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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둠즈데이북 2 (커버이미지)
    [문학]둠즈데이북 2
    •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8-09-21

    ‘여성은 시간 여행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옥스퍼드 역사학도 키브린이 펼치는 파란만장한 중세 체험기.원인 불명의 질병과 싸우는 인간 군상의 파노라마.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2054년, 옥스퍼드의 역사학도 키브린이 14세기 중세로 홀로 역사 연구를 떠난다. 지도 교수 던워디는 위험등급 10의 중세로, 특히 “어린 여학생 혼자”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을 극구 반대하지만, 총명하고 씩씩한 수제자 키브린은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런데 키브린이 시간 여행을 떠나자마자 ‘강하’를 담당한 기술자가 “뭔가 잘못되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갑자기 쓰러지고, 키브린 역시 중세에 도착하자마자 원인 모를 고열로 정신을 잃고 마는데…. “우리가 불안해하는 일은 단 하나도 일어나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겠지.”지금까지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를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SF 그랜드마스터이자 지존으로 자리잡은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이자, 단편 <화재감시원>의 세계관을 이은 옥스퍼드 시간 여행 연작의 첫 장편 소설. 발표 즉시 휴고상과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휩쓸었고, 독일과 스페인의 SF 문학상까지 받은 글로벌 베스트셀러. 아마존 <죽기 전에 읽어야 할 SF와 판타지 100선> 선정. 철저한 연구와 뛰어난 글 솜씨, 잘 연마된 본능이 조합되어 평범한 SF가 다루는 영역을 훌쩍 뛰어넘었다. - <커커스 리뷰>고통과 희망을 함께 아우르는 놀랄 만한 작품. 최고의 SF 작가가 쓴 최고의 작품.- <덴버 포스트>영국 비밀정보부 ‘서커스’ 국장과 옥스퍼드 역사학부 ‘던워디’ 교수의 공통점존 르 카레에게 조지 스마일리가 있다면 코니 윌리스에게는 제임스 던워디가 있습니다. 키가 크고 성마른 느낌이 드는 초로의 남자입니다. 안경을 쓰고 있고요. 냉정해 보이지만 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러고 보니 토마스 알프레드손 감독의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나온 버전의 조지 스마일리와 닮았네요(오히려 소설의 스마일리와 게리 올드만은 하나도 닮은 데가 없죠). 던워디는 21세기 중반의 옥스퍼드 대학 역사학과 교수입니다. 역사학자들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수없이 기획하고 감독했지요. 코니 윌리스의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에는 모두 이 사람이 등장합니다.던워디가 하는 일도 스마일리와 비슷합니다. 던워디는 직접 현장에 뛰어들기도 하지만, 대개는 현장에 투입될 요원들을 감독하고 작전을 기획합니다. 시간 여행 중인 역사학자들은 사보타주를 할 수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스파이와 비슷합니다(정해진 역사의 흐름을 방해하려는 행위는 인과율을 거스르는 일로써 실행될 수 없습니다). 과거로 간 역사학자들은 자신이 정말로 어디에서 왔는지,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서는 안 됩니다. 역사학자들은 자신이 투입될 시공간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위장합니다. 역사학자들의 주요 업무는 정보 수집입니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섞여 들어가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죠. 사실 그렇게 대단한 일들은 아닙니다. 성당을 복원하려는데 어떤 물건은 자료가 유실되어서 생김새를 알 수 없으니 직접 과거로 가서 보고 오라는 식이죠. 그래서 시간 여행은 냉전 시대 스파이들의 삶과는 달리 대개 별일 없이 진행됩니다. 냉전도, 철의 장벽도, 숙명적인 적도 없습니다. 옥스퍼드는 ‘서커스’가 아니죠. 애초에 목숨을 거는 작전 같은 건 기획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현장에 투입된 요원들만 주의하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파이들과 마찬가지로, 현장에 있는 어떤 것도 사랑하지 않으면 됩니다. 사람이나 건물, 그리고 고양이 같은 것들을요.던워디 교수의 비밀스러운 마음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첫 작품인 단편 <화재감시원>의 주인공, 옥스퍼드의 역사학부 학생 바솔로뮤는 그런 면에서 시간 여행에 잘 어울리는 인물입니다. 바솔로뮤는 심드렁합니다. 시간 여행에 대해 큰 열망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죠. 역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냥 졸업을 위해 경험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중의 런던으로 투입된 바솔로뮤는 성 폴 대성당을 사랑하게 되었죠. 바솔로뮤는 이 성당이 독일군의 폭격으로부터 살아남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개입할 필요가 없었죠. 그렇지만 바솔로뮤는 최선을 다해 성당을 폭격으로부터 지키고자 애씁니다. 던워디 교수는 바솔로뮤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하죠. 어차피 시간 여행자들은 역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요. 역사는 정해져 있고 시간 여행자들은 관찰 이외의 일을 했을 때는 오히려 사고만 일으킨다고요. 바솔로뮤는 던워디에게 항변합니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요. 사람의 마음은 수치와 자료만으로 좌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그 결과와 성패를 미리 알고서도 어떤 일을 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고요. 던워디가 이 항변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코니 윌리스의 팬이라면 이 사람이 좀 신경이 쓰일 겁니다. 코니 윌리스는 캐릭터의 선악을 확연히 구분하고 악역의 경우 인정사정없이 꽉 막힌 인간들을 만들어 냅니다만, 던워디는 이상하게 예외적인 캐릭터죠. 던워디는 좋은 사람 같지만 이상하게 냉소적이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 사람한테는 뭔가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죠. 알고 보니 정말로 그랬습니다. <화재감시원>에서 아주 짧게 언급되고 지나가는 사건, 키브린이라는 학생이 중세에 갔다가 무시무시한 고생을 했던 사건이 던워디의 세계관을 바꾸었으니까요.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자 시리즈에서 가장 긴 소설인 《둠즈데이북》은 시리즈 내에서 시간상으로는 가장 먼저 있었던 일입니다. 프리퀄이죠. 키브린이라는 학생이 중세에 갔다가 무시무시한 고생을 했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열성적인 학생은 최고로 위험한 시대로 꼽히는 중세로 가겠다고 우깁니다. 던워디는 그 고집을 꺾지 못했죠. 그리고 이런저런 불운이 겹친 끝에 사고가 납니다. 사고는 2054년에 있는 던워디의 세계와 1300년대로 투입된 키브린의 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납니다. 두 시대의 옥스퍼드에서 모두 전염병이 발발하죠. 전 세계적인 전염병 대비 시스템이 갖춰진 시대와 민간요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그런데 2054년과 1300년대로 나뉜 두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먼저 보호하려 한다는 거죠. 불가피하게 우선순위가 생겨납니다. 던워디의 경우에는 키브린입니다. 키브린은 던워디를 잘 따랐던 총명하고 열성적인 학생이었고, 던워디는 자신이 그런 학생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사실에 커다란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때 그걸 다시 검사했어야 했는데, 이걸 한 번 더 봤어야 했는데, 아니 애초에 중세에 가지 못하게 해야 했는데. 던워디는 키브린이 정확히 어떤 상태에 있는지, 어떻게 과거로부터 구해낼지 고민하느라 치명적인 인플루엔자가 퍼진 옥스퍼드를 정신없이 뛰어다닙니다.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사람을 추궁하고,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한 동료를 채근하기도 합니다. 던워디는 코니 윌리스의 세계에서 ‘선(善)’에 속하는 사람이죠. 던워디는 자신의 우선순위(키브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더 고생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지요. 