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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 갭이어, 나를 재정비하는 시간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 갭이어, 나를 재정비하는 시간
    • 김진영
    • 휴머니스트
    • 2024-02-19

    “나는 지금 내가 가고 싶었던 방향으로 가고 있나?”나를 위해, 더 건강하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 잠시 일을 멈추었다. ‘갭이어gap year’는 이직을 위해, 창업을 위해 쉬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이 잘 살고 있는지, 커리어와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잘 꾸려나가고 있는지 묻기 위해 일을 멈추고 나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말한다. 작가는 다양한 모습으로 갭이어를 보내고 있는 이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갭이어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경험했는지 묻고 나를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커리어가 단절되고, 무의미하지 않을까 두려울 수 있는 그 시간. 먼저 갭이어를 통과한 이들은 일과 삶에 그 시간을 어떻게 남겼을까. 이 책은 이를 따라가는 ‘다큐 에세이’다.일하는 당신, 혹시 멈추고 싶지 않나요?잠시 쉬고 싶지 않나요?멈춰 서서 내 일과 삶을 재정비하고 싶지 않나요?일하는 사람으로 사는 365일이 늘 같을 수 없습니다. 좋은 날도, 힘든 날도, 다 그만두고 싶어지는 날도 있지요. 그런데 그런 평범한 날과는 조금 다른 어떤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고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 마른 수건을 짜듯 더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일의 속도에 치여 내 삶에서 나 자신이 소외되는 그런 순간들요. 이것은 번아웃일 수도 있지만, 번아웃이 아니어도 일하는 사람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오는 선택의 순간입니다. 그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프리랜서도, 창업 준비의 시간도, 이직 준비의 시간도 아닌, 일과 삶에 대한 내 생각과 가치관에 집중하는 어떤 시간. 이러한 시간에 이름이 있다면, 이 시간을 누구든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지 않을까.”‘갭이어gap year’는 본래 유럽과 미국의 청년들이 대학교 입학 전, 혹은 취업 직전에 짜인 트랙을 벗어나 자원봉사, 배낭여행, 인턴십 등을 경험하며 앞으로 인생을 어떤 일을 하며 보낼지 모색해보는 시간을 뜻합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세상과 나와의의 관계를 돌아보는 기회인 것이죠. 이 책은 직장인에게도 이러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발상에서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커리어와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요.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이하 『우.아.무』)를 인터뷰하고 쓴 김진영 작가 자신이 직장인이었고, 누구보다 일을 좋아했지만 번아웃으로 멈춰 설 수밖에 없었거든요. 작가는 다양한 모습으로 갭이어를 보내는 이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삶에서 일의 의미와 가치, 나를 지키면서도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담은 ‘다큐 에세이’예요.“갭이어gap year”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 더 건강하게 더 즐겁게 일하기 위해 이직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책에는 갭이어를 보내고 있거나, 그 시간을 보낸 일곱 명의 인터뷰가 담겨 있습니다. 3년 차부터 20년 차까지 연차도 다르고, 직업도 다른 이들은 번아웃이 와서, 길을 잃은 것 같아서,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다음 커리어를 고민하기 위해 등 저마다의 이유로 갭이어를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저자이자 인터뷰어인 김진영 작가는 이들을 만나 왜 회사를 그만두었는지, 이직이 아니라 왜 갭이어를 택했는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그 시간을 통과하며 나 자신과 일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게 되었는지 묻습니다. 이 과정은 마치 나와 일의 관계, 그리고 일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로드 무비 같아요. “달리고 있을 때는, 트랙 위에 있을 때는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일에서 조금 떨어져야만 나 자신,나의 일하는 모습, 그리고 내가 일에서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갭이어’라고 부르는 이 시간을, 세상은 경력단절이라고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일을 멈추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큰 일 아닐까요? 인터뷰이들도 같은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갭이어를 보내고 난 후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이대로 인생이 망하지 않을까? 이렇게 인생이 점점 뗏목 타고 하류로 떠내려가는 건 아닐까? 동료나 친구들보다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고요.그런데 갭이어를 보낸 이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걱정이 무색할 만큼, 좋았다고요. 달리지 않아도, 멈춰 서도, 혹여 다른 길로 빠져보아도 괜찮았다고요. 그 시간을 보내며 잃었던 삶과 일의 방향을, 일하는 즐거움을, 나만의 속도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요. “갭이어는 도로 위 휴게소 같아요. 휴게소를 들르지 않으면 목적지에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장거리 운전으로 사고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죠. 휴게소에 들러 허기를 채우고, 부족한 잠도 자고, 달리는 동안 보지 못했던 주변 경치도 둘러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시간이 남은 길을 완주할 힘을 키워줄 거라고 생각해요.”그렇다고 퇴사를 독려하거나, 갭이어를 가지며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일과 삶의 방향을 잃었다고 느꼈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더이상 나아질 방법이 없다 느껴져 막막한 그때, 방향과 속도를 재조정하기 위해 트랙에서 내려오는 선택 또한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선택하고자 마음먹은 분들에게 그 시간을 이미 통과한 이들의 입을 통해 용기와 응원을 전합니다. 걱정 마세요. 우리는 무한한 존재이고,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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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왜 억울한가 - 판사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억울함 그 복잡하고도 강렬한 정서에 대하여 (커버이미지)
    [사회]우리는 왜 억울한가 - 판사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억울함 그 복잡하고도 강렬한 정서에 대하여
    • 유영근 지음
    • 타커스(끌레마)
    • 2024-02-19

