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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 이순신 - 장편소설 (커버이미지)

    이순신 - 장편소설

    • 평점평점0점평가없음
    • 저자이재운 지음
    • 출판사책이있는마을
    • 출판일2014-10-08

    이순신 - 이재운 지음이재운 장편소설. 장수된 자의 충은 백성으로 향해야 한다는 뜻을 펼친 이순신. 그런 그를 소설가 이재운이 '나라를 믿지 말고 백성을 믿어라' 외치며..

  •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 인간과 예술, 시대와 호흡한 음악 이야기 (커버이미지)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 인간과 예술, 시대와 호흡한 음악 이야기

    • 평점평점0점평가없음
    • 저자서영처 지음
    • 출판사이랑
    • 출판일2014-10-08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 서영처 지음삶의 여러 접점을 통해 보다 쉽고 편안하게 클래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쓴 음악 에세이다. 음악 속에 갇혀 음악을 이야기하는 책이..

전자책목록

전체 2401건(222/26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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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밑줄 독서 모임 -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게 책 읽는 법 (커버이미지)
    [인문]밑줄 독서 모임 -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게 책 읽는 법
    • 여희숙 지음
    • 사우
    • 2024-02-19

    40년간 독서지도와 독서모임을 운영해온 고수가 알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게 책 읽는 법40년 넘게 독서운동가로 활동해온 저자는 ‘밑줄독서’라는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밑줄독서는 저자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느린 학습자’라 불리는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면서 개발한 책 읽기 방식으로, 책 읽기를 힘들어하던 아이들에게 효과가 아주 좋았다. 이 방법을 보완해 어른들 독서모임에서 적용해보니 기적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저자가 씨앗을 뿌린 밑줄독서모임은 이제 전국 각지에서 엄마 독서모임, 아빠 독서모임, 청소년·어린이 독서모임, 교사 독서모임 등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책을 읽고 싶은데 마음만 있지 몸이 안 따라준다는 이들, 업무 관련 책이나 자기계발서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읽고 싶다는 이들, 고전이나 ‘벽돌책’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 함께 모여 더 깊이 있게 읽고 싶다는 이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밑줄독서모임에서는 누구나 어떤 책이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실제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년에 한 권도 못 읽던 제가 밑줄독서를 만나고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요.”“숨어 있는 보석 같은 책을 만나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TV 틀어달라던 아이들이 책을 읽어달라고 하네요.”“논술학원보다 공부에 더 도움이 돼요.”“재테크나 자기계발서만 봤는데, 정치 사회 역사 분야 책도 읽게 돼서 좋아요.”그렇다면 밑줄독서모임에 무슨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걸까. 저자는 독서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진입하기 쉽도록 독서모임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고심했다. 우선 책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다. “초반에는 재미있는 책을 우선순위에 놓으면 좋습니다. 책이 좋아져야 모임에 빠지지 않게 되고, 그래야 모임에 활기가 생기니까요. 정말 재밌는 책을 만나 정신을 쏙 빼놓는 경험을 한 번만 하게 되면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쉽고 재미있는 책을 만나 끝까지 완독하는 경험을 하면 책 읽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었냐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모임 초기에 어떤 책을 읽느냐가 모임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독서모임 초기에 읽기 좋은 책 목록을 부록으로 정리해 두었다. 저자가 오랜 세월 많은 사람과 함께 읽고 평점이 좋았던 책 100권을 뽑아 정리한 목록이다. 단순한 책 소개가 아니라 책을 함께 읽은 회원들의 반응을 자세하게 들려주어 책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밑줄독서모임에서는 발제나 발표에 대한 부담이 없다. 각자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대목에 밑줄을 긋고, 모임에서 밑줄 그은 부분을 낭독하고 소감을 말하면 된다. 그러니 책을 다 읽지 못한 사람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내가 읽은 범위에서 밑줄을 긋고 낭독하면 되고, 다른 사람들의 밑줄 낭독을 들으면서 책의 내용을 대강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돌아가면서 밑줄을 낭독하니 대화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일도 없다. “밑줄독서모임은 누구에게나 책이라는 인생의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경로를 제공해준다고 믿습니다. 독서에 걸음마를 떼기 어려운 분이라면 ‘밑줄독서’가 가장 해볼 만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책은 오랜 세월 동안 밑줄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현장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세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인원 구성 방법부터 모임을 오랫동안 풍성하게 운영하는 구체적인 팁, 의견 차이로 서먹해지거나 발언을 한두 사람이 독점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방법까지 알찬 정보가 가득하다. 특히 저자가 공들여 만든 추천 도서목록은 독서모임을 꾸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알찬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가 그동안 밑줄독서모임에서 만난 책과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지금 당장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적당한 독서모임이 가까이에 없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 직접 독서모임을 꾸릴 수도 있다. 모임 시작부터 마무리. 뒤풀이 방법까지 단계별로 친절하게 알려주는 이 책 한 권이면 누구라도 모임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검증된 도서목록까지 손에 쥐었으니 누구라도 독서모임을 꾸려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가정. 직장 어디서나 가능한 함께 읽기의 즐거움책을 읽고 싶어도 독서습관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독서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독서 행위 자체가 집중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보니 책을 읽으려면 어느 정도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요즘은 동영상, SNS, OTT 등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가 주변에 널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면 독서습관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독서모임을 찾는 이들이 많다. 게다가 함께 읽으면 혼자 읽을 때보다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다. “보통 밑줄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에 표시하는데 다른 사람이 밑줄 그은 내용을 들으면 생각지도 못한 구절을 만나게 되거든요. ‘어? 이런 내용이 있었나?’ ‘이 책이 이런 책이었어요?’ 하는 말이 밑줄독서모임에서는 빈번하게 들립니다. 분명 내가 읽은 책인데 다른 사람의 밑줄을 들으면 전혀 다른 책처럼 느껴집니다.”같은 책을 읽어도 혼자 읽을 때와 함께 읽을 때 그 파장이 확연하게 다르다. 밑줄독서 참여자들은 이에 대해 “책을 꼭꼭 씹어 다섯 번 읽는 것 같아요”라고 표현한다. 같은 책을 읽어도 대개는 서로 다른 부분에 밑줄을 그어 온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밑줄과 소감을 경청하면서 다른 사람, 다른 세상에 대한 이해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나와 다른 견해도 기꺼이 열린 마음으로 들으면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성숙해진다. 밑줄독서모임은 간단해서 어디서나 응용이 가능하다. 밑줄모임을 경험한 교사들은 국어 과목뿐만 아니라 사회, 과학, 생활지도까지 이 방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밑줄독서모임을 경험한 엄마와 아빠는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가족독서모임을 운영할 수도 있다. “엄마 밑줄독서모임과 아빠 밑줄독서모임에서 익힌 경청의 태도 덕에 자녀들과 사이가 좋아졌다는 부모들이 많아요. ‘우리 애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더니 입 꾹 다물고 있던 아이들이 점점 말문을 열더라는 겁니다.” 책 읽기 싫어하는 초등 고학년, 청소년도 밑줄독서모임으로 다시 책과 친해지게 된다. 제주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신인기 관장은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밑줄독서모임을 만들었는데요. 공지를 올리면 2,3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라며 책에 빠진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단다. 청소년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중학생 조주빈은 “논술학원에서 독서토론 할 때보다 밑줄독서가 공부에 더 도움이 된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밑줄독서모임은 초등학생부터 7080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독서습관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책 읽기에 재미를 붙였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장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등산 갈 때도 코스에 따라 초급 중급이 있듯 독서에도 단계가 있어요. 단계를 넘을 때의 성취감이 대단하지요. 독서 초급 단계를 지나면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고전이나 ‘벽돌책’이라 불리는 두꺼운 책을 함께 읽어보자며 도전하게 됩니다. 그걸 해내면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이 뿌듯하고 자신감이 붙습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밑줄독서모임에서 많은 분이 성장의 기쁨을 체험했고, 재미난 도전을 이어가고 있어요.”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 1년 반, 12,500km, 유라시아 자전거 유람기 (커버이미지)
    [인문]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 1년 반, 12,500km, 유라시아 자전거 유람기
    • 신혜정 지음
    • 사우
    • 2024-02-19

