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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람주의보 (커버이미지)
    [문학]범람주의보
    • 설재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12-27

    양로원에 억울하게 갇힌 할아버지를 구출하라!혜인이와 여민이, 그리고 수향 씨의 무모한 구출 작전그 뒤에 숨겨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할아버지가 양로원에 갇혔다. 까다로운 입소 절차는 ‘노망이 났다’는 말 한마디에 너무나도 쉽게 해결됐다. 혜인이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늘 할아버지에게 화만 내고 아빠는 할아버지가 앞에 있어도 마치 없는 사람처럼 엄마에게만 말을 걸곤 했다. 혜인이는 할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결심한다. 할아버지의 양로원 구출 작전을.혜인이의 할아버지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너무나도 양심적인 나머지 회사가 통협동에 오수를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죄책감에 시달리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 그 이후로도 그들의 아픔을 되새기고자 다리 밑에서 불편하게 지낸다. 누구나 사용하는 방수 시스템인 ‘누비스’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통협동에 오수를 버리기 시작한 회사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혜인이는 다리 밑 강물이 불어날 때마다 이제는 희귀 아이템이 되어 버린 ‘우산’을 들고 할아버지를 맞이하러 가야 했다.역시나, 할아버지는 내가 그렇게 부르자마자 원하던 대로 입을 뗐다. 실은 좀 과하게 뗐다. 수향 씨를 향해 냅다 주절거린 것이다. 맞아요, 내가 그래요, 사람이……. 그래서 가족들이 해 준다는 것도 마다하고 속만 썩이고 있습니다, 얼마나 답답할까 미안하긴 한데 내가 마음이 불편하거든요, 이 비를 이렇게 쉽게 안 맞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그 방법이 점점 많이 퍼지면 사람들은 점점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잊게 될 거예요, 비를 맞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모르고 믿지 않게 될 겁니다, 그래서 나라도 안 하려고 합니다……._P.39~40한편, 통협동에서 살며 혜인이의 할아버지를 ‘서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친할아버지처럼 따르는 소년 여민이는 또래보다 어른스럽고 차분한 성격을 지녔다. 여민이는 자신을 포함한 통협동에 살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뚜렷하게 직시하고 있었다. 통협동의 아이들이 태생부터 달고 태어나는 화상 같은 무늬, 가난하고 더러운 동네.“서가 할아버지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서가 할아버지. 그 호칭이 너무 낯설어 눈만 굴리고 있는데 성여민이 다시 덧붙였다.“할아버지 손녀라고 해서 꼭 할아버지처럼 나를 좋아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날 혐오해도 돼. 많이들 그러니까.”전혀 상상하지 못한 말이라서 나는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_P.90처음에 혜인이는 여민이를 보고 깜짝 놀라지만 점차 피부에 새겨진 무늬가 ‘살라맨더’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이후로 혜인이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기억할 것. 당연하다는 생각을 버릴 것. 그들을 위해 움직일 것.“내게 이슬이란, 노망과 같은 층, 같은 자리에 위치하는 단어.”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조명하다『범람주의보』를 관통하는 큰 주제는 ‘이타적인 마음’이다. 타인의 일을 나의 일처럼 생각하고 그들을 배려하며 기억하는 것.혜인이는 서울의 진실과 통협동의 모습을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은, 학교에서조차 배우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 ‘저런 사람들’이라며 늘 타자화되고 일반인들과 섞이지 못하는 이들.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것들이었다. 혜인이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보이지 않도록 양로원에 가둔 ‘노망’난 이들, 그리고 비가 내리지 않는 새벽에만 볼 수 있는 ‘이슬’.수향 씨가 흰 머리를 쓸어넘겼다. 손에 물기가 약간 남아 있어 머리에 방울방울 물이 맺혔다. 나처럼 검은 머리 위였다면 티도 안 났을 텐데, 새하얀 머리카락에 붙어 있는 물방울들은 정말 잘 보였다.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물론 나는 이슬이란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건 24시간 내내 비가 오지 않는 땅에서야 관찰이 가능한 아름다움이니까. 문학 교과서에서나 본 그런 개념이다.그러니 내게 이슬이란, 노망과 같은 층, 같은 자리에 위치하는 단어._P.57『범람주의보』는 보이지 않는 이들을 잊지 말자며 따뜻한 손길을 건넨다. 우리가 이렇듯 아무 일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평범함’ 속에 가려진 이들은 어디든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하면서.타인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혜인이와 할아버지, 그리고 여민이, 수향 씨는 기꺼이 타인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한다. 주변의 것들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부조리를 바로잡으려 노력한다. 비록 작은 몸짓이라 순식간에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양로원 탈출 대작전’은 하나의 큰 날갯짓이었다. 이 세상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자들이 있다는, 작은 나비의 큰 날갯짓.그들을 향해 걸음을 옮길 때 비로소 조화로운 세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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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벽사아씨전 (커버이미지)
    [문학]벽사아씨전
    •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3-12-27

    《영매 소녀》, 〈미카엘라〉 시리즈 박에스더 작가의 신작!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컬트 판타지 로맨스기억하는 사람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귀를 보는 체질을 타고나 남장을 한 채 벽사(삿된 것을 쫓음)를 하러 다니는 서문빈, 왕의 총애를 받는 동부승지이자 조선 팔도 일등 신랑감으로 불리는 현은호. 두 사람은 어느 밤 영의정의 벌장 사곡정에서 마주친다. 벽사 일엔 초보인 은호는 빈에게 동행을 요청하고, 두 사람은 별채로 쓰이는 전각에서 수많은 뱀귀들을 상대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기절한 은호를 데리고 불타는 사곡정을 탈출하던 빈은 누군가 은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비로소 그가 자신의 정혼자, 현은호임을 알아차린다. 오래전 빈은 은호를 구하기 위해 이승의 존재가 아닌 이에게 소원을 빌었고, 그 존재는 은호를 살려주는 대신 그에게서 빈에 관한 모든 기억을 가져갔다. 그리하여 어릴 적 두 사람이 함께했던 기억은 오로지 빈만의 것이 되었다. 빈은 은호를 다시 만날 일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연등회에서 또다시 마주치게 되고, 왕의 명으로 연등회 기간 동안 함께 벽사를 하러 다닌다. 빈이 자신의 정혼자인 줄은 까맣게 모르고, 심지어 남자인 줄 알고 있는 은호. 