    억울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 대한민국우리는 왜 억울한가?현직 부장판사가 던지는 본질적 질문과 통찰『우리는 왜 억울한가』 개정증보판 출간!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심지어 흉악범들까지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억울함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정서이지만 자신에게 일어날 때는 더없이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지극히 작고 사소한 일도 ‘억울하다’는 정서가 개입되면 강렬하고 폭발력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억울함이라는 정서는 그만큼 흥미로운 대상이다.2016년에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인 ‘억울함’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법조계뿐만 아니라 사회과학계와 많은 독자에게 화제가 된 『우리는 왜 억울한가』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굵직한 사건들의 재판을 담당해온 저자가 오랜 경험과 법률 지식, 다양한 사회과학적 이론을 접목해 억울함이라는 복잡 미묘한 정서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이 책이 출간된 직후 촛불집회, 탄핵 등 일련의 정치사회적 사건들과 맞물리며 언론과 학계에서 ‘억울함’에 관해 새롭게 주목했다. 실제로 그 해의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책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심상치 않는 사회적 징후들’로 ‘나는 억울하다’를 들면서 이 책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인용해 설명했다.이 책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억울함’은 보편적인 정서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 심정적, 사회적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심리학,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여타 사회과학에서도 연구의 필요성을 제대로 간파한 사람이 없었다. 저자는 사회학을 전공한 판사답게 법정에서 자주 듣는 ‘억울하다’는 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여러 학문 이론과 관점들을 종합해 ‘억울함’의 근원을 깊이 있게 파헤치면서, 법정에서 겪은 실제 사례들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억울함’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감 나게 전달한다. 나아가 개인들이 ‘억울함’이라는 부정적인 굴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억울함이 없는 사회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까지 두루 살펴본다.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이계정 교수는 “억울함을 사회과학적 연구 대상으로 공론화한 최초의 책으로 기록될 것이다”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저는 억울함이 인간의 ‘감정’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몇 가지 요인으로 단순하게 발현되는 것도 아니며, 쉽사리 설득되거나 치유되는 성질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개인이 느끼는 억울함이 존중받고, 정당한 권리구제를 받아야 하고,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잘못된 판단이나 고집에 기인하고,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개정판 머리말에서>억울함이란 것이 이렇다. 명백히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대우를 받았을 때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이 외부의 요인으로 생겼을 때 굳이 꼭 찍어서 말하긴 어려워도 괜히 짜증나고, 분하고, 밉고, 그런 불편한 심정을 통틀어 억울하다고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억울함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정서이지만 나 자신에게는 늘 특별하다. 법률가로서 남들의 억울함을 직업적으로 다루고 늘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정작 나에게 발생한 사소한 사건에서 그 억울한 심정을 억누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분명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훨씬 더 심하게, 그리고 자주 발생할 것이다. ―36쪽한국인만큼 억울함에 대한예민한 감수성과 다양한 사례를 가진 민족이 있을까?그것이 우리의 남다른 성장 동력이 아닐까?날카로운 문제의식, 사회학적 상상력, 법적 균형감각으로풀어낸 억울함의 실체와 해법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지금껏 부정적인 면만 강조되어온 ‘억울함’이라는 정서의 긍정적인 측면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억울함을 느끼는 것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개인들의 적극적인 태도이고, 사회적 정의 구현에 대한 열망의 표출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남다른 성장을 이룬 것도 억울함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났고, 억울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사회학적 상상력과 법적 균형감각이 어우러진, 경륜 있는 판사의 통찰이 돋보이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성도 아니고 감정도 아닌 오묘한 영역인 심정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르다는 점은 앞에서 살펴보았다. 억울함도 그중 하나이다. 이런 뛰어난 심정적 감수성이 그동안 우리 국민이 이룬 극적인 민주화와 기적적인 경제발전, 그리고 문화강대국으로서의 놀라운 성취를 뒷받침해왔다고 생각한다. 억울함이 자칫 부정적으로만 인식되기 쉽지만, 나는 우리 국민이 남다르게 느끼는 억울함이 개인의 권리구제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사회적 정의 구현에 대한 높은 열망으로 표출되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감히 ‘억울함은 우리의 힘’이라고 말하고 싶다. _<에필로그> 중에서이 책은 주로 법정에서 일어난 사례들을 중심으로 다루지만, 누구라도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저자가 직접 겪은 자동차 접촉사고나 조기축구 일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억울함의 원인과 타당성 여부를 자연스럽게 따져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또한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와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법적 쟁점들에 대해서도 쉽게 다룬다. 사형 선고의 정당성, 소년범과 가정폭력, 부정선거, 자살 후의 법률적 문제, 술로 인한 범죄와 감형 등이다. 이 책은 억울함의 실체가 궁금한 이들, 법률가들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청년 법률가에게는 법의 논리와 가치를 이해하고 법적 쟁점을 여러 측면에서 고찰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세상이 왜 내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지 자꾸만 억울하고 화가 나는 이들에게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도록 도와줄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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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왜 역사에서 배우지 않는가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우리는 왜 역사에서 배우지 않는가
    • 박건한 지음
    • 좋은땅
    • 2024-02-19

