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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쳐 : 2 경멸의 시간 - 하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위쳐 : 2 경멸의 시간 - 하
    • 안제이 사프콥스키 지음, 이지원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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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리주인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의리주인
    • 강희찬 지음
    • 북레시피
    • 2023-12-27

    영 · 정조 치세가 펼쳐진 조선의 르네상스 시기에 대한지적이고 서정적이며 깊이 있는 시대해석과 날카로운 통찰영·정조 시대를 우리는 조선의 르네상스 시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조 사망 후 조선이 쇠락의 길로 나아가다 결국 열강에 국권을 잃었다는 역사적 사실로 보건대 과연 18세기 조선에 대한 이러한 평가가 맞는 걸까. 이 같은 의문을 토대로 저자는 18세기 조선의 현실을 소설로 그려보고자 했다. 주인공은 홍국영(1748~1781). 역사는 홍국영을, 정조의 집권에 큰 공헌을 했지만 이후 권력에 취해 스스로 자멸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와 달리 시대의 뒷배경과 홍국영에 대한 꼼꼼한 조사와 추론적 상상을 통하여 저자는 당시 조선의 현실과 한계를 새롭게 그려낸다.정조의 왕위 등극 과정에서 홍국영은 용기와 지략을 보여주었고 정조도 그런 그의 공로를 공식적인 문서로, 신하들과의 대화에서도 여러 번 인정했다. 그는 말 그대로 정조의 남자였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 악조건 속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던 충신이 권력의 탐욕을 드러내는 무능한 인간으로 변한 걸까? 그것이 진실일까? 그리고 그건 그의 잘못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레 생겼다. 작가로서 나는 홍국영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조명이라는 목적 외에도 조선, 특히 조선 후기를 다루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조선은 우리의 문화와 관습, 의식세계 및 사고방식에 여전히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770년대 영조 치세기로 당시 중국은 청나라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건륭제 시기였고 일본은 에도막부 시대가 이어지고 있었으며 서양은 근대화가 시작되었고 아메리카에서는 영국과의 전쟁을 통해 미국이라는 신생국가가 탄생하는 때였다. 당대 조선에 살고 있는 인물들의 생각과 세계관이 궁금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고인 물, 느리게만 흐르는 18세기 말 조선을 풍운의 시기로 바꾸려 한 홍국영의 성장기이자 시대의 고민과 비전을 제시한 새로운 역사소설!『의리주인』은 역사소설이지만 주인공이 자신과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주변 인물과 상황에 반응해나가는 성장소설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작품은 홍국영의 집안 배경과 성장 과정을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그가 조정에 진출하여 정조의 왕위 계승을 돕기까지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다루고 있다. 홍국영은 도성 밖에 살면서 도시화와 상업화를 경험할 수 있었고 또 명문가의 일원으로 조선이 청나라와 일본에 뒤처지는 시대적 흐름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복합적인 배경 때문에 홍국영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정체성과 조선이 구축해온 전통을 유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혼란을 겪는다. 장사를 하며 진로를 고민하던 홍국영은 일단 과거를 보고 조정으로 진출하기로 하지만 개인 성향 때문에 조정에서도 많은 고뇌를 하게 된다. 그러다 향후 왕이 되는 동궁(이후 정조)을 만나 곁에서 그를 지지하고 보호한다. 