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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 팀 오브라이언 (지은이), 이승학 (옮긴이)
    • 섬과달
    • 2021-03-03

    <뉴욕 타임스> ‘20세기의 책’아마존 ‘평생의 필독서 100선’1991년 퓰리처상 결선1990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결선1990년 <시카고 트리뷴> 하트랜드상(Heartland Prize)1990년 프랑스 최우수외국도서상(Prix du Meilleur Livre ?tranger)베트남전쟁을 직접 겪은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전쟁이 지나간 뒤의 기억과 글쓰기와 위로문학과 영화 할 것 없이 전쟁은 사랑 못지않게 예술에서 끝없이 되풀이되는 소재지만, 베트남전쟁에 대해서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피해자 담론 외에 손쉬운 접근이 없다. 몇 세기 전의 일처럼 사그라든 냉전의 유산인 데다 처음부터 잘못된 전쟁으로 낙인찍혔고 그만큼 기억할 이유보다 잊을 이유가 더 큰 사건인 탓이다. 그 결과 기억의 짐을 떠안은 건 피해자들 아니면 마지못해 전쟁을 치러야 했던 말단 수행자들이었고, 그들 중에는 1973년 베트남전쟁 보병의 일상을 담은 산문 『내가 전장에서 죽으면』으로 극찬 속에 데뷔해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베트남전쟁에 관여된 작품 쓰기에 매달려야 했던 팀 오브라이언 같은 작가가 있었다. 팀 오브라이언은 베트남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탈영병을 쫓는 한 분대의 이야기를 그린 『카차토를 쫓아서』로 1979년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이 책으로 “20세기의 절반을 마감하는 소설로 이보다 훌륭한 작품은 없다고 보았다”(<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라는 평을 이미 얻었는데, 뒷날 이 예측을 번복하게 만든 건 바로 팀 오브라이언 자신이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겪은 전쟁에 시달리느라 글로써 기억을 끊임없이 진정시켜야 했고, 결국 1990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어 머지않아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로 그때보다 더한 존경을 얻었다.“이것은 최상급의 문학작품이다. 이 책은 이런 소재에 대한 완벽한 접근법을 갖추었고 오브라이언은 굉장하고 우아한 솜씨로 그것을 부린다. 절제되었으면서도 격렬하고, 깊으면서 거칠고, 예민한 지각에 기민한 결단을 갖추었다. 이 책을 쓴 남자에게 경의를 표한다.”-<시카고 선타임스>『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책을 중요하게 다루는 거의 모든 매체의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전쟁소설을 이야기할 때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먼 메일러의 작품과 함께 꼭 언급되는 소설이다. 작가 자신의 체험과 기억이 짙게 반영된 자전소설로서 작가와 같은 이름의 주인공이 화자로 나서, 으레 전쟁소설에 기대하는 거창한 내러티브나 전투 묘사를 따르기보다는 그저 미군 보병의 일상적인 일화들을 이제는 작가가 된 자신의 사색을 더해 신중하고 사려 깊게 그린다. 매일같이 무거운 등짐을 메고 행군하는 일의 고생스러움, 징집을 피해 캐나다로 도망하려던 일, 진실한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는 법,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와 매일 하릴없이 차를 타고 호수를 도는 남자 등 참전 이전의 두려움부터 참전 이후의 공허함까지 여러 인물, 여러 입장, 여러 에피소드가 이 소설을 얼기설기 이룬다.『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각 장이 단편처럼 읽히지만 전체로서는 한 소대의 사람들 모두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장들이 서로 연작을 이루는 장편소설이다. 팀 오브라이언은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삶과 죽음, 기억과 상상, 사실과 진실, 그리고 죽은 이들을 이야기 속에 되살려내 다시 만나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어루만지는 글쓰기에 관해 “날것 같은 고백”(<월스트리트 저널>)을 들려준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1990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결선, 1991년 퓰리처상 소설 부문 결선, 아마존 에디터가 꼽은 ‘평생의 필독서 100선(100 Books to Read in a Lifetime)’, <뉴욕 타임스> ‘20세기의 책(Books of the Century)’에 올랐고, 출간 이래 30년 동안 전 세계에서 200만 부 이상 팔렸다. “신중하고 경이로운 스토리텔링. 헤밍웨이식의 선명하고 감상에 빠지지 않는 어조에다 더 다정하고 더 서정적인 묘사를 결합한 산문. (…)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책이다. 베트남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중요하다.”-<뉴욕 타임스>전투 없는 전쟁소설그들이 짊어지고 견디고 기억하는 것들“기억을 지탱하는 건, 흔히, 시작도 끝도 없는 작고 기이한 파편들이다.”