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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04-14

    제7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 수상 작가, 후루타 덴!충격적인 사건의 사건! 놀라운 반전의 반전!의 화제작!! 국내 최초로 후루타 덴의 『거짓의 봄』을 출간해 큰 호응을 얻었던 블루홀식스가 이번에는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를 출간한다. 그간 블루홀식스는 『안녕, 드뷔시』,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언제까지나 쇼팽』, 『어디선가 베토벤』, 『안녕, 드뷔시 전주곡』(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를 비롯해 『히포크라테스 선서』, 『히포크라테스 우울』(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 『테미스의 검』, 『네메시스의 사자』(와타세 경부 시리즈),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시즈카 할머니 시리즈)를 출간해 왔으며, 오승호(고 가쓰히로)의 『도덕의 시간』, 『스완』, 『하얀 충동』을 출간했다. 그 외에도 츠지무라 미즈키, 이시모치 아사미, 우사미 마코토, 미키 아키코의 작품 등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일본 미스터리를 소개해 왔으며 그 외에도 저우둥, 레이미 등 중화권 작가의 작품도 선보인 바 있다.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각종 재미를 선사하는 여러 색깔의 미스터리를 선보일 것이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SNS 등 각종 인터넷 매체의 익명성 속에서 피어오르는 악의의 교차점을 특유의 날카로운 필력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익명의 세계로 숨어든 사람들은 어떻게 파멸로 치달아 가는지, 충격적인 내막과 놀라운 반전이 펼쳐진다. 익명의 악의가 교차하는 순간, 온 세상이 순식간에 뒤집힌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2015년 『여왕은 돌아오지 않는다』로 제1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후루타 덴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16년 『익명 교차』라는 단행본으로 첫 출간돼 큰 주목을 받았고 이후 반응에 힘입어 전체적인 수정을 거쳐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문고본으로 출간되었다.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 작가가 현실감 넘치게 인터넷 세계를 묘사함으로써 리얼리티와 긴장감을 한층 북돋는다. 작품은 인터넷 세계의 익명성에서 오는 사회 문제, 등장인물의 치밀한 심리 묘사와 갈등, 충격적인 사건과 반전까지 미스터리 소설이 갖춰야 할 요소를 전부 갖춘 완성도 높은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다.잡지 편집자인 카에데는 딸의 옷을 직접 제작해서 올리는 ‘딸바보 아빠’의 인기 블로그에 비판 댓글을 남긴다. 그런데 그 후부터 과거 일기장이 익명 게시판에 공개되는 등 음습한 스토커 피해를 당한다. 한편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떠안은 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공무원 다나시마는 자신의 블로그에 집요하게 찾아오는 어느 여자를 파멸에 몰아넣기로 결심한다. 각자의 마음에 깃든 어둠은 어느새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사건을 불러일으키고 만다. 각자의 사연과 애증이 한데 얽혀 증폭되는 과정에 독자들은 넋을 잃게 될 것이다. 현지 독자들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를 향해 절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훌륭하면서도 무서운 작품. 지금의 시대를 상징하는 듯한 공포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익명의 세계에서 파멸로 향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 읽은 후에도 떠올릴 때마다 계속 소름이 돋는 무시무시한 미스터리였다.” - Shoko(독서미터 독자) “한마디로 무섭고, 대단하고, 끔찍했다. 현실보다 가상공간에서의 얕은 교류가 대세가 되어 가는 지금, 언제 나도 이렇게 궁지에 몰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SNS와 인터넷은 언제든 악용될 수 있으니 두려울 따름이다.” - 리차(독서미터 독자) 이러한 흥미로운 작품을 국내 독자들도 한껏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비단옷 소맷자락을 붙잡고 우는 아이를, 엄마 없이 두고 오지 마라.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의 작가 후루타 덴은 80년대생 젊은 여성 작가 두 명이 모여 만든 콤비 작가 유닛이다. 하기노 에이가 작품의 전체적인 설정과 플롯을 짜고 아유카와 소가 집필한다. 이 둘이 한 팀이 되어 후루타 덴이라는 공동 필명을 지었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 동기인 이들은 함께 살면서 치열하게 집필 활동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루타 덴은 2009년부터 소녀 취향의 장르 소설을 꾸준히 집필하며 실력을 쌓다가 2014년 후루타 덴이라는 필명으로 선보인 『여왕은 돌아오지 않는다』로 제1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날린다. 그 외에도 『제비꽃 저택의 죄인』 등을 출간하며 활동하다가 『거짓의 봄』으로 2018년 제7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 부문)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21년 현재 『거짓의 봄』 후속작이자 ‘가노 라이타 시리즈’의 첫 장편인 『아침과 저녁의 범죄』까지 출간하며 가장 기대되는 젊은 미스터리 소설 작가로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서평가 다카이 아사요는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를 읽고 “이야기를 차곡차곡 구축해 가는 능력과 필력에 압도당했다”라고 절찬했다. 라이트 노벨이 아닌 미스터리 작가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고서 발표한 두 번째 작품인데도 이토록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콤비의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이번 작품에는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여러 사회 현상과 문제점을 잘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복선 회수와 반전, 놀라운 결말 등 미스터리 독자들이 기대할 만한 모든 요소가 잘 들어 있다. 그렇다면 이 콤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한 인터뷰에 따르면 아유카와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거나 문장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에는 혼자 글을 썼는데, ‘소설을 쓰는 것 말고 하고 싶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작품은 전혀 재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자신이 쓴 소설을 하기노에게 읽어 달라고 했는데 하기노가 적절한 조언을 해 줘서 ‘이 사람을 따라가자’라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또한 라이트 노벨을 5년 남짓 해오면서 계속 작품을 쓰는 것이 어려운 세계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쨌든 한 번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밌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하니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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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들의 범죄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그녀들의 범죄
    •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3-04-14