결국 여러 난관을 헤치고 동궁이 왕위를 물려받는 데에 홍국영이 큰 힘을 보태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의리주인』은 스릴 넘치거나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식의 전개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새 인물들의 의식 흐름을 따라 한 줄 한 줄 이야기 속으로 깊게 빠져들게 된다. 홍국영 인생의 후반부, 다시 말해 정조가 집권하고 홍국영이 권력을 잡았다가 실각하는 과정에 대한 후속편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되기도 하다. 제목으로 사용된 의리주인義理主人은 정치적 혼란 속에서 등극한 국왕, 특히 정조 임금의 즉위 정당성과 정치적 명분을 세우고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인물을 뜻한다.새로운 시대해석과 날카로운 통찰기존의 역사소설과는 다른 독특한 형식의 매력적인 이야기 - 영화나 tv드라마를 통해 정조가 주인공인 이야기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홍국영이라는 인물의 관점으로 당시의 상황과 사건을 바라볼 수 있어 신선했고, 개인적으로 정조보다는 작가가 창조한 홍국영이라는 인물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여, 30대, 박OO) - 역사소설을 읽을 때 나를 매료시키는 것은 작가가 충실하게 나열하는 역사적 사실도, 흥미로운 스토리라인도, 역사적 관점도 아니다. 등장인물들의 살아있는 목소리와 그들의 영혼을 만날 수 있는가의 여부다. 그런 측면에서 나를 만족시킨 작품이다. (여, 40대, 이OO) - 지적이고 서정적이며 깊이 있는 시대해석과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책을 읽고 18세 말 조선 역사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남, 40대, 김OO) - 매력적이고 사랑스런 인물인 홍국영과 함께한 즐거운 여행이었고 그가 시대와 여성에 대해 보여주는 애정이 특히 맘에 들었다. 책을 놓으면서 그를 떠나보내기가 아쉬웠다. 이 책은 시리즈가 어울리는 작품이고 정조가 왕위에 올라 홍국영과 함께 조선을 이끌어 가는 후편이 나오길 기대한다. 또 작가가 그 시기를 어떻게 그려낼지 몹시 궁금하다. (여, 30대, 신OO) - 이 책은 정조가 왕위에 오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홍국영의 성장기이고 그의 입을 통해 듣는 그 시대의 이야기이다. 흠뻑 빠져서 읽었다. 후속편에서는 보다 성숙한 홍국영의 또 다른 면모를 기대한다.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기존 한국의 역사소설과는 다른 뭔가 독특한 분위기, 리듬, 스타일을 보여줬다. (남, 30대, 김OO)[등장인물]홍낙춘(부): 예술에 재능이 있으며 과거를 보지 않음.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함. 이옥(모): 강한 생활력의 소유자로 도성 밖에서 장사를 시작해 삶의 터전 가꿈.주애(부인): 국영의 아내.자영/강선: 국영의 막내 여동생과 어린 아들.김하유: 성균관에서 만난 국영의 친구. 무과 시험을 통과하고 궁에서 일함.정민시: 성균관에서 만난 국영의 친구. 문과 급제 후 국영과 함께 근무.현기환: 국영의 죽마고우이자 역관.수화: 평양 출신 기생.동궁(왕세손): 후에 정조가 되는 왕세손. 왕위를 물려받는 데 어려움을 겪음.영조(왕): 연로하여 왕위를 동궁에게 넘길 시기를 고민.화완옹주: 후겸의 모친이자 영조의 딸. 영조의 총애를 바탕으로 조정의 막후 실력자.홍인한: 동궁의 작은 외할아버지로 조정의 실력자. 동궁의 반대파.정후겸: 국영의 친구이자 동궁, 국영과 갈등하는 반대파. 화완옹주의 양자.박얼박: 백정 출신으로 국영 집의 장사를 돕는 국영의 측근.진이: 궁궐 나인(과거 국영 집의 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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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치, 파란만장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이날치, 파란만장
    •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04-14