    1년 반, 홀로 유라시아 12,500km를 자전거로 달리며 깨달은 것들 서른셋, 일중독자로 질주하는 삶을 살던 한 여자가 달리는 기차에서 내리기로 결정한다. 그녀는 기후위기 대응 NGO에서 고연차로 일하고 있었다. 일은 익숙하고 동료들은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좋아하고 중요하던 일에서 회의가 들었다. 이 길이 맞나? 그러면서도 익숙한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신에게 묻기 위해 멈추어 서기로 했다. 그녀가 선택한 다음 행보는 실크로드를 따라 유라시아를 자전거로 달리는 것. 초등학교 때 이후로 자전거를 타본 적 없는 저질 체력(?)의 직장인은 자전거가 걷기보다 빠르다는 단순한 이유로 자전거 여행을 계획한다. 아울러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다. 여자 혼자 하는 자전거 여행도 쉽지 않았지만, 무더위와 배고픔 속에서 페트병에 든 시원한 음료수와 비닐 포장된 과자를 사 먹을 수 없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의 기쁨과 감동도 누릴 수 있었다. 저자는 1년 6개월간 12,500km를 달리며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자신에게 질문하고 대답하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고, 바다와 대기는 쓰레기와 미세먼지로 오염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구는 이렇게 넓고 큰데 먼지보다 작은 존재인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는 있는 걸까. 이 질문은 “죽지도 않고 돌아오는 각설이처럼” 여행 내내 되살아났다. 저자는 세계 곳곳의 쓰레기 처리장을 둘러보고 재활용 작업장에서 일을 해보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된다. 그동안 책으로,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던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서야 절감할 수 있는 바가 있었던 것이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지친 자전거 여행자에게 조건 없는 환대를 베풀어주었다. 미얀마의 오르막길에서, 파키스탄의 라마단 기간에, 파미르고원에서 사람들은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특히 “내일 굶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찾아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 이슬람 국가의 사람들은 우연히 만난 여행자를 스스럼없이 집에 초대해 잠자리와 풍성한 음식을 나누어주었다. 국적도 종교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다 사람이었다. 낯선 자전거 여행자에게 조건 없는 나눔을 베풀어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떤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이 책은 오랜 여정에서 저자가 깨달은 인생과 일의 의미와 소중한 가치에 대해 들려준다. 저자가 만난 수많은 사람과 온갖 사연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독자는 마치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듯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우아하고 궁상맞고 웃기고 짠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이야기웃으면서 배우는 강력한 환경교육 책!저자는 직장 생활을 할 때 일회용 플라스틱 일주일 안 쓰기에 도전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번번이 실패했다. 플라스틱을 안 쓰려면 미리 챙겨야 하는데 일하는 동안에는 그만한 집중력이 없었기 때문. 이제 일이 아니라 일상에 집중할 수 있는 여행자니까 다시 도전을 해보기로 한다.“플라스틱은 가볍고 저렴하고 편리하다. 그걸 지나치게 많이 쓰는 게 문제다. 재활용도 까다롭고 잘 썩지도 않는 것이 남용되니 지구 표면이 플라스틱으로 덮이고 있다.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분해되어 떠다닌다. 그 미세플라스틱을 물고기가 먹고 바닷새가 먹고, 사람이 먹을 것이다.” 그리하여 1년 반 동안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을 한다. 심지어 여행 중이지만 면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었다. 빨아서 자전거 뒤에 달아두면 한나절이면 바짝 말랐다.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일상은 예상보다 수월하다. 텀블러, 장바구니, 반찬통과 수저가 레스웨이스트 기본 세트다. 언제 뭘 사게 될지 모르니 ‘상비’가 중요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밖에 나갈 때도 가방에 기본 세트를 챙긴다. 혹시 기본 세트를 못 챙겨 나왔다면 좋아 보이는 것이 있어도 사지 않으니, 그다음에는 기본 세트를 몸처럼 챙기게 된다. 그날그날 물과 간식은 그 전날 준비한다. 달리는 중에 포장 안 된 음식을 찾기 힘들 수 있으니 간식도 그 전날 준비하는 게 좋다. 숙소 근처 빵집이나 과일가게나 노점에서 포장 안 된 음식을 담아달라고 한다. 일상에 여유가 있으니 이런 일이 귀찮지 않다. 오히려 삶을 살뜰히 챙기는 재미가 있다.” 종종 위기가 찾아왔다. 산길을 달리다 보면 식당을 찾지 못해 끼니를 거를 때가 있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비닐 포장된 빵과 과자는 물론 비닐로 돌돌 만 찐 옥수수나 스티로폼 용기에 담아 랩으로 둘둘 만 과일도 사 먹을 수 없었다. 기온 43도의 무더위에도 페트병에 든 시원한 음료수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어야 했다. 그야말로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가 넘쳐난다. 힘겨운 자전거 여행 중에도 비닐 포장지 하나를 안 쓰려고 배고픔과 갈증을 견디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편리함에 젖은 우리의 일상을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고 싶은 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될 만하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안 쓰기로 했던 지난 여행 동안 나는 부탁과 거절에 능숙해졌고 조금은 뻔뻔해졌다. 콜라를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손짓 발짓을 했다. 빨대로 먹어야 하는 쉐이크는 숟가락으로 떠먹으려고 반찬통에 담아달라고 했다. 상인이 비닐이나 빨대를 꺼내기 전에 ‘필요 없어요’를 외치는 감지 센서도 고도로 발달했다. 그런 나의 행동을 사람들은 이해하기도 하고 못 하기도 했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국적으로 이슈화되지 않았던 중국에서 직원들은 내 요구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문을 모르는 직원들에게 나는 그저 자기 컵을 참 좋아하는 사람으로 비쳤고,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해받든 오해받든 나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저자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고 싶어 힘닿는 대로 쓰레기 처리장을 찾아가 본다. 세계 전자쓰레기의 70퍼센트가 모이던 중국의 쓰레기 처리장을 방문하고, 집집마다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먹고산다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 마을에서 산처럼 쌓인 플라스틱을 목격한다. 태국의 공동체 마을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 일을 직접 해보면서 ‘재활용’이라는 것이 막연히 생각하던 재활용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분리수거를 잘한다고 해서 다시 사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80퍼센트 이상이 그대로 버려져 땅에 묻히거나 소각되거나 바라도 흘러 들어간다. “사실 이렇게까지 쓰레기가 나올 필요가 없다. 물건을 쓰레기통에 넣으면 쓰레기가 된다.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쓰레기가 된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문화보다는 작은 것도 살뜰하게 존중하고 아끼는 문화가 품위 있는 문화, 우아한 문화가 아닐까.”“서로 다르고 무관해 보이던 것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유라시아 대륙 극동, 분단되어 섬처럼 존재하는 한국에서는 국경을 넘으려면 비행기나 배를 타야만 한다. 저자는 중국에서부터 라오스, 태국, 미얀마, 인도, 파키스탄까지 자전거로 국경을 넘다 보니 국경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국경은 생긴 지 100년도 안 되었고 완전한 것도 아니다. 세계지도를 보면 대륙을 나누는 선은 실선(국경)인데, 가끔 점선(임시경계)도 보인다. 국경 분쟁 중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지역에서는 실선도 점선도 없는 땅도 있다. 라오인은 현재의 라오스보다 태국에 많다. 라오스의 라오인이 3-400만인데 태국에는 2000만이 산다. 타지키스탄의 타지크인은 6백만인데 아프가니스탄에는 8백만이 산다. 나는 사실은 이런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모든 것은 열려 있고 흘러가고 때론 나뉘지만 사실은 모두 얽혀 연결되어 있다.” 중국과 일본과 베트남과 한국은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자전거 세차를 해준 아저씨한테 선물로 챙겨 간 전통 문양의 책갈피를 드리니 거기에 적힌 한자를 짚으며 한 자 한 자 설명을 해주었다. 이처럼 저자는 한국‘만의 고유성이라는 게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한다. 파키스탄에서는 아프로디테상과 동전에 그리스인이 새겨져 있는 동전을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지역은 인더스 문명에 속했다가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았다가 그리스 알렉산더 대왕의 지배를 받기도 했으니 아프로디테상과 그리스인 동전은 이곳의 다양한 정체성의 흔적인 것이다. “지금 내가 선 이 자리에, 과거 간다라인도 페르시아인도 그리스인도 박트리아인도 쿠샨인도 굽타인도 훈족도 혜초 스님도 오갔을 것이다. 사람들은 엎치락뒤치락 왔다 갔다 하며 살아왔고, 지금의 세계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외국은 ’해외‘가 아니라 옆 동네였다. 시공간을 크고 넓게 인식하면 파키스탄도 파키스탄만의 것이 아니고, 중국도 중국만의 것이 아니고, 한국도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국가나 민족과 종교의 경계로 나뉠 수 없이 연결되어 서로 주고받으며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을, 나는 실크로드의 한 지점에서 그리스 신처럼 생긴 부처상을 보며 실감하고 있었다.”나라만이 아니라 종교도 그렇다. 이슬람과 기독교 간 종교 분쟁은 전쟁을 불사할 정도지만 이슬람이나 기독교나 유대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둘 다 중동에서 탄생했고 ’하나님/하느님(God)’를 섬긴다. 유대교와 조로아스터교, 불교와 힌두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갔다. 저자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고 말한다.“세상이 구석구석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해나가는 여정은, 황홀했습니다. 사람은 환경에 의해 사회에 의해 빚어진다는 것, 언어도 생김새도 달라서 달라 보이던 사람들이 사실은 다르지 않다는 것, 적자생존이고 약육강식의 세상이지만 그중에도 자신의 우물을 지켜 남의 목까지 축이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세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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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리스 애덤스의 비밀스러운 삶 (커버이미지)
    [문학]앨리스 애덤스의 비밀스러운 삶
    • 부스 타킹턴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4-02-19

