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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평등한 선진국 -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통계로 보다 (커버이미지)
    [사회]불평등한 선진국 -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통계로 보다
    • 박재용 지음
    • 북루덴스
    • 2024-02-19

    “우리는 자랑스러워하기 이전에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통계로 들여다본 노동, 청년, 소수자, 지방의 불평등이 책은 대한민국이 몇 가지 기준에서 선진국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1부 ‘불평등한 선진국, 대한민국’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높아졌음을 구체적 지표를 들어 설득하며, 급진적 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사회 구조가 어떻게 기형적으로 변모하였는지를 외국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밝힌다. 2부 ‘대한민국 불평등의 근원은 노동이다’에서는 경제성장 이후 발현된 사회 내 ‘불평등’ 중에서도 노동을 메인 키워드로 다루며, 소득에 따른 노동의 층위 발생 및 격차 심화, 비정규직 종사자와 특수 분야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3부 ‘불평등의 중심, 청년’에서는 대입의 기반이 되는 무한 경쟁 구도, 소득에 따른 입시생들의 경쟁력 차이, 사교육 문제, 출신 대학에 따른 취업 기회 차등적 획득, 대학 졸업 여부에 따른 입사자 차등 대우 등으로 세분화하여 현 한국 사회의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한다. 4부 ‘불평등으로 해체되는 대한민국- 가족 해체, 노인 자살, 지방 소멸’에서는 가족의 변화, 노인 세대와 지방 거주민들의 소외 문제를, 5부 ‘불평등이 향하는 곳, 소수자’에서는 이주민, 장애인, 여성 등의 소수자들이 어떻게 국가적 보호 바깥으로 배제되어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지 사례별로 세부적 항목을 나누어 살펴본다. 저자는 이 책을 ‘공평무사하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쓰지 않았다고 밝힌다. 글을 쓰는 내내 기울어진 운동장, 불평등한 땅에서 차별받는 이들이 ‘눈에 밟혔다’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고르려고 애썼다. 데이터를 고르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기를 쓰고 중심을 잡았다. 그 결과, 가장 객관적인 자료만으로 충분히 대한민국의 현실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었다.“가난은 나의 책임일 수도 있다.하지만, 불평등은 나의 문제가 아니다”-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 선진국 대한민국을 누리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20%가 있다. 아주 풍족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이 정도의 생활을 누리는 것은 이들이 살아온 삶이 치열했기에 가능하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다. 다른 한편에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80%가 있다. 이들 가운데 20%는 중년이 되어서도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스스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면 도태되는 건 한순간이다. 그렇지만 나름의 자부심은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민주화도 이루었고, 또한 경제성장의 과정에서도 나름의 역할을 한 세대이다. 대부분의 이들 가정에서 자녀들도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며 부모와 비슷한 미래를 그려나간다. 하지만 가만히 기다려서 이런 미래를 얻는 건 아니다. 학점 0.1점에 목숨을 걸고, 스펙 하나에 자신의 인생을 걸듯 임한다. 그들 역시 치열한 시간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나머지 60%는 어떨까? 주말에 대리기사를 뛰고, 퇴근 뒤 배민 커넥터 혹은 쿠팡 플렉스로 잔돈을 번다. 직장에 다닌다고 별다를 건 없다. 지방대와 전문대를 나온 이들로선 대기업이나 전문직은 꿈도 꾸기 힘들다. 학자금 융자를 받아 대학을 나오고,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박박 기는 노동에 익숙해진 이들은 일부는 9급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그러다 결국 초봉 150만 원, 180만 원의 해고당할 걱정보다 회사가 망할 걱정이 먼저인 곳으로 취업을 하고, 노동의 안정성도 보장되지 못하는 비정규직으로 떠돈다. 고졸은 온라인 쇼핑몰의 물류센터에서, 휴대폰 판매점의 ‘폰팔이’로, 일용직 노가다로 전전하거나 오토바이를 하나 사서 배민라이더가 되고 부릉이나 생각대로의 배달 노동자가 된다. 그러다 기술을 배우겠다고 용접학원을 다니고, 1종대형 면허나 중장비 면허를 따기 위해 돈을 모으고 학원에 다닌다. 하지만 이들에겐 단지 지금만 가난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가난할 거란 체념이 배어 있다. 저자는 20%와 80%의 격차가 더더욱 커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다양한 통계를 들이밀며 적나라하게 짚어낸다.“불평등은 대물림이다. 불평등 해결이 시대적 과제이다”-눈부신 대한민국,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심각한 미래 저자는 데이터를 통해 선진국에 들어선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행복하기보다는 힘들고 불안한 이들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대한민국 노인은 4명 중 1명이 상대적 빈곤율 아래에 놓여 있고, 70대가 되면 빈곤율은 절반 가까이 치솟는다. 온종일 모아 팔아야 단돈 1만 원이 되질 않는 폐지를 그래도 주워야 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에 사는 여성 중 20%는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그와 비슷한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나 30대가 되면 선택을 강요당한다. 누군가와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고 싶다가도 경력단절 뒤의 세계가 너무 뻔히 보여,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거나 커리어를 포기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결국 비혼의 길을 가게 되고 출산율을 낮추는 비애국자라는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오히려 부러운 이들도 있다. 20대와 30대 초까지 부지런히 일했지만 스펙조차 쌓지 못하는 80%의 고졸, 전문대, 지방 4년제를 졸업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경력단절 이전에 먹고 살기가 팍팍해서 결혼과 출산을 다시 생각한다. 일부는 지금 자기가 겪는 이 삶을 살 게 뻔한 미래의 자식에게 미안해서라도 아이 낳기를 주저한다. 어떻게든 먹고살려는 젊은이들이 도청소재지로,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지방은 한 집 걸러 한 집이 비어 있다. 또한, 평균 연령 60을 바라보거나 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되었다.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가, 중소도시보다는 읍면이, 읍보다는 면이 먼저 사라지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는 없고, 지방은 사라지고, 노인은 삶을 스스로 포기하고, 젊은이는 미래가 없어진다. 저자가 들여다본 ‘불평등한 선진국’의 뼈아픈 현실이다. “불평등의 수치는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의 신호다”-대한민국의 불평등, 대안은 없는가?대한민국이 처한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그랜드 플랜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좀 더 평등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해결할 지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본연의 목적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 지점의 맨 앞에 소득 불평등이 자리한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확실하게 보호하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득세 등 직접세 세율을 더 올리고 공공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해 상속세와 증여세의 세율을 올리고 면제 범위를 축소한다. 저자는 불평등이 줄어들면 교육 문제의 기본이 해결된다고 말한다. 소득 격차가 적어지면 기를 쓰고 명문대를 갈 이유가 줄어들고 자연스레 사교육도 감소하여 부모의 소득 중 교육비로 빠져나가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득 격차가 줄고 국가의 소득 재분배가 더 활발해지면 중산층이 넓어지고 삶에 여유가 생겨 자연스레 출산율도 높아지고, 지방소멸도 더뎌질 거로 본다. 저자는 이렇듯 쉽고 명료하게 해결 지점을 짚어내지만, 실제로 이 일을 이뤄내는 과정은 “대단히 힘들다”라고 토로한다. 하지만 그 일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정당이 있고, 정치인이 있으며, 시민운동단체가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올곧은 정당과 정치인, 시민운동단체가 대한민국의 희망을 일구어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그 씨앗을 뿌리고 토대를 만드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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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운의 죽음은 없다 - 평등한 건강을 향한 인권의 투쟁 그리고 진화 (커버이미지)