    줄꾼으로 살 것인가, 소리꾼으로 죽을 것인가조선 후기 판소리 명창 이날치, 국창 인생의 서막을 열다!천공을 가로지르는 건,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대형 줄이었다. 보통 줄보다 딱 두 배 길고 덩달아 두 배 높아 까마득했다. 그토록 위험천만한 말랑줄을 탈 수 있는 광대는 조선 천지에 단 한 명, 이날치뿐이었다.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은 조선시대 한양을 거점으로 한 남사당패를 배경으로 ‘소리꾼을 갈망하는 줄꾼 이날치’의 여정을 신명나는 한바탕 놀이로 풀어낸다. 구수한 팔도 방언과 해학적인 광대놀음, 왁자지껄한 장터와 떠들썩한 나루터 전경, 들뜬 명절 분위기와 각종 전통놀이 등 이야기 골짜기 굽이굽이에 수놓아진 유쾌한 풍경들은 사당패의 흥취와 어우러져 조선 민초들의 삶을 고스란히 엿보게 한다. 그 위에 두루 녹여낸 판소리 다섯 마당과 다채로운 민요들은 조선의 흥과 멋을 곱씹게 하는 동시에, 소설에 맛깔난 추임새를 더한다. 날치가 촤르륵, 부채를 펼치자 그것을 신호로 풍물패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얼음을 타는 듯 조심스럽다 하여 줄타기를 어름이라 하던가. 어름사니의 걸음걸음이 과연 얼음판을 지치듯 가뿐히 미끄러져 나갔다. 날치는 활활 부채질을 하며 양반걸음으로 앞으로 쭉 나아갔다가, 얌전히 뒷짐을 지고 사붓사붓 뒷걸음질을 치다가, 또다시 도포 자락을 펄렁이며 곧장 앞뒤로 왔다리 갔다리를 반복하였다. 그러곤 껑뚱껑뚱 줄 위를 날 듯 뛰다가, 양반다리를 한 채 공중부양을 하듯 튀어 오르기까지 하였다. 쥘부채를 모아 쥐고 가랑이 사이로 줄을 타고 앉았다 일어나기는 기본이고, 휘리릭 재주넘기는 덤이요, 몸을 뒤채며 눈을 찡끗대는 건 끼 부리기였다. (p. 38)소리꾼을 꿈꾸는 줄꾼, 이날치의 파란만장 오디세이!“줄을 작파할 것이다.” 비밀을 털어놓은 이도, 듣는 이도 놀랐다. “곧 면천첩을 사고 금강산에 칩거 중인 송방울을 찾아갈 거다. 내 기어코 소리꾼이 될 것이야. 함께 가자.”조선 후기, 전라도 담양. 김진사 댁 씨종인 아홉 살 계동은 역병에 휩쓸려 아비와 생이별을 하고 남사당인 화정패에 들어간다. 곧 화정패의 우두머리가 노름밑천을 대기 위해 계동을 팔아버리지만 그런 와중에도 계동은 “꼭 소리꾼이 되라” 했던 아비의 유언을 되새기며 소리를 배울 생각뿐이다. 그리고 십여 년 후, 훤칠한 도포 차림에 아찔한 인물치레를 뽐내며 줄 위에서 신묘한 재주를 선뵈는 최고의 줄꾼 이날치. 구용천에게 팔려갔던 계동이 2년 만에 다시 화정패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가 줄을 걸었다 하면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고, 여인들이 가슴앓이하며 볼을 붉히지만 정작 날치는 줄을 작파하고 소리판에 들어갈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미천한 신분으로 임금을 알현하는 방법은 소리꾼이 되는 것뿐이었기에. 돈을 모아 반드시 면천하고, 금강산에 은둔한 명창 송방울을 찾아가 그의 제자가 되리라! 꼭 소리꾼이 되어 임금 앞에 고해야 할 것이 있다!어전에 나아가겠단 다짐은, 삶을 등지고픈 자신을 억지로 다잡기 위해 붙잡고 늘어진 망상일 따름이었다. 송선생의 말마따나, 구용천에게서 명예만 뺏으면 그뿐이 아니던가? 그의 악행을 목 터지게 소리치다가 속 시원히 죽는 것도 나쁘진 않을 성싶었다. 날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피를 토하여 속을 게워내는 심정으로 붓을 휘둘렀다. 필사적이었다. 선지가 급하게 채워졌다. 눈알에 성성한 핏발이 일었다. 무서운 몰입이었다. 천인들도 완창을 들을 수 있도록 짧게 만든, 일각짜리 사설이었다. 몇 번의 해가 뜨고 또다시 몇 번의 달이 기울었다. 드디어 빼곡하게 찬 서책 앞에 제목이 박혔다. 아무개전. (p. 378)[리디북스] 1위를 기록한 『탄금』에 이은 장다혜 작가의 두 번째 조선 서스펜스 풍물 드라마 현재 TV 드라마 제작 중인 『탄금』의 장다혜 작가가 첫 소설을 펴낸 지 2년 만에 조선 후기 광대이자 판소리 명창 ‘이날치’를 소환하는 두 번째 이야기로 찾아왔다. 『이날치, 파란만장』은 실제로 특히 「춘향가」와 「심청가」를 잘 불렀던 의 제일 명창, 이날치(李捺治, 1820 ~ 1892. 본명 이경숙)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소설적 긴장감으로 생동감 넘치게 그려냈다. 날아다니는 물고기인 날치처럼 날쌔게 줄을 잘 탄다 하여 ‘날치’라는 예명이 붙었고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 명이라는 사실 이외 남아 있는 다른 기록들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줄꾼과 소리꾼으로서 이날치의 탁월한 면모를 고리 삼아 작가는 소설 속에 실존 인물이면서 상상이 가미된 새로운 역사적 인물을 탄생시켰다. 전통적인 판소리에 현대적인 팝 스타일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국내 팝 밴드인 ‘이날치’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덩달아 조선 명창 이날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소설 속에서는 「춘향가」, 「심청가」를 비롯하여 「적벽가」, 「수궁가」,「사랑가」 등 판소리 한마당을 절절한 스토리와 함께 감상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완창 대목에서는 짜릿한 반전의 결말을 맛볼 수 있다. 