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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원 교직실무 - 예비교사와 저경력.중경력 교사를 위한 (커버이미지)
    [사회]유치원 교직실무 - 예비교사와 저경력.중경력 교사를 위한
    • 김경철 외 지음
    • 공동체
    • 2023-12-27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이미 시작된 전쟁 - 북한은 왜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가 (커버이미지)
    [사회]이미 시작된 전쟁 - 북한은 왜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가
    • 이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3-12-27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급증하는 건 자발적인 것이 아니다”前 미국 국무부 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패권 전쟁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한국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2023년 3월 19일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전의 도발과 달리 최초로 한국 전역과 일본 일부에 핵 타격을 염두에 둔 시험 발사이었기에 우리나라에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2023년 2월 4일 미국 본토 상공에서 중국의 정찰 풍선이 격추됐다. “내 직감으로는 2025년에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는 미 공군 기동사령부 마이클 미니헌 장군의 말처럼, 지금 당장이라도 한국과 북한, 중국과 미국 사이에 예기치 못한 물리적 충돌이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중국이 타이완 공격을 결정하는 순간, 북한의 남한 공격이 시작된다.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에는 수백 발의 방사포와 미사일의 강철비가 쏟아지고, 한국이 응전하면 북한은 수도권 전 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을 확대할 것이다. 이때 중국은 타이완 침공을 시작한다. 응전을 위해 미국은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타이완으로 보내고 결국 타이완 내륙에서 시가전이 벌어진다. 미국의 요청으로 일본, 캐나다, 호주, 영국, NATO가 참전을 선언하면 중국은 러시아에 참전을 요청한다. 이 상황이 우리가 목도하게 될 양안 전쟁에서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지는 전쟁 시나리오다.다가온 전쟁의 위기 앞에 한국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미 시작된 전쟁』은 강대국들의 패권 전쟁의 한가운데 놓인 우리나라가 최선의 전략으로 전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과감한 방법을 제시한다.“중국은 북한을 이용해 남한을 공격하고그 이후에 타이완 침공을 개시한다”양안 전쟁이 초래할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와 대처 전략CIA 국장 윌리엄 번스는 “시진핑은 2027년까지 타이완 전쟁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의 군사정보기관들은 중국 정부가 시진핑의 세 번째 집권을 기점으로 타이완과의 일전을 기정사실로 하고 실질적인 전쟁 준비를 마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아쇠만 아직 당겨지지 않았을 뿐, 중국과 타이완의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하는 상황을 가정한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워게임 리포트에서는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하기 전에 북한을 앞세워 한국을 공격하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중국이 북한을 동원해 한국을 공격해 미국의 움직임을 막고 그 사이에 타이완을 친다는 것이 중국 입장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계획으로 평가되었다.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단순히 북한의 주체적인 무력 시위로만 보기 힘들고, 드론과 정찰 풍선을 띄워 미국과 타이완을 떠보는 중국의 입장도 단순한 정찰로만 보이지 않는다.『이미 시작된 전쟁』의 저자 이철 박사는 말한다. “중국이 전쟁을 시작하면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이라는 난제를 풀 수 있는 과감한 해법을 제시한다.“양안 전쟁이 한반도 전쟁으로한반도 전쟁이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진다”다가온 전쟁의 위기, 한국의 선택은?30여 년 동안 중국의 진짜 모습을 현지에서 지켜봐 온 이철 박사는 현지인들도 인정하는 최고의 중국 전문가다. 그는 『이미 시작된 전쟁』에서 중국 정부 내부의 목소리를 전해준 취재원들의 정보, 공신력 높은 국제외교 전문가들의 발언을 분석하며 양안 전쟁이 초래할 결과들을 7단계로 서술하고 있다. 1장 ‘한반도가 정말 불바다가 된다’에서는 가상 전쟁 시나리오를 통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유와 2023년 현재 한국, 북한, 미국, 중국의 역학 관계에 대해 자세히 분석한다. 2장 \'중국은 양안 전쟁을 일으킨다\'에서는 중국 내부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예측을 통해 전쟁의 시기를 예측하고 중국이 전쟁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낱낱이 밝힌다.3장 \'중국과 타이완의 전쟁이 초래할 것들\'에서는 타이완 해협의 현재 상황과 중국과의 전쟁을 대비하는 타이완의 움직임을 설명한다. 4장 \'미국과 일본의 참전은 이미 결정되었다\'에서는 전쟁이 만들어 낼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해 설명한다.5장 \'어디까지가 전쟁터가 될 것인가\'에서는 이번 전쟁의 최대 격전지가 될 태평양 지역을 사이에 두고 힘겨루기에 들어갈 미국과 중국의 군사 전략을 설명한다.6장 \'미중 갈등과 양안 전쟁 시나리오\'에서는 양안 전쟁이 벌어지는 과정을 상세히 분석하고, 국제 군사전문가들이 이 전쟁의 승부를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소개한다.7장 \'생존을 위한 대한민국의 선택은?\'에서는 강대국의 패권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전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한다. 전쟁이 벌어지면 한반도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당할 것으로 모두가 예상하고 있다. 과연 이 전쟁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지금 『이미 시작된 전쟁』은 전쟁에 앞서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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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샷 뒤의 여자들 - 피드 안팎에서 마주한 얼굴 (커버이미지)
    [사회]인생샷 뒤의 여자들 - 피드 안팎에서 마주한 얼굴
    • 김지효 지음
    • 오월의봄
    • 2023-12-27

    “우리는 인생샷은 알지만 인생샷 찍는 여성들은 모른다”피드와 카메라 뒤의 여성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인생샷 문화와 페미니즘적 실천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에 질문을 던지며 나아가는 여성들을 위하여“고대하던 기술과 얽힌 여자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 책에 담긴 셀카와 인생샷, 인스타그램과 얽힌 여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진과 SNS 밖 여자들의 삶과 페미니즘을 만나게 된다.”(임소연,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저자)“이 책은 인스타를 점유하는 ‘여신셀럽’, ‘탈코셀럽’, ‘페미셀럽’과 이를 바라보는 여성들 모두 유동적이며 성찰적인 논쟁과 교섭을 통해 새로운 공동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김현미,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저자)언제 어디서든 핸드폰을 들고 셀카를 찍고 피드를 확인하는 여성들. 그들을 향한 날 선 비난에 의문을 품고, 열두 명의 여성과 함께 사진 안팎에 얽힌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 출간됐다. 사진을 찍기 전 준비 단계부터 촬영 후 보정을 거쳐 SNS에 올린 후 그에 대한 반응을 관리하는 일까지, 그 모든 과정을 통칭하는 인생샷(인생사진)에는 사회현상이나 인정욕구로 일반화할 수 없는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복잡한 맥락이 자리한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여성들은 인생샷을 중심에 두고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며 서로 지지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면서 문화를 일구고 정치를 벌인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 “여성들은 왜 인스타그램에 아름다운 인생샷을 올릴까?”