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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도 서점 꿈 이야기 (커버이미지)
    [문학]오후도 서점 꿈 이야기
    •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2023-12-27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적이 있다면지금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오후도 서점 이야기》《별을 잇는 손》을 이은시골 작은 서점을 둘러싼 따뜻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따뜻한 마음으로 잇세이를 품어준 오후도 서점이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 사쿠라노마치. 이 작은 마을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수만큼 신비한 일도 가득하다. 산을 가로지르는 바람이나 흐르는 강물 소리에서 이 세상 것이 아닌 존재를 느끼기도 한 잇세이. 서로 다른 이유로 마을을 찾은 이들도 잊을 수 없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과연 이 산골짜기 마을이 간직한 비밀은 무엇일까? 상처와 슬픔을 극복하며, 책을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 누군가와 함께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연결되는 마법과 같은 이야기는 어느덧 우리가 잊고 있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일본 독자 리뷰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판타지.마음의 책장에 살짝 놓아두고 싶은 한 권이다.판타지를 읽는 데 서투른 나도 차분히 그 세계에 잠길 수 있었다.친숙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섬세하고 신기한 환상기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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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리커버)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커버이미지)
    [문학]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리커버)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12-27

    “엄마, 이렇게밖에 못 해줘서 정말 미안해요.”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이들의 벼랑 끝 선택진창과 폐허에서도 한 줌 빛을 찾아내는 희망의 기술『미실』(김별아),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보헤미안 랩소디』(정재민), 『저스티스맨』(도선우),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오수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고요한) 등 매해 걸출한 장편소설을 배출해온 세계문학상, 그 열아홉 번째 수상작인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 출간되었다. 185편의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이 작품은,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두 주인공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연대하여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잔혹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다. 일곱 명의 심사위원(최원식, 강영숙, 박혜진, 은희경, 정유정, 정홍수, 하성란)은 “병든 부모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삶은 돌볼 수조차 없는 두 이웃의 비극을 그리는 이 작품은 자연주의 소설의 현대적 계승인 동시에 비관적 세계에 가하는 희망의 반격”이라며 “끔찍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보여준 이 서슬 퍼렇고 온기 나는 작품을 올해의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정하는 데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치매 어머니를 간병하는 50대 명주와 뇌졸중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준성은 잇따르는 불운과 가혹한 현실에 좌절하던 중 예기치 못한 부모의 죽음에 직면하자 그 죽음을 은폐, 유예한다. 막다른 길에서 그들이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 절박한 선택의 과정을 작가는 정교하고 치밀하게 그리며 끝내 설득력 있는 희망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모든 건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고,돌봄은 남겨진 누군가의 몫이 되지.”명주는 1년 반 전 치매가 심해진 엄마와 살기 위해 엄마의 임대아파트로 들어왔다. 이혼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발에 화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일자리도 구할 수 없어 선택한 길이었다. 100만 원 남짓한 엄마의 연금에 의지해 엄마를 간병하며 살아가던 명주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자신의 삶도 끝내려 자살을 기도하지만 실패한다. 명주는 마음을 바꿔 엄마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고 당분간 엄마의 연금으로 살기로 한다. 하지만 시신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엄마의 친구라는 진천할아버지와 이혼 후 떨어져 살던 딸 은진이 접근해오자, 매장이 시급해진다. 화상 후유증을 진통제로 달래면서 매장할 장소를 고민하던 명주는 피를 묻힌 채 복도로 뛰쳐나온 옆집 청년 준성과 마주친다.