도성이 텅 비었다. 광통교에도, 운종가에도, 용산나루에도, 송파시장에도 행객이 없었다. 일 년 내내 점포를 여는 갖바치, 수철장, 갓일장이, 옹기장이도 금일만은 점포 문을 걸어 잠갔다. 도성 문지기들은 하릴없이 하품만 쩍쩍 해대었다. 그 많은 사람이 다 어디 갔나 했더니, 다들 강가에 우뚝 솟은 취화루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주변 모래사장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복작대었다. 일각짜리 소리 『아무개전』을 듣기 위해서였다. 바람마저 얼어붙은 동절의 복판이었건만 이 대단한 기회를 놓칠세라 지팡이 짚은 노인부터 코흘리개 아이들, 쓰개치마를 뒤집어쓴 여인들까지 모두 취화루로 모여들었다. 해코지를 당할까봐 좀처럼 우마골에서 벗어나지 않는 백정들과 무당밭에 모여 사는 무녀들, 저자를 주름잡는 무뢰배며, 시주받으러 떠도는 걸립승까지 죄다 거동하였으니 사람이 사람을 구경하는 진풍경마저 벌어졌다. (p. 443)팝 밴드 \'이날치\' 보컬 안이호, 소설 『이날치』를 추천하다!\"하늘 위를 날던 줄광대는 슬며시 땅으로 내려와 이야기를 건네는 소리광대가 되었다\"하늘 위를 날던 줄광대는 슬며시 땅으로 내려와 이야기를 건네는 소리광대가 되었다. 그리고 급기야 사람들의 웃음을 타고 세상을 넘어 스스로 이야기가 되었다. 이 소설은 명창 이날치의 삶을 파헤친 역사물이 아니다. 기쁘면 노래하고 슬프면 곡을 하는 당연함을 꿈꾸고 결국 이루어낸, 그를 위한 찬가이다. 냉혹한 세상은 줄광대 이날치에게서 웃음을 빼앗고 눈물을 갈취하였으나 소리꾼의 갈증에 허덕이던 그는 끝내 삶을 내던져 부서지며 소리쳤으니 그야말로 ‘파란만장’을 살아내었다 할 수 있겠다. 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삶’을 살았던 명창 이날치를 ‘이야기 자체’로 존재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자료도 설명해주지 못한 인간 이날치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 보여주는 것만 같다. - 안이호(소리꾼, 팝 밴드 ‘이날치’ 보컬) 핏빛의 원한과 회심의 복수, 못다 이룬 연정그러나 ……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에는 줄타기와 판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분의 귀천에 따른 군림과 복종 그리고 온갖 비리가 비루한 삶을 더욱 비참하게 물들이는가 하면, 그로 인한 끔찍한 장면들이 등골을 오싹하게 할 만큼 정교하게 묘사된다. 한편, 소복을 입은 눈먼 곡비와 연모하는 여인을 끝내 취할 수도, 버릴 수도 없었던 의빈 채상록의 연정 그리고 백연과 이날치의 구슬프고 애달픈 사랑의 말로가 가슴을 적신다. 날치는 달 밝은 밤 마당에 매어놓은 줄 위에서 홀로 연습을 하던 중 용두재 뒷골방에 사는 백연과 기이한 통성명을 하게 되고 그녀가 소리판 담 너머로 소리를 서리하는 걸 본 후 ‘소리’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진다. 실상 백연의 유일한 바람은 다음 생에 뜬눈으로 태어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제 시신이 방치되어 까마귀에게 눈을 쪼아 먹히는 불상사가 없도록, 꼭 입관되어 제대로 땅에 묻혀야 한다. 해서 108명의 망자를 모신 후 자결할 결심을 하고 차곡차곡 제 관 값을 모을 뿐이다. 그녀의 본심을 알 리 없는 채상록은 정월 초하루, 광나루에서 초주검의 백연을 구한 인연을 언급하며 날치에게 그녀를 보살필 것을 부탁하지만 정작 가까워지는 두 사람을 보며 까닭 모를 불쾌감과 질투심을 느끼는데…….얼굴은 텅 빈 채였다. 세상 그 무엇에도 미련이 없는 듯 표정도, 핏기도, 생기도 없었다. 명과 암,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는 듯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쪽볕 한번 쬔 적 없는 듯 새하얀 살결 때문에 더 그리 보이는지도 몰랐다. 그 흰 낯에 박힌 요요한 눈동자가 별빛 아래 쨍그르르 빛났다. 안 보이는 것이 기이하다 여겨질 만치 커다란 눈이었다. 그 맹안盲眼에 삼라만상이 다 들어 있는 듯하다가도, 또 만사무심한 듯 보이기도 하였다. 지척에서 보니 아리잠직할 뿐, 소녀라기보단 막 피어나는 여인이었다. 조막만 한 얼굴에 꽉 들어찬 이목구비가 앳된 면모에도 강단이 묻어났다. 사내의 침묵이 길어지자 여인이 입술을 앙다물며 고갤 돌렸다. 흐드러진 월광에, 삼베옷을 입은 여인의 몸태가 희다 못해 푸르게 발광했다. 날치는 순간 눈이 시렸다. 찬 서리에 봉우리째 꺾여버린 목련. 그 무엇으로도 되살릴 수 없는 낙화에 얼굴이 있다면 바로 이럴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p. 50)◈ 등장인물 소개 ◈▻ 이날치 (23세): 줄꾼으로 살지 않겠다, 소리꾼으로 죽겠다!