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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스토랑 만테까레는 오픈중 (커버이미지)
    [문학]레스토랑 만테까레는 오픈중
    • 김동진 지음
    • 서랍의날씨
    • 2023-12-27

    요리가 우리의 삶과 같다고?현직 셰프가 따뜻한 글로 써내려가는살맛나는 이야기!‘만테까레(Mantecare).’ 전문 요리사가 아닌 일반인들에겐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 요리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이기 때문이다.이탈리아 요리에서는 오일이 들어가는 요리가 많다. 그 오일과 야채나 투입된 수분이 하나의 소스과 되도록 하는 ‘유화’, 파스타의 면에서 전분을 빼놓아서 ‘점성’을 높이는 작업, 뜨거운 열에 가해지는 펜과 요리의 빈 공간 사이에 차가운 공기가 들어가도록 강한 ‘휘핑’을 하는 등 요리의 여러 과정을 거친 끝에 그 마무리 과정에서 모든 것이 하나의 맛으로 뭉치도록 하는 과정을 바로 만테까레라 한다.그 과정은 생각보다 힘도 많이 들어가고 까다롭기까지 하며 섬세함도 필요하다. 현직 요리사의 음식 만드는 손으로 처음 소설을 집필한 저자는 주방에서 이루어지는 그 과정을 서로 다른 인연들이 만나 하나의 되도록 하는 과정으로 비유하고 싶었기에 ‘만테까레’라는 용어를 작품 속의 식당 이름으로 사용했다고 밝힌다.여러 재료들을 현실의 여러 사람들로, 하나의 맛이 되는 건 그 사람들이 하나의 인연이 되는 것으로 비유하여 작중 주인공이 운영하는 식당이 하나의 인연과 추억으로 만들어지는 곳으로 기능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묻어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힘들기만 한 인생도 맛있어질 수 있을까?맛있는 인생을 만드는 레스토랑, ‘만테까레’로 오세요!이처럼 만테까레의 용어가 그러하듯 서로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그 일을 헤쳐내고 이겨내었을 때 얼마나 큰 행복에 다다를 수 있을지를 이번 소설은 만테까레에 비유해서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타인의 마음을 얻고 싶은 사람, 행복함을 잊고 지침에 익숙해져버린 사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 타인과의 접촉을 거부하는 사람, 꿈을 찾고자 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과 일분일초라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 등을 마주하게 될 주인공 요리사 ‘지서’를 통해 독자들은 사랑과 행복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동기부여를 얻게 될 것이며 이 소설 속에서 그 이야기들을 이끄는 것이 바로 ‘요리’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그 인생 요리를 함께하는 행복들 독자들에게도 보여주고자 한다.앞서 밝혔듯이 저자는 글을 쓰는 소설가이기도 하지만 요리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를 쓰기 전부터 작중 공간의 이름을 요리의 기술에서 따오고 그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서 쓸 수 있었다.수많은 종류의 파스타, 값비싼 스테이크, 맛있는 아란치니 등의 이탈리아 요리에서부터 우리가 흔히 먹는 김치찌개까지, 독자들이 어떻게 볼게 될지는 모르지만 저자가 다름 아닌 요리사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을 썼다고 자부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맛있는 것과 사랑이 가득하고자 하는 ‘만테까레’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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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베르 선생님의 세 번째 복수 (커버이미지)
    [문학]로베르 선생님의 세 번째 복수
    •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 윤미연 옮김
    • 북극곰
    • 2023-12-27

    2021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에 빛나는 작가,장 클로드 무를르바가 들려주는 사악하고 잔인한 복수 코미디.프랑스 및 유럽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스위스 크로노스상 수상★ 벨기에 베르나르 버셀레상 수상★ 보겐시 독자의 씨앗상 수상독자를 한시도 가만두질 않고, 계속 불안하게 만드는 잘 짜여진 소설.익살스러운 장면과 유창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훌륭한 코미디이다._Ricochet (프랑스 출판협회 리뷰)코미디가 이렇게까지 독자를 울릴 수가! 무를르바는 오묘한 긴장감으로 독자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시종일관 로베르 선생님과 엄마는 바보처럼 웃기다가 너무나 감동적인 반전을 선사합니다. 상처받은 모든 이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책!_이루리(작가/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_무를르바의 많은 작품은 우리 마음속에 은연 중 깊이 박힌 금기를 과감하게 깨부수고, 어린이/청소년 문학의 주제가 얼마나 다양하고 깊을 수 있는지 보여 준다. 『로베르 선생님의 세 번째 복수』도 예외가 아니다. 선생님의 복수극이라니! 섣불리 시도하다 이내 반성하고 용서하는 그런 스토리를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_ 정은주 (동화 작가, 『기소영의 친구들』 저자)_전직 교사였던 작가가 들려주는 선생과 제자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유쾌하게 비튼 복수 코미디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선생님이 되어 가해자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복수극이 전세계적으로 인기이다. 그런데, 일찌감치 선생님의 복수극을 그린 프랑스 작가가 있다. 바로 2021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하고, 유럽 청소년들의 ‘파울로 코엘료’라고 불리는 프랑스 최고의 이야기꾼, 장 클로드 무를르바이다. 무를르바는 배우와 작가가 되기 전, 10여 년간 중등 교사로 지냈다. 그래서일까? 소설의 주인공, 로베르 선생님의 복수극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만큼 거침이 없다. 절대 꿈꿔서는 안 될 금기를 깨뜨릴 때의 짜릿함과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독자로 하여금 시종일관 불안과 긴장 속에서 로베르 선생님의 복수극을 따라가게 만든다. 책을 펼친 순간 마지막 장까지 한번에 내달릴 수밖에 없다. 어떻게 선생님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지만, 한편으론 그 마음이 이해되기도 한다. 통쾌하고 짜릿하게 읽다 보면 선생님에 대한 많은 생각과 만나게 되는 소설이다.복수만을 꿈꾸며 악몽 같은 교직 생활을 37년이나 버틴 로베르 푸티파르.정년퇴직 후 그 원대한 복수 계획을 실행하기로 한다.학창 시절 끔찍한 왕따의 희생자였던 로베르는 오로지 못된 아이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려고 선생님이 된다. 그러나, 세상은 변해 교사의 권위가 이전만 못하다. 이젠 선생이라고 해서 아이들 볼기를 맘대로 때릴 수도, 머리채를 잡고 흔들 수도, 심지어 귀를 살짝 잡아당겨서도 절대 안 된다. 그렇게 로베르의 분통 터지는 교사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말썽꾸러기 아이들은 끊임없이 로베르를 놀리고 자극하고 화나게 한다. 심지어 테러에 가까운 장난도 서슴지 않는다. 로베르의 마음속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싹트기 시작하고, 결국 로베르 푸티파르는 교사로선 절대 품어선 안 될 계획을 세운다. 바로, 자신의 제자들을 향한 사악하고 잔인한(?) 복수이다. 과연 로베르 푸티파르는 복수에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풍자와 유머의 대가 장 클로드 무를르바가 보여 주는 선생님과 제자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교실에서는 학생들의 인권과 선생님의 교권이 잘 지켜져야 한다. 둘 중 어떤 권리가 우선일 수는 없다. 나란히 존중받아야 한다. 우린 오랫동안 교권이 우세한 교실을 경험하다 최근엔 교권이 처참하게 무너진 교실을 뉴스로 접하기도 한다. 10여 년간 교사로도 재직했던 작가는 이런 변화의 상황을 년도까지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최대 장기인 풍자와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를 다루지만, 이 소설은 코미디이다. 아이들이 선생님께 하는 기발한 장난은 만화 속 어린 영웅이 악당을 혼내줄 때의 통쾌함과 짜릿함마저 선사한다. 선생님의 복수는 그보다 한술 더 떠서 악랄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다. 무를르바는 용서와 자비를 섣불리 내세우기 보다는 막장으로 한번 치달아 볼 것을 제안한다. 그 끝에는 분명 응어리 하나 없이 깨끗해진 마음과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가 있을 거라고.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그림으로 만나는 색다른 무를르바의 이야기 『로베르 선생님의 세 번째 복수』의 표지와 삽화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가 그렸다.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는 『유리 아이』 『사라지는 것들』과 같은 섬세하고 감정적인 그림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애독자가 있는 작가이다. 『로베르 선생님의 세 번째 복수』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초기 그림 스타일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여기서도 주인공들의 특징을 과장하고 희화한 독특한 그림들로 작품의 묘미를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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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림 : 쿠쉬룩 (커버이미지)
