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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 (커버이미지)
    [문학]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
    •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23-12-27

    “우리는 왕따를 반대합니다.”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학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통통 튀는 매력의 캐릭터, 청소년들의 고민이 현실감 있게 담겨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의 황재석은 학교생활을 괴롭게 만들고 심지어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학교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사건으로 펼쳐지고 해결하기 위한 재석과 친구들의 치열한 노력이 치밀한 구성으로 그려진다. 마치 실제 현장에 있는 것만 같은 구체적인 상황 묘사와 섬세한 심리묘사 속에 담긴 실제적인 비판들이 돋보인다.고정욱 작가는 “우리 아이들은 소중한 존재다. 만약 학교 가기가 싫고 왕따를 당해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두려워진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학교가 아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고통 받는 학생이 있다면 그 말에 귀 기울이는 학교, 대화를 통해 아픔을 보듬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표지 일러스트 작업엔 ‘성장 웹툰, 왕따 웹툰’이라 불리는 다음(Daum)의 인기 웹툰 [TEN]을 그린 이은재 작가가 동참해주어 의미를 더했다.학생들의 힘으로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취재를 통해 더 리얼해진 청소년의 이야기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는 연간 2만 건이라는 엄청난 발생 숫자를 전혀 줄이지 못하고 있고, 무엇보다 점점 더 심각하고 위험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는 바로 이러한 현실, 즉 갈수록 악랄해지고 있는 학교 폭력 및 왕따의 실태와 학교와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 학생의 현실을 낱낱이 파헤쳐 문제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생생히 고발하고 있다.고정욱 작가는 매년 300회 이상 초중고 학생들과 학교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들을 만나는 작가다. 그 어떤 작가보다 더 많고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그 목소리를 그 누구보다 더 치밀하게 분석하고 되새기는 작가다. 그런 고정욱 작가임에도 이번 작품을 위해서는 특별히 더 많은 자료 조사와 취재, 그리고 분석에 공을 쏟았다. 그만큼 이 문제, 즉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이번 작품에는 그 어떤 때보다 생생한 학교 현장과 아이들의 세계를 담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문제 해결의 길을 제시하였다. 재석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미덕이 《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에서 더욱 큰 빛을 발하고 있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대한민국 희망 멘토! 고정욱 작가의<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까칠한 재석이>는 가장 한국적인 청소년 소설이라는 평가와 함께 50만 독자에게 선택받은 시리즈다. 2021년에는 최신간 《까칠한 재석이가 소리쳤다》가 출간되며 그 여덟 번째 이야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교폭력과 문제아 학생의 변화를 다룬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로 시작된 시리즈는 청소년 사이에서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오디션 열풍의 문제점을 꼬집은 《까칠한 재석이가 돌아왔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이성교제’와 ‘청소년 성문화’를 소재로 한 세 번째 이야기 《까칠한 재석이가 열받았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것, 자기 개성의 아름다움에 관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를 담아낸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 학생들 간의 ‘왕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의 여러 실태와 어려움, 미래의 꿈까지 제시한 《까칠한 재석이가 결심했다》, 교과서에는 실리지 않는 친구와의 진심 어린 우정과 관계를 그린 《까칠한 재석이가 깨달았다》, ‘돈’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까칠한 재석이가 소리쳤다》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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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길 상점가의 기적 (커버이미지)