    수년간 고전한 끝에 서른 살에 소설가로 데뷔한 부스 타킹턴은 데뷔작부터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출간한 소설 가운데 아홉 권이 그해 베스트셀러 10위에 올랐으며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1922년에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당대의 위대한 미국인 열두 명에 뽑혔고, 1933년에는 미국 문예 아카데미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골드메달을 수상했다. 타킹턴은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격변한 미국의 사회상을 주로 소설에 담았는데, 그중 《뉴요커》가 최고의 걸작으로 지목한 『앨리스 애덤스의 비밀스러운 삶』 (원제 Alice Adams)은 미국의 미래를 내다본 그의 선견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범한 가정의 붕괴를 통해 물질주의의 폐해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소설은 초반부터 주제를 뚜렷이 드러낸다. 독자는 50대 환자인 애덤스가 거의 평생을 램브 컴퍼니라는 의약품 도매 업체의 부장으로 일했으며 부인은 그것을 못마땅히 여기고 남편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다른 일을 시작해 더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설은 상당히 노골적으로 그리고 매우 현실적으로 물질적인 욕망의 지배 아래 살고 있는 한 가족과, 청년들 사이에서도 이미 재산이 계급을 나누어놓은 사회를 보여준다.소설의 배경은 저자의 고향인 인디애나폴리스로 추정된다. 1903년에 장티푸스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긴 타킹턴은 메인주로 휴양을 떠난 뒤에 뉴욕과 유럽 등지에서 8년 가까이 살다 돌아왔는데, 그새 너무나도 달라진 고향의 모습에 경악했다. 소설에서 언급되었듯이 도시는 교외의 탄전 개발과 공업화로 인해 숯가루에 덮여 있었고, 공사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타킹턴은 변해버린 고향의 모습만큼이나 사람들의 달라진 이상에 거부감을 느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유럽이 초토화된 틈에 세계 산업을 주도하기 시작한 미국은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전대미문의 풍요를 누렸다. 경기 호황과 비즈니스의 번창 속에서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좇는 ‘진취적’ 기상을 찬양했고, 성공한 인생이란 곧 물질적인 성취라는 아메리칸드림과 자수성가의 환상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를 쟁취하지 못한 이들은 시대에 뒤처진 패배자로 여겨졌는데,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는 애덤스 부인의 넋두리는 이들 ‘패배자’의 울분을 오롯이 담고 있다.부인과 달리 애덤스는 자기 인생에 포기에 가까운 수용의 태도를 보인다. 애덤스는 그가 숭배하는 위대한 J. A. 램브의 광휘 속에 머무르며 그의 관심과 신뢰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다. 결혼 전에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담겨 있는 열정은 물론 만사에 흥미를 잃은 애덤스가 아끼는 대상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고 다른 한 명은 그가 숭배하는 고용주 J. A. 램브다. 얄궂게도 애덤스는 그중 한 명을 위해 다른 한 사람을 배반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소설의 첫 문장에서 ‘구식 사고방식’을 지녔다고 표현된 애덤스는 무너지기 시작한 구시대의 가치관을 대표한다. 소설은 애덤스가 가치관을 타협한 시점을 기준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애덤스가 양심을 버리는 이유가 탐욕이 아니라 딸에 대한 애정이라는 점은 타락의 시작에 대해 고찰할 여지를 준다. 질리도록 잔소리를 퍼붓고 흐느끼고 소리치고, 앨리스의 표현대로 남편을 ‘닦달하여’ 끝내 집안의 붕괴를 초래하는 부인을 단순히 악역으로 보기 힘든 것 또한 부인이 이기심이나 사욕 때문이 아니라 자식들을 위한 마음에 하는 행동이라는 것이 통렬히 느껴지기 때문이다.한편 월터는 당대의 타락한 청춘을 대표한다. “무엇이든 건전한 것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고 앨리스가 일컬은 월터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입사한 램브 컴퍼니에서 일하고 여가 시간에는 도박을 일삼는다. 스무 살밖에 되지 않았으나 월터는 애덤스보다 더 절망적인 열패감과 무력감에 젖어 있다. 회삿돈을 횡령하고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부모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불가능함을 깨닫고, “평생 저한테 뭐 하나 해준 적이 없죠.”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도주하는 월터의 타락은 풍요의 시대에 중하층이 느낀 상대적 박탈감을 여지없이 담고 있다.앨리스는 여느 명작의 주인공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입체적이고 흥미롭다. 앨리스는 단순히 미모를 이용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일차원적인 인물이 아니다. 다소 유치하고 허영심이 있지만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에서 따뜻하고 상냥한 심성이 엿보인다. “주인 표시가 있다면 남의 것을 넘보지 않았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 나름의 가치관도 분명하다. 앨리스가 러셀 앞에서 꾸며내는 모습이 남자를 속이려는 악의가 아니라 현실보다 더 근사한 삶을 꿈꾸는 공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저자는 명백히 밝힌다. 소설 초반에 길에서 마주친 낯선 남자와의 짧고 무의미한 만남에서 스페인식 구애 장면을 연출한 것처럼, 앨리스는 아서 러셀을 통해 바라 마지않던 부잣집 아가씨로서의 삶을 체험한다. 러셀은 “상상 속에서가 아니면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비싼 꽃”과 마찬가지로 앨리스가 동경하는 삶의 일부인 것이다. 『앨리스 애덤스의 비밀스러운 삶』은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생생한 디테일과 ‘웃픈’ 해프닝 덕분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설의 독자는 앨리스의 비참한 댄스파티와 읽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마지막 저녁 식사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비를 맞으며 직접 딴 제비꽃을 촌스러운 오르간디 드레스에 꽂고, 건들거리는 동생의 마지못한 에스코트를 받으며 파티에 간 앨리스가 모두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온갖 연기를 펼치는 장면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함과 동시에 깊은 연민을 자아낸다. 또한 찜통더위 속에서 뜨겁고 기름진 음식이 줄줄이 나오는 가운데 단추가 빠져나와 불거진 와이셔츠를 입고 땀 흘리는 애덤스의 가여운 몰골과 그를 무시하는 웨이트리스, 테이블 위에서 시들어가는 장미꽃, 그 갑갑한 분위기에서 명랑하게 혼자 수다를 이어나가는 앨리스의 절박한 모습은 타킹턴의 글솜씨와 장면을 연출하는 감각을 증명한다. 타킹턴은 대학 시절 프린스턴의 극단에서 회장으로서 활발히 활동했고, (명성 높은 트라이앵글 클럽의 창시자였다) 브로드웨이에서 다수의 희곡을 선보였다. 두 장면은 단지 독자들의 웃음과 연민을 끌어내는 장치가 아니라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끔찍했던 파티에서 참고 있던 앨리스의 눈물은 애덤스가 끝내 자신의 가치관을 타협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딱히 중대한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애덤스 집안의 추레한 실체를 면면으로 드러낸 저녁 식사는 러셀로 하여금 앨리스와의 관계가 불가능함을 깨닫게 한다.소설의 결말은 비극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피엔딩으로 보기도 어렵다. 비록 애덤스 집안은 망가졌지만 앨리스는 성장했다. 앨리스가 공상에서 헤어나와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하루아침에 극적으로 이루어진 변화가 아니라 초반부터 꾸준히 암시된 가능성이 실현된 것이다. 허세스럽게 지어낸 Alys라는 이름을 버린 순간부터 앨리스는 진정한 자기를 찾는 여정에 올랐다. 비서 학교의 간판을 끔찍하게 여기면서도 외면하지 않는 모습에서도 앨리스가 역경을 당당히 마주하리라는 것이 암시되었다.1920년대와 1930년대에 미국에서는 여성의 인권 신장 운동이 활발했고 교육과 직업의 기회가 증폭했다. 그러나 소설이 출간된 1920년대 초만 해도 대부분 여성은 가정 밖에서 직업을 구하지 않았다. 여성은 전체 인력의 20퍼센트 남짓했는데, 대부분 요리사와 가사도우미 등으로 남의 가정에서 일했다. 여성의 교육 역시 여전히 제한되어 있어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상류층 여성의 특권이었다. 따라서 앨리스처럼 자기 재산이 없는 중하층 여성에게는 결혼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던 것이다. 이런 당대의 현실을 고려하면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고 어려움에 부닥친 가족을 돕기 위해 비서 학교로 향하는 앨리스의 용기와 기백이 한층 더 감동적으로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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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커버이미지)
    [문학]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문기업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02-19