아찔한 인물치레로 여인들을 구름같이 몰고 다니는 조선 최고의 줄꾼. 제 얼굴 반반한 것이야 저도 알지만 부질없는 인기 따윈 믿지 않는다. 줄 위에선 환호 받지만, 줄 아래선 천대 받는 광대 신분으론 그 무엇도 할 수 없으니까. 반드시 면천하고 소리꾼이 되어 해야 할 복수가 있다.▻ 백연 (18세): 독초를 꺽지 마소서!장님 곡비. 가냘픈 몸씨엔 단단한 심지가 느껴지고, 커다란 맹안엔 삼라만상이 깃든 듯 오묘하다. 구슬프게 곡을 하는 건 망자를 위한 것이 아닌, 복을 지어 다음 생엔 뜬눈으로 환생하기 위함이다. 외톨밤처럼 가시를 세운채 홀로 살아가지만 생전 처음 날치에게 한줌 온기를 느끼고 흔들린다.▻ 채상록 (23세): 백연을 가져야겠다!한때 조선 신검으로 불리던 무인이었으나 공주에게 \'간택\'당해 날개 꺽인 의빈이 되었다. 공주의 요절로 한량처럼 소리판을 전전하다가 날치와 신분을 초월한 친구가 되었다. 다부진 체격엔 묵직한 기품이 흐르고 선 굵은 얼굴엔 사람좋은 미소를 띠고 있으나 가슴속엔 세상을 향한 분노뿐이다. 정월 초하루, 초주검의 백연을 구하고 격정에 휩싸인다.▻ 묵호 (40대): 화정패의 줄꾼이자 전직 약초꾼. 말수가 없고 무뚝뚝하지만 날치를 친아들처럼 묵묵히 챙긴다.▻ 꼭두쇠 (40대): 화정패의 우두머리이자 노름에 환장한 투전꾼. 빚으로 마누라를 잃고 손가락까지 잘렸으나 당최 노름병은 나을 기미가 없다.▻ 비금 (23세): 화정패의 칼춤꾼이자 꼭두쇠의 딸. 남사당패에서 자라 외모, 말투, 하물며 곰방대를 물고 짝다릴 짚는 폼까지 딱 사내놈 같다. 날치에게 꾸준히 들이대지만 매번 퇴짜를 맞는다.▻ 구용천 (40대): 예인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소리 조기교육을 받은 소리꾼. 잘난 소리꾼 동생에게 자격지심을 느껴 몸보신에 집착하지만 끝내 임금께 벼슬을 하사받아 국창이 된 인물.▻ 박상궁 (50대): 공주의 보모상궁 출신 채상록을 성에 안차는 사위 다그치듯 한다. 사사건건 \'아니되옵니다\'를 연발한다.▻ 얼쑤와 절쑤 (놀랍게도 20대): 화정패의 쌍둥이 살판쇠.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날치를 놀려먹는 낙으로 산다. 산적 같은 풍채, 넙데데한 얼굴이 꼭 한 쌍의 해치 같다.▻ 돌삼 (20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화정패의 조동아리. 입담이 좋은 뺀질이지만 무슨일이 있으면 눈시울부터 붉어지는 순수청년.▻ 춘봉 (40대): 화정패의 버나꾼. 충청도 말투에 매사가 늘쩍지근하지만 생존본능인지 접시만은 기가 막히게 빨리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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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용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처용
    • 최항기 지음
    • 세나북스
    • 2023-04-14

    처용가, 그 천 년의 신비가 풀린다!천 년을 이어온 한국 역사상 최고 유행가 처용가!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처용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라벌 달 밝은 밤에 밤늦도록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더라! 둘은 내 것인데 둘은 누구의 것이냐! 본디 내 것이다만 빼앗겼으니 어찌 하오리오! 아아 뭇 사람들이여 본시 내 것은 아무것도 없었느니라 - 처용가 과연 인간에게 ‘노래’란 무엇인가? 천 년 전에도 현대에도 노래는 인간에게 최고의 위안과 즐거움을 안겨준다. 현시대에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노래 경연 대회”는 천 년 전에도 존재했다! 처용을 비롯한 주인공들은 오직 ‘노래’와 ‘음악’만을 위한 삶을 살고 그들의 재능을 투가(鬪歌: 노래대결)를 통해 세상에 펼친다. 처용은 소설 속에서 노래를 통해 우리에게 그 시대의 인생과 사랑, 역사를 아는 즐거움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처용은 진정 ‘당대 최고 유행가를 만들어낸 가수’였다.고운 최치원 등 역사적 실재 인물들과 처용이 겪는 모험과 역사적 사건들, 그리고 엔딩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처용가에 얽힌 비밀이 풀리는 숨 막히는 순간은 이 소설의 백미다. 처용가의 진짜 의미를 아는 순간, 소설을 읽는 이들은 진한 감동과 무한한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역사 판타지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소설에서 최항기 작가는 처용가가 불리던, 천 년을 훌쩍 뛰어넘은 세월 속으로 독자의 손을 힘껏 끌어당긴다. 당나라와 신라를 오가며 전개되는 처용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독자들 앞에 그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며 흥미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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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사 1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추사 1