-53쪽베트남전쟁이 끝난 지 20년, 마흔세 살에 이제는 작가가 되어 있는 화자(팀 오브라이언)는 파편처럼 맥락 없이 찾아드는 그때의 일들을 과장 없이, 자기 연민 없이 적어나간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머릿속을 차지하는 건 승리나 패배 따위의 거창하고 정치적인 일이 아니라 개인 단위로 벌어진 일이다. 매일같이 짊어지고 걷고 짓궂은 농담을 하고 긴장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총알이나 포탄이나 지뢰가 터져 바로 전까지 웃고 떠들던 동료가 증발해버리는 일. 거기다 군인들이 겪는 비탄, 공포, 사랑, 갈망 같은 무형의 짐뿐 아니라 때로는 트라우마를 자아낼 만큼 마음을 짓누르는 죄책감이 담백하되 마음을 어지럽히는 어조로써, 관념이 아니라 체험을 안기는 글쓰기로써 그려진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의 각 장은, 기억의 속성이 그런 것처럼, 서로 독립된 듯하지만 알게 모르게 연관된 여러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이 에피소드들이 누적되어 삶의 경이로움과 덧없음과 소중함을 끝내 장편다운 감동으로 일깨운다. 명백한 인과관계를 따르지도, 드라마처럼 극적이지도 않은 이야기가 “전쟁에 대한 최종적인 이해가 아니라 인간적인 이해”(<엔터테인먼트 위클리>)를 자극하고, 또 내밀한 고백이자 허구인 동시에 일종의 르포 같은 관찰로서 극한상황 속의 개인 혹은 무리를 차분하고 진실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땅개 또는 보졸로 불렸다. 무언가를 가지고 다닌다는 것은 이를테면 지미 크로스 중위가 마사에 대한 사랑을 구부정하게 지고서 언덕을 오르고 진창을 건너던 것처럼 그걸 짊어진다는 뜻이었다. 자동사로 쓸 때 짊어진다는 말은 걷거나 행군한다는 뜻이었지만 거기에는 자동사적인 것을 한참 넘어선 부담이 내포돼 있었다. 거의 모두가 사진을 짊어졌다. 크로스 중위는 지갑에 마사의 사진을 두 장 가지고 다녔다. 첫 번째 사진은 믿음은 안 가지만 사랑으로, 라고 서명된, 코다컬러 필름으로 찍은 스냅사진이었다. 그녀는 벽돌담에 기대어 있었다. 회색의 모호한 눈에 입술은 살짝 벌린 채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가끔씩 밤이면 크로스 중위는 그녀에게 남자 친구가 많았기 때문에, 자기가 그녀를 매우 사랑했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준 사람의 그림자가 벽돌담까지 뻗어 있는 게 보였기 때문에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 궁금했다.”-18쪽전쟁 후 20년, 마흔세 살의 작가기억을 달래는 스토리텔링“하지만 이 또한 진실이다. 이야기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나는 마흔세 살이고 이제는 작가고 지금도, 바로 여기서, 린다가 살아 있는 꿈을 계속 꾼다. 테드 라벤더도 마찬가지고 카이오와도, 커트 레몬도, 내가 죽인 야윈 청년도, 돼지우리 옆에 대자로 뻗어 있던 어느 노인도, 그리고 내가 한때 시신을 들어 트럭에 털썩 던져 넣은 다른 여러 사람도. 그들은 모두 죽었다. 하지만 이야기, 이를테면 꿈결 속에서는 죽은 이들이 웃음을 지으며 일어앉아 세상으로 돌아온다.”-259쪽『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전쟁소설인 한편 이야기하기에 관한 소설이다. 팀 오브라이언에게 이야기하기, 즉 글쓰기는 죽은 이들에 대한 추모이자 불가항력으로 궤도를 이탈해야 했던 세월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다. 그는 오래전 죽은 이들을 이야기 속에 불러냄으로써 끊임없이 재회하고, 죽음이 이별만은 아님을 말하고, 그렇게 스스로를 달랜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베트남에서 함께한 동료들뿐 아니라 전쟁 중 자기가 죽인 사람, 어린 시절 뇌종양으로 죽은 여자아이 등 여러 죽음이 교차하는데, 전쟁뿐 아니라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느닷없는 헤어짐과 그에 대한 수용을 전쟁의 경험에 빗대어, 소설이라는 이야기 형식을 통해 들려준다. 이야기는 허구일지언정 진실할 수 있고, 왜곡되어 알아볼 수 없는 것들을 기억하게 해주며, 죽음과 삶이라는 큰 문제를 좀 더 감당할 만하게 바꾸어준다고 팀 오브라이언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며 이야기한다.“마흔세 살, 전쟁은 반평생 전의 일이 되었으나 기억하는 일은 아직도 그것을 현재로 만든다. 그리고 기억하는 일은 가끔씩 이야기로 이어져 그것을 영원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야기는 지난날을 미래와 이어주려고 존재한다. 이야기는 당신이 있었던 자리에서 당신이 있는 자리로 어떻게 다다랐는지 기억나지 않는 이슥한 시간을 위해 존재한다. 이야기는 기억이 지워진, 이야기 말고는 기억할 게 없는 영원의 시간을 위해 존재한다.”-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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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뮬란 새로운 여정 (커버이미지)
    [장르문학]뮬란 새로운 여정
    • 엘리자베스 림 (지은이), 성세희 (옮긴이)
    • 라곰
    • 2021-03-03

