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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고 우리가 남았다 - 과로사·과로자살 사건에 부딪힌 가족, 동료, 친구를 위한 안내서 (커버이미지)
    [사회]그리고 우리가 남았다 - 과로사·과로자살 사건에 부딪힌 가족, 동료, 친구를 위한 안내서
    •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은이)
    • 나름북스
    • 2022-02-24

    애도하고, 치유하고, 도약하다과로 권하는 사회에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말하기 다음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극복하고 나아가기를 바라는 연대의 기록 “그만두라고 말하지 못했다”과로로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이토록 절실한 이야기현대 한국사회가 건강한 삶과 ‘워라밸’을 외친다지만, 지치고 아파도 근면 성실하게 일에 몰두하는 모습은 여전히 미덕으로 통한다. ‘열심히 일하다 죽은’ 사건이 연일 보도되는데 ‘일 중독’과 ‘빨리빨리’가 한국인의 경쟁력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이 와중에 과중한 일 때문에 죽음을 맞는 사람은 점점 늘고, 드러나지 않은 무수한 과로사와 과로자살 사건 뒤에는 알지 못했던 세계에 내던져진 유족들이 있다. 갑작스럽게 닥친 가족의 과로죽음은 남은 사람들을 다양한 종류의 고통으로 몰아넣었지만, 이들은 과로 때문에 가족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나아가 더는 이런 죽음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한고비 한고비를 돌파해 왔다.자조모임을 꾸려 서로 의지하고 도운 유가족들은 이 책에서 자신과 동료들의 사례를 직접 썼다. 모임 내에서 심리 치료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얻은 이야기, 떠올리기 어려웠던 사건 당일부터 산재 신청 과정 등 다양하게 휘몰아치는 감정과 사건들을 재구성했다. 지원을 위해 유가족모임에 참여 중인 법률 전문가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글을 보탰다. 모임에서 만난 유족들은 가족의 과로사, 과로자살 이후 남겨진 사람의 상태가 매우 닮았다는 것을 알았다. 경찰 조사에서의 곤경과 장례 절차,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는 회사와의 갈등,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절차와 방법 등에 관해 도움을 얻거나 물어볼 곳이 전혀 없었다는 점까지 공감한 이들은 홀로 힘겨워할 다른 유가족을 돕기 위해 자신들이 겪은 모든 절차와 심경을 책에 담았다.평온하던 일상에 과로사, 과로자살이라는 암초를 만난 유가족은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허둥지둥하고 나면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거나 가족을 탓하는 주위 사람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또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성 재해와 달리 죽음 이후에 업무 관련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로사, 과로자살의 특성상 유가족들은 이를 입증해야 하는 기나긴 시련에 놓인다. 그러나 과로사와 과로자살은 개인의 나약함 때문에, 가족이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니며 과로 권하는 사회가 빚은 사회적 죽음이다. 그래서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남겨진 이들의 울분을 자세히 밝히고 개선 방향을 제시해 과로죽음 이후 처리해야 하는 절차와 과정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과로사와 과로자살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도 이 책에 담겼다. 지은이들은 “다시는 과로죽음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지만, 비슷한 일을 겪게 될 유가족, 동료, 친구들이 있다면 우리보다는 덜 분노하기를 바라며, 조금 더 존중받기를 바라며 이 책을 내놓는다”라고 밝혔다.경찰 조사부터 부검, 산재 보상과 소송까지남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에 관한 거의 모든 조언과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부터 죽음 이후의 절차, 산업재해보상보험 신청과 판정까지 과로사, 과로자살에 관한 현실적 대처를 망라한 이 책은 앞서 이 모든 과정을 겪은 유가족들이 하고 싶은 말과 현재의 심경까지를 포함해 구체적인 조언과 증언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과로의 정의와 과로사, 과로자살의 규모를 다룬 후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때 기준이 되는 법률의 해당 부분을 싣고 해설했다. 2장에서는 과로사 혹은 과로자살 소식을 접한 직후 유가족들이 겪은 상황과 마음을 솔직하게 정리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경찰 조사, 부검, 장례를 치르며 기력을 소진하고, 절망과 상실감은 물론 죄책감이나 고인에 대한 원망까지 생겨 혼란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사망 신고, 재산 조회, 연금과 보험, 상속, 긴급복지제도 등을 안내했다.아울러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아야 진정으로 고인을 애도할 수 있고 그것이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격려한다. 그래서 3장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 신청과 승인 과정을 자세히 다룬다. 가족이 일 때문에 죽었다는 걸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는 과제 앞에서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좌절하며 고인의 일과 삶을 되짚는 유족의 고군분투가 그려진다. 회사에 대응하는 법, 언론과 여론 상대하기, 노무사나 변호사 선임하기,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만나기 등의 경험을 나누며 산재 신청 방법과 자료 수집, 근로복지공단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사 과정, 산재 승인되었을 때와 불승인되었을 때 각각의 대처를 수록했다.한 사람의 죽음이 과로 때문이었음을 인정받는 것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남은 동료들에게도,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가 일했던 일터가 한 사람을 파괴할 정도의 문제가 있었다는 말인데 이는 필연적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인 유가족들은 일터에 남겨진 동료들과도 암담한 마음을 나누기 위해 과로사나 과로자살이 발생한 일터 사례를 직접 찾아 인터뷰했다. 4장에 드러난 게임회사 직원이나 병원 간호사의 과로죽음 사건은 과로의 메커니즘과 폭력적인 기업 시스템, 과로죽음을 양산하는 사회 구조를 재차 확인시킨다. 남겨진 동료들은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직접 행동에 나서는 등 크고 작은 연대로 변화를 강구하고 있었다.“과로를 멈춰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선명한 주장은 우리 사회가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다. 5장에서는 과로사, 과로자살을 줄이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야간노동을 최소화하며, 기업 문화의 변화와 정부 규제가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함께 목소리 낼 수 있도록 노동자들이 힘을 키우고 과로의 위험성, 노동권을 교육해야 한다는 희망을 담았다.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사라진 유족들에게 긴급한 경제적 지원과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행정 절차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도 서술했다. 특히 오로지 유가족 개인에게 부여된 과로죽음 입증의 책임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험에서 도출된 문제 제기다. 소극적인 기관들 사이에서 ‘알아서’ 증거를 찾아다녀야 했던 막막했던 기억은 전반적으로 산업재해자 당사자에게 입증 책임을 무겁게 지우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꼬집는다.산재를 승인받아도 그렇지 못해도 유가족들에게는 살아남아 잘 치유하는 과정이 남았다. 6장에서는 올바른 끝맺음을 위해 심신을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유가족들의 일상과 삶의 노력을 서술했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갑작스러운 암초를 딛고 당당히 인생을 재설계해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주 값진 변화다. 가족이 없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며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유가족들의 모습은 과로죽음 유가족은 물론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다. “과로해서 죽을 수 있다, 우리가 증인이다”과로 권하는 사회를 바꾸고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기 위해과로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과로사에 대한 정확한 조사나 통계도, 예방 대책도 없다. 의학적 용어가 아니라 정식 사망 원인이 될 수 없는 ‘과로사’의 규모는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질환 사망자 중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된, 즉 산업재해로 승인된 숫자로 짐작할 뿐이다. 뇌심혈관질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것은 2019년에 503명이었다. 업무상 재해로 승인되는 비율이 신청 건수의 절반도 되지 않으며,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직업군, 자영업자와 특수고용노동자 등의 과로사는 포함되지 않으니 이보다 훨씬 많은 과로사가 매년 발생한다는 뜻이다.