던워디는 자기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깨닫습니다.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마음이 원하는 일을 마지막까지 계속하는 것뿐이죠. <화재감시원>에서 냉정해 보이던 던워디는 사실 마음이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는지 알고 있었던 겁니다. 던워디가 냉정한 이유는 애초에 마음이 쓰일 일이 없도록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던워디는 착한 사람입니다. 아마 다시 사고가 발생한다면 던워디는 또 뛰어들 겁니다. 그러나 《둠즈데이북》을 통과한 던워디는 그 노력이 얼마나 커다란 희생을 요구하는지 알고 있죠. 마음은 딱 소중한 만큼 위험합니다. 그리고 리더는 조직원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모든 위험을 가능한 한 배제해야 하죠. 《둠즈데이북》은 코니 윌리스의 세계관에서 유독 특별한 캐릭터인 던워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그리고 독생자를 주셨나니한편 중세에서 키브린이 겪은 일들은 <화재감시원>이 제시한 또 다른 주제를 확장합니다. 바로 정해진 운명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이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중세에 간 키브린은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좋은 사람들도 있고 나쁜 사람들도 있죠. 그리고 전염병이 사람의 선악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퍼집니다. 키브린은 착한 아이들과 선한 사람들이 살아남기를 바라지만, 운명은 키브린의 기원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키브린은 인과율을 건드릴 수 없죠. 키브린이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과거의 역사 속에서 병으로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어쩔 수가 없지요. 좋아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어요. 키브린은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계와 운명에 대한 믿음을 잃어갑니다. 키브린은 깨닫지요. 역사는 비뚤어질 수밖에 없었다고요. 선하고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이들은 모두 타인을 위해 죽음을 불사했고, 스스로의 의무를 저버리고 비겁하게 도망친 이들은 살아남아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고요.그렇다면 신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 어느 시대보다도 신의 뜻을 좇아 살아가던 중세의 선한 사람들을 저버린 신은 어떤 가르침을 주려는 것일까요? 코니 윌리스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단편’ 중에는 아서 C. 클라크의 <동방의 별>이 있습니다. 이 단편은 질문으로 끝납니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그 뜻을 헤아릴 수는 있을까? 바꾸어 말하면 이렇습니다. 만약 신이 인간의 사고방식을 초월한 존재라면(당연히 그렇겠지만), 신이 선한 의도로 내린 은총이 그걸 받아들이는 인간에게는 고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해하지도 못할 신의 뜻을 받아들이기 위해 고통을 겪는 건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아서 C. 클라크는 여기서 멈춥니다.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그 심리적 효용조차 줄어드는 신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니까요. 클라크는 (종족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했고 구원의 가능성을 늘 탐색했지만, 신으로부터는 어떤 긍정적인 메시지도 끌어내지 않았습니다(광고: 《낙원의 샘》을 꼭 읽어보세요). 그런데 기독교 신앙을 소중히 여기는 코니 윌리스는 여기서 다시 출발합니다. 인간을 둘러싼 운명이 때로 잔혹한 건 사실이죠. 이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코니 윌리스는 인간 바깥이 아닌 내면을 향해 시선을 돌립니다.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소금처럼 존재하는 선한 이들은 어디서 온 걸까 하고요. 코니 윌리스는 심지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까지 신의 뜻을 이어가는 선한 인간들이야말로 신이 남긴 흔적이 아닐까 하고 묻는 듯합니다. 어쩌면 신은 이 세상을 만든 뒤에 다른 곳으로 떠나갔거나 무슨 사정이 생겨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그냥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태초에 신이 있었고 인간이 그를 본떠 만들어졌으므로, 그의 피조물 중 일부는 현재 부재중인 신의 선함을 기억하고 신이 행했을 법한 일들을 대신 해 내지요. 코니 윌리스는 (몇몇) 인간 스스로의 고결한 마음속에서 선한 신의 흔적을 찾습니다.이렇게 보면 《둠즈데이북》은 코니 윌리스의 종교적 묵상 같습니다. 중세로 떨어져 지상의 운명과 홀로 싸우는 키브린은 작품 내에 등장하는 성경의 복음서(특히 <마태오의 복음서>)와 직접 연결돼 있습니다. 키브린은 하늘에서 내려온 독생자지요(여성이 주인공인 시간 여행물이 매우 드문 점과 더불어 복음서를 재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 역시 의미심장합니다). 그런데 이 독생자가 중세라는 ‘지상’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 모든 일을 금방 해결해줄 수 있는 학과장은 소설 내내 부재중입니다. 그리고 부재중인 학과장의 권력을 사용 중인 학과장 대리 길크리스트는 자신의 안위 말고는 관심이 없죠. 길크리스트는 심지어 키브린을 희생시켜서라도 학교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고 믿습니다. 역시 복음서와 닮았죠. 다른 점이 있다면 기적의 유무입니다. 《둠즈데이북》은 복음서에서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권능을 뺀 다음 이 위기를 권능 없이 어떻게 헤쳐나갈 거냐고 묻는 듯합니다. 기적이 사라진 자리는 미약한 인간들이 그 몸과 마음을 바쳐 메꿉니다. 방파제를 쌓듯이요.《둠즈데이북》이 코니 윌리스의 작품치고는 지나치게 무겁고 우울하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지요. 그러나 <화재감시원>이 던졌던 질문을 복음의 형태로 재현했을 때, 수난극이 펼쳐지는 건 피할 수가 없습니다. 천사도 기적도 없이 운명의 화살을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이들은 더 많은 피를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절망의 끝까지 가야 하니까요. 신의 아들이었던 예수 그리스도조차 하느님을 향해 왜 자신을 버리셨냐고 묻게 할 정도로 깊은 절망이 수난극의 핵입니다. 그저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이 그 핵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무시무시한 슬픔과 상실을 겪는 수밖에 없습니다.코니 윌리스는 갑자기 평소와 다른 작품을 쓴 게 아닙니다. 코니 윌리스는 자신이 <화재감시원>을 통해 던졌던 질문에 답하고자 했고, 그 질문은 숙명에 대응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한 것이었으니까요. 이는 코니 윌리스의 작품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동네 주인공들은 다들 왜 이렇게 착한가?” 신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세계에서 다른 이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니 윌리스는 답합니다. 신이 자리를 비운 세계에서, 이기적이고 냉정하게 살아도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을 상황에서 스스로 피어난 선한 불꽃들이 방금 태어난 증거라고요. 이 불꽃들은 어둡기만 한 세계 속에서 홀로 창세기를 재현합니다. 텅 빈 우주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통해 태초의 말씀을 재현하는 것이죠. 이는 신과 닮은 피조물로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고결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런 불꽃들을 피워내기 위해서는…, 세상은 어두워야 하지요.(또 광고: 얼마 전 출간된 코니 윌리스의 단편집 《고양이 발 살인사건》에 실린 <동방박사들의 여정>이 이 연장선에 있습니다. 꼭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아그네스는 너무 귀여워코니 윌리스는 1992년에 《둠즈데이북》을 쓴 뒤 아직까지 이만큼 무거운 소설을 발표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작가에게도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을 겁니다(코니 윌리스는 무고한 등장인물들을 괴롭히고 죽이는 이야기를 매우 싫어한다고 말했죠).