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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이 없는 나라 - 서열화된 대학, 경쟁력 없는 교육, 불행한 사회 (커버이미지)
    [사회]교육이 없는 나라 - 서열화된 대학, 경쟁력 없는 교육, 불행한 사회
    • 이승섭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12-27

    “학생들은 불행하고 부모들은 억울한안타까운 우리 교육!”지금은 교육발 인구감소,지방소멸을 끝낼 마지막 기회다! 입시만 있고 교육은 없는 나라, 잘못된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우리 사회. 이 어려운 난제를 향하여 교육학자가 아닌 KAIST 공대 이승섭 교수(전 부총장)가 입을 열었다. 과학기술의 변화상을 누구보다도 맨 앞줄에서 보아온 KAIST 교수로서, 신입생들의 불행을 곁에서 보아온 입학처장 그리고 한국의 학부모로서 깊은 고민 후에 얻은 결론과 함께. 이미 시작된 새로운 세상 속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중고등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실행하려면 대학 입시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많은 정보를 알고 주어진 문제를 빨리 풀어야 앞서나가는 세상은 오래전에 분명히 지나갔다. 지난날 우리 교육은 빠른 추격자, 즉 패스트 팔로어라는 국가 상황에 발맞춰 나름대로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학생들은 학교를 전쟁터라 부르고, 부모들은 사교육으로 가정이 흔들린다. 대한민국은 어느새 퍼스트 무버가 되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창의적이고 건강한 교육은 없다. 우리는 ‘교육이 없는 나라’다. 저자는 모든 교육 문제의 출발점은 고3까지만 쓸데없이 어렵게 공부하고 이후는 학습 자체를 멈춰버리게 만드는 과열된 입시와 대학 서열화라고 짚어낸다. 1% 인재가 들어가서 2%, 3%가 되어 졸업하는 명문대는 진짜 명문대인가? 부모의 교육열이나 사교육 과잉은 잘못된 제도를 따라가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저자는 현재의 학교가 식민지 시대나 다름없기에 교육 문제는 “나라 탓”을 하자고 한다. 그래야 달라질 수 있다. ‘교육이 살아 있는 나라’가 되려면? 궁극적으로 대학 차별화를 해서, 지방 대학을 포함한 여러 대학들이 나름의 장점을 키우게 하고 학생들도 각 대학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교육 중심 대학과 연구 중심 대학으로 나누는 등 저자는 의대 쏠림 현상을 비롯해 서울대 ‘순혈주의’에 대한 해법, 최근의 반도체 학과 신설에 대한 우려까지 거론한다. ‘용을 잡고 싶은 아이’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해 한 권의 철학 에세이처럼 생각거리가 가득한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독자들의 비판과 지적을 환영한다고 썼다. 저자는 깊고 검은 웅덩이에 파문을 일으키려는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썼다.교육이 없는 나라, 입시만 있는 나라부모는 억울하고, 학생은 불행하고, 미래마저 암울한 우리교육아이들이 행복하지 못하고 과중한 입시 부담에 시달리며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느라 가정경제마저 짓눌리는 우리 교육의 현실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아이가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평균 연 1천만 원 이상 사교육을 한다는 통계도 있다. 단시간에 나라를 일으키는 비결로 세계에 자랑하던 우리의 교육열은 이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짐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교육을 위한 교육’은 없고 오로지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있을 뿐이다. 지금부터 1년 안에 지구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그날에도 아이 숙제를 다그치고 있을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진정 가르쳐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왜 엘리트가 몰리는 KAIST의 교수가 본인 전공도 아닌 교육서를 썼는가?KAIST 부총장으로서 본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저자 KAIST 이승섭 교수는 KAIST에서 학생처장, 입학처장, 교학부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학생이자 교수이자 학부모이자 입시 담당자로서 겪어온 우리나라 교육과 입시를 다방면으로 경험해왔다. 교육학자는 아니지만 교육자의 한 명으로 지금과 같은 혹독한 입시에 책임이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우리 교육 문제의 원인, 사회와 교육에 입시가 끼치는 영향, 그리고 그 해법을 오랫동안 고민해 이 책 한 권에 담았다.우리 교육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입시라고 저자는 말한다. 입시 문제의 난이도가 간혹 입시 난이도로 이해되는 상황으로 인해 혹은 변별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입시 문제를 어렵게 낼 경우 학생들은 불필요하게 어려운 문제만을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깊이 생각하거나 그 개념을 이용해 새로운 것에 적용하는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고, 오히려 사교육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을 더욱더 사교육으로 몰아가는 부작용도 생기게 된다. 입시는 사교육 문제뿐 아니라 일류 대학에 대한 집착, 청소년 행복 지수 저하, 과도한 학습 피로도를 유발한다. 설상가상 교육 문제의 폐해는 대학생 시절 이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학생들이 이미 교육에 지쳐버린 터라 자기계발을 소홀히 하면서 OECD 국가 중 인지 능력이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게 된다. 이처럼 교육 문제는 교육 분야를 넘어 우리 사회의 발전까지 저해한다.과연 지방대 소멸은 학생 인구 감소에 따른 필연일까?대학 교육과 대학 입시를 정상화할 방법은 있다!지금 지방 대학들은 인구절벽과 거센 ‘인서울 바람’ 속에 붕괴의 위기에 놓여있다. 저자는 근본적으로 대학의 서열화 현상이 지방의 대학들을 외면하고 입시가 과열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 진정한 실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학벌 사회는 개인에게도 국가에게도 손해다.그래서 저자는 우리 교육의 해결 방안으로 ‘대학 차별화를 통한 대학 교육과 대학 입시의 정상화’를 제안한다. 일렬종대로 서열화된 대학들을 ‘연구 중심 대학’, ‘교육 중심 대학’, ‘혼합형 대학’ 등으로 차별화하고, 각각의 역할과 기능에 맞게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국가의 지원이 차별적으로 이루어지게 하자는 것이다. 대학의 차별화가 이루어지면 대학 입시는 우리 사회에서 인생을 결정짓는 ‘그 무엇’에서 원하는 대학과 전공을 정하는 단순한 통과 의례로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고, 그제서야 우리 사회는 중고등학교에서 진정한 교육을 할 수 있게 되며 사교육은 본연의 학업 보충의 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학은 계층 차별화의 도구가 아니고 국민들의 지적 수준과 직업 소양을 향상시키는 최선의 장소 그리고 자신의 노력만으로 계층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 된다. 명문 대학은 물론 비명문 대학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면 자신의 꿈을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으며, 오늘날 붕괴의 위기에 놓여있는 지방의 대학 교육 생태계가 대학 차별화라는 발상의 전환과 지자체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대한민국을 살리는 새로운 가치 창출의 동력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이제는 패스트 팔로어보다 퍼스트 무버의 시대4차 산업혁명시대, AI, 챗GPT 시대에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 그동안 우리나라는 앞사람을 따라 산을 오르는 등산객처럼 선진국 뒤를 성실히 따르는 빠른 추격자 즉,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교육 제도를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의 상황 속에서 우리 교육은 나름대로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는 어느덧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산행의 선봉에 선 리더로 신중히 방향을 판단해야 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자리에 서 있다. 그러나 우리는 퍼스트 무버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패스트 팔로어의 성공담과 경험만을 알려주며 여전히 개미처럼 살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제는 퍼스트 무버에 걸맞은 교육으로 바뀌어야 할 때이다. 빠르게 진보하는 과학기술과 그로 인해 더욱 빠르게 격변할 미래 사회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산업적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전략이지만, 무턱대고 교육에 적용하는 것은 자칫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30~40년 뒤 우리 아이들은 이미 5차를 넘어 6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을 것이고 그때에는 어쩌면 5년마다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결론적으로 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교육이라는 주제에 다소 부정적이다. 교육, 특히 초중등 교육은 눈앞에 벌어지는 변화와 현상에 빠르게 대응하기보다는 보다 더 멀리 보면서 앞으로 일어날 어떠한 변화에도 잘 적응하고, 오히려 새로운 산업혁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갈 인재를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더 이상 우리의 교육이 4차 산업혁명이나 AI 같은 시류 혹은 빠른 변화에 쉽게 좌우되고, 그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매번 실속 없이 종종걸음으로 뒤만 쫓아가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교육은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배움과 변화를 받아들이고, 흥미와 엉뚱함 그리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미래의 주역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저자가 꿈꾸는 교육이 살아 있는 나라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사회’가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 사회’. 저자는 18세 학생들이 치르는 대학 입시가 인생을 결정짓는다는 과거 세상과는 결별해야 한다고 외친다. 교사는 지금 첨단이라고 생각하는 과거의 지식을 머릿속에 잔뜩 집어넣기보다 학생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찾아 나갈 수 있는 능력과 마음가짐을 심어주어야 한다. 학교는 공장처럼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연구소처럼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하고 실패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지금의 어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래의 길 위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영재성을 마음껏 발휘해 30년 후에 대가가 되고 개인의 행복은 물론 더 나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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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즈버그의 마지막 대화 - 판사들의 판사에서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커버이미지)
    [사회]긴즈버그의 마지막 대화 - 판사들의 판사에서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 제프리 로즌 지음, 용석남 옮김
    • 이온서가
    • 2023-12-27