과로자살의 경우 파악이 더 어렵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사망 사건이 업무상 재해로 근로복지공단에 신청, 승인된 수치를 통해 추측할 수밖에 없다. 2019년 기준 35건이 업무와 관련 있는 자살 사망으로 인정받았는데, 자살의 산업재해 신청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은 상황에서 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과로의 대표적인 양상이 장시간 노동이며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담은 평가하지 않으니 질적인 측면에서의 과로는 사각지대에 있다. 그래도 ‘과로자살’은 오늘날 ‘과중노동에 의한 자살’의 의미에서 더 나아가 ‘업무로 인한 자살’, ‘업무와 관련된 자살’까지 통칭하게 되었다. 절대적인 장시간 노동이 없었더라도 일하다가, 일 때문에, 일터에서 주는 압박 때문에, 상사에게 받은 모멸감 때문에 발생한 자살은 모두 과로자살이다.이 책에서는 과로사, 과로자살을 ‘장시간 노동 등 과중한 업무 부담 및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사망 및 자살’로 정의하고, 이때 장시간 노동 등 과중한 업무 부담 및 심리적 부담을 ‘일하는 사람이 건강을 유지할 수 없고, 가족 및 사회생활을 원활히 유지할 수 없는 정도의 업무’로 정의한다. 건강을 해치고 목숨을 잃는 결과를 낳기 전이라도 가족생활을 양보해야 하거나 원하는 만큼의 사회생활, 취미생활, 정치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은 이미 ‘과중한’ 업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게다가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계속해서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과로사’라는 용어가 익숙한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 일본, 대만뿐이다. 노동자의 건강보다 죽을 때까지 일해서 성과를 내는 일을 더 중시한 결과다. 과로사, 과로자살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쓴 일본에서는 2014년 과로사방지법을 제정했고, 자살을 포함한 정신장애의 업무 관련성을 평가하기 위해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평가표’도 마련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과로죽음 문제와 관련해 더 많은 공론화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토대로 과로죽음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저자들은 입을 모은다.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 생긴 관심인 ‘재난 참사 피해자의 권리’는 재난 참사 피해자가 권리의 주체임을 강조한다. 피해자를 참사와 관련된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할 주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 사고에서 ‘살아나올 권리’부터 진실, 정의, 안전, 회복까지의 권리를 과로사, 과로자살 유가족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과로사, 과로자살 유가족은 특히 정의의 권리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 재난 참사의 책임자가 간접적이고 폭넓은 데 비해 산업재해인 과로사나 과로자살은 명백한 사고 책임자가 있는 경우가 많고, 이런 구조를 방치한 채 회사를 경영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그러니 피해자 및 가족에게도 안전하지 않은 일터를 그대로 운영한 자들이 ‘사과’하고 그 죽음이 과로사, 과로자살임을 인정하는 것에서 온전한 회복과 애도가 시작될 수 있다. 책임 있는 자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정의와 회복의 권리에서 중추가 된다. 이 책이 과로죽음에 맞닥뜨린 가족, 동료, 친구들의 권리가 진정으로 바로 서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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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커버이미지)
    [사회]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은이)
    • 동아시아
    • 2022-02-24

    배워서 너 줄게, 내 얘기 한 번 들어볼래?역사 속에서 캐낸,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유튜브 클립 누적 조회수 1억 돌파!대한민국에 선풍을 불러일으키는 시사교양 다크호스한국 근현대사의 굴곡마다 켜켜이 쌓인 개개인의 삶그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시간동아시아 출판사의 신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SBS에서 제작·방영하는 동명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방송에서 이야기꾼 역할을 맡은 장도연·장성규·장항준 세 사람이 방송 진행에 앞서 자료로 제공 받는 대본을 토대로 하여, 방송 과정에서 이야기꾼과 이야기 친구 사이에서 일어난 상정하지 못했던 케미스트리 작용들까지도 더해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방송 제작팀이 공들여 수집하고 정리한 철두철미한 자료에 현장의 목소리가 더해졌으며, 각 방송 아이템을 다룬 PD들이 소회를 담은 PD노트가 더해져, 나무랄 데 없는 한 권으로 재탄생했다.“현대인은 무엇이든지 알고 있다. 알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 뿐이다.”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nold Toynbee)의 말이다. 우리는 ‘○○○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책에 한 줄로 새겨진 역사를 배우면서도 그 중심에 선 ‘사람’이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맥락에서 사건을 일으켰는지는 알지 못한다. 〈꼬꼬무〉의 연출을 맡은 최삼호 PD는 “사건의 중심에는 여지없이 ‘사람’이 있다”라는 말로 〈꼬꼬무〉의 기획·제작 의도를 명쾌하게 축약한다. 마찬가지로, 이 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근현대사의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서 캐치해내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관계가 아니다.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존재했던, 또한 사건 전후에 계속해서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은 정보나 지식이 아니오, ‘이야기’ 그 자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시간은 우리에게 역사를 넘어서, ‘우리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를 선사한다.‘쉽게 배우는 역사’에서, ‘쉽게 말하는 역사’로!시사 교양의 틀을 뒤엎는 전복적인 시도“텔레비전 시사 교양의 시대는 끝났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수년 전, 어쩌면 십수년 전부터 미디어 전문가들의 일각에서 조심스레 나오고 있던 소리다. 사실 시사 교양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둘러보면 세상에는 온갖 콘텐츠가 넘쳐흐르고, 방송을 포함한 올드 미디어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점점 줄어만 간다. 그러다 보면 방송사는 생존을 위해서 좀 더 ‘안전한’ 길에 더 많이 투자할 수밖에 없다. 자극적인 드라마, 시청률을 많이 뽑아낼 수 있는 예능. 들이는 제작비에 비해서 시청률을 많이 뽑아내기도 어렵고, 광고를 따오기도 어려운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사람들은 이제 시사 교양을 접하기 위해서 더 이상 전적으로 텔레비전에 의존하지 않는 시대다. 그런데 그런 흐름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단아가 있다. SBS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내로라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뛰어넘는 고공행진으로, 나날이 시청률 기록을 경신 중이다.일각에서는 〈꼬꼬무〉와 〈유퀴즈〉(tvN)을 한데 엮으면서, 그 이례적인 성공 요인을 분석하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 사람들 사이에서 팽배해진 ‘소통’의 욕구, 화려한 연예인의 신변잡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일반인들의 ‘진솔한’ 이야기 등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말하자면 이것은 눈높이의 전환이다. 특히나 〈꼬꼬무〉, 시사 교양이라고 하는 대분류 속에서 그 전환은 유달리 극적이다. 지식과 정보를 일부 계층이 전유하는 시대가 지나고, 대중의 시대가 찾아오면서 각종 미디어에서는 “쉽게 배우는 ○○”이라는 테마를 내세우곤 했다. 전문가가 대중의 눈높이로 내려와 말을 건넨다는 것. 물론 의미 있는 시도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었다. 전문가는 어디까지나 전문가고, 온전히 일반인의 눈높이로 내려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꼬꼬무〉에서는 아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야기꾼들은 역사 전문가가 아니거니와,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또한 역사를 공부하고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이 주고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이야기’인 것이다. “청춘 시절 나의 눈과 귀를 잡아끌던 현대사의 뜨거운 순간들이 여기 모두 담겨 있”다고 표현한 장항준 감독의 말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 개개인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그렇기에 〈꼬꼬무〉가 자아내는 감정선은 시사 교양이라고, 역사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적이다. 이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각자의 경험을 반추하며 울고 웃는다. 이 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는, 그런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했던 제작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왜 우리는 〈꼬꼬무〉를 보면서 울고 웃을까?