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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모든 열정 (커버이미지)
    [문학]사라진 모든 열정
    • 비타 색빌웨스트 지음, 정소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12-27

    여든여덟 해 동안 멈춘 적 없는 은밀한 날갯짓,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내면의 방문을 열 시간국내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연인이자 소설 《올랜도》의 모델로 알려져 있으나, 당대에는 울프보다 더 인정받는 작가였던 비타 색빌웨스트의 대표작이다. 정계의 거물이었던 남편을 떠나보내고 세간의 시선에서 벗어나 비로소 마음대로 살기를 선언한 여든여덟 살의 주인공 ‘슬레인 백작부인’은 새로 얻은 ‘자기만의 집’에 머물며 결혼 이후 묻어두었던 어린 날의 열망과 다시 한번 마주한다.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오롯이 몰두한다는 점, 출간 당시 크게 흥행해 이 책을 출간한 호가스 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했던 울프에게 금전적 여유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자기만의 방》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사라진 모든 열정》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를 부록으로 실었다.《사라진 모든 열정》은 관습에 얽매인 여성의 처지에 관해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노년의 삶에 대한 ‘아직 덜 늙은’ 이들의 환상 또한 깨트리는데, 한적한 동네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며 조용히 생활하기를 원했던 슬레인 백작부인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마어마한 삶의 복잡함”을 몸소 겪는다는 점에서 그렇다.세상이 주고 싶어 하는 가장 좋은 것 말고네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쟁취하기를슬레인 백작부인은 정계의 거물이었던 남편 ‘슬레인 백작’과의 사별로 70년간의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아버지의 장례와 어머니의 거처 문제를 논의하려 한자리에 모인 자식들은 “어머니는 똑똑한 여자가 아니”니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자식들이 알아서 결정해주면 고마워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자신들과 번갈아 살 것을 제안하지만, 슬레인 백작부인은 자식 중 누구와도 함께 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한적한 동네로 옮겨 가 세간의 시선에서 벗어나 살겠다는 것. 슬레인 백작부인은 계획대로 30년 전부터 점찍어둔 집을 빌리고, “태어난 날보다 죽을 날에 훨씬 더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라면 주변에 두고 싶지 않다며 증손주들의 새집 출입을 금한다. 자기만큼이나 나이 많은 하녀인 ‘저누’와 단둘이 오롯한 자기만의 공간에 머물며 “살면서 처음으로, 아니 결혼 후 처음으로 다른 할 일이 없”게 되자, 묻어두었던 어린 날의 꿈과 욕망이 비로소 떠오르는데…….이제 어떤 모험도 닥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뻔한 옹졸함과 까탈스러운 삶에서 벗어났다.그런데 그것은 삶이란 막바지에도 뜻밖의 일을 무궁무진하게 마련한다는 사실을 잊은 오산이었다.(166~167쪽)슬레인 백작부인은 또래인 세 남성, 집주인 ‘벅트라우트’와 건축업자 ‘고셰런’, 남편이 인도 총독으로 재직할 당시 만난 적 있는 미술품 전문가 ‘피츠조지’와 자주 교류하며 한가로운 나날을 보낸다. 말년에 만난 사이답게 공감대를 나누며 꾸밈없는 관계를 이어나가지만, 그마저도 피츠조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깨지고 만다. 피츠조지가 자신의 유산 전부를 젊은 시절 흠모했던 슬레인 백작부인 앞으로 남긴 것. 자식들은 어머니와 피츠조지의 관계를 의심하며 온갖 추측을 내놓고, 신문들은 앞다퉈 슬레인 백작부인의 사진과 기사를 싣는다. 오랜 세월 동안 정치 명망가의 부인으로서 지겹도록 시달린 세간의 이목을 이제는 백만장자의 유산 상속인으로서 끌게 된 슬레인 백작부인은 이렇게 소리친다. “난 뭔가를 바란 적이 없어요, (……) 바란 것이라고는 비켜서 있는 것뿐이었죠. 그런데 세상은 도대체 그걸 허락하지 않네요! 여든여덟의 나이에도!” 다만 평화롭기만을 바랐던 슬레인 백작부인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다” 갖게 됨으로써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장면은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 대신 ‘남성이 주고 싶어 하는 것’을 받는 여성의 갑갑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엇비슷한 모양으로 단색의 풍경만이 남을 듯한 노년의 인생에도 예측 불가한 삶의 속성은 여전히 선명하게 작용함을 보여준다.자신과 삶 사이의 균열은 남자와 여자의 균열이 아니라 일하는 자와 꿈꾸는 자의 균열이었다.(140쪽)삶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뜻밖의 일을 하나 더 준비해두었다. 바로 그를 닮은 증손녀와의 만남이다. 처음에는 마음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증손주들의 출입마저 금했던 슬레인 백작부인은 “걸어갈 삶의 경로”가 뚜렷이 정해지지 않은 증손주들의 소식을 궁금해하며, 증손주들의 기사를 스크랩하고 아껴 읽는 데까지 나아간다. 때마침 결혼 전의 그와 같은 이름을 쓰는 증손녀 ‘데버라’가 찾아와 공작과의 파혼 소식을 알리고, 할머니가 어마어마한 유산 전부를 기부한 덕에 원치 않는 결혼을 훨씬 쉽게 깰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한다. 자신에게는 결혼이나 종교보다 음악가라는 꿈이 더 소중하다는 데버라에게 슬레인 백작부인은 나지막이 말한다. “아무렴, 네가 옳단다.” 그 말은, 세차게 날갯짓하는 나비처럼 70년 전의 과거로 날아가 화가를 꿈꾸던 10대 시절의 슬레인 백작부인을 살짝 어루만졌다가, 할머니가 손녀에게 건네는 든든한 사랑이 되었다가, 꿈꾸는 여성들을 향해 외치는 비타 색빌웨스트의 목소리로 몸을 바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닿는다. 당신이 옳다고. 고유하기에 소중한 당신을 잃지 말라고.묻지 않았기에 알지 못했던조용한 헌신 뒤의 이야기슬레인 백작부인이 결혼한 이래로 쭉 곁을 지켜온 늙은 프랑스인 하녀 저누는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저누는 슬레인 백작의 죽음 이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요란스레 집 안을 누비고, 백작부인을 조심스럽게 대하기는커녕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주인님 셔츠를 세탁소에 보낼 필요가 있을까요?” 하고 묻는다. 죽은 사람보다는 당장 눈앞에 놓인 집안일이 중요한 것인지, 평소처럼 행동하는 것이 나름의 애도 혹은 위로의 방식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저누의 그런 태도는 자식들의 그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자식들은 어머니가 “삶이 결딴”난 뒤에도 “놀랍도록 잘 버티고” 있다고 말하는데, ‘결딴나다’라는 표현은 슬레인 백작이 아흔네 살까지 살았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다소 과하게 느껴진다. “독립적인 의지가 없는 분”이라는 표현까지 놓고 보면, 자식들은 슬레인 백작부인을 하나의 주체가 아닌 아버지에게 딸린 존재로 인식하는 듯하다. 그러나 슬레인 백작부인을 지탱하는, 자기 자신 이외의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슬레인 백작보다는 저누 쪽일 것이다. 슬레인 백작부인이 ‘자기만의 집’에 머물며 조용히 삶을 돌아볼 수 있었던 뒷배경에는 조금 요란스러워도 능수능란하게 살림을 해내는 저누가 있다. “고마움과 헌신이라는 끈”으로 묶인 저누. 하지만 슬레인 백작부인은 저누와 70년 가까이 같이 살면서도 알지 못했다. 저누가 가난한 부모의 열두 번째 자식으로 태어나 삶의 의미를 물을 겨를 없이 숨 가쁘게 달려온 존재라는 사실을. 자신에게 홀로 간직해온 지난날의 꿈과 열망이 있듯이 저누에게도 그만의 경험이, 아픔이, 삶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슬레인 백작부인은 자신이 한 번도 그런 얘기를 물은 적 없었음을 깨닫고는 놀란다. 늘 자신을 보살펴준 존재, 당연하게 곁을 지켜온 존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사라진 모든 열정》이 건네는 또 하나의 소중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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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여름 (커버이미지)
    [문학]사랑의 여름
    • 김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12-27

