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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드시 읽어야 할 사회학 베스트 30 - 사회학의 주요 흐림과 핵심 개념을 한눈에 읽는 동서양의 사회학 필독서 30권을 한 권에! (커버이미지)
    [사회]반드시 읽어야 할 사회학 베스트 30 - 사회학의 주요 흐림과 핵심 개념을 한눈에 읽는 동서양의 사회학 필독서 30권을 한 권에!
    • 다케우치 요우 지음, 윤경희 옮김
    • 더디퍼런스
    • 2024-02-19

    사회학의 정의와 개념부터 주요 사회학자들까지!입문자와 상급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사회학 필독서 30고전 또는 명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지혜와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다. 또한 우리의 존재 이유를 밝혀주고 좀 더 의식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의 양식이기도 하다. 이런 고전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통찰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나갈 수 있다. 하지만 처음 고전이나 명저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수많은 책 가운데 어떤 것부터 봐야 좋을지 망설이게 된다. 또 고심 끝에 한 권을 펼쳐 들었다가도 좌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에 인물과 사건 하나하나에 발목을 잡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결국 고전이나 명저 자체를 꺼리게 되는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원서를 읽기에는 장애물이 너무도 많다고 여기며, 해설서나 입문서로 가볍게 트레이닝한 뒤에 원서로 진행하는 것을 권한다. 또 해설서가 항상 입문하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원서를 읽은 뒤에 해설서를 읽으면 ‘이렇게 읽을 수도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거나, 혹은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읽고 연구하는 모임에 참가한 듯한 느낌도 가질 수 있어 중급자와 상급자에게도 독서의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세상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살아가는 시대 속에서 그들 자신의 삶을 바꿔내는 데 도구가 될 수 있다면, 사회학의 쓸모는 무한하다”고 말했다. 주요 사회학 개념과 사상, 주요 사회학자들까지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는 이 책 『반드시 읽어야 할 사회학 베스트 30』은 사회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물론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인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때로는 저자 자신의 경험이나 사회․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사회학자들의 연구 결과나 이론을 설명하고 있어 방대한 양의 전문적 지식을 담고 있는 해설서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동안 사회학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람들에게 사회학 명저를 좀 더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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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란의 멕시코 - 존 리드, 멕시코혁명을 기록하다 (커버이미지)
    [사회]반란의 멕시코 - 존 리드, 멕시코혁명을 기록하다
    • 존 리드 지음, 박소현 옮김
    • 오월의봄
    • 2024-02-19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쓰려면 어떻게 기록해야 했을지.”르포문학의 고전 중의 고전존 리드가 기록한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헌사“이 혁명은 말입니다. 잊지 마세요.이 혁명은 부자들에 맞선 빈자들의 싸움입니다.”“우리는 자유를 위해서 싸워. 정의를 위해서도 싸우지.”존 리드, 진실을 쓰는 기자 존 리드. 1917년 현장에서 러시아혁명을 목도하고 쓴 《세계를 뒤흔든 열흘》로 불멸의 이름을 남긴 기자다. 이 작품은 러시아혁명에 대한 가장 훌륭한 르포르타주로 알려져 있고,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가 멕시코혁명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 최초로 완역해 출간한 《반란의 멕시코》는 르포 기자로서 존 리드의 출발을 알리는 뛰어난 작품이다. 존 리드가 1913년에 이 기록을 남겼으니 정확히 110년 만에 한국에 출간되는 셈이다.존 리드는 1913년 12월 뉴욕 잡지 《메트로폴리탄》의 특파원 신분으로 멕시코로 향한다. 당시 멕시코는 혁명의 열기로 불타 있었다. 그는 3개월을 넘는 기간 동안 멕시코 북부의 사막, 산악, 평원 지대를 누볐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자꾸만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을 취재하겠다고 자청했다(“넌 진짜 운 좋은 거야. 진짜 전투를 보게 됐잖아. 이제 굉장한 기사를 쓸 수 있게 됐어.” “이건 굉장한 경험이야. 뭔가 쓸 게 생겼어.”). 그는 전투 현장만을 기록하려고 간 게 아니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땅을 잃은 농부, 한 끼 먹을 음식을 늘 걱정하는 가난한 민중들의 삶이었다. 그는 내내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삶을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삶의 움직임들로 넘쳐난다. 멕시코 민중들의 따뜻한 동지애, 유머, 낙천적인 모습들, 혁명에 대한 생각, 춤과 노래, 무모한 대담성, 여성의 현실 등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멕시코 땅에 대한 묘사는 가히 백미라 할 만하다. 즉 존 리드에게 《반란의 멕시코》는 ‘멕시코와 멕시코 민중에게 바치는 헌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를 멕시코로 보냈던 《메트로폴리탄》의 에디터 칼 호비는 “이보다 더 좋은 글은 없을 것이다”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쓰려면 어떻게 기록해야 했을지. 르포의 기본은 대단한 통찰력과 문장력이 아니다. 성실하고 꼼꼼한 기록이다. 취재하는 동안 어느 한순간도, 어느 한마디도, 사소한 대화나 행동도, 상대의 표정과 목소리의 변화도, 상황이 펼쳐지는 장소와 풍경도, 보고 듣고 감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을 멈추지 않는 것. 탁월한 르포는 그 사소하고 지난한 기록들이 쌓인 뒤에야 촘촘한 그물로 엮일 수 있다. 수첩과 펜을 손에서 떼지 않는 일. 그 단순한 기본이 르포문학의 고전을 쓸 수 있었던 그의 진짜 실력이라고 나는 믿는다.”(이문영, <추천의 글> 중에서)“다들 무엇을 위해 싸웁니까?”“다들 무엇을 위해 싸웁니까?”존 리드가 혁명군 병사들을 만날 때마다 묻는 말이다. 멕시코 병사들은 진지하게 말하기도 하고 농담조로 받아치기도 한다. “이 혁명은 말입니다. 잊지 마세요. 이 혁명은 부자들에 맞선 빈자들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서 싸워.” “왜냐. 싸우는 게 좋아서지. 광산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싸우는 게 일하는 것만큼 힘들지 않아서 싸웁니다.” “저이가 싸우니까요.” 역으로 질문을 받기도 한다. “자네는 우리랑 같이 싸울 건가?” 존 리드는 “아니. 나는 기자야. 기자는 싸우지 못하게 돼 있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실존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혁명의 현장에 와 있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그들과 함께 싸울 것인가?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질문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왜 싸우는지 알기 때문이고, 자신이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배우지 못한 멕시코 민중보다 우월한 지식인이자 기자,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드러날 법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걸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싸우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 하나하나를 소중히 기록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혁명 지도자도 아니고, 혁명 그 자체도 아닌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과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우정을 쌓아나간다. “나는 이 순수한 이들을 향한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306쪽)존 리드는 멕시코혁명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했다고 썼다. 그리고 이 《반란의 멕시코》를 통해 급진적인 언론인으로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그는 1914년 러들로 학살 현장인 미국 콜로라도주로 향한다. 러들로 학살은 존 데이비슨 록펠러 소유의 광산에서 일하던 광부들과 그 가족들이 파업을 벌이자 콜로라도주 방위군과 회사에 고용된 민병대가 수십 명의 광부와 그 가족들을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존 리드는 이 사건을 취재해 <콜로라도 전쟁>이란 글을 남겼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취재하기 위해 유럽으로 향했고, 이 전쟁은 “상인들의 전쟁”일 뿐이지 “우리들의 전쟁은 아니다”라고 썼다. 1917년 볼셰비키가 권력을 잡았을 때는 러시아 페트로그라드에 있었고, 그 현장을 목격하고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란 유명한 작품을 남겼다. 이렇게 세계사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는 늘 현장에 있었고, 민중의 시선으로 평화의 시선으로 이 사건들을 바라보고 글을 썼다. “존 리드. 짧은 생애를 뜨겁게 살았다. 특정 매체와 좁은 출입처에 묶이지 않고 세계사적 현장을 옮겨 다니며 보고, 쓰고, 참여했다. 총알 날아다니는 사막과 세계대전의 전쟁터, 노동자들의 전쟁 같은 파업과 이념의 지형도를 바꾼 혁명 등 그의 출입처는 전 세계였고 그의 소속 매체는 그 자신이었다. 그의 기록하는 자세와 추구했던 저널리즘과 꿈꿨던 세상은 가난하고, 권력과 거리가 멀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이문영, <추천의 글> 중에서)존 리드는 1920년 모스크바에서 티푸스에 걸려 사망했다. 33세의 젊은 나이였다. 1981년 워렌 비티는 존 리드의 일생을 담은 영화 <레즈>를 만들었다. 멕시코혁명의 중요성《반란의 멕시코》가 담고 있는 멕시코혁명은 당시에는 그 세계사적인 의미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사건이었다. 1917년의 러시아혁명이 갖는 세계적 영향력이 강력한 나머지 그보다 앞선 1910년의 멕시코혁명의 중요성이 가려졌다. 하지만 멕시코혁명은 ‘제3세계 농업 국가에서 발생한 최초의 사회혁명’이었다. 