    저자 박건한 목사는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와 동방요배를 거부하며 영적 투쟁을 벌였던 선친 고(故) 박동기 목사님의 맥을 이어 시온산교회 2대(代) 목사로 활동하셨으며, 오직 말씀의 뿌리 위에 교회가 바로 세워지도록 말씀 가르치기에 전력투구하였다. 복음을 바로 알아야 신앙의 양심이 회복되고 민족의 정기가 회복되며 개인과 사회와 국가에 하나님 나라가 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아직도 이 나라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신사참배와 동방요배를 하며 신앙의 양심과 민족의 정기를 훼손한 친일파의 후손들이 득세하고 있다. 그 결과로 말씀이 아닌 자본주의의 원리에 잠식된 외형 중심, 스펙 중심의 교회들이 주류를 이루는 형편이 되었다. 따라서 지금도 우리는 개인의 신앙 양심과 민족의 정기를 앗아가는 거대 우상과의 영적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 말씀은 무엇인가. 그 말씀을 찾는 데 이 설교집이 길잡이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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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 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에세이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 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에세이
    • 김영건 지음
    • 어크로스
    • 2024-02-19

    작가들이 사랑하는 서점, 속초를 ‘책의 도시’로 만든 곳동아서점 운영자 김영건의 첫 독서생활문속초를 ‘닭강정’의 도시에서 ‘책의 도시’로 만든 곳, 동네 책방을 넘어 전국구 서점이 된 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김영건 대표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신간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는 전작에서 서점을 운영하게 된 이야기(『당신에게 말을 건다』)와 고향이자 정착지인 속초에 관한 이야기(『대한민국 도슨트-속초』)를 단정하고도 유려한 문장에 담아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가 처음 펴낸 독서 에세이다.66년간 3대에 걸쳐 운영 중인 동아서점은 이제 ‘속초’ 하면 떠오르는 자동 완성어가 되었고, 여러 작가들이 사랑하는 서점으로 이름나 있다. 동아서점을 찾는 이들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함께 이곳만의 남다른 큐레이션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그 바탕에는 수만 권에 달하는 책을 직접 선별하고 분류할 정도로 서가 구석구석 손길 닿지 않은 데 없는 김영건 대표의 남다른 독서 이력이 있다. 저자는 “손님이 서점에 없는 책을 주문하면 덩달아 읽고 싶어 두 권을 주문하고, 그날의 매출이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면 얼른 읽고 싶은 책을 골라 계산하고 나서야 문을 닫는”, 서점 주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독자로서 다른 이들을 책의 세계로 이끄는 친절한 안내자를 자처한다.바닷가 관광지의 오래된 동네 서점, 낯선 방문객이 무수히 들고 나는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책의 세계를 방문하는 이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환대하는 동시에, 책을 통해 좋은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애쓰는 저자의 태도가 독자들의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길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곁에 있어』의 휘리 작가가 그림을 그려 더욱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이다.더 잘하고 싶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불 꺼진 서점에서 써 내려간 각별한 애정의 말들책의 유용성을 논하는 일이 민망해진 시대라지만, 저자는 항상 책에서 답을 찾는다. 눈앞의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서점에 드나드는 사람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행했던 독서의 기록인 이 책을 저자는 “책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어느 서점 주인의 자가 실험 보고서”라고 부른다.그래서 이 책에는 “하루하루의 발랄한 기지개보다 일터에서의 고민과 삶에서 마주한 곤궁, 내면의 성장을 향한 집념 같은 것”이 촘촘히 담겨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 끝이 보이지 않아 지쳐갈 즈음, 번역가의 산문집을 읽으며 “한계 앞에 멈춰 서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서 완전함에 도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받아들이고, 손님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늘 그 자리에 꽂혀 있는 책이 안쓰러울 때면 세탁소의 정경을 노래한 시를 읊으며 잘 다려진 세탁소의 옷처럼 책들이 주인을 찾아 떠나길 기다린다(「당신의 아름다운 세탁소」). 저자는 책에서 삶의 해답을 찾는 자신을 ‘고리타분하다’고 말하지만, 성실하고 우직하게 자신을 지켜내고 서점까지도 자신을 닮게 만들어온 내공이 여기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삶의 태도에는 책을 향한, 그리고 사람을 향한 저자의 각별한 애정이 담겨 있다. 하루의 영업을 마감한 서점에서 홀로 불을 밝히고 써 내려간 이 책에서, 저자는 조심스럽게 “책을 읽고 더 조금이라도 나은 인간이 되자고 가만히 다짐하는 사람, 책의 말하는 슬픔과 같은 슬픔을 품은 사람, 귀 기울여야 겨우 알아챌 수 있는 책의 자그마한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어 보자고 말을 건넨다. 이 책은 삶이라는, 세상이라는 파도에 맞서기 위해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어느 서점 주인의 고요하고도 치열한 ‘독서생활문’이다.“서점은 책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곳”흥미로운 이야기가 쉼 없이 펼쳐지는 무대에서 쓰여진 책“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타인의 서사가 궁금하고 타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서일 것입니다. 서점 또한 책을 매개로 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입니다.”2022년 서울국제도서전 연사로 나선 김영건 대표의 이 한 마디는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하루 12시간, 주 6일을 서점이라는 좁은 반경에서 생활하는 저자는 때론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없는 처지에 한숨 쉬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이 속한 풍경을 더 골똘히 바라봄으로써 더 넓은 세계를 만난다. 서점을 찾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이 책에 대해 하는 말들을 귀 기울여 듣고, 가족들이 건네는 말을 곱씹으면서 그는 책을 읽는다.이 책 속에서 서점이라는 공간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펼쳐지는 무대가 된다. 그곳에는 자식이 견뎌야 할 세상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얼어붙은 눈길을 걸어 서점을 찾아온 부모의 간절함이 있고, 마음껏 뛰놀 수 없는 서점을 울분으로 견뎌야 했던 아이가 있으며, 마치 서점의 일부가 된 듯 한구석에서 미동도 없이 문예지를 정독하던 속초의 시인이 있다. 그리고 사람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절실한 시간을 견뎌온 저자 자신이 있다. 그 시간들을 통과해온 저자는 이제 독자에게 함께 책의 세계로 가자고,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자고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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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들의 블루스 1 - 노희경 대본집 (커버이미지)
    [문화/예술]우리들의 블루스 1 - 노희경 대본집
    •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24-02-19