    [문학]꽃길 상점가의 기적
    • 쇼지 유키야 지음, 권하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12-27

    해치지 않고, 위협하지 않고, 잡히지 않는다.은퇴한 영국의 괴도 신사 세인트,그가 꽃길 상점가에 가져다줄 따뜻한 기적은?지금까지 잡힌 적 없는 최고의 도둑,마지막 괴도 신사가 상점가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손님으로 북적이던 거리는 이제 옛말이 된 한적한 꽃길 상점가. 장사는 잘 되지 않아도 평화로웠던 이 상점가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꽃길 상점가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던 아야는 한 학생의 부모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고, 다른 상점가 사람들에 대한 안 좋은 소문도 하나둘 퍼져나간다. 한 때 영국에서 유명한 괴도였던 아야의 아버지 세이진은 그 소문들 뒤에 수상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행동에 나선다. 아야와 세이진은 죽어가는 꽃길 상점가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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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 개정판 (커버이미지)
    [문학]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 개정판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이혜승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12-27

    러시아 문학 최고의 걸작들을나보코프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우리 학교 ‘러시아 문학의 이해’ 교수님이블라디미르 나보코프라면?“좋은 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답하다나보코프는 러시아어와 영어로 소설을 썼고, 그 작품들이 모두 해당 문학계의 걸작으로 받아들여진 유일무이한 작가다. 두 개의 언어를 문학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그의 재능은 그저 외국어를 잘한다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각 언어의 특징을 파악하고 거기에 걸맞은 문학성을 창조해 내는 특유의 감수성이야말로 나보코프가 지닌 희귀한 재능이다. ‘작가적 역량’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 재능은 수치화해서 볼 수는 없지만, 독자는 작가가 어떤 텍스트를 읽고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따라가 봄으로써 그 남다른 시점과 초인적인 관찰력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다.20세기 중반에 막 미국으로 건너온 나보코프가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주제로 진행한 강의를 모은 이 책에는 바로 그 최고의 재능이 담겨 있다. 뛰어난 문학이란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또 그 기준에 부합하는 뛰어난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나보코프는 이 주제로 자유롭게 강의를 펼쳐 가고, 독자는 그를 따라가며 ‘교양 문학’의 핵심이자 나보코프가 지닌 천재성의 원천인 ‘문학성’에 대한 고찰에 빠져들게 된다. 가장 세밀하고 가장 기발한 러시아 문학 강의나보코프는 19세기와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이 가장 빛나던 시기의 걸작들을 조명하면서 다른 어떤 책이나 수업에서도 접할 수 없는 세밀한 관찰력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그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사건이 진행되는 시간축이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미묘하게 비틀어져 있음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탐색하며, 체호프의 산문이 보여 주는 천재적인 연출을 장면별로 분석하면서 그 스타일이 주제 의식에 끼치는 영향까지 손쉽게 설명해 낸다. 이처럼 디테일을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난 나보코프는 자신만이 포착할 수 있었던 증거들을 이용해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는 많은 사람들이 고골에 대해 내리는 ‘러시아 리얼리즘의 선구자’라는 평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고골의 환상적인 묘사를 분석한 그의 결론에 따르면 고골은 심지어 민중의 삶을 담백하게 그릴 때조차 구원의 열망에 물든 부조리극의 냄새를 풍긴다. 이렇게 시대를 초월한 주제의식을 지녔기 때문에 역사에 남을 거장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도스토옙스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과감한 비판을 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고, 문학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디테일에 관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 부족한 부분을 조목조목 짚는 나보코프의 솜씨는 장점을 찾을 때만큼 치밀해서 오히려 애정이 느껴질 정도다.