지나간 사건이 단지 과거에 머무를 뿐이라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거기에서 얻을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꼬꼬무〉에 쏟아지는 폭발적인 관심과 반응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방송 제작팀이 방송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다고 하는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주관적인 시선”이다. 1955년의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을 상기하면서 그날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복기한다. 미치광이 살인마로 남은 ‘박흥숙’이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리면서, 국가 폭력과 개발 패러다임에 의해 희생되고만 소시민 개개인의 삶을 반추한다. 1992년 휴거 소동에만 그치지 않고, 잊힐만 하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한부 종말론의 존재는, 세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현재’에 대해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방증한다.〈꼬꼬무〉 파일럿 방송에서부터 시즌 1 그리고 2021년 봄 방영을 시작한 시즌 2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다양한 사건들을 방송으로 다루면서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목소리 또한 함께 분출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꼬꼬무〉를 통해 과거의 사건을 접하면서,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공감하고 있다. 이 격렬한 반응은 ‘현재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던 제작진의 의도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는 증거이며, 동시에 이들의 이야기가 오늘날의 우리가 대답을 내놓아야 할 질문을 날카롭게 던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통해서, 보다 날카롭게 정제된 질문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역사 속의 문제들을 통해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잔존해 있는 문제들을 직면한다.자, ‘그날’의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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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 어느 수줍은 국어 교사의 특별한 시리아 친구 이야기 (커버이미지)
    [사회]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 어느 수줍은 국어 교사의 특별한 시리아 친구 이야기
    • 김혜진 (지은이)
    • 원더박스
    • 2022-02-24

    전액 장학금 준다는 프랑스를 뒤로하고 한국에 와 생고생 중인 시리아 엘리트 청년그를 만나 어쩌다 NGO 활동가가 되어 버린한국의 평범한 중학교 국어 교사그들이 친구가 된 뒤,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주민이나 난민과 함께 사는 삶은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 일도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한반도 밖 다양한 곳에서 온 구성원들이 한국 사회를 함께 지탱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학교에서 다문화 교육, 세계 시민 교육이 중요해진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많은 편견과 차별에 둘러싸여 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말이 큰 반향을 일으킨 건 선의와 상관없이 이미 우리가 차별적 언행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편견과 차별이 나쁘다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편견이고 무엇이 차별인지는 알기 어렵다. 그 대상자의 입장에 서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기에 낯선 존재와 친구가 되어 그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것이 차별주의자에서 벗어나는 출발점이다.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의 저자 역시 압둘와합과 친구가 되기 전만 해도 ‘이슬람 포비아(공포증)’ 상태였음을 조심스레 고백한다. 하지만 와합과 친구가 되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의 눈에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시리아와 시리아 사람들의 삶도 어느덧 친근하게 다가왔다. 시리아 전쟁과 그로 인해 발생한 난민 문제도 더 이상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저자는 기대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와합과 그 가족 이야기, 시리아 이야기를 다른 이들도 알게 된다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이들이 시리아에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또 시리아의 비극에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그가 이 책을 쓴 이유기도 하다.“혹시 시리아 사람이라서 싫니?”-불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압둘와합과의 첫 만남중학교 국어 교사인 저자는 어느 날 서울 강남역에서 한 시리아 청년을 만난다. 압둘와합이라는 아랍풍 이름부터 무척 부담스러웠지만, 은사님의 요청이라 마다할 수가 없었다. 은사님은 “혹시 시리아 사람이라서 싫니?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도 돼.”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더더욱 거절할 수가 없었다. 명색이 교사인데 국적에 따라 사람을 차별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미루고 미루다 결국 만나기로는 했지만 뭔가 모를 불편함은 여전했다. 막상 만나 보니 그 시리아 청년은 한국어를 곧잘 했고 이야기를 무척 재미있게 할 줄 아는 능력도 있었다. 경계심이나 두려움이 가신 것은 아니었으나, 고향에서 유프라테스강(세계 4대 인류 문명 발생지의 그 유프라테스강!!)에 발 담그고 달콤한 수박을 먹곤 했다는 이야기에 발동한 호기심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흥미로운 첫 만남 이후, 저자는 그렇게 낯선 문명에서 온 이와 친구가 되었다.“난 이슬람이 싫으니까, 다른 교수 찾아 보게.”-한국에 온 시리아인 1호 유학생이 겪은 일들압둘와합은 시리아에서 최고 대학으로 인정받는 다마스쿠스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프랑스로 유학 갈 예정이었지만, 어느 날부턴가 프랑스가 아닌 한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다마스쿠스 거리에서 길을 못 찾고 헤매던 한국인 유학생을 우연히 도운 것을 계기로 한국인 유학생 커뮤니티와 돈독한 관계가 되어, 어느샌가 ‘한국인들의 대부’와도 같이 되어 버린 압둘와합. 시간이 지나 그 친구들이 하나둘씩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자 와합은 그들이 무척 그리웠다. 그러다 그때까지 한국으로 유학 간 시리아인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내가 가야겠다”고 결심한다.가족, 지도 교수, 선배 변호사 들의 만류에도 기어코 선택한 한국행이었지만, 한국에서의 출발은 막막하기만 했다. 시리아와 한국은 수교국이 아니라 국가 장학금은 신청도 할 수 없었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대학원을 백방으로 찾아 나섰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았다. 면전에서 “솔직히, 나는 이슬람과 무슬림이 싫어. 다른 학교 다른 교수님을 찾아가 보게.”라고 이야기하는 교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적과도 같이 비자 만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한 대학원의 입학 허가를 받았고, 그렇게 한국에서 법학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와합은 지금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랍 법과 한국 법의 비교 연구’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이제 우리 가족은 난민이 되었구나.”-친구의 가족이 난민이 되니 보이는 것들와합이 겨우겨우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일상을 찾아가고 있을 즈음, 모국 시리아는 전쟁에 휩싸이게 된다. 독재자 아사드를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시위가 전국에서 일어났고, 정부가 이를 폭력으로 탄압하면서 결국 반군(자유시리아군)이 생겨나고 내전이 시작되었다. 초반에는 자유와 민주를 염원하는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반군이 승기를 잡는 듯 보였으나, 시리아를 둘러싼 주변국과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이 과정에서 와합의 고향 락까는 그 악명 높은 IS의 본거지가 되고 만다. 와합의 가족은 IS의 탄압을 피해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되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한때 시리아 북부 지역의 유력 가문이기도 했던 와합의 가족은 그렇게 난민이 되어 지금 터키에서 지내고 있다.시리아의 전쟁과 이로 인한 난민 문제를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와합은 시리아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한다. 모금 운동을 제대로 하려면 믿을 만한 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와합은 바로 단체를 만든다. 그게 바로 현재 시리아 난민 구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헬프시리아’다. 저자는 자신의 말이 씨앗이 되어 진짜로 시민 단체가 만들어지자, 어쩔 수 없이(?) 