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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대지기 (커버이미지)
    [문학]등대지기
    • 조창인 지음
    • 산지
    • 2023-04-14

    3백만 부 감동 신화 <가시고기>의 저자 조창인 작가의 후속작 등대지기가 증보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외딴섬 구명도에는 네 명의 등대원이 있다. 등대지기 재우는 석 달에 한 차례 오가는 행정선 외에는 뭍과 완벽하게 차단된 삶을 산다. 어머니로부터 외면받고 차별당한 아픔으로 가족과 단절한 채 살아가지만 재우는 등대를 사랑하며 등대지기로 최선을 다한다. 어느 날 불쑥 치매 걸린 어머니가 구명도에 도착한다. 과거의 아픈 기억, 강제로 떠맡은 상황, 치매 어머니의 기이한 행동으로 혼돈과 갈등에 빠지는 재우. 게다가 구명도 등대의 무인 등대 정책으로 인해 구조 조정의 대상이 된다. 과거 상처만을 주었던 어머니와의 동거. 그러나 뜻밖에도 재우는 어머니의 진심과 사랑을 하나씩 깨우치게 된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 구명도 등대는 위기에 처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등댓불을 꺼뜨리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재우와, 그 아들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숭고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이 펼쳐진다.죽음보다 강한 어머니의 사랑을 알아가는 이야기부모는 사랑을 줬는데, 자녀는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어디서 어긋난 것일까. 무뚝뚝하고 냉정했던 어머니, 형과의 편애, 그 속에서 상처 입은 둘째 아들 재우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심정으로 외딴섬 등대지기가 된다. 어느 날 치매 환자로 떠맡겨진 어머니와의 동거. 애증의 감정으로 시작된 동거에서 재우는 차츰 어머니의 사랑을 확인한다. 무수한 오해의 껍질 속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단단하게 굳었던 증오의 감정들이 서서히 풀려나간다. 어머니의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비록 치매로 이성적 판단이 무력해졌을지언정 모성의 본능은 여전히 살아 꿈틀댄다. 치매도 채 어쩌지 못하는 자식을 향한 사랑의 몸짓은 최후의 순간까지 이어진다.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사랑하려 애썼지만 거부당했다고 믿었던 아들은 깨닫는다. 자식이 먼저 부모를 사랑할 수는 없다. 부모의 사랑을 알고 인정하고 받아들인 다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 소설은 사랑의 정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 사랑에 눈을 뜨는가?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등대지기의 소명을 통해 어떻게 살아갈지를 돌아보게 하는 책외딴섬 등대지기.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직업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도시로 집중하는 사회에서 매우 하찮게 여겨지기까지 하는 직업, 등대지기. 등대지기라는 직업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명예를 얻거나 부를 획득하는 것을 희망으로 간주한다면, 난희의 말대로 재우는 희망이 없는 사내였다.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인정하고, 그 자리가 세상의 따뜻함에 기여하고, 그 따뜻함을 위해 분투하는 것이 희망의 범주에 포함된다면, 재우는 날마다 희망을 품은 채 살고 있었다.’(p203)라고 작가는 말했다. 등대를 사랑하고 등대지기의 사명을 끝까지 지켜내는 주인공의 행적은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자리를 인정하며 세상에 기여하는 삶의 모습이다. 무엇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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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커버이미지)
    [문학]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04-14

    “작가로서 ‘내 것을 빼앗겼다’는 기분이 드는 이야기가 있다. 아직 안 쓴 게 아니라, 생각조차 못 했으면서 빼앗긴 듯 억울한 이야기. 이 소설이 그렇다.” _《7년의 밤》, 《완전한 행복》 소설가 정유정 정유정 작가가 직접 읽고 극찬한 미스터리의 백미넷플릭스 영화화, 전 세계 20개국 번역 출판5년 전, 《굿 걸》로 화려한 등장을 알렸던 ‘스릴러의 여왕’ 메리 쿠비카가 독자들의 심장을 강타할 신작 《디 아더 미세스》로 돌아왔다. 《7년의 밤》, 《완전한 행복》의 정유정 작가가 “아직 안 쓴 게 아니라, 생각조차 못 했으면서 빼앗긴 듯 억울한 이야기”라고 극찬한 소설이다.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 20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OTT 시장의 최강자 ‘넷플릭스’에서 영화화를 결정할 만큼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또한,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드물게 주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 스릴러와 감동을 한 작품에 녹여냄으로써, 여성 독자들이 미스터리 장르로 눈을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 개의 시선과 단 두 개의 진실, 그리고 단 하나의 사건관계에 기생하는 인간 본연의 공포를 그려낸 심리 스릴러 소설은 세이디, 카밀, 마우스, 세 여자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세이디는 남편 윌의 외도와 아들 오토의 학교 문제 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중, “모든 걸 잊고, 새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얼마 전 죽은 누나 앨리스가 유산으로 남긴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윌의 제안을 받는다. 오랜 고민 끝에 이사를 결심한 세이디는 외딴 섬, 오래된 단독주택, 새로운 가족에게 적개심 가득한 앨리스의 딸 이모젠으로 인해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려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에 살고 있던 여자가 변사체로 발견되고,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서 세이디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카밀은 세이디의 남편인 윌을 사랑한다. 한때 세이디와 카밀은 같은 집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둘은 사사건건 부딪쳤고, 결국 카밀이 집을 나가는 것으로 관계는 종료됐다. 카밀은 늘 자신의 것을 빼앗는 세이디가 싫었다. 윌도 카밀이 먼저 알았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세이디와 윌이 알게 됐고, 결국 둘은 결혼까지 했다. 카밀은 분노했다. 그리고 다시 윌을 찾아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그를 유혹했다. 윌은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세이디보다 뇌쇄적이며 도발적이기까지 한 카밀의 관능미에 흠뻑 젖어들었다. 카밀은 점점 윌에 집착했고, 그의 직장은 물론 살고 있는 집까지 찾아가 세이디와 주변 여자들을 서서히 그에게서 떼어놓기 시작했다. 