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들은 약간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둠즈데이북》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입니다. 코니 윌리스의 세계관을 살핀다는 목적에 아무 관심이 없더라도 괜찮습니다. 이 소설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보여 줍니다. 찰스 디킨스 풍이랄까요. 캐릭터의 매력 포인트를 단순화하고 한두 가지 매력을 극대화시킵니다. 요즘 작가들은 잘 쓰지 않는 방식이죠. 등장인물들이 너무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코니 윌리스는 거의 늘 이런 방식을 쓰고, 또 거의 늘 성공합니다. 만약 다른 작가가 복음서를 재구성한 소설을 쓴다면 유다 이스카리옷의 비중이 커지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런 사례들도 있었고요. 그러나 《둠즈데이북》에서 유다의 역을 맡은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 ‘복합적’인 캐릭터는 코니 윌리스의 세계관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대단히 어두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둠즈데이북》은 캐릭터들의 매력이 가득해서 계속 읽고 싶게 만듭니다. 중세의 생활상을 묘사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스토리 자체는 천천히 진행되지만(코니 윌리스는 자기가 꽂힌 것들을 끊임없이 작품 속에 집어넣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매력적인 인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 생각이 없어져요. 중세로 간 키브린이 거기 살던 꼬맹이 아그네스와 함께 보내는 일상을 보면 뭐랄까, 중세판 <초원의 집> 같은 느낌도 들고요. 키브린은 아그네스와 그녀의 언니 로즈먼드를 너무 사랑하게 되죠. 키브린은 이 아이들을 두고 다시 현재로 돌아가는 걸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아픕니다. 키브린은 모든 독자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겠죠. 거기에 자신도 포함돼 있다는 것도요. 잊지 못할 인물들을 마음에 남겨두는 것은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죠. 오늘 제가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어쩌면 이것만으로도 《둠즈데이북》을 읽을 이유는 충분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이제 책을 펼쳐 보시죠.★★★★★ 1993년 휴고상 수상★★★★★ 1993년 네뷸러상 수상★★★★★ 1993년 로커스상 수상★★★★★ 1994년 독일 쿠르드 라스비츠상 수상★★★★★ 1995년 스페인 이그노투스상 수상★★★★☆ 1992년 영국SF협회상 최종 노미네이트★★★★☆ 1993년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노미네이트★★★★☆ 1996년 프랑스 이마지네르상 최종 노미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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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우라 화이트가 사라진 밤 (커버이미지)
    [문학]라우라 화이트가 사라진 밤
    • 파시 일마리 야스켈라이넨 지음, 김미란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8-09-21

    북유럽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와 강렬한 반전!‘핀란드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려낸 판타지 스릴러!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어느 밤, 핀란드의 작은 마을 래빗백에서 세계적인 작가 라우라 화이트가 눈보라와 함께 사라졌다! 작가 지망생 엘라는 라우라 화이트의 기이한 실종을 파헤치던 중에 책의 내용을 이상하게 바꾸는 ‘북 바이러스’와 이것을 은폐하려는 비밀스러운 9인의 작가 클럽인 ‘래빗백 문학회’에 대해 알게 되고, 그들이 철저히 감추었던 어두운 과거를 쫓아 마침내 철저히 베일에 싸였던 한 소년의 죽음을 맞닥뜨리는데…. 핀란드 최고의 작가 라우라 화이트의 실종과 그녀를 둘러싼 진실 게임! 북유럽 특유의 환상적 분위기에 문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강렬한 판타지가 펼쳐진다. ‘래빗백 문학회’ 파티가 열리던 밤, 박수갈채 속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작가 ‘라우라 화이트’ 핀란드의 작은 마을 래빗백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도도 없고, 도처엔 협곡과 늪뿐인 어두컴컴한 숲 속에 자리 잡은 세계적인 작가 ‘라우라 화이트’의 대저택에서 발생한 특종 때문이다. 오직 대작가 라우라 화이트의 부름으로만 회원이 될 수 있는 이 시대 최고의 작가 클럽 ‘래빗백 문학회’의 10번째이자 마지막 회원 ‘엘라’의 환영 파티가 열리던 그날! 박수갈채와 함께 등장하던 라우라 화이트가 갑작스레 들이닥친 엄청난 눈보라와 함께 사람들의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래빗백은 라우라 화이트 수색 작업에 동참하거나 그녀의 체취를 느끼고 싶어 달려온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래빗백 그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이상한 ‘북 바이러스’“절대 다른 책들과 같은 책장에 놓아서는 안 돼!” 작가 지망생이자 문학 임시 교사로 일하고 있던 엘라는 래빗백 도서관에서 줄거리는 물론 결말까지 기이하게 변형된 소설 여러 권을 발견했다. 단순한 오역, 축약, 누락…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이상한 ‘북 바이러스’가 도서관의 책들을 하나둘 감염시키고 있었다. 엘라가 라우라 화이트의 부름을 받게 된 건 문학회 회원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그 ‘북 바이러스’를 발견한 직후였다. 래빗백 문학회 회원이 되는 순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이제 라우라 화이트는 없다. 눈보라와 함께 장밋빛 미래를 상실한 엘라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라우라 화이트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었던 9인의 문학회 회원들은 그녀의 실종 사건에 이상하리만큼 무관심했다. 정작 그들의 관심은 라우라 화이트의 부름을 받은 ‘엘라’에게로 집중됐는데… 비밀을 간직한 작가들의 은밀하고도 아찔한 게임!문학적 상상력이 극대화된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라우라 화이트가 사라졌음에도 엘라를 공식 회원으로 받아들인 9명의 문학회 작가들은 그녀에게 은밀하고도 아찔한 게임을 제안하고, 그 과정에서 엘라는 또 한 명의 ‘열 번째 회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학회에서 가장 재능 있었던 천재 소년! 문학회 회원들은 소년을 질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뜻밖의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됐고, 회원들은 소년의 존재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소년이 남긴 건 그의 이름이 적힌 노트 한 권뿐! 의문투성이인 라우라 화이트의 실종과 모두가 은폐하려는 천재 소년의 죽음까지… 엘라는 9인의 작가들이 제안한 은밀한 게임을 통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래빗백 문학회의 비밀을 하나둘 풀기 시작하는데…“나는 이 이야기를 일반적인 판타지 문학이나 미스터리 스릴러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적 요소와 내러티브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문학 소설로 완성하고 싶었다.” - 파시 일마리 야스켈라이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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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플란드의 밤 (커버이미지)
    [문학]라플란드의 밤
    • 올리비에 트뤽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8-09-21