    ‘인생작 메이커’ 노희경 작가 4년 만의 신작 \'우리들의 블루스\' 작가판 무삭제 대본집 출간!차고 거친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14명의 시고 달고 쓰고 떫은 인생 이야기!골프 선수를 꿈꾸는 딸의 유학을 위해 동창생 은희에게 돈을 빌리려는 기러기 아빠 한수, 하루 이십 시간 생선을 팔며 평생 열심히 살았지만 첫사랑과 베프에게 깊은 상처를 입는 은희, 젊은 날 절친에서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인권과 호식, 그리고 그들 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을 키우다 혼전 임신을 하게 된 고등학생 커플 영주와 현, 이혼 후 아이 양육권까지 잃고 제주로 온 우울증 환자 선아와 그런 선아를 몇 십 년이나 변함없이 바라보는 만물상 동석, 그리고 장애가 있는 언니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려는 영옥과 그 손을 꼭 잡아주는 선장 정준….누구 하나 쉽지 않은 이들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노희경 작가는 “무너지지 마라, 끝나지 않았다, 살아 있다….” 그러니 “살아 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 외치며 수많은 시청자들을 가슴 뜨겁게 안아주고 가슴 찡한 울림을 선사한다. 길가에 핀 들꽃처럼 흔하고 평범한 우리들의 인생이지만, 작은 들꽃마저도 그의 인생에선 단 하나뿐인 주인공이듯 우리 역시 한 명 한 명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그 자체로 행복하라고 응원해주는 드라마! 이름 없는 풀꽃들이 모여 더없이 아름다운 꽃밭의 향연을 펼치는 \'우리들의 블루스\'! 그 감동을 무삭제 작가판 대본집으로 다시 한번 확인해보길 권한다. 국내 최초 제주 사투리로 쓴 대본집!지금까지 드라마에서 제주도는 여행지로 잠시 스치듯 나오는 곳이었다. 삶의 터전으로 그려진 예가 드물고, 제주도 토박이가 등장하더라도 그 대사는 표준어였다. 하지만 \'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도 방언을 주요 언어로 써서,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리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준다. 덕분에 처음에는 외국어처럼 낯설게 느껴졌던 제주 방언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귀에 쏙쏙 들어오고 어떤 면에서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때문일까. “무사?” “밥은 먹언?” 하며 일상에서 드라마 속 대사를 따라 하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띄기도 한다. 이렇듯 드라마의 주요 언어가 제주도 방언으로 꽉 찰 수 있었던 이유는 집필 전부터 제주에서 지내며 직접 방언을 공부한 노희경 작가의 노력 덕분이다.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쓴 대본과 배우가 연기한 대사가 조금 다른 경우를 왕왕 발견할 수 있다. 표준어도 그러하듯 제주 방언도 글맛과 말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본에 실린 제주 방언을 토박이들이 알려준 말맛으로 작가와 배우가 현장에서 그때그때 다르게 변주했다고 하는데, 이를 직접 비교하며 확인해보는 것도 이번 대본집의 큰 매력 포인트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우리들의 블루스\' 대본집은 방송으로 편집되기 이전의 최종 작가판 대본을 그대로 실었으며, 배우들이 극찬한 노희경표 감정 지문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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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들의 블루스 2 - 노희경 대본집 (커버이미지)
    [문화/예술]우리들의 블루스 2 - 노희경 대본집
    •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24-02-19

    ‘인생작 메이커’ 노희경 작가 4년 만의 신작 \'우리들의 블루스\' 작가판 무삭제 대본집 출간!차고 거친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14명의 시고 달고 쓰고 떫은 인생 이야기!골프 선수를 꿈꾸는 딸의 유학을 위해 동창생 은희에게 돈을 빌리려는 기러기 아빠 한수, 하루 이십 시간 생선을 팔며 평생 열심히 살았지만 첫사랑과 베프에게 깊은 상처를 입는 은희, 젊은 날 절친에서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인권과 호식, 그리고 그들 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을 키우다 혼전 임신을 하게 된 고등학생 커플 영주와 현, 이혼 후 아이 양육권까지 잃고 제주로 온 우울증 환자 선아와 그런 선아를 몇 십 년이나 변함없이 바라보는 만물상 동석, 그리고 장애가 있는 언니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려는 영옥과 그 손을 꼭 잡아주는 선장 정준….누구 하나 쉽지 않은 이들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노희경 작가는 “무너지지 마라, 끝나지 않았다, 살아 있다….” 그러니 “살아 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 외치며 수많은 시청자들을 가슴 뜨겁게 안아주고 가슴 찡한 울림을 선사한다. 길가에 핀 들꽃처럼 흔하고 평범한 우리들의 인생이지만, 작은 들꽃마저도 그의 인생에선 단 하나뿐인 주인공이듯 우리 역시 한 명 한 명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그 자체로 행복하라고 응원해주는 드라마! 이름 없는 풀꽃들이 모여 더없이 아름다운 꽃밭의 향연을 펼치는 \'우리들의 블루스\'! 그 감동을 무삭제 작가판 대본집으로 다시 한번 확인해보길 권한다. 국내 최초 제주 사투리로 쓴 대본집!지금까지 드라마에서 제주도는 여행지로 잠시 스치듯 나오는 곳이었다. 삶의 터전으로 그려진 예가 드물고, 제주도 토박이가 등장하더라도 그 대사는 표준어였다. 하지만 \'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도 방언을 주요 언어로 써서,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리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준다. 덕분에 처음에는 외국어처럼 낯설게 느껴졌던 제주 방언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귀에 쏙쏙 들어오고 어떤 면에서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때문일까. “무사?” “밥은 먹언?” 하며 일상에서 드라마 속 대사를 따라 하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띄기도 한다. 이렇듯 드라마의 주요 언어가 제주도 방언으로 꽉 찰 수 있었던 이유는 집필 전부터 제주에서 지내며 직접 방언을 공부한 노희경 작가의 노력 덕분이다.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쓴 대본과 배우가 연기한 대사가 조금 다른 경우를 왕왕 발견할 수 있다. 표준어도 그러하듯 제주 방언도 글맛과 말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본에 실린 제주 방언을 토박이들이 알려준 말맛으로 작가와 배우가 현장에서 그때그때 다르게 변주했다고 하는데, 이를 직접 비교하며 확인해보는 것도 이번 대본집의 큰 매력 포인트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우리들의 블루스\' 대본집은 방송으로 편집되기 이전의 최종 작가판 대본을 그대로 실었으며, 배우들이 극찬한 노희경표 감정 지문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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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를 배반한 근대 - 화려한 허울을 벗겨낸 근대의 속살 (커버이미지)
    [사회]우리를 배반한 근대 - 화려한 허울을 벗겨낸 근대의 속살
    • 엄창호 지음
    • 여문책
    • 2024-02-19

