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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의 공식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서른의 공식
    • 이서윤 지음, 어진선 그림
    • 카시오페아
    • 2015-11-30

    서른의 심장을 관통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공식들나만의 공식이 있기에 힘들지만 힘들지 않다서른이 다 되도록 잘하는 것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만 같은데 서른이 코앞에 왔다. 벌써 서른, 아직 서른, 고작 서른, 그저 나이로 계란 한 판 채운 것뿐인데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많이도 상상했었다. 가까운 일상에서부터 시작해 연애, 사랑, 직업, 인간관계까지 무어라도 이루어놔야 할 것 같지만 뭐 또 막상 되어보면 달라진 것도 별로 없는 듯한 나이. 그럼에도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그 고민하는 시간 동안 조금씩 자란다는 것은 아닐까? 혼란스러웠던 것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이렇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 되는 나이. 그렇게 나만의 공식을 하나씩 만들어갈 때, 우리는 힘들지만 힘들지 않고,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 중요한 것은 모두 공식으로 되어 있다!우리의 감성을 깨우는 일상의 공식들서른은 그런 나이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 같은 거 더 이상은 믿지 않지만 남자와 여자는 필요충분조건에 의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나이. 인생에는 ‘고통 총량의 법칙’이 있어서 고통의 시기만 다를 뿐 누구나 감당해야 할 고통의 양은 같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나이. 인생은 답이 하나 있는 방정식이 아니라, 모든 게 답이 될 수 있는 항등식임을 깨닫는 나이다. 사칙연산에도 우선순위가 있듯이 내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이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자꾸 미워진다면, 자신에게 절댓값을 씌워보면 단점도 장점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힘들 때면 y≠x. 타인은 내가 아니고 타인과 나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가기도 한다. 철든다는 것은 감당할 수 있는 삶의 무게가 커진다는 뜻임을 깨닫기도 한다. 선택과 사랑, 인생과 일상, 나와 타인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반짝이고 재치 있다. 생각을 공식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고민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기쁨은 물론, 내 삶의 가장자리를 들여다보는 저자의 깊은 시선과 따뜻한 마음에 토닥이는 위로 또한 느끼게 될 것이다.‘공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수학공식을 생각하거나, ‘인생이 수학 공식처럼 되는 것도 아니잖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은 수학 공식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과 고민을 눈에 보이는 기호와 글자로 옮겨본 것이다. 인생의 모든 일을 기호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10줄 걸려 쓴 내용을 단 한 줄의 수학 기호 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은 복잡하게 꼬여있던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고 정리하고 일반화시켜 치유하는 과정임에 다름없다.벌써 서른, 아직 서른, 고작 서른당신의 서른은 어떤가요? 서른은 어떤 나이일까? 매일 이별하며 사는 나이라고도 하고,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될 거라고도 생각했는데, 막상 서른이 되어보면 또 달라진 것도 별로 없는 듯하다. 어른인 듯, 어린 아닌, 어른 같은 나이인 거다. 하지만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그 고민하는 시간이 자신을 조금은 키웠다는 것이다. 서른이 된다고 당장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만의 공식을 하나둘씩 만들어나간다는 게, 어른이 된다는 뜻은 아닐까? 책의 그림을 맡은 일러스트레이터 어진선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책을 따뜻한 상상력과 탁월한 표현력으로 볼거리 넘치는 책으로 만들어주었다. 일상의 빈틈을 바라보는 감성적인 글이 1차원이라면, 복잡한 현실이 산뜻하게 정리되는 공식은 2차원. 보는 재미가 있는 느낌 있는 그림은 3차원, 거기에 반짝이는 성찰까지 제대로 4차원 취향저격의 책이 탄생하였다. 무언가 달라질 것 같지만 또 막상 되어보면 달라진 것도 별로 없는 나이, 서른.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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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전 -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설전 -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 성철.법정 지음
    • 책읽는섬
    • 2015-11-30

    성철과 법정, 떠나간 두 거인이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이야기당대를 대표하는 선승, 성철과 법정의 만남그리고 천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현문과 현답들雪.戰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눈의 성질로 수행자의 냉철하고도 온화한 자세를 형상화하는 한편,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웃게 만드는 유일한 다툼인 ‘눈싸움성철과 법정의 아름다운 인연그 속에 오간 대화를 처음 책으로 엮다성철과 법정은 근현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승(禪僧)이자, 대중의 스승이었다. 하지만 성철과 법정의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성철이 혹독한 고행과 엄격한 자기 수행, 그리고 어떠한 지위와 권력 앞에서도 초지일관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던 초인의 이미지를 지녔다면, 법정은 온후하면서도 강직한 수도자의 자세와 품위를 잃지 않은 삶과 글로 큰 가르침을 주었다. 이 같은 인상의 격차 때문일까? 성철과 법정이 한자리에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성철과 법정의 인연은 깊었다. 법정은 성철을 불가의 큰 어른으로 따랐고, 성철은 뭇 제자와 후학들에게 대단히 엄격하면서도 유독 제자뻘인 법정을 인정하고 아꼈다.《설전(雪戰)》은 성철과 법정이 나눈 대화와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인연의 흔적들을 발굴하여 처음 책으로 엮은 것이다. ‘성철 불교’의 본질을 끌어낸 법정의 지혜로운 질문과 거기에 화답하여 인간 존재와 현상의 심층을 드러내는 성철의 대답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성철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했던 원택의 증언이 더해진다. 원택의 증언을 통해 성철과 법정 사이에 있었던 일화들과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담긴 내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뛰어난 사상과 좋은 글이 시대를 관통하여 사랑받듯, 한 시대의 정신을 상징했던 두 큰 스승이 나눈 이야기들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1967년, ‘백일법문’ 속의 성철과 법정법정, 성철의 백일법문에 등장하다법정과 성철은 속세의 나이와 승려로서의 나이 모두 정확히 20년 차이가 난다. 법정이 출가하기 한 해 전인 1955년에 성철은 이미 초대 해인사 주지에 임명될 정도로 명성과 인망이 자자했다(이때 성철은 주지 임명을 거절하고 대구 파계사 성전암으로 옮겨 10년 동안의 수행에 들어갔다). 각기 해인사와 송광사에서 출가하여 법통이 달랐으나, 법정에게 성철은 아득한 선배이자 조계종의 큰 어른이었다.