에서 시작해 “우리는 인스타그램에서 타인과 어떻게 만나고 있나?”로 이어지다가 “나는 어떤 타자를 거치며 지금의 내가 되었나?”로까지 확장된 것도 그래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노력을 생생하게 담은 《인생샷 뒤의 여자들》은 셀카의 문화사이자 인생샷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이며, 더 나아가 디지털 페미니즘 시대의 실천 방식을 탐색한 중요한 시도로 읽힐 것이다. 신진 연구자의 첫 저서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복합적인 논의를 품고 있는 생생한 문화비평서이다. 촬영과 보정을 거쳐 SNS 게시와 관리까지인생샷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인생샷은 “사진을 찍기 위해 기념할 날을 정하는 점”(65쪽)에서 특별한 날을 기억하기 위해 찍은 사진과 구별된다. 말 그대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 인생샷인 셈이다. 콘셉트를 정해 어느 ‘카페’에서 어떤 ‘옷’을 입고 찍을지 물색하고 결정하는 일부터, 어떤 색감이 구현되는 ‘앱’으로 사진을 찍고 얼굴과 몸 어느 부분을 ‘보정’을 할 것인지, 그렇게 찍은 100장 중 한 장을 어떤 시차를 두고 업로드할 것인지(혹은 업로드를 포기할 것인지)까지 꽤 긴 고민과 노동이 들어간다. 이 책의 1장은 인생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담고 있는데, 여기서 저자는 무엇보다 인생샷이 ‘혼자’ 완성하는 작업물이 아닌 친구, 가족, 남자친구 등과 “협업 속에서 만들어진다”(75쪽)는 점에 주목한다. 그들은 가장 적절한 위치에서 무한대로 사진을 찍어줄 뿐 아니라 원본과 보정본 사이의 큰 격차에 대한 비밀을 지켜주는 중요한 관계다. 가장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협업자’와의 연대인 것으로, 여기에는 서로에 대한 희생과 신뢰가 깔려 있다. 게다가 협업자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생샷이 진정한 의미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 사진을 게시할 적합한 공간, 피드에 대한 피드백뿐 아니라 사진의 가치를 두루 알릴 만한 적절한 ‘좋아요’와 댓글 등을 제공해줄 조력자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각종 SNS(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중에 인스타그램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인스타그램에는 최근 올린 후 24시간에 사라지며, 누가 게시물을 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스토리 기능’이 추가되면서 예상 관객에 따라 사진을 구분해 게시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변화하는 SNS에 발맞추며 그곳에서 가장 효과를 낼 수 있는 단 한 장을 얻기 위해 수백 장의 비슷한 사진 속에서 옥석을 골라 만들어 내는 현장이 바로 인생샷과 인스타그램인 것이다.우리는 왜 사진으로 나를 표현하는가?인생샷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 이 책은 20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인스타그램 인생샷 문화에 참여했던 여성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에 둔다. 대부분 중산층 이상으로 여러 지역에 고루 거주하며, 이 중에는 수천 팔로워를 지닌 이부터 지인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계정을 운영하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저자는 “20대 중 무려 83%가 인스타그램을 이용”(111~112쪽)한다는 근거 아래, 한창 진로를 탐색하며 친구 관계 및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기의 20대 여성들이 인생샷을 중심에 두고 자신의 현 위치를 확인하는 동시에 자신이 되고 싶은 ‘나’를 실현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인터뷰이들은 인생샷과 인스타그램을 대하는 저마다의 태도를 지녔다. 팔로워를 아름다움의 지표로 여기며 남성 팔로워 숫자가 얼마인지를 중시하는 ‘회지’가 있다면, 자신이 남자친구에게 사랑을 듬뿍 받을 만한 여성임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담아 럽스타그램을 하는 ‘윤희’도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에서 “감성적인 감수성”을 지닌 “재밌고 흥미로운 사람”(119쪽)으로 보이고 싶어 그에 걸맞은 셀카를 찍어 올리는 영기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 공통점도 찾을 수 있다. 바로 이들 모두 ‘관객’을 상정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생샷과 인스타그램은 그들 옆에 누가 있고 그중 어떤 타인을 의식하는지 묻는 “당신은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한 일종의 응답이기도 하다. 현재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나 가족과 맺는 관계가 어떠한지에 따라 저만의 가치를 정립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과 함께 ‘온라인 속 나’와 ‘오프라인 속 나’ 사이의 간극을 경험하는 가운데 어떤 내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거듭 던질 수밖에 없다. 모순과 간극을 인정하고, 갈팡질팡하며 디지털 페미니즘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들나선형을 그리며 논의가 확장되는 이 책은 4부에 가까워질수록 저자 자신이 쉽게 해결하지 못했던 모순을 마주하며 인터뷰이들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으로 향한다. 바로 동일한 공간에서 존재하는 인생샷 문화와 디지털 페미니즘 운동의 관계를 되짚는 일이다. 실제로 저자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은 인생샷을 단호하게 배척하리라고 여기기 쉽지만 (중략) 페미니즘을 지지하며 인생샷을 찍는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페미니즘을 근거로 인생샷을 강하게 비판하는 여성들도 있”(183쪽)다고 말한다. 특히 인생샷이 페미니즘을 퇴보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여기며 등장한 ‘탈코르셋’ 여성 중에도 인생샷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의 공간이 변화한 부분이 배경으로 깔린다. 온라인 페미니즘은 페이스북에서 그 시초를 찾을 수 있지만 이후 페이스북을 비롯해 트위터가 지닌 특성과 한계(“페이스북과 트위터가 게시물을 ‘읽는’ 공간이라면, 인스타그램은 ‘보는’ 공간”(190쪽))를 절감하며 인스타그램으로 이동해갔다. 이때 페미니스트들 특히 탈코르셋 페미니스트들 중에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인스타그램에 ‘멋진’ 나를 현시해 이를 운동 방식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생겼다. 이 중 ‘인기’를 얻는 여성이 생기면서 탈코셀렙, 페미셀렙 같은 단어도 등장했다. 물론 그들은 자신이 인생샷 문화의 일부임을 인정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과 자신을 구분했다(“나는 남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꾸미는 게 아니라 내가 만족하려고 꾸미는 거야!”(213쪽)).그 결과 이 안에는 인생샷을 완강하게 비판하는 여성, 여전히 인생샷를 찍지만 그 중요도가 덜한 여성, ‘귀여운 나’에서 ‘존나 잘생긴 나’로 스타일이 바뀐 여성(‘한별’) 등이 공존하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로 귀결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직시하자는 것이 저자가 마지막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다. 사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서로 놓인 상이한 위치까지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기에 눈에 보이는 그 자체로 사람을 판단하기가 쉽다. 그러나 디지털 공간에서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의 어느 한 부분일 뿐으로, 사적인 공간에서 공적인 운동을 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모순과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 모든 운동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인스타그램에서만 할 수 있는 운동이 있으며, 그것이 지닌 효과도 분명하니 말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페미니즘의 경우 “개인이 공격을 받거나 일상에서 큰 불이익을 얻을 위험이 적다. 또한 서로를 지지하고 믿어주는 동지들과 함께하기에 소속감과 안정감이 있다.”(281쪽) 그렇다면 이러한 모순과 한계,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운동을 이어가면 어떨까? 여기서 비롯되는 그 갈팡질팡을 하나의 운동 전략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책의 말미에 남긴 문장을 들려주고 싶다. “사실 ‘갈팡질팡’은 이미 정해진 결말이기도 하다. 성차별적 세계의 구성원인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무결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생 여러 세계 사이를 헤매며 살게 될 것이다.”(312쪽)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일상과 놀이에 기반한 영아중심의 발현적 보육과정 - 제4차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 실행을 위한 (커버이미지)