마우스는 엄마를 여의고 난 후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아빠는 마우스를 위해 애써 슬픔을 감추었고, 마우스는 그런 아빠를 위해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 노력했다. 마우스는 여전히 행복했지만, 아빠는 곧 새엄마를 데려왔다. 새엄마는 아빠를 사랑했고, 마우스에게도 친절했다. 마우스는 죽은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빠를 위해 새엄마에게 잘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빠가 출장을 위해 길게 집을 비울 때마다 새엄마의 폭언과 폭행은 점점 심해졌다. 마우스는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행복한 표정의 아빠를 볼 때마다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새엄마의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변기 물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집에 갇히면서, 마우스는 새엄마의 만행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결심을 한다.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스릴러의 여왕’감동과 스릴러를 한 작품에 담은 메리 쿠비카 최고의 역작 《디 아더 미세스》는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 20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OTT 시장의 최강자 ‘넷플릭스’에서 영화화를 결정할 만큼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입을 모아, ‘스릴러의 여왕’ 메리 쿠비카의 귀환에 환호했고, 《허핑턴 포스트》 등 유력 언론에서,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드물게 주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 스릴러와 감동을 한 작품에 녹여낸 전례 없는 소설의 탄생을 알리는 보도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다.세 여자의 시선으로 교차 진행되는 이 소설은 독자에게 극강의 몰입도를 제공한다. 윌을 사이에 둔 세이디와 카밀의 ‘전쟁 같은 사랑’과 누군가의 과거로 연상되는 마우스의 독백은 다음 장을 넘기는 게 망설여질 정도로 두려움과 긴장감이 가득하다. 범인을 숨긴 살인 사건은 세이디를 점차 궁지로 몰아가고, 간판을 감춘 호텔로 걸어 들어가는 카밀과 윌의 정사는 눅진하다. 죽음에 가까운 곳까지 내몰린 마우스는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거세한 채 깊고 어두운 상자로 들어간다.독자들은 소설의 중반을 넘어 마지막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사건의 모든 증거가 자신을 지목하는 상황에 몰린 세이디의 절망을, 자신의 사랑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 정신상담을 받는 카밀을 외로움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아빠를 배웅하는 마우스의 슬픔을 목도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 전장의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지는 한 여자를 조용히 응원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에는 우리 모두가 원했던, 우리가 가고자 했던, 우리가 만나야만 하는 웅장한 감동이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 그 끝에 선 그녀를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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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어 맑스 - 엥겔스가 그린 칼 맑스의 수염 없는 초상 (커버이미지)
    [문학]디어 맑스 - 엥겔스가 그린 칼 맑스의 수염 없는 초상
    • 손석춘 지음
    • 시대의창
    • 2023-04-14

    2018년 5월 5일 맑스 탄생 200주년, 소설로 읽는 칼 맑스의 일대기맑스*의 일대기를 엥겔스가 맑스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한 평전이자 팩션이다. 역사적 사실에 허구성을 더한 것이 팩션이라지만, 이 책은 팩션을 넘어선 ‘한국인’ 작가 손석춘의 기념비적 기록이다. 소설적 허구성마저 역사적 사실에 정제한 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하는 까닭이다.이 책은 작가가 마치 엥겔스의 영문 편지 원고를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한 뒤 한국어로 번역한 듯 구성됐다. 작품 표면적으로는 엥겔스가 저자이고 한국어판 번역자가 따로 있는 듯하다. 이는 역사의 진실성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진실성을 담보한다. 물론 이 작품은 사실에 근거해 있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맑스의 생애와 사상은 물론, 그의 대표 저작들의 내용과 위상에 쉽게 이를 수 있다.작가는 맑스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그의 삶과 사상을 깊이 탐구해왔다. 그리고 기어이 2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맑스를 21세기 한국 독자들 앞에 불러냈다. 19세기 인물을, 그것도 ‘하필’ 맑스를 21세기에 불러내는 까닭은 당연히 ‘유효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로봇 사회주의’가 거론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맑스는 자본주의가 최고조에 달한 순간 다음 체제로의 전환이 혁명적으로 시작된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자본이 횡횡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하에 착취와 피착취의 경계선마저 모호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 작가는 맑스의 생애를 통해 시대와 체제를 초월한 ‘변증법적’ 울림을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Karl Marx는 ‘카를 마르크스’로 표기해야 하나, 작가의 의견을 존중해 ‘칼 맑스’로 표기했습니다.절친 엥겔스, 그가 그린 수염 없는 맑스의 ‘생얼’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대리석으로 조각한 듯한 얼굴, 이들이들한 피부, 맑고 밝은 눈동자와 콧날 아래 엷은 콧수염, 183센티미터의 훤칠한 키, 수영과 승마로 다진 군살 없이 날렵한 몸에, 성격이 산뜻하고 베토벤 음악을 좋아하며 취미는 여우 사냥인, 나날이 번창하는 기업을 소유한 부잣집 아들이자 사상가다. 무엇보다 맑스의 후원자이자 ‘절친’이다.《라인신문》 편집국에서 맑스를 처음 만난 엥겔스는 그의 첫인상을 “텁수룩하고 시커먼 머리칼과 그 못지않은 검은 수염 사이로 까무잡잡한 옆얼굴”을 하고는 “허리도 곧게 펴지 않은 채 마치 두꺼비처럼 의자에 착 달라붙은 듯이 앉아서 편집할 기사를 손질하고” 있다고 말한다. 선망하던 존재를 만났지만 맑스의 경멸 어린 시선에 불쾌감을 느낀 엥겔스는, 맑스의 콧대를 꺾어놓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엥겔스는 애초에 자신과 맑스는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함을 절감한다. 그래서일까 엥겔스가 맑스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그리움과 선망, 그리고 질투의 감정이 엇갈려 있다.“(맑스 자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본 대학의 법대에 등록했지만 정작 강의는 문과대로 들으러 가서 철학과 문학에 심취했더군. (…) 독서 못지않게 술독에 빠졌다며? (…) 문학 동아리와 함께 가입한 ‘술 동아리’에선 당차게도 회장까지 맡았더군. (…) 자네, 그 시절부터 돈 개념이 없었더군. 