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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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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곶감과 수필 - 윤오영 산문선
- 윤오영 지음, 정민 엮음
- 태학사
- 2024-02-19
「방망이 깎던 노인」의 윤오영,함축과 여운으로 벼리어진 그의 빛나는 산문 54편한국 근대 수필의 진수, 윤오영 산문의 결정판!윤오영(1907~1976)은 세대를 관통하면서 널리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한국을 대표하는 수필가이다. 예전 세대들은 국어 교과서에서 「방망이 깎던 노인」, 「마고자」, 「소녀」 등을 배웠고, 지금 세대의 교과서에는 그의 수필 「참새」가 실려 읽힌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관한 남다른 관찰과 사유를 통해 짧지만 깊은 울림을 자아내는 수필을 쓴 윤오영, 그의 수필들은 하나같이 군더더기 없는 정갈함, 허투루 읽을 수 없는 무게감을 지닌다.그동안 ‘태학산문선’ 시리즈의 한 권으로 사랑받아 왔던 『곶감과 수필』이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엮은이인 정민 교수가 윤오영의 『고독의 반추』(1974), 『방망이 깎던 노인』(1976), 『수필문학입문』(1975) 등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 54편을 가려 뽑은 것으로, 주제와 내용을 고려하여 새롭게 배열하고, 현대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표기를 손보고, 인용 한시 등 한문 원문에 번역문을 붙였다. 그야말로 오늘의 독자들을 위해 윤오영 산문의 정수만을 모아 놓은 선집이라 할 수 있다.군더더기 없이, 함축과 여운이 유장한일생을 두고 윤오영은 잡문의 ‘통속수필’이 아닌 ‘문학수필’을 강조했다. 그는 문학수필과 통속수필의 차이는 문학소설과 통속소설과의 차이와 같다고 했다. 즉 수필은 작품 전체에서 하나의 시격(詩格)을 얻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곧 동양적인 수필의 높은 경지와 상통한다. 예컨대 이 책의 첫머리에 수록된 「달밤」이라는 수필이 그렇다. 이웃마을의 지인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우연히 들른 맞은편 집 노인과의 대화는 이렇다.“아랫마을서 오셨소?”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안으로 통한 문소리가 나고 얼마 후에 다시 문소리가 들리더니, 노인은 방에서 상을 들고 나왔다. 소반에는 무청김치 한 그릇, 막걸리 두 사발이 놓여 있었다.“마침 잘 됐소, 농주 두 사발이 남았더니…….” 하고 권하며, 스스로 한 사발을 쭉 들이켰다. 나는 그런 큰 사발의 술을 먹어 본 적은 일찍이 없었지만, 그 노인이 마시는 바람에 따라 마셔 버렸다. 이윽고,“살펴 가우.” 하는 노인의 인사를 들으며 내려왔다. 얼마쯤 내려오다 돌아보니, 노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한 편의 시와 같은 함축, 그러면서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묘사가 과연 ‘시격(詩格)’을 갖추었다고 할 만하다.한편, 「사발시계」라는 작품에서는 무 구덩이를 파고 있는 아내를 보다가 문득 10여 년 전에 사발시계를 파묻던 일을 떠올린다. ‘내 손으로 처음 장만한 세간’인 사발시계는 수십 년 근속하던 충실한 시계였는데 그만 고장이 나서 광 속에 처박혀야 했고, 그러던 것을 우연히 꺼내어 “처리할 수 없는 모든 것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고 마땅하다 생각”하고 뒤뜰에 깊이 묻어 버렸다. 현실의 장면에서 과거를 떠올린 저자는 “시계를 묻던 그 시절의 낭만이 애상적이라면, 무 구덩이를 파는 자태는 자못 현실적인가. 그러나 현실적인 그 생활의 투쟁에도, 바람에 약간 날리는 모발은 또한 애상적이다.”라는 감상을 드러내면서도, 이어서 시간이란 공간에 대립되는 의미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러 다음과 같은 철학적 사유로 끝을 맺는다.“시계는 묻었어도 생각에 남아 있고, 시간은 가도 시계는 묻히어 있고…… 화로에 기름걸레질을 하며 김을 굽던 아내는 지금도 구부리고 무 구덩이를 파고 있다. 나도 젊음과 늙음이 한데 겹쳐 창 안에 지금 존재하고 있다. 이십 년이니 삼십 년이니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의 모든 사실은 같은 한 시간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사물을 관찰하여 표현하는 문학적 힘, 그리고 깊은 사유로 연결시키는 철학적 힘, 윤오영만의 독특한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정민 교수는 동양의 고전 문장들은 근대 수필의 모태라고 하면서, 윤오영의 수필은 “서양의 수필과는 확실히 계선을 달리하는 전통적 방식의 글쓰기에 연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종종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명말청초 이래의 소품 산문을 읽는 느낌에 빠져들게 된다.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가 그렇거니와, 그 글에서 느낄 수 있는 문정(文情)과 문사(文思)가 특히 그렇다.”고 말한다. 특히 그의 문체는 간결하고 깔밋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함축과 여운이 유장하다고 평한다.시설이 곱게 앉은 곶감과 같은 수필윤오영 수필을 곶감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감이 곧 곶감은 아니다. 그 고운 껍질을 벗겨야 한다. … 그 껍질을 벗겨서 시득시득하게 말려야 한다. 여러 번 손질을 해야 한다. 그러면 속에 있던 당분이 겉으로 나타나 하얀 시설(柿雪)이 앉는다. 만일 덜 익었거나 상했으면 시설은 앉지 않는다. 시설이 잘 앉은 다음에 혹은 납작하게, 혹은 네모지게, 혹은 타원형으로 매만져 놓는다. … 감은 오래가지 못한다. 곶감이라야 오래간다. 수필은 이렇게 해서 만든 곶감이다. 곶감의 시설은 수필의 생명과도 같은 수필 특유의 것이다.”여기서 ‘곶감의 시설’에 해당하는 ‘수필 특유의 것’을 정민 교수는 “평소에 쌓인 온축과 박학이 완전히 융화되고 체질화되고 생활이 되어 사물에 접할 때마다 자기의 독특한 리듬을 타고 흘러, 혹은 유머도 풍기고 혹은 위트도 빛내며, 혹은 풍자도 되고 혹은 우화도 되며, 구비마다 새로운 기축(機軸)을 열되 어느 때 어느 줄을 튕겨도 거문고 소리는 거문고 소리, 비파는 비파 소리를 잃지 않는 것”이라 해석한다. 세대를 관통하면서 읽혀 왔으면서, 한국적인 정서와 품격, 그리고 수필 특유의 ‘간결한 표현 속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 그의 수필이야말로 ‘오래 두고 먹어도 물리지 않는 곶감’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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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권경영, 세상을 바꾸는 패러다임 - 인권경영의 개념, 국제규범, 법제화, 그리고 한국 기업의 사례
- 이상수 지음
- 태학사
- 2024-02-19
아동노동, 강제노동, 분쟁광물 이용, 독성물질 유발, 환경파괴부터중대산업재해, 불법 해고, 임금 미지급, 노동자 학대와 차별까지21세기 기업의 최대 화두, ‘인권경영’경영과 노동과 삶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향한 첫걸음!―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15년간 101명의 하청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본질적인 이유는 무얼까? ― 160명 이상의 노동자가 백혈병 등 여러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한 ‘삼성 백혈병 사건’은 과연 올바르게 해결된 걸까? ― ‘밀양 송전선 분쟁’에서 한국전력은 지역 주민들의 무슨 인권을 어떻게 짓밟은 걸까? ― 국민연금은 과연 사회책임투자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던 20여 명의 노동자를 자살로 몰고 간 ‘쌍용자동차 사건’은? ― 총수 일가의 ‘갑질’로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한 대한항공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수십억, 수백억을 쾌척하는 기업이나 경영자가 ‘인권침해로부터는 돈 벌지 않겠다.’는 약속을 못 하는 이유는 뭔가? 인권침해로 번 돈, 피 묻은 돈으로 선행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제는 기업과 경영자가 나서서 자신의 피 묻은 손을 씻고 나아가 지구촌의 인권침해를 줄이는 일에 나설 때이다. 