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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씁쓸한 초콜릿 (커버이미지)
    [문학]씁쓸한 초콜릿
    •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염정용 옮김
    • f(에프)
    • 2017-12-07

    뚱뚱한 몸매에 대한 콤플렉스를 해부하는 평이한 언어,하지만 놀랍도록 피부에 와 닿는 묘사!독일 청소년문학계의 대표적인 반(反)권위주의적 작가이자 ‘제2의 루이제 린저’로 평가받는 미리암 프레슬러의 베스트셀러 『씁쓸한 초콜릿』이 새로운 번역으로 재출간되었다. 소설은 15세 소녀 에바가 뚱뚱한 몸매로 인해 느끼고 겪는 일상에 대한 평이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의식에 대한 날카로운 포착과 정확한 묘사로 인해 실제적으로 다가올 뿐 아니라, 오히려 독자들의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것처럼 신랄하면서도 강렬하다.문제 중의 문제인 이 문제 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것은 바로 비곗살이었다. 이 역겹고 부드러운 지방층, 이 지방층이 그녀와 주변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었다. 그것은 완충 장치이자 누에고치였고, 쿠션이자 무쇠 고리였다. 오직 비곗살만이 문제였다. 비곗살은 슬픔과 소외와 배척을 의미했고, 조롱과 불안과 치욕을 의미했다.여기에 무슨 말을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뚱뚱한 몸에 대한 수치심에 휩싸여 고립된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이 인식은, 어떤 달콤한 초콜릿을 먹더라도 피할 수 없는 ‘씁쓸한’ 맛처럼, 어떤 훌륭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뚱뚱하다’는 평가만이 절대치로 남는 주인공의 심리를 결정적으로 보여 준다.날씬하고 예쁜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은 서로의 어깨를 감싸거나 손을 맞붙잡으며 보란 듯이 그들만의 세계를 드러낸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날씬하고 예쁜 여자들이다. 주인공 에바는 교사의 공연한 비방에 정면으로 야유할 수 있는 용기와 주관을 가지고 있고, 친구가 되면 마음을 다해 상대방을 포용할 줄도 알지만, 뚱뚱한 몸매로 인해 그들과 전혀 다른 존재로 분리된다. \'뚱뚱한 몸매\'라는 비인격적 가치판단의 벽에 갇혀, 눈에 보이지 않는 \'진짜 에바\'인 그녀의 내면은 머물 곳이 없다. 반대로 ‘뚱뚱한 엉덩이는 누구나 볼 수 있’기에 문제 중의 문제가 되며, 학대의 대상이 된다.타인의 시선을 내면화한 ‘뚱뚱한 소녀’평범한 표면적 일상 속에 고여 있는 모멸과 자학의 심연문명이라는 사회를 뒤덮고 있는 오래된 전통이자 강력한 내면화를 이루는 이미지는 바로 ‘여성의 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라기보다 성적 대상으로서 ‘여성의 이미지’이다. 모든 미디어가 보여 주는 날씬한 몸매는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기보다 그것을 즐기는 타인들에게 보여지고 아름답다고 인정받았을 때에서야 가능한 자기 과시라고 할 수 있다.그래서 에바는 레너드 코헨의 노랫말 ‘그녀는 몸매를 그토록 대담하고 자유롭게 드러내고 다녔지, 만약 내가 그것을 멋진 기억으로 간직해야 한다면(She was taking her body so brave and so free, if I am to remember, it’s a fine memory.)’을 들으며 근사한 몸매를 가진 여자가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뭐 그리 대담한 일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뭇사람들에게 아름답다고 판정받은 여자는 자신을 구경거리로 대담하게 드러낼 수 있는 법이고, 에바의 무의식은 그런 사회적 조류에 반항적이지만, 그렇다고 거스르지도 못한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에 맞추고자 남몰래 단식을 하지만 배고픔으로 인한 참을 수 없는 통증은 다시금 폭식을 불러오고, 결국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만다.덩어리, 덩어리들. 이 얼마나 징그러운 말인가. 구역질나는 말이다.누구에게 드러낼 수도 없는 자학과 자기혐오는 평범한 일상 아래 고여 있어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다. 뚱뚱하니까 더는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고, 뚱뚱한 몸으로 이미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켰으니까 눈총을 받을 만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내면화는 외로움에도 사랑받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의식으로 이어진다.“나와 함께 있으면 거북하지 않아? … 내가 너무 뚱뚱하니까.”동일성을 요구하는 폭력적인 미(美)의 감옥에바는 조금 더 날씬해 보이고자 밝은색 옷을 피하고, 뚱뚱한 몸매를 되도록 가리기 위해 늘 치마를 입는다. 