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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전체주의의 심리학
- 마티아스 데스멧 지음, 김미정 옮김
- 원더박스
- 2023-12-27
2022년, 유럽과 북미를 강타한 논란의 책위기가 닥치면 한쪽에서는 항상 더 큰 권력과 책임을 갖는 큰 정부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온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국가는 이미 확보한 개인 정보를 활용해 감시와 관찰을 강화하고 사회적 강제 조치를 서슴없이 시행한다. 테러나 기후위기 때마다 나타났던 이런 경향은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한번 재현되었다. 이 책은 팬데믹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소위 규제 열광regulation mania이라고 명명한 현상이 팽배했을 무렵 세상에 나왔다. 벨기에에서 처음 책이 출간되자마자 관료들 그리고 소위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과학자’들은 극심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후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차례로 번역되었는데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하지만 관료와 팬데믹 상황에 ‘강한 규제’를 주장한 소위 ‘과학자’들의 싸늘한 반응과는 달리 독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유럽 각국에서도 화제의 신간이나 편집자 추천으로 분류되었다.독자들이 이 책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저자는 대중에게 “더 많은 감시와 통제를 원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고, 독자가 된 사람들은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끝나면 ‘자유’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건 ‘환상’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21세기, 전체주의의 재등장 혹은 재발견20세기 초,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정부 형태가 출현했다. 나치주의와 스탈린주의로 대표되는 전체주의 정부다. 한나 아렌트는 20세기 전반을 마무리한 1951년 『전체주의의 기원』이라는 기념비적 저작을 통해 “전체주의 정부는 독재와는 뚜렷하게 구분된다.”고 밝혔다.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전체주의 국가는 단순한 ‘독재’ 정부와는 철저히 달랐다. 구조(내부 조직)와 역동(과정 지향적 진행) 측면 모두에서 그랬다. 한나 아렌트는 이 차이점의 본질이 심리적 차원에 놓여 있다고 논했다. 독재는 원시적인 심리 기제를 토대로 삼는다. 즉, 독재 정권의 잔혹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사람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전체주의는 대중 형성mass formation이라는 음흉한 심리적 과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이 ‘심리’의 본질과 과정까지 원고를 밀고 나가지 않았지만 이 책의 저자 마티아스 데스멧은 이런 심리적 과정에 좀 더 천착했다. 이런 심리적 과정을 고려해야만 전체주의 체제의 국민이 지닌 놀라운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집단의 유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맹목적으로 희생한다.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게는 극단적인 비관용을 드러내며, 편집적인 밀고자 심성을 지니고 있어 정부가 개인의 삶 한가운데를 파고들도록 허용한다. 유사 과학을 토대로 한 터무니없는 세뇌와 선전에 이상할 정도로 취약하고, 모든 윤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편협한 논리를 맹목적으로 따른다(이로 인해 전체주의는 종교와 양립할 수 없다). 모든 다양성과 창의성을 상실하며(이런 점에서 전체주의는 예술과 문화의 적이다), 본질적으로 자기 파괴적이다(따라서 모든 전체주의 체제는 자멸하는 결과를 맞이한다).전체주의의 첨병 ‘기술관료’저자는 현재 새로운 (기술관료에 기반한) 종류의 전체주의가 부상하고 있다는 징후가 여럿 보인다고 말한다. 치안 기관이 개인의 삶을 침범하는 경우(메일 확인, IT 시스템 조사, 도청 장치 설치, 전화 도청)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감시 사회가 전반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사생활권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 또한 최근 10년 사이에 정부가 조직한 채널을 통해 시민들이 서로를 밀고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었고, 다른 의견을 내는 목소리에 대해,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동안 감시와 억제가 늘어났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대한 지지가 사라졌다. 1951년에 아렌트가 예상했던 순간이 급속도로 다시 다가오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이끌고 있는 것은 스탈린, 히틀러 같은 ‘주모자’가 아니다. 바로 ‘따분한’ 기술관료다. 전체주의는 인간 지성이 삶과 사회의 지침 원리가 된다고 여기는 신념이다(저자는 이 부분에서 계몽주의의 역설에 대해 강조한다). 이 이데올로기는 기술관료와 전문가들이 그들의 기술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라는 기계를 결함 없이 운영함으로써 유토피아 같은 인공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체주의 관점 안에서 개인은 집단에 완전히 종속된 채 사회라는 기계 속에 부착된 하나의 부품으로 축소된다. 여기서 모든 의사결정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전문가’의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까닭에 전체주의는 항상 법률을 폐기하는 쪽을 택하거나 법률 실행에 실패하고, ‘명령에 따라’ 통치하는 편을 선호한다. 즉, 새로운 상황이 펼쳐질 때마다 그 상황에 대한 (유사)합리적 평가에 근거해 새로운 규칙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변덕스럽고, 터무니없으며, 끝없이 변하는 규칙으로 이어져 결국 사회의 모든 인간성을 파괴한다는 것은 역사 속의 수많은 예가 보여준다.전체주의를 만든 전제, 대중 형성mass formation저자는 전체주의의 부상이 민주주의에서 기술관료제로의 전환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또 하나, 아주 예전부터 내려온 전통인 대중 형성에 주목한다. 전체주의는 소위 민주적이라고 불리는 국가에서도 공공연히 행해진다. ‘대중의 지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반복되는 테러, 지구온난화, 코로나바이러스 등의 공포 대상 앞에 드러나는 점점 더 절박하고 자기-파괴적인 일련의 사회적 반응과 일치한다.본질상 대중 형성은 개인들의 윤리적 자기 인식을 파괴하고 그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앗아가는 일종의 집단 최면이다. 이 과정은 음흉한 속성이 있는 까닭에 사람들이 의심 없이 희생양이 되게 만든다. 유발 하라리의 말을 빌리면, 대다수 사람은 전체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알아차리지도 못할 것이다. 우리는 전체주의를 주로 노동, 수용收容·concentration, 죽음의 수용소 등과 연관 짓지만, 이것들은 기나긴 과정의 당혹스러운 최종 단계일 뿐이다.대중 형성의 기원은 아주 오래전부터다. 중세의 대중 형성은 대체로 국소적이고 단명한 특징을 보였지만, 프랑스 혁명기의 대중 형성만 보더라도 벌써 규모가 대폭 커지고 지속 기간도 더 길었다. 