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목록

전체 2720건(21/303 페이지)
전자책 목록 수 변경영역
  • 단 하루의 부활 (커버이미지)
    [문학]단 하루의 부활
    • 김서하 지음
    • 메이킹북스
    • 2023-12-27

    『단 하루의 부활』은 누구라도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가 아무 생각이라도 하게 되는 그런 소설이다. 『단 하루의 부활』은 총 4편의 단편 소설로 묶여있다. 자전적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소설들은 화자가 던지는 재미난 질문과 함께 벌어지는 사건들을 잔잔하게 풀어나간다.「단 하루의 부활」은 스미싱이라는 소재가 등장하지만, 범죄나 사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엉뚱한 역발상의 이야기다. 「백봉이」는 쉽게 내뱉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할머니의 방황」은 방황하는 할머니를 따라 걸으며 의심하는 손녀와 가족들의 감정 변화를 엿볼 수 있다. 「흔적」에서는 강박증으로 스스로 괴롭히고 있는 ‘나’가 등장하여 나라고 믿고 있는 나에 대하여, 인간관계에 대하여 돌아보고, 진정한 나를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어쩌면 네 편의 단편 소설은 소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 가족, 사회, 죽음 너머의 관계’ 속에서 결코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죽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 부메랑처럼 흉기가 되어 돌아온 말의 두려움,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 할머니의 외로움, 사소한 습관 하나가 강박증이 되어 삶을 공격하는 불안함. 소설 속 인물들처럼 우리는 수많은 과거와 현재 속에서 작은 알갱이들로 이루어진 다양한 감정에 얽매여 있다. 때론 어린이의 시선으로, 어른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며 후회하고 깨닫고 반성한다. 나라는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부딪히고 성장해 나간다. 지금 여기, 나와 우리공명하고 공감하는 소설김서하의 소설은 멀지 않은 곳, 가까운 데서 쓰인다. 늘 지나치는 장소, 지극히 익숙한 일상 공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핸드폰 스미싱 메시지(), 티브이 속에서만 보고 알던 유명인의 죽음()처럼. 이윽고 그는 영민하게 독자를 일상의 한복판에서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다.초대받은 독자는 소설 속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나의 삶을 이야기하고 우리의 연대를 이야기하고픈 마음’으로 써내려갔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자전적인 색채가 가미된 네 편의 소설 속에는 그리워하고 상처 입고 방황하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김서하는 이처럼 있을 법한 장소,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보통 사람들 속에서 관계의 틈새와 사람의 속내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친숙한 순간, 친숙한 장소는 어느새 낯섦과 생경함으로 변주된다. 그러나 김서하는 결코 소설 속 인물들을 무감하게 내려다보지 않는다. 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는 언제나 올곧은 다정이 자리한다.좋은 소설은 그 자체로 질문이 된다. 곁에서 친근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다가도 어느 순간 삶의 감각을 일깨워준다. 지리멸렬한 일상에 잠식되지 않고 생의 의미를 찾아가게 한다. 김서하가 초대할 다음번 장소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커버이미지)
    [문학]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12-27

    “우리에겐 두 개의 삶이 있어,우리가 알고 있는 삶과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삶”빅토르 위고와 함께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1위,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마르크 레비가 그려낸마법 같은 사랑의 여정특유의 위트와 휴머니즘적 감동이 있는 이야기로 “영혼을 울리는 연금술사”,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라는 평을 받아온 마르크 레비의 신작 장편소설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이 출간되었다. 매해 출간하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에 등극, 전 세계 49개 언어 번역 출간 및 5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프랑스 작가로 불리는 마르크 레비는 《르 피가로》에서 실시한 전국 여론 조사에서 “빅토르 위고와 함께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은 프랑스 내에서 20만 부 이상 판매를 기록한 마르크 레비의 또 다른 히트작으로, “지금까지 그가 쓴 최고의 소설 가운데 하나”《르 피가로》, “마르크 레비의 또 다른 성공”(《익스프레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소설은 자신의 운명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조향사 앨리스와, 그녀의 여행에 모든 것을 내던진 괴짜 화가 달드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50년대 전후의 회색빛 런던과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 이스탄불의 오래된 골목, 은빛으로 반짝이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배경으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여정이 펼쳐진다. 점쟁이의 예언과 이웃집 남자 달드리의 설득에 못 이겨 떠난 여행. 작고 허름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내놓는 식당, 아름다운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해변의 밤 산책, 새로운 사람들과의 예기치 못한 만남과 오랜 친구들에 대한 따듯한 추억, 그리고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을 찾아가면서, 앨리스는 점점 여행에 빠져든다. 하지만 여행이 진행될수록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들이 하나씩 지워지고, 그 자리에 완전히 새로운 진실들이 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마르크 레비는 이 소설을 통해서 사랑과 우정, 기억과 만남, 꿈과 용기 등 우리가 ‘여행’을 통해 기대하는 모든 것들을 마술처럼 풀어놓으며 또 하나의 신비하고도 놀라운 시공간 속으로 독자들을 데려다놓는다.크리스마스이브의 한 놀이공원에서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을 사건이 시작되다!