큰 부피를 가질수록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보호색을 쓰는 동물과 같은 자기보호본능은 타인과 소통하고 무리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망과 어긋날 수밖에 없다. 결국 외따로 떨어진 섬 같은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왜 뚱뚱한 몸은 멸시되어야 하는가?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60억의 각기 다른 인격체와 각기 다른 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날씬함’이라는 단 하나의 미의 기준만을 요구받는 것일까?대체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패션 잡지 사진에 나오는 그런 여자들처럼 보이는 소녀들만 아름다운 건가? 긴 다리, 날씬한 생기 넘치는, 호리호리한, 아리따운 등과 같은 말들이 그녀의 머리를 스쳐 갔다. 그녀는 옛 거장들의 그림들에 나오는 여인들을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들은 통통하고 풍만하고 살이 쪘었다. 에바는 웃었다.하나의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폭력적인 미의 감옥. 끊임없이, 거리낌 없이 그러한 폭력을 재생산하는 미디어를 향해 가볍게 웃음을 날리며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굿바이’할 수 있는 소설이 우리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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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나키스트 박열 (커버이미지)
    [문학]아나키스트 박열
    • 손승휘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7-12-07

    아나키스트 박열과 그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 민족은 달랐지만 바라본 세상은 같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동지로 연인으로 부부로 살다 간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투쟁!나를 죽여라!아나키스트 박열(1902~1974).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1919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천황 암살을 모의하다가 1923년 거사 직전에 발각되어 1926년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8ㆍ15 광복으로 석방되었다. 1948년에 귀국하였으나 6ㆍ25 전쟁 때 납북되었다.”위 내용만 보면 여느 독립운동가의 삶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또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 독립운동가의 명성에 비하면 인지도가 떨어지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누구의 삶보다도 치열하고 드라마틱하다. 그의 연인이자 사상적 동지인 가네코 후미코와 함께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을 때 그가 보여준 태도만 보아도 범상치 않은 그의 면모를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을 재판정에 세우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당히 요구한다.첫째, 공판정에서는 일절 죄인 대우를 하지 않아야 하며 ‘피고’라고 부르지도 말 것.둘째, 공판정에서의 조선 예복 착용을 허락할 것.셋째, 자리도 재판장과 동일한 좌석을 마련할 것.넷째, 공판 전에 자기의 선언문 낭독을 허락할 것.다섯째, 만일 이상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는 입을 닫고 일절 신문에 응하지 않을 것을 결심한다. 내 목숨은 내가 알아서 한다이 소설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반천황제 투쟁을 세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1부는 가네코 후미코가 바라보는 박열, 2부는 박열 자신의 사상과 행동을 직접 서술하는 형식으로 관동대지진까지를, 3부는 재판에서 두 사람의 변론을 맡은 일본의 인권변호사 후세 다쓰지의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아나키스트 박열의 투쟁과 그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 그리고 당시 일본 아나키스트들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사형을 언도하자 박열은 판사에게 말했다.“그동안 수고 많았네. 자네들이 내 목숨이야 빼앗을 수 있을지언정 내 머릿속 이상이야 어쩌겠는가?”천황이 사형을 면하게 해주려고 하자 가네코 후미코는 사면장을 발기발기 찢어버리며 말했다.“내 목숨은 내가 알아서 한다. 천황 따위가 뭔데 감히 내 목숨을 살린다는 말이냐?”나는 개새끼로소이다1919년 일본으로 건너간 박열은 일본의 사회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들과 교류하면서 항일운동에 투신한다. 1922년 일본 유학생들이 발간하는 《청년조선》에 다음의 시를 발표한다.