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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재 이혼 시키기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서재 이혼 시키기
    •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3-12-27

    『지지 않는 하루』 『배를 놓치고 기차에서 내리다』 이화열 작가의닮음과 다름, 독립과 의존에 관한 아주 특별한 이야기“타인이란 구원이 아닌 위로일 뿐, ‘자신’을 위탁할 곳은 세상에서 오로지 자신뿐이다”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담담하면서도 위트 있는 필치로 일상을 담아내는 에세이스트, 신형철 평론가로부터 “한국식 에세이의 관습이 말끔히 제거되어 있는, 진짜 고수의 글”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가, 『지지 않는 하루』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넸던 이화열이 여섯 번째 에세이 『서재 이혼 시키기』로 돌아왔다.앞서 『서재 결혼 시키기』의 저자 앤 페디먼은 남편과 서재를 합치며 진정으로 결혼을 완성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의 남편 역시 “내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것은 당신의 책이기도 해. 내 삶 역시 당신 것이듯이”라는 닭살 돋는 사랑 고백을 헌사했다. 반면 이화열 작가는 결혼 25년 만에 남편과 서재를 나누며 ‘닮음’의 열망 때문에 ‘다름’이라는 현실을 간과하고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 책 『서재 이혼 시키기』에 타인과 더불어 살지만 궁극적으로 자아를 잃지 않는, 독립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만약 자신을 제대로 소유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면, 타인을 통해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혼에서 독립은 상대와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면서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스스로의 욕망과 행복을 타인이 결정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다.” _ 「여는 글」에서독립적인 삶의 태도는 기질과 취향이 다른 영원한 타인인 배우자와 고군분투하는 결혼생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과 독립을 겪으면서 따뜻한 애착의 습관, 정신적인 탯줄을 끊고 함께 성장해야 하는 부모에게도 꼭 필요하다. 나아가서 단단하고 영리하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미덕이다. 작가는 배우자 올비, 자녀 단비와 현비, 부모, 그리고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따뜻하고 소소한 하루하루를 통해 나를 온전히 발견하고 타인 대신 ‘자신’으로 채우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배우자와 부모, 자녀와 건강한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들, 관계 때문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 자기 인생에 ‘자신’이 빠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 『서재 이혼 시키기』를 추천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도 의존적이지 않은, 자아를 잃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함께 있어도 외롭다면, 다정한 습관과 결별하고 다시 홀로 서야 할 때!타인과 함께 자아를 잃지 않고 사는 법가까운 관계일수록 다름을 인정하기 어렵고 의존적일 가능성이 높다. 사랑하는 사람과 친밀도가 높아질수록 독립적인 삶을 살기 어렵다. 그 사이에 바로 ‘나’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관계에서 ‘자아’를 잃으면 함께 있어도 외롭고, 인생에서 혼자 서는 건 더더욱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상대에게도 마찬가지로 요구하기 쉽다는 것이다.작가는 우리가 자신의 욕망, 자아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상과 세상을 흐리게 보고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지 않고서 공존이란 불가능하다고도 말한다.“친구는 혼자 되는 것에 대해 말하고 나는 혼자 서는 것에 대해 말한다. 사람들은 연애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결혼을 선택하거나 아이를 낳기도 한다. 때로는 이혼하기도 하고 배우자를 먼저 보내기도 한다. 어디에 있든지 자기 안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면 괜찮다. 비극의 서사는 자신을 맡아주거나 책임져줄 타인을 기대하는 것이다. 자신은 벗어던져야 할 무거운 짐가방이 아니다. 신을 비롯해서 타인이란 구원이 아닌 위로일 뿐, ‘자신’을 위탁할 곳은 세상에서 오로지 자신뿐이다. 어떤 사람은 용기 없이 도망치거나 모호한 희망을 가지고 살면서, 타인들의 시선으로 절망한다.” _ 본문에서타인의 빌려온 욕망이 아닌, 일상에서 자신의 내면을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나 자신도, 관계도 건강해지고, 우리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행복을 발견해 이름 붙일 수 있다. 함께 있어도 외롭다면 이제 다정한 습관과 결별할 시간이다! 이화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관계에서 의존성을 떨치고 홀로 서는 순간, 삶이라는 유리창을 조금 더 명료하게 닦아낼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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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하우스로 출근합니다 - 은퇴 후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당신을 위하여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세컨하우스로 출근합니다 - 은퇴 후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당신을 위하여
    • 한준호 지음
    • 푸른향기
    • 2023-12-27