    [사회]비운의 죽음은 없다 - 평등한 건강을 향한 인권의 투쟁 그리고 진화
    • 알리시아 일리 야민 지음, 송인한 옮김
    • 동아시아
    • 2024-02-19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추천★★모성 사망, 아동 폭력, 노동자 사망, 국가 폭력 …인권 프레임으로 고통에 새겨진 사회적 불평등을 읽다인간의 고통은 견뎌야 할 불운이 아니다! 이제, 정의롭지 못한 ‘고통의 구조’를 바로잡을 때다 ‘사회적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지 못해 아동 살해 후 자살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고, 한국에서는 매해 2,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기계에 끼여서, 차량에 깔려서, 업무량이 과해서 ‘일하다’ 죽는다. 2022년 10월 말,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에서 많은 시민이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국가 시스템으로 인해 참사를 당했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점을 상세히 조사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등 공식적인 책임을 지지 않았고, 이들의 죽음은 비운의 사고, 불운의 죽음으로 남았다. 첨단과학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의료 서비스가 시장화되면서 인간의 건강과 생명의 문제는 점점 더 개인적인 문제로, ‘소수’의 ‘불운’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건강과 보건은 ‘운’의 영역에 맡겨 둘 문제가 아니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건강하게 살아갈 법적 권리를 갖는다. 세계인권선언 제25조에서는 “자신의 건강과 안전에 적합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고, 대한민국 헌법은 인간의 생명권과 국민의 보건을 보호할 국가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국민은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를,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갖는 것이다. 세계적인 인권학자이자 건강 옹호 활동을 지속해 온 활동가 알리시아 일리 야민이 지난 30년(1991년~2019년) 동안 건강에 대한 법과 권리가 진화해 온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비운의 죽음은 없다』가 출간되었다. 법과 제도를 통해 건강권을 현실화하는 데 앞장서 온 저자는, 브라질·페루·콜롬비아·칠레·남아프리카공화국·탄자니아 등을 누비며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죽음과 고통을 ‘인권’의 렌즈로 파헤친다. 그렇게 개인의 불운으로 여겨졌던 각각의 죽음들을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불평등이 만들어 낸 인류 공동의 역사로 바꿔나간다. 『비운의 죽음은 없다』는 국가의 폭력과 불평등한 사회제도, 신자유주의 경제질서가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을 어떻게 상하게 만드는지를 추적하며, 아동·여성·성소수자 등의 건강이 권리의 영역으로 발전해 온 과정을 설명한다. 책의 옮긴이 서문을 쓴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정신보건·보건의료복지 교수 송인한의 말처럼, 이 책은 “불평등과 차별을 넘어, 인간의 건강을 마땅히 누려야 할 정의로운 권리로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모성 사망, 낙태 금지, 강제불임수술 …여성의 건강은 어떻게 인간의 권리가 되었는가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민주주의·안보가 다시금 와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유엔이 창설됐다. 그 후 세계인권선언이 ‘모든 인류를 위한 공통된 기준’으로 채택되며 국제 인권법의 기반이 되었다. 인권법에서 정의하는 ‘인간’의 개념과 인권법이 보장하는 권리의 내용은 지난 30년 동안 여러 도전을 마주하며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비운의 죽음은 없다』는 특히 여성의 권리와 성·재생산 건강에 초점을 맞추어 그 발전 과정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 발전 중 상당 부분은 여성의 건강권에서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정치적·경제적 권력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국제 인권법에서 여성의 성·재생산 권리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등장한 과학적인 피임법이 1970년대 들어서 널리 확산됐고, 1979년에는 전 세계 여성운동의 공조로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채택됐다. 공적 영역을 넘어 사적 영역에서의 여성차별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첫 번째 인권조약인 여성차별철폐협약은 형식적 평등과 함께 실질적 평등의 필요성을 증진했다.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회의에서 시민적·정치적 권리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사이의 장벽이 허물어졌고, 이는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여성 폭력이 ‘인권문제’로 다뤄지는 계기가 됐다. 1994년과 1995년 각각 카이로와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회의에서는 재생산 건강과 권리 그리고 성평등을 증진하기 위해 정치적·사회적·경제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대담한 행동 계획들이 선포됐다. 『비운의 죽음은 없다』에 따르면 여성 인권의 발전은 역풍을 맞기도 했다. 1980년대 들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보건의료제도가 구조조정 프로그램(국제통화기금 또는 세계은행에서 금융지원을 받을 때 추진해야 하는 경제정책)으로 대체되었다.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산과 응급진료와 같은 필수적인 아동·모성 건강 서비스에도 이용료를 도입했고, 그 결과 많은 여성이 임신과 출산 중 적절한 의학적 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등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또한, 1990년대는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불어닥치며 여러 정부가 무역자유화, 민간 자본 흐름의 규제 완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받아들인 시기이다. 몇몇 남반구 국가의 독재정권은 강대국들이 내세운 신자유주의 정책과 결탁해 민주주의 정치를 약화시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제4장(「근대화라는 디스토피아」)에서 소개되는 페루의 후지모리 독재정권이다. 후지모리 독재정권은 여성을 대상으로 강제불임수술을 시행하는 가족계획사업을 경제적 ‘근대화’의 도구로 이용했다. 결국 페루에서 25만여 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조직적으로 강제불임수술을 받았다. 이렇듯 여성의 성·재생산 권리는 국가 간의, 국가 내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상황과 맞물리며 발전해 왔다.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인권은 정치 바깥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추상적인 권리가 아닌, 사회적·정치적·경제적 구조 안에서 만들어지고 구성되는 권리이다. 