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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 정지아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12-27

    “세월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영 아닌 것 같다가 좋아지는,그런 관계도 세상에는 있는 것이다. 위스키가 그러하듯이.”시공간을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게 만드는 술, 그리고 사람의 온기구례 간전은 해가 짧다. 앞으로는 지리산이, 뒤로는 백운산이 높이 솟아 있어 금세 날이 저문다. 쭈뼛거리던 뒷산 그림자가 슬그머니 집 앞마당을 삼키고 섬진강에 다다를 때쯤이면 고라니 울부짖는 소리만 이 산에서 저 산을 오간다. 그리곤 이내 완전한 어둠. 가로등도 없는 섬진강변 도로를 간혹 뜨내기 여행객들의 차가 소리 없이 지날 뿐이다.하지만 어둠이 짙어질수록 환하게 빛을 발하는 집이 있다. 바로 ‘문학박사 정지아의 집’이다. 정지아 작가의 집은 불이 쉬이 꺼지지 않는다. 낮보다는 밤에 글을 쓰는 작가의 습관 때문이다. 작가를 비롯해 고작 네 가구가 머무는 작은 마을에서는 밤새 소쩍새 소리보다도 더 길게, 타닥타닥 작가의 타자 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야말로 긴긴밤이다.그 기나긴 밤을 외롭지 않게 하는 건 ‘술’이다. 정지아 작가는 소문난 애주가다. 술을 많이 마신다기보다는 마셔야 할 때 마실 줄 안다. “바람이 좋아서, 비가 술을 불러서, 저 찬란한 태양이 술을 마시라 해서, 눈발이 휘날리는데 맨정신으로 있기 힘들어서…” 그리고 사람이 있어서. 정지아 작가의 집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밤늦게 불이 켜져 있는 시간도 길다. 어렸을 적 고향에서, 수배 길에서, 강단에서, 그리고 먼 이국에서 술 한잔을 사이에 두고 벽을 허문 사람들. 이 책은 정지아 작가가 그 오랜 시간 마주했던 술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그날로부터 나의 변절과 타락이 시작되었다.참으로 감사한 날이지 아니한가!”자본주의 종주국의 위스키를 들고 지리산을 누비는 빨치산의 딸, 정지아사회주의자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늦둥이 딸이 처음 술을 입에 댄 건 열아홉의 크리스마스이브, 눈이 펑펑 쏟아지던 겨울날이었다. 집에서 친구들과 밤새 놀기로 한 딸에게 부모님은 직접 담근 매실주를 내어주곤 화투를 친다는 핑계로 집을 비운다. 그렇게 소복소복 눈 쌓이는 소리를 들으며 십 대의 마지막 겨울을 보낸 정지아 작가는 세상을 뒤덮은 백색의 순수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 “이토록 순수하게, 이토록 압도적으로 살고 싶다”고.그러나 빨치산의 딸에게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독재정권으로부터 늘 감시의 대상이 되었던 작가는, 결국 수배를 받고 긴 도망길에 오른다. 자본주의 종주국의 술 위스키를 처음 맛본 건 수배 중 다른 이의 눈을 피해 오른 지리산에서였다. 위스키를 챙겼던 건 오로지 가볍고 빨리 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겨울 늦은 밤, 뱀사골 산장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작가는 남몰래 패스포트를 꺼내어 마시다 그만 정체가 발각되고 만다. 그런데 정지아 작가를 알아본 사람들 역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군부독재에 저항하던 전사들이었고, 그들은 그렇게 위스키에 취해 잠시나마 자유와 연대의 밤을 보낸다.몇 년 뒤, 세상으로 나온 작가는 “가난과 슬픔과 좌절로 점철된” 지난날들과 작별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틈으로 스며든다. 과거의 끄트머리를 잡고 있기보다는 아버지의 말씀처럼 앞으로의 역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고, 소설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자 다짐한다. 그래도 작가는 외롭거나 슬프지 않았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좋은 술이 있었고, 그보다 좋은 사람들이 있었으니까.“나는 당신이 좋다. 좋은 사람이니까.당신도 나도 술꾼이니까.”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무는 도수 높은 이야기들의 향연사실 정지아 작가는 “친구 사귀는 데 참으로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10년쯤은 만나야 아, 친구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 그래서 때로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벽을 세운다. 그런 작가에게 술은 단순히 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나오는 아프리카 초원 어딘가의 사과나무처럼, 그 사과나무의 열매를 먹고 취해 사자의 대가리를 밟고 날아오르는 원숭이처럼, 술은 자신의 한계를 깨부수게 하는 날개다. 좋은 술과 함께하는 날이면 정지아 작가는 겁 없이 한 걸음 더 사람 곁으로 다가간다.『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에는 그렇게 술잔을 부딪히며 벽을 허문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장 찬란했던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 채 지금은 제각기 서로 다른 비극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고향 친구들, 날실과 씨실처럼 오해와 이해를 반복하며 우정을 쌓아온 오랜 선후배들, 무심한 표정으로 뜨거운 손을 내밀었던 은사님들과 그들처럼 제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던 스승으로서의 바람, 사랑과 그리움 사이 어느 지점을 같이 거닐었던 인연까지.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분명 독자들도 가슴 깊이 보고 싶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이야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머물지 않는다. 멀리 일본으로, 베트남으로, 몽골로 날아가 우리가 외면하고 살아가는 역사의 비극적 단면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에서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등장하는 김 선생님의 소식을 듣고, 보위부 간부와 술 대결을 펼쳤던 장면은 이 책의 백미다. 술과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든 다 비슷하단 걸, “그 금단의 땅 북한에서도” 그럴 수 있다는 걸 작가는 알려준다.정리하자면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는 술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보다는 술을 둘러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 사람은 이 책의 저자인 정지아 작가이기도 하고, 지금 이 서평을 쓰는 편집자이기도 하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담컨대, 당신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분명 빈 술잔을 매만지며 술꾼으로서의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당신에게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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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자유 - 행복이란 마음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마음의 자유 - 행복이란 마음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