인권경영은 바로 이것을 하자는 것이다.” ― 「맺는 장: 인권경영,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중에서기업이라면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세계적 흐름10여 년의 연구 성과를 집약한, 인권경영에 관한 거의 모든 것기업은 과학과 기술 혁신을 주도하며 교육, 의료, 문화, 언론 등 우리 삶의 전반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면서 현대사회의 유지·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 우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효율적인 생산활동을 통해 풍요로운 생활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기업의 순기능의 이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물음들이 계속해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아침마다 마시는 향기로운 커피가 아동노동의 산물이라면?― 날마다 쓰는 휴대전화에 수백만 명의 억울한 영혼이 붙어 있다면?― 누구나 즐겨 먹는 값싼 생선에 강제노동이 섞여 있다면?― 때때로 입는 세련된 브랜드 의류가 동남아 노동자들의 착취의 결과물이라면?―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는 다이아몬드 반지에 아프리카 원주민의 피가 묻어 있다면? 우리 주위에 이러한 사례는 실로 차고도 넘친다. 아동노동, 강제노동, 분쟁광물 이용, 독성물질 유발, 환경파괴, 중대산업재해, 불법 해고, 임금 미지급, 노동자 학대와 차별 등,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많은 문제들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기업’이다. 그 이유는 바로 기업이 ‘인권경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10여 년간 ‘인권경영’에 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상수 교수가 그동안의 성과를 총정리하여, ‘인권경영의 개념’부터 ‘인권경영에 관한 국제규범의 역사적 전개’, ‘인권경영 법제화 사례와 가능성’, 그리고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사례’까지 살펴본, ‘인권경영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이다. 주류사회로 진입한 인권경영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국제사회에서는 대략 1990년대 후반부터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10년 늦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이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모두 ‘기업과 인권(business and human rights, BHR)’이라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 대신 ‘인권경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오늘날 국제사회는 ‘기업의 인권 책임’을 의문의 여지 없이 인정하고, 유엔과 OECD 등 국제기구는 다양한 규범 제정을 통해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각국 정부도 여러 법제와 정책을 통해 부응하고 있고, 글로벌 시민사회는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기업 관련 인권침해를 폭로, 비난하는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거대 다국적기업들도 인권 문제에 얽히지 않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과 인권’의 가치와 방법론은 불과 20여 년 만에 주류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이 책을 집필한 두 가지 이유저자는 한국에서 아직도 인권경영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 나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원인으로 직접적 관계자들의 인권경영에 관한 무지나 오해, 무관심을 꼽는다. 관계자라 함은 기업의 경영자와 실무자부터 인권경영 평가 기관, 경영 컨설팅 회사, 로펌, 인권위원회나 법무부 관계자, 그리고 지식인, NGO, 정치인,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경영 자체에 대한 보다 권위 있는 해설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첫 번째 이유이다. 한편으로, 인권 피해자는 대개 사회의 소수자, 약자이며, 인권경영은 이 흐름을 멈추려는 것인데, 저자는 “이 흐름을 멈추기 위해서는 어떤 힘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인권경영을 주창하는 것은 새로운 사회규범을 도입하려는 것으로서, 일종의 사회운동적 성격을 갖는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이 책의 진정한 독자는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멈추어야 한다고 믿는 수많은 일반인들”로, 여기에는 시민, 학생, 노동자, 연구자, 정치가, 행정관료, 그리고 기업 경영자도 포함된다고 하면서, 이들이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해서 어떻게 비판해야 하며, 어떤 대안을 요구해야 하는지, 나아가 인권경영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보여 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즉 “인권경영에 관한 전 국민의 각성과 운동을 촉구하기 위해서”가 저자가 이 책을 쓴 둘째 이유이다. 인권경영이 기업에게 전하는 메시지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는 ‘인권경영이 기업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기업은 자유롭게 영리활동을 하되, 기업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라!― 기업은 인권침해를 하지 않을뿐더러 제3자의 인권침해와 연계된 어떠한 이득도 얻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라!― 기업은 이해관계자․전문가와 협의하여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인권 문제에 대해 사전 예방적 대책을 세우고, 그 대책과 성과를 담은 인권경영 보고서를 작성해서 공개하라!― 그래도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면, 기업은 피해자에게 구제절차를 제공하고, 반드시 이해관계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라.인권경영, 어떻게 해야 할까주류사회로 진입한 인권경영은, 그러나 신속히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기업이 자신의 인권 위험(risk)을 식별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은 매우 번거롭고 어려우며 적잖은 비용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권경영이 도입되려면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인권경영을 실천하는 착한 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반대로 인권침해를 일삼는 악한 기업이 경쟁우위를 누리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인권경영은 ‘법적 의무’를 넘어 ‘도덕적 의무’를 기업에게 부과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법과 제도만으로는 완전하게 해결할 수 없다. 저자는 인권경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의 핵심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라고 말한다. “기업의 자발성도 필수적이고 정부의 규제도 필수적이지만, 이해관계자야말로 인권경영의 최종적인 동력”이라고 말하면서, 여러 이해관계자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기업의 인권침해 행위를 감시․비판하는 한편, 해당 기업과 협력하면서 함께 해법을 찾아갈 때 인권경영은 완수된다는 것이다.저자는 “인권경영을 진지하게 실천하는 기업의 수가 일정 지점(임계점)에 이르는 순간, 그때부터는 기업들 사이의 연쇄적인 반응에 의해 신속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하면서, “상당수의 주요 기업이 인권침해 기업과 거래하지 않기로 결심하면, 이것이 기업들 사이의 상호 감시와 견제 효과를 일으키면서 인권침해 기업이 빠른 속도로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보고, 이 단계에 이르면 시장의 메커니즘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시장 내의 모든 기업들이 인권경영으로 향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그 임계점에 이를 때까지 배전의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한편,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인권경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행정․입법․사법부, 그리고 민간단체 및 개인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일들을 현시점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으로 꼽고 있다.