이 혁명은 20세기 내내 식민지는 물론이고, 독립국이지만 제국주의 열강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신식민지’ 곳곳에서 발생하게 될 사회적 격동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었다. 1910년부터 무려 10여 년 동안 진행된 멕시코혁명의 파란만장은 크게 4막으로 나뉜다. 1막에서 독재체제에 맞선 민중봉기로 민주정부가 수립되지만, 2막에선 민주정부에 맞선 쿠데타가 발생해 대통령이 살해된다. 3막에선 쿠데타 세력과 민중 지도자들이 결전을 치르고 마침내 혁명은 승리로 귀결된다. 하지만 4막에서는 혁명 세력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민중 지도자들이 비운의 최후를 맞는다. 짜임새가 탁월한 한 편의 고전 희비극과도 같은 멕시코혁명의 드라마는 20세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혁명의 예고편처럼 보인다.멕시코혁명이 발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33년간 전횡을 일삼던 포르피리오 디아스의 약속 파기였다. 독재자 디아스는 “이제 멕시코 민중은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해놓고도, 프란시스코 마데로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자 그를 구속해버렸다. 이에 마데로는 탈옥을 감행했고, 민중봉기로 독재를 타도하자고 호소했다. 마데로의 호소에 화답한 이들 중에는 북부 산악의 산적 판초 비야, 남부 평원의 농민 에밀리아노 사파타가 있었다. 제1막은 무장투쟁이 승리해 늙은 독재자 포르피리오 디아스가 파리로 도주하면서 마감된다. 그는 도주 직전 “마데로가 호랑이 한 마리를 풀어놓았군”이라고 시니컬한 조롱을 남겼다고 한다. 혁명의 제2막은 1911년 11월 마데로가 멕시코 민중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시작된다. ‘민주주의의 사도’라고 칭송받는 마데로였지만 막상 집권 이후에는 이렇다 할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언론과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의회에 행정부를 견제할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정치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토지 분배를 기다리던 농민들을 실망시켰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던 노동자들이 경찰과 시가전을 벌이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군대와 경찰 등 독재체제의 유산을 개혁하지도 못했다. 결국 1913년 2월 마데로 대통령은 자신이 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한 독재체제의 잔당 빅토리아노 우에르타의 손에 부통령 피노 수아레스와 함께 살해됐다. 디아스가 언급한 ‘호랑이’가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마데로의 비극은 자신의 봉기 호소에 응답한 민중의 뜻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는 혁명의 근본적 원인에 둔감했다.독재자 디아스 집권기는 멕시코의 상류층 과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맹을 맺어 멕시코를 근대국가·산업국가로 변모시키려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은 대지주에겐 ‘황금시대’였지만, 농민과 노동자들에게는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었다. 디아스 정부의 토지 소유권 확립 정책은 농민들에게 큰 원성을 샀다. 이 정책은 경자유전의 관례로 보유해온 농민 혹은 농민공동체의 토지를 대지주들이 모조리 강탈하도록 부추겼다. 이 책에도 등장하는 치와와주의 테라사스 가문은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더한 면적보다도 더 큰 사유지를 보유했고, 그 땅을 횡단하는 데 기차로 꼬박 하루가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자기 토지를 잃고 농업노동자가 된 농민들은 대지주가 농장 구역 내에 설치한 직영상점의 고리대금업으로 다시 착취당했다. 농노와 다를 바 없던 이들은 ‘페온’으로 불렸는데 멕시코혁명의 주역들이자 이 책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디아스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도 악명이 높았다. 1906년 6월 국경도시에서 구리 광산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을 때, 멕시코 정부는 “미국인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미국 군대를 파견하라고 요청했고, 멕시코 경찰과 공조하여 파업 노동자들을 유혈 진압했다. 그해 12월 한 방직공장에서 파업이 발생했을 때는 약 600명의 노동자를 학살하고 이들의 주검을 바다에 유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농민과 노동자들이 혁명군의 주역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통령 마데로는 이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데로의 비극적인 죽음이 그를 멕시코혁명의 순교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2차 혁명군이 마데로파라 불리기도 한다.이제 혁명은 가장 극적인 사건들이 펼쳐지는 제3막으로 넘어갔다. 마데로가 살해되자마자 코아윌라 주지사 베누스티아노 카란사는 쿠데타 정부를 ‘찬탈자’라고 비난하고, 헌법에 입각한 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헌정주의 혁명’을 주창했다. 여기서 ‘헌정군’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이 시기에 혁명은 시작부터 내부에 품고 있던 이중적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독재체제를 해체하는 정치 개혁의 비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회경제혁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열망이었다. 이는 멕시코의 미래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두 가지 비전이었다. 카란사가 대표하는 정치 개혁 세력은 대체로 강력한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민족국가를 건설하고자 했고, 판초 비야와 에밀리아노 사파타 등 사회혁명의 지도자들은 사회정의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지역자치공동체를 추구했다. 그런데 카란사와 같은 보수주의자들에겐 사회혁명의 의지가 없었고, 비야와 사파타에겐 국가권력에 대한 의지와 비전이 없었다. 에밀리아노 사파타는 ‘토지와 자유’를 내걸고 대농장을 불태운 뒤 농민들에게 토지를 분배했다. 그는 1914~1915년까지 모렐로스주에서 농촌자치공동체를 조직했다. 1912년에 당시 군 총사령관 우에르타에 의해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던 판초 비야는 대통령 마데로의 도움으로 탈옥에 성공한 뒤 1913년 4월까지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 은신했다. 마데로의 사망 소식을 들은 비야는 8명의 부대원을 데리고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멕시코로 잠입했다. 그는 곧 치와와 산악지역에서 목장과 농장의 농업노동자들인 페온, 노동자들을 규합해 군대를 조직하고 ‘북부사단’이라 명명했다. 비야는 그해 11월 마침내 치와와주의 수도 치와와시에서 연방군을 몰아냈다. 멕시코에 귀환한 지 8개월 만의 쾌거였다. 곧 비야는 30만 명의 치와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비범한 정치 실험’에 몰두했다. 비야는 대지주를 타도한 뒤 토지를 분배했고, 고리대금업자들을 몰아냈으며, 치와와 곳곳에 학교를 세웠다. 한편, 패주한 연방군은 텍사스 프레시디오와 마주한 멕시코 국경도시 오히나가로 도피했다. 바로 그즈음, 1913년 12월 말에 미국인 기자 존 리드가 멕시코혁명을 취재하기 위해 급파되었다. 존 리드는 오히나가에 고립된 연방군 대장과 인터뷰하기 위해 리오그란데강을 건넜다. 이 책은 이때부터 2차 혁명의 성사 여부를 결정지은 토레온 전투까지를 다루고 있다. 토레온은 멕시코 북부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서 멕시코시티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그곳에서 ‘북부사단’의 화력과 연방군의 최정예부대가 결전을 벌였고 비야의 가난한 민중 군대가 2주간의 혈투 끝에 승리를 거뒀다. 즉 《반란의 멕시코》는 멕시코혁명의 제3막, 즉 제2차 혁명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를 다루고 있다. 치와와주에서 연방군을 몰아낸 판초 비야의 ‘북부사단’이 토레온 전투에서 승리를 거둬 멕시코혁명을 최종 승리로 이끄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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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만인의 대변인 변호사 전수미 - 이 땅 목소리 없는 분들을 위한 전수미 변호사의 힘센 투쟁기 (커버이미지)
    [사회]백만인의 대변인 변호사 전수미 - 이 땅 목소리 없는 분들을 위한 전수미 변호사의 힘센 투쟁기
    • 전수미 지음
    • 그란데
    • 2024-02-19

    전수미 변호사는 ‘싸우는’ 여성이다. 이 땅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며 거리에서, 유튜브에서 연신 윤석열 대통령을 저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다르크’라는 별명도 얻었다.몇 해 전엔 국회에서 “나도 성폭행을 당했다”며 미투를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결혼한 몸으로, 아이까지 있는 엄마로 그녀가 미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성폭행을 당한 북향(탈북민) 여성을 공익 변호하다가 피하려 하고, 숨어버리려 하는 북향 여성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양심의 소리를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친한 이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어릴 적부터 강한 자에겐 강하고 약한 자에게 한없이 약한 강강약약의 전수미 변호사. 이 때문에 ‘대책없이 용감하다’는 얘기도 듣고, 힘겹게 변호사 자격증을 따서 돈도 안되는 프로보노(무료 공익변론을 하는 변호사) 활동을 하다 보니 ‘바보 전수미’, ‘0원 짜리 변호사’란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용산참사 때는 정부와 여당의 ‘재난의 정치화’ 운운 앞에 다들 쉬쉬하는 가운데, 제자와 외국인 유가족들의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국가손해배상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새만금세계잼버리대회 개영식에 참석해 목격했던 대통령 내외의 늦은 출연과 그로 인한 아이들의 피해를 참을 수 없어 촛불집회에서 폭로하기도 했다.그러나 지렁이 같은 미물에조차 관심을 갖는 소녀 감성의 연약한 여성이다.“나는 비가 오는 아침이면 밖으로 나가는 버릇이 있다. 며칠 전에도 비가 왔고, 나는 이른 아침 우산을 받쳐 쓰고 집앞 아스팔트 골목에 쪼그려 앉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대책없이 아스팔트 위로 기어나오는 지렁이들 때문이다. 이 녀석들을 죄다 안전한 흙으로 다시 옮겨놓아야지만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기 때문이다.”(저자 서문 중에서)북한인권 변호사. 그녀의 직함 앞엔 이처럼 ‘북한인권 변호사’가 붙는다. 