    서스펜스로 가득 찬 서정적이고 지적인 북유럽 극지 스릴러!척박한 툰드라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눈물과 투쟁!★ 23개 인터내셔널 추리문학상 수상작 ★ 15개국 번역 출간★ 프랑스 베스트셀러눈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야생의 라플란드에서 펼쳐지는 격정과 감동의 웅대한 스릴러. 수많은 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무자비한 파괴를 자행하는 현대 문명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소수민족의 이야기를 그린다.혹독하게 추운 라플란드의 겨울. 해가 뜨지 않는 40일간의 극야가 끝나고 태양이 돌아오는 날, 사미족 순록치기 한 명이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그리고 사미족의 정체성을 담은 유물인 사미 북도 사라진다. 노르웨이 순록경찰 두 명이 순록치기 살인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이차대전 직전인 193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난당한 샤먼의 북과 살해당한 순록치기 사이에 연관이 있는 것일까? 사건의 단서를 파헤칠수록 놀라운 진실이 드러나는데….툰드라의 사람들영하 30~40도를 밑돌고 캄캄한 밤이 지속되는 라플란드의 겨울은 혹독하고 무자비하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북단에 펼쳐져 있는 라플란드는 자연이 온전히 보전되어 있는 지구에서 얼마 안 남은 처녀지이기도 하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이 땅에서 조상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북유럽의 최후 원주민인 사미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수렵과 유목, 낚시를 하며 살아왔다. 특히 순록을 치는 일은 사미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순록은 그들에게 음식과 옷 등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짐승이기 때문이다.이들에게 변화의 물결이 찾아온 것은 17세기부터이다. 스칸디나비아 왕국은 광물,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라플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사미족을 자기네 체제에 편입하기 위해 압제를 펼치기 시작한다. 라플란드에 찾아온 선교사나 탐험가, 모험가들은 이들을 동화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기독교화되면서 라플란드에서 샤머니즘을 신봉하는 사미족의 종교는 무참히 탄압을 당한다. 샤먼들이 사용하던 북은 목사들에 의해 불태워져서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71개밖에 남지 않았다. 그마저도 라플란드에는 이들의 전통 유산인 사미 북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노르웨이는 19세기에 이르러 더욱 강력히 문화말살정책을 펴며 사미어를 금지시키고, 모든 분야에서 규제를 하며 온갖 만행을 저지른다. 자연과 더불어 순록의 생활 리듬에 맞춰 살아온 그들에게 닥쳐온 문명세계의 습격은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크게 바꿔놓았고, 생존의 문제까지 위협받게 되었다. 그러나 사미인들은 조상의 땅과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권리를 찾기 위해 극렬한 저항과 항거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20세기 중반에 사미의회를 만들고 사미어를 인정받으며 자치권을 획득한다.지구상의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사미족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자치권을 획득한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기후 변화로 인해 순록 방목이 점점 힘들어지고, 광물과 석유, 천연가스 등 다국적 기업의 개발이 더욱 많아지는 추세이지만 사미족이 자신들의 문화를 되살리고 현대 세계와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스릴러 그 이상의 묵직한 울림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한 올리비에 트뤽은 1994년 스웨덴에 정착하면서 프랑스의 유수 언론지 〈르몽드〉와 〈르 푸앵〉의 스웨덴 통신원으로 일해 왔다. 그는 스칸디나비아에 살면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획득하려고 애를 쓰는 사미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두 달 동안 척박한 툰드라에서 순록경찰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삶을 TV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 이러한 실제 체험과 더불어 깊이 있는 고증과 연구로 탄생한 《라플란드의 밤》은 스릴러 그 이상을 넘어 소수민족의 눈물겨운 투쟁과 삶과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민족학 보고서이기도 하다.상황을 분석하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기자의 눈으로 써내려간 이 소설은 현대 문명이 조상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던 소수민족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굴복하지 않고 민족의 뿌리를 이어가는 사미족의 강인함을 감명 깊게 보여준다.소설은 17세기 라플란드에서 시작한다. 사미족 샤먼이 추격자들에게 쫓기다가 무참하게 고문을 당하고 불태워지는 프롤로그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으면 그 의미를 알 수 없다.40일간의 극야가 끝나고 태양이 다시 돌아오는 날, 노르웨이의 작은 사미 마을 카우토카이노에 위치한 사미족 박물관에서 북이 도난당한다. 샤먼이 사용하던 이 북은 사미족 사람들에게 자기네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문화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몇 주 앞으로 다가온 UN 컨퍼런스는 소수민족의 인권을 주제로 다룰 예정이고,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사미인들에게 이 컨퍼런스는 그들의 권리를 다시 한 번 주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도둑맞은 북은 컨퍼런스 개최 직전에 박물관에서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었다. 상징적인 유물이 사라진 데 대해 사미족들은 흥분하고 시위를 시작한다. 카우토카이노 경찰서장도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벌어진 이 사건에 곤혹감을 감추지 못한다.그리고 불과 하루 후, 라플란드의 고원에서 순록을 치며 살아가던 순록치기가 두 귀가 잘린 채로 살해당한다. 며칠 뒤 발견된 귀에는 순록치기들이 순록 귀에 소유주 표시를 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순록치기들 간에 벌어진 분쟁이 원인일까?베테랑 순록경찰인 클레메트와 신참인 니나는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되고 순록치기 피살사건과 북 도난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단서를 쫓던 그들의 수사는 프랑스의 유명한 탐험가 폴 에밀 빅토르가 이차대전 직전 라플란드를 탐사하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라플란드의 새하얀 풍경과 하늘을 수놓는 장엄한 오로라, 설원을 누비는 순록들. 쉽게 접할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은 우리의 눈을 사로잡고 진실을 향해 다가서는 수사의 물결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급박하게 이어진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방대한 스케일은 격정적인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프랑스 파리에서 스웨덴 키루나 노르웨이, 라플란드를 질주하는 두 순록경찰과 함께 끊임없이 헐떡인다.프랑스 저자의 손에서 탄생한 북유럽 스릴러는 긴장과 서스펜스에 더해 인간의 탐욕과 거대한 현대 문명의 이기심을 꼬집는 새로운 목소리를 덧입었다.올리비에 트뤽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북극의 차가운 기운 속에서 격한 감동과 서스펜스를 아낌없이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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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블로그 -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커버이미지)
    [문학]러블로그 -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 우희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09-21