행정부․입법부․사법부에 당부하는 것들― 현재 진행 중인 공공기관 인권경영 정책의 내실화를 위해 노력할 것―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치된 한국 연락사무소(NCP)를 정상화시킬 것― ESG의 의무적 공시 항목에 인권경영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킬 것― 2021년 발의된 이른바 ‘인권정책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 인권경영 의무화 법제 도입을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 나갈 것― 기업이 법을 위반하면서 인권을 침해했을 경우 확실한 법적 제재를 가할 것(중대재해처벌법 등)단체 및 개인의 역할― 소비자로서의 시민은 인권침해가 섞인 제품의 구매를 거부할 것― 투자자로서의 시민은 인권침해 기업으로부터 수익을 얻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는 감시와 폭로 역할뿐 아니라, 인권경영의 참여자 및 협력자로서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협상에 임할 것― 인권경영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할 것(인권경영 컨설팅 회사나 로펌의 확산, 인권경영 인증 기관의 확산, 언론의 적극적인 역할 등)― 경영자는 인권경영을 위해 돈을 들이는 것을 ‘필수 경비’라고 생각할 것이 책의 구성과 세부 내용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들어가는 장’과 ‘맺는 장’ 외에 13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먼저, ‘들어가는 장’에서는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의 국내외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인권경영이 해결하려는 문제의 범위와 특징을 보여 준다. 1부는 인권경영의 개념을 설명한다. 1장에서는 인권경영을 정의하고 있는데, 인권경영이란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의 실사를 기축으로 하며, 준법경영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2장에서는 인권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차이를 논증한다. CSR이 사회에 대한 기업의 긍정적 기여를 강조하는 반면, 인권경영은 인권침해라는 악을 저지하는 데 초점이 있다. 3장은 인권경영이 요즘 유행하는 ESG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다. 저자는 ESG가 투자자의 경제적 수익을 위한 ESG 정보 공시에 그치는 한 ESG와 인권경영은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인권경영과 CSR이나 ESG 사이에는 중첩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목적과 방법이 다르며 심지어 상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인다.2부에서는 인권경영을 둘러싼 유엔과 OECD의 움직임을 살핀다. 4장은 인권경영의 핵심 문서인 ‘이행원칙’의 등장 과정을 설명한다. 5장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검토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른 국가연락사무소(NCP)는 인권경영과 관련한 공적 분쟁 처리 절차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극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연락사무소는 그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6장은 2014년부터 시작한 ‘유엔 기업과 인권 조약’에 관한 논의를 소개한다. 2021년에 공개된 최종 조약안은 당사국에게 인권경영의 법제화를 요구한다.3부는 인권경영의 국내법적 의무화를 다룬다. 이행원칙이 발표된 2011년 당시에는 인권경영(인권실사)을 법적 의무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명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제법의 제정 움직임과 더불어 인권경영을 국내법적 의무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7장에서는 인권경영을 법적 의무로 만드는 것의 이론적 기초를 논한다. 여기에서는 인권경영의 법이론적 설명을 위해서 토이브너의 반성적 법이론을 원용했고, 환경법의 영역에서 반성적 법의 사례와 교훈을 도출했다. 이를 통해 인권경영을 법적 의무로 하는 것은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이론적·경험적 근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인권경영을 법적 의무로 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할 지점들을 제시했다. 8장은 실제로 인권경영을 법적 의무로 만든 프랑스의 실사법을 상세히 살펴본다. 프랑스의 실사법은 한계도 없지 않지만, 선례를 만듦으로써 유럽 지역에서 인권경영의 법적 의무화를 견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9장은 인권경영 시대를 맞이하여 로펌 및 기업변호사도 인권 문제를 다루어야 함을 주장한다.4부는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인권경영 논의이다. 10장은 밀양 송전선 분쟁에서 인권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정부가 직접 인권을 침해했더라도 기업의 인권 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다. 11장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산재 문제를 다룬다. 기업이 공급망에 있는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보여 주고, 공급망에서 인권침해를 당하는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술도 소개한다. 12장은 국민연금이 인권경영을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인권경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폭로, 비판한다. 13장은 삼성 백혈병 사건을 인권경영의 관점에서 비평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인권경영이 갖는 각별한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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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비즈니스]쉬는 기술 - 덜 지치고 더 빨리 회복하기 위한
- 니시다 마사키 지음, 김슬기 옮김
- 유노북스
- 2024-02-19
조금 가려면 쉬지 말고,멀리 가려면 쉬어 가라!활력, 의욕, 열정을 재충전하는 31가지 휴식법‘남들도 다 힘든데 나 혼자 휴가를 쓰면 민폐일까?’‘집중이 잘됐는데 지금 쉬어 가면 흐름이 끊길까?’‘쉬어도 마땅히 할 게 없는데 차라리 일하는 게 나을까?’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면서도 왜인지 불안하고 남의 눈치가 보여서 쉬면 안 되는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쉬어라. 우리의 인생은 길다. 조금 가려면 쉬지 않아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무조건 쉬어 가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하루 종일 누워 밀린 잠을 해결해도, 일하는 도중 틈틈이 SNS를 들여다보며 주의를 환기해도, 사람들로부터 단절된 채 충전의 시간을 가져도 컨디션은 나아지지 않고 활력이 돌아오지 않는다. 일상의 ‘온(on)’과 ‘오프(off)’, 즉 일과 휴식을 적절히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의 회복은 온, 오프를 제대로 전환할 수 있을 때 시작된다. 이를 위해 정신과 전문의이자 수면 의학 전문가가 온, 오프를 제어해 덜 지치고 더 빨리 회복하는 기술 31가지를 총정리했다.혹시 아침마다 피로에 시달리며 ‘오늘 밤에는 휴대폰 보지 말고 일찍 자야지…’라는 지키지 못할 다짐을 하는가? 당신이 매일 밤 수면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 스마트폰 때문이 아니라 대화 부족 때문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의 한 연구 그룹에 따르면 낮 동안 소통의 욕구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을수록 밤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증가한다. 충분한 대화가 충분한 수면을 돕는 것이다. 이외에도 온과 오프를 제어해 효과적으로 회복하는 방법으로 휴식을 주말로 미루지 않고 매일 여러 번 쉬는 시간을 갖는 것, 나라와 회사가 정해 준 휴일에 쉬지 않고 내가 스스로 휴가 일정을 정하는 것 등이 있다.