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목록

전체 1837건(63/205 페이지)
전자책 목록 수 변경영역
  • 기기인 도로 - 조선스팀펑크연작선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기기인 도로 - 조선스팀펑크연작선
    • 김이환, 박애진, 박하루, 이서영, 정명섭 (지은이)
    • 아작
    • 2022-02-24

    “조선시대에 이미 증기기관이 도입되고 발전했다면 우리 역사는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장르소설의 대가들이 펼치는 조선스팀펑크연작선, 그 첫 앤솔러지! 조선 태조 이성계는 고려의 무장이었던 시절, 침략해 온 원나라 군을 물리치고 포로로 잡은 회회인 도로를 통해 증기를 처음 접한다. 사실 도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세계를 떠돌다 일부러 붙잡힌 것이었고, 이성계의 측근인 정도전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나라 건국에 대한 희망을 찾고 힘을 보태기로 한다. 낯선 것을 싫어하던 귀족들과 달리 개방적이었던 이성계는 도로에게 증기기기를 개발할 것을 명령한다. 그리고 도로가 개발한 증기마와 증기마차를 통해 기동력을 극대화시킨 기병 전술을 이용해서 연전연승을 거둔다.하지만 1392년,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후에 반대세력이 이용할 것을 우려해서 증기기기의 개발을 중단할 것을 명령한다. 거기에 왕실의 권력 다툼에 휩쓸린 정도전이 죽으면서 낙담한 도로는 조선을 떠나려고 한다. 그러다가 최무선의 설득으로 계속 남아 함께 여러 증기기기를 개발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로가 사실은 기기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신비로움이 더해지고, 조선 역사의 고비마다 도로는 증기기술을 통해 숨은 톱니바퀴로 맹활약하는데….한국식 스팀펑크의 땅에 새로운 일꾼들이 합류했다“왜 한국에서는 스팀펑크 물이 나오지 않는가?” 이 말을 꺼낸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답변을 듣기 위해서가 아닌, 자기가 부연하기 위한 서두로써 이 질문을 던지고는 했다. 그리고 그들이 공들여 준비한 질문들은 대부분 비관적인 결론으로 마무리되고는 했다.사실 이런 비관적인 질문은 뒤에 들어가는 단어만 바뀌어서 매번 반복되고는 했다. “왜 한국에서는 하드 SF 물이 나오지 않는가?”나 “왜 한국에서는 스페이스오페라 물이 나오지 않는가?”처럼 말이다.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진지한 논의를 하겠다는 척 훈수를 두고 싶은 사람들이 해당 질문을 할 때마다 SF 작가들에게 100원씩 국가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 사업이 있었는데, 억대에 달하는 예산 초과로 인해 시행한 첫해에 사업이 문을 닫았다는 후문이다. 정말이다.본론으로 돌아오자. “왜 한국 SF 시장에서는 스팀펑크 물이 나오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그 질문만큼이나 식상했다. “스팀펑크에서 주로 다뤄지고는 하는 산업혁명 시기풍의 낭만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나 “한국 역사에서 증기기관이 중심이었던 적이 없다.”거나 하는 식인데, 저 대답들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 결론인지는 의구심이 든다.조선시대에 엘프가 살았기에 <반지의 제왕>에 열광했던가? 일제강점기에 부두교 마술사들과의 교류가 있어 <새벽의 저주>가 흥행했던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와 무관하게 서구식 정통 판타지나 좀비 아포칼립스 물은 한국 장르 시장에 무사히 안착하여 수많은 작가들의 손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변주되고 있다. 넷플릭스만 틀어도 갓 쓴 선비들이 도포를 두른 채 좀비들과 나뒹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2021년이 되어서까지 저런 나이브한 답변들에 무게를 더해줄 필요도 없을 것이다.결국, 장르의 흥행은 그저 기반이 될 토양을 마련하기 위해 개척자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며 자신들의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할 뿐, 태생부터 글러 먹었다는 식의 접근은 그리 정교한 결론이 아닌 셈이다. 이는 한국식 스팀펑크라고 해서 달리 접근할 문제도 아니다.이제껏 대중적으로 소비되지 않았던 장르를 시도한다는 것은 개척보다는 개간이라는, 역사적 사명감보다는 생활감 넘치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험난하고 투박하지만 언젠가는 맺을 결과물을 향해, 남들이 보기에는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는 영역에 자신의 뼈를 묻을 각오로 덤벼드는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 한국식 스팀펑크의 땅에 새로운 일꾼들이 합류했다. 바로 ‘조선스팀펑크’ 연작선의 참여 작가들 말이다.‘조선스팀펑크’ 연작선의 출간이 반가운 것도 여기에 있다. 이제까지 스팀펑크는 몇몇 작가들이 개인적인 규모로만 진입을 시도하거나, 큰 프로젝트로 기획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결과물을 내보이지 못했던 영역이었다. 그런 상황에 원숙한 솜씨를 자랑하는 베테랑 작가들이 팀을 이루어서 지속적인 작업을 시도하고자 하니, 기존의 개척자들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후발주자가 되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참고할 선행사례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지 않은가?정명섭 작가의 <증기사화>는 조광조의 기묘사화를 통해 조선스팀펑크 세계관에서 증기기술을 대하는 태도를 다루었다. 이 작품에서 훈구파와 사림파의 갈등은 곧 왕권의 정통성을 논쟁하는 과정을 넘어, 증기기술을 받아들이는 입장과 태도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 차이로도 이어진다. 정명섭 작가다운, 대체역사 물에 요구되는 사고실험적인 전개를 능수능란하게 해내면서도 세계관에 대한 소개를 매끄럽게 전개해서 연작선의 출발을 이끈다.박애진 작가의 <군자의 길>은 조선시대 서얼에 대한 신분차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아버지와, 자신이 받들어야만 하는 어린 이복형제와 애증 어린 관계를 맺어가며 증기기술을 통해 스스로를 지키고자 한다. 오래도록 묵은 감정을 질척이는 와중에도 가끔씩은 쓴웃음을 짓고 마는, 무겁고도 어두운 분위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김이환 작가의 <박씨부인전>은 시장통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대가로 돈을 받는, 전기수(傳奇叟)가 도술을 부리는 대장장이 부부에 대한 소식을 듣고 그들을 찾아가며 겪는 이야기다.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돌아다니며 들은 이야기를 이야기로 들려준다는, 다층적인 구조를 갖추어 독자들의 혼을 쏙 빼놓는 작품이기도 하다. 스팀펑크에 기대하는 활극적인 요소 또한 풍족하여, 읽는 이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들 장면으로 가득하다.박하루 작가의 <염매고독>은 증기기술로 인한 비극적인 사화와 굶주린 어린아이의 영혼을 이용한 저주에 대한 소문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작품이다. 실제 역사에서는 열장부(烈丈夫)라 불린 청백리 김수팽이, <염매고독>에서는 왕조를 저주하며 죽어가는 주술사로 등장하여, 조선스팀펑크 세계관이 갖는 어두운 면모를 그려내었다. 이서영 작가의 <지신사의 훈김>은 세도 정치로 악명 높았던 홍국영이 사실은 증기기계로 움직이는 인공지능-기기인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라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사람이 입력한 명령을 따라야만 하는 기기인은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유학을 배우고, 유학의 논리에 맞춰 사고하며 선비가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에 대해 고민한다는, 동양철학의 사유의 뿌리부터 돌아보는 끝내주는 유교 SF다. ‘조선스팀펑크’의 흥미로운 점은, 증기기관의 도입으로 인한 사회 시스템의 변화와 기존 역사 사이의 충돌을 막기 위해, 조선시대의 신식 기술에 대한 이념적인 갈등을 연결지어 대체역사의 연대표를 만들었다는 것일 터이다. 만약 이 연작선이 스팀펑크 물이라고 하는 장르의 관성적인 이미지에 묶여, 조선시대 말이나 일제강점기에 국한해 증기기관 기술을 배경으로 더한 정도에 그쳤다면, 세계관 안에서 작가들이 운신할 수 있는, 또 세계관 자체가 발전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아졌을 것이다.이 연작선에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새로운 기술로 인해 생겨나는 사회의 변혁을 어떻게든 가로막으려고 하는 지배계급과 그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 사이의 갈등이 작품의 중심을 담당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조선시대의 역사와 스팀펑크 장르의 풍미가 절묘하게 녹아들어, 생생하기 그지없는 야담을 읽고 있는 것만 같은 착시를 일으키는 데 성공한다. 과연 이후에 이 세계가 어디까지 더 넓혀질 수 있을까. 정말이지 설레며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홍지운, 소설가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기담 룸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기담 룸