불후의 저작 《자본》을 쓴 작가에게 할 소리는 아니겠지만 말이야.”다소 삐딱한 시선으로 맑스를 그린 듯하지만, 엥겔스의 시선에는 기본적으로 맑스에 대한 사랑이 깔려 있다. 그는 맑스가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워 구금되고 불법 무기를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일에서부터, ‘프롤레타리아트’라는 말을 만들어낸 ‘사건’과 변증법적 사유가 깊어져 역사 유물론에 이르러 저 유명한 《자본》을 출간하기까지, 장점과 단점 모두 가감 없이 그려내면서도, 친구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또렷하게 보일 뿐이다. 엥겔스가 사업을 했던 20년간 맑스에게 보낸 돈의 액수는 3,000~4,000파운드라고 한다. 오늘날의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45만~60만 달러 수준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5억 4,000만~7억 2,000만 원이다. 맑스를 논하면서 ‘돈’을 거론하는 건 불경스러운 일일까?무엇보다 불후의 명작 《자본》이 당시 언론의 완전 무관심 속에 아무 반응이 없자, 맑스는 불면증에 시달렸고 부스럼이 재발할 정도로 고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엥겔스는 누구보다 《자본》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맑스 사후에 엥겔스는 《자본》 2권과 3권을 정리해 출판한다. 엥겔스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맑스가 있었을까? 《자본》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맑스는 정말 행운아였던 셈이다.사실, 맑스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둘 있다. 귀족 가문 출신으로 평생을 맑스에게 헌신한 ‘예니’와 이름이 겸손이라는 뜻인 가사 노동인 ‘데무트’다. 이 책은 엥겔스를 통해 두 여인의 삶을 보다 직접적이고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작가의 애정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맑스를 비난하는 숱한 풍문을 엥겔스의 입을 통해 진실한 사랑의 장면으로 돌려놓는다.이 책은 엥겔스의 시선으로 맑스의 삶을 조망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사상가를 친구로 둔 엥겔스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우리 자신을 다시 놓아야 한다. 엥겔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작품의 마지막 구절을 빌리자면,“학습하라, 토론하라, 사랑하라.”작가와 7문 7답Q 책 소개를 간단하게 해주세요.A 칼 맑스의 삶과 사상을 친구 엥겔스의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했습니다. 기본 콘셉트는 ‘수염 없는 맑스’입니다. 맑스의 사상과 더불어 그의 우정과 사랑을 담고 싶었습니다.Q 맑스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A 중학1학년 때 도덕책에서 ‘맑스는 가난한 사람과 부자 사이의 불평등을 없애겠다고 선동했다’라는 대목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반공의 프레임에서 쓴 교과서 글이었지만, 어떻게 불평등을 없애겠다고 선동했는지 몹시 궁금했습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 비교적 가까웠던 아현도서관을 찾아 맑스와 관련한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책을 내주던 사서 직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6년 뒤 철학과에 입학하고 곧바로 대학도서관을 찾아 시드니 훅이 쓴 맑스 책을 찾아 읽으며 본격적으로 그의 사상을 탐색해갔습니다.Q 왜 지금 시기에 ‘맑스’를 쓰셨나요?A 영국 공영방송 BBC의 설문조사에서 지난 1천 년(1000~1999) 동안 인류에 영향을 끼친 사상가 1위로 꼽힌 철학자가 맑스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악마의 얼굴’을 한 듯 여겨집니다. 분단과 독재 체제로 덧칠된 ‘악마의 얼굴’에 묻힌 ‘생얼’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무엇보다 촛불혁명을 이룬 우리 네티즌들 사이에 맑스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맑스의 사상이 오늘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습니다. 맑스의 사상은 오늘 우리에게 길이 아니라 길라잡이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맑스에 대한 이해는 너무 낮습니다. 일부 진보 교수와 연구자 사이에서 학문적으로만 논의되고 있을 뿐입니다. 네티즌들이 맑스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Q 전작 <유령의 사랑>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A <유령의 사랑>이 데무트의 시각에서 본 맑스라면, <디어 맑스>는 엥겔스의 시각에서 본 맑스로 그의 사상을 더 깊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전작이 맑스의 사랑을 기조에 깔고 있다면, <디어 맑스>는 우정과 현재적 의미가 기조로 흐르고 있습니다.Q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씀하고 싶었나요?A 인류에게 노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노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존엄한가를 촛불을 들었던 동시대인들과 이 책을 통해 나누고 싶습니다.Q 이 작품을 누가 읽으면 좋을까요?A 촛불을 든 네티즌들, 특히 대학생과 ‘신입사원’들이 읽으면 좋을 교양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Q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A 아무런 고려 없이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언론노동에 몸담은 기자들이 이 책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기자들 스스로 ‘언론계 대선배’인 칼 맑스를 만나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 시대에 맑스 사상이 네티즌들에게 소통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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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커버이미지)
    [문학]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3-04-14