북한에서, 중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조차 여러 폭력에 노출된 북향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20년 가까이 싸워왔기 때문이다. 약한 자들을 위해 강한 자들과 싸우고, 목소리 없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가 되었던 그녀의 삶은 자연스레 숱한 사고와 고난으로 점철되어 있다. 북한인권 변호사 전수미의 거친 삶은, 평화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차별없는 세상은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오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 땅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오늘도 싸우는 전수미 변호사를 우리 모두가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천사에서 “전수미 변호사는 북향민, 장애인, 여성 등 우리 곁 힘든 이웃에 귀기울였다. 약자의 곁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닦아 드렸고, 변호사로서 직접 문제를 해결해 냈다”고 칭찬했다.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장애인, 탈북민, 이주민 등 소외지역의 작은 목소리들을 대변하는 일은 전문 지식, 다정한 인성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빛나지 않으나 고결한, 그 일을 묵묵히 수행해온 전수미 변호사가 이 땅의 더 큰 재목으로 우뚝서길 응원한다”며 박수를 보냈다.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전 변호사에 대해 “‘평화와 통일을 이루면’이라는 가정을 훌쩍 뛰어넘어 ‘평화와 통일을 하면’으로 뛰어드는 사람”이라며 “그녀는 평화와 인권의 투사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문제를 평생 천착해온 나의 든든한 동지 전수미의 좌충우돌 분투기를 한반도를 넘어 인류의 평화를 갈구하는 여러분께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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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 21세기 신인류, 플랫폼 노동자들의‘별점인생’이야기 (커버이미지)
    [사회]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 21세기 신인류, 플랫폼 노동자들의‘별점인생’이야기
    • 유경현.유수진 지음
    • 애플북스
    • 2024-02-19

    별점 하나에 울고 웃는, 나는 플랫폼 노동자다!배달, 가사 서비스, IT 아웃소싱, 강사, 전문직 프리랜서….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다!손가락만 까딱하면 주문한 물건이 이튿날 새벽에 배송되고, 외출한 사이에 가사 서비스 매니저가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며, 펫시터가 예약된 시간에 강아지와 놀아 주고, 늦은 밤 클릭 몇 번이면 1시간도 안 돼 따끈따끈한 야식이 배달되는 편리한 시대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플랫폼 경제의 발전 덕분이다. 하지만 자유롭게 시간을 선택해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에 이끌려 플랫폼 노동에 뛰어든 사람들의 삶은 모두 장밋빛만은 아니다. 2020년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사람을 실업 상태로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플랫폼 노동 시장에 일하려는 사람이 넘쳐나면서 노동자끼리 출혈 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열악한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AI 인공지능 시스템은 고객의 별점과 후기만으로 노동자를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즉 고객의 별점은 노동자의 수익과 직결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기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에 목을 맬 수밖에 없지만, 정작 별점의 기준이나 잣대는 모호하기만 하다.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는 KBS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에서 미처 보여 주지 못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은 책이다. 저자인 유경현 PD와 유수진 작가는 1년 동안 동행 취재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의 고충을 생생하게 기록한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으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과 ‘이달의 PD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배달, 가사 서비스, 대리 운전, 펫시터, IT 아웃소싱, 강사 등 각각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10명의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별점 평가’ 제도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다.《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는 ‘별점 평가’, ‘건당 일자리’, ‘주 80시간 노동’ 등 우리 사회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키워드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만 나뉘는 노동 구조 속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가족, 친구, 이웃인 플랫폼 노동자들의 삶을 함께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찾아야 할 해법에 가까이 다가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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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별 형사절차 이야기 - 형사사건 때문에 고초를 겪고 계신 분들의 지침서 (커버이미지)
    [사회]별별 형사절차 이야기 - 형사사건 때문에 고초를 겪고 계신 분들의 지침서
    • 조범석 지음
    • 보민출판사
    • 2024-02-19

    이 책 『별별 형사절차 이야기』는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120가지의 각종 형사사건 사례별 질문들을 예로 들어 그에 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조범석 저자가 검찰수사관과 변호사로 15년 이상 일하면서 다양한 형사사건을 다뤄봤기 때문에 집필할 수 있었다. 지금도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건이 형사절차에서 어떤 단계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 상세히 알지 못해 답답해하거나 불안해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얻은 부정확한 정보에 기대어 자신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사건의 결과를 예측한다. 또한 형사사법 기관에 대해 이중적인 감정을 갖기도 한다. 이런 현상들은 형사절차나 형사사법 기관에 대한 무지나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 이러한 현상이 만연하게 되면 형사사법 절차나 형사사법 기관에 대한 또 다른 오해를 낳고 결국에는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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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진료 가이드 (커버이미지)
    [사회]병원진료 가이드
    • 윤호건
    • (주)케이메디컨설팅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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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과 정치 - 문재인 정부의 좌절과 한국사회의 과제 (커버이미지)
    [사회]부동산과 정치 - 문재인 정부의 좌절과 한국사회의 과제
    • 김수현 지음
    • 오월의봄
    • 2024-02-19

    문재인 정부는 왜 집값을 못 잡았을까?문재인 정부의 책임은 무엇이고, 한국사회는 무엇을 성찰할 것인가?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못 잡았다. 그냥 못 잡은 정도가 아니라, 두 배 넘게 뛰어버린 아파트 단지가 허다했다. 연이어 전세금도 급등했다. 어떤 말로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좌절하고, 분노했다. 결국 정권은 교체되었고, 그 원인의 하나로 부동산 문제를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 집값을 못 잡았을까? 이유가 무엇이든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원인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모두가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하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제대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왜 좌절했는가를 진지하게 돌아보는 것은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모두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 먼저 말문을 열 필요가 있다. ‘반성’ ‘고백’ ‘성찰’ 그 어떤 표현을 써도 좋지만, 당시 깊게 관여하고 고민했던 사람의 생각을 밝혀두는 것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본문에서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담당자가 쓴 책문재인 정부 기간 부동산에 어떤 일이 일어났나?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못 잡았다. 집값을 못 잡은 정도가 아니라 두 배 넘게 값이 뛴 곳이 허다했다. 전셋값도 덩달아 상승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기간 내내 온 나라가 부동산 문제로 열을 올렸고,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문제를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이 책의 저자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책임자 혹은 설계자로 거론된다. 시민단체, 언론, 전문가, 국민의힘, 민주당 등에서 집값 폭등의 가장 큰 책임자 중 하나로 저자를 지목하기도 했다. 저자 또한 본인의 책임이 크다고 인정하면서, 이 책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왜 집값을 잡지 못했는지, 집값을 잡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했는지, 집값이 무엇 때문에 상승했는지 등을 하나씩 복기한다. “모두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 먼저 말문을 열 필요가 있다”(12쪽)면서 한국 부동산 문제를 진지하게 살핀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좌절 이유를 되돌아보면서 한국사회의 부동산 문제를 성찰하고 그 대안을 밝히는 책이기도 하다. “‘반성’ ‘고백’ ‘성찰’ 그 어떤 표현을 써도 좋지만, 당시 깊게 관여하고 고민했던 사람의 생각을 밝혀두는 것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11쪽)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면, 왜 그러했는지, 또 어떻게 하면 반복하지 않을지 기록으로 남기고 토론해야 한다. 