    불안을 향해 기울인 감각의 선을 따라자신의 세계를 그려나가는 여덟 편의 이야기삶의 비틀린 구석을 정연하고 민감한 시선으로 살펴 인물과 그 세계를 명징하게 구축해온 소설가 김은의 첫 소설집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가족과의 불화나 친밀함에서 파생된 일상적인 갈등을 소재로 우리 삶의 파편화된 일상을 냉연한 눈길로 건져 올린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족을 버려둔 채 도망쳤다가 어느 날 돌아와 가족 몫의 선산에 장뇌삼을 찾으러 가자는 아버지,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선을 넘는 상대를 위하는 마음과 위해하는 마음에서 갈피를 정하지 못하는 동료들, 70일밖에 살지 못하는 농장 병아리의 목소리 등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을 수 없는, 끈질긴 희망의 선 위에서 그려낸다.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테마로 치밀한 구성력을 선보”였다는 찬사를 받은 2014 『작가세계』 신인문학상 수상작 「바람의 언어」를 비롯하여 총 여덟 편의 소설이 담겼다.사회학자인 리처드 세넷은 “불안은 성격형성적(character-forming)”이라던 라이트 밀러의 말을 빌려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니라 환경이 길러낸 불안을 다루면서 내적인 힘을 발전시킨다”라고 했다. 김은은 위협적인 환경에 처한 인물을 그림으로써 이를 묘사해 나간다. 표제작 「사랑의 여름」에서 아버지는 가장의 역할을 던지고 가족을 내버려둔 채 사라졌다가 어느 날 돌아와 그들 몫의 선산에 장뇌삼을 찾으러 가자고 한다. 그와 함께한 산행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가시 돋친 가지와 넝쿨들”이 가득한 이 길 한복판에서 아버지는 “분명 여기쯤이 맞는데” 하고 중얼거릴 뿐이다. 「톱」에서는 일하는 학원에서 학생에게 불법촬영을 당한 후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외할머니의 죽음 뒤편에 드리워진 비밀의 그림자를 발견하며, 「스매싱의 완성」에서는 한국의 이국적인 동네에서 상류층과 테니스를 치지만 실상은 학교에서 오해로 인해 소외당하고 있는 시간강사의 분투를 더운 여름날 스매싱 한 번을 하기 위해 온 이방인과 대치시킨다. 비정규직으로 공무원 일을 하던 오빠가 어느 날부터 방에 틀어박히고, 자신은 그와 같은 상황의 청년들의 노동 의향을 설문조사를 하며 매일매일 좌절을 느끼는 이야기를 다룬 「피피와 구구」, 감염병 시대에 과도하게 위생을 신경 쓰며 집에 침잠한 주인공이 기형 곤충 세밀화를 그리는 이야기인 「실선을 긋다」 등, 김은은 삶에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사고와도 같은 불운들, 부지불식간에 훼손당한 일상을 남김없이 모아 불안의 세계를 구성한다.자신을 둘러싼 위협적인 환경 앞에서 이 인물들은 “불안을 ‘처리하기 위한 방식으로”(해설) 움츠리려 한다. 이들이 움츠러드는 이유는 김은이 다루고 있는 소설 속 세계와 그 세계의 근원이 되는 현실 세계에 드리워진 깊고 어두운 위기에 기반하며, “누군가를 위로하고 마음을 베풀어주는 것은 때때로 위험할 수도” 있다는 불안으로 펼쳐진다. 몰아쳐오는 불안과 강박의 시대에서고요한 폭풍처럼 밀려올요원하는 사랑과 자유의 세계그러나 이 인물들이 영원히 불안의 세계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표제작인 「사랑의」 “삶의 균형을 깨뜨리는 변수들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 존재했고, 그 외부란 언제나 가족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가족과 사랑은 무엇이며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성실한 의무와 자유로운 방종은 양립 가능한 것인”(해설)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그와 동시에 현실을 탈출하고자 하는 희망만큼은 계속해서 마음 안쪽에서 끓고 있다. 소설이 현실의 파편을 재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후와 미래를 그려냄으로써 독자에게 여러 겹의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고 할 때, 김은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쉴 틈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저앉지 않겠다는 용기를 내는 인물들을 조망함으로써 그가 빚은 세계에 환한 불빛을 비춘다. “어쩐지 이 밤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쉬지 않고 차를 몰아 2차 가해자인 원장을 마주할 결심을 하며, “더 이상은 함부로이고 싶지 않”다고 자신에게 속삭이는 ‘나’(「톱」)와 현실을 비유해둔 것처럼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테니스 코트를 “결과는 더 이상 중요치 않”다며 빠져나오는 성욱(「스매싱의 완성」)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그날 이후로 나는 ‘샌프란시스코’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조용한 폭동을 일으키고 싶어졌다. 늘 성실히 그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모두의 기대를 배신하고, 아버지처럼 ‘사랑의 여름’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꼭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더라도, 꼭 여름의 계절이 아니더라도.”통장의 잔고를 떠올리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 회사에서 출퇴근을 반복하면서 매순간 힘이 센 현실 앞에 속박되고 마는 일상의 여로에서 ‘샌프란시스코’에 가닿기란 얼마나 요원한 것인가. 삶은 언제나 내 ‘의지 바깥’에 놓인 듯 긴장을 늦출 수 없고 인간은 누구나 가시나무 덤불 속에서 서로를 놓쳐버리는 실수를 저지르지만, 해마다 여름은 돌아오고 우리는 명백히 꽃 한 송이의 사랑과 자유를 꿈꾼다. 역설적이게도 그 꿈의 세계를 우리는 김은의 소설로 소망한다._염승숙(소설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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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은 그저 밤 아니면 낮이고 (커버이미지)
    [문학]세상은 그저 밤 아니면 낮이고
    • 구효서 지음
    • 스토리코스모스
    • 2023-12-27

    두 명의 이상문학상 수상작가들이 만들어낸 30년 절친 컬래버레이션구효서의 소설집 『세상은 그저 밤 아니면 낮이고』는 동료 절친 소설가 박상우가 직접 선별하여 기획하고 발문까지 자청하여 쓴 컬래버레이션 소설집이다. 2021년 박상우는 인터넷 시대의 문학환경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본격문학의 새로운 생태우주’를 표방한 웹북 전문 플랫폼을 설계하고 제작하여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본격문학작품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스토리코스모스(www.storycosmos.com)를 오픈하였다. 이때 작가들의 작품을 선별하기 위해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일괄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있었고 그때 구효서의 소설을 집중적으로 읽을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별하게 자신의 관심을 끄는 여섯 편의 소설을 만났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것을 종이책으로 묶고 싶다는 의사를 구효서에게 전달하였다. 박상우가 쓴 발문에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이 나에게 각별하게 다가온 것은, 이 여섯 편의 소설이 지난 30년 넘게 구효서를 만나온 세월보다 더 깊고 핍진하게 ‘인간 구효서’를 이해하고 ‘작가 구효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섯 편의 소설들에 담겨 있는 깊고 진한 인간적 정서, 예컨대 사랑과 이별과 아픔과 견딤의 면모들이 나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켜 탄식과 한숨을 내쉬게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구효서가 창작해낸 숱한 작품들 중 이 여섯 편에 대해 나는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막연한 의무감에 짓눌려야 했다. 이런 기획에 대해 구효서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묶고 보니 거의가 사랑이야기였다는 건 이번에 새로 깨닫고 놀라게 된 사실이다. 더욱 소름 돋았던 것은 ‘오래 두고 사귄 가까운 벗’ 박상우 작가가 가려 뽑은 여섯 편의 소설이 모두 ‘가만히 찾아 읽는 작품들’에 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누가 사랑을 알며 누가 사랑을 모를까. 그리고 그걸 안다고 내가 사랑을 할 줄 아는 것이며 그걸 모른다고 사랑이 내 안에서 영영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소설보다 삶보다 먼저 저 사랑이 궁금하여 몸부림쳤던 기억의 흔적들이 문장 여기저기에 생생하다. 그 몸부림이 소설과 삶을 대할 때의 곤혹과 조금도 다른 것이 아닐진대 절친 작가 박상우가 어찌 그걸 모를 리 있겠는가.구효서의 소설집 『세상은 그저 밤 아니면 낮이고』에 수록된 소설들은 대부분은 사랑을 바탕에 깔고 그 표면적 서사로 핍진한 인생사를 다루고 있는 소설들이다. 그 소설적 변주에 대해 박상우는 발문의 제목을 「세상은 그저 역마살 아니면 공방살이고」라고 받아 수록 소설들의 공통분모를 해석한다. 설정된 사랑과 어긋나는 사랑, 그리고 역마를 몰고 달리는 인생과 뒤에 남아 공방을 지키는 인생의 양극성이 우리네 인생살이의 다람쥐쳇바퀴라는 해독이다.이 책에 수록된 소설 여섯 편은 구효서의 작가 인생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들이다.