이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헬프시리아는 그동안 작은 규모의 단체임에도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내 왔다. 큰 규모 국제기구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작은 규모의 난민 캠프를 찾아 구호 활동을 펼쳐 왔는데, 적은 예산으로 운영하다 보니 비행기표 값을 아끼기 위해, 와합이 국내 취재진이나 연구진의 현지 가이드 일을 하게 될 때 며칠씩 따로 시간을 내어 인근에서 적절한 물품을 사 필요한 난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다 현지에서 물품보다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학교 세우기’에 집중하여, 2019년에는 시리아 쿠부리 지역 난민 캠프 근처에 9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등학교를 설립하기에 이른다.‘과연 그들은 무슬림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만나 본 적이 있을까?’-혐오와 협박을 쏟아냈던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한국 사회에 잘 적응해서, 시리아를 돕는 뜻깊은 일까지 하면서 훌륭하게 지내는 것 같은 와합마저도 온갖 악플과 위협에 시달리며 지낸다. 와합의 SNS에 “한국에서 떠나지 않으면 죽이러 가겠다”는 내용의 살벌한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길에서 “테러리스트 아니냐”, “너희 같은 애들 때문에 정부가 쓸데없는 데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 적도 여러 번 있다.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대거 들어왔던 2018년은 우리 사회에 무슬림과 난민에 대한 반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다. 신분이 노출된 난민들에게 섬뜩한 혐오의 메시지와 협박이 마구 쏟아져서 인권 단체들이 난민 혐오 범죄 대응단을 따로 꾸릴 정도였다. ‘와합은 주변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가족 같은 친구들이라도 있지만 아는 이도 없이 이런 혐오와 협박에 노출되는 이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저자의 걱정은 한층 확장되어 갔다. 무슬림은 강간범이고 이들이 들어오면 대한민국 여성들이 위험해질 거라는 주장을 보면서는,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과연 무슬림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만나 본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의 집필이 더욱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만난 무슬림 친구 압둘와합을 잘 소개하면 이들의 마음도 열릴 거라 믿기에. 시리아,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나라-압둘와합이 들려주는 시리아의 역사·문화·정치《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압둘와합이 들려주는 시리아 이야기’다. 시리아인의 시각으로 시리아의 역사·문화·정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아주 소중한 글이다. 한국에는 늘 서구의 시선으로 소개되고 있는 시리아와 중동에 대한 이야기가 못내 불편했던 압둘와합은 이번 기회를 맞아 최선을 다해 자국의 이야기를 전한다.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의 교차로에 정확히 위치한 시리아의 입지 조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지로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살고 있는 도시 다마스쿠스, 로마 제국에 기독교 전파의 싹을 틔운 시리아 출신 황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리아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이런 시리아가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스스로 서기 위해 투쟁하고, 또 독립 이후에 내부 혼란을 겪는 이야기는 한국의 현대사와도 겹치는 점이 많다.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전쟁의 복잡한 양상도 그의 설명을 듣다 보면 조금씩 이해가 간다. 늘 이웃 가게를 배려하는 시리아 상인들의 독특한 문화는 읽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든다.저자는 책 머리에서 “이 책을 읽고 시리아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가, 더 나아가 평화를 향한 꿈을 함께 꾸는 와합의 친구가 한 명이라도 더 늘면 좋겠”다고 말한다.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가 공존하는 삶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 독자들의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란다.압둘와합은 누구인가요?압둘와합 알무함마드 아가(Abdulwahab Almohammad Agha). 대학원 박사 과정 학생이자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시리아에서는 다마스쿠스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전액 장학금이 보장된 프랑스 대신 국교도 수립되지 않은 한국을 선택해, 한국에 온 시리아인 유학생 1호가 되었다. 한국과 시리아를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상법을 공부하며 ‘아랍 법(이슬람법 포함)과 한국 법 비교 연구’를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그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평화로운 시리아로 돌아가 집 앞 맑은 유프라테스강에 발을 담그고 꿀같이 단 수박을 먹으며 한국에서 시리아를 사랑해 주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시리아 구호 인권 단체 헬프시리아가 궁금하다면?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helpsyriaplease블로그 https://blog.naver.com/helpsy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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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커버이미지)
    [사회]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 하미나 (지은이)
    • 동아시아
    • 2022-02-24

    질병과 낙인 너머,공동의 우울에 관한 가장 치열하고 다정한 탐구불안과 우울의 파편을 모아 2030 여성들의 언어로 ‘우울증’을 다시 쓰다2003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은 2017년 단 한 해를 제외하고는 줄곧 OECD 국가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우울증’은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꾸준히 사회문제로 호명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정신질환을 진단받는 2~30대 여성이 많아지고,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다.정신과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당사자들의 수기가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질병을 제거하거나 부정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질병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하미나 작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모든 질병 서사는 그 자체로 귀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든 우울이 자꾸 한 사람의 경험으로만 비춰질 때,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우울증이 개인의 고통으로만 비칠 때, 그에 대한 해석은 개인의 환경과 특성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2~30대 여성들은 대체 왜 우울할까? 저자는 ‘제2형 양극성장애’(조울증)를 진단받은 당사자로서, 우울증을 앓는 2~3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 우울증을 둘러싼 여러 질문에 당사자의 이야기로 직접 답하고자 한다. 조울증을 진단받고 살아가며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정신과에서 겪었던 어딘가 불편한 경험들, 여성 운동 단체 ‘페미당당’에서 활동하며 마주한 여성을 향한 폭력과 그에 맞서 싸우다 자주 분노하고 무력해지고 우울해졌던 순간들, ‘우울증 측정 도구’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며 공부했던 정신의학 지식들, 그리고 31명의 인터뷰이를 만나 긴밀히 소통하여 그러모은 이야기들. 2년에 걸쳐 진행한 이 모든 작업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고통을 당사자들의 언어로 다시 정의해 나간다. 파편화된 우울의 조각을 공동의 경험으로 복원하여 우울증을 공론화할 수 있는 사회적 장을 마련하고, 보다 평등한 관점에서 우울증을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앤 보이어는 “질병의 역사는 의학의 역사가 아니라 세상의 역사다”라고 말했다. 하미나 작가는 의학적 질병과 사회적 낙인 너머, 여성의 고통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 여성들이 증언해 준 고통과 폭력의 역사를 옹호하기 위해 치열하고 사려 깊게 풀어낸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김희경의 추천의 글처럼 “고통을 이해하는 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여성의 우울은 어떻게 ‘질병’이 되었나?세상은 누구의 고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우리는 우선 자신의 고통부터 믿어야 한다”‘우울증에 걸린 여성’은 오랫동안 일방적인 치료와 분석의 대상이었다. 하미나 작가는 이 오랜 일방통행의 관계에 반기를 들고, ‘우울증에 걸린 여성’으로서 ‘우울증’이라는 거대한 의학 지식이 만들어져 온 역사를 파헤친다. 