향수를 제조하고 디자인하는 조향사인 앨리스는 여가 시간이면 친구들과 함께하며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서점에서 일하는 샘, 트럼펫 연주자 앤턴, 간호사 캐럴, 그리고 거리에서 노래하는 에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상처를 지닌 앨리스에게 친구들은 매 순간 희로애락을 나누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렇게 앨리스는 비교적 행복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만난 점쟁이의 예언을 듣기 전까지는. 그날 친구들과 함께 찾은 놀이공원에서 점쟁이는 앨리스에게 ‘자신을 기다리는 인생을 위해 여행을 떠나라’는 말을 남긴다. 운명이니 점괘니, 미래를 점치 타로 카드니 하는 것들을 무시하고 살아왔지만, 앨리스는 그 말을 마음속에서 지울 수 없었고 이후 매일 밤 현실보다 더 생생한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 그 남자가 방금 전 네 뒤를 지나갔어.그를 찾으려면 여섯 명의 사람을 만나야 해.”앨리스는 점쟁이의 예언을 이정표 삼아 이스탄불로 떠난다한편 앨리스의 옆집 이웃이자 독신남 달드리는 까칠한 태도와 예의 깍듯한 행동 사이를 오가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로, 교차로 풍경만 찾아 그리는 화가다. 트램 운전사와 마부의 언쟁, 참견하는 행인들, 아수라장 속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들, 그사이 실속을 차리는 소매치기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 작업의 철칙이라면 철칙. 그런 그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햇살이 비치는 통유리창 아래에서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단, 이 주택에서는 유일한 그 방이 앨리스의 차지라는 사실이 달드리에게는 가장 큰 골칫거리다. 그러던 중 평소 어머니를 힘들게 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달드리는 앨리스의 방을 자신의 소유로 할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간다. 그는 두 사람의 여행 경비 전부를 부담하고, 조향사와 화가인 직업적인 특성을 고려해 여행에 따른 수익 지분을 나누자는 조건을 내걸면서, 이스탄불로의 ‘비즈니스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데…….“기억에서 사라진 순간들을 되살리고, 잠든 장소들을 깨어나게 하고 싶어요”한번 맡은 냄새는 영원히 기억하는 앨리스와교차로만 찾아 그리는 화가 달드리의 이상한 여행여행의 조건에서 목적까지, 출발 전부터 티격태격하는 앨리스와 달드리. 두 사람은 경유지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잠입하듯 몰래 들어가 관람한 오페라 <돈 조반니>부터 얼굴도 신분도 모르는 ‘신랑감’을 찾겠다고 방문 목적을 밝혀 통과 못 할 뻔한 튀르키예의 여권 심사대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이스탄불에 도착한다. 그리고 바를 어슬렁거리면서 손님을 모집하는 가이드 칸을 만나면서 여행은 급물살을 타듯 빠르게 진행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어선 골목길에서, 악몽을 꿀 때마다 나타난 집과 동일한 장소를 발견한 앨리스. 발길 닿는 곳마다 골목 구석구석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데, 특히 그곳의 냄새는 앨리스의 기억 속을 헤집으며 새로운 진실들을 떠올려준다.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목소리도 잊히지만, 향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평소 그녀의 믿음대로. 이제 두 사람의 여행은 ‘인생의 남자를 찾는 여행’에서 ’비즈니스 여행’으로, 그리고 ’잃어버린 과거의 비밀을 찾기 위한 여행’으로 또 한번 탈바꿈한다. 처음부터 너무도 친절했던 자칭 이스탄불 최고의 가이드이자 통역사 칸, 말 못 할 비밀을 숨긴 듯한 카디쾨이의 늙은 교사, 그리고 숲 전체를 그대로 재현한 향수를 만들어내는 이스탄불의 장인까지…… 마침내 앨리스는 점쟁이가 예언한 여섯 명의 사람에게 이르게 되고, 그 끝에는 앨리스의 출생과 가족사에 얽힌 충격적인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반복되는 악몽과 여섯 번의 만남 끝에앨리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1950년대 런던과 이스탄불을 오가며 진행되는 이 소설은 자동차와 마차가 공존하고 비행기 여행이 드물던 시기, 핸드폰도 이메일도 없이 서신만으로 오로지 마음을 나누던 시기를 배경으로, 사랑과 우정, 관용과 용기, 신뢰와 공감 등 삶의 가치들을 풀어놓는다. 또한, 소설은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다루면서도 아르메니아인 대량 학살과 1, 2차 세계대전이 남긴 상흔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아픔들을 일깨우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한 편의 소설 안에 담아내며 마르크 레비가 하고 싶었던 말은 어쩌면 “운명이란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선택은 곧 ‘사랑’과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과 함께.오색찬란한 그랜드 바자에서 회색빛 베일에 가려진 보스포루스 해협까지, 천년의 고도를 누비며 놀라운 비밀을 하나씩 밝혀내는 달드리와 앨리스. 그들의 운명을 결정할 한 조각의 퍼즐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 (커버이미지)
    [문학]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
    • 범유진 지음
    • 안전가옥
    • 2023-12-27

    “복수를 하고 싶으신가요?” 던져진 질문은 뜬금없었다. 누구에게, 무엇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은 건지 설명도 없었다. “예. 하고 싶네요.” 그러나 대답은 망설임 없이 튀어나왔다.범유진의 장편소설 《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에는 가정 내 희생양이 된 이들의 복수를 대행하는 의문의 조직 ‘염소 클럽’이 등장한다. sacrificial lamb(희생양)보다 오래된 표현인 scapegoat에 연원을 둔 염소 클럽. 소소한 사건을 해결하던 조직은 어느 날 ‘마마’ 또는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한 중년 여인이 자신들 주위를 맴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를 독살했다고 알려진 ‘마더 포이즈너’ 사건의 소녀 ‘하이하’와 전 국가대표 수영 선수 출신 ‘김해찬’, 그리고 아픈 과거를 지닌 개인 경호원 진선미, 이 세 명의 염소 클럽 멤버는 이렇게 클럽의 존폐를 뒤흔들 만한 사건에 휘말린다. 《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는 자신을 옭아맨 최초의 울타리를 벗어나온 이들의 이야기이자, 이들이 정립해 나가려 하는 새로운 형태와 질감의 울타리를 그리는 용감한 소설이다.| 울타리 벗어나기“계약자 ‘갑(김꽃님)’은 ‘을(염소 클럽)’에 복수를 위임한다.” 주름진 손가락이 종이에 쓰인 첫 문장을 어루만졌다. “어머니가 동의해 주셔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계약 시 복수의 방법은 클럽에 전면적으로 위임하며, 일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인지한다. 단 염소 클럽은 부작용의 회복을 위해 갑이 요구하는 사항을 통상의 범위 안에서 수용한다. 