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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유괴 (커버이미지)
    [장르문학]화려한 유괴
    •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04-14

    ‘천재 범죄 집단 vs 천재 명탐정’의 불꽃 대결블루홀식스는 지금까지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유독 많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오승호’(고 가쓰히로), ‘저우둥’, ‘후루타 덴’(작가명 가나다 순)등의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마치 미스터리 출판사의 사명(使命)처럼 출간하여 왔다. 또한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우사미 마코토’, ‘하야사카 야부사카’, ‘레이미’를 발굴하였으며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 위주로 꾸준히 소개하여 대표 인기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기쁨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꽃피는 삼월에, 최근 한스미디어에서 『살인의 쌍곡선』으로 국내 미스터리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니시무라 교타로의 대표작인 『화려한 유괴』를 선보이며 순도 높은 클래식 미스터리의 최정점으로 보는 독자들에게 큰 재미와 기쁨을 아낌없이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퀄리티 높은 미스터리를 매달 선보일 계획이다.니시무라 교타로의 대표작!우리 블루 라이언스는 현재 일본 전 국민을 납치했다. 『화려한 유괴』는 ‘니시무라 교타로’의 초기작이자 중요한 대표작 중 하나다. 또 ‘트래블 미스터리’의 마스코트인 ‘도쓰가와 경부’와 견줄 만한, 작가의 또 다른 대표 탐정 캐릭터 ‘사몬지 스스무’가 등장하는 ‘사몬지 스스무 탐정 사무소’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화려한 유괴』는 1977년 첫 출간 당시부터 ‘천재 범인 집단이 일본 전 국민 1억 2천만 명을 유괴한다’라는 기발한 발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20년 완성판이 출간되기까지 몇 차례나 새로운 판본으로 출간을 거듭하며 현지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니시무라 교타로’의 초기작 중에는 이와 같은 과감한 설정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미스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독 호평을 받는 작품들이 있는데, 『화려한 유괴』는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 중 베스트 5로 꼽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스터리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납치 사건을 그린 과감한 설정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책을 한번 펼치면 중간에 놓기 어려울 정도로 사로잡는 전개와 뛰어난 가독성도 주목할 만하다. 줄거리를 간략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전대미문의 협박 전화가 총리 공관으로 걸려 온다. 그로부터 사흘 후, 도쿄의 초고층 빌딩 찻집에서 젊은 커플이 설탕통에 든 청산가리를 먹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우연한 죽음인가, 협박 전화를 건 범인의 묻지 마 살인인가. 난항에 봉착한 경찰은 명탐정 사몬지 스스무에게 협력을 요청하고 그가 사건에 뛰어든다. 하지만 사건은 예상치 못한 전개를 맞게 되는데…… 이렇듯 사건은 기상천외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흐름 속에서 ‘천재 탐정 vs 천재 범죄 집단’의 치열한 대결 묘사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클래식 미스터리의 재미와 가치는 덤이다.유괴 납치 미스터리 역사상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걸작!“미쳤어, 이 세상은.”“맞아.”“미치기는 했어도 아름다운 곳이지.” 클래식 미스터리의 레전드! 1930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립 전기공업학교를 졸업한 후 11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퇴직 후 사립탐정, 경비원, 세일즈맨 등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현상 공모에 도전한 끝에 1963년 단편 『일그러진 아침』으로 제2회 올요미우리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1965년 『천사의 상흔』으로 제1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지위를 확립했다. 이렇게 작가로의 입지를 확보한 후, 니시무라 교타로는 2021년까지 출간 작품 수 약 700편, 누적 발행 부수 2억 부가 넘는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 중의 거장이다. 그는 1961년 단편 『검은 기억』으로 데뷔 후 90세가 넘은 지금도 백 엔짜리 볼펜으로 특별 주문한 400자 원고지를 하루에 20장씩 쓰며 정력적으로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현역 작가이기도 하다. ‘국민 작가’라는 수식어가 식상할 정도며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리빙 레전드’라 부르는 게 적합할 정도다. 