    ‘판사들의 판사’에서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25년간의 대화로 그려낸 긴즈버그의 진실한 초상화긴즈버그는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모으는 버릇이 있었다. 그 몇 초간의 침묵을, 그녀를 아는 가까운 사람들은 존중하여 기다려주곤 했다. 그토록 신중하고 조용한 성품이었으며, 말을 아꼈으며 언론과 세간의 칭송을 극구 마다하는 사람이어서 자서전조차 남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긴즈버그의 진면모를 느끼고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에겐 더없이 귀중하다. 저자 로젠은 긴즈버그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중 하나였고, 동시에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스트라는 직분에 충실하기도 했다. 해박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적이고도 첨예한 질문을 던져, 핵심적인 답변을 얻어낸다. 그리고 이 책에 남김없이 쏟아부어 아낌없이 독자와 공유한다. 칼 같은 편집자로 정평이 난 긴즈버그 대법관이 최종 원고를 직접 검토하고 편집했다.여성과 소수자를 위해 평생 헌신한 역대 두 번째 미국 여성 연방대법관모든 연령대의 여성과 남성에게 영감을 준 그의 생각의 핵심들—책 내용 소개1장 「한 번에 한 걸음씩, 역사적 지표가 된 사건들」에서는 긴즈버그가 맡았던 숱한 획기적인 사건들에 대해 논한다. ‘성평등’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젠더’라는 단어를 최초로 공식적으로 쓰기 시작한 사람이 긴즈버그다) ACLU, 즉 미국시민자유연합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과 손잡고 차별당하는 여성과 남성 개인들을 위해 법정에 나서 하나씩 하나씩 점진적으로 승리해간다. 긴즈버그가 어떻게 법률 해석을 바꾸고 승리해갔는지 주요 재판들을 짚어본다.2장 「동등한 관계로서 결혼한다는 것」에서는 성평등 결혼생활의 모범이었고 많은 후배 부부가 따르고자 했던 긴즈버그 부부의 결혼생활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다. 한쪽 성별에 불리하지 않은 결혼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야기한다.3장 「임신중단권은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가」는 긴즈버그가 연방대법관에 지명됐을 때, 가장 쟁점이 되었던 ‘로 대 웨이드’ 재판 관련 이야기가 속 시원히 풀어진다. 긴즈버그는 평생 여성이 주체가 되는 임신중단권을 위해 노력했는데, ‘로 대 웨이드’ 재판에서 소수의견을 냄으로써 일부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거세게 비판받았다. 긴즈버그가 소수의견을 낸 배경이 명료하게 설명돼 있다. 국가가 ‘빅브라더’가 되어 여성 개인의 주체적 선택권을 대신 정해주는 것을 긴즈버그는 무엇보다 경계했다. 법을 만드는 절차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4장 「권리장전과 평등의 원칙」에서는 긴즈버그 자신이 작성한 의견 중 가장 좋아하는 다수의견, 헌법에 대한 긴즈버그의 해석과 신념을 들여다본다.5장 「여성 법관이 들어선 후」는 미국 법원에 여성이 들어선 역사와 과정이 압축적으로 소개된다. 긴즈버그가 법을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에는 여성 대법관을 보지 못했고 꿈꿀 수 없었다. 여성 대법관은 남성 대법관과 판결에 있어 차이가 있는가?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 따뜻하게 인간을 품는 삶은 어떻게 하면 가능한가강철 같은 결단력, 자기 지배력 그리고 유머6장 「다 다를지나, 하나일 수 있다」는 매우 흥미로운 장이다. 긴즈버그는 반대편의 리더로 여겨지는 스캘리아 대법관과 가장 친밀했고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스캘리아 대법관도 긴즈버그가 연방대법관 후보로 있던 시절, 무인도에 단 한 명과 남는다면 긴즈버그와 함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각자의 사상은 확고했고 물러섬이 없었지만, 인간에 대해서만큼은 서로 깊이 존중했다. 그러한 이유와 배경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7장 「대법관들의 대립, 존중, 변화」는 대법원에서 어떤 식으로 회의가 이루어지고, 의견 작성이 배정되며, 어떻게 토론하고 대립하는지 그 내밀한 과정이 밝혀 있는 장이다. 8장 「들불처럼 번진 소수의견」은 갑자기 법조계의 유명인사로 떠오르면서 변화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2013년, 인터넷을 중심으로 긴즈버그의 소수의견이 퍼지면서 단숨에 미국 젊은이들의 아이콘이 된다. “차별을 막고 있는 투표권법의 사전 승인을 폐기한다면, 이 정도 비에는 젖지 않을 거라며 다가올 폭풍우를 막을 우산을 내동댕이치는 것과 같다.” “현재가 아닌 내일을 위해, 이 소수의견을 작성한다.” 비록 재판에서는 패배했으나,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긴즈버그의 소수의견을 마음속에 붙잡고 살아갔다.9장 「뒤집고 싶은 판결들」에서는 사법 미니멀리즘의 사도로 여겨지던, 법원은 이전에 내려진 판결을 존중해 움직여야 한다고 밝혀온 긴즈버그가 드물게 뒤집혀져야 한다고 손꼽은 판결들에 대해 이야기한다.10장 「판사들의 판사」. 판사 생활 동안 긴즈버그는 ‘판사들의 판사’라고 불렸다. 법원은 사회적 변화를 선두에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방향으로 무게를 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법원의 역할과 존재 의미에 대한 깊은 시선을 볼 수 있다.11장 「남자와 여자가 함께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에서는 일평생 법적인 측면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위해 힘써온 긴즈버그의 통찰과, #미투운동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12장 「대법원의 미래」에서는 긴즈버그와 마거릿 애트워드가 나눈 교감과 대화를 비롯해, 여성의 완전한 평등, 페미니스트 운동의 목적, 대법원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13장 「헌법의 의미」는 이 책에 실린 대화 중 가장 나중 이뤄졌다. 때는 트럼프 집권기였고 점점 더 양극화되어가는 시기였다. 그 시기에 로즌은 긴즈버그의 혜안을 듣고자 했고, 긴즈버그는 짧지만 자신의 생의 무게가 실린 말을 한다. 우리가 ‘거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 탁월한 성취의 토대에는 그가 삶을 대하는 자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 타인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도 친구로 만드는 긴즈버그의 마음, 그러나 아무리 불리한 정세 속에서도 꿋꿋이 소신을 지키는 용기에 대해 기록한 이 대담집은, 우리 마음속에서 두고두고 오래도록 음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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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돈을 지켜주는 친절한 생활 속 법률 상식 (커버이미지)
    [사회]내 돈을 지켜주는 친절한 생활 속 법률 상식
    • 곽상빈.안소윤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3-12-27

    알아두면 결코 당하지 않는 생활 속 법률 상식법률 서비스 대중화에 앞장서는 변호사들이 나섰다!“돌아가신 아버지의 빚을 내가 갚아야 한다니?”“반성문을 많이 쓰기만 하면 형량이 줄어든다고?”“똑같이 주차장에서 음주운전했는데 왜 나만 처벌받지?”“변호사 없으면 소송 못 해?”“가상화폐에 투자하는데 세금을 내야 할까?”모르면 호구되지만 알면 돈 버는 법률Q&A로 쉽고 재미있게 알아본다!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지만 사실 모르면 손해 보는 일이 더 많다. 우리가 눈을 떠서 밥을 먹고 사람들을 만나고 잠을 자기까지 한순간도 그 보호 아래에 있지 않은 적이 없는 법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법이 가까이 있는 듯해도 막상 내가 궁금한 법, 내게 필요한 법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마땅한 설명을 찾기가 어렵고 막상 대답을 찾아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바로 전문가에게 상담받기는 망설여진다. 게다가 사회적 합의체인 법은 사회가 변화하면 따라서 계속 바뀌니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데 지금은 법을 모르면 손해 보는 세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잘 다루는 것은 곧 법을 잘 다루는 것과 비슷하기에 법을 안다는 것은 큰돈을 가지는 것과 같다. 이 책은 변호사로 활동하는 저자들이 현재의 법령과 최신판례를 바탕으로 우리 삶에 필요한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법률 지식을 분야별로 골라 구체적 사례와 함께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정리했다. 법을 잘 알고 그 안에서 내 권리를 지키고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법을 든든한 배경지식이자 권리를 지키는 수단으로 삼아 생활에서 법의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확실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법알못’에서 탈출해 ‘법잘알’이 되자! 생존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실전 법률‘법알못’과 ‘법잘알’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순히 법을 알지 못하는 것과 잘 아는 것만의 차이는 아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법을 잘 알아야 할뿐더러 제대로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법을 이용할 줄 알면 큰돈을 가지는 것과 같아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잘 다루는 것이 법을 잘 다루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법을 알고 법에서 제시하는 권리를 명확히 주장할 수 있다면 더 큰돈을 벌 기회가 열리고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법이 지켜준다. 이 책으로 ‘법잘알’이 되면 생활 속에서 이런 것들을 알게 된다.•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어떤 방법으로 어디에 내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계약서를 보며 나에게 불리한 조항은 없는지 알게 된다.• 어떤 것이 소송에서 쓰이는 유효한 증거인지 알게 된다.• 경찰서에 가기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내 개인정보, 목소리, 사진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형사적으로 처벌받지 않게 미리 챙겨둘 것을 알게 된다.• 변호사가 없어도 고소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거나 헬스장·예식장에서 계약을 취소했을 때 환불을 잘 받게 된다.• 좋은 변호사를 고르려면 어떤 점을 봐야 하는지 알게 된다.• 뉴스에서 다루는 법률 관련 문제를 이해하게 된다.사례와 판례로 알아보는 생활법률법을 모르면 내 권리를 지킬 수 없다!우리가 눈을 떠서 밥을 먹고 사람들을 만나고 잠을 자기까지 법의 보호 아래에 있지 않은 순간은 단 1초도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순간에 법은 우리에게 선택지를 넓혀주고 리스크를 줄여준다. 다만 이러한 법률 상식은 ‘정확’하고 ‘현재’에 기초해야 한다. 단지 알고 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돈이 되는 법률 상식이 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모르면 손해 보지만 알면 돈이 되는 생활 속 법률 관련 사례를 Q&A로 구성해 판례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설명했다.‘1장 삶 속에 법이 있다’에서는 가정에서, 회사에서, 길거리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문제들, 즉 돌아가신 아버지의 빚을 제가 갚아야 하는지, 강아지가 사람을 물었는데 어떻게 하는지, 어디까지가 직장 내 성희롱인지, 대머리라고 말하면 죄가 되는지 등 총 46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사례와 판례 중심으로 풀었다. ‘2장 결국 법원으로 갑니다’에서는 소송 전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지, 변호사 상담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차이는 무엇인지, 무고죄가 아니라는 건 어떻게 증명하는지, 반성문을 쓰기만 하면 형량이 줄어드는지, 벌금형을 받아도 전과가 남는지 등 총 25가지 질문에 답했다.‘3장 창업자와 기업을 위한 법률 상식’에서는 사업을 할 때 개인사업자가 좋은지 법인사업자가 좋은지, 동업계약서 쓸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근로계약서와 연봉계약서는 어떻게 다른지, 사업자가 세무신고를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는지 등 15가지 질문에 답했다. ‘4장 한 발 앞서가는 법률 상식’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 사고가 일어나면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 가상화폐에 투자해도 세금을 내야 하는지, 로보어드바이저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면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 총 9가지 질문에 이해하기 쉽게 답했다. 법을 아는 만큼 보이는 넓은 세상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두려움을 넘어 든든한 배경지식이자 내 권리를 지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은 분들 모두 이 책으로 ‘법잘알’이 되어 손해 보지 않는 삶, 넉넉한 삶을 살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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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부시게 불완전한 - 극복과 치유 너머의 장애 정치 (커버이미지)
    [사회]눈부시게 불완전한 - 극복과 치유 너머의 장애 정치
    • 일라이 클레어 지음, 하은빈 옮김
    • 동아시아
    • 2023-12-27