    은퇴 후 세컨하우스를 장만하고 2도(都) 5촌(村)의 생활을 시작한 교사 부부꽃과 채소를 키워 자급자족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인생 2막의 삶‘끝난 사람’이 아닌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선택하다세컨하우스 열풍이다. 세컨하우스를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연예인들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품격 높은 삶을 추구한다. 이는 방송과 연예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은퇴 후 세컨하우스를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세컨하우스로 출근합니다』의 저자는 38년 동안 재직하던 교단을 떠났다. 퇴직하고 보니 갑자기 시간도, 요일도 필요 없는 삶이 도래했다. 이대로 ‘끝난 사람’이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무엇이든 붙잡고 끊임없이 움직이기로 했다. 도시 외곽에 세컨하우스를 장만하고 2도(都) 5촌(村)의 생활을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은퇴한 아내와 함께 그곳으로 매일 출근하여 텃밭의 작물들, 화단의 꽃들, 이웃들과 교감하면서 마음과 시간을 나누었다. 된장과 고추장을 직접 담그고, 텃밭에서 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하고, 막걸리도 담가 지인들과 나누며, 수영, 양봉, 제빵기능사 등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은퇴 부부에게 세컨하우스는 인생 2막을 여는 공간이 되었다. 때론 카페나 도서관이 되기도 하고, 어느 땐 영화관이 되었다가 여행자 숙소가 되기도 하는 세컨하우스에서의 일상을 SNS에 올려 많은 공감과 응원을 받았다. 아내를 위해 밥을 차리고, 아내에게 생일케이크를 만들어주는 남편꽃과 채소를 기르는 전원생활을 본캐로, 빵 굽고 강연하는 일을 부캐로 하는 소박한 삶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그려내는 따뜻한 도시남의 낭만 실현 에세이저자는 퇴직하면서 아내를 위해 살겠다고 결심한 사람 같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시부모님을 돌보고, 세 자녀를 키우느라 동동거리며 살아야 했던 아내의 오랜 염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교외에 세컨하우스를 장만하고, 텃밭을 일구고, 텃밭 상자를 만들고, 꽃과 나무를 심는다. 밭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려주고,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빵을 굽고, 아내의 생일에 생일케이크를 만든다. ‘일생을 도시 아파트에서 보냈던 아빠가 전원에 주택을 마련한 건 아빠 삶에서 완벽히 새로운 종류의 도전임을 알아서였다. 퇴직 이후 삶의 그림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 그리고 수많은 스케치의 끝에 맺어졌을 아빠의 결단. 나는 그 결단이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의사이자 작가인 딸은 책의 서두에서 이렇게 아빠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저자의 도전 중에는 평생을 함께한 아내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세컨하우스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도 그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그것이 소중한 밑천이 되어 때때로 강연자로 교단에서의 경험과 세계 여행 경험을 나누고 있으니, 이만하면 멋진 부캐가 아닌가.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예비 은퇴자, 도시생활과 전원생활 둘 다 누리고자 하는 사람,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고, 자연 속에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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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관들을 위한 특별한 한 끼 - 사회복무요원의 119안전센터 특식 일지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소방관들을 위한 특별한 한 끼 - 사회복무요원의 119안전센터 특식 일지
    • 강제규 지음
    • 책나물
    • 2023-12-27

    엄마 배지영이 쓴 에세이 <소년의 레시피>에서야간자율학습 대신 가족의 저녁밥 차리던 소년 ‘강제규’.청년이 된 그가 119안전센터 소방관들을 위한 요리사가 되었다!소방관들은 누가 해준 밥을 먹고 지낼까? 갑자기 울리는 출동 벨, 1초가 아까운 구조환경 탓에 컵라면을 자주 먹을지도 모른다. ‘소방복무요원’이던 강제규 작가는 밥때도 놓치며 헌신하는 소방대원들을 위해, 119안전센터의 요리사를 자처하며 따뜻한 밥을 차려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족을 위해 저녁밥을 만들었을 만큼 요리를 사랑하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 사람들을 보며 기뻐하던 그가, 이번엔 주방 대신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 저자는 에세이 <소방관들을 위한 특별한 한 끼>를 통해 소방관들의 밥을 지은 이야기를 담백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불길을 뚫고 온 당신이 식은 밥을 먹지 않도록사회복무요원으로서 119안전센터에 근무하게 된 저자. 식당 이모님이 휴가를 내신 어느 날, 제가 한번 요리해보겠다며 수줍음 많은 성격에 용기를 낸다. 요리사 자격증이 있고 레스토랑에서도 일했으니 어렵기만 한 일은 아니겠지만, 내 일거리가 늘어나는데도 선뜻 나서는 마음은 귀하다. 그는 이후로도 이모님의 휴가 때면 ‘특식 요원’이 되어 식비 예산 단돈 5만 원 안에서 센터 사람들을 위한 끼니를 정성껏 준비한다.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마음이 춤추며 하는 요리 앞에 모두가 즐겁다. 돼지 앞다리살 수육, ‘필살기’ 마파두부, 매콤한 맛이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김치찌개와 쫄면, 특식 중의 특식 삼계탕까지 모두 소방대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출동 다녀오느라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단 한 명분의 음식이라도 데워서 식지 않게 내놓으니, 그 마음 씀씀이에 읽는 이도 따스해진다. 구수한 밥 냄새, 다정한 사람 냄새 가득한 119안전센터 분주하고 위험천만한 119안전센터 사람들의 일상에서 ‘제규’는 통통 튀는 사람들, 시트콤 같은 순간들을 잡아낸다. 낚시가 취미인 도급 반장님이 평상시 지친 얼굴과 다르게 활기찬 모습으로 놀래미를 잡아 온 날, 그는 ‘강아지처럼’ 반장님을 반긴다. 싱싱한 놀래미는 그의 칼질에 활어회로 탄생하고, 그 모습에 대원들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센터의 실세’이자 기분이 좋을수록 목소리도 높아지는 이모님은 요리하는 사람이 제일 좋은 부위를 맛볼 권리가 있다는 철학을 전하며, 맛있는 부위를 그의 입에 먼저 쏙 넣어준다. 언제나 그가 만든 ‘특식’을 두 그릇씩 맛나게 비우는 센터장님의 ‘생활 조언’도 인상적이다. 틈날 때마다 턱걸이를 열 개씩만 하면 삶이 달라진다고, 사람들은 한 사람으로 그 조직을 평가하니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는 특히 깔끔해야 한다고, 누구에게든 무엇이든 배우라고……. 사람 냄새 가득한 119안전센터에서 뭐라도 배우려 애쓰는 청년 강제규가 있었다.땀내 나는 밥을 먹고, 그렇게 어른이 된다<소방관들을 위한 특별한 한 끼>는 특식 일지이자 소방 보조 인력으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의 업무 일지이다. 저자는 이제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돌아와 먹는 밥의 맛을 알게 되었다. 온몸에서 땀내와 탄내가 나도, 현장에서 작은 보탬이 되었다는 생각에 밥은 술술 넘어갔다. ‘고독사’라는 세 글자로 결론 내려진 누군가의 죽음 앞에 섰던 순간도 있었다. 그는 그때의 소화되지 않은 감정들 또한 귀한 경험으로 여기며 소중하게 기록해두었다. 그는 대원들에게 헌신적으로 일하는 태도를, 주방 이모에게 요리하는 사람의 자세를 배운다. 이모님은 적은 예산에 재료를 아끼면서도 최대한 깊은 맛을 내려 애쓰고, 야채에서 물 나오니 쫄면은 먹기 직전에 양념을 버무린다. 그렇게 청년은 밥을 짓고, 밥을 먹으며 성장해간다. 성큼성큼 나아간 그 발자취를 다 읽고 나면, 누워만 있고 싶던 마음에 상쾌한 바람이 지나간다. 으랏차, 이불을 들추고 일어나 맛있는 한 끼를 만들고 싶어지는 책이다.“소심한 내가 처음에 어떻게 밥을 하겠다고 용기를 냈는지 생각할수록 좋았다. 과거의 내가 조금 기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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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의 쓸모 -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소설의 쓸모 -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