모든 지식이 그러하듯,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의학 역시 특정한 사회적 맥락 안에서 만들어지고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우울증과 자주 동반하여 나타나는 신체형 장애의 뿌리인 ‘히스테리아’를 다시 검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성 환자들이 대다수였던 ‘히스테리아’라는 병명의 어원은 ‘자궁’이다. 고대 이집트 고문서에서는 “마비 증세를 보이며 신체질환을 호소하거나 그 원인을 찾지 못하는 여성의 질병”을 “자궁의 굶주림”으로 진단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의 문을 연 장 마르탱 샤르코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시 히스테리아의 원인을 탐구했지만, 그들에게 여성 환자는 연구를 위한 ‘재료’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은 여자들의 고통을 ‘믿지 않았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의 1부는 정신의학의 역사에서 출발해 우울증을 진단·측정·치료하는 시스템에는 자본, 전문가 집단, 지식의 생산자였던 백인·남성들의 고정관념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는 것을 차례차례 짚는다. 그렇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라 기대되는 현대 의학은 여성의 우울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정신의학 교과서는 여성 우울증의 원인으로 ‘호르몬’을 꼽는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호르몬 변화에 따른 월경 주기를 가지기 때문에 기분 변화도 더 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우울을 경험하는 여성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운다. 여성은 감정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취약한 존재가 되고, 의학적 설명 외에 자신의 고통을 둘러싼 배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하미나 작가는 호르몬은 충분한 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유병률이 높은 질병은 현대 의학 안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병명을 진단받지 못해 우울과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엄살로 여겨지고 침묵을 강요당한, 여전히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고통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우울증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해받지 못했던 고통에 다시금 이름을 붙이고 자리 없는 아픔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의 관점에서 누구의 아픔을 어떻게 들여다보아야 할까.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질병 당사자로서, 동시에 연구자로서 연대하며 답하고자 한 시도가 응축된 기념비적인 첫 저작이다.환자가 아닌 행위자로, 대상이 아닌 주체로우리의 경험을 지식으로 만들어 가는 시도우리 없이 우리에 대한 것은 없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속 우울증 여성 당사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고 서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하미나 작가는 당사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질병을 받아들이고 회복해 나가는지를 조명한다. 여성들은 의학적 자원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자기 몸의 전문가로서 치료에 참여한다. 이 책은 가장 대중적인 약물 치료부터 종교, 무속신앙, 정신분석학에 기반한 상담 치료 등 인터뷰이들의 다양한 치료 경험을 전하며, 우울증 연구와 치료의 ‘대상’으로만 그려졌던 여성 환자들의 주체성을 되살린다.인터뷰이들의 질병 서사가 한자리에 모일 때, 우리들 ‘사이’의 이야기가 두드러진다. 저자는 “우리의 고통을 해석할 자원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우리에 의해서 다시 쓰이고 말해지고 발견되어야 한다”라는 말에서 출발해, 그간 진료실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한국 사회에서 2~30대 여성들이 우울을 겪게 되는 배경을 구조적으로 짚어 나간다. 2부에서는 당사자들이 추적해 나간 우울의 원인을 〈가족〉, 〈연애〉, 〈사회〉로 나누어 소개한다. 하미나 작가가 만난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가족 제도 안에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하며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애써”왔고,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내몰려진 여자들은 당장 필요한 돌봄을 받기 위해 남성 연인을 동아줄이라 여기며 관계를 맺었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입고 고립”된 경우도 많았다. 또한, “사회가 강요하는 규범과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의 균열 사이에서 가난하고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며, 이 사회의 ‘표적’이 되어 성적인 폭력에 노출”되기도 했고, “보상이 따르지 않는 사회에서 고립감과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다.여성들이 고통을 마주해야만 했던 배경과 맥락이 유사하다면, 그것은 개개인의 사적인 서사를 넘어 보다 넓은 장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피해자가 자살한 게 아니라, 사실은 그 여자의 손을 빌려 행해진 타살”이라는 인터뷰이의 말처럼, 여성의 우울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어 왔지만 명백한 사회의 현상이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에 담긴 사회적 자원을 통해 우울증이라는 고통에 접근할 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치유와 회복이 가능해질 것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탐구하고새로운 공동체와 돌봄 관계를 발명하는이야기의 결말을 바꾸는 여자들하미나 작가는 치열하게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여자들의 이야기에서 배우자고 말한다. “일상에서 연약함을 치워버리고 골칫거리로 여기는” 사회에서, 고통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3부에서는 우울을 안고 살아가는 여자들이 어떤 고민과 어려움을 마주한 채 회복의 길에 들어서고자 고군분투하는지를 보인다.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설명하기 위한 자원을 찾고자,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아픔을 겪는 타인을 돕고자 끊임없이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 “죽음이 가장 논리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했던 시기를 지나,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혼자서 아픈 연인을 돌봐야 한다는 무게감에 짓눌리면서도, 돌봄의 현장에 머물며 여러 선택 앞에서 흔들릴지언정 도망치지 않는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중증 우울증에 시달리는 연인을 돌보며 그가 자신의 고통을 조금 더 다양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내고, 보살핌이 통제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를 돌본다. 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도울 수 있을까?(〈7장. 자살〉) 기꺼이 자신과 타인을 돌보는 일은 어떻게 하면 가능해질까?(〈8장. 돌봄〉), 과거의 상처를 묵인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나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9장. 회복〉) 하미나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위와 같은 질문을 덧대고 답하며, 자기 삶의 결말을 바꾸어 가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지식으로 만들어 간다.이 책은 우울증에 관한 사회적·과학적 자원을 제공하여 우울증 당사자들이 ‘의사-환자’라는 전통적인 관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 많은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우리 사회가 그 이야기의 옹호자가 될 때, 고통을 이해하는 보다 평등한 관점이 세워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연구자가 연구실에서 써 내려간 보고서가 아니며, 환자 개개인의 경험을 담은 수기 또한 아니다. 우울의 조각을 연결하여 찾아낸 가장 적확한 언어로 우울증을 탐구하는 이 책은, 질병 이후의 삶을 함께 일궈나가기 위한 뜨거운 선언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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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고 싶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커버이미지)
    [사회]죽고 싶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 유규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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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24

