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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열여덟 어른 - 자립준비청년이 마주한 현실과 남겨진 과제 (커버이미지)
    [사회]안녕, 열여덟 어른 - 자립준비청년이 마주한 현실과 남겨진 과제
    • 김성식 지음
    • 파지트
    • 2023-12-27

    보통의 청춘,열여덟 어른지난 가을 한 청년이 “아직 읽을 책이 많은데”라는 짧은 글을 남겨둔 채 생을 마감했다. 언론에서는 이 청년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소개하며 뉴스를 보도했고 세상은 이 청년의 죽음으로 떠들썩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립준비청년 아무개 역시 생을 마감했다.우리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만 18세가 되면 아동복지시설을 나와 홀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로 알고 있기에, 이들 눈앞에 놓인 삶과 현실은 너무 버겁다. 어쩌면 ‘고아’라는 단어로 이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그치고 있지 않을까.자립: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섬“자립은 돈의 개념만이 아니다. 자립의 요소에는 경제적 자립을 포함하여, 사회 관계적 자립, 자기 삶을 설계하는 능력,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내면의 힘, 문제가 생겼을 때 헤쳐 나가기 위한 노력 등 인간으로서 자립의 개념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129쪽)『안녕, 열여덟 어른』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진정한 자립을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들이 처한 현실, 유년 시절, 그리고 사회의 편견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미디어 속에 등장하는 ‘고아’ 캐릭터가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육원의 생활은 어땠는지 등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김성식 팀장은 『안녕, 열여덟 어른』에 실린 자립준비청년들의 현실과 삶에 대한 이야기로 정부와 언론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이제 그 메시지에 대한 답을 함께 적어내려 가길 바란다.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어른이 되어야 한다.이들에게 “자립해야 한다”는 말보다 “실패해도 괜찮아”라고,너희들 옆에는 사회의 안전망이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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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 -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들여다보는 테크 업계와 서비스의 이면 (커버이미지)
    [사회]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 -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들여다보는 테크 업계와 서비스의 이면
    • 조경숙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12-27

    “기술과 여성이 만나면 이런 비판과 통찰그리고 이런 희망이 가능하다!”테크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소수자에게,결국 시민 모두에게 열린 기술을 모색하다“이번 생이 안 된다면 다음 생에 여성 개발자로 태어나 쓰고 싶던 책이 바로 여기 있다.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원한다면 이 책부터 읽어야 한다.”- 임소연(《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지은이,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조교수)챗GPT의 공개로 인공지능의 새 시대가 열린 것처럼 보이는 지금, 기술진보가 다시 한번 세상을 바꿀 기세다. 이에 편승해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다시금 상승세를 타고 있고, 많은 사람이 최신 기술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궁리를 거듭하고 있다. 기술이 공기처럼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시대이니, 이런 현상이 펼쳐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IT 서비스와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테크 기업을 다른 시선으로 보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여성 청소년들이 랜덤채팅 앱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기술의 중립성’ 뒤로 숨는다. 여성들이 젠더폭력에 맞서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해놓아도 국가기관은 이를 방치하기만 한다. 테크 업계는 ‘압박을 견뎌내는 것도 능력’이라며 가혹한 노동환경을 개인이 돌파해야 할 몫이라고 강변하고, 남성 엔지니어들의 독성 말투와 여성 개발자 차별을 ‘실력’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한다. 기술을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바라볼 때 우리 앞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는 테크-페미 활동가인 지은이가 여성-노동자로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엮은 테크 업계 관찰기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가 테크 업계와 IT 서비스 바깥으로 밀려나는, 말 그대로 ‘액세스가 거부되는’ 장면을 조망한다. 디지털 성폭력을 조장하는 IT 서비스, 터무니없이 부족한 젠더데이터, 테크 업계에 만연한 독성 말투와 48시간 안 자고 일하는 게 당연한 근로조건까지, 서비스 최적화를 위해 배제되고 희생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들여다본다. 독자들은 테크 업계에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모두를 위한 기술’을 새롭게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1. 기술은 결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본 IT 서비스지은이는 SI(시스템 통합) 업무를 진행하는 기업에 입사해 개발자의 길로 들어섰다. 전공보다 현장에 대한 이해와 고객사와의 소통능력을 우선시하는 채용 방침에 따라 들어온 테크 업계는 날 선 말투, 이른바 ‘독성 말투’가 횡행하는 곳이었다. “이런 것도 모르면서 개발자라고 할 수 있나요?” “이건 어차피 안 돼요.” “아무튼 못 합니다.” 업무 중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압박을 견뎌내는 것’도 모두 능력이라면서 개발자들의 독성 말투를 당연시했다. 지은이는 실적 중심, 남성 중심의 직군에서 드러나는 독성 말투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이를 무조건 개인의 인성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압박을 견뎌낼 것을 강요하는 개발자 문화와 이에 동조하고 활용하는 성과 중심의 조직이 더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IT 서비스가 젠더 문제에 결코 중립적일 수 없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IT 서비스를 어떻게 설계해야 성평등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보다, 수익성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중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랜덤채팅 앱이 대표적으로, 익명의 사용자와 무작위로 매칭하는 이 서비스는 위기청소년을 꾀어내 성착취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또한 현재 IT 서비스의 핵심적인 자원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도 편향적으로 걸러지고 있다. 2022년 신당역 여성 살인 사건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발했지만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가해자가 얼마든지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발생했다.