    자유, 민주, 법치는 왜 항상 흔들리는가?‘근대’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수 있다는 의심에서 이 책은 구상되었다. 세상은 30여 년 전에 이미 거대 서사의 붕괴니 주체의 죽음이니 이종교배니 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담론들로 한차례 들썩거렸고, 얼마 전부터는 빅데이터니 인공지능이니 사물인터넷이니 가상현실이니 하며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의제들로 떠들썩하다. 겉으로만 보면 세상은 그렇게 ‘포스트모던’, 즉 ‘탈근대’ 또는 ‘근대 이후’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21세기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는 이 시점에도 세상은 여전히 근대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뿐만 아니라 압축적인 근대화를 겪는 과정에서 전근대적 제도와 의식을 털어내지 못한 실정이다. 문제는 역사의 발전과 인류 전체의 행복well-being에 기여하리라 믿었던 근대의 가치들이 수시로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대의 가치인 자유‧민주‧법치‧소비‧시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갖가지 퇴행의 모습을 우리는 날마다 지켜보고 있다. 그러니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가 농업혁명을 대사기극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어쩌면 근대도 훗날 대사기극으로 평가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런 의심을 안고서 기존의 통념을 뒤틀어보고 보편화된 상식을 거꾸로 보고 고정관념을 뒤집어보며 근대적 가치들의 참모습을 찾아 떠난 여행의 기록이다. 주로 책을 그 여행의 가이드로 삼았으나 때로는 영화, 드라마, 광고, 대중가요, 코미디 프로그램, 유튜브 영상과 동행하기도 했다. 역사의 발전을 의심하는 독자들에게 우리가 신봉해온 근대의 가치들이 기존의 통념과 어떻게 다르며, 왜 수시로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우리가 아는 근대는 거대한 사기극일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시대착오적인 현상에 ‘전근대’라는 딱지를 붙인다. 전근대는 근대 이전을 가리키고 근대의 가치들과 대척점에 놓여 있으므로 ‘근대’는 전근대에 비해 바람직한 발전 상태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근대적 가치들은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자유‧민주‧법치‧소비‧시장을 꼽을 수 있으며, 이와 연동된 계몽주의와 자본주의 등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된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동력이 바로 계몽주의였으며, 프랑스 혁명을 이끈 주요 주체 중 하나는 부르주아 계층이었다. 그런데 그 부르주아들은 다수의 민중과 더불어 자유롭고 평등한 새 세상을 열기를 희망하기보다 자신들의 이권을 철저히 지키며 스스로 새로운 귀족이 되기를 꿈꾸었다. 어쩌면 ‘부르주아의 배반’이 근대의 비극을 잉태한 씨앗인지도 모른다. 부르주아의 배반뿐이랴. 현재 우리는 자유‧민주‧법치 등의 퇴행을 날마다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유발 하라리가 농업혁명을 인류사의 대사기극이라고 모질게 평가한 것과 마찬가지로 근대의 가치들 역시 말만 번지르르한 거대한 사기극은 아닐까? ◆ 흥미로운 이력의 선장과 함께 돌아보는 근대라는 바다이 책의 저자 엄창호는 이런 문제의식과 함께 근대라는 바다로 우리를 이끄는 흥미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신고전파 일변도의 학풍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문학비평에 꽂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후 잘나가는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동안 “자본주의 전위대로서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해야 하는 과업에 늘 부담을 느꼈고, 이를 광고비평이라는 일종의 내부고발 행위로 이겨내려 했”으며, 지금은 근대 이후의 세상을 가늠하는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는데, 캐리커처 실력 또한 발군이다. 오랜 시간 고민해온 자신의 문제의식을 좀 더 넓은 층의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펴낸 이번 신간에서 엄창호는 우리를 배반해온 근대의 가치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자유주의를 시작으로 계몽주의, 자본주의, 부르주아, 소비주의, 민주주의, 법치까지 일곱 개 장에 걸쳐 분석한 후 근대가 무너뜨린 공동체의 복원에 대한 희망을 담은 8장과 한국 근대에 대한 낯선 시각을 다룬 9장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각 장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도 독립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어 아무 곳이나 눈길을 끄는 꼭지부터 읽어도 무방한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배어 있으며, 저자가 직접 그린 캐리커처를 감상하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 부르주아를 바라보는 신선하고 독특한 시각저자는 근대가 내세우는 가치들의 실상을 마주하면서 특히 부르주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갖게 되었는데,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 유형에 재미난 꼬리표를 달아준다. 부르주아를 빼놓고 근대를 말할 수는 없다. 문제는 부르주아가 근대의 주역임은 분명하지만, 그 역할과 의미에 대한 해석은 시대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나만 해도 살아오는 동안 다섯 가지 유형의 서로 다른 부르주아를 만났다. 내 삶에서 다섯 가지 얼굴로 나타난 그 부르주아들에 각각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보았다. 만난 순서대로 그 이름은 ‘전교 1등 부르주아’, ‘날라리 부르주아’,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르주아’, ‘범생이 부르주아’, ‘허풍선이 부르주아’다. (129~130쪽)저자가 분류한 부르주아의 다섯 가지 유형은 학술적으로 공인된 용어가 아니라고 해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저자는 각 유형에 맞춤한 단짝을 붙여 설명하는데, 한국적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나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세계사 교과서와 전교 1등 부르주아”, “1980년대 운동권과 날라리 부르주아”, “마르크스주의와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르주아”,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범생이 부르주아”, “유한계급과 허풍선이 부르주아”. 저자의 다음 설명을 들어보자. 부르주아가 근대를 연 주역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 부르주아가 어떤 부류인지가 중요하다. ‘날라리 부르주아’와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르주아’는 속류 마르크스주의나 극좌 이념에 따라 악마화한 부르주아로,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진 개념이다. ‘전교 1등 부르주아’와 ‘범생이 부르주아’는 자유주의 세력이 내세우는 부르주아로,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현실적인 권력을 얻고 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선악이라는 가장 단순한 흑백논리의 양극단에 있는 부르주아들로, 각자의 이념과 정치적 지향에 맞게 가공된 개념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허풍선이 부르주아’가 실체에 가장 근접한 부르주아상像이라는 데에 흔쾌히 한 표를 던진다. (151~152쪽) ◆ 근대 이후는 어떤 세상일까?저자는 근대라는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며 국내외의 다양한 책들은 물론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인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괜찮아유’라는 오래전 코미디 프로그램,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라는 카피로 유명한 보일러 광고, 200만 부 이상이나 팔렸다는데 제대로 읽은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이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유명인들의 해설 유튜브 영상,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를 위시한 대중가요와 〈희망의 나라로〉 같은 가곡, 〈처음 만나는 자유〉와 〈국가부도의 날〉 등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각 장의 주제에 맞는 폭넓은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자칫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내려앉을 뻔한 시소의 한쪽에 현실감 충만한 이야기보따리를 올려둔 것 같은 균형감을 확보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처럼 다양한 소재를 모두 접한 독자는 많지 않겠지만, 책 전체를 읽어나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것은 일관된 문제의식과 명료한 서술, 마음을 확 사로잡는 공감 포인트 등이 탄탄한 뼈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미건조한 각종 비평에 지친 독자라면 시간을 들여 찬찬히 곱씹고 싶어지게 만드는 매력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배반당한 근대를 넘어선 이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스스로 그려보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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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 - 80대 엄마와 50대 딸의 한 지붕 남남생활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 - 80대 엄마와 50대 딸의 한 지붕 남남생활