    • 정윤 지음
    • 북로망스
    • 2023-12-27

    ★★★★★“이 책을 진작 만났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아닌 것들에 마음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불안한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단단한 말들 『마음의 자유』는 정윤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로, 삶이 힘겨워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을 도닥여주는 조언들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다양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만의 단단한 목소리로 이 책에 풀어냈다. 삶이 버겁고 하루하루가 막막할 때, 차분히 읽어내려가면 마치 내 속을 읽은 것처럼 마음 한구석을 콕콕 찌르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마음처럼 살아지지 않는 게 인생이지만, 아등바등 매달려 고통스러워하기보다 과감히 내려놓기를 저자는 권한다.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지나고 나면 모두 찰나의 감정일 뿐이라고 말이다. 오히려 사람은 잃을 것이 없을 때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을 수 있어 오히려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감성 에세이와는 다르게 『마음의 자유』에는 실용적인 조언이 가득하다. 이 책을 읽고서 누군가의 인정을 바라기보다 스스로 자신을 인정해주는 연습을 통해, 마음을 건강하게 가꿔나가고 자유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내 마음 퍼스널 트레이닝 행복한 삶을 위해 마음껏 자유로워지세요 우리는 가끔 자유를 꿈꾼다. 삶이 고단하고 마음이 지쳐 참을 수 없을 때는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를 아는 이가 없는 아주 낯선 곳으로 떠나, 누구에게도 그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내고 싶어한다. 그러면 잠시나마 온전히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여행은 일시적 도피일 뿐,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 결국에는 눈앞의 어려움들을 스스로 견디며 나아가야 한다. 『마음의 자유』 그러한 삶의 힘든 순간들을 극복해나가는 데 필요한 마음 단련을 도와준다. 『마음의 자유』는 정윤 작가의 담백한 글에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한 사진과 내용에 맞는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인다. 또한 책의 맨 끝에는 삶에 도움이 되는 문장들을 꼽아 ‘내 마음의 자유를 위한 인생 조언 30’이라는 부록 코너를 구성해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독자의 취향대로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신의 마음은 자유로운가요?’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이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무겁고 괴로운 마음이 자유와 행복에 성큼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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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침내 운전 - 늦깎이 초보 운전자의 좌충우돌 성장기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마침내 운전 - 늦깎이 초보 운전자의 좌충우돌 성장기
    • 신예희 지음
    • 애플북스
    • 2023-12-27

    개성과 위트 넘치는 문체로 사랑받는 신예희 작가가 생생하게 전하는 좌충우돌 운전 성장기!“모든 초보 운전자는 다 같은 마음일 거예요.”장롱면허 15년 경력 신예희 작가의 본격 운전 에세이. 운전면허는 오래전 취득했지만 운전을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않을 이유가 더 많아 주위의 보챔에도 귀 닫고 지내던 어느 날, 막다른 골목이자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용인 어드메 난개발 지역에 조성된 아파트 단지의 초기 입주자로 이사하게 된 것이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가게 3종 세트, 즉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빵집, 저가 커피점도 없는 불모지에서 2년 넘게 지내던 어느 날 문득 심리 상태가 상당히 아슬아슬함을 자각한다.그래서 찾아간 신경정신과에서 의사의 한마디가 묵직하게 날아와 가슴에 꽂혔다. “지금 상황이 그러하니, 운전을 하는 것도 도움될 겁니다.” 저자는 병원에서 나오는 그 길로 당장 자동차를 계약하고 운전 연수를 시작하며 도로로 나선다! 식은땀이 흐르고 비명이 끊이지 않는 우당탕탕 초보 시절을 거쳐 어엿한 8년 차 운전자가 되기까지, 심각하지만 웃지 않을 수 없는 그의 에피소드와 운전으로 넓어진 세상, 차오른 자신감의 이야기.출간 의의 및 특징전국의 모든 (늦깎이) 초보 운전자를 응원합니다! 초보 운전자가 도로에서 맞닥뜨리는 진땀 나는 위기의 순간들……. 웃으면 안 되는데 신예희 작가의 유쾌한 필력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비보호 좌회전’이 비 오는 날엔 조심해서 좌회전하라는 뜻인 줄 알았다는 참신한 상상력과, 하이패스를 시원하게 그냥 패스해버리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호기심 해결은 덤이다. 클랙슨 소리의 단계별 차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지? 빵과 빠앙, 빠아앙의 미묘한 차이와 더불어 이런 소리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쁘억!’