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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계절의 대륙 - 하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사계절의 대륙 - 하
    • 안제도 지음
    • 리버북스
    • 2023-04-14

    1990년대에 바치는 정통 판타지! 여러 국가의 다수의 주인공들이 펼치는 전쟁 서사시! 20세기 말 젊은 시절을 보낸 애독가라면 로도스도 전기, 은하영웅전설, 끝없는 이야기 등은 한 번쯤은 읽어 보았을 것이다. 그러한 작품들에 둘러싸여 학창 시절을 보낸 작가가 자신만의 판타지 세계를 창조해 만든 이야기가 바로 ‘사계절의 대륙’이다. 이 소설은 1세대 판타지 독자가 반길 만한, 진지한 내용에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문체는 새롭게 판타지 장르에 입문하는 이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 1. 정통 판타지 서사, 그 안에 담긴 인간에 대한 고민 현대를 사는 우리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인가?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거대한 의지의 흐름 속에서 타의에 의해 살아지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자신의 생명력을 소비하여 생존하는 자생적 존재인가? 다른 존재를 소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기생적 존재인가? 우주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류는 생산적 존재인가? 파괴적 존재인가? 사계절의 대륙은 인간에 대한 고민이 담긴 소설이다. 40만 자 이상의 장편 분량에 다수의 주인공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개연성에 기초한 기·승·전·결의 과정을 걸쳐 완결로 마무리되며, 소설 전반에 역사, 철학, 사회 비판이 적당히 녹아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2010년대 이후 판타지에 입문하는 많은 이들이 정통 판타지를 접할 기회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이에 리버북스는 고전적 판타지 ‘사계절의 대륙’를 준비해 독자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한다. 이는 장르 소설이란 작지 않은 숲에 다양한 성격의 도서라는 여러 가지 나무가 자라게 해 이상적인 출판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출판사의 바람도 담겨있다. 2. 다양한 체제에 속한 서로 다른 이상을 가진 주인공들 “복수심 같은 사적 감정이 아닙니다. 그로스 공화국, 그들은 오히려 제게 교훈을 주었습니다. 강한 국가만이 안정과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 포트니오 왕국, 강대국을 열망하는 보병 출신의 기사, 카일 로스 “명분 문제를 떠나서 미드라시온까지 침공하는 대전쟁이야. 성공하든 실패하든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해. 도대체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 윈더스콘 왕국,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 검을 드는 기사, 제이 제이든 “흥, 일개 모험가도 아는 것을 우리가 놓치고 있었다니 정말 바보 같군. 나와 오빠는 지위와 권력을 위해 왕국을 위기로 몰아넣었어. 게라스가의 권력과 명성은 미드라시온이 존속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것을 간과했던 거야.” - 미드라시온 왕국, 권력을 추구하는 귀족 출신의 마법사, 리리아 게라스 “윈더스콘과 신성왕국 놈들이 우리와 전쟁을 벌이겠다고? 그 뼈다귀 같은 신성교 놈들은 왜 남에게 썩은 방귀 같은 종교를 전파하려고 안달인지 모르겠군.” - 할켄 왕국, 전쟁의 파도에 정면으로 맞서는 변방국의 왕자, 노달 로켄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들은 왕정 국가뿐만 아니라 공화정, 종교 국가, 부족 연합, 길드 연합 등 복잡다양하다. 서로 다른 통치체계의 다양한 환경에서 성장한 주인공들은 내적 고민과 외적 갈등을 거듭하며 자신의 이상을 위해 싸워나간다. 여러 영웅들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반목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이다.3. 장대한 역사적 배경 케이로니아력 1400년대, 미드라시온의 국왕 카알 로베인은 근대적 체계의 군대를 앞세워 대륙 통일을 꿈꾼다. 통일왕의 야망은 결국 실현되지 못하지만 이 통일전쟁을 기점으로 대륙의 다른 국가들도 근대화를 외치며 왕권을 강화하고 군비를 증강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400년 후인 1800년대, 모든 국가가 영토 확장에 주력하는, 이른바 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때마침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카일 로스는 약소국 포트니오의 부흥을 외치며 대륙 곳곳에 깔려있던 전쟁의 불씨를 점화한다. 한편 검과 마법이 주류였던 이 시기에 화약 무기가 새로이 등장하며 전쟁의 양상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과장이 없는 절제된 전투 묘사, 치밀한 전술이 녹아든 전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4. 광활한 지역적 배경 마경(魔境) 작자 미상, 모험가 길드 구전 시, 1300년경대륙의 가장 깊은 곳, 모든 이의 발길을 거부하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신비, 네 개의 마경하늘을 찌르는 흰색 뿔, 새조차 넘지 못하는 얼음 장벽 생명을 보기 어려운 고지, 북부산맥의 노르딘산가장 높은 곳의 유적은 모험가를 유혹하지만바람만이 외로이 산을 타고 넘나들 뿐황색의 황폐함, 바람도 건널 수 없는 메마른 사지 영원히 계속되는 모래, 끝없는 지평선무하사막의 옛 서고는 마법사를 기다리지만 영겁의 세월 속에 먼지만 쌓여가네 -본문 중에서 드넓은 평원, 험준한 산맥, 아름다운 바다와 운하, 어둡고 울창한 수해, 사계절의 대륙은 장구한 역사를 거쳐 형성된 세계로 특색있는 지역이 고루 분포되어 있고 계절의 변화도 뚜렷하다. 이러한 환경하에 서로 다른 민족으로 이루어진 8개의 국가가 자신만의 문화를 가지고 공존한다. 소설은 이러한 광활한 대륙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웅장한 자연과 근대적 도시가 조화를 이룬 배경 묘사는 독자에게 오랜 시간 환상세계를 여행한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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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냥꾼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사냥꾼들
    • 조나단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3-04-14

    기존 SF팬들은 물론 새롭게 SF장르를 읽어보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그래비티북스 GF;Gravity Fiction 시리즈. 이번 GF6호는 조나단 작가의 첫 장편SF 『사냥꾼들』이다. 『사냥꾼들』은 종말 이후 세상을 배경으로 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식인종인 돌쟁이들에게 납치된 권 씨 영감의 딸을 찾아 길을 나서는 다섯 사냥꾼들의 종횡무진 모험담이 짜릿하게 펼쳐진다. 광화문, 인천 제물포 등 현재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의 대재앙 이후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포스트 아포칼립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낯설지가 않다. 동시에, 사냥꾼들의 과거를 통해 세상이 멸종하게 된 과정을 그림으로써 문명과 인간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도 빼놓지 않고 경쾌하게 제시한다.