또 이렇게 하면 된다고 주장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비판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성찰 없이는 미래에 반복될지 모를 상황에 올바로 대처할 수 없다.”(71~72쪽)부동산과 정치의 관계이 책의 제목 ‘부동산과 정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저자는 부동산 정책이 정치와 이념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을 원칙으로 삼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 자신과 문재인 정부 또한 부동산 문제의 정치화와 포퓰리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집값이 연이어 오르게 되면 온 나라가 뒤숭숭해진다. 민심이 동요하고, 정부와 여당은 전전긍긍하게 된다. 당장 야당, 언론,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다. 각자 자기들만의 대책, ‘이것만 하면 된다’는 처방을 내세운다. 보수 쪽은 “시장에 맡겨라”를 주장하고, 진보 쪽은 “불로소득을 환수하라”를 강조한다. 인터넷 등에서도 각종 집값 예측과 더불어 선정적인 주장이 난무한다. 이렇게 되면 정치권은 그중 더 자극적인 정책들을 앞세우는 포퓰리즘 전선에 나서게 된다. 정책의 현실성보다 국민, 좁게는 지지층이 환호하는 해법에 골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정부도 길을 잃는다. 온 나라가 부동산 정책의 격랑에 흔들리는 걸 보면서도 합리적인 선을 지키지 못한다. 정부는 곧 포퓰리즘이 요구하는 정책에 떠밀리게 되는 것이다. 그럴수록 정책 신뢰는 떨어지고, 국민들은 더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정책의 효과도 당연히 떨어진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마찬가지 과정을 밟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28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고, 분열과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은 끊임없이 정치의 압력 속에 내몰리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고, 이 책 제목이 함의하는 바다.문재인 정부는 왜 집값을 잡지 못했나?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왜 실패했나? 먼저 문재인 정부 기간 부동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경기순환상 집값이 상승하던 시기에 집권했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적어도 5년간은 상승 국면이 지속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니 집값이 올라갔다기보다 집값 상승기에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게 된 것이다.”(60쪽)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의 집값도 상승하던 시기였다. 실제로 2017년 5월 정부 출범부터 2021년 10월의 고점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노무현 정부 이후 최대 상승 폭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28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책의 효과는 국민의 불안을 달랠 만큼 빨리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금리는 사상 최저로 낮췄고, 대출 상환은 연기했으며, 몇 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풀린 돈들이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으로 몰리면서 집값은 더 상승했다. 집값이 폭등하자 온 나라가 집값에 매달리게 되었다. 집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정부를 믿고 집을 사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분노했다. 왜 이 미친 집값을 잡지 못하느냐고 항의가 빗발쳤다. 야당과 언론, 전문가들도 ‘시장에 맡겨라’ ‘공급 부족’ ‘불로소득 환수’ 등 자기들만의 대책을 내놓으며 정부를 비판했다. 선거가 맞물리던 때에는 각종 부동산 포퓰리즘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 시기 ‘영혼까지 끌어’(영끌) 집을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는 강력한 대출 규제를 폈지만, 집값 폭등이 정점이던 2021년 말 가계부채는 GDP의 105.8%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곧 거품은 꺼지기 시작했다. 2022년 들어 미국이 물가 폭등으로 금리를 대폭 올리자 한국의 집값은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무리하게 집을 샀던 영끌족들은 고금리 상환 부담에다 집값 하락의 이중고를 겪었다. 집값 하락과 함께 전세가까지 급락하자 빌라 등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른바 전세사기 사건이 터진 것이다. 집값 폭등기에 잔뜩 거품선이 커진 건설업 쪽에서도 집값이 떨어지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듯 집값 폭등 과정에서 사회는 분열되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사정이 이럴진대 문재인 정부는 왜 집값을 잡지 못했을까? 문재인 정부의 네 가지 책임문재인 정부 기간에는 전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유동성 폭증이 일어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저금리와 양적완화에 덧붙여, 코로나19로 자본주의 역사상 찾아보기 어려운 돈 풀기가 벌어졌던 것이다. 부동산 경기순환상 상승기에다 유례없는 유동성 국면,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처했던 시장 상황이었다. ‘공급 부족’ ‘세금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그 과잉유동성이 한국의 집값을 상승시킨 원인이었다. 저자는 한국이 이런 상황에 있었지만, 그래도 문재인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에 네 가지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부동산 대출을 더 강하게 억제하지 못했다. 유동성이 넘치는 국면에서 자산시장으로 돈이 몰려 집값은 오르고 있었다. 당시는 집값의 20~30%만 금융권 대출을 받아도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가족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녀의 집 구입 자금을 지원하는 일도 빈번했다. 서민경제는 더 나빠졌으며, 양극화는 심화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시기 문재인 정부는 더 강한 대출 규제와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지 못했다. LTV, DTI 등 강한 대출 규제가 있었지만, 전세대출, 신용대출, 기업대출 등을 억제하지 못했다. 특히 전세대출은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되기도 했다. 또 소득 대비 상환 능력을 따지는 DSR의 도입을 더 빨리 서둘렀어야 했는데 연기하고 말았다. 집값 상승의 본질적 원인은 ‘유동성’에 있었고, 핵심은 돈줄 죄기였지만, 경제 정책 주체들이 이를 알면서도 나서지 못한 것이 부동산 정책 실패 요인이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둘째, 공급 불안 심리를 조기에 진정시키지 못했다. 시장주의자들은 줄곧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공급을 제때 하지 못해서 집값이 상승했다고 비판해왔다. 무엇보다 재개발, 재건축 규제 때문에 서울, 수도권에 ‘좋은 집’이 공급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했다. 비록 공급 부족론은 정부의 정책 실패를 정쟁화하려는 정치적 프레임 요소가 많기는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런 주장을 조기에 진정시키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3기 신도시 계획을 조금 더 빨리 발표했더라면 이런 공급 부족 논란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셋째, 부동산 규제의 신뢰를 잃었다. 부동산 정책은 경기에 따라 다르게 펼쳐야 한다. 급등기에는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야 하며, 급락기에는 수요를 진작하고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무원칙하고 극단적인 영역을 오갔다. 2020년 7월, 종부세를 비현실적으로 올리고 무리한 과표 현실화 계획을 세운 것, 2019년 재건축 분양가상한제나 비현실적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과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대부분은 실제 시행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물러서거나 좌초했다. 이념 논란의 빌미만 제공했을 뿐, 정책 신뢰만 떨어뜨렸다. 임대사업자제도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말 민간임대사업자의 등록임대주택을 확대·강화한다는 권장책을 발표한 다음, 1년도 안 돼 이를 폐기하고 되돌렸다.넷째, 정책 리더십이 흔들렸다. 시장이 불안하고 정책 효과가 의심받을 때 정책 리더십이나 컨트롤 타워 기능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이럴 때 정부 내에서도, 정부와 여당 사이에서도 이견이 생긴다. 당연히 의견이 잘 모이지도 않는다. 정치권은 정책적 합리성보다 대중의 분노를 달래고, 지지를 회복하는 데 더 마음을 쏟는다. “세금을 더 높이자” “임대주택으로만 200만 호를 추가 공급하자” “용산공원, 김포공항, 그린벨트에 모두 집을 짓자” “청년들이 집을 살 수 있게 돈을 더 빌려주자” 하는 식이었다. 중심을 잡았어야 할 정부·여당마저도 결국 포퓰리즘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 문재인 정부는 정책의 리더십을 잡지 못하고 이런 상황에 휩쓸리고 말았다.더불어 저자는 본인의 책임도 언급한다. 노무현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은 것이 ‘실패 프레임’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 “정부 정책이란 것이 특정 자연인이 압도하는 구조가 절대로 아니고 나 또한 그런 식의 전횡을 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의인화’됨으로써 불신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안타깝다.”(74쪽) 그리고 금융 규제, 3기 신도시 발표, 임대등록제 등이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에서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밝힌다.그때도 지금도 주인공은 금리하지만 한국은 부동산 포퓰리즘의 나라 “일반적으로는 금리나 유동성이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돈이 넘치고, 돈값이 떨어지는 만큼 인플레이션을 회피하기 위해, 또 더 큰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 실물 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것이다. 