그런 은호와 함께 다니며 자꾸만 마음이 흔들리는 빈. 그러다 빈의 옷자락에서 나온 어릴 적 자신이 쓴 쪽지를 본 은호는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기억하는 한 사람과 기억하지 못하는 한 사람. 그들의 끊어졌던 인연은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왕비가 되고 싶었던 여자와 왕이 되어야 했던 남자한씨 가문에서 하나뿐인 딸로 태어난 채령은 오로지 왕비의 자리에 걸맞은 교육을 받아 왔다. 자신은 이 나라에서 가장 고귀한 여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믿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남편감이라는 남자를 보았을 때, 채령은 생각했다. ‘저것이 나를 왕비의 자리에 올려 줄 사다리로구나.’ 누가 사다리에게 다정이나 사랑을 원하겠는가. 사다리는 그저 사다리 노릇만 잘하면 그만이었다. 원하던 대로 중전의 자리에 오른 채령은 이제 자신의 아들이 세자가 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채령에게 아들은 왕의 어머니 자리에 오르게 해줄 또 다른 사다리였다. 방계의 핏줄로 태어난 휘는 왕의 자리에 오르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정도의 서열이었다. 하지만 영의정의 외동딸 한채령과 혼인한 후, 인생의 흐름이 바뀌었다. 처음부터 이야기가 많았다. 영의정의 하나뿐인 딸이 왕자도, 세손도 아닌 저 먼 방계의 자산군에게 시집을 간다니. 그러나 휘는 채령의 둥글고 고운 눈을 처음으로 바라보았을 때 채령이 자신과 혼인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왕비가 되고자 태어난 자입니다.” 채령은 그렇게 말했다. 혼인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세자가 병에 걸려 죽었다. 다음 왕자들 역시 세자의 자리를 받기도 전에 급사했다. 결국 휘는 거절할 수 없는 독주와도 같은 왕의 자리에 올랐다. 채령을 중전으로서 극진히 대접했지만 결코 반려자로 여긴 적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온화하고 현숙한 중전이라며 입이 닳도록 칭송하지만, 휘는 중전의 진짜 속내를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 동부승지 현은호와 함께 영의정의 세력을 몰아내고 진정한 왕이 되려 한다. 찾으려는 자와 없애려는 자‘내 너에게 파려라는 이름을 준다. 이는 칠보 중 하나이니, 너의 비늘이 수정을 닮았기 때문이다.’죽어 가던 구렁이였던 그를 다시 살리고 업신의 자리에 올려 준 염라대왕. 태어나 한 번도 자신의 비늘이 아름답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건만, 그 한마디로 파려는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 한마디에, 파려는 자신의 모든 것을 그분께 바쳤다. 염라의 권속이 되어 함께하던 어느 날, 이승의 삶을 살러 간 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직 염라만을 따르기로 한 파려는 이승에 머무르며 염라를 찾아다닌다. “내 존재 이유며, 앞으로 살아갈 이유며, 내가 만약 죽는다면 그분을 위해 죽으리라, 그리 다짐하게 만든 분입니다.” 파려의 말을 들은 서문빈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그분께 바쳤지만 마음까지 전부 내어 준 줄은 미처 몰랐던 파려는 빈의 말을 듣고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염라는 저승의 왕이자 망자와 죽음을 다스리는 자다. 모든 것의 죽음 이후를 다스리는 염라의 자리에 올라 사(死)를 관장하기 위해서는 죽음 전의 삶을 적어도 한 번은 거쳐야 했다. 삶과 죽음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죽음을 다스리는 염라가 될 수 없었다. 파려가 찾아다니는 염라는 세 번째 이승의 삶을 살러 갔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염라의 자리를 노리는 전륜(오도전륜대왕)이 염라가 가장 취약한 순간, 이승의 몸과 목숨을 입고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노려 염라의 혼을 깨트린 것이다. 그런데도 전륜에게는 염라의 완전한 소멸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륜은 염라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어딘가에 조각으로 존재할 염라를 찾아 완전히 없애려 한다. 은호와 빈, 채령과 휘, 파려와 전륜. 여섯 인물의 욕망과 사건이 뒤엉키며 이야기는 점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은호와 빈의 인연은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휘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영의정의 세력을 몰아내고 진정한 왕이 될 수 있을까? 파려는 전륜의 방해를 물리치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염라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과연 어떤 결말이 이루어질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컬트 판타지 로맨스, 흥미진진한 전개와 인물들의 성장 서사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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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의 시간 (커버이미지)
    [문학]별의 시간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12-27

    문학을 통해 가장 멀리까지 나아간 작가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다다른 종착역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쓴 마지막 작품이다. 작가 본인의 삶 가운데 일부를 떼어 내 형상화한 두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둘은 기존의 작품들에 등장한 (리스펙토르를 닮은) 인물들에 비해 작가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지성의 이해를 불허하는 인물인 마카베아는 언어로 재현할 수 없는 신비 속에 있다. 마카베아의 비극적인 삶은 이상하리만치 강렬하고 선명해서 마치 서사가 아닌 사진처럼, 단숨에 치고 들어왔다 사라지는 강렬한 빛-순간처럼 다가온다.스물세 살에 쓴 데뷔작 『야생의 심장 가까이』에서 언어와 사고를 통해 가장 멀리까지 다다르겠다고 선언했던 리스펙토르가 마지막으로 당도한 지점이 여기다. 언어적 사고를 무효로 만드는 순정한 비극 혹은 세계. 이 공허하고 투명한 황무지에 세워진 『별의 시간』은 마치 후대를 위해 지어진 오두막처럼 느껴진다. 여기가 내가 다다른 가장 먼 곳이니, 미래는 이제 여기서 출발하라. 이 슬픈(어쩌면 리스펙토르의 작품 가운데 가장 슬픈)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상하리만치 활짝 열려 있다.리스펙토르의 마지막 작품,작은 수수께끼로 시작하다리스펙토르가 마지막으로 쓴 이 작품의 앞에는 헌사가 달려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수수께끼 같은 문장이 달려 있다. “이 헌사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작성함.” 작성자를 명확히 하려는 이 문장은 오히려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이 헌사를 쓸 수도 있었을 ‘저자’가 또 있다는 걸까? 마치 데이빗 린치의 영화 같은 이 도입부 설정은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이 헌사에서 작가가 자신을 지칭하며 쓴 단어 homem은 ‘남자’ 또는 ‘인간’으로 번역할 수 있다. 이를 남자로 해석할 경우, 이 헌사는 작중 일인칭 화자이자 남성 작가인 호드리구가 쓴 것이 되며, 따라서 헌사는 소설의 일부로 편입된다. 반면에 homem을 인간으로 해석할 경우, 본문보다 앞서 등장하는 헌사의 관례적인 특성에 따라 이 헌사는 ‘진짜 작가’인 리스펙토르가 ‘소설 밖-현실 속’에서 쓴 것으로 인식된다.이 두 가지 가능성은 모두 가능하다. 