    •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02-19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작가한승원이 마침내 완성한 ‘조선 천재 3부작’『추사』 『초의』 『다산』을 다시 읽는다!한승원 소설가는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목선」으로 등단하여, 반세기가 넘도록 소설을 써오며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들을 수상하고, 수많은 대표작을 남겼다. “소설가는 흘러 다니는 말이나 기록(역사)의 행간에 서려 있는 숨은 그림 같은 서사, 그 출렁거리는 파도 같은 우주의 율동을 빨아먹고” 산다는 한승원의 말처럼, 역사 속 숨어 있는 진실을 찾아내고자 하는 그의 남다른 집요함은 한 시대의 공기, 바람과 햇살, 심지어는 역사적 인물의 숨결까지 살려내 소설에 담아내기에 이른다.한승원이 평생에 걸쳐 좇아온 ‘조선 천재’ 3인의 평전소설 『추사』 『초의』 『다산』이 열림원에서 새롭게 출간된다. 개정판엔 집필 당시에 “내가 김정희인지 김정희가 나인지 분별이 안 될” 경지의 몰입으로 꿨던 꿈에서 만난 추사와의 대담을 해설의 형태로 풀어 덧붙였다.‘신필神筆’ 뒤에 가려져 있는전혀 또 다른 김정희의 얼굴나는 추사 김정희의 ‘신필神筆’ 뒤에 가려져 있는 전혀 또 다른 김정희의 얼굴, 잘못 흘러가고 있는 역사를 제대로 흘러가게 하려다가 다친 과정과 유배지에서 아파하고 슬퍼하면서도 치열하게 분투하는 그의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주고 싶어 이 소설을 썼다.- ‘초판 작가의 말’에서추사는 안동 김씨 집안의 세도로 삼정이 문란해진 부정부패 매관매직의 시기에 세상을 개혁해보려고 고투하다가 제주도 유배 9년, 북청 유배 2년의 쓰라린 삶을 살다가 과천에서 생을 마쳤다. 나는 한 인간의 절대 고독과 개혁 의지와 유배지에서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사약에 대한 불안과 신산한 삶 속에서 꽃피운 추사체와 <세한도> <불이선란> 같은 예술작품, 그리고 절망적인 삶에서 정신을 북돋워준 초의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어 수정 가필하여 개정판을 낸다.-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신필神筆, 시서화詩書畵에 능한 삼절三絶, 스물네 살에 중국 연경에 나가 선진문물을 배워온 엘리트 출신의 북학파北學派…… 추사 김정희는 학문에서나 예술에서나 정치에서나 특출난 재능을 보여주는 시대의 천재였지만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오만하고 타협할 줄 모른 까닭으로 세상으로부터 많은 미움을 받아, 50대 후반부터 제주도 유배 9년, 북청 유배 2년의 신산한 삶을 살게 된 것”이라는 추사에 대한 평가를 읽고, 한승원은 “그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오독인가를” 짚으면서 “잘못 흘러가고 있는 역사를 제대로 흘러가게 하려다가 다친 과정과 유배지에서 아파하고 슬퍼하면서도 치열하게 분투하는 그의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주고 싶어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추사는 청년 시절과 말년에 사뭇 다른 삶을 살았다. 젊어서는 “잘나가는 선지식 찾아가 깨부수는 천둥벌거숭이”였던 그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굴절된 학문과 예술,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부정부패한 권력 앞에 조금도 굽히거나 물러나지 않았다. 선승 해붕과 백파와의 돈오 점수 논쟁, ‘조선의 글씨’라 일컬어지는 원교 이광사의 동국진체 비판, 김조순 김좌근을 비롯한 안동 김씨 세력과의 팽팽한 대립…… “살아간다는 것은, 화해 없는 영원한 싸움을 치르는 것”이라는 소설 속 추사의 말처럼 그의 삶 매 순간은 “그림자 같은 적들”과의 투쟁이었다. 꼿꼿하고 올곧은 탓에 꺾이지는 않을까 싶은 위태로운 순간마다 그의 모난 성정을 부드럽게 눅여준 것은 글씨 쓰기와 난 치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을 나눈 벗 초의와의 향기로운 우정이었다.