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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개정판, 노희경 원작소설 (커버이미지)
    [문학]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개정판, 노희경 원작소설
    • 노희경.이성숙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5-11-30

    우리 시대 최고의 감성 작가, 노희경!그녀가 엄마에게 바치는 절절한 사모곡!내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걸,목숨처럼 사랑했다는 걸 그녀는 알았을까.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녀로 인해 울음 운다는 걸그녀는 알까. 제발 몰라라, 제발 몰라라.고정 시청자 팬을 확보하고 있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화제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원작으로 한 소설이 2015년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호된 시집살이를 시키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집안일에는 관심 없는 무뚝뚝한 남편, 집에서 도망치듯 회사일에만 몰두하는 딸, 대학 입시를 망치고 방황하는 아들 틈바구니에서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 이야기를 다뤘다. 암 때문에 더 이상 시어머니를 돌볼 수 없게 된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목 졸라 죽이려다 실패한 뒤 다음 날 목욕시켜 주면서 용서를 비는 대목은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에 또렷이 각인되어 있는 명장면이다. 4부작의 단막극임에도 당시 백상예술대상과 한국방송대상 등을 휩쓸며 ‘노희경’이라는 젊은 작가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노희경 작가는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3년 뒤에 이 작품을 집필했다. 그만큼 글 속에는 엄마를 향한 애달픈 사랑과 가족들을 남겨두고 긴 이별을 해야 하는 엄마의 슬픔이 오롯이 묻어 있다. 당시 엄마 역을 맡았던 배우 나문희가 “이렇게 울려도 되는 거야?”라고 항의하자 노 작가가 “나는 며칠을 구르며 울었는데 그 정도는 울어야지.”라고 대꾸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 작품을 다시 보길 원하고, 책으로라도 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바람 덕에 지난 2010년 연극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고 대본집과 소설로도 출간되었으며, 2011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토록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특히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드라마나 대본에서 읽어내기 어려웠던 인물의 심리 묘사와 세밀한 상황 설명이 살아 있어,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독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흡인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노희경 작가가 엄마를 그리워하며 쓴 에세이가 실려 있어, 소설이 주는 감동에 더욱 진한 여운을 안겨준다.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곁에 계실 때 사랑하라!!”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엄마는 맘 놓고 외출 한 번 하기가 어렵다. 그런 엄마가 어렵사리 시어머니를 간병인에게 맡기고 바깥나들이를 간다. 오줌소태가 영 낫지를 않아 약이라도 타 먹기 위해서다. 검사 결과는 자궁암 말기. 이미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되어 수술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엄마는 물론 가족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같은 병원 의사인 아버지만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끌어안고 괴로워한다. 아프다는 아내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은 자신을 자책하며 수술을 고집하지만 온몸에 꽃처럼 퍼진 암세포를 확인하고 울면서 수술실을 나오고 만다. 엄마는 돌아왔지만, 집은 예전의 온기를 잃었다. 텔레비전을 보며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개던 엄마의 모습, 가족을 위해 아침 식탁을 차리던 엄마의 모습, 소소한 일로도 잔소리를 하던 엄마의 그 모습이 이젠 없다. 엄마가 거기에 그렇게 있을 때, 그것이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했던 것인지 가족들은 너무도 늦게 깨닫는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나’의 가족과 너무도 닮아 있다. 아버지는 속마음을 표현할 줄 몰라 늘 무뚝뚝하거나 권위적이고, 자식들은 다 컸다고 밖으로만 나돌고, 평생을 두고 엄마에게 상처가 되는 형제나 자식이 누구에게나 있다.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가족이라 해도 들여다보면 모두들 조금씩 삐거덕거리고 결코 치유되지 않는 상처 또한 한둘 지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집이, 가족이라는 것이 따듯한 위안을 주는 이유는 그 중심에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소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엄마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알게 해준다. 소설 속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실은 우리 자신이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깨닫게 한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빠른 소설 전개에 흠뻑 빠져 있다가 책장을 덮는 순간, 엄마가 옆에 있어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안도하게 한다. 실제 암으로 50대의 젊은 엄마를 잃은 노희경 작가는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곁에 계실 때 효도하라.”는 절대 진리를 한 번이라도 더 깨닫게 해주고 싶어 이 작품을 썼다. 그렇기에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세상 모든 엄마에게 바치는 작품이자 동시에 세상 모든 아들과 딸에게 건네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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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소리를 찾아서 (커버이미지)
    [문학]개소리를 찾아서
    • 메모선장
    • 유페이퍼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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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커버이미지)