따라서 이 헌사는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아니라 현실과 픽션의 지분이 공존하는, 혹은 ‘현실이면서 픽션인’ 독특한 공간 속에 있다. 저자와 등장인물 사이의 벽을 흐리면서 현실 감각을 흐트러트리는 이 공간은 『별의 시간』 전체를 감싸게 된다.작가와 피조물 A, 리스펙토르와 호드리구비록 그 성별과 독백하는 말투가 달라서 겉보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리스펙토르와 호드리구는 공통된 정체성을 갖고 있다. 기묘한 지성과 화려한 문장을 지녔으며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성공한 작가. 호드리구는 리스펙토르라는 ‘작가’의 ‘현재’와 닮은 인물이다. 심지어 (설정상 호드리구가 썼다고 간주되는) 『별의 시간』의 도입부 역시 전형적인 리스펙토르풍 전개를 보여 준다. 스스로의 내면을 끝없이 파고들어 가면서 문장을 발굴하는 것이다.그러나 『별의 시간』은 그간 호드리구(와 리스펙토르)가 즐겨 몸담았던 세계에서 벗어나려 한다. 호드리구는 자기 내면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과 아주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고, 삼십여 페이지를 자신의 세계 속에서 망설인 끝에 힘겹게 발을 내디딘다. 그렇게 당도한 낯선 세계는 그의 세계와 완전히 다른 곳이다. 그곳은 거의 말을 하지 않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거의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가난하고 젊은 여자의 세상이다.작가와 피조물 B, 호드리구와 마카베아지식인 계급에 속하는 남성 작가 호드리구와 그가 창조한 ‘가난한 여성’ 마카베아는 그 배경과 성격 모두 대조되는 인물처럼 보인다. 마카베아는 가난 속에서 자랐고, 지적으로 뛰어나지 못하며, 따라서 반성적인 고찰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고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심지어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호드리구는 문학 속에서 가장 멀리 나아가기 위해 자신과 가장 다른 인물을 창조했지만, 그 순진하고 무지한 세계를 비추는 강렬한 빛은 언어, 즉 “그림자들로부터 주입받은 소리(29쪽)”로 표현하기에는 지나치게 선명한 것이었다. 호드리구는 자신의 창조물을 보며 당혹해한다.그러나 호드리구와 마카베아 역시 연결돼 있다. 호드리구가 독백으로 내뱉은 몇몇 말들은 시간이 지나 마카베아에 관한 묘사나 그녀가 내뱉은 대사로 재탄생된다. 또한 마카베아가 거울을 보는 어느 순간, 그 거울에 비치는 것은 호드리구 자신의 얼굴이다. 이런 순간들은 애초에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 작가의 세계 바깥에서 기적처럼 날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호드리구가 마카베아를 통해 발견한 것은 외계에서 온 신비가 아니라 자신이 의식하지 못했던 자기 내면의 일부였던 셈이다(리스펙토르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에게는 초현실적인 몰아의 힘 같은 건 없으며, 오직 엄밀한 내면 관찰을 통해서만 글을 쓴다고 말이다).결국 호드리구는 마카베아에 관한 소설을 쓰면서 자기 자신이 그 소설에 연동돼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다면 소설은 일종의 에세이 혹은 고해일까? 아니, 어쩌면 모든 글이 에세이이자 고해이며, 글을 쓰는 사람은 결국 예기치 못했던 자기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이 글쓰기일까?문학을 통해 가장 멀리까지 나아간 작가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다다른 종착역리스펙토르와 호드리구와 마카베아. 이들은 창조자와 피조물로서 엄격한 위계를 형성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들 모두가 리스펙토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의미의 자전적 문학을 뜻하지는 않는다. 리스펙토르가 자신을 소재로 삼은 것은 스스로를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가장 큰 수수께끼가 자기 안에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낯선 인물을 창조했으나 그 인물이 자기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영혼이었을 때, 가장 멀리 나아감으로써 처음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에, 리스펙토르의 마지막 작품은 끝을 맺는다. 언어적 사고를 무효로 만드는 순정한 비극, 이 공허하고 투명한 황무지에 세워진 『별의 시간』은 마치 후대를 위해 지어진 오두막처럼 느껴진다. 여기가 내가 다다른 가장 먼 곳이니, 미래는 이제-다시 여기서 출발하라. 이 아무렇지 않게 슬픈(어쩌면 리스펙토르의 작품 가운데 가장 슬픈)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상하리만치 활짝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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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 코드 - 모두에게 익숙한 소년과 처음 만나는 나 사이 (커버이미지)
    [문학]보이 코드 - 모두에게 익숙한 소년과 처음 만나는 나 사이
    • 이진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3-12-27

    이건, 전건우, 정해연, 조영주, 차무진! 1318들이 사랑하는 작가들이 ‘남자다움’을 말하다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통해 1318들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돕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데 함께하고 싶다는 취지로 시작된 생각학교의 클클문고 시리즈. 이번 클클문고에서는 청소년들이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남자다움’에 관해 다섯 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풀어낸 앤솔러지 《보이 코드》를 출간했다.‘남자다움’은 일종의 성별의 차이에 따른 역할로 여겨진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인종이나 계층에 따른 역할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지만 성역할(gender role)이라는 표현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성역할이 성별에 따른 역할의 분리라기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규범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역할과 본분으로서 남자다움을 강요받을 때 그것은 차별이 되고 폭력이 된다. 남성과 여성, 모두 행복하지 않다. 특히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소년기에 심어진 고정된 성역할은 성인이 되어 살아가는 데 수많은 제약과 장애를 야기시킨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아가기 이전에 사회가 강요하는 성역할을 먼저 학습하고 배우다 보면 스스로에게 솔직할 기회를 잃게 된다. 이 책은 보이지 않지만 공기처럼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성역할과 고정관념에 대해 질문하고, 소년에게 붙은 ‘남자다움’이라는 꼬리표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꼬리표 없이 살아가는 삶은 가능한지 그 너머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를 탐색하며, 청소년 스스로 ‘자기다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끈다. 빠른 이야기 전환, 통쾌한 서사, 멈출 수 없는 재미를 바탕으로 1318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이진·전건우·정해연·조영주·차무진 작가가 참여한 이 책은 5인 5색 소년들의 아프지만 씩씩하고, 솔직한 성장통이 담겨 있다. 