법정은 경전 공부에 진척이 빠르고 경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실력이 뛰어나 불교사전 편찬 작업에 참여하는 등 타고난 문재를 바탕으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경전을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통도사와 해인사에 머물렀다.법정이 해인사 강원에 머물던 1967년, 성철은 해인사 해인총림 초대 방장에 추대된다. 그리고 성철은 같은 해 12월 4일부터 100일 동안의 설법에 들어간다. 이것을 ‘백일법문(百日法門)’이라고 일컫는데, 이때의 설법은 하나 빠짐없이 녹취되었다. 그런데 이튿날인 12월 5일에 이르면 한 젊은 승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성철의 법문에 끼어든다. 바로 법정이었다.성철의 현답을 이끌어낸 법정의 현문들성철의 백일법문이 열린 장소는 해인사 대적광전이었고, 수많은 승려와 불자가 성철의 설법을 듣기 위해 모여 있었다. 법정은 여기에서 아주 원론적인 질문들을 던져 성철의 형이상학적인 설법이 대중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불교란 무엇입니까?”, “타 종교와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중도 이론을 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십시오.”, “중국 선종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등등의 질문은 불교의 초심자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법정은 스스로 초심학인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져 성철의 법문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나누기 위해서 묻는 것이다. 성철의 뛰어난 점 역시 이 대목에서 빛을 발한다. 법정의 의도를 파악한 것인지, 성철 또한 법정의 그 질문들에 일일이 성심을 다해 답했다.법문이 무르익으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기도 한다. 중국의 육조 혜능이 일자무식이었다는 이야기에 대해 법정이 성철을 따지고 든 것이다. ‘가야산의 호랑이’라는 별명에서 드러나듯, 뭇 제자와 후학들은 성철 앞에서 오금을 펴지 못했으나 법정은 스스로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역시 성철의 넓은 품이 드러난다. 성철은 마치 영민한 제자의 도전을 즐거워하는 스승처럼 법정의 은근한 도전을 즐기는 음성으로 일일이 답한다.그리고 법정이 조심스러운 어투로 성철에게 이렇게 묻는다.“사람이…… 정말 성불할 수 있습니까?”기독교 입장에서 보면 성직자가 “정말 천국이 있을까?”라고 의문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다. 법정의 이 질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법정이 성철에게 던진 질문들은 성철의 설법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포석이자, 서른 후반에 접어든 ‘청년’ 법정의 불교에 대한 간절한 관심과 생각 그리고 그의 마음 한 구석을 엿보게 만드는 창문이기도 한 것이다.‘백일법문’ 속 성철과 법정의 대화는 12월 5일, 8일, 9일, 23일의 녹취록에 담겨 있다.■ 1982년, 성철과 법정의 대담법정, 불일암으로 향하다공교롭게도 1968년 법정은 일종의 ‘필화’에 휘말린다. 성철은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반드시 불전에 3천 배를 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해 놓고 있었는데,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법당에서 절을 하는 대학생 무리를 목격한 법정이 그것은 절이 아니라 몸을 굽혔다 폈다 하는 굴신운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성철의 ‘3천 배’ 규칙을 폄하하는 글을 대한불교(현 불교신문)에 기고한 것이었다. 성철의 상좌였던 원택은 이때의 일을 이렇게 회상한다.당사자인 성철 스님께선 별말씀이 없으셨고 해인사 주지 스님께선 “방장 스님(성철)은 법정 수좌를 좋아해.”라며 다독이셨으나, 혈기 넘치는 젊은 스님들이 발끈하여 법정 스님이 바깥나들이 가신 틈에 스님 방의 물건을 치워 버린 일이 있었다. 법정 스님은 논란이 일자 아무 말 없이 서울로 수행처를 옮기셨다. 이것이 1968년의 일이었다.서울 봉은사로 수행처를 옮긴 법정은 이후 월남파병을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가 승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유신정권 시절에는 재야인사와 관계하다가 감시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던 중 1975년 송광사의 불일암으로 향했다. 시대의 걸작이 된 《무소유》가 출간된 것은 이듬해인 1976년이었다.오늘, 지금을 향하고 있는 성철과 법정의 대화1980년 초반, 두 권 분량의 원고를 탈고한 성철이 원택에게 일렀다.“송광사 불일암 법정 스님을 찾아가라. 찾아가서, 당대에서는 법정 스님이 한글 글쓴이로는 최고이니 내가 《본지풍광》과 《선문정로》의 윤문을 부탁한다고 말씀드려라.”성철의 전언을 전해 들은 법정은 “스님 글에 크게 손댈 생각은 없다”면서도 갖은 정성을 기울여 두 권의 책이 발간되도록 애썼다. 원택은 이때 법정과 함께 작업을 했던 인연으로 이후 성철의 사상을 전하는 책을 편찬하는 일에 매진하게 된다.1981년, 성철은 대한불교조계종 제6대 종정에 추대된다. 같은 해 12월에는 《선문정로》가 발간되었다. 《선문정로》가 만들어지는 동안 성철과 법정 사이에 왕래가 있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1982년 벽두에 한 언론사의 주선으로 대담을 갖기 위해 성철과 법정은 다시 마주 앉았다. 못다 푼 응어리가 있었던 것일까? 법정은 대뜸 다시 ‘3천 배’에 관해서 묻는다. 이날의 대화는 성철이 ‘3천 배’ 규칙에 담긴 오해를 풀어주는 것으로 시작된다.이 대담에서 성철과 법정은 자아를 닦는 일상의 수행법과 불교의 근본적인 정신, 지도자의 덕목, 물질만능 시대의 인간성 회복 문제, 권력과 이념에 편승하지 않는 언론, 미래가 꺾인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눈다. ‘백일법문’ 속의 대화가 불교를 주제로 삼고 있다면, 이 대담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의 고뇌와 문제들이 지금도 되풀이되고 것일까? 이때 성철과 법정이 나눈 대화의 내용들은 공교롭게도 정확하게 2016년 오늘을 향하고 있다.그리고 성철과 법정의 대화는, 선승이 세상과 외따로 떨어져 홀로 수행만 하는 존재라는 인상을 말끔히 지워 버린다. 이들이 치열하게 타인과 세상을 위해서 살아갔음을, 또 항상 사회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었음을 알게 한다. 그 본질은 ‘사랑’이었다.이후 성철과 법정은 보조국사 지눌의 사상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는 동안에도 1987년 겨울에 성철이 포영집(사진집)을 낼 때 법정이 서문을 써 주는 등 두 사람의 우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1993년에 성철이 열반에 들었을 때 추모사를 쓴 이도 법정이었다. 일견 팽팽하게 맞서면서도 서로를 존경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 모두 사랑과 자비를 유일한 신념으로 받아들이고 살았기 때문이었다.성철이 이 땅에 오고(4월 19일) 법정이 우리 곁을 떠난(3월 11일) 봄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큰 스승들이 떠난 빈자리는 너무도 커서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그런 안타까움 때문일까? 오늘, 《설전》에 담긴 성철과 법정의 메아리가 더욱 크게 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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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 김우식의 일흔일곱 굽이 인생수업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세월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 김우식의 일흔일곱 굽이 인생수업
    • 김우식 지음
    • 웅진윙스
    • 2015-11-30