까지, 섬세한 고찰을 읽다 보면 비운전자는 그저 재미있을 것이고 운전자는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며 아련한 추억에 젖어들 것이다. 자칭 월방연(월드와이드 방향치 연합회) 한국 지부장인 작가가 ‘어서오세요 화성시입니다’의 무한궤도에 빠져드는 모습은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력 중의 력, 기동력, 운전으로 넓어진 세상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동력을 가진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운전은,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동네에 살며 느끼게 된 고립감에서 탈출하게 도와주는 동아줄이 되기도 한다. 집에 틀어박혀 일만 하다가 마음이 답답해져도 언제든 주차장에 내려가 액셀을 밟고 누군가 만나러 갈 수 있고, 마트나 커피숍에 가서 맛있는 것을 사 먹으며 기분전환 할 수 있다. 혼자 훌쩍 떠나는 당일치기 근교 여행도 가능해진다. 프리랜서라는 장점까지 더해지면 도로가 한가할 때 길을 나서 호젓하게 자연을 즐기다가 맛있는 밥 사 먹고 길 막히기 전에 돌아오는 일이 더 이상 어렵지 않다. 때로는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이동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차를 얻어 타야 한다면, 상대가 아무리 호의적이고 친절해도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 것이다. 력 중의 력, 기동력을 얻게 되면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할 일이 없어지고,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난다. 마침내 운전을 해냈다는 성취감은 때로 일상을 견고하게 살아내는 자신감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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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읽는 헤르만 헤세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매일 읽는 헤르만 헤세
    •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23-12-27

    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작가 정신과 시대정신, 삶과 예술을 대하는 성찰과 울림의 문장 365헤세가 직접 그린 맑은 수채화와 함께 음미하는 통찰의 순간들!《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유리알 유희》 등 21세기를 사는 교양인들에게 다수의 필독서를 남긴 20세기 독일 문학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 어린 시절 엄격한 부모님과 학교 교육에 좌절한 헤세는 그 상처로 얻게 된 깊은 우울과 한평생을 함께해야 했다. 그 때문에 타고난 섬세한 예술적 감성을 묻어둔 채로 살아갈 뻔했으나 청년기에 그 예술혼은 마침내 꽃을 피웠고, 그 후로도 평생을 함께한 고통과 성찰의 순간들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절절한 위안과 통찰을 선사하고 있다.《매일 읽는 헤르만 헤세》는 헤세의 시와 소설, 비평, 일기, 메모, 편지글에서 뽑아낸 명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동안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헤세의 아포리즘 도서들을 보면 그가 논한 인생, 작가 정신, 자연과 신을 향한 찬미, 시대정신, 예술혼 등 헤세가 남긴 문장들을 세세한 분류로 나눈 다음 하나의 주제 아래 다시 엮은 책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헤세의 문장들과 한 해를 쭉 함께 보내며 다양한 주제를 사유할 수 있게끔 위의 모든 주제를 한데 묶고, 헤세가 우울증 치료를 위해 직접 그렸던 맑고 때로는 독특한 수채화 그림들을 곳곳에 배치해 헤세의 감성을 음미할 수 있는 요소를 가득 담았다.평생의 숙제였던 우울증과 싸우며 꺾이지 않은 예술혼을 날카롭고도 유려한 문체로 담아낸 시와 소설, 편지와 비평, 일기, 메모 속 글들책의 어딘가에서 그는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끓어오르는 전체주의에 분노하고, 젊은이들의 인격을 키우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또 다른 어딘가에서는 한겨울 알프스의 고요한 정경을 그리며 경이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사한다. 또한 책에서 독자는 지친 동생을 위로하는 헤세의 다정한 말과 만나기도 하며 동시대의 거장인 토마스 만과의 죽음에 관한 담담한 대화도 엿볼 수 있다. 나이 듦과 죽음에 관한 메모와 시는 유년의 천진난만했던 시절을 돌아보는 문장들과 어우러지며 삶에 대한 겸손함을 끌어내고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만끽하도록,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깨어 있도록 이끈다. 한편 자기 안의 좌절과 슬픔을 견디지 못하는 와중에도 신을 향한 경외심과 인간에 대한 희망과 애정을 놓지 않았던 헤세는 속절없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었다 느낄 때 조용히 우리의 손을 잡아끄는 지혜의 나침판이 되어준다. 헤세는 자기 신념과 선을 위해 대단한 행동을 벌인 적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또 다른 문장에서는 결코 시대의 불의에 눈을 감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동시에 아이처럼 창작의 순수한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자기를 살게 하는 힘으로써의 문학과 예술을 논하는 헤세의 문장들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로 살면서 글을 쓰는 것 외의 일들이 그에게 많은 고뇌를 안겨주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게 한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헤세의 글을 아끼고 예술과 문학을 사랑하는 창작자들에게 많은 지혜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것이다.독일의 헤르만 헤세 전문 편집자 폴커 미헬스가 엮은 문장들을독일어 전문번역가 유영미가 옮긴 유려한 우리말로 음미하는 즐거움오늘날 이토록 감성적이고 연약하지만 한편으로는 강인하고 냉철하며, 동시에 세상 모든 것에 애정 어린 시선을 주는 대문호의 다양한 순간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일평생 헤세의 작품과 작품 외에 남긴 다양한 편지와 메모, 일기 등을 모아 연구하고, 또 엮어서 펴낸 전문 편집자 폴커 미헬스의 혁혁한 공이 있었다. 