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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04-14

    제7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 수상 작가, 후루타 덴!충격적인 사건의 사건! 놀라운 반전의 반전!의 화제작!! 국내 최초로 후루타 덴의 『거짓의 봄』을 출간해 큰 호응을 얻었던 블루홀식스가 이번에는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를 출간한다. 그간 블루홀식스는 『안녕, 드뷔시』,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언제까지나 쇼팽』, 『어디선가 베토벤』, 『안녕, 드뷔시 전주곡』(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를 비롯해 『히포크라테스 선서』, 『히포크라테스 우울』(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 『테미스의 검』, 『네메시스의 사자』(와타세 경부 시리즈),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시즈카 할머니 시리즈)를 출간해 왔으며, 오승호(고 가쓰히로)의 『도덕의 시간』, 『스완』, 『하얀 충동』을 출간했다. 그 외에도 츠지무라 미즈키, 이시모치 아사미, 우사미 마코토, 미키 아키코의 작품 등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일본 미스터리를 소개해 왔으며 그 외에도 저우둥, 레이미 등 중화권 작가의 작품도 선보인 바 있다.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각종 재미를 선사하는 여러 색깔의 미스터리를 선보일 것이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SNS 등 각종 인터넷 매체의 익명성 속에서 피어오르는 악의의 교차점을 특유의 날카로운 필력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익명의 세계로 숨어든 사람들은 어떻게 파멸로 치달아 가는지, 충격적인 내막과 놀라운 반전이 펼쳐진다. 익명의 악의가 교차하는 순간, 온 세상이 순식간에 뒤집힌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2015년 『여왕은 돌아오지 않는다』로 제1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후루타 덴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16년 『익명 교차』라는 단행본으로 첫 출간돼 큰 주목을 받았고 이후 반응에 힘입어 전체적인 수정을 거쳐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문고본으로 출간되었다.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 작가가 현실감 넘치게 인터넷 세계를 묘사함으로써 리얼리티와 긴장감을 한층 북돋는다. 작품은 인터넷 세계의 익명성에서 오는 사회 문제, 등장인물의 치밀한 심리 묘사와 갈등, 충격적인 사건과 반전까지 미스터리 소설이 갖춰야 할 요소를 전부 갖춘 완성도 높은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다.잡지 편집자인 카에데는 딸의 옷을 직접 제작해서 올리는 ‘딸바보 아빠’의 인기 블로그에 비판 댓글을 남긴다. 그런데 그 후부터 과거 일기장이 익명 게시판에 공개되는 등 음습한 스토커 피해를 당한다. 한편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떠안은 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공무원 다나시마는 자신의 블로그에 집요하게 찾아오는 어느 여자를 파멸에 몰아넣기로 결심한다. 각자의 마음에 깃든 어둠은 어느새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사건을 불러일으키고 만다. 각자의 사연과 애증이 한데 얽혀 증폭되는 과정에 독자들은 넋을 잃게 될 것이다. 현지 독자들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를 향해 절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훌륭하면서도 무서운 작품. 지금의 시대를 상징하는 듯한 공포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익명의 세계에서 파멸로 향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 읽은 후에도 떠올릴 때마다 계속 소름이 돋는 무시무시한 미스터리였다.” - Shoko(독서미터 독자) “한마디로 무섭고, 대단하고, 끔찍했다. 현실보다 가상공간에서의 얕은 교류가 대세가 되어 가는 지금, 언제 나도 이렇게 궁지에 몰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SNS와 인터넷은 언제든 악용될 수 있으니 두려울 따름이다.” - 리차(독서미터 독자) 이러한 흥미로운 작품을 국내 독자들도 한껏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비단옷 소맷자락을 붙잡고 우는 아이를, 엄마 없이 두고 오지 마라.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의 작가 후루타 덴은 80년대생 젊은 여성 작가 두 명이 모여 만든 콤비 작가 유닛이다. 하기노 에이가 작품의 전체적인 설정과 플롯을 짜고 아유카와 소가 집필한다. 이 둘이 한 팀이 되어 후루타 덴이라는 공동 필명을 지었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 동기인 이들은 함께 살면서 치열하게 집필 활동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루타 덴은 2009년부터 소녀 취향의 장르 소설을 꾸준히 집필하며 실력을 쌓다가 2014년 후루타 덴이라는 필명으로 선보인 『여왕은 돌아오지 않는다』로 제1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날린다. 그 외에도 『제비꽃 저택의 죄인』 등을 출간하며 활동하다가 『거짓의 봄』으로 2018년 제7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 부문)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21년 현재 『거짓의 봄』 후속작이자 ‘가노 라이타 시리즈’의 첫 장편인 『아침과 저녁의 범죄』까지 출간하며 가장 기대되는 젊은 미스터리 소설 작가로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서평가 다카이 아사요는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를 읽고 “이야기를 차곡차곡 구축해 가는 능력과 필력에 압도당했다”라고 절찬했다. 