명주의 옆집에 사는 준성은 고등학교 때부터 뇌졸중과 알코올성 치매가 있는 아버지를 돌보며 사는 스물여섯 살의 청년이다. 물리치료사가 되어 병원에 근무하는 것이 꿈이지만, 매일 아버지를 운동시키고 살림에 대리운전까지 하는 그의 나날은 녹록지 않다. 아버지를 회복시키려는 그의 노력에도 몰래 술을 사 마시는 아버지에게 절망하던 차, 집에 불이 나 아버지가 화상을 입게 되고, 준성마저 손님의 외제차에 손상을 입혀 거액의 수리비가 나온다.준성은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 오고 수리비를 재촉하는 차주의 압박전화에 시달리며 점점 피폐해져 간다. 그러다 아버지를 목욕시키던 중, 실수로 아버지를 놓쳐 죽음에 이르게 한다. 손에 피를 묻힌 채 뛰쳐나온 준성을 급히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 명주. 욕실 바닥에 피를 쏟고 누워 있는 노인을 보고 119를 부르려는 순간, 난 이제 감옥에 가냐며, 이제껏 내 인생은 뭐였는지 모르겠다고 울부짖는 준성을 본다. 평소 준성을 안쓰럽게 여기던 명주는 준성이 경찰 조사와 재판을 받고 죄책감에 폐인처럼 살아갈 모습을 떠올리며 그를 위한 최선이 무엇일지 고민한다. 긴 간병의 터널 끝에서 두 사람이 내린 결정, 누가 거기에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품위 있는 삶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생존은 가능해야 하지 않겠어? 나라가 못 해주니 우리라도 하는 거지. 살아서, 끝까지 살아서,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 그때까진 법이고 나발이고 없는 거야. (본문에서)“저건 뭐야? 꼭 관처럼 생겼네? 저 안에 혹시 할머니 있는 거 아냐?”엄마의 시신을 유기한 명주는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매일 관리해야 하고 주변의 시선을 예민하게 의식한다. 어머니 잘 계시냐는 이웃의 가벼운 인사도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더 괴로운 것은 엄마의 친구라며 계속해서 안부를 물어오는 진천할아버지와 제 엄마를 만만한 물주 대하듯 하는 은진의 존재다. 거짓에 거짓을 보태고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명주의 일상은 스릴러 소설을 보는 듯한 긴박감을 안겨준다. 엄마와 제주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진천할아버지가 엄마와 주고받은 문자, 엄마의 쾌유를 빌며 놓고 가는 선물들을 보며 명주는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눈치 빠른 은진은 작은방의 나무관을 본 후 “그 안에 혹시 할머니 있는 거 아냐?”라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내뱉고는 명주에게 돈을 요구한다. 생각지도 않은 복병들이 나타나자 명주는 하루속히 엄마를 흙으로 보내드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실마리를 은진이 제공한다. 엄마가 사놓은 땅은 대지 80평에 건물이 17평 정도 되는 작은 시골집이었다. 엄마는 폐가로 나온 집을 늙어서 살 요량으로 사놓은 것 같았다. (…) 명주는 이제야말로 작은 동아줄이라도 잡은 기분이 들었다. (본문에서)“영원히 살 것처럼 희망을 품지도 않았지만,살아 있는 한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는 방식』의 많은 지면은 가족을 간병하는 일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 그로 인해 삶이 무너져가는 과정으로 채워진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엄마의 치매에 명주는 처음엔 “밖에서 겪는 모멸감에 비하면 내 엄마를 간병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지만, 마치 다른 인격이 된 듯한 엄마의 이상행동과 난데없는 폭언은 갈수록 그녀를 비참하게 만든다. 결국 하루하루가 지옥이 되고 인간의 존엄이란 집 안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준성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현실은 악화 일로에 있고, 미래는 꿈꿀 여지가 없다. “개인의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불운과 절망”으로 시작된 소설은 두 주인공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잔혹한 현실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적인 연대와 온기를 발견해가는 과정으로 전환된다.”(은희경) 임대아파트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인 명주와 준성은 서로의 처지에 공감하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명주가 준성에게 연민을 느끼고, 준성이 명주에게 동조하면서 둘은 서로를 의지해 앞으로 나아간다. 거액의 수리비에 대한 대리기사 카페의 조언도 준성에게 연대의 힘을 자각하게 한다. 두 사람을 태운 트럭이 두 구의 미라를 싣고 눈이 펑펑 쏟아지는 고속도로를 헤쳐 나가는 장면은 이제 그들이 고난의 겨울을 지나 온기 가득한 계절로 진입하고 있음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가슴속에서는 오라고, 어떤 운명도 상대해줄 테니 오라고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었다. 준성은 지금 바닥으로 떨어진 제 인생을 가까스로 일으켜 세우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아버지의 인생을 아버지의 방식대로 살아냈듯이, 준성은 제 나름의 방식으로 싸워가고 있다고. (본문에서)문미순 작가는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몇 해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간병하며 가족을 돌보는 일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는 그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대두된 간병과 돌봄 문제를 다뤄보기로 결심했다. 가족 돌봄에 지쳐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간병 살인이나 간병 파산, 간병 실직 같은 신조어가 신문에 오르내리는 시대.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회 현상이 되어간다면, 이는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문제임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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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커버이미지)