아무리 쉬어도 피곤하다면, 일이 많아 온과 오프가 잘 제어되지 않는다면, 일의 능률과 삶의 활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싶다면, 이 책에 담긴 휴식의 기술들을 삶의 원칙으로 삼아 보라. 몸과 마음이 회복되고 활력, 의욕, 열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삶의 균형을 잡을 때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되찾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명심하라. 오프가 있기에 온이 있다!아무리 쉬어도 피곤하다면?덜 지치고 더 빨리 회복하는 ‘쉬는 기술’‘왜 아무리 쉬어도 피곤할까?’수시로 쌓이는 업무 메일, 하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새로 생기는 일거리, 보고 나면 왜인지 더 피곤해지는 자극적인 콘텐츠, 평일이든 휴일이든 한시도 나를 가만두지 않는 동료, 친구, 가족. 차라리 자연인이 되는 게 낫겠다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차단한 채 하루 종일 누워 있어도 이상하게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 내 활력, 의욕, 열정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피로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풀고 재충전하고 싶다면 ‘쉬는 기술’에 집중하라! 휴식에 관한 대표적인 오해가 있다. 흔히 주말 하루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월요일 아침마다 찌뿌둥한 몸과 찜찜한 마음을 이끌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았는가? 중요한 것은 일할 때와 쉴 때, 즉 ‘온(on)’과 ‘오프(off)’를 적절히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정신과 의사이자 수면 의학 전문가 니시다 마사키가 온과 오프를 제어해 덜 지치고 더 빨리 회복하는 기술 31가지를 총정리했다. 이를 따라 하기만 하면 아무리 쉬어도 피곤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힘차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활력, 의욕, 열정을 재충전하는 31가지 휴식법저자는 총 네 장에 걸쳐 머리가 쉬는 기술(1장), 마음이 쉬는 기술(2장), 몸이 쉬는 기술(3장)을 안내하며 마지막 장에서 온과 오프의 균형을 맞춰 내 삶을 되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이 기술들을 삶의 기술로 받아들일 때 활력, 의욕, 열정을 되찾고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1년의 휴가 계획을 미리 짜기★내가 쉬면 회사와 동료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까 봐 걱정한 적이 있는가? 이러한 염려로 보통 휴가 일정을 프로젝트의 일정에 맞춰 계획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 경우 내가 정말 원하는 날짜에 쉴 때보다 자기 효능감이 떨어져 휴식의 질이 낮아진다. 이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1년, 반년, 한 달의 휴가 일정을 미리 짜는 것을 추천한다. ★혼자 웃기보다 다 같이 웃기★유머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스트레스를 떨쳐 내는 힘이 강한 사람은 유머를 통해 비극과 공포를 다르게 받아들일 줄 안다. 이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웃게 하면 유머의 힘이 더욱 강력해진다. 이타적인 행동이 정신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하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멈추는 의식과 시작하는 의식 정하기★하던 것을 도중에 멈춰야 할 때 찜찜한 감정을 느낀 적 있는가? 이는 하던 것을 유지하고 변화하지 않으려는 심리 특성 ‘현상 유지 편향’ 때문이다. 이를 제어하려면 일의 흐름을 끊어 주는 의식을 정해야 한다. 이를 테면 쉬는 시간에 커피를 타러 가는 것은 어떨까? 더불어 시작하는 의식도 정해 보자. 재택근무자에게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것이 방법이 될 것이다. 조금 가려면 쉬지 말고, 멀리 가려면 쉬어 가라!환경이 점차 변화해 사람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거의 모든 일상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게 되면서 일과 생활의 방식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를 테면 일거리가 생기면 쉬지 못하는 프리랜서가 늘어났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일하는 사람, 일과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한 재택근무자,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대신 24시간 일과 연결돼 있어야 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많아졌다. 이전보다 더욱 대처하기 까다로운 피로를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시대일수록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조금 가려면 쉬지 않아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쉬어 가야 한다! 제대로 쉬지 않으면 금방 주저앉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로와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되찾아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모든 이에게 온과 오프를 제어하는 휴식의 기술은 삶의 기술이나 다름없다.오래오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슬럼프를 이겨 내고 일의 능률과 삶의 활력을 모두 높이고 싶다면, 내 삶을 사랑하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효과적으로 쉬는 기술을 배워라. 삶의 균형을 잡고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나를 위해 쉰다고 절대 눈치 보지 말자. 다시 한 번 명심하라. 오프가 있기에 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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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
- 한요나 지음
- 책폴
- 2024-02-19
“얼마 남지 않은 바다,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2022 넥서스경장편작가상 ․ SF 어워드 후보 한요나 작가가 선보이는 미래 환경 · 생태 소설 입체감 있는 서사로 담아낸 미래 세계의 또 다른 좌표 먼 미래의 지구, 출생이나 가족에 대한 어떠한 기억도 없이 일찍이 삶의 의무부터 부여받은 아이들이 있다. 지구 속 구멍에 또 다른 지구가 존재한다는 ‘지구 공동설’을 믿는 공동체에서 자라나는 이들은 다음 세대가 살아갈 터전을 찾아내야 한다. 공동체는 아이들의 실력에 따라 소속을 부여한다. 운동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1~4그룹, 손재주가 좋은 아이들은 5~7그룹, 머리 좋은 영리한 아이들이 모인 8그룹, 수중 생활 능력이 남다른 아이들은 9~10그룹. 열여덟 살 버니는 그중 9그룹 소속이다. 버니는 녹조로 가득한 오염된 바다 구역에 머무르며 많은 시간 노동을 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자 힘겨움을 버텨 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버니와 공동체 친구들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깃발 너머의 바다로 나가게 된다. 제한 구역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공동체의 금기를 깨 버린 것이다. 반짝이는 깨끗한 물, 헬멧을 벗고 숨 쉴 수 있는 맑은 공기를 마주한 버니와 친구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이렇게 가까이 ‘다른 물’이 있는데 왜 우리는 늘 오염된 물속에만 있었지? 왜 여기까지 올 생각을 못 했지? 열아홉이 되면 공동체의 보호 기간이 종료되므로 바다 탐험대가 되거나, 혹은 선생님들이 제시하는 두어 개의 선택지(지하 탐험대, 동굴 탐험대)가 미래의 전부라고 여겼던 버니와 친구들은 바깥세상에는 ‘다른 곳’도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곳에서 만난 탈그룹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믿어 왔던 진실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마주한 이들은 어떠한 물길을 헤엄쳐 내일로 향하게 될까?