라이트 노벨이 아닌 미스터리 작가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고서 발표한 두 번째 작품인데도 이토록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콤비의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이번 작품에는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여러 사회 현상과 문제점을 잘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복선 회수와 반전, 놀라운 결말 등 미스터리 독자들이 기대할 만한 모든 요소가 잘 들어 있다. 그렇다면 이 콤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한 인터뷰에 따르면 아유카와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거나 문장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에는 혼자 글을 썼는데, ‘소설을 쓰는 것 말고 하고 싶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작품은 전혀 재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자신이 쓴 소설을 하기노에게 읽어 달라고 했는데 하기노가 적절한 조언을 해 줘서 ‘이 사람을 따라가자’라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또한 라이트 노벨을 5년 남짓 해오면서 계속 작품을 쓰는 것이 어려운 세계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쨌든 한 번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밌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하니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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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들의 범죄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그녀들의 범죄
    •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3-04-14

    베스트셀러 <루팡의 딸> 저자 요코제키 다이의 새로운 미스터리 서스펜스!히가시노 게이고가 극찬한 일본 추리 소설의 유망주, 요코제키 다이가 선사하는 또 한 편의 치명적인 추리소설 시대를 관통하는 요코제키의 장르적 시선 세상과 ‘불화’하는 그녀들의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함정 1988년 보수적인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한 묵직한 반전 추리극《그녀들의 범죄》로 요코제키 다이가 돌아왔다. 추리소설 작가의 최고 등용문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후 평단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은 요코제키. 그의 작품은 유혈이 낭자하는 사건 없이도 치밀한 구성과 흡입력으로 국내 많은 독자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현실에 대한 묘사와 인간의 감정 흐름에 대한 관찰이 뛰어나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평가 그대로 이 책에서도 그의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특히 소설의 초반부에는 캐릭터와 상황 설정에 심혈을 기울여 독자들이 등장인물에 보다 깊숙이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결혼 적령기’를 지난 여성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 결혼한 여성을 향한 고압적인 태도 등 사회의 요구에 위축된 여성들의 심리 묘사는 이 책의 관전 포인트. 보수적인 일본 사회를 극명하게 드러내고자 선택한, 198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 역시 탁월하다. ‘헤이세이(1989~2019)’라는 새로운 연호와 함께 여성들에게 열릴 새 시대를 염원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특히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릴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로, 애인으로 남성과 가정의 주변부로 살아야 했던 소설 속의 여성들. 평범하게 살던 그녀들이 어느 날 맞닥뜨린 사건과 추악한 진실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세계가 얼마나 위태로운 질서 위에 세워진 것인지 깨닫게 된다. 사건의 전말과 어둠 속에 감춰진 그날 밤의 진실은 무엇인지 세 여성을 둘러싼 비밀의 실타래가 독자들을 끝까지 붙드는 소설《그녀들의 범죄》. 독자들의 예상과 기대를 쌓아 올리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달음에 돌파하는 쾌감을 읽는 이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서서히 밝혀지는 복잡 미묘한 과거와 의혹들.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게 된다.\"\"요코제키의 작품은 무조건 읽는다!\" “지금까지 여자들의 삶은 험난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달음에 질주하는 그녀들의 범죄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완벽한 결혼 생활이지만, 자신은 이 집안의 ‘하녀’에 지나지 않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진노 유카리. 우연히 만난 옆집 여자 ‘다마나 미도리’에게 마음을 의지하며 불완전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한편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는 ‘히무라 마유미’는 결혼을 인생의 ‘티켓’ 같은 것이라고 여기고 소개팅을 전전하지만, 소개팅남의 면면을 보며 질려버리고 만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병원에서 한 남자와 재회한다. 촉망받는 의사, 조각 같은 외모, 탄탄한 몸의 스포츠맨인 ‘진노 도모아키’. 대학 시절 모든 이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남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치명적인 과거가 있었는데, 바로 대학 시절 마유미가 아끼던 후배 A를 성폭행한 남자라는 사실. 마유미는 현장을 빠져나오는 도모아키를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이지만, A는 그 뒤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도모아키는 오히려 자신을 유혹하고 함정에 빠뜨린 것은 A였으며 자신이야말로 불안감 속에서 지냈다고 해명한다. 