    웃기지 못하는 코미디 작가와 결혼하지 못하는 커플매니저의 어떤 사랑이야기 감각적 언어와 수준 높은 어희(語戲)를 내장한 코미디 소설의 탄생!사라진 원고를 추적하는 코미디 작가와 수많은 로그들 속 흔적으로 얽혀 있는 그녀이것은 꿈일까 현실일까, 그녀만이 답을 알고 있다!2018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우희덕 장편소설 『러블로그(Love Blog, Love Log)』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생존이 걸린 원고를 잃어버린 코믹픽션 작가가 원고를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탐색하게 되는 인터넷 블로그의 세계와, 거기에서 일어나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 해체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경험의 흔적을 공유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는 곳, 수없이 겹치고 지워지며 얽혀 있는 로그들 속에서 마침내 마주하는 어떤 인연에 작가는 주목한다. 꿈과 현실, 텍스트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이야기는 마지막 장에 가서야 소설이 내내 쌓아온 다층적인 비밀을 드러낸다. 특히 코미디 소설답게 쉴 새 없이 유쾌하게 펼쳐지는 언어유희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작가만의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러블로그’는 ‘글쓰기’의 문제, 허구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 해체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중층적인 구성을 통해 흥미로운 주제를 설득력 있게 차근차근 전개해가는 솜씨가 상당하다. 작품 곳곳에 감각적 언어와 수준 높은 어희(語戲)가 내장되어 있어 소설을 읽는 동안 ‘코미디(comedy)’라는 단어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독서 후에 묵직한 페이소스가 남는다._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김성곤, 은희경, 서영채, 우찬제, 엄용훈, 하성란, 정이현)소설의 화자는 《더 위트》라는 코미디 월간지에 소속되어 글을 쓰는 30대 작가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상품성과 유리되고 작품성마저 결여된” 작품만 써내는 문제 작가로 편집장의 눈총을 받아오다 급기야 회사로부터 최후통첩을 받는다. 《더 위트》 10주년 기념호에 단 한 줄이라도 글이 채택되지 않으면 재계약은 없다고. 생존을 위해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 그런데도 그의 글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게다가 담당 에디터와 카페 ‘커피공화국’에서 이야기를 나눈 직후, 지난 1년간 비장의 카드로 준비해온 원고마저 사라진다. 카페 주변을 샅샅이 뒤져봐도 원고는 흔적도 없고, 그는 동네 지구대를 찾아 수사를 의뢰한다. 그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임 순경은 특수절도에 혐의를 두고 원고를 추적하기로 한다. 그와 별개로 그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월드와이드 핸드메이드 리서치”, 즉 인터넷 검색을 활용해 단서를 찾아 나선다. 그 결과 ‘커피공화국’을 키워드로 찾아 들어간 블로그 ‘아라비아의 별’에서 의미심장한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사진을 정밀 분석한 임 순경은 원고가 사라진 그 시간에 ‘그녀’가 카페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이제 그녀와 그녀의 블로그가 모든 추적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그런데 항공사 승무원으로 세계 77개국을 여행하고 지금은 커플매니저로 일하는 그녀는 이상하리만치 그와 얽혀 있다. 처음에는 《더 위트》를 위기에 빠뜨린 경쟁사 《코미디킹》의 작가와 각별한 사이라는 점에서 그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람인 듯 보였으나 차차 그 이상으로 그와 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임이 드러난다. 그는 그녀가 ‘커피공화국’에서 쓰고 있던 편지, 자신과의 소개팅이 좌절된 날의 일, 불과 몇 센티미터를 사이에 두고 서로 스쳐 지났던 일, 자신의 첫사랑과 그녀의 관계 등을 블로그를 통해 차례로 알게 된다. 단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녀는 그의 삶에 영향을 준, 그가 그토록 찾고 싶어 한 주인공이었다. 그곳은 과거와 현재의 교점이었다. 접선 지점이었다. 연장선상이었다. 지난 1년간 블로그에서 그녀가 방문한 곳들을 점으로 찍으면 가장 많은 접점이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하나의 별이면서 우주였고, 하나의 궤적이면서 이야기였다. 그녀는 나라는 존재가 있기 전에도 움직이고 있었다. 소개팅이 좌절된 날 이후에도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분명 이 길을 걸을 것이다.이것이 그녀의 궤도이다. (209~210쪽)화자는 꿈과 현실, 자신이 쓴 텍스트를 오가며 그녀와의 접점을 발견해간다. 하지만 비밀은 여전하다. 모든 사물과 사건에 이면이 존재하듯, 그가 알고 있는 사실도 반쪽 진실일 뿐이다. 그는 정말 원고를 잃어버린 것일까. 그것은 그저 꿈이었나, 현실이었나, 텍스트의 세계였나. 오직 그녀만이 답을 알고 있다.꿈과 현실이 중첩되는 일주일 혹은 하루 동안의 이야기지금까지 서술한 내용은 꿈일 수도 있고 현실일 수도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크게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독특하게 구성했다. 하나의 평면에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전개시키는 과감한 기법을 시도한 것인데, 하나는 꿈과 현실이 되풀이되는 일주일간의 이야기로, 또 하나는 한 번의 커다란 꿈과 깨어남으로 이루어진 하루의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그 속에 또 다른 해석의 여지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현실과 꿈, 화자가 쓴 소설 원고가 겹쳐져 어떤 상황에서는 꿈이 현실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현실이 텍스트고, 어떤 상황에서는 텍스트가 꿈이 되면서 허구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해체된다. 작가는 이를 암시하기 위해 소설 속에서 독자가 작품을 완성한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며, 마지막 장에서 이르러 파격적 구성의 전모를 드러낸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우희덕표 언어유희와 코미디 문학의 힘『러블로그』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말장난이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감각적 언어와 수준 높은 어희(語?)”, “언어의 마술사처럼 시종일관 재미있게 펼쳐내는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 “B급 유머와 줄기찬 아재 개그” 등의 평가를 받은 그의 언어유희는 집요할 정도로 일관되어 소설을 읽는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이타적이라고 믿었는데 오직 배를 불리기 위해 배를 타온 배타적인 선장” “‘저기 보이는 게 화성 아닌가요?’ ‘마습니다.’” “오아시스는 신기루 하게도 사막으로 변모해갔다” “구두수선 골목마저 어수선해졌다”와 같은 재치 있는 표현들이 작품에 그득하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는 말장난이 더욱 도드라진다. 라임을 맞춰 리듬감을 살리거나 중의적인 뜻을 담은 이런 유머들은 웃음을 유발하는 한편 문장을 한 번 더 곱씹게 하며, 중층적인 소설의 구성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그의 언어는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눈을 맞추며, 현실에 대한 풍자로도 이어진다. 한국문학에서 탁월한 입담과 재치로 독자를 웃기고 울리는 작가는 많다. 그러나 출발부터 자신을 코미디 소설가라 말하고 코미디 문학을 하겠다고 밝힌 작가는 우희덕이 처음이지 않을까. 그는 세계문학상 수상자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오랫동안 미소 지을 수 있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유머로 저만의 ‘코미디 소설’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코미디의 힘을 믿는 그의 다음 소설이 무척 기대된다. 눈물 나게 웃긴 것도 코미디지만, 웃음이 날 정도로 슬픈 것도 코미디였다. (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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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법을 믿지 않는 마술사 안톤 씨 (커버이미지)
    [문학]마법을 믿지 않는 마술사 안톤 씨