특히 『사냥꾼들』은 GF5호 『지상의 여자들』과 함께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최하는 2018 과학스토리 기반 과학융합 콘텐츠 창작 프로젝트 사업 지원을 받은 작품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작가 조나단은 과학웹진 <크로스로드>에 『사고』, 『여자를 믿지 마라』, 『다윈과 나』, 『신이 태어났다』 등 다수의 SF 단편을 발표했으며, 웹소설 사이트 <브릿G>에서 SF와 스릴러, 추리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장르 소설뿐만 아니라 장르시나리오와 장르대본도 쓰며 분야의 경계 없이 글을 창작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문체, 작가 조나단만이 가지고 있는 깨알 같은 위트가 적절히 녹아든 『사냥꾼들』은 잠들기 전 침대에서, 또는 심심한 주말 집이나 카페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킬링타임용으로 편하게 읽기 좋은 작품이다. 특히 사냥꾼들이 권 씨 영감의 진짜배기 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은, 손에서 책을 놓지 못 하게 한다.주어진 시간은 단 7일.돌쟁이들에게 납치된 막내딸을 찾아야만 한다. 대재앙 이후, 불빛이 꺼져버린 도시엔 점점 생명의 빛이 꺼져가고남겨진 자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초짜 사냥꾼 \'둥이\'는 베테랑 사냥꾼들과 함께 진짜배기인 권 씨 영감의 막내딸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그 여정이 만만치가 않다. 바람처럼 소문을 전하는 다섯 사냥꾼들의 좌충우돌 짜릿한 모험담이 지금부터 생생하게 펼쳐진다. 대재앙이 휩쓸고 지나간 서울의 도시. 네온사인으로 휘황찬란했던 과거 도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제대로 된 생명조차 태어나지 않는 시대. 초짜 사냥꾼 \'둥이\'는 일족을 벗어나 서울로 가서 진짜배기를 찾으라는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시작된 어느 날, 진정한 사냥꾼이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과감히 일족을 떠나 서울로 향한다. 할아버지는 대재앙 이전과 이후를 모두 겪은 이였다. 당시는 재앙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사람들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었다. 모두가 종말을 이야기했다. 늘어난 돌쟁이는 사람들을 물어뜯고 폭도들은 돌쟁이와 사람 양쪽을 공격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떠났다고 한다. 가진 이와 배운 이들. 그들은 여러 척의 커다란 배를 타고 떠났고 못 가진 자와 못 배운 자들만 남았다. 남겨진 자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다. (본문 중)광화문에서 만난 권 씨 영감은 유능한 사냥꾼들을 불러 놓고 심각하면서도 제안 하나를 한다. 멀쩡한 사람을 뜯어먹는 식인종 돌쟁이들의 습격을 피해 진짜배기인 막내딸을 찾아오면 금 세 돈과 함께 딸과 허니문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 \'둥이\'는 베테랑 사냥꾼들과 함께 권 씨 영감의 의뢰를 받아들이고 막내딸을 찾기위해 길을 떠난다. 놈들은 가지 않았다.내가 있는 차량 지붕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들리는 소리로, 놈들이 교각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문득 놈들의 소리가 공단에서 들은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그놈들인 걸까? 여기까지 사냥꾼들을 쫓아온 거야? 확신할 수 없지만 의심은 두려움으로 커졌다. 심장이 벌렁거리며 뛰었다. 겁먹지 마, 놈들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어. 그래도 몸이 긴장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본문 중)\"그래, 인간이 문명을 건설했지. 오랜 시간에 걸쳐, 이 허망한 문명을…… 사람들은 그것이 언제나 계속될 줄 알았단다. 물론 처음에는 계속 발전하고 확장했지. 더는 확장할 수 없게 되자 내면으로 들어갔고. 네트와 게놈, AI 같은 것들 말이야. 그게 뭐더라, 그래 생명공학, 그거면 인간 자체의 비밀을 풀고 한 차원 더 진화할 거라 믿었어. 어떤 식인고 하니…….\" (본문 중)권 씨 영감의 막내딸을 찾기 위해 떠나던 길에서 만나게 된 바우사냥꾼. 그는 막내딸을 \'천사들의 섬\'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이 세계에서 무작정 천사들의 섬에 들어가는 건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천만한 일. 천사들 중에도 돌쟁이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데.. 과연 사냥꾼들은 천사들의 섬에 들어가 막내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시커먼 갯벌 너머에 작은 섬이 있고 그 너머에 더 큰 섬이 있었다. 그 섬과 연결된 다리를 한동안 감상했는데, 바다 위에서 유연하게 뻗은 아주 긴 다리였다. 제대로 서 있었더라면 꽤나 장관일 것 같았다. 그러나 다리는 섬 쪽 부근에서 끊어졌고, 무너진 교각 덩어리가 바닷속에서 비죽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보기 흉했다.위쪽에도 다리가 있었는데, 바다 위의 다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큰 다리였다. 섬 쪽 다리 끝에 초소 같은 게 보였고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너무 멀어 사람인지 돌쟁이인지는 분간이 어려웠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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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나라의 아이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사라진 나라의 아이들
    • 이성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04-14

    대한제국 1888년, 아이들이 사라진다! 대한제국 당시 미제로 남은 ‘서양인 영아 연쇄살인사건’ 모티브로 한 역사 팩션 스릴러 조선 왕실의 충격적인 포고령“서양인들이 영아를 납치하여 잡아먹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잔학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서양인을 알고 있는 자는 관아에 고하라!”-1888년, ‘외인(外人) 유아도식(幼兒盜食) 풍문(風聞) 고시문’ 중에서사라진 어린아이들이 난도질당한 채 죽어가던 흉흉한 시절누가 죄 없는 아이들을 유괴해 살해한단 말인가!개화기 외세의 거센 압박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던 대한제국 나라의 망조에 일어난 영아 연쇄살인사건혼돈의 시대, 왕명을 받은 마지막 수사관이 진실을 쫓는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소개된, 역사 미제 사건‘대한제국 영아 연쇄살인사건’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제1회 케이스릴러 작가 공모전 당선작대한제국 1888년, 아이들이 사라진다!“근래에 서양인들이 영아를 납치하여 잡아먹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에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아이를 납치하여 잔학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서양인을 알고 있는 자는 관아에 고하라”1888년 6월. 조선 왕실은 세간에 돌고 있는 영아 살인사건에 대해 위와 같은 포고령을 내렸다. 개화의 거센 물결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정말로 이런 사건이 있었던 것일까?그러나 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 후, 고종은 다시 어명을 내린다. “조사 결과 서양인들이 영아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모두 낭설로 밝혀졌다. 향후 이런 풍문을 입 밖에 내는 자들은 극형으로 다스릴 것이다. 또한 풍문에 휘둘려 서양인을 공격하는 자들에게도 중벌을 내릴 것이다”조선 왕실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 것일까? 대체 누가 아이들을 아홉 조각으로 자르는가? 미국 공사관에서 서기로 일하고 있는 찰리 롱의 가방에서 수상한 필름이 발견된다. 