    • 박산호 지음
    • ㅁ(미음)
    • 2023-12-27

    ● 이야기의 중요성이 과거의 어느 때보다 대두되는 시대에소설의 세계 속 경이로운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탐구한다80권이 넘는 소설과 그래픽노블을 우리말로 옮겨온 번역자, 영국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한 연구자, 스릴러 소설을 발표한 성공한 덕후, 다양한 매체에 서평과 문화 비평을 게재해온 칼럼니스트 박산호 작가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탐독해온 소설의 ‘어떤 쓸모’에 대한 에세이집을 펴낸다.우리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웹툰, 게임, 뉴스레터 등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넘쳐나고 이야기의 중요성이 과거의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야기가 가진 흥미도와 메시지의 낙폭이 세상의 많은 것을 좌우하는 현시점에서, 저자는 이야기의 대표적 그릇 중 하나인 소설을 들여다보며 그 세계 속의 또 다른 경이로운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탐구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우리의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지, 적용이 가능하다면 그 방향성은 어떠해야 할지 고찰해본다. 이 책에는 21세기의 많은 독자와 콘텐츠 제작자가 주목해야 하는 소설 17편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으며, 저자가 스릴러와 미스터리 소설 분야에서 신뢰받는 전문가인 만큼 범죄소설 혹은 그만큼 어두운 그림자가 감도는 SF소설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범죄소설의 아이디어와 전개와 미학을 들여다보는 일은 일반 소설을 연구하는 일과 똑같은 유용함을 가지고 있다. 현대의 많은 작가와 전문가와 독자는 이제 더 이상 범죄소설을 하위 문학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들은 범죄소설도 다른 모든 소설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심지어 어쩌면, 범죄문학이 형성해온 고유의 특성과 구조 때문에 좀 다른 면에서 더 나은 효과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G. K. 체스터튼이 “아무리 평범한 스릴러물의 스릴일지라도, 오직 스릴만이 양심과 의지에 다소나마 관심을 보인다”라고 한 것처럼 말이다. ● 소설을 읽는 사람만이 더 빨리, 더 깊게 도달할 수 있는,강력하고 신선하고 미스터리한,어떤 힘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에세이“이야기 너무 좋아하지 말어.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은 가난하게 살아.”어린 시절 저자는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매일 밤 손녀에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손녀의 장래가 걱정되셨는지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타이르셨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은 놀라운 예언과 저주로 돌아왔고, 학창 시절 내내 소설에 빠져 산 저자는 대학 시절에 675권의 책을 독파했고 훗날 스릴러소설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가가 되어 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성공한 덕후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다가 영국 문학을 자세히 공부하고 싶어서 영국으로 건너가 브루넬 대학원에 입학해 19세기 영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연구했으며, 한편으로는 다양한 매체에 서평, 문화 비평을 발표해왔다. 저자는 이렇게 오랫동안 문학을 탐구해온 이력을 바탕으로, 매혹적인 소설 17편에 담긴 아이디어와 메시지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짚어낸다.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주인공 유니스가 등장하는 《활자 잔혹극》을 다룬 편에서는 ‘세상이 이토록 문자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이라는 대담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유니스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이 들통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기억력과 관찰력이 비상하게 좋았다. 만약 유니스가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닌, 다른 능력과 감각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를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고용주 일가를 살해하지 않는 미래가 존재할 수도 있었을까?미스터리한 배경 설정이 가득한 SF소설 《시녀 이야기》와 스릴러소설 《걸 온 더 트레인》을 다룬 편에서는 ‘질문’과 ‘의문’이 중요 키워드로 부상한다. 저자는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을 직접 인터뷰했을 때 얻은 창작 팁을 자세히 풀어놓으면서 글쓰기를 직업으로 갖고 있는 작가는 물론이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왜 질문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지 또렷하게 설명한다. 한편, 영국 대학원에서 《제인 에어》를 연구했던 저자는 20세기의 범죄소설 《레베카》를 읽다가 로체스터의 첫 부인 버사 메이슨이 《레베카》에서 되살아났음을 깨닫는다. 레베카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매력으로 작품 내내 모든 등장인물을 지배하고,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어린 화자 ‘나’는 그런 레베카에게 주눅이 들어 있다. 저자는 세상에 의해 미스터리 앞으로 내던져진 초라하고 미숙한 ‘나’를 다정한 시선으로 돌보는 한편, 소위 ‘사악하고 미친 여자’ 버사 메이슨과 레베카를 대조하면서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생긴 점진적인 변화가 작품에 반영된 점을 짚어낸다. 이외에 《어둠의 왼손》을 다룬 편에서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과 ‘인생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인간’이 핵심 키워드가 된다. 저자는 사람이 인생의 불확실성과 미지의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은 통제력을 상실할 가능성에 대한 공포, 태어나서 지금까지 쌓여온 자동 재생되는 편견과 습관을 계속 가동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너를 본다》 편에서는 여성이 잔인한 살인마에게 끌려다니다가 목숨을 잃는 콘텐츠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지적하며, 우리가 왜 똑똑하고 치밀한 여성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읽을 필요가 있는지 이야기한다. 