    [문학]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11-30

    영화, 만화, 소설을 넘나드는 전천후 이야기꾼의 탄생!차라리 작가를 외면하고 싶어지는, 그 자체로 빛나는 텍스트. 실로 고수의 솜씨다! -소설가 김미월책을 읽다 보면 정말이지 망원동에 가고 싶어진다. 다들 웃으며 즐기시길! -영화감독 송해성치명적으로 술을 부르는 소설! 읽고 나면 소중한 사람들과 술이 마시고 싶어질 것이다. -소설가 서진 세상은 온통 웃기고 슬픈데, 망원동 8평 옥탑방만이 처절하게 유쾌하다!―지금, 망원동 옥탑방에서 유쾌한 루저의 신화가 펼쳐진다!이렇게 유쾌하다면 루저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연체된 인생들, 찌질한 네 남자가 코딱지만 한 망원동 옥탑방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개인이란 없다! 우리는 우리를 간섭한다.” 대책 없는 포 트러블 브라더스가 뒤죽박죽 뒤엉켜 펼치는 고군분투 인생 재기 프로젝트!‘나’는 35세의 무명 만화가. 현재 마땅한 일감이 없는 ‘사실상 백수’로 서울 망원동의 8평짜리 옥탑방에 살고 있다. 어느 무더운 여름, 망원동 옥탑방은 방주인인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20대 만년 고시생 ‘삼척동자’, 30대 백수 ‘나’, 40대 기러기 아빠 ‘김 부장’, 50대 황혼이혼남 ‘싸부’가 함께 지내는 공간이 된다. 거기다 집주인 60대 ‘오지랖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 10대 ‘자퇴생’까지 내 옥탑방을 들락거린다. 여름의 끝. 인구밀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망원동 옥탑방은 그야말로 불지옥이자 세대별 문제 남성들이 종류별로 진열된 장소가 되었다. “누군가의 집을 구경한다는 건 그 사람의 내장을 관찰하는 거다. 내시경으로도 볼 수 없는 몸 속 어떤 상태 말이다. ‘방학옥탑남’에게선 소화불량이 엿보였고, 그에 비해 ‘수유반지하녀’는 리드미컬한 연동운동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내 옥탑방은 어떤가? 아마도 만성변비다. 빠져야 할 똥차가 너무 많은 것이다.” -본문 중에서오갈 데 없는 루저들, 언제 파산할지도 모르지만 대책 없이 느긋하기만 한 인생들, 하지만 그들 사전에 포기란 없다. 느릿느릿 가도 멈추지 않는다. 이곳 망원동 옥탑방의 네 남자는 두 계절 동안 8평 좁은 공간에서 지지고 볶으며 좌절과 재기, 격려와 배신, 여행과 추억, 사랑과 우정을 나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름 자기 몫의 삶을 꾸려가며 재기를 꿈꾼다. 망원동 브라더스와 함께라면…… 아무것도 되는 건 없다. 다만 즐겁게 망가질 뿐이다! ―영화, 만화, 소설을 넘나드는 전천후 이야기꾼의 탄생!“10대부터 60대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우리 시대 남자들의 초상을 코믹한 설정과 문장으로 맛깔나게 그렸다. 망원동이란 공간에 대한 체험적 지리지를 잘 활용한 에피소드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망원동 브라더스』는 심사평처럼 우리 시대 남자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세대별 고민이 망라되어 있다. 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고 가볍고 유쾌하다. 배꼽 빠지게 웃으며 읽다 보면 어느새 혼자가 아니라는 따뜻한 위안이 찾아온다. 웃음을 멈추고 책장을 덮을 땐 가볍게 툭툭 털고 희망이란 놈을 맞이할 수 있는 용기도 슬그머니 생긴다. 이 연결이 가능하게 한 스토리의 힘이 놀랍다.이 책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 풍경과 살아 숨쉬듯 리얼하고도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묘사이다. 배꼽 빠지게 웃다가 때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찰진 입담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마치 영화 장면처럼 눈에 그려진다. 실제로 작가는 영화 시나리오, 만화 스토리를 거쳐 소설 작업까지, 영화 · 만화 · 소설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쓰는 전천후 스토리텔러이다.일상은 리얼 궁상 다큐멘터리, 하지만 아등바등 재기를 꿈꾸는 이들의 모습은 놀랍도록 사랑스럽고 유쾌하다. 지지리도 궁상맞은 등장인물들이 한없이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오늘 우리들의 자화상을 있는 그대로 짚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찌질, 루저로 대변되는 그들에게도 희망은 있다. 현실은 남루하기 그지없지만,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더디지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려 애쓰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무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세상과 인생을 건너가는 데 진지함만이 정답은 아닐 터. 이 소설은 한바탕 가벼운 웃음으로 유쾌하게 건너는 것도 나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진지하지 않아도 세상은 돌고, 시간은 가고, 비록 더디더라도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현실은 어둡지만, 그에 굴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길을 열심히 찾아가는 모습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다가 마지막엔 다시 한 번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주는 따뜻한 소설이다. 만약 당신이 상처받았다면 망원동 8평 옥탑방으로 오라. 단, 자리가 없더라도 뻔뻔히 비집고 들어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망가지더라도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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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커버이미지)
    [문학]아버지
    • 김정현 지음
    • 황금물고기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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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짜 노인 그럼프 (커버이미지)
    [문학]괴짜 노인 그럼프
    • 투오마스 퀴뢰 지음, 이지영 옮김
    • 세종서적
    • 2015-11-30