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는 사회문화적인 편견도 작용했겠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데이터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범죄를 예방해야 할 국가기관이 젠더데이터를 충실하게 모으고 정리했다면, 판사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엄밀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면 사건을 막을 가능성도 높아졌을 것이다.이처럼 서비스를 어떤 관점에서 설계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의 해법이 도출된다. 문제는 해법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챗봇은 방대한 대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장을 생성한다. 공개 초기에 소수자 차별·혐오발언 문제를 노출했던 인공지능 챗봇은 이제 자체적인 윤리 규정을 두고 혐오발언을 걸러낸다. 그런데 부적절한 언어를 걸러내는 데이터 레이블링 작업에 제3세계 노동자가 동원될 때, 폭력과 소수자성에 민감한 이들이 챗봇을 사용하면서 상처받을 때 비로소 ‘안전한 챗봇’이 가능해진다는 걸 생각하면 난감해진다. 그렇다면 IT 서비스가 발생하는 문제를 외면하거나 완벽한 서비스는 없다고 체념해야 하는 것일까. ‘모두를 위한 기술’을 위해서는 결국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실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새로운 서비스에는 새로운 위험성이 따른다. 인스타그램에 장소 태그가 생겨나면서 사이버 스토킹의 위험이 생겨나고, 페이스북에 ‘함께 아는 친구’가 노출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이슈가 떠오른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사진을 합성해 직접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도 가시화되고 있다. 물론 모든 서비스가 처음부터 이런 사건에 사전 대응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면 어떻게든 조치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순간, 서비스 제작자에게도 책임이 생긴다.- 〈02. IT 서비스에도 중립은 없다〉, 45~46쪽젠더데이터 공백은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가 가해자를 고소하자 검찰은 즉각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구속영장은 왜 기각됐을까? (…) 그러나 관행에 의거하지 않더라도 법원은 스토킹 범죄가 무엇인지, 왜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떠는지, 가해자를 구속시키는 것이 왜 필요한지 ‘증명’하지 못한다. 여성 대상 스토킹 범죄의 특수성을 가늠할 만한 데이터가 사실상 공백에 가깝기 때문이다. 젠더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아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보고되었지만 수집하지 않았기에 없는 영역이다.- 〈04. 우리에게는 더 많은 젠더데이터가 필요하다〉, 66~67쪽2. 48시간 정도, 안 잘 수 있나요?― 업계 한복판에서 체감하는 테크 노동의 현실우리는 보통 개발자 하면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남성 노동자를 떠올린다. 하지만 개발 작업에는 예상보다 많은 여성이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기획, 디자인, 프로젝트 운영과 관리까지 시야를 넓히면 여성의 수는 급격하게 늘어난다. 개발 영역에서 남성의 비중이 높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오직 남성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 또한 편견이다. 지은이가 개발자에서 ‘개발진’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테크 업계의 남성 중심성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정작 현업에 있는 여성을 지워버리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 노동자를 분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여성 노동자의 존재감이 테크 노동의 현실에서 흐릿해지는 데는 테크 업계의 너무나 열악한 근로조건도 한몫한다. 한 회사의 사내시스템 운영부서에서 면접을 본 지은이는 그날 들은 한마디를 잊지 못했다. “48시간 정도, 안 자고 깨어 있을 수 있으신가요?” ‘크런치 모드’라 불리는, 말 그대로 명줄을 갈아 넣는 고강도 노동을 하지 않으면 경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압박은 대규모 채용과 해고를 반복하는 업계의 관행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라 불리며 국내 테크 업계 서열의 상층부에 자리한 기업들은 ‘실력’을 확인한다는 명분으로 구직자들에게 실제 개발과는 거리가 먼 코딩테스트와 사실상 무급노동이나 다름없는 사전과제를 요구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겨우 입사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테크 기업의 경영자들이 낙관주의에 빠져 사업의 비전을 주장하고 난 뒤, 부진한 실적과 악화되는 재정을 만회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은 결국 대량 해고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중단되는 서비스의 시간주기가 테크 업계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셈이다.그럴 때 테크 노동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끊임없는 공부다. 수시로 바뀌는 개발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개발언어를 강박적으로 학습하고, 테크 컨퍼런스에 꼬박꼬박 출석해 정보를 공유한다. 개인시간의 50%를 업무 관련 자기계발에 쓰는 사람, 컴퓨터공학 전공을 이수하기 위해 방송통신대에 등록하는 사람도 있다. 개발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이토록 분투하지만 출산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 노동자는 만성적인 시간빈곤에 시달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확산된 유연근무제는 얼핏 시간빈곤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를 위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연근무는 일과 가정을 양립시킨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여성 노동자가 일-가정-학습을 ‘삼립’해야 하는 상황을 고착시킬 뿐이다. 테크 노동의 현실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개발자가 아니라 개발진으로 인식의 범위를 확대할 때, 개발진의 성비는 어떻게 달라질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의 처참한 개발자 성비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이다. 이는 단순히 숫자만 다르게 셈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확장을 꾀하는 일이다. 우리는 테크 산업 안의 여성들을 더 다채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미 일터에 있는 여성들을 지워 내지 않고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있는 그대로 직시할 수 있도록.- 〈09. ‘개발진’으로 시선을 옮길 때 드러나는 존재들〉, 145~146쪽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말에는 좀 더 복잡한 속내가 들어 있다. 테크 업계는 사회가 기술에 더 많이 의존하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항상 접속해주기를, 무언가 올려주기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를. 방향성은 나중에 결정해도 된다는, 일단 서비스가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기만 하면 된다는 낙관주의에 맹목적인 한, 우리는 서비스가 불러일으키는 영향력에 무감해지고 무책임해진다.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테크 업계 노동자들조차 마찬가지다.- 〈12. 왜 테크 업계는 대량해고를 밥 먹듯 할까〉, 186~187쪽3. 