    [문학]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 김윤태 지음
    • 북오션
    • 2023-12-27

    첫사랑인 ‘그녀’를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처절한 사투,그리고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이 소설은 열아홉의 석태와 소미의 풋풋한 사랑과 그들에게 닥친 비극적 사건에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작가는 예상치 못한 극적 전개와 반전, 인물의 섬세한 내면을 그려냄으로써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몇몇은 별을 바라보고 있다.”오스카 와일드가 한 이 말은 작가가 소설을 쓰게 된 동기이자, 소설 속 세상에 대한 작가의 조언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부재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석태와 고아원에서 외롭게 자란 소미는 서로에게 운명처럼 이끌리며 사랑에 빠진다. 첫 데이트에서 달콤한 첫 키스를 나누고 생의 가장 황홀한 순간을 만끽하던 그들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 운명의 장난일까? 그들은 가장 행복한 순간에 지옥 같은 고통과 마주한다. 그리고 결국 석태와 소미는 긴 이별을 하게 되는데… 그들은 과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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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커버이미지)
    [문학]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 임볼로 음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3-12-27

    소설이라는 허구의 세계에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의 진실을 담다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에 담긴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불과 몇 년 전에 미국 석유 기업 셸은 수십 년에 걸쳐 기름 유출로 오염시킨 나이지리아의 마을에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파괴당한 마을 주민들의 피나는 노력과 끈기로 일구어낸 성과이지만, 그 어떤 배상금도 주민들이 잃어버린 삶과 거주 불가능할 정도로 오염된 터전을 되돌려줄 수는 없을 것이다. 비단 석유뿐 아니라 커피, 초콜릿, 아보카도 등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소비품의 출처에 부당하게 착취당하는 타인의 땀과 피와 눈물이 배어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어나는 착취와 탄압은 자본주의와 이윤 우선주의 아래 새로운 형태의 주종 관계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끝없는 소비 욕구와 무책임한 개발의 폐해를 비단 아프리카 대륙에 국한시키지 않았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여러 시위에 참여하며 불의에 저항하는 툴라를 통해 저자는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궁극적인 환경 파괴와 인간 존엄의 상실에 대한 대가는 결국 우리 모두가 치르게 될 것임을 역설한다. 다양한 인물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대서사저자는 이야기를 주인공 툴라와 그의 가족, 그리고 그리스 연극의 코러스처럼 공동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서술하는 마을 어린이들의 입을 통해 전개하는 방식을 택해 코사와의 투쟁을 다각도에서 보여준다. 이렇게 독특한 서술법은 성별과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이 퀼트 조각처럼 어우러져 사건을 입체적으로 전달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문제임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아프리카 문학의 새로운 목소리저자 임볼로 음붸는 뉴욕에서 거주하며 영어로 글을 쓰지만, 그의 소설은 최근 들어 조명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 문학에 뿌리를 둔다. 카메룬 출신인 그는 영문학에서 여태껏 ‘지배자’의 시선에서 쓰인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피지배자’의 시선에서 새롭게 구성한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의 저자 치누아 아체베가 조지프 콘래드를 비판하며 말했듯이 서구 문학에서는, 심지어 반인종주의적이라고 해석되었던 문학에서조차 아프리카인들은 미개하고 위험하거나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일차원적인 존재로 구현되었다. 이에 대한 저항으로 음붸는 코사와 주민들을 무력하고 순수하기만 한 피해자가 아니라 그들을 억압하는 자들과 마찬가지로 욕망과 이기심을 지닌 입체적인 인물임을 드러내고, 서구 지배자들이 ‘문명’과 ‘기독교’의 전파라는 이름으로 파괴한 아프리카의 풍습과 종교를 이야기에 접목시킴으로써 유럽인들의 침략 이전에 아프리카에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존재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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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커버이미지)
    [문학]우리는 농담이(아니)야