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오줌 세례를 받을 때 그는 저들의 탄압에 아랑곳없이 그 다리에 뜨거운 오줌 줄기를 갈긴다. 이 얼마나 당당한 외침인가?나는 개새끼로소이다하늘을 보고 짖는달을 보고 짖는보잘것없는 나는개새끼로소이다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할 때나도 그의 다리에다뜨거운 물줄기를 뿜어대는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이 무렵 가네코 후미코는 《청년조선》에 실린 박열의 시를 보고 그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 이후 박열과 후미코는 사상적 동지이자 연인으로 항일운동에 투신한다. 그리고 그 뜻을 관철하기 위한 그들의 행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하지만 일왕 암살 계획혐의로 두 사람은 체포된다. 이어지는 재판, 사형선고, 특별감형, 그리고 후미코의 자살…….마음에서 솟아나는 대로 부르는 노래참된 노래라 불러야 하리유파도 모르고 법식도 없지만나의 노래는 억눌린 가슴의 불꽃타오르는 마음을 사랑으로 전하는노래의 가치를 찾게 하라 죽고자 하면 목숨의 주인은 그들 자신이다박열과 후미코의 변론을 맡았던 일본인 인권변호사 후세 다쓰지는 후미코의 유해를 들고 조선으로 향한다. 배 안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쓰지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조선의 육지를 바라보며 가네코의 번쩍이던 눈빛을 떠올렸다.인류는 결국 가네코처럼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원해내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스스로가 하나의 등불이 될 것이고, 그 등불이 모여서 이 세상을 구원할 빛이 되는 것은 아닐까.방법은 그뿐이다. 내가 하나의 등불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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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사소한 중독 (특별판) (커버이미지)
    [문학]아주 사소한 중독 (특별판)
    • 함정임 지음
    • 작가정신
    • 2017-12-07

    함정임 문학의 새로운 서사적 실험을 시도한 중편소설“장미는 말라갈수록 더 애틋하죠. 말라가는 냄새, 말라가는 색깔…….”치명적인, 너무도 치명적인 사랑의 사소함한국 현대소설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편소설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단편의 미학과 장편의 스토리텔링을 다시 선보이고자 소설향 시리즈 중에서 5편을 골라 특별판으로 출간하였다. <소설향 특별판> 으로 출간된『아주 사소한 중독』은 함정임 작가의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줄곧 생의 상처와 죽음의 상흔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탐색하고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한 글쓰기의 도정을 보여왔던 작가 함정임이, 생의 가장 원초적 감각인 ‘혀’를 매개로 사소한 일상에 잠복해 있는 사랑의 치명적인 독성을 가벼운 포르노그라피를 통해 역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형식과 스타일의 측면에서 함정임 문학의 새로운 서사적 실험을 시도한 작품이다. 나아가 사랑의 상실과 고독, 혹은 소통 부재의 소외감이 진정 당신에게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닌지 묻는다. 주인공 ‘그녀’는 특급 호텔의 케이크 디자이너로 연하의 유부남과 불륜의 사랑에 빠져 있다. 혀를 통한 감각만을 맹신하는 ‘그녀’에게 먹고 말하는 데 사용되는 혀는 자신의 감각적 · 감정적 대상을 골라내는 데에도 유용하다. 작가는 소통의 방식을 고민하면서 관계의 소소한 단면에 빠져들어 중독되는 순서를 묘사하여, 사소함의 중독성에 숨겨진 상처의 위험으로부터 현대인들이 안전한지를 묻는다. ‘그녀’와 연하의 유부남 ‘그’의 사이에서 작가가 문제 삼는 것은 그들의 부도덕성이 아니라, 교감하기를 바라지만 어쩔 수 없이 단절을 체험하고 마는 두 사람의 공허한 관계가 만들어내는 현대성의 비극이다. 이 작품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비록 인공낙원이며 공중 정원의 세계일지라도, 사랑의 유한성은 여전히 우리에게 아픔이고 상처일 수밖에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 출판사 소개“그녀가 유일하게 믿는 건 혀다. 혀가 짓는 말이 아니라 혀가 맡는 냄새다.”말하고 맛보는 본능의 사랑, 관계의 허기에 중독되다함정임은 혀라는 매개물을 통해 가장 원초적인 감각 중 하나인 미각과 그에 얽힌 소통의 의미를 다룬다. 혀에 대한 미신을 맹신하는 ‘그녀’가 연하의 유부남 ‘그’와 불륜의 사랑으로 관계 맺는 이야기『아주 사소한 중독』은 남녀의 사랑을 통해 욕망을 관통하는 관계의 가치와 의미를 묻는다. 이 소설에서 대화가 부족한 연인 사이를 채우는 것은 키스 혹은 케이크이다. 혀는 대화를 생략할 수 있게 하는 키스와 맛이라는 감각적인 경험으로 육체의 소통을 보여주는 매개체이다. 