필름 안에 있는 두 아이는 얼마 전 누군가에게 납치당해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아이들이다. 특별 수사관 김대정은 찰리 롱을 조사하지만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해 그를 풀어준다. 이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누군가가 아이를 납치해 정교하게 아홉 조각으로 잘라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놔둔 것이다. 그러자 조선 백성 사이에서는 잔악한 이 행동이 서양인들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성난 백성은 서양인이 운영하는 고아원, 성당, 병원 등을 공격하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데…….“지금은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었는지 아니면 풍문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작가 인터뷰 중에서케이스릴러 PD : 19세기 후반, 대한제국 당시에 일어났던 영아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평면적인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작가님의 입체적인 해석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이성진 작가 : 평면적인 이유는 서양 열강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두려움과 반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의 근본적인 원인은 당시 사회의 내부적인 문제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가 무엇일지 계속 생각하며 집필했습니다. 다만, 그걸 알려드리면 소설의 중요한 지점을 말씀드리게 되는 거라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케이스릴러 PD : 연쇄 살인사건의 추적 끝에 이른 절망이 역사적인 절망이라는 데 이 작품의 비범한 가치가 있습니다. 혹시 세계의 역사에서 유사한 사례나, 참고한 자료들이 있는지요?이성진 작가 : 영국에서 일어난 ‘잭 더 리퍼’입니다. 우연히 다큐멘터리에서 이 사건을 접하고 관심이 생겨 자료를 조사했습니다. 1888년에 이렇게 충격적인 연쇄살인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는데, 이 사건을 조사하다가 문득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미제 연쇄살인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런 이유로 조사를 해보니, 같은 해인 1888년에 우리나라에도 영아소동이라는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물론 잭 더 리퍼 사건이 일어났을 무렵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였고, 대한제국은 나라가 망해가는 시기였지만 잔혹한 연쇄살인마가 끝내 잡히지 않고 시대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버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아소동의 경우 잭 더 리퍼와 달리 나라가 망해가는 시기였기에 사건 자체가 묻혀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었는지 아니면 풍문이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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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소녀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사라진 소녀들
    • 팜 제노프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3-04-14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뛰어든 이름 없는 영웅들의 숨겨진 미스터리.★《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코스모폴리탄》 베스트 북클럽 올해의 책★《팝슈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글래머》 2019년 최고의 책미스터리한 운명을 남긴 채 사라진 소녀들.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서서히 드러나는 거짓과 배신.진실은 과연 무엇일까.1946년, 뉴욕.출근길에 오른 그레이스는 자동차 사고로 앞뒤가 꽉 막힌 도로를 피해 그랜드센트럴역으로 향한다. 그리고 기차역 벤치 아래에서 ‘엘레노어 트리그’라는 이름이 적힌 갈색 여행 가방을 발견한다. 그레이스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가방을 열었다가 레이스로 가지런히 묶어 놓은 사진 한 묶음을 찾아낸다. 10여 장에 가까운 사진은 전부 젊은 여자들의 독사진으로 스물다섯 살이 채 넘지 않은 앳된 모습이다. 바로 그때 기차역 바깥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고, 그레이스는 충동적으로 사진을 챙겨 역을 빠져나온다.얼마 후 그레이스는 사진을 돌려놓기 위해 다시 역을 찾지만 이미 가방은 사라진 후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중 창설된 영국 특수작전국 소속 엘레노어 트리그의 가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진 속 열두 명의 젊은 여성은 엘레노어가 직접 뽑고 훈련한 비밀요원이며 프랑스 파리에서 무선통신원으로 활동했는데, 그 중 한 명이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마리였다. 프랑스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발탁되어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 이미 독일군이 점령한 파리에 침투하는데…….작가가 국방부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의 잔혹한 면을 생생하게 보여 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사라진 소녀들》.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죽음을 지켜봐야만 하는 끔찍한 전장의 현실과 세상을 구하고자 목숨을 걸고 지옥으로 뛰어든 영웅들을 그린 이 작품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비밀요원들의 이야기다.지금이라도 소녀 중 누군가 그 방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올 것만 같아서 번갈아 좌우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는 거야?-본문 중에서기차역에서 우연히 가방을 발견하고 진실을 찾고자 분투하는 그레이스, 영국 특수작전국에서 유일한 여성 간부이자 직접 소녀들을 발탁하고 훈련시켜 적지에 투입하는 임무를 맡은 엘레노어, 홀로 어린 딸을 키우다 첩보원으로 발탁되어 독일군이 장악한 파리에 파견된 마리. 소설은 이 세 여성의 시점을 오가며 전개되는데, 그레이스가 조금씩 진실에 다가갈수록 엘레노어와 마리의 활동 역시 생생하고 빠르게 서술되면서 독자의 흥미를 사로잡는다. 엘레노어와 마리가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때로는 의구심을 품으며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그레이스는 이들이 남긴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진실에 다가간다. 그 과정에서 그레이스는 직접적인 관련도 없고 이미 지난 과거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알 수 없는 깊은 동료애를 느낀다. 마리가 위기 상황에 처할 때면 엘레노어도 그 위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레이스 또한 그들의 상황이나 심정을 조금 더 깊이 헤아리기 위해 분투하는 등 서사 구조가 치밀하다. 이러한 소설적 장치는 책을 읽는 독자 또한 시공간을 넘은 세 여성에게 깊이 공감하는 데 일조한다.“전쟁 중에는 진실이 너무 귀해서 항상 거짓이라는 호위병을 대동해야 한다.”-윈스턴 처칠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피어나는 비밀, 거짓과 배신은 작품에 몰입하는 데 큰 힘을 실어 준다. 