살인이 등장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편에서는, 작품 속에서 코믹하고 아이러니하게 표현된 ‘소통’이라는 아이디어를 자세히 살펴본다. 시종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외계인들보다 더 소통이 안 되는 막무가내 인간들을 등장시켜 소재의 효과를 극대화한 점을 짚어내면서 저자 자신이 두 차례의 모임에서 겪은 불통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저자가 해학적으로 묘사한 불운(?)에 크게 공감하면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지만, 마지막에는 산뜻한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운 포인트 중 하나는, 20년 가까이 번역자로 활동해온 저자의 여러 직업적 경험담 속에서 세간의 편견과 오해를 엿보고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가 이름 때문에 ‘남성 스릴러 번역가’로 자주 오해받은 경험이나 “집에서 일하니까 아이도 돌보고 살림도 잘할 수 있겠다”며 무수히 오해받은 경험 등이 바로 그렇다. 경쾌한 미스터리 소설 《스위트홈 살인사건》을 다룬 편에서는 번역자도 번역을 하다가 역할에 빙의(?)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설을 들려주기도 한다. 사실, 현실과 픽션의 세계를 숨 쉬듯 오가며 사는 우리는 늘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벌하고 싶어 한다. 여기서 스릴이 발생하고, 우리는 개인의 양심과 의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에세이집 《소설의 쓸모》는 그 점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오직 소설만이 전달할 수 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메시지와 새로운 발상들을 수면 위로 건져 올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설을 한층 더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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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
    • 조니워커 지음
    • 선스토리
    • 2023-12-27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도 익숙한 길. 평소 데이트와 전혀 다를 것 없는 그 길을 따라 나는 그와 손을 꼭 잡고 이혼 접수를 하고 왔다”브런치스토리 화제작, 조니워커 작가가 전하는 좋은 이별이혼도 ‘나답게’ 할 수 있을까? 한 여자와 세 번 바람 핀 남편과 ‘좋은 이별’을 할 수 있을까?브런치스토리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독자가 읽은 브런치북’에 선정되고,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을 받은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가 출간되었다. 브런치 미공개 원고를 포함해 더 정교해진 구성과 글로 한층 더 깊은 감동을 독자에게 전한다. ●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 그의 손을 꼭 잡고 오직 나를 위한 이별을 시작하다너무나 자상하고 모든 것이 완벽했던 남편이 한 여자와 세 번 바람을 폈다. 남편을 사랑했기에 두 번의 외도는 용서했던 작가는 세 번째 외도를 알게 된 날 결국 이혼을 결심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이혼 이야기. 하지만 이후 일어나는 이야기는 특별하다. 작가는 타인의 감정이나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이혼하기로 한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았던 결혼생활이었다. 그가 내게 준 절망을 부정하지 않듯이, 행복도 진실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189쪽)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이혼하기로 한 것이다. 작가는 이혼을 결심한 후에도 남편의 손을 꼭 잡고 산책하고, 맛집에 가고, 함께 드라마 정주행을 한다. 협의이혼을 하러 법원에 가는 날에도 서로의 손을 꼭 잡는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이혼 이야기는 읽는 이들에게 ‘좋은 이별이 우리 삶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또 ‘나다움을 지키는 사랑과 이별’은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이끌 것이다. ● 브런치북 1만 4천 명 구독자 마음을 울린 홀로서기 이야기 헤어짐과 함께 성숙해지고 싶은 우리 모두를 위한 책! 평범하지만 조금 특별했던 작가의 이혼 이야기가 마음 아팠다면, 다시 나답게 행복해지고자 홀로서기 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또 다른 색깔의 위로와 재미를 선사한다. 3장 <돌싱으로 사는 건 처음입니다만>에는 일과 연애에서 고군분투하는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혼자 블라인드를 달다”, “예능과 SNS와 회사의 공통점”, “이혼했냐고 묻고 싶은 거 알아요”, “돌싱 카페 가입 하루 만에 탈퇴한 썰” 등 한층 더 단단해진 일상을 살아가는 작가의 현실적인 이야기에 공감하며 읽다 보면, 어느덧 독자 자신의 삶까지 위로받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회사는 그냥 영혼 없이 다니며 월급이나 받는 곳에 불과했는데, 일에 더 몰두하고 책임감을 가 지다 보니 승진도 하고 연봉도 올랐다. 맥주 한 캔도 못 마시던 내가 위스키와 와인에 입문하 게 되었고, 와인 모임에 나가며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었다. 혼자 블라인드도 달 수 있게 되었 고, 글을 쓰며 작가의 꿈도 꾸기 시작했다. _227쪽세련되고 간결한 문체로 브런치북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가 더 정교한 구성과 문체의 미공개 원고를 책에 담으며 보다 많은 독자에게 전할 위로와 감동의 메시지가 기대된다. ● 브런치북 Best 독자 후기\"최선을 다한 이별이 이렇게도 아름답고 아련할지 몰랐습니다.\" _김*호\"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네요. 인생의 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나다움을 지키기 위한 작가님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_믿음**사랑“나를 잃지 않고 지키는 모습에 다시 한번 위로받고 갑니다. 응원합니다.” _김*규“실화죠? 잊고 살았던 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해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_*독자“글 읽는 기간 동안 나도 모르게 안타깝고 슬프고 설레고 또 행복해졌네요. 한순간에 많은 감정을 느껴봅니다.” _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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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 미 더 허니 - 꿀벌과 함께한 뜻밖의 모험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쇼 미 더 허니 - 꿀벌과 함께한 뜻밖의 모험
    • 데이브 도로기 지음, 박내현 옮김