    "베푼 것은 즉시 잊고, 받은 은혜는 오래오래 기억하고 감사하자."연세대학교 총장,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한김우식 이사장의 꿈과 좌절, 그리고 도전과 성취의 인생길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그 길을 향해 정성을 기울이면 안 될 일이 없다. 단, 하늘이 감동할 정도로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어린 시절 겪은 전쟁, 피 끓는 청년 시절의 방황, 그리고 교육자의 길에서, 국가의 미래를 다지는 길에서 한결같이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어른 세대의 솔직 담백한 서른세 편의 에세이.삶을 방향을 고민하는 청년, 주어진 일에 책임지는 성숙한 중년,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어른 세대의 삶의 자세까지희수를 맞아 일흔일곱 굽이 인생길에서 얻은 깨달음과 삶의 소중한 원칙이 담긴 책!교육의 일선에서, 국가의 주요 공직자로서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한 어른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노인 한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어느 사회든 그 사회를 만든 어른 세대의 삶의 지혜는 뒤에 오는 세대에게는 귀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그가 이룬 성취가 큰 경우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젊음을 예찬하고, 나이듦을 백안시하게 된 우리 사회에서 ‘어르신’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이렇듯 먹고 살 만한 나라로 만들어온 주역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 그들의 삶의 자세와 삶의 과정을 얻어야 할 지혜는 점점 더 팍팍해져만 가는 우리 사회가 소중히 이어가야 할 자산임에 분명하다.신간 《세월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의 저자 김우식 (사)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주역 중 한 사람이다. 공학도 출신으로는 최초로 연세대학교 총장을 역임하면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학계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인화의 정치,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비전과 과학기술인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이끌었던 큰 어른이다. 퇴임 후에도 (사)창의공학연구원의 이사장으로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현역이다. 이처럼 그는 우리 사회의 성공한 엘리트이지만,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지도 과장하지도 않는다. 마당발로 소문난 그는 주변의 제자, 지인들의 숱한 권유를 뿌리치면서 그 흔한 회고록이나 자서전 한번 펴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삶을 꼼꼼히 돌아보면서 살아온 날들에서 배울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기를 1년 남짓, 마치 고백을 하듯 지난날의 고민과 상처, 내면의 갈등과 무기력, 삶이라는 여정에서 끝까지 견지해야 할 삶의 원칙과 다짐을 솔직 담백하게 세른세 편의 에세이에 담아냈다. 책의 본문에서도 나오지만 어린 시절부터 시에 심취했던 문학청년이었고, 공학도이면서 대학시절 대학신문의 기자로 활약하고, 교수로 재임하면서 『연세춘추』의 주간을 비롯하여 학내 언론사 편집인을 역임했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에세이는 맛깔나면서도 삶의 연륜과 통찰이 빛난다.신간 《세월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에는 어린 시절의 짓궂은 개구쟁이 김우식, 우연찮게 듣게 된 부모님의 대화에서 자신의 미션을 발견하거나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닫는 소년 김우식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쌀 한 말과 책 열 권을 들고 절에 들어가던 모습, 오리무중의 미래를 헤쳐가기 위해 고민과 방황, 사업과 사랑의 실패로 좌절하는 청년 김우식은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과 꼭 닮아 있다. 4.19 혁명 당시의 청년의 의분과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교수로 있으면서 맞은 80년 5월의 무기력함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는 모습은 인간 김우식의 진솔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80년대 중반 민주화 열기가 고조된 대학에서 『연세춘추』의 주간과 대학 언론의 발행인을 맡아 동분서주하던 때의 고민과 제자들에 대한 연민, 학생처장 시절 겪어야 했던 설인종 군 사망사건에 책임을 지는 모습은 현대사의 파란을 온몸으로 겪어온 스승의 고민을 엿보게도 한다. 하지만 시종일관 그는 남을 탓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고난의 시간에서 삶의 보석과도 같은 지혜를 얻어내며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다. 총장 시절, 학교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모습, 국가를 위해 관료로서 움직이던 모습에서는 어릴 적 부모님의 대화 속 비전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한결같음을 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나눔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어른으로서 해야 할 바를 묵묵히 실천하는 모습은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이렇듯 시종 담담한 필치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써내려간 《세월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은 일흔일곱, 희수를 맞은 김우식의 한 생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어르신들이 겪거나 넘어야 했던 한국 현대사의 파란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개인 삶과 우리 사회의 역사가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무늬는 단순한 회고에 그치지 않고, 삶과 역사의 고비를 어떤 자세로 맞이하고 슬기롭게 넘겨야 할지 알려주는 귀한 깨달음들로 가득하다.일흔일곱 굽이를 돌아 깨달은 삶의 지혜와 소중한 원칙《세월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에 담긴 지혜와 원칙은 김우식 개인의 것이자 그가 우리 후배 세대와 나누고자 하는 바이기도 하다. 서른세 편의 에세이를 읽어 보면 오늘날 되새겨야 할 가치와 지혜가 그득하다.“모든 시작은 서툰 대로 아름답다”, “아픔도 힘이 된다”, “누구나 저마다의 짐을 지고 산다”, “생각의 벽을 허물 때 길은 새로이 열리고”, “한쪽 가슴은 비워야 산다” 등 책을 구성하고 있는 장 제목들만 보아도 만만찮은 삶의 지혜를 짐작할 수 있다. 저자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에서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로 이어지는 제1장의 에세이들에서는 삶의 좌표가 가지는 의미, 개구쟁이 시절의 추억이 가지는 힘, 금방 낳은 생계란 한 알에 담긴 어머니의 밥정과 엽서 한 장 펼쳐놓고 그리움을 새기는 형제애, 퍽퍽하게 삶긴 완두콩과 뜨거운 눈물로 표현된 아버지의 사랑,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청춘의 숙제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청년 시절의 고민과 좌절 그리고 대학에서 새 출발을 하는 시기의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는 제2장의 에세이들은 청년 세대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강하다. 전쟁과 병치레 그리고 정치적 격변을 거치면서 ‘아픔도 힘이 된다’는 통찰을 이끌어내는 대목은 안정 지향적이고 실패를 회피하려는 요즘의 세태에 가하는 따끔한 일침이기도 하다. 누구나 통과의례처럼 거치게 되는 청춘의 방황과 실패를 오히려 ‘청춘의 특권’이라는 메시지의 울림이 크다. 또한 대학에 자리를 잡으면서 교수로서 혈기 왕성한 제자들의 모습에서 과거 청년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청년이 아닌 책임 있는 교수로서의 자세를 통해 역사의 책임을 지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기도 한다. 