    [문학]림 : 쿠쉬룩
    •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12-27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 없이 자란 작품들이 이루는 숲의 여정을 떠나기를.” ‒ 천선란, 기획의 말 중에서림LIM 젊은 작가 신작 단편집 시리즈 첫 번째,남겨진 마음 사이를 꿰뚫고 지나가는 일곱 편의 이야기.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 시리즈는 일 년에 두 권, 무성한 에너지로 뚫고 나오는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엮어 선보인다. ‘–림’은 ‘숲’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자 이전에 없던 명사다. 이 세계에 그어진 구획을 담대하게 넘나드는 이야기들을 “기준과 경계 없이 한곳에” 모으기. 예측할 수 없이 얽히는 이야기의 숲. 소설을 매개로 우리가 따로 또 같이 존재하는 곳.그 첫 번째인 『쿠쉬룩』은 서윤빈, 서혜듬, 설재인, 육선민, 이혜오, 천선란, 최의택 작가와 전청림 문학평론가가 함께한다. 모두 첫 작품을 발표한 지 5년이 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이다. 특히 서혜듬 작가는 천선란 작가의 추천으로 림LIM 단편집을 통해 처음 소설을 발표한다. 공통의 기억으로부터 밀려나고 솎아진 존재들, 남은 이들과 떠나는 이들. 정해진 경로에서 이탈한 인격 AI부터 팽창한 사막을 건너는 인간까지. 저마다의 “원석 같은” 이야기가 일곱 개의 시공에서 펼쳐진다. 어느 날 입체감이 부여된 세계, 먹색 궤도에 진입하는 부유선, 새롭게 펼쳐지는 인어들의 여로, 증발한 이들을 찾아 들어간 신경 네트워크 속 무한한 공간……. 여기에서 우리는 낯선 자신을, 서로에게 깊이 연루된 서로를, 그 얽힘 속에서 때로는 진실에 가까운 믿음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제힘으로 피어난 수많은 작품을 싣고자 했다.\"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 시리즈는 2023년 봄호로 시작해 그 장르나 형식, 제도적 등단 절차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인 신작들을 엮어 독자들에게 뻗어갈 것이다. 천선란 작가가 ‘기획의 말’에서 인용한 뒤라스의 말처럼 “책은 세상의 빛을 보기 전까지는, 태어나고 밖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하는 비정형의 무엇”이다. 그들이 타고난 “까슬까슬함을, 거칠고 솔직한 말들을” 여기 처음으로 꺼내놓는다. “문학이라는 커다란 숲에 온전한 개체로 피어 있는 각기 다른 작품들을, 기준과 경계 없이 한곳에 모아 소개하는 것이 림LIM의 꿈이자, 숲이다.”첫 만남의 오롯한 떨림을 안고, 그 무성한 여정에 함께해주시기를 바란다.“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 없이 자란 작품들이 이루는 숲의 여정을 떠나기를.”‒ 천선란, 기획의 말 중에서 림LIM 젊은 작가 신작 단편집 시리즈 첫 번째,남겨진 마음 사이를 꿰뚫고 지나가는 일곱 편의 이야기.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 시리즈는 일 년에 두 권, 무성한 에너지로 뚫고 나오는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엮어 선보인다. ‘–림’은 ‘숲’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자 이전에 없던 명사다. 이 세계에 그어진 구획을 담대하게 넘나드는 이야기들을 “기준과 경계 없이 한곳에” 모으기. 예측할 수 없이 얽히는 이야기의 숲. 소설을 매개로 우리가 따로 또 같이 존재하는 곳. 그 첫 번째인 『쿠쉬룩』은 서윤빈, 서혜듬, 설재인, 육선민, 이혜오, 천선란, 최의택 작가와 전청림 문학평론가가 함께한다.“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소멸은 없어.찾을 수 없다는 건 살아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지.”여기, 무언가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서윤빈의 「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는 자율주행 차량 ‘콜오토’가 상용화된 사회, 보험 회사에서 일하는 ‘나(한소임)’ 앞에 어느 날 도착한 사건 개요서 한 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여느 때처럼 간단히 과실을 나누려던 교통사고의 배경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존재인, 스스로 이름을 부여한 인격 AI ‘연화’가 있다. “시스템과 자아, 인공지능과 인격, 최적과 최선, 규칙과 사명, 비인간과 인간 사이에서”(전청림, 작품 해설 중) 움직이는 ‘연화’의 이야기는 “인간이 가진 ‘마음’의 특성”과 사랑의 조건을 되물으며 새로운 길을 탐색한다. 정해진 경로에서 이탈한 ‘연화’는 어디에 당도하고자 했을까.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이들은 이제 어떤 마음으로 달려갈 수 있을까.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을 통해 처음 소설을 발표하는 서혜듬의 「영의 존재」는 십 년 만에 만난 ‘영이’와 ‘나(선주)’ 사이에 그어진 “서걱거리는” 단면 앞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사람이 바글거리는 곳에서도 “안테나처럼 팔을 세우고” 서로를 찾을 수 있던 둘, 노을이 부서지던 부두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존재에 기대어 있던 둘. 우연히 개인 상담을 함께한 후로 ‘나’는 ‘영이’와 삶의 깊숙한 부분을 공유하게 되었다고 믿는다. 동질감, 비밀스러운 연대, 동정과 기만, 그 모든 것을 쥐고 있다는 도취감과 그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뒤섞인 채로. 「영의 존재」는 우리가 어딘가 두고 온, 그러나 여전히 같은 부피만큼 “그냥 거기 계속 머물러” 있을 이들의 빈자리를 다시 마련한다. 아이, 사통, 일반전형, 부드럽고 어리고 징그러운 귀들, 고인……. 수많은 익명으로 구성된 ‘학교’라는 공간은 단순히 한 시절의 배경만으로 남겨지지 않는다. 아무리 “공통의 기억에서 쫓아내려” 해도 누군가의 존재는 지워낼 수 없으므로. 설재인의 「이십 프로」에서 합격자 발표를 일주일 앞두고 몸을 던진 “고인”은 끊임없이 다른 누군가의 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구성원의 죄책감과 두려움, 분노,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를 집요하게 재생산한다. ‘나정’은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전혀 합치하지 않는데도” 이 불합리한 구도 안에 남아, 모두가 “생존 경쟁을 종용하는 사회의 카르마에서 쉬이 벗어날 수”(작품 해설 중) 없음을 선연하게 상기하도록 만든다.육선민의 「돌아오지 않는다」 속 인류는 먹색 지구를 뒤로한 채 화성에 터전을 꾸려 살아간다. ‘엄마’는 사용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주관적인 시야를 영상으로 송출하는 “메모리박스”를 개발한 과학자이자 지구에서 이주해 온 마지막 세대다. ‘나’는 기억 오류를 앓다가 세상을 떠난 엄마의 뼛가루 속에서 발견한 “구슬”을 품고, 조각조각 편집되고 응축된 기억들 사이로 하강한다. 여전히 푸른 지구가 남아 있다고 믿는 사이비 종교 단체 “청성교”의 부유선을 타고. “엄마의 무언가, 혹은 엄마”에게 다가가는 궤도이기를 바라며. “진짜”와 “진실” 사이를 가로지르는 “기억이 있는 곳”으로. “무언가를 지키는 마음을 소구하는 한편 무언가를 애도하는 방법”(작품 해설 중)까지도 아우르는 이 여정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게 될까.“기록은 언제나 남겨진 자의 몫이므로” 늘 온전하지 않고 기울어져 있다. 이혜오의 「하나 빼기」는 한 덩어리였던 세 아이의 세계를 ‘나’의 목소리로 그려낸다. “지안의 발과 연이의 팔꿈치가 내 이마 위에”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어느 여름밤. 이들은 “난생처음 목격한 형태의 불행”을 공유한다. “지안의 비밀이 ‘우리’ 사이를 봉합하려 들 때, 그것은 동시에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그들을 와해시키는 것이기도”하다. “연이의 손가락이 조심스레 내 손바닥을” 두드릴 때, 그 손을 털어내고 마침내 뒤돌아설 때. “우리가 어쩌다 그렇게 됐지?” 불가해한 물음을 안고 여기 혼자 남겨질 때. “이 시절을 통과하는 ‘나’는 그 안에 감춘 한 겹의 비밀처럼, 여러 겹으로 분화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작품 해설 중)천선란의 「쿠쉬룩」은 마인드 업로딩 시스템에서 종적을 감추고 “증발”한 이들을 찾아 나선 ‘엔릴’의 여정이자, 단 한 사람을 다시 마주하기 위한 순례길이다. ‘엔릴’은 ‘언니’를 찾아내겠다는 간절함을 안고 “실체가 없는 길”을 건넌다. 스스로 사라진 이들을 찾기 위해서는 “찾지 못할 것이라는, 이 길도 아닐 것이라는, 어디로 가든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지극히 행위의 목적을 배반하는 다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스템을 관장하는 인공지능 ‘발락’은 낯선 과거와 현재, 오래된 미래가 얽힌 장면으로 ‘엔릴’을 데려다 놓는다. “몇만 번씩 오독한 후에야” 비로소 이해되는 진실이 있는 곳. “우리만의 규칙”으로 이루어진 곳. 