    • 이김
    • 2023-12-27

    달콤하고 따끔하고 끈적하고 살벌하다!어쩌다 벌치기가 된 아저씨의 슬랩스틱 양봉 모험담어서오세요, 보송보송하고 귀여운 생물들이 우글우글한 도로기의 작은 양봉장에꿀벌. 검은색과 노란색의 몸과 얇은 두 날개로 꽃 사이를 오가며 달콤한 꿀을 만들어 내는 생물. 모든 생명이 그렇듯 이들에게도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이야기가 있다. ‘꿀가이’ 데이브라는 별명을 가진 데이브 도로기는 강 하구에 정박시켜 놓은 선상가옥에 사는 은퇴 직전의 괴짜 아저씨다. 자연이나 곤충 같은 것에 별 관심 없이 살던 어느 날, 취미로 양봉을 하는 누나가 선상가옥 뒷갑판에 벌통을 놓자는 제안을 한다. 배 위에서 석양이 지는 강을 바라보며 허브티에 꿀 한 숟가락을 넣는 달콤한 상상을 한 도로기는 흔쾌히 허락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꿀을 수확한 후, 그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15,000마리 꿀벌이 담긴 벌통을 받게 된다. 그제서야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채 벌들의 아버지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벌 키우기라는 취미는 초보 벌치기의 생각대로 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거기에 덜렁거리는 성격이 더해져서 실수와 불운이 겹친 문제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벌치기의 숙명대로 벌은 쏘고 벌치기는 맞는 것은 기본이다. 양봉복 지퍼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서 옷 속에 벌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꿀을 추출하다가 집안을 온통 끈적하고 얼룩진 꿀투성이로 만들기도 한다. 혹독한 자연은 도로기의 새 취미의 난이도를 올려 놓았다. 여왕벌이 알을 제대로 낳지 않는데다 심지어 가출을 했고, 호시탐탐 벌집을 노리는 말벌들과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기생충과 병균들로부터 꿀벌들을 지켜야 했다.공짜 꿀은 없다“1년 동안 나는 다섯 병 분량인 22킬로그램을 수확했다. 꿀 한 병당 200달러 정도 든 것이다. 문득 저녁 식사에 나를 초대하는 친구들이 집주인을 위한 선물로 꿀 한 병과 빳빳한 10달러 지폐 20장 중에 무엇을 더 좋아할지 궁금해졌다.” - 130쪽초보 양봉가의 눈으로 적은 수기인 만큼, 이 책에는 같은 초보 양봉가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가득하다. 가장 처음 알아야할 것이, 양봉을 한다고 해서 꿀을 공짜로 먹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사실 양봉은 꽤 비싼 취미다. 양봉을 시작할 때 반드시 필요한 장비들의 목록과 가격은 이렇다. 먼저 목재 벌통 상자가 필요하고, 벌통 안에 서류철처럼 들어가는 꿀틀이 필요하다. 양봉옷과 장갑이 필요하고 장화도 있으면 좋다. 벌을 쫓는데 필요한 훈연기나 양봉용 칼, 솔 같은 자잘한 도구들, 꿀을 담을 병과 라벨이 필요하다.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려면 책도 몇 권 사다 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벌이 필요한데, 무료로 분봉을 받지 않는 이상 벌 상인에게 뉴질랜드나 하와이 출신 벌들을 분양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벌통 한 개로 양봉을 시작하려면 1000달러(약 130만 원) 정도가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꿀 한 병당 20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말이다.꿀벌과 가족이 된다는 것은15,000마리의 벌을 데리고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도로기는 예전 같으면 집 안으로 들어온 벌을 파리채 같은 걸로 내려쳐서 잡았겠지만, 벌들이 반려동물이 된 지금은 오랜 시간을 들여서라도 살살 밖으로 내보내게 되었다. 허약해진 벌집을 말벌의 습격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전기 포충기와 트랩으로 무장하고 하루 종일 벌집을 지킨다. 더위에 꽃이 시드는 여름에는 산 위의 풍요로운 꽃밭으로 벌통을 옮겨다 놓는다. 벌집의 번영을 유지할 새 여왕을 데려오기 위해 먼 곳의 여왕벌 상인에게 다녀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처음에 벌은 공짜 꿀을 얻을 수 있고 낭만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가축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꿀벌들과 도로기는 가족이 된다.“나는 우리 인간이 자연을 단순하게 보지만, 우리가 개입할수록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내가 바랐던 건 고작 꿀 몇 병뿐이었는데. 그렇다면 그냥 슈퍼마켓에 가는 게 훨씬 쉬웠을 텐데.” - 103쪽꿀벌과 인간 모두의 위기 앞에서“우리는 벌들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을 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함께 일하기는커녕 누가 옳은지를 놓고 말다툼을 벌인 것이다.” - 66쪽우리 인간들은 가끔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기보다 누가 옳은가를 놓고 다투기에 힘쓴다. 반면에 꿀벌들은 생존을 위해서는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 벌집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맡겨진 일이 있다. 특히 꿀을 만드는 작업에는 협력이 핵심이다. 꿀이 있는 위치를 발견하고 알리는 꿀벌의 춤, 채집벌이 따온 꽃꿀을 꿀로 만들고 수분을 날리는 일, 어린 벌들을 먹이고 돌보는 일 등, 벌의 모든 일은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봄과 여름 내내 함께 열심히 일한 꿀벌들은 겨울에는 그 결과인 달콤함, 즉 꿀을 함께 즐긴다. 도로기는 부지런하고, 자기 일을 해내며, 서로에게 다정한 벌들의 모습을 보며 인간들의 공동체에도 필요한 태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사실 오늘날의 꿀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그들은 진드기, 바이러스, 말벌, 기후 변화, 살충제, 심지어 휴대전화 전파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무언가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오늘날의 인간들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도로기는 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꿀벌들은 그에게 공동체와 협력과 사랑을 가르쳐 주었다. 혹독한 지구의 위기 앞에서 필요한 인간과 동물의 협력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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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12-27