    베스트셀러 <루팡의 딸> 저자 요코제키 다이의 새로운 미스터리 서스펜스!히가시노 게이고가 극찬한 일본 추리 소설의 유망주, 요코제키 다이가 선사하는 또 한 편의 치명적인 추리소설 시대를 관통하는 요코제키의 장르적 시선 세상과 ‘불화’하는 그녀들의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함정 1988년 보수적인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한 묵직한 반전 추리극《그녀들의 범죄》로 요코제키 다이가 돌아왔다. 추리소설 작가의 최고 등용문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후 평단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은 요코제키. 그의 작품은 유혈이 낭자하는 사건 없이도 치밀한 구성과 흡입력으로 국내 많은 독자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현실에 대한 묘사와 인간의 감정 흐름에 대한 관찰이 뛰어나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평가 그대로 이 책에서도 그의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특히 소설의 초반부에는 캐릭터와 상황 설정에 심혈을 기울여 독자들이 등장인물에 보다 깊숙이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결혼 적령기’를 지난 여성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 결혼한 여성을 향한 고압적인 태도 등 사회의 요구에 위축된 여성들의 심리 묘사는 이 책의 관전 포인트. 보수적인 일본 사회를 극명하게 드러내고자 선택한, 198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 역시 탁월하다. ‘헤이세이(1989~2019)’라는 새로운 연호와 함께 여성들에게 열릴 새 시대를 염원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특히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릴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로, 애인으로 남성과 가정의 주변부로 살아야 했던 소설 속의 여성들. 평범하게 살던 그녀들이 어느 날 맞닥뜨린 사건과 추악한 진실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세계가 얼마나 위태로운 질서 위에 세워진 것인지 깨닫게 된다. 사건의 전말과 어둠 속에 감춰진 그날 밤의 진실은 무엇인지 세 여성을 둘러싼 비밀의 실타래가 독자들을 끝까지 붙드는 소설《그녀들의 범죄》. 독자들의 예상과 기대를 쌓아 올리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달음에 돌파하는 쾌감을 읽는 이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서서히 밝혀지는 복잡 미묘한 과거와 의혹들.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게 된다.\"\"요코제키의 작품은 무조건 읽는다!\" “지금까지 여자들의 삶은 험난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달음에 질주하는 그녀들의 범죄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완벽한 결혼 생활이지만, 자신은 이 집안의 ‘하녀’에 지나지 않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진노 유카리. 우연히 만난 옆집 여자 ‘다마나 미도리’에게 마음을 의지하며 불완전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한편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는 ‘히무라 마유미’는 결혼을 인생의 ‘티켓’ 같은 것이라고 여기고 소개팅을 전전하지만, 소개팅남의 면면을 보며 질려버리고 만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병원에서 한 남자와 재회한다. 촉망받는 의사, 조각 같은 외모, 탄탄한 몸의 스포츠맨인 ‘진노 도모아키’. 대학 시절 모든 이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남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치명적인 과거가 있었는데, 바로 대학 시절 마유미가 아끼던 후배 A를 성폭행한 남자라는 사실. 마유미는 현장을 빠져나오는 도모아키를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이지만, A는 그 뒤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도모아키는 오히려 자신을 유혹하고 함정에 빠뜨린 것은 A였으며 자신이야말로 불안감 속에서 지냈다고 해명한다. 자신이 진짜 좋아했던 건 마유미였다고, 오랫동안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형편없는 남자들 틈에서 발견한 그가 자신이 꿈꾸던 결혼 생활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할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된 마유미. 그에 대한 믿음을 키워가던 그녀 앞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나타난다. 바로 도모아키의 아내 진노 유카리다. 배신감과 모멸감, 좌절감에 치를 떨던 그녀에게 아내는 뜻밖의 말을 건넨다. “내 남편과 절대 헤어지지 마세요.” 그러던 어느 날 유카리가 시신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유미는 충격에 휩싸인다. 과거의 기억이 다시 소용돌이치며 그녀의 일상을 뒤흔들고, 사건의 모든 정황은 남편 도모아키를 향해 있다. 그러던 중 사라진 후배 A가 나타나며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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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할 수밖에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그렇게 할 수밖에
    •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3-04-14

    “내가 죽이려던 그놈이, 살해당했다.”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복수와 사건의 진실우리에게는 모두 ‘이유’가 있다2021 네오픽션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내가 죽이려 했던 놈이 의문의 사고로 죽었다죽음에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진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제9회 네오픽션상 우수상을 수상한 최도담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ON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로 출간되었다.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과 뛰어난 반전으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은 『그렇게 할 수밖에』는, 타인의 죽음 그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위해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라경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그려가는 복수극과 사건의 진실, 수수께끼의 인물 ‘연’의 정체, 그리고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때로 뭉클한 감정을 이끌어내기도 한다.라경은 엄마를 수없이 폭행하고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기섭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살인을 청부하여 이기섭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는 듯하나, 의뢰에 실패했다는 답신이 오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이기섭은 이미 사망한 상태. 누가, 왜 그를 죽였는가? 사건의 진실 속으로 뛰어들수록 충격은 더 커진다.이야기는 이기섭을 죽인 진짜 범인을 향해 흘러간다. ‘청부살인’이라는 섬뜩한 주제를 품고 있으나, 한편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반전을 통해 사랑과 이해관계를 풀어나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타인의 고통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무언가를 잃었음에도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소중한 것을 잃을 때마다 라경이 선택한 것은 회피였다. 본인이 선택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이든 아무렇지 않게 맞이하는 지나가 내심 부러웠다. 