    [사회]일상과 놀이에 기반한 영아중심의 발현적 보육과정 - 제4차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 실행을 위한
    • 한종화 지음
    • 공동체
    • 2023-12-27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일할 자격 - 게으르고 불안정하며 늙고 의지 없는… ‘나쁜 노동자’들이 말하는 노동의 자격 (커버이미지)
    [사회]일할 자격 - 게으르고 불안정하며 늙고 의지 없는… ‘나쁜 노동자’들이 말하는 노동의 자격
    • 희정 지음
    • 갈라파고스
    • 2023-12-27

    모두 일해야 한다지만 아무나 일할 수 없는 사회,다가설 수 없는 ‘노동의 자격’에 대하여“그러게 좀 열심히 살지…” 산업재해나 과로사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 달린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본다. 너무 열심히 일하다 다치고 사망한 이들에게 ‘열심’이란 잣대를 들이댄다. 다치고 죽은 이들이 행한 ‘열심’과 세간의 ‘열심’은 다르다. (사람들은 ‘열심히’ 살았다면 지방의 작은 대학을 졸업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 졸업 후 변변한 곳에 ‘정식’ 취업을 하지 못할 리 없다고 여긴다.) 이렇듯 누군가의 ‘열심’은 ‘진정한 열심’이 아니다. 그리고 ‘진정한 열심’을 행한 것이 아니라면, 그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 개인의 탓이 된다.이 책은 누구나 제 밥벌이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 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말라는 세상, 즉 ‘노동자’가 ‘사람’의 자격이 된 세상,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노동시장에서 소외될 수 없다고 믿는 세상에서 ‘일할 자격’이 진정 모두에게 보편타당한 것인지를 묻는다.“당신은 젊은가? 몸이 건강한가? 외모가 준수한가? 신체에 손상이 없는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 없는가? 의지는 강한가? 생활 패턴이 안정적인가? 교우 관계가 원만한가? 최종 학력이 평균 이상인가?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있는가?”당신은 이 질문들로부터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가? 지금의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더라도, ‘(정상) 노동자’로 살아가는 시간은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노동의 시간 전체에서 아주 잠깐일지도 모른다.일할 자격이 없어 말할 자격도 없던낙인찍힌 노동자들이 바라보는 일의 세계‘사람’이라면 ‘노동자’여야 한다는 조건은 너무도 강력해서, 우리는 노동자가 되는 데도 자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리하여 이 자격에서 박탈된 이들의 문제는 ‘노동’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이 책은 ‘성실하지 못한’, ‘생산성 없는’, ‘나태한’, ‘난잡한’, ‘늙은’, ‘불안정한’, ‘골골대는’… 일터에 들어올 자격을 박탈한 ‘낙인찍힌’ 이들의 시선으로 일의 세계를 바라본다. 노동자의 자격을 지배하는 정상 권력의 시선에서는 이러한 낙인이 정상성의 반대항이었다면, 가치의 위계를 뒤집어보는 시선에서 낙인은 정상성의 거울상이다. ‘열정적임’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정상) 노동자’의 자격이 될수록, ‘의지박약하다’는 낙인은 꼭 그만큼 누군가에게서 일할 자격을 박탈한다. 이 책은 “낙인의 기능은 비정상을 추려내는 데에만 있지 않다”는 것, “규율과 통제를 수락하고, 이윤의 획득을 긍정적 가치로 이해하고, 자신의 몸이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됨을 적극적으로 수락하는” 노력을 잠시라도 게을리하는 모든 이들을 채찍질한다는 것, 그리하여 ‘(정상) 노동자’들조차도 사실상 일터의 낙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비춘다.이 책을 쓰며 “나와 연결된” 일터의 낙인들을 우선하여 떠올려보았다는 저자는 ‘성실하지 않은 청년들’(나태한, 의지박약한), ‘혼자 양육하는 비혼모들’(얕보이는, 난잡한), ‘정신질환을 겪는 여성들’(나약한, 불안정한), ‘노년 돌봄노동자들’(골골대는, 짐스러운), ‘과체중인 사람들’(둔한, 무절제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이들’(남자답지 못한, 결격사유가 있는)의 이야기를 듣고 풀어낸다.1장 ‘생산적으로 살아라?’는 성실하지 않은 청년들의 분투기를 다룬다. ‘자기관리’를 넘어 스스로를 기업처럼 운용하는 ‘자기 경영적 주체’로 살아가기를 요청받는 시기에 “차곡차곡 스펙을 쌓지 않고, 취업 준비를 유예하고, 취업해도 자꾸 퇴사하고, 사람들이 정식 일자리로 보지 않는 곳에서만 일을 구하는” 청년들이 어떻게 ‘일할 자격’과 ‘스스로를 설명할 자격’을 잃게 되는지(이들에게 사회는 ‘게으름뱅이’, ‘낙오자’ 외 다른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를 살핀다. 동시에 시장의 원리를 내면화한 ‘좋은 일자리’의 조건과 이 질서 안에서만 의미를 획득하는 ‘성실’이라는 가치, ‘성실’과 한 몸이 된 ‘불안’이라는 감정이 일의 세계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살펴본다.2장 ‘덮어놓고 낳든, 낳지 않든’에서는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자 노동자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절박하기에’ 직장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처지라고 여겨지는 이들은 불안정하고 고된 일자리에 쉽게 고용되고, 그로 인해 일터에서 쉽게 소진되고 쉽게 내쳐진다. 어떤 결정을 하든 ‘그러게 누가 낳으랬냐’라는 타박의 시선과 ‘모자란 어머니’라는 자책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기 어려운 이들은 비혼을 말하는 여성들조차 비혼모의 삶의 종착지는 결혼이라고 여기는 사회에서 ‘미완성’, ‘난잡함’ 등의 낙인을 쓰고 노동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어머니’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정상) 노동자’로 살아갈 수 없는 것과 어떻게 포개어지는지를 보게 한다.3장 ‘약봉지를 흔들며 걸어간 곳, 직장’에서는 정신질환 증상을 겪으면서도 “매일 같은 곳으로 출근하고, 인사권을 지닌 존재와 한 공간에서 일하며, 평판을 공유하는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직장인에 주목한다. “버티면 베테랑이 된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아무 저항을 받지 않는 “진공 상태”에 머물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은 남몰래 ‘광인’이 된다. 일터에서 “인정받지 못할까” 불안해하고,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약을 먹는다. 그러면서도 질환이 일의 효율을 방해할까 전전긍긍한다.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의 막막한 의문을 저자는 “‘일터에 나가기 위해’ 약을 먹는 일을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꾸어 묻는다.4장 ‘늙은 사람을 돌보는 늙은 사람의 노동’에는 80대 노인을 돌보는 60대 재가요양보호사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어르신’을 “애”라고 칭하며 정해진 방문일이 아닌 날에도 돌봄을 자청하는 이들이 왜 자신의 노동을 ‘일’이 아닌 ‘봉사’로 여기는지, 노인에게 가장 많이 마음을 내어주면서도 ‘늙음’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살펴본다. “만 60세 정년을 정해둔 세상에서 만 61세의 노인이 일하지 않고는 살아갈 방법이 없”는 사회에서 ‘늙는다는 것’에 대한 이 사회의 못 미더움과 배제가 돌보는 사람과 의존하는 대상으로,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소비자로 노인과 노인이 만나는 공간에서 관계와 노동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들여다본다.5장 ‘뚱뚱해서 게으르다고 여길까 봐’에서는 과체중인 이들의 공적 활동을 이야기한다. ‘뚱뚱한’ 몸이 ‘자기관리’의 실패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날씬함은 그 자체로 능력이 된다. 이 장에서는 ‘체중’이 ‘일할 자격’을 어떻게 가르는지, 일터 내의 입지와 이미지를 어떻게 좌우하며 일하는 이의 능력과 평판에 개입하는지를 알아본다. 동시에 “지금의 몸은 나의 몸이 아니”라고 여기기에 체중을 둘러싼 낙인은 당사자에게도 진지한 문제로 인식되기 어렵다는 점을 함께 짚으며 ‘살아 숨 쉬는 몸’을 바라보는 일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6장 ‘군대보다 편하니까’에서는 “‘군필’이라고 말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군대’라는 단어도 통용되지 않지만 병역의 의무가 수행되는 곳”에서 첫 직장(발령받은 근무지)을 갖게 되는 ‘사회복무요원’들의 노동에 다가간다. 