실제로 아야츠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수많은 유명 중견 미스터리 작가들이 교타로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으며, 특히 1978년작 『침대특급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하는 그의 ‘트래블 미스터리’ 시리즈는 향수를 자극하는 일본 명소들을 아름답게 묘사할 뿐 아니라 열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활용해 참신한 트릭을 선보였다. 이러한 작가는 2017년 출간한 작품이 600편이 넘을 시점에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출간해 도쿄의 대형 전파탑인 스카이트리의 높이(634미터)를 넘기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2021년 현재 출간 작품 수 680편을 넘기며 작가의 목표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2019년에는 대표작인 ‘도쓰가와 경부 시리즈’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고상’을 수상하며 또다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 자리에서 니시무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0년 정도 됐지만 아직도 마음은 신인과 같다. 집필 속도가 늦어지면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불안감이 든다. 앞으로도 펜을 놓지 않고 계속 도전하겠다.” 작가의 포부가 잘 느껴지는 대목이다. 680편이 넘는 작가의 작품 중 옥석 같은 작품을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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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혼전 - 원혼을 부르는 책 (커버이미지)
    [장르문학]환혼전 - 원혼을 부르는 책
    • 김영미 지음
    • 산수야
    • 2023-04-14

    세자 이호(李峼)와 대비전 궁녀 여리환혼전과 천구의 실체를 밝혀 대비를 살려내야만 한다!대비전 소속 궁녀 여리는 폐서고에 들렀다가 세자의 삿된 취미에 얽혀들고 만다. 유교를 근간으로 하는 조선 국본의 취미는 다름 아닌 귀신의 행방을 쫓는 것. 세자는 여리에게 내기를 제안하고, 여리는 어쩔 수 없이 응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 점점 내기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날, 궐에 천구(天狗)가 나타난다. 천구는 대유행 중인 책 ‘환혼전(還魂傳)’에 등장하는 괴물로 방울 소리와 함께 등장해 사람들을 공포와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한편 환혼전에 대한 소문도 심상치가 않다. 귀신이 쓴 책이라느니, 소실된 뒷부분을 읽으면 천구가 찾아와 죽인다느니, 말들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괴이한 이야기뿐이다.그런데 천구의 등장 이후 대비가 갑작스레 의문의 병증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대비를 구하기 위해서는 환혼전과 천구에 얽힌 미스터리를 해결해야 한다. 전에 없던 복잡괴기한 수수께끼를 맞닥뜨리며 세자와 여리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공통의 목표와 미묘한 동질감으로 인해 두 사람은 내기를 끝내고 한편이 되어 미완성된 책 환혼전의 원본을 찾아 나선다.조선 왕조 사상 재위 기간이 가장 짧았던 왕 인종세자 시절의 그가 풀어나가는 왕실 미스터리재위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젊은 왕 인종이 세상을 뜨던 날 밤, 경성에 괴물 소동이 일어났다. 그로부터 18년 전, 인종이 아직 세자였던 시절에는 궐 안에 괴물이 출몰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인종이 태어나기 얼마 전에도 궐에 기이한 짐승이 나타났다.모두 이성으로 해석할 수는 없으나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엄연한 사실들이다. 주목할 만하게도 “조선 왕실엔 기이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그즈음엔 특히 재변이 잦았”다(작가의 말). 『환혼전』은 ‘환혼전’이라는 가상의 책을 베틀 삼아 당대에 기록된 ‘거짓말 같은 사료’들을 촘촘히 그리고 튼튼히 직조한 역사 추리소설이다.작가는 당시 일어난 잦은 재변의 이유를 잦은 비극으로부터 찾았다. 『환혼전』이 추적하는 것은 기이한 사건들의 진상이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이 모두 밝혀졌을 때 종국에 우리가 깨닫게 될 진실은 공포 이면의 슬픔일 것이다. 소설 속의 세자 또한 그렇게 호기심 대신 비애를 장착하고 ‘어진 임금’, 인종(仁宗)이 될 준비를 해나간다.빈틈없는 플롯과 힘 있는 스토리 전개로 독자를 현장으로 불러내는 작가 김영미가 『김만덕』 이후 11년 만에 두 번째 역사 장편소설 『환혼전』을 내놓았다. 역사소설이라는 뼈대에 추리 요소를 가미한 이번 작품은 성실한 자료 검토와 작가 특유의 영화적 구성을 기반으로 정갈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소설은 어떤 사료도 배반하지 않은 채 차곡차곡 결말을 향한 발판을 마련해간다. 이야기 속에서 모든 발판들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플롯을 쌓아올린다. 