스탈린주의와 나치주의에서 나타난 대중 형성은 훨씬 대대적이었고 훨씬 더 오래 지속됐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동안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인구가 기나긴 시간 동안 대중 형성에 사로잡혔다.대중 형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1세기 대중 형성은 세계의 합리화, 기계화의 효과에 따른 논리적 귀결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사회적 원자화 상태에 들어갔고, 이들의 수가 임계치를 넘어서면 대중 형성 과정이 시작된다. 대중 형성은 복잡하고 역동적인 현상으로, 물이나 가스에 열을 가할 때 그 속에서 일어나는 대류 패턴 방식과 비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저자는 대중 형성이 일어나는 네 가지 특징에 대해 이야기 한다. 첫째는 일반화된 외로움, 사회적 고립, 사람들 간의 사회적 유대 부족이다. 사회적 연결성의 퇴락은 무의미한 삶이라는 둘째 조건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 조건은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는 이유 없는 불안과 심리적 우려다. 앞의 세 조건에 이어 넷째 조건, 즉 상당량의 이유 없는 좌절과 공격성이 생겨난다. 사회적 고립과 성마름 사이에는 논리적 연결고리가 있으며 이는 경험적으로도 입증되었다.결국 개인이 대중 형성에 참여하는 이유는 본질상 합리적인 경우가 (설령 있다고 해도) 드물다. 전문가들이 멋진 제목을 앞세우고 때때로 공영 텔레비전 방송에 나오면, 마치 주어진 조치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여 전략이 더욱 정당화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는 이 정도만 제시해도 대응 조치가 올바르다는 충분한 증거가 된다. “당연히 전문가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 “아무렴, 전문가들이 전부 틀릴 수는 없겠지.”, “사실이 아닌 걸 말할 리는 없잖아.” 등등. 다시 말해 고대로부터 논리적 오류로 알려져 온 군중에 호소하는 논증argumentum ad populum과 권위에 호소하는 논증argumentum ad auctoritatum은 대다수 사람이 이야기를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데 충분하다. 모든 일에서 이야기에 동조하는 근본 동기는 집단 형성과 집단 압박이지, 이야기의 정확성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과학자들도 전체주의에 공헌한다?모든 이데올로기가 그렇듯 과학도 이렇게 변화를 겪었다. 처음에 과학은 소수가 다수에 도전장을 내는 하나의 담론이었으나, 나중에는 과학 자체가 다수의 담론이 되어버렸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과학적 담론은 처음과는 반대되는 목표를 지향하게 되었다. 대중을 조작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경력을 쌓게 하고, 상품을 홍보하고, 기만을 퍼뜨리고, 타인을 얕잡아보고 낙인을 찍게 했다. 실제로 분리와 배제를 정당화하는 데도 과학적 담론이 작용했다. 요컨대 여느 지배적 담론처럼 과학적 담론도 기회주의, 거짓말, 기만, 조작, 권력을 뒷받침하는 특권적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자료에 따르면 의학 연구의 무려 85퍼센트가 각종 오류, 엉성함, 사기로 인해 의심스러운 결론에 도달한다는 발표가 있었다.(<미국 심장협회 순환연구Circulation Research> 2015년 1월호) 한나 아렌트도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전체주의는 궁극적으로 과학에 대한 일반화된 집착, 인공적 천국에 대한 신념의 논리가 확장된 형태다.”라고 일갈한 바가 있다. 과학자들은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수천만 명이 바이러스로 인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기술 관료는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대중은 ‘사실이 아닌 걸 말할 리가 없다’고 동조한다. 새로운 단계가 개시될 때마다 우리는 자유를 조금씩 더 잃어버리고, 마지막에 도달하는 최종 목적지에서 인간은 거대한 기술만능주의적 의학 실험 속에서 QR 코드로 축소된다.너무나 암울한 ‘전망’ 같지만 ‘일주일에 맥주는 두 병만 허용한다’(캐나다), ‘오프닝 댄스는 가능하되 폴로네즈는 금지한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반발하는 의사는 의학협회에서 제명한다’(벨기에) 같은 일들이 실제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면 저자의 암울한 전망이 단순한 ‘전망’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저자는 모든 아동이 자기 존재 및 타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와 관련하여 근본적인 불확실성과 직면하듯이, 과학 및 과학에 기반한 계몽주의 사회도 이제 갈림길에 이르렀고 말한다.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는 우리는 불안을 회피하고 불확실성을 부인하든지, 아니면 우리의 자기애적 불안을 뿌리치고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 첫 번째 길을 택한다는 것은 더 많은 (유사)과학적 이데올로기, 그릇된 합리성, 그릇된 확실성, 기술적 통제에서 해결책을 찾는다는 뜻이다. 이 길의 끝에는 더 심한 불안, 우울, 사회적 고립이 기다린다. 이런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겠다고 더 고집스럽게 애쓰다 보면 더 깊은 절망에 빠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악순환이 도달하는 논리적 최종점이 대중 형성과 전체주의, 즉 인간의 모든 창의성, 개별성, 다양성, 모든 형태의 사회적 연결(개인과 국가 집단 사이의 유대는 제외)의 급격한 파괴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사회의 전 영역에서 이 과정이 점점 더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촌 전체가 대중 형성이라는 동일한 과정에 사로잡혔고, 어디든 존재하는 통제가 사생활의 가장 내밀한 영역까지 다다를 정도로 세계의 ‘기술화’와 ‘기계화’가 확대되었다. 이에 전 세계는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궁극적 종점에 이르러 마지막 총력을 다한 뒤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방식으로 무력성을 드러내는 순간, 즉 한 순환의 종결점을 경험하고 있다.그러나 두 번째 길을 택한 사회는 불안을 뿌리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인간의 조건에 내재되어 있으며 창의성, 개별성, 인간적인 연결성을 출현시키는 필요조건임을 깨닫는다. 이 길 위에서 사회는 연결성과 개인의 차이점이 서로를 강화하는 공간이 된다―이와 반대로 전체주의 체계에서는 집단성이 모든 사람의 개별적 자유를 철저하게 빼앗아 모든 다양성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단일한 국가 정체성이 차지한다. 위대한 과학Great Science은 앞서서 두 번째 길을 걸어갔다. 이성을 절대적 한계까지 추구한 뒤, 그 지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앎, 타자와 연결되는 새로운 연결 방식, 그리고 서로 다른 원리를 토대로 인간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사회가 저자의 예상대로 걸어갈지 아니면 더 깊은 심연으로 침잠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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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의감 중독 사회 - 분노는 어떻게 정의감을 내세운 마녀사냥이 되었나?