    “역경을 이겨내고 핀 꽃이가장 아름다운 꽃이니라”디즈니에서 가장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뮬란’애니메이션 이미지와 함께 그 감동을 다시 만나다!★★★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중 가장 용감하고 주체적인 캐릭터인 뮬란이 더욱 박진감 넘치고 장대해진 지하세계로의 모험담으로 돌아왔다. 디즈니가 기획하고 엘리자베스 림이 쓴 『뮬란, 새로운 여정』은 애니메이션 「뮬란」의 명장면인 설원에서의 전투에서 만약 ‘분노한 샨유의 칼날에 뮬란이 아닌, 샹 대장이 부상을 당했다면’이라는 흥미진진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모험담에는 뮬란을 비롯한 샹 대장, 아버지 파주, 훈족의 장군 샨유 등 우리가 사랑한 애니메이션 「뮬란」의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일중독자인 염라대왕, 또 다른 여성 전사인 멩포, 리 가문의 수호신 쉬쉬 등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여 「뮬란」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또한 소설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50여 컷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이미지들은 이야기에 더욱 생동감을 불어넣고,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보장한다. 애니메이션 「뮬란」을 잊지 못하고 가슴에 새긴 독자들에게 더욱 강력해진 여성 전사로서 화려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돌아온 뮬란. 그녀는 왕자나 영웅에게 구원받는 다른 디즈니 공주들과는 달리 위기에 빠진 전우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모험에 뛰어들고 끝내 사랑까지 쟁취하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구현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뮬란,전사의 심장을 가진 뮬란은 샹을 구해낼 수 있을까!디즈니가 탄생시킨 또 한 편의 위대한 드라마!★★★★★ 「뮬란」 애니메이션의 위대한 확장판★★★★★ 캐릭터 하나하나에 대한 내면 묘사가 황홀하다.★★★★★ 잘 쓰인, 흥미롭고 매력적인 소설!1998년 개봉해 전 세계에서 3억 달러의 흥행 성적을 올린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은 1990년대 「알라딘」,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와 함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작품이다. 중국 남북조시대의 시가인 「목란사(木蘭辭)」에 등장하는 인물 ‘뮬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뮬란」은 연로한 아버지 대신 남장을 하고 전쟁에 참여한 용감한 여성 뮬란의 이야기를 그려냄으로써 기존의 남성 의존적이고 연약한 디즈니 여성상에서 탈피해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나라를 구하는 주도적이고 영웅적인 여성 캐릭터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2020년 실사판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이런 뮬란을 새로운 각도에서 그려낸 소설 『뮬란, 새로운 여정』. 이 책에서 뮬란은 전투에서 자기 대신 칼을 맞고 동이 트면 죽을 운명에 처한 샹 대장을 구하기 위해 지하세계로 뛰어든다. 그리고 지옥을 다스리는 염라대왕과 일생일대의 내기를 하게 된다. 수백 개의 공간과 층으로 이루어진 지옥에서 샹의 영혼을 찾아 동트기 전에 탈출하지 못하면 뮬란은 영원히 지옥에 악령으로 남아 염라대왕의 포로가 되어야 한다. 뮬란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보름달은 쉼 없이 가늘어지며 새벽을 재촉하고, 뮬란 앞에는 지옥의 악령과 괴물들이 끊임없이 나타나 여정을 방해하는데….더욱 강력해진 전사의 심장을 탑재하고 이승이 아닌 저승을 누비는 뮬란. 그녀의 여정을 좇는 『뮬란, 새로운 여정』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역경을 이겨내고 핀 꽃이 가장 아름다운 꽃이니라”다. 이 시대에 뮬란처럼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하며 자신의 인생에서 꽃을 피우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는 메시지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묘미는 살짝 비틀었지만 묘하게 원작과 겹치는 대사와 장면들이다. 샹 대장과의 모험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 딸을 한없이 사랑하지만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시대상 앞에서 갈등하는 뮬란의 아버지 파주, 파 가문의 수호신 무슈와 새롭게 등장하는 리 가문의 수호신 쉬쉬까지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변주되는 대사와 장면들에서 원작의 감동을 되새기는 동시에 새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디즈니가 촘촘하게 설계한 스토리 위에 우리가 사랑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재미 그리고 감동! 또 한 편의 명불허전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이 탄생했다. 아마존 독자평 ★★★★★ 「뮬란」 애니메이션의 위대한 확장판★★★★★ 캐릭터 하나하나에 대한 내면 묘사가 황홀하다.★★★★★ 잘 쓰인, 흥미롭고 매력적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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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경; 조선을 만든 여자 1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원경; 조선을 만든 여자 1