작가는 역사와 추리라는 ‘장르’에 잡아먹히지도, 그것들을 잡아먹지도 않는 적정선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저 그것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 터를 하나 구축했다. 그 무한한 공간 안에서 막힘없이 흘러가는 이야기 진행은 역사와 추리라는 장르가 주는 빳빳한 긴장감을 잊게 만든다. 무엇 하나 건너뛰어 넘어갈 수 없는 크고 작은 발판 위를 밟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이야기 터 위에 불려가 역사의 현장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단서를 주워 담고 있으리라 짐작한다.『환혼전』의 오묘한 매력은 작가가 인물과 감정 그리고 각 사건을 다루는 방식으로부터도 발생한다. 소설의 배경은 조선의 궐이며 주인공은 세자와 나인이다. 자연히 화려한 정치적 갈등과 권력 다툼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인물 간의 애틋한 연정에 관한 이야기가 예상된다. 그러나 『환혼전』의 두 주인공인 세자와 나인 여리는 화려함의 중심에서 한발 비낀 위치에 스스로의 자리를 마련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상처 입고 잊혀버린 어둠들을 응시한다. 세자와 여리가 정을 쌓아나가는 방식은 로맨스라기보다 아이러니에서 발생하는 슬픔을 인식하는 이들끼리의 작지만 깊은 연대에 가깝다. 이로써 소설은 역사의 승자 혹은 패자를 조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승부처 아래 깔린 채 음지로 내몰려 역사 속에서 아예 지워져버린, “살아 있되 살아 있지 않은” 자들을 주목한다. 진득한 왕실 미스터리는 그 전모가 한 꺼풀 한 꺼풀 드러날수록 통쾌하기보다 어쩐지 서글퍼진다. 결론적으로 소설 속의 인물들은 아무런 부조리도 전복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축축한 서스펜스 속에서도 승자가 밟고 선 그림자들을 응시하는 담담한 시선은 종국에 지금도 어딘가에서 귀신처럼 살고 있을 어둠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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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백합 (커버이미지)
    [장르문학]흑백합
    • 다지마 도시유키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3-04-14

    단 한 글자도 놓치지 마라모든 것이 복선이며 단서다!‘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서프라이즈 부문 1위‘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내러티브 부문 2위‘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종합 4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7위 ‘미스터리 베스트 10’ 8위‘2000년대 미스터리 랭킹’ 8위“결말로 가면서 진실을 전부 알게 되었을 때는 허를 찔린 기분으로 다시 책장을 앞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여러 가지 복선이 눈에 들어와 번역한 문장들을 거듭 확인해야 했다.”-역자 후기 중에서 서정적인 분위기의 청춘 소설과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엮어낸 다지마 도시유키의 마지막 걸작!순수하고 아련한 청춘 소설로, 서늘하고 어두운 미스터리로도 그 문학성을 인정받으며, 절판 이후 미스터리 독자들 사이에서 복간 요청이 꾸준히 이어져 온 다지마 도시유키의 『흑백합』이 재출간됐다. 과거 출간 당시 저자가 촘촘하게 심어놓은 복선과 실마리가 미처 드러나지 못했던 점을 보완해 번역에 공을 들이고 세세한 역자 후기를 덧붙였으며, 신비스러운 순수문학과 음울한 추리문학의 복합적인 아우라를 모두 담아낸 일러스트로 표지를 새롭게 단장해 독자들을 만난다. 여름방학 동안 롯코산에 있는 아버지 친구의 별장에 놀러 간 열네 살 소년 스스무. 동갑내기인 가즈히코와 함께 햇살이 눈부신 연못가에서 자신을 연못의 요정이라 칭하는 소녀 가오루를 만나면서 세 아이의 첫사랑이 시작된다. 한편 전쟁이 한창인 시기에 독일 베를린에서는 고시바 회장의 해외 시찰 일행과 아이다 마치코라는 수수께끼 같은 여성이 조우하고, 그로부터 몇 년 후 호큐전철의 차장과 히토미라는 여학생이 고베를 중심으로 비밀스러운 교제를 이어나간다. 스스무가 여름방학 동안 쓴 어설픈 문장의 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적인 분위기와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로 독자들을 첫사랑의 기억으로 이끈다.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줄거리 이면에는 비정하리만큼 냉혹한 어른들의 사연이 감춰져 있다. 시대적인 불행과 사회의 편견이 한 인간을 궁지로 몰아가는 과정과 막다른 상황에서 택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결말이 주는 차가운 공포감이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 아래에 처연히 흐른다. 다지마 도시유키는 고전적이면서도 영리한 서술 트릭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독자들에게 소스라칠 만한 놀라움을 안긴다.재미와 문학성, 완성도를 음미하다 보면숨은 반전에 꼼짝없이 당할 것이다!1952년 고베의 롯코산. 산 아래 지역보다 기온이 낮아 더운 여름을 보내기에 제격인 이곳에, 도쿄에 사는 데라모토 스스무가 여름방학을 맞아 놀러 온다. 스스무는 아버지 친구인 아사기 아저씨네 별장에 짐을 풀고 난 후 그의 아들인 가즈히코와 호리병 연못가에 갔다가 자신을 연못의 요정이라 칭하는 가오루라는 소녀를 만난다. 셋 다 열네 살 동갑내기. 