    “장애, 퀴어, 젠더 연구에 길잡이가 될 책”강제 불임 수술부터 피부 미백 크림까지, 치유는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치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주장할 수 있는 ‘눈부신 불완전함’이다정상성과 수치심에 맞서는 부서지고 휘어진 불구의 몸들 “우리가 망가져 있음을 수용하고 주장하고 포용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아프면 나아지기 위해 병원에 가듯, 크고 작은 사고를 겪은 뒤 이전의 상태를 찾으려고 애쓰듯,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장애를 가진 사람 역시 장애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상태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여긴다. 하지만 『눈부시게 불완전한』의 저자이자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인, 시인, 장애 및 트랜스 활동가인 일라이 클레어는 이렇게 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손상된 나의 뇌세포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마다할 것이다. 굳고 경련하는 근육이 없는 나를, 어눌한 발음이 없는 나를 상상할 수가 없다. (…) 장애가 없다면 우리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전작 『망명과 자긍심』에서 장애인, 노동계급, 퀴어, 트랜스젠더라는 다중적인 정체성을 바탕으로 교차성 정치의 사유를 보여준 일라이 클레어의 신간 『눈부시게 불완전한』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일라이 클레어의 다중적인 정체성은 “뇌성마비”, “정신분열”, “젠더 정체성 장애”라는 진단명과 치유에 뿌리내린 정상성에 도전한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자신의 몸을 고쳐져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제도, 문화, 가치 체계를 낱낱이 해부하는 한편,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이 원하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치유와 얽히고 치유를 갈망하며 길어 올린 빛나는 통찰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담아냈다. 장애를 수용하고, 있는 그대로의 몸과 마음을 주장하고, 비장애중심주의(Ableism)에 저항하고, 자신이 가진 몸과 마음의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는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으로 포착할 수 없는 다양한 몸과 마음의 차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할 수 있는 정치를 모색해 간다. 시러큐스대학교의 여성·젠더학과 및 장애학 프로그램 부교수 김은정의 〈해제〉는 한국 사회의 장애와 퀴어, 돌봄에 대한 담론에 이 책의 메시지가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 상세히 안내한다. 요컨대 이 책은 의사 조력 사망이 존엄한 삶과 죽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 사회에 “의존과 삶에 대한 전혀 다른 상상”을 불어넣을 것이다. 사회는 어떤 상태를 ‘문제’로 규정하고 ‘치유’해 왔는가?“치유는 백인 서구 사상과 문화에 침투한 이데올로기다”병을 치료하여 더 나은 상태로 만든다는 의미의 치유는 언제나 ‘결함이 있고’, ‘문제가 있는’ 상태를 전제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이는 정치적인 규정이다. 의료적, 과학적, 국가적 권한을 등에 업은 권력 집단은 장애인, 유색인, 퀴어 들을 결함이 있는 존재로 공표하며 치유라는 명목으로 폭력과 억압을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백인, 부유층, 비장애인, 시스젠더로 대표되는 지배 집단의 특성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의 기준이 되었고, 이에 속하지 못하는 수많은 몸과 마음들은 가치 없으며 제거되어야 할 존재로 전락했다.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이러한 ‘치유’ 개념이 현대의 문화 및 가치 체계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정상성’을 설파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클레어에 따르면 치유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장애 선별적 임신 중지와 같은 의료 기술은 물론, 매우 일상적인 도구들에도 스며들어 있다. 가령 흔히 판매되는 피부 미백 크림은 피부색이 어두운 신체는 매력적이지 않은 몸, 도덕적이지 못한 몸으로 여기는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강화하며 백인 우월주의를 답습하는 식이다.정상성을 작동시키는 강력한 기제로서 ‘치유’의 구조, 작동 방식, 목적, 사례, 약속 들을 구조적으로 파헤치는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단순히 치유를 거부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치유를 둘러싼 정치적·경제적 권력관계를 이해하여 고통과 치유, 건강과 회복을 이해해 나가는 프레임을 새롭게 설정해 보자는 전복적인 제안이다. 적응하고 협상하고 의존하고 욕망하는 몸과 마음들극복과 치유 너머, 불완전한 존재들의 다채로운 가능성에 관하여장애 및 질병 캠페인 광고에서 흔히 쓰이는 수사들을 떠올려 보자. 낙마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이후 최첨단의 치료를 찾아다니며 두 발로 서기를 끊임없이 갈망했던 《슈퍼맨》의 주연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 누구나 노력하면 난독증을 극복할 수 있다는 광고판 속 우피 골드버그. 불운과 불의의 상징으로 소비되는 수많은 장애와 질병들.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장애를 ‘결함’이자 ‘극복’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지배적인 관점이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고, 장애 및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쟁점을 지워버린다고 주장한다. 막대한 돈과 부작용을 감수하며 마비된 다리를 고치기보다,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어떨까? 수어와 점자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의 접근성이 보장된다면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정신병에 대한 낙인이 덜해진다면 환영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경험이 지금처럼 끔찍한 일은 아닐 수 있지 않을까?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의료적 치유에만 집중된 기존의 논의에서 눈을 돌려, 특정한 몸과 마음을 장애화(disabling)하는 문제를 검토해 보자고 제안한다. 이 책이 장애 정체성과 자긍심을 주장하는 전략으로 치유에 반대하는 단일한 입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일라이 클레어는 책의 후반부에서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로서 가슴 재건 수술과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선택하기까지의 여정을 고백하며, 그 과정에서 경험한 자기모순과 치유, 욕망의 정치성에 관해 치열하게 사유한다. 백인이라는 특권과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는 자신의 위치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저자는, 다양한 인종, 계급, 젠더, 질병, 섹슈얼리티를 가진 당사자들이 치유와 관계 맺는 여러 방식을 조명한다. 소수자들의 자긍심과 정체성이 치유와 양립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자긍심을 주장하는 일이 교차적인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사려 깊게 논의한다. 이렇듯 서로 다른 정체성과 차이에 기반해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진화 중인 장애, 퀴어, 젠더, 페미니즘 담론에 귀중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지워지고 잊힌 존재들을 되살리는 문학적 상상력환경과 비인간 생물로 뻗어나가는 클레어식 연대개인의 고통에서 출발해 역사 속 소수자, 나아가 비인간 생물의 삶으로 확장하는 이 책은 형식적으로도 눈여겨볼 만하다. 〈7장 치유의 한가운데〉는 우생학적 법안 아래에서 ‘정신박약’으로 낙인찍히며 강제 불임 수술을 받아야 했던 캐리 벅과 그녀의 엄마 에마 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일라이 클레어는 다양한 문헌과 자료를 바탕으로 캐리 벅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그녀를 글의 화자로 직접 등장시킨다. 역사의 빈칸으로 남아 있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되살리고, 그들에게 질문하고 말을 건네는 클레어의 서술은 이 책에 특별한 생명력과 문학적 상상력을 불어넣는다.『눈부시게 불완전한』에서 권력 집단의 소수자 억압은, 인간의 자연 억압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서로 다른 몸과 마음의 차이를 지우고 ‘정상적’인 존재만을 양산하는 치유 이데올로기에서 하나의 작물만을 재배하는 ‘단일재배농법’을 읽어낸다. 이러한 다양성의 축소가 얼마나 많은 생태계를 파괴했는지 기억해야 한다는 클레어의 이야기는 자못 섬뜩하다. ‘문제’를 제거해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회복 개념 대신, 다양한 생물들 간의 상호 의존성을 되살리는 관점으로 ‘회복’을 새롭게 상상해 보자는 클레어의 독창적인 통찰이 빛난다.각 장 사이에 배치된 산문(〈스트로브잣나무〉, 〈경련과 떨림〉, 〈돌〉, 〈소라껍데기〉, 〈구르기〉, 〈배롱나무〉, 〈드랙퀸〉, 〈생존 노트〉, 〈자전거 타기〉)은 “장들을 연결하면서도, 장마다 개진되는 주장과 논증에 포섭되지 않는 순간과 느낌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 글들은 감각을 연 채 자연과 인간의 상호 의존성을 함께 느껴보자는, 독자들을 향한 클레어의 초대다. 미국의 지명을 원주민 부족의 영토로 표기한 작업 역시 자연과 땅에 새겨진 폭력과 역사를 폭넓게 인식하는 클레어만의 감수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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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 대답해도 듣지 않는 학교를 떠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커버이미지)
    [사회]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 대답해도 듣지 않는 학교를 떠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 민나리.김주연.최훈진 지음
    • 오월의봄
    • 2023-12-27

    “자퇴는 학교에서 궁지에 몰린 저한테 마지막으로 남은 선택지였어요.그걸 고르는 게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혐오와 차별이 만든 어떤 청소년기에 관하여학업과 진로, 미래를 고민해야 할 청소년기에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거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낼 수 없어 내적 갈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의 많은 청소년은 중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생활 깊숙이 들어오는 성별 이분법의 세계를 맞닥뜨린다. 남녀학교, 남녀학번, 남녀분반, 남녀교복, 남녀기숙사 등 사사건건 남녀를 나누고 구분하는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스스로를 지정 성별과 다른 성별로 인식하는 청소년들은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운데, 학교는 안전하게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는 울타리는커녕 혐오와 차별의 총탄이 쏟아지는 전장이다. 성소수자 관련 성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는 등 제도적 지원은 전무하고, 학교생활 대부분이 여자 아니면 남자로 구분될 것을 강제하는 상황에서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을 숨기며 생존에 모든 힘을 소진하거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존중받고자 홀로 분투에 나서다 지쳐 학교를 떠난다.《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는 바로 이 시기, 혐오와 차별 때문에 친구들과는 너무도 다른 청소년기를 보내는 트랜스젠더들의 삶과 그 주변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조명하는 책이다.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구체화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가정, 학교, 사회 어디에서도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진 저자들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인권 실태를 알리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심층 취재에 나섰다. 약 6개월에 걸친 취재 끝에 대한민국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 실태 보고서라 할 만한 기획연재가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서울신문》에 연재되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8명과의 대면 인터뷰와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이 참여한 양적 조사를 아우르며 혐오와 차별이 일상인 학교와 사회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선생님, 부모,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하며, 성소수자 인권단체 및 법조계, 의료계 등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ㆍ의료적ㆍ제도적으로 어떤 대책과 변화가 필요한지까지 제시한 심층 보도였다.이는 그간 트랜스젠더가 침해받는 인권문제가 성인 트랜스젠더의 의료권, 노동권 등 특정 권리의 침해를 중심으로 논의됨으로써 불가피하게 그 영향력이 축소되었던 혐오와 차별을 있는 그대로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특정 상황이 아니고서는 마치 없는 것처럼 여겨졌던 혐오와 차별은 ‘청소년기’로 시간 축을 이동하자 매서운 영향력을 드러냈다.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영향을 미치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연재는 2021년 12월 13일 첫 기사가 온라인에 송출된 이후 약 3개월 만에 3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읽혔고, 혐오와 차별이 만든, 그러나 이전에는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삶을 마주한 독자들은 사회적ㆍ제도적 변화를 촉구하며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이 책은 바로 그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보도 이후 저자들은 지면의 한계로 기사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를 비롯해 약 5개월간의 추가 인터뷰와 취재를 거쳐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인권 실태를 기록한 한 권의 책을 새롭게 써냈다.