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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소까대왕 3 - 정찬주 장편소설 (커버이미지)
    [문학]아소까대왕 3 - 정찬주 장편소설
    • 정찬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12-27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에 탄생한 기념비적인 작품!담마(Dhamma)로 세상을 다스리는 전륜성왕의 현신,아소까대왕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소설, 《아소까대왕》(전 3권) 출간!한국과 인도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 반세기 동안 이어진 문화적·경제적 교류를 자축하고 앞으로의 상생을 도모하는 이 시기에, 양국 모두에게 매우 뜻깊은 책이 출간되었다. 불교의 본고장인 인도에서 다시금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이 융성케 하고, 외교 사신단을 통해 전 세계로 불교를 전했으며, 칼이 아닌 담마(Dhamma, 法)에 기대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보호했던 왕. 불교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군주상인 전륜성왕의 현신이라 불리는 아소까대왕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이 책은 한국문학의 거목이자 불교문학을 대표하는 정찬주 소설가가 칠십 년 생애를 바쳐 피워 올린 역작으로서 출간 전 연재 때부터 정찬주 문학의 백미라 불리며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대왕, 몽골제국의 칭기즈칸과 더불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히는 아소까대왕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당대 인도의 종교·문화·생활사, 나아가 불교가 인도를 넘어 세계 종교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까지 아우르기 때문이다.보통의 역사소설과 달리 이 책이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2,200여 년 전 대제국을 통치했던 ‘아소까’라는 인물의 일생을 통해 힘의 논리가 아닌 생명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평화와 공존을 위한 필수 덕목임을 재확인시켜 준다는 데 있다. ‘무엇이 개인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가?’ ‘무엇이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는가?’ 갈수록 퇴색하는 이러한 삶의 가치 문제를 여전히 신중하게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가슴 한편에 존재를 향한 선의지(善意志)를 움켜쥐고 사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 선한 마음을 꽃피우게 하는 잉걸불이 되어줄 것이다.왜 아소까대왕을 읽어야 하는가?세계사·종교사·불교사에 전무후무한 발자취를 남긴 군주이자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을 전 세계로 퍼뜨린 최고의 전법사아소까대왕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불교는 존재하지 않았다!인도 최초의 통일 제국이자 인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시기였던 마우리야왕조(BC 317∼BC 180). 마우리야왕조의 제3대 왕인 아소까대왕은 즉위 9년, 선왕들의 숙원이었던 인도 남동부 깔링가국 정벌에 나선다. 보병 60만 명, 기병 10만 명, 코끼리부대 9천 명을 이끌고 남하한 아소까대왕은 치열한 전투 끝에 마침내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돌아온 건 승리의 성취감이나 최강의 군주가 되었다는 자긍심이 아니었다. 대신 널브러진 수십만 구의 시체와 전장을 붉게 뒤덮은 피를 보며 그는 전쟁의 참상을 뼈저리게 느낀다. 아소까대왕은 더 이상 무력이 아닌 담마(Dhamma, 法)로 세상을 통치하리라고 선언한다. “나의 군사들이여, 나는 오늘 애지중지하던 칼을 다야강에 버렸다. 칼은 결코 나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놀라지 마라. 나는 오늘 이후부터 칼 대신 담마로 세계를 정복할 것이니라. 담마는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담마를 공포하여 알려야겠다. 나는 사람들에게 붓다의 가르침을 가르쳐야겠다. 그러면 사람들은 담마를 듣고, 담마를 따르게 되고, 그들 자신을 향상시키고, 담마를 받아들여 아주 달라질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나는 담마칙령을 공포해 왔고 많은 붓다의 가르침을 시달할 것이다. - 《아소까대왕》 3권 중에서불교에 귀의한 아소까대왕은 본격적인 담마 통치에 돌입한다. 수도 빠딸리뿟다성에 아소까라마(불교 사원)를 지어 날마다 6만여 명의 수행자들에게 공양하고, 잠부디빠(옛 인도 이름) 전역에 8만 4천 개의 절을 짓고, 삼보디(보드가야)와 룸비니를 비롯한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면서 가는 곳마다 석주와 탑을 세운다. 뿐만 아니라 아들 마힌다와 딸 상가밋따, 동생 비가따소까, 사위 악기브라흐마, 외손자 수시마를 출가시키고 전국에 담마 칙령을 공포해 백성들이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그에 따라 생활하게 한다.석가모니 붓다 시절과는 연대적으로 300여 년 정도 차이가 나는 아소까대왕 시절에도 불교는 이미 쇠락해 있었다. 브라만교나 자이나교에 비해 대우받지 못했을뿐더러 석가모니 붓다의 흔적조차 희미해진 상황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더욱 열악해져서, 인도에서 불교는 종교로서의 지위를 거의 상실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동아시아를 비롯해 서구 유럽에 오늘날까지 붓다의 가르침이 남아 있는 것은 전적으로 아소까대왕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각국으로 담마사절단(외교사신)을 보내 불교를 전파하고, 부처님 성지마다 석주와 탑을 세워 기록을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소까라마 3차 결집을 통해 최초로 빠알리어 삼장을 문자로 기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때 완성된 삼장이 스리랑카로 전승되어 붓다의 가르침이 원형에 가깝게 전승될 수 있었다.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지만, 만약 아소까대왕의 담마 정책이 아니었다면 불교는 세계 종교가 되기는커녕 인도의 고대 종교로서 진즉에 소멸했을지 모른다. 오늘날 인도의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 점에서 아소까대왕은 세계사·종교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더욱이 불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적 인물이다. 석가모니 붓다가 진리를 발견하고 깨달은 성자라면, 아소까대왕은 붓다가 남긴 진리의 파편을 후대로 전한 담마의 보호자 혹은 전승자이기 때문이다.99명의 이복형제를 숙청하고 왕좌에 오른 아소까,잔인한 피의 군주에서 담마의 실천자로 거듭나다!우리나라에 세종대왕이 있다면 인도에는 아소까대왕이 있다. 그만큼 인도 사람들에게 아소까대왕은 위대한 왕이요 성군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자비로웠던 것은 아니다. 왕조를 세운 할아버지 짠드라굽따, 정복전쟁으로 제국의 영토를 확장한 아버지 빈두사라의 기질을 물려받아 일면 잔인하고 무자비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작은 새들이 까마귀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새들을 위해 까마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무엇이 잘못입니까? … 아버지는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침략자나 죄인을 죽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 말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작은 새를 괴롭히는 까마귀는 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소까대왕》 1권 중에서훗날 아버지 빈두사라의 뒤를 이어 왕권을 장악한 뒤 그가 보여준 행보에서도 철권통치자로서의 면모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대관식 전후로 자신의 왕위 계승에 반대하는 이복형제 99명과 수백 명의 신하를 모조리 숙청한 것도 모자라, 왕위에 오르는 순간부터 전쟁의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절대로 그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오. … 고름 덩어리 같은 왕자들을 반드시 도려내고 말겠소.” “나는 잠부디빠를 통일할 것이오. 