괜찮은 척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고민하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 네 마음을 따라가렴.” 목소리, 말투, 성격, 키… 수백 가지가 모여 나를 만든다그런데 남자다움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남자 키가 백팔십 센티미터는 돼야지!”“남자가 왜 이렇게 소극적이야.”“남자애가 이것도 못 해서 되겠어?”사춘기는 신체의 변화와 함께 마음의 성장도 이루어지는 시기다. 청소년들은 이 시기에 ‘나’는 누구인지, 또 이 드넓은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자신의 외연을 넓혀간다. 또한 사회화를 통해 성별에 따라 주어진 역할들을 학습하며 성인이 되어간다.이 과정에서 소년들은 사회가 기대하는 남자다움, 때로는 내면의 압박으로 변하기도 하는 성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저 문장들은 한국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듣게 되는 말이다. 언뜻 보면 뭐가 문제일까 싶지만 남자의 외모, 성격, 능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드러낸다. 이 책 《보이 코드》는 작가 다섯 명이 각자의 시선으로 남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의 한계와 그 너머를 상상한 결과다. 소년들이 사춘기에 겪는 여러 국면과 서로 다른 인물들을 통해 남자다움과 나다움 사이, 폭력과 권력, 사랑과 정체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보이 코드’를 키워드로, 1년 여 동안 작가들마다 각자의 소년 속에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집필했다. 첫 번째로 수록된 〈더블〉(전건우)에서 수혁이라는 소년은 유약한 자신을 억누르기 위해 더 강한 남자가 되려다 공포를 경험한다. 수혁의 이야기를 통해 남자다움에 대한 강요가 결국 자신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유령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맹금류 오 형제〉(차무진)는 잘 알려진 만화 《독수리 오 형제》의 서사를 오마주(Hommage)하여 공동체에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왔던 행동 유형들을 비판한다. 또 청소년들이 사회의 관습적인 성역할을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비판 없이 추종할 시 나타나는 폭력성과 비합리성을 깨닫게 돕는다. 세 번째 작품 〈기둥〉(정해연)은 현실 속에서 소년들이 느끼는 무거운 짐의 정체를 드러낸다. ‘나’이기 이전에 ‘오빠’이자 ‘아들’로 살아가며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는 한국의 소년들은 어쩌면 모두들 태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이 책은 남자다움을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세 작품을 통해 문제를 이해했다면, 그 이후엔 강요된 남성다움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에 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소년에겐 아지트가 필요하다〉(조영주)에는 뀨, 민, 쭌이라는 소년들이 등장한다. 이 세 소년은 여름방학 동안 ‘은’이라는 형을 만난다. 세 소년은 ‘은’과 아지트 속에서 난생처음 만나는 감정들을 통과하며 누군가에게 온전히 기대는 법, 또 다른 사람에게 내 어깨를 내어주는 여유를 배우게 된다.마지막으로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정거장에서〉의 영수를 만난다. 족쇄처럼 느껴지는 남자다움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충실할 때 만나는 영수의 독백은 우리의 삶을 목련이 환하게 빛나는 봄처럼 만들어준다.무엇이 여성적이고, 무엇이 남성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들의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남자다움이라는 오래된 지도를 떠나 바깥으로 걸어갈 때, 우리는 나다움이라는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된다. 나다움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결국 각각의 소년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찾고, 고유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이 시대의 청소년들이 사회적 기대에 얽매이는 대신 자신만의 열정과 생각을 추구하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 남자와 여자라는 당연한 이분법을 벗어나 자신만의 다양하고 복잡한 정체성을 이해해가는 청소년들의 자기 탐구 여정에 이 책은 분명 든든한 단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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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쌍한 캐럴라인 (커버이미지)
    [문학]불쌍한 캐럴라인
    • 위니프리드 홀트비 지음, 정주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12-27

    ‘혐오든 연민이든 멋대로 하라지!’우스꽝스러운 할머니가 되더라도 지켜야 할 나다움여성과 아동, 흑인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사회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 인정받는 소설가였던 위니프리드 홀트비의 대표작 중 하나. 국내 초역. 개인적인 사랑보다는 사회적인 성공을 꿈꾸는 일흔두 살의 주인공 ‘캐럴라인’을 둘러싼 다양한 주변 인물의 목소리를 담아낸 소설로, 가난한 비혼의 노년 여성을 향한 혐오와 연민의 시선을 가볍게 튕겨내는 작품이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장마다 다른 인물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데, 거의 매 장이 ‘불쌍한 캐럴라인’이라는 말로 끝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그러나 꿋꿋하게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캐럴라인의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정말로 ‘불쌍한’ 이들이 누구인지 되묻게 만들고 노년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한 꺼풀 벗겨낸다. 한편 《불쌍한 캐럴라인》 출간 이듬해에 신장병의 일종인 브라이트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음에도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다음 소설 《사우스 라이딩》의 집필에 몰두한 홀트비의 모습은 죽음 직전까지 일을 놓지 않았던 캐럴라인과 겹쳐 보이는데, 그렇게 완성한 작품이 오늘날까지 대중에 사랑받으며 홀트비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무심한 당신은 알지 못했던기꺼이 감내하고 기어이 꿈꾸는 삶캐럴라인이 누구인지 묻는다면 그의 조카는 “혼자 하숙집에 사는데 집세는 밀리고, 우리가 준 헌 옷을 입고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는 일들을 하겠다고 종종거리며 다니고, 아무도 실어주지 않는 글을 쓰고, 저녁밥으로 마가린 바른 빵을 먹는 인생”을 살다 간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또 다른 조카는 더 짧게 소개할 수도 있다. “대단한 기생충, 엄청난 멍청이, 기막히게 지루한 분, 크나큰 고통거리지.” 미혼에, 가난하고, 이렇다 할 업적도 없는 일흔두 살의 캐럴라인은 집안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심지어 캐럴라인이 죽은 뒤에도 친척들은 그를 애도하는 대신 귀찮은 존재 하나가 사라졌다며 안도한다. “일흔 넘은 여자 인생에 뭐 그리 대단한 게 있겠”느냐면서 캐럴라인을 조롱하고, 캐럴라인의 인생 전체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린다.