    • 신연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02-19

    비혼은 ‘홀로’ 늙어간다는 편견에 맞서는50대 딸과 80대 엄마의 유쾌한 한집살이여기 ‘어쩌다 비혼’으로 갖은 직업을 거쳐 씩씩하게 혼자서 잘 살아온 50대 여성과 “나 죽을 때가 됐나 봐”라면서 로또를 사는 80대 여성이 있다. 50대 딸은 하루하루 늙어가는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집살이를 결심했건만, 각자의 취향과 삶의 태도가 단단해진 두 여성이 함께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좀 잘해주려고 하다가도 잘해줄 수가 없어” “커피는 우라지게 잘 사 먹네”라며 별것도 아닌 일로 사소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50대가 되어버린 딸에게 이 하루하루는 떨어져 있을 때는 몰랐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소중한 날들이기도 하다.“노인의 일상은 아이의 일상보다 주목받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유쾌하지도 재밌지도 않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분명 노인의 일상에도 유머와 여유, 귀여움이 존재한다. 내가 엄마와의 일상을 쓰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책은 엄마와 내가 서로를 돌보며 쓰는 기록이자 점점 사그라드는 엄마를 남기기 위한 흔적이기도 하다.” (171~172쪽)『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는 보호자로서 엄마와 나의 역할이 바뀌는 시기를 통과하면서 마주한 엄마와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은 에세이다. 엄마와 함께 사는 일은 자식 생각해서 괜히 ‘싫다’고 말하는 엄마의 진심을 헤아려가는 일, 물이 찬 서로의 아픈 무릎을 주물러주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번듯한 가정을 꾸려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이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엄마와 작고 소중한 일상을 공유하며 가장 든든한 존재가 되어드릴 수 있음이 가장 큰 효도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게 된다. 또, 인생 선배인 엄마에게 크고 작은 인생의 고난을 넘어가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유쾌한 할머니로 늙어가는 좋은 롤 모델이 되어주는 엄마의 곁에서 차근차근 나이 듦을 배워가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지금 통과하고 있는 시간을 넘어 내가 나이 들었을 때의 세계를 상상해 볼 수 있다.당당하고 명랑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50대 비혼 선배의 목소리50대 비혼이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무엇일까? 옆에서 늙어갈 배우자도, 늙어서도 챙겨줄 자식도 없어 소위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같은 말이 아닐까. 연애와 결혼을 왜 안 하냐고, 안정된 가정과 자신을 똑 닮은 아이를 갖고 싶지 않느냐는, 30~40대 비혼 여성이 듣는 말과는 사뭇 다르다. 과연 혼자 나이 든다는 것은 세간의 선입견처럼 마냥 불행하고 두려운 일이고, 중년과 노년이 된 비혼 여성의 삶은 고립과 가난의 늪에 빠지게 되는 일일까? 『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에는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직면한 중년 비혼 여성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또한 담겨 있다. 50대 비혼 여성이 바라본 세상의 풍경은 30대와 40대 때 비혼 여성으로서 살았을 때와는 다르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화두에서 자연스레 배제되고, 흰머리를 주기적으로 염색하면서 몸의 노화를 받아들이고, 한 명의 경제 인구로서 점차 자리를 잃어가는 과정을 맞닥뜨린다. 저자는 이처럼 비혼 여성으로 나이 들어가는 현실이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사는 삶에서 행복을 발견한다. 몸과 마음의 변화, 사회적 시선을 담담하게 마주하고, 느슨하면서도 든든한 관계를 쌓아가면서 ‘당당하고 명랑한’ 할머니로 늙어가고자 하는 목표를 세운다. 연애와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삶의 루트를 밟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에서 한 발짝 벗어난 중년 비혼의 이야기는 여전히 많지 않다. 비혼 선배의 이야기가 소중한 이유다. 이 책을 통해 비혼을 꿈꾸고, 비혼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비혼의 미래를 보다 선명하게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여기, 스스로 평생 쌓아온 사랑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은 채 나의 리듬을 지키며 살고 있는 이야기를 만나보기를 바란다. 비혼이 결혼의 반대편에 선 개념이 아니듯, 타인과의 동행은 비혼자의 모순이 아니며 나다운 삶이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해줄 선배를 늘 기다렸다.” (곽민지 작가)열심히 살아서 도착한 곳이 어디든나만의 그리고 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저자는 50대가 되어서도 글을 쓰면서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을 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 중년으로 늙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뭐 어때서’라며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밟고 서 있는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분명 힘이 세다. “세상에는 수많은 삶의 결이 있고, 사람마다, 가정마다 각자의 사정과 서사가 있다.”라고 말하는, 비혼 여성으로 나이 들어가는 삶과 더불어 개개인의 고유한 삶을 존중해주는 사회를 희망한다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그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리듬 위에 몸을 싣고, 나와 우리만의 리듬을 찾아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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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 차별을 만드는 데이터, 기회를 만드는 데이터 (커버이미지)
    [사회]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 차별을 만드는 데이터, 기회를 만드는 데이터
    • 김재연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4-02-19