    10명 중 1명꼴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청소년들SNS에서 자살 신호를 포착해 그 원인을 제거하라!위기 감지 및 구조에서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청소년 자해 및 자살 방지를 위한 실천 매뉴얼</B>청소년의 자해와 자살. 듣기만 해도 가슴 아픈 말이다. 꿈과 희망으로 가슴 뛰어야 할 시기, 오죽 힘들고 답답했으면 계속 살아갈 용기마저 잃어버리게 되었을까.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서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10.17%가 최근 2주 이내 자해나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은 전국의 만 13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들이었다. 열 명 중 한 명꼴이라는 수치도 놀랍지만, 더욱 충격적이게도 그 연령대조차 낮아지고 있는 듯하다. 이 사회는 어떻게 그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까.바로 그 일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SNS자살예방감시단 유규진 단장이 이 책에서 자신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저자는 청소년들이 개인 SNS에 올린 글, 그림, 사진, 영상 속에 보이는 자살 암시에 주목한다. 그 속에서 청소년의 심리 상태를 파악해, 위험 수준에 처해 있는 경우 구조 작업에 착수하는 일을 해 온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청소년이 자살을 결심한 이유를 제거해 주기 위한 사후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이 제시하는 청소년 자살 예방법의 새로운 패러다임, ‘감시방법론’이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청소년들의 자해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자해는 자살로 이어지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 책은 저자가 실제로 접해 온 자살 암시예시들과, 그에 대한 대처의 기록이다. 2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자 애써 온 저자의 이 책이, 청소년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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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 - 교제살인, 그 108명의 죽음 (커버이미지)
    [사회]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 - 교제살인, 그 108명의 죽음
    • 이주연, 이정환 (지은이)
    • 오마이북
    • 2022-02-24

    사귀던 남자에게 오늘도…안전하다고 믿었을 그 공간에서… 여자들이 죽고 있다1362페이지에 달하는 108건의 판결문, 그리고 108명의 지워진 여자들…‘데이트폭력’이라는 말로는 이 고통과 죽음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이것은 ‘교제살인’이며 사회적으로 막아내야 하는 죽음이다■ 한국판 페미사이드 보고서: 교제살인, 그 108명의 죽음</B>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서로 사귀다가 상대를 죽인 사건’의 판결문 108건을 분석했다. 1362페이지의 판결문에는 ‘교제살인’으로 목숨을 잃은 108명의 여성이 있었다. 사귀던 남자에게,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을 공간에서 최소한 열흘에 한 명이 그렇게 죽고 있었다. 막을 수 있었던 ‘살인의 전조’와 그녀들이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이 판결문 곳곳에 흔적을 드리우고 있었다. 하지만 가해 남성들은 자신을 변명하며 형을 낮췄고,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는 사라져버렸다.대부분의 교제살인은 갑자기 일어난 비극이 아니었다. ‘애인’이라는 남자들은 수시로 그녀들의 삶을 폭력으로 짓밟았다. 물론 단 한 번의 폭력으로 죽음에 이른 사건도 있다. 그렇기에 데이트폭력은 그 자체로 교제살인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교제살인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데이트폭력’이라는 말로는 이 모든 고통과 죽음을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은 ‘교제살인’이며 ‘사회적으로 막아내야 하는 죽음’이다. 이것은 ‘그 남자’와 헤어지려고 애쓴 여자의 책임이 아니다. 책임은 이 사회에 있다. 그래서 이 책 《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는 피해여성 ‘108명’이라는 숫자와 그 이면에 대해, ‘데이트’라는 단어에 가려진 ‘살인의 전조’에 대해, 여성들이 느꼈을 공포에 대해, 우리 사회의 직무유기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재판에 대해, 지자체·양형위원회·국회가 무엇을 바꿔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단 한 명의 여성이라도 더 생존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어떤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서 죽임을 당한 것일까? 왜 끊임없이 데이트폭력으로 여성이 사망하고 있는 것일까? 여자친구를 죽인 그 남자들의 변명은 무엇이었을까? 이 죽음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오마이뉴스 독립편집부 이주연, 이정환 두 기자는 이러한 의문을 갖고 취재에 돌입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여성이 51명이라는 경찰의 공식 통계가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직접 판결문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에 들어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치의 판결문을 검색했다. ‘교제’ ‘연인’ ‘살해’ ‘데이트폭력’ ‘동거’ ‘사실혼’ 등 101개의 검색 키워드를 조합했다. 그 결과, ‘교제’라고 볼 수 있는 명확한 정황이 담긴 108건의 판결문을 찾아낼 수 있었다.108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3년 동안 108일에 교제살인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최소한 열흘마다 한 명의 여성이 죽임을 당한 것이다.108건의 판결문을 출력하니 모두 1362페이지에 달했다. 판결문에는 사귀던 남자에게,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을 공간에서, 오로지 남성의 물리력으로, 목격자도 없이 세상에서 지워진 여성들이 있었다. 68명의 여성이 자신의 집 또는 남자친구의 집에서 살해당했다. 95명의 여성이 단 둘이 있을 때 죽임을 당했다. 30명의 여성이 사귀던 남자에게 목 졸려 죽었고, 23명의 여성이 폭행으로 맞아 죽었다. 이 모든 죽음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피해자 108명 모두 지극히 사소한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술을 그만 마시라고 했다고, 술에 취했다고, 돈을 아껴 쓰라고 했다고, 돈을 아껴 쓰지 않는다고 죽을 때까지 얻어맞았다. 다른 남자에게 양파를 줬다가 사망한 여성도 있었다. 가해 남성들은 재판에서 친밀한 관계에서의 의심 또는 집착, 그리고 순간의 격분을 이유로 내세우며 자신을 변호했다. 그런데 판결문에 숱하게 등장하는 문장이 있었다. “피해자가 헤어지겠다는 의사를 밝히자……”그녀들은 헤어지고 싶었을 뿐이다. 지독한 집착, 의심,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그 남자는 어김없이 다시 돌아왔다. 헤어지자고 말한 대가는 끔찍했다. 그 남자를 피해 도망갈 곳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밀실’에서, ‘괴한’으로 돌변한 남자에게,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이 책의 저자들은 살인의 전조가 뚜렷이 드러난 가해자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것은 공권력의 책임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폭력과 살인의 위험에 명백하게 노출된 피해자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공권력이 인지한 살인의 전조, 여기에 노출된 여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이 책의 목소리에 우리 사회는 제대로 응답해야 한다. <교제살인> 특별기획은 2020년 11월~12월 19차례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보도되었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데이트폭력’이 아닌 ‘교제살인’으로 명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보도 이후 권인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교제폭력 범죄의 경우에도 임시 조치 등을 통해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이주연, 이정환 두 기자는 <교제살인> 특별기획으로 인권보도상과 엠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교제살인 판결문 108건을 분석해 교제폭력에 둔감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고, ‘데이트’라는 낭만적 단어 속에 숨어 있는 폭력의 참혹한 실상을 조명했다”, “교제살인의 실태와 양형, 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입법·사법·행정 분야의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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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커버이미지)
    [사회]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 라우라 비스뵈크 (지은이), 장혜경 (옮긴이)
    • 심플라이프
    • 2021-03-03