    한 편의 영화처럼 자아의 성장과 치유 과정을산뜻하고 화창하게 그린 소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차려준 한 끼의 정성스러운 식사만으로도 상처받은 자아는 치유의 기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품게 된다. 사실상 삶의 기적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심이 내 마음에 닿는 순간, 그 진심이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 그것이 우리들 일상의 진정한 기적이다.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은 그 작은 기적에 관한, 참으로 따뜻한 이야기다.어린 시절 이혼한 부모, 그리고 남자에게만 열중하는 엄마, 그로부터 내면의 우울에 시달리던 에밀리는 독립해서 살며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데, 그곳에서 유부남인 걸 속인 상사와 연애하다 결국 그에게 배신당하고, 직업과 돈은 물론 안식처까지 잃게 된다. 스물다섯 살에 삶이 막막해진 에밀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0년 이상 연락하지 않았던 외할아버지 집을 찾아간다. 마음에 상처가 가득한 에밀리는 낯선 바닷가 시골에서 다른 사람들의 친절과 자연의 서정을 처음에는 고스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담담하게 부엌칼을 갈고, 식사를 준비하는 할아버지 모습을 바라보면서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음식에 대한 자세, 사람과 어울리는 일, 사물을 판단하는 방법……. 그녀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소원했던 부모와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해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사소한 기적처럼 스멀스멀 자연과 사람이 주는 치유력이 발휘되는 것이다.상처받은 에밀리에게 할아버지가 해주는 요리들. 쏨뱅이 된장국, 전갱이 미즈나마스, 고등어 영양밥, 붉돔 초절임, 삼치 마멀레이드 구이, 감성돔 참깨 양념 오차즈케 등의 음식은 단순한 요리 차원을 넘어서는, 치유를 담은 ‘진심’의 표현이다. 독자들도 이 소설을 통해 미각이 활성화되는 한편, 더불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작은 ‘진심’이 일으키는 사소한 기적상처받은 자들에 대한 지극히 따뜻한 시선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그림 같은 소설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은 실제로 일본에서 영화화되어 호평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바닷가 작은 마을은 인간 본래의 성정을 회복시키는 ‘치유’ 공간으로, 그곳이 주는 요리 재료들로 인해 주인공 에밀리는 삶의 기운을 되찾는다. 실로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은 ‘자연’과 함께,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받아준 자연과 같은 그곳 사람들이었다. 본래 다정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진 인간은 서로를 치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소문에 민감한 작은 마을이지만, 그래서 에밀리는 그곳에서도 소문에 상처받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작동하는 ‘치유’는 그깟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만하게 해준다. 무릇 성장하는 인간에게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기기에 그렇다. 에밀리는 할아버지를 비롯해 새로 구축된 인간관계에서, 그들의 작은 진심으로부터 ‘기적’ 같은 치유를 받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스스로의 의지로 새로 만들어나가게 된다.사람의 한없는 온기와 마음의 재생을 그린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은 가끔씩 ‘쉼’에 기댈 수밖에 없는 우리의 팍팍한 현실을 차분히 위로하는 힐링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독자들도 이 소설에 기대어 작은 위로와 치유를 경험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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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출구 있음 YOU TURN - 힐링닥터 사공정규의 유턴 처방전 (커버이미지)
    [인문]마음출구 있음 YOU TURN - 힐링닥터 사공정규의 유턴 처방전
    • 사공정규 지음
    • 가디언
    • 2024-02-19