어느 시대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자기의 입지를 다지고 실리를 챙기며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자가 나타나기 마련이고, 전 세계를 위협하는 전쟁이라면 그 피해는 말할 필요 없이 더 큰 희생을 부를 것이다. 역사는 결과를 중시할 뿐 진실은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속내를 드러내는 것도 지난 과거가 늘 그래 왔기 때문일 터다. 결국 승리의 깃발을 들더라도 이름 없이 사라진 희생자들은, 비록 그들이 영웅일지라도 눈물을 머금고 그 깃발의 그림자에 가려진다. 누군가 그들이 남긴 흔적에 관심을 보이기 전까지는.사진 한 장을 뒤집자 뒷면에 갈겨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마리. 나머지 사진에도 각각 이름이 적혀 있었다. 매들린, 진, 조시. 아무리 봐도 가든 파티 참석자 명단에 나올 법한 이름들이었다.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본문 중에서작가는 그레이스를 통해 마리와 사라진 소녀들, 엘레노어 그리고 한 시대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역사가 덮어 놓은 어둠에 용감히 빛을 비춘다. 그러한 용기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생생하게 서술한 《사라진 소녀들》을 읽는 행위 그 자체를 매혹적으로 만든다. 나아가 전쟁에 투입되었지만 이름조차 찾을 수 없는 여성들의 용기와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의지, 우정을 느끼며 깊이 감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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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의 아이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사람의 아이들
    • P. D.제임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23-04-14

    추리소설의 여왕 P. D. 제임스가 쓴 단 한 편의 SF!<그래비티><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만든 걸작 SF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의 원작!인류가 마침내 재생산 능력을 잃어버리고 완전한 불임이 되었다. 20년 넘게 새로 태어난 아기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 마지막으로 태어난 세대 역시 어른이 되었지만 이제 자살과 절망은 보편적인 일이 되었고 문명은 무너지고 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역사학자 테오 페이런은 미래 없는 미래에 냉담한 태도로 대부분의 시간을 회피하며 보낸다. 그런데 밝고 매력적인 여인 줄리언이 테오에게 접근해 그의 사촌인 영국 총통에게 전언을 부탁하는데…. 과연 그녀와 그녀의 혁명가 그룹은 테오의 삶에 대한 열망을 깨우고, 또한 인류의 생존을 위한 열쇠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우아하다…시적이다…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다.” <보스턴 헤럴드>“팽팽한 긴장감, 오싹한 두려움이 이어지다 결국 전부 설득당하고 만다.” <데일리 메일>“P. D. 제임스는 등장인물과 적재적소의 사건을 빚어내는 장인이다.”<로스엔젤레스 타임스>우리는 작고 비루하며, 따라서 언제까지나 슬프다영화 이야기P. D. 제임스의 《사람의 아이들》은 이제 동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으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최근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에서도 손꼽힙니다. 국내에서도 처음에는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한 채 소리소문없이 소개됐지만, 이후 열렬한 입소문을 통해 알려졌죠. 이제 이 영화는 21세기에 만들어진 걸작 SF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혹시 아직 보지 못한 분이 계신다면 꼭 챙겨보시길 바랍니다. 알폰소 쿠아론의 타고난 재능인 서스펜스를 다루는 능력은 이 작품에서 완전히 물이 올랐고, 탈현실적인 상황에서 인간에 대해 사색하고 구원의 가능성을 찾는 쿠아론의 세계관도 이때부터 확고한 방향성을 지니게 됩니다(《그래비티》의 선배격이라고 할까요). 무엇보다 영화가 재밌습니다. 그냥 보시면 됩니다.원작, 소설 이야기소설의 배경은 2021년입니다. 20세기 말 무렵부터 갑자기 세계의 사람들이 모두 임신을 할 수 없게 됐고, 인류는 천천히 다가오는 멸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래가 사라진 문명은 목표를 잃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았던 적이 있는 노년들은 권태 속에서 스러지고, 마지막으로 태어난 세대는 목표가 없는 세계 속에서 기이한 냉소를 품고 멋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설의 배경인 영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포르노 산업을 지원하며(권태를 덜어주기 위해서), 동시에 중산층 이하 노년층의 자살도 권장합니다(복지 관리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입니다). 인간들의 세상은 천천히 늙어 죽어가고 있습니다….영화에 비추어 원작 소설을 다시금 살펴보면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테오의 설정부터가 다르죠. 특히 이 소설은 테오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면서 그의 정서에 강한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니 그에 대해 살펴보는 게 소설에 대해서도 많은 것들을 알려줄 겁니다. 소설 속의 테오는 더 나이가 많고, 관조적이고, 염세적입니다. 역사학 교수인 소설 속의 테오는 행동보다는 관찰하는 이에 가깝습니다. 그는 움직이기에 앞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낍니다. 박물관에서 기억된다는 것에 대해 사색하고, 교회에 가면 구원에 대해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을 때는 자신의 실패한 과거를 반추하고, 인물을 소개할 때는 그와 함께 보냈던 청소년기를 오래도록 회상합니다. 그가 건물이나 풍경을 묘사할 때는 차분하면서도 낭만적입니다. 그리고 그 낭만은 슬픔에서 기원합니다. 이 슬픔은 P. D. 제임스의 다른 소설들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좋고, 관찰력이 뛰어나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는 어찌할 수 없는 게 있음을 완전히 이해해버린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징이죠.그나마 제임스의 다른 소설에서는 주인공들이 자발적인 행동력을 겸비하고 있지만, 그들에 비해 《사람의 아이들》의 테오는 액션의 비중이 현저히 작습니다. 마치 수난극에서 배우와 에반젤리스트의 세계가 분리된 것처럼, 테오는 소설 속의 \'이야기\'에서 가능한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그는 세상에 속한 그 무엇이 되기보다는, 그곳의 바깥에서 그곳을 관찰하면서 해설하고 설명하고 싶어 합니다. ‘역사학자’로서의 삶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소설 《사람의 아이들》의 이야기는 좀처럼 불이 붙지 않습니다. 불이 붙은 순간에도 작은 불꽃이 보일 뿐이죠. 교과서적으로 스펙터클을 확장시켜가는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을 읽는다면 스케일이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이 점이 원작소설의 매력입니다. 네빌 슈트가 쓴 SF 《해변에서》를 읽어보셨나요? 핵전쟁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 직전까지 가고, 아무런 희망 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최후의 생존자들이 살아가는 날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해변에서》가 아직도 회자되는 이유는 특유의 느긋함 때문입니다. 