“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어떤 확신이 마음에 뿌리내렸지. 사람들은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고, 새로운 세계를 만날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 그래서 지구 내부로 통하는 길을 찾기 위해 성인이 되면 바다 · 지하 · 동굴로 떠나는 공동체에서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겪는 ‘성장’과 ‘우정’의 이야기를 쓰게 된 거야.” _작가의 말에서 버니와 9그룹 친구들이 유영하는 세 가지 인생 키워드: 오염된 바다, 보호 종료, 다른 삶의 가능성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는 제2회 넥서스경장편작가상 우수상을 수상하고, SF 어워드 후보에 오른 한요나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이다.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바다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오래 골몰해 온 주제를 바탕으로, 작가는 오염되고 망가져 버린 세상에 단단히 두 발을 딛고 삶의 정직한 책임을 다하려는 10대의 모습을 입체감 있게 그려 낸다. 무책임한 어른들이 망쳐 놓은 세상에서 풍요와 희망은 ‘가진 자’들의 몫일 뿐이며, 다음 세대가 살아갈 만한 터전을 찾아내는 의무 또한 ‘보호자 없는’ 아이들에게 전가된 미래 세계. 열다섯 살 때부터 노동 시스템에 학습된 버니와 공동체 친구들은 다가오는 앞날에 대한 불안과 막막함이 일상을 압도할지라도 결코 웅크리지 않는다. 누가 나를 낳았고, 어떻게 내 이름이 생겨난 건지 알지 못하지만 이들에게는 함께 존재하는 ‘서로’가 있다. 언니들이 있어서 무사히 살아남았고, 뒤에 올 동생들이 있기에 무너지지 않는다. 버니와 친구들의 이러한 모습은 작품을 읽는 내내 듬직한 믿음으로 다가온다. 이들은 타인을 함부로 혐오하지 않는다. 서로 돕고, 이해하고, 상대의 말에 경청한다. 미래에 대한 각자의 선택을 비난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충분히 지지한다. 들끓는 온도의 오염된 바다를 배경으로 하지만 버니와 9그룹 친구들의 성장과 우정의 시간은 그 자체로 푸르게 빛나서, 읽는 내내 맑고 포근하다. 도움받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도울 수 있는 일을 먼저 생각하면서 내일로 나아가는 아이들. 이는 세상 속 ‘빛이 덜 드리우는’ 곳곳을 응시하면서, 거기 머무는 존재들에게 신중히 말을 건네고, 빤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심을 전하려는 작가의 다정한 태도 덕분일 것이다. ‘우리는 함께 있고“ ”스스로 존재하며“ ”언제나 다음이 있다“는 사실.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를 통해 우리 삶의 가치가 다시금 소중히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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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비즈니스]반드시 해낼 거라는 믿음
- 전대진 지음
- 마인드셋
- 2024-02-19
“선한 영향력에도 지혜가 필요하다.”세상에는 선한 영향력을 베푸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그저 남 좋은 일에만 그칠 경우에는 호구로 전락하기에 십상이다. 그리고 본인이 호구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상처로 돌아오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처럼 좋은 의도로 행한 실천이 나를 아프게 하는 화살로 만들지 않으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를 ‘성공한 기버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오로지 스스로 살아낸 것만 이야기하며 자기 자신을 ‘삶쟁이’라고 지칭하는 그가 직접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이와 관련한 방법을 전한다. 여기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기술’,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기술’, ‘인생의 차원을 바꾸는 변화의 기술’, ‘위대하게 해주는 멘탈 관리의 기술’, ‘스스로의 품격을 높이는 마인드셋의 기술’ 총 6가지 삶의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질문을 곳곳에 던져두어 독자들이 깨달은 바를 실행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두 저자와 실제로 그를 만나 위로받고, 성장함으로써 그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는 이들이 증명한 방식이니, 이 책을 선택한 당신의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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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선택과 둔주 - 이효원 단편 소설집
- 이효원 지음
- 북랩
- 2024-02-19
나는 묻는다.내가 있는 자리는 어디이며어떻게 살아왔고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의 고통과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색한 이효원 단편소설 10선‘그 도시 위로 지폐 냄새를 쫓는 수많은 음모의 날개들이 퍼덕이고 있었다.’ 「마감」 中이 단편소설 속의 내로라하는 인간군상과 남루하고 삶에 찌든 서민을 만나는 일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과 대면하는 일과 같다. 6.25동란과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의 모습은 바로 나의 부모, 형제들의 삶과 닮아 있다. 그러기에 소설 속 그들을 만나는 일은 그것은 마음 떨리는 설렘이기도 하며, 다양한 삶의 체험이기도 하다.10편의 단편소설 작품들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삶의 편린들은 바로 우리의 삶이며 역사다. 저자는 좌우 이념 대립으로 발생한 우리의 아픈 상흔을 드러내면서도 산업화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하층민들의 삶에도 시선을 주고 있다. 지난날 힘들게 살아온 주인공의 삶의 궤적과 눈물과 고통, 힘든 삶들을 제대로 들여다 보며 공감할 수 있어 이롭다.은행 대부계의 부도처리 시한을 앞둔 숨막히는 ‘하루 전쟁’은 바로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지는듯하며, 지역 사투리를 잘 살려 읽는 재미를 더하는 문장 사이로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그 사이 사이를 헤엄치다 보면 내가 있는 자리는 어디이며, 어떻게 살아왔고, 또한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해답 하나쯤은 알려주는 듯하다. 작품 하나 하나를 읽을 때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실존’ 사실 하나만으로라도 가슴 뭉클해진다.비록 소설이 산문이라지만 내용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운문으로도 읽힐 수 있다. 책 속에 있는 문장들을 통해 저자가 언어조탁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그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잘 들어봐요. 예까지도 들린다니까. 영원히 쉬지 않고, 지친 가슴들을 평화롭게 가라앉히는 저 종소리 말이오. 이 나이 되도록 하나도 이뤄놓은 것 없는 나를 그래도 품에 안아주겠다는 섬과 종소리였소.”「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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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느리게 살면 - 느리게 사는 행복을 예찬하는 이효원 산촌 수필
- 이효원 지음
- 북랩