    • 라르스 바사 요한손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8-09-21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오베라는 남자》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스웨덴 FEEL GOOD 소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요나스 요나손과 프레드릭 배크만의 뒤를 잇는 스웨덴 베스트셀러 작가 라르스 바사 요한손의 소설 《마법을 믿지 않는 마술사 안톤 씨》가 북로그컴퍼니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독선적인 성격 탓에 심각한 위기에 빠진 마술사 안톤이 기이한 교통사고 이후 숲에서 겪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FEEL GOOD 소설로, 어느 날 문득 인생이 공허하다 느끼는 어른들에게 삶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를 유머러스하면서도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묻는 작품이다. 저자 라르스 바사 요한손은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시리즈와 장편 영화의 대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로, ‘헝거 게임’류의 청소년 판타지 소설 2권을 공동집필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정확하고 매혹적인 문체, 유머와 깊이가 동시에 담겨 있는 《마법을 믿지 않는 마술사 안톤 씨》는 라르스 바라 요한손의 첫 소설로 출간 즉시 영화 판권 계약이 팔렸고, 스웨덴에서는 요나스 요나손, 프레드릭 배크만을 잇는 유머러스한 필 굿 소설의 새로운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쩌다 내 인생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을까!”하는 일마다 꼬이는 마술사 안톤 씨 마법의 숲에 갇히다!! 6월의 어느 밤, 지방 공연을 다녀오던 한물간 마술사 안톤은 빨간 가죽 소파를 들이받은 후 티베덴 숲에서 길을 잃는다. 그때 한 소녀가 나타나 꽃을 꺾어달라고 부탁하지만 까칠한 성격의 안톤은 그 부탁을 단칼에 거절한다. 숲에 사는 노부부는 도움을 청하러 온 안톤을 보자마자 그가 ‘요정의 저주’에 걸렸다는 걸 알아챈다. 끊임없는 불운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죽음의 저주! 그러나 안톤은 마법이니 저주니 하는 것은 믿지 않는다. 지금의 자기 인생이 이미 지독한 불운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의 마술은 양로원 노인들에게조차 먹히지 않아 점점 일이 줄어드는 데다, 소속사 사장에게 해고당했고, 하지 축제에 초대할 사람은 물론 생일에 축하 전화하는 친구 하나 없는 신세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누구 하나 찾지 않을 존재. 노부부는 저주를 풀려면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며 안톤을 숲의 여왕에게 보낸다. 선량하고 친절하지만 어딘가 의심스러운 노부부에 의해 마녀들의 숲에 들어간 안톤은 그곳에서 이상한 존재들을 만나게 되는데…….노부부의 친절은 정말 안톤을 위한 것일까?안톤은 저주를 풀기 위한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읽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아직 철들지 못한 어른들을 위한 기분 좋은 치유의 이야기! 안톤에게도 빛나는 시절은 있었다. 십대 때 그는 세바스티안과 마술 공연을 다니며 예쁜 여자 친구 샬로타와 사귀었다. 하지만 공연이 점점 인기를 얻자 성공을 위해 여자 친구를 차버렸고, 세바스티안이 샬로타와 결혼해 지금은 스웨덴 최고의 인기 마술 팀이 되었다. 안톤은 자신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이기적인 어른이 된 것도, 마술계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한 것도 모두 세바스티안 탓이라 믿는다. 그는 안톤이 가졌어야 할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 멋진 여자 친구와 마술사로서의 능력과 인기까지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그러나 안톤의 이 뿌리 깊은 미움과 원망 뒤에는 전혀 다른 진실이 숨어 있었으니…. 티베벤 숲에서 비로소 밝혀지는 안톤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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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흔다섯 미선 씨 (커버이미지)
    [문학]마흔다섯 미선 씨
    • 윤이재 지음
    • 꿈의지도
    • 2018-09-21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건 아닐까?”삶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떠밀려 들어가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을 뿐인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내 삶이 내가 원치 않았던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그런 때 당신은 어찌하는가. 마흔다섯 미선 씨에게도 삶의 회오리가 몰아닥쳤다. 사랑 위에 지어 올린 그 숱한 다짐과 약속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순간. 어딘가 먼 바다로부터 거듭거듭 밀려온, 거부할 수 없는 세월의 큰 파도에 치이고 만 순간. 이 소설은 그런 순간을 맞고, 겪고, 결국 딛고 일어서려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당신의 언니, 당신의 동생, 당신의 친구, 어쩌면… 당신 자신일지도 모를 미선 씨의 평범하고 보잘 것 없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 나이 마흔다섯, 인생의 변곡점을 지나는 한 여자의 삶, 사랑, 그리고 눈물!누군가의 엄마로, 누군가의 딸로, 누군가의 아내로 미선 씨는 열여덟 해를 살았다. 깃털처럼 보드랍던 날들도 지나고, 정겨웠던 꽃 시절도 지났다. 그래, 그런 날들도 있었다. 반짝반짝 강물 위의 물비늘처럼 빛나고 탱글탱글 살 오른 아기 볼처럼 순하던 날들. 그때는 정경수도 미선 씨도 어렸고, 사랑했고, 잔잔했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이었으므로, 어떤 현실이 닥쳐올지 알 수 없었다. 미처 현실을 알지 못했기에 처음 지나는 벌판에 어떤 거친 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상관없을 것만 같았다. (029p)누구나 처음 맞이하는 오늘. 처음 지나는 이 길.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 채 오늘을 산다. 그저 하루하루 아득바득 앞만 보고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먹구름이 밀려오고, 검은 강물이 흘러들어 온다.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남편마저 떠난다. 문득 돌아보니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현실. 그 속에서 매일매일 고군분투하며 사는 동안 미선 씨는 자신이 뭘 하고 싶었는지 다 잊어버렸다. 버젓한 자신의 이름이 있어도 함부로 ‘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누구 엄마’라는 이름에 더 익숙해진 여자.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이의 여자. 미선 씨는 그냥 그런 여자다. 이것은,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무것도 아닌 당신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우리들을 잊지 않기 위한 나의 의례다.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프롤로그) 작가는 흔하고 보잘 것 없는, 아무것도 아닌 한 여자의 삶을 통해 삶의 속성을 들여다본다. 잎이 다 메말라 떨어지고, 수없이 가지를 쳐내도 흙을 부여잡고 버티는 뿌리의 몸부림처럼, 삶을 버텨내는 사람들을 통해 삶의 이유를 생각해본다. 공든 탑은 원래 한방에 고스란히 무너지라고 쌓는 건가? 한꺼번에 와르르 넘어지는 거 보자고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세우는 도미노처럼? 왜, 늘 모든 공든 탑들은 여지없이 무너지고들 난린가. 배신과 뒤통수치기는 공든 탑의 속성인가? 인생의 묘미인가? (045p) 아무리 잘해보려고 애써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배신과 절망의 연속인 인생. 그런 인생길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해준다. 예기치 않게 닥칠 수 있는 어떤 불행 앞에서 절망 대신 겸손을 배우게 하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한다. 새파랗게 젊었던 날에는 깨닫지 못했던 소중한 가치들을 떠올리게 한다. 마흔다섯은 그런 나이다. 왔던 길을 돌아보게 하고, 더 먼 길을 가기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묶는 나이. 미선 씨처럼.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버팀목으로오늘도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수많은 그녀들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함부로 ‘아줌마’라 불리는 그녀들을 위한 헌사!누구의 삶도 녹록하지 않다.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해도 인생이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주는 것도 아니다.