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캐럴라인이 작성했다는 유언장의 내용을 들어보면 누구라도 이상함을 느낄 만하다. 평생을 가난하게, 여기저기 빚을 지며 살았으면서 수천 파운드나 되는 돈을 어떤 사람에게 얼마씩 나눠주겠다고 자세히도 적어뒀으니 말이다. 캐럴라인, 당신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건가요?조지프는 덴턴스미스가 크리스천 키네마사 그 자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회사는 그녀의 말에서 생겨났다. 그녀의 노동으로 존재했다. 회사는 그녀의 이상을 향했다.(66쪽)일흔두 살의 캐럴라인은 어떤 삶을 살았나. 《불쌍한 캐럴라인》은 곧바로 캐럴라인의 이야기로 들어가는 대신 캐럴라인의 주변 인물들, 그러니까 캐럴라인이 온몸을 바쳐 성공시키고자 한 영화사 ‘크리스천 키네마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내내 펼쳐놓는다. 한몫 챙기려고, 인맥을 쌓으려고, 필름을 팔기 위해, 불쌍한 캐럴라인을 돕고 싶어서 등등 회사에 모인 이유는 저마다지만 “크리스천 키네마사 그 자체”인 캐럴라인을 향한 시선은 고만고만하다. 연민 혹은 혐오. 회사에 ‘한 발씩만 걸친’ 사람들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사업에 온몸을 바쳐 일하는 캐럴라인을 안쓰러워하거나, 남들보다 더 가진 것이라고는 나이뿐이면서 위축되지 않고 당당한 그를 혐오스럽게 여기거나. 거의 매 장이 ‘불쌍한 캐럴라인’이라는 말로 끝나는 소설의 형식적 특징은 캐럴라인을 향한 이런 시선을 잘 나타낸다.개인적인 사랑보다 강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열정이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해요. 정말 있어요. 적어도 저 같은 여자들에게는 있어요.(331쪽)소설의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독자는 비로소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서가 아닌 캐럴라인 스스로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온갖 고통과 불편과 외로움과 실패도 지켜야 할 큰 뜻만 있다면 가치 있는 것이 된다”라며 남들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나아가는 캐럴라인의 모습은 앞서 쌓아온 가난한 노년 여성을 향한 편견을 깨부순다. ‘실현 가능성 낮은 일에 아등바등 목매다는 가난한 할머니’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기대하는 용기를 잃지 않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당당해서 혐오스러운 할머니’는 ‘우스꽝스러워지더라도 나다움을 잃지 않는 단단한 할머니’로 바뀐다. 그러나 변한 것은 캐럴라인이 아닌 그를 바라보는 시선뿐. 위니프리드 홀트비는 ‘불쌍한’ 캐럴라인을 통해 편협한 시선과 짧은 수식어로는 누군가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그러니 당신 역시 나이가 많든 적든, 가난하든 아니든,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규정되고 고정되지 말고 살아가라는 찬란한 응원은 덤이다.가즈오 이시구로와 애나 번스 등이 수상한‘위니프리드 홀트비 기념상’위니프리드 홀트비는 사회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로서 《타임 앤드 타이드》와 《맨체스터 가디언》을 비롯한 정기간행물에 여러 편의 글을 발표했고, 독립노동당에서 활동했으며, 페미니스트 단체 ‘식스 포인트 그룹’의 일원으로 과부, 비혼모, 아동 등을 위한 인권 운동을 펼쳤다. 또한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의 연사로서 세계 각국을 방문했는데, 이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열악한 상황을 목격하고는 흑인 노동조합 결성을 열렬히 주장했다. 홀트비는 서른일곱 살에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유산과 책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 거주구인 소웨토에 남겼고, 이를 토대로 비유럽인을 위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도서관인 ‘위니프리드 홀트비 기념 도서관’이 개관했다. 아울러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린 ‘위니프리드 홀트비 기념상’도 제정되었는데, 가즈오 이시구로와 애나 번스 등이 이 상을 수상했다. 홀트비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모두를 선선히 남겼기에 “나는 항상 정신적인 것을 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라고 했던 캐럴라인의 목소리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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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까마귀 -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커버이미지)
    [문학]붉은 까마귀 -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 설흔.박현찬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3-12-27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까?”- 역사적 사실과 놀라운 상상력으로 빚어 낸 글쓰기 고전 소설 -돌아가신 아버지의 행적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 종채.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팔 년이 넘었고, 세간에서는 아버지가 제자의 글을 표절해서 자신의 글인 양 책을 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아야 할 종채는 어찌된 일인지 도무지 한 줄도 글을 쓸 수가 없다.어느 날 종채 앞에 《연암협일기》라고 씌어 있는 의문의 책 한 권이 배달된다. 첫 장을 펼치자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지문의 이름이 등장하고, 그가 종채의 아버지인 연암 박지원에게 글쓰기 수업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런데 지문이 썼다고 하는 글들은 바로 연암의 글! 그렇다면 아버지가 제자의 글을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란 말인가! 혼란스러운 종채는 진실을 알기 위해 나머지 내용을 읽어 가는데…. 《붉은 까마귀》는 글쓰기의 대가 연암 박지원의 아들이 우연히 손에 넣게 된 책을 통해 연암의 글을 둘러싼 소문의 진실을 파헤치고, 연암이 지문에게 한 수업을 통해 연암의 글쓰기의 비법을 배운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여기에 지문의 아버지를 둘러싼 비밀, 연암을 이용하기 위해 연암 곁에 맴도는 중현, 자신의 딸마저도 정쟁에 이용하는 김조순, 과거급제와 작가로서의 성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문 등 ‘배신’이라는 공통분모로 인물들을 엮어 반전의 묘미를 잘 살려 내고 있다. 소설 속 소설의 내용이 서로 교차되면서 과거와 현재가 넘나들고,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교묘히 얽히면서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 흡입력 있게 독자를 매료시킨다.2007년 출간되어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된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를 청소년 대상으로 리뉴얼한 책이다.“붉은 까마귀를 관찰하라.”- 화두처럼 던진 연암만의 특별한 글쓰기 수업 방식 -검기에 까마귀라는 이름을 가진 것인데 ‘붉은’ 까마귀라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붉은 까마귀를 상상하면서 어떻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인가! 