    “비장한 코미디, 해학으로 위장한 죽음의 서정시” -황현산(문학평론가) ★ 35만 독자들이 선택한 핀란드 소설!★ 2014년 영화화, 최다 관객 동원!★ 오디오북, 골든디스크 2회 수상!★ 2015년 ‘최고의 유럽소설’핀란드 전 국민을 사로잡은 매력남 ‘그럼프 노인’북유럽식 착한 유머로 ‘할아버지 열풍’을 일으키다! 꼬장꼬장하고 고집 세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따스한 그럼프 노인, 그는 2009년 핀란드 공영 라디오 방송을 통해 처음 태어났다. 당시 방송국에서는 핀란드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작가 투오마스 퀴뢰에게 스무 편의 ‘조금 웃기는 대본’을 의뢰했고, 그것이 그럼프 노인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까칠한 괴짜 노인 그럼프에 대한 이야기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이후 세 권의 책으로 출간되어 인구 560만 명인 핀란드에서 35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또한 오디오북은 골든디스크를 2회나 수상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극으로 각색되어 핀란드 전역에서 공연되었고, 2014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그해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이것은 핀란드 영화사상 흥행기록 3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핀란드 유머의 제왕’이라 불리는 투오마스 퀴뢰는 그럼프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을 자유자재로 웃겼다 울렸다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자신의 죽음’에 대비하여 직접 관을 짜고, 추도문을 쓰고, 나무 묘비를 만드는 그럼프 노인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따뜻한 웃음과 아름다운 눈물을 마주하게 된다. 평론가들 사이에서 2015년 ‘최고의 유럽 소설’로 꼽히기도 했던 『괴짜 노인 그럼프』는 독자들에게 과장된 웃음, 억지웃음이 아닌 착한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죽기 전에 장례식 준비를 모두 마쳐야 한다!”괴짜 노인 그럼프의 장례식 준비 소동! 여기 한 노인이 있다. 1930년대 초반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국가 재건의 시대를 살아왔던 노인이다. 그는 어렸을 때는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일을 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식솔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했다. 아홉 살 나이에 첫 월급봉투를 받은 이후 도살업자 보조, 목수, 측량업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착실하게 돈을 모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갔고 자식들은 모두 성장해 독립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사람은 치매에 걸린 아내뿐이다. 그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내를 만나러 요양 병원에 간다. 직접 만든 요리를 아내의 입에 넣어주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아내가 듣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아내가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를 해주며 그녀를 웃게 만든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아내를 돌본다. 그러다 문득 자기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 병원 신세를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평생 다른 사람에게 손 벌린 적 없이 꿋꿋이 살아온 남자로서 기저귀를 차고 누워 지내는 삶은 용납할 수가 없다. 결국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한다. 직접 관을 짜고, 추도문을 쓰고, 나무 묘비를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언장을 남기려고 하는데, 마침 잉크가 떨어진다. 노인은 유언장처럼 중요한 문서는 3대째 내려오는 딥펜으로 써야만 한다고 주장하며, 아들과 함께 잉크를 사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된다. 하지만 어렵게 구한 잉크는 쓸모없게 되고, 결국 그럼프 노인은 오랫동안 혼자 간직해온 비밀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게 된다. 과연 노인은 자신의 계획대로 장례식 준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것이 분명하다”과거에서 온 까칠남이 현대인에게 던지는 통쾌한 돌직구 영어로 그럼프(grump)는 ‘성격이 나쁜 사람’, ‘투덜거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노인은 세상만사에 대해서 끊임없이 투덜거린다. 하지만 그 투덜거림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만큼 가벼운 것들이 아니다. 노인은 요즘 사람들이 불필요한 것들을 마구 사들이고, 쓸데없는 일에 정신을 판다고 말한다. 또한 냉동 음식과 컴퓨터 그리고 인터넷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되어간다고도 말한다. 현대인들은 늘 손에 쥐고 있는 조그마한 기계에서 나오는 불빛만 쳐다볼 뿐이지, 사람을 앞에 두고서도 진심어린 눈빛 교환도 할 줄 모른다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사람들은 말이 너무 많다고 투덜댄다. 살다 보면 누구나 고만고만한 걱정거리가 있게 마련인데, 그것을 마치 커다란 일인 것처럼 떠벌리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노인은 이 모든 현상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해버린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커피에 크림을 타서 마시면 된다. 슬픈 일이 있으면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면 된다”고 말이다. 그는 평생 동안 7번의 외식을 했고, 샤워는 사람이 딱 적당한 정도로 깨끗해질 수 있는 12초 동안만 한다. 이토록 단출하고 정갈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기에 독자들은 노인의 투덜거림이 단순한 짜증이 아니라, 일생을 충실히 살아온 한 남자의 깊은 통찰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지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또한 거기에는 600년이 넘도록 스웨덴의 속국이었고, 제정 러시아의 통치를 100년 이상 받았고, 소련의 재침략을 물리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핀란드인의 ‘시수(sisu, 핀란드인들의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일컫는 핀란드어)’가 담겨 있다. 또한 전쟁 후 폐허에서 지금의 복지 선진 국가를 만들어낸 산업 역군으로서의 자부심도 담겨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은근과 끈기와 닮아 있다. 이것이 우리가 더욱 그럼프 노인에게 끌리는 이유이다. “거친 겉모습 속에 감추어둔 따스한 인간애와 진정성”황혼에 되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생(生)의 아름다움! 그럼프 노인은 한평생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했던 것처럼, 죽음도 충실하게 받아들이고 겸허하게 준비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너무나 담담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노인의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거기에는 어떠한 거짓과 허세도 들어가 있지 않다. 