    삶의 비의와 신의 음성을 찾아가는 머나먼 길지극한 정신과 육체로 몰아붙인 순수의 여정박범신 작가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두 종의 산문집 《두근거리는 고요》와 《순례》를 내놓았다. 작가는 1973년 단편 〈여름의 잔해〉로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순례》의 앞의 1, 2장은 오래전 출판했던 히말라야와 카일라스 순례기를 각각 삼분의 일 정도로 압축하고 새로 다듬은 글이며, 뒤의 3, 4장 산티아고 순례기와 폐암일기는 최근에 집필한 글이다. 인생 자체가 결국 순례이며, 육체의 한계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겪는 병고의 여정 또한 하나의 순례임을 감안하여 폐암일기를 같이 묶었다. “글 쓴 시기는 사뭇 다르지만, 평생 그리워 한걸음으로 걸어온 날들이 맞춤하니 한통속인지라 어색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박범신 작가는 ‘작가 50년’을 돌아보면서, 자신에겐 오로지 죽을 때까지 현역작가로 살고 싶었던 ‘문학순정주의’의 가치와 모든 계파에서 자유로운 ‘인간중심주의’ 가치뿐이었으며 오직 그것들을 신봉하며 살아왔다고 술회한 바 있다. 초기의 젊은 시절에는 강렬한 현실 비판적인 단편소설들을 발표했고, 80년대로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수많은 장편 베스트셀러를 펴내 대중의 총아로서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며, 90년대 문화일보에 《외등》을 연재하던 중 시대와의 불화로 돌연 “내 상상력의 불은 꺼졌다”라며 ‘절필’을 선언해 화제가 되었고, 1993년 《흰 소가 끄는 수레》로 문단에 복귀한 뒤엔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면서 이른바 ‘갈망의 3부작’으로 알려진 《촐라체》 《고산자》 《은교》를 비롯해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뛰어난 소설을 계속 펴내는 한편, 자본주의 세계구조를 통렬히 비판한 3부작 《비즈니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소금》 등을 연달아 펴내 독자를 사로잡은 바 있다. 양극화되어 있는 대중문학과 본격문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왕성한 집필로 동시에 큰 성과를 이루어낸 것은 우리 문단에서 매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우리 시대의 대표적 작가이고, 25편 이상이 영화, 드라마, 연극으로 제작돼 다른 장르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으며, 네이버에 최초로 장편 《촐라체》를 연재해 수백만 독자를 사로잡음으로써 인터넷 장편발표 시대를 견인하기도 했다. 명지대학 교수로서 수많은 젊은 작가들을 길러낸 명망 높은 문학교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의 작가 ‘데뷔 50년’은 하나의 전범이 될 수 있다. 이번 펴내는 산문집에서 그는 지난 50년의 문학을 돌아보면서 “나에게 소설쓰기는 늘 홀림과 추락이 상시적으로 터져 나오는 투쟁심 가득 찬 연애와 같았다”라고 술회하고 있다. 아울러 죽을 때까지 현역작가로 시종하겠다고 말해온 그가 최근 몇 년간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된 계기와 그것이 불러온 사회적인 파장, 그로 인해 받았던 상처와 고통에 대해 내밀하고 아프게 고백하고 있다.이 책은 무엇이든 삼켜버리고 살집을 키워가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어쩔 수 없다는 듯 허둥허둥 쫓아가는 우리들의 어깨 위에 가만히 손을 얹는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자신과 세상을 돌아볼 것을, 삶에 대한 순정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나는 왜, 무엇을 찾아, 이 낯선 길을 흘러 다니는 것일까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냉혹하기 이를 데 없는 경쟁, 자학적 수준에 도달한 정신적 분열, 효율성의 구호 아래 일사불란하게 서열화를 이룬 생명의 가치, 실패하면 죽는다는 불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 대충 이렇다. 육체와 정신이 서로 다른 곳을 배회하니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지경이지만, 이것만은 알겠다. ‘산다는 게 이건 아니지!’ 작가는 걸핏하면 짐을 쌌다. 짐은 헐거웠지만, 가슴은 열망으로 가득했다. 초월에 대한 열망이었고, 신성에 대한 열망이었으며, 순수에 대한 열망이었다. 매년 떠난 히말라야에서 고산증으로 정신이 가물거리기도 했고, 킬리만자로 허리에 엎드려 울기도 했고, 캅카스산맥 삼나무 그늘이나 시베리아 자작나무숲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잠든 적도 있었고, 산티아고로 향하는 멀고도 텅 빈 길에서는 또 여러 번 울었다. 히말라야든 킬리만자로든 피레네산맥이든, 그곳이 돌밭길이든 진창길이든 길은 모두 같았다.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소용이 없으니 빨리 가고 늦게 가는 것이 별반 차이가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위아래가 없고 사람과 당나귀 사이에도 높고 낮음이 없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을 뿐이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걷는 것뿐이다. 두 다리 외의 어떤 이동수단도, 편리를 제공하는 물건도, 시중을 들어 줄 사람도 없으며 오직 내 앞에 놓인 길만이 나를 도울 뿐이다. 그러니 이 길 위에 흐르는 존재들은 몸은 고될지언정 불안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영혼은 분열하지 않는다.순례는 사실 걷는 게 아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아득바득 다가가는 것이 아니다. 길 위에 올라선 채 길이 흐르는 대로 나를 가만히 맡겨두는 일이다. 돌아올 날을 완주의 성취를 기약하는 것이 아니다. 설령 먼 곳에서 바람으로 떠돌다가 혹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영영 잃어버리더라도 주저하지 않는 것, 그것이 흐르는 길에 대한 예의이며 참 순례라고 할 수 있다. 인생도 그렇다. 인생도 결국 하나의 순례이니까.길 위에선 아무도 가면 뒤에 숨을 수 없고, 누구도 불안에 떨지 않는다. 자신이 본래 그 텅 빈 본성으로부터 걸어 나왔다는 충만감으로 마음속이 환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숨결을 정밀하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숨결이 본래의 자신과 일치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는 마치 자신 안에 깃든 신이 숨 쉬는 것만 같다. 살을 파고드는 배낭끈이 속살 자체가 되는 듯한 고통마저 신비한 기쁨으로 다가온다. 비로소 ‘고통은 업장을 쓸어내는 가장 커다란 빗자루’라는 말을, 뜨겁게 고통을 바친 순례자들의 비밀스런 축복을 알 것만 같다. 작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폐렴을 얻었고 돌아와 폐암 판정을 받았다. 이제까지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이 그 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묵묵히 병고의 순례길을 걸었다. 흩어진 마음을 모아 진심 어린 기도를 드리며…. “만약 내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고 해도 사랑하는 이여, 나의 죽음을 결코 차갑게 여기지 마소서. 내가 태어날 때와 내가 죽을 때를 구별하지 마소서. 혹 슬플지라도 ‘환하고 따뜻한 슬픔’으로 나를 느끼소서. 내 평생 따뜻한 물로 흐르며 살기를 간구했으니, 갓 낳은 달걀을 두 손으로 쥐었을 때처럼, 탄생처럼, 죽음으로 떠나는 나의 영혼도 부디 따뜻한 파동으로 느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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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스러운 사이 - 제주 환상숲 숲지기 딸이 들려주는 숲과 사람 이야기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숲스러운 사이 - 제주 환상숲 숲지기 딸이 들려주는 숲과 사람 이야기