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은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 무작정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작가의 길로 나서 공포에 떨던 시절의 실제 이야기에 가까운데 그 작품이 문단의 주목을 받음으로써 비로소 작가로서의 길이 열리게 됐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녀의 야윈 뺨」과 「나무 남자의 아내」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그 진가를 이미 인정받은 작품들이라 이 소설집이 구효서의 전업작가 인생에서는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 소설적 기본기 내지 작가적 자세에 대해 박상우는 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퀴어 소설이 대세라고 떠들고 한남(한국 남자)을 물어뜯는 갈라치기 소설만 쓰면 주목받는 작금의 문단 세태를 지켜보노라면 구효서 소설의 의연한 진면목이 역으로 두드러진다. 세상은 어떤 시대 어떤 세대가 와도 자전 아니면 공전, 낮 아니면 밤, 남자 아니면 여자, 역마살 아니면 공방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게 기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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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 블랙홀에 뛰어든 사나이 (커버이미지)
    [문학]스스로 블랙홀에 뛰어든 사나이
    • 김달영 지음
    • 이지북
    • 2023-12-27

    과학이라는 낯선 우주에서 펼쳐지는 여섯 개의 예측 불가한 이야기하나의 소설을 읽고 나서, 이야기 속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품을 때가 있다. 특히 우리를 둘러싼 현실과 모습이 다르다면 더더욱 그렇다. SF에 등장하는 낯선 존재 혹은 우리가 아직 접하지 못한 첨단 과학 등 새로운 세계에서 궁금증은 극대화된다. 현직 물리학 교수가 전하는 여섯 개의 신비로운 이야기는 SF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처음 접하는 소재로 흥미를 유발하고, 순식간에 새로운 세계를 선보인다. 그리고 그 세계가 마치 언젠가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여섯 편의 짧은 이야기가 단순 공상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다름 아닌 각 소설에 대한 해설에 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재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과학 이론을 작가가 과학자의 관점에서 상세히 풀어놓기 때문이다. 해설의 도움으로 소설 속 세계는 나름의 근거를 얻고, 독자는 마음껏 상상할 수 있게 되며, 소설은 현실에 부쩍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지금 떠납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러.”과학을 뛰어넘는 이야기의 세계표제작이자 소설집의 첫 번째 단편인 「스스로 블랙홀에 뛰어든 사나이」에서 주인공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반중력’ 기술을 개발한다. 주인공은 세계의 부자가 되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고 반중력 물질을 이용해 블랙홀 여행을 떠난다. 시한부 판정을 받아 누구보다 짧은 삶이 허락된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블랙홀의 중력권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덕분에 누구보다 오랫동안 우주를 관찰하며 생을 마감한다.「거울 나라에서 온 바이러스」는 거울로 비친 것처럼 대상을 좌우 대칭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미래를 그린다. 그러나 이 기술로 인한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하여 전 지구는 혼란에 빠지고, 편광 렌즈가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한다는 잘못된 정보로 편광 선글라스가 유행을 탄다. 사람들은 아직 바이러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와중에도,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리면서 새로운 만남을 가진다.「마호메트의 관(棺)」은 북한의 스파이인 주인공이 대한민국 정보부에 잡히며 가족을 인질로 이슬람의 성지, 모스크 사원의 마호메트 관의 일부를 떼 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마호메트 관은 상온 초전도체였기 때문에 상업적 가치가 매우 높았고, 대한민국은 이 상온 초전도체의 기술을 이용해 상업적인 이익을 취하려 한 것이다. 주인공은 광학 위장을 통해 임무에 성공하고, 이로부터 삼십 년 후, 주인공을 찾아온 기자가 이 사건을 취재한다.「안락사 병실」은 죄질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을 보고 분개하는 신경과 레지던트 친구와 범죄자의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법조계를 변호하는 로스쿨 다니는 친구의 대화로 시작된다. 이십 년 후, 신경과 레지던트 친구는 뇌 마사지기를 활용해 기존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기억을 투입하는 ‘기억이식 투영법’을 개발하여 유명해진다. 그리고 로스쿨을 다니던 친구는 기억이식 투영법을 이용해 중범죄자의 기억을 조작, 새로운 기억으로 교정 후 안락사시키는 방법을 채택한 법조계의 대변인이 된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주인공은 직렬을 바꿔 교도소장이 되어 중범죄자들 사형을 집행한다. TV에 등장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은 문득 자신의 기억도 조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예술가에게 어울리지 않는 부업」은 전자공학의 발달로 인해 스마트폰의 카메라에게 자리를 뺏긴 사진 예술가가 금전적인 문제로 프로야구 경기에서 ‘사인 스틸링’을 부업으로 삼는 이야기이다.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생활을 유지하던 어느 날, 상대 팀의 예상치 못한 전략으로 사인 스틸링에 실패하게 된다. 사실 양자의 정보 전달 체계를 활용한 기술로 뇌에 칩을 심어 서로 사인을 주고받은 덕분에 사인 스틸이 무의미하게 되면서 팀이 패배한 것이고, 더 이상 사인 스틸링이 필요 없어져 주인공은 해고당한다. 다시 전자공학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주인공은 남은 장비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한다.「구름, 저 하늘 위에」는 살아 있는 구름과의 소통 기술이 개발된 미래. 대통령은 구름과의 대화 중 문득 구름이 과거에 인간에게 미쳤던 영향은 없는지 물어본다. 그렇게 알게 된 과거 장난기 많던 구름의 모습과 그 모습을 신으로 착각한 모세의 이야기이다.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마치 언젠가 일어날 것처럼, 창작된 소재들이 현실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과학 덕분이다. 작품은 여섯 개의 이야기 속에 담긴 상상력을 그저 상상으로 국한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발전된 과학 기술과 창작된 소재를 구분하기는 하지만, 언젠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활짝 열어 둔다. 그런 점에서 작품 속 이야기들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미래의 예고편과 같다. 과거에 미래로만 여겨지던 풍경이 현재에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듯, 작품이 전하는 가능성은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는 우리에게 또 다른 현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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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절 인연 (커버이미지)
    [문학]시절 인연
    • 문영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12-27

    사람은 인연과 운명 그리고 선택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만남과 이별의 짙은 인연, 아무리 발버둥 쳐도 운명이라는 굴레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삶 또한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매일 선택의 기로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순간순간의 선택이 삶의 방향타가 되어 인생이라는 항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인연, 운명, 선택 3편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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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을 구한 라이프보트 (커버이미지)