    * 전 세계 43개국 출간 예정* 2016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노미네이트* 2016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2015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노미네이트* 2015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1위’* 2015 가디언지 ‘작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 2015 BBC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전 세계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청춘의 끝자락에서 펼쳐지는 본능적이고 호소력 있는 이야기다. 레누와 릴라라는 두 여성의 60여 년간 우정을 그린 ‘나폴리 4부작’은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 두 주인공의 유년기와 사춘기를, 제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에서는 청년기를 그렸다.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는 중년기에 접어든 두 주인공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나폴리를 떠나는 레누와 나폴리에 머무르는 릴라의 삶은 급변하는 사회상과 더불어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진다. 릴라와 레누의 관계는 마치 용수철처럼 서로에게서 멀어졌다가 다시 회복하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이들의 관계에서 애정과 증오, 사랑과 질투, 우정과 연대 등 인간의 모순적인 감정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페란테는 이를 낱낱이 파헤쳐 그들을 지배하는 ‘불안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격렬하고 맹렬한 페란테의 서사는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범죄와 폭력, 역사와 개인의 삶이 교차하다‘나폴리 4부작’은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로 구성된 인생과 우정, 역사가 담긴 대서사시다. 그중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맹렬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자 균열된 이탈리아의 격동적인 역사에 맞서 두 여자가 겪는 내적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제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작가로서 성공하는 레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릴라를 중심(가정 폭력에 노출된 릴라, 구두를 디자인하는 릴라, 돈 많은 스테파노와 결혼하는 릴라 등)으로 진행된 제1권과 제2권에 비해 확연히 다른 지점이다.『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 레누는 릴라가 머무르는 고향 동네로 돌아오지 않고, 명문가 집안의 아들로 대학교수인 피에트로와 피렌체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레누가 출간한 소설은 세간의 주목을 받지만 고향 사람들은 오직 “야릇한 부분”에만 관심을 갖는다. 작가로서 성공한 레누는 결혼, 출산, 육아의 과정을 경험한다. 두 딸의 엄마가 된 레누는 결혼이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릴라는 열악한 햄 공장에서 일하면서 아들 젠나로를 키운다. 컴퓨터가 없는 상황에서 엔초와 매일 저녁 컴퓨터 공부를 한다. 정신적으로라도 엔초를 붙잡아놓기 위해서, 릴라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두 여자의 개인적인 성장과 변화와 함께 역사도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한다. 거리의 폭력은 학생 시위, 공산주의자와 파시스트의 충돌로 확대된다. 릴라는 햄 공장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해 노동투쟁에 나선다.릴라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자기는 노동계급이니 뭐니 하는 것은 잘 모른다고 했다. 자기는 지금 일하고 있는 공장의 노동자들밖에 모르며 이들에게서 배울 것은 빈곤함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청중에게 물었다. “하루 여덟 시간을 모르타델라 햄을 익히는 물속에서 허리까지 몸을 담그고 일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상상이 되나요? (…) 이것이 내가 일하는 공장의 현실이에요. 노조는 이곳에 발을 디뎌본 적도 없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위협에 시달리는 불쌍한 사람들이죠. 이들에게는 사장의 말이 법이에요. 사장은 돈을 준다는 명목하에 노동자들을 자기 소유물처럼 대하죠. 그들의 삶도 가족도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이 자기 것인 양 굴어요. 자기 말대로 하지 않으면 무참히 박살내버리겠다는 심보예요. 역사소설이 아니면서도 이 소설을 읽다보면 이탈리아의 역사가 궁금해진다.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쓴 것 같은데도 책을 읽다보면 격동의 이탈리아 역사 한가운데 빠져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페란테는 강물 같은 커다란 역사의 흐름을 살아내는 물방울 같은 개인의 존재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이 대담하고 화려하고 잔인한 소설에서 페란테는 정치와 개인의 삶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관계를 추적한다. 이는 우리가 현재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새로운 버전이다”(뉴욕타임스). 따라서 이들의 성장은 결코 사적이고 개별적인 것이 아니다. 진보하는 역사와 사회와 맞물려 이들의 삶도 끊임없이 전진한다. 하지만 미처 길에 들어서기도 전에 공장 밖에서 우르르 뛰어 들어오는 공장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한쪽으로 비켜서야 했다. 에도를 비롯한 몇몇 사람이 폭행을 막으려다 실패하고 도망쳐 들어오는 중이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쇠막대기를 든 두 사내를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페란테, 새로운 페미니즘적 글쓰기를 보여주다제1권『나의 눈부신 친구』가 지하창고로 떨어진 인형에서 출발한다면 제3권『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쓰러져 있는 한 여성에게서 시작한다. 레누와 릴라의 어린 시절 소꿉동무이자 미켈레의 전 부인 질리올라는 성당 옆 화단에 “고통과 두려움에 몸부림치다 벗겨”져 한쪽 구두만 신은 채 시체로 발견된다. 미켈레에게 버림받은 질리올라의 망가진 몸은 질리올라 개인의 비참한 삶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나폴리에 사는 여자들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레누에게 나폴리는 끊임없는 폭력에 시달리는 곳이었고 여자들은 자주 이러한 폭력에 희생되었다. 레누는 작가로서 성공하고 학자 집안과 결혼한 자신의 이력과 어울리는 언어(표준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법을 습득하는 동시에 자신의 출신 성분에 부합하는 언어(나폴리 사투리)도 잊지 않으려 한다. 이는 가부장적 제도를 비롯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정신적?육체적 폭력에서 자신을 필사적으로 방어하기 위함이다.『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의 초반부에서 질리올라가 시체로 발견되는 장면이 암시하듯,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 페란테는 무엇보다 여성 문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학생운동, 노동운동과 더불어 여성해방운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학업을 마치고 성공한 레누는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는 어머니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가부장적이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 피에트로와의 결혼 생활은 만족스럽지 않았으며 집안일과 육아 때문에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이러한 변화로 레누는 자신에게 부여된 새로운 정체성을 끊임없이 사유하며 내적으로 갈등한다. 레누는 시누이 마리아로사와 어울리다 점점 페미니즘에 빠져든다. 