강의용 원고라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인상적인 찬탄의 순간들이처럼 러시아의 옛 거장들을 향한 나보코프의 분석은 대체로 비판적이고도 꼼꼼하다. 체호프의 「갈매기」처럼 자신이 걸작으로 꼽는 작품 안에서도 부족한 부분을 찾아 아쉬움을 표할 정도다. 그러나 이렇게 까다로운 기준을 가진 그가 진심으로 감탄했을 때는 그 표현조차 아름답게 변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디테일을 파고 들어가다 혀를 내두를 때, 『죽은 혼』의 환상적인 묘사가 왜 위대한지 알려 줄 때, 그는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로 작품 혹은 작가의 아름다움 속에 빠져들기도 한다. 특히 담백하고 짧은 문장 속에 누구보다 깊은 애수를 담았던 체호프의 세계관을 요약할 때는 좀처럼 쓰지 않던 비유까지 쓰면서 잠시 페이지를 넘길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체호프론’을 펼친다.이렇게 깊이와 개성을 함께 지닌 분석에 나보코프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와 신랄한 비판까지 더해진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는 대학 강의 특유의 열렬한 생동감까지 담겨 있다. 역대 세계 최고의 러시아 문학 권위자가 진행했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명 강의를 이제 책으로 만날 차례다.2012년에 출간한 초판에 이어 발행한 이번 개정판은 기존 번역본에서 의미가 모호한 몇몇 부분을 수정하고 전반적인 표현을 조금 더 읽기 쉽도록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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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너의 365일 (커버이미지)
    [문학]나와 너의 365일
    • 유이하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12-27

    과거는 돌아오지 않으며 바뀌는 것은 오직 미래뿐이다. 목 끝까지 차오른 슬픔 속에서 어떻게 해도 삼킬 수 없는 짙은 사랑을 그렸다. -유이하(지은이)이 책이 평범한 연애소설 같다면 꼭 한번 책장을 넘겨보라고 말하고 싶다. 끝까지 읽은 사람만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김지연(옮긴이)“살아가기를 단념하지 않을래, 네가 있으니”죽음에 맞서기 위해 견뎌야 한 희망의 무게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소야는 새 학기 첫날 절친 가케루와 들어선 교실에서 머리카락 색이 예쁘다며 다가오는 히나에게 첫눈에 반한다. 열일곱 생일을 맞은 소야에게 찾아온 첫사랑. 무료함으로 가득했던 그의 세상은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하지만 드물게 특별했던 소야의 하루는 하굣길에 발견한 블랙 레터로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만다.10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발병률 10만분의 1의 병. 시야에서 색채가 하나씩 사라지다 약 1년 후 죽음에 이른다고 알려진 치사율 100%의 병. 바로 그 무채병을 통보하는 죽음의 편지 블랙 레터. 그건 곧 매년 실시하는 색채 감지 검사에서 소야에게 이상 증세가 발견되었다는 뜻이었고, 황급히 달려간 병원에서 의사에게 무채병을 통보받은 소야는 낙망한다.이미 시야에서 벚꽃색이 사라진 것을 깨달은 소야. 이별을 준비시키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가족과 친구에게 비밀로 하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다음 날, 편지를 주운 히나에게 무채병을 들키고는 불현듯 감정이 격해져 죽음이 두려운 자신을 동정해 남은 1년 동안 사귀어주기라도 할 거냐는 말을 쏟아낸다. 그런데 어째선지 미소를 머금은 히나는 침묵을 지키겠다는, 1년 동안 여자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말과 함께 그에게 입을 맞춘다. 소야는 무채병이라는 눈앞에 들이닥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점점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변해가는 자신과 마주한다. 그럼에도 그는 달력에 가위표로 지나간 날을 지워가며 히나와의 매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떠올린다. 절망적인 상황 속 히나를 통해 간신히 품은 희망에 책임을 다하기로 결심한 소야는 살아가기를 단념하지 않는다. 이런 소야의 모습은 색채가 사라지는 병이라는 독특한 설정 속에서 그 자체로 다채로운 빛을 내며 깊은 울림을 준다.“마지막까지 너의 눈에 또렷이 비치고 싶어”누구도 섣불리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의 크기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소야는 전교 1등을 유지하며 특별반에 속해 있던 히나에게 일반반으로 내려온 이유를 묻는다. 그러자 히나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공부 말고 다른 일이 하고 싶어졌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또 소야와 함께한 첫 하굣길에서 벚꽃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소중한 추억이 있어 그렇다고 답한다. 