- 2024-02-19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의 열정이 식는 것을 경계하며성난 코뿔소처럼 돌진하지 말고 느긋한 속도로 삶을 살아가라!신속한 세상에서 느리게 사는 행복을 전하는 이효원 수필선지난 몇 년 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출이 줄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재택근무의 실현 가능성까지 확인했다. 굳이 도시에 머물지 않더라도 이젠 경제적인 활동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귀농이 아닌 귀촌, 새로운 형태의 자연 속 생활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 10명 중 약 4명이 귀농 · 귀촌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신속한 세상에서 느리게 살기란 쉽지 않은 명제임이 틀림없다. 자연과 함께 느리게 사는 풍경과 그 아름다움을 갈망하면서도 느림의 삶으로 다가갈 수 없는 것이 현대인들의 불행한 일상이다. 성난 코뿔소 무리처럼 모두가 쉭쉭거리며 달려가고 있어, 혼자서는 도무지 속도를 늦출 수가 없는, 그러다가는 곧바로 뒤에서 달려오는 무리의 발굽에 짓밟히고 말 것 같은 떠밀림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느리게 살면〉 中)이 책은 번잡한 도시를 떠나 충북 제천 산촌에서 느리게 또는 여유롭게 생활하며 사계절 자연과 대화하고 얻는 서정을 수필과 시로 풀어낸 맑은 샘물 같은 글을 담고 있다. 특히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거나 서술하는데서 나아가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인지 넌지시 알려준다. 버거웠던 지나온 세월을 반추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르고 멋진 삶인지, 이런 인생살이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도시의 변화는 늘 내가 변하는 속도보다 빠르다. 때로는 버겁고 감당하기 어려우며, 그래서 나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에 농촌이나 산촌은 한적하고 이따금 불편하다. 하지만 평온하고 따뜻하며 주변과 비교해 나만 초라하게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나는 나무를 키워보면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내 조급증의 실체를 늘 한탄하게 되고는 했다. 나무를 심고 나서 빨리 크지 않아 늘 조바심을 쳤다. 그러나 한 4년만 지나면 나무의 수세에 압도되고 만다. (중략) 넓은 면적에 작은 묘목을 심을 때, 간격을 넓힌다고 나름대로 유념하면서 심었어도 4~5년 지나면 가지를 쳐내면서 후회를 했다. 그것은 오롯이 당장 눈앞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좀 더 핵심을 파악하고 좀 더 멀리 내다보는 느림과 여유를 결여한 탓이 아니고 무엇이랴.(〈느리게 살면〉 中)이 책은 비록 수필과 시라는 형식으로 저자의 서정을 풀어내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산촌, 귀촌에 대한 ‘작은 소망’을 품게 하는 책이다. 귀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고 있거나 마음은 있어도 두려워하는 이들, 경제적 활로가 보이지 않아 시도해 볼 마음조차 먹지 않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이젠 뭘 할 시간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나이가 한계일 수는 없다. ‘이 나이에’ 하고 자신의 한계를 정하는 순간, 우리의 나머지 인생은 단지 죽음을 기다리는 대기시간이 되고 만다.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삶의 열정이 식는 것을 진정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자기 앞에 놓인 인생의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잘 보내고 싶다면, 막연한 바람이나 환상과 지식·미모·힘·돈에 대한 미련은 떨쳐버리고,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겠다는 생각 대신, 시간을 마음껏 쓰겠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용도폐기 시대를 건너는 법〉 中)그러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맹목적인 질주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신이 달려온 뒤를 살피고 영혼을 되살려내는 마음,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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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맘카페라는 세계 - 엄마들이 모인 공간은 정녕 '마녀들의 소굴'인가
- 정지섭 지음
- 사이드웨이
- 2024-02-19
“한국 사회를 이해하려면 맘카페를 보라”―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엄마들의 커뮤니티, 맘카페란 도대체 어떤 공간인가?어쩌다가 이 공동체는 그토록 혐오의 대상이 되었나?엄마들이 ‘맘충’으로 내몰린 한국 사회에서,왜 우리는 맘카페 내부를 정확하게 들여다봐야 하는가?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맘카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활화산처럼 뜨겁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육아, 생활, 교육, 지역 정보를 비롯해 자신의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나누는 이곳 맘카페는,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문제적이고 논쟁적인 공간이 되어버렸다. 2000년대 중반 이 사회에 맘카페가 등장한 이래, 이 커뮤니티만큼 전 국민의 속 시원한 욕받이가 된 공간이 또 있을까? 오늘도 뉴스나 신문, 인터넷 어딘가에서는 맘카페의 ‘악행’이 퍼다 날라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가차 없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갑질과 집단이기주의, 교권 침해와 소아과 줄폐업, 선동과 가짜뉴스, 혐오가 판치는 온상, 이기적인 모성의 집합체…. 우리 사회에선 맘카페를 바라보며 이런 말들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사람들은 맘카페가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고 비판하고, ‘장삿속’에 물들었다고 몰아붙이고, 때로는 이 공간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며 폐쇄할 것까지 촉구하기도 한다.맘카페는 정말로 그렇게까지 이상한 공간인가? 도대체 맘카페는 어떤 공동체인가? 아무도 이 공간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맘카페의 자극적인 글이나 캡처본으로 이곳을 혐오하기 일쑤인 한국 사회에서, 『맘카페라는 세계』의 저자 정지섭은 맘카페를 정확하고, 생생하며, 입체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생활을 두루 거친 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작가는 5년 넘게 맘카페를 운영해 온 자신의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이 집단에 대한 본격적인 성찰에 착수한 것이다. 2010년대 후반 직접 맘카페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그의 이야기는, 맘카페라는 공간의 본질과 특성, 이 공동체의 구체적인 운영 원칙과 작동 방식, 맘카페의 정치화와 상업화 논란, 맘카페에 많은 엄마들이 빠져들고 의지하는 이유, 이곳이 점점 더 ‘고립된 성’처럼 변해가는 사회적 맥락, 그리고 그 내부에서 펼쳐진 수많은 소동들과 파란만장한 사건들로 겹겹이 이어진다. 나아가 저자는 맘카페에 대한 혐오가 여성과 엄마에 대한 혐오, 모성과 출산에 대한 혐오, 그리고 이 사회의 불행한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놓는다. 말 그대로 ‘국내 최초의 맘카페론(論)’이라고 할 만하다.모두가 대한민국의 극심한 저출산을 통탄하지만, 이제는 엄마들조차 “자식은 절대로 낳지 마세요.”라는 말하는 세상이 되었다. 모두가 육아를 잘 아는 듯 이야기하고, 엄마들을 쉽사리 ‘맘충’이라 손가락질하며, 아이들이라는 존재 자체를 점점 더 불편하게 여기는 추세는 뚜렷하다. 정지섭은 맘카페에 대한 무지와 편견과 혐오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이 공간을 무작정 변호하거나 편들고자 하지도 않고, 이제는 분명 ‘위력의 공간’이 된 맘카페를 냉철하고도 치열한 시선으로 샅샅이 되짚는다. 작가는 엄마들의 모성이 지닌 다층적인 측면을 검토하고, 이 공간의 신뢰와 동질감이 낳는 역설적인 성격과 부작용을 복기하며, ‘내 편’의 동조를 간절히 바라면서 자신을 언제나 이 세상의 ‘약자’로 상정하는 분위기를 비판한다. 요컨대, ‘엄마’가 된 여성들은 결코 완벽하지 않고, 그것은 맘카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존재’로 여기며, 그들에게 완벽한 육아를 강박적으로 요구하거나 몇몇 사례로 조리돌림을 일삼고, 맘카페를 마치 ‘마녀들이 쑥덕이는 소굴’처럼 여기는 일은 분명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와 병폐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 전면적인 혐오의 분위기에서 여성이 ‘엄마’가 되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이것이 “한국 사회를 이해하려면 맘카페를 보라”(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라는 말이 정확한 이유이며, 우리가 한국 사회에서 엄마와 육아와 가족이라는 가치를 근원적으로 다시 돌아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맘카페라는 공간엔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압축되어 있기에. 