    • 이지영 지음
    • 가디언
    • 2023-12-27

    흙 한 줌 없는 화산섬 돌땅 위에 만들어진 곶자왈 환상숲‘경계와 긴장의 연속인 일상 속에 훅 들어온 맑은 공기 같은 이야기들!’“아가씨, 젊은데 아깝게 왜 이런 데서 일해?”스물여섯, 서울에서 번듯한 직장을 잘 다니다 제주로 내려가 숲해설사가 된 저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숲해설사는 은퇴 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직업이었지 앞날이 창창한 젊은 사람들이 선택할 직업은 아니었다.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이 눈에 띄었는지 여러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저자가 숲 해설을 하면 이런 질문을 많이 듣는다. “숲에서 일해서 좋겠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그녀는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사이 세상이 변했고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그녀는 제주 환상숲 숲지기의 딸이다. 2011년, 뇌경색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숲 해설을 시작했고, 잠깐 도와드릴 생각이었으나 그 이후 쭉 제주에 살고 있다. 지금까지 그녀가 직접 해설을 해준 방문객만 어림잡아도 20만 명. 한 번 해설을 할 때마다 한 시간 많게는 세 시간을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대화하니 결코 스치듯 가벼운 만남도 아니다. 흙 한 줌 없는 화산섬 돌땅에 만들어진 제주의 원시림도 신비하지만, 그 신비한 숲을 보러 온 수많은 사람들과 쌓은 만남은 더욱 특별하다. 《숲스러운 사이》에는 그녀가 지난 십수 년 동안 환상숲이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만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촉촉하게 내린 봄비에 유채꽃의 노랑색이 햇살과 부딪히며 내는 ‘쨍’ 소리, “네 나이면 시집을 한 번 더 갔겠다.”며 70대 노인의 나약함을 일으키는 96세 할머니의 호탕한 목소리, 여덟 살 아이의 작고 오동통한 손에서 전해지는 몽글몽글함 등. 정말이지 이 책 안에는 맑고 깨끗하고 자연을 닮은 이야기들이 싱그럽게 펼쳐진다. 개량 한복에 편한 운동화를 신고 머리를 질끈 동여맨 그녀가 들려주는 숲과 나무 이야기를 들으며 환상숲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어느새 우리 몸도 마음도 깨끗이 씻겨져 반짝반짝 빛날 것만 같다.숲에서 만난 관계는 상하와 좌우가 없다편을 나누고 계산적 관계에 지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손 내밈“우리 같이 숲 걸을까요?”제주 환상숲 그녀의 이야기는 TV를 통해 먼저 만나본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KBS <인간극장>, JTBC <당신의 이야기>, EBS <스토리 그곳>, EBS1 <한국기행> 등 다수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삶을 비춘 바 있다. 거기엔 숲에서 뇌경색을 완치한 숲지기 아버지 이야기와 아버지를 도와 숲해설사가 되기를 자처한 딸 이야기가 있고,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방송에 소개된 숲과 가족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지난 십여 년간 그녀가 숲에서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는 더욱 다채롭고 깊은 울림을 준다. 숲지기 딸로, 숲해설사로, 두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숲의 한 구성원으로 그녀가 만난 인연들은 작은 곤충부터 커다란 나무까지, 어린아이부터 구십대 어른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하루도 빠짐없이 숲을 드나들기를 십여 년, 같은 공간을 그렇게 오랫동안 해설하면 지겨울 것 같지만, 그녀에게 숲은 하루하루, 또 해마다 새롭다. 숲을 이루는 식물과 나무, 동물, 하늘과 바람 어느 것 하나도 같은 날은 없고, 무엇보다 숲을 찾는 방문객들이 모두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숲이 주는 놀라움만큼이나 숲을 찾는 이들이 주는 감동과 그로부터 얻는 배움이 크다고 말한다. 작은 행동이나 한마디 말로도 큰 울림과 감동을 주는 사람들은 배움의 정도와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해설이 감동적이었다며 자신이 꽂고 있던 머리핀을 빼서 꽂아 준 분, 풀피리를 보내주신 분,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흐리고 컴컴한 숲에 들어가 “이런 날씨 덕분에 어두운 숲의 모습을 보는 것도 특별한 행운이네요. 탐험가가 된 것 같아요.”라고 감탄했던 방문객 덕분에 으슥한 숲을 경쾌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었던 이야기, 아이를 칭찬하듯 “선생님 예뻐요, 숲을 잘 지켜줘서요.”라고 말하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아이, 보이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많이 귀 기울일 수 있고 자연의 풍경도 온몸으로 느끼며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던 시각장애인, 숲을 매일 보는 그녀의 해설을 존중하고 인정해 준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 그뿐인가. 그녀가 만난 사이는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한적한 숲속 풀섶에 꼭꼭 숨어 있다 ‘나 좀 봐 달라’는 듯 새파란 색으로 화려함을 뽐내는 소엽맥문동, 공기 중의 습기라도 빨아들여 살아보기 위해 자신의 뿌리를 공중으로 뻗어 마치 털이 난 것처럼 보이는 송악 덩굴, 갈등(葛藤)의 의미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칡과 등나무, 천혜향도 한라봉도 저리 가라 할 만큼 짙은 향기를 풍기는 탱자, 새순이 올라올 때 애벌레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억센 가시를 돋워낸 꾸지뽕나무 등. 그녀가 만난 숲의 생명들이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다. 숲이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듯, 사람들도 숲에 오면 사회적 지위는 보이지 않고 오직 그 사람 자체만을 보여주게 된다. 숲 밖에선 누군가의 상사와 부하, 부모와 자녀, 갑과 을, 내 편과 네 편일 테지만 숲에서 만난 관계는 그런 상하 좌우가 없다. 그러니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고 편견도 없이 오롯이 그 사람만을 보고, 순수하게 감동받고 마음을 열게 된다. 조곤조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그 숲에서 그 깨끗한 만남에 함께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세상엔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 더 많구나.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숲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사람의 인연이란 것을 글에서 느끼게 됩니다.”출간 전 사전 연재에 달린 독자의 댓글이다.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필요한 것을 챙겨야 똑똑한 시대다. 