어딘가 아프고 손상되었다는 이유로 4급 판정을 받지만, “건강하지 않은 청년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이들은 “꾀병”을 부리며 “꿀이나 빠는” “나약한” 남성이 된다. ‘취약한’ 이들이 소환되는 ‘더 취약한’ 일터의 현실 또한 함께 짚으며 거대한 노동시장의 하부를 떠받치는 무상노동과 강제노동의 세계를 살펴본다.자격이 아닌 삶으로서 일터에 서기일터에서 부당함을 겪은 사람들을 긴 시간 취재해온 저자는 그간 “직장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사람들만을 만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장 문턱”을 넘을 수 없거나 그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노동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다른 노동”의 가능성을 믿으면서도 “성실과 효율”이라는 이 사회의 노동 문법을 놓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저자 희정의 솔직하고 섬세한 탐구로 쓰였다. 또한, 자신을 ‘(정상) 노동자’로 호명하지 않는 사회에서 스스로를 설명하며 일하려는 인터뷰이들의 치열한 고민과 용기로 쓰였다.누구나 노동자가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일할 자격’은 사실 ‘일할 능력’으로 바꾸어 불러야 적절할 만큼 끝없는 노력을 요한다. 이를 짚으며 이 책은 자격이 박탈된 ‘비정상’이기에 누군가가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문법에 소외가 필요하기에 누군가가 ‘비정상’이 된다는 것을 밝힌다. 이 책이 보여주듯 “일의 세계가 차별을 통하지 않고는 굴러가지 못하”는 세계라면, ‘일할 자격’을 박탈한 이들은 일의 세계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의 세계를 굴리는 문법을 “가장 먼저 겪는” 이들이자, 우리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보이지 않는 ‘노동의 문법’을 떼어내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이 책에서 일터의 낙인을 탐구하는 과정은 사회가 각각 ‘청년’의, ‘어머니’의, ‘노인’의, ‘남성’의, ‘신체와 정신’의 정상성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과 포개어진다. 이렇듯 낙인과 정상성이 만들어지고 구성되는 것이라면 그러한 낙인과 정상성으로 굴러가는 노동의 세계 역시 만들어지고 구성되는 세계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나는 좋은 노동자일까?’라고 스스로의 일할 자격을 검열하던 것에서 벗어나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일터의 정상성은 무엇을 향해 있을까? 우리는 언젠가 자격을 말하지 않고 일터에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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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주의의 심리학 (커버이미지)
    [사회]전체주의의 심리학
    • 마티아스 데스멧 지음, 김미정 옮김
    • 원더박스
    • 2023-12-27

    2022년, 유럽과 북미를 강타한 논란의 책위기가 닥치면 한쪽에서는 항상 더 큰 권력과 책임을 갖는 큰 정부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온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국가는 이미 확보한 개인 정보를 활용해 감시와 관찰을 강화하고 사회적 강제 조치를 서슴없이 시행한다. 테러나 기후위기 때마다 나타났던 이런 경향은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한번 재현되었다. 이 책은 팬데믹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소위 규제 열광regulation mania이라고 명명한 현상이 팽배했을 무렵 세상에 나왔다. 벨기에에서 처음 책이 출간되자마자 관료들 그리고 소위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과학자’들은 극심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후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차례로 번역되었는데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하지만 관료와 팬데믹 상황에 ‘강한 규제’를 주장한 소위 ‘과학자’들의 싸늘한 반응과는 달리 독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유럽 각국에서도 화제의 신간이나 편집자 추천으로 분류되었다.독자들이 이 책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저자는 대중에게 “더 많은 감시와 통제를 원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고, 독자가 된 사람들은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끝나면 ‘자유’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건 ‘환상’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21세기, 전체주의의 재등장 혹은 재발견20세기 초,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정부 형태가 출현했다. 나치주의와 스탈린주의로 대표되는 전체주의 정부다. 한나 아렌트는 20세기 전반을 마무리한 1951년 『전체주의의 기원』이라는 기념비적 저작을 통해 “전체주의 정부는 독재와는 뚜렷하게 구분된다.”고 밝혔다.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전체주의 국가는 단순한 ‘독재’ 정부와는 철저히 달랐다. 구조(내부 조직)와 역동(과정 지향적 진행) 측면 모두에서 그랬다. 한나 아렌트는 이 차이점의 본질이 심리적 차원에 놓여 있다고 논했다. 독재는 원시적인 심리 기제를 토대로 삼는다. 즉, 독재 정권의 잔혹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사람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전체주의는 대중 형성mass formation이라는 음흉한 심리적 과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이 ‘심리’의 본질과 과정까지 원고를 밀고 나가지 않았지만 이 책의 저자 마티아스 데스멧은 이런 심리적 과정에 좀 더 천착했다. 이런 심리적 과정을 고려해야만 전체주의 체제의 국민이 지닌 놀라운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집단의 유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맹목적으로 희생한다.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게는 극단적인 비관용을 드러내며, 편집적인 밀고자 심성을 지니고 있어 정부가 개인의 삶 한가운데를 파고들도록 허용한다. 유사 과학을 토대로 한 터무니없는 세뇌와 선전에 이상할 정도로 취약하고, 모든 윤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편협한 논리를 맹목적으로 따른다(이로 인해 전체주의는 종교와 양립할 수 없다). 모든 다양성과 창의성을 상실하며(이런 점에서 전체주의는 예술과 문화의 적이다), 본질적으로 자기 파괴적이다(따라서 모든 전체주의 체제는 자멸하는 결과를 맞이한다).전체주의의 첨병 ‘기술관료’저자는 현재 새로운 (기술관료에 기반한) 종류의 전체주의가 부상하고 있다는 징후가 여럿 보인다고 말한다. 치안 기관이 개인의 삶을 침범하는 경우(메일 확인, IT 시스템 조사, 도청 장치 설치, 전화 도청)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감시 사회가 전반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사생활권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 또한 최근 10년 사이에 정부가 조직한 채널을 통해 시민들이 서로를 밀고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었고, 다른 의견을 내는 목소리에 대해,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동안 감시와 억제가 늘어났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대한 지지가 사라졌다. 1951년에 아렌트가 예상했던 순간이 급속도로 다시 다가오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이끌고 있는 것은 스탈린, 히틀러 같은 ‘주모자’가 아니다. 바로 ‘따분한’ 기술관료다. 전체주의는 인간 지성이 삶과 사회의 지침 원리가 된다고 여기는 신념이다(저자는 이 부분에서 계몽주의의 역설에 대해 강조한다). 이 이데올로기는 기술관료와 전문가들이 그들의 기술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라는 기계를 결함 없이 운영함으로써 유토피아 같은 인공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체주의 관점 안에서 개인은 집단에 완전히 종속된 채 사회라는 기계 속에 부착된 하나의 부품으로 축소된다. 여기서 모든 의사결정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전문가’의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까닭에 전체주의는 항상 법률을 폐기하는 쪽을 택하거나 법률 실행에 실패하고, ‘명령에 따라’ 통치하는 편을 선호한다. 