선왕께서 이루지 못한 깔링가국부터 정복할 것이오.” - 《아소까대왕》 2권 중에서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아소까대왕 역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면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의 내면에는 절대군주로서의 냉정함 못지않은 자애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 본성이 브라만 신분임에도 아지비까교 수행자와 불교 사문을 존경해 온 어머니 다르마 왕비, 사끼야족 후손으로서 어려서부터 불교 집안에서 자란 세 번째 부인 웨디사데비의 영향으로 알게 모르게 발현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스승이었던 목갈리뿟따띳사 사문, 부왕 시절 우연히 만난 우빠굽따 사문, 이복형이자 제1왕세자였던 수시마의 아들 니그로다 사문과의 인연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마침내 참혹했던 깔링가 전쟁이 끝나고, 칼이 아닌 담마로 세상을 통치하리라 선언한 후 아소까대왕이 보여준 행보는 그가 가진 선의지(善意志)가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자못 보살의 자비행에 비견할 만하다. 담마의 통치철학으로 사람은 물론 동물과 식물까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두루 아끼고 보살폈기 때문이다. 왕은 두 가지 종류의 의료진료소를 짓도록 하였다. 즉 사람과 동물을 위한 의료진료소였다. … 사람과 동물에게 적합한 약초를 구할 수 없는 곳은 어디든지 약초를 가져다가 심도록 하였다. … 사람과 동물들의 이익을 위해 길을 따라 우물을 파고 나무를 심게 하였다. 여기(마우리야왕국)에서는 그 어떤 살아 있는 생명들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죽여서는 안 된다. … 전에는 삐야다시 왕의 황실 요리실에서 매일 수백 수천 마리의 동물들이 요리를 위해 도살되었다. 그러나 이 담마칙령을 공포한 지금에는 단지 세 마리의 동물만이 도살되고 있다. … 이 세 마리의 동물들조차도 앞으로는 도살되지 않을 것이다. - 《아소까대왕》 3권 중에서이 책은 ‘아소까’라는 실존 인물이 잔혹한 피의 군주에서 자비로운 성군으로 탈바꿈하는 대전환 과정을 굵직한 사건과 주변 인물의 관계를 통해 극적으로 묘사한다. 역사적 사실(fact)에 작가적 상상력(fiction)을 불어넣음으로써 이야기 전개에 긴장감을 더하고,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인물의 심리 변화와 갈등,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펼쳐 보여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사료(史料)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생동감과 현실감, 이것이 문학(소설)으로 역사를 읽는 묘미이며 또한 《아소까대왕》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이다.아소까와 석가모니 붓다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간 시간,30년-250일간의 순례를 거쳐 마침내 피운 창작의 꽃!정찬주 소설가는 수십 편의 소설과 산문집을 펴낸 베테랑 작가이다. 그동안 법정 스님, 성철 스님, 수불 스님 같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을 소재로 한 불교소설과 다수의 명상적인 산문집을 집필해 왔다. 대표작으로 《시간이 없다》 《산은 산 물은 물》 《소설 무소유》 《인연》 《가야산 정진불》 《암자로 가는 길》 《선방 가는 길》 《불국기행》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이순신의 7년》(전 7권) 《나는 조선의 선비다》(전 3권) 같은 대하소설과 현대사의 비극인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광주아리랑》(전 2권) 같은 역사소설도 여러 권 펴냈다. 출간된 도서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찬주 소설가의 작가적 관심은 상당 부분 ‘불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찬주 소설가가 긴 세월 불교에 천착한 것은 우리 고유의 정체성과 역사의식을 형상화하는 작품이 한국문학의 주변부로 밀려난 현실을 돌아보며, 다시금 불교문학을 한국문학의 중심부로 회기시키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신념 때문이다. 《아소까대왕》 역시 그러한 작가정신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처음 책 구상을 시작한 이래, 저자는 30여 년간 15번(250여 일)이나 인도 순례를 다녀올 만큼 이 책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도의 동서남북을 종횡하며 아소까대왕과 석가모니 붓다가 남긴 가르침의 흔적을 가슴에 아로새겼다. 바야흐로 혼신의 세월과 절절한 발원으로 탄생한 책이 바로 《아소까대왕》이다. 이에 문학평론가 윤재웅은 시리즈 3권 끝에 실은 해설에서 ‘칠십 년 생애를 바쳐 마침내 피운 창작의 꽃’, ‘정찬주 문학의 결정판이자 백미’라고 평했다. “칠십 년 생애를 바쳐 마침내 피운 창작의 꽃! 평생토록 한국과 불교를 사랑한 작가가 이제 스스로 청산을 이룬 절대구경의 경지를 나는 여기에서 본다. … 나는 이 소설이 한국문학과 불교문학의 복합적 습합성을 추구한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백미(白眉)라고 믿는다.” - 윤재웅(문학평론가, 동국대학교 총장)‘모든 역사는 현대사다(All history is contemporary history).’ 이탈리아 역사가 베네데토 크로체(Benedetto Croce, 1866~1952)의 말이다. 역사는 과거에 일어난 일 자체라기보다 현재의 관점에서 불러내고 해석한 과거라는 의미이다. 이 말에 빗대어 보면, 《아소까대왕》은 소설가 정찬주가 해석하고 재창조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역사다. 여기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붓다의 가르침, 곧 생명중심사상을 삶의 제일 가치로 지향하길 바라는 불교작가 정찬주의 염원이 서려 있다. 옅어져 가는 인류애를 향한 그리움에서 비롯되어 진정한 평화와 공존을 향한 희망으로 써 내려간 결과물이 이 책, 《아소까대왕》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종교가 무성한 오늘날이지만, 현실은 인류가 소망하는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쟁과 살상은 지구별의 생명과 평화를 무참히 훼손하고 있다. 국가이기주의가 난무하는 매우 위험한 세상으로 돌변하고 있는 까닭에 아소까왕이 더욱더 위대해 보이고 그립다. 이미 2,300년 전에 동물을 사랑하고 평화와 공존이란 통치철학으로 제국을 다스린 전무후무한 대왕이었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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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의 길 (커버이미지)
    [문학]악의 길
    • 그라치아 델레다 지음, 이현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12-27

    황폐한 마음을 열고 들어온 악에 운명을 내맡긴 존재들,되돌릴 수 없는 악의 길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진실여성 작가로서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라치아 델레다의 초기 대표작. 국내 초역. 황폐한 마음에 싹튼 악에 운명을 내맡긴 존재들이 지은 죄와 죄책감의 내적 갈등을 다룬 소설로, 이탈리아 본토와는 또 다른 사르데냐섬의 풍경과 문화도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어리석음과 모순, 그리고 격렬한 열정에 굴복한 사람들이 걷는 악의 길. 그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진실을 포착해낸 순간은 비윤리적인 사회의 공범으로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델레다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1896년 《악의 길》을 처음 발표한 이후 1916년까지 20여 년에 걸쳐 개작하면서 다면적이고 균형 잡힌 등장인물들을 사르데냐섬의 풍경과 문화 안에 녹여냈다. 작품 후반으로 갈수록 각 인물이 겪는 내적 갈등이 극대화되며, 실제로 소리 지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치지 못하는 절규 속에서 각자가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이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난다.거친 땅에 뿌려졌다가 우연히 싹을 틔운거짓과 배반, 허영과 기만의 소용돌이델레다는 사르데냐섬의 내륙지역인 누오로시에서 태어났다.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정교사에게 표준어인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라틴어 등을 배우는 동안 사르데냐 농민들의 삶과 그들의 도전적인 정신에 영감을 받아 단편소설을 쓰는 데 관심을 보였고, 이후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 델레다는 수많은 작품에서 독특하고 신비한 사르데냐섬의 풍경과 문화를 다루었는데, 이를 단순히 배경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사르데냐섬은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등장인물들의 삶과 감정에 대한 적절한 은유로 쓰인다. 192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고향인 외딴섬’에서의 삶을 맑은 물속처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피에트로는 갈아놓은 흙 속의 씨앗처럼 오래 잠을 잤다. 