    • 서자영
    • 낭추
    • 2021-03-03

    * 책 속으로“서로 인사합시다. 여기는 이성계 장군님의 넷째와 다섯째 아드님이신 이방간, 이방원. 이쪽은 사부님들의 제자들입니다.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입니다.”“처음 뵙겠습니다. 김한로요.”“반갑소, 나는 이직이오.”인사를 하는 사이, 사내들 사이에선 으레 그러하듯 상대를 훑어보며 가늠하는 시선들이 빠르게 오갔다. 웃으며 서로 손을 마주잡은 채 입으로는 반갑네 어쩌네 지껄이고 있지만, 실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심각하고 긴장되는 순간이 바로 이때였다.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오가느라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이게 뭐야,”숨이 넘어가게 깔깔거리는 자경의 발랄한 웃음소리 덕분에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은 긴장감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자경은 방간의 옷을 손가락질 하며 웃어댔고, 무질이 무안한 얼굴로 옆에서 제 누이를 열심히 말렸다.“어디 산에서 방금 내려왔나?”어찌나 웃었는지 눈꼬리에 눈물까지 그렁그렁 매단 자경이 방간의 가까이 다가와 그의 옷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방간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저 위에선 이리 입고 다녀?”우연히 스치듯 지나쳤어도 돌아봤을 법한, 눈에 확 띌 정도로 예쁜 계집애가 저를 대놓고 놀리는데 어느 사내가 부끄럽지 않으랴. 거기다 더 큰 문제는 자경 때문에 애써 참고 있던 다른 녀석들까지도 피식피식 웃기 시작한다는 거였다. 이 위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평생 놀림감이 될 게 분명했다. 방간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써가면서 애를 썼지만 마음이 급해서인지, 원래 잘 쓰지 않던 머리라서인지 쉽지 않았다.“위에선 이리 입습니다. 함주는 개경과 달리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추우니까요.”그때 뒤에 서 있던 방원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앞에 나서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함주처럼 척박한 곳에서 의복은 사치스럽게 몸을 꾸미기 위해 입는 것이 아니라, 몸을 보호해주기 위해 입는 것입니다. 그러니 짐승의 가죽과 짐승의 털을 이리 이용할 밖에요.”낮고 조용했지만 날카로웠다. 자경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방원을 보다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어렸을 때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구나.”예상치 못한 반응에 방원이 움찔했다.“내가 기억나지 않아?”저를 보며 빙긋 웃는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어렸을 적 말을 태워주랴, 물었던 당돌하면서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예뻤던 계집애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기에 지금의 자경에게서 그 어린 여자애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허나, 그 이야기를 즐거이 나누기엔 상황이 적절치 못했다.“왜 하대하십니까?”“뭐?”“처음 보는데, 서로 통성명도 안하고 인사도 안했는데, 어찌 아랫사람 대하듯 하대를 하시냔 말입니다. 무례하지 않습니까.”“방원아!”미간을 찌푸린 채 다다다다 쏘아대는 어투에 놀란 방간이 방원의 팔을 다급히 붙잡았다. 낯선 모습이었다. 형제간의 서열관계가 확실해서 감히 형들에게 덤빌 수 없는 분위기임에도 방간이 때로 형들에게 뻗대기도 하고 대거리하기도 하는 반면, 방원은 제법 억울한 일이 있어도 아주 분한 얼굴로 돌아서거나 서러워서 울지언정 이리 따박따박 따진 적은 없었다. 공부를 가르치던 스승들이 방원의 입이 제법 맵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제가 아는 방원은 처음 보는 상대에게 심지어 여자에게 이럴 성격은 아니었다. 거기다 낯가림이 있어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방원이 아니었던가.“나는 이 집 셋째 딸 민자경이다. 너는 이성계 장군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 아니냐? 우린 몇 해 전 어렸을 때 만난 적이 있어 반가워서 아는 체를 한 건데 그게 그리 기분이 나빠? 그리고 내가 너보다 두 살이 많으니 하대를 하는 게 당연하지, 그럼 두 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존대를 하랴?”“두 살이 어린 제게만 하대를 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제 형님에게도 처음 보자마자 하대를 하지 않았습니까?”“아니, 나는 괜찮다.”방간이 급히 나서서 손을 내저었다.“보아하니 또래인 거 같은데, 서로 하대하는 게 편하지, 뭐.”“형님!”발끈한 방원이 원망스럽게 방간을 노려보았다.“그렇잖냐. 앞으로 계속 볼 사이인데 불편하게 뭔 존대야.”