    • 이은용 지음
    • 제철소
    • 2023-12-27

    2020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 4개 부분 수상2021년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에 빛나는<우리는 농담이(아니)야>“우리는 농담이지만 또 농담으로 웃어넘길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죠.그러니 우리 모두 웃으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우리는 농담이(아니)야> 초연 프로그램북 ‘작가의 말’에서故 이은용 작가의 희곡집. 그가 남긴 다섯 편의 희곡을 한데 묶었다.그중 표제작인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이 2020년에 초연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특히 그해 한국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제57회 동아연극상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2022년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까지 받으며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물음을 던진 작품으로 평가받았다.「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매일의 죽음’ ‘월경’ ‘이인실’ ‘변신 혹은 메타몰포시스’ ‘유언장 혹은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그리고 여동생이 문을 두드렸다’ 등 총 여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장막희곡이다. 각각의 작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타자화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의 삶이라는 하나의 큰 그림으로 완성된다. 다른 네 편의 수록 희곡 역시 배제되거나 주변화된 존재들을 극의 중심에 가져다 놓는 작업의 연장선 위에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는 작가 자신의 목소리와 겹치고 포개지고 쌓이면서 더욱 크고 강렬하게 발화된다.『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작가 이은용의 처음이자 마지막 희곡집이 될 것이다. 비록 그는 삶의 무대에서 너무 빨리 퇴장했지만, 동료 극작가 장영의 리뷰처럼 그의 목소리만은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은 이들의 무대 위에 오래도록 남아 “누군가의 삶의 궤도를 조금씩 수정해놓”을 수 있기를, 그래서 “죽지 않고, 계속 고치는 삶을” 살게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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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유, 피, 열 (커버이미지)
    [문학]우유, 피, 열
    •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12-27

    〈타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 등 수많은 해외 매체가 격찬한현재 미국 문단에서 가장 뜨거운 여성 작가의 놀라운 데뷔작 저마다의 진실로 당신을 사로잡을단시엘 W. 모니즈의 눈부시게 불온한 열한 편의 이야기 미국 출간 당시 수많은 매체로부터 열띤 찬사를 받으며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단번에 이름을 올린 신예 작가 단시엘 W. 모니즈의 데뷔작 《우유, 피, 열》이 출간되었다. 작가의 실제 거주지인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열한 편의 단편이 묶인 이 책은, 이국의 이야기임에도 전혀 낯설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삶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하는 방식을 다룬다. 이야기들은 저마다 다른 전제에서 출발해 다른 형태로 독자를 놀라게 하는데,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일관성은 바로 감각적이고 신선한 저자 특유의 시선이다. 이 시선 앞에 놓인 다양한 모양의 삶과 죽음이 관계를 둘러싸고 펼쳐지면서 독자들을 끝까지 대담하게 끌어당긴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모니즈의 묘사는 믿음, 용서, 소진, 상실 등 우리가 어쩌면 누군가에게 빚지고 있거나 혹은 빚지고 있지 않은 것들을 농밀하게 더듬고 쓰다듬으며 나아가다가 단정하게 정돈된 결말을 거부하는 쪽으로 끝맺는다.《우유, 피, 열》은 우리가 지금까지 읽었던 모든 책을 정의하는 말에서 벗어나 있다. 단편들은 하나같이 시각과 후각, 촉각 등의 감각을 생생하게 자극한다. 단순하게 문장으로 다가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빨갛고 하얀 컬러가 뒤섞여 눈앞에 아른거리고 후끈하고 끈적한 공기가 몸을 감싸며 퀴퀴하고 야릇한 냄새가 콧속을 파고든다. 이 특별하고 기이한 독서 경험은 강렬하고 색다른 정서적 경험으로 이어져 책을 읽기 전과 다른 세상을 우리 눈앞에 펼쳐놓는다.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에 흡수되기 위해, 그러한 세상에서 더 잘 살아남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이 던지는 질문은 공중을 헛돌다 추락하기도 하고 목적이 아닌 방향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절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은 물음표를 거두어 다시 일어선다. 그렇기에 모니즈의 작품들은 인물들이 살아가려고 애쓰는 이야기라 봐도 무방하다. 정교하고 관능적인 문장들로 어느 누구도 본 적 없는 세상으로 독자들을 초대하는 이 이야기들은 색다르고 전복적인 여성 서사에 목말라 있는 이들의 머릿속을 오랫동안 지배할 것이다. 