그 단서를 따라가다 보면 “끊임없이 상상하고 상상”해 만들어진 내일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더 넓은 세계로의 탐험을 꿈꾸는 이들은 교차하는 욕망을 품고도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최의택의 「멀리서 인어의 반향은」에서 ‘아리엘’은 “영원히 인간인 채로 살아야 할지 몰라 포기했던 인간화 마법을 쓰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꺼이 뭍으로 올라가기를 선택한다. 그 곁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평범하지 않은” 존재로 낙인찍혀온 ‘샤샤’와 ‘에릭’이 있다. 내가 다름 아닌 나로 살아가는 일, 그것을 선언하는 일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서로가 아닐까. 『인어공주』 원작을 산뜻하게 뒤엎는 이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시선을 교차하고 응답하며 다층성을 모색”(작품 해설 중)하고 새로운 서사를 불러일으킨다. 그 동력을 물으면 이렇게 답해올 것이다. “그만큼 간절하니까.” “뭔가를 할 수 있어야만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닿아보지 않은 바깥을 향한 여정,네가 있는 곳 또는 낯선 내가 있는 곳으로 그리하여 일곱 편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속도로 시공을 통과해 여기 도달한다. 그리고 이채로운 존재들의 목소리를 경유해 말한다. “데려다준다는 것의 최선은, 그 사람이 진정으로 가고 싶어 하는 곳에 도착하는 것”이며 “내가 있어야 할 곳 따윈” 없다는 것. “내가 있는 곳,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을 뿐”이라는 것. 이제 “안주할 수 없다는 것. 성장해야만 한다는 것. 넓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때로는 진정한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는 방식으로, 때로는 자신을 무너뜨리고 다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여기에서 우리는 이전과 다른 우리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와 타자가 얽혀 있는 세계 속에서 진짜와 가짜의 배타적인 심문은 의미가 없으며, 서로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함께 연루되어 있다는 진실만이 약동”(작품 해설 중)하므로. 이 한 권의 책이 가리키는 빛을 따라가면, 이제 이런 물음들이 남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다시 떠나야 하는지, 어디까지 가야 할지, 언제 되돌아와야만 하는지.”(작품 해설 중)“제힘으로 피어난 수많은 작품을 싣고자 했다.”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 시리즈는 2023년 봄호로 시작해 일 년에 두 권씩 선보인다. 그 장르나 형식, 제도적 등단 절차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인 신작들을 엮어 독자들에게 뻗어갈 것이다. 천선란 작가가 ‘기획의 말’에서 인용한 뒤라스의 말처럼 “책은 세상의 빛을 보기 전까지는, 태어나고 밖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하는 비정형의 무엇”이다. 그들이 타고난 “까슬까슬함을, 거칠고 솔직한 말들을” 여기 처음으로 꺼내놓는다. 문학이라는 커다란 숲에 온전한 개체로 피어 있는 각기 다른 작품들을, 기준과 경계 없이 한곳에 모아 소개하는 것이 림LIM의 꿈이자, 숲이다.”첫 만남의 오롯한 떨림을 안고, 그 무성한 여정에 함께해주시기를 바란다.웹진 LIMwww.webzinelim.com여기, 뚫고 나오는 이야기의 숲2023년 3월, 문학 웹진 LIM을 오픈합니다. 웹진 LIM은 여기의 젊은 작가들을 위한 새로운 연재 플랫폼입니다. 매주 장·단편 소설, 에세이 등 이채로운 신작들을 요일마다 연재합니다. 그중 일부를 엮어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 시리즈, 장편소설, 에세이집 등으로 출간합니다. 매월 발행하는 LIM 뉴스레터로 그 소식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3월 20일 월요일, 첫 연재작을 공개합니다. 월 | 윤혜은 장편소설 『멀어지는 기분』화 | 천선란 에세이 「바람과 햇볕의 기억」수 | 황모과 장편소설 『그린 레터—잎맥의 사랑 연대기』목 | 이하진 장편소설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금 | 이유리 단편소설 「달리는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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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녀가 되는 주문 (커버이미지)
    [문학]마녀가 되는 주문
    • 단요 지음
    • 책폴
    • 2023-12-27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 밤 11시에서 새벽 1시까지 비밀 게임 서버가 열려.” 서사의 반경을 거침없이 증폭하는 작가, 단요의 2023 신작! 첨예한 비판의식과 독보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또 하나의 강력한 이야기 지난 2022년 청소년소설 『다이브』로 독자들에게 인상적인 첫 인사를 전한 뒤 문윤성SF문학상, 박지리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 세계의 반경을 거침없이 증폭하는 단요 작가의 SF장편소설. 효율과 능력만이 우선시되는 먼 미래. 졸업 이후 불안한 앞날이 이어질 바엔 차라리 생의 단절이 나을까 고민하던 열일곱 살 서아는 비밀리에 운영되는 게임 서버에 ‘마법소녀’로 참가한다. 매주 목요일 밤 11시에서 새벽 1시까지, 게임의 비밀 서버가 열린다. 마법소녀, 혹은 마녀가 되는 주문으로 입장하면 ‘관리자’로 게임을 컨트롤하며 괴물을 처리하는 것이 서아의 주된 임무. 학교와 게임 서버의 이중생활을 적응해 가던 어느 날, 서아는 게임과 관련한 수상한 죽음이 15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과 음모를 파헤치면서 서아는 1년 전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되는데……! 마녀가 되거나, 되지 않거나, 될 수조차 없는 선택지 속에서 우리는 삶에 어떠한 주문을 바랄 수 있을까. 단요 작가는 사회 제도와 시스템 아래 제한되는 ‘안전한’ 삶의 프레임을 거둬 내고 그 바깥의 풍경을 과감히 ‘플레이(재생)’한다. 마치 누구라도 이를 직접 마주하길 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희망 대신 불안이 우리를 압도할지라도, 일상의 무력감과 회의감을 떨칠 수 없을지라도, 작가는 맞은편 벽 너머에서 홀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사람을 결코 ‘모른 척하지 않는다’. “언젠가, 아주 먼 나중에라도, 네가 말하면― 나는 도울게.”라며 곁에 선 이들의 숨결을 나지막이 채워 간다. 현실보다 더 사실적인 SF는 과연 존재할까? 먼 미래로 가닿은 ‘오늘’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 작가가 날카롭게 파고드는 세계와 그 세계를 딛고 나아가는 10대들의 이야기는 서늘한 만큼 더욱 아름답게 빛을 발한다. ‘청소년이었던 나’보다 ‘청소년’ 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이야기! 우리는 안다. 한 세계의 균열은 언제나 개인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_윤혜은(작가, 서점인)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니까- 나는, 새로운 마법소녀를 찾고 있어.” 망설임은 아주 짧았다. “먼 과거에는 인종, 성별, 민족과 같은 개념에 힘이 있었습니다.”라는 강렬한 첫 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회사는 생김새 때문에 지원자를 탈락시키고, 사람들은 피부색으로, 성별로, 신체 조건으로, 태어난 곳으로 구분되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의 일.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아이들이 꿈을 버렸던” 과거를 지나 “이제 세상이 바뀌어” 낡은 악습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드디어! 모두가 꿈꿔 왔던 ‘좋은 세상’이 미래에 도래한 것일까? 사람 간의 차별과 혐오와 멸시가 없는 사회를 이루게 된 것일까? 『마녀가 되는 주문』의 출발은 ‘새로운 세계의 선언’임에 분명하다. (누군가 열렬히 부르짖던 ‘공정한’ 세상이 구현된 미래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문장을 곰곰 들여다보면 이 ‘새로운 선언’이 끌고 나가는 사회 분위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듯하다. 아니 어쩌면, 성공과 실패의 운명이 더욱 일찍이 구분되는 세상인지도 모르겠다. “생김새보다 능력이 평가받는 시대”가 된 미래이기에 “실패는 나쁘고 성공은 좋고” “발전과 혁신이라는 가치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경쟁”해야만 한다. 낡아 빠진 개념으로 사람들을 가르지 않되, 누구라도 똑같은 출발선에 서서 뚜렷한 목적과 목표를 쟁취하고자 거침없이 내달리는 사회. 이러한 세상에 부합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경쟁하기 위해, ‘산학협력창의인재육성학교’가 문을 열었다. 