그 역시 신비하고 거친 땅에 아무렇게나 뿌려졌다가 우연히 싹을 틔우고 변덕스러운 날씨와 운명에 몸을 맡긴 씨앗이었다.그는 한밤중에 일어나 초막으로 들어갔다. 잿빛 안개가 낀 어둠이 고원과 계곡을 덮치고 해변의 산들까지 내려앉아 있었다. 해변에서는 바다의 포효 같은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76쪽)‘피에트로 베누’는 원초적이고 말수가 적으며 주변 풍경을 자신의 몽상이나 순간적인 열정에 성급히 이입하는 청년이다. 그는 ‘마리아 노이나’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는데, 마리아는 누오로시에서 알아주는 부유한 농부의 딸로 허영심이 있으며 탐욕스럽다. 일을 막 시작할 때만 해도 피에트로는 마리아의 사촌인 ‘사비나’를 사랑한다. 하지만 우연한 엇갈림을 매몰찬 거절로 여겨 괴로워하고, 그 순간 다른 친구 ‘로사’가 “피에트로 베누. 마리아는 사비나를 질투해요”라고 던진 농담에 사로잡혀 마리아를 사랑하게 된다. 마리아는 비천한 출신의 하인들을 경멸하지만 피에트로의 적극적인 구애에 생긴 허영심이 점점 커져 위험한 열정에 자신을 내맡긴다. 부자가 되면 마리아와 결혼할 수 있다고 믿는 피에트로와 달리 마리아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 오래전부터 자신을 좋아한, 시의원이자 부유한 목동인 ‘프란체스코 로사나’와 결혼을 결정한다. 분노에 휩싸인 피에트로는 프란체스코를 죽여버리겠다며 숙모 집에서 몰래 권총을 챙겨 나오지만,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억울한 일에 휘말려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그는 권총을 쏘았다. 총소리가 골짜기의 불안한 침묵을 깨뜨렸다. 곧이어 사방이 다시 조용해졌다.그는 격렬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 벌써 범죄를 저지른 것만 같았다. 불현듯 정신을 차렸고 사악한 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다시 길을 걸었다. (……) 그는 구름이 여기저기 떠 있는 신비한 하늘 아래에서 걷고 또 걸었다. 때로는 어두웠다가 때로는 도망치는 달이 남긴 푸르스름하고 희미한 빛에 모습을 드러내는 거친 오솔길이었다.”(192∼193쪽)결정적인 순간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어디에서 걸음을 멈출까?”라고 외치는 피에트로. 절망적으로 방을 서성이며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되뇌는 마리아. 선과 악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는 실타래처럼 엉켜 있고, 등장인물 모두가 부도덕의 공범으로 살아간다. 미끄러운 장대 끝에 스카프, 치즈, 가방, 신발 등을 달아두고 끝까지 올라가기만 하면 모두 차지할 수 있는 장면에서, “낫날 조각을 발에” 묶는 반칙을 저지른 사람은 높은 곳에 도달해 원하는 것을 얻고, 정직하게 “맨발로 기어오르려고 애쓴” 사람은 미끄러지기만 한다. 사람들은 반칙한 사람을 비난하거나 그를 닮으려 하고, 혹은 그저 관망할 뿐이다. 《악의 길》에는 주인공인 피에트로와 마리아뿐 아니라 아주 잠깐 등장하는 목동들까지도 자신들이 지은 죄가, 혹은 저지르고 싶은 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구는 이상한 논리를 동원해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고(“도둑질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지요!”), 누구는 절망하며(“주여, 그 징벌이 너무 가혹합니다…….”), 누구는 침묵한다(“목동들은 두려움과 비겁함으로 침묵했지”).되돌아갈 수 없는 한복판에서 꽉 쥔 주먹움켜쥐고 있는 건 외면, 혹은 진실소설 말미. 끔찍한 진실을 마주한 마리아는 발버둥 치며 괴로워하다 끝내 “피에트로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과 연관” 짓는다. 떠올리는 건 예전에 봤던 죄수들의 행렬이다. “함께 사슬로 묶인 채 둘씩 둘씩” 나아가던, “같은 쇠사슬에 묶여 같은 형벌의 장소”로 향해 가던 모습. 델레다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서 돌아가 수 없는 길 한복판에 인물들을 데려온 후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알려준다. 그 상태로 어디로든 나아가라 재촉한다. 이 지점에서 《악의 길》은 단순히 사랑과 배신, 분노와 범죄 이야기를 넘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삶으로 스며든다. 사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도 부도덕의 공범이 아니냐고, 내면에 감추고 있는 거대한 모순과 욕망이 있지 않냐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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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진 : 세 번의 봄 (커버이미지)
    [문학]안진 : 세 번의 봄
    •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12-27

    젊은작가상 대상,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다른 사람》, 《화이트 호스》, 《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의 신작 단편집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스무 번째 책인 《안진: 세 번의 봄》이 출간되었다. 《안진: 세 번의 봄》은 장편소설 《다른 사람》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단편소설 〈음복〉으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 매김한 소설가 강화길의 신작 단편집이다. 앤솔로지와 문예지에 발표했던 기수록 단편 〈산책〉〈비망〉〈깊은 밤들〉이 실린 이번 단편집은, 안진이란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은 안진 3부작’이다. 작가는 세 번의 봄을 배경으로 안진이란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 편의 가족 이야기, 그중에서도 사랑과 미움이 범벅된 모녀의 이야기를, 특유의 서늘하고 긴장감 넘치는 문장과 죽음과 삶을 아우르는 스릴러적 서사를 양손에 그러쥐고 치밀하게 그려낸다. 세 개의 단편은 울퉁불퉁하고 서늘하게, 뾰족하고 긴장감 있게 우리를 안진이라는 도시의 이야기 속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곳엔 길을 헤매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아 나서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사라졌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여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세 번의 봄을 지나, 네 번째 봄을 기다리면서.“엄마 때문에 내 딸을 잃어버렸다.” 〈깊은 밤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며칠 뒤,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손녀가 보낸 크리스마스카드에 ‘건강하세요’가 ‘건강하새요’로 적혀 있었다는 것. 엄마는 ㅔ와 ㅐ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에 대해 계속 설명한다. 나는 엄마의 말을 자르며 말한다. “엄마. 나한테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 그리고 택시도 잡히지 않는 늦은 밤, 나는 딸의 손을 잡고 결국 집을 나선다. 몇십 년 동안 엄마에게서 상처받은 채 가슴에 고여 있던 말을 오늘만은 해야 했다. 엄마가 내 딸에게만큼은 손도 대지 못하게 해야 했다. 어린 딸은 할머니가 알려준 길이라며 지름길로 나를 이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아이를 잃어버린다. 엄마 때문에. 〈깊은 밤들〉은 수십 년에 걸친 ‘엄마’와 ‘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끝내는 건, 아니 새롭게 시작하는 건 딸이자 손녀인 ‘아이’다. ‘모녀 삼대’의 이야기지만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이 소설에서 보아야 하는 건 ‘사실’보다는 ‘진실’이고, 지금 막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것보다는, 지금까지 쭉 잃어버려 왔던 것들이다. 엄마를 미워하며 클 줄 알았던 딸은, 나 같은 인간이 될 줄 알았던 딸은, 그렇게 자라지 않았다. 그것이 주는 위안과 감동이 너무 커서, 우리는 모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깊은 밤으로 천천히 빠져들 수밖에 없다.