혐오와 차별이 일상인 학교를 떠나다저자들은 청소년 트랜스젠더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트랜스 남성 4명과 논바이너리 트랜스 남성 2명, 트랜스 여성 2명이다.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에는 탈학교, 탈가정, 저임금ㆍ고강도 노동으로 내몰린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1장은 혐오와 차별이 일상인 학교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마지막으로 남는 선택지가 어째서 탈학교가 되는지 알게 된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드러낸 이들은 친구들의 폭언이나 괴롭힘에 시달렸다. 늘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골라 화장실에 다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생활할수록 주변의 편견은 더욱 공고해지고 ‘너는 남자냐, 여자냐?’라는 동급생들의 질문은 일상처럼 반복됐다. 그러나 교사들은 교육이나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여자답지/남자답지 않은’ 트랜스젠더 학생들을 문제아로 낙인찍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 중 68.8%는 교사의 혐오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최희원씨는 담임선생님에게 자퇴를 ‘권유’받았고,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주먹을 휘두른 박영씨는 선생님에게 “때린 네가 잘못했다”는 질책을 받았다. 이들은 결국 학교를 떠났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 자신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는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애초에 학교가 자신을 이해할 거란 기대조차 하지 않아 벽장 속으로 숨는다. 머리 하나 기르는 것도 온갖 지적에 시달려야 하는 곳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너무 위험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출석에만 의의를 둔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던 윤슬(21세, 가명)씨의 모습을 보다 못한 부모는 먼저 자퇴 이야기를 꺼냈다. 2차 성징과 함께 성별 불쾌감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마주하는 일상적 차별과 혐오는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등교 준비를 하는 아침마다, 출석이 불릴 때마다, 화장실에 가야 할 때마다 계속해서 내가 아닌 다른 성별이길 강요되는 일에 지쳐가지만 학교 안에서 도움을 줄 만한 어른은 보이지 않는다.그렇다면 학교 밖에서는 어떨까. 저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나 지역별 학생인권교육센터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기는 하지만 외부 기관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혐오와 차별이 공고한 상황에서 아우팅을 우려하는 청소년들은 쉽사리 권리구제를 신청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입시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을 염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의 내용이 담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곳은 서울, 경기, 광주 등 총 6개 지역에 불과하다. 조례가 제정된 곳과 제정되지 않은 곳의 차이도 있지만, 앞서 권리구제 신청을 어려워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조례가 있다 한들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그렇게 이들은 오로지 주변 개개인의 ‘선의’에 기대며 홀로 견디다 결국은 포기하듯 학교를 떠난다. 저자들이 만난 8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 중 6명은 중고등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보다는 적은 비율이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1.9%는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재학 중 연령인 15~18세로 범위를 좁혀도 학업중단율은 13.6%에 이르렀다. 교육부가 매년 발표하는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설문조사와 동일한 시점인 2020년 기준 전체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중단율은 0.8%에 불과하다. 무려 17배의 차이다.커밍아웃에 등 돌린 부모, 살기 위한 노동에 뛰어드는 아이들혐오와 차별의 일상은 가정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2장은 탈가정과 함께 저임금ㆍ고강도 노동으로 내몰리는 이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저자들에게 하나같이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모들은 일단 커밍아웃을 회피하다가, ‘알겠다’고 하고는, 이내 없었던 일처럼 무시한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트랜스젠더 중 약 70%가 부모에게 커밍아웃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도 지난한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이나 친구들도 모자라 부모에게까지 자신을 부정당하고 싶지 않은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숨긴다.커밍아웃이든 아우팅이든 성정체성을 알게 된 가족은 대개 그 사실 자체를 모른 체하거나(55.2%) 대화를 단절(40.5%)했다.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44.8%나 됐고, 원하는 성별 표현을 저지당한 경우도 40.5%로 높게 나타났다. 박도윤씨처럼 ‘남자 귀신’을 떼어낸다는 굿판에 끌려가는 식으로 전환치료를 강요당하거나(15.5%), 경제적 지원을 끊는 경우(13.8%)도 적지 않았다. 12.9%는 신체적 폭력까지도 겪어야 했다.탈가정은 자신을 부정하는 가족의 폭력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15세~18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 중 무려 62.1%가 탈가정을 고민했고, 12.2%는 이를 실행했다. 법적 성인이 되면 실행에 옮기는 비율은 더 높아진다. 19~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중 75.9%는 탈가정을 고민했고, 41.7%는 가정을 떠났다. 이들은 평균 16세의 나이에 자유를 찾기 위해(65.5%),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49.1%), 성정체성에 따른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45.5%) 이미 그 의미가 없어져버린 가정이란 울타리를 넘었다.가정을 떠난 아이들은 어떤 삶을 이어가게 될까. 정서적ㆍ경제적 지원이 모두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쉼터를 찾기도 하지만 이곳 역시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되어 있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여자애들만 받는 쉼터도 많고, 퀴어 프렌들리한[성소수자 친화적인] 선생님을 만날 가능성도 거의 없으니까요”라는 신동휘씨의 말은 탈가정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처하는 암담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탈가정한 청소년 트랜스젠더 대부분(72.7%)이 지인이나 친구의 집으로 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생계와 호르몬치료 등 의료적 트랜지션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뛰어들지만 청소년이자 트랜스젠더인 이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거의 없다. “청소년이라고 잘 뽑아주지도 않는데 트랜스젠더는 성별까지 애매모호해 보이잖아요. 법적 성별이 여성이니까 서비스직이면 ‘여성다움’을 원하고요. 그러니까 힘든 일을 할 수밖에요.” 그렇게 동휘씨는 공장과 물류센터, 택배 상하차 일용직을 전전했다. 이처럼 이들의 노동은 저임금, 고강도, 불안정, 차별 속에서 위태롭게 이어진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른 성별이 기재된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고 나면 일자리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일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들이 만난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의 한 활동가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이들에게 아무런 지원도 없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라’고 말만 하는 건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유예되는 꿈, 강요되는 인고의 시간생계도 생계지만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더 일찍 노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건 호르몬치료 등 의료적 트랜지션에 필요한 비용 때문이다. 의료적 트랜지션과 함께 많은 트랜스젠더가 삶의 기반을 위해 최소한으로 시도하게 되는 일은 주민등록증 등 공부상 기재되는 성별을 정정하는 것이다. 이는 행정상 요구되는 성별을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과 일치시키는 일로,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데 문제가 되는 특정 사항을 바로잡는 일과 같다.하지만 성별정정은 그야말로 인고의 연속이다. 3장은 한국 법원이 성별정정 신청을 어떤 기준으로 허가하거나 기각하는지를 이야기하며 그 문제점을 다룬다. 성별정정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법적으로 명시된 조건은 없다. 성별정정 신청 사건을 맡은 판사들은 법원 내부적으로 마련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라는 이름의 예규를 참고하여 재량적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지침의 핵심적인 문제는 ‘미성년자가 아닐 것’이라는 요건과, 자궁 적출, 생식기 수술 등 당사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의료적 조치를 부당하게 강제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경우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자기결정권을 또다시 억압당하는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여자보다 더 여자답기를, 남자보다 더 남자답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당연히 이성애자’일 것을 전제하는 판사들의 편견도 문제적으로 작용한다. 현실적으로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성별정정을 시도할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삶의 기반은 그렇게 유예된다.저자들은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실제 병원에서 트랜스젠더를 만나는 의료인 및 성별정정 항소심을 진행하는 변호사들 및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나아가 유의미한 국내 판례들과 과거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에서 불임 수술을 강제했던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비극적 역사를 성찰하고 폐기했는지를 직접 취재했다. 이를 통해 성별정정 과정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드러내고 그 심각성을 뚜렷하게 전달한다.서로의 행운이 되어준 사람들, 청소년 트랜스젠더와 앨라이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 이 책은 어딘가에서 이들의 곁에 있을 개개인들이 당장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알려준다.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그들 곁을 지킨 앨라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저자들은 4장에서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곁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과 책임에 주목한다. 박영씨의 ‘영원한 담임선생님’ 신미경씨, 김신엽씨의 싸움을 외롭지 않게 해준 친구 하예림씨, ‘아들’인 줄 알았던 아이가 ‘딸’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신 역시 온갖 감정의 격랑을 겪은 김수현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또한 부모로부터 한 인간으로서의 존중을 요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며 계속해서 먼저 손을 내미는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아울러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의 학교 및 기관이 어떻게 앨라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도 빼놓지 않았다. 