또한 계약 전 후로 클럽에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 갑은 외부에 알리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 29쪽《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에는 가정 내 희생양이 된 이들의 복수를 대행하는 의문의 조직 ‘염소 클럽’이 등장한다. sacrificial lamb(희생양)보다 오래된 표현인 scapegoat에 연원을 둔 염소 클럽은 엄마를 독살했다고 알려진 ‘마더 포이즈너’ 사건의 소녀 하이하와 전 국가대표 수영 선수 김해찬, 그리고 아픈 과거를 지닌 개인 경호원 진선미, 세 멤버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들은 친한 언니의 장례식장에서마저 남편의 밥 타령을 듣는 노년 여성 꽃님, 미디어를 이용해 아동학대를 감행하는 부모로부터 동생을 지켜내려는 여자아이 수아 같은 인물의 사건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가정 내 희생양이라는 소설의 주제적 관심은 수면 위로 도통 드러나지 않는 가정 폭력, 아동 학대의 문제를 부조하며, 올가미로 변질한 울타리를 낱낱이 비춘다. | 울타리 두르기허니. 마마는 트루데야. 마마의 손등에 있는 이 그림을 보렴. 염소의 목을 조른 끈이 보이니? 끈의 끝이 어디로 이어져 있지? 그래. 손 밖으로. 마마는 이 끈을 당길 수 있단다. 허니가 마마를 떠나려고 하면, 마마는 끈을 당길 거야. 허니의 목에 새겨진 이 작은 점들을 떠올려. 마마가 새긴 점들이, 끈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기억해. ? 214쪽김해찬은 과자 부스러기가 묻은 자신의 손가락 끝을 물끄러미 봤다. 잠들지 못한 날은 그 부스러기보다 많았다.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천장에서 뻗어져 나오는 아버지의 얼굴과 팔을 피하지도 못한 채 계속 지켜봐야 했던 그 밤들. 누군가 방에 불이라도 켜 줬으면, 방문이라도 두드려 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러나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나중에는 한 시간 단위로 휴대폰 알람을 맞추어 놓고 잠들게 되었다. “오빠도 가위눌려요?” “가끔.” “그럴 때 나 불러요. 그럼 내가 깨워 줄게요.” ? 356쪽사건을 해결하는 영웅적인 조직이지만, 염소 클럽 역시 멤버 개개인은 가정의 날카로운 채찍을 겪은 희생염소들이다. 염소 클럽의 진선미는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 진동수의 새로운 희생염소 진진아의 전시회에 하이하와 함께 걸음한다. 하이하는 진진아의 그림 너머로, 환생을 통해 신적 존재를 꿈꾸는 어머니의 실험체로 살아가던 제 과거를 떠올린다. 각자의 사정과 열망이 응집된 갤러리 오프닝에서 염소 클럽과 그들을 제물로 삼던 인물들은 한데 조우한다. 자신을 옭아맨 최초의 울타리를 벗어나온 이들 염소 클럽은, 그러나 ‘클럽’이란 낱말이 짐작하게 하듯 전혀 다른 형태와 질감의 울타리를 그들 스스로 정립해 나간다. 이는 “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극복한 울타리(당신)가 단수인 반면 극복의 주체(우리)는 복수인 까닭이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더 비하인드 (커버이미지)
    [문학]더 비하인드
    • 박희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12-27

    “이거 게시판에 올려도 괜찮겠어요?ㅋㅋ”바로 옆자리의 회사 동료가 내 먹잇감이 된다!현실 밀착 K-오피스 스릴러오 과장은 사내 카페테리아에 비치된 우유 한 통을 집에 들고 간다. 며칠 뒤, 익명의 직장인 앱 ‘비하인드’에 [카페테리아 우유는 진짜 좀 아니지 않아요?]라는 글이 올라오고, 횡령이 아니냐는 댓글이 달리며 사내에 뜨거운 화제가 된다. 글에 오 과장이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작성자는 열렬한 댓글 반응에 먹이를 던져주듯 오 과장의 정체에 관한 힌트를 하나씩 공개한다. 오 과장은 우유 한 통 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점점 초조해진다. 결국 작성자를 설득하려 일대일 대화를 건네지만, 그날부터 오과장의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은 생각지도 못한 파멸의 길로 빠져드는데…….《더 비하인드》는 익명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사소하고 내밀한 타인의 일상을 약점으로 만들어 제 이익에 따라 조종하려는 이들과 그 의도대로 되지 않으려는 자들의 숨 막히는 심리 싸움을 그린 오피스 스릴러다.익명의 직장인 커뮤니티 ‘비하인드’그곳에 악마들이 숨어 산다!《더 비하인드》는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가 배경이다. 박희종 작가가 독자에게 친숙한 커뮤니티를 소재로 한 건, 지난해 중고 거래 앱을 모티프로 삼아 쓴 미스터리소설 《감귤마켓 셜록》에 이어 두 번째다. 두 작품 모두 이미 대중들에 널리 알려진 유명 커뮤니티의 특성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특히, 《더 비하인드》에서는 사용자가 철저히 익명이라는 것과 그렇지만 직장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커뮤니티의 특성을 이용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을 흥미진진하면서도 적나라하게 풀어냈다. 사내 카페테리아에 비치된 우유 한 통을 집으로 가지고 간 것이 비극의 출발점이었다. 시작은 우유 한 통에 불과했지만, 사내 게시판의 냉소적인 여론은 끝내 한 사람을 파국으로 몰아간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자신이 거대한 커뮤니티에 갇힌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작가는 전반부에서 평범한 일상이 조각조각 깨져버려 절망에 휩싸인 주인공을, 후반부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타인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악인을 대비시키며 이야기를 절정으로 이끌어간다. 온라인에서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타인의 흠을 찾고, 이를 이용해 협박하는 악인의 모습은 미리 이 책을 읽은 한 독자의 말마따나 “사람이 싫어질” 만큼 끔찍하다. 그러면서도 가까운 몇 년 새 이러한 사람을 뉴스나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 본 적이 있음을, 그러므로 우리 주변에 이미 존재한다는 걸 깨달을 때 독자의 두려움은 배가 될 것이다. 단지, 우유 하나 가져갔을 뿐인데……평범했던 내 인생이 진창에 처박혔다.대기업에서 일하며, 사랑하는 가족과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오 과장. 그의 인생 그래프는 극적이진 않지만 완만한 상승세를 그렸다. 그러나 “올 때 우유 하나만 사 와.”라는 아내의 부탁에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우유를 가지고 갔고, 이를 누군가에게 들키면서 바닥을 뚫는다. “고작 우유 하나뿐이야. 들킨다 해도 3,000원짜리 잘못일 뿐이야.”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오 과장을 협박하는 미지의 악마는 촘촘히 그물을 짜 그가 벗어날 수 없게 옭아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는 비하인드 앱을 통해 대표에게 중요한 의견을 줘야 하는 오 과장의 위치를 이용하고, 마치 어디에서나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듯 말한다. 오 과장은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몇 차례 반항을 시도하지만, 비하인드의 여론은 놀라우리만치 협박자의 의도대로 흘러간다. 