- 안도 슌스케 지음, 송지현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12-27
분노는 어떻게 정의감을 내세운 마녀사냥이 되었나?마음속 어둠에서 생겨난 정의감 중독의 메커니즘과 대응법!사회학자 오찬호, 경제학자 조귀동 강력 추천!미국 ‘최고의 분노 조절 전문가 15인’에 선정, 전 세계 70만 부 넘게 저서가 판매된 안도 슌스케 화제의 신작!언제부턴가 각자의 정의로 서로를 공격하는 세태가 심해지고 있다. 정의를 내세우면서, 공정을 내세우면서 약자를 차별하고 혐오를 조장하기도 한다. SNS를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악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온라인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가깝고 먼 인간관계에 대한 거리 감각이 저하되어 사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과도하게 참견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제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사생활이 공개되고 비판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참교육’, 신상 털기, 디지털 자경단이 온라인에 횡행하고, 사람들은 사적제재와 자력구제를 다룬 드라마에 열광한다.『정의감 중독 사회』는 일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사건으로 시작한다(12쪽). 한 프로레슬러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아끼는 레슬링 유니폼을 다른 출연자가 세탁기에 넣고 빠는 바람에 못 쓰게 되자 상대 출연자에게 크게 화를 냈는데, 방송 후 그 레슬러의 태도를 지적하는 글이 쏟아지고 개인 SNS에도 많은 악플이 달리자,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 사건이 발생한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방역지침을 잘 지키는지 서로 감시하고 환자 발생 지역 번호판을 단 자동차의 차주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는 등, 평소라면 정의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타인을 공격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저성장, 양극화, 감염병 위기,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속에서 두려움과 불안이 가스처럼 내면에 쌓이면, 자잘한 갈등이 도화선이 되어 사람들의 내면에 충전된 가스가 폭발하면서 격한 분노와 사회적 대립으로 이어진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정의감이 서로를 감시하고 비난하는 명분으로 활용되면서 부담스럽고 거리를 두고 싶은 것으로 바뀌고 있다.『정의감 중독 사회』는 정의감이 서로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 버린 현대사회의 문제를 분노 조절 전문가의 시각에서 분석한 독창적인 저서이다. 저자 안도 슌스케는 미국 앵거 매니지먼트 협회에 등록된 1,500명 이상의 퍼실리테이터(교육생 및 조직 구성원의 변화를 촉진하는 조력자) 중에서 15명만 뽑는 최고 등급 전문가로 선정되었고, 귀국 후에는 일본에 앵거 매니지먼트 이론과 기술을 확산하는 데 힘썼다. 그의 저서는 미국과 아시아 각국에서 지금까지 7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로 공정을 내세워 차별을 내면화한 세태를 날카롭게 지적한 사회학자 오찬호는 “주관적인 잣대로 정의감을 휘두르며 극과 극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마주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날 선 분노들 사이에서, 차분하게 숨 쉬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고 밝혔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계층 세습의 현실을 밝혀냄으로써 세대 간 혐오와 대립 프레임에 정면 도전한 『세습 중산층 사회』 저자 조귀동은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패션같이 손쉽게 올바름을 소비하는 시대에 거리를 두고 감정과 행동을 찬찬히 되돌아볼 것을 주문한다. 긴 안목에서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건전한 행동을 하는 것인가 따져보라는 조언은, 다양한 감정 과잉을 유도하는 디지털 시대에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이 책을 추천했다. 정의감이 진짜 우리 삶과 세상을 더 낫게 만들려면, 그것이 내세우는 명분에만 주목하지 말고, 내면에 대한 성찰과 사회에 대한 참여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정치적 양극화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복원하려면 나의 정의감, 타인의 정의감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고민하고, 소통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대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알려준다.수많은 상담 사례를 통해 밝혀낸 정의감 중독의 메커니즘,심리적 동기에 따른 다섯 가지 유형과 대응법까지!사람들은 누구나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있다. 개인의 핵심 믿음(core belief)은 가정과 소속집단 속에서 어려서부터 형성되는데, 사람들은 어떤 상황을 마주하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핵심 믿음을 기준으로 그 상황에 의미를 부여한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이동성이 증가하고 정보가 무한대로 교류되므로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수많은 다양성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가치관, 취향, 문화에 접하다 보면, 핵심 믿음에 반하는 것들도 자주 접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핵심 믿음에 어긋나는 것을 보면, 이건 옳지 않다는 정의감이 발동한다. 그러나 마음이 평온하고 사고가 유연하다면 웬만한 것들은 그냥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바로 내면에 부정적인 에너지가 쌓여 있을 때 발생한다.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 불안과 불만이 가득 쌓여 있으면, 작은 불꽃에도 쉽게 발화되어 큰 폭발로 이어지게 된다.성장이 정체된 사회에서 불충분한 기회와 자원을 두고 경쟁이 심해지면, 조금만 남보다 높은 곳에 올라서도 자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합리화하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질타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저자는 대표적인 심리적 오류 중 하나인,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고 게으른 사람은 대가를 치른다는 ‘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을 믿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는 데이터를 제시한다(135쪽). 운이 나쁜 사람들이나 약자들을 도덕적으로도 공격하는 차별과 혐오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개개인의 심리적 약점을 파고든 정의감 중독이 확산하고 있다. 저자는 수많은 상담 사례를 통해 정의감 중독인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외로운 사람들, 이 세상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임을 지적한다. 정의감 중독 유형 중 ‘고독한 유형’이다. 경쟁 상황에서 유독 공정을 내세우는 ‘열등감 유형’도 자신의 자리가 불안하다고 느껴 과잉 반응하게 된 사람들이다. 시기와 질투를 정의감으로 정당화하는 ‘질투 유형’은 공격 대상을 적극적으로 찾으며 공격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꽉 막힌 자신의 세계에만 안주하는 ‘독선가 유형’, 누군가 선두에 서면 뒤에서 함께 돌을 던지지만, 분위기가 바뀌면 바로 물러서는 ‘집단 심리 유형’도 있다. 이 책은 정의감을 과도하게 내세우는 사람들의 심리적 약점을 설명하고,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알려준다.무익한 정의감 내려놓기 + 바꿀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내가 느끼는 정의감이 유익한지, 무익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앵거 매니지먼트(anger management)에서는 ‘빅 퀘스천(big question)’을 기준으로 삼는다. 저자는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때 나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건전한가?’라는 질문(빅 퀘스천)을 충족할 수 있는 정의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내려놓으라고 권한다. 장기적으로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정의만 추구하기에도 인생은 짧다. 관여해야 할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저자는 알코올 없이 살 수 없는 만성 알코올 중독처럼, 정의감을 휘두르는 쾌감에 빠져 그것이 정체성이 되어버린 ‘만성 정의감 중독’을 주로 언급하지만, 누군가의 강요나 자신의 주량을 잘 몰라 갑자기 많은 알코올을 섭취한 나머지 건강이 위험해지는 급성 알코올 중독처럼, 정의감을 내세운 과도한 공격에 위축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급성 정의감 중독’에 대해서도 섬세한 해법을 제시한다. 