    • 하야미네 가오루 (지은이), 이연승 (옮긴이)
    • 모모
    • 2022-02-24

    “기담이 재미없으면 그 즉시 널 죽일 거야.”“자, 이제부터 너희를 한 명씩 죽일 거야.”연쇄살인마의 예고 살인 속에서 살아남을 자는 누구인가?VR 기술로 접속하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SNS인 ‘룸’. 이 SNS 커뮤니티에 어느 날 10명의 게스트가 초대되었다. 누가 초대했는지 알 수 없는 채로, 호기심에 이끌려 들어온 10명의 게스트. 인형 아바타의 모습에 소년, 만화가, 히어로, 인형술사, 신문기자, 한량, 선생, 아이돌, 탐정이란 대화명을 쓰는 9명의 사람과 나. 그들 사이에 공통점이라고는 기담을 좋아한다는 것뿐.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이 룸의 호스트인 ‘머더러’가 대화의 포문을 연다.“나는 기담 룸의 호스트 ‘머더러’. 이제부터 너희를 한 명씩 죽일 거야.”뜬금없는 소리에 처음에는 모두 콧방귀를 뀌지만, 게스트 중 한 명이 죽었다는 기사, 머더러가 게스트 손등에 새긴 X자 표시, 머더러에 의해 팔이 꺾인 한 게스트의 비명, 한 사람씩 차례로 룸에서 사라지는 등 실제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하나씩 쌓이며 거짓말 같던 연쇄살인을 더 이상 장난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게 된다.도대체 왜 머더러는 이들을 죽이려는 걸까. 이 10명이 선택된 기준은 무엇일까. 이 방에서 살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게스트들의 뒷덜미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질수록 다음번엔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인 사람들은 머더러의 정체를 밝히려고, 이 방에서 살아 나가기 위해 공조를 하기도, 서로를 의심하기도 한다. 과연 이 미치광이 연쇄살인마의 예고 살인 속에서 살아남을 자는 누구일까.전 세대가 사랑하는 현대 추리소설의 대가 하야미네 가오루,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를 전격 소환하다!‘룸’이라는 밀실에서 연쇄살인마의 정체를 추적해나가는《기담 룸》은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 탄생 120주년과 사후 50주년을 기념해 쓰인 작품이다. ‘만약 그가 살아 있다면 지금 어떤 소설을 남겼을까?’란 질문에서 시작된 이 책은 란포의 소설에서 쓰인 밀실 트릭인 고서점과 같은 낡은 일본식 주택을 현대에 맞게 SNS 커뮤니티 ‘룸’으로 새롭게 창조해냈고, 탐정을 주축으로 살인자의 정체를 추적하는 전개 방식을 살려 “마치 란포가 살아 돌아와 쓴 것처럼 멋지게 그를 소환한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일본 현대 추리소설의 대가라 불리는 하야미네 가오루의 필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하다. 하야미네 가오루는 생동감 넘치고 긴박한 이야기, 촘촘한 트릭 설정 등 매력적인 작품으로 데뷔 이후 30년이 넘도록 전 세대에게 사랑받아온 현대 추리소설 작가로, 그의 작품을 읽은 사람들이 SNS상에 ‘가오루’ 붐을 일으킬 정도로 팬덤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평소 내놓는 작품마다 “커서도 계속 생각이 나 읽고 싶다”, “추리소설을 읽는 즐거움에 눈을 떴다”, “추리소설 입문자라면 단연코 그의 소설을 가장 먼저 읽어보길 추천한다”라고 칭송받고 있는데, 《기담 룸》을 통해 또 한 번 수많은 그의 소설 가운데서도 명실상부 마스터피스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생동감 넘치는 인물과 대화, 치밀한 복선,현실과 분간할 수 없는 섬뜩함까지이 책을 집어든 순간 덮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을 것이다!기담 룸에 초대받은 게스트 10명은 각자 자신의 대화명과 어울리는 섬뜩한 기담을 한 가지씩 준비해 약속된 시간에 모인 다음, 한 사람씩 발표한다. 그것이 호스트이자 연쇄살인마 ‘머더러’의 요구 조건이었기 때문. 기담이 재미있거나 머더러의 정체를 밝히는 사람은 살려주겠다는 요구가 터무니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 게스트의 죽음을 보고서는 도망칠 수도,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기담을 이야기하는 회차가 늘어나지만 이야기하는 사람마다 머더러를 만족시키지 못해 죽게 되면서 의심과 공포는 더해지고, 그러다가 마침내 살인자 머더러의 정체를 밝혀냈다고 확신한 순간, 사건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물론 나 자신조차도 철저히 의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룸 안의 사람들이 나눈 대화 한마디, 각각의 기담 속에 감춰진 의미심장한 단서들을 조합하다 보면 살인자의 정체에 관한 깜짝 놀랄 만한 반전과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 범인의 정체는 물론, 왜 이 10명이 선택되었고,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작가가 깔아둔 치밀한 복선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밝혀진다. 무엇을 추리하든 속단할 수 없는 결과, 그 결과가 말해주는 재미에 무릎을 탁 치며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기만의 살의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기만의 살의
    •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04-14

    2021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작‘추리의 정밀기계’ 미키 아키코의 대표작! 문장 한 줄, 단어 하나, 심지어 문체와 형식까지 모든 것이 트릭이다! 블루홀식스가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작가 미키 아키코! 후루타 덴의 『거짓의 봄』과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우사미 마코토의 『어리석은 자의 독』, 나가우라 교의 『머더스』 등 가지각색의 매력을 뽐내는 작품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던 블루홀식스가 이번에는 미키 아키코의 『기만의 살의』를 출간한다. 그간 블루홀식스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음악 미스터리 『안녕, 드뷔시』(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속죄의 소나타』(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를 비롯해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등을 출간해왔다. 그 외에도 오승호(고 가쓰히로), 이시모치 아사미, 츠지무라 미즈키, 레이미 등 각기 독특한 매력을 가진 많은 미스터리를 소개해왔다. 앞으로도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비롯해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여러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것이다. 『기만의 살의』는 호화 저택을 무대로 한 독살 사건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정통파 본격 미스터리다. 노련한 작가가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으로 출간 후 연말 미스터리 랭킹 상위권을 휩쓸었고 2021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에도 오르며 추리의 정밀기계의 명성에 맞는 작가의 역량을 증명했다. “살벌한 현실을 잊게 해줄 도피처가 바로 본격 미스터리다.” 『기만의 살의』는 ‘추리의 정밀기계’ 미키 아키코의 대표작으로 본격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2020년에 출간한 이 작품에는 미키 아키코의 미스터리관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특수 설정 미스터리’가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정통 본격 미스터리를 고수한다는 점에서 본격 미스터리팬들의 환영을 받을 만하다. 주목할 만한 특징은 서간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구성과 호화 저택에서 벌어진 독살 사건이라는 설정, 등장인물 사이에서 등장하는 논리적 가설과 트릭이다. 게다가 마지막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반전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기만의 살의』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호화 저택에서 사람이 독살로 죽어 나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저택에 있던 사람 중 한 남자는 무죄인데도 범행을 자백해 무기 징역형을 살게 된다. 