이는 육아에 지친 레누의 삶과 지지부진한 글쓰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마리아로사가 주관하는 페미니스트 모임에 참가한 레누는 이들에게 실망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 여성의 모든 행동과 생각과 논의와 꿈을 깊이 파고들어가 보면 결국은 그 무엇도 우리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심오한 통찰은 정신력이 가장 약한 여성들을 지치게 했다. 이들은 과도한 자아성찰을 견디지 못하고 여성해방을 달성하려면 그저 여성을 자신의 삶에서 내쫓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레누는 그 모임에 참가하는 여자들이 자신과 별반 다를 게 없어 큰 도움을 받지 못한다. 레누는 이들처럼 급진적이고 거창하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한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페미니스트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오히려 혼자 집필에 몰두해 자아를 돌아보며 페미니즘적인 사고를 발전시킨다. 이와 같이 새로운 방식으로 페미니즘적인 사유를 전개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개인의 삶과 정치적 사상은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의 “경계는 해체”되고 뒤섞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레누의 두 번째 소설 초안을 읽은 니노와 아델레 부인 그리고 출판사 편집장은 이 원고를 극찬한다. 이는 남성 중심적 사회의 기원을 신화적으로 재해석한 레누의 두 번째 소설은 창조의 순간에서부터 여성은 남성의 어근에 붙은 접미사일 뿐이기 때문에 여성은 오직 남성의 언어 속에서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긴 세월을 지나며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역사는 DNA화되었고 따라서 여성은 남성에 의해 주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페란테는 이러한 끔찍한 진실을 폭로한다. 모두가 외면하고 싶거나 외면해온 사실을 레누의 입을 빌려 폭로함으로써 남성에 비해 대우받지 못하는 여성의 지위와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현실을 호도하지 않고 올곧게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페란테나 레누의 페미니스트적 행보가 시작되는 것이다. 앞으로 레누가 이 두 번째 소설을 어떻게 전개해나갈지 기대되는 이유다. 레누는 릴라의 삶을 살고릴라는 레누의 삶을 산다『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도 릴라와 레누의 관계는 우정 그 이상을 보여준다. 전작인『나의 눈부신 친구』와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에서 릴라와 레누는 나폴리라는 같은 공간에서 직접 교류하며 서로에게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 레누가 피렌체로 떠나면서 이들의 관계는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를 반복한다. 성인이 된 그들의 관계는 점점 더 ‘분리’할 수 없다. 이는 릴라가 어릴 때 쓴 이야기를 베껴 자신의 첫 소설을 출간한 레누의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레누의 성공은 오로지 레누 혼자만의 노력으로 일궈낸 것이 아니었고 릴라가 존재함으로써 가능했다. 릴라에 대한 레누의 질투도 기형적이다. 자신의 첫사랑 니노에 대한 마음은 예전에 니노의 연인이었던 릴라를 향한 감정과 함께 뒤섞인다. 니노를 향한 순수한 마음과 한때 릴라의 연인이었던 니노를 차지한다는 욕망이 레누의 내면에 공존한다.니노 때문에 너 자신을 버리겠다고? 그딴 자식 때문에 가정을 망가뜨리겠다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 그 자식은 너를 이용하고 네 피를 쪽쪽 빨아 먹어 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게 만든 다음에 너를 버릴 거야. 이럴 거면 대체 왜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한 거야? 네가 내 몫까지 멋진 삶을 살아줄 거라고 상상했는데 다 소용없는 짓이었어. 내가 틀렸어. 너는 바보 멍청이야.니노를 둘러싼 레누와 릴라의 관계는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한때 릴라의 연인이었던 니노를 이제 레누가 차지하려고 한다. 그것도 안정적인 가정을 버리면서까지 말이다. 자신의 선택을 계속해서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려는 레누와 이러한 레누를 질책하는 릴라의 관계는 간단히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미묘하고 복잡하다.니노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에서 레누와 릴라는 경쟁 관계에 있다. 하지만 이들의 경쟁은 상대방이 꼭 패배해야 하는 일반적인 경쟁과는 사뭇 다르다. 상대방이 패배한다면 이들의 관계는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릴라와 레누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하고 공생한다. 레누는 릴라의 삶을 살기도 하고 릴라는 레누의 삶을 살기도 하는 것이다. 레누가 자신이 쓴 글을 릴라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하자 릴라는 극구 사양하다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레누가 자신의 글에 대해 평해달라고 재촉하자 릴라는 그만 참지 못하고 흐느끼며 이렇게 말한다.다시는 내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 말아줘.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 못돼. 난 네가 항상 최고였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이보다 훨씬 뛰어난 글을 쓸 수 있다고 확신해. 네가 더 잘하기를 원해. 그게 내 가장 큰 소망이야. 네가 뛰어나지 못하면 내 존재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이처럼 릴라는 멋진 소설을 쓰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레누에게 투사한다. 레누 역시 마찬가지다. 레누는 어릴 적부터 릴라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자신이 처한 모든 상황을 릴라에게 대입해 생각해본다. 릴라였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먼저 떠올리는 레누에게 릴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물론 그동안 무엇인가가 되기는 했었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뚜렷한 대상도, 진정한 열정도, 확실한 야망도 없이 말이다. 릴라는 중요한 사람이 되는데 나만 혼자 뒤처질까봐 무엇인가가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뭐라도 되는 것이었으니까. 나는 무엇인가 되기를 바랐지만 릴라의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제 나는 다시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오직 나를 위해서 그렇게 되어야 한다. 릴라에게서 벗어나 성숙한 인격체로서 말이다.레누는 릴라에게 의존하지 않고 두 발로 꼿꼿이 서려고 고군분투한다. 두 번째 소설의 출간이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될 것이다. 소녀 시절을 거쳐 성인이 된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격렬하고 경이롭다. 페란테는 “여성의 우정은 규정화된 규칙이 없는 미지의 세계”라고 말한다.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우정은 “도박”이 되기도 하고 “힘든 일”이 되기도 하며 소설의 매 단계에는 위기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페란테가 말하듯 맹렬하고 끔찍한 운명이 레누와 릴라를 찾아가더라도 이들의 우정은 계속 전개될 것이다. 