시스템이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모두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마음IT 서비스와 테크 업계의 이면을 여성의 시선으로 들여다볼수록 그 속에는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가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지은이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걸 만드는 일이 정말로 더 가치 있는 일이냐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두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만 몰두할수록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진다는 사실이다.서비스의 생산주기가 빨라질수록 노후화된 개발언어도 서비스도 늘어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유지보수다. 낡은 부분을 손보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은이는 오래전 선배에게 들었던 말 한마디를 오래 기억한다. 시스템은 그릇이기 때문에 개발자는 그릇에 무엇이 어떻게 담기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라는 그릇을 깨끗하게 다듬으면서 오류를 바로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고려를 넘어 사회적인 영향력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진이 새로운 상품의 개발이라는 측면만 볼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생산물을 어떻게 만들어내야 할지 고민할 때, 무엇보다 소수자의 관점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점검하며 유지보수할 때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서비스가,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한 기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아무도 컵을 씻지 않는다면 어떨까. 누구도 거리를 청소하지 않는다면.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는 사람도, 전봇대에 올라가 전선을 고치는 사람도 없어진다면. 대륙을 끊임없이 횡단하는 설국열차조차 어린아이가 노동하지 않으면 금세 멈춰버릴 만큼 허술하지 않았나. 어쩌면 나는 바로 그런 장면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유지보수되지 않아 모든 것이 멈춰 섰을 때, 우리가 미처 몰랐던 노동을 발견하는 한순간을, 노동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비로소 떠올리는 시간을.- 〈나가며_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유지보수한다〉,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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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커버이미지)
    [사회]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3-12-27

    『이상한 정상가족』 저자 김희경의 6년 만의 신간!‘정상가족’ 너머로 삶의 경계를 확장하다! 자유롭고 안전한 비혼의 나이 듦에 관하여정상가족 해체, 비혼 인구 증가, 비친족 가구 확대 … 우리에게는 새로운 삶의 모델이 필요하다1인 가구 시대, 비혼 중년의 삶을 조명하다 기존의 가족 모델이 해체되고 있다. 이제 1인 가구(2021년 기준 전체 가구의 33.4%)는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29.3%)보다 많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1인 가구를 둘러싸고 여러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국내의 1인 가구 정책과 담론은 “청년은 미혼, 중년은 이혼, 노년은 사별”로 요약된다. 20·30대 싱글의 당당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콘텐츠와 이혼·사별로 혼자가 된 중·노년 1인 가구를 위한 고독사 대책들 사이, 일찍이 ‘혼자’를 선택해 20년 이상 스스로 삶을 꾸려온 비혼 중년은 이야기는 공백이다. 하지만 중년 1인 가구는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취급될 존재가 아니다. 중년 1인 가구는 전체 1인 가구의 37%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많다. 또한 비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청년 세대를 감안하면(「2020 가족실태조사」에서 20대의 52.9%, 30대의 52.7%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고 밝혔다), 홀로 나이 들어갈 40·50대 ‘에이징 솔로Aging Solo’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40·50대 비혼 중년이 경험하는 생애 주기와 나이 듦의 여정이 머지않아 삶의 ‘표준’ 모델로 자리할 수 있다. 지금, 에이징 솔로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에이징 솔로』는 1인 가구 논의에서 공백이었던 비혼 중년의 삶을 조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혼자 살아가는 비혼 중년으로서, 자신처럼 혼자 사는 40·50대 비혼 여성 19명을 만나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외로움에 대처하고 친밀감을 만들어 가는 방법, 노후를 준비하는 여정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제각기 다채롭고 풍성한 에이징 솔로의 이야기는 혼자 나이 들어가는 모든 이들이 참고할 지침서이자, 1인 가구 집단과 1인 가구 사회를 이해하는 데 가장 정확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혼자 사는 삶은 왜 아직도 일탈이자 비정상으로 여겨질까?‘혼삶’에 덧씌워진 근거 없는 차별과 낙인에 차근히 반박하다“물론 외로움이 정말 문제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전염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막 너무 즐겁지는 않지만 그냥 혼자 있는 감정 상태에 사람들이 외로움이라고 딱지를 붙이니까, 이게 외로운 거구나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봐요.”_82-83쪽혼자 사는 사람들을 향한 가장 강력한 음모는 “혼자 살면 외롭다”라는 말이 아닐까? 1인 가구에 대한 담론과 대책이 주로 ‘고독사’ 예방의 관점에서 만들어지면서, 혼자 나이 드는 삶에 관한 과장된 두려움이 한국 사회에 퍼졌다. 그러나 저자가 만난 비혼 여성 중에서 외로움과 고독사에 대한 불안을 심각한 문제로 꼽은 사람은 없었다. 이 책은 “고령자를 자녀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자녀가 가까이에 사는 사람, 멀리 사는 사람으로 나누어 만족도와 고민, 외로움, 불안을 조사한 결과 자녀가 없이 혼자 사는 노인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외로움과 불안을 느끼는 정도도 더 낮았다”라는 연구를 소개하며 이러한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또한, 흔히 1인 가구의 증가는 저출생의 주요 원인이자 공동체가 무너지는 징후처럼 다루어진다. 특히 비혼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편견 어린 시선과 비난을 받기도 한다. 2019년 열린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한 국회의원이 비혼 여성이었던 후보자에게 “본인 출세도 좋지만, 국가 발전에도 기여해 달라”라고 일침을 놓는 일이 벌어졌다. 저자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삶을 미완의 생으로 보고, 출산하지 않은 여성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결혼-출산-양육’의 경로를 따르지 않는 여성을 비난하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남편의 가사·육아 노동 분담 비율과 합계출산율 사이에 높은 연관성이 있다”라는 연구를 근거로, 저출생의 원인은 혼자 살기의 증가가 아니라 가부장적 문화에 있다고 바로잡는다. 『에이징 솔로』는 40·50대 비혼 여성들의 실제 경험과 증언, 최신 연구 등을 검토하며 혼자 사는 삶을 이해하는 데 가장 생생하고 정확한 텍스트를 제공한다. “나이 들수록 삶이 나아진다고 느껴요”라는 에이징 솔로 선배들의 말에 기대어 “쓸데없는 공포”는 내려놓아도 좋을 것이다. 비혼으로 자유롭고 안전하게 나이 들 수 있을까?