의견이 다르면 입을 다물고, SNS에 글을 올릴 때마다 철저하게 자기검열하고, 정의를 내세우는 목소리 큰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것도 위험 신호다. 자신의 가치관을 뚜렷하게 정립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만성 정의감 중독인 사람들에게 쉽게 휘둘리고, 내면에 화가 쌓이다 못해 자신 역시 정의를 내세워 만만한 타인을 함부로 공격하게 될 수도 있다.복잡하고 혼란한 세상에서 중심을 잡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한편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추구하는 정의를 실현하려면,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보다 그들 스스로 마음을 열도록 이끄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솝 우화에서, 거센 공격으로 외투를 날려버리려 했던 바람은 지고, 따뜻하게 행인을 비춰 스스로 벗게 한 해가 내기에서 이겼다. 정의감을 내세운 공격은 바람, 공감과 배려는 해다(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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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
- 오찬호 (지은이)
- 북트리거
- 2022-02-24
“살 만하다는 건 거짓말이다!”차별에 찬성하고 불평등에 눈감는 세상,어느 누구도 괜찮지 않은 사회를 바로 보다!곳곳에서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통계청의 『2019 사회 조사』에 따르면, 본인 세대에 개인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2.7%에 불과했다. 2009년에 비해 10% 정도 줄어든 수치이다. 또한 자식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해서 더욱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더욱 불평등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계층’이 구분될 수는 있지만, 계층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계급 사회’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전혀 무탈하지 않다.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는 내가 발붙이고 사는 이 세상이 전혀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제대로 사회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한국 사회에 누구보다 예민한 촉을 세우며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노력하는 이 시대의 사회학자 오찬호가 불평등과 차별, 혐오가 일상인 우리 사회를 날카로운 눈으로 꿰뚫어 본다. 지역 격차, 소득 불평등, 교육, 부동산, 노동자…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14가지 키워드를 통해제대로 의심하는 힘을 기르다!『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는 대한민국의 여러 사회문제를 거울삼아 지금 이 시대가 얼마나 건강한지 종합 진단하는 책이다. 먼저 첫 번째 이야기(이거 봐, 세상은 역시 무탈하지 않아)에서는 환경, 지역 격차, 교육, 가족 등을 주제로, 지금까지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의심하고 고민한다. ‘교육’을 예로 들어 보자. 대체로 우리는 시험을 통한 선발이 공정하며, 그 결과에 수긍해야 한다고 받아들인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빈부 격차 역시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저자는 ‘공정한 시험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저 인류는 어제보다 더욱 공정한 시험 제도를 만들어 갈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시험 결과가 엄청난 빈부의 차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짚는다. 이 외에도 저자는 환경(환경 앞에선 정말 모두가 평등할까?), 지역 차별(한국 사회에서 ‘지방’은 어떤 의미일까?), 가족(과연 ‘정상 가족’이 존재할까?) 등의 주제를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으로 살핀다. 두 번째 이야기(이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해 예의가 필요하다)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고통받는 존재인 동물, 난민, 장애인, 노동자 등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동물에게는 정말 권리가 없을까? 왜 그렇게 난민을 혐오할까? 왜 당연한 권리를 장애인에게는 특혜라 할까? 저자는 차별과 혐오, 불평등이 만연한 세상에 끝없이 물음표를 던진다. 혹시 동물, 난민, 장애인은 나와 멀게 느껴진다면, 노동 문제는 어떨까? 수많은 이들이 ‘노동자’ 신분이지만, 정작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 ‘노동자’를 육체노동자에 한정한 탓이다. 학창 시절에 노력하지 않은 자가 육체노동을 떠맡게 된다고 치부하기도 한다. 이렇게 평범한 노동을 경시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까? 또한 고소득 전문직, 인기 유튜버, 기업가가 아니면 인생이 불안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결코 건강할 리 없다. 저자는 이런 세상에서는 제대로 된 사회정책을 만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세 번째 이야기(불평등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 끝까지 의심하기)에서는 부동산, 소득 불평등, 종교, 미디어, 정치와 같이 사회를 둘러싼 커다란 틀을 의심하고 세상에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최소 대기업 정규직 정도는 되어야 먹고살 수 있고(소득 불평등), 누구나 ‘수도권 똘똘한 집 한 채’를 갖기를 소망하는(부동산) 세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오력’을 해도 내 마음처럼 되지 않기에 신에게 기도할 따름이다(종교). 평소 편견으로 가득한 뉴스와 거짓 정보에 익숙해지다 보면 이렇게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 버린 진짜 이유를 찾아내기가 힘들다(언론). 결국엔 무력감에 빠져서 투표조차 귀찮아지게 마련이다(정치). 저자는 이 모든 자세를 경계하며,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 온 고정관념을 끝까지 의심하고 따져 봐야만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견고한 선입견을 깨고자 시도하며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이 모이면 사회가 변화한다. 그런데 개인이 눈뜨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우리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의심해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제대로 의심하는 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괜찮다고 다독이는 세상에서‘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사회구조를 바라보는 지혜를 주다!저자가 짚는 사회문제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이슈들이다. 다만 세상은 원래 그렇다거나 혹은 내 일은 아니라며 외면해 왔을 뿐이다.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는 바로 그런 자세에 경보를 울리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사회와 타인에 대한 관심 없이 나만 잘 살겠다는 태도는 우리 사회를 결국 병들게 하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차별하는 이도 어떤 집단에서는 차별당하는 입장이 될 수 있다. 또한 불평등을 기본값으로 둔 사회가 오랜 시간 제대로 굴러가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누구도 괜찮지 않은 사회를 염려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한다.차별과 불평등을 풀 수 있는 답은 결국 ‘사회구조를 보는 눈’이다. 사회구조를 보는 눈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개인에게 너무나도 얄팍한 처방과 위로를 일삼는다. 그러나 이는 고충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 주는 사회시스템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엄청난 노력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 우리 주위의 친숙한 문제를 낯선 시각으로 바라보며, ‘괜찮다’고 다독이는 사회를 향해 ‘그렇지 않다’고 소리칠 수 있는 힘을 길러 보자. ‘조금 더 무탈한 사회’는 그런 개인이 모인 변화의 결과로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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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짜 가격은 얼마인가요?