국내에도 그동안 그가 펴낸 헤세의 아포리즘 도서들이 여러 차례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그가 다루던 다양한 주제가 한 권에 망라된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책의 곳곳을 장식한 헤세의 그림과 사진들 또한 미헬스가 직접 고르고 배치해 독서의 맛을 한층 살렸다.헤세의 때로는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 또 때로는 무뚝뚝하기까지 한 간결한 독일어 문장이 품은, 세상 모든 것을 향한 속 깊은 애정과 숨은 의미, 그리고 단어와 어휘의 흐름 속에 담긴 예술성을 살려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은 독일어 전문번역가 유영미가 맡았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은 물론, 특히 깊은 명상과 울림의 시간을 제공하는 에세이 분야에서도 눈부신 결과물들을 보여준 번역가 유영미와 헤르만 헤세의 기념할 만한 첫 만남은 실로 기념할 만한 한 권의 빛나는 세계로 완성되어 우리 앞에 펼쳐진다.\"새로운 것이 다 좋지는 않다. 그러나 좋은 것은 늘 새롭다!“그토록 친숙한, 그러나 이토록 새로운 헤세와 함께 사유하는 일 년2023년은 헤세 사망 61주기이자 탄생 146주기,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데미안》을 발표한 지 104주년이 되는 해다. 헤세의 대표작인 《싯다르타》가 세상에 소개된 지 101주년을 맞고, 《유리알 유희》는 발행 80주년을 맞이한다. 이토록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마치 오늘날의 말처럼 오래됨과 낡음을 도통 읽어낼 수 없는 헤세의 문장들과 사람됨이 이 신간 안에 온전히 담겼다. 이 책에는 헤세의 편지와 일기, 메모, 비평, 서문 외에도 다수의 시 작품들과 그의 대표 소설인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수레바퀴 아래서》, 《황야의 이리》, 《게르트루트》, 《로스할데》 속 명문장들이 함께 실려 독자들에게 새로움과 친숙함을 동시에 선사한다.부디 독자들에게 이러한 익숙한 반가움과 신선한 자극이 함께 전해지기를, 그리하여 반짝이는 유리알처럼 순수한 예술혼을 빛내며 살다 간 헤르만 헤세의 때로는 사적이고, 또 때로는 공적인 문장들과 진한 사유를 공유하는 뜻깊은 하루하루가 이어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니케북스의 A Year of Quotes 시리즈한 권으로 만나는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세계의 명문장니케북스의 A Year of Quotes 시리즈에서는 헤르만 헤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존 C. 맥스웰 등 세계적인 작가와 사상가, 리더의 작품들 속 명문장을 전문가의 손길을 통해 한 권으로 엮어 펴내고 있다. 하루 10분, 한 편씩 1년 365일 동안 매일 가볍게 읽을 수 있게 한 구성으로, 바쁨 속에서 잠시라도 자신과 하루를 성찰하는 명상의 시간과 매일 자신을 성장시켜나갈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해줄 시리즈이다. 매일 읽는 세계적 위인들의 문장을 통해 훌륭한 조언과 영감을 얻으며 한 해 동안 스스로를 격려하고, 1년이 흐른 뒤 한층 더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만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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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고살고 글쓰고 - 일하며 글쓰는 작가들이 일하며 글쓰는 이들에게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먹고살고 글쓰고 - 일하며 글쓰는 작가들이 일하며 글쓰는 이들에게
    • 김현진 외 지음
    • 빛소굴
    • 2023-12-27

    사실 이 기획은 편집자의 개인적인 궁금함에서 시작되었다. 편집자이자, 북디자이너이자, 마케터이자, 경리부 직원이자, 영업부 직원으로 (쉽게 말해 1인출판사 대표로) 일해 오며 항상 소설가를 꿈꿨다. 출판업을 시작한 데엔 여러 동기가 있지만 그중 책을 마음껏 읽으며 일할 수 있으리란 점, 그것이 창작에 도움이 되리란 기대도 있었다.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사업은 현실이었다. 단순히 책이 좋아 시작한 출판 사업 뒤엔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나는 호기롭게도(또는 무모하게도) 그 모든 일을 혼자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 어리석음에 대한 대가로 오랜 시간 일과 스트레스에 들들 볶여야 했다. 남들은 잠들 법한 시각에 워드 프로그램을 켜 피로를 이기며 억지로 공상을 끄적였다. 그렇게라도 적은 날엔 차라리 다행이었다. 창작을 위해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보면 흥미로운 상상보다는 낮에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면 힘들게 마련한 창작 시간이 능력이 부족한 사업가의 핑곗거리, 또는 허영심의 발로쯤으로 여겨졌다. 나의 창작 욕망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웠다. 글쓰기가 두려워졌고 언젠가부터 일기도 쓰지 않았다.시도하고 좌절하고 다시 시도하는 날이 반복되었다. 좌절과 새로운 시도 사이의 간격이 점점 길어졌고, 나는 내 이야기가 낯설어졌다. 그럴수록 조금 더 슬퍼졌다. 어느 날엔가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비슷한 상황을 극복하고 작가로서 발을 디딘 사람들 역시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떠올랐다. 그 둘을 잇는 기획, 즉 생업과 창작을 병행해온 작가들이 현재 어려움을 겪는 예비 작가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 나오면 어떨까? 도움을 주는 방식은 다양할 것이다. 현실적인 조언일 수도 있고,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해줄 수도 있다. 출판 시장에 대한 냉철한 분석일 수도 있고 일하며 글 쓰는 작가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여전히 소설 쓰기는 부진하고 재능 없음을 한탄하는 날이 많지만. 아니, 그런 날이 많을수록 오히려 이따금 작가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에 더욱 만족한다. 이 책에 실린 아홉 개의 이야기에 대한 공통적인 설명은 없다. 각양각색의 내용, 다종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고를 청탁하며 작가들에게 요구한 것은 ‘말해주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였다. 그리고 그런 방식은 아주 알맞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색을 통과한 후 어렴풋하게나마 스스로의 색에 대한 예감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책의 문을 연 김현진 작가는 <네 멋대로 해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여 년 동안 일하며 창작 활동을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어도 먹고살고 글 쓰는 삶의 모습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서수 작가는 신춘문예 등단 후 오랜 기간 플랫폼 노동자와 자영업자로 일하며 장편 소설을 준비했다. 