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고, 삶의 지뢰는 도처에 숨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은 쉽게 쓰러지지 않고 쉽게 죽지는 않는다. 처음 난 자리에서 몇 십 년, 몇 백 년을 버티는 나무처럼 버텨내며 끝내 딛고 일어선다. 그 힘, 살려는 힘. 작가는 미선 씨를 통해 그 힘을 말하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살려고 애쓰는 모든 미선 씨들을 위로하고 응원한다. 생은 버티는 거라고 하지 않던가. 누군가는 버스정류장의 한 평 컨테이너박스에 앉아 삼십 년 동안 껌을 팔며 버티고, 누군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장 입구 지저분한 가게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삶은 나물을 팔면서 사십 년을 넘게 버틴다. 껌을 팔고 나물을 팔아 하루 몇 천 원, 몇 만 원으로 자식을 키우고 입에 풀칠을 하며 인생을 버텨내는 사람들이 켜켜이 빼곡하다. (091p)사는 게 아무리 사막처럼 막막하고 힘들어도, 그 속에는 오아시스가 있다. 손잡아 주는 이웃이 있고, 함께 짐을 나눠지려는 친구가 있고, 한 배를 타고 가는 가족이 있다. 부족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사막을 건널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람에게서 나온다. 작가가 ‘비록 아무것도 아닌 소설 나부랭이 하나라 할지라도 누군가 이 이야기를 통해 수많은 미선 씨들을 한 번쯤이라도 떠올린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가장 보통의 사람들을 기억하고 보듬고 위로할 수 있어야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서로를 살게 할 수 있다. 그래야 ‘아무 것도 아닌 어쩌면 먼지만큼 가벼운 삶이라도, 정녕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었다고 믿게 될 것’이기에. 화려하게 빛나지는 않아도 결코 남루하지 않은 마흔다섯 미선 씨. 자식들을 키우고, 돈도 벌고, 며느리로, 딸로, 아내로 수없이 많은 일들을 해내는 우리의 미선 씨들에게 작가는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오늘도 또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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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남 - 맛, 사람 그리고 이야기 (커버이미지)
    [문학]맛남 - 맛, 사람 그리고 이야기
    • 오승재.장호철 지음
    • 좋은땅
    • 2018-09-21

    갑자기 모든 게 내 마음대로 안 될 때,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을까?정훈은 어느 날 회사로부터 사직 권유를 받는다. 임원 승진을 앞두고 듣게 된 청천벽력 같은 소식.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마음 붙일 곳 없는 그는 머리를 식힐 겸 잠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리고 여행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며 뜻하지 않게 몸과 마음이 위로받고 있음을 느끼는데…….그가 만난 사람들은 누구였으며, 그가 맛본 음식들은 무엇이었을까?《맛남》은 삶과 맛에 대한 이야기이다.사람으로부터 위로받고, 음식으로부터 채움받다삶은 때때로 우리를 배신한다. 전혀 알 수 없는 길로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가야만 한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주인공 정훈도 그랬다. 성실하게 회사 생활을 해온 그에게 회사가 준 건 승진이 아닌, 퇴사. 정훈에겐 선택권조차 없었다.하지만 고통 끝엔 언제나 깨달음이 있다. 선배의 권유로 떠난 여행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통해 정훈은 그동안 돌보지 못한 자기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반백의 머리에 오토바이를 모는 멋진 형님,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며 늘 같은 식당을 찾는 할아버지, 혼자서 이별여행을 온 처자, 꿈을 강요하지 말아달라는 취준생,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음식점을 차려 자리 잡은 회사 선배 등등…….여행 중 그의 눈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 사연만큼이나 다양한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타인의 인생을 만나고, 맛을 만나는 정훈의 ‘맛남’. 그의 맛남은 잊고 있었던 것을 깨우치고, 비워진 곳을 조금씩 채워나간다.이 책에는 정훈의 여행길을 따라, 각 지방마다 유명하다는 요리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 길에 함께해 ‘맛남’을 느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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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서리의 탄생 (커버이미지)
    [문학]모서리의 탄생
    • 신주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09-21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이 부딪치고 깨질 때마다솟아오르는 날카롭고 예리한 모서리들!낯선 온도의 감각, 신주희 첫 소설집 세계에 대한 평면적 이해를 거부하고, 다양한 구성의 변화를 통해 이야기의 입체성을 중시해온 신주희의 첫 소설집 『모서리의 탄생』이 출간되었다. 2012년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점심의 연애」는 “사고차량에서 의식을 찾아가는 필사적인 과정을 요가 자세로 환치한 솜씨뿐만 아니라 구성의 긴밀도와 문장의 안정성도 탁월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던 이력답게 소설집에 실린 열 편의 작품은 강렬한 감각으로 체험된다.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생긴 날카로운 모서리 같은 고통의 순간을 뻣뻣한 관절 마디가 꺾이는 듯한 생생한 통증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은 무감각해진 상태에서 깨어나 고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이다. 진원을 알 수 없는 소문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삶을 위태롭게 하는 균열로 이루어진 불쾌의 세계! 이 소문의 클라이맥스는 지금부터다. 도무지 오리무중이던 부부의 아기가 중국의 외딴 부두 근처에서 발견되었다는 비보를 듣는다. 소름 끼치게도 싸늘한 시체가 되어. 그리고 소문의 질은 점점 더 나빠진다. 발견된 아기의 몸이 텅텅 비어 있더라, 눈도, 간도, 심장도, 피 한 방울도 남김이 없더라, 그것은 중국 어딘가로 팔려가고 중국 부자들은 그것으로 몸보신을 한다더라 등, 등, 등. 소문은 더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_당신은 말한다, 14쪽. 『모서리의 탄생』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울증을 유발하는 불안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수록작 「당신은 말한다」에서 ‘여자’는 조선족 베이비시터에게 납치된 아기가 중국 외딴 부두에서 텅 빈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괴담을 접한 이후로, CCTV를 통해 조선족 베이비시터를 관찰하며 불길한 생각을 키워나간다. 이러한 불안은 좀더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컨테이너 박스에 감금된 채 아버지의 감시를 받으며 지내던 청년이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섹스돌의 가슴을 빨며 ‘엄마’라고 부르는가 하면(「사막의 뼈」), 더 많은 정자를 팔기 위해 그것과 유사한 코코넛 주스를 마시면서도 끊임없이 갈증에 시달리기도 한다(「홀로, 코스트코」). 이렇듯 작가는 불안의 수위를 점점 높여가며 소설 속 인물들을 위태로운 경계 위에 세워놓는다.“문득, 모서리 그 너머가 궁금했다”고통의 입체성을 되살리는 법 빛이 있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빛 다음에는 어둠이, 어둠 다음에는 고요가 있었다. 그 안에는 짙게 일렁이는 물이 있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의 한가운데서 부적절한 것이 탄생했다. 맨 처음, 나는 비린내를 풍기는 다시마 같았다. (……) 내 몸의 세포들은 소녀의 모든 것을 양분처럼 빨아들였다. 그리고 새로운 기관들을 만들어내는 데 그것을 사용했다. 말하자면 나는, 고도로 농축된 소녀였다. _소녀의 난, 223~224쪽. 「소녀의 난」의 서술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이다. 소녀의 배 속에 있는 ‘나’는 소녀의 불안과 일탈의 감정을 고스란히 공유한다. 뿐만 아니라 소녀를 매개로 소녀의 늙은 애인인 ‘윤’과 그의 딸 ‘치아’를 관찰한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당신은 말한다」에서도 발견된다. CCTV를 통해 조선족 베이비시터를 감시하는 ‘여자’의 시선과 그런 ‘여자’를 관찰하고 있는 ‘당신’의 시선이 교차된다. 