즉, 새로운 상황이 펼쳐질 때마다 그 상황에 대한 (유사)합리적 평가에 근거해 새로운 규칙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변덕스럽고, 터무니없으며, 끝없이 변하는 규칙으로 이어져 결국 사회의 모든 인간성을 파괴한다는 것은 역사 속의 수많은 예가 보여준다.전체주의를 만든 전제, 대중 형성mass formation저자는 전체주의의 부상이 민주주의에서 기술관료제로의 전환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또 하나, 아주 예전부터 내려온 전통인 대중 형성에 주목한다. 전체주의는 소위 민주적이라고 불리는 국가에서도 공공연히 행해진다. ‘대중의 지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반복되는 테러, 지구온난화, 코로나바이러스 등의 공포 대상 앞에 드러나는 점점 더 절박하고 자기-파괴적인 일련의 사회적 반응과 일치한다.본질상 대중 형성은 개인들의 윤리적 자기 인식을 파괴하고 그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앗아가는 일종의 집단 최면이다. 이 과정은 음흉한 속성이 있는 까닭에 사람들이 의심 없이 희생양이 되게 만든다. 유발 하라리의 말을 빌리면, 대다수 사람은 전체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알아차리지도 못할 것이다. 우리는 전체주의를 주로 노동, 수용收容·concentration, 죽음의 수용소 등과 연관 짓지만, 이것들은 기나긴 과정의 당혹스러운 최종 단계일 뿐이다.대중 형성의 기원은 아주 오래전부터다. 중세의 대중 형성은 대체로 국소적이고 단명한 특징을 보였지만, 프랑스 혁명기의 대중 형성만 보더라도 벌써 규모가 대폭 커지고 지속 기간도 더 길었다. 스탈린주의와 나치주의에서 나타난 대중 형성은 훨씬 대대적이었고 훨씬 더 오래 지속됐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동안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인구가 기나긴 시간 동안 대중 형성에 사로잡혔다.대중 형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1세기 대중 형성은 세계의 합리화, 기계화의 효과에 따른 논리적 귀결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사회적 원자화 상태에 들어갔고, 이들의 수가 임계치를 넘어서면 대중 형성 과정이 시작된다. 대중 형성은 복잡하고 역동적인 현상으로, 물이나 가스에 열을 가할 때 그 속에서 일어나는 대류 패턴 방식과 비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저자는 대중 형성이 일어나는 네 가지 특징에 대해 이야기 한다. 첫째는 일반화된 외로움, 사회적 고립, 사람들 간의 사회적 유대 부족이다. 사회적 연결성의 퇴락은 무의미한 삶이라는 둘째 조건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 조건은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는 이유 없는 불안과 심리적 우려다. 앞의 세 조건에 이어 넷째 조건, 즉 상당량의 이유 없는 좌절과 공격성이 생겨난다. 사회적 고립과 성마름 사이에는 논리적 연결고리가 있으며 이는 경험적으로도 입증되었다.결국 개인이 대중 형성에 참여하는 이유는 본질상 합리적인 경우가 (설령 있다고 해도) 드물다. 전문가들이 멋진 제목을 앞세우고 때때로 공영 텔레비전 방송에 나오면, 마치 주어진 조치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여 전략이 더욱 정당화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는 이 정도만 제시해도 대응 조치가 올바르다는 충분한 증거가 된다. “당연히 전문가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 “아무렴, 전문가들이 전부 틀릴 수는 없겠지.”, “사실이 아닌 걸 말할 리는 없잖아.” 등등. 다시 말해 고대로부터 논리적 오류로 알려져 온 군중에 호소하는 논증argumentum ad populum과 권위에 호소하는 논증argumentum ad auctoritatum은 대다수 사람이 이야기를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데 충분하다. 모든 일에서 이야기에 동조하는 근본 동기는 집단 형성과 집단 압박이지, 이야기의 정확성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과학자들도 전체주의에 공헌한다?모든 이데올로기가 그렇듯 과학도 이렇게 변화를 겪었다. 처음에 과학은 소수가 다수에 도전장을 내는 하나의 담론이었으나, 나중에는 과학 자체가 다수의 담론이 되어버렸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과학적 담론은 처음과는 반대되는 목표를 지향하게 되었다. 대중을 조작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경력을 쌓게 하고, 상품을 홍보하고, 기만을 퍼뜨리고, 타인을 얕잡아보고 낙인을 찍게 했다. 실제로 분리와 배제를 정당화하는 데도 과학적 담론이 작용했다. 요컨대 여느 지배적 담론처럼 과학적 담론도 기회주의, 거짓말, 기만, 조작, 권력을 뒷받침하는 특권적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자료에 따르면 의학 연구의 무려 85퍼센트가 각종 오류, 엉성함, 사기로 인해 의심스러운 결론에 도달한다는 발표가 있었다.(<미국 심장협회 순환연구Circulation Research> 2015년 1월호) 한나 아렌트도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전체주의는 궁극적으로 과학에 대한 일반화된 집착, 인공적 천국에 대한 신념의 논리가 확장된 형태다.”라고 일갈한 바가 있다. 과학자들은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수천만 명이 바이러스로 인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기술 관료는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대중은 ‘사실이 아닌 걸 말할 리가 없다’고 동조한다. 새로운 단계가 개시될 때마다 우리는 자유를 조금씩 더 잃어버리고, 마지막에 도달하는 최종 목적지에서 인간은 거대한 기술만능주의적 의학 실험 속에서 QR 코드로 축소된다.너무나 암울한 ‘전망’ 같지만 ‘일주일에 맥주는 두 병만 허용한다’(캐나다), ‘오프닝 댄스는 가능하되 폴로네즈는 금지한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반발하는 의사는 의학협회에서 제명한다’(벨기에) 같은 일들이 실제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면 저자의 암울한 전망이 단순한 ‘전망’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저자는 모든 아동이 자기 존재 및 타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와 관련하여 근본적인 불확실성과 직면하듯이, 과학 및 과학에 기반한 계몽주의 사회도 이제 갈림길에 이르렀고 말한다.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는 우리는 불안을 회피하고 불확실성을 부인하든지, 아니면 우리의 자기애적 불안을 뿌리치고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 첫 번째 길을 택한다는 것은 더 많은 (유사)과학적 이데올로기, 그릇된 합리성, 그릇된 확실성, 기술적 통제에서 해결책을 찾는다는 뜻이다. 이 길의 끝에는 더 심한 불안, 우울, 사회적 고립이 기다린다. 이런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겠다고 더 고집스럽게 애쓰다 보면 더 깊은 절망에 빠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악순환이 도달하는 논리적 최종점이 대중 형성과 전체주의, 즉 인간의 모든 창의성, 개별성, 다양성, 모든 형태의 사회적 연결(개인과 국가 집단 사이의 유대는 제외)의 급격한 파괴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사회의 전 영역에서 이 과정이 점점 더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촌 전체가 대중 형성이라는 동일한 과정에 사로잡혔고, 어디든 존재하는 통제가 사생활의 가장 내밀한 영역까지 다다를 정도로 세계의 ‘기술화’와 ‘기계화’가 확대되었다. 이에 전 세계는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궁극적 종점에 이르러 마지막 총력을 다한 뒤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방식으로 무력성을 드러내는 순간, 즉 한 순환의 종결점을 경험하고 있다.그러나 두 번째 길을 택한 사회는 불안을 뿌리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인간의 조건에 내재되어 있으며 창의성, 개별성, 인간적인 연결성을 출현시키는 필요조건임을 깨닫는다. 이 길 위에서 사회는 연결성과 개인의 차이점이 서로를 강화하는 공간이 된다―이와 반대로 전체주의 체계에서는 집단성이 모든 사람의 개별적 자유를 철저하게 빼앗아 모든 다양성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단일한 국가 정체성이 차지한다. 위대한 과학Great Science은 앞서서 두 번째 길을 걸어갔다. 이성을 절대적 한계까지 추구한 뒤, 그 지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앎, 타자와 연결되는 새로운 연결 방식, 그리고 서로 다른 원리를 토대로 인간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사회가 저자의 예상대로 걸어갈지 아니면 더 깊은 심연으로 침잠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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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감 중독 사회 - 분노는 어떻게 정의감을 내세운 마녀사냥이 되었나? (커버이미지)
    [사회]정의감 중독 사회 - 분노는 어떻게 정의감을 내세운 마녀사냥이 되었나?