지나와 함께하면서, 그리고 여러 차례 고난을 맞이하면서 라경은 천천히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간다. 처음에는 엄마의 부재를 그저 피하려고만 했던 라경이 점차 성장하며 곤란한 상황마저도 똑바로 마주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벅찬 감동마저 느껴진다.할머니와는 3년 전부터 따로 살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함께 있는 것은 행복하면서도 힘겨웠다. 할머니와 나, 그 사이에는 엄마의 부재가 항상 끼어들었다. 할머니와 나에게 엄마의 존재는 슬픔이라는 공통분모였고, 애써 피하려 했지만 피하려 한다는 것의 의미를 서로 알고 있었다.-p.13“그런데 넌, 어쩌다 이렇게 씩씩한 캐릭터가 된 거지?”나는 불현듯 물었다. 지나는 까르르 웃더니 맥주를 넘겼다.“씩씩해 보이는 거겠지. 난 그러려고 노력해.”“씩씩하게 보이려고?”“발가락을 잃었을 때, 내가 씩씩하게 웃는다고 엄마가 다행이라고 하더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씩씩해 보이는 게 그 사람을 안심시킨다는 걸 알았지. 그때부터 만들어진 원칙 같은 거야.”-p.34~35“상하의 얘기는 확실해 보입니다. 학원비를 대신 내주겠다고 접근했고 술을 먹이고 벌인 일입니다. 지금 성폭력 상담소에 신고가 된 상황입니다.”“아, 강 샘 좀 성급하네. 상하 그 아이, 아르바이트하면서 학원에 다닌다는 거죠? 요즘 애들은 워낙 맹랑해서, 혹시 돈을 목적으로…….”“거기까지만 듣겠습니다.”-p.63~64스릴러라는 장르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는 ‘부재’와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의 부재를 느끼는 라경, 새끼발가락의 부재를 느끼는 지나, 라경의 부재를 느끼는 준, 그리고 저마다의 상처와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지금의 그들이 있기까지 모든 일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소설은 인물들이 자신의 결핍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살아가는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목표물은 죽었는데 의뢰는 실패했다. 라경은 혼란에 빠진다. 연은 마치 의뢰에 실패한 것을 사죄라도 하는 듯 라경의 곁에 머문다. 그들이 ‘악’에 대해서, 스스로를 지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마치 이기섭의 죽음은 어쩔 수 없으며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는 것처럼, 그들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문어도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겠죠.”“그렇죠. 살아 있으니까.”“무언가를 파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파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게 마음에 드네요.”“목적이 다른 일이죠. 그러니까 파괴라는 개념 자체를 쓸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애초에 파괴가 아니니까.”“그건 옳은 일일까요?”“옳고 그름을 떠나……. 결국 악을 막는 건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니 어쩔 수 없다고 해야겠죠.”“우리 지금 문어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죠?”“그럼요. 독을 쏘는 문어에 대한 얘기죠.”-p.133『그렇게 할 수밖에』는 나름대로 상처를 희석시키며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죽음’이라는 사건을 담담하게 떠올린다. 그들이 죽음과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통해, 상실감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다.악 이전에 사랑이 있었다사랑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고민하다이 이야기에는 완전한 악이나 완전한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평범하게 살아왔지만 엄마의 죽음으로 살인을 도모하는 라경, 라경의 엄마를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또 다른 협박에 시달렸던 이기섭, 따뜻하게 라경을 감싸주고자 했지만 결국 이기적인 선택을 했던 준, 타인을 지키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과 죽이고자 하는 차가운 마음을 안고 사는 연. 누구에게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다독이며 결말 또한 ‘선의 완전한 승리’나 ‘악의 완전한 패배’라는 전형적인 형식에서 벗어난다. 또한 복수라는 메마른 전개 속 반전은 모든 결정에는 사랑이 따른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게 한다.『그렇게 할 수밖에』는 라경의 시선, 은유와 독백으로 인물의 서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한편 분절된 개인의 세상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말의 의미가 더욱 짙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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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 츠지도 유메 지음, 장하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12-27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니까!”잊혀진 자들의 공동체 ‘유토피아’의 감춰진 진실,그 앞에서 가슴이 먹먹해진다.★★★★★★★★★★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우수상 수상작가★★★★★요시카와 에이지문학 신인상 후보작가★★★★★일본 최대 독서 커뮤니티의 꼭 읽고 싶은 책일본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추리소설가 츠지도 유메의 역작!살인 미수 사건의 용의자가 무호적자인 가운데과거 일본을 들썩이게 한 ‘새장 사건’과의 공통점이 드러나는데…도쿄대 법대를 졸업한 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우수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츠지도 유메. 그녀가 호적에 이름이 없는 사람, 즉 ‘무호적자’라는 사회문제를 추리소설에 절묘하게 녹여낸 작품으로 찾아왔다. 문학상은 물론 일본 최대 독서 커뮤니티에서 가장 읽고 싶은 책 주간 랭킹 1위를 차지하며 출간되자마자 화제에 올랐다. 헤어지자는 남자친구를 뒤에서 칼로 찔러 현행범으로 체포된 가냘픈 여성 하나는 범죄를 인정하다가 검찰로 넘겨진 뒤 자백을 번복한다. 어린 딸이 있는 가마타경찰서 강력계 여형사 리호코는 하나가 이름도 주민번호도 없는 무호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민을 느낀 리호코는 하나의 뒤를 쫓다가 수상쩍은 집단공동체 ‘유토피아’를 발견하는데 그들의 리더는 료, 하나의 오빠였다. 리호코는 문득 오래전 일본 사회 전체를 뒤흔든 ‘새장 사건’의 피해 아동이 그들 남매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사건은 또 한 번 소용돌이를 맞고 반전을 거듭한다. 살인 미수 사건과 오래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새장 사건이 서로 얽히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무호적자를 비롯한 여러 사회문제와 현실을 잘 반영해 사실감을 더욱 끌어올려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안타까우면서도 끔찍한 미스터리와 한 편의 휴먼드라마가 섞인 화제작.22년간 묻혀 있던 미제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드러난 잔혹한 범죄!국가와 사회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자들의 안타까운 유리성,그들만의 유토피아를 당신은 과연 깨트릴 수 있는가흩어진 새의 사체들과 함께 발견된 3세 남자아이와 1세 여자아이. 이상한 새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이웃들의 제보로 구출된 그들은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하고 새의 날갯짓을 따라 하며 걸을 때도 새처럼 총총거렸다. 남매의 엄마 나토리는 자녀를 집에 방치해 두고 새모이만 준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그로부터 1년 후, 아동 보호시설에 살던 ‘새장 사건’의 피해자 남매는 다시 누군가에게 유괴되어 실종되고 말았다.