익명의 앱에서 여론을 좌우하는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대체 누구이며, 무엇을 바라서 오 과장을 협박하는 것일까.사소한 잘못이 뜻밖에 나비효과를 불러올 때가 있지만, 설마 우유 한 통이, 금요일 퇴근길의 귀찮음이 자신을 나락으로 잡아끌지 오 과장은 미처 몰랐으리라. 마찬가지로 ‘고작 우유에 왜?’라고 생각했던 독자도 책을 읽어나가며 상상해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점차 숨통을 죄어오는 협박자에 놀라게 될 것이다. ‘모니터 뒤에 사람 있어요.’ 온라인에 접속된 채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이 밈(meme)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 작성자 ‘알 수 없음’이 쓴 글을 읽으며, 나를 밝히지 않고도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 신원을 밝히기 어려운 고발도 가능해졌지만 동시에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 충분히 걸러지지 못한 악의 섞인 말도 직면하고 있다. 또, 남들의 이야기에 휩쓸려 오롯한 자신만의 주장을 펼치는 것도 쉽지 않다. 온라인에서의 소통, 익명 커뮤니티 활동에 익숙한 요즘 독자들에게 《더 비하인드》는 자신이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디어 마이 버디 (커버이미지)
    [문학]디어 마이 버디
    • 장은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12-27

    해일이 삼켜 버린 도시, 살아남기 위해 매일 잠긴 세계로 뛰어드는 사람들“우리가 하는 일은 숨으로 숨을 구하는 것이었다.숨으로 숨을 맞바꾸는 일이었다.”어느 토요일 오후 일곱 시, 도시에 갑자기 커다란 해일이 들이닥쳤다. 도시는 사라졌고 높은 빌딩의 일부만이 남았다. 길도, 통신도 끊긴 상황.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부를 확인하기는커녕 먹을 것을 찾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주인공 세호는 아홉 살 때부터 다이빙을 해 온 고등학생 다이버로, 자신의 ‘버디’ 샘 아저씨와 함께 팔라우로 스쿠버 다이빙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행 전날 도시를 덮친 해일 때문에 세호와 동생 세아, 샘 아저씨는 건물에 갇혀 버리고 만다. 도시가 물에 잠긴 후 세호와 샘 아저씨는 잠수해 물속 편의점, 마트 등에서 먹을 것과 생필품 등을 구해온다. 둘은 다이빙을 하며 매일 자신들의 목숨과 빌딩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다. 그러던 중 세호는 고양이를 구하려다 물에 빠진 혜미를 구조하고, 고양이 루나를 포함한 다섯 명은 건물 9층에서 마치 가족처럼 매일을 함께 지낸다.아저씨와 나는 입수와 출수를 수차례 반복했다. 우리는 물질하는 해남이나 마찬가지였다. 물고기나 해산물이 아니라 물속 편의점에서 라면을, 부탄가스를, 통조림을, 바나나 우유를 건져 올리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우리가 숨을 참은 만큼 보트에는 필요한 것들이 쌓여 갔다. 우리를 숨 쉬게 해 줄 것들이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숨으로 숨을 구하는 것이었다. 숨으로 숨을 맞바꾸는 일이었다._본문 중“살아남았으면 그것만으로도 모두 친구가 돼야 해.”서로 연대하며 성장하는 아이들과 어른들, 그리고 그들의 미래사실 세호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거나 잘하거나 관심 가는 것이 전혀 없었던 아이였다. 그러다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다이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세호는 다이빙을 하면서 ‘버디’라는 시스템을 알게 되고, 처음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얻는다. 그리고 도시가 해일에 휩쓸리고 난 뒤에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남을 구하기 위한 다이빙을 시작한다.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어깨에 멘 무거운 공기통보다 더 중요한 장비는 바로 버디다. 나의 또 다른 공기통, 버디. 물속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호흡 기체가 떨어졌을 때 자기 숨을 나눠 주고 나를 물 밖으로 데려다줄 유일한 사람. 생명줄._본문 중『디어 마이 버디』에서 계속 강조되는 ‘버디’는 물속에서도, 물 밖에서도 항상 붙어 다니며 서로를 챙기고 목숨을 구해주는 다이빙 시스템이다. 세호는 샘 아저씨와 버디를 맺은 후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왜 나만 불행한가’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이후 세호는 다이빙을 통해 혜미, 윤씨 아저씨, 민규 형 등 많은 사람과 버디가 된다. 이 소설은 망가진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또 세상은 모두 ‘버디’의 힘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세호가 깨닫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단단한 문체로 이야기한다.“인생은 버디를 찾는 여정이란 생각이 들어. 태어난다는 건 버디를 만나기 위한 거야. 가족이라는 버디, 친구라는 버디, 애인이라는 버디, 부부라는 버디, 동료라는 버디, 반려동물이라는 버디.”혜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_본문 중다이빙 고수이자 물에 잠긴 도시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낸 샘 아저씨, 한때는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전교 1등이었지만 다이빙을 배우며 모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힌 혜미, 아홉 살 답지 않게 의젓하고 매일 밤 각자에게 어울리는 그림을 골라 읽어 주었던 사랑스러운 동생 세아, 혜미가 물에 빠져서도 끝까지 놓지 않고 살려낸 고양이 루나까지. 세호의 버디들은 갑자기 디스토피아가 되어 버린 세상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이 책은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장은진의 첫 청소년소설로, 마치 『아몬드』처럼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들 또한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 진한 울림을 얻을 수 있다. 기존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보다 독자층이 폭넓은 이 소설, 『디어 마이 버디』가 나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버디는 누구인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버디들을 만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물 밖은 종종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 물속보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세상일 수밖에 없으니까.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딱 1인분만 할게요 (커버이미지)
    [문학]딱 1인분만 할게요
    • 이서기 지음
    • 책수레
    • 2023-12-27

