에서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무민파파는 ‘유명한 모험가’가 되겠다며 탈출한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고 싶어 하는 발명가 호지스, 하는 일마다 덤벙대기 일쑤인 수집가 머들러, 오늘을 그냥 사는 방랑자 요스터와 만나 미지의 세상 속으로 뛰어든 무민파파! 그 장대하고 남다른 모험이 펼쳐진다.자유와 모험을 찾아 나선 무민파파가 아빠가 되기까지무민 골짜기의 무민 가족과 친구들이 탄생하기까지무민파파의 젊은 시절에 빼놓을 수 없는 등장인물인 호지스와 머들러, 요스터는 무민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도 낯설 수 있다. 그러나 무민파파의 모험은 무민의 모험과 병렬 관계를 이룰 만큼 닮은 점이 많다. 등장인물 또한 마찬가지인데 사실 머들러는 스니프의 아빠이고, 요스터는 스너프킨의 아빠다. 위엄 있고 근엄해 보이는 아빠들도 사실은 모두 작고 철없는 시절을 지나왔다는 점을 보여 줌과 동시에 무민 시리즈의 배경을 견고하게 다지고 무민의 세계를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무민파파의 회고록』에서 가장 반가운 등장인물은 ‘미이’이다. 미이는 애니메이션 TV 시리즈에서는 미이가 처음부터 등장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더욱 친숙한 캐릭터이다. 독립심 강하고 공격적이며 냉소적인 미이는 바로 이 작품에서 말 그대로 태어났다. 무민파파가 독재자의 섬을 새 터전 삼아 살기 시작한 하짓날 밤, “밈블의 막내딸이 태어났는데, 이름을 ‘미이’라고 지었다. ‘세상 가장 작은 존재’라는 뜻이다.” 미이는 이렇게 누구보다 뚜렷이 등장하지만, 그야말로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스너프킨은 요스터와 밈블 사이에서 태어났고, 미이도 밈블이 낳았고, 그래서 스너프킨과 미이는 가족이고, 미이의 아빠는 누구인지 모르지만 무민보다 먼저 태어났고……. 그래서 무민파파는 작품 속에서 “이제 내 말은 끊지 마라. 이건 내 회고록이지, 무슨 뿌리 찾기 같은 게 아니니까.”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혜성이 다가온다』에서 어린이 책의 소재로는 낯설고 특이한 세상의 종말을 다루었던 토베 얀손은 『무민파파의 회고록』을 통해 자신의 책이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님을 더 명확히 드러냈다. 작품 속 무민이 모험 이야기는 좋지만 우울하고 슬픈 감정은 필요 없어 보인다고 말하자, 무민파파는 회고록 쓰는 일에 회의를 느낀다. 실의에 빠진 무민파파에게 무민마마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허세 부리지 않는 부분도 있어야 글맛이 살죠. 아이들이 거기까지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려요.”무민 골짜기의 무민 가족과 친구들이 탄생하기까지,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무민파파의 회고록’은 무민파파와 무민마마의 운명적이고 로맨틱한 첫 만남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무민 골짜기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모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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