노인은 자신의 장례식에서 억지 울음을 금지하고 거짓으로 자신을 칭송하는 듯한 말투도 쓰지 않을 것을 당부한다. 그렇게 추도문은 아름다운 수필이 되고, 묘비는 훌륭한 예술 작품이 되고, 나무로 짠 관은 레이스와 벨벳으로 장식되어 멋진 목공예 작품이 된다. 독자들은 그럼프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한 존재가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이해하게 되고 거기에 담긴 진정한 가족 사랑을 느끼게 된다. 무뚝뚝한 늙은 남자가 내면 깊이 간직해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던, ‘사랑’을 말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교수는 이 책이 “비장한 코미디이며 해학으로 위장한 죽음의 서정시”라고 평한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의 겸손함’만큼 근본적인 문명 비평은 없다고 덧붙인다. 결국 우리는 죽음을 통해 완성되는 한 노인의 인생 서사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죽음, 가족과 사랑이라는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진짜 중요한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평범한 인생을 아름답게 수놓은 추억의 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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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눈부신 친구 (커버이미지)
    [문학]나의 눈부신 친구
    •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5-11-30

    우정이 곧 삶이었던 두 여자가 당신에게 묻는다당신의 우정은 눈부신가베일에 싸인 엘레나 페란테의 진실한 삶을 담다‘나폴리 4부작’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 전 세계 43개국 출간 예정* 2016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노미네이트* 2016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2015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노미네이트* 2015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1위’* 2015 가디언지 ‘작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 2015 BBC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전 세계를 홀린 ‘나폴리 4부작’의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는 이탈리아 나폴리 폐허에서도 빛나는 두 여자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다.우정을 다룬 이야기는 진부하다. 그러나 60여 년에 걸친 두 여인의 일생을 다룬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아름답지만 냉혹하고 그들의 삶은 맹렬하다. 감정선은 강렬하고 인물들은 욕망과 분노에 차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지만 소설에는 뜨거운 마그마가 들어 있는 광활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페란테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단도직입적이다. 두 주인공도 회귀하지 않는다. 모순으로 가득한 감정 속에서 주인공은 앞만 보고 나간다. 그들은 순차적으로 인생의 페이지를 넘기며 나아갈 뿐이다. 굶주린 듯 다음 페이지를 서둘러 넘기고 싶은 이야기. 그러나 결코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이야기. 바로 『나의 눈부신 친구』다.교만하지 않기 위해정체를 감추다엘레나 페란테. 현재 세계 문단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이지만 베일에 싸여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작가다. 오직 작품으로만 자신을 말하는 페란테는 1992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타난 적이 없다. 그녀에 관해서는 나폴리 태생의 작가로 고전 문학을 전공한 뒤 해외에서 오랫동안 지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름조차 필명이다.은둔을 선택한 페란테는 이탈리아의 『코리에레 델라 세라』를 통해 1,600페이지 분량의 ‘나폴리 4부작’은 자신의 우정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나폴리를 배경으로 두 여자의 우정과 삶을 매우 격렬하게 또 망설임 없이 써냈다. 페란테는 ‘나폴리 4부작’ 중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15년에는 이탈리아의 최고 문학상 스트레가상의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페란테는 모든 행사에 불참했으며 서면으로만 수상 소감을 밝혔다. 페란테가 스트레가상의 후보에 올랐을 당시 이탈리아 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시상식에 참석해줄 것을 『라 리퍼블리카』를 통해 공개적으로 요청했으나 페란테는 감사의 인사만 전했을 뿐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페란테는 작가에 관한 모든 것은 소설 안에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TV 출연이나 강연으로 작가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안에서 충분하다는 것이다. 페란테는 『더 패리스 리뷰』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도, 미디어가 작가의 명성만을 따를 뿐 책 자체나 작품의 가치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문학적 전통과 기법 등 오랜 시간 동안 집약되어 문학 안에 포함된 집단 지성이 작가가 등장하는 순간 모두 약화된다는 것이다. “책은 한 번 출간되고 나면 그 이후부터 저자는 필요 없다고 믿습니다. 만약 책에 대해 무언가 할 말이 남아 있다면 저자가 독자를 찾아나서겠지만, 남아 있지 않다면 굳이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엘레나 페란테페란테는 25년 동안 은둔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이 부재가 만들어낸 창작 공간이었다고 말한다. 작가를 지우는 순간 작품은 그 전에 없었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작가의 부재 때문에 생긴 텅 빈 공간을 작품이 채운다는 것이다. 어린이에게 해리 포터가 있다면성인에게는 엘레나 페란테가 있다‘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영미권 독자들에게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영국 닐슨 북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 내 전체 소설 판매량은 감소했으나 해외 번역 소설 판매량은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례적 현상을 이끈 주요 요인이 바로 ‘나폴리 4부작’이라고 한다. 