    [문학]신을 구한 라이프보트
    • 미치 앨봄 지음, 장성주 옮김
    • 윌북
    • 2023-12-27

    √ 세계적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작가의 신작!√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리뷰 24,272개 돌파, 굿리즈 극찬 5,460 리뷰√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감동적인 생존과 애도의 서사√ 끝내 우리 가슴을 크게 두드리는 미치 앨봄식‘마술적 미스터리’“만약 당신 앞에 ‘신’이 나타난다면 당신은 어떤 질문을 가장 먼저 하겠습니까?”『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의 강렬한 신작 『신을 구한 라이프보트』가 나왔다. 모종의 사건으로 침몰한 ‘갤럭시호’. 침몰하는 요트에서 열 명의 사람들이 살아남아 라이프보트에 간신히 올라탄다. 구조대는 보이지 않고 식량도 다 떨어져가던 표류 나흘째, 한 남자를 바다에서 건지는데… 구조된 남자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서 허겁지겁 음식과 물을 받아먹는다. 그리고 한숨을 돌리더니 주장한다. 자신이 ‘신’이라고. 한편 육지에서는 어린 딸을 잃고 잿빛 인생을 살아가는 한 형사가 ‘갤럭시호’의 라이프보트 잔해를 발견하고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과연 표류자들은 살아남은 걸까?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갤럭시호’는 왜 침몰했을까? “어떤 생존을 목격한 사람은 자신 또한 생존하리라고 믿기도 한다.” 수많은 이들의 ‘인생 책’으로 꼽히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선사하는 처절하고도 신비로운, 그리고 끝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새로운 작품. 육지에서의 긴박한 사건 추적과 더불어 바다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어도 끝내 “생존하리라고 믿게” 만든다. 이 책이 당신 삶의 라이프보트가 되길.〈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신작〈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궁금해서 읽다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마는 이야기 제13회 유영번역상 수상에 빛나는 장성주의 번역으로 만나는 걸작《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만 7개 작품을 출간한 타고난 이야기꾼 미치 앨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큰 사랑을 받은 그가 이번에는 처절한 생존과 애도의 서사 『신을 구한 라이프보트』로 돌아와 다시 한번 가슴을 커다랗게 울린다. “삶과 죽음을 끌어안는 최고의 휴머니스트”라고도 불리는 그의 이번 신작은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작은 라이프보트 위에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우리 인간 내면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면모와 욕망이 들끓는 추악한 모습을 한데 뒤섞어놓는다. 그리고 거기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일로 인해 독자의 예측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한편, 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형사 르플뢰르가 해변에서 이 라이프보트 잔해를 발견하면서 요트 침몰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모든 비밀이 풀릴 때 독자는 해일처럼 밀려오는 쾌감과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제13회 유영번역상 수상에 빛나는 장성주 번역가가 유려한 솜씨로 우리말로 옮겨 마치 처음부터 한국어로 집필된 소설을 읽듯이 속도감 있게 읽어내려가게 된다. 개성 넘치는 각각의 캐릭터와 바다, 육지, 뉴스 3개의 장면을 오가며 흥미롭게 나아가는 이 서사 구조는 첫 장부터 독자를 이야기한 가운데로 빠뜨려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야기는 표류 3일째에 바다에서 건진 남자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몸으로 생존자들에게 구조되더니, 사람들에게 자신을 ‘주님’이라고 소개한다. 모두가 농담이나 쇼크로 인한 정신 이상으로 받아들이지만 차분한 그의 모습을 보면 왠지 기분이 찜찜해진다. 게다가 그를 중심으로 자꾸만 신비한 일들이 벌어지기에 어떤 판단도 쉽게 내릴 수 없다.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떠내려가던 ‘신’을 구한 그들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요트는 왜 침몰했을까? 『신을 구한 라이프보트』는 피부에 물이 튀는 듯 생생하고 꿈속처럼 아름다고도 환상적이며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텔링으로 우리를 매료시키는 미치 앨봄식 ‘마술적 미스터리’ 소설이다.“어떤 생존을 목격한 사람은 자신 또한 생존하리라고 믿기도 한다.”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사람이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이야기소설은 ‘갤럭시호’ 침몰 사건의 생존자이자 라이프보트에 10번째로 올라탄 벤지의 편지로 시작한다. 벤지의 시점에 따라 보트 위에 나타난 ‘신’의 정체를 파헤치며, 독자는 표류자들이 바다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온갖 일들을 목격하게 된다. 한편 육지에서 보트 잔해와 벤지의 편지를 발견하면서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딸을 잃고 삶의 의미까지 잃어버린 형사 르플뢰르의 이야기는 그렇게 벤지의 이야기와 얽히기 시작한다.벤지는 바다 위에서 죽음과 맞서며, 르플뢰르는 인생의 무의미함에 맞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가운데 ‘뉴스’가 있다. 앵커와 기자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 중간중간의 꼭지들은 독자에게 양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관한 객관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결국에는 바다가 있고, 육지가 있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뉴스가 있다. 그 뉴스를 널리 전파하고자 우리는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 그 이야기의 주체는 생존이다.”살아가면서 누구나 불합리하거나 부조리한 사건을 겪거나 목격한다. 르플뢰르처럼 사랑하는 존재를 잃게 되기도 한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무엇을 붙들고 계속해서 살아가야 할까? 바다 위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살아가고자 애쓰는 인물과, 몸은 자유롭지만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인물 사이에서 우리는 문득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된다. 생존자인 당신의 라이프보트는 어디에 있는가? 어쩌면 이 책을 붙잡고 일어서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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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아구아 비바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12-27

    리스펙토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탐험유의할 점은 하나, 오직 무방비할 것리스펙토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위태로운 모험유의할 점은 하나, 오직 무방비할 것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쓴 모든 글은 이상하고 열렬한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아구아 비바』는 가장 위태로운 자리에 놓여 있다.이 작품은 뼈대가 없다. 전개도 결론도 없다. 리스펙토르는 언어 너머의 세계를 탐구하면서도 그 과정을 기록할 때만큼은 소설적 구조를 일부 차용했지만, 『아구아 비바』에서는 예외적으로 그 틀을 완전히 부수어 버렸다. 즉 이 작품 속의 리스펙토르는 가장 자유로운 리스펙토르이고, 따라서 그 뒤를 쫓는 건 완전히 불가능하다.사람들은 이 작품에서 범신론적인 고뇌나 철학적인 사고를 발견했지만, 리스펙토르(정확히는 ‘이 책의 화자’)는 그런 생각들마저 하나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마치 돌이나 풀을 바라보듯 가만히 관찰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의미는 증발하고 오직 대상 자체만이 남게 된다. 방금까지는 하나의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덩어리에 가까워진, 따라서 보고 만지는 데에 더욱 특화된 그 무엇. 그래서 『아구아 비바』의 화자는 자신이 하는 말을 ‘피상적으로만 들으라’고 권한다. 문장을 이해하려 들지 말고 마치 색깔이나 소리를 느끼듯이 감지해 보라는 요청이다. 사고를 감각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이렇듯 『아구아 비바』는 이성의 방어를 천천히 무너뜨리며 육박해 오는 ‘문학-같은-것’이다. 