남자는 전략적으로 감옥 생활을 해 비로소 가석방된다. 그 후 그는 그 사건의 피해자인 여자에게 편지를 보내 두 사람의 서신 교환이 시작도며 이것이 42년 전 독살 사건의 전말을 뒤집는 방아쇠가 된다. 42년이 흐른 뒤에야 편지를 교환함으로써 펼쳐지는 두 사람의 추리 대결로 사건의 진실은 점점 상상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남자는 왜 범행을 자백해 옥살이까지 하게 된 것인가? 그렇다면 독살 사건의 진범은 누구인가? 작가는 종국에는 충격적인 진실에 다다르게 되는 이 기나긴 여정을 아주 꼼꼼하고 촘촘히 펼쳐 보인다. 사소한 장면이나 요소 하나까지 남김없이 마지막에 가서 한꺼번에 꿰어진다. 복선이 회수될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마치 어느 사소한 것 하나 낭비가 없도록 철저히 계산해 마술을 부리는 것과 같다. 굉장한 집념을 가지고 사건을 추리하는 주인공들 사이에 묘하게 오가는 애증 또한 전달력 있게 다가온다. 이런 매력으로 작가의 다른 작품인 『기사라기 가의 일족』과 『나선의 밑바닥』은 각각 제13회, 제14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독자 여러분께서도 이번 겨울 국내 최초로 상륙한 미키 아키코의 본격 미스터리를 맘껏 즐기시기를 바란다.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 역시 그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추리의 정밀기계’ 미키 아키코는 도쿄대학 법학부 졸업 후 1973년부터 줄곧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7년 60세를 기점으로 은퇴 후 평소 즐겨 읽던 미스터리를 쓰기 시작해 마침내 전격 데뷔했다. 긴 시간 동안 미스터리 작가가 자신의 본업이 아니었음에도 철저하게 실력으로 평가받는 치열한 미스터리 소설계에서 2021년 현재까지 열두 권이 넘는 작품을 발표한 것은 가히 주목할 만하다. 데뷔작인 『귀축의 집』은 2010년 제3회 ‘바라노마치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신본격 미스터리의 아버지’ 시마다 소지는 심사평에서 “도저히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 볼 수 없다. 희귀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추리의 정밀기계가 쓴 것 같은 작품”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이처럼 미키 아키코는 미스터리의 세부 장르 안에서도 정교한 트릭과 치밀한 논리를 중시하는 이른바 ‘본격 미스터리’에 대한 애정이 유독 남다른 작가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동서양의 추리 소설을 섭렵한 열렬한 애독자였고 여가 시간에는 꼭 소설에 나오는 트릭 풀이를 게임처럼 즐겼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 관’은 잡지 인터뷰에 실린 한마디로도 알 수 있다. “매일 뉴스를 보다 보면 현실 그 자체가 사회파 미스터리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소설 안에서만이라도 현실과 분리되어 즐겨야 하지 않을까. 살벌한 현실을 잊게 해줄 도피처가 바로 본격 미스터리다.” 위 인터뷰는 본격 미스터리에 대한 작가의 집념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소설을 현실과 분리된 공간, 처참한 현실을 망각하게 해주는 공간으로 보며 그러한 소설을 집필하는 것이 작가의 신념인 것이다. 실제로 작가는 데뷔 후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본격 미스터리 외에는 쓸 생각이 없다”라고 단호히 선언한 바 있다. 작가의 횡보를 보면 이러한 선언은 아직까지 관철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작가가 자신의 미스터리관을 굳건히 지켜나가기를 기대하며 동시에 멋진 본격 미스터리를 선보여주기도 기대한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기억 읽어주는 남자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기억 읽어주는 남자
    • 라혜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04-14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고 동시에 의심스러운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로맨스가 한 겹 더해진 케이스릴러 . 어떠한 방식으로도 훼손되지 않는 ‘사랑’의 영역을 서늘하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준다. 사랑은 그런 것일까? 비슷한 향기만 맡아도, 비슷한 장소에 서 있기만 해도 불현듯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일까? 가물가물한 실체 속에서 뜨겁고 열렬했던 그 사랑의 감촉만은 선연하게 떠오르는 것, 그것이 사랑임을 는 말한다.소설 는 교통사고 순간을 제외하고 모든 기억을 잃은 여자 ‘하윤’의 시선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한, 자신의 약혼자라 주장하는 남자 ‘천재후’를 본다. 국내 굴지의 IT기업 후계자이자 하윤이 누워 있는 큰 별장 그리고 그 별장을 둘러싼 중세의 요새 같은 큰 섬의 주인인 재후. 이렇게 완벽한 사람과 결혼을 꿈꾸던 평범한 여자였을까, 궁금해진 하윤은 우연한 계기로 하나둘 재후의 실체를 확인해나가게 된다.는 ‘사랑’을 충실하게 스릴러의 소재로 사용한다. 모든 기억을 잃고 마치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것만 같은 하윤에게 기댈 곳은 재후뿐이다. 그가 분명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는 없지만, 하윤은 유일한 동아줄인 재후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서서히 재후에게 진심이 싹트고, 그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 합리화하면서 하윤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고 동시에 의심스러운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하윤의 아이러니한 운명이 절망적이고 두려운 소설의 분위기를 잘 형성하고 있다.스릴러에 더해진 ‘로맨스’는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로맨스와 스릴러라는, 물과 기름 같은 장르의 성공적인 결합은 가능할까? 작가는 로맨스 스릴러라는 장르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뜨거우면서도 서늘한 감정’은 어떤 걸까, 궁금했다고 한다.는 바로 그러한 감정의 경험이기도 하다. 작가는 도무지 체감할 수 없을 것 같은 이질적인 감정을 서스펜스와 로맨스를 절묘한 비율로 배합해 마치 아포가토와 같은 메뉴로 탄생시킨 것이다. 이 작품은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 2부로, 2부에서 3부로 넘어갈 때, 그리고 마지막 엔딩과 에필로그까지 놀라운 반전을 통해 전환된다. 그동안 일어났던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뒤집어엎는 반전은 세 번이나 일어나며, 그때마다 주인공 하윤과 그의 남자 천재후의 관계도 극적으로 변화한다. 그건 마술처럼 색깔이 바뀌는 사랑의 양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도달한 종착지엔 여전히 사랑으로 갈등하는 하윤이 기다리고 있다. 작품에서 작가는 사랑에 과연 완성이란 게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는 듯하다. 묻고 또 묻는 가운데 독자는 주인공 하윤처럼 조금씩 사랑에 대한 견고했던 자신감을 잃어가는 과정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궁극적인 사랑을 믿는 독자도 이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서는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때 이르러서야 놀랍게도 하윤은 비로소 자신의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의 사랑이 그녀를 존재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어떤 독자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싯구가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한국 장르문학의 새로운 비전, 케이스릴러 스물다섯 번째 케이스릴러가 가공할 서스펜스로 찾아온다!‘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와 드라마 계약!’ ‘일본, 프랑스, 대만 등 세계 8개국 수출!’ ‘영화, 드라마, 웹툰 다수 계약!’2015년 시작된 고즈넉이엔티의 스릴러 소설 브랜드 ‘케이스릴러’는 25번째 작품까지 출간되며 그동안 믿을 수 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비등단 작가들이 성취해낸 케이스릴러 소설들의 놀라운 성취는 한국 장르문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리메이크 미국 드라마 의 총괄프로듀서 린지 고프만은 ‘고즈넉이엔티 케이스릴러의 작품들은 뛰어난 감각과 획기적인 스토리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청계산장의 재판』과 같은 숨겨진 보석들로 가득 차 있다’라고 케이스릴러의 가치를 인정했다. 대만의 오픈북도 기사에서 대만 출판시장에 대한 문제점을 고찰하며 해당 문제를 극복하고 성과를 창출한 사례로 고즈넉이엔티의 케이스릴러 브랜드를 꼽았다.작년 11월부터 올해 하순까지 『찾고 싶다』를 시작으로 케이스릴러 시즌3에 해당하는 열 작품이 순차적으로 출간된다. 매년 10~15 작품이 한 시즌에 묶여 출간될 예정이며, 2025년까지 100번째 작품을 출간하고, 소설 한류를 이끌어 유럽과 영미권 서점의 서가에 장식되도록 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기억의 저편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기억의 저편