-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 롤링다이스
- 2015-11-30
바코드 뒤에 숨은 가격 찾기, “진짜 가격은 얼마인가요?”‘윤리적 소비 공모전’은 2008년에 시작하여 벌써 1천여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참여해왔다. 그만큼 이미 많은 사람이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시민단체의 활동가도, 돈이 많은 부자도 아니다. 모두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다. 처음엔 윤리적 소비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도 아토피를 앓는 아이를 위해, 때론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더 나아가 지구 반대편의 어린 노동자를 위해 윤리적 소비를 시작한다. 저마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생각과 실천 방법은 다르지만, 한 가지 똑같은 점이 있다. 소비하는 물건이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앞까지 왔는지 ‘질문’하는 데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가격이나 화려한 포장이 아닌, 그 뒤에 숨은 진짜 가격을 알려는 노력, 바로 “진짜 가격은 얼마인가요?”하고 질문을 던져 보는 데서 윤리적 소비는 출발한다.물건을 사면, 신뢰를 1+1 증정해 드립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 입는 옷, 신는 운동화, 마시는 커피, 학교에서 사용하는 책과 연필 …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만들 수 없기에 우리는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을 소비자로서 구매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나의 물건이 만들어지기까지, 원료의 생산 · 가공 · 포장 · 유통 등 그 과정에서는 수많은 일이 벌어진다. 소비자는 일일이 모든 과정을 확인할 수 없고, 그렇기에 불안과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하지만 ‘윤리적 소비’를 체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윤리적 소비’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뿐 아니라, 물건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자꾸만 실천하고 싶은‘행복 바이러스물론 시중보다 가격이 비싼 생협을 이용하는 것, 프랜차이즈 커피가 아닌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는 것,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사는 등의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윤리적 소비자’들은 변화된 자신의 삶을 발견하는 뿌듯함이 번거로움보다 훨씬 크다고 입을 모은다. 아토피가 낫거나 잔병치레가 줄어드는 매우 구체적인 변화에서부터 사회적 약자를 돕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사회적 의미의 자각까지, 윤리적 소비는 마치 행복 바이러스처럼 삶 곳곳으로 생기를 퍼뜨린다. 그리고 이렇게 보통의 사람들이 전하는 행복의 체험은 그동안 ‘윤리적 소비’를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끼던 사람들에게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용기를 심어준다. 마치 옆집 사람의 이야기를 듣듯, 공감하고 읽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윤리적 소비’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골라 읽는 재미가 있는’윤리적 소비 실천 가이드‘윤리적 소비 공모전’의 응모자격이 ‘시민 누구나’인 것처럼, 누구나 그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수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그림과 사진, UCC 등 다채롭게 표현된 윤리적 소비 이야기는 읽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갖췄다. 이미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세상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즐겁고,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것도 윤리적 소비가 될 수 있구나!’ 하며 알아가는 기쁨이 된다. 지금 당장 시작하고 싶다면, 이 책이야말로 당신에게 가장 쉽고 재밌는 ‘윤리적 소비 실천가이드’이다. :: 펴낸이 소개 - (재)아이?협동조합연구소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는 아이쿱 생협 조합원들의 소액 기부금을 재원으로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2006년 5월에 한국생협연구소라는 명칭으로 설립하여 2009년 3월에 현공정거래위원회 산하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재창립 하고, 2012년 12월에는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되었다.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는 조사, 연구, 교육, 인식증진, 연대 활동을 통해 아이쿱생협의 싱크탱크 역할 뿐만 아니라 1987년 이후 탄생한 새로운 생협 운동과 한국협동조합운동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인도하는 연구기관이고자 한다. 모든 성과물은 웹사이트(www.icoop.re.kr)를 통해 공개하고 시민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팟캐스트(coopcast)와 e-book 등을 제작 · 배포하고 있다. 주요 성과로 3년마다 실시하는 한국 생협 최대의 표본 조사 , 6년째에 접어드는 를 꼽을 수 있으며, 을 비롯한 다수의 간행물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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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취향과 관계
- 권경은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24-02-19
비슷하면 끌린다취향과 사회적 관계 분석 … 계급과 계층론에 기반한 사회과학 이론과 논의 살펴서양 속담에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깃털이 같은 새들은 함께 모인다)”라는 말이 있다. 유유상종, 끼리끼리 논다는 뜻이다. 취향과 관계 측면에서 보면 “비슷하면 끌린다”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왜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바랄까? 유사한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더 수월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서로 비슷한 사람들의 경우, 공유하고 있는 지식이 많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공통적인 기반이 많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쉽고 상호 활동을 조정하기도 수월하다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는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비해 비슷한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는 이러한 위험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신뢰와 연대감을 더 수월하게 만들 수 있어 쉽게 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도 더 높다.‘취향’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어원적 의미에서는 ‘감각의 본능적 반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17세기 유럽에서는 ‘훌륭한 것을 감상’한다는 의미에서 ‘세련된 역량’으로 해석되었다. 또 18세기 칸트의 근대 미학을 통해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술’ 혹은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경향’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한편 사회자본 이론에서는 사람들의 관계를 자본으로 간주한다. 사회자본 연구 중 일부 연구들은 취향 또는 취미 활동을 통해 어떤 유익한 관계를 얻게 되는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이처럼 취향과 관계에 대한 용어들은 특정한 역사적 공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등장했으며 취향과 관련한 주류의 사회과학적 논의들은 대체로 계급과 계층론에 기반하고 있다.이 책은 취향과 관계에 대한 사회과학 이론과 개념들을 원래의 맥락을 고려하여 그 의미를 파악한다.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 부르디외 ‘구별짓기’, 유유상종 현상을 설명하는 ‘호모필리(homophily)’ 이론을 살펴보고 ‘옴니보어 가설’과 관련해 어떻게 취향이 특정 사람들과 자신을 구별하고 특정 사람들과는 연결하는 자원으로 활용되는지를 설명한다. 또 이들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이 이론들의 적합성 및 함의에 대해 평가한다. 취향의 문제와 관련해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비슷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혹은 소비하는 것들과 내 주변 사람들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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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 숫자가 말해 주지 않는 가난의 정의
- 루스 리스터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02-19