자신이 진짜 좋아했던 건 마유미였다고, 오랫동안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형편없는 남자들 틈에서 발견한 그가 자신이 꿈꾸던 결혼 생활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할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된 마유미. 그에 대한 믿음을 키워가던 그녀 앞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나타난다. 바로 도모아키의 아내 진노 유카리다. 배신감과 모멸감, 좌절감에 치를 떨던 그녀에게 아내는 뜻밖의 말을 건넨다. “내 남편과 절대 헤어지지 마세요.” 그러던 어느 날 유카리가 시신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유미는 충격에 휩싸인다. 과거의 기억이 다시 소용돌이치며 그녀의 일상을 뒤흔들고, 사건의 모든 정황은 남편 도모아키를 향해 있다. 그러던 중 사라진 후배 A가 나타나며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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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를 만나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그녀를 만나다
    •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3-04-14

    비록 우리의 싸움이 매번 승리로 끝나지는 않을지라도정보라 작가의 인사말은 “투쟁”이다. 행사장에서 오랜만에 만났을 때도, 채팅창에서 작별인사를 할 때도 투쟁으로 시작해 투쟁으로 끝맺는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싸움은 집회 현장과 지면 그리고 삶 속에서 항상 현재진행형이었다. 적어도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러하다.그런 그의 새로운 단편집이 나왔다. 제목은 《그녀를 만나다》이다. 이번 책에서도 그 특유의, 투쟁의 에너지는 여전히 넘쳐흐른다. 다만 그 싸움의 방식이 예전보다 더 정제되고 노련해졌을 뿐. 눈앞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는 식이 아니라, 투쟁에 앞서 동지를 찾고 결의를 맺으며 전선을 구축한 뒤 집요하게 승리를 추구하는 식이라고나 할까? 비록 그 싸움이 매번 승리로 끝나지는 않을지라도, 싸움에 임하는 전략은 크게 바뀐 셈이다.새삼스럽지만 나는 그의 예전 단편집, 《저주토끼》를 좋아한다. 그 책의 저자후기에서, 정보라 작가는 자신의 단편집에 대해 “출판사에서는 불의가 만연한 지금 같은 시대에 부당한 일을 당한 약한 사람(들)을 위해 복수하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서 이 단편집을 내기로 했다”지만, 작가 자신은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정리하자면, 《저주토끼》에는 세상의 불의에 분노한 나머지 결연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홀로라도 의로운 일을 행하고자 하는 협객의 풍모가 담겼다고 할 수 있겠다. 울분을 참지 못한 나머지 자신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든 일절 상관하지 않고 일단 처 들어가서 다 때려 부수고 보는 그런 패기라고나 할까.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이지만,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누군가에게는 그보다 더 큰 위로도 없을 것이다. 나는 항상 그 위로가 고마웠다.반면 이 책, 《그녀를 만나다》에서 정보라 작가는 《저주토끼》를 썼을 때와는 달리 연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 연대는 무기력한 관성으로 유지되거나 볼썽사나운 실패로 마무리되기도 하며 가슴 아픈 이별로 끝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연대는 연대다. 서로 동떨어진 누군가가 상대방의 존재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 것을 넘어, 직간접적으로 얽히고설키며 함께 전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수록작 중 이런 경향성이 크게 나타나는 작품으로는 와 그리고 을 꼽을 수 있겠다.는 불로장생과 영생불사의 차이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치는 연구소에서 펼쳐지는 일상담이다. 허례허식으로 가득 찼지만 (아주 약간이지만) 좋은 의미로든, (대부분의 경우처럼) 나쁜 의미로든 가족과도 같은 단체이지만, 그 안의 관계에서 누군가는 위안을 찾고 누군가는 슬픔을 느낀다.은 아내가 자신 몰래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남편이 진상을 쫓으며 시작되는 스릴러다. 그 추적의 과정 끝에 주인공이 발견하게 되는 진실은 너무나도 가혹한 것이나, 이는 또 담담하게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로 연결되기도 한다.은 다국적 생명공학기업 모셴닉의 정장 인형들이 나무와 공생하는 인간들과 이권 문제로 충돌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동화 같기도 하고, 선언문 같기도 한 이 작품은 일시적인 패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져나갈 투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이 외에도 이 단편집에 수록된 다른 많은 작품들은 크고 작으나마 연대의 이야기를, 관계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저주토끼》가 의로운 지사의 불꽃처럼 살다가 끝나버린 짧은 일생과도 같은 이미지였다면 《그녀를 만나다》는 숱한 패배와 후퇴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승리를 향해 이를 갈고 있는, 단련되고 영민한 활동가의 술회와 같은 이미지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처연함은 의연함이 되었고 위안은 결의로 바뀌었다. 《저주토끼》가 미로에 갇힌 한 개인의 저돌적인 포효였다면, 《그녀를 만나다》는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나지막이 읊조리는 투쟁가다.그렇다고 정보라 작가의 변화가 전형적인 프로파간다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투쟁 현장에서 극적인 장면만 편집해서 승리와 패배의 서사시를 그려내는 방식은 정보라 작가의 작업과는 궤가 다르다. 그보다는 싸움이 일상화된 활동가들의 하루하루를 때로는 담담히, 때로는 격렬하게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앞서 정리한 내용을 반복해 말하자면, 이 과정에는 지루함도, 쓰라린 패배도, 내일을 기약하는 투지도 다 담겨있다. 