‘혼자 살면 나이 들어 외롭다’라는 사회적 각본에 맞서관계, 돌봄, 노후를 발명하는 솔로들의 이야기저자가 만난 대다수의 에이징 솔로들은 비혼이지만 혼자 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느슨하지만 촘촘한 친밀감을 바탕으로 크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산다. 누군가는 이웃들과 연결된 마을에서 혼자 살고, 누군가는 친구와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해 함께 살고, 누군가는 대안적 생활공동체 모델을 만들어 산다. 이들은 가족 바깥에서 서로를 돌보며 생애 주기를 함께 통과해 간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전라북도 전주시의 비혼 여성 공동체 ‘비비’(‘비혼들의비행’의 준말)와 경기도 여주시의 여성 노인 공동체 ‘노루목 향기’는 한국에서도 “비혼으로 함께 나이 드는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로서로 견디는 힘만 있으면 다른 건 헤쳐나갈 수 있어요. 누군가를 견디지 않고 가능한,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관계가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그런데 좋으니까 견디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좋으니까 그만큼 어떤 부분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거죠. 누군가가 나를 감당해 주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를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이 공동체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본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_257쪽오랜 시간 스스로의 삶을 독립적으로 꾸려온 저자에게도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받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저자 역시 에이징 솔로들과 대화를 나누고, 부모 돌봄을 수행하며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방법을 익혀 나가고 있다. 낭만적 사랑의 각본을 넘어, 독립과 의존의 이분법을 넘어, “삶의 경계를 확장하고 곁의 자리를 만드는 목소리가” 우리 곁에 도착했다. ‘나’와 ‘우리’를 환대하는 제도를 꿈꾸며일터, 병원, 사회에 솔로의 자리를 만들기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벨라 드파울르는 결혼이 비혼보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비혼자에게 편견을 갖는 것을 ‘싱글리즘(Singlism)’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이러한 싱글리즘이 단지 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법률·제도 등 모든 구조에 스며들어 있어서 일상에서 차별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싱글들도 피해 갈 수 없다”라고 지적한다.이 책의 에이징 솔로들 역시 크고 작은 제도적 차별을 경험한다고 증언했다. 이들이 가장 큰 어려움로 꼽은 두 축은 주거와 돌봄 문제다. 정부의 주택공급제도는 결혼 여부와 자녀 수를 기준으로 청약 가점을 매겨서 1인 가구는 청약 등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병원에서는 여전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호자로서 원가족의 동행을 요구하고, 솔로들은 곁의 소중한 사람을 돌보고 싶어도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돌봄휴가를 낼 수 없다. 더욱이 비혼 여성들은 원가족의 남아도는 노동력으로 인식되며 독박 부모 돌봄을 짊어지다 자신의 상황도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혼자 살기의 증가는 한국을 넘어선 전 세계적 현상이다. 혼자 살기가 거스를 수 없는 사회 변화라면, 이제 제도 역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사회학자 오치아이 에미코는 “이미 모든 사람이 속하는 사회적 단위가 없다고 한다면, 사회의 기초 단위가 되는 것은 개인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저자 김희경 역시 이제 복지의 단위를 가족이 아닌, 개인으로 전환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이 책에 담긴 비혼 중년의 경험과 증언에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하의 낡은 제도를 수정할 제도적 개선점과 가족 너머의 사회를 향한 새로운 상상력이 가득 담겨 있다. 이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해 본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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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유아문학교육 (커버이미지)
    [사회]영유아문학교육
    • 강재희.길효정.장민영 지음
    • 공동체
    •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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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피해자 - 이 여성을 위한 변론을 시작합니다 (커버이미지)
    [사회]완벽한 피해자 - 이 여성을 위한 변론을 시작합니다
    • 김재련 지음
    • 천년의상상
    • 2023-12-27

    성폭력에 대한 편견과 싸워온여성 인권 변론 20년, 그 만남과 성찰 1. “성폭력에 대한 견고한 편견에 균열을 내고 싶습니다” ― 성적 자기결정권, 가해자 중심주의, 성인지 감수성이란?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김재련은 지난 20년간 여성 인권 변론 현장을 지켜왔다. 성폭력, 가정폭력, 결혼이주여성, 아동학대 사건 변론을 1,000건 넘게 맡아 왔으며, 그중 600여 건은 무료법률구조 활동이었다. 그런 김 변호사지만 법조인으로 활동하기 전까지는 여성 차별을 거의 체감하지 못했다. 1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나 가족들 사랑을 듬뿍 받았고, 여고, 여대를 다녀서 성차별 상황에 부닥친 일도 거의 없었다. 사법연수원 2년 차 시절, 우연찮게 변호사 시보 생활을 두 달간 했던 대학 선배의 제안으로 함께 일하게 된 게 김 변호사의 삶의 행로를 결정하게 된다. 한 달에 많게는 80건이 넘는 가사 사건들을 담당하면서 여성 차별과 인권 유린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대생 성추행 사건, 태권도 사범 미투 사건을 비롯해 많을 때는 한 해 100건 넘는 무료법률구조사건을 맡아오면서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성폭력과 그 피해자들에 대한 숱한 편견을 겪었고 이에 맞서 왔다. 이 책 『완벽한 피해자』를 쓰게 된 것도 그러한 편견에 작은 균열이라도 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런 편견 중 하나가 책 제목이기도 한 ‘완벽한 피해자’라는 피해자다움에 대한 허상이다. “피해자라면 성폭력 피해 입은 후 가해자 집에 놀러 갈 수 있겠어?, 피해자라면 그다음 날 친구들이랑 나이트 가서 놀 수 있겠어?, 피해자라면 그런 일 겪고 SNS에 활짝 웃는 사진 올릴 수 있겠어?…” 이 모든 것은 양립할 수 있고, 사건 이후 삶은 피해자의 상황, 성향, 기질에 따라 다양하게 이어진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허상을 깬다.성폭력에 대한 편견은 이것만이 아니다. ‘증거를 가지고 오면 믿어 주겠다’고 짐짓 합리적인 척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은 애당초 객관적, 물리적 증거가 확보하기 어려운 게 특징이다. 그 보호법익이 성적 자기결정권이기 때문이다. 가령 단둘만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 의사에 반하여 가슴을 만졌다고 하자.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다. 그런데 가슴이 밀가루 반죽이라면 그 당시 형태 그대로 증거가 남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 그래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꼼꼼하게 따지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 김재련 변호사는 바로 그래서 가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기보다 가해자의 의도나 상황을 우선 이해하려고 하고, 피해자에게만 피해 사실 증명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때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 말을 무조건 믿어주라는 게 아니다. 