여기서 의미는 내내 파괴되고, 리스펙토르는 그 폐허에 색깔과 소리와 향기와 맛에 관한 묘사를 심으며, 그러는 이유는 작가 자신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이상한 무지無智에서는 다른 어떤 문학 작품에서도 만날 수 없는 에너지가 흘러나온다. 이것은 정말로 이상한 경험이다. 리스펙토르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아구아 비바』를 꼽은 건 이 기묘하고 열렬한 감각 때문일 것이다.문학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작가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가장 깊은 심연리스펙토르를 소개할 때 가장 인기 있는 문구는 이렇다. “주의할 것. 리스펙토르는 문학이 아니다. 주술이다.” 그만큼 리스펙토르가 쓴 모든 글은 이상하고 열렬한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아구아 비바』는 그중에서도 가장 과감한 작품으로 꼽힌다.이 작품의 내러티브는 단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화자가 ‘당신’을 향해 글을 쓰고 있다.” 그 외에는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화자는 종종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 외에는 자신에 대해서도 알려 주지 않는다. 화자와 ‘당신’이 어떤 사이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심지어 이 정체불명의 화자는 종잡을 수 없는 문장들을 연이어 늘어놓고, 그 말들은 논리와 체계를 무너뜨리며 ‘살아 있는 물(Agua Viva)’처럼 터져 나온다. 『아구아 비바』는 언어로 만든 홍수다. 보통의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 혹은 세계는 이 지적 재해 속에 잠기고 만다.그래서 많은 평론가와 독자들은 이 작품이 리스펙토르가 쓴 글 가운데 가장 급진적이고 난해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구아 비바』는 오늘날 리스펙토르를 사랑하는 팬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굿리즈닷컴에서 리스펙토르의 작품 중 독자 평점 1위). 그 이유는 이 작품이 가장 순도 높은 리스펙토르를 선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언어 너머의 세계를 탐구하면서도 그 과정을 기록할 때만큼은 소설적 구조를 일부 차용했지만, 『아구아 비바』에서는 예외적으로 그 틀을 완전히 부수어 버렸다. 즉 이 작품 속의 리스펙토르는 가장 자유로운 리스펙토르이고, 따라서 그 뒤를 쫓는 건 완전히 불가능하다.오직 무방비하게혹은 ‘피상적으로만’ 읽을 것따라서 이 작품은 이해를 허락하지 않는다. ‘어렵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렵다는 건 답이 존재하되 그걸 찾는 과정이 힘겹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구아 비바』는 애초에 답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어려울 이유조차 없다. 사람들은 이 작품에서 범신론적인 고뇌나 철학적인 사고를 발견했지만, 리스펙토르(정확히는 ‘이 책의 화자’)는 그런 생각들마저 하나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마치 돌이나 풀을 바라보듯 가만히 관찰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의미는 증발하고 오직 대상 자체만이 남게 된다. 방금까지는 하나의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덩어리에 가까워진, 따라서 보고 만지는 데에 더욱 특화된 그 무엇. 그래서 『아구아 비바』의 화자는 자신이 하는 말을 ‘피상적으로만 들으라’고 권한다. 문장을 이해하려 들지 말고 마치 색깔이나 소리를 느끼듯이 감지해 보라는 요청이다. 사고를 감각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리스펙토르는 이런 식으로 의미 바깥을 향하려 했고, 그녀의 생애 내내 지속되었던 그 바람은 지성이 아니라 어떤 본능에 따른 것이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왜 글을 쓰느냐는 질문을 받은 리스펙토르는 이렇게 되물었다고 한다. “당신은 왜 물을 마시나요?” 기자가 “목이 마르니까요”라고 대답하자 리스펙토르는 그 답을 정정했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죠.” 가장 순도 높은 리스펙토르는 그저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아구아 비바』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그 쏟아짐에 매료되었다. 이성의 방어를 천천히 무너뜨리며 육박해 오는 문학-같은-것, 여기서 의미는 내내 파괴되고, 리스펙토르는 그 폐허에 색깔과 소리와 향기와 맛에 관한 묘사를 심으며, 그러는 이유는 작가 자신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이상한 무지無智에서는 다른 어떤 문학에서도 만날 수 없는 에너지가 새어 나온다. 리스펙토르가 말했듯, 그런 에너지는 어쩌면 비유로서만 묘사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비유 A: 1975년, 리스펙토르는 보고타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주술 회의’에 주빈으로 참석했다. 그녀는 주빈 연설을 거절하는 대신 자신의 단편 「달걀과 닭」을 낭독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마녀들과 주술사들, 마법사들은 조용히 그 소리를 들었다.비유 B: 리스펙토르의 고향인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슬라브 문화권은 독특한 이야기 소재를 하나 갖고 있다. 같은 이름과 효능을 지닌 물질이 서로 다른 내용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물’이라 불리는 그 물질을 훼손된 신체에 바르면 그 부위가 재생되고, 죽은 이를 그 물에 적시면 되살아난다.비유 Z: 소설가 레슬리 제이미슨은 뉴요커에 기고한 어느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삶은 일단 텍스트가 되고 나면 다시는 몸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대신에 그것은 영원히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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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소까대왕 1 - 정찬주 장편소설 (커버이미지)
    [문학]아소까대왕 1 - 정찬주 장편소설
    • 정찬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12-27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에 탄생한 기념비적인 작품!담마(Dhamma)로 세상을 다스리는 전륜성왕의 현신,아소까대왕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소설, 《아소까대왕》(전 3권) 출간!한국과 인도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 반세기 동안 이어진 문화적·경제적 교류를 자축하고 앞으로의 상생을 도모하는 이 시기에, 양국 모두에게 매우 뜻깊은 책이 출간되었다. 불교의 본고장인 인도에서 다시금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이 융성케 하고, 외교 사신단을 통해 전 세계로 불교를 전했으며, 칼이 아닌 담마(Dhamma, 法)에 기대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보호했던 왕. 불교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군주상인 전륜성왕의 현신이라 불리는 아소까대왕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이 책은 한국문학의 거목이자 불교문학을 대표하는 정찬주 소설가가 칠십 년 생애를 바쳐 피워 올린 역작으로서 출간 전 연재 때부터 정찬주 문학의 백미라 불리며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대왕, 몽골제국의 칭기즈칸과 더불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히는 아소까대왕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당대 인도의 종교·문화·생활사, 나아가 불교가 인도를 넘어 세계 종교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까지 아우르기 때문이다.보통의 역사소설과 달리 이 책이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2,200여 년 전 대제국을 통치했던 ‘아소까’라는 인물의 일생을 통해 힘의 논리가 아닌 생명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평화와 공존을 위한 필수 덕목임을 재확인시켜 준다는 데 있다. ‘무엇이 개인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가?’ ‘무엇이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는가?’ 갈수록 퇴색하는 이러한 삶의 가치 문제를 여전히 신중하게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가슴 한편에 존재를 향한 선의지(善意志)를 움켜쥐고 사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 선한 마음을 꽃피우게 하는 잉걸불이 되어줄 것이다.왜 아소까대왕을 읽어야 하는가?