어떤 관계에서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남들보다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경쟁하면서 마음은 점점 지치고 관계에 피로감을 느낀다. 어느 때보다 관계에 대한 피로감이 큰 요즘, 그녀의 이야기는 꼭꼭 닫아 눈 마음의 빗장을 스르르 풀게 만든다. ‘내 약점을 들키지 않을까’, ‘손해 보지 않을까’ ‘속지 않을까’…… 경계와 긴장의 연속인 일상 속에 《숲스러운 사이》가 맑은 공기처럼 훅 들어온다.| 먼저 만난 독자들의 응원 |★★★★★숲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사람의 인연이란 걸 느끼게 됩니다. 잔잔한 감동이 숲에 부는 미풍처럼 불어오네요. -***아★★★★★3년 전 제주 한 달 살기 할 때 환상숲에서 해설을 들었어요. 그때도 마치 책 한 권을 읽는 느낌이었는데, 무조건 응원합니다. 절대 잊지 못해요, 숲에서의 하루를. -r***ee★★★★★제주살이를 앞둔 가엾은 도시민에게 위로가 됩니다. -나*장★★★★★글을 읽고 수많은 갈등과 부딪힘의 순간들을 마음에서 놓아주고 편안함을 느껴봅니다. -착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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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의 방문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슬픔의 방문
    • 장일호 지음
    • 낮은산
    • 2023-12-27

    아프고 다친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꿈꾸며“패배자”들을 향해 뛰는 심장으로 써내려간 뜨거운 글쓰기슬픔의 자리에서 비로소 열리는 가능성에 관하여“인생의 예기치 않은 사건 앞에서, 책 속의 말들이 다 무너지는 걸 목도하고도 다시 책 앞에 선 사람의 이야기” _김애란(소설가)슬픔에게 건네는 온기 어린 마침표<시사IN> 장일호 기자의 첫 에세이굵직한 탐사보도와 깊이 있는 기사들로 ‘바이라인’을 각인시킨 <시사IN> 기자 장일호의 첫 책을 선보인다. “통째로 한 편의 시 같다”, “이것이 뉴스스토리다”라는 찬사와 함께 오래도록 회자되는 그의 기사들은 유통기한이 없다. 현실에 발 딛고 선 문장들은 단단함이 지닌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었다. 문화팀, 사회팀, 정치팀을 두루 거쳐 오며 그가 가장 오래 머문 현장은 세상에서 밀려난 장소들이었으며, 가장 마음을 기울인 사람들은 세상이 눈감은 이들이었다. 그는 기자의 일이 “물음표 대신 마침표를 더 자주 써야” 하는 일이라며 한탄하지만, 그의 손에 단단히 쥐인 물음표는 서늘한 현실을 바닥까지 파헤쳐 기어이 한 줌의 온기를 품은 마침표를 건져 올리곤 했다. 장일호의 에세이 《슬픔의 방문》은 아프고 다친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꿈꾸며 “슬픔”에게 건네는 온기 어린 마침표이다.“‘지나간다’는 말 안에 얼마나 많은 고통이 웅크리고 있는지”자신을 설명할 언어를 책 속에서 찾아나간 여정“아버지는 자살했다.” 이 책은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장일호는 아버지의 죽음을 삼십 년 가까이 교통사고로 알고 살았다. 고작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청산가리를 구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아버지.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된 그는 배신감과 고통으로 울부짖는 대신, 아버지는 본인이 그토록 바라던 “멋진 글 대신 멋진 나를 남겼으니까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해 버린 건 아닐까”라고 유쾌하게 정리한다. “살면서 가끔 필요하고 때로 간절했던 ‘부정’의 결핍”을 극복하게 해준 것은 책이었다. 소설가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의 문장과 행간에서 “일종의 연대”를 느끼면서 그는 아버지의 “없음”은 물론, 어머니의 “있음”까지 극복한다. 가난했던 유년 시절부터 기자로 살아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슬픔들이 “구체적인 얼굴”을 띠고 그의 삶을 찾아왔다. 어느 날은 지하 방에 차오르던 장맛비의 모습으로, 어느 날은 중환자실에 누운 할머니 발의 버석거리는 촉감으로, 또 어느 날은 “무성의하게 몸에 붙여지는” 환자 식별 스티커의 모양으로. 장일호는 “‘지나간다’는 말 안에 얼마나 많은 고통이 웅크리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한 사람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단어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다. ‘자살 유가족’, ‘성폭력 피해자’, ‘암 환자’ 같은 세상이 명명한 단어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자신을 설명할 언어를 그는 책 속에서 구한다. 책은 그에게 닥친 사건들이 그를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도록 두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을 자신에게 남긴 “사랑”으로 치환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를 “피해자”의 자리에서 “생존자”의 자리로 이동시켜 주었다. 아직 오지 않은 또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슬픔의 방문》은 슬픔이 찾아온 날들에 관한 기록이면서, 슬픔을 곁에 둔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책 속에서 찾아가는 눈부신 여정이기도 하다. “고통으로 부서진 자리마다 열리는 가능성을 책 속에서 찾았다. 죽고, 아프고, 다치고, 미친 사람들이 즐비한 책 사이를 헤매며 내 삶의 마디들을 만들어 갔다.”살아가는 일이 살아남는 일이 되는 세상에서“상처받는 마음을 돌보는 슬픔의 상상력에 기대어”장일호의 사수는 ‘단독 기사’의 의미를 이렇게 짚어주었다고 한다. “제일 처음 쓰는 것도 의미 있지만, 마지막까지 쓰는 것도 단독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그 말은 “시대의 안과 밖을 잘 쓸고 닦다가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심어 주었다. ‘저자’로서의 첫 책에도 그 간절함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들을 우리 사회의 가장 예민한 주제들에 부단히 접속시킨다. 그가 겪은 가난은 “자신이 빠져나온 세계”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로,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은 “존엄한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로, 투병 경험은 “아픈 몸을 대하는 세상”에 대한 사유로 나아간다. ‘나’의 이야기로 발을 뗀 글들은 예외 없이 세상 한복판에 착지한다. 《슬픔의 방문》의 마지막 두 문장은 이렇다. “상처받는 마음을 돌보는 슬픔의 상상력에 기대어 나의 마음에 타인의 자리를 만들곤 했다. 살아가는 일이 살아남는 일이 되는 세상에서 기꺼이 슬픔과 나란히 앉는다.” 내가 모르는 삶을 있는 힘껏 상상하게 함으로써 상처받는 마음을 돌보는 것, 나의 마음에 타인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 슬픔의 쓸모를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살아갈수록 ‘살아남았다’는 감각만 자꾸 선명해”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슬픔과 나란히 앉아 보게 되길 바란다. 슬픔이 지닌 가능성을 가만히 느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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