책 속에서는 결코 연암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없었던 지문은 ‘붉은 까마귀’를 찾기 위해 들로 산으로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연암이 화두처럼 던진 질문을 풀던 지문은,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약(約)’의 이치와,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넓게 보고 깊게 파헤치는 과정이 ‘오(悟)’임을 깨닫는다. 또한 “이는 살에서 생기는가? 옷에서 생기는가?”라는 질문에서 이가 옷과 살 사이에서 생기듯, 두 사람의 시선이 사이의 지점에서 교차하듯, 글도 법고와 창신 사이에 자리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즉 어설픈 타협으로 만들어지는 중간 자리가 아니라 구별과 대립을 포섭하는 동시에 그 단계를 넘어서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사이의 묘’를 깨닫는 것이다. 책은 종이로 된 것에 국한되지 않으며, 세상은 그 자체가 커다란 책이 되는 이치, 당연시 되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것 등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를 이루는 기본 원리를 완전히 파악해서 소설에 녹여 낸 작가의 솜씨는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붉은 까마귀》의 소설적 구성이 연암 박지원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혔는데, 사실은 이 소설 자체가 연암 박지원이라는 커다란 책을 읽는 방식임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이 책 곳곳에 배치된 연암의 주옥같은 문장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글들은 오래도록 곱씹을 만하다.연암을 조선 최고의 문장가로 만든 여섯 가지 글쓰기 노하우정조 임금이 ‘글로써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주의 인물’이라고 칭할 만큼 연암 박지원은 조선 사회와 지식인들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연암은 과거 시험에 목을 맨 채 고전을 읽고 정해진 답을 외우기만 하던 당시 풍조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사유를 글에 담았다. 요즘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연암은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가진 독보적 작가인 동시에 작가정신과 창작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작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연암은 탁월한 글쓰기 이론가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이론을 직접 글쓰기에 실천한 조선 최고의 문장가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의 이론과 문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글쓰기에 대해 배울 스승으로 연암 선생을 모신 가장 큰 이유다.”연암의 글쓰기 비법을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1. 정밀하게 독서하라.2. 넓게 보고 깊게 파헤쳐라.3. 원칙을 따르되 적절하게 변통하여 뜻을 전달하라.4. 대립되는 관점 사이를 꿰뚫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라.5. 11가지 실전수칙을 실천하라.6. 초심을 잊지 말라.종채가 지문의 글을 통해 아버지의 행장을 완성하듯,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만의 글을 쓸 수 있는 기본기를 확실하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독자 리뷰글쓰기에 대한 책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달콤하면서도 재미있어서 책장이 술술 잘도 넘어간다. 뒷이야기는 왜 그리도 궁금하던지. 보통 사람인 내가 연암의 책을 완독, 제대로 볼 수 있겠는가. 이렇게 달콤하게 써 줘야 맛있게 읽고 감동을 받는 게지. - 아침이슬이처럼 쉽게, 이처럼 명쾌하게 글쓰기를 가르쳐 주는 책은 처음 보았다. - 레인메이커문장 지도서로서는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최고의 책이었다. 국어 교사로서 내게 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물론 학창 생활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다. - 목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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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윈터 에디션) (커버이미지)
    [문학]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윈터 에디션)
    • 유영광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3-12-27

    “전 세계 독자들이 기다려 온 괴물 신인 작가의 탄생!”국내 출판 역사상 최초! 출간 전 해외 6개국 판권 수출불행을 파는 대신 원하는 행복을 살 수 있는 가게가 있다면? 듣기만 해도 방문하고 싶어지는, 비가 오면 열리는 수상한 상점에 초대된 여고생 세린이 안내묘 잇샤,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도깨비들과 함께 펼치는 감동 모험 판타지!『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은 출간 전부터 많은 독자에게 입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이다. 처음 텀블벅에서 소개됐을 때부터 2000만 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모금하며, 베스트셀러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금액을 넘어섰다. 무엇보다 2023년 4월에 열린 런던도서전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출간 전부터 해외 6개국(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일본, 대만, 러시아)에 판권을 먼저 수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국내 출판 역사상 최초의 일로, 그야말로 ‘괴물 신인 작가’의 탄생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이 소설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국적과 언어를 초월해 큰 기대를 받는 것일까? “해리포터 시리즈와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만났다.” “더 열심히 살아갈 용기와 위로를 얻었다.” “놀랄 정도로 잘 읽힌다.” “너무 감동적인 이야기라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작품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말처럼, 이 소설이 재미와 감동 그리고 의미를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마치 영상을 보는 것과 같은 생생한 묘사와 속도감 있는 문체, 판타지와 성장소설의 결합, 무엇보다 따스한 시선으로 희망과 용기를 건네는 작가의 진정성과 작품의 메시지가 언어와 문화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전 세계가 기다리는 놀라운 ‘스토리의 힘’이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의 초대장을 펼쳐보자.“당신의 불행을 파시겠습니까?”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상점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레인보우 타운의 오래된 폐가, 언젠가부터 이곳에 전해지는 괴이한 소문이 있다. 