맘카페에는 타인의 시선을 향한 비교와 의존이, 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불안감과 고독이, 갑질과 집단이기주의가, ‘엄마’라는 페르소나의 카멜레온 같은 다양함이, 자녀와 부모의 동일시 현상이, 육아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가, 외적 가치에 매몰된 가족이라는 문화적 제도가 박혀있다. 동시에 거기엔 타인에 대한 신뢰와 보은의 정서,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 가족 구성원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 모성의 이타적인 가치, 그리고 이 사회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스며들어 있다. 맘카페는 결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고 해악적인 공간이 아니다. ‘맘카페라는 세계’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들여다봐야 할 중요한 블랙박스인 것이다.5년여간 맘카페 운영자로 활동 중인 저자의심층적인 분석과 성찰, 국내 최초의 ‘맘카페론(論)’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 인터넷에는 중요한 공동체가 탄생했다. 자녀가 있는 엄마들이 육아, 교육, 지역, 살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맘카페’가 그것이다. 약 20년의 역사를 거친 이 인터넷 커뮤니티는 2023년 현재 네이버에만 약 1만 2천 개 이상이 존재한다. 많은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맘카페의 구성원이 되고, 이 공간에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다른 여성들과 가감 없이 나눈다. 그렇게 맘카페는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 되었다. 그 기간 중에 와 처럼 수백 만 회원을 보유한 대형 맘카페도 탄생했고, 비상업성을 유지하며 지역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맘카페도 많아졌다. 다양한 목적의 광역 맘카페들도 속속 탄생해서 세를 불려갔고, 상업적인 성격이 강해진 맘카페도 많아졌으며, 또 상업화 논쟁 때문에 와해된 곳도 늘어났다. 분명한 것은, 이런 역동적인 흐름 속에서도 맘카페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엄마들의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공간은 지난 10여 년간 ‘엄마들의 모든 삶의 주제를 포괄하는 거대한 장’이 되었다.동시에 맘카페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의 가장 문제적이고 논쟁적인 공간이 되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수년간 언론에서는 ‘맘충’이라는 단어와 함께 맘카페에 올라오는 사건을 꾸준히 조명했고, 방송이든 신문이든 인터넷 어딘가에서든 ‘갑질’, ‘마녀사냥’, ‘조리돌림’, ‘집단이기주의’ 등등의 자극적인 말들이 ‘맘카페’라는 단어와 맞물려 쓰이는 일은 흔하디흔했다. 사람들은 맘카페가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고 비판하고, ‘장삿속’에 물들었다고 몰아붙이고, 때로는 이 공간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며 폐쇄할 것까지 촉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맘카페란 어떤 공간인가? 어쩌다가 이 공동체는 엄마들이 그렇게 의지하는 공간이 되었으며, 동시에 그토록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지탄을 받는 대상이 되었는가?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생활을 두루 거친 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정지섭 작가는, 5년 넘게 맘카페를 운영해 온 자신의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이 집단에 대한 본격적인 성찰과 심층적인 탐구에 착수했다. 그간 아무도 깊이 주목하려 하지 않고 피상적인 혐오만을 일삼았던 이 공간을 정확하고, 생생하며, 입체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최초의 ‘맘카페론(論)’, 『맘카페라는 세계』는 이제 세상에 나와서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맘카페는 대체 어떤 공간이며, 그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이 공간의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성격을 샅샅이 돌아보다저자는 이 책의 1부 ‘나는 어쩌다가 맘카페의 운영자가 되었는가’에서 먼저 자신이 어떻게 맘카페에 빠져들었고, 이 공간을 직접 만드는 일에 참여했으며, 맘카페를 관리하는 운영자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는 먼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30대를 맞이한 뒤 결혼하고 출산해서 엄마가 된 자신의 과거를 꼼꼼하게 복기한다. 정지섭은 엄마가 된다는 것, 엄마의 정체성을 갖는다는 것이 여성에게 얼마나 크고 근본적인 충격을 주는지, 현대사회의 여성들에게 이 ‘인생의 대사건’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대가족 시대와는 달리 오롯이 혼자서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지금, 자신의 ‘육아 동지’라 부를 수 있는 맘카페 이용자들의 존재는 엄마들에게 깊은 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저자도 마찬가지다. 정지섭은 첫아이를 낳은 후 이 공간을 마치 친언니들의 모임처럼 생각하고, 맘카페 중독자로 지내다가 이곳의 끈끈한 신뢰를 악용하려는 얄팍한 상술, 기계적인 광고와 처음 마주친다. 그리곤 이 공동체의 본래 취지를 지켜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던 것이다.정지섭은 맘카페가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되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또 그건 지금 엄마들이 맘카페를 찾고 있는 이유와도 꼭 같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렇다면 이제 그곳, 맘카페라는 공간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바라볼 차례다. 맘카페라는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운영되는가? 맘카페에는 매일 어떤 글들이 올라오고, 사람들은 거기 모여 어떤 이야길 나누고 있는가? 저자는 맘카페 설립 후 5년여간 거기에서 겪었던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되짚으면서 이 맘카페라는 공간을 찬찬히 조망한다. 바로 이게 2부 ‘맘카페를 깊이 들여다보면’에서 펼쳐지는 내용이다. 저자에 따르면, 강력하고 치밀한 규정과 회원등급이라는 일종의 보상 체계, 구성원들의 끈끈한 동질감에서 비롯된 신뢰와 보은의 정서, 현실 세계와 깊숙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회원들의 활동 정체성 등은 이 공간을 유지하고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그렇다면 이러한 측면에서 비롯되는,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와 확연히 구분되는 ‘맘카페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이 공간에 관해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책의 3부 ‘둥글둥글한 세계’는 저자가 맘카페의 독특하고 유별난 특성을 보여주는 장이며, 그러므로 『맘카페라는 세계』의 가장 핵심적인 파트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오랫동안 맘카페를 관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건대 이 공간의 가장 중요한 불문율은 ‘둥글둥글함’이라 이름 붙일 수 있으며, 바로 이 특성에서 맘카페의 여러 입체적인 측면들이 파생된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둥글둥글함은 맘카페 이용자들끼리 서로를 향한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고, 날카롭고 공격적인 말을 멀리하며, 가급적이면 서로에게 동조하는 ‘순한’ 공간을 지향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왜 그런가? 