제3장에서는 한 대학의 총장으로서,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시절의 에피소드를 통해 한 사회의 리더로서 가져야 할 여러 가지 자질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리더로서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구성원을 설득하는 능력이 필요함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특히 리더의 덕목 중 인화(人和)와 소통(疏通)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힘주어 설명하는 대목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리더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다.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의 에피소드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솔직한 느낌과 안타까움이 진하게 전해져온다.제4장과 제5장에서는 공인이 아닌 인간 김우식의 면면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메모광으로 일하는 모습, 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기도와 명상, 저녁 산책을 하며 삶을 준비하고 돌아보는 자세는 바쁜 일상에서 눈코 뜰 새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삶의 자세를 제시한다. 더불어 영화관에서 현실을 잠시 내려놓아야 다시 현실의 문제를 올바로 직시할 수 있다는 지혜는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성실한 한 인간상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한꿈학교, 사랑의 닛시운동 등의 현시적인 나눔이 아니라 진정한 나눔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며, 고희를 맞을 즈음에 새로이 정리한 삶의 원칙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향한 저자의 진정성을 돌아보게 한다.서른세 편의 에세이 전편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저자의 일관된 삶의 자세를 읽을 수 있다.“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그 길을 향해 정성을 기울이면 안 될 일이 없다. 단, 하늘이 감동할 정도로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삶을 돌아보는 한없이 따뜻한 시선, 그리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삶의 원칙, 떠남의 원칙서른세 편의 에세이에서 저자는 곤궁했던 어린 시절도, 방황과 좌절의 청년 시절도 따듯한 시선으로 회고한다. 이러한 따뜻한 시선의 다른 이름은 바로 ‘무한긍정의 정신’이다. 이러한 무한긍정의 정신이야말로 저자가 이룬 성취의 가장 든든한 뿌리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따뜻한 시선은 책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그동안 앞만 보고 달리느라 지나쳐 온 것들에 눈길을 주어야겠습니다. 그리 많이 남지 않은 내 인생의 남은 길을 차분히 걸어가면서 길가의 소소한 풍경에 인사를 건네고, 그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을 좀 더 살뜰히 보살펴야겠습니다.”“요즘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기만 합니다. 너무 공부에 시달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학교에, 학원에, 과외에, 여기저기서 해야 할 공부가 넘쳐납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에 대한 부모의 관심도 넘치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도 넘칩니다. 굳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일침을 떠올리지 않아도, 감당하기 힘든 공부와 도를 넘어선 관심이 자칫 더 넓게, 더 높게, 더 깊게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시야를 막고 있는 건 아닌가 염려스러울 따름입니다.”이러한 따뜻한 시선은 가족과 사회의 낮은 곳을 바라보는 데에서도 한결같다. 아버지로서 노안이 온 큰 딸을 바라보는 측은함, 새벽에 일어나 작은 딸의 집 안 구석구석 청소하는 모습, 임신이 더뎌진 아들 내외를 위로하는 모습과 당신 때문에 임용 과정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던 아들을 바라보며 전전긍긍하는 모습 등이 그러하며, 탈북 청소년을 돕고, 해마다 크리스마스에 즈음하여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가 돕는 사랑의 닛시운동도 그러하다. 생색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시켜서 하는 일이다. 이러한 마음은 오래전 볶은 찹쌀을 한웅큼 쥐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나눠 먹던 시절부터 이어진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원칙을 다짐한다.“베푼 것은 즉시 잊고, 받은 은혜는 오래오래 기억하고 감사하자.”하지만 일흔 살 생일을 맞을 즈음에 남은 생의 원칙을 정하는 대목에서 김우식의 삶의 절정을 보는 듯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온 그가 마지막까지 견지하려는 것은 가르침이 아니라 배움이다.“배우고 익힌다. 깨닫고 이룬다. 나누고 떠난다.”그러면서 “인생이라는 수업 앞에서 우리는 모두가 무지한 학생입니다. 그러니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살아온 숱한 세월은 접어 두고, 이제부터는 맨 앞줄에 앉아 수업을 경청하는 학생의 마음으로 죽는 날까지 열심히 배우고 익혀야겠다 싶었습니다. 거기서 멈추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깨닫고 이루자고 다짐했습니다. 실천의 열매가 따르지 않는 깨달음은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아가 깨달아 이룬 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떠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겠다 다짐했습니다.”라고 쓰고 있다.그는 “인생 수업을 통해 얻은 것은 더불어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들과 나누고, 빈손으로, 가난한 마음으로, 왔던 곳으로 조용히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용렬한 인간들, 가진 자일수록 더 가지려 하고 권력을 쥔 자들이 그 권력에 더 집착하는 모습이 횡행하는 시대에 이러한 삶의 원칙, 떠남의 원칙을 천명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스승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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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심해서 그렇습니다 - 소극적 평화주의자의 인생다반사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소심해서 그렇습니다 - 소극적 평화주의자의 인생다반사
    • 유선경 지음
    • 동아일보사
    • 2015-11-30

    아무것이 아닌 그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사람이 많은 곳에서 넘어졌을 때 일어나야 할까 말까,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다른 사람의 시선일까, 나의 상처일까?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까봐, 그래서 당장 다음날 친구를 못 보게 될까봐 걱정했는데 다음날 아침 아무 일도 없을 때, 어젯밤 고민은 진짜 아무것도 아닌 걸까? 길을 걷다가, 사람을 대하다가, 일상을 살다가 떠오르는 생각들이 너무 작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에 온갖 중요한 것들이 넘쳐나서 이런 작은 생각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져서다. 그러나 어쩌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우리가 숨 쉴 구멍이란 이런 작은 생각들이 아닐까. 그래서 아무것이 아닌 게 아니라 우리 삶에 필요한 그 어떤 것이 아닐까. 이 책에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넘기기 쉬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읽다보면 나만 그런 것 아니라고, 다른 사람도 그렇다고 소심한 게 잘못이 아니라 실은 남들보다 더 섬세하고 따뜻한 거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꽃이 없어서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문득, 묻다>의 유선경 작가 신작 산문집섬세한 시각과 공감능력으로 많은 사람의 아침을 감동으로 열어주고 있는 라디오 방송작가 유선경. <소심해서 그렇습니다>는 열두 살 때까지만 소심할 것이라고 맹세한 뒤 그 뒤로는 무심한 척 보호색을 띄고 살아왔다는 작가가 오랜 기간 머릿속에서 품고 있던 보통의 느낌들을 짧은 글로 묶은 것이다. 