스스무와 가즈히코는 가오루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마음을 빼앗겨 “두 사람이 동시에 고꾸라졌다가 함께 데구루루 굴러 떨어진 것 같은”(p.8) 첫사랑을 경험한다. 이들은 여름 내내 롯코산 곳곳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면서 우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쌓아나간다. 그러는 사이에 고시바 이치조 회장, 롯코의 여왕, 히토미 고모, 기요지 삼촌 등 주변의 어른들이 등장해 아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부추기는 한편 이 어른들의 이야기 또한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작품을 이끄는 큰 축을 이룬다. 독일 베를린에서 만나는 고시바 이치조 회장 일행과 아이다 마치코의 이야기,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밀스럽게 사귀는 호큐전철 차장과 히토미의 사연, 폭격이 이루어지는 선로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등 어둡고 냉혹한 줄거리가 아이들의 풋풋한 이야기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까닭은 작가의 노련한 필력과 단단한 문장력 덕분이다. 흐르는 물을 따라가듯 쉽게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작가의 노림수에 꼼짝없이 당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청량한 청춘소설을 읽는 사이 어느새 흑백합의 비정한 향기에 사로잡힌다『흑백합』의 또 다른 매력은 과거의 혼란스러웠던 특정 시기를 대변하는 장소와 인물들에 있다. 작품의 주된 배경인 롯코산은 전쟁 후 황폐해진 세상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솟아나는 장소를 상징한다. 지금의 롯코산은 나무 심기 운동 등으로 빼곡한 푸르름을 자랑하지만 전쟁이 막 끝난 당시의 롯코산은 “산의 표면이 여기저기 희끄무레하게 드러나 있”(p.15)는 애처로운 광경이다. 철재 공출로 로프웨이 역은 철거되는 등 황폐하기 이를 데 없는 산이지만 알고 보면 들꽃이 사방에 피어 있고 연잎이 표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연못이 곳곳에 위치해 사람들의 새로운 시작을 돕는 장소로 기능한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낯선 관계와 감정을 발견하고, 어른들의 사연은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을 맺는다. 이는 과거의 묵은 일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간다는 상황을 암시한다. 또한 이 작품은 추리 소설치고는 그리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지만 인물마다 지닌 매력과 신비감이 상당한 소설이기도 하다. 당차고 솔직한 성격 이면에 복잡한 가정사로 외로움을 간직한 가오루와 표현력이 다소 부족해도 가오루와 가즈히코 사이에서 묘한 감정선을 드러내는 스스무, 약간의 허세와 유머 감각이 매력적인 가즈히코 세 아이들뿐 아니라, 여행도 유학도 아닌데 베를린에 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묘령의 인물 아이다 마치코, 전쟁 시기에 자신의 신념을 지켜가며 사업을 확장해가는 고시바 이치조 회장,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으로 운영 중인 찻집이 늘 호황을 이루는 미지의 인물 ‘롯코의 여왕’, 밝은 표정 이면에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을 쓸쓸히 바라보는 히토미 고모, 어린 히토미와 애정을 나누면서 히토미의 오빠인 기쿠오를 살해하는 미지의 인물 ‘차장’ 등 단순한 듯 보이는 대화와 문장에도 여실히 드러나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작품을 한층 입체감 있게 만든다. 곳곳에 깔렸다가 말끔히 회수되는 복선,읽을수록 새롭게 발견되는 상징작가는 길지 않은 분량에도 독자를 옴짝달싹 못 하도록 붙들어놓을 만한 트릭을 곳곳에 치밀하게 심어놓았다. 인물들이 처음 만나는 장면 묘사부터 주고받는 대화, 무심히 지나치게 되는 설정까지 가볍게 읽히는 모든 문장이 알고 보면 치밀하게 구성한 반전을 수식하는 곁가지 역할을 한다. 아이다 마치코는 대체 누구이고 이 사람은 독일에서 올 어떤 관계의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롯코의 여왕은 어떤 인물인가? 현재 시점에서 히토미 고모의 곁에 과거 호큐전철의 차장이라 짐작되는 사람이 존재하는가? 두 번이나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이며 살인의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것은 감추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거듭된 반전은 처음부터 촘촘히 배치해놓은 복선으로 확인해볼 수 있으며,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홀린 듯 처음부터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지마 도시유키는 두 소년과 한 소녀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에 독자의 주의를 묶어둠으로써 마지막에 모든 것을 뒤집는 반전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는 영리한 트릭으로 독자들의 뒤통수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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