따라서 인권 투쟁은 필연적으로 “인종주의, 가부장제, 생물의학, 경제적 구성 등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규정하는 권력 구조 간의 관계를 성찰”하는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여성의 건강권은 물론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인권을 활용해 진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것이다.인권사에 새겨진 투쟁의 장면들인권의 내용을 확장하는 인간의 연대『비운의 죽음은 없다』에 담긴 건강권의 발전 과정을 따라 읽다 보면, 인간의 건강을 권리로 확립하는 데 시민사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6장(「불평등과 민주주의 그리고 건강권」)에 소개되는 알리네 사건을 살펴보자. 2002년 브라질 여성 알리네는 출산 후 필요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2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후 재생산권센터와 브라질 비정부기구인 시민인권연대가 이 사건을 성차별철폐협약위원회에 상정했다. 위원회의 조사 결과, 처음으로 여성에 대한 비차별의 문제로서 산과 응급진료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국가적 의무가 명시됐다. 또한 이 조사는 인종과 젠더, 계급에 기반한 교차적 차별을 해석했다는 점에서 국제법적 선례가 됐다. 5장(「위기와 에이즈 팬데믹, 규범의 세계화」)에서 살펴볼 수 있듯,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에이즈 사태를 막기 위해 사회운동을 조직하고, 제약회사들의 가격 요구를 차단하고, 국제적인 연대를 이끌어 낸 것 역시 시민사회의 힘이었다. 인류는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며 초글로벌화·초네트워크화된 세계에서 모두가 밀접하게 연결된 건강 공동 운명체로 살아간다는 것을 깨쳤다. 이제 안전과 생명, 건강에 대한 권리는 시대의 요구이다. 『비운의 죽음은 없다』에 담긴 역사적이고도 생생한 건강 불평등의 사례를 국가를 넘어 모든 인류가 처한 공통된 상황으로 읽어나가는 것, 그것이 인간의 건강을 권리로 확장해 나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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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응 거부선언 -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 (커버이미지)
    [사회]사회적응 거부선언 -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
    • 이하루 지음
    • 온다프레스
    • 2024-02-19

    너무나 정직한 말들이기에,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질문고병권, 홍은전의 강력 추천도서지금 이 시대 진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 책을 읽고 불편하지 않을 자가 있을까.’ 잠시 교정지를 미뤄두고 생각한다. 이 책의 작가 이하루 씨를 처음 본 것은 2021년 여름 우연히 열어본 어느 강연 동영상에서다. 강연이 시작되자 무척 작고 마른 체구의 청년이 등장했다. 그는 더듬더듬 떨리는 음성으로 “나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썰렁함에 헛웃음이 났다. 하지만 별 기대 없이 듣다가 어느새 나는 본래 앉아 있던 자세를 가다듬으며 그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몇몇 장면에서는 주책없이 콧등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동이었다.『사회적응 거부선언: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음악가이며 동물해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하루의 여행 산문집이다. 그는 2014년 한국을 떠나 2021년 귀국할 때까지 60여 개국 4만 4천 킬로미터를 히치하이킹하며 걸었다. 만약 이 책에서 20대 청년의 해외여행이 가진 낭만을 기대한다면, 곧장 책을 덮어도 좋다. 그의 유랑은 남달랐다. 무척 대담하고 거칠었으며 아름다웠다. 그는 호주에서 덤스터다이빙(쓰레기통 뒤지기), 그리스에서 난민 인권 활동, 이스라엘에서 반성폭력 활동, 유럽 곳곳에서 레인보우 개더링, 미국과 대만 등지에서 동물해방 활동에 참여했다. 우리가 무심결에 버리는 음식들을 그러모아 재활용하고,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국경 바깥의 사람들을 돌보았으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았던 이들과 함께 연대하여 피의자를 여론 심판에 서게 했고, 마지막으로 이 시대에 가장 억압받는 생명인 ‘축산 동물’에 대한 폭력을 멈추는 일에 앞장섰다.철학자 고병권은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이하루의 여정을 ‘정직하게 걷는 길’이라는 말로 일갈했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단도직입으로 한국을 떠나고 잠시 머무르고 다시 짐을 꾸리는 와중에 조마조마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기존의 사회가 가진 편견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작가는 애써 우회하거나 말을 돌려서 상황을 무마하지 않는다. 그의 단호하고도 또렷한, 너무도 정직하여 말문이 막혀버리는 질문들은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함과 통쾌함을,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의 지혜를 선사한다. 그리하여 언뜻 무일푼의 배낭여행기 정도에서만 머무를 수도 있었던 어느 청년의 기록은, 현대 사회가 지닌 모순을 순서대로 맞닥뜨리고 무너뜨리는 격렬한 쟁론과 연대의 르포가 되었다. 작가의 여정 속에는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처음 노숙을 할 때 곁으로 다가온 당나귀, 노르웨이 사미족의 순록, 이스라엘 키부츠의 소, 미국의 초국적 축산기업 축사의 돼지와 칠면조, 이탈리아 알프스의 꿀벌,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의 돼지, 하와이와 대만의 닭… 이 수많은 동물들은 거의 대부분 인간의 식량이 되기 위해 죽음을 코앞에 둔 상태였고, 그는 그 동물들 각각이 우리와 다를 바 없이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였음을 생생히 기록했다. 그는 비록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그 동물들이 살아 숨쉬도록, 사진과 영상과 글로 기록했다.이하루는 진보와 보수 이데올로기로 양분된 이 세계에 여봐란 듯이, 기존 기득권들의 위선을 까발린다. 그가 장면 장면마다 던지는 질문들은, 이 세계가 오랫동안 암암리에 맺어온 모종의 합의들―자유, 민주, 평화―이 권력의 알리바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한다. 일례로 유럽의 어느 진보적 잡지 모임에서 ‘평화로운 논의’를 강요하며 어떤 문제제기도 묵살하려는 이들을 향해 또렷이 ‘이것은 왜 학살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내는 장면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종종 곱씹게 된다. 그리고 이런 활동의 끝에서 그는 동물해방이라는 이 시대의 가장 급진적인 캐치프레이즈 아래에 섰다.작가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의 작업이 어쩌면 2020년대 한국사회의 진보 세력, 좀 더 넓게 보면 전 세계 진보 진영이 처한 답보 상태를 깰 수 있는 하나의 주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품어본다. 진보 진영은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사이 인권이라는 테제는 갈기갈기 여러 가닥으로 찢겨, 특히 2010년대 페미니즘과 백래시, 동물해방운동의 직접행동 출연(대표적으로 전 세계적인 동물 구조 활동 등)으로 그 갈등이 더욱 크게 분출했다. 하지만 진보 진영들은 이 같은 변화를 여전히 하찮은 주변부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 앞에는 그저 불편한 진실들만이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나열되어 있다. 이제 이 문제들을 외면하고 안온한 삶을 유지하려 하기보다 더욱 급진적인 생각과 행동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이 위선이 가득한 사회에 적응하기보다 ‘거부’와 ‘반대’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이 작고 마른 체구의 청년이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다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이 책을 읽고 불편하지 않을 자가 있을까.’ 하지만 독자들이 느낄 법한 불편함은 정확하게는 마음속 깊이 자리한 ‘부끄러움’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철학자 고병권이 다음과 같이 썼던 것처럼 말이다. “나 역시 하루의 여정을 따라가는 일이 뒤로 갈수록 힘에 겨웠다. 원고를 읽다가 여러 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서성여야 했다. 내 안의 누군가가 그만가자고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것 같았다. 이 정직한 여정이 가리키는 곳이 어딘지를 예감하며 내 치부가 드러나기 전에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루가 수많은 차별과 폭력의 모티브를 제공한 곳이라며 가리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 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가 너무나 정직하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책 9면) 이하루의 정직한 질문들에, 이제는 우리가 응답해야 할 때다.이 책 『사회적응 거부선언』은 온다프레스의 연속기획 ‘파도문고’의 첫 번째 도서다. 파도문고는 전 지구적인 생태, 평등, 노동의 위기에 맞서는 작은 파도 같은 이야기들의 기획 시리즈다. 이 시대의 급진적인 생각들, 금기가 된 행동들이 어떤 때에는 잔잔하게, 어떤 때에는 거세게 몰아칠 것이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책이 결국에는 우리를 살릴 것이다. (근간으로 ‘생전의 장례식: 현대사회의 죽음에 관한 고찰’과 ‘모두의 성찬: 성소수자와 교회’가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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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일 없는 아이들 (커버이미지)