투쟁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마지막으로 당부하건대, 위의 서술로 인해 정보라 작가 특유의 그 에너지가 위축되었다고 여기지는 말아주시길 부탁드린다. 투쟁의 방법론이 바뀌었을 뿐, 정보라 작가는 한결같이 위를 바라본 채 아래를 포용하며 앞을 향해 전진하는 추진력을 간직하고 있다. 아니, 그 힘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강력하고 더 능수능란해진 것이 아닌가 놀랄 정도다. 《그녀를 만나다》는 아주 새로운 정보라를 보여주면서 그 안에 언제나 항상 그래왔던 정보라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이 신기하면서도 고맙고 또 반가울 따름이다. — 홍지운, 소설가Q. 아직 책과 친하지 않아 작가님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정보라입니다. 저는 소설을 쓰고 번역을 하고 데모를 합니다.Q. 요새 어떻게 지내시나요? 작가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학교 수업을 하고 수업준비를 하고 과제를 채점하고 교정본을 보고 가끔 데모하거나 식량을 구하러 집밖에 나갑니다.Q. 평소 독서량이 어느 정도 인가요?학기 중에 수업시간에 읽는 분량에 따라 다릅니다. 이번 학기에는 한 달에 한 권 정도 읽고 있습니다.Q. 작가님의 특별한 독서 습관이 있나요?책을 읽을 때 주로 전공에 관련된 책을 읽기 때문에 논문의 주제가 될 만한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여서 표시를 합니다. 오래 전부터 습관이 돼서 논문과 상관이 없는 책을 읽을 때도 마음에 드는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포스트잇 투성이가 되는데 약간 뿌듯합니다.Q. 책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이 있나요?20세기 러시아 작가들의 책을 주로 읽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책 소개나 작가소개를 보고 고릅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 이유는?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1899-1951)를 좋아합니다. 삶에서나 작품 속에서나 더 좋은 세계를 지향했고, 유토피아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슬퍼하는 작가이기 때문입니다.Q. 최근 읽었던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 그 이유는?러시아 작가 류드밀라 페트루쉡스카야 중단편선 《시간은 밤》입니다. 주인공들이 너무 고생을 하기 때문에 인상에 남습니다. 문체도 내용도 모두 강렬합니다.Q. 만약 다음 생에 단 1권의 책만 읽어야 한다면, 어떤 책을 선택하실까요? 이유도 함께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책을 단 한 권만 읽고는 살 수 없어여…. 플라토노프의 《체벤구르》를 읽겠습니다. 사랑 이야기와 성장소설과 피카레스크/모험소설과 유토피아 문학과 비극이 모두 한 권에 들어 있는 굉장한 작품입니다.Q. 작가님에게 독서란?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그 이유)독서란 성장입니다. 모르는 곳에 갈 수 있고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나의 일상 속에서는 절대 알 수 없었을 진실을 배울 수 있습니다.Q. 에서 소장님, 이사님들과 ‘나’ 사이에 로고 수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화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아마 직장생활, 넓게는 사회생활을 오래 해 온 분이라면 크게 공감할 포인트가 아닌가 싶었어요. 실례가 안 된다면, 작가님의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직장에서 실제 있었던 상황입니다. 제가 같은 직장에 계속 다니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곤란합니다만, 약 80% 실제 있었던 일들입니다.Q. 작가님께서 진행한 다른 인터뷰에서, 마지막 인사로 ‘투쟁’이라는 단어를 쓰신 것을 읽었습니다. 이번 단편집 또한 투쟁에 관한 이야기일까요? 투쟁이라는 단어에 담긴 작가님의 생각 또한 궁금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투쟁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고 한국 사회에서의 삶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한국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네가 알아서 노력해라, 실력을 키워라, 스펙을 쌓아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 능력 없으면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존도 자기계발도 힐링도 모두 셀프로 알아서 하라고 강요합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인간은 사회가 정해놓은 “스펙”이나 “실력”이 있든 없든 누구나 존엄한 존재이며 모두가 자신의 존엄을 위해 투쟁하고 있고 투쟁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기 쉽습니다. 개개인에게 각자도생을 세뇌하는 사회에서 구조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투쟁이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입을 막으려는 세력에 저항하는 것도 투쟁입니다.Q. 에서 아내 선영의 정체성이 독특합니다. 이런 설정을 하신 데에 어떤 배경이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은 호러 SF 영화를 보고 생각해낸 이야기입니다. 영화 제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젊은 부부가 외딴 곳으로 여행을 갔다가 아내가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합니다. 아내는 곧 돌아오는데, 무사히 돌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내가 점점 외계인으로 변해가면서 지구인이었던 기억을 잃어버리게 됩니다.영화 소개만 읽고 기대하면서 봤는데 생각 외로 재미가 없어서 나라면 저렇게 무서운 소재를 좀 다른 방향에서 들여다봤을 텐데 하고 궁리하다가 을 썼습니다.Q. 딱 한 문장으로 작가의 말을 쓴다면 무엇이 될까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여.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Q. 이 책에는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순서나 구성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순서와 구성은 아작 편집장께서 선택하셨고 저는 괜찮은 것 같아서 그냥 동의했습니다. (무책임)Q.