젊고, 뜨겁고, 육체적이고, 선명하고, 눈부시고, 기운차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상한 여자들에게 바치는 이 찬가를 많은 독자들이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읽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 옮긴이 박경선만일 여자들에게 궁금해할 자유가 더 많이 허락되었더라면세상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생을 감각하게 만드는 강렬하고 경이로운 단편집 최근 해외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인 단시엘 W. 모니즈의 첫 소설집에 실린 열한 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독특함과 짜릿함을 선사한다. 살아 있는 듯 힘차게 박동하는 문장들은 읽는 이를 생각지도 못한 발견의 순간으로 이끌어, 세상에 대한 감각을 자극하고 또 깊어지게 만든다. 표제작인 〈우유, 피, 열〉은 열한 편의 단편들 중 가장 감각적인 순간이 날카롭게 터져나오는 이야기다. 키라와 에바는 다르지만 닮아 있는 자신들이 순순하지 않은 세상과 어떻게 조응할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리고 결국 어떠한 선택 앞에서 십대 소녀들은 각자 경험해보지 못한 기분을 만난다. 평행선을 걷는 듯한 모녀의 관계를 다룬 〈적들의 심장〉은 엄마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어린 소녀가 느꼈을 수치심을 탐색하는 것으로 시작해 성폭력 교사에 대한 엄마의 복수로 마무리된다. 엄마는 딸에게 말한다. “누가 너를 괴롭히거든 걔네한테 말해. 우리는 적들의 심장을 먹는다고.” 이렇듯 추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니즈의 모든 이야기들은 황홀할 정도의 통쾌함을 맛보게 하고 가슴 아픈 사건을 읽는 이의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저마다 인생의 파고를 헤치는 인물들을 탐색해나가며 힘을 북돋우기도 하고 일말의 낙관을 보여주는 《우유, 피, 열》은 필시 강렬하고 아름다운 단편집으로 독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옥상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에바의 머리속에 이미지가 스쳐간다. 공기가 거세게 밀려나고, 뼈가 부러지고, 덩어리들이 시뻘겋게 철퍼덕. 끔찍해. 키라에게 이 말을 하려고 몸을 돌리는데 눈앞에는 그 흉측한 건물들 뒤로 펼쳐진 하늘뿐이다. 진정한 신의 파랑. 아래에서 누군가가 비명을 지른다. ―〈우유, 피, 열〉 중에서 소녀들의 피로 시작해 보름달 아래 여자들의 숲으로 끝나는,치밀하게 직조된 열한 편의 이야기어떤 장르로도 규정하기 어려운 단시엘 W. 모니즈의 《우유, 피, 열》은 그 배치부터 치밀하게 구성되었다. 이를 파악하려면 각 단편의 내용과 메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야기는 하얀 우유가 담긴 그릇에 두 소녀가 손바닥을 그어 새어나온 피를 떨어뜨리는 표제작 〈우유, 피, 열〉로 시작한다. 이어 배 속에서 사산된 아이의 조각을 일상 곳곳에서 발견하는 〈향연〉,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어리고 착한 여자아이가 되기를 거부하며 눈을 치켜뜬 채 버티는 〈혀들〉, 암에 걸린 아내를 두고 술집에 드나들며 공허함을 달래려는 〈천국을 잃다〉, 딸의 청바지 주머니에서 학교 교사가 보낸 성적인 내용의 쪽지를 발견하는 〈적들의 심장〉, 한낮의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 바닷물에 뛰어들었다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처절한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배의 바깥에서〉, 남편과의 권태로운 결혼생활을 견디는 과정에서 미스터리한 인물을 만나는 〈스노우〉, 임신한 몸으로 엄마를 이해하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필요한 몸들〉, 아빠의 유골을 뿌리러 가는 여정에서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는 〈물보다 진한〉, 상상도 못 할 무언가를 먹어치우는 모임의 서빙을 맡은 〈색다른 것들〉로 이어졌다가 세계를 여행하다가 가끔 돌아오는 엄마에 대한 감정을 대면하면서 숲에서 모닥불 파티를 여는 〈뼈들의 연감〉으로 끝난다. ‘피’로 시작해 ‘불’로 끝나는 이 뜨겁고 강렬한 이야기들의 화자는 대부분 다양한 방향에서 삶의 가능성을 붙잡아보려는 여자들이다. 단짝 친구를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소녀가 겪는 혼란과 슬픔, 거기에 존재하는 피와 열기, 생의 감각부터 “네 자신으로 있는 법을 배우라”는 충고로 엄마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마지막 작품까지, 겪고 느끼고 깨닫고 받아들이는 구조로 치밀하게 짜인 《우유, 피, 열》은 〈타임〉지가 극찬한 대로 “선명하게 도드라지는 내밀한 순간들이 서로 얽히며 완성해낸 한 장의 멋진 태피스트리”다. 감각적인 읽기 경험으로현장과 인물, 사건 속으로 독자들을 유인하다《우유, 피, 열》의 가장 큰 특징은 생생한 감각적 독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빨강과 하양, 분홍 등의 컬러는 작품 전반에 시각적인 모티브를 제공해 ‘우유, 피, 열’이라는 제목에서 오는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친구와 우유를 담은 그릇에 피를 떨어뜨리고 그것을 나눠마시는 장면(〈우유, 피, 열〉), 태아가 사산할 때의 핏덩이를 묘사하는 부분(〈혀들〉) 등이 강렬한 컬러 감각을 눈에 보일 듯 그려낸다. 또한 자신을 놀리고 동생을 괴롭힌 소년을 불러내 주요 부위를 움켜쥐는 장면(〈향연〉)이나 오랫동안 수집한 동물의 뼈를 더듬는 순간(〈뼈들의 연감〉)은 읽는 이에게 직접 만지는 것처럼 생생한 촉감을 선사한다. 작품 안으로 당장이라도 발을 디딜 수 있을 만큼 감각적이고 선명한 풍경 묘사 또한 저자가 페이지 밖으로 걸어나와 우리의 손을 잡아끌고 다음 장면으로 데려갈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한다.여성으로 살기와 여성으로 살지 않기연령도, 피부색도, 직업도, 성격도, 경험도, 상상도 모두 다른 여성들. 