베이비시터를 보고 있는 ‘여자’의 시선에 불신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여자’를 보고 있는 ‘당신’의 시선에도 불신이 가득하다. 「홀로, 코스트코」에서 주인공 ‘박규’는 이름 대신 불완전한 호명인 ‘너’로 불린다. 박규가 ‘너’라고 지칭되는 이유는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가짜 이미지들만을 빌려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선은 3차원적 시각을 통해 대상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큐비즘’과 유사하다. 『모서리의 탄생』은 보는 사람과 보이는 사람의 관계만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보는 사람, 혹은 보는 사람 내부의 분열된 시선을 허용함으로써 이야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것은 납작해져버린 타인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복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박인성 문학평론가) 『모서리의 탄생』은 고통의 지점들을 그려내고 있다. 사랑하는 딸을 잃고 북쪽의 가장 끝을 찾아가는 노인과(「극」) 스스로 실종을 선택한 아내와 아들의 흔적을 뒤쫓는 두 명의 화자(「미싱 도로시」) 등. 그러나 통증은 부위를 옮겨가거나 응축될 뿐 사라지지 않는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맨 얼굴과 마주함으로써 비로소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갖게 된다. 이것이 신주희 소설이 세상을 향해 또렷한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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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커버이미지)
    [문학]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 아흐메드 사다위 지음, 조영학 옮김
    • 더봄
    • 2018-09-21

    ★2014 국제 아랍소설상 수상 ★2017 프랑스 판타지 그랜드상 수상 ★2018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후보작인간의 잔해를 기워 만든 괴물이 바그다드를 헤집고 다닌다. 전쟁터가 된 어느 도시의 초현실을 블랙유머로 그려낸 독창적인 소설. 미군 점령하의 바그다드, 파편이 널브러진 거리. 폐품업자 하디는 인간의 신체 부위를 수집, 꿰매는 식으로 시체를 하나 만들어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목표는 단순하다. 정부가 누더기시체를 사람으로 인정해 버젓한 장례식을 치러 주게 하자는 것. 하지만 시체가 사라지고, 기이한 살인사건들이 잇따라 도시를 휩쓴다. 범인의 인상착의가 끔찍하다거나 총을 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식의 기사도 쏟아져 나온다. 하디는 자신이 괴물을 창조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괴물은 계속 인간의 살점을 원한다. 처음에는 복수를 위해서, 다음에는 생존을 위해서. “바그다드의 새로운 문학스타” _뉴욕타임스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쓴 이래로 200년 동안 그녀의 괴물은 수많은 변이로 나타났다. 그러나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야생적이거나 정치적’인 것은 거의 없다.“아랍의 카프카” _가디언초현실적이고 본능적이며 매혹적인 소설. 중동의 종파주의와 지정학적 부조리에 대한 예리한 초상화, 부조리주의 도덕 우화, 호러 판타지. 사다위의 이상하고 폭력적이며 사악하게 재미있는 이 소설은 공상과학소설의 규범을 크게 차용하여 이자까지 함께 쳐서 빚을 갚는다. 우아한 풍자…… 전쟁으로 파괴된 이라크에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재현했다.『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판타지로 재현한 전쟁의 잔혹상아랍의 카프카라 불리는 이라크 작가 아흐메드 사다위의 강렬하면서도 초현실적인 소설인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에는 폭발이 많이 등장한다. 미군 점령하의 바그다드에서 사람들은 쓰러지고 나뒹굴고 허공으로 날아간다. 때로는 거리에 발 하나, 팔 하나만 남기고, 때로는 기껏 핏빛 안개밖에 없다. 종파간의 폭력이 일상화하고, 차량폭탄 테러는 일상처럼 일어나며, 뉴스속보에도 사람들은 무감각하다.이 같은 광기 속에 폐품업자 하디가 찰리 채플린 영화 속의 부랑자처럼 등장한다. 넝마주이인 하디는 지극히 단순한 인물이라 돈이 생기면 좋아하는 술을 마시고 여유가 있으면 동네 창녀를 부른다. 폐품을 줍던 하디는 어느 날부턴가 폭발에 여기저기 흩어져나간 시체의 부위들을 주워오기 시작한다. 신체의 일부만 남기고 흩어진 다양한 사람들의 부위들을 꿰매는데, 그렇게 해서 온전한 몸을 만들어놓으면 누군가 장례를 치러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사건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뒤바뀐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돌아오니 체액을 질질 흘리던 피조물이 메모 한 장 안 남기고 사라진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고 환상적인 이야기는 진지하게 나가다가 갑자기 어이없는 웃음이 터진다. 전쟁이 일상이 되어버린 처참함 속에서 사다위가 구사하는 블랙유머는 독자의 방심한 틈을 파고든다. 작가는 괴물의 ‘심각한 부패문제’를 파고든다. 괴물은 일련의 살인사건의 용의자다. 정부 당국에서는 그의 외모가 끔찍하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듣고 못생긴 사람들만 골라 잡아들인다. 사다위의 어조는 익살스러우나 그의 의도는 너무도 진지하다. 이 소설은 복잡한 우화이며, 미국 침공 와중에 이라크 부족 간의 잔혹상을 다루고 있다. 특히 아들과 남편을 잃고, 유품을 받고도 그들의 죽음을 부정하며 살아서 돌아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성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라크에서는 정말로 죽었다고 믿은 사람이 가끔 돌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 저기 동굴 속에 은신해 있던 사람들이다.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은 야밤에 사람들을 겁주는 괴물 외에도 많은 얘기를 담고 있다. 낡은 건물과 호텔을 두고 갈등을 빚으니 부동산 소설이고, 주인공 기자가 괴물 이야기를 추적하니 저널리즘 소설이기도 하다.우리는 이발사와 호텔 경비병과 점성술사와 영화감독을 만난다. 케밥과 내장요리와 삶은 콩을 먹고 아라크 술을 비운다. 물담배를 피우고 욕정을 해소한다. 사다위는 자신의 소설 속에 수많은 인간사를 우겨넣었다. “이라크의 도시전설 100선”을 꾸리려는 기자도 만나고, 특수정보추적국은 아예 점성술사를 고용해 영력을 이용해 특수범죄를 감시하고, 테러를 예측하기까지 한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괴물처럼 사다위의 괴물도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나쁜 존재가 아님을 설명하고자 한다. 무턱대고 살상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죽은 자들을 대신한 복수이며 그를 통해 정의를 이루려 한다.괴물은 인터뷰를 하고 추종자의 말을 빌어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예를 들어, “신체부위의 출신과 배경의 다양하므로(민족, 부족, 인종, 사회계급까지) 나는 과거에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불가능한 조합을 상징한다. 고로 이라크의 진정한 제1시민이다” 같은 식이다.괴물은 복수를 주장하지만 진정한 복수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호하다. 차라리 조지 부시와 토니 블레어를 찾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괴물의 살인은 개인에게 국한된다. 괴물은 자신의 사명이 왜곡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죄가 있는 사람들만 죽였으나, 신체부위를 교체해야 할 필요성에 이르자, 무고한 사람들도 마구잡이로 살상을 한다. ‘따져보면 죄 없는 자가 어디 있겠어? 지금 당장은 무고하다지만 십 년 전에 아내를 때리거나 어머니를 학대했다면?’ 이렇듯 괴물은 사악한 지성을 빛내고, 자신의 파괴적 에너지를 합리화한다. 독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괴물의 논리에 설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다위의 목소리와 상상력은 참신하며, 한 국가의 트라우마를 풀어내는 능력도 아주 독특하다. 그것이 비현실적이고 끔찍하면서도 일상적인 이야기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라크의 비극은 정신적 참사였다. 이 용맹하고 독특한 소설은 그 주제를 잡고 관련 의미들을 모조리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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