    [사회]생일 없는 아이들
    • 김희진 외 지음,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 기획
    • 틈새의시간
    • 2024-02-19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나’, 없지만 있는 ‘나’를 찾아주세요!출생신고는 개인의 몫인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일까? 출생의 기록은 인간이면 당연히 갖는 욕구와 권리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에 나온 이들은 출생의 기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아이들이다. 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아이, 이름이나 옛 전화번호는 남겨져 있지만 더는 그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아이도 있다. 부모가 구금시설에 갇혔거나 한국 국적이 없어서,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출생신고를 못 했거나 하지 않은 아이도 있다. 그나마 이 책에 기록된 이들은 출생신고는 되지 않았을지언정 존재는 확인된 아이들이다. 이런 형편이니 “지금 이 사회에 살아가고 있음”이 확인조차 안 된 아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2021년 12월에야 발견된 제주 세 자매처럼 출생신고를 못 한 채 부모와 함께 살거나 혹은 베이비박스나 미신고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이런 일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생일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21세기에 가능한 일일까? 왜 적지 않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할까?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공공의 역할을 너무도 미약하게 규정해놓은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에 있다.이 책은 출생등록의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당위성을 알리는 긴긴 시간의 기록이다. 출생등록에 잇따르는 아픔과 슬픔의 기록인 동시에 시설에 버려지는 이름 없는 존재들에 대한 기록이며, 베이비박스의 존재에 던지는 다양한 층위의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출생등록 될 권리를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변화를 만들고자 힘을 모았다고 말한다. 뉴스에 나오는 일회적이며 예외적인 기삿거리로 소비되는 게 아니라 언제든 어디에서든 아동의 삶에 크나큰 충격으로 나타날 위기의 현실을 알리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정보를 국가기관에 통보하면, 국가가 출생신고가 누락된 아동의 출생신고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에 목소리를 더하기 위해서, 그리고 지극히 작은 한 사람에게 행하는 상식과 선행이 보장되는 사회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사회라는 아동선언의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모든 아동이 마땅히 존중받으며 자라는 사회를 만드는 데 ‘보편적출생등록’이 당당한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이 책이 보편적출생등록이라는 제도가 개선되는 데에, 그리고 아동권리 실현에 연대하는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데 좋은 씨앗이 되면 좋겠다.우리 주위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평생 유령처럼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면? 세상에 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 바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들’이다. ‘들’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이런 처지에 놓인 사람이 한둘이 아닌 탓이다. 이 땅에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사실을 증명할 그 어떠한 서류도 갖고 있지 않기에 자신의 존재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우리 곁에도 있다. 어쩌면 우리 자신 역시 “설마, 출생신고를 안 한 사람이 있다고?” “출생신고는 저절로 되는 거 아니야?” 혹은 “출생신고 안 했다고 뭐 큰일 벌어지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일지 모른다. 여기, 타인의 삶을 살았던 P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족은 P씨의 출생신고를 따로 하지 않고, 형의 삶을 살았다. 죽은 형 대신 ‘형이 되어’ 살아왔다. 그의 정체성이란 곧 형의 정체성이었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았지만 P씨는 곧 ‘형’이었기에 엄밀히 말해 P씨의 아내는 P의 형과 혼인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P씨의 딸 역시 형의 딸로 기록되었다. P씨는 “그냥 형으로 살아가라”는 주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고된 여정을 선택했다. 그가 ‘진정한 P인 자신’을 찾는 데엔 자그마치 66년이 걸렸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를 도운 국가기관은 없었다. 갓 태어난 시민의 출생등록은 국가의 책무다 출생등록에 대한 아동권리의 궁극적 의무이행자는 “국가”이다. 한국은 아동권리협약 등 7개의 주요 국제 인권조약을 비준한 당사국으로, 국제사회에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거듭 약속하였다. 하지만 각종 국제 인권조약의 최종견해와 보편적 정례검토 권고사항에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도입’이 빠짐없이 언급된 지난 10여 년의 긴 시간, 법과 제도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여러 명을 접촉해보았지만, 다들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였을 뿐 더는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관할권 영토 내에 권리를 갖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서 왜 아동은 제외되는 것일까? 출생의 등록은 존재의 증명에 필수적이다. 아동을 보호하는 것은 아동의 온전한 시민성을 지지하는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며, 이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출생등록이라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태어난 순간 울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생(生)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라. 더는 생일 없는 아이를 만들지 말라. 누구나 축하받는 그 기쁨이 일상에서 지켜졌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이 책을 기획하고 쓴 사람들 이 책은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가 기획하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연대단체 구성원들이 역할을 나누어 집필하였다. 그간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 법률지원, 입법운동, 인식개선 활동 등을 펼쳐 왔다. 출생통보제 뿐만 아니라 국적과 관계없이 국내외 모든 아동이 현재의 가족관계등록 제도 안에서 등록될 수 있도록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하고, 가족관계등록법으로 아우르기 어렵다면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 제정안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특별히 정부 단위에서 출생통보제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21년에는 전국 아동양육시설의 출생미등록 아동 실태조사에 이어 출생등록 법률지원, 실태를 보고하는 기획기사,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대응 활동 등에 집중하였고, 지난 활동을 기반으로 책장을 채웠다. 2장은 이진혜(이주민센터 친구), 3장은 마한얼(사단법인 두루), 4장은 이제호(전 이주민센터 친구), 6장은 강정은(사단법인 두루)이 담당하였고, 1장과 5장, 그리고 나머지 장을 김희진(전 국제아동인권센터)이 함께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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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사회 - 절망에서 행복하기 (커버이미지)