세계사·종교사·불교사에 전무후무한 발자취를 남긴 군주이자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을 전 세계로 퍼뜨린 최고의 전법사아소까대왕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불교는 존재하지 않았다!인도 최초의 통일 제국이자 인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시기였던 마우리야왕조(BC 317∼BC 180). 마우리야왕조의 제3대 왕인 아소까대왕은 즉위 9년, 선왕들의 숙원이었던 인도 남동부 깔링가국 정벌에 나선다. 보병 60만 명, 기병 10만 명, 코끼리부대 9천 명을 이끌고 남하한 아소까대왕은 치열한 전투 끝에 마침내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돌아온 건 승리의 성취감이나 최강의 군주가 되었다는 자긍심이 아니었다. 대신 널브러진 수십만 구의 시체와 전장을 붉게 뒤덮은 피를 보며 그는 전쟁의 참상을 뼈저리게 느낀다. 아소까대왕은 더 이상 무력이 아닌 담마(Dhamma, 法)로 세상을 통치하리라고 선언한다. “나의 군사들이여, 나는 오늘 애지중지하던 칼을 다야강에 버렸다. 칼은 결코 나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놀라지 마라. 나는 오늘 이후부터 칼 대신 담마로 세계를 정복할 것이니라. 담마는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담마를 공포하여 알려야겠다. 나는 사람들에게 붓다의 가르침을 가르쳐야겠다. 그러면 사람들은 담마를 듣고, 담마를 따르게 되고, 그들 자신을 향상시키고, 담마를 받아들여 아주 달라질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나는 담마칙령을 공포해 왔고 많은 붓다의 가르침을 시달할 것이다. - 《아소까대왕》 3권 중에서불교에 귀의한 아소까대왕은 본격적인 담마 통치에 돌입한다. 수도 빠딸리뿟다성에 아소까라마(불교 사원)를 지어 날마다 6만여 명의 수행자들에게 공양하고, 잠부디빠(옛 인도 이름) 전역에 8만 4천 개의 절을 짓고, 삼보디(보드가야)와 룸비니를 비롯한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면서 가는 곳마다 석주와 탑을 세운다. 뿐만 아니라 아들 마힌다와 딸 상가밋따, 동생 비가따소까, 사위 악기브라흐마, 외손자 수시마를 출가시키고 전국에 담마 칙령을 공포해 백성들이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그에 따라 생활하게 한다.석가모니 붓다 시절과는 연대적으로 300여 년 정도 차이가 나는 아소까대왕 시절에도 불교는 이미 쇠락해 있었다. 브라만교나 자이나교에 비해 대우받지 못했을뿐더러 석가모니 붓다의 흔적조차 희미해진 상황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더욱 열악해져서, 인도에서 불교는 종교로서의 지위를 거의 상실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동아시아를 비롯해 서구 유럽에 오늘날까지 붓다의 가르침이 남아 있는 것은 전적으로 아소까대왕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각국으로 담마사절단(외교사신)을 보내 불교를 전파하고, 부처님 성지마다 석주와 탑을 세워 기록을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소까라마 3차 결집을 통해 최초로 빠알리어 삼장을 문자로 기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때 완성된 삼장이 스리랑카로 전승되어 붓다의 가르침이 원형에 가깝게 전승될 수 있었다.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지만, 만약 아소까대왕의 담마 정책이 아니었다면 불교는 세계 종교가 되기는커녕 인도의 고대 종교로서 진즉에 소멸했을지 모른다. 오늘날 인도의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 점에서 아소까대왕은 세계사·종교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더욱이 불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적 인물이다. 석가모니 붓다가 진리를 발견하고 깨달은 성자라면, 아소까대왕은 붓다가 남긴 진리의 파편을 후대로 전한 담마의 보호자 혹은 전승자이기 때문이다.99명의 이복형제를 숙청하고 왕좌에 오른 아소까,잔인한 피의 군주에서 담마의 실천자로 거듭나다!우리나라에 세종대왕이 있다면 인도에는 아소까대왕이 있다. 그만큼 인도 사람들에게 아소까대왕은 위대한 왕이요 성군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자비로웠던 것은 아니다. 왕조를 세운 할아버지 짠드라굽따, 정복전쟁으로 제국의 영토를 확장한 아버지 빈두사라의 기질을 물려받아 일면 잔인하고 무자비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작은 새들이 까마귀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새들을 위해 까마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무엇이 잘못입니까? … 아버지는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침략자나 죄인을 죽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 말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작은 새를 괴롭히는 까마귀는 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소까대왕》 1권 중에서훗날 아버지 빈두사라의 뒤를 이어 왕권을 장악한 뒤 그가 보여준 행보에서도 철권통치자로서의 면모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대관식 전후로 자신의 왕위 계승에 반대하는 이복형제 99명과 수백 명의 신하를 모조리 숙청한 것도 모자라, 왕위에 오르는 순간부터 전쟁의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절대로 그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오. … 고름 덩어리 같은 왕자들을 반드시 도려내고 말겠소.” “나는 잠부디빠를 통일할 것이오. 선왕께서 이루지 못한 깔링가국부터 정복할 것이오.” - 《아소까대왕》 2권 중에서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아소까대왕 역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면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의 내면에는 절대군주로서의 냉정함 못지않은 자애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 본성이 브라만 신분임에도 아지비까교 수행자와 불교 사문을 존경해 온 어머니 다르마 왕비, 사끼야족 후손으로서 어려서부터 불교 집안에서 자란 세 번째 부인 웨디사데비의 영향으로 알게 모르게 발현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스승이었던 목갈리뿟따띳사 사문, 부왕 시절 우연히 만난 우빠굽따 사문, 이복형이자 제1왕세자였던 수시마의 아들 니그로다 사문과의 인연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마침내 참혹했던 깔링가 전쟁이 끝나고, 칼이 아닌 담마로 세상을 통치하리라 선언한 후 아소까대왕이 보여준 행보는 그가 가진 선의지(善意志)가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자못 보살의 자비행에 비견할 만하다. 담마의 통치철학으로 사람은 물론 동물과 식물까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두루 아끼고 보살폈기 때문이다. 왕은 두 가지 종류의 의료진료소를 짓도록 하였다. 즉 사람과 동물을 위한 의료진료소였다. … 사람과 동물에게 적합한 약초를 구할 수 없는 곳은 어디든지 약초를 가져다가 심도록 하였다. … 사람과 동물들의 이익을 위해 길을 따라 우물을 파고 나무를 심게 하였다. 여기(마우리야왕국)에서는 그 어떤 살아 있는 생명들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죽여서는 안 된다. … 전에는 삐야다시 왕의 황실 요리실에서 매일 수백 수천 마리의 동물들이 요리를 위해 도살되었다. 그러나 이 담마칙령을 공포한 지금에는 단지 세 마리의 동물만이 도살되고 있다. … 이 세 마리의 동물들조차도 앞으로는 도살되지 않을 것이다. - 《아소까대왕》 3권 중에서이 책은 ‘아소까’라는 실존 인물이 잔혹한 피의 군주에서 자비로운 성군으로 탈바꿈하는 대전환 과정을 굵직한 사건과 주변 인물의 관계를 통해 극적으로 묘사한다. 역사적 사실(fact)에 작가적 상상력(fiction)을 불어넣음으로써 이야기 전개에 긴장감을 더하고,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인물의 심리 변화와 갈등,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펼쳐 보여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사료(史料)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생동감과 현실감, 이것이 문학(소설)으로 역사를 읽는 묘미이며 또한 《아소까대왕》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이다.아소까와 석가모니 붓다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간 시간,30년-250일간의 순례를 거쳐 마침내 피운 창작의 꽃!정찬주 소설가는 수십 편의 소설과 산문집을 펴낸 베테랑 작가이다. 그동안 법정 스님, 성철 스님, 수불 스님 같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을 소재로 한 불교소설과 다수의 명상적인 산문집을 집필해 왔다. 