    “스트레스, 불안, 우울에 시달리는 당신, 지금부터 행복했으면 좋겠다” 뇌를 이해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닥터의 ‘유턴 처방전’“열심히 살았는데 여전히 힘들다고요? 힘든 당신 마음출구를 몰라서 그래요.” “전부 다 해줬는데 아이와의 사이가 나쁘다고요?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몰라서 그래요.” 만약 당신이 후다닥 탔던 기차가 목적지와 반대로 가고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곧바로 다음 정차역에서 내려 바른 방향의 기차로 갈아탈 것이다. 기차를 갈아타듯 우리의 인생도 방향 전환이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한번 탄 기차에서 내리기가 그리 쉽지 않다.이 책은 34년 동안 정신과 진료·상담, 1,000여 회의 정신치유인문학적 스토리텔링 강연으로 수십만 명의 삶을 변화시킨 힐링닥터 사공정규(정신의학과 전문의·교수)의 힐링처방전이다. 저자는 열심히 살았지만 인생의 방향을 잘못 설정하여 불행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으로 ‘유턴’할 기회를 제공한다.지금, 당신의 마음 창에 비친 풍경이 스트레스, 불안, 우울로 얼룩져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생의 방향을 전환하라는 시그널이다. 방향 전환이 필요한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불편한 ‘내 마음’을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어떤 생각이 나를 행복으로 나아가게 하는지, 감정인지, 행동인지를. 우리의 행과 불행을 좌우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내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마음은 우리의 삶을 막무가내로 뒤흔들어 순식간에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게 할 만큼 힘이 세다. 마음은 뇌과학의 정교한 메커니즘에 의해 당신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마음에 휘둘려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라고 좌절하고 있다면 이 책에 그 희망이 있다. 저자의 ‘유턴 처방전’은 당신의 마음출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매우 뇌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신호등이 되어줄 것이다. 행복의 문은 내 마음을 아는 만큼 열린다. 당신의 뇌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다. ‘4(긍정성) : 1(부정정)법칙’을 적용하면 인간관계가 달라진다누구나 좋았던 인간관계가 말 한마디나 행동에 의해 순식간에 껄끄러운 상황으로 악화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게 이럴 일인가?’라는 당혹스러움 상황도 알고 보면 뇌가 반응한 결과라고 한다. 뇌는 애초에 긍정적 경험보다는 부정적 경험, 즉 웃는 얼굴보다는 화난 얼굴, 선한 행동보다 악한 행동,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되어왔다는 것이 저자의 뇌과학적 설명이다. 원시시대 인류 조상들은 위험에 많이 노출된 환경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금의 위험이라도 일단 피해야 살아남았다. 실제 위험 상황이 아닐지라도 생존 본능에 기민하게 작동하는 뇌는 방어기제를 발동해 생존을 우선한다. 이처럼 인간의 뇌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변연계, 특히 편도체가 위험 인자로부터 피하도록 반응한다. 이런 뇌의 반응은 위험이 비교적 적은 현대인의 뇌에도 집단 무의식으로 아로새겨져 있다.이같이 우리의 뇌는 실제 위험이 아닌 중립 상황이나 애매한 상황에서도 부정적 사고를 우선한 것이다. 이를 ‘부정성 편향’이라고 하는데, 오랜 시간 진화하면서 뇌는 부정적 방향으로 일정하게 기울어져 버린 것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뇌 운동장에서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4(긍정성) : 1(부정성) 법칙을 제안한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당신이 부정적인 말을 해서 관계가 불편해졌다면 최소 4번의 긍적적인 말과 행동을 해야 균형이 된다는 의미이다. 혹 당신이 지금까지 상대의 틀린 점을 족집게처럼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했거나 옳은 말로 상대를 지적하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면 스스로 인간관계를 나쁘게 만들어 왔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 인간관계도 뇌과학에 답이 있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것일까?’ 뭔가 내 마음이 불편하다면, 뇌가 주는 신호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지금 당장 U_TURN하라저자는 지난 34년간 정신과 진료와 상담을 해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나의 행복보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성공을 좇으며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한다.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라고 말하면서도, 성공을 위해 인간관계의 불편함이나 스트레스를 참으며 사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회적 성공이란 것도 결국 인생의 정점에서 내려오거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 의미가 없었다는 걸 깨닫고는 허무함과 상실감으로 또 힘들어한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행복으로 가는지 불행으로 가는지-도 모른 채,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 뒤늦게 우울, 불안에 시달리는 수많은 이들을 진료실에서 만나며 저자는 지금이라도 “유턴(U-TURN)”하라고 말한다. 뭔가 내 마음이 불편하다면 우리 뇌가 신호를 주는 것이니 멈춰서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지, 방향이 맞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나를 위한 길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높은 한국사회에서 정신과를 직접 찾아오는 이들은 사실 이미 마음의 병이 곪을 대로 곪은 상태이다. 이렇게 진료실을 찾는 이들뿐만 아니라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고 믿는, 겉으로 정신이 건강해 보이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봐야 함을 알려주고 싶어 저자는 강연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만나왔다. 특히 현장에서의 즉문즉답 강연은 인기가 많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진료실과 삶의 다양한 현장에서 저자가 만나고 상담한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삶의 현장 곳곳에서 받은 질문들과 저자의 내공이 담긴 명쾌한 솔루션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막다른 길에 이른 독자들에게도 마음출구를 제시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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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02-19