    • 김세화 (지은이)
    • 몽실북스
    • 2022-02-24

    ‘대구 MBC’의 전직 기자 김세화 작가자신의 페르소나와도 같은 주인공 김환을 내세워지극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며 묵직한 이야기를 선보인다.멈춰진 것은 기억만이 아니었다.방송 기자 출신의 작가는 자신이 오랫동안 몸 담아왔던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을 배경으로 자신과 같은 방송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한다. 전문성 있는 단어들의 적절한 활용은 이 사건들을 보다 더 현실성 있게 만들어주며 그로 인해 이야기를 탄탄하게 뒷받침 해준다. 김환이라는 기자를 중심으로 위로는 부장들과의 갈등 상황이 그려지며 아래로는 후배들과의 어울림이 인상적이다. 사건과 사건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그로 인한 긴장감이 고조된다.비교당하는 쌍둥이쌍둥이인 인영이는 언제나 비교당하는 게 싫다. 한창 그런 게 싫은 초등학교 6학년이다. 이제 곧 중학생이 되는 인영이는 비교당하는 게 싫어서 차라리 자신이 조금 더 멀리 가더라도 다른 중학교로 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 점들이 그대로 자신의 일기장에 드러나 있다. 가족도 헷갈려 할 만큼 똑같이 닮은 점도 인영이에게는 스트레스다. 그렇게 일기를 썼다. 그리고 다음날 아이는 사라졌다. 자신이 좋아했던 친구와 또 다른 쌍둥이와 함께 사라졌다. 아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나와 모든 게 똑같이 생겼는데 어쩌면 그렇게 다를까?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DNA가 다른 걸까? _본문 중에서10년 전세 명의 아이들이 사라졌다쌍둥이 자매인 인영과 소영 그리고 그들의 친구 동구까지 한 마을에서 친하게 지내던 아이 세 명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그들이 어디 다른 곳을 간 것도 아니다. 단지 매일같이 놀던 산에서 놀았을 뿐인데 없어진 것이다. 당연히 가족들은 아이들을 찾아 나섰으며 경찰에도 신고를 했다. 경찰은 유괴나 납치를 의심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고 온 동네와 산을 수색해도 아이들이 나오지 않자 수사는 지지부진해졌다. 10년 후세 명의 아이들이 나타났다그렇게 찾아도 나오지 않던 아이들이 유골로 발견되었다. 그것도 그렇게 찾아도 발견되지 않았던 그 장소에서 말이다. 등산객에 의해서 발견된 아이들. 경찰은 저체온증 같은 증상을 주장하며 자연사나 사고사를 강조하려 하지만 사건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제 사건은 전국적으로 방송이 된다.사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것은 경찰이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기자들도 따라온다. 기자들은 가장 먼저 그리고 정확하게 사건을 취재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알릴 임무가 있는 것이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기자 김환. 그는 이 사건의 가장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는 그 사건을 맡아서 취재했었다. 아이들을 찾으려 가장 많이 노력도 했다. 당시 형사과장과 함께 시간이 날 때마다 용무산 그곳을 둘러봤었다. 아이들이 나타난 지금 그는 의문점이 든다. 왜 그때는 그렇게 찾아도 없던 아이들이 지금에서야 바로 이곳에서 나타난 것일까.어제부터 나를 혼란스럽게 한 의문이기도 하다. 지금 그 의문은 하나의 명제로 명료하게 정리됐다. 왜, 어제, 그 소나무 아래에서, 실종된 세 아이의 유골이 발견됐을까? _본문 중에서한 남자의 죽음또 다른 사건의 시작사건은 연달아서 일어난다. 세 어린이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한 남자의 죽음이 경찰에게 알려진다.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이 사건은 분명 세 어린이 사건과도 연관성이 있다. 이 남자는 이 사건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10년 전 세 어린이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이 해결되지 않자 각종 제보들이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한 교수가 주장한 가설이 있었고 그것을 경찰이 뒷받침하면서 허락을 했고 그 결과 그가 의뢰를 받아서 일을 했던 것이다. 자신이 한 일이 한 가정을 엉망으로 만든 것을 본 그는 나중에서야 성금을 기부했었다. 그런 남자였다. 그는 왜 이제 와서 이렇게 시체로 발견된 것일까. 그것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말이다. 그를 죽인 사람은 무슨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이학진 씨는 거구였기 때문에 사장은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보였다. 사진 하단에는 ‘실종 어린이 가족에 2천만 원 기부’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당시 기부 내용을 기사로 작성한 기자가 바로 나였다. 5년 전이었다. _본문 중에서합리적 의심사건은 계속된다세 명의 어린이들이 사라졌고 그 모든 과정을 취재한 김환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증거는 없었다. 경찰들도 형사들도 아이들을 찾지 못한 마당에 기자인 그가 아이들을 찾을 가망은 없었다. 그래도 그는 최대한 많은 자료들을 모아왔다. 아이들의 가족들을 인터뷰하고 아이들이 갈 만한 곳을 수소문 했고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형사들에게 진행 상황을 확인했었다.이제 아이들이 나타났다. 그의 취재는 계속된다. 비록 이 사건을 맡아서 리포팅을 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에 그는 최선을 다해서 발로 뛰며 조사한다. 그로 인해 자신이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지기도 한다.고도로 예민해진 나의 감각이 내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을 포착했다. 발을 딛는 소리였다. 그다음에는 숨소리가 목덜미까지 다가왔다. _본문 중에서알 권리와 알릴 권리그 극간의 딜레마기자들은 사건을 취재한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가장 먼저 알게 되는 그들이다. 그들이 알아낸 모든 사건들이 방송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속에서도 걸러지게 된다. 때로는 빠르게 알려야 한다는 것에만 주력한 나머지 잘못된 오보를 알리게 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주목시키고자 자극적인 내용만을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모든 방송의 내용은 달라진다. 평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기자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박수정 기자가 그처럼 강하게 감정적으로 항의하는 모습 또한 그날 처음 보았다. _본문 중에서딜레마에 사로잡히는 것은 기자들뿐만 아니다. 경찰들 또한 밀려드는 제보로 인해서 어떤 것이 제대로 된 진짜 정보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되었다. 모든 제보를 다 확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들어오는 제보들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로 인해서 사건의 해결은 더욱 더디게 이루어지게 된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취재는 계속된다김환의 활약으로 인해서 사건은 모두 해결되었다. 자신의 신상을 둘러싼 일들도 모두 해소되었다. 미지의 인물은 여전히 미스터리하게 남아있다. 이 인물들이 또 다른 이야기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다른 변수를 기대하는 것도 김환의 이야기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얼굴을 콕콕 찌르는 찬바람을 물리치려는 듯 내 심장이 열을 내며 빨라졌다. 뺨이 화끈거렸다. 맥박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면 그때부터는 새 출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_본문 중에서기자 출신의 작가는 자신의 페르소나 김환을 내세워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만큼 사건을 둘러싼 배경들이나 조건들, 등장인물들은 현실적이고 사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그같은 사실은 픽션을 허구의 이야기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이야기처럼 만든다. 언젠가 어디선가 일어난 일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만큼 현실적이다. 다음에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지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기이현상청 사건일지