우리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 책에 등장하는 플로리다의 여성들에게 교감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까닭은 결국 ‘여성으로 살기’라는 보편적인 주제가 장소와 시대를 뛰어넘어 전달되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 등장하는 소녀들을 비롯한 여자들은 무언가 거대한 것 되기, 다시 말해 어른 되기, 엄마 되기, 사랑과 상실, 죽음의 아슬아슬한 날 위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있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두고 포기하지 않고 고심하는 다양한 처지의 여성들은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절대 친절하지 않은 사회에서 성별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여성으로 살기와 동시에 사회에서 여성에게 부여된 역할을 거부함으로써 여성으로 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자신감 넘치게 자신의 등장인물들을 꿰뚫어 보는 모니즈는 자신이 만든 여성들을 방황하게 만들면서도 끝까지 목적지로 이끈다. 한편 《우유, 피, 열》은 자살 사고思考, 강간, 성폭력, 유산, 우울증 등 성인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각 인물과 우리 사회의 여러 압력에 대한 가감 없는 묘사에 십대 청소년들 역시 매료될 것이다. 강렬한 이미지의 표지 그림과한국어판만의 또 다른 읽을거리 역자 후기 이 책의 표지 그림은 작품이 지닌 이미지를 경쾌한 색감과 독특한 질감으로 구현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이빈소연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이다. 빨강, 하양, 분홍이라는 컬러를 활용해 뼈와 심장, 피를 구현하고 이를 통해 단절과 흐름, 유연한 힘과 단단한 믿음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한 이빈소연 작가의 그림과 함께 《우유, 피, 열》의 단편들을 읽어나가는 것은 이 책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한편 책의 말미에 실린 역자 후기는 이 책의 단편들을 모두 읽고 난 후 미처 깨닫지 못한 주제와 메시지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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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체국 아가씨 (커버이미지)
    [문학]우체국 아가씨
    •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빛소굴
    • 2023-12-27

    전쟁에 청춘을 빼앗긴 여자, 크리스티네일생일대의 마법 같은 순간을 마주하다자정을 알리는 종이 친 뒤 시작되는 신데렐라의 진짜 이야기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황폐해진 오스트리아의 한 시골 마을, 클라인-라이플링. 그곳 우체국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네. 스물여덟 살의 그녀는 한창 청춘이 꽃피는 시절을 전쟁에 빼앗기고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전쟁은 청춘뿐 아니라 하나뿐인 오빠와 아버지까지 앗아갔으며, 그녀는 지금 몸이 성치 않은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매일 똑같은 쳇바퀴를 도는 크리스티네의 표정은 늘 창백하고 메말라 있다.그러던 어느 날, 우체국으로 전보 한 통이 날아든다. 스위스 휴양지에서 자신의 이름 앞으로 발송된 전보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타성에 젖어 있던 크리스티네의 일상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이미 오래전 미국으로 떠난 뒤 상류층이 된 이모가 스위스의 호화 호텔로 크리스티네를 초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거동도 못 하는 어머니를 두고 떠날 수는 없는 일. 게다가 우체국을 여닫을 직원은 저 하나뿐이다. 일면식도 없는 이모를 이제 와서 만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걱정이 많고 조심스러운 크리스티네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어머니에게 등 떠밀려 이모를 만나러 간다.클라인-라이플링을 떠나본 적 없던 크리스티네는 스위스로 향하는 기차에서부터 신비로운 황홀경에 빠진다. 너른 대지, 상쾌한 바람, 낯선 사람들……. 처음 맛보는 해방감이었다. 하지만 들뜬 기분도 잠시, 스위스 호텔에 도착한 그녀는 곧바로 후회한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옷과 장신구를 걸친 귀부인들, 크리스티네는 꿈도 못 꿀 숙박비를 자랑하는 호텔 룸, 몸과 마음에서 자연스러운 여유로움을 풍기는 투숙객들 사이에서 크리스티네의 낡은 등나무 가방과 허름한 옷차림, 어색한 몸짓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당장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이제 와서 이모와 어머니를 실망시킬 수는 없다. 크리스티네를 알아본 이모가 따뜻하게 환대해 주지만, 이모 역시 그녀의 누추한 행색이 부끄럽긴 마찬가지다. “불쌍한 것! 자기가 얼마나 촌스럽게 옷을 입었는지 정작 자신은 그것도 모를 거예요. 망할 놈의 전쟁이 오스트리아 사람들을 모두 망쳐놓았어요. 가엾은 것!”하지만 크리스티네를 변신시켜 주는 일쯤은 이모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이모의 옷을 빌려 입고 머리 스타일을 꾸미고 아름다운 장신구를 두른 크리스티네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호텔 방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으로 아득해진 그녀는 넋을 잃는다. 이것이 진정 나인가?“여자는 놀라 호흡을 가다듬었다. 꿈에서조차 이토록 젊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차려입은 자신을 상상한 적이 없었다. 선이 분명한 붉은 입술, 섬세한 눈썹, 물결치는 금발 아래로 훤하게 드러난 목이 돋보였다. 하늘하늘한 드레스에 감춰진 맨살이 새롭게 느껴졌다. 여자는 거울에 비친 여자가 정말 자신인지 확인하려고 거울 앞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다가서거나 갑자기 움직이면 그 황홀한 모습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서 저절로 미간이 떨렸다.”