“나는 엄마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비망(備忘)〉그녀는 이혼 후 딸을 혼자 키워야 했고, 위자료 때문에 전남편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으며, 직장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했다. 더불어 그녀는 부모의 이른 죽음, 40대 초반에 찾아온 갑상샘암이라는 느닷없는 폭발들을 맨몸으로 겪었다. 하지만 그 고비들은 그녀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다음 결혼식에는 뭘 입어야 하지? 재킷? 원피스? 그것이 그녀의 삶이었다. 가볍게 웃고, 떠들고, 새 옷을 사고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고, 예쁘다는 말을 듣고 좋아하고, 또 좋아하고… 그녀의 삶의 범위는 오직 아는 사람들과 아는 장소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딸은 말했다. “벽돌로 쌓은 성.” 그녀가 여행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건 당연했다. 〈비망(備忘)〉은 그런 그녀가, 지난 1년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지내온 그녀가, 집 밖으로 나와 살아생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보고, 체크인을 하고, 출국 심사를 받고, 딸을 이해하는 이야기다. “우리 딸. 걔는 나를 참아 주지 않더라고.” 〈산책〉 다슬기를 잡기엔 아직은 추운 4월, 종숙 언니는 영애 씨에게 다슬기를 잡으러 가자고 말한다. 오랜만에 집에 오는 딸이 다슬기 수제비를 좋아한다고. 영애 씨의 마음이 움직인다. 지난가을 죽은 딸 얘기를 영애 씨가 아무리 말해도 종숙 언니만이 영애 씨를 똑같이 대해줬기 때문이다. 한참이나 물속을 들여다봤지만 다슬기는 없다. 그런데 영애 씨가 더 가지 말라고 말해도, 종숙 언니가 조금씩 더 깊은 물로 들어간다. 영애 씨가 팔목을 붙잡고 나가자고 말하는데도, 종숙 언니는 고집스레 물속의 어딘가를 응시한다. 그리고 그 순간, 영애 씨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린다. 거대한 철문이 움직이는 듯한, 알 수 없는 존재가 지켜보는 기분. 머리 위에서. 두 사람은 함께 물속으로 떨어진다. 집에 가는 길에 종숙 언니는 말한다. 사실 오늘 딸이 집에 안 온다고. 영애 씨도 입을 연다. 사실 자기 딸도 자기를 싫어했다고. 죽기 전까지 계속 그랬다고. 〈산책〉의 화자는 영애 씨의 딸인 죽은 ‘나’다. ‘나’는 목소리로만 남은 채, 엄마 영애 씨와, 영애 씨의 친구인 종숙 언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사랑과 애증이 섞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떠나지 못하는 모녀의 이야기를.소설을 쓰는 게 항상 더 중요했기 때문에더 제대로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실 언제나 늘 이 생각만 한다. 벚꽃을 보며 산책을 하고, 채소를 가득 넣은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고, 지치지 않고 책을 읽는 것. 쓰는 것. 계속 쓰는 것. 삶이 더 단순해졌으면 좋겠다. _작가의 말에서어떤 소설은 작가의 말을 끝으로 완성된다. 작가의 말이 꼭 화자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안진: 세 번의 봄》이 그렇다. 지치지 않고 책을 읽겠다는 말이, 계속 쓰겠다는 말이, 삶이 더 단순해지면 좋겠다는 말이, 화자의 목소리에 실려 우리 가슴속에 스며든다. 결국 소설을 쓰는 게 항상 더 중요했다는 그 말이, 결국 내 삶을 사는 게 항상 더 중요하다는 말이 되어 가슴에 콕콕 박힌다. 《안진: 세 번의 봄》 속 세 편의 이야기는 화해도 아니며, 봉합도 아니다.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무언가를 더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인물들을 움직인다. 여자들을. 딸과 어머니들을 걷게 한다. 봄 가까이로 말이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이 세 편의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강화길 작가가 영원히 계속 소설을 쓰면 좋겠다고,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고 말이다. 작가님 당신의 네 번째 봄을, 다섯 번째 봄을, 영원히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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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의 심장 가까이 (커버이미지)
    [문학]야생의 심장 가까이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12-27

    ‘스스로 빛을 지닌 말’을 찾아 떠난 첫 번째 여정,이후의 브라질 문학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데뷔작언어로 빛을 창조하려 했던 작가가 내뿜은 첫 번째 광휘1943년, 브라질의 무명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는 인세 대신 책 100부를 받는 조건으로 첫 장편 소설 『야생의 심장 가까이』를 출간했다. 이듬해 이 소설은 브라질 문학계를 완전히 뒤흔들었고, 그해 최고의 데뷔 작품에 주어지는 그라샤 아랑냐상을 수상했다. 문학계 인사들은 그녀에게 ‘허리케인’이라는 별명을 붙였다.이 작품이 충격을 안겨 준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과감한 천재성 때문이었다. 심지어 막 작품을 탈고한 리스펙토르 본인도 이 작품이 소설이 아니라 메모 뭉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그녀의 연인이었던 작가 루시우 카르도주는 ‘이것은 새로운 문학’이라며 그녀를 간신히 설득했고, 제임스 조이스가 쓴 『젊은 예술가의 초상』 속 한 구절을 이 작품의 제목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몇몇 비평가들은 버지니아 울프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스펙토르는 그때까지 조이스와 울프를 읽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고, 자신의 스타일은 정밀한 무의식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대답했다.이후 사람들은 이 놀라운 데뷔작에서 더 많은 작가들의 흔적을 읽어 냈다. 페르난두 페소아,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그 총합이 바로 이 작품의 정수였다. 하지만 『야생의 심장 가까이』는 단순한 모자이크가 아니라 서로 다른 곳에서 모은 것들을 모두 녹이는 용광로였다. 재료들이 불타고 녹으면서 피워 내는 빛과 열이 이 작품의 진정한 형태였다. 리스펙토르를 번역하면서 ‘빛에 피폭’되었다고 말한 배수아 작가의 후기는 이 작가만의 특별한 매력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실제로 『야생의 심장 가까이』의 논리적 도약과 시적 묘사, 성경 속 서신처럼 응축된 선언 등은 유럽 모더니즘 문학보다 강렬하고 과감하다. 작품 속 사고의 궤적은 의식의 흐름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작품들만큼 위태로운 커브를 그리고, 리스펙토르의 비유는 우리가 알던 단어들을 생경한 방식으로 충돌시킨다. 마치 화려한 원색으로 가득한 꿈 또는 무의식 속으로 위험하리만치 빠르게 빠져드는 듯하다. 특히 다른 작품에 비해 유독 이미지를 통한 비유를 많이 사용한 『야생의 심장 가까이』는 리스펙토르가 남긴 가장 감각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리스펙토르의 시작이자 모든 것한편, 『야생의 심장 가까이』는 리스펙토르의 작법과 세계관을 조망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의 작품들이 틔우게 될 씨앗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속에는 리스펙토르 특유의 전개 방식, 즉 안온함 속에서도 불안의 징후를 찾아내는 천부적인 감각과 그 불안 속에서 홀연히 시작되는 철학적 독백, 또 그렇게 달라진 인식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나는 세계의 풍경이 반복해 등장한다. 그리고 그 풍경과 사색들은 완전히 해설되지 않고 수수께끼인 채로 남겨진다. 이 수수께끼에 대해 작품의 주인공 주아나는 생각이 언어로 정리되는 순간 그 생각이 생명력을 잃기 시작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리스펙토르 자신의 세계관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녀가 문장과 문단 틈에 뚫어 놓은 구멍은 언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저 너머의 세계를 직관적으로 엿볼 수 있도록 준비된 창문이다. 그녀가 추구하는 목적지는 언어가 아니라 언어의 구멍을 통해서만 목격할 수 있는 것이었다.『야생의 심장 가까이』는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주아나를 통해 이 주제 의식을 열렬히, 또한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방황의 끝에 다다른 주아나가 10여 페이지에 걸쳐 읊조리는 독백은 이후의 리스펙토르 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가 된다. 그 독백은 스물세 살의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진 예언이었고, 그 예언에 따라 ‘리스펙토르 문학’이라는 우주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신비한 작가를 알아 가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단서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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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장의사의 일기 (커버이미지)