실제 집값과 금리, 유동성의 관계는 거의 정반대로 움직여왔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금리가 내려가고 유동성의 규모가 커질수록 집값은 올랐고, 일정한 시점에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집값은 떨어지곤 했다.”(155~156쪽)집값은 왜 오를까? 공급 부족 때문일까? 보유세를 올리지 않아서일까? 저자는 문재인 정부 기간 집값이 폭등한 이유는 전 세계적인 과잉유동성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금리가 내려가고 유동성의 규모가 커질수록 집값은 오르고, 일정한 시점에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집값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문재인 정부 기간에는 과잉유동성으로 인해 집값이 오르던 시기였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금리 인하로 집값이 내려가던 시기였다. 2022년 미국이 금리를 대폭 올리고,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자 집값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내려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은 ‘금융’인데 정치권을 비롯해 언론, 시민단체, 전문가 등은 다른 대책을 들며 부동산시장의 포퓰리즘을 주도한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정부는 이 포퓰리즘에 휘말리게 되고, 문재인 정부 또한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그렇다면 대표적인 부동산 포퓰리즘은 어떤 것들이 있나? ‘물량 포퓰리즘’, 즉 공급 부족 공포론이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000만 호 건설’ 공약을 내건다. 하지만 저자는 더 많은 공급을 약속해서 국민을 안심시키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이는 숫자 놀음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어떤 주택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공급되는지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고, 포퓰리즘성 공약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급을 약속한다고 해서 집값은 잡히지 않으며, 이제는 숫자보다는 주거의 질을 더 높이려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한다.다음으로 ‘반값 아파트 포퓰리즘’이 있다. 20여 년 전부터 진보적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이 주장해왔지만, 이제는 보수 정치인들도 선호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 역시 선거철마다 등장하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이는 소수만 혜택을 받는 로또이거나 전시형 사업일 뿐이라고.‘세금 포퓰리즘’도 거론된다. 세금 문제는 부동산 정책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적 프레임, 즉 지지층을 위한 용어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정책적 합리성보다 국민들의 불안, 불만을 다독이려는 용어라는 것이다. 부동산 세금 중에는 경기에 따라 바꿔도 되거나, 꼭 바꿔야 할 세금이 있는가 하면 규범적으로 일정한 선을 지켜야 할 세금도 있는데,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시기마다 바꿔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이런 각종 포퓰리즘이 난무하면 부동산 정책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특히 부동산 급등기에는 “시장에 맡겨라” “불로소득을 환수하라” “원가 공개를 하라” 등 각종 처방이 난무하게 되고, 정부 또한 중심을 잃고 여기에 휘말리게 된다. 그럴수록 정책 신뢰는 떨어지고, 국민들은 더 불안해진다. 정책의 효과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도 그 과정을 그대로 답습했다. 정작 필요했던 유동성 축소는 회피하면서, 당장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일들에 떠밀려왔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어떻게 할 것인가?문재인 정부의 좌절에서 배워야 할 것들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 정책은 불가능한가?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좌절에서 배우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 기간 부동산 정책은 경기에 따라, 또 정치권의 요구와 압력에 따라 널뛰기를 해왔다. 즉 부동산 정책이 프레임 전쟁이 각축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동산값이 널뛰기를 거듭하더라도 시장과 정부 역할에 대한 한국적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좌절에서 배워야 할 열 가지를 다음과 같이 꼽고 있다.① 우리나라 특유의 부동산 문제와 문화가 있다.② 전 세계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주택의 금융화다. ③ 시장의 일, 정부의 일이 있다.④ 부동산시장에도 지켜야 할 규범이 있다.⑤ 수요는 빠르고 공급은 더디다. ⑥ 경기에 따라 바꿔야 할 정책과 아닌 것이 있다. ⑦ 부동산 포퓰리즘 중독에서 벗어나자. ⑧ 전문가도 책임을 져야 한다. ⑨ 이제 정부는 집값 잡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자. ⑩ 부동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또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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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신당하는 말 - 권력은 왜 피해자를 신뢰하지 않는가 (커버이미지)
    [사회]불신당하는 말 - 권력은 왜 피해자를 신뢰하지 않는가
    • 데버라 터크하이머 지음, 성원 옮김
    • 교양인
    • 2024-02-19

    “성폭력 생존자의 신뢰성을 폄하하는 법적, 문화적 힘에 대한 설득력 있는 분석. 통찰력과 공감이 가득한 책.” _ 퍼블리셔스 위클리피해자가 입을 열어 진실을 말하는 순간, 신뢰성 재판이 시작된다 성폭력 사건에서 유무죄를 가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피해자의 진술? 증인? 확실한 법의학 증거? 유능한 변호사나 검사? 문제는 신뢰성이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순간 신뢰성 재판으로 넘어간다. 피고인에 대한 무죄 추정 원칙을 넘어설 만큼 확실한 증거도 이 재판에선 종종 무의미하다. 이 재판에서 여성 피해자에게 주어지는 기본값은 불신이다. 신뢰성 판단은 막강한 권력이다. 고발인과 피고발인 모두에게 공정해야 할 신뢰성 판단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왜곡되기 일쑤다. 그로 인해 여성 피해자의 신뢰성은 끊임없이 폄하되고 남성 가해자의 신뢰성은 부풀려진다. 피해자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잘못은 피해자의 책임이 되며, 고통스러운 피해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신뢰성 인식은 어떻게 왜곡되는가? 피해자는 어떻게 불신당하고, 책임을 뒤집어쓰고, 무시당하는가?왜 여자의 말은 신뢰받지 못하는가? 이 기념비적인 책에서 검사 출신 법학자인 데버라 터크하이머는 성폭력 피해자를 무시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는 형사 사법 체제의 결함을 전문가의 눈으로 날카롭게 분석하고 통렬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여성 피해자가 공식적으로 사건을 고발한 후 경찰 수사, 검찰의 기소, 재판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피해자의 신뢰성이 폄하되고 사건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는 패턴이 있음을 밝혀 보여준다. 강간 피해자가 대성통곡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경찰의 오만한 무관심,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 모르게 양형 거래를 한 검사의 기만, 성폭행 현장에서 체포되었는데도 명문대 재학생인 강간범의 미래를 걱정해 형량을 대폭 감형해준 판사의 선택적 공감은 일탈적 사례가 아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유형화된 방식의 흔한 사례일 뿐이다. 신뢰성은 결국 권력의 문제다. 가해자에게 기울어진 법이라는 권력, 여성의 말을 불신하는 남성이라는 권력, 백인의 말을 더 신뢰하는 인종이라는 권력, 하층 계급보다 상층 계급의 말을 신뢰하는 계급이라는 권력. 결국 힘이 없는 주변부 출신 피해자일수록 그들의 신뢰성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이 책은 매우 생생하게 보여준다.젠더 폭력 사건 전담 검사였던 저자는 이 책에서 하비 와인스타인과 알 켈리 같은 유명인의 성폭력 사건을 비롯한 많은 실제 사례, 성폭력 생존자・변호사・검사・경찰・심리학자・사회학자・활동가 들과 나눈 인터뷰, 법을 근거로 삼아 성폭력 사건에서 신뢰성 판단을 왜곡하는 힘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 원인, 권력의 역할을 분석하고 그 힘을 해체할 방법을 찾는다. 나는 처음에는 특수 피해자 담당 검사로 일했고 이후에는 법학자로 경력을 쌓아 가는 내내 신뢰성 구조가 성폭력 가해자에게 어떻게 면죄부를 마련해주는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끝장내려면 신뢰성에 대한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이 믿음은 내 일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한 경험과 관찰을 거쳐 얻은 것이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문제의 일부이지만 해법의 일부이기도 하다. 누군가 털어놓는 피해 고발에 더 공정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재정비한다면 법 개혁과 문화 변화는 뒤따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신뢰성 구조를 해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은 신뢰성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_ 머리말(17, 19쪽)‘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어지게 만드는 법적 현실“성폭력을 당했다며 거짓말하는 여자” ― 국경을 초월하는 불신의 논리 최근 한국 법무부는 여성가족부가 추진해 온 성폭력 관련 법률 개정안 다섯 가지에 대해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중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행,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꾸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에 대해선 법무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2023년 2월 8일) 자리에서 직접 ‘피고인이 억울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며 실질적 반대의 이유를 밝혔다. 