이후 크리스티네의 일상은 백팔십도 바뀐다. 내성적이고 수줍었던 태도 역시 생기발랄하고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모두가 그녀에게 춤을 청하고, 식사에 초대하고, 데이트를 간청한다. 꿈결 같은 시간 속에서 크리스티네는 지금껏 잊고 살았던 쾌락과 여유를 만끽한다.심리소설의 대가, 츠바이크의 장편 걸작 『우체국 아가씨』타고난 이야기꾼이 이끄는 한 인간의 처절한 드라마하지만 츠바이크는 자신의 주인공이 변신에 도취된 채 영원한 신데렐라로 남도록 놔두지 않는다. 신데렐라에게 자정이 있듯 크리스티네의 여행도 급작스레 끝나게 된다. 달리는 기차에서 바깥으로 떠밀린 듯 한순간에 깨져버린 일생일대의 휴가. 백일몽에서 깨어난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시골 우체국으로 되돌아온다.하지만 한번 황홀경을 맛본 이에게 시골 생활은 따분하고 무식하고 촌스럽기만 하다. 허무에 찌든 현실은 크리스티네를 미치기 직전으로 몰고 간다.소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크리스티네가 변신하기 전과 변신한 상태, 그리고 변신이 끝난 후. 츠바이크는 각 부분을 마치 서로 다른 세 단편처럼 보일 만큼 색다른 감정선과 전개로 이끌어간다. 그리고 말미에 이르러 독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결말을 조우하게 된다. 어떤 학자들은 『우체국 아가씨』가 미완의 유작이라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원고의 결말은 독자에게 짙은 여운을 남긴다. 크리스티네의 삶은 오히려 죽지 않고 독자의 상상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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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커버이미지)
    [문학]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 이와사 마모루 지음, 에이치 그림, 박지현 옮김
    • 이지북
    • 2023-12-27

    너와 만날 수 있는 마법을 발견했어오늘도 나는 네발로 달린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너를 위해!이야기의 주인공 사사키 미요는 엉뚱한 일면이 있어 친구들에게 ‘무한 게이지 수수께끼 인간’이라는 뜻의 ‘무게’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짝사랑하는 남학생 히노데 겐토에게 ‘히노데 일출 공격’이라는 장난을 치고, 관심 없는 사람들을 전부 허수아비로 바꾸는 망상을 하지만, 이혼한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동시에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마음 깊이 품고 있다. 말없이 자신을 버린 엄마에게도, 엄마가 떠나자마자 약혼자를 데리고 온 아빠에게도, 아빠의 약혼자인 가오루 아줌마에게도 별다른 애정을 가지지 않은 미요는 상처받은 속내를 숨긴 채 분위기에 맞춰 평화로운 ‘가족 놀이’에 동참한다. 집에서조차 마음 편히 있지 못하는 미요가 유일하게 행복해하는 때는 바로 수상한 고양이 가면을 뒤집어쓰고 고양이 ‘타로’로 변신해 짝사랑하는 히노데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다.모두가 원하는 내가 아닌,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나는 너의 힘이 되고 싶어, 좋아한다고 말해 주고 싶어!”미요에게는 세 가지 이름이 있다. 첫 번째는 태어난 뒤 서류에 등록된 이름 ‘사사키 미요’, 두 번째는 학교에서 불리는 별명 ‘무게’, 마지막은 고양이로 변신한 미요에게 히노데 겐토가 직접 붙여 준 이름 ‘타로’이다. 매일 저녁 타로로 변신해 히노데의 집으로 찾아가는 미요는 언젠가 고양이 ‘타로’가 아닌 인간 ‘사사키 미요’로서 히노데의 마음을 얻겠다고 다짐하지만 계획은 장렬히 실패하고 만다.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를 잃고 상심한 미요의 앞에 고양이 가면을 줬던 가면 장수가 다시 나타나, 인간으로 사는 것은 괴로운 일일뿐이니 영원히 고양이로 사는 것은 어떠냐는 유혹을 건넨다. 결국 미요는 자신이 가장 사랑받을 수 있는 순간은 사람이 아닌 ‘고양이’로 존재할 때뿐이라는 생각에 빠져 인간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한다.그러나 자신처럼 고양이로 변하기를 택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미요는, 학교에서는 엉뚱한 ‘무게’로, 집에서는 가족 놀이에 장단을 맞춰 주는 ‘사사키 미요’로 행동하는 것과 똑같이 ‘타로’ 역시 히노데가 원하는 모습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애써 괜찮은 척 가면을 쓰고, 안식처를 찾아 도망치던 미요는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변하는 게 없다며 다짐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결심한다. 소설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는 상처 입은 사람이 내면의 아픔을 극복하고, 스스로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통해 타인이 원하는 나의 모습이 아닌, 내가 똑바로 마주할 수 있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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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대한 앰버슨가 (커버이미지)
    [문학]위대한 앰버슨가
    • 부스 타킹턴 지음,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12-27