    하나와 둘 사이, 사랑 그 행간에 대한에쿠니 가오리의 기쁘고도 고독한 에세이『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에서 에쿠니 가오리는 하나와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일어나는 사랑의 행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녀는 작품 내에서 사랑을 정열적으로 표현하지도, 외로움을 강렬하게 표현하지도 않고 자신의 일상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격렬한 감정의 묘사 대신 문장과 문장 사이에 함축한 언어로 그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간명하고 유려한 언어로 펼쳐 보이는 열여섯 개의 일상과 생각이 작품에 수록되었다.에쿠니 가오리는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에서 ‘혼자일 때의 고독은 기분 좋은데, 둘일 때의 고독은 왜 이리도 끔찍한 것일까.’라고 말한다. 이 작품은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이 어느 날 완전히 다른 서로를 만나 사랑하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다가오는 기쁨과 냉혹한 외로움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금은 슬프지만 대체로 평화로운 일상, 그 사람으로 인해 색깔을 지니게 된 하루하루에 대한 이야기가 담담하게 담겨 있다. 정반대인 사람과 함께하는 매번 다른 느낌, 다른 풍경이 작품에 묘사된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일상의 의미를 깨닫고, 타인을 거울삼아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 가는 과정 또한 등장한다. 작품 너머에 있는 작가로서가 아닌 에쿠니 가오리라는 개인이 사랑과 사랑이 만난 일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화를 이루어 가는지, 이전의 작품들에서보다 가깝고 뚜렷하게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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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가느다란 명주실로 짜낸 - 헨리 제임스 산문선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아주 가느다란 명주실로 짜낸 - 헨리 제임스 산문선
    • 헨리 제임스 지음, 정소영 옮김
    • 온다프레스
    • 2024-02-19