거기 나오는 인물들은 폭력과 혼란에 빠지지 않고 숙명을 받아들인 채 어제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기운을 내서 운동회도 열고요. 이 이상한, 절멸을 앞둔 자족 상태는 스펙터클로는 묘사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설 전반부에서 테오가 목격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어떤 노부인이 아기 대신 데리고 다니는 인형을 길 가던 사람이 집어 던져 부숴버리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사람이 죽는 장면보다 강렬하게 묘사된 그 사건은 천천히 죽어가는 세계가 어떠한 종류의 자포자기를 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종류의 미지근한 광기를 불러왔는지를 인상적으로 보여줍니다. 수시로 등장하는 이 작은 광기는 사람들에게 슬픔뿐만 아니라 즐거움도 주지요. 사람들은 고양이가 출산하면 축하 파티를 열고, 아이 대신에 새끼 고양이에게 세례를 줍니다. 그리고 테오는 이 모든 것들을 보면서 세상이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왔음을 매번 확인합니다.그래서 소설은 메인 플롯이라 할 수 있는 지하 세력의 이야기도 (영화에 비하면) 덤덤하게 그렸습니다. 영화에서는 생명이라는 숭고한 대의에 헌신하는 여성들(쿠아론 감독이 이 점을 원작보다 훨씬 강조했음을 감안하면, 그의 이후 작품들을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이 인상적으로 그려지는 반면, 소설에서는 그러한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부는 물론, 그에 항거하는 세력마저도 각자의 사정으로 이래저래 엮인 인간 군상으로 보일 뿐입니다. 스토리상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여성마저도 그 역할을 맡게 된 계기가 너무 \'세속적으로 평범\'합니다. 영화에서 같은 역할로 나오는 여성이 사실상 성모 마리아의 캐릭터를 재현한 것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결국, 소설 《사람의 아이들》은 마지막까지도 인간이라는 편협한 존재의 한계를 떠나가지 않습니다. 기적이 일어났음에도 숭고함은 발현되지 않습니다. 변화가 있다면 ‘에반젤리스트’에 가까웠던 테오가 지상의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는 거겠지요. 그가 비로소 인간이 된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것은 해피엔딩일까요? 글쎄요,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타락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갈 때조차 인간은 비루함과 유혹 속에서 살아가야 하니까요. P. D. 제임스는 언제나 인간이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었고(《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의 후반부는 얼마나 아름다웠나요), 《사람의 아이들》 역시 그 미묘한 감흥 속에서 막을 내립니다. 우리는, 겨우 이런 사람들이라고요. 처음과 같이, 앞으로도 언제까지나.브렉시트가 표방하는 미래의 영국과 이상하리만치 닮은, 마치 예견된 미래처럼 보이는 이 작고 슬픈 소설 속을 거닐어 보시기 바랍니다. “와….” 하고 감탄할 만한 거대한 울림을 일부러 피하고 그 자리에 소멸과 지리멸렬함을 집어넣은 이 SF는, 그럼으로써 ‘인류라는 존재의 영원한 미래’를 정확하게 예견한 게 아닐까요. 만약 미래를 더 잘 보여주는 SF가 좋은 SF라면 《사람의 아이들》은 아주 좋은 SF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이미 어느 정도 그 단계에 올랐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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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에 빠진 레이철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사랑에 빠진 레이철
    • 팻 머피 지음, 유소영 옮김
    • 허블
    • 2023-12-27

    네뷸러상, 필립 K. 딕상, 성운상(세이운상), 시어도어 스터전상 수상 작가아더와이즈상 (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 창설자페미니즘 SF 계보의 압도적인 시작, 팻 머피 “현실의 억압과 폭력으로는 지우지 못할 저항과 자유의 힘”_(SF평론가 심완선)‘글 쓰는 여자’를 두려워하지 말지어다여자들이 SF를 망치는 존재라면 우리는 기꺼이 SF를 망쳐주겠다!1976년, 가장 ‘남성적인’ SF를 쓰는 작가로 평가받아 온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가 실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SF 업계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후에 ’팁트리 쇼크‘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로 이 사건은 어마어마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런데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이 당시에는 왜 그렇게 혼란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졌을까? 또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왜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이라는 본명 대신 지극히 남성적인 이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를 사용해야 했을까? 무엇이 ‘글 쓰는 여자’들을 그렇게 두렵고 충격적인 존재로 만드는가?SF계에서 ’남류작가‘들이 득세하던 1970년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여자들은 진짜 SF를 쓰지 않아, 가짜 SF나 판타지만 쓰지. 여자들이 SF를 망치고 있어”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 창설자이자 SF 작가인 팻 머피는 그런 바보 같은 말들을 단호하게 정리한다. “그 말들은 지겹고 틀렸다”라고. 그리고 네뷸러상, 필립 K. 딕상, 성운상(세이운상), 세계환상문학상, 시어도어 스터전 기념상 등 유수의 상을 받으며 작품으로서 또 한 번 자신의 대답을 증명해낸다.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를 기리며 만들어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현 아더와이즈상)은 성평등과 젠더에 관한 시야를 넓히는 SF 및 판타지 작품에 주어지는 상이다. 지금까지 어슐러 르 귄, 조애나 러스, 일본의 만화가 요시나가 후미 등 쟁쟁한 작가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만약 팻 머피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 창설자가 아니었다면 제1회 수상의 영광은 팻 머피에게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소설들은 여성주의적 관점을 담고 있다. 표제작이자 네뷸러상을 수상한 「사랑에 빠진 레이철」은 10대 소녀의 뇌를 이식받은 암컷 침팬지의 성과 사랑을 솔직하고 충격적으로 묘사했으며, 두 번째 순서로 수록된 「채소 마누라」는 국내에서도 이미 페미니즘 SF로 알려진 작품으로 여성(채소 아내)을 ’구매‘해 심은 후 성적으로 착취하는 폭력적인 농부 핀과 억압을 딛고 마침내 땅 위에 우뚝 선 ’채소 아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수록작 「숲속의 여자들」 역시 매 맞는 아내에 대한 묘사와 가정폭력에 대한 고발이 신랄하게 이어진다.외국문학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SF 추진체, 보석 같은 외국 고전 SF를 재발견하여 독자에게 큐레이션하는 허블의 ’워프‘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책으로 팻 머피의 『사랑에 빠진 레이철』이 출간되었다. 한국판 특별 선집 『사랑에 빠진 레이철』에는 과거 국내 앤솔러지에 소개된 「오렌지꽃이 피는 시간」, 「사랑에 빠진 레이철」, 「채소 마누라」, 「무척추동물의 사랑과 섹스」 외에도 16편의 국내 미발표작이 알차게 수록되어 있다. 허블은 『사랑에 빠진 레이철』을 통해, 그리고 팻 머피를 통해 페미니즘 SF의 계보를 새롭게 쓰고자 한다.