모두가 서로 다른 가난을 말하는 사회에서당신이 생각하는 가난은 무엇인가? 가난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당장 먹을 음식이 없거나 잘 곳이 없는 문제일 수도, 생활비가 부족한 것일 수도, 심지어는 원하는 브랜드에서 물건을 사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미디어에서는 ‘하우스 푸어’, ‘카 푸어’처럼 주택이나 자동차 같은 자산은 소유하고 있지만, 구매력이 떨어진 상황에 ‘가난(푸어)’이라는 수식을 붙이기도 한다. ‘가난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마찬가지로 지역이나 국가, 시대에 따라 큰 폭으로 달라진다. 가난한 나라라면 흔히 아프리카 대륙에 국가들을 떠올리고, 지금 한국에서 겪는 가난에 대해 논하면 ‘보릿고개’ 같은 비교들이 따라 나온다. 이 모든 ‘가난’은 모두 같은 가난일까? 그렇지 않다면 어떤 것은 ‘가짜’ 가난이고, 어떤 것은 ‘진짜’ 가난인 걸까? 지금 나의 상태도 가난이라 할 수 있을까? 저자는 가난한 나라에나 부유한 나라에나 여전히 빈곤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문장으로 책을 연다. 가난은 아프리카 대륙 국가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현상이라거나, 전쟁 시기 같은 특정 시대에만 갇힌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조사를 통해 선진국에도 빈곤 상태를 오가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국가의 재정 상황과 무관하게 개인들이 얼마나 쉽게 빈곤 상태를 오갈 수 있는지가 드러났다. 시대에 따라 빈곤 여부를 결정하는 필수재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뀐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게 되자,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이 어린이의 기본적인 교육권을 위한 필수재가 되었듯 말이다. 가난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지역,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정의가 필요하고, 그 정의에 따른 빈곤 측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실효성 있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숫자로만 표현되는 빈곤 측정이 아니라 빈곤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으로 빈곤을 면밀하게 정의하고 빈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책의 1장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빈곤 정의부터 최신의 빈곤 논의를 살펴보고, 2장에서는 점차 정교해지고 있는 빈곤 측정에 대해 소개한다. 3장에서는 빈곤과 불평등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대해, 4장에서는 ‘빈민’의 재현과 그 역사, 윤리에 대해 다룬다. 5장에서는 빈곤층의 ‘행위주체성’을 토대로 이들의 생활과 정치 영역 전반을 다루며, 6장에서는 인권의 관점에서 빈곤의 해법을 논의한다. 오랜 시간 빈곤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반빈곤 활동가로 일했고, 지금은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며 학계, 사회운동, 정책과 정치 분야에서 두루 공헌한 저자는 이 책에서 가난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빈곤 당사자의 목소리까지 빠짐없이 다루며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한다.금전 개념이 없어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이 가난해진다?‘가난 혐오’의 긴 역사와 그 허상코로나19로 저금리가 계속되고, 노동소득이 줄어들거나 불안정해지자 많은 사람이 주식,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렸고 미디어는 이를 부추기듯 ‘벼락 거지’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했다. 지금 당장 ‘재테크’에 뛰어들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거지’로 전락하게 된다는 이 ‘벼락 거지’라는 표현은 가난을 무지, 무능, 실패에 따르는 징벌로 인식하게 한다. 저자는 특히 미국과 같은 능력주의 기반 사회에서 빈곤에 대한 혐오가 ‘아메리칸드림’ 같은 문화와 결합해 ‘빈곤은 곧 실패’라는 인식으로 굳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뒤플로와 바네르지는 가난한 사람들이 오히려 부자들보다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편견과 달리 이들은 쉼 없이 일하는 ‘복잡한 자산 운용 관리자’들이다. 이들에게는 돈뿐 아니라 시간, 건강, 사회적 관계까지 모든 자원을 치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유명 투자전문가는 “가난은 병”, 돈을 모르는 “금융 문맹은 전염성이 아주 높은 질병”이라는 표현으로 방송에서 주식 투자를 독려했다. 팬데믹으로 기존 복지 제도의 구멍이 드러나고, 거기서 고통받는 이들이 더 늘어난 상황에서 편견과 혐오에 기댄 이런 표현은 가난에 대한 공포와 ‘복지 의존’, ‘복지 탈취’ 같은 허상의 혐오를 더 증폭시킬 뿐이다. 가난을 ‘전염병’에 비유하는 혐오 표현은 특히 뿌리가 깊다. 19세기 런던에서는 빈곤한 이들을 ‘역병’, ‘악덕과 질병의 물결’ 같은 표현으로 묘사하곤 했다. 이뿐 아니라 가난에는 우범성criminality, 타락, 게으름, 악덕, 오염이라는 낙인이 따라붙었고, 이런 낙인이 현대 복지제도에서도 ‘자격 있는 빈민’, ‘자격 없는 빈민’을 가르는 기준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가난과 ‘빈민’에 대한 혐오적인 편견과 시선은 반복적으로 빈곤을 개인의 기질, 성향의 문제로 돌리며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지운다. 저자는 빈곤이라는 결과를 만드는 원인에는 개인의 행위도 있지만, 사회, 문화와 같은 구조가 큰 영향을 미치며 개인의 행위 역시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절벽 밑에 구급차’가 아니라‘절벽에 울타리를 세우는’ 원칙이 빈곤의 해법이다이 책에서 제안하는 빈곤 이해는 ‘정확한’ 수치 집계나 측정을 위한 뾰족한 정의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오히려 좁고 초점이 뚜렷한 정의는 빈곤의 규모와 심도를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렇게 포착한 빈곤의 현실이 얄팍한 묘사에 그치게 될 것이라 지적한다. 물질적인 곤란이라는 빈곤의 중심에 더해, 책에서는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빈곤 이해 관점들을 다채롭게 보여 준다. 큰 틀에서 빈곤을 관계, 상징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보완해야 하며, 빈곤 문제를 인권과 시민권, 행복과 인간 번영의 문제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이런 다각적인 이해를 통해 빈곤 문제 해결이 절벽 밑에 구급차를 준비해 두는 것에서 나아가 절벽에 울타리를 세우는 방법으로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의 복지 급여 기준은 ‘소득’에 있다. 복지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소득 기준을 넘겨서는 안 되기에 복지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저임금 노동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소득 같은 기준은 정확한 측정을 가능하게 하지만 기준이 갖는 한계로 인해 복지 급여가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가구 단위로 소득을 측정하는 경우 실제 생활과 빈곤 여부를 판단하기 더 어려워지는데, 노동소득이 없는 여성, 아동, 노인 구성원들의 빈곤 취약성을 간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나이와 성별뿐 아니라 장애, 지리적 요소나 인종처럼 빈곤 문제에서 간과되기 쉬운 관점들을 포괄적으로 조명한다. 여러 빈곤의 정의와 측정법, ‘빈곤선’을 설정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분석한 저자는 ‘빈민’과 ‘비빈민’을 가르는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연대를 연민으로 대체하’기 쉽고, 수급 자격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존엄과 자긍심을 해치며 빈곤 자체에 낙인을 찍게 되는 ‘선별주의’보다는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관심과 존중을 보장하는 ‘보편주의’적 관점이 사회보장제도의 잠재력을 높이는, 발전적인 빈곤 대응 방안이라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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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한류 외전 - 설계되지 않은 성공, K컬처산업의 운명을 바꾼 9가지 결정적 장면
- 김윤지 지음
- 어크로스
- 2024-02-19