이 주장은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대통령 선거 공약과 일맥상통한다. 또 인터넷에서는 ‘억울한 성범죄 고소’에 대응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이른바 성범죄 전문 변호사의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성폭력 사건의 무고죄 비율이 40퍼센트”에 이른다며 ‘여자의 말 한마디로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공포를 부추긴다. 죄 없이 강간으로 고발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기에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걸까? 무고죄로 처벌받는 (여성) 고발인이 40퍼센트라는 말은 사실일까? 그러나 통계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17년과 2018년에 검찰에 의해 성폭력 범죄로 기소된 인원수(중복 가능성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71,740명)와 성폭력 무고죄로 기소된 인원수(556명으로 추정)를 비교해 무고 사건은 성폭력 사건의 0.78퍼센트에 불과했음을 밝혔다(‘검찰 사건 처리 통계로 본 성폭력 무고 사건의 현황’, 2019년). 또한 성폭력 무고로 고소된 사례 중 유죄로 확인된 사례는 전체의 6.4퍼센트에 그쳤다. 즉 “성폭력 범죄 피의자 중에서 억울하게 무고당한 사례는 극히 적었다.” 정치인, 법조인, 연예인 등 남성 유명인에게 성폭력 혐의가 제기될 때마다 어김없이 무고가 아니냐며 여성 피해자를 의심하는 여론이 들끓는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미국의 검사 출신 법학자 데버라 터크하이머의 《불신당하는 말》은 이런 현상이 국경을 초월해 여성들의 보편적 현실임을 확인시켜준다. 많은 사람들이 사건을 털어놓는 고발인이 거짓말을 하거나 착각했을 가능성을 과장하는 경향을 분명하게 보인다. 성폭력 관련 민형사사건 실무를 수십 년간 맡았던 한 변호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믿고 싶지 않다는 입장에서 출발한다”고 내게 설명했다. … 경찰들을 대상으로 한 어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형사들이 성폭행 신고의 40~80퍼센트가 허위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불신의 태도를 보여주듯 중서부의 한 경찰은 연구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몇 퍼센트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3분의 1 이상, 아마 40에서 45퍼센트 가까이는…… 진실성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93쪽) 허위 신고가 발생하는 빈도는 우리 대부분이 추정하는 것보다 훨씬, 훨씬 적다. 경찰 분류에만 한정하지 않고 그외의 자료를 두루 살피는 것이 가장 믿을 만한 연구 방법인데, 이러한 방법을 채택한 연구에 따르면 허위 신고율은 2~8퍼센트에 불과하다. 최근의 한 메타 분석은 이 비율을 5퍼센트 정도로 본다. 우리는 신고가 허위일 가능성을 (종종 심하게) 과대평가할 뿐만 아니라, 혐의를 의심할 때 헛다리를 짚는 경향마저 있다. 지인이 연루되어 있고 취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이 보통 허위로 치부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건이 진실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 (94쪽) 사건의 진위 여부가 아니라 피해자의 과거를 문제 삼는 이유 한국 법무부는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과거 성(性) 이력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성폭력처벌법에 신설한다는 개정안에도 반대했다. 이 조항의 신설이 필요한 이유는 《불신당하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발인(가해자) 측이 고발인(피해자)의 과거 이력을 이용해 책임을 전가하고 피해자의 신뢰성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주 오래되고 흔한 수법이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일을 법이 허용할 뿐 아니라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많은 경우에 법은 여성 피해자가 아니라 남성 가해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형사사건에서 증언하러 나온 강간 고발인은 성적 이력을 근거 삼아 반대 심문을 당할 수 있다. 강간 재판에서 이런 식의 공격이 워낙 판쳐서 1970년대에는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강간 피해자 보호법(rape shield law)이 새로 등장했다. 하지만 해당 법의 보호는 절대적이지 않다. 몇몇 주에서는 합의된 성관계 이력을 증거로 인정하는데, 이 이력이 판사가 생각하는 용납 가능한 여성의 섹슈얼리티 관념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여성이 벌 받을 수도 있다. (172쪽) 고발인이 진정한 피해자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려고 수년간 법원은 고발인의 온갖 과거 이력을 증거로 인정해 왔다.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거, 10대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거, 문제가 있는 결혼 생활을 한 적이 있다는 증거, 딸을 키우는 데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증거, 누드 사진을 공개하도록 허락했다는 증거. (175쪽)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말하기까지, 수사 기관에서 사건이 기소되기까지, 법원에서 가해자에게 유죄를 선고하기까지 수많은 벽에 부딪힌다. 피해자는 아무리 열심히 말해도 쉽게 신뢰받지 못한다. 피해자가 제출한 많은 증거와 상식이 가해자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며 제출한 증거 하나둘에도 쉽게 와르르 무너진다. 더욱이 피해자가 과거 어떤 일에 종사했는지, 사회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성생활을 하며 살아왔는지, 가해자가 조금이라도 오해하지 않도록 철벽을 치며 제대로 행동했는지 같은 문제가 사건을 압도한다. … 미국과 한국의 문화와 현실적 여건은 다르지만, 피해자가 마주한 현실의 난관은 다르지 않다.” - 추천사_이은의 변호사(319~320쪽)성폭력 사건은 결국 신뢰성 싸움이다 - 의사 결정을 왜곡하는 신뢰성 구조 성폭력 사건에서 고발인과 피고발인의 주장이 맞설 때,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어떻게 판별할까? 이것은 곧 ‘신뢰성’ 판단의 문제가 된다. 데버라 터크하이머는 이 책에서 피해자의 신뢰성을 폄하하고 가해자의 신뢰성을 과장해 우리의 신뢰성 인식을 왜곡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관해 말한다. 아무리 선량하고 올바른 사람이라도, 심지어 피해자 자신도 그 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의 문화에, 법 시스템에, 우리의 심리에 깊이 뿌리 내린 숨은 편견과 고정 관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터크하이머는 그 보이지 않는 힘의 군집을 가리켜 ‘신뢰성 구조(credibility complex)’라 부른다. 신뢰성 판단은 막강한 권력이다. 신뢰성은 그 자체로 권력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뢰성을 판단할 때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하는 이의 가치를 평가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권력을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문제 있는 방식으로 휘두른다. …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신뢰성 구조라고 정의하는 힘의 군집에 영향을 받는다. 이 힘들은 우리의 판단력을 오염시켜서 고발인의 신뢰성을 폄하하고 피고발인의 신뢰성을 과장하기 쉽게 만든다. 가장 취약한 여성들은 가장 극단적으로 신뢰성이 폄하되는 반면, 직위나 지위로 보호받는 남성들은 거대한 신뢰성 증폭의 덕을 본다. (13쪽) 신뢰성 과장의 경우, 피고발 남성이 특히 권력 있고 신망받는 자리에 있을 때 우리는 그의 거짓된 부인을 너무나도 기꺼이 포용한다. 멍청하거나 순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런 남자들에게 의지하고 이들이 진술하는 현실을 신뢰하는 문화와 법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남성들의 권위를 문제 삼는 일은 흔치 않다. 그리고 권력을 통해 신뢰성을 축적한 이런 남성들의 부풀려진 신뢰성은 더 큰 권력을 낳는다. 신뢰성 구조는 기존의 위계질서와 함께 이 위계질서가 허용하는 성적 특권을 보호한다. (89쪽) 리베카 솔닛의 말처럼 “언어는 힘”이다. 어떤 현상이나 감정, 상황을 인지하더라도 그것을 가리키는 단어가 없다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없고, 그것을 다룰 수 없으며, 그것을 변화시킬 수도 없다. 《불신당하는 말》에서 터크하이머는 ‘신뢰성 구조’라는 말을 통해 성폭력 문제를 완전히 새롭게 이해하게 해준다. ‘신뢰성’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볼 때 비로소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고발 이후 일상에서, 법정에서 겪는 많은 일들을 하나의 일관된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신뢰성 구조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때 비로소 신뢰성 구조를 해체할 길을 찾을 수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취약성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권력은 가해자가 폭력의 결과를 걱정할 필요 없도록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성범죄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기에 결국 성범죄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위계질서는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는다. 젠더는 성폭력, 그리고 그 이후의 상황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이 현실이 앞으로 이 책에서 들려줄 이야기들을 빚어낸다. (10쪽)피해자를 불신하고 가해자를 보호하는 법 저자는 검사와 법학자로서 쌓은 경험을 바탕 삼아 형사 사법 체계가 고발인의 신뢰성을 폄하하는 방향으로 구조화되어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피해자가 공식적으로 피해 사실을 고발한 뒤 경찰의 수사와 검사의 기소, 재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신뢰성 구조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은 신뢰성 구조를 움직이는 또 다른 큰 힘이다. 공동의 가치와 태도를 빚어내는 법의 기능은 눈에 띄지 않을 때가 많다. 법학자 나오미 메지는 “법은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마저도 작동한다”고 말한다. … 특정한 행동을 처벌하는 형법, 어떤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령, 이런 법을 해석하는 사법부의 견해, 법원에서 어떤 증거가 허용되는지 결정하는 규정, 민형사소송을 관장하는 절차가 모두 법이다. 