    [사회]소비사회 - 절망에서 행복하기
    • 이종희 지음
    • 좋은땅
    • 2024-02-19

    “당신의 권태와 우울증은 당신 탓이 아니다.” 책의 첫 페이지는 이와 같은 문구로 시작된다. 우리들은 소비사회에서 이전 사회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우울증, 권태, 만성피로, 공황장애, 불면증,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다. 행복한 삶과는 너무나 먼 삶을 살고 있다. 이 현상은 분명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소비사회의 속성에서 비롯되었다. 책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를 묻는다. 소비사회에서 왜 나는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불만족한지를 인문학과 경제학적으로 성찰한다. 물질만능주의와 무한경쟁으로 소비자본주의는 번창한다. 하지만 우리는 태양이라는 욕망을 향해 높이 날수록, 행복이라는 밀랍 날개가 녹아 버려, 결국 바다에 떨어져 죽는 이카로스와 닮게 된다.벗어날 방법은 있다. 파국의 출구가 결국 새로운 시대의 입구가 된다. 절망적 소비사회에서 개인은 소비의 개인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 혁명을 치루고 있다. 부과 성공이 아닌 내 개인의 행복을 소비의 기준으로 만들고 있다. 인류 역사가 그러하듯 결국 새로운 세상은 열린다. 책은 이 모든 과정을 성찰하고 증명한다.- 21세기 소비사회에 대한 국내 최초 인문학적 성찰- 20세기 마초적 자본의 시대에서 21세기 유연한 개인가치 시대로의 대전환!저자는 국내 및 글로벌 은행에서 26년간 소비자금융부서에서 근무한 소비자본주의의 내부자이다. 어떻게 소비자본주의가 운영되는지 잘 알고 있다.현대의 자본주의는 산업자본주의에서 소비자본주의로 변화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시민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소비자로 존재하고, 소비자의 삶을 살고, 소비자로서 정체성을 띤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쇼핑하고, 외식하고, 여행 가고, 영화를 보는 등 소비 활동에 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대사회는 ‘소비사회’로, 현대인은 ‘소비인간(Homo Consumus)’으로 정의될 수 있다.우리는 소비사회에서 이전 사회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히 소비한다. 소득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쇼핑몰에서 수많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해외여행을 손쉽게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풍족한 생활에서, 당신은 행복한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적 사람을 기준으로 볼 때 아닐 것이다. 우리 삶은 더 바빠지고,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에 치이고, 가족이나 친구와 즐거운 시간은 줄어들고, 항상 불만족에 빠져든다. 우리 사회의 자살률은 높아졌고, 우리는 스트레스, 만성피로, 우울증, 불면증 등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저자는 우리가 소비인간으로 불행한 이유를 우리가 살고 있는 소비사회의 속성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10년 가까이 고민하고 연구하였다. 저자는 책의 제1장에서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한지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하였다. 결국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에서 가장 불행한 세대가 된 것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고, 소비자본주의 구조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제2장에서는 소비사회의 실패를 경제학적으로 논증한다. 시장의 원칙으로 볼 때, 소비사회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저자는 시장의 수요 및 공급곡선에 대한 기존 경제학의 주장을 뒤집는 이론을 제시한다. 한 시장에서 수요곡선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소비의 사용가치·과시가치·개인가치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의 수요곡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공급곡선 또한 기존 경제학이 주장하듯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 가격이 상승할수록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을 증명한다. 만약 저자의 주장이 맞다면 기존 경제학은 새롭게 쓰여야 한다. 시장의 수요 및 공급곡선 이론은 모든 경제학 이론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오히려 미래사회는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어두운 터널의 끝은 항상 새로운 세상의 진입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징조는 소비자와 시장의 변화에 드러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조용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개인은 소비자로서 자신의 삶을 바꾸고 있고, 다른 개인과의 연대를 통하여 자본권력을 압도해 나가고 있다. 결국 자본권력은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은 자신과 행복과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하여, 과시적 소비가 아닌 개인가치를 추구하는 소비방식으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는 시장과 세상을 바꿀 소비자 혁명으로 이어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편에서는 절망적 소비사회에서 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삶의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행복을 찾는 길을 저자도 걷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하여 보다 좋은 세상과 개인의 행복한 삶이 이루어질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과 비전이 없어 더 절망적인 소비사회에서, 이 책이 하나의 희망이자 위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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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평적 권력 - 권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스탠퍼드 명강의 (커버이미지)
    [사회]수평적 권력 - 권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스탠퍼드 명강의
    • 데버라 그룬펠드 지음, 김효정 옮김
    • 센시오
    • 2024-02-19