    “사람이 고작 먹고 살기 위해서만 사는 거야? 난 더 잘살고 싶어!”출근, 퇴근, 출근, 퇴근. 반복적인 직장생활 속에서도마음 한 켠에 꿈을 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200만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이서기 작가의 신작!“현실적이지만 위로를 주는 작가의 필체 때문에 꼭 찾아 읽게 된다.”“등장인물들이 너무 생생해서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았다.” 삐딱하지만 강렬한 문장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이서기 작가. 이번 신간에서는 ‘퇴사’와 ‘퇴직’을 바라보는 2030 MZ세대부터 60세 부모님 세대까지의 다면적 고찰을 담았다.윗세대의 몫까지 2인분을 해내야 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부담과 피로감, 아직은 더 일할 수 있는데 억지로 떠밀려 은퇴해야 하는 부모님 세대의 마음 짠한 미련까지.모두 삶의 의미와 꿈을 찾아 자유로워지고 싶지만, 각자의 창살 없는 1인 감옥에서 매일을 살아낸다. 평범해서 더 특별한 우리 세대와 부모님들께 바치는 이서기 작가의 무심한 듯 따뜻한 위로를 담은 책.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MZ세대의 몸부림MZ세대에게 바치는 위로와 공감 답도 없고, 희망도 보이지 않고, 뭘 해도 잘 안 되어서 답답한 MZ세대의 생생한 현실을 보여주는 이 책은 MZ세대가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원하는지, 이론이나 카더라가 아닌 직접 경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MZ세대가 쉽게 보여주지 않는 속마음을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다. MZ 세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이야기라고 공감할 수 있고, 기성 세대는 MZ를 이해하고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든다.주인공 이서기는 엄마에게 늘 ‘1인분만 하고 살아’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과도한 업무도 필요 없고,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해낸다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내 업무를 남에게 떠넘기기도 싫고, 내가 다른 사람의 업무를 떠맡기도 싫다. 다른 사람의 뒷담화를 신나게 이야기하는 것도 싫다. 정확한 업무분장을 통해 일을 가르쳐 주고 기다려 주는 문화를 원한다.이서기는 9급 공무원이다. 공무원 월급 180만 원으로는 스타벅스 커피를 매일 사 먹고, 화장실이 2개 있는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고, 매일 맛집을 다니는 건 꿈도 못 꾼다. 남들처럼 우아하게 살고 싶지만 돈이 없다. 백 원, 이백 원 아끼고 발 동동 구르면서 아등바등 산다고 삶이 달라질까? 월급 180만 원 받아서 언제 그렇게 될까?그녀는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 줄 알고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애매한 재능이라는 걸 깨닫는다. 성과는 없고, 확신은 바닥나고, 나이는 먹어간다. 남들은 다들 결혼하고, 애 낳고 각자의 삶을 잘 살아가는 듯한데 나만 혼자 궤도에서 벗어난 것 같다. 주류에 끼기에는 너무 멀리 온 듯하다.지금까지 내가 좇은 건 신기루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계속 울면서 찾고 찾아도 눈앞은 계속 뿌예지고, 어디로 가는지 발도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는 내 재능이 있겠지 하며 열심히 찾아도 없다. 애타게 악착같이 뒤져봐도 없는 냉혹한 현실.특별한 재능을 찾지 못해서 9급 공무원 시험에 목숨 거는 청춘들. 사지선다 객관식 시험에 청춘을 태워 개성도 없고 얼굴도 없는 공무원이 되려는 현실. 는 이런 현실이 두려운 청년을 위한 책이다. 또한 MZ 세대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MZ세대와 기성세대 모두 서로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기를 바란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커버이미지)
    [문학]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12-27

    달려가는 캡틴 아메리카와 걸어오는 윈터 솔져,거리를 장악한 공유 킥보드와 자전거……도시와 사람들, 장소와 움직임에 대한 독보적인 사유 그리고 수다!데뷔 이후 10년 간 독창적인 형식과 언어로 매번 새롭게 주목받아온 작가 정지돈의 첫 번째 연작소설집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이 출간됐다. 정지돈은 이번 연작에서 ‘모빌리티’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장소와 움직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어내며 다시 한번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과 그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펼쳐 보인다. 소설집에 담긴 네 편의 연작은 파리와 서울을 배경으로 해‘나’와 그의 파트너 엠이 도시를 산책하고 또 뛰면서 겪는 일상적이면서도 기이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동시에 발터 벤야민의 산책부터 캡틴 아메리카의 달리기까지,‘모빌리티’에 대한 정지돈 특유의 매력적인 레퍼런스와 위트 있는 통찰이 흥미롭게 이어진다.다소 생소한 용어인 ‘모빌리티’는 “움직임, 그것과 분리할 수 없는 움직임의 재현과 의미, 구체적으로 경험되는 움직임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지돈은 이러한 개념을 소설 속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와 이동 혹은 움직임을 “A에서 B로 가는 것 이상을 의미”(안은별, 덧붙임)하는 것으로 확장한다. 그렇게 그가 소설 속에 담아내는 ‘모빌리티’에 관한 이야기들은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나 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 그리고 소설과 소설이 관계 맺는 방식 등 인간과 세계에 대한 다채로운 질문들을 전한다.소설집에는 네 편의 소설에 더해 산책과 도시에 대한 작가의 에세이와 문화연구자 안은별의 ‘모빌리티’에 대한‘덧붙임’「생각의 열차」, 그리고 두 사람의 다정하고도 성실한 대화가 함께 실려 있다. 이 글들은 수록된 소설에 해설과 주석을 다는 방식이 아니라, 소설과 이어지며 ‘모빌리티’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 나가는 이 책은 독자에게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던 새로운 움직임과 장소를 선사할 것이다.호박돌은 집터 따위의 바닥을 단단히 하는 데 쓰는 둥글고 큰 돌을 말한다. 도시 건설 과정에서 무수히 깨지고 사라져간 이 돌들은 무의미하고 잡스럽게 여겨지거나 실제로 그러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내겐 이러한 여담이 세계를 지지하는 구성물처럼 여겨진다. 무슨 역할을 하는지 짐작하기 힘들고 진실 또는 거짓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때로는 실존하는지 여부도 불투명한 사물들, 기억들, 일화들의 우주. 