    [문학]어느 장의사의 일기
    • 아오키 신몬 지음, 조양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12-27

    일본 영화 최초로 제81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의 원작 소설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사자死者를 마주하며 삶의 의미를 되묻는 한 납관부의 체험적 기록생生과 사死를 함께 떠올리며 꼭 읽어봐야 할 명상의 책!1993년 일본 출간 이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 『어느 장의사의 일기(원제: 납관부 일기納棺夫 日記)』는 저자 아오키 신몬이 1973년 현재의 관혼상제회사에서 납관부로 일하면서 쓴 일기를 옮긴 작품으로 저자가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되묻는 아름다운 영혼의 기록이다. 납관부는 죽은 사람을 깨끗하게 씻겨서 마지막 작별의 화장을 해주고, 영원한 여행을 떠나기 위한 의상을 입혀 입관入棺하는 사람을 말한다. 장례회사에서 10년간 납관부로 일한 저자는 “납관부는 시체 처리사가 아니라, 죽은 이가 안심하고 사후의 세계로 갈 수 있게 돕는 사람”이라고 한다. 저자는 계속 납관부로 일하면서 이해하지 못하던 편안한 삶의 시심詩心을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 “깨달음이라는 것은 여하한 경우에도 태연하게 죽는 것이라고 여긴 것은 잘못이었고, 깨달음이라는 것은 여하한 경우에도 태연하게 사는 것이었다”라는 말을 체득하게 된다. 『어느 장의사의 일기』가 빛나는 작품이 될 수 있던 것은 한순간 체험한 삶의 소중함이 빛처럼 선명하게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사자死者를 응시함으로써 바라보는 삶의 본원적인 빛죽음과 만남을 통해 얻게 된 진실의 지혜유년의 원原체험은 인간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준다. 저자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납관부가 되어 염습과 입관을 계속한 이유는 어린 시절 겪은 죽음의 체험 때문이었다. 저자가 부모를 따라 구 만주(지금의 중국 동북부)로 건너간 것은 네 살 때였다. 전쟁은 여덟 살 때 끝났다. 현지에서 태어난 여동생과 남동생은 철수를 기다리던 난민 수용소에서 차례로 죽어갔다. 저자의 어머니도 발진티프스로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었기에 저자 혼자 시체가 쌓여 있는 곳에 여동생과 남동생의 주검을 버리고 와야 했다. 저자는 “내가 입관 일을 택한 것도, 그리고 숙부의 나무람을 귓전으로 흘려들으며 일을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도 마찬가지이리라. 동생들의 주검을 화장터에 내려놓고 직립부동으로 선 채 입술을 앙다물고 올려다본 하늘이, 묘하게도 환하고 해맑았던 소위所爲였던지도 모른다”고 밝힌다. 아오키 신몬은 『어느 장의사의 일기』에서 유년의 체험과 사자死者를 똑바로 응시하며 우리가 상실한 삶의 본원적인 빛을 회복시키려 한다.저자 역시 죽음을 외면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저자의 인생은 깊은 허구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때까지 저자의 삶은 실패의 연속이었고 아기의 분유조차 살 수 없는 처지였다. 저자가 기회를 얻은 것은 바로 밑바닥에 떨어져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신문에서 관혼상제회사 사원 모집 광고가 눈에 띄었다. 저자는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지원했고 죽음과 만남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한 시신은 온몸이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어 좀처럼 수의 소매에 팔을 끼워 넣을 수 없었다. 다른 시신은 허리가 굽어 있어 관의 뚜껑을 덮을 수 없었다. 무릎을 누르면 이마가 튀어나오고, 이마를 누르면 무릎이 튀어나왔다. 게다가 죽음과 시신을 꺼리는 시선이 있었다. 저자 역시 몇 번이나 일을 그만두고 싶어 했지만 “나 자신이 죽음을 어떻게 대처할지 납득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여러 고비를 넘겼다.“죽음을 기피해야만 할 악으로 인식하고 생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는 오늘의 불행은,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 앞에서 절망적인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중략)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사회적인 통념에 무리가 있었다. 장의사의 사회적인 지위는 가장 밑바닥이었고, 그중에서도 입관 담당이나 화장 담당인 경우에는 죽음과 사체가 기피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남들이 꺼려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었다.”─본문 중에서저자는 이런 시선에 가로막혀, 부정의 세계에 발을 딛고 있는 것 같은 불안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스로가 죽음을 기피하는 생자 중심의 눈길을 지니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후 여러 시신과 만남을 통하여 내면의 어둠을 씻어냈다. 옛 연인의 아버지와의 만남은 결정적이었다. “오랜만에 염습과 입관 일거리가 들어왔다. 도쿄에서 도야마로 돌아와 처음으로 사귀었던 연인의 집이었다.” 저자는 옛 연인이 염습하고 있는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조용히 닦아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옛 연인의 맑은 눈동자에는 슬픔의 눈물이 가득 담겨있었다. 저자는 눈물이 가득한 눈동자에서 빛을 발견했다. 저자와 옛 연인은 깊은 슬픔의 눈물이 흐르는 한복판에서 재회하고, 눈물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을 차별하고 대상화하는 죽음을 외면하는 눈동자의 어둠을 말끔히 씻어주었다.어느 날 홀로 살던 노인의 시신을 입관했다. 이 노인은 죽은 뒤 구더기들과 함께 몇 달간이나 이불을 덮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 ‘생’의 시각으로서만 아니라 ‘생과 사’를 함께 바로 바라보는 저자로서는 노인을 입관한 뒤 구더기들을 쓸어내는 과정에서 구더기들이 붙잡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모습을 보고 구더기들도 빛의 생명이라는 사실을 깨우친다. “구더기도 생명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구더기들이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또한, 교통사고로 두 어린 자녀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젊은 어머니의 시신을 입관할 때, 그 집 마당에서 본 한 마리의 실잠자리에게는 몇억 년의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몇 주일이면 죽어버리는 조그만 잠자리가 몇억 년 전부터 뱃속에 한 줄로 알을 차곡차곡 쌓은 채 생명을 이어온 것이다. 그렇게 여기자 눈물이 그칠 줄 모르고 자꾸만 흘러내렸다.” 바로 죽음 앞에 함께 놓인 생명에 대한 감동이며 경외의 눈물이다. 저자는 시신과의 만남을 통해 생자 중심의 시선을 거두고, 진실에 한발 다가간 지혜도 얻는다. “날마다 시신만 바라보고 있노라면, 죽은 사람이 조용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그에 반해 죽음을 두려워하고 벌벌 떨면서 들여다보는 산 사람들의 추악함을 보게 된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죽음에 관해 제아무리 생자가 머리를 굴려보았자 닮았으되 닮지 않은 죽음의 이미지를 낳을 뿐이라 죽음의 개념은 현실적으로 죽음에 직면했을 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개념일 뿐이고, 인간은 죽음에 비춰짐으로써 삶이 빛나 보인다고들 하지만, 사실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생사를 초월한 빛에 조사照射되어 삶이 빛나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어느 장의사의 일기』는 2008년 타키타 요지로 감독의 영화 의 원작이기도 하다. 영화 는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일본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이와 동시에 인터넷 서점 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독자와 관객 모두에게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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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를 절에 버리러 (커버이미지)