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과 SF에 대해 강의하고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이 단편집을 작가님이 아닌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고 가정하고, 이 단편집을 학생들에게 소개한다고 해볼까요. 어떻게 설명하고 싶으신가요?무서운 이야기니까 읽지 말라고 설명하겠습니다…. 일상의 반대편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고 하면 대략 맞을 것 같습니다.Q. 아직 우리나라에서 SF 장르를 읽는 독자는 일부 마니아층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로서, 또 독자로서 SF 장르가 갖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이번 단편 중 그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단편도 하나 선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F의 매력은 내가 나라는 인간으로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단 하나의 삶 이외에 다른 존재의 방식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나오지 않고 ‘비인간 지성체’만 등장하는 를 선정하고 싶습니다.Q. 조금 심오한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작가님은 왜 쓰시나요? 짧게 답변해주셔도 좋습니다. 글을 쓰면 행복하기 때문에 씁니다. Q. 다음 책이 또 기다려집니다. 출간 계획이 있으실까요? 혹은 또 다른 장르의 작업이라도요.작년에 써둔 초고가 있는데 여러 가지 다른 일들이 많아서 수정을 못 하고 묵혀두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다시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챗북 인터뷰, 20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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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 팀 오브라이언 (지은이), 이승학 (옮긴이)
    • 섬과달
    • 2021-03-03

    &lt;뉴욕 타임스&gt; ‘20세기의 책’아마존 ‘평생의 필독서 100선’1991년 퓰리처상 결선1990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결선1990년 &lt;시카고 트리뷴&gt; 하트랜드상(Heartland Prize)1990년 프랑스 최우수외국도서상(Prix du Meilleur Livre ?tranger)베트남전쟁을 직접 겪은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전쟁이 지나간 뒤의 기억과 글쓰기와 위로문학과 영화 할 것 없이 전쟁은 사랑 못지않게 예술에서 끝없이 되풀이되는 소재지만, 베트남전쟁에 대해서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피해자 담론 외에 손쉬운 접근이 없다. 몇 세기 전의 일처럼 사그라든 냉전의 유산인 데다 처음부터 잘못된 전쟁으로 낙인찍혔고 그만큼 기억할 이유보다 잊을 이유가 더 큰 사건인 탓이다. 그 결과 기억의 짐을 떠안은 건 피해자들 아니면 마지못해 전쟁을 치러야 했던 말단 수행자들이었고, 그들 중에는 1973년 베트남전쟁 보병의 일상을 담은 산문 『내가 전장에서 죽으면』으로 극찬 속에 데뷔해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베트남전쟁에 관여된 작품 쓰기에 매달려야 했던 팀 오브라이언 같은 작가가 있었다. 팀 오브라이언은 베트남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탈영병을 쫓는 한 분대의 이야기를 그린 『카차토를 쫓아서』로 1979년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이 책으로 “20세기의 절반을 마감하는 소설로 이보다 훌륭한 작품은 없다고 보았다”(&lt;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gt;)라는 평을 이미 얻었는데, 뒷날 이 예측을 번복하게 만든 건 바로 팀 오브라이언 자신이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겪은 전쟁에 시달리느라 글로써 기억을 끊임없이 진정시켜야 했고, 결국 1990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어 머지않아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로 그때보다 더한 존경을 얻었다.“이것은 최상급의 문학작품이다. 이 책은 이런 소재에 대한 완벽한 접근법을 갖추었고 오브라이언은 굉장하고 우아한 솜씨로 그것을 부린다. 절제되었으면서도 격렬하고, 깊으면서 거칠고, 예민한 지각에 기민한 결단을 갖추었다. 이 책을 쓴 남자에게 경의를 표한다.”-&lt;시카고 선타임스&gt;『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책을 중요하게 다루는 거의 모든 매체의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전쟁소설을 이야기할 때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먼 메일러의 작품과 함께 꼭 언급되는 소설이다. 작가 자신의 체험과 기억이 짙게 반영된 자전소설로서 작가와 같은 이름의 주인공이 화자로 나서, 으레 전쟁소설에 기대하는 거창한 내러티브나 전투 묘사를 따르기보다는 그저 미군 보병의 일상적인 일화들을 이제는 작가가 된 자신의 사색을 더해 신중하고 사려 깊게 그린다. 매일같이 무거운 등짐을 메고 행군하는 일의 고생스러움, 징집을 피해 캐나다로 도망하려던 일, 진실한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는 법,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와 매일 하릴없이 차를 타고 호수를 도는 남자 등 참전 이전의 두려움부터 참전 이후의 공허함까지 여러 인물, 여러 입장, 여러 에피소드가 이 소설을 얼기설기 이룬다.『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각 장이 단편처럼 읽히지만 전체로서는 한 소대의 사람들 모두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장들이 서로 연작을 이루는 장편소설이다. 