방간을 노려보다 이를 악문 방원이 몸을 돌렸다.“형님은 그렇다 해도 저는 싫습니다.”우습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공부를 하러 온 것이지 시답잖게 어울리며 쓸데없는 짓을 하러 온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울리지 못한다고 해서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눈앞에 서 있는 이 계집애에겐 더더욱 그리 보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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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경; 조선을 만든 여자 2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원경; 조선을 만든 여자 2
    • 서자영
    • 낭추
    • 2021-03-03

    * 책 속으로“서로 인사합시다. 여기는 이성계 장군님의 넷째와 다섯째 아드님이신 이방간, 이방원. 이쪽은 사부님들의 제자들입니다.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입니다.”“처음 뵙겠습니다. 김한로요.”“반갑소, 나는 이직이오.”인사를 하는 사이, 사내들 사이에선 으레 그러하듯 상대를 훑어보며 가늠하는 시선들이 빠르게 오갔다. 웃으며 서로 손을 마주잡은 채 입으로는 반갑네 어쩌네 지껄이고 있지만, 실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심각하고 긴장되는 순간이 바로 이때였다.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오가느라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이게 뭐야,”숨이 넘어가게 깔깔거리는 자경의 발랄한 웃음소리 덕분에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은 긴장감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자경은 방간의 옷을 손가락질 하며 웃어댔고, 무질이 무안한 얼굴로 옆에서 제 누이를 열심히 말렸다.“어디 산에서 방금 내려왔나?”어찌나 웃었는지 눈꼬리에 눈물까지 그렁그렁 매단 자경이 방간의 가까이 다가와 그의 옷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방간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저 위에선 이리 입고 다녀?”우연히 스치듯 지나쳤어도 돌아봤을 법한, 눈에 확 띌 정도로 예쁜 계집애가 저를 대놓고 놀리는데 어느 사내가 부끄럽지 않으랴. 거기다 더 큰 문제는 자경 때문에 애써 참고 있던 다른 녀석들까지도 피식피식 웃기 시작한다는 거였다. 이 위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평생 놀림감이 될 게 분명했다. 방간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써가면서 애를 썼지만 마음이 급해서인지, 원래 잘 쓰지 않던 머리라서인지 쉽지 않았다.“위에선 이리 입습니다. 함주는 개경과 달리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추우니까요.”그때 뒤에 서 있던 방원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앞에 나서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함주처럼 척박한 곳에서 의복은 사치스럽게 몸을 꾸미기 위해 입는 것이 아니라, 몸을 보호해주기 위해 입는 것입니다. 그러니 짐승의 가죽과 짐승의 털을 이리 이용할 밖에요.”낮고 조용했지만 날카로웠다. 자경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방원을 보다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어렸을 때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구나.”예상치 못한 반응에 방원이 움찔했다.“내가 기억나지 않아?”저를 보며 빙긋 웃는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어렸을 적 말을 태워주랴, 물었던 당돌하면서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예뻤던 계집애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기에 지금의 자경에게서 그 어린 여자애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허나, 그 이야기를 즐거이 나누기엔 상황이 적절치 못했다.“왜 하대하십니까?”“뭐?”“처음 보는데, 서로 통성명도 안하고 인사도 안했는데, 어찌 아랫사람 대하듯 하대를 하시냔 말입니다. 무례하지 않습니까.”“방원아!”미간을 찌푸린 채 다다다다 쏘아대는 어투에 놀란 방간이 방원의 팔을 다급히 붙잡았다. 낯선 모습이었다. 형제간의 서열관계가 확실해서 감히 형들에게 덤빌 수 없는 분위기임에도 방간이 때로 형들에게 뻗대기도 하고 대거리하기도 하는 반면, 방원은 제법 억울한 일이 있어도 아주 분한 얼굴로 돌아서거나 서러워서 울지언정 이리 따박따박 따진 적은 없었다. 공부를 가르치던 스승들이 방원의 입이 제법 맵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제가 아는 방원은 처음 보는 상대에게 심지어 여자에게 이럴 성격은 아니었다. 거기다 낯가림이 있어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방원이 아니었던가.“나는 이 집 셋째 딸 민자경이다. 너는 이성계 장군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 아니냐? 