    신형철, 정지돈의 극찬!‘작가의 작가’ 헨리 제임스,아홉 편의 엄선된 여행기와 비평『아주 가느다란 명주실로 짜낸』은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 헨리 제임스의 문학비평과 에세이 아홉 편을 엮어낸 책이다. 제임스가 ‘작가들의 작가’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음에도 그 명성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다는 점에서 이번 산문선은 작가의 다채로운 글을 통해 그의 진면목을 온전히 소개하는 ‘제임스 필독 목록’이라고 부를 수 있다. 작중 인물의 심리를 그려내는 그 세밀도 면에서 극찬을 받으며 20세기 모더니즘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작가답게, 책 곳곳의 이야기가 무척 조밀하게 짜여 있다. 책 속 문장 그대로 그가 쓴 글들은 “아주 가느다란 명주실로 짠 거대한 거미줄로, 부유하는 입자를 빠짐없이 잡아낸다”.(156면)‘인간의 내면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인생의 진실 쪽으로 부서지듯 나오는’책 속의 산문 중 발자크와 호손을 다루는 전기 성격의 비평문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지의 여행기들은 각각 19세기 말 유럽 문화의 단면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미국과 유럽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익힌 ‘세계시민’으로서의 감각이 여실히 밴, 유려하고 아름다운 글들이다. 이뿐 아니라 우리는 작가의 본격 문학비평 두 편을 보게 되는데(「소설이라는 예술」과 「삶이 알아서 그 안에 숨결을 불어넣어: 『한 여인의 초상』 뉴욕판 서문」), 이 두 편의 글들은 왜 헨리 제임스가 ‘작가의 작가’로 불리는지를 선명히 드러내준다.평론가 신형철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왜 어떤 소설만이 예술이며 다른 것은 아닌지를 분별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권위적인 일이라고 믿는 동시대인들이 적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140여 년 전, 헨리 제임스는 이처럼 다소 무리해 보이는 주제, 즉 소설 중에 예술인 것과 아닌 것을 가르고자 ‘소설의 예술성’이라는 주제에 천착했다. 그가 살았던 19세기 말은 자본주의가 급격히 융성해진 시기였고 그에 발맞춰 출판을 비롯한 예술 분야 또한 활황기에 접어들었다. 이 같은 전환기에 예술의 본연을 다시금 짚었다는 점에서, 특히 소설이라는 장르의 역할과 가능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제임스는 근현대 문학의 주요 이정표를 세운 이라고 할 수 있다.다만 제임스를 ‘19세기 사실주의의 대가’이자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초석을 놓은 작가’라고 쓸 때 우리는 이 같은 호칭들이 조금은 혼란스러운 명명 아닐까 고개를 갸우뚱한다. 흔히들 사실주의와 모더니즘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조라고 보기 때문인데, 이는 제임스가 살았던 당대의 문예사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19세기 중반 사실주의 사조가 등장하면서 ‘소설은 삶의 재현’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제임스가 사실주의의 대표 주자로 꼽힌 것도 이때다). 다만 제임스가 이해하는 ‘재현’은 ‘현실에 얼마나 가까운가’를 강조하는 19세기의 경향과는 다른 면모가 있었다. “제임스는 ‘현실성’보다는 ‘현실의 분위기’라는 표현을 쓰고, ‘환영’(illusion) 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적절한 번역어를 찾기 힘든 ‘환영’이라는 단어는 한마디로 현실로 착각할 만한 것을 뜻하는데, 거울을 들이댄 듯 현실과 똑 닮아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 존재하는 듯한 생동감을 지닌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제임스에게는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인가 아닌가라는 통상적인 기준이 중요하지 않고, 사실성의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로맨스와 사실적인 소설의 구분이 무의미한 것이다.”(13~14면) 제임스의 이 같은 생각은 소설이 현실 그 자체의 재현이 아니라 그 현실을 소재로 삼는 소설가의 의식의 산물이라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결국 핵심적인 것은 작가 자신의 인식과 상상력이다. 여기서 우리는 제임스가 “객관적 현실의 반영에서 주관적 인상으로 소설의 강조점이 옮겨 가는 전반적 변화의 시작점”(14면)에 서 있었음을 알 수 있다.「삶이 알아서 그 안에 숨결을 불어넣어」는 그의 대표작 『한 여인의 초상』의 뉴욕판 서문으로, 제임스는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젊은 여성을 택한 것이 당대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리라는 것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 작가 스스로 근대 이후 여성의 역할이 커진 것을 날카롭게 포착해내긴 했지만 책으로 써낼 때의 압박감은 만만치 않았다.“어떤 논리적 심화 과정을 통해서 이 보잘것없는 ‘인성’, 총명하지만 주제넘은 젊은 여성의 그저 가냘픈 그림자에게 ‘주제’로서의 고상한 속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손상할 어떤 얄팍함을 피해야 그 주제가 최상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총명하든 총명하지 않든, 수백만의 주제넘은 젊은 여성들이 매일매일 각자의 운명에 맞서는데, 그 최대치에서 무엇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들의 운명에 열려 있기에 우리가 그것을 두고 소동을 벌여야 한단 말인가?”(159~60면)그때 제임스에게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니라 ‘의식으로서의 소설’로, 당시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은 다음과 같았다. “젊은 여성의 의식을 핵심 주제로 삼는다면, 내가 원하는 만큼 흥미롭고 멋진 어려움이 생기겠지. 중심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이어야 해.”(164면) 갈수록 현실을 포착해내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제임스가 택한 것은 ‘보는 행위’였다. 제임스는 「소설이라는 예술」에서 소설과 미술이 가까운 관계라고 강조하는데, 이는 소설이 미술과 마찬가지로 예술의 한 장르이고 또한 이미지와 장면으로 구성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이미지와 장면이 소설가의 머릿속에서 완성된다는 점에서 ‘의식으로서의 소설’은 새롭게 그 의의를 획득한다. 어떤 문학이 예술이며 아닌가를 논할 때에 헨리 제임스의 「소설이라는 예술」이 주요한 기준점으로 언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형철 평론가가 잘 짚어준 것처럼 “제임스에 따르면 소설에선 (플롯이 아니라) 인물이 먼저이고, (도덕이 아니라) 진실이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인생의 진실 쪽으로 부서지듯 나오는 소설”, 그것이 곧 예술이다. 흑백으로 가를 수 없는,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삶을 대면하는 법이 책에서 제임스의 발길을 따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을 걷다 보면 그가 유럽 곳곳을 관찰하면서 ‘미국의 기준’을 언급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그는 미국 태생이고 한동안 미국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삶 동안 유럽에 거주하면서 미국 사회를 냉철하게 평가했다. 한마디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신세계 미국과 구세계 유럽의 교류와 충돌’이었다.근대 사회의 변화에 무척 민감했던 제임스도 미국의 극적인 변화 앞에서는 상당한 충격을 느낀다. 뉴욕에 마침 새로 지어진 수많은 고층빌딩을 보며 그 전과 확연히 달라진 미학적 면모를 깨닫고, 기존의 삶 영역과는 달리 만들어진 미국의 공간들이 본래 유럽인들이 구축해놓은 ‘사적인 삶’이라는 전통을 송두리째 뒤흔든다고 보았다. 이와 동시에 미국인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면서는 ‘꼭두각시 인형’ 같다고 비평하는데, 이는 근대의 주체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부품으로 전락했음에도 자기 스스로를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로 보는 모순을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제임스는 평생 전업작가로 살면서,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와 각 인물이 특정한 장면에서 중요한 면모를 읽어내고 깨닫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기를, 더 나아가 각 인물 앞에 놓인 여러 상황까지 읽어내기를 소망했다. 이처럼 소설을 통해 사고를 훈련하다 보면 독자 스스로 자신의 실제 삶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제임스에게 소설의 몫이란 바로 이 같은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엮고 옮긴 정소영 번역가도 제임스와 같은 희망을 품는다. “제임스에게 도덕의식은 선악이나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니라 ‘흔들려 깨워진 지성’이었던 것이다. 소설에서 위로나 공감을 구하려는 독자에게 제임스 소설이 제공할 것은 많지 않겠지만, 흑백으로 가를 수 없는,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삶을 대면하는 법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제임스에게서 읽어낼 것들이 여전히 많으리라 믿고 싶다.”(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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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정과 신비 (커버이미지)
    [문학]격정과 신비
    • 르네 샤르 지음, 심재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02-19