    •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3-04-14

    | 상당히 초현실적인 존재들처음 만났을 당시에 비희의 표면적인 신분은 모 대형식품 제조 업체 직원이었다. 직책은 경기도 광명시 연구개발특구에 위치한 제3광명신제품연구소의 시니어 매니저. 주요 업무는 전 국대형마트와 편의점 매대에놓일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 관리. 하지만 연구소 소재지가 하필 광명 연구개발특구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제3광명신제품연구소의 진짜 주인은 식품 제조 업체가 아닌 광명회, 즉 일루미나티였다. 파충류 인간들의 범국가적 카르텔로 악명 높은 일루미나티가 직접 운영하는 시설인 만큼, 기이현상청에서는 연구소를 포함한 특구 전체를 1급 지정기이 단체로 분류해 매년 두 차례씩 담당 공무원을 통해 정기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의 담당 공무원이 바로 나였다.《기이현상청 사건일지》에는 당연하게도 기이가 등장한다. 기이는 귀신, 정령, 흡혈괴물, 괴현상 등 영토, 문화,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 영적 존재들이다. 기이는 그 기원과 특성에 따라 이름 붙었고, 종종 불렸으며, 불릴 때마다 믿어질 때마다 실질적인 힘을 행사해왔다. 기이를 다루되, 일지 형식으로 다룬다는 점이 이 소설의 미덕이다. 기이에게도 기이와 함께하는 이들에게도 하루가 있고, 이 하루는 반복되며, 생활이 되고 환경을 이룬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그날그날은 기록된다. 기이해서, 기이라서, 대단하고 특수해서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이들의 일상과 생활이므로 성실하게 관찰되고 정리된다.비인간 존재에 관한 집요한 기록만큼 인간 존재의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텍스트도 없을 것이다. 《기이현상청 사건일지》는 하나의 시스템을 채우는 다채로운 역할들을 서술해 나간다. 에는 특수예산과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지난 지출을 점검하는 기재부 직원이 있고, 에는 아케메네스 왕조 시기 항아리에 살며 아이스크림 신제품을 개발하는 두 정령을 이해하기 위해 파견 나온 기이현상청 직원 및 생성적 적대 신경망 원리를 배우고 적용하는 개발자가 출연한다. 에는 광명 연구개발특구에서 시제품을 만들고 이를 유출한 직원과 그 해프닝을 해결하는 수사관이, 에는 지역 신흥 종교의 교주와 신도, 이를 해결하러 온 하청 업체 직원과 그 부사수가 등장한다. 이들은 정령과 귀신을, 그러니까 사건을 기록하는 존재들이지만,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역시 기록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주인공은 현상청을 이루는 낱낱의 존재들로 옮겨간다. |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들《기이현상청 사건일지》는 결국 공무일지다. 그것도 철저히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실정에 바탕을 둔. 그러므로 노을을 아름답게 할지는 모르나 치명적인 환경문제인 미세먼지, 공과 관에 스며든 사이비 신앙, 권력자 우상화, 신도시 개발을 둘러싼 이권 대립, 공조직의 목적전도, 국가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화, 합의에 이르지 않는 시위, 내정된 지원사업 수혜 등 상당히 복잡한 동시대 문제들이 한데 논의된다. 공조직에는 시스템이 있고, 시스템은 시스템이 되었으므로 굳어져 간다. 그럼에도 여기 일하는 공무원들의 개인성과 도덕의식 덕분에 이 조직은 아직은 어떻게 해볼 만한 이끼들을 달고 굴러간다. 세종대왕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신적 기이를 만들어 낼 정도였든 어쨌든, 더는 대한민국에서 그 때문에 무슨 중대한 기이 현상이 발생할 여지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나루의 마지막 일격으로 말미암아 세종의 혼은 힘 대부분을 상실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사후처리반의 작업에 의해 지금은 작은 스테인리스제 신주에 봉인되어 기이현상청 순응실에 잘 모셔진 상태였다. (……) 이번만큼은 혼을 봉인하는 대신 잘 보내 드리자는 의견도 꽤 지지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실행되지는 못했다. 듣기로는 ‘아무리 영혼에 새로운 정보를 가르치는 일이 어렵다 한들, 혹시 세종이라면 10년 내로 순응을 마쳐 협조적으로 변하지 않을까’라는 윗선의 기대가 작용했다는 모양이었다. 글쎄, 잘되면 좋으련만.조선의 가장 큰 성군 세종대왕을 길 잃은 정령으로 묘사하는 는 이 소설집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칼 포퍼는 반증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반증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의 본령이라 말한 바 있다. 비판할 수 있는 왕, 권력을 잃을 수 있는 왕일 때, 비로소 지도자일 수 있다고 이 소설은 과감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절대’와 ‘결코’의 굳고 고이는 세계에서 ‘설마’와 ‘혹시’의 굴러가는 세계로 《기이현상청 사건일지》는 독자를 안내한다. 그곳은 비관도 낙관도 아닌, 기이와 환상이 거하는 공간이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기척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기척
    •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3-04-14

    〈CNN〉, 〈뉴스위크〉, ‘굿리즈’ 선정 올해 가장 기대되는 책,‘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이달의 도서,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및 〈USA투데이〉 베스트셀러에 오른영미 소설 최고 화제작 《기척》출간 즉시 해외 각종 매체에서 앞다퉈 찬사를 보낸 레이철 호킨스의 《기척》이 국내 독자들을 찾아왔다. 《기척》은 가난한 여성이 고급 주택단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잘생기고 부유한 남자와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외형을 띤 소설이다. 그러나 완벽한 줄로 알았던 남자에게 아내가 있었으며, 그 아내가 의문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위협과 긴장이 가득한 스릴러의 모습으로 전개를 바꿔간다.고전 명작 《제인에어》를 현대적 이야기로 재해석한 《기척》은 영민하면서도 욕망으로 가득 찬 여성 인물의 활약에 목마른 독자들을 만족시킬 페미니즘 심리 스릴러다. 독자는 냉소와 재치를 오가는 레이철 호킨스의 날카로운 문장과 수준 높은 완급 조절로 치밀하게 설계된 구성, 비밀을 감춘 인물들의 밀고 당기는 지적 싸움을 감상하면서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충격과 쾌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을 것이다.두 사람의 저택, 세 사람의 숨소리……죽은 그녀가 아직 이곳에 있다고급 주택단지 ‘손필드’에서 부잣집 개를 산책시키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제인’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과거에 일어난 어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불행한 과거와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제인은 여느 날과 같이 부자들의 개를 산책시키다 잘생기고 부유한 손필드 주민 ‘에디’를 만나고 빠르게 호감을 느낀다. 처음에는 에디의 재력과 에디가 사는 으리으리한 저택에 매력을 느꼈지만, 데이트가 반복될수록 제인은 진심으로 에디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딱 하나 신경 쓰이는 것은 에디가 의문의 사고로 아내를 잃었다는 점이다. 몇 달 전 친구와 함께 보트를 탔다가 호수에 빠져 실종되었다는 에디의 아내 ‘베’. 제인은 에디의 전처 베의 정보를 모으며 흠잡을 데 없는 ‘베’의 모습을 상상하고 열등감을 느낀다.여자 친구라는 신분으로는 고급 주택단지의 일원이 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던 제인은 에디의 새로운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마침내 에디와 동거를 시작하고 프러포즈까지 얻어낸 제인. 그러나 함께 살게 된 에디의 저택에는 죽은 아내 베의 흔적이 너무나 짙게 남아 있는 데다, 아무리 베의 망령을 쫓아내려 해도 베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제인의 주변을 집요하게 떠돌아다닌다. 설상가상으로 에디가 집에 없을 때만 들려오는 수상한 기척에 제인은 베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에디와 깊게 연관된 ‘사건’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고, 안전하다고 믿은 에디의 곁에서 불안감을 느끼는데…….