이것은 사랑의 단면이지만, 더불어 일상의 곳곳에 숨어 있다가 발견되는 족족 사람을 중독시키는 치명적인 본능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그녀’는 관계의 허기를 달래지 못하면서 오로지 혀의 감각만을 믿는다. 연하의 유부남 ‘그’와의 연애마저도, 그와 키스하고 대화하는 혀의 감각을 통해서만 미미하게 신뢰를 유지할 뿐이다. 요컨대 혀를 제외해서 보자면, 사랑은 ‘그녀’를 온전하게 설득해낼 수 없다. ‘그녀’는 오로지 혀의 감각을 통해 살아 있음을 영위하고 그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만남·사랑·이별에 관한 이야기로 쓰인 이 소설은, 감각에의 탐닉이라는 쾌락적인 명제 아래 관계의 본질로부터 도피하면서 관계에 대한 허기에 중독되는 인간의 유형을 농밀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이렇듯『아주 사소한 중독』은 혀를 가운데로 놓고 두 남녀가 무감각하게 공존하는 것의 허무를 상쇄하듯 혹은 보상하듯 내밀한 본능의 쾌감으로 등치시킨다. 관계를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무거운 예감과 함께, 달콤한 케이크의 맛을 대비시키는 것이다. 케이크처럼 두 사람의 사랑이 커질수록 사랑의 공허함은 더욱 커지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사소함이야말로 치명적이다. 관계의 상실은 그 고통을 메우기 위해 다른 것으로 대신하려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러한 반복의 과정에서 상처를 회복시킬 새도 없이 상처에 중독되어버린 것이 아닌지, 함정임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니까 관계의 본질을 떠나와 감각에 중독되어버린 현대인이 단절감을 통해 관계의 허기로 귀착되는 모습을 적시한 것이다. 마치 달콤한 케이크 맛에 중독된, 감각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이다. 혀가 중독된 감각은 곧 문명에 감염된 맛과 비슷하다. 중독된 혀의 감각이 사랑의 실패로까지 이어진다는 통찰은 사소한 일상에서 놓쳐버리는 중요한 것들을 다시 한 번 직시하게 한다. 원초적인 생의 감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가장 진실한 순간의 사랑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감각이라는 것이다. 원초적인 감각은 사랑의 본질을 의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의 본질에 중독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이 소설은 강조한다.세계의 붕괴 속에서, 단절이 아니라 소외를 견뎌내면서 고독한 자신을 증명해낸 다섯 작가들,소설향 특별판무심하게 다가오는 작은 폭력의 힘(『숲속의 빈터』), 언어와 서사의 무의미(『하품』), 본능적인 감각의 유혹과 허기(『아주 사소한 중독』), 타락과 파괴에 대한 치명적인 숙명(『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성장 없이 치르는 성년식(『죽은 올빼미 농장』).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현장에서 활발하게 창작하는 신진에서 원로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작가들이 쓴 중편소설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펴내는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이러한 출판 기획은 중편소설의 현주소를 정리함으로써, 장편과 단편으로 편중되어 있던 한국 소설의 구획을 갱신하는 동기가 되었다. 실제로 단편이라는 지루한 반복을 벗어나고 싶은 일탈 욕구와 장편이라는 무거운 중압감을 피하고 싶은 부담감은 작가들의 창작에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향 시리즈를 통해 출현한 수많은 중편소설들은 단순히 출판 경향의 변화만이 아니라 소설 문학의 내적 변화마저 시도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표적인 작품인 최윤의『숲 속의 빈터』, 정영문의『하품』, 함정임의『아주 사소한 중독』, 이응준의『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백민석의『죽은 올빼미 농장』에 새로운 옷을 입혀 내놓는 것은, 소설향 시리즈의 현재적 의미를 재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번에 소설향 시리즈 중에서 특별판으로 다시 선보이는 다섯 편의 소설은, 인간의 말초적인 심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데올로기 체제의 붕괴로 ‘개인’에 함몰될 수밖에 없었던 현대인의 내면을 분석하고(백민석의『죽은 올빼미 농장』), 말과 이야기가 가진 허위에 눈뜨기 위해 수 없는 무의미에 집착하는 ‘개인’ 속의 ‘개인’을 찾는 장르적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정영문의『하품』). 또 정치와 사회와 이념의 무게에 짓눌려 외면해왔던 감각을 철저한 극단적인 폐허로 가는 파국(이응준의『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혹은 감정과의 중독적인 관계(함정임의『아주 사소한 중독』)로 드러내는가 하면, 일상의 사소한 변화가 주는 커다란 파문을 과거 역사와의 연결로 상징화(최윤의『숲속의 빈터』)한다. 이처럼 다섯 편의 소설들은 각기 서로 다른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으나, 저마다 역사의 이념적 무게 너머에 감추어져 있던 심리에 탐닉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다시 읽어볼 만한 주요 한국 문학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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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사의 세계 (커버이미지)