짧은 글이지만 깊이는 짧지 않다. 작가 특유의 쉬운 말로 쓰여 있어 술술 읽히다가 어느 시점에서 탁, 하고 가슴에 와 닿는다. 일상에서 만나는 순간적 느낌을 섬세한 시각으로 담은 ‘별일 없는 날’, 누구나 사람을 대할 때 머릿속으로는 떠올렸으나 입 밖으로 꺼내기는 어려웠던 생각을 담은 ‘나와 참 다른 사람들’, ‘소심해서 그렇습니다’, 문득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다고 느껴질 때 읽어보면 위안이 되는 ‘아무렴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을까’ 등은 읽으면서 공감하고 덮고 나면 긴 여운을 남기는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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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의 침묵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소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의 침묵
    • 틱낫한 지음, 류재춘 옮김
    • 프런티어
    • 2015-11-30

    “행복은 마음의 침묵에서 온다”이 시대 최고의 정신적 멘토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마음 해법걱정, 불안, 두려움…마음의 소란함에서 벗어나행복한 나로 되돌아가는 연습 왜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켜두는가?왜 대화가 끊어지는 짧은 정적의 순간조차 견디지 못하는가?왜 책을 읽을 때조차 음악이 필요한가?:오늘날 정적은 매우 귀한 재화가 되었다. 어디를 가나 세상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도로를 점령한 차들은 경적을 울려대고, 상점들은 경쟁적으로 스피커폰을 울려댄다. 사람들은 목청껏 떠들어대고, 거리의 광고판은 쉴 새 없이 현란한 영상을 쏘아댄다. 이러한 시끄러운 환경에 익숙해서일까. 오히려 정적을 불편하고 두려운 것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요하고 차분하게 사색하는 소음 청정 지역이 사라진 시대, 온갖 소음들이 귀를 찔러대고 머리를 가득 채우는 소음 대량 생산의 시대에,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졌을까?이 시대의 정신적 멘토, 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받는 틱낫한 스님은 신간 《소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의 침묵》을 통해, 갈수록 소란해지는 우리의 삶에서 ‘침묵’이라는 행위가 갖는 가치와 의미 그리고 실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우리가 소음에 익숙해지는 이유는 거기에 자극이 있기 때문이다. 광고, 영화, 게임, 음악, 대화 등 외부의 수많은 소음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이나 해야 할 일에 대한 기준들이 담겨 있다. 그 소음들은 우리에게 더 높이 오르거나 더 많이 얻으려면 멈추지 말고 무작정 달려야 한다고 속삭이면서, 우리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에 집중하는 일을 방해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늘 더 가지지 못해 안달하며 두려워하거나 화를 내거나 질투하면서 살아간다. 정작 자신이 원하는 일은 하지 못한 채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삶에 침묵이 필요한 것은, 침묵이 내면을 가득 채운 소음을 가라앉히고 우리를 휴식하게 하며, 그 자체로 우리가 우리 자신이게끔 해주기 때문이다. 침묵이란, 내면의 소음을 잠재우고 고요해지는 마음을 말한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입을 다문 채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내면은 고요함으로 가득 차며, 비로소 자신의 진정한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다름 아닌 ‘깨어 있는 마음(mindfulness)’이며, 침묵이 우리에게 주는 강력한 힘이다.이 책에는 침묵이 갖는 강력한 내적 힘의 원천에 대한 원리적 설명뿐만 아니라, 실제 틱낫한 스님이 보거나 들은 침묵에 얽힌 신비로운 일화들 그리고 내적 힘을 기르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수행법들이 모두 담겨 있다. 불교의 가르침과 명상법을 현대인이 이해하고 실천하기 쉽도록 하는 데 평생을 바쳐온 틱낫한 스님은, 이 책에서도 종파를 넘어 마음의 평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따라할 수 있도록 자세하고 친근한 설명을 풀어놓았다.세계 유수의 선승들이 모이는 ‘플럼 빌리지 명상 센터’늘 마음이 깨어 있는 그곳에서의 명상 활동 중 하나인 ‘침묵’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수행 지침들혜민 스님을 비롯하여 세계 수천 명의 행자들이 마음의 본성을 깨닫기 위해 찾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명상 센터 ‘플럼 빌리지(plum village)’. 틱낫한 스님이 창설한 마음 수행 공동체로 30여 년 전 허름한 외양간에서 시작된 이곳은, “정신과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마음의 고통을 수행을 통해 스스로 치유한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로 마음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탁월한 장소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소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의 침묵》에서는 플럼 빌리지에서 다년간 정립한 침묵 수행에 관한 지침들이 수록되어 있되, 그 방법들은 모두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실천 가능한 것들이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걷거나 운전을 하거나 앉아 있거나 세수를 하다가도, 갑자기 울리는 전화 벨소리를 통해서도, 우리는 멈추고 호흡하고 의식을 몸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침묵의 힘에 가닿을 수 있으며 진정한 자신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이 책에는 ‘내면의 소음을 줄여주는 수행법’ ‘생각을 멈추기 위한 수행법’ ‘네 가지 진언 수행법’ ‘좌선 수행법’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수행법들이 소개되어 있다.바쁜 현실에 쫓겨 자신이 원하는 삶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면, 일상의 작은 행동부터 깨어 있는 마음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세상의 소음을 비워내고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참된 마음으로 타인과 진심으로 마주함으로써 온전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아는 것부터 행복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법까지우리가 매일 적은 시간이라도 수행을 해야 하는 이유는, 삶의 활기를 얻으면서 스스로 자신을 더 잘 살펴보기 위해서다. ‘침묵’은 우리에게 고요한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고, 사람들 속에서도 자제심을 잃지 않고 진정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수행은 단지 우리가 자신의 섬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세상과 교감하며 더 나은 인간관계를 지속시키는 데에도 수행은 필수적인데, 침묵 속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면서 세상과도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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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이 말해 준 것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신이 말해 준 것