    [문학]엄마를 절에 버리러
    • 이서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12-27

    ‘이전에 없던’ 엄마와 딸의 이야기자주 딸 같고, 가끔 엄마 같은 당신에게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는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하는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열일곱 번째 작품. 황산벌청년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이서수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엄마를 절에 버리러』는 서로를 부양하고 부양되는 세 모녀에 대한 소설 세 편과 작가 이서수의 ‘딸 같은 엄마’에 대한 에세이 한 편을 담고 있다. 출가를 결심한 엄마와 절에 가는 모녀의 여정을 담은 「엄마를 절에 버리러」, 화가 나면 늑대로 변하는 여자에 대한 소설을 쓰는 엄마의 이야기 「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 자가 격리를 위해 엄마와 딸 단둘이 모텔로 떠나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세 편의 소설은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노동과 돌봄의 차원에서 가감 없지만 무겁지 않게 그려낸다.인생의 룰렛에서 불행이 당첨되더라도당첨 없이 소원만 비는 인생이 끝까지 가더라도『엄마를 절에 버리러』에는 세 명의 엄마와 세 명의 딸이 등장한다. 첫 번째 모녀, 「엄마를 절에 버리러」의 딸은 어린 시절부터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십대 시절 친구들에게 콘돔을 팔아 번 돈으로 대학에 갔고, 연애보다는 일, 결혼이 아니라 아파트를 위해 달려왔다. 그러나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모든 게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기나긴 투병 생활과 오래된 가난에서 ‘아버지를 해약’하는 대신 평생을 모은 적금을 해약하기를 선택한 후 딸에게 남은 건 갚아야 할 빚과 육십대가 된 엄마뿐이다. 그런데 아빠의 장례식에서 엄마가 난데없이 절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다. 빚과 엄마가 있는 삶과 빚뿐인 삶. 무엇이 더 나은지 결정하지 못한 채로 딸의 ‘엄마를 버리러’ 가는 길이 시작된다.버스에서 내려 곧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여기까지 온 김에 바다부터 보자고 말했지만 엄마는 들은 척도 안 했다.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를 알려주는 엄마의 표정이 무겁고 진지해서 나도 결국 입을 다물었다. 엄마는 배낭을 품에 안고 두 손을 맞잡았다. 엄마의 주름진 손가락과 검버섯 핀 손등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문득 우리 가족의 말로가 왜 이렇게 된 걸까 싶어서 코끝이 시큰거렸다.(「엄마를 절에 버리러」, 32쪽)두 번째, 「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의 모녀는 단둘이 산다. 보증금 4천만 원에 월세 30만 원, 붉은 벽돌로 지은 다가구 주택 1층이 그들이 사는 곳이다. 딸은 퇴근 후 부업으로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쓴다. 월세 정도는 벌 수 있을 것 같아 공모전에 지원하고 밤을 새워 소설을 쓰는 일도 부지기수다. 소설 쓰기를 좋아하지만 돈이 되기 때문에 쓴다. 엄마는 딸의 소설을 전부 읽는 것으로 딸을 응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딸에게 자신이 쓴 소설을 읽어보겠냐며 제안한다. 엄마는 배움이 짧은 것이 평생의 콤플렉스라 딸의 소설뿐만 아니라 책, 잡지, 티브이까지 섭렵하며 온갖 지식을 배웠다. 그런 엄마가 쓴 소설의 제목은 “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 화가 나면 늑대로 변하는 육십대 여성 ‘김수련’의 사랑 이야기다. 딸은 엄마의 이야기를 읽고 당황한다. “왜 하필 늑대로 변하는 여자와 과거엔 남자였던 여자의 사랑 이야기인가” 싶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김수련’은 엄마의 분신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나는 문서가 열리길 기다리며, 은빛 털을 휘날리는 암 늑대로 변한 엄마를 상상했다. 그 등에 올라타 털을 꼭 쥐고 있는 어린 나의 모습도……. 엄마가 달릴 때마다 나는 위아래로 들썩이고, 엄마의 털을 더욱 세게 거머쥔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함께 가려고. 바람을 가르며 우리는 함께 달린다.눈을 뜨니 엄마가 쓴 사랑의 세계가 화면 가득 펼쳐져 있었다.(「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 85쪽)「있잖아요 비밀이에요」는 엄마 ‘김월희’와 모텔로 떠나는 딸 ‘서한지’의 이야기다. 호텔이 아니라 모텔이고, 호캉스가 아니고 자가 격리를 위해서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어느 날 ‘김월희’와 함께 사는 사위 ‘차기훈’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다. ‘차기훈’은 정부 방침에 따라 자택 치료를 해야 했는데 화장실이 하나뿐인 것이 문제가 된다. 확진자인 ‘차기훈’을 집에서 내보낼 수도 없고 완전한 격리도 불가능한 상황. ‘서한지’는 서둘러 자가 격리자를 위한 숙소를 알아보지만, 현실적인 문제 앞에 결국 그들이 향한 곳은 대학가 근처의 저렴한 모텔이다. 서한지는 집을 향해 걸어갔다. 김월희가 끄는 캐리어 바퀴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서한지는 문득 김월희가 낮 동안 모텔 방에서 무얼 하며 시간을 보냈을지 궁금해졌다. 서한지는 김월희에게 물었고,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던 김월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_「있잖아요 비밀이에요」, 130쪽듣기 싫은 음악을 참고 듣다보면언젠가는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처럼‘엄마를 절에 버리러’ 가는 길이란 애초부터 시작된 적이 없다. 딸은 엄마와 함께 회를 먹어야지 결심하고, 밤이 되면 함께 불꽃놀이를 하기 위한 폭죽 세트를 사고, 배낭에는 속옷을 챙긴다. “여행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처음부터 여행이었던 것이다. 엄마의 부양을 받던 딸은 이제 ‘엄마의 엄마’가 되어 엄마를 부양한다. 어느새 뒤집힌 부양 관계에서 엄마는 딸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딸은 엄마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다만 우리의 모녀는 이러한 ‘다정한 책임감’을 돈과 경제라는 현실적인 이야기 뒤에 숨김으로써 이전의 전형적인 가족 서사와 구분되는 ‘가정 경제 서사’를 보여준다.이서수의 소설에는 감정적인 분노도, 울부짖음도 없다. 건조하게 나열된 불행의 상황은 “주거와 노동과 지갑 사정이 곧 인물 자신”(해설 안서현)이 되고 마는 현실을 보여줄 뿐이다. 이렇듯 집도 없고, 노후 대비는 꿈도 못 꾸고, 복권은 사는 족족 천 원짜리만 당첨되곤 하는 ‘현실적인 소설’이지만, 팍팍한 현실을 살게 하는 ‘설탕 한 숟갈’이 이서수의 소설에는 있다. 이서수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 즉 “엄마의 귀여움이라는 치트키”(해설 안서현)를 발동함으로써 현실의 쓴맛에 고통스러워하는 독자의 손바닥에 ‘설탕 한 숟갈’을 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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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자와 달빛 (커버이미지)
    [문학]여행자와 달빛
    •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12-27