    [문학]엘사의 세계
    • 김형선 지음
    • 북밴드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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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을 지나가다 (커버이미지)
    [문학]여름을 지나가다
    • 조해진 지음
    • 문예중앙
    • 2017-12-07

    “세계는 거듭 폐허이며, 그들에게는 작은 피난처가 필요하다!” 고독과 몰락의 청춘을 살아가는 세 남녀,곧 폐허가 될 피난처에서 보내는 뜨겁고 아픈 여름의 시간…저 찬연한 자본의 진열장 너머에는 우리를 위한 것이 없다. 우리를 기다리는 건, 오로지 철거와 파장이 진행 중인 폐허뿐이다. 흔적 없이 사라질 폐허에서 조해진만큼 예민하게 빛과 온기를 탐지해내는 작가도 없다. ―권여선(소설가)소외되고 버려지고 혼자 남은 타인들의 삶을 깊이 있는 문장으로 담아내온 조해진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여름을 지나가다』가 출간됐다. 조해진 작가는 200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하여 2013년 신동엽문학상과 2014년 젊은작가상을 연이어 수상했고, 섬세하고 정교한 문장으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해나가며 유망한 젊은 작가로서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인 『여름을 지나가다』는 2014년 한 해 동안 계간 《문예중앙》에 연재되었던 소설로서, 내일의 희망이나 포부를 갖지 못하는 젊은 세 남녀의 폐허 같은 삶을, 곧 폐허가 될 피난처에서 보내는 그들의 뜨겁고 아픈 여름의 시간을 치밀하고 단단한 서사와 특유의 정밀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권여선 작가는 “이 소설을 읽고 나는 내 어깨 위에 온전치 못한 천사가 기우뚱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당신에게도 그 불구의 천사가 찾아온다면, 그리하여 그 가엾은 천사의 호우로 꺾이려던 당신의 무릎이 곧추서고 비틀거리던 걸음이 제대로 놓인다면, 부디 기억하라. 그것은 조해진이 지난여름을 아프게 통과한 당신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추천했다. 각자 겨우겨우인 삶 속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타인의 고통여기 젊은 세 남녀가 있다. 매물로 나온 집에 몰래 들어가 거주인의 삶을 짧게 살아내고 나오는 부동산중개소 직원 민. 입대를 앞두고 남의 신분증을 위장하여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용불량자 수.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쏟지만 머지않아 일자리를 잃게 될 연주가 그들이다. 그들은 “어제의 눈물을 기억하지 않고, 내일의 포부 따위는 갖지 않는” 잠시 머물다 가는 기차 칸과 같은 세계에서 흐릿한 존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정 기간 살다가 미련 없이 죽고 그 죽음에서 빠져 나온 뒤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로 다시 태어나는, 그러니까 일생이란 개념으로는 규정될 수 없는 태어남과 죽음의 끊임없는 반복. 그런 식의 삶은 기차 같은 거라고 민은 생각했다. 수많은 칸들이 연결된 기차처럼 각기 다른 생애들이 길게 이어져 전체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어제의 눈물을 기억하지 않고 내일의 포부 따위 갖지 않는, 그저 그 순간만을 살다가 죽는 것이 가능하다면…. (본문 중에서)여기 또 곧 폐허가 될 그들의 피난처가 있다. 폐업하고 급매로 내놓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버려진 가구점. 성스러움에 가까운 목수의 노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민과 수는 고단한 삶에 지칠 때면 그곳을 찾는다. 곧 철거될 예정이지만 연주에게도 무지개와 풍선이 그려진 옥상 놀이공원이 있다. 기차 칸을 통과하는 승객처럼 단편적인 삶, 끊어질 철로를 달리는 기관사처럼 위험한 삶 속에서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작은 피난처가 필요했던 것이다. 목수가 만든 침대에 누워 한 시간만이라도 자고 일어난다면 그 모든 일들이 이미 종결된 타인의 삶인 듯 멀게 느껴질 것만 같았다. (본문 중에서)이 젊은 세 남녀에게 ‘여름’은 위태롭고 아프기만 하다. (민에겐) 약혼자 종우와의 결별과 그와 연관된 한 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은희 할머니의 죽음까지. (수에겐)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타인의 명의까지 도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 결국 다 이 여름이 벌어진 일들이다. 