국가와 사회, 심지어 혈연에게서도 버림받은 무호적자들이 모인 공동체 ‘유토피아’는 그들만의 국가, 안식처를 꿈꾼다. 살인미수 사건을 추적하는 여형사 리호코는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의 단서를 쫓다가 ‘유토피아’의 존재를 발견하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건이 서로 얽히면서 수수께끼 같던 사건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나가고 어두운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여 더욱 안타까운 마음과 끔찍함을 자아내는 이야기가 시종일관 감정을 건드리며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떳떳하게 거주지를 구할 수도, 병원을 갈 수도, 직장을 구할 수도 없는 무호적자들이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 섞여 살고 있다. 살아 있는 유령처럼 그 어떤 곳에도 정착하기 힘든 이들의 문제를 미스터리와 절묘하게 버무려 새로운 맛의 추리소설이다. 저자는 치밀한 얼개로 추리소설의 긴장감을 고조시켜 독자를 쉴 틈 없이 몰아세우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는다. 막바지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 한 편의 휴먼드라마를 본 듯 훈훈한 마음으로 바뀐다. ‘아하 그렇구나!’ 하며 무릎을 치게 하는 사건의 해결은 페이지를 다시 뒤로 넘겨 책을 되짚어가며 내가 놓친 사실이 없는지 자꾸 확인하게 한다. 많은 독자가 일본 추리소설계의 떠오르는 신성인 츠지도 유메가 그려내는 미로 같은 추리의 세계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맛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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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분이 오신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그분이 오신다
    •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04-14

    쇼-트 시리즈 15 《푸르게 빛나는》과 원형으로 연결되는 이야기익숙한 일상과 우주적 공포를 결합한 한국형 코즈믹 호러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 책 《그분이 오신다》 출간에 즈음하여, 이제 정확하게 안내하고자 한다. 이 작품집의 마지막 수록작 〈그분이 오신다〉는 쇼-트 시리즈의 열다섯 번째 책 《푸르게 빛나는》의 첫 번째 수록작 〈열린 문〉과 연결된다. 두 작품집의 전체 작품이 원형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모든 수록작은 배경과 세계관을 공유하며, 각각의 이야기는 그중 일부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개별 수록작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추었으되 긴 이야기의 한 부분이라는 또 다른 정체성을 지닌다. 이른바 ‘픽스업(Fix-up)’ 방식의 구성이다.두 작품집의 장르는 우주적 존재가 일으키는 거대한 재앙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지는 인간을 그리는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다. 인간은 우주적 존재의 의도를 파악하기는커녕 형태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 존재의 모든 것이 사람들에게는 수수께끼다. 정체불명의 존재와 불가사의한 사건에 맞닥뜨린 인물들이 각 작품에서 풀고자 하는 수수께끼는, 두 작품집을 전부 읽고 난 뒤 비로소 하나의 거대한 수수께끼로 맞물린다. 이는 초대형 괴물의 일부만 본 사람들이 대화를 나눈 끝에 괴물의 전체 형상을 그리게 되는 과정을 연상케 한다. 장르와 구성과 내용의 절묘한 일치다.친근한 소재와 거대한 공포를 결합한 한국형 코즈믹 호러 《그분이 오신다》에는 두 작품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수록작 〈런〉은 밤길을 걷던 청년이 잃어버린 아이팟 한 짝을 찾으려다 기묘한 소리를 듣게 되는 사건을 통해 ‘읽음으로써 듣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며, 두 번째 수록작 〈그분이 오신다〉는 몰락할 위기에 처한 인기 유튜버가 괴생명체 목격 사건으로 부활을 꾀하려는 과정을 그리면서 인간의 시각이 일으키는 비극을 짚어 낸다. 소설, 영화, 게임, 만화… 무수히 변주되어 온 코즈믹 호러개미는 아마 인간의 전체 생김새를 잘 모를 것이다. 어떤 개미는 인간을 손가락으로, 다른 개미는 신발 밑바닥으로 인식할 터다. 사람들은 고의로 혹은 실수로 개미를 죽이는데 개미가 사람의 의도를 알아챘으리라 보기는 어렵다. 《그분이 오신다》 수록작의 장르인 코즈믹 호러 속에서 인간이 겪는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외계의 존재 때문에 삶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지만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지는 못한다. 상대가 인간을 미물로 여긴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따름이다. 미국의 소설가 H. P. 러브크래프트가 구축한 코즈믹 호러 장르는 공포문학의 대가 스티븐 킹을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H. P. 러브크래프트의 대표적 세계관인 ‘크툴루 신화’에 등장하는 개념과 캐릭터 등은 각종 소설, 영화, 게임, 만화에서 다양하게 차용되고 변주되었다.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보편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분이 오신다》는 코즈믹 호러의 핵심을 구조와 내용, 두 가지 차원에서 구현해 장르의 매력을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괜찮다, 비극의 바다에서 나약하게 표류해도구조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작가의 또 다른 단편집 《푸르게 빛나는》을 언급해야 한다. 이 작품집의 수록작들은 《그분이 오신다》와 ‘픽스업’ 방식으로 연결된다. 픽스업이란 짧은 이야기들 속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서사, 긴 이야기를 만들게 되는 구성을 뜻한다.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기묘한 존재와 기이한 사건들은 이를테면 개미가 보는 인간의 한 부분과 같다. 개미 입장에서는 손가락 사이에 잡혔던 일과 신발 아래 깔릴 뻔했던 일이 별개의 사건이겠지만 실상은 양쪽 모두 한 사람의 행위였을 수 있다. 《푸르게 빛나는》과 《그분이 오신다》에 등장하는 요소들의 연결 원리가 이와 비슷하다. 각 수록작의 주인공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재앙에 휩쓸리지만, 독자는 책장을 넘길수록 사건의 전말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한 작품 속의 의문을 해소하는 실마리가 다른 작품에서 슬쩍 드러나기 때문이다. 두 작품집을 모두 읽고 나면 한 작품집 전체에 숨겨져 있던 비밀이 다른 작품집에서 밝혀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독자는 주인공들에 비해 많은 정보를 얻지만, 양쪽의 마음에 찾아드는 감정은 동일하다. 절대적 존재에 대한 공포, 대응할 수 없기에 드는 허무함, 너무나 작은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 더 많이 안다고 해도 불행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코즈믹 호러 속 세계와 닮았다. 경험을 쌓고 또 쌓아도 우리가 사는 곳을 속속들이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많은 불행은 전조를 숨기고, 상당수의 고통이 기습을 즐긴다. 숱한 대비와 노력은 종종 수포로 돌아간다. 비극의 가능성이 이토록 넘실대는 세상에서 평생을 살아가야만 한다. 강해져야 한다고, 용기를 내라고, 할 수 있다고 외치는 이들에게 코즈믹 호러 소설은 묻는다. 실상이 이러하다면 우리가 나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편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냐고. 어쩌면 우리의 기본값일 실의와 좌절이 그토록 나쁜 것이냐고. 괜찮다, 거대한 세계 앞에서 한없이 작아져도《그분이 오신다》에 수록된 두 작품의 주인공은 스스로를 두고 ‘보잘것없다’, ‘하잘것없다’라는 표현을 쓴다. 〈런〉의 지우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갖는 의미란 그저 한 명의 사람이라는 것뿐’이라며 자신이 ‘평균의 목표, 평균의 욕망, 평균의 고난 속에서 지지고 볶다 끝을 맞이하고 말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분이 오신다〉의 종찬은 어렸을 때부터 외모 때문에 왕따를 당했다. 