걷기는 이러한 틈새를 마주하는 급진적인 행위다. _에세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에서어느 곳에도 도착하지 않고막연히 어디로든 계속해서 나아가는 소설들의 모음연작의 첫 번째 소설이자 표제작「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에서 ‘나’는 “산책자에 관한 소설 겸 에세이”를 쓰기 위해 파리에서 지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와 함께 파리에 머무는 엠은 오래전 시 쓰기를 그만두었고 이제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두 인물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파리의 여름날, 술과 커피를 마시며 이동 혹은 움직임이라는 주제로 어떻게 자신의 작품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 서로에게 설명해준다. 이들이 자신의 계획에 대해 수다를 떠는 장면들은 창작에 진척이 없는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이들이 천천히 산책을 하듯 작품의 완성을 지연시키는 방식, 끝없이 이어질 듯한 대화 자체가 소설을 완성시키고 삶을 만들어나간다. 한편‘나’가 다양한 레퍼런스를 경유하며 펼치는 ‘모빌리티’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정지돈의 단편소설에서 기대해온 빛나는 사유와 유머러스한 수다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엮어내 보인다. 플로베르의『감정 교육』,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 발터 벤야민 등의 텍스트와 이만희의 <휴일>, 루소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 그리고 공유 경제 체제까지 매체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넘실대며 이어지는 사유는 독자에게 읽기의 쾌감을 선사한다.〈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조깅으로 시작한다. 캡틴 아메리카를 상징하는 행위는 달리기다. 그의 달리기는 날거나 순간이동 하는 인물들 사이에서 독보적이다. 그것은 초라한 동시에 인간적이고 역동적인 행위이며 육체적인 행위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캡틴 아메리카의 적인 시베리아산 사이보그 윈터 솔져는 절대 뛰지 않는다. 〈휴일〉의 신성일은 뛰지만 카메라는 뛰는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자기비하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인물에게는 신체가 없고 그러므로 자유도 없다. 그는 철저히 모더니즘적이다. 반면 캡틴 아메리카는 리얼리즘적이고 윈터 솔져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적이다. _「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에서진실과 거짓의 이분법을 넘어지금 여기 상연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이름의 장면, 장면들「그 아이는 아주 귀여웠고 어렸기 때문에 인형을 보면 눈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기 위해 눈알을 빼려고 했다」에서‘나’와 엠은 앞선 소설에 이어 파리에 머물고 있고, 이름이 같은 커플인 두 명의 지수와 함께 노르망디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작품의 또 하나의 축을 이루는 모티프는 앙드레 브르통의 소설 『나자』로, 이 소설을 변주하는 방식으로 엠에서부터 초현실주의자 마르셀 무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가 이어진다. 브르통은 자신의 정부이자 예술가였던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 “실제 삶 그대로”쓰겠다고 표방하며 기존과는 다른 문학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하지만 그는 인물에게 ‘나자’라는 가명을 붙였고 초현실주의의 고전이 된 소설의 명성과 달리 실제 인물 ‘나자’는 세간에 잊혀지고 어려운 생애를 보낸다. ‘나’는 이 문제적인 작품에 대해 고찰하며 “『나자』에 기록된 이야기는 모두 진실인걸까”라고 묻는다. 이는 『나자』를 넘어서 “소설 겸 에세이”를 써나가는 ‘나’의 소설에 대한 물음이자, 문학 혹은 삶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어떠한 것이 진실이다 혹은 아니다 판정을 내리지 않고 “진정한 문학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한다”라는 문장을 남기고 계속해서 다음 장소로 생각을 이동시킨다. 프랑스가 나치에 점령될 즈음 클로드 카엉과 마르셀 무어는 영국령인 저지섬의 저택을 사고 그곳에 틀어박혀 자신들만의 왕국에서 현실과 비현실적으로 연계되는 작업들을 수행했다. 그들의 작업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저항 예술로 오직 그 순간 그 장소에서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드문 종류의 사건이었다._「그 아이는 아주 귀여웠고 어렸기 때문에 인형을 보면눈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기 위해 눈알을 빼려고 했다」에서“불투명한 사물들, 기억들, 일화들의 우주. 걷기는 이러한 틈새를 마주하는 급진적인 행위다.”이어지는 두 작품은 엠과 ‘나’가 독특한 인물들을 만나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지금은 영웅이 행동할 시간이다」에서 엠은 공유 자전거를 도둑맞고, 어딘가 투명인간 같은 인상을 지닌 한국인 유학생 엔씨의 도움으로 파리의 지하 공간, ‘분더캄머’에서 저절로 돌아온 자전거를 찾게 되는 기이한 일을 겪는다. 「내부순환」의 배경은 서울로, ‘나’의 북토크나 강연을 늘 찾아오는 호준에 얽힌 일화들과 함께 그가 ‘미치 미치’라는 필명으로 쓰는 소설 혹은 “소설을 향해 느리게 전진하는 연속적인 메모들”을 중심으로 윌러엄 버로스, 데이비드 올, 러브크래프트 등의 소설가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에서 상술되는 걷기의 속성처럼 정지돈의 소설은 계속해서 시간을 늘리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또한 달리기와는 반대로 목표 지향적이지 않으며 사건의 전개와 결말로 환원되지 않는다. 정지돈은 다만 놓여져 있는 이야기들을 읽고 “그들 스스로가 있을 곳을 찾도록”그것들을 한데 모아 막연히, 때로는 급진적으로 소설 속에 배치한다. 우리는 그의 소설이 탐색하는 “꿈들이 이동하는 경로”(「내부순환」)를 따라 산만하게 이동해가며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방식으로 각자가 지닌 생의 단면들을 함께 이어가게 된다.엠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걸어갈게요. 엔씨는 걱정 말라고 했다. 이 자전거는 이보다 더한 일도 해냈다고, 이 정도 역경은 문제도 아니라고. 엔씨는 헬멧을 썼고 광부처럼 헬멧에 달린 카바이드램프를 켰으며 천천히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엠과 엔씨를 태운 자전거가 어두운 국도 위를 천천히 달렸다. 걷는 것과 큰 차이 없는 속도로 움직였지만 때때로 검은 빙판 위를 미끄러지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갔고 이상 기온 때문인지 9월 중순 파리의 밤하늘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지중해풍 바람이 불었다. _「지금은 영웅이 행동할 시간이다」에서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러브 알러지 (커버이미지)
    [문학]러브 알러지
    • 박한솔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12-27