또한 미국에서 ‘나폴리 4부작’은 특별한 광고도 없이 12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독자들은 ‘#ferrantefever’(페란테 열병)라는 태그를 달고 그녀를 예찬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도 작가 줌파 라히리는 “나는 ‘나폴리 4부작’의 노예가 되어버렸다”고 말했으며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읽히고 싶다”고 찬사를 보냈다. 배우 기네스 팰트로도 “소녀 시절의 우정을 말한 페란테의 놀라운 능력”을 극찬했으며, 아마존 편집장 사라 넬슨은 “미국의 여성에게 페란테의 존재는 마치 어린이들에게 해리 포터 정도의 존재”라며 현재 세계 문단 내 페란테의 위상을 증명했다. - 우리는 명작을 읽고 있다. _ 미국,『타임』- 모험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우정을 다룬 놀라운 서사시. _ 프랑스,『르몽드』- 페란테의 산문은 크리스털 같고 스토리텔링은 본능적이다. _ 영국,『이코노미스트』작가와 미디어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독자들도 ‘페란테 열병’을 앓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헌책방 주인은 페란테의 소설이 헌책방에까지 나오지 않아 책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콜롬비아 대학교의 회의실에서는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페란테’라는 이름을 걸고 독자 토론을 진행한다. 올해 5월 호주 시드니홀에서 개최된 페란테 관련 행사에는 3천여 명의 독자와 영미권 번역가인 앤 골드스타인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RAI 국영방송은 ‘나폴리 4부작’으로 총 32부작의 드라마를 제작 중이다. 놀라운 일이다. 정체도 모르는 이 작가의 소설에 전 세계 독자들은 왜 이리 열광하는 것일까?너와의 우정은 곧 나의 삶이었다‘나폴리 4부작’의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라’와 ‘레누’라는 두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사춘기까지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간파하는 특별한 사이지만 그들의 우정 안에서도 미묘한 감정은 존재한다.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평생의 라이벌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다. 릴라는 명석함을 타고났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한다. 모범생이고 노력형인 레누는 이런 릴라를 보고 자극을 받아 공부하지만 릴라의 영특함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학교에서 인정받은 과제조차도 결국 릴라의 아이디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단지 공부뿐만이 아니다. 릴라는 커갈수록 아름다워지고 모든 남성의 시선을 독차지한다. 릴라보다 무엇 하나 잘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와 외부 환경 때문에 꿈이 좌절되는 릴라. 자신의 환경에 따라 그들의 감정은 요동친다. 그들의 우정은 사랑과 미움, 질투와 동정 같은 감정이 뒤섞인 흙탕물 같다. 소설 전반을 끌고 나가는 가장 큰 감정은 릴라와 레누의 애정이다. 레누는 보잘것없는 자신의 삶을 한탄하다가도 릴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원한다. 릴라도 레누가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다.“무슨 일이 일어나든 너는 공부를 계속하도록 해.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_ 416쪽진정한 우정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 없는 사람도 없지만 평생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두 주인공의 우정은 보편적이지만 특별하다. 페란테는 솔직하고 대담하게 그 우정을 그린다. 스토리텔링은 본능적이지만 문장은 섬세하고 치밀하다. 그들의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경제적 빈곤’이다. 구두수선공의 딸인 릴라와 시청 수위의 딸인 레누는 모두 빈곤층이다. 릴라와 레누가 사는 동네의 경제는 고리대금업자인 돈 아킬레와 마피아인 실비오 솔라라에 의해 움직인다. 그들은 식료품점과 주점 겸 제과점을 차리고 동네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준다. 야채장수를 하는 스칸노네도 그들의 재력에 도움을 얻고 릴라의 구두 사업마저도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솔라라네 주점은 과거부터 고리대금을 하는 마피아 집단과 밀수꾼들의 소굴이었고 왕정복고주의자들의 자금 모집 수단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 돈 아킬레가 나치와 파시스트들의 스파이 노릇을 했고 스테파노는 그 애비가 검은색 가방에 모은 돈으로 식료품점을 키운 것이라고 했다. _ 197쪽‘경제적 빈곤’과 ‘마피아’는 『나의 눈부신 친구』뿐만 아니라 ‘나폴리 4부작’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다. 릴라와 레누가 자란 1950년대의 이탈리아는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매우 가난했으며 ‘가난한’ 남부와 ‘부유한’ 북부의 경제 격차는 특히 심했다. 이에 정부는 ‘남부지역개발법’을 제정해 남부의 경제성장을 도모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가난한 남부를 실질적으로 통치한 건 마피아였고 나폴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피아는 행정력이 미비하던 1950년대 이탈리아 남부에서 절대 권력이자 질서였다. 마피아는 보통 ‘M’ 또는 ‘m’으로 쓰는데 ‘M’은 ‘국제 범죄 조직’으로서의 마피아를 의미하지만 ‘m’은 일종의 정신 체계, 즉 망탈리테(mentalite)를 뜻한다. 치안력과 행정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마피아를 공동체 구성원 스스로 조직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나의 눈부신 친구』속 상황처럼 마피아라는 존재가 나폴리인들의 평범한 삶에 매우 깊숙이 침투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당시도 지금도폭력으로 가득하다두 주인공에게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는 폭력이다. ‘나폴리 4부작’은 우정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릴라와 레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많은 인물은 사회적 소수자다. 그들의 삶에는 폭력이 만연해 있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릴라의 아버지와 오빠는 릴라를 사랑하지만 릴라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기도 하고 고함을 지르고 폭력을 행사한다. 레누의 아버지도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어머니와 레누를 때린다. 