대표작으로 《시간이 없다》 《산은 산 물은 물》 《소설 무소유》 《인연》 《가야산 정진불》 《암자로 가는 길》 《선방 가는 길》 《불국기행》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이순신의 7년》(전 7권) 《나는 조선의 선비다》(전 3권) 같은 대하소설과 현대사의 비극인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광주아리랑》(전 2권) 같은 역사소설도 여러 권 펴냈다. 출간된 도서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찬주 소설가의 작가적 관심은 상당 부분 ‘불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찬주 소설가가 긴 세월 불교에 천착한 것은 우리 고유의 정체성과 역사의식을 형상화하는 작품이 한국문학의 주변부로 밀려난 현실을 돌아보며, 다시금 불교문학을 한국문학의 중심부로 회기시키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신념 때문이다. 《아소까대왕》 역시 그러한 작가정신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처음 책 구상을 시작한 이래, 저자는 30여 년간 15번(250여 일)이나 인도 순례를 다녀올 만큼 이 책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도의 동서남북을 종횡하며 아소까대왕과 석가모니 붓다가 남긴 가르침의 흔적을 가슴에 아로새겼다. 바야흐로 혼신의 세월과 절절한 발원으로 탄생한 책이 바로 《아소까대왕》이다. 이에 문학평론가 윤재웅은 시리즈 3권 끝에 실은 해설에서 ‘칠십 년 생애를 바쳐 마침내 피운 창작의 꽃’, ‘정찬주 문학의 결정판이자 백미’라고 평했다. “칠십 년 생애를 바쳐 마침내 피운 창작의 꽃! 평생토록 한국과 불교를 사랑한 작가가 이제 스스로 청산을 이룬 절대구경의 경지를 나는 여기에서 본다. … 나는 이 소설이 한국문학과 불교문학의 복합적 습합성을 추구한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백미(白眉)라고 믿는다.” - 윤재웅(문학평론가, 동국대학교 총장)‘모든 역사는 현대사다(All history is contemporary history).’ 이탈리아 역사가 베네데토 크로체(Benedetto Croce, 1866~1952)의 말이다. 역사는 과거에 일어난 일 자체라기보다 현재의 관점에서 불러내고 해석한 과거라는 의미이다. 이 말에 빗대어 보면, 《아소까대왕》은 소설가 정찬주가 해석하고 재창조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역사다. 여기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붓다의 가르침, 곧 생명중심사상을 삶의 제일 가치로 지향하길 바라는 불교작가 정찬주의 염원이 서려 있다. 옅어져 가는 인류애를 향한 그리움에서 비롯되어 진정한 평화와 공존을 향한 희망으로 써 내려간 결과물이 이 책, 《아소까대왕》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종교가 무성한 오늘날이지만, 현실은 인류가 소망하는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쟁과 살상은 지구별의 생명과 평화를 무참히 훼손하고 있다. 국가이기주의가 난무하는 매우 위험한 세상으로 돌변하고 있는 까닭에 아소까왕이 더욱더 위대해 보이고 그립다. 이미 2,300년 전에 동물을 사랑하고 평화와 공존이란 통치철학으로 제국을 다스린 전무후무한 대왕이었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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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소까대왕 2 - 정찬주 장편소설 (커버이미지)
    [문학]아소까대왕 2 - 정찬주 장편소설
    • 정찬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12-27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에 탄생한 기념비적인 작품!담마(Dhamma)로 세상을 다스리는 전륜성왕의 현신,아소까대왕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소설, 《아소까대왕》(전 3권) 출간!한국과 인도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 반세기 동안 이어진 문화적·경제적 교류를 자축하고 앞으로의 상생을 도모하는 이 시기에, 양국 모두에게 매우 뜻깊은 책이 출간되었다. 불교의 본고장인 인도에서 다시금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이 융성케 하고, 외교 사신단을 통해 전 세계로 불교를 전했으며, 칼이 아닌 담마(Dhamma, 法)에 기대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보호했던 왕. 불교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군주상인 전륜성왕의 현신이라 불리는 아소까대왕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이 책은 한국문학의 거목이자 불교문학을 대표하는 정찬주 소설가가 칠십 년 생애를 바쳐 피워 올린 역작으로서 출간 전 연재 때부터 정찬주 문학의 백미라 불리며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대왕, 몽골제국의 칭기즈칸과 더불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히는 아소까대왕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당대 인도의 종교·문화·생활사, 나아가 불교가 인도를 넘어 세계 종교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까지 아우르기 때문이다.보통의 역사소설과 달리 이 책이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2,200여 년 전 대제국을 통치했던 ‘아소까’라는 인물의 일생을 통해 힘의 논리가 아닌 생명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평화와 공존을 위한 필수 덕목임을 재확인시켜 준다는 데 있다. ‘무엇이 개인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가?’ ‘무엇이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는가?’ 갈수록 퇴색하는 이러한 삶의 가치 문제를 여전히 신중하게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가슴 한편에 존재를 향한 선의지(善意志)를 움켜쥐고 사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 선한 마음을 꽃피우게 하는 잉걸불이 되어줄 것이다.왜 아소까대왕을 읽어야 하는가?세계사·종교사·불교사에 전무후무한 발자취를 남긴 군주이자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을 전 세계로 퍼뜨린 최고의 전법사아소까대왕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불교는 존재하지 않았다!인도 최초의 통일 제국이자 인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시기였던 마우리야왕조(BC 317∼BC 180). 마우리야왕조의 제3대 왕인 아소까대왕은 즉위 9년, 선왕들의 숙원이었던 인도 남동부 깔링가국 정벌에 나선다. 보병 60만 명, 기병 10만 명, 코끼리부대 9천 명을 이끌고 남하한 아소까대왕은 치열한 전투 끝에 마침내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돌아온 건 승리의 성취감이나 최강의 군주가 되었다는 자긍심이 아니었다. 대신 널브러진 수십만 구의 시체와 전장을 붉게 뒤덮은 피를 보며 그는 전쟁의 참상을 뼈저리게 느낀다. 아소까대왕은 더 이상 무력이 아닌 담마(Dhamma, 法)로 세상을 통치하리라고 선언한다. “나의 군사들이여, 나는 오늘 애지중지하던 칼을 다야강에 버렸다. 칼은 결코 나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놀라지 마라. 나는 오늘 이후부터 칼 대신 담마로 세계를 정복할 것이니라. 담마는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담마를 공포하여 알려야겠다. 나는 사람들에게 붓다의 가르침을 가르쳐야겠다. 그러면 사람들은 담마를 듣고, 담마를 따르게 되고, 그들 자신을 향상시키고, 담마를 받아들여 아주 달라질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나는 담마칙령을 공포해 왔고 많은 붓다의 가르침을 시달할 것이다. - 《아소까대왕》 3권 중에서불교에 귀의한 아소까대왕은 본격적인 담마 통치에 돌입한다. 수도 빠딸리뿟다성에 아소까라마(불교 사원)를 지어 날마다 6만여 명의 수행자들에게 공양하고, 잠부디빠(옛 인도 이름) 전역에 8만 4천 개의 절을 짓고, 삼보디(보드가야)와 룸비니를 비롯한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면서 가는 곳마다 석주와 탑을 세운다. 뿐만 아니라 아들 마힌다와 딸 상가밋따, 동생 비가따소까, 사위 악기브라흐마, 외손자 수시마를 출가시키고 전국에 담마 칙령을 공포해 백성들이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그에 따라 생활하게 한다.석가모니 붓다 시절과는 연대적으로 300여 년 정도 차이가 나는 아소까대왕 시절에도 불교는 이미 쇠락해 있었다. 브라만교나 자이나교에 비해 대우받지 못했을뿐더러 석가모니 붓다의 흔적조차 희미해진 상황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더욱 열악해져서, 인도에서 불교는 종교로서의 지위를 거의 상실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동아시아를 비롯해 서구 유럽에 오늘날까지 붓다의 가르침이 남아 있는 것은 전적으로 아소까대왕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각국으로 담마사절단(외교사신)을 보내 불교를 전파하고, 부처님 성지마다 석주와 탑을 세워 기록을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소까라마 3차 결집을 통해 최초로 빠알리어 삼장을 문자로 기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때 완성된 삼장이 스리랑카로 전승되어 붓다의 가르침이 원형에 가깝게 전승될 수 있었다.