성과 관련된 사건을 상담하거나 수사하거나 재판하는 사람은 특정 단어나 장면을 근거로 판단하지 말고,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 ‘앞뒤 맥락’을 꼼꼼히 살펴보라는 의미다. 이 책 『완벽한 피해자』에서는 20년 간 여성 인권 변론을 해온 김재련 변호사가 맡았던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이러한 편견들을 하나하나씩 구체적으로 반박한다. 2. “당신은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지켜낸 사람입니다”― 용기 있게 상처를 드러낸 여성들에게 띄우는 김 변호사의 편지 이 책의 저자 김재련 변호사는 20년 간의 여성 인권 변론 현장에서 만나왔던 피해자들 중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직장을 바로 그만둔 사람, 아무렇지 않은 듯 직장생활하고 가족들에게조차 말하지 않은 사람, 가해자 측의 형사합의 의사를 전달하면 혹시 변호사가 상대방과 모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피해자…. 피해자도 부족한 게 많은 보통 사람이고 변호사도 흠결 많은 인간일 뿐이다. 이들 피해자들은 모두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해 성폭력에 대한 편견을 무릅쓰고 용기를 낸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재련 변호사의 모습이 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한겨울에 사건 현장인 모텔을 찾아서 의뢰인과 함께 거리를 헤매고 다녔던 이야기, 세쌍둥이 임신으로 빵빵한 배를 끌어안고 현장 검증하러 다녔던 사연, 10명의 피해자 기록을 가방에 가득 담고 지방 법원을 숱하게 왕복해야 했던 나날들. 어쩌면 이 책 『완벽한 피해자』는 김재련 변호사가 함께했던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아주 긴 편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 ‘나오는 말’이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여성들에게 전하는 얘기들로 마무리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우선은 “저항은 당신의 권리이지 의무가 아닙니다”라는 말부터 전한다.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왜 저항하지 않았냐?”고 추궁한다. 죽기 살기로 저항하면 성폭력은 발생할 수 없다고 말하며 피해자를 의심하곤 하는 것이다. 죽기 살기로 저항하면 정말 피해자가 죽기도 하고 더러 그러다 가해자가 사망하기도 한다. 김 변호사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면 차라리 피해자가 성폭력의 순간에 저항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때론 무리한 저항의 결과가 너무도 가혹하고 그 결과를 피해자 혼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책하지 말았으면 합니다”라는 당부로 이어진다. 많은 피해자들이 어렵사리 용기 내어 가해자를 고소한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자책하곤 하는 걸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잘못을 말하고 제대로 처벌해 달라는 것은 당신의 권리라는 것. 자책은 가해자의 몫이어야 하며 당신이 할 일은 용기 있는 결정을 한 당신 안의 그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라고 위로한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살아내야 합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친구를 만나고 즐겁게 여행 다니고, 클럽에 가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연애도 해야 한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피해자가 위축되지 않듯이 그 사고 기억이 피해자 삶을 삼켜버리지 않듯이 당신도 그 기억이 당신의 현재를 계속 지배하도록 허락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신은 당신의 존엄을 스스로 지켜낸 멋진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3. “마음의 문이 열려야 진실의 문이 열립니다”―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수사관, 검사, 판사들이 가져야 할 태도 가해자만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게 아니다. 용기를 내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고 법정에서 정의의 심판을 구하는 과정에서 때론 피해자들은 수사관, 판검사에게서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입곤 한다. 변호사 김재련이 이 책의 마지막 한 장을 할애해 이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남긴 것도, 피해자 진술 조사에 동석하고 법정에서 변론하면서 이들이 가진 편견과 무지에 숱하게 부딪힌 경험 때문이다. 가령 이런 사례들. 친아빠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어린 학생을 조사하면서 피해자에게 빨리 말해 달라고 재촉했던 수사관이 있었다. 왜 그런지 물으니, 돌아온 대답. ““빨리 끝내고 가서 마라톤 연습을 해야 해서요.” 어떤 악의도 없었다 해도, 그 수사관의 말에 피해자는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사 역량은 발 빠른 증거 수집 같은 실무 역량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 그래서 ‘존중과 공감’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수사기법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사례. 어떤 판사는 기소된 이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에게 “증인은 여자이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남자친구도 사귀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을 건데, 아빠를 고소한 사실을 평생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라고 물은 적도 있다고. 이 책 『완벽한 피해자』를 쓴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법정에 나왔을 때는, 마음의 문을 열고 자기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덜 불편하게 끄집어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판사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긴 문장을 얘기할 필요도 없다. “오시느라고 고생했다. 힘들겠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해줘라. 혹시 진행하는 중 불편하거나 힘든 질문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달라.” 이렇게만 얘기해도, 피해자는 존중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게 수사기관과 법정은 또 다른 상처를 낳는 곳일 수도 있지만,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현장일 수도 있다. 비록 시효 만료로 패소했지만, 이 피해자의 목소리는 승소와 관계없이 과정 자체가 치유의 힘이 될 수 있음을 증거한다. “판사님 감사합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사건 소송에서 제가 이겼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판결이 안 나왔는데도 제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 이야기, 그러니까 제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게 얼마나 제게 고통스러운 일이었는지, 제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판사님이 다 들어주셨고, 또한 법정에 가해자를 대신해서 나와 있는 가해자의 부인 역시 이 이야기를 다 들었기 때문에 저는 제가 이겼다고 생각합니다.”피해자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진실의 문이 열린다. 그 열쇠는 수사관과 검사, 판사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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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안의 인종주의 - 이주 인권 현장에서 본 한국 사회 (커버이미지)