“우리가 잘한 걸까, 세계가 이상한 걸까?”세계를 놀라게 한 K컬처산업, 그 도약의 순간들에 관하여문화산업 연구자 김윤지가 정리한 30년 한류 막전막후BTS 멤버 지민의 빌보드 1위, 〈오징어 게임〉에서 〈더 글로리〉로 이어지는 넷플릭스 글로벌 1위 행진, 〈기생충〉과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거대한 외국자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던 변방의 문화산업이 세계를 강타하리란 걸 누가 알았을까?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한국 영화시장에 직접 배급하는 걸 막기 위해 극장에 뱀을 풀던 1988년에 한국영화가 오스카를 휩쓰는 미래를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지역 행사를 목표로 댄스음악을 만들던 1990년대에 빌보드 차트 진입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상상보다 더 상상 같은 일들은 우리의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친숙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이 현상을 이제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류 외전》은 영화시장 개방에서 BTS에 이르는 30여 년 동안 한국의 문화산업에 생긴 일들을 9개의 장면을 통해 설명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K컬처산업의 역동적인 역사문화산업이 성공하기 위한 토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IMF 외환 위기가 없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산업 동력도 절실하지 않았을 것이고, 문화산업정책을 전폭적으로 입안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1980년대부터 이어져온 민주화 열기로 자유로운 창작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했다면 우리 드라마, 영화의 수준도 계속 군부 시대의 틀 안에 놓였을 수도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저자가 정리한 9개의 장면에는 한류와 연결하기 힘들었던 의외의 순간들이 존재한다. 아시아를 강타한 외환 위기와 한류드라마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IMF 이후의 벤처캐피털은 박찬욱과 봉준호에게 어떤 기회를 주었을까? 위기에 몰린 가요 기획사는 왜 해외 진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기회가 위기로 이어지고, 위기가 기회로 이어지는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것이 우연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자율성, 역동성, 개방성이라는 문화산업 성공의 필수 조건이 자리하고 있다.군부 시대의 종말은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민주화는 창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했고, 외환 위기를 맞은 아시아 국가들은 저렴하고 질 좋은 한국의 콘텐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MP3가 불러온 음반 시장의 위기는 가요 기획사들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게 만들었고, SNS와 OTT는 한국 콘텐츠의 소비자를 전 세계로 바꾸어 놓았다. 역동적인 시장 개척을 통해 연결된 글로벌 팬덤이 K컬처산업의 수준을 향상시킨 건 물론이다.블랙핑크가 월드 투어를 떠나기까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끝없는 변신과 확장이 있었다K팝 아이돌은 때로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 같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 K팝은 천편일률적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스템을 더 고도화하며 진화했다. -5장 ‘K팝 제조 시스템의 역동적인 시장 개척’ 중에서K컬처산업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안정적인 제작 시스템과 수익 구조를 확립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기여를 빼놓을 수 없다. 댄스 음악이 가요계의 주류가 되고, 10대 청소년이 중요한 소비자층으로 부상하자 기획사들은 연습생을 강도 높게 훈련시키는 아이돌 제조 시스템을 만들었다. 안정적인 실력을 가진 아이돌의 등장과 함께 10대 팬덤 문화가 확장되면서 90년대 가요계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 MP3 파일이 보편화되자 음반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다. 가요 기획사들은 결국 국내시장 밖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프로듀서는 H.O.T.의 베이징 콘서트를 통해 중국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J팝을 부르는 한국인 가수’라는 독특한 포지션의 가수 보아를 통해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성공을 거둔다.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K팝의 해외 진출은 훗날 BTS라는 초대형 성공으로 되돌아왔고, 지금의 복잡한 엔터테인먼트 지형에 이르게 된다.영화계 역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진출을 계기로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과거 영화계에서는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토지나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금융기관을 이용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CJ, 오리온, 롯데 같은 대기업들은 영화계에 진출하면서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와 같은 극장 사업을 시작했고 덕분에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실력 있는 국내 충무로 제작자들과 손을 잡아 뛰어난 퀄리티의 영화를 만들어냈고, 전체 프로세스에 대한 관리를 주도하면서 과거 영화계의 불투명한 제작 과정과 정산 관리가 투명하게 바뀌었다.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의 순서로 가치를 창출하는 한국 영화산업의 문법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정부정책의 산물? 설계되지 않은 성공?한류 탄생의 주역에 관한 연대기적 탐색 어떤 성공은 정책 덕을 보기도 했지만, 어떤 성공은 자생적이었다. 어떤 성공은 예상하지 못한 원인 때문에 발생하고, 또 어떤 성공은 그 모든 것들의 총합일 때도 있었다. 때문에 ‘한류는 설계되지 않은 성공’으로 평가되곤 한다. 한류 성공에는 정부의 지원정책, 동아시아의 정치 경제적 변화, 소수 기업가들의 탁월한 능력, 한국 대중문화 시장의 역동성, 세계적인 IT 인프라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것도 지금 같은 성과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설계된 것은 아니었다. -2장 ‘〈쥬라기 공원〉에서 문화 융성까지, 새로운 산업 동력 찾기’ 중에서《한류 외전》은 한류를 만든 주체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 누가 한류를 만들었는가? 김영삼 정부에서 언급된 “〈쥬라기 공원〉 흥행수입이 자동차 150만 대를 수출해서 얻는 수익과 같다”라는 문장은 문화가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인식 전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이었다. 실제로 이후 문화산업을 언급하지 않는 정부는 없었다. 영화진흥법을 제정해 영화산업의 성장을 도모한 정부도 있었고, 문화산업진흥기금으로 영화 투자를 촉진시켰던 정부도 있었다. 이처럼 정부는 문화산업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정책을 펼쳐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류의 성공을 정부가 주도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설계되지 않은 성공, 저자는 한류를 그렇게 표현한다. 한류를 만든 것은 어느 하나의 주체가 아니다. 비디오 테이프를 들고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하여 열심히 한국 드라마를 홍보한 방송국 직원들이 없었다면 한류드라마는 없었을 것이다. MP3가 불러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 문화를 열심히 연구했던 프로듀서들이 없었다면 K팝이 보편적 코드를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벤처캐피털들이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영화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봉준호, 박찬욱, 장준환 같은 감독들이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설계되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결코 하늘에서 떨어진 운도 아니다. 설계하지 않았음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는 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역량이 충족되는 특이점이 있었다는 의미이고, 그 역량은 문화상품을 만드는 이들을 통해 오롯이 구현되었다. 이 책은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성공으로 이끈 이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이기도 하다.끝없는 위기의 K컬처산업, 우리에겐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역동성이 있다우리가 뭘 어떻게 해왔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이 성공은 더 불안했다. 앞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 때에도 겪었듯이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이 산업을 어떻게 성장시켜 왔는지를 잘 복기해 보아야 한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켰고, 무엇을 바꾸었는지, 무엇에 도전했는지 깨달음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산업이 그리 하찮은 게 아니라, 국가의 세계적 위상을 바꾸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산업이며 그 산업을 우리 스스로 바닥에서 일구어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에필로그’ 중에서 지금도 K컬처산업에 관련된 수많은 뉴스들이 쏟아진다. 가요 기획사의 경영권 분쟁이 경제 뉴스를 달구고,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 부진과 일본 콘텐츠의 약진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K컬처산업 30년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환경의 변화를 기회로 삼아 성공을 이룬 경험이 있다. 성공한 이의 경험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문제는 성공을 해석하는 관점이다. 성공의 배경에 대해 한국인의 끼, 흥, 성실성이라는 기존의 답변을 반복한다면 다음 성공은 없다. 치열한 토론과 싸움, 그리고 준비가 있었기에 개방이라는 위협 속에서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K컬처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뻔한 것을 극복하고, 비판을 수용하는 역동성에 있었기에 어쩌면 끝없는 위기는 한류가 지속될 수 있는 토양이 될지도 모른다. 《한류 외전》은 “그동안 K컬처산업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분석이자, “한류가 지속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가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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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 이야기를 통해 보는 장애에 대한 편견들