등단부터 처음 작품을 펴내기까지 있었던 5년간의 시간 동안 마음을 되돌아보며 독자들에게 소설 쓰는 마음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한다.- 송승언 작가는 문학 출판사의 편집자이자 시인이다. 출판업계 종사자로서 원고 노동자의 암울한 현실을 낱낱이 밝힌다. 그가 도착한 결론 역시 얼핏 봐선 지독히 어두워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론 속에서 행복한 글쓰기에 대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혜나 작가는 소설을 쓰며 안 좋아진 건강을 회복하고자 요가를 시작했고, 그걸 계기로 지금까지 소설 쓰기와 요가 강의를 업으로 삼게 되었다. 이 책에선 창작하며 자신의 몸을 바로 세우는 것을, 돌보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됨을 이야기한다.- 정보라 작가는 오랜 시간 창작 활동과 러시아문학 연구를 병행했다. 이 책에서는 소설을 쓰기까지 그가 살아온 삶의 모습과 막 시작하는 초보 작가에게 건네는 실질적 조언을 담았다.- 전민식 작가는 다양한 일을 하며 글을 써왔고 현재도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이 책에서는 그가 수목장에서 일할 때의 경험을 오토픽션 형식으로 담아냈다.- 조영주 작가는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를 거치며 작품 활동을 하기까지 카페 바리스타 일을 해왔다. 그 기간 동안의 일과 소회를 진솔하게 적었다.- 김이듬 작가는 ‘책방이듬’을 운영했고 산문, 소설, 시 등 다양한 글을 썼다. 이 책에 실린 「죽은 시계를 차고 다닌 일 년」에서 세상의 시간과 달리 흐르는 시인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이원석 작가는 시를 쓰고 주짓수를 가르친다. 그는 「대작가가 되는 기분」에서 현실에 굴하지 않고, 아니 현실을 긍정하며 창작 활동을 해나갈 것을 격려한다. 그의 재치 넘치는 글에서 우리는 그가 논하는 이 시대 \'대작가\'의 면면을 미리 학습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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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멈춤의 재발견 - 기쁨이 있는 곳을 찾아라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멈춤의 재발견 - 기쁨이 있는 곳을 찾아라
    • 한승욱 지음
    • 슬로우북
    • 2023-12-27

    새로운 삶의 트랙으로 이동하게 하는 증표, 한승욱 에세이! 불안과 두려움을 실용적인 혜택이라고 전하는 멈춤의 재발견, 인생찬가! ★ 미생물을 사랑한 똥쟁이, 대기업의 리더로서 멈춤의 순간들을 재해석한 이 책은 해직과 이직을 거치면서 익숙했던 것과 결별하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길을 내야 했던 생의 변곡점을 말한다. 문학의 언어로 자기 계발의 이야기를 직조하듯 들려준다. 나와 타인을 왜 사랑해야 하는지, 함께 손잡고 걷는 길이 얼마나 좋은지 소개하고 있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안과 두려움이 어떻게 사소해질 수 있었는지 성찰하게 한다. ★ 죽음을 마주했던 첫 장면에서 시작된 내적 성장의 실마리는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물 흐르듯 이어진다. 삶이 급정거했을 때 평범한 삶은 비범해지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질문하게 되는 놀라운 반전이 찾아온다. 멈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변화되어 갔는지, 어떤 부름에 어떻게 응답하게 되는지, 내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으로 전개되는 모티브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차별적 매력이며 실용적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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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순간이 너였다 -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개정증보판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모든 순간이 너였다 -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개정증보판
    • 하태완 지음
    • 빅피시
    • 2023-12-27

    - 전 세계 100만 독자가 사랑한 베스트셀러- 미공개 스페셜 에세이를 최초 수록한 출간 5주년 기념 개정 증보판- 힘들 때마다 꺼내 보는 위로의 책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사랑하게 해주는진심 어린 위로의 언어”네가 겨우겨우 버텨낸 오늘 하루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아. 너는 오늘 최선을 다했을 테고, 충분히 노력했을 테니까.“누구에게나 감기처럼 찾아오는 힘든 시간이 있다. 다가오는 내일이 두려운 밤, 타인의 말에 상처받은 날, 내 존재가 한없이 작게만 느껴질 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바로 그 순간이다. 그럴 때마다 내 안에 묻어둔 어두운 감정들이 고개를 내민 채 스스로를 향한 미움과 원망과 질책을 쏟아낸다. ‘오늘 하루 열심히 달려왔는데, 내가 무얼 잘못한 걸까? 모든 것이 다 내 탓일까?’ 『모든 순간이 너였다』는 이처럼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잊은 사람에게 누군가 꼭 들려주었으면 했던 말을 건네는 책이다. 찰나를 위로하는 대신, 나 스스로 지난 순간을 차분히 돌아보는 과정을 거치면 조금 더 단단하게 성장한 내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100만 독자가 밤을 지새우며 읽고 마음을 다잡은응원과 희망의 메시지”우리가 지나온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는 책“”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용기를 주는 글“『모든 순간이 너였다』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100만 독자의 공감을 얻으며 꾸준히 사랑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하태완 작가의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작가 또한 힘든 시절에 온 마음을 다해 글을 쓰고 다독이며 스스로를 지켜냈듯이, 책의 한 장 한 장을 위로와 용기의 말로 정성스레 채워나갔다. 