그는 동창생인 인기 아이돌이 왕따 가해자라고 저격한 유튜브 동영상으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보잘것없었던 내가 누군가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주는 희열’을 만끽했다. 종찬이 행사한 커다란 영향력은 훗날 부메랑처럼 돌아와 그를 작은 존재로 되돌려 놓는다.이 넓은 세상에서 주인공이 되기엔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은 코즈믹 호러 특유의 공포감과 직결된다. 이 장르가 일으키는 두려움은 거대한 우주와 왜소한 인간 사이의 괴리에서 온다. 우주 차원에서 인간의 분투는 무의미한 일인데, 그 사실을 직시하기는 쉽지 않다. 초등학생 시절 같은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만 해도 평생 남을 트라우마가 생긴다. 온 우주에게 무시당하는 상황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광기든 절망이든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성인이 될 무렵 일종의 코즈믹 호러를 경험한다. 스스로를 향했던 시선을 바깥으로 옮기면서 세상과 자신의 크기를 다시 가늠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우, 종찬과 비슷한 결론을 내린다. 세계에 비해 나는 매우 작은 존재라고. 이 씁쓸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은 거짓이다. 그릇된 희망은 현실과 나 사이의 간격을 더 벌리고 만다. 실망한 마음을 안은 채로 살아도 된다는 말이야말로 위로다. ‘우리의 보잘것없음이, 하찮음이, 무력함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손바닥만 한 지옥을, 이유 없이 끔찍하기만 한 도피처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분이 오신다》를 썼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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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담 룸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기담 룸
    • 하야미네 가오루 (지은이), 이연승 (옮긴이)
    • 모모
    • 2022-02-24

    “기담이 재미없으면 그 즉시 널 죽일 거야.”“자, 이제부터 너희를 한 명씩 죽일 거야.”연쇄살인마의 예고 살인 속에서 살아남을 자는 누구인가?VR 기술로 접속하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SNS인 ‘룸’. 이 SNS 커뮤니티에 어느 날 10명의 게스트가 초대되었다. 누가 초대했는지 알 수 없는 채로, 호기심에 이끌려 들어온 10명의 게스트. 인형 아바타의 모습에 소년, 만화가, 히어로, 인형술사, 신문기자, 한량, 선생, 아이돌, 탐정이란 대화명을 쓰는 9명의 사람과 나. 그들 사이에 공통점이라고는 기담을 좋아한다는 것뿐.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이 룸의 호스트인 ‘머더러’가 대화의 포문을 연다.“나는 기담 룸의 호스트 ‘머더러’. 이제부터 너희를 한 명씩 죽일 거야.”뜬금없는 소리에 처음에는 모두 콧방귀를 뀌지만, 게스트 중 한 명이 죽었다는 기사, 머더러가 게스트 손등에 새긴 X자 표시, 머더러에 의해 팔이 꺾인 한 게스트의 비명, 한 사람씩 차례로 룸에서 사라지는 등 실제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하나씩 쌓이며 거짓말 같던 연쇄살인을 더 이상 장난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게 된다.도대체 왜 머더러는 이들을 죽이려는 걸까. 이 10명이 선택된 기준은 무엇일까. 이 방에서 살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게스트들의 뒷덜미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질수록 다음번엔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인 사람들은 머더러의 정체를 밝히려고, 이 방에서 살아 나가기 위해 공조를 하기도, 서로를 의심하기도 한다. 과연 이 미치광이 연쇄살인마의 예고 살인 속에서 살아남을 자는 누구일까.전 세대가 사랑하는 현대 추리소설의 대가 하야미네 가오루,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를 전격 소환하다!‘룸’이라는 밀실에서 연쇄살인마의 정체를 추적해나가는《기담 룸》은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 탄생 120주년과 사후 50주년을 기념해 쓰인 작품이다. ‘만약 그가 살아 있다면 지금 어떤 소설을 남겼을까?’란 질문에서 시작된 이 책은 란포의 소설에서 쓰인 밀실 트릭인 고서점과 같은 낡은 일본식 주택을 현대에 맞게 SNS 커뮤니티 ‘룸’으로 새롭게 창조해냈고, 탐정을 주축으로 살인자의 정체를 추적하는 전개 방식을 살려 “마치 란포가 살아 돌아와 쓴 것처럼 멋지게 그를 소환한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일본 현대 추리소설의 대가라 불리는 하야미네 가오루의 필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하다. 하야미네 가오루는 생동감 넘치고 긴박한 이야기, 촘촘한 트릭 설정 등 매력적인 작품으로 데뷔 이후 30년이 넘도록 전 세대에게 사랑받아온 현대 추리소설 작가로, 그의 작품을 읽은 사람들이 SNS상에 ‘가오루’ 붐을 일으킬 정도로 팬덤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평소 내놓는 작품마다 “커서도 계속 생각이 나 읽고 싶다”, “추리소설을 읽는 즐거움에 눈을 떴다”, “추리소설 입문자라면 단연코 그의 소설을 가장 먼저 읽어보길 추천한다”라고 칭송받고 있는데, 《기담 룸》을 통해 또 한 번 수많은 그의 소설 가운데서도 명실상부 마스터피스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생동감 넘치는 인물과 대화, 치밀한 복선,현실과 분간할 수 없는 섬뜩함까지이 책을 집어든 순간 덮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을 것이다!기담 룸에 초대받은 게스트 10명은 각자 자신의 대화명과 어울리는 섬뜩한 기담을 한 가지씩 준비해 약속된 시간에 모인 다음, 한 사람씩 발표한다. 그것이 호스트이자 연쇄살인마 ‘머더러’의 요구 조건이었기 때문. 기담이 재미있거나 머더러의 정체를 밝히는 사람은 살려주겠다는 요구가 터무니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 게스트의 죽음을 보고서는 도망칠 수도,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기담을 이야기하는 회차가 늘어나지만 이야기하는 사람마다 머더러를 만족시키지 못해 죽게 되면서 의심과 공포는 더해지고, 그러다가 마침내 살인자 머더러의 정체를 밝혀냈다고 확신한 순간, 사건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물론 나 자신조차도 철저히 의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룸 안의 사람들이 나눈 대화 한마디, 각각의 기담 속에 감춰진 의미심장한 단서들을 조합하다 보면 살인자의 정체에 관한 깜짝 놀랄 만한 반전과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 범인의 정체는 물론, 왜 이 10명이 선택되었고,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작가가 깔아둔 치밀한 복선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밝혀진다. 무엇을 추리하든 속단할 수 없는 결과, 그 결과가 말해주는 재미에 무릎을 탁 치며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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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만의 살의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기만의 살의
    •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04-14