    천만 명이 다운받은 정부24 앱은 왜 쿠팡, 배민만큼 쉽고 빠르지 못할까?“데이터를 통해 모두가 더 쉽고 편하게 정부 혜택을 누리는 것,이것이 시빅 데이터Civic Data의 역할이자 목표다.”태어났지만 주민등록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 아기’ 2,236명, 오송 수해참사 희생자 14명,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9명, 편의점에서조차 마음 편히 쓸 수 없는 급식카드 발급 대상 아동 28만 4,000명……. 이들 사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인구, 교통, 의료, 교육 등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 데이터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IT 강국이자, 주민등록번호와 지문을 포함한 국민의 개인정보 상당수를 국가가 관리한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시빅 데이터의 개념과 활용법, 나아갈 방향에 이르기까지 시빅 데이터의 모든 것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책이다. 시빅 데이터란 ‘시민을 위한 데이터’를 의미한다. 복지뿐 아니라 행정 전반에서 시빅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면 모두의 일상이 더 쉽고 편해지는지, 정부가 시빅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면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 성숙할 수 있는지를 조망한다. 공직자의 편의와 업무 중심으로 설계한 정책과 데이터는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시민의 일상을 불편하고 짜증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시빅 데이터와 시민 간 공백은 약자들을 더욱 가난하고 아프게 만들고, 때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고조차 막지 못해 귀중한 목숨을 희생시킨다. 미국의 대표적 시빅 테크 단체인 ‘코드 포 아메리카’ 소속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자 존스홉킨스대 SNF 아고라 연구소 연구위원이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룰 역임한 저자는, 이 책에서 10가지 키워드를 통해 시빅 데이터를 설명한다. 시빅 데이터의 발전사부터 한국과 미국의 현주소, 미국의 다양한 시빅 데이터 활용 사례, 한국이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조목조목 꼬집는다. 또한 ‘공공성’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리 사회에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소개한다. 방대한 통계자료와 사례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은 ‘공공성’과 ‘테크’를 둘러싼 여러 논쟁과 편견을 해소할 뿐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고 기술은 사람을 보조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영감을 주는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다.넷플릭스, 멜론의 추천 알고리듬을 공공 영역에 도입하면, 정부 앱이 알아서 내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추천해주면,우리 일상은 얼마나 편리해질 수 있을까?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보험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제69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첫 장면에서 주인공 다니엘과 의료수당 지급 담당자가 주고받는 길고 답답한 대화를 보여준다. 평생 목수로 성실히 일해왔으나 심장에 문제가 생긴 다니엘은, 더는 일하지 말라는 주치의의 진단서를 제출하고도 의료수당 심사에서 탈락한다. 그는 항소를 결심하지만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나이 든 노동자에게 인터넷 회원가입, 공인인증서 발급, 수 분 이내의 접수 완료 같은 복잡한 절차는 매번 좌절감을 안겨준다. 두 시간째 연결되지 않는 통화대기음에 지쳐 직접 방문한 관공서에서는, 오늘은 마감되었으니 나중에 다시 오라는 건조한 안내를 받는다. 현실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가 기승이던 시절, 스마트폰을 피처폰처럼 쓰거나 쓰지 않던 사람들은 ‘QR코드’를 찍지 못해 식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가게 입구에서 연락처를 적었다가 모르는 이에게 연락을 받은 사람도 있고, 입장하고도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하지 못해 돌아간 이들도 있다. 한쪽에서 앱으로 백신 접종을 예약할 때, 한쪽에서는 동네 병원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 했다. 지금도 명절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장 판매용은 티켓 자체가 많지 않거니와 창구도 겨우 한두 개만 열어둔다. 한국인 대다수가 개인 핸드폰을 쓰고 있지만 나이, 지역, 경제적 수준, 핸드폰 기종 등에 따라 각자 체감하는 공공 서비스 문턱의 높이는 천차만별이다. 빈부 격차나 세대 차이와 상관없이 국민 모두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문제도 있다. 5,000여 건의 민원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공공앱 ‘정부24’의 경우, 구글플레이 평점이 5점 만점에 1.7점이다. 시민들이 제법 활용하는 앱의 평점이 이 정도다.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도 자주 발생한다. 부처별, 지자체별로 실적을 채우기 위해 저마다 공공앱을 개발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존재 자체를 모른다. 담당자들도 출시 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예산만 낭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17~2021년까지 폐기됐거나 폐기 예정인 공공앱만 총 635개, 개발비는 188억 원이 넘게 투입됐다. 이중 다운로드 횟수가 1회 미만 공공앱만 무려 267개다.이 문제들을 ‘공공 영역은 민간처럼 경쟁하지 않으니까’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사소한 짜증부터 시간 낭비, 개인정보 유출, 때로는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사고까지, 공공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민들이 일상에서 수시로 마주하는 공공 영역의 불편과 번거로움을, 과연 무엇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정부와 공무원의 관점으로 설계된 공공 데이터가 어떻게 사회 전반에 불편을 초래하고 차별을 만드는지, 이 과정에서 어떻게 사각지대가 생겨나는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분석해야 하는지를 10가지 키워드를 통해 단계별로 보여준다. 알고리듬으로 대표되는 추천 시스템은 디지털 서비스의 기본이자 상식이다. 유튜브, 멜론, 넷플릭스, 쿠팡, 배달의민족까지 모든 플랫폼에서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자동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그런데 왜 정부 서비스는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까? 내게 적합한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려면 정부 홈페이지 곳곳을 열심히 찾아 헤매는 걸로도 모자라 인터넷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조언을 찾아봐야 한다. 만약 공공앱이 쿠팡이나 배민만큼 쉽고 빨라진다면,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간편결제처럼 한번에 신청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우리 일상은 얼마나 편리해질까? 저자는 사회과학자로서의 지식과 공공 분야 데이터 과학자로서 쌓아온 경험을 살려 이러한 질문에 충실히 답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직은 생소한 ‘시빅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국내 저자의 첫 저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IT 기술, 데이터, 행정 제도 등을 잘 몰라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의 불편이 정부에겐 기회가 된다”10가지 키워드로 만나는시민을 위한 데이터, 시빅 데이터 사용법의 모든 것 이 책은 시빅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10가지 키워드로 구성되었다. 