    ★★★ 2023년 단 한 권의 힐링 연애소설 ★★★★★★ 독자들의 추천으로 탄생한 종이책 ★★★“내 말은… 지금 날 피하지 말란 뜻이야.”사랑할수록 멀어지는 그녀의 사랑 방식 뛰어난 미모와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도 믿지 못하는 관계 회피적 인물이다. 그녀는 남자친구와의 이별 그리고 가정불화를 피해 도망치듯 유학을 떠난다. 기숙사 문제로 집을 알아보던 휘현은 우연히 같은 광고제 수업을 듣는 이든 집에 하우스메이트로 들어가게 되고, 이든과의 식사 도중 갑자기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지게 된다. 병원에서는 ‘인간 알레르기’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진단명이 내려지는데……. 게다가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서 알레르겐인 ‘이든’과 함께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는 것. 《러브 알러지》는 친밀한 인간관계를 거부하는 회피형 인간인 휘현과 안정적이고 따뜻한 남자인 이든 두 사람이 ‘러브 알레르기’를 치료해 나가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 이자 용서와 치유가 담긴 힐링 소설이다. “회피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아.”사랑에 상처받고, 사람에 상처받은 이들의 사랑법 뛰어난 미모와 똑 부러지는 머리로 무슨 일이든 열심인 휘현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가정불화로 인해 자기 자신은 물론 타인을 믿지 못하는 상처를 가진 관계 회피적 인물이다. 타인과의 감정 교류가 어려운 휘현은 자신과 비슷한 인기 많은 도예가인 도하를 만나지만 회피형 커플의 연애답게 미국 유학을 핑계로 이별한 뒤 도망치듯 헤어진다. 하지만, 학교의 착오로 기숙사 배정이 떨어지고, 낙담하던 중 견과류 알레르기로 힘들어하는 이든에게 실수로 호두 우유를 건네며 이든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어렵사리 구한 홈스테이에서 만난 하우스메이트는 다름 아닌 이든. 이든과의 어색한 시간을 보내던 휘현은 쇼크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데, ‘인간 알레르기’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게 되고, 심지어 자신의 알레르겐이 잘생기고 친절한 이든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란다. 어쩔 수 없이 둘은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되고, 이든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둘은 점점 가까워져 간다. 하지만 불안정한 관계 회피 유형인 휘현은 안정적인 이든과의 관계가 힘들기만 하다. 한편, 한국에 있던 도하는 휘현과 재회하기 위해 휘현이 있는 미국 대학 아트센터에서 도예 전시를 하기로 한다. 도예 전시 담당자는 다름 아닌 이든. 임상시험 처방에 따라 이든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휘현은 불편할 때마다 알레르기가 올라오지만 약을 투여하며 버틴다. 그러던 중 점점 이든을 남자로 보게 되고 마음을 연다. 작품 전시일이 가까워지며 도하, 이든, 휘현은 아트센터에서 마주하며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며 각자 혼란에 빠진다. 상처를 가진 비슷한 성향의 도하와 불편하지만 진실한 관계를 깨닫게 해주는 이든 사이에 선 휘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에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과할 것도 없이 평범하지만 평범해서 와닿는 이 시대 청춘들의 사랑 이 작품은 사랑할수록 멀어짐을 선택하며, 자신에게도 연인에게도 외로움만 남기는 회피형 인간이 진정한 사랑을 만나며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작가는 과하지 않은 문체로 담백하게 이끌어간다. 새끼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두 주인공이 각자의 상처로부터 조금씩 이겨나가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읽다 보면, 건조했던 우리의 마음도 더불어 촉촉해지는 듯하다. 《러브 알러지》는 한 편의 청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의 봄 햇살 같은 따뜻한 작품이다. 과할 것 없이 평범하지만, 평범하기에 각자의 포인트에서 십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타인에게 상처받거나 거부당하는 것이 두려워 누군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자신을 잘 보여주지 않으며, 깊은 관계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회피형 인간인 주인공 휘현은 지금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다. “회피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아.”라는 이든의 말은 어쩌면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사람에 혹은 사랑에 아파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커버이미지)
    [문학]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12-27

    “나는 사람들이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감정을 맛으로 느낄 수 있어”삼월의 어느 따뜻한 봄날 오후,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로즈에게 엄마는 먹음직스러운 레몬 초코 케이크를 구워준다. 향긋하고 진한 풍미의 케이크를 한 입 가득 입에 넣은 로즈. 최고급 초콜릿과 신선한 레몬 같은 재료들 아래에 숨어 있던 맛, 즉 엄마의 “부재, 굶주림, 소용돌이, 텅 빔의 맛”을 느끼고 충격을 받는다. 곧 무언가를 먹으면 그것을 요리한 사람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특별한 능력 아닌 능력을 갖게 된 아홉 살 로즈. 화가 난 쿠키, 지쳐 있는 우유, 사랑해달라고 소리치는 샌드위치 등 모든 음식에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곧 상상할 수도 없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비밀스러운 능력을 가진 소녀의 성장통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독창적인 상상력과 예민한 감성으로 그려낸 에이미 벤더의 장편소설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은,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더욱 필요한 이해와 인간의 감정 그 이면을 섬세하게 탐구하며 예기치 못한 삶의 비밀을 깨닫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쉽게 잊을 수 없는 소설, 나의 책장에 꽂아두고 평생 헤어지고 싶지 않은 책이다.” - 이도우(소설가)“나는 사람들이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감정을 맛으로 느낄 수 있어”풍부한 상상력으로 구워낸 달콤하고도 아릿한 이야기삼월의 어느 따뜻한 봄날 오후,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로즈를 반갑게 맞이한 엄마는 곧 먹음직스러운 레몬 초코 케이크를 구워준다. 향긋하고 진한 풍미의 폭신한 케이크를 한 입 가득 입에 넣은 로즈. 최고급 초콜릿과 신선한 레몬 같은 재료들 아래에 숨어 있던 맛, 즉 엄마의 “부재, 굶주림, 소용돌이, 텅 빔의 맛”을 느끼고 충격을 받는다. 