팀 오브라이언은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삶과 죽음, 기억과 상상, 사실과 진실, 그리고 죽은 이들을 이야기 속에 되살려내 다시 만나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어루만지는 글쓰기에 관해 “날것 같은 고백”(&lt;월스트리트 저널&gt;)을 들려준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1990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결선, 1991년 퓰리처상 소설 부문 결선, 아마존 에디터가 꼽은 ‘평생의 필독서 100선(100 Books to Read in a Lifetime)’, &lt;뉴욕 타임스&gt; ‘20세기의 책(Books of the Century)’에 올랐고, 출간 이래 30년 동안 전 세계에서 200만 부 이상 팔렸다. “신중하고 경이로운 스토리텔링. 헤밍웨이식의 선명하고 감상에 빠지지 않는 어조에다 더 다정하고 더 서정적인 묘사를 결합한 산문. (…)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책이다. 베트남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중요하다.”-&lt;뉴욕 타임스&gt;전투 없는 전쟁소설그들이 짊어지고 견디고 기억하는 것들“기억을 지탱하는 건, 흔히, 시작도 끝도 없는 작고 기이한 파편들이다.”-53쪽베트남전쟁이 끝난 지 20년, 마흔세 살에 이제는 작가가 되어 있는 화자(팀 오브라이언)는 파편처럼 맥락 없이 찾아드는 그때의 일들을 과장 없이, 자기 연민 없이 적어나간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머릿속을 차지하는 건 승리나 패배 따위의 거창하고 정치적인 일이 아니라 개인 단위로 벌어진 일이다. 매일같이 짊어지고 걷고 짓궂은 농담을 하고 긴장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총알이나 포탄이나 지뢰가 터져 바로 전까지 웃고 떠들던 동료가 증발해버리는 일. 거기다 군인들이 겪는 비탄, 공포, 사랑, 갈망 같은 무형의 짐뿐 아니라 때로는 트라우마를 자아낼 만큼 마음을 짓누르는 죄책감이 담백하되 마음을 어지럽히는 어조로써, 관념이 아니라 체험을 안기는 글쓰기로써 그려진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의 각 장은, 기억의 속성이 그런 것처럼, 서로 독립된 듯하지만 알게 모르게 연관된 여러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이 에피소드들이 누적되어 삶의 경이로움과 덧없음과 소중함을 끝내 장편다운 감동으로 일깨운다. 명백한 인과관계를 따르지도, 드라마처럼 극적이지도 않은 이야기가 “전쟁에 대한 최종적인 이해가 아니라 인간적인 이해”(&lt;엔터테인먼트 위클리&gt;)를 자극하고, 또 내밀한 고백이자 허구인 동시에 일종의 르포 같은 관찰로서 극한상황 속의 개인 혹은 무리를 차분하고 진실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땅개 또는 보졸로 불렸다. 무언가를 가지고 다닌다는 것은 이를테면 지미 크로스 중위가 마사에 대한 사랑을 구부정하게 지고서 언덕을 오르고 진창을 건너던 것처럼 그걸 짊어진다는 뜻이었다. 자동사로 쓸 때 짊어진다는 말은 걷거나 행군한다는 뜻이었지만 거기에는 자동사적인 것을 한참 넘어선 부담이 내포돼 있었다. 거의 모두가 사진을 짊어졌다. 크로스 중위는 지갑에 마사의 사진을 두 장 가지고 다녔다. 첫 번째 사진은 믿음은 안 가지만 사랑으로, 라고 서명된, 코다컬러 필름으로 찍은 스냅사진이었다. 그녀는 벽돌담에 기대어 있었다. 회색의 모호한 눈에 입술은 살짝 벌린 채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가끔씩 밤이면 크로스 중위는 그녀에게 남자 친구가 많았기 때문에, 자기가 그녀를 매우 사랑했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준 사람의 그림자가 벽돌담까지 뻗어 있는 게 보였기 때문에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 궁금했다.”-18쪽전쟁 후 20년, 마흔세 살의 작가기억을 달래는 스토리텔링“하지만 이 또한 진실이다. 이야기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나는 마흔세 살이고 이제는 작가고 지금도, 바로 여기서, 린다가 살아 있는 꿈을 계속 꾼다. 테드 라벤더도 마찬가지고 카이오와도, 커트 레몬도, 내가 죽인 야윈 청년도, 돼지우리 옆에 대자로 뻗어 있던 어느 노인도, 그리고 내가 한때 시신을 들어 트럭에 털썩 던져 넣은 다른 여러 사람도. 그들은 모두 죽었다. 하지만 이야기, 이를테면 꿈결 속에서는 죽은 이들이 웃음을 지으며 일어앉아 세상으로 돌아온다.”-259쪽『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전쟁소설인 한편 이야기하기에 관한 소설이다. 팀 오브라이언에게 이야기하기, 즉 글쓰기는 죽은 이들에 대한 추모이자 불가항력으로 궤도를 이탈해야 했던 세월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다. 그는 오래전 죽은 이들을 이야기 속에 불러냄으로써 끊임없이 재회하고, 죽음이 이별만은 아님을 말하고, 그렇게 스스로를 달랜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베트남에서 함께한 동료들뿐 아니라 전쟁 중 자기가 죽인 사람, 어린 시절 뇌종양으로 죽은 여자아이 등 여러 죽음이 교차하는데, 전쟁뿐 아니라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느닷없는 헤어짐과 그에 대한 수용을 전쟁의 경험에 빗대어, 소설이라는 이야기 형식을 통해 들려준다. 이야기는 허구일지언정 진실할 수 있고, 왜곡되어 알아볼 수 없는 것들을 기억하게 해주며, 죽음과 삶이라는 큰 문제를 좀 더 감당할 만하게 바꾸어준다고 팀 오브라이언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며 이야기한다.“마흔세 살, 전쟁은 반평생 전의 일이 되었으나 기억하는 일은 아직도 그것을 현재로 만든다. 그리고 기억하는 일은 가끔씩 이야기로 이어져 그것을 영원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야기는 지난날을 미래와 이어주려고 존재한다. 이야기는 당신이 있었던 자리에서 당신이 있는 자리로 어떻게 다다랐는지 기억나지 않는 이슥한 시간을 위해 존재한다. 이야기는 기억이 지워진, 이야기 말고는 기억할 게 없는 영원의 시간을 위해 존재한다.”-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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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스프 리플렉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그래스프 리플렉스
    • 김강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12-27