베일에 싸인 히나의 이야기는 계약 연애가 진정한 사랑으로 변모하며 큰 충격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후반부에 히나가 계약 연애를 수락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지며 숨겨진 결말의 반전이 드러난다.소야가 따분하던 일상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생의 의지를 다잡으려는 소년이라면, 히나는 반대로 타인이 깔아놓은 레일 위를 벗어나 곁길도 걸어보고 싶은 소녀다. 그래서인지 히나가 겪는 모든 새로운 경험은 소야와의 추억으로 완성된다. 대신 히나는 막연한 불안에 사로잡힌 소야의 곁에서 강인함과 배려로 일관하며 영영 놓칠 뻔한 첫사랑을 이루어낸다. 거의 모든 색을 잃은 소야의 눈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질 푸른색 계열의 옷과 물건에만 몰두하는 식이다. 또 소야가 소꿉친구 리카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할 때도 소중한 무언가를 얻으려면 다른 것을 잃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작중 히나가 보여주는 담담하고 단단한 사랑은 독자의 무의식 안에 가장 무르고 연약한 부분을 건드린다. 잊고 있던 향기를 맡은 것처럼 깊고 아렴풋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뭔가를 바꿀 힘 같은 건 갖고 있지 않지만 서로가 있어 당연한 내일을 꿈꿀 수 있다는 히나의 진심은 눈물겨운 에필로그를 절정으로 치닫게 만든다. 독자는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히나가 지녔던 사랑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색을 잃을수록 빛을 발하는 n/365일의 기록보고 있지만 보지 못했던 삶과 사랑, 우정 이야기 1일에서 365일, 봄에서 그다음 봄, 벚꽃에서 물빛, 그리고 사랑의 시작에서 끝. 이 책은 우리가 된 소년과 소녀, 그들이 남긴 n/365일의 기록이다. 휘거나 왜곡되지 않고 철저히 순리대로 흘러가는 1년의 매 순간이 거칠게 담아둔 캠코더 영상처럼 편집 없이 그대로 재생된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미지근한 봄바람이 스며들 듯 소야와 히나의 n일을 함께하며 머무를 수 있다. 그들의 약속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숨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소야의 시야에서 색채가 하나씩 자취를 감출 때마다 그의 세계는 찬란하게 빛난다. 소설이지만 시각적으로 눈에 그려지는 저자만의 고유한 색감 묘사로 여러 빛깔이 자아내는 황홀감과 흑백의 아련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소야와 히나의 이름에 들어 있는 파랑과 빨강이란 색은 잊을 만하면 나타나 감정의 파동을 증폭시킨다. 소야가 점점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히나의 슬픈 눈가를 응시하거나 순간순간 생명을 잃는 불꽃놀이, 수조에서 헤엄치는 회색빛 해파리를 바라볼 때도 그러하다.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을 키워가다 저무는 과정이 섬세한 색채로 표현되어 한 편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저자는 우리의 일상이 갑자기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내일이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늘 예상치 못한 순간 직면하는 이별 앞에서 후회 없는 나날을 보내는 것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 서사, 오지 않을 미래를 간절히 소망한 연애, 그리고 점을 이어 그림을 완성하듯 말끔하게 회수되는 복선. 우리가 눈에 보임에도 보지 못했던 일상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 《나와 너의 365일》은 두 사람의 바람대로 봄이면 현현하는 잔상으로 남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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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친구들 (커버이미지)
    [문학]나의 친구들
    • 에마뉘엘 보브 지음, 최정은 옮김
    • 빛소굴
    • 2023-12-27

    이 작품의 화자 빅토르 바통은 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을 입은 채 전역한 상이군인이다. 얼마 되지 않은 상이군인 연금으로 파리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그가 머릿속으로 수없이 되뇌는 말이 있다.‘너무 외롭다.’『나의 친구들』은 지독히도 외로운 남자, 바통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에 등장하는 ‘나’는 바통이고 ‘친구들’은 바통의 친구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바통이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사람들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누구나 『나의 친구들』이란 제목이 바통의 덧없는 희망을 드러내는 모순적인 제목이라는 걸 알게 된다. 