- 어맨다 레덕 (지은이), 김소정 (옮긴이)
- 을유문화사
- 2022-02-24
우리를 사로잡은 이야기들이 소외를 낳는 방식동화를 거울삼아 돌아보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그 너머의 이야기“장애는 단순히 건강 문제가 아니다. 한 개인의 몸이 지닌 특성과 그 개인이 살아가는 사회가 지닌 특성이 상호 작용하는 모습을 반영하는 복잡한 현상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장애에 대한 정의’ 중우리는 휠체어 탄 공주를 상상한 경험이 거의 없다. 동화 속 공주는 대부분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장애가 없다. 그렇다면 동화에는 장애가 없는 인물들만 등장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헨젤과 그레텔』의 목발 짚은 마녀나 『해리 포터』의 악당, 얼굴이 변형된 볼드모트도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이다. 심지어 디즈니 만화 영화 <라이온 킹>의 악당 스카(scar)는 이름 자체가 ‘흉터’다. 이렇듯 동화 속에서 장애는 악당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주인공이 장애를 가지고 있기도 한데, 주인공의 장애는 대부분 결말에 이르러 마법의 힘으로 극복되거나 주인공의 노력으로 사라지는 극적인 장치로 기능한다. 말하자면 동화 속 행복한 결말의 전제는 ‘완전무결한 신체’이며, 장애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 위해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해 왔던 동화에 담긴 장애에 대한 편견을 돌아보며 그 안에 투영된 우리의 모습을 날카롭게 비춘다. 이 책의 저자 어맨다 레덕은 에세이와 소설을 쓰는 작가로, 뇌성마비를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동화를 새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봄으로써 편견과 소외가 없는 그 너머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짚어 낸다. 이 책에는 저자뿐 아니라 여러 장애인의 목소리가 함께 실려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숨 쉬듯이 받아들여 온 비장애 중심주의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동화와 장애인 권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와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하기를 바라는 모든 이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박연준 시인의 말대로 “이 책을 한번 제대로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의식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림 형제와 안데르센의 동화부터 <왕좌의 게임> 같은 최신 드라마까지, 다종다양한 이야기에 담긴 속뜻을 날카롭게 해부하다“동화에서 나를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나는 항상 나쁜 녀석이었어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겼다면 공주가 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본문 중, 뇌성마비 장애인 아이르네 콜트허스트의 말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접해 온 동화는 우리의 세상을 형성하는 바탕이 된다. 동화는 공정과 위계질서, 행동 양식, 행복하고 충만한 삶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야기의 원형에 가까운 동화가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발판이 되는 건 아닌지 질문하는 작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점은 그동안 우리가 그러한 이야기들을 넓은 눈으로 바라보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고전 동화부터 디즈니 만화 영화와 최신 드라마까지 다양한 시대와 매체를 아우른다. 그림 형제의 『고슴도치 한스』,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 등 고전 동화 속 장애가 없고 모든 능력을 온전하게 가져야만 고통 없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서사에 담긴 함의를 돌아보고, <라이온 킹>이나 <백설 공주> 등의 디즈니 만화 영화를 통해 디즈니가 구축한 그늘 없는 세상 그리고 주인공과 악당에게 부여하는 전형적인 이미지들을 살펴본다. 21세기판 동화라고 할 수 있는 <캡틴 마블> 등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통해서는 개인의 장애를 지우고 비범한 능력을 부각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그리고 <왕좌의 게임> 같은 최신 드라마에 담긴 장애의 서사와 관련한 첨예한 논쟁도 살펴본다. 이 책은 이렇듯 동화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장애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력을 예리하게 보여 준다. 장애인의 목소리와 동화에 대한 분석이 어우러진 삶의 서사“<백설 공주>에 나오는 사악한 왕비가 동정을 받으려고 흉하게 변장하는 모습을 보면 어린아이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본문 중, 자폐 장애인 에럴 커의 말 이 책에는 뇌성마비로 수술받고 휠체어를 타던 어린 시절부터 다리를 절면서 걷던 학창 시절 그리고 현재의 30대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이야기가 동화에 대한 분석과 함께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남들과 다르게 걷는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의 이야기, 오랜 상처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 어른의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통해 또 다른 삶의 원천을 발견하는 작가로서의 이야기까지, 전형적인 동화에서 묘사하는 직선적인 서사가 아닌, 구불구불한 삶의 길을 걸어 온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가 이 책을 가로지른다. 동화와 디즈니 만화 영화를 사랑했고, 자신도 인어 공주처럼 우아하게 걷게 되길 꿈꿨던 저자는 자신의 삶을 되짚으며 우리가 사랑해 온 이야기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를 보여 준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 장애는 행복한 결말을 위해 사라져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동화들은 어떻게 다가올까? 장애 때문에 자신을 추하게 여기는 아이에게 미운 오리 새끼가 원래 백조였다는 이야기는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의 질문들은 장애에 대한 오랜 편견에 갇힌 우리의 단단한 의식에 미세한 균열을 내는 망치가 될 것이다. 삶의 진실이 담긴 ‘이야기’의 가능성을 그리며“한밤중에 깨어나 기적 같은 치유를 바라거나 구원해 달라고 애원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다. (…) 내가 꿈에서 보는 건 그가 걷는 모습이 아니라 그가 상처받지 않는 모습이다.”― 본문 중, 사지마비 장애인 제이슨 도워트의 아내, 작가 로라 도워트의 말저자는 말한다 “나의 뇌성마비는 단 한 번도 다른 것을 상징하지 않았다. 나의 뇌성마비는 늘 나와 함께 있으면서 나 자신으로, 나의 몸으로 살았다.” 장애는 생생하고 복잡한 현실이며, 삶의 동반자다. 이 책은 장애인을 소외시켜 온 ‘이야기’를 돌아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할 이야기들, 그리고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우리 사회가 숙고해야 할 문제들도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가 말하는 이야기들은 삶의 진실이 충실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며, 우리가 만들어 가는 세상은 개인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세상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장애인의 권리를 증진하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서로의 삶을 일방적으로 재단하지 않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실제 우리의 삶은 한층 더 확장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몸이 나란히 공존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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