추사 김정희, ‘오만한 천재’의 오명을 벗다신산한 운명에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들안동 김씨와의 정쟁으로 죽을 고비에 처했던 추사는 결국 도합 11년이라는 긴 유배 생활을 하지만, 그의 말년은 결코 비참하거나 쓸쓸하지 않았다. “지옥이 따로 없”는 “몇 억만 격랑의 험악한 물너울”을 지나고, “겨울의 혹한이 무서운 천 리 밖”일지라도 추사의 곁에는 늘 추사의 사람들이 있었다.죽을 위기의 국청에서 그를 건져준 벗 조인영 권돈인부터, 권력에 기대지 않고 서첩과 지필묵을 아낌없이 보내오는 오규일 이상적, 짙은 사제 간의 정으로 화첩을 들고 얼굴을 비추는 그림쟁이 소치 허유와 조희룡, 애정 어린 보살핌으로 가슴 뭉클한 사향을 번져뜨리는 여인 초생, 평생에 아픈 손가락이었던 서얼 아들 상우, 그리고 “물 흐르듯 꽃 피듯” 살아가는 해탈을 가르쳐준 초의까지…… 세간에 알려진 ‘오만한 천재’라는 오명과 달리, 추사는 꼿꼿한 선비면서 한편으로는 스승, 벗, 제자와 뜨거운 정을 나누는 ‘한 사람’이었다.한승원이 “추사의 빼어난 아름다운 글씨와 그림과 간찰과 시에서” “아픈 역사의 행간을 읽어내고” 그린 추사의 ‘진짜’ 생애를 보고 있으면, “역사를 읽되 문자에 걸리지 말고, 행간에 숨어 있는 것들을 깊이 확철하게 읽을 줄 알아야만” 자신의 말년의 삶을 분명히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추사의 묵직한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추사 김정희의 내면과 더불어 나의 내면을 깊이 읽으려고 애”쓴 끝에 마침내 한승원은 추사의 숨결까지 오롯이 복원한 이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잠자리에 들면서도 추사 생각, 산책을 하면서도 여행을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추사 생각을 했다. 새 한 마리 날아가는 것, 벌레 한 마리 기어가는 것, 먼 바다에서 달려오는 파도, 구름 한 장 흘러가는 것들을 추사의 눈으로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향기가 풍기는 것을 추사의 코로 냄새 맡고, 솔바람 소리, 풍경 소리, 염불 소리, 버들숲에서 우는 꾀꼬리 소리를 추사의 귀로 들으면서, 추사의 뇌가 방사하는 파장을 따라 사유했다.그러다가 추사가 된 꿈을 꾸었다.- ‘해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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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사 2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추사 2
    •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02-19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작가한승원이 마침내 완성한 ‘조선 천재 3부작’『추사』 『초의』 『다산』을 다시 읽는다!한승원 소설가는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목선」으로 등단하여, 반세기가 넘도록 소설을 써오며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들을 수상하고, 수많은 대표작을 남겼다. “소설가는 흘러 다니는 말이나 기록(역사)의 행간에 서려 있는 숨은 그림 같은 서사, 그 출렁거리는 파도 같은 우주의 율동을 빨아먹고” 산다는 한승원의 말처럼, 역사 속 숨어 있는 진실을 찾아내고자 하는 그의 남다른 집요함은 한 시대의 공기, 바람과 햇살, 심지어는 역사적 인물의 숨결까지 살려내 소설에 담아내기에 이른다.한승원이 평생에 걸쳐 좇아온 ‘조선 천재’ 3인의 평전소설 『추사』 『초의』 『다산』이 열림원에서 새롭게 출간된다. 개정판엔 집필 당시에 “내가 김정희인지 김정희가 나인지 분별이 안 될” 경지의 몰입으로 꿨던 꿈에서 만난 추사와의 대담을 해설의 형태로 풀어 덧붙였다.‘신필神筆’ 뒤에 가려져 있는전혀 또 다른 김정희의 얼굴나는 추사 김정희의 ‘신필神筆’ 뒤에 가려져 있는 전혀 또 다른 김정희의 얼굴, 잘못 흘러가고 있는 역사를 제대로 흘러가게 하려다가 다친 과정과 유배지에서 아파하고 슬퍼하면서도 치열하게 분투하는 그의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주고 싶어 이 소설을 썼다.- ‘초판 작가의 말’에서추사는 안동 김씨 집안의 세도로 삼정이 문란해진 부정부패 매관매직의 시기에 세상을 개혁해보려고 고투하다가 제주도 유배 9년, 북청 유배 2년의 쓰라린 삶을 살다가 과천에서 생을 마쳤다. 