    병적이고 어두웠으나 그립고 달콤했던,덮어두었으나 결코 희미해진 적 없던 시절에 대하여20세기 헝가리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세르브 언털의 문제작이자 마지막 소설. 국내 초역.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 앞에 남편 ‘미하이’의 옛 친구가 나타나고, 급격히 과거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간 미하이는 한순간의 실수로 아내 ‘에르지’와 다른 기차에 오르는데……. 사라졌다고 생각한 어린 시절의 고통과 열망이 은밀하고 매혹적인 메타포들로 몸 바꿔 되살아나고, 유혹의 순간을 지나야만 닿을 수 있는 ‘자기만의 삶’ 앞으로 서서히 독자를 잡아끄는 기묘하고 독특한 소설. 작가이자 저명한 문학비평가였던 세르브 언털이 문학 세계의 정점에서 쓴 작품으로, 그의 인생 전체가 등장인물 설정, 동성애적 관점 등의 모티프가 되어 소설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유대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작품 활동에 직간접적인 제약을 받았으나, 최근 몇십 년간 동시대 작가인 마러이 샨도르와 함께 재평가받고 있다. 영국 BBC에서 주관한 ‘빅 리드’의 설문조사를 통해 레프 톨스토이, 토마스 만 등과 함께 ‘헝가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100선’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헝가리의 저명한 문학사가인 터랸 터마시가 출판한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헝가리 소설 303권》에는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포함되기도 했다. 또한 2022년에 한 월간지가 발표한 ‘외국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헝가리 작품’ 목록에서는 네 번째로 선정되는 등 ‘반드시 읽어야 할 헝가리 소설’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되었고, 최근까지도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며 강인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우연과 선택, 망각과 기억, 죽음과 삶……경계에 선 여행자들을 위하여신혼여행으로 이탈리아에 온 ‘미하이’와 ‘에르지’. 서로의 차이를 감내한 채 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여행을 이어나가는 부부 앞에 남편의 옛 친구인 ‘세페트네키’가 나타나 삐딱한 태도로 자기들만 아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떠난다. 미하이는 “그 일들을 알기 전까지 당신은 내 삶에서 어떤 의미로는 항상 신인(新人)일 뿐”이라며 고등학생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을 괴롭혔던 발작 증세, 그때 사귄 ‘터마시’, ‘에버’ 남매와의 야릇한 관계, 그들과 함께한 일탈과 자살 시도, 무리의 또 다른 일원이었던 친구들과, 정황을 알 수 없는 터마시의 자살까지……. 미하이는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진 이후 과거의 기억은 묻어둔 채 평범하게 살아왔고, 에르지와의 결혼으로 ‘중산층의 평범한 삶’을 완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세페트네키와의 만남 이후 과거의 기억이 다시 그를 휩싸기 시작하고, 미하이는 다른 도시로 이동하던 중 한순간의 실수로 에르지와 다른 기차에 오른다. 우연인 듯 운명인 듯 혼자가 된 미하이는 자신을 찾는 아내를 뒤로하고 옛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한편 에르지는 미하이를 찾기를 포기하고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데…….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은 서서 다니는 동안은 얼마나 피곤한지 알아채지 못하며, 앉았을 때에만 그것을 안다는 점이다. 미하이가 15년 동안 축적된 피로에 지배당하기 시작한 것은 테론톨라에서 원하지도, 의도하지도 않게 다른 열차에 올라탈 때였다. 에르지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고독과 그 자신을 향했던, 그 열차에 오를 때였다.(119쪽)세르브 언털은 어둠을 통해 빛을 이야기한다. 과거와 현재의 장면들이 교차하고,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사건들로 가득한 이 소설은 언뜻 꿈을 꾸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마침내 언털이 우리 앞에 남겨두는 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명징하다. 환상이 현실을, 우연이 선택을, 죽음이 삶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연한 사고로 페르시아인과 단둘이 남겨진 에르지가 자신의 본능을 깨달아 선택을 내리고, 미하이가 죽음의 공포를 느낀 다음에야 비로소 삶에의 의지를 확인한 것처럼 말이다.‘혼자 하는 신혼여행’이라는 아이러니한 여정의 끝에서 두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한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과정 역시 둘의 성격만큼이나 다른데, 미하이가 끝까지 가보지 못해 미련이 남는 길로 되돌아가 막다른 곳까지 다다른 뒤에야 거기에는 더 이상 길이 이어져 있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몸을 틀어야 함을 깨닫는다면, 에르지는 방향을 틀어 진입해본 적조차 없는 길로 얼마간 가본 뒤에야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찾는다. 함께 떠났고, 서로를 향했으나 혼자가 되어 서로를 등진 채 계속해나간 부부의 여정이 실패라고 할 수 없는 까닭은 끝내 자기 자신을 마주했기 때문일 테다. “떠난 자리로 돌아온 것 같지만 실은 아주 달라진 채로”(소설가 김화진 추천사).폐허 속의 들쥐처럼 그 또한 살아남을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살아남을 것. 인간은 살아 있어야 항상 뭔가가, 여전히 뭔가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382쪽)에버는 미하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단 몇 마디로 그의 지난 괴로움을 정리한다. “너는 터마시가 아니야. 터마시의 죽음은 오직 터마시에게만 해당되는 거였어. 모든 이가 자신만의 죽음을 찾기를.” 뒤이은 장면에서 미하이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앉아 다짐한다. 살아남겠노라고. 비록 “폐허 속의 들쥐” 같은 모습이더라도 “여전히 뭔가가 일어날 수 있는” 삶을 살아내겠노라고. 미하이는 마침내 일상으로 되돌아가지만, 독자는 이후로 펼쳐질 그의 삶이 이전과는 다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그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따를 테니까. 터마시의 죽음과는 별개인 자신의 삶을 택했듯이 말이다. 죽음과 삶, 환상과 현실, 우연과 선택, 과거와 현재가 어지럽게 뒤섞인 여행길에서 우리는 무엇을 이정표 삼아 걸어갈 것인가. 어스름한 달빛을 더듬어 나아가는 것은 여행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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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커버이미지)
    [문학]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12-27

    연재 2회 만으로도 조회 수 1만 회 돌파!저마다의 고민으로 눅눅했던 마음이 뽀송뽀송해지는 곳 지친 하루 끝에 만나는 위로의 공간, 여기는,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입니다.연재 2회 만으로도 전자책 베스트셀러 TOP 1위를 차지한 소설이 있다. “읽는 내내 위로받는 느낌” “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면 좋겠어요” “책으로 출판되면 꼭 소장하고 싶은 소설이네요. 사실 드라마나 영화로 더 보고 싶은 건 안 비밀.” 등 수많은 찬사를 받으며 연재 종료 시까지 밀리로드 소설 분야 1위를 유지했다.김지윤 장편소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전자책 구독 서비스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의 신진 작가 플랫폼인 밀리로드에 공개 일주일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연재 내내 1위를 유지하며 수많은 독자의 찬사와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끊이지 않는 요청으로 마침내 종이책으로 다시 태어났다.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시대, 사람 내음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마주하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연남동 한구석에 자리 잡은 24시간 무인 빨래방을 무대로 하여,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희로애락을 감동과 사랑으로 담아냈다. 진돗개와 사는 독거노인, 산후우울증에 육아 스트레스로 힘든 나날을 겪는 엄마, 관객 없는 버스킹 청년, 만년 드라마 작가 지망생, 데이트 폭력 피해자, 아들을 해외에 보낸 기러기 아빠, 그리고 보이스 피싱으로 가족을 잃은 청년까지…. 언젠가부터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에 온 손님들은 테이블에 놓인 연두색 다이어리를 통해 각각의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는다. 빙굴빙굴 빨래방의 비밀 노트(다이어리)에는 마음을 털어놓는 힘이 있다. 누군가가 고민을 적으면 누군가는 그 아래에 진심을 담아 위로의 글을 담는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듯, 슬픈 마음은 그저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줄어들며, 누군가 털어놓은 마음은 애정과 용기와 희망을 담은 댓글로 채워진다. 