우린 몇 해 전 어렸을 때 만난 적이 있어 반가워서 아는 체를 한 건데 그게 그리 기분이 나빠? 그리고 내가 너보다 두 살이 많으니 하대를 하는 게 당연하지, 그럼 두 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존대를 하랴?”“두 살이 어린 제게만 하대를 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제 형님에게도 처음 보자마자 하대를 하지 않았습니까?”“아니, 나는 괜찮다.”방간이 급히 나서서 손을 내저었다.“보아하니 또래인 거 같은데, 서로 하대하는 게 편하지, 뭐.”“형님!”발끈한 방원이 원망스럽게 방간을 노려보았다.“그렇잖냐. 앞으로 계속 볼 사이인데 불편하게 뭔 존대야.”방간을 노려보다 이를 악문 방원이 몸을 돌렸다.“형님은 그렇다 해도 저는 싫습니다.”우습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공부를 하러 온 것이지 시답잖게 어울리며 쓸데없는 짓을 하러 온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울리지 못한다고 해서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눈앞에 서 있는 이 계집애에겐 더더욱 그리 보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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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쳐 : 2 경멸의 시간 - 상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위쳐 : 2 경멸의 시간 - 상
    • 안제이 사프콥스키 지음, 이지원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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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쳐 : 2 경멸의 시간 - 하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위쳐 : 2 경멸의 시간 - 하
    • 안제이 사프콥스키 지음, 이지원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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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OCALYPSE (커버이미지)
    [장르문학]APOCALYPSE
    • 박현진 지음
    • 유페이퍼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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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허 01 - 그리스도 이야기 (커버이미지)
    [장르문학]벤허 01 - 그리스도 이야기
    • 루 월리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5-11-30

    삶의 고난과 절망으로 상처 입은 영혼들을 위한 구원의 메시지 위대한 영화보다 더 뛰어난 소설,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만난다! ‘벤허’를 모르는 이는 없다. ‘벤허’ 하면 많은 이들이 성탄절 무렵이면 TV에서 늘 방영하던 영화와 그 유명한 ‘전차 경주’ 장면, 혹은 어린 시절 본 만화나 동화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정작 원작 소설인 『벤허』를 읽어본 이는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 완역본이 출간된 적이 없다. 방대한 분량도 분량이지만 로마와 유대민족의 역사, 로마제국의 식민지 시절 유대인들의 삶과 신앙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번역이 불가능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줄거리를 요약한 축약본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곁들인 책들이 출간되었을 뿐 원서를 그대로 번역한 책은 없었다. 『벤허:그리스도 이야기』는 국내 최초로 출간된 완역본이다. 원서의 내용을 빠뜨리거나 축약하지 않고 온전하게 옮긴 최초의 책이다. 손꼽히는 번역가인 안진환이 난해한 원서를 암호를 해독하듯 충실하게 번역하여 원서에 담긴 주제와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한다. 50년 동안 최다 판매 소설 자리를 지킨 미국 대중소설의 금자탑 『벤허:그리스도 이야기』를 쓴 루 월리스는 미국의 법률가이자 정치인이며, 미국의 남북전쟁을 북군의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이다. 그는 예수의 삶에 대한 가벼운 토론을 계기로 예수의 생애와 종교적 믿음을 주제로 한 방대한 소설을 쓰게 되었고, 『벤허:그리스도 이야기』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1880년에 출간된 『벤허:그리스도 이야기』는 처음에는 비평가들로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역사소설’로 폄하되어 잘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비평가들과는 달리 일반 대중은 유대인 젊은이 벤허가 겪는 파란만장한 사건들, 그리고 그러한 사건을 겪으며 벤허가 예수의 존재 의미를 깨달아가는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나가며 해가 거듭될수록 판매가 늘어났고, 10년 뒤에는 당시 정치·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던 교황 레오 13세로부터 축복을 받기도 했다. 