폐가에 자신의 사연을 적은 편지를 보내 당첨되면, 어느 날 정체 모를 티켓 한 장이 집으로 날아온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일 년에 단 한 번, 비가 오면 열리는 수상한 비밀 상점으로의 초대장. 그곳에 초대된 사람들은 자신의 불행을 파는 대신 원하는 행복을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행복을 찾는 주인공 세린과 버려진 안내묘 잇샤의 모험이 시작된다.『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은 출간 전부터 많은 독자에게 입소문이 났던 소설이다. 처음 텀블벅에 소개됐을 때 무려 939명의 후원자가 20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후원했고, 전자책 플랫폼 크레마클럽에 사전 연재됐을 때에도 한국소설 분야 1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호응 속에서 정식 종이책 출간을 요청받았다. 신인 작가의 소설에 이렇게 많은 독자가 관심을 보인 이유는 뭘까? 불행을 파는 상점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도깨비 캐릭터들, 깜짝 반전이 있는 흡인력 있는 스토리가 ‘새롭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올여름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갖춘 매혹적인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비가 온 뒤 피어나는 무지개처럼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성장 소설의 결정판이 소설의 장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도깨비 상점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다룬 판타지 소설이자, 상처 입고 지친 마음을 보듬는 힐링 소설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독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건네는 성장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나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처럼, 동화 같으면서도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 영혼의 키가 한 뼘 더 자란 것을 깨닫게 된다.모험과 판타지, 힐링, 성장이 결합된 소설의 형태는 저자의 독특한 삶의 이력과도 연결되어 있다. 유영광 작가는 살면서 겪었던 아픔을 이야기로 치유받으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말한다. 생계를 위해 음식 배달 일을 하며 지하철과 카페에서 틈틈이 이 소설을 썼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상처를 입고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그 시간들을 잘 견뎌내면, 그저 흉터로만 남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더욱 단단하고 강하게 만든다. 거센 비가 내릴수록 더욱 아름다운 빛을 뽐내는 무지개처럼 말이다. 이처럼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 곳곳에 녹여내면서, 어려운 현실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따스한 시선으로 용기를 건넨다. “해리포터와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만남!”전 세계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야기의 힘『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을 읽은 독자들이 한결같이 보이는 반응이 있다. 마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펼쳐진다는 것이다. 자유자재로 크기가 바뀌는 먹보 안내묘 잇샤, 사람들의 비난과 칭찬의 말로 향수를 만드는 도깨비, 눈물과 땀으로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피우는 도깨비, 발톱 다듬기 대회와 반찬 없이 맨밥 먹기 대회의 수상 경력을 뽐내는 도깨비 등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독자로 하여금 소설 속 세계에 몰입하게끔 만든다. 이 소설은 2023년 런던도서전에도 사전 소개되었고, “해리포터 시리즈나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한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출간 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다.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일본, 대만, 러시아 등 6개국에 판권을 수출하면서, 언어를 뛰어넘는 ‘우리 이야기’의 힘을 널리 알렸다. 지금 삶에 지쳐 위로를 받고 싶다면, 혹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용기를 얻고 싶다면, 전 세계가 기다리는 힐링 판타지 소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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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치산의 딸 1 (커버이미지)
    [문학]빨치산의 딸 1
    • 정지아 지음
    • 필맥
    • 2023-12-27

    《빨치산의 딸》은 작가가 스물다섯의 나이로 계간 <실천문학>에 4회에 걸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내로라하는 작가라 할지라도 쉽게 쓸 수 없는 장편의 역사드라마를 어린 나이에 거침없이 써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현대사의 핏빛 소용돌이에 뛰어들어 고초를 겪은 가족의 수난사였기 때문이다. 남로당 전남도당 인민위원장이었던 아버지와 남부군 정치위원이었던 어머니를 둔 탓에 작가는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어린 나이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무게의 멍에에 짓눌려 어두운 성장기를 보냈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춘기의 작가가 부모님과 마음의 담을 쌓은 채 자기만의 세계로 칩거한 것은 어쩌면 가장 자연스런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철이 들고 현실과 역사에 대해 조금씩 눈을 떠가면서 작가는 순수한 대의를 위해 젊음을 바쳤지만 이루지 못하고, 사회의 냉대 속에 쓸쓸히 늙어가는 노부모를 이해하게 된다. 지아, 남로당 빨치산의 거점인 지리산과 백아산에서 따온 자신의 이름자에서부터 덧씌워진 천형을 비로소 기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빨치산의 딸》은 바로 그 화해의 접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글에는 기교나 재주를 무색하게 하는 묵직함이 담겨있다.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지만 그 기쁨도 잠시, 조선은 곧바로 혼란에 휩싸인다. 나라는 이념에 의해 사실상 둘로 쪼개지고, 민중은 여전히 식량난에 허덕였으며, 전국적으로 총파업이 일어났다. 구례구 철도원으로 일하며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청년 정운창은 이런 혼란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여기고 누구나 돈 없이도 무상교육이 가능하다는 이북행을 감행하나 실패한다. 비록 학습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그는 그 과정에서 몇몇 좌익 지도자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감화되어 남조선노동당(남로당)에 가입한다. 그리고 새로운 이름 ‘유혁운’으로 다시 태어난다.그리고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이옥남,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숙원이던 공부도 하지 못하고 원치 않은 종갓집 며느리가 되지만, 마음속엔 늘 남녀가 똑같이 대우받는 세상에 대한 꿈을 품고 있다. 