레누와 릴라뿐 아니라 동네의 모든 사람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분노하는 여성들은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 레누는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고 말한다.레누는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남성과는 달리 지적이고 친절했던 도나토 사라토레를 존경한다. 그러나 어느 날 방어할 틈도 없이 도나토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레누는 다음과 같이 그날을 회상한다. 도나토 아저씨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지만 내 육체에 남은 그 기분 좋은 느낌 때문에 내가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요즘 기준으로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기억하는 한 그때까지 한 번도 육체적 쾌락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느낌을 알지 못했기에 막상 경험하게 되자 당황스러웠다. (…) 나는 드디어 릴라에게 이야기를 해줄 만한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이번만은 그녀도 이보다 더 강렬한 체험을 내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도나토 아저씨에 대한 혐오감과 자신에 대한 경멸감이 너무나 커서 릴라에게 차마 이야기를 해줄 수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 예기치 않게 끝난 그해의 여름 휴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_ 309~310쪽 페란테는 “현실을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오히려 두려움을 느낀다”며 “소설 속 여성들은 강하고 교육받았으며 자기 자신과 자신의 권리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충격에 쉽게 부서진다”고 말한다. 레누도 교육을 받은 여성이지만 당시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한다.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직설적인 내용의 이 소설에 당황하게 된다. 성폭행을 당한 뒤 쾌락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페란테의 지나친 솔직함에는 거부감마저 생긴다. 『마가진 리테레르』가 “이야기는 매우 폭력적이지만 그녀의 언어는 절제되어 있다”고 말한 것처럼 페란테의 글쓰기는 폭력성과 잔혹함을 더욱 극대화한다.얼마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별을 고했다는 이유로 전 여자친구를 불에 태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이 발생하기 2주 전 한국에서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일 미디어에서는 살인과 폭력사건을 다루고 우리는 공공연하게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는 폭력을 묘사하는 페란테의 글을 읽으며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정말로 거북한 점은 1950년대 나폴리라는 시공간적 배경을 오늘날 한국 사회와 비교해봐도 전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아닐까.“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나의 눈부신 친구』는 비평가 제임스 우드가 말했듯, “강렬하게 또 격렬하게 사적이다.”자신을 그렇게나 감추려고 했던 페란테가 이토록 사적인 소설을 쓴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우정은 곧 일상이다. 일상 안에서 만들어지는 평범하고 사적인 관계다. 그러나 우리는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여러 감정을 내보이길 꺼린다. 자신만이 느끼는 가장 은밀한 감정들은 담아둔 채 지낸다. 페란테는 바로 그 지점을 소설에 담는다. 친구 간의 관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내밀한 부분.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공격적이고 불안하지만 우리의 우정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단숨에 그들의 삶을 읽어 내려간다. 페란테가 ‘나폴리 4부작’이라는 자전 소설의 큰 얼개를 우정으로 설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페란테는 두 주인공의 우정과 삶이 사회에 의해 변화된다는 것을 말한다. 페란테가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깝고 사적인 근심들은 정치적인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듯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관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의 우정은 여러 세대의 삶과 관련되고 얽혀 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갈등하고 선택하며 변화한다. 그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일상은 모두 역사의 일부가 된다. 그들은 사소한 역사적 사실에 진실성을 부여하는 인물들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우리의 일상도 역사의 일부다.우정은 인생 최초의 갈등이자 연대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를 통해서만 세상은 바로 설 수 있다. 따라잡을 수 없는 자본주의의 속도에 우리는 어느새 우정을 잃어버렸다. 오늘날 우리의 우정은 안녕한가. 우리의 일상은 안녕한가.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지 물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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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의 초상 (커버이미지)
    [문학]왕의 초상
    •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5-11-30

    왕을 죽이기 위해서는왕을 먼저 그려야 한다 태종어진 경연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조선은 저 높고 아름다운 나라, 고려를 피로 물들이며 일으킨 나라이옵니다. 고려유민들을 척살하며 그 높음과 아름다움이 모두로부터 사라질 것이옵니다.”_9쪽여말선초, 고려유민들은 공안정국에 저항하며 목숨을 잃어간다. 태종 이방원의 신임을 받던 도화서 화원 명현서도 조선을 반역하고 고려유민을 도왔다는 의심을 받고 태종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 광경을 목격한 명현서의 딸, 명무는 간신히 살아남아 아비의 스승과 몸을 피한다. 6년 후, 태종어진을 그리기 위한 경연이 열리고 조정은 화가들을 경복궁으로 불러 모은다. 명무도 붓과 칼을 들고 궁궐로 향한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종 어진에 선택되어야 한다. 왕의 얼굴과 정신을 담는 숭엄한 경연장은 각기 다른 신념과 복수를 품은 자들로 숨 막히는 전운이 감돈다. 죽여야 살아남는 조선의 왕 태종과죽이기 위해 사랑해야 하는 고려 여인 명무왕의 초상화를 둘러싼 치밀한 붓과 칼의 향연어진경연도 막바지에 접어들어, 어진화사들이 최종적으로 자신의 그림이 선택되길 기다리고 있을 때, 한 어진화사가 죽임을 당하고 그 현장에서 명무의 붓이 발견된다. 