    엘뤼아르와 더불어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인르네 샤르의 작품 세계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결정판“그의 시는 프랑스 문학이 낳은 최고의 작품이다.”알베르 카뮈알베르 카뮈, 파블로 피카소와 교류하며시의 힘으로 시대의 폭력에 대항한 시인 『격정과 신비』를 이루는 한 축인 ‘격정’은 시로 쓴 저항과 연대의 기록을 시사한다. 르네 샤르는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 대전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참상을 목격하고 몸소 겪어 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에 포위당한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시인은 어두운 현실을 마주하되 절망감에 매몰되지 않았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그는 분노하고 고발하고, 자연과 인간을 보면서 삶의 희망과 경탄을 느꼈다.샤르가 레지스탕스 활동을 이끌던 시기에 쓴 『히프노스 단장』은 이 시집을 프랑스 대표 출판사 갈리마르의 ‘희망’ 총서에 포함시킨 편집자이자 소설가 알베르 카뮈에게 헌정되었다. 또한 스페인 내전을 다룬 시편 「1939 쏙독새의 입으로」는 피카소가 그려 준 삽화와 함께 문예지에 처음 발표되었다. 샤르는 카뮈와 시대정신을 공유했고, 「게르니카」를 그려 스페인 내전을 고발한 피카소의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한편으로 샤르는 일상 속의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인간에 대한 믿음을 되찾고 계속해서 싸울 용기를 얻었다. 프로방스 지방은 시집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그중에는 샤르가 태어난 고향 마을 일쉬르소르그와 그가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거점 지역 세레스트가 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내밀한 유년기 기억 속에서 평범하고도 위대한 사람들의 모습을 되살려 내고 레지스탕스 동료들의 목소리와 투쟁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한다.시에 대한 사랑, 사랑에 대한 시강렬한 에너지를 품은 단어와 문장 샤르에게 레지스탕스 활동이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라면, 시는 또 다른 등불로써 시적인 저항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었다. 그는 시를 통해 아름다움을 찾고자 애쓰며 그 아름다움을 표상하는 연인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아포리즘 같은 문장들로 시란 무엇인지, 시인이란 무엇인지 정의하면서 시와 시인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했다. 샤르의 작품에서 시에 대한 사랑과 사랑에 대한 시가 만날 때 이 만남은 오늘날의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시의 신비를 다시금 체험하게 만든다.글쓰기의 측면에서 르네 샤르의 시는 격렬하고도 신비롭다. 『히프노스 단장』에서 ‘단장(斷章)’은 시인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 중 하나를 시사한다. 단장이란 ‘한 체계로 묶지 아니하고 몇 줄씩의 산문체로 토막을 지어 적은 글’을 가리킨다. 샤르의 시에서는 파괴와 상실을 겪고 남은 잔해들, 생략과 여백으로 가득한 파편들이 주를 이룬다. 간결한 문장에 심원한 사유가 응축되어 있기에, 낱낱의 단어는 큰 무게감을 지닌다. 샤르의 시편들을 마주한 독자는 난해함을 느낄 수도 있으나 명상적 효과를 체험할 수도 있다. 간결성과 압축성이 야기하는 수수께끼는 일상에 균열을 내며 사유에 잠기게 만들기 때문이다.이러한 시인의 글쓰기 방식은 시에 속도감과 운동성을 부여한다. 샤르 특유의 문체는 그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반영한다. 현실의 온갖 제약이 시인을 주저앉히더라도 그는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고자 한다. 그리하여 샤르의 시에서는 수직과 운동의 이미지가 두드러지고 특히 샘, 강물, 물레방아 등 물의 이미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독자는 샤르의 역동적인 문장들에 자신을 내맡긴 채, 문장에 깃든 그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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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커버이미지)
    [문학]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 에밀리 디킨슨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02-19

    휘트먼과 더불어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에밀리 디킨슨의 걸작 시 모음“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시인이다”버지니아 울프<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이 을유세계문학전집 126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 가운데 한 명인 에밀리 디킨슨은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시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파헤친 작가다. 특히 연대기적 시간의 중단을 형상화하며 유한이나 영원으로 범주화되지 않는 새로운 향유의 시간을 보여 준 그의 시 세계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독자로부터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내면으로 침잠하여 지상의 환희로 나아간 시인에밀리 디킨슨의 대표 시 선집19세기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 가운데 한 명인 에밀리 디킨슨은 아버지 에드워드 디킨슨의 교육열 덕분에 당시 여성으로선 드물게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발병으로 애머스트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마운트 홀리요크 여성 신학교에 입학한 지 10개월 만에 고향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후 그녀는 어머니의 병상을 지키며 시를 썼다. 생전에 발표한 시는 몇 편 안 되지만 1886년 디킨슨이 죽은 후 여동생 라비니아가 그녀의 시를 발견하고 공개하면서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그녀의 시 세계에서 가장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연대기적 시간의 중단으로 영원의 옹호나, 유한도 영원도 아닌 임시적 정지이다. 하지만 아감벤의 관점에서 보면 디킨슨의 시에 나타나는 시간의 중단은 영원이나 임시적 정지가 아닌 새로운 시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시간은 순간적으로 포착하지 못하면 영원히 지나가 버리는 행복한 순간이자 가능성으로 가득 찬 세계다. 디킨슨에게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연대기적 시간의 중단은 영원으로 가는 출발점이 되고, 여기서의 중단은 파괴인 동시에 해방을 가져오는, 완벽한 향유가 가능해지는 순간이다. 이러한 향유의 시간을 디킨슨은 기적이라고 부르며 죽음에서 그 작은 틈을 엿본다. 그에게 죽음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단으로 인해 메시아가 들어올 수 있는 작은 문이 생기고, 인간이 기원의 상태로 돌아가 부활할 수 있는 계기다. 특히 그녀의 문학 세계에서 주요한 주제인 중단에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단절이 파괴인 동시에 구원이라는 것이다. 시는 이러한 중단을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이며, 디킨슨의 경우 줄표와 행 바꾸기를 사용해 효과적으로 이를 표현하고 있다.상실과 분열이 아닌탈주의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시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특징은 부재와 상실, 포기의 관념이다. 심지어 자아 분열을 디킨슨 시의 특징으로 보는 비평가도 있다. 하지만 들뢰즈의 관점에서 해석할 때 디킨슨의 시는 상실과 분열의 시가 아니라 탈주의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디킨슨은 시에서 종교와 결혼은 견고한 억압의 상징인데 종교의 억압성은 겨울 오후의 빛으로 표현되고 결혼은 대가가 핵심을 이루는 계약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처럼 영원해 보이는 제도들이 늘 견고할 수는 없다. 견고한 체계에는 유동적인 미시 균열이 생긴다. 그것은 견고한 위계질서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균열을 일으켜 해체하려는 시도를 보여 준다. 그리하여 디킨슨의 탈주는 역량이 증강된 에너지로 나타나고, 그동안 갇혀 있던 영혼은 견고한 배치를 완전히 벗어나 탈주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 탈주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탈주가 퇴행함으로써 오히려 기존의 제도와 구속을 더 강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침내 탈주에 성공하면 종교와 결혼 같은 제도를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배치를 만들어 낸다.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은 시인이 남긴 1,800여 편의 시 가운데 이러한 디킨슨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것들만 엄선해서 실었다. 이 책에 담긴 시들은 매우 간결하면서 이미지즘적이며 추상적인 사고와 구체적인 사물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시간에 갇힌 인간 의식의 한계에 대한 고통스러운 역설을 일깨우는 디킨슨의 시 세계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으며 향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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