    [사회]우리 안의 인종주의 - 이주 인권 현장에서 본 한국 사회
    • 정혜실 지음
    • 메멘토
    • 2023-12-27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교차하는 길목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만들어 온 이야기, 그 여정에 함께한 이주민·난민의 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분석적인 시선으로 펼쳐 보인다.”-김지혜(『가족각본』,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1. 20년간의 이주 인권 활동으로 돌아본 한국 사회의 인종, 젠더, 계급 차별 이야기2000년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현 안산이주민센터)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20여 년간 이주 인권 현장을 누비고 있는 정혜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이자 (전)이주민방송 MWTV(Migrant World TV) 대표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1994년 스물여덟 살에 파키스탄 남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저자는 소위 말하는 ‘다문화가정’ 당사자. 그는 남편과 사귄 순간부터 ‘양공주’라는 비난을 들으면서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인종주의를 몸소 경험해 왔다. 1994년 당시에는 결혼 이주 남성에게 한국에 정착해 살 수 있는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결혼이민비자(F-6)가 발급된다. 국제결혼 커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규정하는 말도 혼혈에서 코시안, 온누리를 거쳐 다문화로 바뀌었다. 하지만 남편이 ‘어떻게 한국 여성과 결혼했느냐’는 모욕적인 질문을 받았던 30년 전처럼 ‘피부색에 따른 차별’은 여전하다. 아시아 출신 결혼이민자 가족을 ‘다문화가정’으로, 백인이나 외국인 엘리트와 국제결혼한 가족을 ‘글로벌 패밀리’로 부르면서 계급과 인종에 따라 차별하는 태도도 변하지 않았다. 임금 체불, 저임금과 고강도의 노동, 불법 파견, 직장 변경 제약, 불합리한 퇴직금 제도, 열악한 주거 환경 등이 개선되지 않는 건 이주노동자를 동료 시민이 아니라 그저 값싼 노동력으로 여길 뿐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성과 인종에 대한 구조화된 차별에 대항하는 무기를 얻고자 30대 중반부터 여성학과 문화인류학을 공부했고, 이웃이자 동료인 이주민과 난민의 삶을 개선하려면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믿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활동에도 나섰다. 이 책은 그가 이주민, 난민들과 함께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받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고 만들어온 이야기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전한다. 2. 피부색, 출신국, 체류 자격이 곧 계급이 되는 한국 사회 인종주의의 민낯외국인의 체류 자격 분류표에서 ‘우수 인재’는 ‘투자’하거나 ‘기여’할 것이 있는 엘리트 외국인을 가리킨다. 단순노동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로 분류되는 이주노동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것이 ‘글로벌’과 ‘다문화’를 구별 짓고 차별하는 근거가 된다. 일례로 〈물 건너온 아빠들〉(MBC)에 출연하는 엘리트 외국인 아빠가 모국어 교육의 어려움과 육아 고충을 토로하면 공감과 존중을 받지만, 아시아 출신 결혼 이주 여성들은 끊임없이 한국어 교육을 강요받고 자녀가 학습 부진이라도 겪을라치면 온갖 비난을 받는다.(*131~132쪽) 피부색과 출신국도 이주민 줄 세우기에 중요한 요소다. 영어 학원에서는 미국 백인 다음으로 캐나다 백인을 선호하지만, 파키스탄 출신이라도 피부가 희면 영어 교사로 채용되거나 학원을 운영하기가 수월하다.(*66쪽) 영어 능숙도가 아니라 피부색이 우선시되는 것이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은 언감생심. 한국은 OECD 22개국 중에서 내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격차(1.55배)가 가장 큰 나라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접수창구조차 아시아나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에게 반말과 고성을 내지르는 것은 기본, 시종 고압적이고 권위적이다. “한국 국적이 없을 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체류 허가를 받거나 체류 기간을 연장하려는 민원인”(*183쪽)들을 전문직과 단순노무직으로 가르고 출신국 위상을 따져 차별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3. 미디어를 통해 강화되는 인종주의적 편견이주민방송 MWTV 대표를 맡았고, 현재 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 본부장으로 일하는 저자는 오랫동안 미디어 비평 활동을 해왔다. 이 책에서 그는 미디어가 재현하는 이주민의 모습, 언론의 보도 윤리, 혐오 콘텐츠 유통을 방관하는 미디어 플랫폼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를 이야기한다. 우선 ‘다문화’, ‘불법체류자’ 같은 단어 사용 문제가 있다. ‘다문화’는 유엔에서 특정 집단을 인종주의적으로 구별하므로 오용을 금지하라고 권고했고, ‘불법체류자’는 체류 자격 문제를 겪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도덕적·규범적으로 옳지 않은 존재라는 왜곡된 인상을 주기에 사용 금지를 권고했지만, 언론이 아직도 쓴다(*153쪽). 이주민이 관련된 사건·사고에서 굳이 국적을 밝혀 특정 국가 출신 이주민에 대한 낙인과 선입견을 강화하기도 한다. 고양시 저유소 화재 사건이 대표적이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3조에서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범인으로 단정하는 표현을 하면 안 된다.”고 명시한다. 풍등을 날린 이주노동자의 신원이 언론에 낱낱이 밝혀진 때는 법원이 어떤 판결도 내리기 전이었다.(*150쪽) 〈청년 경찰〉, 〈차이나타운〉, 〈범죄도시〉처럼 중국동포나 외국인을 범죄자로 그리는 영화적 재현의 문제는 어떤가. 2020년 법원은 〈청년 경찰〉 제작사에 “중국 동포에 사과하라”는 권고를 내리며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136~137쪽) 반면 현행법상 제재할 방법이 없는 콘텐츠도 많다. 〈여자 꼬시기 쉬운 나라 BEST 6〉처럼 다른 나라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인종주의적 편견을 드러내는 콘텐츠가 카카오TV나 유튜브에서는 버젓이 유통된다.(*144쪽) 더 늦기 전에 “방송법과 방송심의규정을 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저자는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미디어의 가치를 이해하고 윤리적으로 이용할 책임”(*147쪽)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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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안의 친일 - 반일을 넘어 탈식민의 성찰로 (커버이미지)
    [사회]우리 안의 친일 - 반일을 넘어 탈식민의 성찰로
    • 조형근 지음
    • 역사비평사
    • 2023-12-27