“착한 여자는 얌전히 천국에 가지만팻 머피의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영화배우이자 코미디언 겸 극작가 메이 웨스트는 이런 말을 남겼다. ‘Good girls go to heaven, but bad girls go everywhere’ 해석하자면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고, 나쁜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는 뜻이다. 기존의 가부장제를 답습하며 억압당하는 착한 여자들의 상상력이 가정과 천국에만 머문다면 팻 머피의 SF적인 상상력은 여자들을 ’원하는 곳‘으로 옮겨 놓는다. 그곳이 설령 가정과 천국처럼 안온하고 행복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팻 머피의 여자들은 행복을 찾지 않는다. 그들은 행복 대신 자기 자신을 찾는다. ‘착한 여자’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여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자‘가 되기 위해. 샬롯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를 연상시키는 「숲속의 여자들」에서 주인공은 꿈에 그리던 안락한 가정을 꾸리지만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하고, 그때마다 집 뒤뜰의 참나무숲으로 피신한다. 참나무숲에서 ’참나무 여자들‘의 환각을 종종 목격한 주인공은 남편의 가정폭력이 극에 달하자 마침내 나무 위로 올라가 환각 그 자체가 되어 자신을 찾는 남편을 비웃는다. 「사랑에 빠진 레이철」의 레이철은 10대 소녀의 뇌를 이식받아 의사소통이 가능한 침팬지다. 집 안에만 갇혀 있던 침팬지(이자 10대 소녀의 마음을 가진) 레이철은 유인원 연구 센터에 끌려가 처음으로 성과 사랑에 눈뜨며 소녀와 짐승 사이에서 자아의 혼란을 겪는다. 마침내 레이철은 소설 후반부에서 자신의 안락한 집인 목장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닌, 수컷 침팬지의 손을 잡고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사막을 향해 기꺼이 걸음을 옮긴다. 소녀로서의 자신과 짐승으로서의 자신, 그 모두를 받아들인 레이철은 마침내 ‘괴물’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어 주체적으로 행동한다.「채소 마누라」의 채소 마누라 역시 자신을 땅에 심어놓고 성적으로 학대하던 농부 남편을 죽이고 똑같이 땅에 묻어버리며 떠오르는 태양과 눈을 마주한다. 「진흙의 악마」에서 돌로레스는 진흙으로 악마 인형을 만들고 파는 가난한 여성이다. 악마 인형을 판 돈으로 술주정뱅이 남편과 어린 딸을 부양하지만, 남편의 폭력이 시작되자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인 악마를 스스로 부숴버린다. 어린 시절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영화배우 아버지의 무관심에 상처받으며 아버지에게 광적으로 집착하게 된 「TV 속의 죽은 남자들」의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를 상징하는 TV를 마침내 뒤뜰에 내다 버리며 TV 위에 불을 지른다. 땅에 묻어버리고, 부수고, 불을 지르며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자신을 옥죄고 있던 억압의 족쇄를 끊어내고 스스로 우뚝 서는 여자들. 구원은 타인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다. 팻 머피의 SF적 상상력은, 수동적이었던 여자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하게끔 만든다.익숙한 방 안에 한 가닥 떨어져 있는 낯선 머리카락등 뒤를 스치는 사소한 기척,내 안의 불안은 그런 것들을 먹고 자란다팻 머피의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불안‘이다. 팻 머피의 몇몇 소설들은 ’괴담‘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사건은 일어날 듯 말 듯 불길하고 암시적인 징조로만 존재한다. 「파도가 다정하게 나를 부르네」에서 바닷가 옆 오두막에 사는 케이트는 어느 날 바다에 쓸려온 물범의 사체를 보고 실키족(물범족)을 죽이면 저주를 받게 된다는 옛이야기를 떠올리며 불안해한다. 「유성은 우주에서 날아온 돌멩이다」에서 중년 여성 젱킨스는 하늘에서 떨어진 유성을 목격한 후부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변화(방 안에 낯선 색깔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다거나, 물건의 위치가 묘하게 달라져 있다거나, 저절로 집 안의 불이 켜진다거나, 자잘한 불운이 이어지는 등)를 겪고 초조해한다. 「뒤돌아보지 말라」의 주인공 리즈 역시 자신이 떠난 자리에서 자신을 하나하나 대신하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보며 조바심을 느낀다. 때로 우리 모두가 경험하지만, 말로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 남들은 ’네가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팻 머피는 그들의 복잡한 마음의 결에 섬세하게 주목한다. 특별히 큰 사건들은 일어나지 않아도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팻 머피는 인물의 불안과 사소한 불편함, 조바심 같은 감정들을 정확하게 묘파해낸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시간여행자, 어류인간, 외계인, 네안데르탈인 일상 속에는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뒷문이 있다팬데믹으로 점령당해 봉쇄된 도시, 식료품과 물자가 점점 떨어져 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처음 보는 여자가 구경하기도 힘든 생오렌지 한 바구니를 건네준다면? 혹시라도 그녀가 시간여행자는 아닐지 의심해보라. 팻 머피의 소설 속 외계인들은 저 멀리 우주가 아닌 우리 일상 속 곳곳에 존재한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의 작가 케이트 윌헬름이 쓴 서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팻 머피의 소설에는 ‘외계인, 타자를 향한, 흔해 빠진 혐오가 없다. 대신 공감과 포용이 평화를 부르고, 공허를 채우고, 심지어 구원으로 나아간다.’ 평범한 남자와 시간을 여행하는 여자의 아련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오렌지꽃이 피는 시간」, 손에서 물갈퀴가 자라나는 어류 인간 모리스과 해양생물학자 닉의 우정을 다룬 「군도에서」, 멕시코에서 해먹을 파는 바람둥이 상인 그레고리오가 우연히 만난 관광객 여성이 실은 지구에 낙오된 외계인이었다는 내용의 「머나먼 곳의 무더운 여름밤」, 호텔에서 노숙하는 부랑자가 길에 버려진 폐품에서 외계인 우주선 부품을 발견해 우주선을 재조립한다는 내용의 「도시 빈민가의 재활용 전략」, 시간여행을 통해 현재 세계로 소환된 마지막 네안데르탈인의 이야기 「곰의 손길」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종류의 이방인들이 팻 머피의 소설에 등장한다. 그리고 팻 머피는 타자, 이방인을 향한 혐오 대신 공감과 이해로 그들을 받아들인다. 팻 머피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그는 아직도 ‘여전히 나는 침대 밑 마녀의 존재를, 언젠가 깨진 노면 틈에서 찾아내고픈 마술 동전의 가치를 믿는다.’라고 말한다. 팻 머피의 소설들을 통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뒷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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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에 빠진 악마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사랑에 빠진 악마
    • 자크 카조트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림원
    • 2023-04-14