페란테는 언제나 글 안에 있다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레누와 릴라의 궤적을 쫓으며 우리 자신의 욕망과 우정을 반추해볼 수 있는 기회다. 페란테는 오늘날 활동하는 최고의 소설가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엘레나 페란테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페란테의 인기가 치솟는 만큼 페란테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종국에는 페란테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시도는 무용하며 페란테의 작품 자체와 마주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견해로 의견이 수렴되는 추세다. 페란테의 정체를 밝히는 것보다 ‘나폴리 4부작’을 읽는 것이 훨씬 흥미롭기 때문이다.『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읽은 후에 엘레나와 릴라, 피에트로, 스테파노, 리노, 마르첼로 그리고 미켈레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페란테가 조각가인지 광대인지 심지어 남자인지 밝혀내는 것보다 더 흥미롭다. (캐나다_내셔널 포스트)엘레나 페란테의 정체를 밝히는 데 실패했는데도 많은 비평가와 독자는 페란테를 사랑한다. (덴마크_폴리티켄)이러한 논란 속에서 페란테는 작품은 오직 독자만을 필요로 하며 작가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단순하게 글쓰기를 통해 작가 스스로를 대중에게 보여준다면 익명성은 단지 소설의 일부가 될 뿐이다. 다시 말해 페란테에게는 오로지 글쓰기의 형태로 기록된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페란테의 생각은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의 초반부에 나타나는 릴라와 레누의 말다툼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릴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려는 레누에게 경고한다. 만약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면 컴퓨터를 뒤져 파일을 삭제할 것이라고 협박도 한다. 레누는 컴퓨터 정도는 보호할 줄 안다고 맞대응하지만 릴라는 싸늘하게 반응한다. “그래도 나는 못 당할걸?”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 레누의 욕망에서 우리는 글쓰기를 향한 페란테의 집착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도 페란테는 글을 쓰려는 자신의 욕망을 펼쳐보일 것이며 자신의 글 안에서 하나의 울림으로 존재할 것이다.우리는 침묵 속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딱 한 번 릴라가 침묵을 깼다. 이미 오는 길에 내 외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릴라는 다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저 액자에서 걸어 나온 사람처럼 보여. 너는 귀부인이고 나는 하녀 같아.” 언제나 글 안에서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페란테는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누구에게 원하는 삶을 살아가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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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운 피 (커버이미지)
    [문학]뜨거운 피
    •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빛소굴
    • 2023-04-14

    차가운 고독과 뜨거운 욕망양극단을 교차하는 단 한 번의 삶실비오는 고독 속에 사는 남자다. 한때 그는 세계 곳곳을 떠돌며 자유로운 방랑자를 꿈꿨다. “콩고에서는 공무원, 타히티에서는 상인, 캐나다에서는 모피 사냥꾼”으로 일하며 “젊은 피의 열기에 떠밀려 이곳저곳을 전전했다.” 그러나 노년에 접어들어서는 아늑한 집에서 모닥불을 쬐며 시간 보내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고 있다. “그들은 짐작조차 못 하지만, 나에게도 좋은 순간들이 있다. 혼자 그럭저럭 살고 있고, 첫눈이 내렸으니까.”(10쪽) “나는 내 집이 좋다. 불이 사그라든다. 불이 더는 놀지 않고 춤추지 않을 때, 더는 눈부신 불꽃을 사방으로 내던지지 않을 때, 수많은 불티가 빛도 열기도 없이,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은 채 꺼져가며 그저 냄비를 천천히 데우기만 할 때, 그때 내 집은 참 좋다.”(23쪽) 그가 사는 곳 근처에는 그의 사촌 ‘엘렌’이 남편 ‘프랑수아’와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네 남매를 낳아 키우고 있다. 그중 첫째 딸 ‘콜레트’는 살갑고 발랄한 아이로, 실비오 아저씨와도 가까이 지내고 있다. 엘렌과 프랑수아 내외는 종종 실비오의 집에 방문하기도 하고 실비오를 그들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며 우정을 나누는 다정한 사람들이다.그렇지만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실비오의 시선은 다소 냉정하다. 소문 퍼뜨리기를 좋아하는 시골 사람들은 “각자 자기 집, 자기 땅에서 살아가고, 이웃을 경계하고, 밀을 수확하고, 돈을 셀 뿐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는다.” 이곳 농부들은 “무지렁이”와 다를 바 없지만, 성실히 재산을 축적한 덕에 어느 정도 부르주아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실비오도 한때 적지 않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으나 한 탐욕스런 노인 ‘드클로 영감’이 그의 재산을 야금야금 사들인 탓에 지금은 부유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면서 서서히 드러나는그날의 추악한 진실어느덧 혼기가 찬 딸 콜레트는 물랭뇌프의 방앗간집 아들 ‘장 도랭’과 결혼하게 된다. 결혼식에는 마을에서 안 좋게 소문이 난 여자 ‘브리지트’도 참석했다. 그녀는 “키가 컸고 무척 아름다웠으며, 멀리서 봐도 당돌하고 기운차고 건강”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곳에 참석한 여자 중에 결혼식 하객처럼 차려 입지 않은 사람은 오로지 그녀뿐이었다. 나는 그녀가 자신을 따돌리는 그 고장 사람들에 대한 경멸감을 드러내려고 일부러 수수하게 입고 온 것 같다는 인상마 저 받았다.” 그녀는 사실 엘렌의 이복 언니인 ‘세실’이 입양하여 키운 아이였다. 엘렌의 입장에서는 조카인 셈이다. 그리고 그녀가 결혼한 남자가 바로 실비오의 재산을 사들여 부자가 된 드클로 영감이었다. 결혼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브리지트의 행실은 자유분방하다. 마을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대는 것에도 아랑곳않는 그녀의 태도에서는 당당함마저 느껴진다. 실비오는 그런 그녀를 오래도록 응시한다.결혼식이 끝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엘렌 내외와 콜레트 내외에게 급작스런 비보가 닥친다. 콜레트의 남편이 된 장 도랭이 강물에 빠져 비극적으로 죽게 된 것이다. 이 사건 이후로 마을 분위기는 흉흉해지고, 기묘한 소문만 무성하게 퍼졌다. 콜레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엘렌과 프랑수아는 딸의 슬픔을 달래고자 다시 본가로 콜레트를 초대해 그와 그녀의 아들을 극진히 보살핀다. 그리고 어느 날, 한 소년이 자기가 장 도랭이 죽던 순간에 그 자리에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소설은 극적인 전환을 맞는다. 