친구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 자신은 좋은 친구가 될 자질이 없는 남자의 지질한 이야기란 걸 알게 된다.에마뉘엘 보브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1945년 목숨을 잃기 전까지 프랑스 문단에서 활동하며 라이너 마리아 릴케, 콜레트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나 사후에는 사실상 잊히게 된다. 하지만 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970년대 새롭게 발견되어 그의 책은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는 『나의 친구들』을 읽고 독일어로 번역 출간하였으며 사뮈엘 베케트는 “그 어떤 누구보다도 본질적인 디테일을 다루는 본능을 가진 작가”라고 말하며 보브의 글을 극찬했다.이 책을 두 번 읽기를 바란다. 그것이 어렵다면 두 번 읽는 것처럼, 한 번 읽기를 바란다. 바통의 눈으로, 그리고 그런 바통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관찰자의 눈으로. 이 책을 읽은 후 어쩌면 우리 모두 외로운 ‘바통’이라는 사실을 깨달을지도 모른다.사뮈엘 베케트, 페터 한트케, 릴케, 콜레트의 찬사와 함께 세상에 나온 고전대도시에 고립된 현대인의 그늘을 예리하게 포착한 잿빛 소설“고독, 얼마나 아름답고 또 슬픈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고독은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하지만, 내 뜻과 상관없는 오랜 세월의 고독은 한없이 서글프다. 강한 사람은 고독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친구가 없으면 외롭다.”이 소설의 마지막 문단이다. 빅토르 바통은 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을 입은 상이군인이다. 파리의 자그마한 방에서 쥐꼬리만 한 연금으로 살아가는 바통은 매일매일 새로운 기대를 안고 집을 나선다. 그는 자신의 옷차림에 신경을 쓰고 예의를 지키며 상대방의 기분을 염려한다. 그럼에도 그에겐 단 한 명의 친구도 없다.친구가 없을 뿐만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미워하기도 한다. 같은 건물에 사는 르쿠안 씨는 “게으름뱅이 같으니라고!”라고 말하며 그를 몰아세운다. 관리인 아주머니는 그를 무시하기 일쑤다. 그런 괄시에도 바통은 화 한 번 낼 줄 모르는 심약한 사내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리둥절해하기도 한다. 실제로 소설의 초반부에선 독자들 역시 아리송하다. 이 인물이 이렇게까지 천대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소설이 진행되며 독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바통은 그리 호감을 사는 인물이 아닌 것이다. 호감은커녕 한심하기 짝이 없다.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독자들은 원치 않아도 지질한 바통의 독백을 읽어야만 한다. 그는 속이 좁고 셈을 따지고 인간관계에서 우열을 나누고 여성을 보는 시각은 어쩐지 음흉한 것 같고(음탕하진 않다) 자기중심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바통을 미워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진정으로’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정에 대한 욕구를 그토록 진솔하게 인정하는 것이 용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그것이 용감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위에 적은 소설의 마지막 문단처럼, 고독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하지만 그것은 강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일 뿐 바통처럼 약한 존재에게 고독은 버겁다. 그래서 바통은 고백한다. 나는 약하다고, 그래서 친구가 필요하다고. 반면 우리 현대인들은 어떤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사람을 버튼 하나로 잇는 ‘연결의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인들은 극심한 외로움을 겪고 있다. 공동체는 붕괴됐고 인간은 원자화되었다. 혹시 고독사라고 들어보았는지?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리 사무치게 외로워도 우리들은 외로움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외롭다고 말하는 것이 자신의 약함을 곧 인정하는 것이니까. 몸집을 부풀리려는 동물의 행동처럼, 외로움을 감추려는 처절한 노력은 두려움보다는 연민을 일으킨다. 그에 비하면 바통의 처절한 노력은 오히려 용감한 것이 아닐까?바통 같은 친구를 현실에서 만나면 그 인성에 진저리를 치며 도망 치고 싶을 것이다. 소설에서 만나 얼마나 다행인지. 당신도 『나의 친구들』로 바통이라는 못난 친구를 한 명 사귀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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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의 소년 어제의 소녀 (커버이미지)
    [문학]내일의 소년 어제의 소녀
    • 범유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12-27