특히 5주년을 기념한 개정 증보판에는 미공개 에세이 10편을 수록하여 한층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오늘의 나에게 꼭 필요했던 위로의 말은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준다. 읽을 때마다 울컥하게 만드는 문장들은 가슴속 깊이 스며들어 지치고 힘들 때마다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삶의 모든 순간마다 곁에서 나를 지켜주는 조용한 위로와 단단한 용기, 속 깊은 응원이 담긴 인생 공감서. 『모든 순간이 너였다』에 담긴 다정한 위로는 나에게도, 사랑하는 이에게도 특별한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지금까지의 모든 순간이 너 그 자체였음을 잊지 말고 살기를. 너는 모든 순간순간마다 너도 모르게 단단해진, 행복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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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욕탕 도감 -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린 매일매일 가고 싶은 일본의 대중목욕탕 24곳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목욕탕 도감 -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린 매일매일 가고 싶은 일본의 대중목욕탕 24곳
    • 엔야 호나미 지음, 네티즌 나인 옮김
    • 수오서재
    • 2023-12-27

    “목욕탕에는 확실히 사람을 살리는 무언가가 있다.”목욕탕과 걷잡을 수 없이 사랑에 빠져평범한 건축가에서 목욕탕 지배인이 되다!“내 인생을 구원한 목욕탕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도쿄 고엔지 지역 골목에 자리 잡은 약 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목욕탕 고스기유. 그곳에 일러스트레이터를 겸하며 목욕탕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는 엔야 호나미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저자는 과거 도쿄에 소재한 한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가로 근무했다. 일의 강도는 예상보다 높았다. 새벽 두세 시까지 계속되는 잦은 야근과 부족한 수면 시간, 초콜릿이나 영양음료로 식사를 때우는 일은 부지기수.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자신을 채찍질하던 저자는 결국 번아웃이 찾아와 ‘기능성 저혈당증’ 진단을 받고 휴직하게 된다. 건축가로서 실패했다는 자책과 우울감에 젖어 있던 어느 날 친구가 건넨 가벼운 권유로 목욕탕과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평일의 목욕탕은 한산했고 밝았고 따스했고 편안했다. 목욕탕은 ‘죄책감 없이 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어 일상의 루틴이 되었고 점차 건강을 회복했다. 이후 목욕탕의 세계에 푹 빠져들어 고스기유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목욕탕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알리기 위해 일러스트 ‘센토도해銭湯図解’를 그려 SNS에 올렸다. 이 책은 그 시리즈를 엮은 것이다. 일본 도쿄 근방의 숨은 보석 같은 목욕탕들을 소개한 가이드북이자, 목욕탕에서 얻은 깊은 휴식과 안정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좋아하는 일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의 기록이다. “목욕을 마치고 즐기는 생맥주라니, 역시 최고다!”노천탕의 제왕, 5마력의 제트탕, 벚꽃놀이 목욕탕, 현대 목욕탕 건축의 걸작 등목욕탕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할 일본의 주요 목욕탕들《목욕탕 도감》은 도쿄를 비롯해 사이타마, 지바, 교토, 미에, 아이치, 도쿠시마 등 지역의 개성만점 목욕탕 24채를 엄선해 소개한다. 아사히 맥주에서 마이스터 공인을 받아 비범한 맛의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닛포리 사이토유, 봄이면 욕실 안으로 뻗어 들어온 벚나무에서 살랑살랑 꽃잎이 떨어지는 사쿠라칸, ‘첨벙’ 하는 기세 좋은 소리를 내는 항아리탕과 아로마 마사지가 있는 천연온천 유돈부리 사카에유, 도쿄 스카이타워에서 영감을 받아 초록, 파랑, 보라, 하양 순으로 온수 색깔이 바뀌는 야쿠시유, 베르사유 궁전이 연상되는 기상천외한 세계관으로 가득한 구아팔레스, 열대 식물 정원이 욕실과 직접 이어진 헤이덴 온천, 어쩐지 고향 집에 온 것 같은 정다움과 편안함이 있는 곤파루유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목욕탕들이다. 목욕탕 추천은 총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목욕탕이 난생처음인 사람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초심자 코스부터 수준 높은 건축물, 아름다운 경관 등 다양한 즐거움이 있어 목욕탕 애호가를 만족시킬 만한 상급자 코스, 목욕탕의 종지부를 찍고 싶은 사람을 위한 마스터 코스, 이어 목욕탕 주인의 온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인간미 코스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목욕탕을 단계별로 소개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중목욕탕 이용법, 가격, 준비물, 혈액순환을 돕는 냉온욕법, 대중목욕탕의 커뮤니티 문화에 관한 유용한 정보도 알차게 담았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일본 목욕탕의 풍경을 담다타일의 폭까지 빈틈없이 실측해 목욕탕의 구석구석 모든 매력을 해부한다!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요모조모 탐색하는 재미가 쏠쏠!《목욕탕 도감》은 목욕탕 내부를 특정한 각도로 내려다보듯이 그리는 투시도법(아이소메트릭 기법)으로 그려졌다. 입구에서부터 욕실과 사우나, 벽화, 노천 공간까지 목욕탕 전체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일본 목욕탕 특유의 문화인 페인트 벽화는 각 목욕탕의 개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또한 도감을 보는 하나의 묘미다.도감을 그리면서 가장 유념한 것은 목욕탕의 실제 모습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 욕실의 분위기를 그림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일러스트 자체의 완성도다. 이를 위해 철저히 취재와 체험을 바탕으로 그린다. 목욕탕 개점 약 1시간 반 전에 방문해 레이저 측정기와 3미터 줄자로 욕실 크기, 욕조의 크기와 깊이, 수도꼭지와 각종 샤워 설비, 심지어 타일의 폭까지 빈틈없이 측정한다. 실측 후에는 직접 탕에 들어가 목욕을 한다. 