그리고 한 폭의 어진에 숨어 있는 반역의 증거가 나타난다. 궁궐은 걷잡을 수 없는 분위기에 휩싸인다. 과연, 명무는 어진화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리하여 왕을 독대할 수 있을 것인가…….어진이 완성된 순간, 복수는 시작된다 “역사 스릴러의 재미를 제대로 빚어냈다” 태조 어진은 사뭇 경이로웠다. 부족함이 없었고, 감정은 벅차올랐다. 감정이 감정을 뚫고 진입하는 계통을 알 수 없었다. 그것은 한 줄기 슬픔 같았다. 문득한 슬픔에는 색이 묻어나지 않았다. 고요한 슬픔에는 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명무는 노인을 따라 묵묵한 걸음으로 문소전을 나왔다._126쪽“조선 초기 정치 이데올로기와 외부상황은 엉킨 실타래 같았다. 고려 유산에 대한 태종의 마음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고, 시중들의 의중도 단순하지 않았다. 가계와 문벌, 정치적 외연들이 뒤엉킨 조선의 판세는 우울했다.”(『참고문헌』에 관한 소략의 해석) 이런 상황에서 열린 어진경연에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명분을 얻고자 하는 자, 복수를 꿈꾸는 자, 남고자 하는 자, 궁극의 그림을 그리려는 자……. 『왕의 초상』은 고려유민을 죽여야 명분을 얻을 수 있는 조선의 왕 태종, 복수를 하기 위해서 사랑을 해야 하는 고려 여인 명무. 그리고 명무의 아비에게 칼을 휘두른 남자, 예문관 대교. 이들의 운명은 서로 엇갈리며 숨 막히는 반전을 반복한다. 작가는 서로 다른 왕조에 충성하는 사람들,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작가는 조선 초, 그 격동기의 역사 속에 정교하게 복원한다. 또한 “임금의 초상화를 그려나가는 어진 제작 과정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치밀한 묘사,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체로 역사 스릴러의 재미를 제대로 빚어냈다.”(이인화) 그럼에도 태종어진은 어디에 있는가?이 소설은 “『조선왕조실록』 해제(解題)에서 문체적 영향”을 받았다. 편년체 일기에는 왕과 시중들이 사실적으로 주고받은 말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그 하염없는 인문학적 수사와 사유를 공감”하며 “이 소설이 실록에 대한 문학적 오마주”임을 밝혔다.(『참고문헌』에 관한 소략의 해석) 때문에 『왕의 초상』은 존재 하지 않은 태종어진을 소재로 삼았음에도, 모든 풍경과 이야기, 어진 제작과정 바로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탄탄한 이야기는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묵직하게 나아간다. 『왕의 초상』은 문학적 긴장과 장르적 특성을 동시에 품으며, 독자를 태종 어진경연장으로 끌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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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상륙작전 (커버이미지)
    [문학]인천상륙작전
    • 안진홍 지음, 정태원, 이재한, 이만희 원작
    • 가연
    • 2015-11-30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불과 사흘 만에 서울 함락, 한 달 만에 낙동강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 지역을 빼앗기게 된 대한민국. 국제연합군 최고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는 모두의 반대 속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한다. 성공확률 5000:1,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단 하나, 인천으로 가는 길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뿐이다. 맥아더의 지시로 대북 첩보작전 ‘X-RAY’에 투입된 ‘장학수’는 북한군으로 위장 잠입해 인천 내 동태를 살피며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하지만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에 의해 정체가 발각되는 위기에 놓인 가운데 ‘장학수’와 그의 부대원들은 전세를 바꿀 단 한 번의 기회, 단 하루의 작전을 위해 인천상륙 함대를 유도하는 위험천만한 임무에 나서는데...1950년 9월 15일 자정, 작전명 크로마이트모두가 알고 있는 인천상륙작전 속 스러져간 이름 없는 영웅들의 누구도 알지 못했던 숨겨진 이야기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단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당하고 한 달 만에 낙동강까지 후퇴하며 수세에 몰려있는 상황, 전세를 단번에 뒤집을 작전이 1950년 9월 15일 자정 인천에서 시작된다. 작전명 ‘크로마이트’, 바로 인천상륙작전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함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상륙 작전으로 기록된 인천상륙작전. <인천상륙작전>은 모두가 알고 있는 드라마틱한 작전 이면에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숨겨진 실화를 조명,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인천 상륙작전>의 소설판이다. 책은 영화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이 삭제 된 부분과 이야기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영화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많은 이야기와 각 주인공들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폭넓은 관련 자료를 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첨가하여 실제 있었던 상황과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끌며 영웅이 된 맥아더 장군.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 뒤에 숨겨진 이름 없는 한국의 영웅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맥아더 장군의 대북 첩보작전 ‘X-RAY’를 수행하는 켈로 부대(KLO - Korea Liaison Office 한국인으로 구성된 연합군 소속의 스파이 부대)는 5000:1의 성공 확률이라 점쳐졌던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를 다했던 헌신적인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켈로 부대는 인천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중대한 임무. 즉, 조수간만의 차로 상륙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은 물론 수로 확보조차 쉽지 않은 인천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인천으로 향하는 길을 여는 것 자체가 사실 작전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것이었다. 북한군에게 한반도의 대부분이 점령당한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가족과 고향을 뒤로한 채 목숨까지 걸고 임무를 수행했던 이름 없는 영웅들. 그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인해 현재가 있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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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 (커버이미지)