    • 닐 도날드 월쉬 지음, 황하 옮김
    • 연금술사
    • 2015-11-30

    <신과 나눈 이야기> 완결편우리와 이야기를 나눈다면 신은 무슨 말부터 할까? 신이 우리에게 가장 먼저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신과 나눈 이야기> 시리즈의 저자 닐 도널드 월쉬를 통해 신은 그것을 다섯 단어로 압축한다. \"너희는 나를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 \'신은 누구이며, 인간에게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로부터 인간의 삶과 인류 역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오류들이 시작되었다. 인간은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 충분하지 않은 것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 어떤 인간이 다른 인간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그리하여 행복해야 할 상황에서 불행하고, 나눔과 사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싸움과 전쟁으로 얻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불행한 대안\'에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신과 삶에 대한 우리의 오랜 믿음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인정할 것인가? 신과 삶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불완전한 것임을 고백할 것인가? 개인의 삶과 세상에 대한 질문, 우리가 항상 느끼고 의문을 갖는 질문들, 옳고 그름, 인간관계, 시간과 공간에 대한 물음들……. 신은 이 물음들에 어떤 대답을 제시할 것인가? 삶과 사랑, 사람들과의 관계, 선과 악, 신에게 이르는 길, 그리고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신이 인류에게 주는 직설적인 메시지가 여기에 있다. 인생과 세상, 그리고 신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제시하는 신으로부터의 메시지이다.신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남자가 있었다. 5번 이혼하고 매달 양육비를 대야 하는 9명의 자녀를 가진 전직 지역 라디오방송 토크쇼 진행자였다. 직장에서 해고되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뼈가 뒤쪽으로 부러져 목에 깁스를 한 채 장애인 수당과 음식물 교환권에 의존하며 1년 동안 노숙자 공원에서 생활해야 했다. 49세의 어느 날 새벽 4시 20분, 잠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의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신에게 분노에 찬 편지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평탄하지 않은지, 어떻게 하면 불합리한 세상과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지 묻는. 그는 삶의 가장 당황스럽고 불만스러운 질문들을 신에게 던졌고, 놀랍게도 마치 받아쓰기를 하는 것처럼 신의 대답이 주어졌다. 신과의 대화는 종이 위에서 계속되었으며, 몇 달 뒤 그는 그 글들을 타이핑해 출판사로 보냈다. 신과 직접 대화를 나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쓴 원고를 출판사에서 책으로 만들 가능성은 백만분의 일에 가까웠으나,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9권의 『신과 나눈 이야기』 시리즈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전 세계 35개국에서 출간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최신간 『신이 말해 준 것What God Said』은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3천 페이지 분량의 『신과 나눈 이야기』에 담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들을 저자 자신이 가려뽑고 더 확장시켜 설명한 책이다. 삶과 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신이 인류에게 주는 핵심 메시지들이 여기에 있다. \"당신은 이것이 전부 말이 안 된다 생각하는가? 만일 삶이 지금과 똑같기를 바란다면, 이 세상이 현재 상태 그대로이기를 바란다면 당신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외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당신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야 할 때라는 내 말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여기 있는 메시지들은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해 존재한다.\" - 닐 도널드 월쉬새로운 여행의 출발점새로운 인간을 위한 시간영혼의 언어로 말하라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인류의 이 이야기를 신조차 정의 내릴 수 없는 너무도 귀중한 존재로 풀어내라 사랑을 깊이 실천하여눈물의 말이‘바다’가 되고자비의 학교가 세상 가장 큰 기관이 되게 하라함께 나눠야 할 우리의 여정에서 아무도 이 길을 혼자 걷게 하지 말라영혼의 언어로 말하라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엘 클레어 <집은 나를 기억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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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이 뛴다는 말 - 적막하고 소란한 밤의 병원 이야기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심장이 뛴다는 말 - 적막하고 소란한 밤의 병원 이야기
    • 정의석 지음
    • 스윙밴드
    • 2015-11-30

    종합병원 중환자실과 수술장에서 보낸 어느 흉부외과 의사의 치열한 10년의 시간에 관한 기록“그대, 심장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심장이 뛰는 동안,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심장이 멈추면, 우리의 삶도 멈추죠.”그는 매일 심장을 봅니다. 아픈 심장을 고치는 것이 그의 일입니다. 그는 흉부외과 의사입니다.“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병원의 진짜 풍경” 병원은 언제나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긴박하고 애달프고 냉혹한 드라마가 펼쳐지는 곳이다. 대동맥이 터진 채 한밤중에 응급실로 실려오는 환자, 숨소리를 크게 내는 것조차 허락지 않는 수술장의 긴장과 고요, 혼수상태로 인공호흡기를 낀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기도하는 보호자들, 긴 시간의 투병으로 쇄약해진 환자들이 신음하는 병동, 그 모든 고통과 절망의 틈새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의료진. 언젠가 스러질 육체를 가진 인간에게 병원은 그 자체로 삶의 빛과 어둠이 강렬하게 부각되는 장소일 수밖에 없다. 병원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질병이나 의학 관련 뉴스가 언제나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는 이유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환자나 보호자가 되어 병원을 찾지 않는 한, 병원의 진짜 풍경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병원은 모르고 살수록 좋은 곳이라 믿고, 이해당사자가 아닌 한 알 필요가 없는 곳으로 병원을 꼽는다. 현대인에게 병원은 삶을 시작하는 장소이자 삶을 마감하게 될 유일한 장소로 기능하고 존재한다. 누구나 언젠가 병원에 가게 될 것이고, 그곳에서 적나라한 인간의 풍경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이 순간, 병원이 일이고 삶인 한 흉부외과 의사의 안내에 따라 병원의 내부를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아직 많은 것들을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금이, 더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을 때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일 테니까. 