욕탕의 풍경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물의 거품이나 파문이 퍼지는 모습, 탕에 들어간 사람들의 표정, 천장에서 햇빛이 새어 들어오는 질감까지 관찰해 목욕탕을 종이 위에 입체적으로 재현한다. 상세하고 치밀한 설계, 온기가 느껴지는 다정다감한 그림체, 목욕탕 구석구석을 위트 있게 설명한 메모, 각 목욕탕의 기본 정보와 역사에 대한 소개, 솔직담백한 에세이까지, 저자는 목욕탕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아낌없이 펼쳐낸다. 목욕탕 도감은 한 곳을 그리는 데에 약 2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그렇게 남다른 애정으로 그려낸 그림들은 일본 내에서 큰 관심을 받아 TBS 정열대륙情熱大陸, NHK다큐멘터리 등 많은 미디어에 소개되었으며, 《목욕탕 도감》을 원작으로 드라마 〈목욕 후 스케치湯あがりスケッチ〉(2022)가 제작되었다. 여전한 온기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곳,때론 재기발랄한 현대 문화와 과감하게 융합하는 곳,변화의 시대에 우직하게 살아남아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목욕탕들가장 넓은 욕조에 들어가 본다. 나도 모르게 “와!” 하고 탄성이 나온다. 어깨의 긴장감이 천천히 녹아 없어지는 것을 느끼며 느긋한 기분으로 욕실 곳곳을 둘러본다. 높은 천장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빛, 색이 바랜 욕조와 샤워 공간의 타일들, 옆자리 이웃과 대화를 나누며 몸을 씻는 아주머니. 따스한 수증기 너머의 욕실 풍경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워서 “역시 목욕탕이 최고야”라고 작게 읊조리게 된다. _본문 중에서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목욕탕은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는 매일 한 채의 목욕탕이 문을 닫고 있다. 반면 사라져가는 목욕탕 문화를 아쉬워하며 이를 살리기 위한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저자 또한 목욕탕에서 강연, 전시,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색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목욕탕을 찾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늘어나 목욕탕 문화가 계속되길 바란다는 저자. 대중목욕탕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지만 다양한 형태로 살아남아 여전한 온기로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고 위로해줄 것이다.저자가 특별한 애정과 열정으로 풀어내는 목욕탕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내 참을 수 없이 목욕탕에 가고 싶어진다. 목욕탕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라져가는 일본 목욕탕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본을 더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은 여행자라면 이 책을 통해 따스한 온기와 매력으로 가득한 목욕탕의 세계에 퐁당 빠져보길 권한다. ♨ 목욕탕 주소, 개점시간, 입욕료까지 정리한 목욕탕 리스트 수록♨ 책 커버를 열면 목욕탕 고스기유 포스터가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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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밖의 사람 - 어느 소설가의 택배일지 (커버이미지)
    [에세이/산문]문밖의 사람 - 어느 소설가의 택배일지
    • 정혁용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12-27

    “택배합니다. 소설도 씁니다.”낮에는 택배기사로, 저녁에는 소설가로, 두 개의 인생을 살아가는『침입자들』 정혁용 작가가 기록한 일상에 바람 부는 순간들삶이 버거울 때가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일이 잘 안 풀려서, 나이는 먹어 가는데 변변한 집 한 채 마련해둔 게 없어서. 느는 건 불평과 원망뿐이다. 아무래도 인생은 불공평하기만 하다. 마음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가 쌓인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수억의 빚을 진 정혁용 작가가 마지막으로 택한 직업은 택배였다. 땡전 한 푼 없어 회사에서 가불을 받아 기름을 넣고, 겨우 끼니를 해결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리고 깨달았다. 한겨울 추위보다 더한 건 마음에 부는 바람이란 걸. 남들처럼 돈과 명예를 좇느라 자신의 인생에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진짜 갖고 싶었던 건 아파트가 아니라 글 쓰는 삶이라는 걸 오십에 가까워서야 깨달았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낮에는 택배를 배달하고, 저녁에는 꾸벅꾸벅 졸면서 휴대전화에 글을 썼다. 그렇게 2020년 첫 책 『침입자들』을 출간했다. 이듬해에는 두 번째 책 『파괴자들』도 출간했다. 하지만 택배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인세만으로 먹고살기엔 여전히 삶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가는 이제 한겨울 아파트 화단의 경계석에 앉아 울지 않는다. 내 팔 내가 흔들어 먹고사는 노동자의 삶이, 밤마다 소주 한 잔을 곁에 두고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이 자신에게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렇게 노동자이자 작가로 살아가는 정혁용 작가가 기록한 바람 부는 일상의 순간들이다.“레이먼드 챈들러는 쉰한 살에 첫 장편을 냈지.나도 아직 늦지 않았어.”건설업체 사장, 술집 주인, 그리고 택배기사… 삶의 끝에서 마주한 소설가의 마음정혁용 작가는 제법 큰 장편소설 공모전에 두 번 도전했다가 두 번 떨어졌다. 그 뒤 다섯 군데 출판사에 투고했다. 나는 그 출판사 다섯 군데 가운데 한 곳에서 책을 만드는 편집자였다. 아직도 기억한다. 정혁용 작가가 투고 원고를 보내면서 적은 단 두 줄의 문장을.“첫 줄, 첫 장을 읽고 재미없으면 휴지통에 버리셔도 됩니다. 출간 관련이 아니면 회신은 주지 않으셔도 되고요.”기분이 좀 상했다. 전형적인 도발. 이래도 네가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있겠냐, 하는. 혀를 내밀고 있는 얼굴도 모르는 작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지만 다행히 나는 제법 현명한 편에 속하는 사람이라 이런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첫 장은커녕 첫 줄도 읽지 않고 바로 휴지통에 넣는 거다. 물론 답장은 하지 않는다. 나는 그날, 새벽까지 원고를 다 읽었다.