대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만든 곳으로 이곳의 학생들은 오직 ‘능력, 합리, 혁신’이라는 슬로건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졸업 때까지 후원 기업을 못 구하면 막대한 학비를 떠안고 평생 빚더미 속을 허덕여야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개인의 불행’일 뿐, 학교의 그 누구도 책임지는 부분이 아니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최상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하므로. 따라서 학생들은 유망한 기업의 연구원이 되거나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가 된 미래를 꿈꾸며 일상을 버텨 낸다. 그럼에도 불안감과 고민이 지속되고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면? 주인공 서아의 처지도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재’ 소리를 듣고 자랐고 뛰어난 실력으로 산학협력창의인재육성학교에 입학했으나 어느덧 졸업이 가까워지는 열일곱 살. 딱히 후원 기업을 구하지 못했고 연구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을 초조하게 견디던 어느 날, 서아에게 열아홉 살의 ‘현’이 다가온다. 현은 서아에게 위태로운 나날을 살아가는 학생들을 위해 비밀리에 운영되는 게임 서버가 있다고 알려 준다. 그곳에서 누구는 달콤한 휴식을, 누구는 위로를, 누구는 여가와 오락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현은 이 게임에 등장하는 ‘괴물’을 없애고 운영 시스템을 컨트롤할 ‘새로운 마법소녀’가 되어 주기를 서아에게 부탁한다. 마법소녀, 혹은 마녀가 되어 주면 연구실 소속이 되어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현의 이야기. 서아는 고개를 끄덕여 제안을 수락하고, 이후 걷잡을 수 없는 과거와 현재의 딜레마에 빠져들고 만다. 이를테면, 나보다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는 건 배려일까, 아니면 자기만족일까. 뛰다 넘어진 친구를 못 본 척 내 레이스를 달려야 할까, 아님 결승선에 늦더라도 친구에게 손 내밀어 같이 경기를 마쳐야 할까. 불의를 보고도 참는 사람과 불의에 맞서는 사람 중 누가 더 용기 있을까. 친구 부탁을 어디까지 들어주어야 할까. 각자의 최선이 이끄는 선택과 결과는 온전히 개인 책임으로만 남을까……. 일찍이 ‘생존 룰’을 알아 버린 아이들이 가감 없이 맞닥뜨리는 세상의 민낯은 너무 투명하거나 혹은 너무나 불투명해서, 그 어떤 색으로도 묻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하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슬퍼집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비겁해집니다. 『마녀가 되는 주문』은 그 슬픔과 비겁해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_작가의 말에서 “다른 애들처럼 너무 멀어지진 않았으면 좋겠어. 네 세상과 내 세상이 너무 달라지진 않았으면 좋겠어.”『마녀가 되는 주문』의 배경은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다가갈 것이다. 미래의 한국일 수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일 수도 있다. 가깝게 20년 후일 수도, 멀리는 100년 후로 느껴지기도 한다. 단요 작가는 ‘누구라도 자유롭게 상상하기 나름인’ 미래 사회를 그리며 이 작품을 써 내려갔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는 동안 모두가 마주하는 삶의 근원적 요소는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이어져 오는 존재의 보편성을 되새기게 한다. 인간성이 배제될지라도 경제적 효율과 가치적 활용의 쓸모만을 앞세우는 미래 사회는 언제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마녀가 되는 주문』은 미래의 시공간을 다루는 작품이지만, 지금 이 사회의 망가져 가는 일부를 서늘할 만큼 적확하게 비추고 있다. 내가 ‘속한’ 집단 혹은 사회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 쓰는 일상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맞닥뜨리는 삶의 분투이다. 분투하는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서로 간의 경쟁이 더욱 극심해지면서, 10대들은 각자의 책임과 가능성과 실패를 ‘성공’이라는 저울판에 위태롭게 올려놓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탁월하게 설계해 낸 이 한 편의 SF를 함께 읽으며 우리는 ‘마녀가 되거나, 되지 않거나, 될 수조차 없는’ 삶의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더 나은 방향을 찾아 갈 수 있을까. 자책보다 단단한 책임과 용기를 기를 수 있는 힘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을까. 주인공 서아는 시스템 안팎의 음모와 진실을 알아 가고 추악한 비리를 파헤치며 끝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신념을 둘러싼 현실적 고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고 이는 ‘열일곱 살의 서아’ 이전부터 오래도록 이어져 왔던 일이다. 보상과 대가를 반드시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를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 올바름이 무엇일지, 최선의 선택이 어떤 것일지 저울질하게 만드는 세상. 사회적 책임과 잘못이 개인에게로만 전가되는 세상 앞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굳이 나눌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미래의 어딘가 놓여 있는 이 학교 역시 15년 넘도록 수상한 죽음과 공존해 왔을 테니까. 그러므로 오늘도 비밀 서버의 문이 열리고 하나둘 아이들의 입장이 시작된다. 모든 준비를 끝낸 마녀도 게임에 들어간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날지 모르는 괴물을 처치하러, 혹은 비극이 차라리 위안이 될 누군가를 만나러………. 삶의 순간순간에는 풀리지 않는 고민들이 퍼즐처럼 얽혀 있다. 어떻게든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행운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러니 기약 없어도 희망을 바라며 지내는 편이 좋을까? 작품을 읽는 동안, 그 어느 페이지에서도 눈을 떼지 못할 우리에게 ‘마녀’는 저마다의 의미로 가닿을 것이다. 마녀는 삶의 상징일까, 구원의 희망일까, 혹은 또 다른 무엇으로 존재할까. 모든 사람이 숨기고 있는 삶의 표정 하나씩을 드리운 채, 오늘도 마녀는 ‘마녀가 되는 주문’을 외기 시작한다. “무늬 유리를 사이에 두고 다른 세상의 마법을 구경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삶의 경계에서, 끝내 사라지지 않을 어떤 희망의 주문이 10대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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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마 블랑카의 회고록 (커버이미지)
    [문학]마마 블랑카의 회고록
    • 테레사 데 라 파라 지음, 엄지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12-27

    과거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되살아나는 것……봉인 해제, 베네수엘라 할머니의 비밀 회고록베네수엘라 최초의 위대한 여성 작가이자 가장 탁월한 라틴 아메리카 여성 작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테레사 데 라 파라의 대표작. 국내 초역. 일흔다섯 살의 할머니가 눌러쓴 회고록이자 지금은 사라진 보물 같은 낙원으로서의 어린 시절과 베네수엘라 농장 사회의 아름다운 세계를 시적인 문체로 그린 소설이다. 마마 블랑카가 들려주는 조곤조곤하지만 유머러스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의 무한한 지평을 열어주는 ‘이야기 박물관’의 역할을 한다. 베네수엘라를 넘어 범세계적인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작품.꼬깃꼬깃한 오백여 장의 원고 뭉치에서무한히 증식하는 이야기《마마 블랑카의 회고록》이 출간된 1929년의 베네수엘라는 농촌공동체가 무너지고 산업화 사회로 급격히 이행되던 시기였다. 자연스레 문학의 주된 담론 역시 ‘전통이냐 문명이냐’에 대한 해답 찾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테레사 데 라 파라는 이에 대해 성급히 결론짓지 않고, 시간을 되짚어 유효한 삶의 가치만 걸러내는 방식으로 베네수엘라의 현재를 그려냈다. 그로부터 다시 100년 가까이 지나 비로소 우리에게 전해진 이 소설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삶의 소중한 감각이 무엇인지 끈덕지고 흡인력 있는 언어로 들려준다.마마 블랑카라는 이름은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내 입술에서는 좀 낯설게 느껴지지만, 너그러운 마음씨에 늘 미소 짓던 할머니에게는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건 그녀의 맏손자가 할머니를 그렇게 부르면서 붙은 이름이었다.(10쪽)일흔 살이 넘은 ‘마마 블랑카’는 열두 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녀와 우정을 나누며, 리넨 종이 오백여 장에 기록한 자신의 ‘기억의 초상화’를 소녀에게 남긴다. ‘아무에게도 보여주면 안 된다’던(자식들에게까지!) 그 원고는 소녀에 의해 회고록으로 출판된다. 