    “시간을 되돌려도 너무 되돌린 것 아니냐고요!”『두메별, 꽃과 별의 이름을 가진 아이』 범유진 작가의 타임 슬립 역사 판타지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4권이 출간되었다. 104권 『내일의 소년 어제의 소녀』는 타임 슬립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실제 존재했던 ‘김금원’이라는 여성을 등장시킨 새로운 방식의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뜨개질을 잘하고 좋아하는 남자아이, 태웅. 태웅은 같은 반의 최민석에게 ‘남자답지 못하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좋아하는 아이인 이하은과 아이들 앞에서 강제로 치마를 입게 돼 등교 거부를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엄마와 함께 원주 성황림으로 여행을 간 태웅은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다 여서낭에 걸린 거울을 만지고, 조선 시대로 타임 슬립 하게 된다. 그곳에서 태웅은 시인이 되고 싶어 하는 여자아이, 금원을 만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난다. 과연 태웅은 조선 시대에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또 금원은 바라던 대로 시인이 될 수 있을까?뜨개질하는 소년과 시인이 되고 싶은 소녀,이무기가 잠든 호수를 향해 여행을 떠나다『내일의 소년 어제의 소녀』 주인공 태웅은 멋지고 강했던 아빠의 죽음 때문에 ‘남자다움’에 집착하는 중학교 1학년이다. 어느 날 태웅은 뜨개질을 하는 취미를 같은 반 ‘인싸’ 최민석에게 들키고 만다. 다음 날, 최민석에게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태웅은 최민석이 시키는 ‘챌린지’를 거부하다 강제로 치마를 입게 된다. 그 모습을 모두에게 보인 태웅은 등교 거부를 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엄마와 함께 원주 성황림으로 여행을 갔다가 조선 시대로 타임 슬립을 하고, 시인이 되고 싶어 하는 당찬 여자아이, 금원을 만난다.친구가 된 태웅과 금원은 태웅이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함께 찾기 시작한다. 이후 태웅은 뜨개 인형의 도움으로 금강산에 있는 이무기가 살던 호수에 가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금원과 함께 금강산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장자께서 말씀하셨지. 군자는 순수하게 사귄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돕는다고.”“……무슨 뜻이야?”금원은 양손을 허리에 척 얹고는 선언하듯 말했다.“너와 내가 친구라는 뜻이지.”“친구?”“그래. 지금부터 우린 친구야. 어머니가 알면 다 큰 여자애가 어떻게 남자하고 친구 할 생각을 하냐고 기절하시겠지만 말이야. 네 말대로라면 네가 여기 와서 처음 만난 게 나잖아? 그건 내게 너를 도우라는 하늘의 뜻이 있었던 거 아니겠어?”금원이 웃었다. 태웅도 얼결에 따라 웃었다._본문 중“우리, 우리답게 살자. 남자답게, 여자답게, 그런 말에 묶이지 말고, 뭘 못한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이 책의 주인공들은 어딘가 독특하다. 현대에 살고 있는 태웅은 다른 남자아이들과 달리 뜨개질이 취미고, 조선시대에 사는 금원은 보통 여자아이들처럼 수를 놓고 얌전하게 있기보다는 책을 읽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여자에게는 금기시된 시를 짓고 싶어 한다.“금원이 넌 하면 안 되는 일 중에 뭐가 제일 하고 싶어?”“나는…….”금원의 어깨가 크게 위로 올라갔다. 금원은 숨을 뱉어 내며 말했다.“일단은 시 동인 만드는 거.”“시 동인?”“모여서 시 짓고, 여기저기 구경도 다니는 거야. 문집도 내고.”_본문 중사실 『내일의 소년 어제의 소녀』에 나오는 ‘금원’은 여성이라는 성별의 제약을 뛰어넘어 14세에 홀로 금강산 유람을 떠나 많은 것을 본 실제 인물이다. 훗날 『호동서락기』라는 책으로 자신의 발자취를 기록하기도 했다. 저자는 ‘남자다움’에 얽매여 있는 태웅을 ‘여자다움’의 굴레에서 주체적으로 벗어나려 하는 금원과 만나게 해, ‘남자다움’ ‘여자다움’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빠져나와야 오히려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맨박스에 갇히면 개인의 취향을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적 틀 안에 밀어 넣게 됩니다. 단 걸 좋아하는 남자도, 단 걸 좋아하지 않는 여자도 그 박스 안에 들어앉은 사람에게는 이상한 존재가 되어 버리는 거지요. 하지만 정말 이상한 건 누군가요? 곰곰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_작가의 말 중시시각각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가고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최민석처럼, 그리고 그 밑에서 스스로를 자책하던 태웅처럼 ‘○○다움’에 갇혀 있는 청소년들도 아직 많을 것이다. 『내일의 소년 어제의 소녀』를 읽으며 청소년들이 ‘남자다움’ ‘여자다움’이 아닌 ‘나다움’에 대해 인식하고, 서서히 맨박스 속에서 나오는 태웅처럼 더 커다란 미래를 향해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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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 학처럼 날아보고 싶지? (커버이미지)
    [문학]너도 학처럼 날아보고 싶지?