외모나 목소리로 성별을 판단하지 않는 것, 법적 성별이 아닌 스스로가 정체화하는 성별을 묻고 이를 존중하는 것, 성중립화장실 등 성별 이분법적이지 않은 공간을 구성하는 것, 성소수자 학생들이 불안이나 괴롭힘에 시달리느라 학습을 뒤로하지 않도록 제도적 대책을 시행하는 것 등 청소년 트랜스젠더/성소수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를 시행하고 있는 해외 사례는 한국의 문제적 현실과 대비되며 어떻게 실질적으로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태어난 대로 살라”는 말이 존중과 지지의 의미로 거듭날 때마지막 5장은 현존하는 그 어떤 국가 통계도 트랜스젠더/성소수자의 인구규모를 추산하지 않아 존재 자체가 가려지고 있는 문제점과 함께, 성별 이분법을 벗어난 ‘제3의 성’인 논바이너리까지도 법적으로 인정하는 해외와 달리 차별금지법조차 제정되지 않고 있는 한국사회 제도적 퇴행을 지적하며 변화를 촉구한다. 저자들은 2021년 차별금지법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사회적 합의’의 실체를 ‘보수 개신교계의 혐오’로 명확하게 드러낸다. 저자들이 분석한 바로, 차별상황을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법적 기반의 마련인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미 많은 시민이 바라는 미래다. 문제는 정치가 이러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방관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방관이 이어지는 동안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은 고스란히 혐오와 차별에 노출되었다. 학교와 가정을 떠나고, 자신을 숨기고, 지난한 성별정정을 위해 일찍부터 노동에 뛰어들며 법정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원하지도 않는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누군가의 청소년기는 바로 그러한 혐오와 차별이 만든 것이다. 저자들은 더 이상의 방관을 멈추고 정치와 동료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한다. 막연한 상상과 무지로 혐오와 차별에 동조했더라도 기꺼이 앨라이로, 동료 시민으로 함께하는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여자/남자라는 이분법의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는 사회를, “태어난 대로 살라”는 말이 폭력이 아닌 존중과 지지의 의미로 거듭나기를 이 책은 염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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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설이는 사랑 - 케이팝 아이돌 논란과 매혹의 공론장 (커버이미지)
    [사회]망설이는 사랑 - 케이팝 아이돌 논란과 매혹의 공론장
    • 안희제 지음
    • 오월의봄
    • 2023-12-27

    헤맴과 망설임의 난기류가 만들어내는 매혹의 공론장관심경제와 ‘논란의 네트워크’ 틈새에서 피어나는 팬심, 자신만의 방식으로 윤리적 분투를 이어가는 팬들의 이야기를 듣다‘논란’은 어떻게 유행이 되는가? 온갖 논란을 유행처럼 소비하는 온라인 공론장의 구조를 파고드는 정교한 문화비평서이자 문화기술지. 저자는 논란에 가장 취약한 존재인 케이팝 아이돌 아티스트에 초점을 맞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공론장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학교폭력, 갑질, 성폭력, 인권 의식부터 역사 인식, 인성 등에 이르기까지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모든 사건이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의 네트워크 안에서 어떻게 하나의 ‘논란’으로서 조직적으로 생산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곧 화폐가 되는 이 새로운 경제 체제에서 논란은 특정 종류의 관심을 생산하고 그와 결부된 대중 및 공론장을 구성한다. 그러면서도 《망설이는 사랑》은 온라인 공론장의 문제를 다루는 여느 책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하고도 참신한 궤적을 그리며 나아간다. ‘망설이고 주춤하는 팬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대화를 통해 그 공론장 내부에서 형성되는 거대한 폭력의 네트워크를 꿰뚫기 때문이다. 이때 망설임이란, 논란의 중심에 선 아티스트의 팬으로서 혼란과 고통을 경험하지만 그 무분별한 폭력에 가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찾고 윤리적 분투를 벌이는 태도를 가리킨다. 팬, 특히 아이돌 팬들은 언제나 비합리적이고 무지하다는 혐오와 편견에 둘러싸여 있지만 저자가 만난 팬들은 우리에게 그와 전혀 다른 경로를, 즉 팬심과 덕질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중-팬-사이버렉카-언론-알고리즘-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의 행위자가 결합하는 무분별한 논란과 폭력의 네트워크 내지는 캔슬 컬처에 가담하지 않고 망설이는 팬들을 통해 우리는 ‘가해자 감별’과 ‘무조건적 퇴출’을 넘어서는 논의/사유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 이들의 윤리적 실천이 어떻게 좀 더 나은 온라인 공론장 문화를 상상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지 살펴보자. 논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이들: 팬 그리고 팬심에 대하여흔히 팬심과 덕질은 어떤 개인의 자율적 선택에 따른 행위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책은 팬심이라는 마음을 바라거나 선택하지 않아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사건 혹은 상황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해석은 팬이라는 정체성을 소비 행위나 팬덤이라는 집단에 대한 강한 소속감에 근거해 규정짓지 않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덕질이란 팬심이라는 상황에 내던져진 이들이 자신에게 찾아온 당혹스러운 행복을 다루기 위해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천에 가까우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 자체를 새롭게 조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처럼 저자는 팬에 대한 여느 혐오 어린 시선을 답습하며 팬을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소비) 행위자로 낙인찍지 않고자 하며, 따라서 이들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영향들에도 주의를 기울인다.그런 점에서 논란은 팬심과 덕질의 사회적이고도 윤리적인 측면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된다. ‘최애 멤버’의 논란은 팬들에게 죄책감을 안김으로써 덕질을 윤리적인 고민을 수반하는 행위로 변모시킨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자신이 알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낼 때”, “특히 폭력적인 언행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때”, 논란은 거대한 사건이 되며 덕질의 근간이 되는 팬심 자체를 뒤흔들게 된다. 그렇다면 팬들은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까? 다양한 대응 방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이 관심을 두는 이들은 판단을 보류하거나 계속해서 수정하고 갱신함으로써 쉬이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팬이다. 신속한 판단을 거쳐 아티스트의 곁을 떠나는 이들과 다르게 그 자리에 남아 헤매고 망설이는 팬들. 논란에 휩싸인 ‘클린’하지 못한 아티스트의 팬을 자임한다는 건 곧 도덕적·윤리적 오염 공유하는 일이다. 논란은 아티스트, 특히 여성 아티스트를 (유죄·무죄 여부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매장시킨다. “이때 관심경제 바깥으로 밀려난 ‘철 지난’ 이들을 계속 좋아하는 일은 유행에 뒤처지는 일이 된다. 논란은 유행이지만, 논란에 휩싸인 아티스트의 팬이 되는 것은 유행에 뒤처지는 일이다.”논란을 생산하는 네트워크: 알고리즘, 처형대, 사이버렉카 논란에 대응하는 팬에 주목하는 것만큼 중요한 작업이 또 있다. 바로 ‘논란’이라는 명칭/범주 자체에 대해 되짚어보는 일이다. 아이돌 산업에서는 갑질, 인성, 역사/인권 의식, 성추행, 학교폭력, 뒷광고, 소아성애 옹호 등 내용상 하나로 묶이기 어려운 사안들이 전부 논란으로 통칭된다. 서로 다른 이런 사건들을 ‘논란’이라는 성긴 범주 안에 포괄할 수 있는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그 해답을 우리는 다름 아닌 논란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논란을 증폭시키는 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 인터뷰에 응한 인터뷰이 중 한 명인 아메(가명)는 연예계, 특히 아이돌 산업에서 발생하는 논란이 “종류를 막론하고 그 논란의 당사자들을 거의 매장하는 방식으로, 사건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당사자들의 인성과 노력을 깎아내리거나 성희롱을 일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당사자를 비난하는 프레임 속에서 논란이 된 행동 자체와 사건의 진실은 관심의 영역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돌 논란은 어떻게 생산될까? 아이돌 논란은 대개 ‘인성 논란’으로 수렴되는데, 아이돌의 ‘필수 덕목’으로 여겨지는 인성과 도덕성이야말로 아이돌을 논란에 취약한 존재로 만든다. 2010년께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이선웅에게 제기되기 시작한 학력 위조 혐의와 이 음모론을 중심으로 꾸려진 온라인 커뮤니티 ‘타진요’는 여러 측면에서 아이돌 논란과 궤를 같이한다. ‘네티즌 수사대’와 ‘신상 털기’로 대표되는 온라인 행동주의, 배신감에 뿌리를 둔 ‘너도 추락시키겠다’는 정서(일종의 정서적 평등주의) 등은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는 각종 논란의 핵심 요소로 보인다. 그러나 《망설이는 사랑》은 타진요 사건 때와 다른 현재의 특수한 요건에 주목한다. 대중을 계산하고 상상하는 알고리즘과 그 알고리즘이 퍼뜨리는 ‘처형대’가 바로 그것이다. 처형대의 문법은 각종 카페나 커뮤니티 같은 특정 구심점 없이도 논란을 삽시간에 확산시킨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이버렉카가 있다. 어떤 채널을 사이버렉카로 규정할 수 있는지, 단순한 ‘이슈 채널’과 사이버렉카 채널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조회수 생산용 혐오 콘텐츠물을 뉴스인 것과 같이 포장한 이슈 콘텐츠를 익명으로 작성 후 사건이 발생하면 채널을 삭제하거나 영상을 내리는 등의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이 사이버렉카 채널에 대한 통상의 설명이다. 그중에서도 아이돌을 표적 삼는 사이버렉카들은 아이돌 아티스트의 사생활 등 무대 뒤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겠다며 유료 회원 전용 콘텐츠를 통해 팬들의 호기심과 욕망을 자극한다. 호기심과 욕망에서 비롯되는 특정 행위들은 논란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대주며 폭력적인 네트워크와 접속한다.‘너 같은 아이들이 사랑받으면 안 되지’: 처형대를 작동시키는 ‘도덕주의’와 ‘사랑의 자격론’ 더욱더 의미심장한 것은 사이버렉카가 아이돌 산업이 성공하는 지점에서 이익을 취한다는 사실이다. 팬 중에서는 사이버렉카를 구독하지 않는 이가 더 많겠지만, 어떤 이에게 사이버렉카 구독은 덕질의 연장선상에 있는 행위일 수도 있다. 물론 단순히 어떤 영상의 조회수와 그 조회수가 누구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지를 기준으로 팬과 (팬이 아닌) 대중을 가르기란 어렵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관심의 ‘양’이 아닌 ‘질적 측면’이다. 같은 영상을 본다 하더라도 사람들들마다 입장과 감정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팬들의 댓글에서 불안이나 좌절, 혹은 분노와 같은 감정이 주로 드러나는 것과 달리, 팬이 아닌 이들의 댓글은 옳고 그름, 즉 도덕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팬과 대중의 차이는 해당 영상/콘텐츠를 보는 이유, 방식, 보면서 느끼는 감정에 있다. 즉 아이돌 사이버렉카는 아이돌 사이버렉카는 가십을 즐기는 대중, 자기 최애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불안한 팬들, 유튜브라는 영상 중심 플랫폼, 관심경제가 결합해 작동하는 하나의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전체공개용 콘텐츠와 회원 전용 콘텐츠를 분화해 대중과 팬들의 관심을 모두 얻어내며 관심경제 안에서 수익 경로를 안정적으로 다원화한다. 여기서 (아이돌) 처형대란 특정 아이돌 아티스트를 비난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영상을 말하며, 주로 비난조의 제목과 그에 상응하는 아이돌의 영상을 배치하거나 해당 아이돌의 논란을 요약 및 정리하는 형식을 띤다. 사이버렉카에 의해 세워지는 처형대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얻는다. 그렇다면 처형대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형대가 성행하는 데는 대중의 ‘집단적 도덕주의’라는 배경이 존재한다. 결국 처형대는 집단적 도덕주의가 발현될 수 있는 토양인 셈이다. 공적 담론 안에서 자신의 도덕적 자질을 과시함으로써 인정받고자 하는 행동 패턴은 온라인 공론장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는 온라인 공론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그랜드스탠딩grandstanding’의 한 가지 사례로도 거론될 수 있다. 그랜드스탠더는 각종 논란 안에서 자신을 ‘대중’이라는 이름의 ‘옳은 편’으로 규정함으로써 타인들의 인정을 받고자 하며, 그런 인정을 획득하기 위해 논란 속 팬들과 아티스트에게 과도한 비난을 쏟아낸다.이때 공론장을 지배하는 것은 감정과 믿음이지, 이성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무엇이 이성적인 판단인지보다 ‘도덕적인 것’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느끼는 감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관심이다. 