    사회심리학의 거장이 밝히는 권력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겐 하나의 권력이다!스탠퍼드대학교에서 ‘권력의 본질과 역할’에 관한 강의로 25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로 뽑힌 데버라 그룬펠드 교수는 저명한 심리학 박사이자 사회심리학의 권위자다. 평생에 걸쳐 ‘권력’에 대해 연구해 온 그녀는 이 책 《수평적 권력》에서 권력의 진짜 모습을 놀랍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우리는 대체로 권력은 나와는 상관없는 사회적 힘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은 나쁜 것이며, 부패하기 쉽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권력을 누리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며, 심지어 잠재적인 악당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권력에 대한 우리의 이러한 편견에 과감하게 반기를 든다.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권력의 수평성’이다. 우리 모두가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존재하며,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권력은 인간 간의 사회적 역할 안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는 권력자이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이처럼《수평적 권력》은 권력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권력을 재정의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우리가 생각보다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력은 뛰어난 한 명의 개인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역할과 관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자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권력에 따르는 책임을 인식하고 잘 사용할 때 권력은 민주적이고 선하게 발현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저자는 이것을 배우가 연기(Acting)하는 것에 비유한다. 배우가 역할을 맡아 연기하듯이 우리는 사회와 직장에서 주어진 역할에 맞게 권력을 사용해야 한다. 어떤 역할에는 다른 역할보다 더 큰 권력이 주어진다. 큰 역할에 맞게 수평적 권력을 적절히 사용하는 법을 익히면 온갖 사회제도를 유해하게 만드는 권력 남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권력의 본질은 다소 뜻밖이고 혁신적이어서 처음에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데, 저자 그룬펠드 교수는 독자들이 제기하는 의문과 의심을 자신의 경험담, 수많은 심리학 실험, 실존하는 인물들의 에피소드 등을 제시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통해 권력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접근함으로써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이해를 돕는다.권력의 효용성에 대한 놀라운 통찰과권력의 활용성에 대한 새로운 대안저자는 권력의 핵심으로 접근하는 데 수많은 심리학 이론과 실험을 동원하지만, 결코 지루한 논리로 다가서지 않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치인, 연예인, 기업가 등의 실제 사례를 통해 권력을 잘 활용하는 인물과 부정하게 활용하는 인물들을 대비하여 보여주고,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정치적 비화, 평범한 인물들이 직장에서 겪은 수많은 사례 등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권력을 다룬 기존의 책들이 어떻게 해야 권력자가 되는가, 혹은 위대한 권력자들은 어떻게 권력을 획득했고 행사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 《수평적 권력》은 우리가 이미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그 권력을 드러내고 숨기는 법, 오용된 권력에 저항하는 법, 권력에 따른 불안을 다스리는 법, 부패한 권력에 맞서는 법, 권력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법 등 우리가 권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기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권력자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저자가 강조하는 권력자의 세 가지 기준은 첫째,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달성하는 데 힘을 쏟는 ‘성취 지향’의 권력자. 둘째, 유능하면서도 배려와 헌신을 다하는 ‘헌신 지향’의 권력자. 셋째, 한 집단의 성공과 번영을 위해서 필요에 따라 권력을 공격적으로 발휘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하는 ‘집단 지향’의 권력자다. 즉 새로운 권력은 개인의 명예와 파워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권력, 집단을 위한 권력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때 권력의 오남용과 부패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이 책 《수평적 권력》은 권력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권력을 다루는 방법을 완전히 뒤바꿔줄 책이다. 가진 줄도 몰랐던 권력을 직시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권력을 적절히 사용하고 때로는 멈추는 방법을 말해주는 책이다. 큰 역할에 발을 들여놓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과, 더 작은 역할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조금 더 존중받기 위해 한 단계 올라서고 싶은 사람들, 공격성을 내려놓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권력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책이자 가장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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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으로 간 성폭력 (커버이미지)
    [사회]시장으로 간 성폭력
    • 김보화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02-19

    1. 성폭력 감형 패키지 팝니다!– 피해자, 활동가, 변호사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 성범죄 가해자 지원산업의 실태‘반성문 2부, 탄원서 2부, 근절서약서 1부, 심리교육수료증(3일), 상담사의견서(3일), 소감문…’ 한 감형 컨설팅 업체가 만든 55만 원짜리 패키지 상품 구성이다. 방문이나 상담 없이 기계적으로 만들어지는 이 상품은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법정에서 성범죄 가해자의 감형 사유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피고인의 반성 및 뉘우침을 양형의 요소로 고려하는 관행으로 인해 감형 컨설팅 및 반성문 대필 업체가 난립했고, 가해자의 반성은 형식적으로 만들어진다.이 같은 성범죄 가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즉 ‘성범죄 가해자 지원산업’이 많은 이에게 충격을 주며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성범죄 가해자 전담법인과 가해자 온라인 커뮤니티, 감형 컨설팅 업체 등은 가해자를 위해 각종 감형 및 무죄 팁을 발명하며 법조계에서 거대한 산업을 구축했다. 몇몇 법인은 전직 대법관·대학 총장·부장판사·검사 등 고위 인사를 자문위원으로 임명하고 한 달 홍보비를 1억 원 이상 쓰는 등 네트워크와 자본을 축적하며 성장 중이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성폭력 피해자·여성단체 활동가·변호사 심층 인터뷰와 현장 연구를 통해 성범죄 가해자 지원산업이 어떻게 등장하고 확장했는지, 가해자 지원산업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속에서 성폭력 담론이 어떻게 재구성되었는지를 여러 측면에서 고찰한다.어느 날, 나는 지하철 교대역에 게시되었다는 한 법무법인의 광고를 보고 아연질색했다. ‘아동성추행, 강간 범죄, 기타 성범죄’ 등에 대한 ‘부당한 처벌을 무죄, 불기소, 집행유예로 이끕니다’라는 내용의 광고였다. (중략) 해당 광고판은 당시 여러 시민의 문제제기로 철거되었지만, ‘가해자 전담변호사 시장’, 이른바 가해자 중심의 ‘성범죄 전담법인’이 형성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즈음 인터넷에 성폭력을 검색하면 법인들은 ‘성범죄 전담/전문변호사’, ‘무혐의, 무죄 받아드립니다’, 심지어 ‘무고 전문’ 등의 문구를 온/오프라인에 홍보했고, 패키지 상품과 같은 형태로 가해자 방어와 (역)고소 건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스스로를 성범죄 전담법인이라 자처하는 법인들의 홈페이지에는 해당 법인의 변호사를 선임하여 성폭력 가해자가 무죄를 받거나 낮은 형량을 받았다는 후기가 ‘성공 사례’라는 이름으로 게시되어 있고, 일부 법인은 자신들을 ‘성폭력 상담소’라고 소개하기까지 했다. 성폭력 가해자의 법적 대응 과정은 수임료가 높더라도 승소율이 높고 성공 후기가 풍부한 업체를 선택하면 이길 수 있는 것으로 시장화되고 있었고, 법조 시장에서 성폭력 가해자 변호는 그 어느 범죄보다 돈이 되는 분야로 선호되고 있었다.- 〈프롤로그〉 중에서(6~7쪽)2. 꼼수 감형이 오염시킨 성범죄 재판의 풍경– 헌혈, 정신과 치료, 고도비만 등 납득할 수 없는 감형 사유와 역고소 전략성범죄 가해자 전담법인의 감형 및 무죄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들은 성범죄 양형의 감경요소 중 “진지한 반성”에 주목하여 ‘감형을 위한’ 반성을 만들어냈다. 