그렇게, 빨래방에 온 손님들은 누군가의 젖은 마음을 말려주고 누군가의 더러워진 기분을 씻어주며 어느새 마음도 함께 세탁되어 뽀송뽀송한 마음으로 문을 나선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공간에 보통 사람들이 모인 이곳은 사람이 모이고 감정이 모이고 저마다의 이야기가 모이며 어느새 사람들의 마음의 쉼터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이어리의 주인인듯한 한 남자가 등장하여 다이어리를 가지고 가려고 하고, 다이어리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된 이들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는데…. 사람의 정이 점점 그리워지는 요즈음, 투박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누군가의 손 글씨처럼 이들의 이야기는 오롯이 사람들의 관계와 위로에 집중하며, 따뜻한 온기와 사람 내음을 느끼게 해 준다. ‘말할 곳이 없어 묵혀두기만 했던 그 마음을 말끔하게 씻어 내고 싶다면 이제는 문을 열어보세요. 여러분의 마음속에 지어진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의 문을요!’ (371쪽)작가는 연남동이 연트럴파크가 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어릴 적에는 마당에 나무 있는 집들이 즐비했던 이 동네가, 지금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젊음의 거리 홍대가 된 모습을 보았고, 그 속에서 간판을 내리는 작은 찻집과 서점, 건물을 지으며 부득이하게 떠나야 했던 원룸촌 사람들, 젊은이들 속에서 차 한 잔 마시러 갈 곳 없는 토박이 어르신들까지 보며 포근한 이불처럼 따듯한 이 이야기를 꼭 쓰고 싶었다고 한다.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모르는 사람들이 연남동 어느 빨래방에서 만나 서로에게 위로를 전해주는 이야기를 말이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우리 주변 어디나 있는 곳이다. 어디선가 포근한 섬유 유연제 시트 향이 느껴지면 그곳엔 당신만의 ‘빙굴빙굴 빨래방’이 문을 열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을 먼저 일어본 독자들의 감동 어린 찬사=========★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 공감 가는 현실…. 딱 넘치지 않게 마음을 위로해주네요. ★ 서로의 영향을 받고, 위로를 해주는 인물들의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 우리네 사는 이야기. 읽다 보니 눈물이 나네요. ★ 눈물 한 바가지 흘렸어요. 제가 이상한 건 아니죠? ★ 누구나 한번은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 ★ 건조기에서 막 꺼낸 이불처럼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공감 백배! 재미있게 봤습니다. ★ 우리 동네에도 이런 빨래방이 있을까요? 오늘 다이어리 사러 갑니다.★ 처음엔 훌쩍거리다가, 나중엔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네요. 이런 소설 처음이야.★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추천하고 싶어요.★ 어딘가 존재할 것 같은 곳, 나도 모르게 검색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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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옆집의 비혼주의자들 (커버이미지)
    [문학]옆집의 비혼주의자들
    • 김지서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12-27

    서른셋 무해한 비혼주의자 수진의 삶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이야기, 『옆집의 비혼주의자들』이 출간됐다.수진은 서울 강동구의 한 공립 중학교 국어교사이자 집안의 막내딸이며 무엇보다 비혼주의자다. 브런치에 비혼과 관련된 글을 연재하며, 필명은 페르소나 ‘블루스타킹’이다. 수진이 가진 원대한 꿈은, 비혼주의자들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여성 비혼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리하여 송파구 가락동에 보증금 1억, 월세 200 아파트를 구하고, 함께 살 비혼주의자 다섯 명이 모인다. “비혼 해서 행복한 웃음 많은 여자들,” 비·행·소·녀가 순조롭게 결성되고 수진은 이제부터 펼쳐질 파라다이스 같은 비혼주의 공동체에 대한 꿈과 기대로 가득 차는데…… 현실과 이상의 낙차는 너무 컸다.『옆집의 비혼주의자』는 비혼이라는 세계의 중심 혹은 가장자리를 서성이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날카롭지만 감탄스럽도록 유쾌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소설은 비혼주의의 이상적인 면을 내세우거나 비혼주의의 우월함을 설파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삶의 한 형태로써 비혼주의를 선택한 개인의 자연스러운 삶을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결국 그 삶은 나와 우리, 모두의 삶과 닮아 있다.비혼은 더 이상 미디어 속에서나 존재하는 허구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에 한 발자국 가까이 온 것도 모자라 어쩌면 당장 옆집에 사는 누군가가 비혼주의자일 수도 있다. 청년세대의 비혼이 증가하고 있는 오늘, 『옆집의 비혼주의자들』은 묵직한 공감과 함께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자아낼 것이다.지금 우리의 세계에는이 이야기가 가장 필요하다자신을 ‘비혼주의자’라 소개하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무엇을 떠올릴 것인가. 어쩌면 그가 비혼주의를 선택해야만 했을 불명예스러운 과정과, 결코 맛보지 못할 임·출·육의 숭고함과 경이로움, 먼 미래에 맞닥뜨릴 안타깝고 외로운 노년의 시기를 연상할 것이다. 이제 ‘비혼주의자’는 그의 이름 앞에 붙는 호(號)가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비혼주의자라는 속성은 개인의 삶 전체를 잠식할 정도로 강력하지도, 거대하지도 않다. 수진이 가진 ‘서른세 살 여성’, ‘공립 중학교 국어교사’, ‘한국사회의 전형적인 4인 가족 구성원 중 막내딸’이라는 속성에 덧붙은 특징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은 결코 개인의 삶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물론 비혼이라는 선택이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야 없겠지만, 어쨌거나 오랜 심사숙고 끝에 개인이 내린 선택에 끈질기게 비판과 비아냥을 서슴지 않는 태도 또한 옳은 것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소설은 여전히 한국사회에 고착화된 “비혼에 대한 기혼자들의 오만과 편견(p.207)”이 비혼주의자들에게 혹은 비혼주의를 고려하고 있는 자들에게 얼마나 날카로운 흉기가 되는지 확고하게 이야기한다. 비혼을 그저 개인이 선택한 삶의 한 형태로만 받아들일 수 있는 발달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 우리의 세계에는 이 이야기가 가장 필요하다.평등한 듯 불공평한 쉐어하우스는비혼주의 사회의 축소판이다다섯 명이 공평하게 월 40만 원씩 부담해 월세 200만 원을 충당하는 건 얼핏 봤을 때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방의 크기와 모양이 동일했을 때의 이야기다. 다섯 개 방은 제각각 다른 크기와 조건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안방은 두 명이 함께 지내야 하는 구조였다. 안방을 사용하던 두 사람 중 하나였던 승은은 “한나 님이랑 저는 안방을 같이 쓰고 다른 분들은 다 독방을 쓰는데 월세를 똑같이 N분의 1 하는 건 좀 불공평하지 않나요?(p.104)”라며 결국 불만을 토한다.수진을 포함한 다섯 명의 비혼주의자들이 모여 사는 쉐어하우스는, 비혼주의 사회의 축소판이다. 이타적이고 행복한 비혼주의 사회를 설립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은 여물지 않은, 비혼과 기혼 사이에서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하거나 혹은 양쪽의 이점만 톡톡히 누리고 싶어 양쪽에 발끝을 디디고 서 있는 이기적인 자들도 있다. 이야기는 그런 사람들의 내밀한 속내를 관찰하면서 동시에 독자와 소설 속 인물 간의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낸다. 종국에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끄덕이고 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소설은 비혼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충돌과 그 속에서 기어코 행복해지고자 하는 수진을 통해 비혼의 삶에 대한 편견을 속속들이 깨부순다. 생각했던 것만큼 쾌적하거나 이상적이진 않지만 또한 생각했던 것만큼 두렵거나 막연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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