그들에게 세계는 거듭 폐허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각자 겨우겨우인 삶 속에서, 추억도 사치가 되는 메마른 시간 속에서 타인의 삶에, 그 고통에 손을 내밀어 보인다. 곧 폐점될 가구점에서 살이 부러진 비닐우산을 나눠 쓰고, 곧 철거될 옥상 놀이공원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나눠 마신다. 등 뒤에서 그가 탁한 목소리로 또 그 질문을 해왔다. 대답을 준비해놓고 기다려왔는데도 민은 말없이 발끝만 내려다봤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곳이 가구점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은 진심이 아니었다. 어쩌면 진심이란 단순한 것인지도 몰랐다. 살아 있는 것 같아. 민은 속으로 말했다. 사는 게 진짜 같고 아무것도 부끄럽지 않아. 너를 돌보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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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실, 1592 (커버이미지)
    [문학]옥실, 1592
    • 이호천 지음
    • 2017-12-07

    많은 작가들이 임진왜란壬辰倭亂을 소재로 다양한 소설을 쓰는 것은, 우리 역사에서 그만큼 큰 사건으로서 쓸 것도 많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실, 1592>는 기존에 우리가 바라보던 관점에서 훨씬 벗어나 4백여 년 전에 이 땅에서 벌어졌던 전쟁을 한 마을 청년들과, 전쟁을 강화講和로 마무리 지으려는 명나라와 일본의 입장을 통해 이 전쟁이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마무리 되는가를 추적해 나간다. 아울러 전쟁으로 일본에 끌려간 주인공 옥실과 조선 포로들이 겪는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들려준다.전쟁이 발발하자, 진주 부근의 한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지주격인 정호鄭浩의 지휘 아래 곽재우가 주도하고 있는 의병부대에 합류한다. 그리고 낙동강을 따라 구축된 진지에 투입된다. 그들의 임무는 낙동강을 도하해 전라도 방면으로 나아가려는 일본군의 공격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해가 바뀌면서,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가던 일본군은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조선을 구원하러 나온 명나라 군에 의해 평양성에서 패배를 맛본다. 그러나 일본군이 성급히 추격해오는 명군을 벽제관에서 맞아 패퇴시킴으로써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명나라 군의 참전으로 조선의 의병은 명군의 식량을 운반한다든가, 전투 보조 인력으로 바뀐다. 아울러 정부는 전국에 난립하고 있는 의병 조직을 일원화해, 필요 없는 조직을 해체한다. 그에 따라 정호의 부대원들도 집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그 중 막개, 망내, 덕춘 등 세 청년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지리산으로 들어가 유랑민의 무리에 끼여 자유롭게 사는 길을 택한다.또한 서로 한 차례씩 승리를 나누어 가진 명나라와 일본은 피차 서로 피를 흘리는 전쟁 대신 강화를 통해 전쟁을 마무리 지으려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명나라는 심유경沈惟敬을 그리고 일본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를 협상자로 내세운다.이후의 이야기는 지리산으로 들어간 세 사람이 남원에 주둔한 명나라 병사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사업 이야기와, 전쟁에서 이탈한 난민들이 어떻게 폭도화해 정부에 반란을 일으키게 되는가 하는 과정을 추적하고, 심유경과 고니시 유키나가 사이에 벌어지는 강화협상을 통해 명나라와 일본이 서로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과 조선에 대해 갖고 있는 그들 각자의 상충된 이해관계, 그리고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게 된 이유와 군대를 파견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명나라의 군사행동을 통해 조선이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정치 지리학적 위치를 파헤친다. 임진왜란이라는 소재가 4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소설의 주제로 되풀이되고 있는 이유는 그 발생 과정과 협상 따위가 그후 이 땅에서 벌어졌던 큰 정치적 변동이 발생할 때마다 동일한 패턴, 즉 강대국 사이에 낀 한반도의 운명을 반복해서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서, 사람들은 그 유사성 때문에 오늘도 임진왜란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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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국의 비밀 1 - 보코하람 (커버이미지)