회고록에 담긴 마마 블랑카, 그러니까 ‘블랑카 니에베스’의 삶은 사탕수수 농장인 ‘피에드라 아술’에서 시작된다. 여섯 자매 중 셋째였던 그는, 곱슬머리에 집착하며 틈날 때마다 그의 머리를 말아대던 엄마, 바람 잘 날 없던 자매들과의 일상, 자매들을 늘 즐겁게 해주던 ‘사촌 후안초’, 좋은 친구이자 우직한 일꾼이었던 ‘비센테 이’, 클럽이자 극장이었던 사탕수수 제분소, 나무 이파리나 돌멩이 같은 자연의 장난감과 더불어 낙원 같은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대도시인 카라카스로 이사하면서 그의 삶은 급격히 전복되고 마는데…….“알다시피 그건 네게 주는 거야. 내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바치는 글이니까 당연히 그 아이들에게 물려주려고 했지. 그런데 그 아이들은 ‘와, 할머니 물건이다!’라고 말하면서 슬며시 웃고 나면, 한 번도 들춰 보지 않고 구석에 처박아둘 것 같은 예감이 들더구나. 그 아이들을 위해서 쓴 글을 네게 물려주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야. 원하면 읽어봐. 하지만 아무에게도 보여주면 안 돼.”(23쪽)‘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라는 익숙한 외피를 지녔음에도 《마마 블랑카의 회고록》은 당시의 독자들을 매료시키며 고전으로서의 외연을 넓혀나갔다. 이것은 소설이 단순한 노스탤지어에 머무르지 않고, 할머니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무한히 증식하는 삶의 지도를 부단히 그려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사람의 생을 고스란히 드러낼 때 가장 효과적인 ‘회고록’이라는 서술 방식과 문명 이래 가장 뛰어난 스토리텔러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은 ‘할머니’라는 화자가 결합해 소설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마마 블랑카는 가감 없이, 거침없이 자신의 기억을 거슬러 오른다. “착하기 그지없는 큰언니”부터 악다구니를 쓰며 다퉈야 했던 둘째 언니 ‘비올레타’, 여섯 자매를 훌륭하게 건사하지만 “여자는 아름답게 보여야 한다는 고된 의무”감에 빠져 곱슬머리 만들기에 집착했던 엄마, 그리고 아들이 태어나면 자기 이름을 물려주겠다며 대놓고 아들을 바란 아빠까지 마마 블랑카의 어린 시절을 이루는 인물들이 모두 아름답고 이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마 블랑카는 “몽상이 피어나기 좋은” “평화로운 농촌”이자 “음악과 시가 울려 퍼지는 무한한 세계”인 그곳에서 “삶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약속하는 것 때문에 멋지고 아름답다”는 값진 진실을 차츰 깨닫는다. 캐릭터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성 있고 빛나는 캐릭터들로 가득한 이 소설에서 특히 ‘비센테 이’의 존재가 특별한데,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고귀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넌지시 일러주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잡역부로 일하며 제대로 된 이름 대신 곤충의 종류인 ‘이’라고 불리지만, “당당한 사명감으로 인해 가장 강한 사람”이자 자매들의 “철학 및 자연과학 선생님”의 역할까지 해낸다. 그가 몸소 실천하는 삶의 철학들은 그 어떤 위인들의 가르침보다 강렬하고 인상적이다.나폴레옹이나 볼리바르와 마찬가지로 작은 신장은 그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그로서는 굳이 그런 도움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다른 조건들이 그를 훨씬 더 크게 만들어주었으니까!(158쪽)당신이 말하지 못하는당신의 이야기를 되돌려드립니다마마 블랑카와 자매들은 자연의 소리와 향기가 경계 없이 드나드는 사탕수수 제분소를 “클럽이자 극장인 동시에 도회지”로 여기며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없는 행복”이라고 말한다. “불가사의한 일도, 숨을 곳도 없”던 사탕수수 제분소는 후에 마마 블랑카의 가족이 대도시인 카라카스에서 자연의 리듬을 잃고 기계처럼 반복되는 삶 속으로 침잠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회고록을 넘겨받은 소녀가 ‘마마 블랑카’라는 이름이 결국 “모든 연령과 성별, 그리고 모든 조건의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다”라고 말한 것처럼, 추천사를 쓴 소설가 김인숙이 “마마 블랑카. 당신은 혹시 나예요?”라고 되물은 것처럼 우리는 누구나 쉽게 꺼내놓기 어려운, 혹은 남은 생에 동력을 주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1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도착한 낯선 베네수엘라의 소설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미덥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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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커버이미지)
    [문학]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12-27

    제1회 K-스토리 공모전 일반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식당, 요리, 치유라는 자칫 뻔할 수 있는 설정을 다정한 환상성, 에피소드, 선명한 캐릭터로 작품에 힘을 실어주었다.” - 이도우 두려움, 회피, 슬픔 등 음식으로 나쁜 기억을 치유할 순 없을까? 심리적 편식은 ‘나쁜 습관’이 아닌, ‘아픈 기억’이라는 말이 있다. 아픈 몸을 의사가 치료하듯 아픈 기억은 요리사가 치료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물망초 식당은 음식으로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주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는다. 주인공 문망초는 사람들의 편식을 없애주기 위해 노력한다. 음식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이곳을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음식 처방을 내린다. 과연 식당에 찾아온 손님들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편식을 고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쌤앤파커스와 리디북스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K-스토리 공모전”의 일반/드라마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음식으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보편적인 소재임에도 안정적이고 따뜻하게 글을 풀어내 감동을 주어, 독자 심사위원에게 특히 높은 점수를 받으며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 음식으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할 수 있을까?물망초 식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음식과 얽힌 나쁜 기억이 있다. 그들은 상처, 실패, 두려움, 부정. 특정 음식에 지난 과거를 투영해 미워하면서 견뎌왔다. 넘어져 생긴 상처가 두려워 다시 걷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한 음식을 피하여 살아왔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편식이란 음식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기억에 대한 저항이라는 사실이었다. 《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은 음식을 소재로 하지만 사람과 감정에 초점을 맞추며 기존의 소설과는 차별점을 두어 손님들의 마음과 기억을 치유하고자 한다.이 작품을 심사한 소설가 이도우는 이 작품에 대해 “식당과 요리를 소재로 하는 기존 콘텐츠들이 많고, 사람의 다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치유한다는 설정도 뻔할 수 있으나, 다정한 환상성과 에피소드, 선명한 캐릭터, IP 확장 가능성 면에서 이번 공모전의 성격과 색깔에 어울린다는 점이 이 작품에 힘을 실어주었다.”라고 전했다. 심사위원들은 “사람이 요리를 통해 치유 받는다는 내용은 다소 대중적인 소재지만 그만큼 대중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며 이를 안정적으로 풀어내 감동을 준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Eat to Live! Eat to Care!사람의 슬픔을 보듬고, 마음을 치유하는 이곳은, 당신만을 위한 1인 맞춤 식당 ‘물망초 식당’입니다. 1:1 맞춤요리 전문 레스토랑 ‘금귀비정찬’ 사장 금귀비는 딸 문망초에게 계약을 제안한다. 간이 식당에서 손님 7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으면 가게를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금귀비정찬’은 망초의 아버지 정원이 처음 개업했던 레스토랑이지만, 정원이 죽은 후 엄마 금귀비가 이어가고 있다. 문망초는 건강이 나빠지는 엄마를 대신해 가게를 이어받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여기엔 조건이 있다. 간이 식당의 컨셉은 ‘편식 식당’으로, 반드시 손님의 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 사람을 사랑해야 진정한 요리사가 될 수 있다며 금귀비는 해당 조건을 고수한다. 문망초는 호기롭게 <편식 식당>을 오픈해 첫손님 유현을 맞이한다. 