    [문학]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
    • 매튜 로렌스 지음, 김세경 옮김
    • 아작
    • 2015-11-30

    핀란드에서 날아온 아주 유쾌한 소녀 여신 <프레야 시리즈>게임보다 빠르고, 라이트노벨보다 화끈한천방지축 여신이 나타났다!북유럽 신화 속 사랑과 전쟁의 여신 프레야는 인간들에게 잊혀진 채 27년간 정신병원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그녀에게 어느 날 낯선 면회객이 찾아오고, 면회객은 프레야에게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으니 자신들에게 협력하라며 말한다. “협력하지 않으면, 죽어.” 프레야는 자신을 위협하는 사내의 머리통을 박살내고 그날 막 입사한 웹디자이너를 어깨에 메고 정신병원을 탈출하는데, 과연 이 천방지축 사랑스러운 여신의 앞날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손을 뗄 수 없는 속도감, 강렬하고 살아있는 캐릭터, 유쾌하고 감각적인 문체까지,핀란드에서 날아온 기상천외한 요절복통 도시 판타지신화의 욕망과 현대의 욕망이 뒤섞여 만들어낸 유쾌한 난장“우리는 인류의 산물이에요. 그렇죠? 우린 섬기기 위해 살아요. 당신들의 기도에 응답함으로써 우리가 위력을 얻으니까요. 우리가 자라는 동안, 당신들의 믿음이 우리의 성격과 외모를 형성하지요.”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출판되는 유쾌한 판타지. 뭔가 익숙하지만 닳지 않은 설정, 강렬한 캐릭터에, 감각적인 문체가 결합했다. 천방지축 여신의 모험담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을 잃고 몰입하게 된다.프레야가 정신병원을 탈출한 이유? 북유럽신화의 사랑과 전쟁의 여신으로 그 신화에서는 지극히 중요한 존재인 프레야는 인간들에게 잊혀진 채 한 정신병원에서 새라 버내디란 이름으로 무려 이십 칠년 째 시간을 죽이고 있다. 누가 그녀를 가뒀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정신병원이 가장 편했기 때문이다. 정신병원은 그녀가 스스로를 신이라 주장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곳이다. 그러던 그녀는 어느 날 새로 정신과에 근무하게 된 남자직원 나단을 만나게 된다. 나단은 외모도 괜찮고 유머감각도 있어서 그녀의 마음에 든다. 그리고 같은 날 그녀는 가렌이란 이름의 면회객을 받는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기에 면회를 올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말이다. 위협감이 철철 흘러넘치는 남자인 가렌은 새라의 정체를 알고 있으니 자신들에게 협력하라고 위협한다. 그는 스스로 ‘아흐리만의 조각’이라 밝힌 물건 하나를 건네면서 말한다. 새라는 그 물건을 만지는 순간 끔찍한 신의 느낌을 받는다. 가렌은 말한다. “우린 신들을 취급해, 새라. 해가 될 만한 신은 잡아 가두거나 없애버리고, 나머지는 채용하는 거지.” 가렌은 신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사내지만,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그를 떨쳐내고 나단을 들춰 매고 정신병원을 탈출한다. 운전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신인 그녀는 인간의 감정을 지배하는 화학약물들의 작용에 간섭할 수 있다(그 전에는 자신이 무엇에 대해 간섭하고 있는지를 몰랐지만 이제는 정신과에서 충분히 들었다). 그녀는 나단이 자신의 존재를 믿게 만들고, 나단을 자신의 여행의 동료로 맞아들인다. 옛날 말로 한다면 나단은 ‘신관’이 된 것이다. 가렌의 조직으로부터 도망을 치면서 그동안 눈에 띄게 변한 세상에 대해 탐구하는 새라,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한 인터넷이 충격적이다. “(...) 인류는 자신들의 기도에 응답하라고, 자신들의 육체와 영혼을 보호하라고 우리를 창조했었다. 그들이 이제 자라, 우리를 마치 오래된 장난감처럼 내팽개쳐버리고, 우리의 후계자를 만든 거다. 더 나쁜 건, 지금까지는 이게 우리보다 훨씬 더 나았다는 거다. (...)” 하지만 여신은 이 인터넷의 세상을 활용해 신들이 활동할 수도 있겠다는 희미한 전망을 품는다. 여신은 도망치기 위해 좋은 곳을 물색하다가 나단의 조언을 받아들여 디즈니월드에서 신데렐라 역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여신은 디즈니월드에 오는 아이들이 프레야가 아닌 신데렐라를 진짜라고 믿어도 자신의 힘이 조금씩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된다. 인간의 소망과 신성 사이엔 그녀의 생각보다도 훨씬 복잡한 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여신은 그녀가 발견한 것을 먼저 발견하여, 놀이공원을 운영하며 인간의 숭배 없이도 살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찾아낸 위험한 디오니소스 신을 맞닥트린다. 그리고 가렌도 다시 그녀를 쫓아와 신성을 산업화하려는 위험한 기업의 존재를 알린다. 사랑의 여신이지만 전쟁의 여신이기도 한 프레야는 이 시점에서 목표를 도주에서 투쟁으로 바꾼다. 신성을 훼손하고 인간을 지배하려는 저 거대기업에게 대항하려는 여신은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는 신들을 인간의 소망이 구현한 존재로 묘사하면서 이 세계의 욕망들이 어떻게 서로 충돌하는지를 그리 심각하지 않으면서 유머러스한 필치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모든 시대에 걸쳐 모든 것을 욕망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더 이상 신들을 통해 무언가를 욕망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현대 사회에서, 실제로 이 소설과 같은 설정의 신들이 존재한다면 신들을 활용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더 큰 이윤과 욕망을 추구하려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소설은 판타지적 설정 안에서 욕망을 추구하는 합리적 인간들을 그려내면서 환상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획득한다. 여기에선 신화의 욕망과 현대의 욕망이 서로 섞이고 비끌어지면서 다양한 풍경이 만들어진다. 설정의 특성상 프레야가 주요한 신이었던 북유럽신화만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교의 신과 마법과 과학이 섞여 왁자지껄하다. 판테온(만신전)들이 포개지고 경쟁자들은 서로 증오하거나 협력한다. 이야기의 화려함과 속도감은 현대에 들어와 형성된 고전 판타지소설보단 《서유기》나 《봉신연의》와 같은 전근대 기담소설이나 라이트노벨 류 소설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을 주인공으로 하여,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신을 포괄하면서, 새로이 쓰여지기 시작한 현대의 신화, 그 첫 번째 물결이 우리 곁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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