곧 무언가를 먹으면 그것을 요리한 사람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이해받을 수도 없는 특별한 능력 아닌 능력을 갖게 된 아홉 살 로즈. 화가 난 쿠키, 지쳐 있는 우유, 사랑해달라고 소리치는 샌드위치 등 모든 음식에서 쏟아지는 정보에 마치 “내 의사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는” 기분을 느끼며 원하지 않는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리고 곧 상상할 수도 없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비밀스러운 능력을 가진 소녀의 성장통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독창적인 상상력과 예민한 감성으로 그려낸 에이미 벤더의 장편소설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은,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더욱 필요한 이해와 인간의 감정 그 이면을 섬세하게 탐구하며 예기치 못한 삶의 비밀을 깨닫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누군가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될 때,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까로즈의 가족은 지극히 평범하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능력 있는 법조인 아빠, 아이들에 대한 사랑 표현이 풍부하고 손재주가 뛰어난 엄마, 과학에 천재성을 보이는 과묵한, 다섯 살 위의 오빠 조지프 그리고 밝고 친화력이 좋은 로즈는 반듯하고 행복한 가족의 전형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 로즈의 눈에 아빠는 ‘어딘지 모르게 손님같이 느껴’지고, 감성이 풍부한 엄마는 때로는 지극히 불안해 보인다. 유일한 친구 조지 외에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터놓지 않는 조지프는, 가끔 “너무 오래 산 얼굴”을 하고 언제나 혼자 있고 싶어 한다. 한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며 겉도는 가족들을 로즈는 예민하고 투명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내가 아빠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말은 그저 아빠가 상당히 집중력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본성은 아주 단순한, 똑똑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엄청나게 복잡한 세 사람과 한집에 살게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외로움으로 못 견뎌하는 아내와, 눈빛이 너무 불안정해서 마음 편히 마주 앉아 있으려면 시리얼 상자라도 급하게 세워 막아야 하는 아들, 그리고 누구나 먹는 학교 점심을 먹고 나면 십오 분은 걸어야 속이 진정되는 딸. 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란 말인가? 같이 텔레비전 드라마를 볼 때면 나는 이따금씩 아빠가 불쌍했고, 아빠가 광고에 나오는 단순한 삶을 얼마나 바랄지를 헤아려볼 수 있었다. 사실 우리 셋보다도 얼마나 더 간절히 그 삶을 원했을지를. - 147쪽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타인의 감정에 지친 로즈는 사람의 손길이 최소한으로 들어간 감자칩이나 과자 또는 학교식당 아줌마가 ‘진실되고 솔직한’ 슬픔을 담아 요리한 음식을 찾아 먹거나 재료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산지(産地)를 알아맞히고 그것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나름대로 혼자 고통을 이겨 나간다. 그리고 열두 살이 된 어느 날, 엄마의 요리에서 “죄책감과 연애 감정”을 맛본, 그리고 “엄마의 전부”였던 오빠 조지프의 놀라운 비밀을 목격한 로즈. 혼자 감당하기 벅찬 비밀과 진실에 로즈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제발 나를 걱정해다오. 내가 엄마의 눈 속에서 본 것은 그랬다. 눈빛과 전혀 맞지 않는 엄마의 말. 엄마가 만든 무엇이라도 다시 한 번 먹는다면 그 음식이 내게 똑같은 말을 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도와줘. 난 행복하지 않아. 날 좀 도와다오. 식사 때마다 먹는 사람에게 보내는 병 속의 메시지. 그리고 난 그것을 받았다. 나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이제 내가 할 일은, 그 메시지를 받지 않은 척하는 것이었다. -118쪽몇 년이 흘러 또 다른 봄날, 대학에 진학하며 집에서 나가 혼자 살던 조지프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유일한 목격자 로즈는 역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신비한 비밀을 간직하게 된다. 외할머니가 쓰다가 보내준, 조지프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낡은 의자 하나와 함께.아프지만 소중한 현실을 눈여겨보게 만드는 마술적이고 아름다운 속삭임엄마는 로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다 본 아이 같”은 조지프를 다른 방식으로 더 사랑하며 의지한다. 매사에 빈틈이 없는 아빠는 마치 매뉴얼을 따르는 것처럼 어색하게 아버지의 역할을 하며 병원에는 한 발도 들여놓지 못하는 이상한 약점을 가지고 있어 아이들이 태어날 때나 아플 때조차 밖에서 서성인다. 사막처럼 건조한 조지프는 여동생에게 한없이 무뚝뚝하고 어디인가로 사라졌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엄마가 말했다, 조지프는 비밀이 많지. 하지만 그게 꼭 나쁜 건 아냐.집안 내력인가 봐요.엄마가 날 보고 웃었다. 의아하다는 눈빛. - 186쪽너무나 일찍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낯설게 느껴지는 가족들 사이에서 힘겨워했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타인의 감정을 외면할 수 없는 로즈는 사진첩에 숨겨져 있던 가족들의 비밀을 받아들이고 서서히 그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이 외로웠던, 고통스럽지만 선택해야 했던, 온힘을 다해 외면하고 피해야 했던 가족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의 능력 역시 다른 이들에게 이해받고자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다른 사람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정성껏 요리하고 용기를 내어 그것을 맛보면서.《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은 동화적이면서 현실적인 이야기와 캐릭터를 섬세하게 엮어낸다는 평가를 받는 에이미 벤더의 대표작이다. 출간 직후 “감동적이고 신선하며 매력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벤더레스크(Benderesque, 작가의 이름 Bender에 그로테스크 grotesque를 조합한 말)’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쉽게 잊을 수 없는 소설, 나의 책장에 꽂아두고 평생 헤어지고 싶지 않은 책”이라는 이도우 소설가의 말처럼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은 독창적이고 아름다우며 긴 여운을 남긴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