유현은 어린시절 겪은 엄한 훈육 때문에 ‘김치’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김치를 먹지 못하는 걸 부끄러워한다. 망초는 유현을 위해 김치를 숨기는 요리를 고안해보지만 쉽지 않다. 그러던 중 피가 두꺼운 찐빵을 사서 친구 동희네를 방문한다. 망초는 고등학생 때 개에게 물린 탓에 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하필이면 동희가 말티즈를 입양한 탓에 망초는 가장 큰 두려움과 직면한다. 하지만 동희는 겉모습이 개일 뿐, 과거 너를 문 그 개와 다르다 조언한다. 여러 도움 끝에 망초는 겉모습과 본질의 차이를 깨닫는다. 마치, 피가 두꺼워 야채 맛인지 팥 맛인지 겉으로는 알 수 없는 찐빵과 같이 말이다. 망초는 여기에서 착안하여 김치를 숨겨주는 김치만두를 고안한다. “겉과 속이 일치하는 게 사상에 얼마나 될까요?” 결국 유현 씨가 선택한 것은 김치만두였다. (59p) 유현은 김치가 든 줄 모르는 상태에서 김치만두를 맛보게 되고, 수년 만에 김치를 씹어 삼킨다. 그렇게 유현은 김치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한 발짝을 뗀다. 그 후 망초는 다양한 손님들의 ‘실연(족발), 가난(꽁치), 미성숙함(야채)’ 트라우마를 조금씩 치유하며 자신 또한 위로를 받게 된다. 식당을 운영하며 배운 것은 결국 사람의 슬픔을 보듬는 일, 더 나아가 사랑하는 일이었다. 과연, 망초는 계약 조건을 모두 수행하고, ‘금귀비정찬’을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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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그레이션 - 북극제비갈매기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서 (커버이미지)
    [문학]마이그레이션 - 북극제비갈매기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서
    •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3-12-27

    동물들이 죽어 가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이곳에 홀로 남겨질 것이다.가까운 미래, 기후 변화로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한 세상. 새를 연구하는 프래니는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린란드로 향한다. 북극에서 여름을 보내고 다시 남극으로 이주하는, 지구상에 살아 있는 생명체 중 가장 먼 거리 이동을 하는 철새 북극제비갈매기의 여정을 따라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프래니는 얼음이 덮인 바위 위에 새장을 설치하고, 운 좋게 북극제비갈매기 세 마리의 다리에 위치 추적기를 다는 데 성공한다.이제 자신을 남극으로 데려다줄 배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일곱 명의 선장에게 모두 거절당한다. 미신을 믿는 뱃사람들은 훈련도 안 된 낯선 사람을 배에 태우지 않았고, 자신들의 루틴이 흐트러지고 항로가 바뀌는 것도 싫어했다. 특히나 물고기가 거의 멸종되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러했다. 마지막 남은 배는 청어잡이 어선 사가니호뿐이다. 프래니는 이 상황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이 배에 끌렸기 때문이다. ‘사가니’는 바로 어린 시절 그녀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준 새인 ‘까마귀’를 뜻했다. 그녀는 우연히 사가니호의 선장 에니스 말론을 만나게 되고, 그를 설득하기 위해 위치 추적기를 단 새들이 물고기가 많은 곳으로 배를 이끌어 줄 것이며, 오랜만에 그물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하지만 선장 에니스 말론은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는 없다며 그녀의 부탁을 거절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프래니는 결국 그의 허락을 받아낸다.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북극제비갈매기의 이동을 따라 남극에 가려고 하는 프래니. 그리고 만선을 꿈꾸는 선장 에니스와 일곱 명의 선원들.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그들은 사가니호에 함께 몸을 싣고 먼바다로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위치 추적기에 의지해 새들을 따라가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바다에는 목숨을 위협하는 온갖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항해가 계속될수록 선원들 간의 오해와 갈등은 커져만 간다. 그리고 프래니의 어두운 기억과 그녀 자신조차 외면하고 살아야 했던 커다란 슬픔, 새들을 따라가기로 결심한 진짜 이유가 서서히 밝혀지게 되는데…….가까운 미래,기후 변화로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한 세상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북극제비갈매기의 이동을 따라세상의 끝 남극을 향한 프래니의 여정★출간 즉시 전 세계 베스트셀러 등극★《타임》 선정 ‘2020년 꼭 읽어야 할 책 100선’★《아마존》 에디터 선정 ‘2020년 최고의 소설’★《타임》 《인디넥스트》 《라이브러리 저널》 《굿리즈》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반스앤노블 디스커버》 등 수많은 매체 선정 올해 최고의 책2022년 더블린 문학상 후보2021년 퀸즐랜드 문학상 최종 후보2020년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소설 부문 후보2020년 러블리북스 독자상 소설 부문 후보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의 오만과 무지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빙하기나 해빙기 등 자연현상의 하나로 지구는 오랜 시간에 걸쳐 기후의 변동을 수반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지구는 그 변화에 맞춰 자정효과를 수반하며 진화와 퇴화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늘어난 북극의 미세조류가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갑작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기 위한 연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가 특정 부류를 위한 정치적·경제적 수단일 뿐이라는 제법 타당한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진실이 무엇이든 온실가스의 주원인이 이산화탄소라는 것이 확실한 이상, 특히 산업화 이후 그 누적 배출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지구 표면 온도 및 해수면의 높이 또한 상당 부분 상승하는 등 약 150년 전 산업화와 동시에 시작된 갑작스러운 변화 속도에 인간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한때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곳이었습니다. 한때 바다에 있던 생명체들은 공상 세계에서 뛰쳐나온 듯 보일 정도로 신비했습니다. 평야를 천천히 달리거나 키 큰 잔디 사이를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나뭇가지에서 뛰노는 동물들도 정말 많았죠. 하늘을 배회하는 날개 달린 아름다운 새들 역시 많았고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아니,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의 무관심 때문에 폭력적이고 무차별적으로 도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인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경제성장이라고 결정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멸종 위기는 그들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대가입니다.”—본문 중에서기후 변화가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로 인해, 혹은 그 때문이 아닐지라도 폭염, 가문, 홍수, 해일 등 자연재해가 늘어나게 되면 현재 자연의 모습이 변화되면서 그 속에 온전히 몸을 맡기고 의지해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멸종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10년 후가 될 수도 있고, 100년 후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당장 1년 뒤부터 시작되지 않으리라는 법 또한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동물의 멸종에 대한 이야기는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가장 먼저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될 것이고, 처음에는 한 종씩 차례로 멸종 위기를 겪다가 이내 공식적으로 멸종되었다는 뉴스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한때 얼음으로 덮여 있던 북극의 북극곰과 남쪽 내륙의 파충류도 사라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후회를 안고 재앙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채, 박물관에 전시된 공룡의 뼈를 구경하듯 강을 가로지르는 기러기 떼의 영상을 보며 아련한 마음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언젠가 동물들이 암울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경고로서가 아니라 현재, 바로 지금처럼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멸종 위기에 처했을 때였다. 