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지만, 만약 아소까대왕의 담마 정책이 아니었다면 불교는 세계 종교가 되기는커녕 인도의 고대 종교로서 진즉에 소멸했을지 모른다. 오늘날 인도의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 점에서 아소까대왕은 세계사·종교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더욱이 불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적 인물이다. 석가모니 붓다가 진리를 발견하고 깨달은 성자라면, 아소까대왕은 붓다가 남긴 진리의 파편을 후대로 전한 담마의 보호자 혹은 전승자이기 때문이다.99명의 이복형제를 숙청하고 왕좌에 오른 아소까,잔인한 피의 군주에서 담마의 실천자로 거듭나다!우리나라에 세종대왕이 있다면 인도에는 아소까대왕이 있다. 그만큼 인도 사람들에게 아소까대왕은 위대한 왕이요 성군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자비로웠던 것은 아니다. 왕조를 세운 할아버지 짠드라굽따, 정복전쟁으로 제국의 영토를 확장한 아버지 빈두사라의 기질을 물려받아 일면 잔인하고 무자비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작은 새들이 까마귀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새들을 위해 까마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무엇이 잘못입니까? … 아버지는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침략자나 죄인을 죽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 말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작은 새를 괴롭히는 까마귀는 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소까대왕》 1권 중에서훗날 아버지 빈두사라의 뒤를 이어 왕권을 장악한 뒤 그가 보여준 행보에서도 철권통치자로서의 면모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대관식 전후로 자신의 왕위 계승에 반대하는 이복형제 99명과 수백 명의 신하를 모조리 숙청한 것도 모자라, 왕위에 오르는 순간부터 전쟁의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절대로 그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오. … 고름 덩어리 같은 왕자들을 반드시 도려내고 말겠소.” “나는 잠부디빠를 통일할 것이오. 선왕께서 이루지 못한 깔링가국부터 정복할 것이오.” - 《아소까대왕》 2권 중에서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아소까대왕 역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면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의 내면에는 절대군주로서의 냉정함 못지않은 자애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 본성이 브라만 신분임에도 아지비까교 수행자와 불교 사문을 존경해 온 어머니 다르마 왕비, 사끼야족 후손으로서 어려서부터 불교 집안에서 자란 세 번째 부인 웨디사데비의 영향으로 알게 모르게 발현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스승이었던 목갈리뿟따띳사 사문, 부왕 시절 우연히 만난 우빠굽따 사문, 이복형이자 제1왕세자였던 수시마의 아들 니그로다 사문과의 인연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마침내 참혹했던 깔링가 전쟁이 끝나고, 칼이 아닌 담마로 세상을 통치하리라 선언한 후 아소까대왕이 보여준 행보는 그가 가진 선의지(善意志)가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자못 보살의 자비행에 비견할 만하다. 담마의 통치철학으로 사람은 물론 동물과 식물까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두루 아끼고 보살폈기 때문이다. 왕은 두 가지 종류의 의료진료소를 짓도록 하였다. 즉 사람과 동물을 위한 의료진료소였다. … 사람과 동물에게 적합한 약초를 구할 수 없는 곳은 어디든지 약초를 가져다가 심도록 하였다. … 사람과 동물들의 이익을 위해 길을 따라 우물을 파고 나무를 심게 하였다. 여기(마우리야왕국)에서는 그 어떤 살아 있는 생명들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죽여서는 안 된다. … 전에는 삐야다시 왕의 황실 요리실에서 매일 수백 수천 마리의 동물들이 요리를 위해 도살되었다. 그러나 이 담마칙령을 공포한 지금에는 단지 세 마리의 동물만이 도살되고 있다. … 이 세 마리의 동물들조차도 앞으로는 도살되지 않을 것이다. - 《아소까대왕》 3권 중에서이 책은 ‘아소까’라는 실존 인물이 잔혹한 피의 군주에서 자비로운 성군으로 탈바꿈하는 대전환 과정을 굵직한 사건과 주변 인물의 관계를 통해 극적으로 묘사한다. 역사적 사실(fact)에 작가적 상상력(fiction)을 불어넣음으로써 이야기 전개에 긴장감을 더하고,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인물의 심리 변화와 갈등,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펼쳐 보여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사료(史料)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생동감과 현실감, 이것이 문학(소설)으로 역사를 읽는 묘미이며 또한 《아소까대왕》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이다.아소까와 석가모니 붓다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간 시간,30년-250일간의 순례를 거쳐 마침내 피운 창작의 꽃!정찬주 소설가는 수십 편의 소설과 산문집을 펴낸 베테랑 작가이다. 그동안 법정 스님, 성철 스님, 수불 스님 같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을 소재로 한 불교소설과 다수의 명상적인 산문집을 집필해 왔다. 대표작으로 《시간이 없다》 《산은 산 물은 물》 《소설 무소유》 《인연》 《가야산 정진불》 《암자로 가는 길》 《선방 가는 길》 《불국기행》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이순신의 7년》(전 7권) 《나는 조선의 선비다》(전 3권) 같은 대하소설과 현대사의 비극인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광주아리랑》(전 2권) 같은 역사소설도 여러 권 펴냈다. 출간된 도서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찬주 소설가의 작가적 관심은 상당 부분 ‘불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찬주 소설가가 긴 세월 불교에 천착한 것은 우리 고유의 정체성과 역사의식을 형상화하는 작품이 한국문학의 주변부로 밀려난 현실을 돌아보며, 다시금 불교문학을 한국문학의 중심부로 회기시키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신념 때문이다. 《아소까대왕》 역시 그러한 작가정신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처음 책 구상을 시작한 이래, 저자는 30여 년간 15번(250여 일)이나 인도 순례를 다녀올 만큼 이 책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도의 동서남북을 종횡하며 아소까대왕과 석가모니 붓다가 남긴 가르침의 흔적을 가슴에 아로새겼다. 바야흐로 혼신의 세월과 절절한 발원으로 탄생한 책이 바로 《아소까대왕》이다. 이에 문학평론가 윤재웅은 시리즈 3권 끝에 실은 해설에서 ‘칠십 년 생애를 바쳐 마침내 피운 창작의 꽃’, ‘정찬주 문학의 결정판이자 백미’라고 평했다. “칠십 년 생애를 바쳐 마침내 피운 창작의 꽃! 평생토록 한국과 불교를 사랑한 작가가 이제 스스로 청산을 이룬 절대구경의 경지를 나는 여기에서 본다. … 나는 이 소설이 한국문학과 불교문학의 복합적 습합성을 추구한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백미(白眉)라고 믿는다.” - 윤재웅(문학평론가, 동국대학교 총장)‘모든 역사는 현대사다(All history is contemporary history).’ 이탈리아 역사가 베네데토 크로체(Benedetto Croce, 1866~1952)의 말이다. 역사는 과거에 일어난 일 자체라기보다 현재의 관점에서 불러내고 해석한 과거라는 의미이다. 이 말에 빗대어 보면, 《아소까대왕》은 소설가 정찬주가 해석하고 재창조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역사다. 여기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붓다의 가르침, 곧 생명중심사상을 삶의 제일 가치로 지향하길 바라는 불교작가 정찬주의 염원이 서려 있다. 옅어져 가는 인류애를 향한 그리움에서 비롯되어 진정한 평화와 공존을 향한 희망으로 써 내려간 결과물이 이 책, 《아소까대왕》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종교가 무성한 오늘날이지만, 현실은 인류가 소망하는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쟁과 살상은 지구별의 생명과 평화를 무참히 훼손하고 있다. 국가이기주의가 난무하는 매우 위험한 세상으로 돌변하고 있는 까닭에 아소까왕이 더욱더 위대해 보이고 그립다. 이미 2,300년 전에 동물을 사랑하고 평화와 공존이란 통치철학으로 제국을 다스린 전무후무한 대왕이었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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