    신념, 상식, 취향이라고 믿었던 것이 차별이라면?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 차별과 멸시의 순간들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상식도 개념도 없는 멍청이일까? 난민과 이민자는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범죄자일까? 매일 출퇴근하며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는 직장인은 비루한 월급의 노예인가? 우리 생각은 옳은데 저 소수의 ‘멍충이’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사회는 점점 흉악해지고, 안전은 위협받고,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마저 놓친 건 아닐까? <내 안의 차별주의자>는 이런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와 사회를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 유럽에서 주목받는 젊은 사회학자의 목소리를 뜨겁게 담아낸 이 책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내재된 독선과 멸시의 시선을 들여다보고, 나와 다르게 살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재고하게 하는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유기농 음식을 먹고,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도 차별적 행동이라면 인정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을 읽어보면 우리가 가진 신념, 철학, 행동이 사회적 구조와 맞물려 어떻게 차별로 변질되는지 적나라하게 목도할 수 있다. 대학에서 사회 불평등을 꾸준히 연구하고 그중에서도 성평등과 소수자의 삶에 귀 기울여온 저자는 우리가 먹고 일하고 즐기는 일상 곳곳에서 ‘나’와 ‘타인’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다름을 어떻게 조롱하고 무시하는지, 이런 경계 짓기와 멸시의 시선들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차별을 공고히 하는지 다양한 사례와 사회학적 이론, 위트 넘치는 문체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낳은 차별과 소외의 장면들소속, 직업, 성별, 빈부차, 취향, 정치성향 등 8가지 주제로 살펴본 독선과 배제의 작동원리 ‘사회악’ ‘기생충’ ‘성차별주의자’ ‘수구꼴통’ ‘페미니스트’ ‘정규직, 비정규직’ ‘갑질’ ‘꼰대’ ‘진보, 보수’ ‘다문화가정’ 등 우리는 전례 없이 라벨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라벨링은 나와 너, 우리와 저들을 가장 손쉽게 경계 짓는 배제와 멸시의 일종으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꼬리표를 붙임으로써 선을 긋고 혐오의 시선을 보내거나 조용히 경멸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저자는 나와 다른 그룹, 나와 다른 생각과 입장, 성별, 연령, 계층, 종교, 국적에 따라 끊임없이 경계를 긋고 니 편, 내 편을 나누려고 하는 심리,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라벨링의 모순과 고정관념의 폐해, 혐오와 멸시의 메커니즘을 다양한 시선, 층위를 통해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나는 좀 달라’라는 생각 속에 숨겨진 조롱과 차별의 눈을 예리하게 포착해냈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냐” “나는 저런 꼰대처럼은 안 살 거야”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나는 환경을 생각해 유기농만 먹어” 등 나를 드러내는 평범한 말 속에는 타인과 끊임없이 달라 보이고 싶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욕망이 숨겨져 있으며 이 우월감이 새로운 방식의 차별을 생산, 확대하고 있다고 경계한다. SNS에 올리는 댓글 하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 하나에서도 무엇을 먹고 쓰는가, 누구와 친해지고 싶은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가,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가 등이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자신의 소속, 신분과 취향을 드러냄으로써 내 편과 니 편을 공고히 하고 다른 편을 비하하거나 은근히 외면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로써 우리가 ‘다름’과 ‘존중’ ‘대화’가 들어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소비 행동은 신분의 상징이 되고, 직업은 정체성이 되며, 정치적 다름은 적개심이 된 시대, 이 책은 내 안의 차별적 시선과 사고의 모순을 좇아가며 평등의 의미, 소통의 방식, 공생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무엇으로 1류와 3류를 규정하는가다른 생각을 갖고,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 책은 소속 범주로서의 ‘우리’가 직업, 소속, 성별, 빈부 격차, 소비취향, 관심사, 범죄, 정치 영역에서 어떤 구조를 띠는지, 또 그 안에서 ‘남들’을 바라보는 독선적 시선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핀다. 총 8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일’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해, 그럼 성공할 수 있어”라는 말이 어떻게 폭력이 되는지, 또 ‘자아실현’이라는 이름으로 열정을 강요하는 사회 이면에 복지나 임금이 어떻게 소외되는지 살핀다. 또 육체노동자와 정신노동자가 서로를 어떻게 폄하하는지, 이런 분열은 어디서 왔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본다. 2부 ‘성’에서는 “올해의 여성상 감이야” ‘워킹맘’ 등의 일상적 표현에 담긴 여성 차별적 시선과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남성 역할을 살펴보고 남녀 불평등의 구조와 고정관념, 여전히 지속되는 다양한 범주의 남녀 불평등을 분석한다. 3부 ‘이주’에서는 이민자 담론이 어떻게 불평등을 부추기는지, 소속과 신분에 따른 적대감의 정체를 파악한다. 4부 ‘빈부 격차’에서는 빈부 격차로 생기는 취업과 실업의 악순환과 그 사이에서 실업자가 어떻게 사회 기생충이 되는지 알아보고, 기업가 마인드가 어떻게 노동 시장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지 살핀다. 5부 ‘범죄’에서는 좀도둑만 잡고 큰 도둑은 놓아주는 사법 불평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폭력 이면의 부조리를 분석한다. 6부 ‘소비’에서는 상품을 이용한 다양한 신분 과시 형태와 윤리적 소비가 신분의식이 되어버린 현실을 살핀다. 7부 ‘관심’에서는 ‘팔로워’와 ‘좋아요’에 갇힌 디지털 자아의 문제점과 이로써 생겨나는 다양한 현상을 분석한다. 8부 ‘정치’에서는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무조건 적으로 돌리는 사회적 병폐와 서로를 깎아내리며 병리화하는 유권자들의 태도를 분석한다.이해와 배려, 상생의 길을 찾는 책 이 책은 평범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의 차별적 시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역으로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모두가 불평등을 조장하거나 방조하는 일원이 될 수도 있음도 상기시켜준다. 우리가 지금까지 ‘저들’이라고 불렀던 사람이 어느날 곧 내가 될 수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묻고 있다. 내가 누리는 평화와 안위가 ‘저들’이라고 손가락질했던 사람들의 희생을 딛고 서 있음을 깨닫게 하고, 남에게 향하는 엄격한 시선을 자신에게 돌려보는 기회를 제공하며, 배제와 혐오가 아닌 존중과 공생의 길로 나아가는 단초를 제공한다. 청소년은 물론 사회 지식인과 교양 계급, 성숙한 시민으로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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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커버이미지)
    [사회]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 악셀 하케 (지은이), 장윤경 (옮긴이)
    • 쌤앤파커스
    • 2021-03-03

    “모두가 힘든 시기에 우리는 결국 각자도생을 택할 수밖에 없는가?”공존을 위한 포용과 연대, ‘품위 있는 삶’에 대한 고민★★ 출간 직후 쏟아진 언론의 호평 ★★막말과 갑질, 혐오와 차별은 우리 모두 고민할 문제임을 일깨운다. - KBS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치려 하지 않고,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돌아보도록 하는 책. - SBS무례함으로 가득한 세상 속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고민과 대안. - 《조선일보》타인에 대한 인정과 배려, 호의와 친절이 바로 우리가 갖춰야 할 ‘품위’이다. - 연합뉴스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에서 ‘품위’의 회복을 외치는 책. - 《매일경제신문》사회의 불합리를 ‘품위’라는 가치로 풀어낸 미덕이 돋보인다. - 《서울경제신문》무례함이 소용돌이치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반성. - 《서울신문》코로나 19, 경비원에 대한 갑질… 일련의 사건 속에 공동체의 연대를 고민하게 한다. - 《영남일보》2017년 제74회 골든 글로브 평생 공로상 수상자로 배우 메릴 스트립이 호명되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무례함은 무례함을 불러일으키고,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며 선거 유세 중 대중 앞에서 장애인 기자를 조롱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수자를 향한 왜곡된 태도를 비판했다.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에서는 무례한 말과 태도가 광란의 소용돌이처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명함과는 거리가 먼 특정 저명인사의 경솔한 행동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관계에서 겪는 문제가 되었다. 과연 우리는 인류가 쌓아온 문명이 허물어지는 현상을 바라보며 불안과 위기감 속에 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각자도생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은 지금 우리가 반드시 회복해야 할 가치로 ‘품위’를 말하며 혼란과 무례함으로 가득한 지금과 같은 시대에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찾아간다. 이 책은 유럽 전역에서 사랑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악셀 하케가 친구와의 일상적인 대화 속에 품위란 무엇인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이상적인 지점은 어디인지 다룬다. 악셀 하케는 역사 속 인물들이 남긴 품위와 관련한 철학적 사유, 문학 작품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 인터넷의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통해 우리가 어쩌다 차별과 배제, 혐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게 되었는지 변론하면서 ‘품위 있는 삶’을 회복할 방법을 고민하도록 이끈다.