    • 안도 슌스케 지음, 송지현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12-27

    분노는 어떻게 정의감을 내세운 마녀사냥이 되었나?마음속 어둠에서 생겨난 정의감 중독의 메커니즘과 대응법!사회학자 오찬호, 경제학자 조귀동 강력 추천!미국 ‘최고의 분노 조절 전문가 15인’에 선정, 전 세계 70만 부 넘게 저서가 판매된 안도 슌스케 화제의 신작!언제부턴가 각자의 정의로 서로를 공격하는 세태가 심해지고 있다. 정의를 내세우면서, 공정을 내세우면서 약자를 차별하고 혐오를 조장하기도 한다. SNS를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악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온라인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가깝고 먼 인간관계에 대한 거리 감각이 저하되어 사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과도하게 참견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제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사생활이 공개되고 비판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참교육’, 신상 털기, 디지털 자경단이 온라인에 횡행하고, 사람들은 사적제재와 자력구제를 다룬 드라마에 열광한다.『정의감 중독 사회』는 일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사건으로 시작한다(12쪽). 한 프로레슬러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아끼는 레슬링 유니폼을 다른 출연자가 세탁기에 넣고 빠는 바람에 못 쓰게 되자 상대 출연자에게 크게 화를 냈는데, 방송 후 그 레슬러의 태도를 지적하는 글이 쏟아지고 개인 SNS에도 많은 악플이 달리자,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 사건이 발생한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방역지침을 잘 지키는지 서로 감시하고 환자 발생 지역 번호판을 단 자동차의 차주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는 등, 평소라면 정의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타인을 공격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저성장, 양극화, 감염병 위기,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속에서 두려움과 불안이 가스처럼 내면에 쌓이면, 자잘한 갈등이 도화선이 되어 사람들의 내면에 충전된 가스가 폭발하면서 격한 분노와 사회적 대립으로 이어진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정의감이 서로를 감시하고 비난하는 명분으로 활용되면서 부담스럽고 거리를 두고 싶은 것으로 바뀌고 있다.『정의감 중독 사회』는 정의감이 서로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 버린 현대사회의 문제를 분노 조절 전문가의 시각에서 분석한 독창적인 저서이다. 저자 안도 슌스케는 미국 앵거 매니지먼트 협회에 등록된 1,500명 이상의 퍼실리테이터(교육생 및 조직 구성원의 변화를 촉진하는 조력자) 중에서 15명만 뽑는 최고 등급 전문가로 선정되었고, 귀국 후에는 일본에 앵거 매니지먼트 이론과 기술을 확산하는 데 힘썼다. 그의 저서는 미국과 아시아 각국에서 지금까지 7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로 공정을 내세워 차별을 내면화한 세태를 날카롭게 지적한 사회학자 오찬호는 “주관적인 잣대로 정의감을 휘두르며 극과 극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마주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날 선 분노들 사이에서, 차분하게 숨 쉬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고 밝혔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계층 세습의 현실을 밝혀냄으로써 세대 간 혐오와 대립 프레임에 정면 도전한 『세습 중산층 사회』 저자 조귀동은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패션같이 손쉽게 올바름을 소비하는 시대에 거리를 두고 감정과 행동을 찬찬히 되돌아볼 것을 주문한다. 긴 안목에서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건전한 행동을 하는 것인가 따져보라는 조언은, 다양한 감정 과잉을 유도하는 디지털 시대에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이 책을 추천했다. 정의감이 진짜 우리 삶과 세상을 더 낫게 만들려면, 그것이 내세우는 명분에만 주목하지 말고, 내면에 대한 성찰과 사회에 대한 참여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정치적 양극화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복원하려면 나의 정의감, 타인의 정의감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고민하고, 소통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대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알려준다.수많은 상담 사례를 통해 밝혀낸 정의감 중독의 메커니즘,심리적 동기에 따른 다섯 가지 유형과 대응법까지!사람들은 누구나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있다. 개인의 핵심 믿음(core belief)은 가정과 소속집단 속에서 어려서부터 형성되는데, 사람들은 어떤 상황을 마주하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핵심 믿음을 기준으로 그 상황에 의미를 부여한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이동성이 증가하고 정보가 무한대로 교류되므로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수많은 다양성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가치관, 취향, 문화에 접하다 보면, 핵심 믿음에 반하는 것들도 자주 접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핵심 믿음에 어긋나는 것을 보면, 이건 옳지 않다는 정의감이 발동한다. 그러나 마음이 평온하고 사고가 유연하다면 웬만한 것들은 그냥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바로 내면에 부정적인 에너지가 쌓여 있을 때 발생한다.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 불안과 불만이 가득 쌓여 있으면, 작은 불꽃에도 쉽게 발화되어 큰 폭발로 이어지게 된다.성장이 정체된 사회에서 불충분한 기회와 자원을 두고 경쟁이 심해지면, 조금만 남보다 높은 곳에 올라서도 자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합리화하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질타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저자는 대표적인 심리적 오류 중 하나인,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고 게으른 사람은 대가를 치른다는 ‘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을 믿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는 데이터를 제시한다(135쪽). 운이 나쁜 사람들이나 약자들을 도덕적으로도 공격하는 차별과 혐오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개개인의 심리적 약점을 파고든 정의감 중독이 확산하고 있다. 저자는 수많은 상담 사례를 통해 정의감 중독인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외로운 사람들, 이 세상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임을 지적한다. 정의감 중독 유형 중 ‘고독한 유형’이다. 경쟁 상황에서 유독 공정을 내세우는 ‘열등감 유형’도 자신의 자리가 불안하다고 느껴 과잉 반응하게 된 사람들이다. 시기와 질투를 정의감으로 정당화하는 ‘질투 유형’은 공격 대상을 적극적으로 찾으며 공격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꽉 막힌 자신의 세계에만 안주하는 ‘독선가 유형’, 누군가 선두에 서면 뒤에서 함께 돌을 던지지만, 분위기가 바뀌면 바로 물러서는 ‘집단 심리 유형’도 있다. 이 책은 정의감을 과도하게 내세우는 사람들의 심리적 약점을 설명하고,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알려준다.무익한 정의감 내려놓기 + 바꿀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내가 느끼는 정의감이 유익한지, 무익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앵거 매니지먼트(anger management)에서는 ‘빅 퀘스천(big question)’을 기준으로 삼는다. 저자는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때 나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건전한가?’라는 질문(빅 퀘스천)을 충족할 수 있는 정의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내려놓으라고 권한다. 장기적으로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정의만 추구하기에도 인생은 짧다. 관여해야 할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저자는 알코올 없이 살 수 없는 만성 알코올 중독처럼, 정의감을 휘두르는 쾌감에 빠져 그것이 정체성이 되어버린 ‘만성 정의감 중독’을 주로 언급하지만, 누군가의 강요나 자신의 주량을 잘 몰라 갑자기 많은 알코올을 섭취한 나머지 건강이 위험해지는 급성 알코올 중독처럼, 정의감을 내세운 과도한 공격에 위축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급성 정의감 중독’에 대해서도 섬세한 해법을 제시한다. 의견이 다르면 입을 다물고, SNS에 글을 올릴 때마다 철저하게 자기검열하고, 정의를 내세우는 목소리 큰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것도 위험 신호다. 자신의 가치관을 뚜렷하게 정립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만성 정의감 중독인 사람들에게 쉽게 휘둘리고, 내면에 화가 쌓이다 못해 자신 역시 정의를 내세워 만만한 타인을 함부로 공격하게 될 수도 있다.복잡하고 혼란한 세상에서 중심을 잡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한편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추구하는 정의를 실현하려면,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보다 그들 스스로 마음을 열도록 이끄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솝 우화에서, 거센 공격으로 외투를 날려버리려 했던 바람은 지고, 따뜻하게 행인을 비춰 스스로 벗게 한 해가 내기에서 이겼다. 정의감을 내세운 공격은 바람, 공감과 배려는 해다(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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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죄 없는 죄인 만들기 - 결백한 사람은 어떻게 유죄가 되는가 (커버이미지)