이런 법의 근원들 모두 신뢰성 구조에 중요하다. (15쪽) 피해자를 탓하는 법 법이 자발적으로 취한 여성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미국 전역의 입법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침서인 1962년의 《모범형법전》은 비자발적으로 취한 여성과 성행위를 금지한다. 하지만 이 형법전은 자발적으로 취해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살피지” 못하는 여성과 성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는 반대했다. … 자발적으로 취한 피해자를 대하는 기묘한 태도는 오늘날에도 법에 퍼져 있다. 절반 이상의 주에서 자발적인 취함과 비자발적인 취함을 구분한다. 이런 주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 모르게 어떤 물질을 투여한 경우에만 가해자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합의되지 않은 삽입은 취한 피해자의 책임이다. (160~161쪽)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을 가볍게 여기는 법원 법원은 아무리 그 행동이 모욕적이었어도 육체적 폭력이 없는 괴롭힘은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한 여성은 자신의 직장 경영자가 여성 직원의 엉덩이 크기를 품평하고, 여성 직원에게 음모에 관해 질문하고, 여성 직원의 키스 마크에 관해 발언하고, 자신은 “피부색이 어두운 여자들”을 좋아한다고 언급하고, … 돈을 내고 “남편에게서 빼앗아 올 수 있다”고 원고에게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방 법원은 2018년에 쓴 판결문에서 여성들이 제기한 혐의는 “성적으로 적대적인 노동 환경이라는 주장이 성립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심각하거나 만연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200쪽)피해자를 홀대하는 법 집행관들 사법제도 내에서 신뢰성이 폄하당한 성폭행 피해자는 독특한 피해를 경험한다. 경찰과 검사 같은 법 집행 책임자들이 그 혐의는 더 진행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할 때 이 배신은 피해자의 가치에 대한 강력한 진술이기도 하다. 법 집행관들은 고발인이 아닌 가해자를 보호함으로써 생존자들에게 당신들이 당한 일은 중요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낸다. … 우리는 경찰과 검사 들이 재판이나 유죄 인정 같은 형사소송 마지막 단계에 가기도 전에 대다수의 고발을 묵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를 ‘사건 축소’라고 한다. 범죄학자 멀리사 모라비토와 동료들은 2019년 한 연구에서 전국적으로 경찰과 검사 들이 놀랍도록 높은 비율로 성폭행 고발을 묵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57~258쪽) 우리는 왜 피해자의 말을 믿지 않으려 하는가? - 신뢰성 판단을 좌우하는 내적 충동 우리는 왜 성폭력 피해자의 말을 쉽게 믿지 않으려 하는가? 심지어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도 피해자를 탓하고 가해자의 미래를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신뢰성 인식을 왜곡하는 사회적, 문화적, 법적 요인뿐 아니라 그 밑바탕에 깔린 심리적 원인까지 살펴봄으로써 문제를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인간의 마음은 문화의 산물이자 문화의 생산지다. 신뢰성 구조에서 개인 심리는 성폭력 주장을 둘러싼 집단의 반응을 거울처럼 그대로 비춰 보이는 동시에 집단의 반응에 불을 지핀다.”(14쪽)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심리적 이유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우리의 안정감을 위협할 때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유혹이 압도적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강간 고발인과 동질감을 느낄 때 “강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유발하는 인지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우리 자신과 고발인을 “분리”할 수 있다. 우리는 피해자와 거리를 둔 채, 우리와 너무 유사한 누군가와 모든 감정적 연결을 끊어서 평안을 얻는 길을 모색한다. 자신의 심리적 안녕을 보호하는 한 가지 방법은 고발인이 한 일에 초점을 맞춰서 성폭력을 고발인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저 여자가 나와 다르면 나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 피해자에게 닥친 일의 책임이 그 사람 자신에게 있을 때, 피해자를 제외한 우리 모두에게 이 세상은 덜 무서워 보일 수 있다. (146쪽) 성폭력 주장을 묵살하게 만드는 현상 유지 편향성폭력 주장을 묵살하려는 문화적 경향은 끼어들지 않으려는 인간의 충동과 궤를 같이 한다. 상황이 한결같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이런 일반적인 선호를 행동경제학 분야에서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고 부른다. 인지심리학의 통찰을 경제학에 통합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에게는 현 상태를 지키려는 강력한 동기가 내재해 있다고 설명한다. 손실 회피 편향이라고도 불리는 이 편향은 “현 상태에서 최소한의 변화만을 추구하는 강력하고 보수적인 힘”이라고 카너먼은 말한다. (185쪽)피해자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고통을 나누는 일 정신과 의사 주디스 루이스 허먼은 “가해자들은 구경꾼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해자는 악을 보거나 듣거나 말하고 싶지 않은 보편적인 욕망에 호소한다. 반면에 피해자는 구경꾼에게 고통의 짐을 나눠 져 달라고 요구한다.” 성폭행이나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진술이 믿을 만할 때 깊은 불안이 야기된다. 허먼은 피해 사실을 알림으로써 “피해자는 행동하고 참여하고 기억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만일 우리가 피해자에게 일어난 일이 큰 의미가 없다고 재구성하면 이 일을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벌어질 불안정을 피할 수 있다. (186쪽) 불신당하거나, 비난받거나, 무시당하거나 - 피해자의 신뢰성을 폄하하는 세 가지 방식저자는 성폭력 피해자가 사실을 고발하자마자 신뢰성 구조가 즉각 작동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어떤 여성이 성폭력을 주장하며 나설 때 신뢰성을 폄하하려는 광범위한 사회적 충동이 절정에 달한다. … 자신의 경험에 신뢰성 폄하라는 이름을 붙이지는 못해도 대부분의 고발인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안다. 많은 이들이 앞에 나섰다가 묵살당하고,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바로 이런 가능성 때문에 침묵한다.”(24쪽) 저자는 수많은 실제 사례와 관련 연구를 바탕 삼아 여성 피해자와 그가 내놓은 주장의 신뢰성을 근거 없이 깎아내리는 (그러나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세 가지 신뢰성 폄하 메커니즘을 밝힌다. 피해 주장이 신뢰할 만하다고 여겨지려면 우리는 그 주장이 설명하는 행동이 비난받을 만하고, 그것이 관심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성폭력 혐의를 제기하고 나선 어떤 사람이 다음 세 주장을 내세운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 일은 잘못이다, 이 문제는 중요하다. 각각의 주장은 모두 중대하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사랑하는 사람이나 공식 대응자가 부인할 경우 이 고발인은 묵살당한다. (24~25쪽) 고발인이 믿을 만하다고 인정받으려면 세 가지 주장 하나하나가 모두 신뢰받아야 한다. 성폭력 고발에 담긴 세 주장의 모든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혐의는 사실이 아니거나, 비난할 정도가 아니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묵살당하게 된다. 세 가지 폄하 메커니즘은 중첩될 수 있고 종종 함께 엉켜서 작동하지만, 단독으로도 혐의를 가라앉히기에 충분하다. 불신의 메커니즘 -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일 극단적인 신뢰성 폄하는 고발인의 말을 하위 범주에 두어 증거가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고발인의 사건 진술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법정에서 피해자가 진술하는 증언은 사건의 증거가 맞다. 심지어 증언이 가장 강력한 증거일 때가 많다. 어떤 명제가 참일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일상의 모든 정보가 증거다. 증거는 강력할 수도 있고 약할 수도 있다. 즉 믿음을 얻기에 충분할 수도 있고 불충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발인의 말을 증거에 미치지 못하는 무언가로 분류하는 것은 고발인 진술 특유의 성격을 오해한 것이며, 혐의가 묵살되도록 쐐기를 박는 짓이다. (98쪽)비난의 메커니즘 - “그 일은 너의 잘못이다” 연구에 따르면 수많은 여성들이 가해자가 아니라 자신에게 성폭력 피해의 책임이 있고 심지어 자신은 그런 일을 당할 만했다고 여긴다. 성폭행 피해자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학자 니콜 존슨은 실제 현장에서 이런 현상을 “항상” 목격한다고 내게 말했다. 존슨은 생존자들이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때 종종 받는 첫 질문은 (여전히) “술을 얼마나 마셨나요?” 아니면 “그 남자랑 같이 집에 갔나요?”라고 말한다. 이토록 취약한 폭로의 순간에도 생존자들은 “당신이 행한 어떤 일 때문에 당신이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 말을 들은 피해자들이 자신이 달리 무슨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148~149쪽) 무시의 메커니즘 - “그 일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성폭력을 축소하려는 충동은 특히 직장에서 강력하다. 육체적이지 않은 많은 성적 괴롭힘 피해자들이 자신이 겪은 악행을 그냥 넘긴 이유로 이 충동을 지목한다. 성범죄를 오락거리 정도로 여기는 문화적 경향에 편승해서 자신이 당한 성폭력을 우습거나 무해한 일로 하찮게 취급하는 피해자도 있다. 유머와 성적 괴롭힘 연구에서 한 참여자는 “아무것도 개인적인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제일 좋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눈물을 멈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195쪽) 생존자는 어떻게 치유의 길에 이르는가?- 생존자의 회복, 그리고 신뢰성 구조 해체하기 신뢰성 구조를 해체하려면, 신뢰성 폄하와 신뢰성 과장을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존자들에게 그들이 바라고 누려 마땅한 지지와 인정을 건넬 때 우리는 그들의 주장을 침몰시키는 힘(신뢰성 구조)을 약화”할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 7장과 맺음말은 신뢰성 구조의 해체와 생존자의 치유를 위해 우리 개인과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피해자의 고발을 신뢰하기 전반적으로 현 상태를 의미 있게 교란하는 작업 ― 진정한 신뢰성의 발견 ― 은 가해자가 생존자에게서 빼앗아 간 것 가운데 많은 부분을 복원할 수 있다. 생존자의 권력, 안전감, 통제감, 타인을 신뢰하는 능력, 존엄, 공동체의 동등한 성원으로서 지니는 가치. 