    “내 사랑, 나와 함께인간들을, 우주를, 자연 전체를 복종시키고 싶지 않아?”18세기 환상문학의 탄생을 알린 획기적인 작품현실과 꿈, 진실과 환영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자크 카조트의 걸작!호기심과 지식욕으로 가득한 귀족 청년 알바로. 철저한 경험주의자인 그는 선배 동료의 신비로운 능력을 목격하고 그와 같은 마술적 지식을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악마와 계약하는 데 성공한다.그런 알바로의 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악마 비온데타. 그녀는 알바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는 그를 끊임없이 유혹하는데……. 이성과 욕망 사이 알바로의 선택은? 과연 그는 그의 영혼을 악마에게 양보할 것인가?현실주의와 환상을 섬세하게 표현한 자크 카조트의 대표작으로, 이성과 감성, 합리성과 초자연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청년의 방황과 고통, 그리고 인내와 극복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현실과 꿈, 진실과 환영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자크 카조트의 걸작!호기심과 지식욕으로 가득한 귀족 청년 알바로. 철저한 경험주의자인 그는 선배 동료의 신비로운 능력을 목격하고 그와 같은 마술적 지식을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악마와 계약하는 데 성공한다.그런 알바로의 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악마 비온데타. 그녀는 알바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는 그를 끊임없이 유혹하는데……. 이성과 욕망 사이 알바로의 선택은? 과연 그는 그의 영혼을 악마에게 양보할 것인가?『사랑에 빠진 악마』는 현실주의와 환상을 섬세하게 표현한 자크 카조트의 대표작으로, 금속을 변화시키고 영혼을 복종시키는 과학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주인공 알바로가 악마와의 연애에 빠져드는 기이하고도 매혹적인 소설이다. 연금술에 의해 불려진 악마가 인간을 유혹하는 과정, 인간의 원칙과 열정이 그것과 투쟁하는 과정이 작품 속에서 그려진다. 이성과 감성, 합리성과 초자연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청년의 방황과 고통, 그리고 인내와 극복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1719년 프랑스 디종에서 태어난 자크 카조트는 마술적 분위기의 에피소드들로 주목받는 중세풍의 소설 『올리비에』(1763) 등을 발표했고, 1768년에는 디종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특히 1772년에 발표한 『사랑에 빠진 악마』는 진지한 문학적 가치로 높이 평가받으며 ‘환상문학’이라는 새로운 문학 형태의 탄생을 알렸다.18세기 후반, 환상문학의 탄생을 알린 획기적인 작품환상문학은 초자연적 가공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사건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으로, 환상문학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특성이 필요하다. 환상문학의 특성으로 ‘단절과 공포감’, ‘애매성과 의혹’을 들 수 있다. 환상은 그 자체로 일상이란 현실 속에 단절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현실 세계의 느닷없는 단절은 자연스럽게 공포감을 유발시킨다. 공포를 유발하는 초자연적 현상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현상에 대해 추측만 할 뿐, 뚜렷한 확신에는 이르지 못한다.『사랑에 빠진 악마』는 주인공이 어느 정도는 악마의 유혹에 빠져들면서도 결코 그의 명예가 완전히 훼손되지는 않는 이야기의 모호한 흐름을 통해, 사건의 진위를 되묻는 묘한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이것은 그 시대의 기본 사유원칙이었던 ‘회의(懷疑)’에 기댄 새로운 미학이었다. 작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의 작품은 이성의 합리성에 회의를 던지는 ‘지적 불확실성’의 미학적 효과를 겨냥하는 환상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린다. 이러한 미학적 특성은 카조트가 만들어낸 악마의 이미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실패를 거듭하는 무기력한 희극적 존재로 그려지던 이전의 악마들과 달리, 카조트는 두려운 중세적 악마의 이미지를 복원하고 그 위에 청순하고 순종적이지만 강렬한 욕망을 품고 있는 교활한 비온데타를 탄생시킨다.비온데타의 이중성은 초자연적인 신비를 태생의 근원에 두고 있으면서도 이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데까지 이어진다. 어머니가 심어준 도덕적, 종교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 그녀의 유혹에 저항하는 알바로에게, 사랑이 반드시 육체적 결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득시키는 그녀의 논리는 너무도 정연하다. 어머니를 존경하는 것은 인간의 본연에 속하지만, 사랑하는 두 마음의 결합은 육체적 결합으로 이어져야 하며, 그것도 오직 당사자들의 의지에 의해서만 결정되어야 한다는 주장, 알바로와 사랑하기 위해 정령의 세계를 떠나 육체를 갖고 물리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 여성이 되어버린 그녀의 주장은 육체(혹은 물질)의 에너지를 근간으로 하는 당시의 유물론적이고 감각론적인 가치체계와 개인의 자유의지를 중시하는 풍조를 흥미롭게 반영한다.더불어 비온데타의 존재를 통해 끊임없이 발산되는 고혹적인 매력은 이제는 아득해져버린 중세적 정서를 기억에서 들춰냄으로써, 이미 탈신비화되고 회의주의가 팽배해진 의식에 혼돈을 유발하여 독자들을 기이하고 불안한 느낌 속으로 몰아넣는다.한편, 이 작품의 경쾌한 어조에서 독자들은 악마의 치명적인 유혹에 대한 두려움이 불식되고 그것이 육체적 욕망을 환기시키기 위한 상상적 표현도구로 통용된 증거를 보게 된다. 카조트는 악마를 중심에 놓고 욕망에 대한 유혹과 절제의 중요성을 대립시킴으로써 그 시대의 자유연애사상에 새로운 뉘앙스를 드리운다.「열림원 이삭줍기 환상문학」 기획의 말우리가 이미 깨닫고 있다시피, 21세기는 인류 역사상 또 하나의 대전환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직선적 역사 발전을 신봉해온 근대주의는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성 중심의 합리주의·과학주의 같은 지배 담론들도 그 권위를 의심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반면에 그동안 전근대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으로 폄훼되어 문화의 비주류로 밀려났던 환상과 직관 같은 사유와 감성 체계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디지털 시대의 코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하여 우리 열림원에서는 책 읽기의 새로운 마당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지난날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유의미한 텍스트들은 늘 새롭게 읽을 필요가 있고, 특히 환상문학의 고전과 걸작들 중에는 아직도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 적지 않다는 인식 아래, ‘이삭줍기’ 시리즈는 세계문학사의 보석 같은 작품들을 발굴하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우리는 고정관념에 얽매이거나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풍성한 책의 잔칫상을 차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허드레 정보가 범람하는 세상일수록 알찬 책들과 만나 지혜를 얻고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뜻깊고 소중한 일일 것입니다. _김석희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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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사랑이 제곱이 되었다
    • 전혜진 외 지음
    • 허블