참하고 온화한 아내 엘렌과 가정적이고 다정한 남편 프랑수아, 맑고 발랄한 콜레트와 마을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여자 브리지트, 의문만 잔뜩 남긴 채 죽은 장 도랭과 그의 죽음에 얽혀 있는 제삼의 인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실비오. 과연 이들은 장 도랭의 죽음과 어떻게 얽혀 있는 것일까?당신의 가슴을 뜨겁게 지폈던 사랑은어떤 모습이었나요소설 『뜨거운 피』를 쓴 저자 이렌 네미롭스키는 국내에 『스윗 프랑세즈』와 『무도회』라는 작품으로도 잘 알려진 작가다. 그녀는 우크라이나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고, 유대인 박해를 피해 이주한 프랑스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녀가 남긴 소설만큼은 오래 남아 독자를 만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뜨거운 피』는 저자가 사랑을 바라보는 관점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저자는 고독과 욕망을 끊임없이 교차시키면서 인간의 본성을 더 깊이 파헤친다. 우리는 젊은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사랑을 경험한다. 그 대상이 누구든 각자의 사랑은 저마다 다른 채도와 질감을 가지고 영원한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당사자의 눈을 멀게 하는 사랑, 한순간에 피어올라 이유 없이 식어버리고 마는 불같은 욕망을 날카롭게 포착해낸다.“참으로 이상한 광기가 아닌가! 스무 살 시절의 사랑은 일종의 열병, 착란과 흡사하다. 그것이 끝나면 우리는 다른 것들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금방 식어버리는 피의 뜨거움. 그 꿈과 욕망의 화염 앞에서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늙어버렸고, 너무나 차갑게 식었고, 너무나 철이 들었다고 느꼈다.”(50쪽)“우리는 모두 내 벽난로에서 타고 있는, 화염이 자기 좋을 대로 뒤틀어 버리는 저 나뭇가지들과 어느 정도 닮아 있다. 어쩌면 이렇게 일반화하는 내가 틀렸는지도 모른다. 스무 살에 이미 아주 현명한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그들의 현명함보다 내 지나간 광기가 더 마음에 든다.”(65쪽)흡사 ‘광기’로 일컬을 만한 사랑, 그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생애 한 번뿐인 연인을 만나고자 분투한다. 이런 사랑이 당신에게도 익숙한가? 그 사랑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떻게 만나 어떻게 스러졌는가? 『뜨거운 피』는 이렇듯 피고 지는 사랑의 역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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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뜬금없이 사랑이 시작되었다 (커버이미지)
    [문학]뜬금없이 사랑이 시작되었다
    • 페트라 휠스만 지음, 박정미 옮김
    • 레드스톤
    • 2023-04-14

    얻어걸리는 사랑도 있는 법, 운명처럼!독일 최고의 베스트셀러 사랑소설27살 이자벨레에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하루도 빠짐없이 챙겨보는 멜로드라마,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꽃집, 그리고 모퉁이 베트남 식당에서 매일 똑같은 메뉴로 점심을 먹는 것. 익숙한 습관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절대로 못 견뎌하는 이자벨레. 그런데 어느 날, 옌스라는 까칠한 요리사가 베트남 식당을 인수하고부터 그녀의 질서정연한 삶은 혼란에 빠진다. 모든 상황을 제자리로 돌리려고 애쓰지만 부질없는 몸부림일 뿐. 결국에는 그런 혼란이 오히려 그녀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내가 원하는 타입은 완벽하고 첫눈에 \'심장이 쿵!\'하게 만드는 남자예요. 나는 이 세상 어딘가에 그 남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죠.\"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미소를 자아내는 순간들함부르크의 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슴 설레는 로맨스이자벨레. 27살, 싱글, 함부르크 시내 꽃집의 플로리스트. 그녀는 완벽하게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 항상 정해진 날짜에 운동을 하고, 세탁을 하고, 청소를 한다. 점심은 매일 같은 식당에서 똑같은 메뉴를 선택한다. 이 모든 규칙과 일상성은 그녀의 삶을 구조적이고 선명하게 한다. 그녀는 자신의 이런 완벽히 통제된 매일을 사랑한다. 그런데 어느 날 베트남 식당이 문을 닫았다. 점심마다 먹던 누들수프가 사라졌다.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베트남 식당 대신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에는 고집불통 셰프 옌스가 기다리고 있다. 꽃집은 문을 닫는다고 하고, 점점 이자벨레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어간다.남자 주인공 옌스. 30살 추정, 싱글, 이혼남, 이복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내는 야심찬 셰프다. 여동생이 자꾸 말썽을 부려 매일 잔소리를 하게 되지만 속정은 깊은 오빠다. 새로 가게를 열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진상 손님 이자벨레가 찾아왔다. 정성 들여 만든 요리를 한방에 거부해버리는 여자! 그런데 동생과 함께 이자벨레와 엮이면서 점점 자주 만나게 된다.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게 아닐까 생각하며 일상을 살던 두 남녀가, 이제껏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피해왔던 \'사랑\'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엔 행복해지는 스토리다.독자들의 찬사★★★★★ 아주 놀랍다. 유머와 감동으로 가득 차 있는데 몰입감이 엄청나다. 전체적으로 아주 긍정적인 책이다. \'제일 좋아하는 책\' 목록에 올라갔다. _Yolanda D\'Agata★★★★★ 문체가 정말 좋다. 아주 편안하면서 위트가 넘친다. 이자벨레도, 옌스도 너무 멋지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_Zessi79★★★★★ 그저 아름답다! 난 책을 잘 읽는 편이 아닌데 3일 만에 다 읽었고, 바로 저자의 다른 책을 사서 읽었다. 그리고 그 책도 3일 만에 다 읽었다! _Denise★★★★★ 매혹적이다. 그리고 내내 따듯하다.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하나하나 사랑스럽다. 섬세하고 현실적인 소설이다. 책을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_scarlett59★★★★★ 로맨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웠다. 침대에서 읽기 완벽한 책일 뿐만 아니라, 모든 휴일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5점 만점에 5점. _Johanna Haef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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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마와의 랑데부 (커버이미지)
    [문학]라마와의 랑데부
    • 아서 C. 클라크 지음, 박상준 옮김
    • 아작
    • 2023-04-14