이해할 수 없는 천박함으로 가득한 현대 사회…그럼에도 우리는 품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누구나 ‘품위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큰 칭찬으로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품위’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치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어렴풋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은 품위라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예절, 매너, 에티켓과 같은 생활 속 예절을 떠올릴 것이다. 독일의 작가 아돌프 크니게는 시민 계급이 성장하며 새로운 계급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18세기 후반, 식사 예절과 옷차림 등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현재 일반적으로 공유되는 일반적인 매너 혹은 에티켓은 크니게의 책이 초석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셀 하케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며 크니게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에 주목한다.“여기서 언급된 인간관계의 법칙은 단순히 관습적으로 몸에 밴 예의가 아니며 정치적 수단 또한 아니다. 이 법칙들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의무로 자리 잡아야 한다. 계층을 떠나 모든 인간에게는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은 바로 도덕성과 분별력을 통해 우리가 속한 체제를 든든히 유지하는 것이다.”우리 모두에게는 타인을 향한 책임이 있다는 말은 이 책이 다루는 주제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을 향해 어떤 책임을 가지고 있을까? 악셀 하케는 적어도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인정과 배려, 호의와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것이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품위라고 말한다. 품위란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모든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질서와 규범에 공감하며 살아가는 동시에 사적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이러한 결속과 분열 사이의 “중간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갈등이 일어나고, 의미 있는 삶을 꾸려나가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절규하고 있다. 이 책이 말하는 품위가 필요한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거짓과 비열함 그리고 배려 없는 언행이 성공을 앞당긴다면, 우리 사회가 이를 향해 돌진한다면 개인의 일상은 어떻게 될까? 인간의 품위에 해당하는 모든 규칙을 공공연히 어김으로써 사회적·경제적 성공이 실현된다면 사회의 각 구성원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이러한 상황에서도 품위를 지키며 삶을 꾸려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내 앞을 가로막는 모든 사람들을 증오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쉽고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직 자신만을 위한 판단을 내릴 자유 대신, 타인을 중심에 놓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삶의 일부분을 내어줄 자유를 선택하는 것이 공존과 공생을 실현할 진정한 품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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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금 눈물 - 난민들의 경유지, 람페두사섬의 의사가 전하는 고통과 희망 (커버이미지)
    [사회]소금 눈물 - 난민들의 경유지, 람페두사섬의 의사가 전하는 고통과 희망
    • 피에트로 바르톨로, 리디아 틸로타 (지은이), 이세욱 (옮긴이)
    • 한뼘책방
    • 2021-03-03

    많은 책을 옮겼지만, 이토록 찡한 감동을 느끼며 일한 적은 없었으리라. - 이세욱(옮긴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슬로베니아,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폴란드, 중국, 대만,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 번역된 화제의 책!#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화염의 바다」의 주인공 피에트로 바르톨로의 감동적 에세이!난민 문제의 최전선, 람페두사에서 헌신하는 의사의 감동적 이야기피에트로 바르톨로는 25년 넘게 난민들을 환대하고 도왔으며, 무엇보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왔다. 끔찍한 폭력을 당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청년, 원치 않는 임신 때문에 목숨을 버리려 했던 여자, 가족의 운명을 짊어지고 홀로 길을 나선 소년, 그리고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고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 그 이야기에는 고통과 희망이 가득하다.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화염의 바다」의 주인공 바르톨로가 난민들을 위해 분투하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난민들은 왜 람페두사로 올까?람페두사는 지중해에 떠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이탈리아 영토의 최남단에 있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의 마라도와 비슷하고, 그 크기로 보자면 흑산도와 비슷하다. 그 작은 섬이 금세기 들어서면서 무수한 난민이 목숨을 걸고 상륙하고자 하는 땅이 되었다. 그것은 이 섬의 위치 때문이다. 시칠리아 남서 해안에서 205킬로미터쯤 떨어진 이탈리아 영토지만, 튀니지 동북부 해안에서 113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면 유럽보다는 아프리카에 가깝다. 전쟁이나 가난을 피해 아프리카를 떠나고 싶지만 그저 배를 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람페두사는 유럽을 향하는 길목에 있는 ‘중간 경유지’이다. 특히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2010년 말에 시작된 ‘아랍의 봄’이라는 시위운동이 민주화 정부 수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는 난민이 급증했다. - 난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의사난민들이 탄 배가 항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그들을 맞이하러 가는 이가 피에트로 바르톨로이다. 그는 난민들의 건강을 살피고, 의료 지원을 제공한다. 바르톨로는 25년 넘게 난민들을 환대하고 도왔으며, 무엇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왔다. 끔찍한 폭력을 당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청년, 원치 않는 임신 때문에 차라리 목숨을 버리려 했던 여자, 가족의 운명을 짊어지고 홀로 길을 나선 소년, 그리고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고 끝내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 그 이야기에는 고통과 희망이 가득하다. 여기에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과 고향을 위해 분투하는 바르톨로의 개인사가 교차하며 펼쳐지는 가운데, 우리와 난민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우리가 왜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절절히 느끼게 한다.- 람페두사 이야기가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거머쥐다세계적인 영화감독 잔프랑코 로시가 어느 날 바르톨로의 진료실을 찾는다. 바르톨로는 람페두사와 난민들의 이야기를 세계에 전할 수 있는 기회임을 알아채고, 로시 감독에게 그가 25년 동안 모은 자료를 건넨다. 로시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삼고 바르톨로를 중요한 장면들에 등장시켜 「화염의 바다」를 만들었다. 람페두사 섬사람들의 삶과 난민들의 고난을 함께 다룬 이 영화는 2016년 베를린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최초의 수상이었다. 로시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을 따뜻하게 난민을 맞이하는 모든 람페두사 사람들에게 바칩니다”라며 기쁨을 나누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 2013년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첫 방문지로 람페두사를 선택했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는 수많은 난민들에게 무관심한 국제사회를 비판하고, 양심을 일깨우기 위한 목적이었다. 교황은 난민들을 지속적으로 돕고 있는 람페두사 주민들과 봉사자들, 구조 요원들을 격려하고 감사를 표하는 한편, 인류애를 발휘하여 난민들을 도울 것을 호소했다. “무관심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익숙해져왔습니다. ‘나하고는 상관없어.’ 이 세상의 누구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형제자매들이 흘리는 피는 누구의 책임입니까? 지중해 바닷가로 떠밀려오는 난민들은요? ‘난 관계없는 일이야.’ ‘다른 사람의 일이겠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모두의 잘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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