    베스트셀러 작가 부스 타킹턴의대표작이자 퓰리처상 수상작커트 보니것은 부스 타킹턴을 두고 “문학계에서 그가 얻은 ‘인디애나 출신의 신사’라는 별명을 저도 얻을 수 있다면 저는 무엇이라도 내놓을 겁니다”라고 했다.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태어난 부스 타킹턴은 다년간의 고단한 습작기를 거친 이후로는 내놓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당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였다. 실제로 1922년 《타임》지는 ‘당대의 뛰어난 미국인’ 열두 명 중 작가로는 유일하게 그를 지목하기도 했다. 타킹턴은 《혼란》에서 시작해 《위대한 앰버슨가》를 거쳐 《중부 지역 사람》에 이르는, 이른바 ‘발전’ 3부작을 통해 ‘광란의 시대’라 불릴 만큼 풍요로웠던 1920년대 미국 중산층의 삶을 집중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타킹턴의 이름을 오늘날까지 각인시킨 《위대한 앰버슨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일생일대의 사랑’과 ‘가문의 명예’라는 육중한 이항만을 고집스레 거머쥐려 했던 앰버슨 가문의 몰락을 첨예하고 위트 있는 문장으로 다룬 1919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사실일 리가 없어.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날 리가 없다고!”(326쪽)막대한 재산을 소유한 앰버슨 가문의 청년 ‘조지’는 아홉 살 때부터 지역의 목사에게 ‘지옥에나 떨어져라’라는 욕설을 내뱉을 만큼 최악의 악동으로 자란다. 하지만 어머니인 ‘이저벨’은 조지에게서 오직 어머니로서만 볼 수 있는 천사를 발견해내며 조지를 제어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앰버슨 저택에서 열린 무도회에서 ‘루시’를 마주한 조지는, 일순간 자신의 영혼이 고양되는 듯한 감정을 느낀다. 마침내 스스로를 단장하며 루시와 장밋빛 로맨스를 이어가지만, 루시의 아버지인 ‘유진’이 어머니의 옛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또다시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거리를 좁혀가는 유진과 어머니를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갈라놓고자 안간힘을 쓰지만, 루시와의 사이마저 점점 더 멀어져간다. 급기야 영원할 것 같던 앰버슨 가문에 생각지 못한 균열이 발견되면서 조지는 이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소용돌이 속으로 급격히 빨려 들어가고 마는데…….“내 말은 우리가 가진 것들과 우리 생각에 참으로 견고해 보이는 것들은 사실 연기와 같다는 얘기야. 그리고 시간이란 그 연기가 올라가 사라지는 하늘과 같은 거지. 너도 연기가 굴뚝에서 어떻게 소용돌이치며 올라가는지 알잖니. 두텁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향해 분주하게 올라가는 모습이 마치 무척이나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고, 그러면서 그 일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이지. 그러다가 점점 가늘어지더니 얼마 안 있어 자취도 없이 사라져.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하늘은 영원토록 변함없는 상태를 유지하지.”(162쪽)《위대한 앰버슨가》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급속히 부를 쌓은 한 가문의 몰락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외적인 서사의 뒤편에는 그보다 훨씬 더 풍성한 함의를 담고 있다. 자신과 동명인 삼촌조차 “늘 너를 좋아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네가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사람은 확실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오만방자한 조지는, 마차를 대체하기 시작한 자동차를 두고 ‘구식 재봉틀’ 같다느니 “사람들이 길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채 얼굴에 떨어지는 윤활유를 맞으면서 인생을 보내지는 않을 거”라느니 하며 조롱한다. 지역의 유지로서 굳건하게 자리 잡은 앰버슨 가문의 일원으로서 ‘자동차’라는 새로운 도전은 불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의 가문과 연애에 걸림돌이자 눈엣가시인 유진이 자동차 사업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은 조지에게 자동차로 특징되는 변화의 물살을 혐오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대준다. 언뜻 발전의 어두운 일면을 강조하고 비판하는 듯 보이지만, 타킹턴은 그토록 혐오하던 자동차에 조지가 들이받히는 상징적인 삽화를 제시하며 시대와 시절은 변할 수밖에 없음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벼락부자이자 속물인 앰버슨 가문의 몰락과 조지의 회심이라는 후반부의 전개 역시 손쉬운 결말을 의심케 하지만, 오랜 시간 읽혀온 훌륭한 고전이 대개 그렇듯 그 외적인 흐름을 뛰어넘는 묘한 여운과 해석의 가능성을 남긴다. 일하지 않고 그저 ‘요트 타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어 하던 조지가 위험을 감수해 일하는 만큼 보상받는 평범한 노동자로 자리하는 모습은, 그가 망하길 바라던 수많은 등장인물과 독자 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주는 동시에 단단하게 쌓아 올려야 할 삶의 이상이나 가치가 무엇인지도 넌지시 암시한다. 세계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독 중 한 명인 오슨 웰스가 〈시민 케인〉에 이어 이 이야기를 두 번째 영화의 소재로 삼은 까닭도 여기서 추측해볼 수 있다.“천한 것!”……망나니 도련님 캐릭터의 정수배알이 틀릴 때마다 육성으로 “천한 것!”이란 소리를 지껄일 정도로 망나니인 조지는,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속 ‘도련님’을 뛰어넘는 ‘망나니 도련님’ 캐릭터의 정수라고 불릴 만하다. 타킹턴의 역동적이고 절묘한 문장은 곧장 소설을 영화적으로 시각화해내며 조지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살아 숨 쉬게 만든다. 한 가문과 한 사람이 흥하거나 망하는 미묘한 순간을 재치 있고 완성도 높은 서사로 포착하기란 쉽지 않은데, 오랜 명성에 비해 뒤늦게 우리에게 도착한 《위대한 앰버슨가》는 자못 적확하고 훌륭하게 그것을 증명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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