    [사회]죄 없는 죄인 만들기 - 결백한 사람은 어떻게 유죄가 되는가
    • 마크 갓시 지음, 박경선 옮김
    • 원더박스
    • 2023-12-27

    어느 날 당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유죄가 되고 감옥에 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어느 날 당신에게 경찰이 찾아와 당신을 강간 혐의 용의자로 붙잡아 갔다고 하자. 경찰은 포렌식 분석을 위해 음모를 뽑고, 당신의 행적을 추궁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지만, 피해자는 당신이 범인이라고 증언했다. 결국 당신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을 믿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피해자의 증언이 있으니, 당신은 분명 범인 아니겠는가? 이 책의 저자인 마크 갓시 교수도 그랬다. 그는 교수 업무의 일환으로 결백을 주장하는 한 재소자의 구명 운동에 나선 로스쿨 학생들을 지도하게 됐지만, 솔직히 무죄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 학생들이 상담한 허먼 메이라는 이 재소자는 분명히 범인일 거라 여겼다.하지만 그가 틀렸다. DNA 검사를 통해 허먼 메이는 실제 강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는 13년간의 복역 끝에 무죄 방면된다. 전직 검사 출신이기도 한 갓시 교수는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고 완전히 눈을 새로 뜨게 된다. 검경과 사법 시스템의 잘못된 수사와 판결로 죄 없는 이들을 감옥에 가두기도 한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 문제에 뛰어들게 됐다. 그는 동료들과 오하이오 이노센스 프로젝트를 설립하고, 2022년 현재까지 39명을 감옥에서 꺼냈다.이 책은 그런 그의 활동 기록으로, 전직 검사의 고백록이자, 사법 제도 개선을 위한 제안서이기도 하다.나는 이 책에서 잘못된 유죄판결로 이어지는 심리적이고 정치적 요인들을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지금껏 그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는 한 사람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이자 내가 새로이 눈뜨고 진실을 발견해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이 책에서 나는 인간 심리의 타고난 결함과 정치적 압력이 어떻게 형사사법 분야의 행위자들 —경찰관, 검사, 판사, 변호사 —을 기이하고도 놀라우리만치 불공정한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지 설명하려 한다. …… 정말이지, 우리 형사사법제도는 정의의 여신처럼 눈을 가린 채 정의를 실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불의에 눈감고 있다. -12쪽오판을 만들어내는 경찰, 검찰 그리고 사법 시스템 전반의 문제점들그럼 어째서 죄 없는 이들이 유죄판결을 받아 감옥에 갇히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몇 가지 주요 원인을 함께 설명한다. 확증 편향: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심리 경향을 말한다. 형사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판사 역시 인간인 이상 이런 확증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은 어떤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나면, 용의자를 범인으로 만드는 증거에만 몰두하고, 결백을 보여주는 증거는 무시한다. 장모를 강간 살해하고, 조카를 강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클라렌스 엘킨스 사건에서 검경은 피해자에게 남은 정액의 DNA가 엘킨스의 것과 다르다는 명백한 증거도 끝끝내 부정하려고 했다.‘과학수사’의 오류: 확증 편향은 이른바 ‘과학수사(포렌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검경 등의 수사기관은 과학수사를 의뢰할 때 원하는 결과도 같이 전달하곤 한다. 탄도 검사라 치면, “그 총알들이 피고인의 총에서 나온 게 맞는지 확인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검찰청에서는 분석 결과에서 찾고자 하는 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답은 언제까지 필요한지를 늘 포렌식 전문가에게 알려줬을 뿐 아니라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으려면 ‘일치’ 여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 답이 중요하다는 언질을 주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은 CSI 류의 기관이 지문이나 필적, 치아 흔적을 대조해서 내리는 결론이 객관적인 과학에 근거한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지문의 경우만 해도, 현장에 남은 지문은 종이에 대고 꾹 눌러 찍은 지문과 달리 뭉개지고 흐릿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를 용의자의 지문과 대조하는 일은 해석이 필요한 작업이며, 당연히 수사기관이 심어준 선입견과 기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이뤄진 325건의 무죄 방면 사례에서 잘못된 포렌식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사례가 47%나 됐다. 우리나라에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에서 국과수의 필적 감정 전문가는 검찰이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준 바 있다. 비인간화와 ‘대의를 위한 부패’: 검사와 경찰은 자신들을 정의를 실현하는 좋은 사람들로, 자신들이 수사하는 용의자는 ‘나쁜 놈’들로 사고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상대방을 처벌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문제는 그럴 때 자신이 수사하는 이가 실제론 무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그를 유죄로 만들기 위해 규칙을 위반하는 일도 벌어진다. 강압적으로 자백을 강요하거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와 증언은 기록해두지 않는 식이다. 이런 것이 ‘대의를 위한 부패noble-cause corruption’다. 살인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스트 클리블랜드 3인방 사건에서, 경찰은 3인방 중 한 명을 총을 쏜 사람으로 지목한 목격자 증언은 남겨둔 반면, 그와 상반된 증언을 한 목격자의 증언은 묵살했다. 정치적 야심: 미국에서는 지방 검사장과 주 판사를 선거로 뽑는다. 대중은 범죄에 강경한 후보자를 선호하는 까닭에, 검사장과 판사 들은 흉악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을 유죄판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2015년에 나온 브레넌 보고서에 따르면, 선출직 판사들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중대 사건에서 더 무거운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으며, 임명직 판사가 있는 관할권에서는 사형 선고 건 중 26%가 항소심에서 뒤집혔으나 법관 선거 제도가 있는 관할권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단 11%만이 뒤집혔다. 우리나라는 법관을 선거로 뽑진 않지만, 흉악범죄를 빨리 해결하고 유죄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은 공기처럼 존재한다.검사들은 선거 외에도 실적(즉 담당한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것)에 따라 직장에서 좋은 업무 평가를 받기 때문에 승소하라는 압력과 억세고 공격적인 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국선변호인의 질: 유죄를 이끌어내려는 검경의 의욕에 반해 피의자들은 충분한 수준의 변호를 보장받지 못한다. 사람들은 호화 변호인 군단이 재벌이나 유명인을 변호하는 장면을 주로 보지만, 실제로 다수의 형사피고인들은 국선변호인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국선변호인들은 업무는 너무 과중한데 보수는 너무 적어서 적절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한 일화에서는, 어떤 국선변호인은 비용 청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수감 중인 자기 의뢰인으로부터 걸려온 수신자부담전화도 받지 않았다. 