급기야 189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으로 상연되어 흥행에 대성공하고, 이후 20여 년간 전국에서 순회공연되었다. 『벤허:그리스도 이야기』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마거릿 미첼, 1936)가 출판될 때까지 무려 50여 년 동안 미국에서 최다 판매 소설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한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수차례 연극·영화로 제작되었으며, 1959년에 상영한 《벤허》(윌리엄 와일러 감독, 찰턴 헤스턴 주연)는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을 석권했다(새로 리메이크한 영화가 2016년 9월 개봉 예정이다). 그리스도의 삶을 배경으로 인간 벤허의 고뇌를 그린 기독교 문학의 최고 고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벤허는 신임 총독이 거리에서 행군을 하는 날, 실수로 기왓장을 떨어뜨려 총독을 다치게 한다. 이 사건으로 벤허는 억울하게 반역죄를 뒤집어쓰고 친구였던 로마 귀족 메살라에 의해 갤리선의 노예로 보내진다. 평생 노예로 살아가야 할 처지였던 벤허는 우여곡절 끝에 집정관의 양자가 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메살라에게 복수한다. 그렇지만 『벤허:그리스도 이야기』는 단순히 유대인 벤허가 전차 경주를 통해 로마인 친구(이자 자신과 가족을 파멸시킨) 메살라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려낸 소설이 아니다. ‘그리스도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예수그리스도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존재 의의와 유대인들의 신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속에서 예수와 벤허가 대면하는 장면은 딱 두 번뿐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생애는 씨줄과 날줄처럼 긴밀히 연결된다. 벤허는 자신이 겪는 고난, 어머니와 여동생의 문둥병이 낫는 기적,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를 통해 참된 믿음이란 무엇인지, 구원이란 무엇인지, 구세주로서 예수는 어떤 의미가 있는 존재인지를 깨달아간다. 또한 저자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생중계를 하듯, 로마제국하 예루살렘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당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단순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대중소설을 넘어, 기독교 신앙의 뿌리를 파헤치는 종교소설이자 로마제국을 배경으로 장대한 서사가 펼쳐지는 역사소설의 전범으로서 출간된 지 13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연극, 영화, 뮤지컬, 드라마로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있다. 고대 역사와 종교라는 다소 딱딱한 소재를 다루고 있고 거의 1천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이 두꺼운 소설을 언제 다 읽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벤허의 굴곡진 인생 역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나기를, 메살라에게 통쾌한 복수를 선사하기를,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문둥병이라는 천형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술술 넘기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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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허 02 - 그리스도 이야기 (커버이미지)
    [장르문학]벤허 02 - 그리스도 이야기
    • 루 월리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5-11-30

    삶의 고난과 절망으로 상처 입은 영혼들을 위한 구원의 메시지 위대한 영화보다 더 뛰어난 소설,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만난다! ‘벤허’를 모르는 이는 없다. ‘벤허’ 하면 많은 이들이 성탄절 무렵이면 TV에서 늘 방영하던 영화와 그 유명한 ‘전차 경주’ 장면, 혹은 어린 시절 본 만화나 동화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정작 원작 소설인 『벤허』를 읽어본 이는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 완역본이 출간된 적이 없다. 방대한 분량도 분량이지만 로마와 유대민족의 역사, 로마제국의 식민지 시절 유대인들의 삶과 신앙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번역이 불가능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줄거리를 요약한 축약본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곁들인 책들이 출간되었을 뿐 원서를 그대로 번역한 책은 없었다. 