    • 계영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12-27

    “현대사 속 시대의 아픔을 논하다”- 청춘들의 고민과 아픔, 그리고 성장과 극복의 이야기! -“사람은 살아야 한다” 고통의 긴 터널 끝에 희망을 발견하다!시대의 아픔이 만들어낸 개인의 삶의 변화,변화한 삶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희망들!『너도 학처럼 날아보고 싶지?』는 6.25전쟁의 아픔과 그로 인한 이산가족의 슬픔, 그리고 ‘IMF 사태’라는 유례없던 경제 위기를 겪은 청년의 삶과 고뇌를 서술한다.전쟁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은 뒤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보살피는 우영, 그리고 대학교에서 <철학회>라는 동아리를 통해 사회를 향한 철학적 고민을 하는 총명한 정인. 두 인물은 거대한 금융위기로 경제가 무너지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혼란스러운 삶의 변화를 겪게 된다. 우영은 의지하고 가까이 했던 대학 친구를 잃고 방황한다. 정인은 <철학회> 동아리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아버지까지 잃으며 이전의 재기발랄함과 삶에 대한 의지를 놓아버린 채 학교를 떠난다. 두 인물 앞에 놓인 현실은 참혹하다. 하지만 우영과 정인은 운명적 만남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마음을 나누며 다시 희망의 길로 나아간다.이처럼 이 소설은 시대적 아픔이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건들은 연결되어 있고 인물들과 교점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시대적 아픔으로부터 시작된 개인의 아픔이 해소된다. 저자는 여러 현상을 통해 현실에 나타나는 삶의 모습 속에 숨어 있는 ‘참된 삶의 모습’을 발견하길 희망했다. 그리고 이 소설이 발견의 시작이 되길 바라며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저자의 바람처럼『너도 학처럼 날아보고 싶지?』가 참된 삶의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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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의 자리 (커버이미지)
    [문학]누의 자리
    • 이주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12-27

    작가-작품-독자의 트리플을 꿈꾸다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18“내 자리는 어딘가요?”세상의 모든 자리 없는 이들을 위한 애도의 이야기“오늘 그 기다림은 끝났다. 내가 너를 이 자리에 데려다 놓을 테니“표제작이자 첫 번째 소설인 「누의 자리」는 너의 죽음 이후에서 시작한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난 곳은 학원의 신입 강사 환영식. “내 자리는 어딘가요?”하고 묻던 너에게 내가 건넨 일말의 호의는 너에게는 유일한 ‘환대’였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였던 듯 너는 나를 좇기 시작한다. 오래전 사라진 단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개념인 ‘누’에 “오직 너와 나, 단 두 사람”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소설은 너의 죽음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밝히지 않는다. 다만 네가 생전 자신의 수의를 만들기 위해 ‘제비 뜨개방’에 오갔다는 것으로 네가 스스로의 죽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이 소설에서 네가 왜 죽었는지, 혹은 왜 죽음을 택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단지 너는 죽었고, 나는 너의 가족이 택한 “짐승의 아가리 같”은 바다 대신 네가 좋아하던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 너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뼛가루 한 줌” 대신 네가 남긴 누의 일기장과 수의를 태운 재를 말이다.구멍은 좁고 길어야 한다. 제법 깊이 박힌 원통 속 흙을 모두 파내고 거기에 질척거리는 너의 재를 부었다. 이제 파낸 흙을 다시 채우고 흔적을 지울 차례다. 수백 년 동안 왕을 기다렸던 빈자리 한 귀퉁이가 이제 너의 자리가 될 것이다. 너는 이곳에서 왕을 따돌리고 느긋해진 한 여자와 나란히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휴식할 것이다. 나는 사계절 내내 이곳을 찾아와 너와 함께 산책할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이곳은 누의 자리로 완성될 것이다.(「누의 자리」, 31~32쪽)간절한 부름에 대한 응답너를 읽고 나를 쓰는 이야기「누의 자리」가 사랑을 잃은 후 애도의 이야기라면 「소금의 맛」은 끝내 지켜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너와 나는 신의 이끌림으로 처음 만났다. 