『심장이 뛴다는 말』은 종합병원 흉부외과 의사인 저자가 전공의 시절부터 기록해온 일기에서 출발했다. “중환자 담당 스케줄이 시작되기 직전에 몇 가지 결심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기록을 남기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난 뒤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리고 그때 내가 어떻게 했는지 객관화해서 돌아보고 생각할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고 싶어서였다.”(「중환자실」) 매일 수술장과 중환자실, 응급실을 뛰어다니는 사이에, 잠들면 안 되는 밤이나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저자는 기록을 남겼다. 그의 기록 속 병원은 극한의 상황, 극단적인 상황, 극적인 상황이 매일매일 무한 반복되는 곳이다. 엄청난 피와 땀, 비명과 눈물이 페이지 갈피마다 새겨져 있다. 돈 때문에 가난 때문에 삶을 포기하려는 환자가 있고, 무지와 고집으로 죽음에 이르고 마는 환자도 있다. 가망 없는 환자를 붙들고 놓지 못하는 가족이 나오고, 가망 없는 환자를 죽게 했다고 발길질을 날리는 보호자가 나온다. 그리고 능력에 대한 불안과 무거운 책임감 사이에서 번민하는 의사가 언제나 그들 속에 있다. 기적이나 감동은 드물게만 일어난다. 어떠한 꾸밈도 가감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진짜 병원 풍경만이 담겨 있다. “생명의 마지막 희망을 움켜쥔 사람들” 책에는 저자가 심장 전문의로 만난 여러 환자들의 사례가 소개된다.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모두가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 이야기다. 사고인 경우도 있고 지병이거나 노환인 경우도 있지만, 심장이 터지고, 대동맥이 찢어지고, 심장 혈관이 늘어날 대로 늘어난 환자들은 하나같이 죽음의 문턱에서 병원에 실려온다. 그러한 환자를 매일 낮, 매일 밤, 만나고 수술하고 경과를 지켜보는 의사는 환자가 살아나면 기뻐하고 돌아가시면 자책한다. 죽을 수도 있는 어려운 수술을 두 번이나 함께한 환자와의 인연(「인연」), 10번의 수술과 50일의 중환자실 입원, 1년의 재활치료를 이겨내고 결국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은 비행기 조종사(「비행」), 인공판막 수술을 받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모두를 조마조마하게 했던 할아버지(「희망」), 결핵으로 폐를 잃었지만 힘겨운 수술을 이겨내고 끝내 삶을 되찾은 젊은 엄마(「오버 더 레인보우」) 등의 이야기는 얼핏 흔하고 진부한 최루성 드라마를 닮았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이런 해피엔딩이 현실에선 결코 흔하지도 진부하지도 않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많은 경우, 환자들은 응급실을 거쳐 수술실로, 그다음 중환자실로, 그리고 마침내 병동으로 가게 되면 천만다행이다. 사실 병원에서 일어나는 많은 응급상황은 그 중간쯤 어디선가 멈춰버리는 이야기가 더 흔하다. 혹은 살아나더라도 더 많은 근심과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이런 상황을 10년 동안 매일 같이 맞닥뜨린 저자는 깨닫는다. “두렵고 무서운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 같은 건 어차피 없다. 살아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더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것뿐.” (「질문」) 『심장이 뛴다는 말』이 의미심장한 지점은 바로 여기서부터다. 이 책에는 우리가 만일 인터넷 기사로 그런 사연을 보았다면 ‘어리석다’ ‘한심하다’ ‘무식하다’ ‘노답이다’ 등의 댓글을 달고 싶어지는 상황들이 넘쳐난다. 폐에서 종괴가 발견되었는데 안수치료를 받겠다고 병원을 탈출해 20일 만에 저세상으로 간 환자(「2005년 3월 7일」), 동호회에서 처음 만나 술을 마시고 싸우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칼로 찔러 결국 죽게 만든 사건(「세 남자」), ‘편히 가시길 바란다’며 50대인 어머니의 수술을 포기하려는 아들(「2008년 5월 4일」), 메르스 환자의 치료책을 찾기 위한 흉부외과 기자 간담회를 자신의 카페에서 하지 말라며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해버린 카페 사장(「혐오」), 의식불명 상태로 심장이 멎어가는 아버지의 임종을 딸이 지켜볼 수 있도록 시간을 끌어달라는 보호자들(「익숙함에 관하여」) 등등. 그 모두가 몹시 소란하고 한없이 적막한 삶의 풍경들이다.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자신이 환자 또는 보호자가 되기 전까지는 결코 질병에 대해, 죽음에 대해, 그리고 의사의 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는 정말 그 순간이 닥쳐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미처 알지 못한 채 허둥거릴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토록 생생하고 치열한 의사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움켜쥐고 놓지 않는다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26개월 동안 다섯 번 넘게 수술을 받으면서도 병원 복도를 뛰어다니고 친구들을 사귀고, 그렇게 살아 있었던 한 아이의 죽음(「26개월」)을 그저 실패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권리와 존엄, 가치와 신념,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아파하며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귀 기울여볼 수 있을 것이다. 병원에 실려오는, 병상을 지키는, 환자를 수술하고 돌보는 모두를 향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세상에 죽어도 좋은 것은 없어요. 돌아가시지 않게 하려고 수술하는 것이고요.”(「죽어도 좋아요」) “의사, 그 또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우리 사회는 의사라는 ‘전문직’에 대해서 상반된 두 가지 태도, 즉 경외심과 두려움, 세속적 선망과 평가절하의 이중적 태도를 취한다. 자신의 몸과 목숨을 맡길 때 의사는 절대적 의지와 신뢰를 보내는 존재고, 어떠한 경우에도 의사가 나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한편, 더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의 환자와 가족에게 의사는 원망과 절망을 투사하는 대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사는 휴머니즘으로 가득한 숭고한 직업이 된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과 병원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수술이나 치료를 권하는 의사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말하고, ‘내 몸은 내가 잘 안다’는 말로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논하며, 병원과 의사에게 불신과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이러한 현상은 의료 기술이 진보하고 의학 지식이 보편화될수록 더욱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 결과, 저자처럼 생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수술을 하는 흉부외과는 노동의 강도에 비해 보상이 적은 극한 직업이 되었고, 해마다 신규 의사 수가 줄어드는 ‘멸종위기과’가 되어가고 있다(「멸종위기종」). 또 메르스가 창궐해 온 나라가 공포에 휩싸였을 때, 에크모 장비를 이용해 목숨 걸고 환자를 치료한 흉부외과 의료진은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에크모」). 어쩌면 이 모든 이야기들은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서, 때에 따라서, 입장에 따라서, 다르게 들리고 다르게 이해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고민과 질문들에 답하려 애쓰며, 자신의 자리는 언제나 아파하는 환자 곁이라고 믿는, 그러한 의사들이 아직 세상에는 많이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혹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잘못될까봐 밤새 환자 침상 밑에 쪼그려 앉아 약을 주는 의사, 돌아가실 뻔한 환자가 살아나 아프다며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의사, 아픈 환자들이 서운해할까봐 미용실에도 가지 못하는 의사, 언젠가 우리가 가야 할 병원에서 그런 의사를 만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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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에게 들려주는 아버지의 이야기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아들에게 들려주는 아버지의 이야기