    [문학]왕국의 비밀 1 - 보코하람
    • 이원호 지음
    • 반딧불이(한결미디어)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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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국의 비밀 2 - 왕국건설 (커버이미지)
    [문학]왕국의 비밀 2 - 왕국건설
    • 이원호 지음
    • 반딧불이(한결미디어)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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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추방된 세계 (커버이미지)
    [문학]우리가 추방된 세계
    • 김창규 지음
    • 아작
    • 2017-12-07

    한국을 대표하는 하드 SF 작가가 그리는 낯설지만 익숙한 우리 세계, 혹은 우리가 추방된 세계 더 이상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게 된 근미래 지구. 전 세계 학생들의 수학 여행이 4월 16일 같은 날짜, 같은 시각으로 동시에 잡힌다. 이상함을 느낀 아이는 부모에게 이유를 물어보지만, 부모는 수학 여행을 다녀오면 알 거라고, 선생님 말씀만 듣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탄 배가 출발하려 하자, 항구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지고 연이어 발생하는 알 수 없는 사건들…. 아이들에게는, 그리고 멸종을 코앞에 둔 인류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작가들이 사랑하는 작가. SF 마니아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한 수준급의 단편 작품을 각종 지면에 발표해왔고, 한편으로 해외의 최신 SF 작품을 국내에 활발히 소개해 온 김창규 작가의 소설집이 드디어 나왔다. 세 차례 열린 SF 어워드에서 단편 부문 대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한국 단편 SF의 절대 강자. 사이버펑크와 하드 SF를 넘나들며 탄탄한 과학적 기반을 감추지 않지만, 과학적 식견보다 더 탁월한 스토리와 감성으로 무장한 김창규의 작품 세계를 만나 보자.“내가 소설에 그린 세계가 현실에 그대로 구현됐다면,소설가로서는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지도 모릅니다.“- 윌리엄 깁슨낯설지만 익숙한 우리 세계, 혹은 우리가 추방된 세계 탄탄한 과학적 기반을 배경으로 하드 SF와 사이버펑크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최신 해외 작품까지 번역해온 김창규 작가의 첫 소설집. 2007년 작품에서부터 2016년 최신작까지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열 편의 작품을 골라 실었다. 표제작 <우리가 추방된 세계>는 더 이상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게 된 근미래 지구, 그중에서도 우리가 사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전 세계 학생들의 수학 여행이 4월 16일 같은 날짜, 같은 시각으로 동시에 잡힌다. 이상함을 느낀 아이는 부모에게 이유를 물어보지만, 부모는 수학 여행을 다녀오면 알 거라고, 선생님 말씀만 듣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탄 배가 출발하려 하자, 항구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지고 연이어 발생하는 알 수 없는 사건들…. 아이들에게는, 그리고 멸종을 코앞에 둔 인류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한 작가의 대표작으로, 인류 멸종과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결합하여 슬프고도 희망적으로 엮어냈다. 2016년 SF 어워드 대상을 수상했다.<우리가 추방된 세계>에서처럼 근래 김창규 작가는 우리가 사는 익숙한 세계를 낯선 과학적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 투영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멀리 가지는 않는다. 절망을 그리면서도 또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지구에 남은 어른들은 결국 추방된 세계에 남지만, 우리의 다음 세대는, 아이들은 생을 희망한다. 2014년 SF 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업데이트>나 <순수한 배드민턴 클럽>,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역시 비슷한 계열의 작품. 