정지섭에 따르면, 이는 맘카페의 회원들이 ‘엄마’라는 페르소나를 장착하고 이 사회의 ‘여성다움’을 내재화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맘카페의 이런 둥글둥글한 문화 속에서 이른바 ‘프로불편러’ 혹은 ‘지나친 공감의 역설적인 측면’이 드러나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둥글둥글한 세계를 지향하고, ‘싫어요’보단 ‘침묵’을 선택하는 공간‘약함’과 ‘선함’을 내세우다 이내 ‘프로불편러’와 ‘갑질’이 등장했던 공간맘카페에는 그 내부의 구성원들끼리 서로에게 동조하고 공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심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꺼리고, 집단의 소속감과 균일함을 유지하게끔 하는 압력이 매우 크다. 이 공간에서는 트러블메이커가 되어 소외될 위험에 빠지는 것보단 차라리 침묵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응집의 에너지는, 맘카페 외부를 향해서 날카롭게 겨누어지는 집단적인 영향력으로 변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정지섭은 4부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에서 맘카페에 대한 여러 부정적인 시선 중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인, 이 공간이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 다뤄나간다. 엄마들이 모인 맘카페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해 왔고, 또 그런 움직임은 때때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로 기능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처럼 맘카페의 정치적 에너지가 갖는 순기능적인 측면을 보여주면서도, 때로는 맘카페 구성원들이 다수의 여론을 등에 업고 ‘나와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무분별한 공격성을 띠기도 했던 게 사실이었다고 지적한다. 아니면 아예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들만 취사선택해 듣기 위하여 “불편하신 분들은 패스해 주세요.”라는 말을 광범위하게 쓰는 것 또한 맘카페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이렇듯 ‘정치화’된 맘카페에 대한 세간의 비판적 인식은, 맘카페를 점점 더 이질적이고 폐쇄적인 곳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작가는 여기에서 이 사회 속의 맘카페가 처한 현실을 묻는다. 그는 5부 ‘고립된 성(城)’에서 세상이 왜 맘카페를 그토록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또 그런 시선을 피해 맘카페는 왜 더욱 높고 견고한 성벽을 쌓는 악순환에 빠지는지를 분석한다. 맘카페의 고립을 논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이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엄마 혐오’를 지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맘카페의 자극적인 글이 악의적인 편집을 거쳐, 혐오를 분출하려는 의도에서 퍼지는 일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누구든 가릴 것 없이 이 공간을 그저 돈벌이로 활용하고자 하는 상업화의 광풍과 가짜 맘카페의 난립도 심각한 문제다. 동시에 맘카페의 회원들이 ‘약자’라는 정체성에 대한 과도하게 몰입하고 있다는 점, 워킹맘이든 전업주부든 우리 사회의 엄마들은 여성과 엄마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역할에 과부하가 걸린 채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 또한 맘카페의 고립을 부채질하고 있다.그런데 어쩌면 맘카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두가 각자 자신들만의 성을 찾아 거기 안착한 뒤 높은 벽을 쌓고 있는 건 아닐까? 모두가 불안해하고, 서로에 대한 무지를 키워가고 있으며, 그러한 무지와 몰이해는 곧 혐오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그래서 정지섭은 책의 6부 ‘전면적인 혐오의 확산’을 통해 맘카페의 고립과 이 사회의 전면적인 혐오에 대한 논의는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맘충’이라는 말이 이 사회에서 빠르게 퍼진 2015년부터 대한민국 출산율이 더욱 가파르게 급락했다는 두 사실을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맘카페라는 공간과 ‘맘’들을 향한 혐오의 기원과 양상을 추적한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엄마-혐오는 ‘경제력이 단절된 여성이 호의호식하는 것에 대한 혐오’와 다름 아니며, 이는 결국 육아와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 절하이자 ‘육아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대우를 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전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한다. 정지섭은 우리에게 묻는다. 대한민국의 인구 소멸이 우려되는 지금, 우리 사회는 여성들이 엄마가 되고 빨리 아이를 낳아주기만을 바라지만, 이렇듯 혐오가 만연한 분위기에서 대체 누가 엄마라는 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겠느냐고. 이제는 엄마들조차 “자식을 절대 낳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세상이 되었으며, 엄마로서의 자존감은 완전히 박살나버린 게 이 사회의 현실이라고.작은 신뢰와 선의의 힘, 육아의 기쁨과 행복…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블랙박스, 맘카페그렇다면 희망은 있는가? 과연 한국 사회에서 ‘임신은 불행한 것’이고, ‘육아는 저주받은 것’인가? 모성은 이기적이고 몰지각한 본성일 뿐이며, 엄마들이 모인 맘카페는 ‘갑질 공동체’라는 손가락질에 계속 시달리게 될 것인가? 이 사회의 극심한 혐오와 저출산의 쌍두마차는 앞으로도 악화 일로를 걸을 것인가? 정지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탐색하며 이 책의 마지막인 7부 ‘행복의 문’을 적고 있다. 저자는 국가 차원에서 ‘여성에게 엄마가 되는 행복’을 소홀하게 대해왔던 정책적 측면, 출산과 육아를 내면의 정서적 기쁨과 행복이란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가족 공동체의 ‘가시적인 성과’ 혹은 ‘목표 달성의 수단’처럼 여겨왔던 문화적 측면, 아직도 ‘엄마가 반드시 주 양육자여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고정관념과 ‘성장 과정에서 남녀가 성별로 분리되어 자라도 괜찮다’는 남녀유별의 시각 같은 의식적 측면 등을 꼼꼼하게 살피면서 우리의 미래를 고민한다. 저자는 육아가 남자와 여자의 역할로 나뉘는 문제처럼 치부되지 않기를 바라며, 자녀를 양육하는 일과 가정 안의 정서적 관계에서 개인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촉구하고 있다.정지섭은 이 책 『맘카페라는 세계』의 마지막에서 자신의 ‘새댁’ 시절을 회고한다. 출산한 지 50일쯤 되고 나서 첫아이와 처음 외출을 한 날, 유모차를 끌고 가던 자신에게 훈수를 두며 잔소리를 하던 할머니들이 그땐 정말 싫었다고, 내 애는 내가 알아서 키우는데 생판 모르는 할머니들께서 웬 오지랖인가 싶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작가는 몇 년간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할머니들의 ‘작은 선의의 마음’은 맘카페에서 우리가 누군가에게 선의를 갖는 이유와도 닮아있으며, 서로에 대한 걱정의 마음으로 자잘한 질문을 지나치지 않고 댓글을 달아주는, 이웃으로서의 신뢰와 선의를 띤 모습과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 신뢰라는 값진 미덕을 우리는 그간 너무 저평가한 건 아니었을까? 아무도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하고,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는 이 극심한 저출산의 시대에, 왜 우리는 맘카페를 들여다봐야 하는가? 맘카페 내부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맘카페 바깥의 사회가 여길 들여다보는 방식에서 우리는 한국의 어떤 지점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왜 지금 맘카페인가? 정지섭은 만약 결혼과 출산이란 선택지 앞에서 혼란을 겪었던 10년 전의 자신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인생에서 육아가 가장 행복한 경험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적고 있다. 그리고 아직 이 공간에는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작가처럼 육아의 행복과 기쁨을 놓지 않으려는 엄마들이 무수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작은 선의를 베풀며. ‘맘카페라는 세계’는 역시 우리가 그냥 지나쳐선 안 되는 중요한 블랙박스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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