죽은 아내가 존재하는 저택, 그 화려하고 섬뜩한 공간에서 제인은 무사히 살아남아 원하던 인생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반짝이는 것을 언제나 가장 조심하라두 여자가 밝혀내는 ‘완벽한 삶’의 실체《기척》은 파트가 바뀔 때마다 제인과 베라는 두 화자가 번갈아 등장하며 고급 주택단지 ‘손필드’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의 내막에 다가간다. 첫 번째 주인공 제인은 고급 주택단지의 외부인으로, 상류 사회의 질서에 속하고자 자신의 본성을 철저히 숨기면서도 새로운 삶의 무대가 자신에게 정말 안전한 공간인지 확인하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정보의 퍼즐을 모은다. 실종 사건의 당사자이자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 베는 모든 퍼즐을 손에 쥔 인물로, 세간에는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제인과 에디가 함께 사는 저택 밀실에 감금되어 있었다. 베는 밀실에서 탈출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동시에 완성된 그림의 각도를 조금씩 달리하여 조명하듯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남편이 자신을 위층에 감금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제인이 주어진 단서를 손에 쥐고 과정에서 결과로 천천히 나아간다면 베는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과정을 풀이하는 셈이다. 에디를 사이에 둔, 역할도 성격도 상반된 두 여성 인물이 마침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제인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건 당일의 진실이 세 사람의 저택을 뒤흔든다. 아름다운 동네와 아름다운 남자, 아름다운 새 삶…… 제인이 발 들여놓은 매혹적인 세계. 그러나 반짝이는 것을 언제나 가장 조심해야 한다. 화려한 보석함 속 장신구의 광채가 방심하는 사이 날붙이의 번뜩임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모두가 가명을 쓰는 진창의 삼각관계 속에서두려움을 극복하고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이야기‘평온한 주택단지에서 두 여성이 실종되었고, 어쩌면 그 범인은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스릴러의 정석적인 전개 속에서 독자를 진정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사건을 맞닥뜨리는 제인의 심리이다. ‘제인’은 제인의 진짜 이름이 아니다. 과거에 알던 여자아이에게서 따온 이름이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발목 잡혀 ‘제인’으로서의 삶을 빼앗기고 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고상하고 정돈된 손필드라는 질서에 녹아들기 위해 진짜 나를 숨기고 다른 사람을 연기해야 한다는 피로감. 평범한 자신이 독보적인 베의 존재감을 지워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모처럼 잡은 일생의 단 한 번뿐인 기회가 한순간의 실수로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그리고 기회라고 생각했던 새 삶이 어쩌면 목숨까지 위협할 덫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이 모든 심리적 압박을 짊어지고 행복을 손에 넣기 위해 어떻게든 위기를 헤쳐 나가는 제인의 조용한 사투가 독자의 심장을 불안으로 물들이다 끝내 차가운 공포로 몰아넣는다.그러나 에디 역시 에드워드라는 본명 대신 애칭을 쓰고 있었다. 베에게도 어떻게든 감추고 싶은 진짜 이름이 있다. 삼각관계 꼭짓점에 서 있는 모두가 보잘것없는 과거를 숨긴 채 얽히고설키며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연출해낸다. 하지만 살면서 한 번쯤 자신이 창조한 각본 속 인물을 연기하며 도금이 벗겨질까 전전긍긍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인을 믿고 따라가보자. 이 숨 막히는 난장의 끝에서 진정한 자신과 만나는 순간 절망 대신 거대한 해방감이 당신을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19세기 여성 성장 소설 《제인에어》가20세기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지나21세기, 마침내 《기척》으로 우리에게 다시 오다“《제인에어》를 유쾌하되 서스펜스가 넘치도록 비튼 놀라운 작품”(〈뉴스위크〉)이라는 찬사를 받은 《기척》은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 ‘미래 세대가 샬럿 브론테의 《제인에어》,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 나란히 놓고 읽을 걸작’으로 인정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19세기 여성의 주체적인 자아 성립과 성장을 다룬 소설 《제인에어》가 레이철 호킨스의 《기척》에 전체적인 모티브가 되었다면, 《제인에어》 속 미치광이 아내 버사 메이슨을 제국 남성과 식민지 여성이라는 지배-피지배 관계 속 착취 구도 안에서 재해석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기척》 속 버사, 즉 베의 입체성과 존재감에 영감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제인은 더 이상 사랑스럽고 선량한 여주인공이 아니다. 다만 그런 사람을 연기할 뿐인 영리한 속물이며 부자들의 소지품을 습관적으로 슬쩍하는 좀도둑으로, 두 눈을 번득이며 신세를 역전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제인에어》에서 제인과 에드워드 로체스터의 사랑을 방해하는 걸림돌에 불과했던 버사는 더 이상 잠자코 남편의 관리하에 나날이 미쳐가다 파국을 맞이하는 여자가 아니다. 능력 있고 야망 넘치는 자수성가 사업가로, 저택 위층에서 숨죽인 채 이 모든 관계를 전복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두 소설을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레이철 호킨스가 새롭게 탄생시킨 《제인에어》 속 등장인물과 문장을 발견하는 재미와 더불어 촘촘히 배치해놓은 장치에서 원작과의 유사점 및 차이점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 박해울 지음
    • 허블
    • 2023-04-14

    만장일치 심사평 “압축적, 개성적, 독보적인 소설” 90년생 사회복지사 SF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과 감수성 <찬기파랑가>를 접목한, 새로운 유형의 SF 탄생!한국 SF의 미래를 이끌어 갈 역량 있는 신예 작가를 매년 배출해온 한국과학문학상. 지난해 김초엽이라는 걸출한 SF 작가를 발굴한 데 이어, 올해는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SF 작가를 선보인다. 2018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수상자 박해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의 장편 SF 『기파』는 5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압축적이고, 개성적이며, 독보적인 소설”이라는 찬사와 함께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되었으며, 특히 심사를 맡은 소설가 김보영, 김창규로부터 “글은 기술이 아닌 인격으로 쓴다는 걸 보여준 따듯한 작품”, “어느 하나 빠진 것 없는 균형의 결정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향가 <찬기파랑가>와 SF를 접목한 작품인 『기파』는 신라 시대 화랑으로 널리 알려진 ‘기파’가 해독자에 따라 의사로도, 심지어는 승려로도 해독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추리 형식의 미스터리 SF다. 작품 배경은 사이보그와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근미래로, 예기치 못한 운석 충돌로 난파된 우주크루즈 안에서 벌어지는 추격극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인명을 구한 영웅 ‘기파’를 구출하려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에서 도망치는 기파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난파 사고의 진상과 영웅의 실체가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낸다. 심사평에 언급된 것처럼, 그의 작품은 반전의 구성이 뛰어난 오락소설이면서, 동시에 인간성과 비인간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진지한 사고실험이기도 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 구성은 오락적 재미만 주는 것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반전 요소는 우리가 맹신하고 있던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며, 나아가 무엇이 진정 선이고 악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이처럼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의, 인간성과 비인간성에 대한 뜨겁고 진한 고민이 『기파』엔 담겨 있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의 이야기엔 읽는 사람마저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마련이다. 