여기서 도덕적인 것은 ‘행복할 자격’,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대중에 의해 판단되고 상상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렇게 얻는 관심은 다시금 그 감정과 믿음을 강화한다. 관심과 감정 혹은 관심과 믿음이 서로를 강화하며 증폭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도덕 혹은 ‘도덕적인 것’에 대한 특정한 형태의 상상, 이를테면 ‘정의 구현’으로서의 사이버불링을 촉진한다.특히 아이돌 아티스트는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훌륭한 인성까지 갖추고, 무대 뒤 일상의 모습까지 철저히 상품화해야 하는 여건에 놓여 있다. ‘무대 위’ 모습과 ‘무대 뒤’ 모습의 차이(‘갭’, ‘온도차’)를 통해 인격 혹은 인성까지 하나의 매력 상품으로 구성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이돌 아티스트의 논란은 학교폭력이든, 갑질이든, 성폭력이든, 심지어는 실력의 문제마저 모조리 ‘인성 논란’으로 치환된다. 사실 인성과 도덕성은 단순한 고발만으로도 훼손되기 쉬운 가치로, 아티스트는 인성과 관련한 논란이 생길 때 비난받기 쉬운 위치에 놓인다. 더불어 이들은 언제나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등의 감정노동을 요구받기도 한다. ‘대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수배 문화와 비난의 기술사랑의 자격론이 아티스트에 대한 여론에서 드러나는 어떤 태도와 연관된다면, 수배의 기술은 그 태도가 온라인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양상을 포착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사랑의 자격론은 ‘수배 문화’와 ‘비난의 기술’이라는 두 실천의 결합을 통해 실현된다. 가출 청소년의 폭력 하위문화에서 비롯된 언어인 수배 문화는 “세상의 지배적인 질서에서 자신을 규정할 만한 공간을 박탈당한 이들”이 폭력으로 힘과 의미, 그리고 인정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자신들이 어떠한 것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권위를 경험하고 확인하는 장”이 된다.수배 문화는 아이돌 논란을 둘러싼 장 안에서 ‘좌표 찍기’의 방식으로 재구성된다. 쯔양이나 한혜연과 같이 유튜브 뒷광고 논란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캔슬 컬처cancel culture와 자작곡 <제제>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두고 발생한 아이유/이지은 논란의 흐름은 연예인, 특히 젊은 여성 연예인이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괘씸한 양가적 존재가 되어 잉여 문화의 비난 대상이 되는 과정을 선명히 보여준다. 잉여들이 그런 식의 비난을 가하는 이유는 지금의 경쟁 체제에서 자신을 패배자로 규정하기 때문이며, 바로 그 점에서 비난은 수배와 유사한 구조를 띤다. 특히 학교폭력 논란에서 수배와 비난은 이들이 자신이 학교폭력 사건의 2차 가해자가 아님을 표명해 스스로가 사회의 도덕을 얼마나 잘 체화하고 있는지 뽐냄으로써 도덕적으로 인정받고자 수행하는 일종의 그랜드스탠딩이기도 하다. 이때 좌표를 찍는 이들은 자신을 당연하게 ‘대중’이라 여기는 이들과 대중의 비난을 피해 ‘정상적인 팬’을 자임하는 팬들이다. 이들은 망설이고 머뭇거리며 조금이라도 다른 진실을 찾아보려는 팬들을 찾아내 ‘○○시녀’, ‘무지성 팬’이라는 ‘좌표를 찍는다’. 이를테면 걸그룹 여자아이들 멤버였던 수진/서수진의 학교폭력 논란에서 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팬들이나 그에 대한 폭로가 거짓인 이유를 찾는 팬들은 ‘수진시녀’라는 멸칭, 나아가 그를 지지하는 팬들이 사용하는 트위터 해시태그(‘#수진아먹었다’)는 그 자체로 팬들을 찾아내 비난하는 좌표가 되었다. 이렇듯 아이돌 논란 안에서 아티스트와 팬들이 공유하던 해시태그는 일종의 수배 전단지로 변모하게 되고, 수배의 내용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해당 해시태그나 링크로 찾아가 집단 린치를 가하기도 한다. 여기서 저자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중’이라는 범주/언어에 대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비난이 사회를 만들고 보호하는 도구가 되는 시대, 즉 강력한 ‘공공의 적’을 만들어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 공론장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믿음이 성행하는 시대에 비난의 기술은 그 자체로 상이한 개인들을 대중이라는 단일 범주로 구성해내는 경로가 된다. “비난은 자기 스스로 대중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감각과 동시에 자신이 공적 영역에 참여하고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시민들은 국가에 의해 정의된 ‘건강한 사회’와 상상된 공론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중이 됨으로써, 마치 대중이라는 것이 이미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로써 탄생하는 것은 정화된purified 공론장이며, 여기서 비난은 개인이 자신 혹은 타인을 환영의phantasmal 대중으로 구성해내는 직접적인 경로가 된다.”망설임이라는 윤리적 분투: 팬심과 사랑의 정치적 가능성 이제 다시, 논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쓸쓸히 남게 된 팬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망설이는 사랑》은 대부분의 이들이 떠난 빈자리에 남은 이 팬들의 존재로 시작하고, 또 끝을 맺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논란의 진위가 정확히 판명되지 않아서, 그러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사건의 가해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떠날 수조차 없는 팬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결코 ‘팬덤’에 대한 책이 아니다. 단일한 정체성과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고 상정되는 집합체인 팬덤으로 미처 다 흡수되거나 포괄될 수 없는 개별 팬들의 치열한 윤리적 실천을 발견해나가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팬‘들’을 무조건 팬덤으로 환원하는 관점은 지배적인 여론만을 재생산하면서 주변화된 팬들을 이중으로 삭제할 위험이 있다.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은 팬덤에서 벌어지는 일들보다는 팬덤,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대중, 알고리즘 등의 네트워크 안에서 솟아나지만, 온라인상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팬들의 마음과 그것과 관련된 사회의 단면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어떤 태도의 문제다.” (논란에 대한) 팬덤 내부의 지배적 판단과 견해에서 이탈해 판단과 결정을 미루고 망설이는 팬들은 사법적 판단에 기대는 대신 더욱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옳고 그름의 기준을 질문하고, 수많은 타자들을 고려하며 그들이 던지는 윤리적 질문 앞에서 헤맨다. 그 헤맴과 망설임이 관심경제가 주도하는 폭력적인 네트워크에 제동을 걸며 논란을 논란으로 소비하지 않는 다른 사유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이 책이 개별 팬들의 이야기에서 건져 올린 통찰이다. 이들의 성찰성은 소셜미디어와 관심경제의 자장 안에서 만들어지는 온라인 공론장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흔히 팬들, 특히 아이돌 팬들은 ‘매혹’에 따라 움직이는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존재로 치부되곤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지지자를 소환하는 프레임으로 강력하게 부상한 ‘팬덤 정치’ 역시 ‘무지성 팬덤’과 ‘합리적 대중’이라는 이분법에 기댄다. “팬덤은 대부분 여성이며 여성은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이라는 편견의 순환 안에서 탄생”한 이런 시선은 마치 팬 혹은 팬덤으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하고 합리적인 상태가 존재하는 것처럼 전제한다. 그러나 “사실 공론장의 원리는 재미, 사랑, 죄책감이 뒤섞인, 관계와 대화를 형성하고 지속해내는 불순한 원동력”이며, 팬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항상 무언가에 매혹되어 있으며, 그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좌절이 좌절로 끝나지 않고 윤리적 분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을 메우는 여러 인터뷰이들, 즉 논란을 경험한 팬들은 아티스트를 마음에 안 들면 치워버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체로 복잡하고 고유한 인간으로 대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이를 위해 윤리적 고민들을 놓지 않았다.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사랑일까? 성적 대상화, 여성혐오, 열악한 노동 조건, 팬과 소속사의 착취, 건강 문제 등 아이돌 산업에 얽힌 모든 문제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매혹과 애정에 대한 책임감을 다하고, 때로는 죄책감과 수치심마저 떠안는 이들이 다름 아닌 팬들이라는 점은 이들의 팬심이 더 나은 온라인 공론장을 꾸리는 구체적인 실천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바로 이 지점에 팬심과 덕질의 정치적 가능성이 있다. “사랑이 흔들리면서도 끊어지지는 않는 순간에, 집요하고도 혼란스러운 어떤 찬란함이 고개를 든다. (……) 무언가를 사랑하고 기다리는 일이란 망설일 틈을 주지 않는 세상에서 망설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었다. 논란을 계속해서 생산해내는 네트워크 속에서 관심과 정동의 속도에 뒤처지는 경험은 그 속도에 저항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를 가능성으로서의 감수능력으로 변모한다. 그렇게 덕질과 팬심은 논란 안에서 재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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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 우리 아이는 왜 아프게 태어났을까, 그 물음의 답을 찾다 (커버이미지)
    [사회]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 우리 아이는 왜 아프게 태어났을까, 그 물음의 답을 찾다
    • 희정 지음, 반올림 기획
    • 오월의봄
    • 2023-12-27

    “나는 왜 아프게 태어났어?”반도체 산업의 2세 질환 직업병 문제그동안 문제가 되지 못했던 문제, “이제 그 답을 하려 합니다”문제가 되지 못한 문제들 우리는 스물셋의 나이로 사망한 황유미씨를 기억하고 있다. 2007년, 황유미씨는 택시 뒷좌석에서 숨을 거뒀다. 택시 운전사인 그의 아버지와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병명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1년 8개월간 생산직 오퍼레이터(삼성은 반도체 공장의 생산직 여성 노동자를 ‘오퍼레이터’라고 부른다)로 일하다 병에 걸렸고 2007년 스물셋의 나이로 사망했다. 황유미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제기한 인물이었다. 그 뒤 지난한 투쟁이 이어졌다. 2014년 서울고법에서 황유미씨가 산재로 사망했다는 걸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황유미씨가 사망한 지 7년 만이었다. 반올림은 2015년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직업병 인정과 보상을 요구하며 1,023일 동안 농성을 했다. 그리고 2018년 드디어 삼성으로부터 사과와 보상을 약속받았다. 반도체 직업병 인정 싸움의 큰 성과였다. 그 뒤 반도체 전·현직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질환 보상 제도가 마련되었고, 2022년 2월 현재까지 87명의 반도체 전·현직 근무자가 직업병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걸로 끝일까? 직업병임을 인정받았고, 보상도 받았으니 끝난 것일까? 이 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바로 직업병의 피해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자녀들에게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녀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과 방사선에 노출됐다. 이들이 수정란, 정자, 태아와 같은 상태로 존재할 때 일어난 일이었다.”(8쪽) 선천성 식도폐쇄, 콩팥무발생증, 방광요관역류, IgA신증…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얻은 질병 목록이다. 대장을 다 들어낸 아이도 있었다. 왜 아이들은 아프게 태어났을까? 그때는 다른 현안 때문에 ‘문제’가 되지 못했던 ‘문제’들. ‘문제’였지만 ‘문제’로 만들지 못했던 ‘문제’들. 바로 반도체 산업의 생식독성과 2세 질환 직업병 문제다. 이 책은 이 문제를 지금 이 세상에 드러낸다. “더는 뒤늦지 않기 위해 ‘문제가 되지 못했던 문제’들을 되짚으려 한다.”(13쪽) “나는 왜 아프게 태어났어?”라는 아이의 질문에 이제 답을 하려 한다. 2세 질환 직업병 문제,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처음 시작부터 이 문제가 있었어요.” 사실 반도체 노동자들의 생식독성과 2세 질환 직업병 문제는 계속 현안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임신 중에 아이를 잃은 노동자가 있었고, 난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노동자도 있었다. 