대표적 방법은 반성을 명목으로 사회봉사단체나 여성단체에 후원금을 기부한 후 영수증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다. 후원금 기부는 성범죄 가해자들이 감형 꼼수로 널리 사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최근 여성단체들은 기부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이유가 무엇인지를 꼭 확인한다. 또한 가해자 전담법인은 “사회적 유대관계 분명”이라는 성범죄 집행유예 기준에 착안하여 가해자가 평소에는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주장하고, 가족과 지인의 탄원서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가해자 측이 재판부에 제출하는 자료는 봉사활동, 헌혈, 직장 해고, 정신과 치료, 음주 치료, 고도비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꼼수 감형’은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며,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꼼수 감형 등 가해자 지원 시장의 거래가 성범죄 가해자를 법시장의 합리적 소비자로 탈바꿈시킨다는 점이다. 가해자는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문가에게 법적 정보와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이는 시장원리에 맞는 합리적 행위로 용인된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 전담법인의 전략에 따라 가해자가 피해자를 비롯하여 피해자 가족 및 지인을 명예훼손 등으로 역고소하기도 한다. 기획된 역고소는 사건 해결을 위한 피해자의 의지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성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예훼손의 피해자와 가해자로 뒤바꿔버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자원과 역량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성범죄 재판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이라기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경쟁하고 자본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투쟁의 과정으로 전락한 것이다.최근 여성운동단체들은 가해자들의 감형 전략과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반성의 일환으로 재판부에 내기 위한 후원금 납부와 회원가입이 증가했고, 가해자임을 숨긴 채 자원활동을 신청하거나,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는 남성이 재판 중인 가해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이처럼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리고 피해자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이러한 방식들이 가해자의 감경요소로 적용되는 관례로 인해 단체들은 후원회원 가입이나 기부 시 어떠한 이유와 경로로 이루어진 것인지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게 되었다. 후원회원이나 기부자에게 환영과 감사가 아닌 의심과 검열의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8쪽)위의 판결문들에는 반성문, 기부, 자원봉사, 장기기증 서약,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지인, 직장동료들과 가족, 여자친구의 선처 요구 및 탄원,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한 판결의 경우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용서받지 못했지만, 가족과 지인 들의 재범방지 다짐, 피고인 누나의 단체 기부가 감경사유로 인정되었다. 성폭력의 법적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가 합의에 응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가해자의 감형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판결들은 합의에 대한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심지어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사회적 유대관계” 및 다른 사유들로 형을 낮췄다. 이것은 성폭력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 처벌에 대한 피해자의 의사가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억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유들로도 가해자가 충분히 감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Chapter 2 힘드시죠? 감형 컨설팅 해드립니다〉 중에서(107~108쪽)성범죄 전담법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와 법적 정보의 상품화 및 산업화되는 전문가 조력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들은 법시장에서의 합리적 소비자로 이동함으로써 성폭력은 경제적인 것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성폭력의 법적 해결 과정은 성폭력이 발생하는 기반인 성별권력과 성폭력을 용인하고 사소화하는 남성중심적 사회에 대한 투쟁의 과정이다. 그러나 수사·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법적 정보의 판매와 전문성의 상품화는 성폭력이라는 정치 투쟁의 장 자체를 자본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문제로 전환시킨다. (중략) 신자유주의 통치는 시장원리를 통해 쉽게 조작 가능하고 통치 가능한 주체, 즉 시장원리를 내면화한 주체를 만들어내면서, 공공성, 윤리, 책임의 가치를 삭제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로서의 가해자와 시장화된 성범죄 전담법인, 그리고 산업화되는 전문가 그룹 들이 가해자 카르텔을 구성하면서 성폭력은 점차 정치적인 것에서 경제적인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Chapter 2 힘드시죠? 감형 컨설팅 해드립니다〉 중에서(138쪽)3. 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책임논리를 넘어, 피해자가 주체가 되는 법적 공간을 꿈꾸다성범죄 가해자가 법시장의 합리적 소비자로 이동하는 사이에 피해자의 위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가해자 전담법인의 전략이 성범죄 판례들을 오염시키고 법적 판단 기준을 바꾸는 동안 가해자의 억울함에 과잉 공감하며 피해자를 의심하는 태도는 점차 확산되었다. 저자는 이 같은 흐름에서 성별권력 문제는 외면한 채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새로운 피해자 담론이 강화되었다고 말한다. 예컨대 충분히 주체성이 있으면서 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으면서 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는지를 피해자에게 묻는 식이다. 또한 의심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고통을 내세우고 피해자다운 모습만을 드러내야 한다. 이는 한국의 사법 절차, 나아가 우리 사회가 여전히 피해자를 편견에 찬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법정에서 또 사회에서 피해자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정희(피해자): 사실 그렇잖아요. 아무리 아픈 사람이어도 계속 아파 보이는 게 아니라 멀쩡해 보일 때도 있고 아파 보일 때도 있듯이, 피해 입은 사람도 똑같잖아요. 피해 입은 게 불현듯 찾아올 때도 있고 잊어버릴 때도 있는데, 맨날 생각하면 죽어요. 근데 검찰 조사 때는 항상 (아픔을) 끄집어내야 그쪽에서 믿어주니까 울지 않으면 안 돼요. 검찰, 경찰 조사 때 안 울면 뭐지 하는 눈빛으로 쳐다봐요. 그러면서 질문이 점점 세져요. 그게 제가 깨달은 것 중 하나예요. 아 조사 때 피해자는 울어야 되는구나. 저는 제가 만나는 피해자들이 경찰 조사를 아직 안 받았다면 울라고 해요. 안 울고 싶어도 울라고. 근데 솔직히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 사람은 계속 아픈데, 경찰서에서 울어가지고 제대로 조사가 되지도 않고, 제가 봤을 때는 하나의 쇼 같아요.- 〈Chapter 3 성폭력 피해자, 법정에 서다〉 중에서(175~176쪽)지난 몇 년간 한국의 미투운동에서 목도한 것과 같이 더 이상 피해자들은 성폭력 피해를 수치스럽거나 숨겨야 할 것으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말하고, 요구할 때 그 과정을 통해 힘을 얻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피해자들은 싸우는 주체로서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자신과 지지자의 재판을 모니터링하면서 법적 공간을 투쟁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피해자들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데, 현재 피해자에 대한 법적 권리 보장의 내용들은 피해자의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일본,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피해자참가제도 등을 검토하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직접 질문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말하는 주체의 위치로 피해자를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 〈Chapter 5 ‘성폭력 정치’의 재구성을 위한 제안〉 중에서(3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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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콘 밸리의 목소리 (커버이미지)