    “독립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토착의 옛 폭력과 차별을 복원한 세상? 그건 아니지만 또 다른 종류의 폭력과 차별을 낳는 세상? 아니 모든 폭력과 차별의 폐지를 추구하는 세상? 앞의 두 입장에서 독립의 내용은 결국 ‘반일’로 수렴한다. 마지막 입장에서 독립은 단지 일본에 대한 반대를 넘어 식민주의가 수반한 온갖 폭력과 차별, 그것을 낳은 구조와 욕망에 대한 비판과 극복을 의미할 것이다. 예컨대 어떤 욕망이 성찰되어야 할까? 강한 나라를 꿈꾸는 팽창주의,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 성장제일주의,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내가 불평등한 세상의 윗자리에 올라가 좋은 일을 하겠다는 실력양성론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이런 욕망은 심지어 반일과 친일 청산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 그러니까 우리의 몸과 마음속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을 수 있다.”우리 안에 스며든 친일: 민족주의적 팽창 욕망“남의 식민주의는 비판하면서 나의 팽창은 옹호할 수 없다”친일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아주 분명하고 명확한 이분법의 논리와 흑백논리에 익숙해져 있다. 고민의 여지가 별다르게 필요 없는 문제로 여겨졌다. ‘친일’은 오늘날 한국 사회 문제의 모든 기원이기에 ‘반일’의 기치로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 ‘친일’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단순히 악랄하고 비열하며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친일파)’을 비판하는 데 있지 않다. 일제와 친일파가 모든 악의 근원이고 현대 한국 사회문제의 기원이라는 아주 익숙한 ‘반일’의 믿음을 넘어, 우리 속에 내재하고 습속화된 친일의 욕망과 구조를 비판한다. 그렇다고 제국과 식민지의 ‘공모’를 드러내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더 보편적이고 절실한 ‘탈식민’의 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책이다.그 첫 번째로 제국 일본의 팽창과 더불어 식민지 조선에서 성장한 반중 민족주의와 영토 팽창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해방 후에 성찰하지 못한 이 팽창 욕망은 오늘날 인터넷을 타고 사람들을 자극하며 동조를 얻고, 급기야 학문으로 포장되기까지 한다. 한민족이 가장 뛰어난 민족이라며 애국심을 고취하는 팽창주의 역사에 대한 선망, 곧 유사역사학이다.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아 만주 벌판을 회복해야 할 땅으로 보는 생각은 일제시기에 형성되었고, 식민사학은 그 팽창 욕망을 정당화해주었다. 그 시기 문학작품과 영화, 대중가요는 만주 벌판을 개척하고 회복해야 할 고토로, 일본제국의 시선으로 그 점령지를 아름답게 노래했다. 반중 민족주의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건은 만보산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화교배척 사건 때의 중국인 학살이었다. 『조선일보』의 오보로 인해 전국에서 반중 시위와 폭력·폭행이 일어났고 수많은 중국인이 학살당하고 집과 가옥이 파괴되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우리는 화교배척 사건 때의 학살을, 팽창주의적 욕망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우리 안에 스며든 친일: 성장제일주의“먼저 파이부터 키우자”일제시기 동안 한반도는 연평균 3% 후반의 성장률을 달성했는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률에 속하고, 토지조사업을 통해 근대적 토지제도가 창출되었으며, 근대적 지식과 기술을 익혀 기업 경영과 국가 관리의 경험을 획득했고, 나아가 이 시기의 성장을 기반으로 1960년대 이후의 고도성장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식민지근대화론. 『조선총독부통계연보』의 통계를 바탕으로 주창한 식민지근대화론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식민지근대화론의 실증적 문제와 비판은 65~75쪽 참조)식민지근대화론자들은 일제시기 일본인과 조선인의 소득 격차를 포함한 불평등이 민족 차별의 결과가 아니라 경제성장 초기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불평등 확대이며, 경제성장이 충분히 진전되면 불평등이 줄어들고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른바 파이를 키우려면 당장의 불평등 확대는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에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200년 이상에 걸친 각종 통계로 볼 때 경제성장이 자동적으로 불평등을 교정해주지 않았다. 20세기 전반의 불평등 감소는 두 차례 세계대전의 영향, 20세기 중반의 장기간 평등은 복지국가의 성장과 함께했다. 한반도 농민의 삶은 식민지공업화가 아닌 해방 이후의 농지개혁을 통해서였다.식민지근대화론의 본질적인 문제는 식민 지배를 미화한다는 차원을 넘어 분배와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 GDP 중심의 성장제일주의에 있다. 독립의 참뜻은 단순히 지배자를 일본인에서 조선인으로 바꾸는 데 있지 않고, 민족 구성원이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데 있었다.실력양성론 비판“왜 선의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을까”식민지 시기 최고 엘리트로 선망받는 의사직. 그들이라고 식민 통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직 의사 면허를 따기 전 의학전문대학을 다니던 청년 학도들도 3·1독립운동에 나섰다. 3·1운동으로 구속되어 재판에 회부된 전문학교 재학생은 77명인데 그중 경성의전 학생이 32명이었다. 형을 살고 학업을 중단한 학생도 상당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비타협적 운동을 계속 이어간 경우는 많지 않았다.불의하지만 거대하고 강력한 일제 식민 지배에 맞서 세상을 바꾸려면 먼저 실력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묻는다. 힘이 생긴다는 건 그 자신이 사회의 기득권이 된다는 말이기도 한데, 자신의 기득권만 그대로 둔 채 세상을 바꾸는 게 가능할까?민족의 건강 증진이라는 직업적 소명 의식을 실현하고 사회적 지위와 명예도 갖춘 의사들은 평범한 양심을 지닌 범속한 다른 의사들에게 가치 있고 바람직한 삶을 산다고 여겨졌을 것이다. 의사 유상규의 삶은 바로 그러한 전형으로서의 삶이었다. 그는 개돼지 이하의 생활을 하면서도 비판적인 사상조차 생겨나지 않는 민중에 분노하고 절망하면서도 그 민중에 헌신했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복잡한 양가감정은 식민지에서 실력양성의 길을 걸었던 의사나 그를 바라보는 보통의 민중이나 마찬가지였다. 식민지인 의사는 자기 민족 중 누구라도 이런 사람이 될 만한 능력이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지만, 동시에 그는 “주인님의 습관을 획득”한 자로서 더 이상 피지배 사회의 일부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이다.시대의 죄, 개인의 책임바람에 먼저 눕는 풀에도 사라지지 않는 윤리적 고민한나 아렌트가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고 취재하며 얻은 결론은, 유태인 학살을 자행했던 아이히만이 악의 화신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대학살을 했을 뿐이며, 남들도 다 하니까 자신도 했다는 상황 논리였다.그렇다면 식민지 체제 안에서 살아가야 하고, 성공의 욕망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악에 연루될 수밖에 없는,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보통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힘없는 보통사람은 그냥 순응하면서 살아가야 할까? 저자는 순백이 아니면 어차피 더러운 것은 똑같다는 정치적 허무주의를 비판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 하는 권력의 압력 앞에서 보통 사람도 판단을 내려야 하고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개인의 책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며 우리 자신도 성찰의 대상으로 삼는 자기비판을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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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한 일본책 - 서울대 박훈 교수의 전환 시대의 일본론 (커버이미지)
    [사회]위험한 일본책 - 서울대 박훈 교수의 전환 시대의 일본론
    • 박훈 지음
    • 어크로스
    • 2023-12-27