너의 나라로 여행을 간 나는 그 나라에서 신으로 취급된다는 어린 사슴을 따라 걷다 우연히 너를 마주한다. 신의 안배로 시작한 사랑이어서일까. 너와 나의 사랑이 뜨거웠던 때는 오직 신들의 도시 하코다테에서뿐이었다. 하코다테에서 너와 나는 연인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끊긴 후 너와 나는 만남도, 사랑도 멈춰버렸다. “우리의 사랑이 오직 그 도시에서만 가능했다는 사실이 균열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너는 나에게 메일 한 통을 보낸다. 온통 너의 말로 쓰인 메일에 나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번역기를 통해 알아낸 메일의 내용은 둘이 이야기를 나누던 소설의 도입부 일부. 나는 무얼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글을 뜯어 살피다 기묘한 번역 릴레이를 시작한다.너의 번역은 무엇을 향하고 있을까? 알 길이 없어 나는 절망했다. 교실 너머로 벌써 해가 지는 게 보였다. 하늘의 뺨이 붉어지고 있었다. 노을에 대고 너의 이름을 몇 번 불렀다. 잠시 후 나는 노트북에 창을 두 개 분할해서 띄웠다. 하나는 영어 원서 전자책, 또 하나는 한글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그날 교문이 굳게 닫히는 것도 모르고 늦도록 『소금의 값』 원서를 내 식으로 번역했다.(「소금의 맛」, 65쪽)안식의 공간,그리고 남겨진 이의 후회와 사랑의 자리마지막 소설 「골목의 근태」는 「누의 자리」의 거울상 같은 소설이다. 두 소설은 제비 뜨개방이라는 공통의 공간을 기준으로 서로 대칭된다. 「누의 자리」의 너와 「골목의 근태」의 나는 ‘엄마 노릇’을 강요받다 허물뿐인 죄목으로 이혼(당)하며 각 가정에서 퇴출당한다. 이후 둘은 제비 뜨개방에 방문하게 되는데, 이때 「누의 자리」의 너, 희원이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과 달리 「골목의 근태」의 나는 제비 뜨개방이라는 장소를 경유함으로써 삶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누구도 내가 아이를 버린 게 아니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누구도 내가 지은 죄에 비해 너무나 과도한 벌을 받았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나를 낳고 키워준 친정 엄마마저도 이혼 직후 친정에 와 누워 있는 내게 혼잣말인 듯 중얼거렸다. 그러게, 어미가 되어서는 왜 그렇게 일 욕심을 부렸어.(「골목의 근태」, 95~96쪽)이주혜의 세 소설의 나와 너는 모두 여성이다. 아이를 잃고, 가정을 빼앗기고, 강요받고, 부당 앞에서도 아무 말할 수 없는 여자들. 그럼에도 사랑하고자 하는 여자들. 이들 여자들은 기존의 가부장제를 무너뜨리거나 부정하고자 하지 않는다. 다만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누의 자리』는 빼앗긴 자리를 되찾으려는 투쟁의 시도가 아니다. 너와 나라는 둘만의 기록을 적어내리던 공책, 서로 다른 언어가 뒤섞인 둘만의 번역서, “왔어요?” 하고 앉아 있던 난로 옆자리를 내어주는 호의 같은 것. 『누의 자리』는 세상의 잣대에서 외면받은 이들을 향한 이주혜의 다정한 부름이며 따뜻한 연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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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지 않기에 힘든 우리 (커버이미지)
    [문학]늙지 않기에 힘든 우리
    • 정시화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12-27

    “사람의 정신은 늙지 않는 거 같아. 타협하는 거지. 자신의 건강이 안 좋으니까, 외모가 늙고 책임질 것도 많아지니까 이제 이건 못해, 저걸 하기엔 눈치 보이고 부끄러워, 이 나이에 저런 젊은 친구랑 엮이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 이런 식으로 스스로 타협하는 거지.”“우리는 따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어른인 척하면서 조금씩 어른의 모습을 갖춰 가는 거 아닐까?”- 본문 중에서 -고민을 털어놓는 동생과 부드럽게 다독이는 언니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시작한다.조잘거리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어느 순간 깨달음을 툭 털어내 보이는 이 책은 저자의 바람대로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가만히 문장을 곱씹으면 그 속에 얼마나 깊은 고민과 성찰이 있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늙지 않기에 힘든 우리》는 두 사람을 통해 우리의 삶과 행복, 그리고 성숙에 대해 이야기한다.자칫 너무 무겁거나 진지한 주제가 될 수 있지만, 두 사람의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대화를 통해 편안히 읽어내려갈 수 있도록 한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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