    2021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작‘추리의 정밀기계’ 미키 아키코의 대표작! 문장 한 줄, 단어 하나, 심지어 문체와 형식까지 모든 것이 트릭이다! 블루홀식스가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작가 미키 아키코! 후루타 덴의 『거짓의 봄』과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우사미 마코토의 『어리석은 자의 독』, 나가우라 교의 『머더스』 등 가지각색의 매력을 뽐내는 작품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던 블루홀식스가 이번에는 미키 아키코의 『기만의 살의』를 출간한다. 그간 블루홀식스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음악 미스터리 『안녕, 드뷔시』(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속죄의 소나타』(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를 비롯해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등을 출간해왔다. 그 외에도 오승호(고 가쓰히로), 이시모치 아사미, 츠지무라 미즈키, 레이미 등 각기 독특한 매력을 가진 많은 미스터리를 소개해왔다. 앞으로도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비롯해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여러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것이다. 『기만의 살의』는 호화 저택을 무대로 한 독살 사건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정통파 본격 미스터리다. 노련한 작가가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으로 출간 후 연말 미스터리 랭킹 상위권을 휩쓸었고 2021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에도 오르며 추리의 정밀기계의 명성에 맞는 작가의 역량을 증명했다. “살벌한 현실을 잊게 해줄 도피처가 바로 본격 미스터리다.” 『기만의 살의』는 ‘추리의 정밀기계’ 미키 아키코의 대표작으로 본격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2020년에 출간한 이 작품에는 미키 아키코의 미스터리관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특수 설정 미스터리’가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정통 본격 미스터리를 고수한다는 점에서 본격 미스터리팬들의 환영을 받을 만하다. 주목할 만한 특징은 서간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구성과 호화 저택에서 벌어진 독살 사건이라는 설정, 등장인물 사이에서 등장하는 논리적 가설과 트릭이다. 게다가 마지막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반전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기만의 살의』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호화 저택에서 사람이 독살로 죽어 나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저택에 있던 사람 중 한 남자는 무죄인데도 범행을 자백해 무기 징역형을 살게 된다. 남자는 전략적으로 감옥 생활을 해 비로소 가석방된다. 그 후 그는 그 사건의 피해자인 여자에게 편지를 보내 두 사람의 서신 교환이 시작도며 이것이 42년 전 독살 사건의 전말을 뒤집는 방아쇠가 된다. 42년이 흐른 뒤에야 편지를 교환함으로써 펼쳐지는 두 사람의 추리 대결로 사건의 진실은 점점 상상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남자는 왜 범행을 자백해 옥살이까지 하게 된 것인가? 그렇다면 독살 사건의 진범은 누구인가? 작가는 종국에는 충격적인 진실에 다다르게 되는 이 기나긴 여정을 아주 꼼꼼하고 촘촘히 펼쳐 보인다. 사소한 장면이나 요소 하나까지 남김없이 마지막에 가서 한꺼번에 꿰어진다. 복선이 회수될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마치 어느 사소한 것 하나 낭비가 없도록 철저히 계산해 마술을 부리는 것과 같다. 굉장한 집념을 가지고 사건을 추리하는 주인공들 사이에 묘하게 오가는 애증 또한 전달력 있게 다가온다. 이런 매력으로 작가의 다른 작품인 『기사라기 가의 일족』과 『나선의 밑바닥』은 각각 제13회, 제14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독자 여러분께서도 이번 겨울 국내 최초로 상륙한 미키 아키코의 본격 미스터리를 맘껏 즐기시기를 바란다.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 역시 그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추리의 정밀기계’ 미키 아키코는 도쿄대학 법학부 졸업 후 1973년부터 줄곧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7년 60세를 기점으로 은퇴 후 평소 즐겨 읽던 미스터리를 쓰기 시작해 마침내 전격 데뷔했다. 긴 시간 동안 미스터리 작가가 자신의 본업이 아니었음에도 철저하게 실력으로 평가받는 치열한 미스터리 소설계에서 2021년 현재까지 열두 권이 넘는 작품을 발표한 것은 가히 주목할 만하다. 데뷔작인 『귀축의 집』은 2010년 제3회 ‘바라노마치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신본격 미스터리의 아버지’ 시마다 소지는 심사평에서 “도저히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 볼 수 없다. 희귀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추리의 정밀기계가 쓴 것 같은 작품”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이처럼 미키 아키코는 미스터리의 세부 장르 안에서도 정교한 트릭과 치밀한 논리를 중시하는 이른바 ‘본격 미스터리’에 대한 애정이 유독 남다른 작가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동서양의 추리 소설을 섭렵한 열렬한 애독자였고 여가 시간에는 꼭 소설에 나오는 트릭 풀이를 게임처럼 즐겼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 관’은 잡지 인터뷰에 실린 한마디로도 알 수 있다. “매일 뉴스를 보다 보면 현실 그 자체가 사회파 미스터리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소설 안에서만이라도 현실과 분리되어 즐겨야 하지 않을까. 살벌한 현실을 잊게 해줄 도피처가 바로 본격 미스터리다.” 위 인터뷰는 본격 미스터리에 대한 작가의 집념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소설을 현실과 분리된 공간, 처참한 현실을 망각하게 해주는 공간으로 보며 그러한 소설을 집필하는 것이 작가의 신념인 것이다. 실제로 작가는 데뷔 후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본격 미스터리 외에는 쓸 생각이 없다”라고 단호히 선언한 바 있다. 작가의 횡보를 보면 이러한 선언은 아직까지 관철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작가가 자신의 미스터리관을 굳건히 지켜나가기를 기대하며 동시에 멋진 본격 미스터리를 선보여주기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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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의 저편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기억의 저편
    • 김세화 (지은이)
    • 몽실북스
    • 2022-02-24

    ‘대구 MBC’의 전직 기자 김세화 작가자신의 페르소나와도 같은 주인공 김환을 내세워지극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며 묵직한 이야기를 선보인다.멈춰진 것은 기억만이 아니었다.방송 기자 출신의 작가는 자신이 오랫동안 몸 담아왔던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을 배경으로 자신과 같은 방송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한다. 전문성 있는 단어들의 적절한 활용은 이 사건들을 보다 더 현실성 있게 만들어주며 그로 인해 이야기를 탄탄하게 뒷받침 해준다. 김환이라는 기자를 중심으로 위로는 부장들과의 갈등 상황이 그려지며 아래로는 후배들과의 어울림이 인상적이다. 사건과 사건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그로 인한 긴장감이 고조된다.비교당하는 쌍둥이쌍둥이인 인영이는 언제나 비교당하는 게 싫다. 한창 그런 게 싫은 초등학교 6학년이다. 이제 곧 중학생이 되는 인영이는 비교당하는 게 싫어서 차라리 자신이 조금 더 멀리 가더라도 다른 중학교로 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 점들이 그대로 자신의 일기장에 드러나 있다. 가족도 헷갈려 할 만큼 똑같이 닮은 점도 인영이에게는 스트레스다. 그렇게 일기를 썼다. 그리고 다음날 아이는 사라졌다. 자신이 좋아했던 친구와 또 다른 쌍둥이와 함께 사라졌다. 아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나와 모든 게 똑같이 생겼는데 어쩌면 그렇게 다를까?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DNA가 다른 걸까? _본문 중에서10년 전세 명의 아이들이 사라졌다쌍둥이 자매인 인영과 소영 그리고 그들의 친구 동구까지 한 마을에서 친하게 지내던 아이 세 명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그들이 어디 다른 곳을 간 것도 아니다. 