    • 2024-02-19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의 두 번째 키워드 ‘사랑’SF와 로맨스가 만나 제곱이 된 여섯 편의 이야기 출판사 동아시아의 과학문학 브랜드 허블에서 스토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는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의 두 번째 앤솔러지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를 출간했다. 자사 브랜드 스토리존에서 시작된 시리즈를 허블을 통해 뒤잇는다. 흡입력 넘치는 좋은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 시작한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는 두 번째 앤솔러지에서도 확장성을 꿈꾸며 더 큰 도약을 꿰하고 있다. 이번에도 스토리 전문 개발사 ‘21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탄탄한 세계를 쌓아 올린 기성 작가들과 공모전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 여섯 편의 이야기를 한데 묶었다.아이작 아시모프가 SF의 정의를 “SF란 과학기술의 발달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서술하는 장르”라고 정의한 바에 따르면, ‘사랑’을 테마로 한 이번 앤솔러지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이 발달된 과학 기술과 엮였을 때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에 주목한다.『사랑이 제곱이 되었다』에서 만날 여섯 편의 작품들을 통해 인공 지능과 가상 현실, 감정을 즉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술 등으로 새로운 관계 맺기가 가능해진 근미래에서 변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를 살피다 보면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사랑은 양가적인 감정이다. 사랑은 현자를 어리석게 만들기도 하고, 겁쟁이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끔 원동력을 주었다가 반대로 더 못난 사람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강력한 감정이 SF라는 장르를 만났을 때 과연 어떤 울림을 우리에게 남길지는 직접 확인해 보자. ‘SF’를 제곱으로 만드는 로맨스이자 ‘로맨스’를 제곱으로 만드는 SF우리는 현재 뇌 과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이제 ‘사랑’에 관한 과학적인 분석이 가능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도파민과 세르토닌, 옥시토신, 엔돌핀 등등 이제는 친숙해진 몇몇 호르몬들의 이름과 효과는 이제 익숙하다. 사랑에 대해 과학적인 정의를 내린다면,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작용하는 화학적 신경 반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보며 느끼는 기분 좋은 설렘이나 두근거림 같은 것들, 사랑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수많은 긍정적인 변화들은 모두 호르몬 때문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분석이 발표되더라도 결국 설명하지 못하는 질문이 남는다. 바로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물음이다.사랑에 빠진 나에게서 이런저런 호르몬들이 분비되고, 그 호르몬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호르몬들이 왜 하필 특정한 누군가와 있는 순간에 발산되는지는 사랑에 빠진 당사자만이 답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의 미스터리함은 바로 그 당사자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그 부분을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문학일지 모른다.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는 SF에 로맨스를 조미료처럼 뿌린 것도 아니고, 로맨스를 SF라는 그릇에 담은 것도 아니다. SF와 로맨스를 곱해서 만든 ‘거듭제곱’과 같은 여섯 편의 이야기를 모았다. 이 이야기들은 마치 새의 양 날개가 날갯짓하듯 우리를 더 먼 차원으로 데려간다. 전혜진 작가의 「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은 ‘가상 현실 게임’에서 착안해 온라인에서 게임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새로운 교육 기관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단순히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온라인 게임처럼 하나의 방대한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양제열 작가의 「러브, 페어드」는 서로의 감정을 동기화해 느낄 수 있는 ‘감정 동조 장치’라는 새로운 기술을 설득력 있게 서술한다. 이 장치만 있다면 상대가 과연 나를 사랑하는지 불안에 빠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올바른 사랑의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김효인 작가의 「Scene of the sea」는 발달된 과학 기술이 인간의 기억에 끼치는 영향을 사랑스럽게 그린 작품이다. 뇌와 함께 연동되는 기억 보조 장치를 통해 무엇을 기억할지, 기억하지 않을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세계에서 아무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여자 메리가 소중하게 자신만의 기억을 간직하는 남자 조와 만난다. 기억 보조 장치 ‘씬’, 해저 도시 ‘덤’ 등 귀여우면서도 통통 튀는 독특한 SF적 장치들이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하다.오정연 작가의 「끝의 이야기」는 동식물이 멸종해 가는 지금의 지구 환경을 배경으로 초월적인 존재와 한 인간의 사랑을 애틋하게 직조해 나간다. 시간을 초월한 존재들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의 모습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사랑의 불가항력을 절묘하게 포착해낸 작품이기도 하다. 김준녕 작가의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은 수록된 여섯 편의 작품 중 지금 우리 현재의 모습과 가장 밀접하다. 외계 생명체를 찾고 있는 남자와 지금 당장 눈앞에서 펼쳐진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여자는 도무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처지이다. 하지만 자석의 N극과 S극이 끌리는 것처럼 사랑은 ‘나’와는 정반대인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질 때 가장 강력한 인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이정하 작가의 「01000100」은 죽음이 갈라놓은 사랑을 과학이 오작교가 되어 다시 만나게끔 마법을 부린다. 이미 하늘로 떠나보낸 사람이 죽기 전 꾼 긴 꿈에 접속해 그 사람과 다시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그 답은 직접 읽은 독자만이 판단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에 수록된 여섯 편의 작품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사랑의 진면목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사랑과 기침은 숨길 수 없는 것처럼, 뛰어난 작품도 감출 수 없는 법이다.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는 ‘제곱’으로 독자를 만족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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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막과 괴물의 이세계 - 이세계 시리즈 04권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사막과 괴물의 이세계 - 이세계 시리즈 04권
    • 펜립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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