작가의 초기작에 속하는 <서울 대지진>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도드라지는데, <서울 대지진>은 숱하게 반복되는 아포칼립스의 기본 문법에 아주 충실하다.<서울 대지진>에서 주인공 부자는 환경 오염과 원전 폭발에 보태 대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환경을 견디다 못해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그저 숨 한번 제대로 쉬고 싶다’는 아이의 소원을 위한 죽음의 여행. 우연히 부자를 도와줄 이웃집 소년을 만나 음식을 구하고, 낡은 자동차를 구하게 된 행운까지 보태지긴 하지만, 거대한 불행 앞에 작은 행운은 씁쓸함을 더할 뿐이다.뿐인가. 천신만고 끝에 지옥 같은 한반도에서 거의 유일한 오아시스 같은 피난처를 찾아가지만 그곳은 한국 사회 극소수 VVIP들을 위한 안식처. 짧은 단편에서 미처 다 그리지 못했겠지만 주인공 부자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 그 사실을 우회적으로 설명하듯 아이는 죽고, 아버지는 아이를 땅에 묻으며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 남기지 못한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세계, 우리가 설 자리 없는 추방된 세계.한국을 대표하는 하드 SF 작가가 그리는 낯설지만 익숙한 우리 세계, 혹은 우리가 추방된 세계 더 이상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게 된 근미래 지구. 전 세계 학생들의 수학 여행이 4월 16일 같은 날짜, 같은 시각으로 동시에 잡힌다. 이상함을 느낀 아이는 부모에게 이유를 물어보지만, 부모는 수학 여행을 다녀오면 알 거라고, 선생님 말씀만 듣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탄 배가 출발하려 하자, 항구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지고 연이어 발생하는 알 수 없는 사건들…. 아이들에게는, 그리고 멸종을 코앞에 둔 인류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작가들이 사랑하는 작가. SF 마니아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한 수준급의 단편 작품을 각종 지면에 발표해왔고, 한편으로 해외의 최신 SF 작품을 국내에 활발히 소개해 온 김창규 작가의 소설집이 드디어 나왔다. 세 차례 열린 SF 어워드에서 단편 부문 대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한국 단편 SF의 절대 강자. 사이버펑크와 하드 SF를 넘나들며 탄탄한 과학적 기반을 감추지 않지만, 과학적 식견보다 더 탁월한 스토리와 감성으로 무장한 김창규의 작품 세계를 만나 보자. 한국을 대표하는 하드 SF 작가가 펼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거짓말작가의 절망적이고 허무주의적인, 혹은 거의 아나키스트적인 면모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으로는 <파수>를 빼놓을 수 없다. 우주 자체의 몰락 앞에 선 소수 인류의 극단적 청교도 생활 속에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정치 지도자를 살해하는 모습은 우화라기보다 공포물에 가깝다. 작가의 우주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나는 별이다>와 <모자를 벗지 않는 사람들>은 작가가 그동안 써온 많은 우주 연작에 비해서 소품으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하드 SF와 사이버펑크를 넘나들었던 작품의 다양성을 파악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 형사를 파트너로 둔 형사물 <백중>과 고스트 사냥꾼 <발푸르기스의 밤>은 장편 소설의 일부분이다. 단편만으로도 이미 일가를 이루어 온 작가의 작품에 보태어, 더 긴 호흡의 묵직한 세계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건 독자로서 행복한 일이다. 물론, 각 작품을 통해 단편으로 기획된 작품과는 또 다른, ‘캐릭터’에 더 집중해 이야기의 얼개를 엮어가는 저자의 노련한 솜씨도 엿볼 수 있다.글을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면 23년, 공식적인 데뷔로부터도 12년 만에 작품집을 엮는 작가는 말한다. “SF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거짓말”이라고. 김창규의 말대로 그 거짓말은 때로 화려하고, 종종 황당하다가 굉음을 내며 갈라지기도 하고, 가끔 더 길고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형상으로 등장하기도 할 것이다. 소설에서 현실을 보건, 미래를 보건 그 또한 어쩌면 독자의 몫일 테지만 그 다양한 멋진 거짓말 중에 지금 이 시대에 아작에서 김창규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대단히 거짓말 같은 일이다. 작가의 데뷔 이래 내노라하는 대형 출판사 몇 군데에서 김창규의 책을 엮고자 몇 해를 공을 들였으나 묘하게 일이 틀어졌었다. 많이 늦었지만, 너무 늦지는 않았기를. 근래 작가의 희망찬 변신처럼, 추방된 세계를 우리가 먼저 버리고, 우리 자신의 세계를 되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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