단지 매일같이 놀던 산에서 놀았을 뿐인데 없어진 것이다. 당연히 가족들은 아이들을 찾아 나섰으며 경찰에도 신고를 했다. 경찰은 유괴나 납치를 의심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고 온 동네와 산을 수색해도 아이들이 나오지 않자 수사는 지지부진해졌다. 10년 후세 명의 아이들이 나타났다그렇게 찾아도 나오지 않던 아이들이 유골로 발견되었다. 그것도 그렇게 찾아도 발견되지 않았던 그 장소에서 말이다. 등산객에 의해서 발견된 아이들. 경찰은 저체온증 같은 증상을 주장하며 자연사나 사고사를 강조하려 하지만 사건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제 사건은 전국적으로 방송이 된다.사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것은 경찰이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기자들도 따라온다. 기자들은 가장 먼저 그리고 정확하게 사건을 취재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알릴 임무가 있는 것이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기자 김환. 그는 이 사건의 가장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는 그 사건을 맡아서 취재했었다. 아이들을 찾으려 가장 많이 노력도 했다. 당시 형사과장과 함께 시간이 날 때마다 용무산 그곳을 둘러봤었다. 아이들이 나타난 지금 그는 의문점이 든다. 왜 그때는 그렇게 찾아도 없던 아이들이 지금에서야 바로 이곳에서 나타난 것일까.어제부터 나를 혼란스럽게 한 의문이기도 하다. 지금 그 의문은 하나의 명제로 명료하게 정리됐다. 왜, 어제, 그 소나무 아래에서, 실종된 세 아이의 유골이 발견됐을까? _본문 중에서한 남자의 죽음또 다른 사건의 시작사건은 연달아서 일어난다. 세 어린이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한 남자의 죽음이 경찰에게 알려진다.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이 사건은 분명 세 어린이 사건과도 연관성이 있다. 이 남자는 이 사건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10년 전 세 어린이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이 해결되지 않자 각종 제보들이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한 교수가 주장한 가설이 있었고 그것을 경찰이 뒷받침하면서 허락을 했고 그 결과 그가 의뢰를 받아서 일을 했던 것이다. 자신이 한 일이 한 가정을 엉망으로 만든 것을 본 그는 나중에서야 성금을 기부했었다. 그런 남자였다. 그는 왜 이제 와서 이렇게 시체로 발견된 것일까. 그것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말이다. 그를 죽인 사람은 무슨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이학진 씨는 거구였기 때문에 사장은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보였다. 사진 하단에는 ‘실종 어린이 가족에 2천만 원 기부’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당시 기부 내용을 기사로 작성한 기자가 바로 나였다. 5년 전이었다. _본문 중에서합리적 의심사건은 계속된다세 명의 어린이들이 사라졌고 그 모든 과정을 취재한 김환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증거는 없었다. 경찰들도 형사들도 아이들을 찾지 못한 마당에 기자인 그가 아이들을 찾을 가망은 없었다. 그래도 그는 최대한 많은 자료들을 모아왔다. 아이들의 가족들을 인터뷰하고 아이들이 갈 만한 곳을 수소문 했고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형사들에게 진행 상황을 확인했었다.이제 아이들이 나타났다. 그의 취재는 계속된다. 비록 이 사건을 맡아서 리포팅을 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에 그는 최선을 다해서 발로 뛰며 조사한다. 그로 인해 자신이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지기도 한다.고도로 예민해진 나의 감각이 내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을 포착했다. 발을 딛는 소리였다. 그다음에는 숨소리가 목덜미까지 다가왔다. _본문 중에서알 권리와 알릴 권리그 극간의 딜레마기자들은 사건을 취재한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가장 먼저 알게 되는 그들이다. 그들이 알아낸 모든 사건들이 방송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속에서도 걸러지게 된다. 때로는 빠르게 알려야 한다는 것에만 주력한 나머지 잘못된 오보를 알리게 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주목시키고자 자극적인 내용만을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모든 방송의 내용은 달라진다. 평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기자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박수정 기자가 그처럼 강하게 감정적으로 항의하는 모습 또한 그날 처음 보았다. _본문 중에서딜레마에 사로잡히는 것은 기자들뿐만 아니다. 경찰들 또한 밀려드는 제보로 인해서 어떤 것이 제대로 된 진짜 정보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되었다. 모든 제보를 다 확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들어오는 제보들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로 인해서 사건의 해결은 더욱 더디게 이루어지게 된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취재는 계속된다김환의 활약으로 인해서 사건은 모두 해결되었다. 자신의 신상을 둘러싼 일들도 모두 해소되었다. 미지의 인물은 여전히 미스터리하게 남아있다. 이 인물들이 또 다른 이야기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다른 변수를 기대하는 것도 김환의 이야기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얼굴을 콕콕 찌르는 찬바람을 물리치려는 듯 내 심장이 열을 내며 빨라졌다. 뺨이 화끈거렸다. 맥박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면 그때부터는 새 출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_본문 중에서기자 출신의 작가는 자신의 페르소나 김환을 내세워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만큼 사건을 둘러싼 배경들이나 조건들, 등장인물들은 현실적이고 사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그같은 사실은 픽션을 허구의 이야기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이야기처럼 만든다. 언젠가 어디선가 일어난 일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만큼 현실적이다. 다음에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지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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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척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기척
    •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3-04-14