    오래 산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축복인가?근미래의 갈등을 담은 김강 작가의 탁월하고 치밀한 상상력!필립은 영원히 살려고 하는 아버지 만식의 그늘에 가려 오십이 넘는 나이가 되도록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인호는 이십여 년째 아버지의 지역구 영산시를 관리하며 정계 진출을 꿈처럼 간직하고만 있다. 어느 날, 만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의문투성이인 죽음을 뒤로 한 채 필립과 인호는 각자의 야망을 위한 계획에 시동을 건다.김강 작가는 장편소설 ≪그래스프 리플렉스≫에서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미래 사회의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노인들의 표만으로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정치인, 노인들만 대상으로 사업을 해도 최대 재벌이 될 수 있는 기업인, 노인들을 위한 로봇을 수리하고, 수명 연장을 위한 인공 장기 밀매를 벌이는 청년들이 노인만을 위한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젊었을 때는 열심히 일했어. 지금은 보상을 받는 거지.\"\"나이 좀 먹었네 하는 사람들 모두 신 같아요.\"노인을 위한 세상에서도 모두가 꿈을 꿀 수 있을 것인가?김강 작가의 ≪그래스프 리플렉스≫는 근미래를 담고 있다. 노인들은 나라에서 주는 소득만으로 먹고살고, 출시되는 신제품은 온통 노인을 위한 것뿐이다. 새로운 정책들은 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급급하다. 그 와중에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20, 30대는 작중의 남매인 안나와 노마처럼 재벌의 마이걸이 되거나 노인들에게 나라에서 지급하는 로봇을 수리하면서 살아간다. 이들에게는 노인이 되기까지 남은 30~40년이 까마득하다. 그런 노마에게 한 노인이 말한다. \"자네도 언젠간 늙을 거 아냐?\"노마는 노인들을 가리켜 \"신 같다\"라며 한탄한다. 노마는 여동생 안나가 만식의 아이를 가졌을 때, 인생의 큰 비극이 닥쳤다고 생각하고 분노하지만 앞으로 노마에게 벌어질 일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에 불과했다. 김강 작가는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사회의 거대한 힘을 다뤄왔고, 이번 작품에서도 인간을 특정한 방식으로 살게 만드는 이야기를 꺼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길들여지거나, 제압 당하거나그늘에서 벗어나거나필립은 영원히 살려고 하는 아버지 만식의 그늘에 가려 오십이 넘는 나이가 되도록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만식은 늘 주변인들에게 \'아직 경험이 부족한 2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인호는 이십여 년째 아버지 영권의 지역구 영산시를 관리하며 정계 진출을 꿈처럼 간직하고만 있다. 인호가 정계에 진출하겠다고 영권에게 말하자, 영권은 아들에게 평생 정계 진출을 하지 못하도록 못박는다.어느 날, 만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며 이야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권은 자신의 후원자가 당한 의문투성이인 죽음을 발판 삼아 정치적인 퍼포먼스에 열을 올린다. 필립과 인호는 노인 세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한다.\"저… 형님이라고 해도 될까요?\"재벌 2세와 로봇 관리사는 왜 그곳에서 만났을까? 필립에게 안나의 일을 따지러 온 노마는 필립이 의외로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필립은 노마에게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주고, 노마는 필립이 안나와 안나의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들은 노인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한 마음이 될 수 있을까.이 소설의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마땅히 내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지려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부딪힌다. 만식과 영권, 필립과 인호, 노마와 안나가 모든 것을 불태워 부딪히고 난 후, 이들에게는 만식이 남긴 한 마디만 남는다. \"누구나 마땅한 일을 한다.\"한국은 2025년에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 작중 영산시와 같은 지방 도시는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김강 작가의 소설은 이러한 현실을 비유하고 있다. 우리는 처음 겪어보는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소설에는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의 단서가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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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할 수밖에 (커버이미지)
    [장르문학]그렇게 할 수밖에
    •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3-04-14

    “내가 죽이려던 그놈이, 살해당했다.”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복수와 사건의 진실우리에게는 모두 ‘이유’가 있다2021 네오픽션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내가 죽이려 했던 놈이 의문의 사고로 죽었다죽음에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진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제9회 네오픽션상 우수상을 수상한 최도담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ON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로 출간되었다.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과 뛰어난 반전으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은 『그렇게 할 수밖에』는, 타인의 죽음 그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위해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라경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그려가는 복수극과 사건의 진실, 수수께끼의 인물 ‘연’의 정체, 그리고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때로 뭉클한 감정을 이끌어내기도 한다.