다음 날, 지리멸렬한 회의 몇 개를 간신히 버티고, 사장님과 함께하는 긴 점심 식사도 마친 다음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두어 번 가는가 싶더니 목소리 칼칼한 아저씨가 성의 없게 전화를 받았다.“예, 택뱁니다.”주변 소음이 그대로 들리는 걸 보니 질 나쁜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는 게 분명했다. 그 잡다한 소리들이 전화를 끊을 때까지 계속 신경을 건드렸지만, 그보다도 더 성의 없는 작가의 대답이 자꾸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도중에 끊지 않고 끝까지 통화를 나눴다. 투고하신 소설의 출간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고. 지금까지 책을 만들면서 가장 잘했던 일 열 개를 꼽으라면 그중 여덟 번째 정도는 되는 일이었다.택배가 일찍 끝나는 월요일 오후에 신림에서 만난 작가는 아내를 대동하고 왔다. 경상도 남자였다. 말이 길지 않았는데, 중간중간 자꾸 조크 같은 걸 던져서 더 알아듣기 힘들었다. 자세를 곧추세우고 의자를 가까이 끌어당긴 아내가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작가도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레이먼드 챈들러를 좋아한다고 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파이프를 문 레이먼드 챈들러의 얼굴을 떠올렸다. 눈앞에 앉아 있는 작가와는, 너무 이질적이었다. 그래도 앙다문 입술과 흔들리지 않는 시선에서 그가 살아온 세월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과거에 대해 조금이나마 듣게 된 건 책을 두 권이나 함께 내고도 1년이 지난 뒤였다.“여러 직업을 거쳐 좌절의 끝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난 게 택배였다.육체노동은 처음인데다 강도도 커서 매일 체력의 한계치를 넘나들었다.간혹 눈물이 흘렀고 열린 창틈 사이로 바람이 불었다.”묵묵하게, 건조하게, 매일 반복되는 택배 노동자의 일상에 대한 가장 인간적인 기록 그의 첫 소설 『침입자들』은 비범한 능력을 전투 능력을 지녔으나, 어떤 상처에 때문에 과거를 숨기고 사는 택배기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독자들의 평이 나쁘지 않았다. 택배기사의 일상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고 했다. 택배기사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지 몰랐다며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독자도 있었다. 그럴 수밖에. 실제로 택배기사가 자기 힘들게 일한 얘기를 소설적으로 풀어냈으니.바닥까지 간 줄 알았는데, 더 바닥이 있더라는 얘기를 주식쟁이도 아니고 코인쟁이도 아닌 택배기사로부터 들었다. 그래도 이제는 인이 박여서 힘들지 않게 한다고 했다. 요령이 생기니 때로는 정말 쉽다고 했다. 거짓말 같았다. 전화를 걸면 항상 숨을 헐떡이고 있었으니까. 블루투스 성능도 안 좋은데, 숨까지 헐떡이니 제대로 된 통화를 하기가 힘들었다. 통화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 계단을 오르내리고,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엘리베이터도 타는 바람에 같은 얘기를 여러 번 해야 했다. 간혹 짜증이 났지만, 사무실 의자에 편히 앉아 손가락만 움직이는 나로서는 인내하는 수밖에 없었다(물론 발밑으로는 항상 뱀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책을 만들면서 가장 잘했던 일 열 개를 꼽으라면 그중 일곱 번째 정도는 되는 일이었다.문예 계간지 《에픽》에 정혁용 작가가 실은 택배기사의 일상과 어려움에 대한 원고 「죽지 않고 눈뜰 때」를 약간 매만져 이 책에 부록으로 실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 택배기사들을 인터뷰한 내용인데, 먹고사는 일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 또 소설이 현실의 고단함을 얼마나 아름답게 미화시키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법하다. 정혁용 작가는 지금도 택배일을 하고 있다.“올해 저는 쉰둘, 다시 뭔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일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이렇게 살기에는 너무 많이 남은 나이입니다.”오늘도 노동자로서, 작가로서 삶을 지속하는 정혁용 작가가 기록한 웃픈 택배일지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했다. 뜯어말렸다. 수많은 작가를 만났지만, 진짜 전업 작가로 사는 이는 드물었다. 정혁용 작가처럼 육체 노동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창작이 아닌 다른 정신적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만 그나마 일반적인 생활이 가능한 게 작가의 삶이었다. 물론 듣지 않았다.이해했다. 그만큼 소설에 진심이었으니까. 새벽까지 택배를 돌리면서도 틈틈이 휴대전화에 글을 쓰고, 자는 시간을 쪼개 원고를 정리하는 그 열정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진심으로 응원했다. 원고 작성을 마치는 대로 최대한 빨리 검토하고 출간까지 밀어붙이기로 했다. 그의 앞길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종종 안부를 묻고, 가끔 소주잔도 부딪혔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말했다.“다시 택배 시작했습니다.”먹고사는 일에 장사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생각보다 소설도 잘 쓰이지 않았고. 잘됐다 싶었다. 창작이라는 게 쥐어짠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 그래서 에세이를 하나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어떤 인생의 굴곡을 거쳐 택배기사가 되었는지, 택배를 하면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 궁금했다. 평소 말이 많지 않은 작가라 귀로 듣는 것보다는 차라리 글로 보는 게 낫겠지 싶었다. 지금까지 책을 만들면서 가장 잘했던 일 열 개를 꼽으라면 그중 여섯 번째 정도는 되는 일이었다.그렇게 이 책이 나왔다. 거창한 얘기는 없다. 극적인 성공 신화도 없고, 돈 잘 버는 얘기도 당연히 없다. 하루하루 삿된 꿈과 희망을 품었다가 좌절하기를 반복하는, 그렇게 낮에는 노동자로 택배를 배달하고, 밤에는 작가로 소설을 한두 편씩 써내는 소설가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오십이 다 넘어서야 주어진 삶이 아니라 선택하는 삶을 살게 된 한국의 레이먼드 챈들러를 꿈꾸는 아저씨의 이야기가. 굳이 찾자면 에필로그에 적은 작가의 말처럼 “다만 ‘이렇게 살면 안 된다.’까지는 아니겠지만 ‘내가 이 작자 정도는 아니잖아?’라는 위로는 있을지 모르겠다.” 정도일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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