나는 한 인간의 절대 고독과 개혁 의지와 유배지에서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사약에 대한 불안과 신산한 삶 속에서 꽃피운 추사체와 <세한도> <불이선란> 같은 예술작품, 그리고 절망적인 삶에서 정신을 북돋워준 초의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어 수정 가필하여 개정판을 낸다.-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신필神筆, 시서화詩書畵에 능한 삼절三絶, 스물네 살에 중국 연경에 나가 선진문물을 배워온 엘리트 출신의 북학파北學派…… 추사 김정희는 학문에서나 예술에서나 정치에서나 특출난 재능을 보여주는 시대의 천재였지만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오만하고 타협할 줄 모른 까닭으로 세상으로부터 많은 미움을 받아, 50대 후반부터 제주도 유배 9년, 북청 유배 2년의 신산한 삶을 살게 된 것”이라는 추사에 대한 평가를 읽고, 한승원은 “그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오독인가를” 짚으면서 “잘못 흘러가고 있는 역사를 제대로 흘러가게 하려다가 다친 과정과 유배지에서 아파하고 슬퍼하면서도 치열하게 분투하는 그의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주고 싶어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추사는 청년 시절과 말년에 사뭇 다른 삶을 살았다. 젊어서는 “잘나가는 선지식 찾아가 깨부수는 천둥벌거숭이”였던 그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굴절된 학문과 예술,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부정부패한 권력 앞에 조금도 굽히거나 물러나지 않았다. 선승 해붕과 백파와의 돈오 점수 논쟁, ‘조선의 글씨’라 일컬어지는 원교 이광사의 동국진체 비판, 김조순 김좌근을 비롯한 안동 김씨 세력과의 팽팽한 대립…… “살아간다는 것은, 화해 없는 영원한 싸움을 치르는 것”이라는 소설 속 추사의 말처럼 그의 삶 매 순간은 “그림자 같은 적들”과의 투쟁이었다. 꼿꼿하고 올곧은 탓에 꺾이지는 않을까 싶은 위태로운 순간마다 그의 모난 성정을 부드럽게 눅여준 것은 글씨 쓰기와 난 치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을 나눈 벗 초의와의 향기로운 우정이었다.추사 김정희, ‘오만한 천재’의 오명을 벗다신산한 운명에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들안동 김씨와의 정쟁으로 죽을 고비에 처했던 추사는 결국 도합 11년이라는 긴 유배 생활을 하지만, 그의 말년은 결코 비참하거나 쓸쓸하지 않았다. “지옥이 따로 없”는 “몇 억만 격랑의 험악한 물너울”을 지나고, “겨울의 혹한이 무서운 천 리 밖”일지라도 추사의 곁에는 늘 추사의 사람들이 있었다.죽을 위기의 국청에서 그를 건져준 벗 조인영 권돈인부터, 권력에 기대지 않고 서첩과 지필묵을 아낌없이 보내오는 오규일 이상적, 짙은 사제 간의 정으로 화첩을 들고 얼굴을 비추는 그림쟁이 소치 허유와 조희룡, 애정 어린 보살핌으로 가슴 뭉클한 사향을 번져뜨리는 여인 초생, 평생에 아픈 손가락이었던 서얼 아들 상우, 그리고 “물 흐르듯 꽃 피듯” 살아가는 해탈을 가르쳐준 초의까지…… 세간에 알려진 ‘오만한 천재’라는 오명과 달리, 추사는 꼿꼿한 선비면서 한편으로는 스승, 벗, 제자와 뜨거운 정을 나누는 ‘한 사람’이었다.한승원이 “추사의 빼어난 아름다운 글씨와 그림과 간찰과 시에서” “아픈 역사의 행간을 읽어내고” 그린 추사의 ‘진짜’ 생애를 보고 있으면, “역사를 읽되 문자에 걸리지 말고, 행간에 숨어 있는 것들을 깊이 확철하게 읽을 줄 알아야만” 자신의 말년의 삶을 분명히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추사의 묵직한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추사 김정희의 내면과 더불어 나의 내면을 깊이 읽으려고 애”쓴 끝에 마침내 한승원은 추사의 숨결까지 오롯이 복원한 이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잠자리에 들면서도 추사 생각, 산책을 하면서도 여행을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추사 생각을 했다. 새 한 마리 날아가는 것, 벌레 한 마리 기어가는 것, 먼 바다에서 달려오는 파도, 구름 한 장 흘러가는 것들을 추사의 눈으로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향기가 풍기는 것을 추사의 코로 냄새 맡고, 솔바람 소리, 풍경 소리, 염불 소리, 버들숲에서 우는 꾀꼬리 소리를 추사의 귀로 들으면서, 추사의 뇌가 방사하는 파장을 따라 사유했다.그러다가 추사가 된 꿈을 꾸었다.- ‘해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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