    지금까지 쓰인 SF에서 단 한 권을 꼽으라면 바로 이 책!SF 분야의 존재하는 모든 상을 석권한 전무후무한 기록 전 세계를 대표하는 SF 작가 아서 C. 클라크의 대표작아서 C. 클라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새롭게 전면 개정하여 출간!“진정한 대가의 위대한 걸작” - <타임>“절대적인 경지의 즐거움을 주는 작품” - 아이작 아시모프, SF 작가지금까지 쓰인 SF에서 단 한 권을 꼽으라면 바로 이 책!고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서기 2130년, 길이 50킬로미터의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다가온다. ‘라마’라고 이름 붙인 이 소행성은 놀랍게도 원통 모양의 인공구조물. 인류가 사상 최초로 외계문명의 산물과 조우하게 된 것이다. 인류는 탐사선을 급파해 내부를 조사하는데, 원통 우주선은 내부에 바다와 도시까지 조성된 하나의 인공 세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갓 지은 것처럼 반짝이는 라마 안에는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갑자기 눈조차 뜰 수 없도록 밝은 인공 태양이 켜지고, 허리케인이 몰아치기 시작하는데….영국을 대표하는 SF작가이자 미래학자, 과학해설가로 잘 알려진 아서 C. 클라크의 대표작. 1972년에 발표되어 휴고상, 네뷸러상, 캠벨상, 로커스상을 비롯해, 주피터상, 영국과학소설협회상, 일본 성운상 등 SF 분야에 당시 존재하던 문학상을 모조리 수상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고전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이로움과 신비, 숨막히는 미스테리와 서스펜스는, 아서 클라크의 과학적 상상력이 최고로 구현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20세기의 평론가와 독자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 작품을 \"절대적인 경지의 즐거움이다. 약간이라도 천문학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세말하고 정교한 사실적 묘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실제로 라마에 갔다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장면 장면마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눌 수 없다.\"라고 평했다.1999년 국내 첫 출간 이후 절판과 복간을 거듭해온 <라마와의 랑데부>는 카이스트 권장도서 100선에 오른 바 있고 이번이 네 번째 출간이다. 수년 전부터 이 소설의 영화 판권을 가진 모건 프리먼과 데이빗 핀처 감독이 힘을 모아 영화화를 하겠다고 뜻을 모았으나, 모건 프리먼의 건강 악화로 불투명한 상태다.우주 저편에서 날아온 거대한 질문2013년 2월 어느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주에서 날아온 거대한 운석이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했다. 충격파로 건물 300여 채의 유리창이 깨지고 부상자는 1,500명에 달했다. 사망자가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당시의 운석은 지름 15미터 이상에 질량이 1만 톤 가까이 나가는 것으로 추정된 ‘작은 소행성’급이었다.그리고 그다음 해에는 우리나라 진주에도 운석이 떨어졌다. 운석 사냥꾼들이 해당 지역을 뒤지고 다니느라 한동안 떠들썩했었다.이 모든 일은 영상으로 생생하게 기록되고 유튜브 같은 곳에서 공유되어 널리 알려졌다. IT 기기들이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SF에서나 보던 사건들을 다큐멘터리로서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처음 《라마와의 랑데부》를 읽었을 때만 해도 소설 속의 천재지변을 실감하기란 어려웠다. 가까이는 1908년 퉁구스카 대폭발에서 멀리는 6천5백만 년 전의 공룡 멸종까지, 우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증거는 많았지만 직접 겪은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첼랴빈스크 사건은 인류가 실제로 지구접근 천체들을 꼼꼼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음을 너무나 잘 보여주었다. SF에 등장했던 이름들이 현실에서 그대로 쓰이는 예가 종종 있듯이, 《라마와의 랑데부》에 나온 우주 파수대, ‘스페이스가드(spaceguard)’ 시스템은 실제로도 설립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와 민간 기구들이 연계해서 하늘을 늘 감시하며 지구 가까이 오는 천체들의 리스트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 그러나, 《라마와의 랑데부》가 얘기하는 것은 이렇듯 우주로부터의 물리적인 위협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작품의 일독을 마친 독자라면 누구나 깨달았을 것이다. 이 소설은 또 다른 차원의 ‘위협’을 시종일관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의 정신적 한계, 즉 인간중심주의 인식과 사고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철학적 위협이다.낮과 밤, 그리고 해와 달. 어쩌면 지구 인류는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사고할 수밖에 없는 기원적 한계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삶과 죽음이라는 생명의 이분법도 스스로 지니고 있다. 이제껏 인류가 쌓아 올린 모든 문화유산이란 실은 이런 형이상학의 테두리 안에서 이룩된 셈이다.하지만 이런 시야만을 가지고 바깥 우주를 대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우리는 우주 속 인간의 지위에 대해 자못 진지한 실존철학 체계를 구축해 왔다. 자연과학 분야의 눈부신 발전을 토대로 최근에는 여러 문예 창작물에서 외계의 다양한 지적 존재들을 꽤 세련되게 상상한다. 하지만 사실 그건 모두 우리 인간의 기대나 욕망이 투사된 반영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비록 그 기대의 저변에 최대한 인간을 객관화하려는 나름의 자기성찰이 깔려있더라도 말이다.아서 C. 클라크의 강점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사실적인 배경 묘사를 바탕으로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최대한 우주로 향하게 한다. 캐릭터들이 단조롭다는 비판은 오히려 등장인물들이 인간 이성의 최선을 대표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싶다. 캐릭터들이 연출해 내는 드라마를 즐기는 게 목적이라면 다른 작가를 읽어야 한다. 클라크는 SF 작가 중에서도 드물게 초지일관 명쾌한 한 가지 외침만을 고수하는 작가이다. “눈을 들어 우주를 보자!”《라마와의 랑데부》는 무엇보다도 내게 ‘고전의 품격’이 무엇인지 깨우쳐 준 작품이었다. 처음 한국어판을 낸 것이 26년 전, 그로부터 이 작품은 출판사를 달리해서 계속 재간이 되었고, 이번에 ‘아작’을 통해서 네 번째로 다시 한국 독자들에게 선을 보인다. 아서 C. 클라크 탄생 100주년이라 더욱 뜻깊다. 이는 전적으로 끊임없이 이 책을 찾는 독자들의 절실한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1973년에 처음 발표된 《라마와의 랑데부》는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무려 7개의 SF 문학상을 휩쓰는 기록을 세웠다. 첫 한국어판이 나왔을 때는 카이스트 권장도서 100선에 포함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우주식민지 ‘쿠퍼 스테이션’의 시각적 연출에 이 책의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또한 이 작품은 과학 기술적 묘사의 엄밀함에 중점을 두는 ‘하드 SF의 교과서’로 일컬어지곤 하는데, 어려운 과학기술이 등장해서가 아니라 중학생 정도의 과학 상식만 있으면 누구나 스스로 놀라운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기에 그런 것이다.- 박상준,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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