생리통과 생리불순은 너무 흔해서 큰 문제로 여기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아픈 아이를 낳은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독자적인 이슈가 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 문제가 ‘젠더 문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반올림에 제보한 노동자들은 ‘가족이 몰랐으면 한다, 시댁이 몰랐으면 한다’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저는 생식독성 문제가 공론화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젠더 이슈이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한국사회에서 ‘기형아’를 출산하면 부모가, 특히 엄마가 엄청난 부채감에 시달리잖아요. ‘내가 임신 때 무슨 약을 먹은 게 문제였나. 내가 담배를 피운 게 문제인가.’ 오만가지 죄책감에 시달린단 말이에요. 이 사회적 규범 자체가 여성들을 옭아매고 있는 거지요.”(151쪽)그렇다면 어떻게 생식독성과 2세 질환 직업병 문제를 ‘문제’로 만들 것인가? 이 책은 이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연구자, 의료·법률 종사자, 그리고 반올림 활동가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문제로 만들어왔다. 이 문제는 한국사회가 함께 다뤄야 할 노동권 문제이자, 인권 문제라는 것, 더 나아가 여성 노동자의 임신과 출산, 건강권 문제이고, 질환과 장애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 그리고 한국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문제라는 것. 이렇게 이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사람들은 2세 질환 직업병 문제가 이 사회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도체 직업병이 삼성의 주장처럼 허언이나 괴담이 아닌 진실이었던 것처럼, 2세 질환 직업병 문제도 이 사회의 상식으로 만들어보자는 의지의 표현이다.그리고 이 책을 쓴 기록노동자 희정. 그 또한 이 문제를 널리 알려온 사람 중 한 명이다. 희정은 2011년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이란 책을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죽거나 병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쓴 바 있다. 그 책이 나온 지 11년이 되었다. 당시 희정이 만난 이들은 어느새 중년이 되어 있었다. 희정이 익히 알고 있던 그 일터의 그 노동자들. 희정은 이들이 겪고 있는 생식독성과 2세 질환 문제를 기록하며 이 문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는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희정 작가의 시선과 통찰력은 더욱 깊고 넓어졌다. ‘살아가고 싸우고 견뎌내는 일을’ 기록하는 희정 작가의 진실된 글쓰기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끝난 문제는 없다, 시작일 뿐2021년 5월, 이혜주(12년 근무), 정미선(8년 근무), 김수정(20년 근무)은 정식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급여 수급인은 모두 자녀들이었다. 자녀들에게 일어난 손상이 자신이 일했던 회사의 근무환경과 연관이 있다며, 그에 따른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세 사람 모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오래 일했고,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생식독성물질에 노출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은 태어나자마자 아팠다. 이들이 산재 신청을 할 당시까지만 해도 ‘태아산재법’이 통과되기 전이었다. 즉 자녀는 산재요양급여 수급권자가 될 수 없었다. 당시 법은 ‘근로자’와 그 유족만 산재요양급여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고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산재 신청은 승산이 없는 싸움이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대법원이 제주의료원 소속 간호사의 2세 질환이 직업병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자 양상은 바뀌었다. 그리고 2021년 일명 태아산재법이 통과되었다(어머니 측의 태아산재만 인정하고 아버지 측의 태아산재는 배제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드디어 부모의 업무환경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건강손상을 입은 자녀가 수급권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여전히 현행법에 요양급여 지급 규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의 병이 직업병 때문이라는 판결은 났지만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아직 산재 보상을 받지 못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10년간 법정 투쟁 끝에 이룬 것이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았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2세 질환 직업병 인정 투쟁도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의 기대와 다르게 개정안을 통해 당사자들이 얻은 것은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는 권한’뿐이었다. 판결을 기다린 간호사들도, 반도체 2세 질환 직업병 피해자들도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끝난 문제는 없다. 시작일 뿐이다.”(167쪽) 태어나자마자 아픈 아이,고통을 감내하는 사람들아이가 태어나기 직전까지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 클린룸에서 일했던 이혜주씨는 아들이 아프게 태어났다는 것을 첫 수유를 하자마자 알게 되었다. 아이가 모유를 삼키지 못하고 다 게워냈던 것이다. 수술 후 아이는 신장 한쪽이 없다는 판정과 함께 선천성 식도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밥을 먹다가 호흡곤란이 오는 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병이다. 음식물이 식도에 걸리면 아이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어서 빼내야 한다. 이 때문인지 아이는 자주 아팠다. 무슨 병인지도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이혜주씨는 엄마로서 아이를 챙겨야 했다. “엄마가 돼서 여태 몰랐다니” 하는 자책과 함께. “애 키우는 거 너무 힘들어요, 사실.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키우면서 힘이 드니까. 계속 제가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괜히 제 잘못 같고.” 이혜주씨는 아이가 왜 아픈지 늘 궁금했다. 반올림을 만나면서 아이가 직업병 때문에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걸 잘 알면서도 산재 신청을 하겠다고 나섰다. “저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계신 분들도 많을 텐데. 한 사람이라도 보태야죠. 여러 사람이 하면 좋지 않나요?”(36쪽)삼성반도체에서 20년간 일한 김수정씨는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을 임신 4개월 차에 알았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던 날 의사가 아이의 신장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각종 검사를 받아야 했고, 원인 모를 병에 시달렸다. 김수정씨는 아이가 왜 아픈지 그 원인을 알고 싶었다. 원인은 고사하고 아들의 병명을 알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개복까지 해서 얻은 병명은 콩팥무발생증과 방광요관역류증, 그리고 IgA신증. 신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IgA신증은 10만 명 중 2명이 걸린다는 희귀질환이었다. 왜 아들은 이런 병을 안고 태어났을까? 김수정씨는 이제 그 답을 알고 있다. 아들이 어렸을 적 “나는 왜 아프게 태어났어?”라고 묻던 말에 답을 하기 위해 산재 신청을 하게 되었다.정미선씨는 삼성반도체 온양사업장 1기 사원이다. 1991년에 입사해 1998년 퇴사했다. 퇴사할 당시 그는 임신 중이었다. 태어난 지 3일째 되는 날부터 아이는 아팠다. 선천성 거대결장. 아이의 대장은 이미 기능을 하지 못했다. 결국 아이의 대장을 다 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아이뿐만 아니라 정미선씨 자신도 병을 얻었다. 2010년 갑상선암 진단, 2011년 류머티즘 진단, 2013년 뇌전증 발병, 2014년 자궁경부 이형성증 진단. 그는 산재 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그의 질병이 업무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런 병을 앓으면서도 그는 자신 때문에 아들이 아픈 거라며 부채감을 느끼며 살았다. “나 때문이라는 생각을 안 해봤거든요. 처음에는 신랑한테도 말을 못 했어요.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혼자 속으로만 삭이고. 어떻게 할 줄을 모르겠더라구요. 진짜 그 마음은 아무도 모를 거예요.”(85쪽) 그는 2015년 5월, 산재 신청을 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아니라 아들이 수급자였다.생식독성물질을 누가 알까?“기업은 알려주지 않는다”생식독성물질은 여성, 남성의 생식기관에 손상을 일으킨다. 이런 물질에 노출되면 유산·난임, 선천성 질환을 지닌 자녀를 낳을 가능성이 커진다. 생식독성물질에 노출된 가임기 여성은 국내에 최소 10만 명. 이들 대부분이 생식독성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쓴다. 즉 생식독성물질이 무엇인지 노동자 대부분은 잘 알 수가 없다. 그만큼 국가와 기업이 그 정보를 숨기고, 잘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다.산재 신청을 한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삼성이라는 회사를 너무 좋아하고 믿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일한 직장이 위험하다는 걸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왜 의심하지 않았을까? “왜 몰랐나. 스스로 찾은 답은 이것이었다. 너무 어려서. 첫 직장 생활이라. 의심하기에는 너무 큰 회사여서. 사원을 ‘가족’이라 말하는 회사였고, 일이 많고 분주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회사였다. 반도체 기업의 오퍼레이터 입사 나이는 대체로 열아홉. 고3 여름방학이 지나 타지로 와서 3주간의 신입 교육을 받은 후 근무지로 배치됐다.”(117쪽) 그들의 나이는 대체로 열아홉, 스무 살. 그 누가 자신이 일하는 곳에 유해물질이 가득하다는 걸 의심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삼성이라는 대기업에.게다가 삼성은 1999년 기흥사업장이 최고 안전 사업장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무재해 세계 기록을 보유한 그 사업장에서 지금까지 직업병 산재 판정을 받은 이는 27명이고, 이 중 12명이 세상을 떠났다. 또 삼성은 고졸의 말단 생산직 오퍼레이터 여성 노동자들에겐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유해물질을 채워 넣고 닦고 뒤처리하는 사람은 모두 오퍼레이터들인데도. “기업은 모를 만한 사람을 뽑아 일을 시키고, 알아도 어찌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고, 알면서도 모른 척하도록 길들인다. 기업은 일하는 사람의 무지를 조장하는 수많은 장치를 가졌다. 장치는 작동했고, 사람들은 그 장치 위에서 성실히 일했다.”(122~123쪽)오퍼레이터 또는 여자 일자리이 책은 소위 말하는 ‘여자 일자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반도체 나와서 현실을 깨우쳤죠. 반도체에서 일하던 거는 나가서 써먹을 데가 없어요.”(24쪽)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퍼레이터로 입사해 결혼하고 임신을 하면 퇴사하는 게 정해져 있는 길이었다. “갓 스물이 된 오퍼레이터들이 전자·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7~8년이 되면 자의 반 타의 반 퇴사하며 사라졌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일이며, 전자산업에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경력단절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시간은 분절되고, 이것은 다시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자를 만들어낸다. 자본은 끊임없이 생애주기를 조각낸다.”(201쪽) 임신을 해도 퇴사하지 않았던 김수정씨 같은 사람도 회사의 ‘명예퇴직’ 권유에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그 뒤로 ‘여자 일자리’를 전전해야 했다. ‘여자 일자리’란 대게 비정규직, 하청·외주·파견업체 직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반도체 회사를 그만둔 오퍼레이터들도 이런 일자리를 옮겨 다닐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것은 경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일반 여성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책은 이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자세히 전한다. 여성이라서 임금을 남성보다 적게 받고, 그것도 수십 년째 여성의 월급이 남성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것. 한국사회는 임신한 여성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지극히 드물며, 그래서 여성은 남성보다 근속연수가 짧을 수밖에 없다는 것. 책은 이렇게 ‘여성이라서’라는 이유 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현실들을 낱낱이 지적한다. 또한 업무상 재해의 판단 기준이 남성 노동자 중심의 산업에서 발생하는 산재를 중심으로 한 게 많아서, 여성 노동자의 직업병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전한다. 어린 소녀들이 오퍼레이터로 만들어지는 과정도 자세히 살핀다. 우리 모두 이 생산직 오퍼레이터들을 ‘착하고 모범생이었던 누군가의 딸’로 기억하고 있진 않았는지 묻는다. “젊은 여성을 클린룸에 유폐하고 ‘근면하고 순한’ 노동자로 통제한 것은 기업과 가정의 무의식적인 공모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공동체가 여성을, 아니 자원 없는 여성들을 ‘오퍼레이터로 태어나게’ 한 것은 아닐까.”(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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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치미디어