박해울의 소설은 그런 힘을 품고 있다.차가운 진실을 대면하는 태도, 다정한 온기를 발견하는 시선인간성과 비인간성의 사이, 고뇌의 흔적을 품고 있는 서사“선과 악의 구분 없이, 오직 최선을 다해 진실을 대면하는 작가의 태도가 믿음직스럽다. 또한 차가운 진실 속에서 다정한 온기를 발견해내는 작가의 시선이, 앞으로 작가가 만들어 갈 세계를 손 모아 기다리게 만든다.” - 김초엽(소설가)소설가 김초엽이 추천사에서 말한 것처럼, 박해울의 소설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은 전부 선과 악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존재들이다. 인명을 구하기 위해선 인간의 탈을 뒤집어써야 했던 안드로이드와 그런 안드로이드를 영웅으로 칭송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영웅의 이미지가 유지되도록 안드로이드를 파괴하려는 주인공. 해당 인물들은 자신이 선인지 악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고뇌의 과정을 통해 박해울은 좁게는 선과 악, 넓게는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경계마저 허물어뜨린다. 박해울은 이 고뇌의 결과물을 특정 문장이나 대사로 내뱉지 않는다.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 구조와 장면을 통해, 어느 순간 독자가 윤리적 딜레마에 걸리게끔 설계한다. 『기파』에선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데, 이때 주인공들은 당연하게도 인간의 편을 든다. 속사정이 어떻든 간에, 인간의 입장을 더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안드로이드같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대할 때, 우리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한계로 작용한다. 이는 비단 인간과 비인간 간의 문제만이 아닌 다수와 소수의 관계에선 항상 등장하는 문제이며, 『기파』는 이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을 지독하게 파고든다. 정의가 실패하고 진실이 왜곡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줄 때, 우리는 저자가 별다른 말을 해주지 않더라도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그의 소설은 언뜻 보기엔 건조하고 무뚝뚝하게 느껴질 만큼, 대사와 내적 진술이 극히 절제돼 있다. 그러나 서사 속에 담긴 고뇌의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 그의 무뚝뚝함은 믿음직스럽게 다가온다. 『기파』는 회유의 손길을 뿌리치며 진실을 향해 밀고 나간다. 그러나 그 끝은 우리가 기대했던 바와 달리, 정의의 패배로 끝을 맺는다. 그 패배의 순간은, 우리 모두의 선택 때문에 맞이한 것으로 설계해놓은 터라, 지독히도 차갑게 다가온다. 하지만 『기파』의 세계엔 패배의 기록만 남게 되는 건 아니다. 정의가 세상에서 자취를 감출지언정, 결코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는 걸 저자는 마지막에 보여준다. 그렇다면 패배한 정의는 어디에 남아 있는가? 바로 주인공의 가슴속에, 깊숙한 통증으로서 남아 있게 된다. 6년간 정교하게 다듬어진, 현실을 비추는 SF세계관‘투명인간’들을 포착하는 SF만의 독특한 리얼리즘 저자 박해울은 사회복지사로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보살피는 틈틈이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 밖에서나 안에서나, 그는 사회적 약자에 시선을 관심을 멈추지 않는다. 하루에 단 1시간이라도 투자하여, 6년간 마이너리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가 바로 『기파』다. 박해울은 오로지 SF에서만 설계 가능한 공간을 가져와, 사회적 약자의 위치를 분명히 드러낸다. 또한 공간은 특수할지언정 독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 윤리적인 층위로까지 나아간다. 그 대표적인 공간과 상황이 우주크루즈선 ‘오르카호’와 그곳에서 벌어지는 기파와 주인공 간 추격극이다.‘완벽한 인간 승무원이 서비스를 책임집니다’라는 슬로건을 자랑스럽게 내건 채 호객하는 이 거대한 우주선은 작중 세계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저 슬로건에 숨어 있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란 바로 사이보그다. 생체 장기보다 못한 기계 장기는 가난과 추(醜)의 상징이 된 세계에서, 사이보그는 사이보그화되지 않은 이들의 시중을 들어야 하는 노예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질 낮은 서비스로 치부돼 오르카호에선 채용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사실 눈가림에 불과했다. 사이보그로 구성된 비공식적 승무원 ‘섀도 크루’가 존재했던 것이다. 승객들의 눈에 띄어선 안 되는, “명칭 그대로, 그림자같이 행동해야” 하는 투명 인간들은 벽장처럼 협소한 공간에 숨어 살며 궂은일을 도맡는다.복도 옆에는 청소부의 방과 같은 홈이 파진 문고리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지금까지 복도라고 생했던 벽들이 모두 사람이 생활하던 곳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 본문 중에서오르카호에서 섀도 크루는 인간이라기보다, 작중 표현을 빌리자면 “그저 우주선을 돌아가게 하는 부품”에 가깝다. 이런 섀도 크루는 우리 사회에도 있다. 강남 빌딩으로 출근하는 청소 및 경비 노동자들. 분명 존재하나 우리가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그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섀도 크루다. 이처럼 박해울이 상상한 근미래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투명 인간들을 보게 만드는 굴절렌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본디 새로운 것은 기존의 것을 융합할 때 탄생한다고들 한다. 신예 작가가 한국 고전문학과 SF를 접목한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도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박해울은 한발 더 나가, 자신의 오랜 관심사이자 고민거리였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담아낸다. <찬기파랑가>의 영웅 기파가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짜 영웅은 어디에 있는가? 이처럼 패배하고, 잊힌 존재들을 되살리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 박해울의 소설에는 담겨 있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길고 빛나는 강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길고 빛나는 강
    •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3-04-14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추천 도서!〈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닷컴 선정 ‘최고의 책’‘굿모닝아메리카 북클럽’ 선정 도서 망가진 도시의 무너진 심장으로 흐르는,떠나간 영혼들의 강물에 바치는 애도가미국이 직면한 마약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리즈 무어의 장편소설 《길고 빛나는 강》이 출간됐다. 《길고 빛나는 강》은 필라델피아의 거리를 순찰하는 한 경찰관이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면서, 도시에 만연한 마약중독으로 인해 자신의 가족이 겪은 고통의 내력을 탐색하는 과정을 그렸다. 출간 전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은 《길고 빛나는 강》은 발표 후 “마약과 도시 그리고 가족에 관한,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각종 언론이 앞 다퉈 소개한 것은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강력히 추천하면서 근래 가장 뜨거운 화제작 중 하나가 되었다. 필라델피아 경찰관 미키 피츠패트릭은 24구역, 켄징턴애비뉴의 순찰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그 거리의 민낯에 누구보다 익숙하다. 마약중독자들과, 마약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의 모습에. 그리고 그녀의 여동생 케이시 또한 같은 거리에서 일하고 있다. 마약에 중독된 매춘부로. 미키는 거리에서 시신이 발견될 때마다 그것이 동생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시가 사라지고, 거리의 성 노동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미키는 실종된 여동생을 찾는 데 위험할 정도로 몰두하면서 자신의 삶까지 서서히 무너뜨리는데…….