    〈CNN〉, 〈뉴스위크〉, ‘굿리즈’ 선정 올해 가장 기대되는 책,‘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이달의 도서,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및 〈USA투데이〉 베스트셀러에 오른영미 소설 최고 화제작 《기척》출간 즉시 해외 각종 매체에서 앞다퉈 찬사를 보낸 레이철 호킨스의 《기척》이 국내 독자들을 찾아왔다. 《기척》은 가난한 여성이 고급 주택단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잘생기고 부유한 남자와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외형을 띤 소설이다. 그러나 완벽한 줄로 알았던 남자에게 아내가 있었으며, 그 아내가 의문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위협과 긴장이 가득한 스릴러의 모습으로 전개를 바꿔간다.고전 명작 《제인에어》를 현대적 이야기로 재해석한 《기척》은 영민하면서도 욕망으로 가득 찬 여성 인물의 활약에 목마른 독자들을 만족시킬 페미니즘 심리 스릴러다. 독자는 냉소와 재치를 오가는 레이철 호킨스의 날카로운 문장과 수준 높은 완급 조절로 치밀하게 설계된 구성, 비밀을 감춘 인물들의 밀고 당기는 지적 싸움을 감상하면서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충격과 쾌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을 것이다.두 사람의 저택, 세 사람의 숨소리……죽은 그녀가 아직 이곳에 있다고급 주택단지 ‘손필드’에서 부잣집 개를 산책시키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제인’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과거에 일어난 어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불행한 과거와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제인은 여느 날과 같이 부자들의 개를 산책시키다 잘생기고 부유한 손필드 주민 ‘에디’를 만나고 빠르게 호감을 느낀다. 처음에는 에디의 재력과 에디가 사는 으리으리한 저택에 매력을 느꼈지만, 데이트가 반복될수록 제인은 진심으로 에디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딱 하나 신경 쓰이는 것은 에디가 의문의 사고로 아내를 잃었다는 점이다. 몇 달 전 친구와 함께 보트를 탔다가 호수에 빠져 실종되었다는 에디의 아내 ‘베’. 제인은 에디의 전처 베의 정보를 모으며 흠잡을 데 없는 ‘베’의 모습을 상상하고 열등감을 느낀다.여자 친구라는 신분으로는 고급 주택단지의 일원이 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던 제인은 에디의 새로운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마침내 에디와 동거를 시작하고 프러포즈까지 얻어낸 제인. 그러나 함께 살게 된 에디의 저택에는 죽은 아내 베의 흔적이 너무나 짙게 남아 있는 데다, 아무리 베의 망령을 쫓아내려 해도 베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제인의 주변을 집요하게 떠돌아다닌다. 설상가상으로 에디가 집에 없을 때만 들려오는 수상한 기척에 제인은 베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에디와 깊게 연관된 ‘사건’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고, 안전하다고 믿은 에디의 곁에서 불안감을 느끼는데…….죽은 아내가 존재하는 저택, 그 화려하고 섬뜩한 공간에서 제인은 무사히 살아남아 원하던 인생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반짝이는 것을 언제나 가장 조심하라두 여자가 밝혀내는 ‘완벽한 삶’의 실체《기척》은 파트가 바뀔 때마다 제인과 베라는 두 화자가 번갈아 등장하며 고급 주택단지 ‘손필드’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의 내막에 다가간다. 첫 번째 주인공 제인은 고급 주택단지의 외부인으로, 상류 사회의 질서에 속하고자 자신의 본성을 철저히 숨기면서도 새로운 삶의 무대가 자신에게 정말 안전한 공간인지 확인하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정보의 퍼즐을 모은다. 실종 사건의 당사자이자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 베는 모든 퍼즐을 손에 쥔 인물로, 세간에는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제인과 에디가 함께 사는 저택 밀실에 감금되어 있었다. 베는 밀실에서 탈출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동시에 완성된 그림의 각도를 조금씩 달리하여 조명하듯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남편이 자신을 위층에 감금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제인이 주어진 단서를 손에 쥐고 과정에서 결과로 천천히 나아간다면 베는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과정을 풀이하는 셈이다. 에디를 사이에 둔, 역할도 성격도 상반된 두 여성 인물이 마침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제인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건 당일의 진실이 세 사람의 저택을 뒤흔든다. 아름다운 동네와 아름다운 남자, 아름다운 새 삶…… 제인이 발 들여놓은 매혹적인 세계. 그러나 반짝이는 것을 언제나 가장 조심해야 한다. 화려한 보석함 속 장신구의 광채가 방심하는 사이 날붙이의 번뜩임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모두가 가명을 쓰는 진창의 삼각관계 속에서두려움을 극복하고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이야기‘평온한 주택단지에서 두 여성이 실종되었고, 어쩌면 그 범인은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스릴러의 정석적인 전개 속에서 독자를 진정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사건을 맞닥뜨리는 제인의 심리이다. ‘제인’은 제인의 진짜 이름이 아니다. 과거에 알던 여자아이에게서 따온 이름이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발목 잡혀 ‘제인’으로서의 삶을 빼앗기고 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고상하고 정돈된 손필드라는 질서에 녹아들기 위해 진짜 나를 숨기고 다른 사람을 연기해야 한다는 피로감. 평범한 자신이 독보적인 베의 존재감을 지워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모처럼 잡은 일생의 단 한 번뿐인 기회가 한순간의 실수로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그리고 기회라고 생각했던 새 삶이 어쩌면 목숨까지 위협할 덫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이 모든 심리적 압박을 짊어지고 행복을 손에 넣기 위해 어떻게든 위기를 헤쳐 나가는 제인의 조용한 사투가 독자의 심장을 불안으로 물들이다 끝내 차가운 공포로 몰아넣는다.그러나 에디 역시 에드워드라는 본명 대신 애칭을 쓰고 있었다. 베에게도 어떻게든 감추고 싶은 진짜 이름이 있다. 삼각관계 꼭짓점에 서 있는 모두가 보잘것없는 과거를 숨긴 채 얽히고설키며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연출해낸다. 하지만 살면서 한 번쯤 자신이 창조한 각본 속 인물을 연기하며 도금이 벗겨질까 전전긍긍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인을 믿고 따라가보자. 이 숨 막히는 난장의 끝에서 진정한 자신과 만나는 순간 절망 대신 거대한 해방감이 당신을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19세기 여성 성장 소설 《제인에어》가20세기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지나21세기, 마침내 《기척》으로 우리에게 다시 오다“《제인에어》를 유쾌하되 서스펜스가 넘치도록 비튼 놀라운 작품”(〈뉴스위크〉)이라는 찬사를 받은 《기척》은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 ‘미래 세대가 샬럿 브론테의 《제인에어》,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 나란히 놓고 읽을 걸작’으로 인정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19세기 여성의 주체적인 자아 성립과 성장을 다룬 소설 《제인에어》가 레이철 호킨스의 《기척》에 전체적인 모티브가 되었다면, 《제인에어》 속 미치광이 아내 버사 메이슨을 제국 남성과 식민지 여성이라는 지배-피지배 관계 속 착취 구도 안에서 재해석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기척》 속 버사, 즉 베의 입체성과 존재감에 영감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제인은 더 이상 사랑스럽고 선량한 여주인공이 아니다. 다만 그런 사람을 연기할 뿐인 영리한 속물이며 부자들의 소지품을 습관적으로 슬쩍하는 좀도둑으로, 두 눈을 번득이며 신세를 역전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제인에어》에서 제인과 에드워드 로체스터의 사랑을 방해하는 걸림돌에 불과했던 버사는 더 이상 잠자코 남편의 관리하에 나날이 미쳐가다 파국을 맞이하는 여자가 아니다. 능력 있고 야망 넘치는 자수성가 사업가로, 저택 위층에서 숨죽인 채 이 모든 관계를 전복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두 소설을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레이철 호킨스가 새롭게 탄생시킨 《제인에어》 속 등장인물과 문장을 발견하는 재미와 더불어 촘촘히 배치해놓은 장치에서 원작과의 유사점 및 차이점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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