나는 대양을 횡단하는 철새를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다. 모든 철새가 날아간 곳으로, 우리가 멸종시켰다고 생각한 모든 생물이 있는 곳으로 나를 이끌어 줄 것이라는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끊임없이 누군가의 곁을 떠나고, 정착하지 못하고, 세상 모든 것을 멀리하게 만드는 잔인한 그 무언가의 정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철새의 마지막 이동으로 내가 속할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지도 모른다.—본문 중에서《마이그레이션》은 가까운 미래 대부분의 멸종한 세상을 배경으로, 북극제비갈매기를 따라 남극으로 가기 위한 주인공 프래니의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주인공 프래니의 암울했던 어린 시절부터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 그리고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방황해야만 하는 야생성을 지닌 사회적 사람으로서가 아닌 동물적 인간으로서의 본능 등 가장 사적일 수 있는 부분들을 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에게 전한다. 그럼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속에 적절히 등장시키며 소설의 재미와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프래니의 여정을 함께하기로 한 사가니호의 선장 에니스와 일곱 명의 선원들을 적절히 등장시킴으로써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고 긴장감 있게 만든다. 그리고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지는 듯한 풍경 묘사이다. 독자들은 책을 보는 내내 실제로 자신이 빙하 위에서, 바다 위에서, 때로는 좁은 선실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책은 출간 즉시 전 세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나는 한 번 더 새를 보기 위해 산마루에 잠시 멈춰 섰다. 그 순간 바람이 일며 정적이 찾아왔다. 빙하가 눈부시게 반짝이며 넓게 펼쳐져 있었고, 그 끄트머리에는 흑백의 바다와 멀리 잿빛 수평선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거대하고 새파란 얼음 조각이 한여름인 지금에도 느릿느릿 떠다녔고, 수십 마리의 북극제비갈매기가 새하얀 하늘과 대지를 가득 채웠다. 세상에서 마지막 무리일지도 모를 북극제비갈매기들이었다. 내가 어딘가 정착할 수 있다면 이곳일 것이다. 하지만 새들은 머물지 않을 테지. 나 또한 그럴 테고.—본문 중에서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그리고 미래에는 완전히 없어질지도 모르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삶도, 우리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도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다. 위치 추적기를 단 새들을 따라 남극으로 가겠다는 프래니의 선택은 무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러한 용기를 준 것은 자신의 삶과 사랑하는 이의 삶, 그리고 세상에 남은 마지막 철새들에 대한 최소한의 고해일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은 독자들은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살았고 살아가고 있더라도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단 한 줄기의 희망이라는 사실을.프래니가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한 황폐한 세상에서 끝까지 여정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이그레이션》은 심각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이라면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끔찍한 세상에서 모든 생명체의 터전인 지구를 소중히 여겨야 할 이유와 어려움에 맞서는 용기, 그리고 희망을 발견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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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커버이미지)
    [문학]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12-27

    《골든 슬럼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잇는이사카 고타로의 걸작 음악소설!1년에 한 편씩 7년 동안 써내려온 이야기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최신작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이 출간되었다.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은 작가가 1년에 한 편씩, 장장 7년에 걸쳐 완성한 연작소설로, 제목 그대로 가장 작은 스파이들이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무엇보다도 음악 페스티벌 ‘오하라☆브레이크’를 위해 쓴, 《골든 슬럼버》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잇는 음악 소설이어서 더욱 반갑다. ‘상처받고 방황하는 청년’과 ‘위기에 맞닥뜨린 스파이’.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세계가 얽히는 순간, 작은 기적들이 터진다. 무심한 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도울 수 있음을, 누구도 혼자가 아님을, 이사카 고타로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고 있다. 아름다운 호수와 섬세하게 배치된 음악이 그들을 강하게 묶어주는 것은 물론이다.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한국어판은 전 세계 최초로 ‘8년째 후일담’까지 수록했다. ‘8년째 후일담’은 일본에서도 전자책에만 수록된 특별 단편이다. “무심한 세상 속, 우리는 서로 돌보며 살아간다”모든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 비로소 일어나는 기적이나와시로 호수에 위치한 적 기지에 잠입해 정보를 빼오는 임무를 맡은 ‘에이전트 하루토’. 그는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와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리다 도망친 소년을 구하게 된다. 하루토는 소년과 함께 탈출용으로 마련된 비행기에 오르지만 그 비행기는 엔진이 없어 자력으로는 날아오를 수 없는 ‘글라이더’였다. 한편 대학 졸업반인 ‘마쓰시마’는 여자친구에게 “엔진이 없네”라는 말을 곧잘 듣다가 결국 차이고 만다.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충격을 받은 마쓰시마는 한밤중에 차를 몰고 이나와시로 호수로 향하는데…. 현실을 벗어난 듯한 ‘스파이’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취업 준비생’, 결코 양립될 수 없는 이 두 이야기는 과연 어디서 어떻게 교차될까?이사카 코타로가 선사하는 아주 특별한 치유와 재생의 이야기‘8년째 후일담’ 전 세계 최초 종이책 수록!《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은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문학적 스타일과 예측 불가능한 전개, 그리고 감성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동과 여정을 선사한다. 늘 작고 약한 사람들의 삶의 경로에 귀 기울여온, ‘가장 따뜻한 미스터리를 쓰는 작가’로 알려진 이사카 고타로다운 작품이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이나와시로 호수는 주요한 배경이자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이나와시로 호수는 ‘천국의 거울’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했으나, 대지진 이후 황폐해진 도호쿠 지역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굳어지고 말았다. 이에 이나와시로 호수를 무대로, 지역을 새로이 부흥시키기 위한 음악 페스티벌 ‘오하라☆브레이크’가 기획되었고, 이사카 고타로는 당시로서는 정식 출간할 계획도 없이 페스티벌 소책자에 글을 싣기로 한다. 사실, 이사카 고타로는 대지진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도호쿠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도 센다이 시에 거주하고 있다. 그 역시 대지진의 피해자이자 피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치유와 회복, 재생의 이야기를 반드시 쓰고 싶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평소 음악을 소설 속으로 끌고 들어와 공감각적 독서 경험을 선사하곤 했던 그는 이번에도 음악으로 인물들을 잇고 일으키고 구원한다. 