어느 날 그녀는 태평양전쟁의 말엽에 강제징용됐다 좌익이 돼 돌아온 남편을 따라 남로당에 가입함으로써 ‘이옥자’라는 가명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유혁운과 이옥자. 그들은 각자 자신의 새로운 이름으로 겪어야 할 거친 운명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선택은 정당한 것이며, 그 선택에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 그것까지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똑같은 선택을 하고 고통을 나눠질 수많은 동지들이 그들과 함께했다.정부의 토벌작전으로 와해 위기에 처한 구빨치는 한국전쟁의 발발로 다시금 활기를 띠었고, 부산을 제외한 전국이 북한 인민군에게 점령되면서 그들로서는 새로운 해방을 맞는 듯했다. 그러나 50년 9월 연합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퇴로가 막힌 인민군이 대거 합세하면서 규모가 커진 빨치산이 후방 교란작전을 펴자 이에 큰 위협을 느낀 연합군은 전방부대를 동원해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단행한다. 결국 빨치산은 믿었던 북로(북조선노동당)의 배신과 남한 군경 합동의 거센 공격 속에서 허망한 최후를 맞는다.《빨치산의 딸》은 모두가 평등한 세상, 민족이 하나 된 세상을 꿈꾸었던 민초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그 순수한 신념만으로 역사의 비극 속에 맨몸으로 뛰어들었고, 자신들의 꿈이 이미 좌절되었음을 알고도 묵묵히 자신의 열정과 뼈를 산줄기 마디마디에 묻었다. 문학평론가 김형수는 이 책에 대해 “통렬한 과거사가 우리의 오늘을 만들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평했다. 역사는 그들처럼 배반당한 꿈을 위해 모든 인생을 걸었던 이름 없는 민초들이 흘린 피와 눈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소설의 형식을 띠기는 했지만 빨치산 활동에 직접 참여했던 인물들의 체험과 증언에 의해 철저히 뒷받침됐다. 전개되는 사건의 흐름과 지명,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물론, 사용된 단어나 구호까지 당시 빨치산들이 쓰던 대로 최대한 살렸다. 따라서 독자들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을 넘어 한동안 그늘에 감춰져 쉬쉬 하던 우리의 과거사를 들여다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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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치산의 딸 2 (커버이미지)
    [문학]빨치산의 딸 2
    • 정지아 지음
    • 필맥
    • 2023-12-27

    《빨치산의 딸》은 작가가 스물다섯의 나이로 계간 <실천문학>에 4회에 걸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내로라하는 작가라 할지라도 쉽게 쓸 수 없는 장편의 역사드라마를 어린 나이에 거침없이 써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현대사의 핏빛 소용돌이에 뛰어들어 고초를 겪은 가족의 수난사였기 때문이다. 남로당 전남도당 인민위원장이었던 아버지와 남부군 정치위원이었던 어머니를 둔 탓에 작가는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어린 나이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무게의 멍에에 짓눌려 어두운 성장기를 보냈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춘기의 작가가 부모님과 마음의 담을 쌓은 채 자기만의 세계로 칩거한 것은 어쩌면 가장 자연스런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철이 들고 현실과 역사에 대해 조금씩 눈을 떠가면서 작가는 순수한 대의를 위해 젊음을 바쳤지만 이루지 못하고, 사회의 냉대 속에 쓸쓸히 늙어가는 노부모를 이해하게 된다. 지아, 남로당 빨치산의 거점인 지리산과 백아산에서 따온 자신의 이름자에서부터 덧씌워진 천형을 비로소 기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빨치산의 딸》은 바로 그 화해의 접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글에는 기교나 재주를 무색하게 하는 묵직함이 담겨있다.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지만 그 기쁨도 잠시, 조선은 곧바로 혼란에 휩싸인다. 나라는 이념에 의해 사실상 둘로 쪼개지고, 민중은 여전히 식량난에 허덕였으며, 전국적으로 총파업이 일어났다. 구례구 철도원으로 일하며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청년 정운창은 이런 혼란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여기고 누구나 돈 없이도 무상교육이 가능하다는 이북행을 감행하나 실패한다. 비록 학습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그는 그 과정에서 몇몇 좌익 지도자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감화되어 남조선노동당(남로당)에 가입한다. 그리고 새로운 이름 ‘유혁운’으로 다시 태어난다.그리고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이옥남,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숙원이던 공부도 하지 못하고 원치 않은 종갓집 며느리가 되지만, 마음속엔 늘 남녀가 똑같이 대우받는 세상에 대한 꿈을 품고 있다. 어느 날 그녀는 태평양전쟁의 말엽에 강제징용됐다 좌익이 돼 돌아온 남편을 따라 남로당에 가입함으로써 ‘이옥자’라는 가명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유혁운과 이옥자. 그들은 각자 자신의 새로운 이름으로 겪어야 할 거친 운명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선택은 정당한 것이며, 그 선택에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 그것까지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똑같은 선택을 하고 고통을 나눠질 수많은 동지들이 그들과 함께했다.정부의 토벌작전으로 와해 위기에 처한 구빨치는 한국전쟁의 발발로 다시금 활기를 띠었고, 부산을 제외한 전국이 북한 인민군에게 점령되면서 그들로서는 새로운 해방을 맞는 듯했다. 그러나 50년 9월 연합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퇴로가 막힌 인민군이 대거 합세하면서 규모가 커진 빨치산이 후방 교란작전을 펴자 이에 큰 위협을 느낀 연합군은 전방부대를 동원해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단행한다. 결국 빨치산은 믿었던 북로(북조선노동당)의 배신과 남한 군경 합동의 거센 공격 속에서 허망한 최후를 맞는다.《빨치산의 딸》은 모두가 평등한 세상, 민족이 하나 된 세상을 꿈꾸었던 민초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그 순수한 신념만으로 역사의 비극 속에 맨몸으로 뛰어들었고, 자신들의 꿈이 이미 좌절되었음을 알고도 묵묵히 자신의 열정과 뼈를 산줄기 마디마디에 묻었다. 문학평론가 김형수는 이 책에 대해 “통렬한 과거사가 우리의 오늘을 만들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평했다. 역사는 그들처럼 배반당한 꿈을 위해 모든 인생을 걸었던 이름 없는 민초들이 흘린 피와 눈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소설의 형식을 띠기는 했지만 빨치산 활동에 직접 참여했던 인물들의 체험과 증언에 의해 철저히 뒷받침됐다. 전개되는 사건의 흐름과 지명,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물론, 사용된 단어나 구호까지 당시 빨치산들이 쓰던 대로 최대한 살렸다. 따라서 독자들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을 넘어 한동안 그늘에 감춰져 쉬쉬 하던 우리의 과거사를 들여다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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