《길고 빛나는 강》은 두 번째 소설 《무게》로 로마 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후 차기작 《보이지 않는 세계》로 각국에 열렬한 팬을 확보한 작가 리즈 무어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일찍이 작품 내에 스릴러 등 장르적 요소를 꾸준히 도입하고 실험해온 그녀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본격 범죄소설이다. 특유의 세밀한 인물 묘사와 시적인 문체, 그리고 리듬감 있는 구성과 형식이 강렬한 소재와 어우러져 격조 높은 작품이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길고 빛나는 강》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마약에 대한 무거운 경각심을 불러일으킴과 더불어, 과거의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는 감동의 가족 드라마로서 커다란 정서적 울림을 던져줄 것이다.마약으로 신음하는 필라델피아의 거리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 한 경관이가족에 드리운 어둠의 근원을 추적하다미키 피츠패트릭은 필라델피아 24구역의 순찰을 담당하는 경찰관이다. 그녀는 어린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다. 미키에게는 케이시라는 여동생이 있는데, 그녀와는 연을 끊고 산 지 오래다. 케이시가 그들의 부모처럼 마약중독자가 되어 거리에서 성매매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까닭이다.직장에서는 오랜 시간을 같이해온 동료 경관 트루먼이 부상으로 휴직하며 새로운 순찰 파트너를 맞는다. 하지만 미키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새 파트너가 영 마뜩찮다. 최근 거리 순찰 시에 케이시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그녀는 못내 불안하다. 혹여나 여동생이 얼마 전부터 거리에서 연달아 일어나는 성 노동자 여성 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것은 아닐까 싶어 노심초사하는 것이다.실종된 케이시의 행적을 추적하던 미키는 마약에 얼룩진 자기 가족의 내력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자신과 케이시의 출생에 얽힌 진실에 조금씩 다가간다. 그러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매춘부로부터 결정적인 제보가 들어온다. 그것은 성매매 여성 연쇄 살인의 범인이, 그들에게 무료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비위 경찰관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가 거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불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사람들을 해친다는 것이다. 미키는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만 철저히 무시당한다. 그리고 얼마 뒤, 미키에게 제보한 여성이 무참히 살해된다. 사건의 심각성을 절감하면서도 자신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제보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녀는 휴직 중인 옛 순찰 파트너 트루먼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의기투합한 그들은 마침내 다시 한번 파트너가 되어 거리의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은밀한 수사’에 나선다.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와 약자들 병든 거리를 따라 긴 강물처럼 흐르는험난한 폭로의 여정, 희망의 고해《길고 빛나는 강》은 마치 일선 경찰관들과 동행해 취재한 다큐멘터리처럼 놀라운 현장감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느 범죄소설처럼 거대한 사건과 그것에 휘말릴 주인공의 운명을 짐작하게 만들고는, 독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비껴가며 신선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주인공의 가족 이야기가 한순간 소설의 중심을 가져가버리는 듯한 전개 덕분이다. 이는 범죄 수사 이야기와 고르게 병치되어 흘러가며, 주인공의 어두운 과거와 가족 내력을 탐색하는 계기로 교묘히 작동한다.공권력의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오로지 사적인 계기로 시작되었고 그렇기에 위험천만할 수밖에 없는 범죄 수사 과정을 그린 연쇄살인범 추적기, 그리고 마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 가족의 어두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자매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는 가족 미스터리. 이 두 줄기의 서사는 어느 한쪽으로도 과하게 치우치지 않은 채 나란히, 때로는 교차해가고 때로는 자리를 바꿔가면서 자매간의 우애와 갈등, 직장 내 부조리, 복잡하게 얽힌 가족 관계, 익숙한 거리의 쇠락과 낯선 것들의 침투, 사회 비판, 출생과 죽음의 비밀, 살인 사건 등을 차례로 훑는다. 하나의 범죄 사건에 대한 의문과 추적이, 끝내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에 깊숙이 뿌리 내린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종으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적 야심의 실현을 위해 리즈 무어는 경찰 소설, 스릴러소설, 추리소설, 르포, 가족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서술 방식을 동원한다. 그럼에도 이것이 절대 산만한 구성으로 서사를 흩지 않는 채 묵직한 강줄기처럼 이야기를 단단히 붙잡아둘 수 있는 것은 단연 오늘날의 필라델피아, 아니 미국의 현실에 대한 폭로라는 무게감 덕분일 테다. 두 줄기의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마침내 결말에 이르러 절묘한 방식으로 합쳐지며 작품의 진정한 주제를 담보한다. 흡사 두 지류의 강물이 하나의 길고 거대한 강줄기로 합쳐지며, 수면에 무수히 반짝이는 진실의 빛을 띄우는 것처럼.“망가진 도시에 관한 강렬하고 우수 어린 소설.”_〈워싱턴포스트〉연쇄살인에 대한 추적으로 시작하여, 긴 강줄기처럼 도시를 가로지르는 거리를 따라 흐르는 것은 결국 험난한 폭로의 여정이자, 궁극적으로는 희망의 고해다. 《길고 빛나는 강》의 주인공 미키 피츠패트릭은 마약으로 인해 처참하게 망가진 도시와, 그 거리의 ‘밝은 그림자’ 속에서 소외된 채 마약으로 죽어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연민과 애증의 모순된 시각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그것은 작가가 필라델피아라는 도시에 가진 사랑만큼이나 큰 현실에의 안타까움이 절절히 투영된 결과일 것이다. 소설의 집필 계기로 추정되는 그러한 애증은 곧 필라델피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 그리고 도시의 역사와 맥락을 같이하는 가족들의 서사로 확장돼 도시의 운명과 궤를 같이하는 하나의 거대 우화가 된다. 그리하여 소설은 다만 현실의 고발이나 폭로에 그치지 않고, 치유와 회복을 위한 힘겹지만 희망찬 한걸음의 가능성을 시사한다.《길고 빛나는 강》은 의문과 서스펜스로 가득한 범죄소설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필라델피아를 진정한 주인공으로 하여 그것에 속한 인간들이 망가뜨린 도시의 이야기를 도시 스스로 들려주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자기 고백처럼 보이기도 한다. 치부의 폭로는 곧 회복과 치료의 단초가 되는 법이다. 그렇기에 작중 성 노동자 여성의 용기 있는 고발과 미키의 폭로는, 그것이 비록 희생이라는 고통을 수반하기는 했으나 끝내는 죽어가는 도시의 회생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지는 것일 테다.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강렬한 감정적 파장을 일으키는 범죄소설소설 속에서 주인공 미키는, 망가진 필라델피아를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마을에 비유한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데리고 간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아이들이 사라진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말이다. 작가는 《길고 빛나는 강》을 통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마약에 중독되어 사회적 약자로서 범죄의 피해자로 손쉽게 전락할 수 있는 중독자들에 대한 관심을 아울러 촉구하고 있다. 망가진 도시의 환부가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은 채 외부의 유행이 침투해 도시의 표면만을 봉합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대목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 또한 생각해보고 곱씹어보아야 할 문제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