    [사회]실리콘 밸리의 목소리
    • 벤 타노프.모이라 와이글 지음, 이시현 옮김, 권혜미 편집
    • 반원
    • 2024-02-19

    익명의 인터뷰로 테크 업계 전반을 조감하다.반원이 이번에 소개할 도서, 『실리콘 밸리의 목소리』는 테크 업계가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테크 업계의 거물급 회사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이상적인 비전과는 다르게, 실은 고객에게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죠. 점점 가속화되는 기술의 무분별한 발전에서 비롯된 민주주의, 진실, 사생활, 그리고 개개인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홍보팀은 경영진과 창업자 등 업계의 최고 인사들을 성인인 양 칭송하는 전략을 권장했다. 그리고 많은 기자가 미끼를 덥석 물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속 예수의 자태로 최초의 아이폰을 소개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스티브 잡스를 향해 쏟아진 찬가가 바로 그 예시일 것이다. 오로지 업계 최고 인사들만이 언론과 소통함에 따라 그들이 업계의 모든 이를 대변한다는 인식이 강화되었다. (중략) 이 책은 정규직 사원뿐 아니라 다른 이들, 즉 계약직 사원들의 목소리도 다룰 것이다. 역사적으로 언론은 그들을 간과해왔다. 하지만 테크 업계가 제대로 굴러가는 데 있어 그들은 꼭 필요한 존재이다.\" - 본문 중에서하지만 우리가 테크 업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건 대개 회사의 CEO나 대표 개발자, 그러니까 우리가 잘 아는 팀 쿡이나 순다르 피차이 같은 의사 결정권자들의 목소리 뿐입니다. 새로운 버전의 아이폰이 출시되거나,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거나, 아니면 주가가 심각할 정도로 하락하거나 하는 모든 순간에 말이죠. 이는 비단 미국, 실리콘 밸리만의 일은 아닙니다. 한국 역시 테크 업계의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큰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의 입김은 기술, 경제적인 영역을 넘어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깊숙히 스며들어 있죠.하지만 사실 그런 기업들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기름칠을 하고 발벗고 뛰어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쉽게 잊혀지곤 합니다. 그래서 『실리콘 밸리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들었던 이상적인 비전들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엮은이인 벤과 모이라는 이렇게 일방향적인 테크 업계를 향해 우리가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뛰어듭니다. 바로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군의 노동자들과 익명의 인터뷰를 나누는 방식이죠. 익명으로 진행된 인터뷰들에서는 상상 이상으로 깊고 진지한, 어떠한 필터링도 거치지 않은 날것의 이야기들이 들려왔습니다. 데이터 과학자, 요리사, 스타트업 창업자 그리고 스토리텔러에 이르기까지 테크 업계를 굴러가게 만드는 각계각층의 노동자들이 입을 열었습니다.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예를 들어 AI 를 연구하는 데이터 과학자는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AI 산업이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과장을 다 벗겨낸 실상은 어떠한지를 가감없이 털어놓죠. 책을 읽다보면 단순하게 보였던 테크 업계가 실은 얼마나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이고 차별적인지, 그 안에 얼마나 많은 크고 작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업계를 둘러싼 모든 모순, 혁신, 국경을 넘나드는 사회경제적인 분열을 뛰어 넘어 역사에서 미래를, 그리고 진부한 과대 광고에서 진짜배기 기술을 포착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야기한 긍정적인 면만이 아닌 부정적인 면을 실제 구성원의 입장에서 보여주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죠.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테크 기술과 업계에 대해 미묘하고도 섬세하게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관점에서의 대화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실리콘 밸리의 목소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메이저 산업에 대한 아주 중요하고도 포괄적인 견해를 보여줍니다.* 아주 빠르게 변화하는 테크 업계의 특성을 반영해 2022년의 테크 업계를 바라보는 엮은이들의 글을 특별 수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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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가 묻고 답하다 - 2023 세종도서 학술부문 (커버이미지)
    [사회]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가 묻고 답하다 - 2023 세종도서 학술부문
    • 이경태 지음
    • 박영사
    • 2024-02-19

    2023 세종도서 학술부문이 책은 역사서이면서 픽션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걸어온 길을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서 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를 세상으로 불러내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논하게 한다. 물론 두 거장이 나누는 얘기 속에는 저자의 상상이 날개를 펴고 있다. 저자는 2019년에 출간한 ��평등으로 가는 제3의 길��이라는 자전적 경제평론집에서, 자본주의가 효율성은 뛰어나지만 불평등을 낳을 수밖에 없는 논거를 제시하였고 평등한 노동자 세상을 꿈꾸었던 공산주의가 실패한 원인을 규명한 바 있다.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보강된 역사적 사실들과 풍부해진 저자의 상상력이 보태져 흥미와 유용성이 배가되었다.자본주의가 최초로 실현된 영국에서 노동자의 삶이 비참했는지, 나아졌는지에 대한 논쟁부터 시작해 두 사람은 불꽃 튀기는 대립구도를 견지한다. 같이 여행하면서 같은 세상을 바라보는데 평가는 정반대이다. 자본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을 낙관하는 스미스와 자본주의의 온갖 차별과 불평등을 제거하는 방법은 협동조합식 생산조직밖에 없다고 강변하는 마르크스 사이에 수렴은 불가능해 보인다.그러나 여행을 끝내고 작별하는 순간에 두 사람은 극적으로 화해한다. 스미스는 마르크스의 평등 가치를 인정하고 마르크스는 스미스의 생산력 가치를 받아들인다. 스미스는 자본주의에 평등의 옷을 입히기 위해서 주주이익극대화를 대체하는 이해관계자상생을 제시한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에 효율의 마력을 갖추기 위해서 노동자의 자치적 생산조직인 협동조합을 주장한다. 어렵고 따분할 수 있는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저자의 혜안과 글솜씨 덕분에 독자들은 오늘날 세계가 껴안고 씨름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작업은 정치가나 학자들에게만 맡겨 둘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야만 한다. 이 책은 일상에 쫓기고 가진 것을 지키려고 집착한 나머지 공동체정신과 상생의 삶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우리들로 하여금, 더 소중한 것을 향하여 손잡고 일구어 나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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