    • 2023-12-27

    “왜 저러지?” “뭘 하려고 하는 거지?”도무지 알 수 없는 윤석열표 대한민국,이제 명쾌하게 보여드립니다“그래, 정권이 바뀐다고 나라가 망하기야 하겠어.” 2022년 5월 10일 이전까지는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몇 년 전 문재인 정부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가 시스템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 이들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고 문 정부를 조롱했었지만 그 조롱이 얼마나 한가로운 일이었는지 이제 잘 알게 되었습니다.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경험’이 아니라 아예 ‘한번도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나라’입니다. 무엇보다 이제 대한민국은 법정국가(法廷國家)가 되었습니다. 칼(劍)을 든 선비(士)들이 국가 통치행위 전반을 의문시하고 기어이 기소하는 나라입니다. 그만큼 검사(檢事)공화국, 검찰(檢察)공화국이 되었고, 그래서 이제 뭐든 실행하기 전에 검사에게 검사(檢査)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자조적인 말들이 횡행한다 합니다.그리고 안팎으로 부끄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실수였다, 송구하다고 하면 될 일을 ‘바이든’과 ‘날리면’의 전 국민 듣기평가를 하게 만드는 나라. 경솔하게 발언한 ‘이란 주적설’로 없어도 될 외교 갈등을 일부러 만드는 나라. 국익 국익… 하면서 정작 일본과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다 퍼주는 나라. 외국 정보기관이 도감청을 해도 제 국민 탓을 하는 나라. 외국 미디어들이 요승(妖僧)에 이끌리는 나라라고 조롱해도 반박 기사 하나 못내는 나라.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RE100으로 면박 받은 대통령의 심기를 걱정해 기업들이 미래 생존을 위한 RE100 선언을 몰래 하도록 만드는 나라. 노조와 노동자를 우습게 알고,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나라. 끝도 없이 이어질 윤석열 정부 치하 격동의 대한민국 1년사 그리고 남은 4년에 대한 전망을 우이독경, 교언영색, 자가당착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앞세워 풀어보려 합니다. 대한민국 격정토론, 아니 걱정토론에 초대합니다.1부 우이독경: 외교·안보쇠귀에 경 읽기,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리 가르쳐도 깨닫지 못한다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올해 예상되는 정세를 이야기하고, 이어 그동안 보여준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통해 무엇을 놓치고 또 망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떠할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외교·안보에 있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인 미국이 어떻게 움직일지 먼저 그 부분을 살펴보고, 중국과 일본에 관해 얘기할 때는 이전 정부까지 거슬러 우리 정부가 그간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함께 평가해보려 합니다.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대북 압박 기조와 함께 더 심화될 것 같습니다. 북미 대화를 위해 새로운 접근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현 제재를 유지하고, 확장억제를 말하면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대북 접근법을 유지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 대한 대응으로 이런 기조를 내세울 텐데, 이게 한편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데에도 유리한 방향이 될 것입니다.얼마 전 미국의 앤서니 블링켄 국무부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가 ‘중국 정찰 풍선’ 논란 때문에 전격 취소했습니다. 또 지난 1월 말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장관이 방한해 확장억제 강화 논의에 대해 강력하게 얘기하고 갔습니다. 오스틴 장관이 확장억제 강화 약속을 하고 돌아간 후에 바로 미국의 최첨단 비행기들이 비행하기 시작했고요. 이런 상황이 한반도 안보 환경에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언론이 제대로 분석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 없이 그저 비행기 띄우는 그림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언론 보도는 참 답답합니다.지금 상황은 역설적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세계에서 제일 좋은 최첨단 비행기를 띄우는데 북한은 무인기로 대응했습니다. 그게 우리 안보 환경에 실제로 많은 혼란을 주었고요. 안보 문제를 담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값비싼 최첨단의 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초보적인 재래식 무기에 대응하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속도가 마하 2에 레이더에도 안 잡힌다는 최첨단 비행기가 시속 100km로 비행하는 구형 무인기를 잡지 못하는 겁니다.미중 갈등은 인권이라는 가치, 민주 대 비민주라고 하는 체제, 이렇게 가치와 체제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로 심화될 것 같습니다. 동시에 이를 통해서 첨단기술 및 제조 분야에서 중국의 공급망 배제를 더욱 강하게 추진하려고 할 테고요. 그런데 첨단기술 및 제조 분야에서 미국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4대 핵심 산업을 꼽아보면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인데, 이 4대 핵심 산업에서 모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대만은 배터리와 반도체에선 경쟁력이 있지만 전기차와 바이오에선 경쟁력이 약하고, 일본도 전기차에서는 한국에 비해 밀리는 상황입니다.이런 영역에서 미국은 중국의 공급망 배제를 강하게 추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진영 간 블록화를 형성할 겁니다. 1990년대 이후 그동안 ‘비용’을 중심으로 사업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진영’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말입니다. 즉, 미국 입장에서 나와 더 친한 국가, 소위 신뢰가 있는 국가와만 같이 간다는 그런 상황입니다.2부 교언영색: 경제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민다경제 분야는 현 정권 1년 동안 보여준, 또 앞으로 예고된 경제정책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먼저 부동산 시장 정책을 다룰 텐데, 한국에서 부동산은 굉장히 민감하고 또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중요한 이유는 개인 가계 자산에서 거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자산 비중이 크니 부동산 시장 환경에 따라 민심이나 표가 크게 요동칠 수 있고 정치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이슈입니다.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문제 때문에 지탄을 많이 받았고 선거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정책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확대되고 금리가 인하되는 상황에서 각국의 부동산 가격이 인상됐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더 문제가 됐고 또 정책과 관련된 잡음이 대단히 커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우리가 다시 한 번 복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쉽게 말해서 정책이 문제를 키운 부분도 있지만 그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문재인 정부가 받은 비난에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별도로 논의할 문제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 국토교통부 장관, 고위 공무원들과 정책 관련해 여러 번 미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정책 담당자들이 돈으로 움직이는 시장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실물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이상적으로 접근하다보니까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감정, 집이나 자산이 있는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집 없는 사람들의 고통, 이런 것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반면에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우연히 집값이 안정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 떨어뜨리겠다, 엄청 하락시키겠다, 이런 말을 굉장히 많이 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지금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긴 한데, 내막을 살펴보면 윤석열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시행한 정책은 아무것도 없습니다.시장 안정화를 꾀하는 정책은 가격이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게 핵심입니다. 가격을 연착륙시키는 방법은 대출 규제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정책들인데,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대출 규제를 풀고 있으니까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인데 이게 대단히 이상하고 어이없는 지점입니다.3부 자가당착: 정치같은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아니하고 모순되다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를 ‘악’으로 규정하며 기존 선악구도와 정치 혐오에 편승하여 나타난 자칭 ‘공정과 정의의 사도’였습니다. 윤석열의 선거 당시 유세 연설 레퍼토리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 교체, 상식과 일상 회복”이라는 말뿐이었지요. 시대정신과 비전 제시는 없고, 오로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에 기대어 ‘반문’만을 외치며 선거에 임했습니다.집권 후 국가 운영에 대한 비전과 콘텐츠가 없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는 ‘전 정권 탓, 전 정권 반대로’입니다. 반사할 대상이 없자 바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본색은 무능 그 자체였습니다. 서해공무원 사건, 북한 어민 북송 사건, 블랙리스트 수사, 탈원전 감사 등 전 정권 털기, 종부세 철폐, 법인세 감면, 문케어 제동 등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1년 동안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 참사의 원인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허상에 가려 검증받지 못한 윤석열 개인의 무능과 그 무능을 반성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인선으로 구성한 참모진의 무능이 더해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과오나 잘못, 실수를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인사가 편중되었다는 비판에 대해 ‘과거에는 민변이 도배하지 않았느냐.’ 식으로 대응하고 맙니다. 검찰 편중 인사, 극우주의자 강기훈 채용, 극우 유튜버 안정권 누나 채용, 외가 6촌 채용, 코바나컨텐츠 직원 채용, 지인 아들 채용 등 나열하는 것만으로 부끄러워지는 사건들입니다.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에 임하던 당시 “실패했으면 실패를 자인하고 겸손하게 정권을 내놓고 물러가는 것이 책임정치라는 민주주의 본질”이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날리면’ 사건이나 특히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 등에 대해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장병 격려 취지라는 해명만 반복해 이란과의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말았습니다. 작은 실수 하나도 자인하지 못하면서 실패를 자인하고 겸손하게 정권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전 정권의 통치행위를 문제 삼고 노동조합 등을 적폐로 몰아넣는 행보 역시 문제입니다. 적을 상정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윤석열표 법치를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상대를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법적 가두리에 몰아넣는 단순 논법에 따라, 타협과 조정이라는 정치 본연의 역할은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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