『벤허:그리스도 이야기』는 국내 최초로 출간된 완역본이다. 원서의 내용을 빠뜨리거나 축약하지 않고 온전하게 옮긴 최초의 책이다. 손꼽히는 번역가인 안진환이 난해한 원서를 암호를 해독하듯 충실하게 번역하여 원서에 담긴 주제와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한다. 50년 동안 최다 판매 소설 자리를 지킨 미국 대중소설의 금자탑 『벤허:그리스도 이야기』를 쓴 루 월리스는 미국의 법률가이자 정치인이며, 미국의 남북전쟁을 북군의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이다. 그는 예수의 삶에 대한 가벼운 토론을 계기로 예수의 생애와 종교적 믿음을 주제로 한 방대한 소설을 쓰게 되었고, 『벤허:그리스도 이야기』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1880년에 출간된 『벤허:그리스도 이야기』는 처음에는 비평가들로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역사소설’로 폄하되어 잘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비평가들과는 달리 일반 대중은 유대인 젊은이 벤허가 겪는 파란만장한 사건들, 그리고 그러한 사건을 겪으며 벤허가 예수의 존재 의미를 깨달아가는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나가며 해가 거듭될수록 판매가 늘어났고, 10년 뒤에는 당시 정치·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던 교황 레오 13세로부터 축복을 받기도 했다. 급기야 189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으로 상연되어 흥행에 대성공하고, 이후 20여 년간 전국에서 순회공연되었다. 『벤허:그리스도 이야기』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마거릿 미첼, 1936)가 출판될 때까지 무려 50여 년 동안 미국에서 최다 판매 소설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한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수차례 연극·영화로 제작되었으며, 1959년에 상영한 《벤허》(윌리엄 와일러 감독, 찰턴 헤스턴 주연)는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을 석권했다(새로 리메이크한 영화가 2016년 9월 개봉 예정이다). 그리스도의 삶을 배경으로 인간 벤허의 고뇌를 그린 기독교 문학의 최고 고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벤허는 신임 총독이 거리에서 행군을 하는 날, 실수로 기왓장을 떨어뜨려 총독을 다치게 한다. 이 사건으로 벤허는 억울하게 반역죄를 뒤집어쓰고 친구였던 로마 귀족 메살라에 의해 갤리선의 노예로 보내진다. 평생 노예로 살아가야 할 처지였던 벤허는 우여곡절 끝에 집정관의 양자가 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메살라에게 복수한다. 그렇지만 『벤허:그리스도 이야기』는 단순히 유대인 벤허가 전차 경주를 통해 로마인 친구(이자 자신과 가족을 파멸시킨) 메살라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려낸 소설이 아니다. ‘그리스도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예수그리스도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존재 의의와 유대인들의 신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속에서 예수와 벤허가 대면하는 장면은 딱 두 번뿐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생애는 씨줄과 날줄처럼 긴밀히 연결된다. 벤허는 자신이 겪는 고난, 어머니와 여동생의 문둥병이 낫는 기적,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를 통해 참된 믿음이란 무엇인지, 구원이란 무엇인지, 구세주로서 예수는 어떤 의미가 있는 존재인지를 깨달아간다. 또한 저자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생중계를 하듯, 로마제국하 예루살렘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당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단순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대중소설을 넘어, 기독교 신앙의 뿌리를 파헤치는 종교소설이자 로마제국을 배경으로 장대한 서사가 펼쳐지는 역사소설의 전범으로서 출간된 지 13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연극, 영화, 뮤지컬, 드라마로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있다. 고대 역사와 종교라는 다소 딱딱한 소재를 다루고 있고 거의 1천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이 두꺼운 소설을 언제 다 읽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벤허의 굴곡진 인생 역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나기를, 메살라에게 통쾌한 복수를 선사하기를,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문둥병이라는 천형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술술 넘기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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