    “한국은 일본을 경시하는 맨 마지막 나라가 돼야 한다”일본이라면 무조건 “노!”를 외치고“반일이면 무죄”라는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쓴 일본론일본 근대사 최고 권위자 서울대 박훈 교수가 막연한 혐오와 적대감을 걷어내고 일본과 한일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패러다임을 제시한다.한국만큼 일본에 관심이 많은 나라는 없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에 경쟁심을 불태우고, 그 동향에 신경을 쓰며 자주 비교한다. 하지만 과도한 ‘관심’에 비해 풍부한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체계적인 이해는 부족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어떤 때는 일본을 과도하게 경시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지나치게 일본을 무서운 나라로 본다. 박훈 교수는 이런 심리의 근저에 모르는 대상에 대한 공포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대상에 대한 비하가 콤플렉스처럼 엉킨 채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일본을 주제로 한 갑론을박은 늘 반일이냐 친일이냐, 편 가르기와 감정싸움으로 결론 나고 만다. 저자는 이와 같은 일본 인식으로는 얽히고설킨 한일 간 역사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것도, 급변하는 지역 질서 속 협력과 경쟁의 파트너로서 지내는 것도 어려워진다고 말한다.《위험한 일본책》에서 박훈 교수는 혐한과 반일이라는 왜곡된 렌즈를 내려놓고 한국과 일본의 근대,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나아가 천황제 문제까지 실제 역사의 내용과 의미를 냉철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보여준다. 가까운 나라, 판이한 문화의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다른 길을 가게 되었을까, 한국과 일본의 상호 인식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콤플렉스를 넘어 일본을 대하고 세계를 리드하는 방법은 없을까. 박훈 교수의 통찰을 통해 독자들은 이 질문들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라면 무조건 “노!”를 외치고, “반일이면 무죄!”라는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쓴 일본론.조선의 대실패와 일본의 대성공을 가른 차이는?한일 근대사 두 나라의 성패를 날카롭게 성찰하다‘일본은 역사적으로 줄곧 한반도로부터 선진문물을 전수받았다. 그런 미개했던 섬나라가 메이지유신으로 운 좋게 변신에 성공해 벼락출세했고 부강해졌다. 이때 일본에 뒤처진 조선은 근대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이후 국권까지 빼앗기는 치욕을 겪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다. 그런데 당시 조선은 정말 아깝게 일본에게 뒤처졌을 뿐이고 일본의 성공은 그저 어쩌다 얻어걸린 행운에 불과했던 것일까?일본에게는 대성공의 역사, 한국에게는 대실패의 세월이었던 근대 초입, 두 나라는 무엇이 달랐고 그 배경엔 어떤 정치적, 사회경제적, 외교적 역량 차이가 존재했을까. 박훈 교수는 이 시기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직시한다. (1부 가까운 나라, 판이한 문화- 한일 역사의 갈림길) 저자는 강화도조약부터 메이지유신까지, 김옥균부터 사카모토 료마까지, 한일 근대사의 주요 장면과 인물들을 되짚으며 두 나라의 성패를 정면에서 응시하고 날카롭게 성찰한다.“당시의 일본인들은 무엇보다 세계 대세에 민감했다. 열심히 읽었고 진지하게 들었고 치열하게 공부했다. 그리고 다툼을 최소화하고 단결했다. 같은 시기 한국은 아마도 2000년 역사상 가장 지리멸렬한 상태였을 것이다.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이 트라우마 때문인지 한국 시민들은 이 시기를 좀처럼 직시하려 하지 않았다. 일본의 침략성을 규탄하거나 ‘구한말처럼 되지 말자’는 구호에 그쳤을 뿐, 역사의 진상을 정면에서 응시하려는 자세는 충분하지 않았다.”무시와 두려움 사이, 콤플렉스 섞인 일본 인식반일을, 혐한을 넘어서 새로운 관계를 도모할 때‘왜놈’이라는 말이 보여주는 것처럼 한국인의 일본 멸시와 불신은 유서 깊다. 하지만 ‘왜놈’이라는 말에는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도 진하게 묻어 있다. ‘왜놈’이라며 일본을 얕잡아보는 사람이 일제日製의 우수성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감정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대다수 일본인들은 과거사에 대해 미안해하며 한국이라면 한 수 접어주는 태도를 보였지만 ‘잃어버린 10년’이 20년이 되고, 30년이 되는 사이, 한국이 턱밑까지 따라오자 ‘그래도 한국은 일본 밑에 있어줘야 한다’는 심리를 보이기 시작했다.박훈 교수는 무시와 두려움이라는 콤플렉스에 발 묶여 있는 한일 상호 인식을 역사와 현실에 비추어 이야기한다. (2부 무시와 두려움 사이- 한국과 일본 상호 인식의 덫) 독재라는 커다란 과오 때문에 완전히 잊힌 민족주의자 이승만의 저서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를 소개하며 오늘날 한국인이 말하는 ‘반일’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질문한다. 한편 군대와 전쟁 금지를 못 박아둔 일본의 평화헌법 개헌 움직임을 향해 침략 전쟁의 대상이 아니라 주도자였던 일본인들이 전쟁의 참혹함을 아는지, 다시 어리석었던 군비경쟁과 전쟁의 시대로 돌아가자고 말할 수 있는지 통렬하게 묻는다. 감정적이고 몰역사적인 반일-혐한 분위기가 양국의 ‘공기’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저자는 양국 시민들이 당연하게 여겨온 사고방식을 의심하고 자신들의 경험과 역사를 상대화해볼 것을 제안한다.“1910년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일본을 증오하고 규탄하는 사람들은 전국에 넘쳐흘렀고, 일본을 깔보고 멸시하는 사람들도 사방에 빽빽했다. 모자랐던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 40여 년간 일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게 우리의 운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었다. 해방 후 지금만큼 한일 간의 국력 차가 좁혀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섣불리 우쭐거리는 것은 독약이다. 장차 우리가 일본을 정말 앞서는 날이 와도 우리는 일본을 경시하는 맨 마지막 나라가 돼야 한다.”막연한 적대감과 멸시로는 일본을 이길 수 없다콤플렉스를 넘어 일본을 상대하고 세계를 리드하는 법마지막으로 박훈 교수는 우리의 민족주의가 향해야 할 길과 민족주의를 넘어 어떤 목표를 지향해야 할지 이야기한다.(3부 콤플렉스를 넘어서 미래로- 일본을 다루는 법) 민족주의가 맹목적으로 과잉된다면 민족에 해가 될 수 있는데, 어쩌면 우리는 지금 그 단계에 와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식민지배의 역사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일본 악마화는 지적 나태, 과장, 은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대신 저자는 일본 비판은 무력한 공포탄이 아니라 뼈 때리는 비판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화를 거부하고 불편한 진실도 직시해야 한다. 안중근에게 사살된 이토 히로부미만이 아니라 근대 일본을 디자인하고 실행한 이토 히로부미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민족주의가 국수주의가 아니라 세계를 향한 민족주의로 나아갈 수도,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세계를 리드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과거 일본제국주의의 행위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 다만 그것의 목적은 한국과 일본이 자유와 민주, 법치와 평화의 세계로 가기 위한 것이지 않으면 안 된다. 민족주의를 선동하기 위한, 언론사든 출판사든 시민단체든 자기 비즈니스를 위한, 혹은 정치적 이득을 위한 일본 비판은 이제 거둘 때가 되었다. 도산 안창호는 그의 많은 어록에서, 백범 김구는 《백범일지》에서, 우남 이승만은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3·1운동의 <기미독립선언서>에서 우리의 위대한 선조들은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았다. 일본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충고하고, 그 길에서 벗어나 함께 손잡고 더 큰 세계로, 더 큰 가치를 위해 나아가자고 타이른다. 우리의 대일 자세도 이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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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유아교사론
    • 권미량.김은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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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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