먼저, 1~3장은 시빅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배경지식을 다룬다. 1장 ‘기회’에서는 시빅 데이터가 어떤 역사적 배경을 통해 부상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사례를 통해 공공 정책 영역에서 기술과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그 흐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소개한다. 2장 ‘데이터’는 데이터 중심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누구나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하는 데이터 상식 세 가지를 다룬다. 3장 ‘권력’에서는 데이터와 정부 정책의 연결고리를 설명한다. 민주주의 사회, 복지국가에서 데이터는 정부라는 기계를 움직이는 일종의 기름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더 많은 데이터가 더 나은 정책을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왜곡된 데이터는 차별을 강화하는 정책을 만들고, 이 차별은 세대를 잇는 견고한 불평등을 만든다는 점을 살펴본다. 4장 ‘변화’에서는 시빅 데이터로 정부를 바꾸기 위한 기본 원리를 설명한다. 접근하기 쉬운 정부일수록 차별은 줄어들고, 기회는 늘린다. 이런 정부가 만드는 정책이라면 시민이 이해하고 따르기 쉽다. 정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정신적 피로도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5~7장은 이 책의 핵심을 담고 있다. 5장은 ‘인터페이스’를 주제로 공문서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정부와 시민이 만나는 가장 기본적인 접점이 바로 공문서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공문서를 쉽게 작성할 수 있을 때 정부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쓸 수 있다. 6장 ‘인프라’는 정부가 수집하는 데이터가 정부가 만들 수 있는 정책의 틀을 결정한다는 점을 소개한다. 많은 데이터가 아닌 필요한 데이터를 잘 모을 때, 시민의 필요를 미리 파악하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7장 ‘피드백’의 경우, 보이지 않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정부가 다양한 시민의 불편함에 관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모을 수 있어야 지속적으로 개선 가능한 정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음을 주장한다.8장 ‘균형’은 공공 영역에서 개인정보를 포함한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주의할 사항을 정리한다. 공공 영역에서 필요한 것은 파괴적 혁신이 아닌 안전한 혁신인 만큼, 민간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데이터를 다룰 의무가 있다. 정부가 가진 개인정보에는 시민 개개인의 연봉, 건강 등 민감한 정보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민감한 데이터일수록 더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9장 ‘인재’는 공공 영역에서 데이터를 제대로 모으고 다루기 위해 어떤 인재를 모으고 어떻게 양성해야 할지 논의한다. 한 조직의 역량은 그 조직 구성원의 역량만큼 뛰어나다. 정부의 데이터 역량은 결국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데이터 역량에 달려 있다. 10장 ‘결론’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필요 없는 일은 하지 않고 필요한 일을 하는 정부, 잘해야 하는 일을 잘하는 정부가 탁월한 정부이자 시민이 원하는 정부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시간을 아껴주면 불평등이 줄어든다”식품 지원부터 투표 방식 변경, 인도(人道) 개선 프로젝트까지 시빅 데이터로 차별을 줄이고 기회를 늘리는 법 우리는 흔히 부자의 시간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의 상대적 가치는 가난한 사람에게 더 크다. 월급이 적으니 일을 많이 해야 하고, 고용 상태가 불안정하니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저자가 일하는 코드 포 아메리카에서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협력해 지역 주민들이 식품 지원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사례 중에 ‘겟캘프레시’가 있다. 주정부가 활용하는 복지 서비스 지원서에 질문할 필요가 없는 질문은 삭제하고, 반드시 물어야 하는 질문은 지원자가 가장 이해하기 쉽고, 실수하기 적은 방식으로 질문함으로써 무려 6배에 가까운 시간 단축을 이뤄낸 것이다. (본문 12p, 180p)미국 콜로라도주는 2014년 시험적으로 전면 우편투표를 도입했다. 굳이 투표소까지 올 필요 없이 자신이 편한 시간에 편한 곳에서 투표를 하고 그 결과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우편으로 보낼 수 있게 한 정책이다. 스탠퍼드대, 워싱턴대, UC버클리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정책 도입으로 투표율이 8퍼센트 증가했다. 표수로는 90만 표에 가깝다. 정해진 날짜에 투표 장소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자 기존에 투표소를 찾기 힘들었던 청년, 노동자, 저학력자, 유색인종 집단에서 투표율이 더 높아졌다. 조지타운대 파멜라 허드와 도널드 모이나한 교수의 ‘행정부담 이론’에 따르면, 콜로라도주의 우편투표 정책 도입은 행정부담 중 ‘준수비용’을 줄여준 결과라 할 수 있다. (본문 147~148p)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워싱턴대 메이커빌러티 랩(The Makability Lab)은 접근성, 지속성, 교육에 관한 상호작용 기술을 개발한다. 이곳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는 중 기존의 인도(人道)를 장애인도 걷기 편한 길로 만든 ‘프로젝트 사이드워크’가 있다. 연구팀은 구글이 16년 전부터 수집한 방대한 거리 데이터인 ‘구글 스트리트 뷰’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실제 인도에서 휠체어를 사용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구분 기준을 만들고, 그 패턴을 인공지능에게 훈련시킨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장애인에게 친화적인 인도와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한 결과, 시애틀 도심의 경우 무려 2,000킬로미터가 넘는 도로를 상세하게 조사할 수 있었다. (본문 260~261p) 이처럼 데이터는 시민을 통제하는 수단이기 이전에, 포용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이 겪는 문제는 그들의 목소리가 데이터가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기업이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더 나은 상품을 만들 수 없듯, 정부가 시민의 목소리를 새겨 듣지 않으면 더 나은 정책을 만들 수 없다. 드러나지 않는 시민의 고통을 찾아주는 데이터가 더 나은 정책을 만드는 데이터다.저자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정부가 데이터 과학을 잘 활용하려면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으로 대단한 공공 서비스를 만들어도 시민이 쓰기에 불편하면 무용지물이다. 물론 정부 서비스를 잘 만든다고 가난이나 불평등 같은 거시적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공공 서비스가 쉬워지면 더 많은 시민이 정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 외에도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에는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사례와 근거가 수록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여러 국제기구와 각 정부에서 발표한 공식 자료, 주요 매체에 실린 논문을 충실히 인용해 신뢰도와 정확성을 높인 점 또한 돋보인다. 양적, 질적으로 만족스러운 시빅 데이터 관련 자료를 찾기 힘든 현실에서, 이 책은 공공 분야 종사자들과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보고(寶庫)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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