고발인이 성폭행을 폭로할 때마다 이 모든 것들이 위태로워진다. 우리는 고발을 신뢰함으로써 생존자의 정당한 몫을 다시 채운다. (273쪽) 회복적 정의 모델의 명암 회복적 정의 실천은 성폭력에 대한 더 큰 문화적 용인과 결합할 위험이 있다. 회복적 정의 실천은 가족과 친구들의 참여에 크게 의지하므로 이보다 더 큰 공동체를 물들인 것과 동일한 선입견에 취약하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지닌 참여자라 해도 누구의 고통은 중요하고 누구의 고통은 중요하지 않은지 사회적으로 널리 공유하는 관점을 자기도 모르게 강화할 수 있다. … 회복적 정의 실천은 성폭력을 야기하는 문화적 규범은 의도적으로 공략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규범들과 이를 지탱하는 불평등을 재생산할 수 있다. (285쪽) 가해자에게 책임 묻기 가해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은 생존자에게 거의 보편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책임의 기능은 일반적인 기대와 다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해자가 고통을 겪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자신의 권리와 존엄을 멸시한 일로 질책받음으로써 자신이 공동체에서 지지받고자 했다.” 법 이론가들은 이를 처벌의 표현적 기능이라고 부른다. (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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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평등한 선진국 -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통계로 보다 (커버이미지)
    [사회]불평등한 선진국 -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통계로 보다
    • 박재용 지음
    • 북루덴스
    • 2024-02-19

    “우리는 자랑스러워하기 이전에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통계로 들여다본 노동, 청년, 소수자, 지방의 불평등이 책은 대한민국이 몇 가지 기준에서 선진국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1부 ‘불평등한 선진국, 대한민국’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높아졌음을 구체적 지표를 들어 설득하며, 급진적 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사회 구조가 어떻게 기형적으로 변모하였는지를 외국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밝힌다. 2부 ‘대한민국 불평등의 근원은 노동이다’에서는 경제성장 이후 발현된 사회 내 ‘불평등’ 중에서도 노동을 메인 키워드로 다루며, 소득에 따른 노동의 층위 발생 및 격차 심화, 비정규직 종사자와 특수 분야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3부 ‘불평등의 중심, 청년’에서는 대입의 기반이 되는 무한 경쟁 구도, 소득에 따른 입시생들의 경쟁력 차이, 사교육 문제, 출신 대학에 따른 취업 기회 차등적 획득, 대학 졸업 여부에 따른 입사자 차등 대우 등으로 세분화하여 현 한국 사회의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한다. 4부 ‘불평등으로 해체되는 대한민국- 가족 해체, 노인 자살, 지방 소멸’에서는 가족의 변화, 노인 세대와 지방 거주민들의 소외 문제를, 5부 ‘불평등이 향하는 곳, 소수자’에서는 이주민, 장애인, 여성 등의 소수자들이 어떻게 국가적 보호 바깥으로 배제되어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지 사례별로 세부적 항목을 나누어 살펴본다. 저자는 이 책을 ‘공평무사하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쓰지 않았다고 밝힌다. 글을 쓰는 내내 기울어진 운동장, 불평등한 땅에서 차별받는 이들이 ‘눈에 밟혔다’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고르려고 애썼다. 데이터를 고르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기를 쓰고 중심을 잡았다. 그 결과, 가장 객관적인 자료만으로 충분히 대한민국의 현실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었다.“가난은 나의 책임일 수도 있다.하지만, 불평등은 나의 문제가 아니다”-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 선진국 대한민국을 누리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20%가 있다. 아주 풍족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이 정도의 생활을 누리는 것은 이들이 살아온 삶이 치열했기에 가능하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다. 다른 한편에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80%가 있다. 이들 가운데 20%는 중년이 되어서도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스스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면 도태되는 건 한순간이다. 그렇지만 나름의 자부심은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민주화도 이루었고, 또한 경제성장의 과정에서도 나름의 역할을 한 세대이다. 대부분의 이들 가정에서 자녀들도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며 부모와 비슷한 미래를 그려나간다. 하지만 가만히 기다려서 이런 미래를 얻는 건 아니다. 학점 0.1점에 목숨을 걸고, 스펙 하나에 자신의 인생을 걸듯 임한다. 그들 역시 치열한 시간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나머지 60%는 어떨까? 주말에 대리기사를 뛰고, 퇴근 뒤 배민 커넥터 혹은 쿠팡 플렉스로 잔돈을 번다. 직장에 다닌다고 별다를 건 없다. 지방대와 전문대를 나온 이들로선 대기업이나 전문직은 꿈도 꾸기 힘들다. 학자금 융자를 받아 대학을 나오고,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박박 기는 노동에 익숙해진 이들은 일부는 9급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그러다 결국 초봉 150만 원, 180만 원의 해고당할 걱정보다 회사가 망할 걱정이 먼저인 곳으로 취업을 하고, 노동의 안정성도 보장되지 못하는 비정규직으로 떠돈다. 고졸은 온라인 쇼핑몰의 물류센터에서, 휴대폰 판매점의 ‘폰팔이’로, 일용직 노가다로 전전하거나 오토바이를 하나 사서 배민라이더가 되고 부릉이나 생각대로의 배달 노동자가 된다. 그러다 기술을 배우겠다고 용접학원을 다니고, 1종대형 면허나 중장비 면허를 따기 위해 돈을 모으고 학원에 다닌다. 하지만 이들에겐 단지 지금만 가난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가난할 거란 체념이 배어 있다. 저자는 20%와 80%의 격차가 더더욱 커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다양한 통계를 들이밀며 적나라하게 짚어낸다.“불평등은 대물림이다. 불평등 해결이 시대적 과제이다”-눈부신 대한민국,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심각한 미래 저자는 데이터를 통해 선진국에 들어선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행복하기보다는 힘들고 불안한 이들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대한민국 노인은 4명 중 1명이 상대적 빈곤율 아래에 놓여 있고, 70대가 되면 빈곤율은 절반 가까이 치솟는다. 온종일 모아 팔아야 단돈 1만 원이 되질 않는 폐지를 그래도 주워야 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에 사는 여성 중 20%는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그와 비슷한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나 30대가 되면 선택을 강요당한다. 누군가와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고 싶다가도 경력단절 뒤의 세계가 너무 뻔히 보여,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거나 커리어를 포기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결국 비혼의 길을 가게 되고 출산율을 낮추는 비애국자라는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오히려 부러운 이들도 있다. 20대와 30대 초까지 부지런히 일했지만 스펙조차 쌓지 못하는 80%의 고졸, 전문대, 지방 4년제를 졸업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경력단절 이전에 먹고 살기가 팍팍해서 결혼과 출산을 다시 생각한다. 일부는 지금 자기가 겪는 이 삶을 살 게 뻔한 미래의 자식에게 미안해서라도 아이 낳기를 주저한다. 어떻게든 먹고살려는 젊은이들이 도청소재지로,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지방은 한 집 걸러 한 집이 비어 있다. 또한, 평균 연령 60을 바라보거나 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되었다.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가, 중소도시보다는 읍면이, 읍보다는 면이 먼저 사라지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는 없고, 지방은 사라지고, 노인은 삶을 스스로 포기하고, 젊은이는 미래가 없어진다. 저자가 들여다본 ‘불평등한 선진국’의 뼈아픈 현실이다. “불평등의 수치는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의 신호다”-대한민국의 불평등, 대안은 없는가?대한민국이 처한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그랜드 플랜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좀 더 평등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해결할 지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본연의 목적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 지점의 맨 앞에 소득 불평등이 자리한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확실하게 보호하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득세 등 직접세 세율을 더 올리고 공공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해 상속세와 증여세의 세율을 올리고 면제 범위를 축소한다. 저자는 불평등이 줄어들면 교육 문제의 기본이 해결된다고 말한다. 소득 격차가 적어지면 기를 쓰고 명문대를 갈 이유가 줄어들고 자연스레 사교육도 감소하여 부모의 소득 중 교육비로 빠져나가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득 격차가 줄고 국가의 소득 재분배가 더 활발해지면 중산층이 넓어지고 삶에 여유가 생겨 자연스레 출산율도 높아지고, 지방소멸도 더뎌질 거로 본다. 저자는 이렇듯 쉽고 명료하게 해결 지점을 짚어내지만, 실제로 이 일을 이뤄내는 과정은 “대단히 힘들다”라고 토로한다. 하지만 그 일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정당이 있고, 정치인이 있으며, 시민운동단체가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올곧은 정당과 정치인, 시민운동단체가 대한민국의 희망을 일구어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그 씨앗을 뿌리고 토대를 만드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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