    • 양동표 지음
    • 지식과감성#
    • 2015-11-30

    “나는 언제나 위인 영웅의 일대기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에 큰 매력을 느꼈고 그런 책들을 찾아 읽기도 했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이 공감하고 일상생활의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 데는 다른 보통사람들 이야기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믿고 있다. 내가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쓸 만큼 훌륭한 일을 하거나 명성을 날린 사람은 아니라도 나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이야기가 읽는 사람에게 흥미 있고 반면교사(反面敎師)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 머리 중에서『아들에게 들려주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담담히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의 부제인 ‘결코 평범치 못했던 시대를 살아온 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드러나듯 그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동아일보 현직 기자로 활동하던 중, 10월 유신 사태를 맞이해 등 떠밀리듯 미국으로 떠나야만 했던 저자의 인생 여정을 듣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의 암울했던 근현대사의 모습이 눈앞에 선연히 펼쳐질 것이다.한국에 남아 함께 뒹굴고 싸웠어야 했는데, 의지가 약해 그러지 못했던 본인을 탓하며 아들의 이름을 “매서운 의지” 意烈(의열)이라 지었다 고백하는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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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이 있는 풍경 - 북한 아들을 찾아 떠난 남한 엄마의 다섯 번에 걸친 아주 특별한 여행기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아들이 있는 풍경 - 북한 아들을 찾아 떠난 남한 엄마의 다섯 번에 걸친 아주 특별한 여행기
    • 이혜리 지음, 노은미 옮김
    • 디오네
    • 2015-11-30

    미국 CNN, NBC, Nightline 뉴스와 투데이 쇼, 오프라 쇼 출연「LA 타임즈」「시카고 트리뷴」베스트셀러 작가가 전하는다섯 번에 걸친 아주 특별한 여행기 1997년 4월 18일. 미국에 사는 86세의 할머니는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하여 서울과 베이징(北京)을 거쳐 드디어 옌지(延吉)에 도착하였다. 47년간의 생이별 후에 드디어 남한 엄마가 북한에 있는 자신의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할머니는 비행기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도착하는 이 힘겨운 여정을 버텼다. 그 길에 손녀딸인 이혜리가 동행하였다. 그녀는 그 숨 막혔던 과정을 생생한 문체로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이 책을 썼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이 에세이를 쓴 이유 재미 소설가인 이혜리는 1996년 『할머니가 있는 풍경(Still Life with Rice)』으로 세간의 이목을 끈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1950년 한국동란 중 외할머니가 겪었던 피난 이야기를 다룬 그녀의 실화소설은 장남이었던 이용운이 북을 빠져 나오지 못하면서 서로 생사도 모른 채 살게 된 가슴 아픈 가족사를 기록했다. 그녀는 그 책에서 외삼촌의 실명을 사용하고 그의 사진을 소개했는데, 한국에서 번역본이 출간되면서 이 씨의 가족은 북의 가족이 위험에 처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손녀인 이혜리는 외할머니에게 아들을 다시 만나게 해 주겠다고 감히 약속하고, ‘가족 상봉’이라는 위험천만한 계획의 실행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녀는 탈북의 현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 모든 과정을 비디오에 담았다. 1997년 당시만 해도 북한 주민의 삶은 철저히 장벽에 가려져 있었고,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던 북한 주민의 탈북현상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릴 의무가 있어. 자유를 갈망하는 절박한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세상에 알려야 해.”“아들은 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 할머니는 아들을 잃어버린 고통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미국 CNN, AP통신, 「LA 타임즈」, 오프라 쇼 등에서 주목하버드대, 스탠포드대, 예일대 등에서 강연 쇄도 5년여가 흐른 2002년, 『In the Absence of Sun(아들이 있는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북한 아들을 찾아 떠난 남한 엄마의 다섯 번에 걸친 아주 특별한 여행기’가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책 제목은 북한이 빛(Sun)이 없는 어두운 곳이라는 뜻과 함께, 또한 할머니가 아들(Son)을 잃어버린 고통의 시간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출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유명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혜리는 그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산가족의 고통과 탈북자들의 현실을 미국에 알렸다. 이어 CNN, NBC, AP통신, Nightline, 「LA 타임즈」「시카고 트리뷴」 「피플즈 매거진」 투데이 쇼 등 TV뉴스와 잡지.방송에 출연했고, 하버드대학교와 스탠포드대학교, 예일대학교, UCLA 등 유명대학과 강연회에서 전화가 쇄도했으며, 급기야는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초청으로 워싱턴 DC에 가서 이민법 관련 청문회에서 ‘탈북민의 현실’에 대해 증언하였다. 『아들이 있는 풍경』은 현재 미국 전역의 학교와 교육기관에서 한국에 대한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긴장감 넘치면서도 훌륭하고 아름답게 완성된 탈북기 이혜리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내 가족의 이야기를 독자와 나눔으로써 터무니없는 북한의 독재와 그 치하의 사람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조명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1997년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하여 다른 나라들이 탈북자들에 대한 보호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송환을 두려워하는 수많은 탈북자들이 중국, 러시아, 몽골 등지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 재정적 지원이나 인맥이 없는 경우, 이들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에 작가는 질문한다. “과연 누가 이들을 도울 것인가?” 그러면서 그녀는 “이 이야기는 한 가족이, 한 사람이 그리고 하나의 행동이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 연결돼 있음을 증언한다. 우리가 이 연결성을 이해할 때 드디어 평화가 가능해진다”며 책을 마무리한다. 『아들이 있는 풍경』은 경비가 삼엄한 국경을 넘나드는 모습과 감동적인 가족애와 예기치 못한 로맨스를 담고 있는, 긴장감 넘치면서도 훌륭하고 아름답게 완성된 탈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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