라경은 엄마를 수없이 폭행하고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기섭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살인을 청부하여 이기섭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는 듯하나, 의뢰에 실패했다는 답신이 오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이기섭은 이미 사망한 상태. 누가, 왜 그를 죽였는가? 사건의 진실 속으로 뛰어들수록 충격은 더 커진다.이야기는 이기섭을 죽인 진짜 범인을 향해 흘러간다. ‘청부살인’이라는 섬뜩한 주제를 품고 있으나, 한편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반전을 통해 사랑과 이해관계를 풀어나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타인의 고통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무언가를 잃었음에도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소중한 것을 잃을 때마다 라경이 선택한 것은 회피였다. 본인이 선택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이든 아무렇지 않게 맞이하는 지나가 내심 부러웠다. 지나와 함께하면서, 그리고 여러 차례 고난을 맞이하면서 라경은 천천히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간다. 처음에는 엄마의 부재를 그저 피하려고만 했던 라경이 점차 성장하며 곤란한 상황마저도 똑바로 마주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벅찬 감동마저 느껴진다.할머니와는 3년 전부터 따로 살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함께 있는 것은 행복하면서도 힘겨웠다. 할머니와 나, 그 사이에는 엄마의 부재가 항상 끼어들었다. 할머니와 나에게 엄마의 존재는 슬픔이라는 공통분모였고, 애써 피하려 했지만 피하려 한다는 것의 의미를 서로 알고 있었다.-p.13“그런데 넌, 어쩌다 이렇게 씩씩한 캐릭터가 된 거지?”나는 불현듯 물었다. 지나는 까르르 웃더니 맥주를 넘겼다.“씩씩해 보이는 거겠지. 난 그러려고 노력해.”“씩씩하게 보이려고?”“발가락을 잃었을 때, 내가 씩씩하게 웃는다고 엄마가 다행이라고 하더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씩씩해 보이는 게 그 사람을 안심시킨다는 걸 알았지. 그때부터 만들어진 원칙 같은 거야.”-p.34~35“상하의 얘기는 확실해 보입니다. 학원비를 대신 내주겠다고 접근했고 술을 먹이고 벌인 일입니다. 지금 성폭력 상담소에 신고가 된 상황입니다.”“아, 강 샘 좀 성급하네. 상하 그 아이, 아르바이트하면서 학원에 다닌다는 거죠? 요즘 애들은 워낙 맹랑해서, 혹시 돈을 목적으로…….”“거기까지만 듣겠습니다.”-p.63~64스릴러라는 장르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는 ‘부재’와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의 부재를 느끼는 라경, 새끼발가락의 부재를 느끼는 지나, 라경의 부재를 느끼는 준, 그리고 저마다의 상처와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지금의 그들이 있기까지 모든 일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소설은 인물들이 자신의 결핍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살아가는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목표물은 죽었는데 의뢰는 실패했다. 라경은 혼란에 빠진다. 연은 마치 의뢰에 실패한 것을 사죄라도 하는 듯 라경의 곁에 머문다. 그들이 ‘악’에 대해서, 스스로를 지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마치 이기섭의 죽음은 어쩔 수 없으며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는 것처럼, 그들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문어도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겠죠.”“그렇죠. 살아 있으니까.”“무언가를 파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파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게 마음에 드네요.”“목적이 다른 일이죠. 그러니까 파괴라는 개념 자체를 쓸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애초에 파괴가 아니니까.”“그건 옳은 일일까요?”“옳고 그름을 떠나……. 결국 악을 막는 건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니 어쩔 수 없다고 해야겠죠.”“우리 지금 문어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죠?”“그럼요. 독을 쏘는 문어에 대한 얘기죠.”-p.133『그렇게 할 수밖에』는 나름대로 상처를 희석시키며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죽음’이라는 사건을 담담하게 떠올린다. 그들이 죽음과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통해, 상실감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다.악 이전에 사랑이 있었다사랑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고민하다이 이야기에는 완전한 악이나 완전한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평범하게 살아왔지만 엄마의 죽음으로 살인을 도모하는 라경, 라경의 엄마를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또 다른 협박에 시달렸던 이기섭, 따뜻하게 라경을 감싸주고자 했지만 결국 이기적인 선택을 했던 준, 타인을 지키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과 죽이고자 하는 차가운 마음을 안고 사는 연. 누구에게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다독이며 결말 또한 ‘선의 완전한 승리’나 ‘악의 완전한 패배’라는 전형적인 형식에서 벗어난다. 또한 복수라는 메마른 전개 속 반전은 모든 결정에는 사랑이 따른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게 한다.『그렇게 할 수밖에』는 라경의 시선, 은유와 독백으로 인물의 서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한편 분절된 개인의 세상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말의 의미가 더욱 짙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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