《골든 슬럼버》에서 비틀스의 명곡을 제목과 주요 소재로 삼고,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에서 밥 딜런의 음악들이 인물들을 하나로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뮤직 페스티벌답게 더 피즈(The Pees)와 토모프스키(TOMOVSKY) 등 인디 뮤지션의 음악이 시종일관 울려 퍼진다.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은 2015~2021년까지 7년 동안 ‘오하라☆브레이크’ 행사에서 배포된 단편을 하나로 묶은 소설이다. ‘이게 될까…’ 싶은, 한편으로는 무모하게 들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화 같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페스티벌이 매년 개최되면서, 이사카 고타로 역시 인물들이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재건의 이야기를 7년에 걸쳐 연재하게 된 것이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인 만큼 주인공들도 똑같이 나이를 먹으면 더 재미있으리라’고 생각해, 매년 한 편씩 공을 들여 7년 동안 집필하게 되었다고 작가는 후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음악 페스티벌을 찾는 팬들도 어느새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연재를 마치고 일 년이 흐른 2022년, 독자들의 거듭된 요청으로 ‘8년째 후일담’이 ‘오하라☆브레이크’에서 배포되었다. 일본 현지에서도 전자책으로만 출간된 마지막 에피소드를 내 친구의 서재에서는 저자의 허락을 얻어 전 세계 최초로 한국어판 종이책에 수록해 의미를 더했다.처음에는 행사장을 찾은 사람만 은밀하게 즐기는 것을 가정하고 만든 소설이지만, 사 년째 즈음에 책 한 권으로 묶어도 좋을 것 같았다. 한 권으로 모아서 읽는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칠 년에 걸쳐 이 책을 완성했다. 이나와시로 호수에 온 적이 있는 사람은 기억 속의 그 풍경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아름다운 호수를 어렴풋이 상상하면서 읽어준다면 기쁘겠다. _이사카 고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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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커버이미지)
    [문학]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 김종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12-27

    제5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누구보다 치밀하고 집요하게, 그러면서도 일말의 낙관을 잃지 않고삶을 바라보는 이들을 위하여……김종연 장편소설“우리는 모두 새로운 기억의 가능성이자 조금씩 매몰되는 기억의 생존자였다.”제5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한 『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이 ‘새소설 시리즈’ 열두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2011년 시인으로 등단해 활발히 활동 중인 김종연 작가가 빚어낸 새로운 세계, 첫 번째 소설이다. 고단한 ‘재난’이란 상황이 명랑한 ‘마트’라는 공간과 만나 묘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이 작품은 “전염병의 시대를 은유하며 그 고통과 비극을 기록하고 이해하려는 작가의 진심이 생생하게 돋보인다”(김희선 소설가)는 평가와 “작가의 시선에 믿음이 가지 않을 수 없다”(이주란 소설가)는 찬사를 받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지금-여기’를 비추며 그 안 깊숙이 자리한 심상들을 그림처럼 그려낸 이 소설의 힘은, 우리의 일상 한가운데로 흘러 오늘을 살아내게 할 것이다. “해피 해피 해피 이마트 이마트!”암울한 재난 속 명랑한 마트의 삶이야기는 재난의 한복판에서 시작한다. 지진이 이미 일상을 휘젓고 떠난 자리, 절망과 같은 색의 감정들이 저변에 깔린 그곳에서 사람들은 초췌한 몰골과 메마른 마음으로 무력하게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생존자라는 이름의 그들은 구조된 삶과 무너진 일상 사이에서 환멸을 느끼며, 가까스로 스스로를 재건 중이다. 그들 가운데 성결도 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피난 중인 그는 뿌연 낙관만을 품은 채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내일을 준비한다. 희망이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라 오직 슬픔만이 고여 있는 세상에서, 마치 마약과도 같은 낙관을 키우고 또 비축한다. 이러한 그들이 지금 자리하고 있는 곳은 ‘마트’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명랑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이마트. 집을 잃은 이들의 피난처가 마트인 것은, 때가 되면 스피커를 통해 울리는 노래는,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블랙코미디와 같다. 비관과 낙관이 뒤섞인 채 공존하는 그들의 삶의 모양과도 닮아 있다. 사람, 관계, 유대감…… 그리고 기억저항할 수 없는 존재와 비존재로부터마트 안은 진열된 다양한 상품처럼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마트의 웃어른이자 정신적 지주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들을 내세워 철권통치를 하는 ‘왕언니파’ 아주머니들, 왕언니파와 갈등을 빚곤 하는 조기축구회 아저씨 무리, 부모의 눈을 피해 붙어 다니는 학생 커플 세인과 경민, 어느 날 갑자기 발견된 버려진 아기 겨울이, 겨울이를 돌보며 가까워진 재희와 덕규……. 그리고 그곳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성결의 기억 속, 더 내밀하게 말하자면 상처 속―인물들이 복작이며 마트 안을, 성결의 공간을 채우고 있다. 마트의 일상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지만, 성결의 마음을 바쁘게 만드는 건 ‘마트 속 현실’보다 ‘기억 속 과거’인 듯하다. 유물처럼 간직된 기억은 늘 성결을 지금에 속하지도, 이전으로부터 떠나지도 못하게 만든다. 성결이 자신의 쉘터인 키즈 놀이터 ‘볼풀’에 누워 무중력을 느끼는 것처럼, 그는 자주 ‘기억’에 눌려 현실에서 벗어나곤 한다. 그 기억의 가장 많은 몫은 가족이 차지하고 있다. 성결에게 “피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다. 그래서 가족, 즉 혈육은 “기억을 나눈 사람들”이라는 뜻. 가족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은, 기억의 속박이 영원할 거란 잔인한 진실이다. 삶의 희망이 양육한 낙관간절히 원했고 처절히 잃은 것들별안간 마트 화장실에서 발견된 아기는, 재난 속 낙관처럼 마트 사람들에게서 키워진다. 아기를 발견한 최초의 성인이란 이유로 성결은 아기와의 “특별한 인연”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다들 선뜻 나서지 않는 아기 돌보는 일에 자원한 재희, 덕규와도 가까워지며 특별한 인연이 되어간다. 마트에 들어오기 전 늘 어렵고 꼬이던 인간관계가, 사는 게 재난 같던 상처와 흠결이, 작고 옅기만 하던 성결의 존재감이 조금씩 되살아나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기처럼 성결의 희망도, 삶에 대한 기대도, 마트 밖에서 펼쳐질 미래에도 밝은 기운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때, 아기를 놓아두고 갔다는 사람이 찾아온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아기를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낙관을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성결을 비추던 빛이 일순간에 꺼지고 잠시 덮였던 균열선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아니, 전보다 더 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몽상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몽상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이야기소설의 주인공 성결은 말한다. “어쩌면 가장 두려운 건 무너지는 게 아니라 무너지고 나서도 이어지게 될 삶”이라고. 작가가 지진이 일어난 이후 마트에서의 삶을 조명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알 수 있다. 작가가 성결에게 닥친 새로운 시련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란 사실을. 수시로 성결의 과거를, 기억을 파고든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끝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애초에 맺어질 수 없었다. ‘지금-여기’를 비추면서도 그 너머를 향해 있는 작가의 시선은, 마침표 이후에도 쓰이고 있는 이 소설을 증명하고, 멈추지 않고 이어질 우리의 삶을 응원한다. 재난을 건너는 마트의 일상 속에서 아이러니한 희망 한 조각을 발견하는 기쁨은, 작가가 우리 모두에게 허락한 낙관일 것이다. ‘새소설’은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 참신하고 첨예한작가들의 시선을 담는 소설 시리즈입니다.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젊고 새로운 작품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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