〈60분〉 프로그램에 출연한 국선변호인 5인은 자신들이 변호를 맡았던 의뢰인들 가운데 결백한 이들마저 결국 감옥에 간 건 적절히 변호할 시간과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심으로 무죄가 밝혀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나 삼례 나래슈퍼 강도치사 사건의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맡았었다.기억의 오류: 놀랍게도 “목격자의 잘못된 범인식별 증언은 단연코 잘못된 유죄판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에서 이뤄진 325건의 무죄방면 가운데 235건, 즉 72%가 목격자의 범인식별 증언에 오류가 있었다. 여러 심리학 연구가 보여주듯이, 인간의 기억은 오염되기 쉽고, 아무리 확신하는 기억도 틀린 것일 수 있다. 강간을 당한 제니퍼 톰슨은 이후 용의자 사진 라인업에서 로널드 코튼의 사진을 지목했고, 실제로 봤을 때도 그가 범인이라고 증언했다. 톰슨은 나중에 진짜 범인이라고 밝혀진 이의 얼굴도 봤지만, 그럼에도 코튼이 틀림없이 범인이라고 확신했다. 코튼은 종신형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가 DNA 검사로 무죄임이 밝혀져 10년을 복역한 뒤 석방됐다. 톰슨은 결국 진실을 받아들이고, 코튼에게 사과했지만, 강간범의 얼굴을 떠올릴 땐 여전히 코튼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했다. 인간의 기억은 생각보다도 더 부정확하다.허위 자백: 인간 기억의 취약성으로 인해, 검경의 압박을 받는 피의자는 자신이 실제로 하지 않은 일을 인정하게 되기도 한다. 18세의 피터 라일리는 자택에서 엄마의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서로 연행돼 신문을 받았다. 경찰관들이 순번대로 돌아가며 들어와 그를 부정에서 혼란으로, 그리고 다시 자기의심으로 옮겨가게 만들었으며, 라일리는 마침내 경찰 측 주장대로 본인에게 잘못이 있다고 받아들였다. 그는 결국 자기 엄마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무죄가 밝혀지고 몇 년 뒤 라일리는 자신이 왜 그런 자백을 했는지 이렇게 설명했다.유일한 가족이 죽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혼란스럽고 피곤한 상태로, 그것도 낯설고 위압적인 장소에서 긴 시간 동안 계속 잠을 못 자고 깨어있는 데다 주위에 둘러선 경찰들이 이 끔찍한 짓을 틀림없이 내가 저질렀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아무도 나를 걱정해주거나 내 생각을 묻는 사람은 없는 상황인 겁니다. …… 제가 기억을 못하는 거라고 경찰 당국이 장담을 하면 제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되죠. 암시하며 유도했던 내용이 얼마 후에는 대화 중에 결국 내 입에서 튀어나오게 됩니다. …… 이런 상황에선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서명하게 되지요. ―249쪽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만들지 않기 위해나는 아들이나 남편이 오심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엄마나 아내의 전화를 수도 없이 받는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는 재판이 얼마나 불공정했는지, 검사들이 얼마나 오만하게 굴었는지 그리고 미국에서 이런 식의 마녀사냥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열과 성을 다해 털어놓는다. 마치 자신이 털어놓는 내용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엄청난 폭로로 받아들일 거라 여기는 눈치다.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맞아요, 다들 그렇듯 선생님도 당황스러우셨을 겁니다. 상상도 못 하셨을 거예요. 우리 다 같은 마음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바닥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 알게 되신 거예요. 굳이 아실 필요 없는 걸 아시게 돼 유감입니다. ―382쪽우리나라는 예전부터 특히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법적 판단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고, 검경이 무리한 수사로 범인을 만들어 내는 일도 잦았다. 간첩조작사건만 하더라도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오판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 흉악범죄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보면,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보다는 되도록 많은 범인을 처벌하길 원하는 게 현실인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죄 없는 누군가를 유죄로 만들 수 있는 사법 제도는 바로 ‘나’ 역시도 죄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형사사법제도criminal justice system가 단순히 누군가를 벌주는 제도가 아니라, 진정 정의로운 시스템system of justice으로 변하는 데 이 책이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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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의 힘 - 문재인 정부의 용기와 평화 프로세스에 관한 기록 (커버이미지)
    [사회]평화의 힘 - 문재인 정부의 용기와 평화 프로세스에 관한 기록
    • 최종건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12-27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평화의 길을 걸어가야 할 시간평화는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한 실리이다2017년 북한은 11회에 걸쳐 20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을 뿐 아니라 수차례 핵실험까지 실시했다. 당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막말성 경고와 함께 군사 공격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곧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위기 속에서,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게 대화 재개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외교안보 라인을 가동해 미국 측 인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마침내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제안했고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등이 숨 가쁘게 이어지면서 우리는 분단 이후 가장 평화로운 한반도 상황을 맞이했다.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정치쇼라고 일축한다. 한미관계를 파탄 지경에 이르게 했으며 김정은에게 속았고, 그 때문에 대한민국의 안보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당시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으로 남북정상회담의 현장에 있었던 저자는 이런 주장이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말한다. 저자는 현장경험과 국제정치학자로서의 이론적 토대를 살려 ‘평화란 무엇인가?’, ‘왜 평화가 한반도에 중요한가?’, 그리고 ‘평화 프로세스란 우리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지난 5년간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이행 과정을 재조명한다. 한반도 평화가 미완의 상태고 긍정적 변화가 계속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성과는 적지 않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 이명박 정부 기간에 비무장지대의 국지도발 횟수가 228회, 박근혜 정부 기간에는 108회였던 것이 문재인 정부 동안에는 5회에 그쳤다. 판문점을 비무장화해 재개방했고, DMZ에 평화의 길이 열려 국민이 체험할 수 있는 일상의 평화도 이루어졌다. 지난 5년간 단 한 명의 군인도 남북 간의 군사 도발로 희생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착을 위한 대북정책의 이어달리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전 대통령들은 보수와 진보 정권에 관계없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박정희 대통령의 7·4 남북공동성명,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선언, 김대중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노무현 대통령의 10·4 선언, 문재인 대통령의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이 그 역사적 증거이다. 전쟁의 참혹함과 적대적 분단의 고단함을 잘 알고 있는 우리에게 평화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평화는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한 실리이다.2023년 현재, 한반도의 평화는 다시 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결코 평화 프로세스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한 걸음 한 걸음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원하는 적대시 정책의 해소와 비핵화를 동시행동 원칙에 의거해 점진적으로 교환해 나가며 상호 신뢰를 축적해야 한다. 결국 평화를 향한 믿음이 확고할 때, 그리고 이를 위한 용기를 얻을 때 우리는 평화의 길을 향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과 다시 마주 앉을 준비를 하고 있는가? 우리는 한 번 더 용기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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