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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구제의 게임
- 가와이 간지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8-09-21
베스트셀러 『데드맨』의 작가, 가와이 간지 회심의 역작파란 하늘, 푸른 잔디, 새하얀 모래, 저 너머엔 빨간 단풍, 그 모든 게 비치는 연못…….그지없이 아름다운 홀에서 그지없이 참혹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2012년 『데드맨』으로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천재 작가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고, 2017년 역주행 베스트셀러 돌풍을 일으키며 저력을 다시 확인케 한 작가, 가와의 간지의 최신작. 작가정신에서 선보이는 그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로, 골프장에서 일어난 엽기적 살인사건 뒤에 도사린 복잡한 진상과 비밀을 파헤쳐나간다. 『구제의 게임』은 4,500년 수령의 거목 ‘신의 나무’와 18번 홀 그린을 둘러싼 연속 살인사건을 해명해나가는 한편, 세계 최강 프로골퍼들의 우정과 골프를 매개로 한 삶의 철학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걸작 미스터리다. 근미래 도쿄의 카지노 특구, 낙후된 지역의 댐 건설, 일본 고전 만담(라쿠코) 등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소재와 본격미스터리, 사회파미스터리, SF 등 장르를 넘나드는 행보를 보여준 작가는 이번『구제의 게임』에서 기존 미스터리물에서는 거의 본 적 없는 골프라는 희귀한 소재와 세계 메이저 골프 대회가 열리는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등장인물 또한 거의 대부분 외국인인 파격적인 설정을 장치해두었다. 그 안에서 선의 뒤에 자리한 ‘악의’와 ‘욕망’이라는 인간 내면의 깊숙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 미스터리 장르의 기본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더한 개성적인 면모를 한껏 발휘하고 있다.작가정신에서는 이번 『구제의 게임』 출간을 기념하여 작가 사인과 친필 메시지를 수록했으며, 책 말미에 ‘독자가 작가에게 직접 묻는’ 서면 인터뷰 <15문 15답>을 실었다. 인터뷰에서는 『구제의 게임』에 관한 숨은 이야기를 비롯해, 출판 편집자이면서 미스터리 작가로서 살아가는 가와이 간지의 진지하고 진솔하면서도 유쾌한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 『데드맨』, 『드래곤플라이』, 『단델라이언』으로 이어지는 ‘가부라기 특수반 시리즈’ 이야기, 현실에 비현실적 ‘환상’을 결합하는 기법인 일루전(illusion) 효과, 소설 창작자를 위한 조언, 앞으로의 집필 계획 등 그를 사랑하는 미스터리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페이지다. “신에게 사랑받는 자, 곧 신의 제물이 되리라”원주민 학살의 비극이 전해지는 4,500년 된 ‘신의 나무’와 기적의 우승 뒤에 도사린 예측 불허의 충격적 진실이 얼마나 잔혹하고 무거운 벌인가. 그러나 이 벌의 무게는 내가 지금까지 신에게 받아온 찬란한 영광의 무게이다. 신의 저울은 늘 수평을 유지한다._399쪽미국 캘리포니아의 요세미티 국립공원. 그 안에 자리한 홀리파인힐 골프장에서 열린 PGA챔피언십에서는 ‘골프 신의 총애를 받는 남자’ 닉 로빈슨이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마지막 18번 홀에서 위기를 맞는다. 첫 타를 숲속에 박고, 공을 찾지 못하면 로스트볼 처리가 되어 벌타를 받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공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는 원주민 학살과 관련한 불길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4,500년 수령의 거목 ‘신의 나무’가 우뚝 솟아 있었다. 이 신령한 나무는 오르면 벼락을 맞고 떨어지다가 옆의 나무기둥에 몸통이 관통되어 끔찍한 죽임을 당한다고 한다. 로빈슨과 캐디 토니 라이언은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나 마침내 승리를 쟁취하지만, 이튿날 로빈슨은 골프 역사에 영원히 남을 기록을 세운 채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이듬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예선을 1위로 통과한 20대의 천재 프로골퍼 잭 아키라 그린필드와 그의 캐디인 팀 브루스는 첫 승에 도전한다. 그러나 경기를 이틀 앞둔 화요일, 관전기와 클럽 세트 기증을 위해 US오픈을 찾은 닉 로빈슨의 캐디 토니 라이언이 18번 홀 그린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이 사건을 맡은 크리스토퍼 휴즈 형사는 골프장을 봉쇄한 뒤 수사에 착수한다. 우연찮게 수사에 합류하게 된 잭은 사건의 진상을 풀어가면서, 지난해 닉 로빈슨의 우승 뒤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을 4,500년 된 신의 나무 앞에서 밝혀낸다.“신의 나무의 재앙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어요?”‘신의 나무’에 깃든 끔찍한 재앙의 부활인가, 사이코패스에 의한 잔혹한 연속 살인극인가『데드맨』에서 머리, 몸통, 팔, 다리 등 각각의 신체 부위가 사라진 여섯 구의 시체가,『단델라이언』에서 사일로 안 공중을 나는 듯한 모습의 시체가 등장했다면, 『구제의 게임』에서도 엽기적이라고 생각될 만큼 충격적인 형상의 변사체가 발견된다. 18번 홀 그린의 깃대에 복부가 관통되어 팔다리를 네 방향으로 개구리처럼 뻗은 기괴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시체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지면으로부터 약 20센티미터의 간격으로 떠 있다는 것. 게다가 깃대의 주요 부분 지름은 19밀리미터, 제일 날카로운 끝부분도 10밀리미터인 데다, 그린을 손상하지 않기 위해 둥글게 처리되어 있다. 따라서 몸통을 꿰뚫기에 적합한 도구가 아닐뿐더러, 설령 뚫었다고 하더라도 몸통을 관통한 깃대를 들어 올려 그린 위의 컵에 꽂는다는 것도 보통의 인간 힘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어 골프장 근처 낭떠러지 아래 복부가 관통된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진다.『구제의 게임』에서는 이 전대미문의 불가해하고 비합리적인 사건을 도대체 누가, 왜, 그리고 어떻게 저질렀는지를 추적해나간다. 이번에도 가와이 간지는 숨 막히는 사건 전개와 진화심리학의 치밀한 논리적 추론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면서 반전과 감동을 가미한 엔터테인먼트로 완성해냈다. 특히 자신만의 ‘이상적인 골프’를 지향하며 매 홀마다 버디를 노리는 유쾌한 천재 골퍼 잭과 그런 그에게 잔소리를 퍼부으면서도 늘 곁에서 응원하는 든든한 캐디 팀을 비롯한, 선수와 캐디들의 자긍심과 뜨거운 우정이 빛을 발한다. 또 절체절명의 난관과 위기, 기적적인 승리 등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 선수들 간의 미묘한 심리 등이 섬세하게 그려져 마치 골프 경기를 직접 관전하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한다. 남자 프로골프 세계 4대 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골프의 제왕’이라 불리는 잭 니클라우스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2인자’ 필 미켈슨, 일본 최고의 프로골퍼 마쓰야마 히데키 등을 모델로 한 듯한 캐릭터가 속속 등장하는 것도 리얼리티를 더하며 몰입도와 재미를 높인다. 골프 용어와 규칙 등을 잘 알지 못해도, 그 의미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잘 녹아 있어 이 소설만이 선사하는 색다른 전율과 지적 유희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이자 ‘구제’의 게임……”세계 톱클래스 골퍼들이 그려나가는 걸작 미스터리이 소설에서 골프는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이자 ‘구제의 게임’이라고 설명된다. 규칙 확인을 위해 경기위원이 있을 뿐 심판은 없기에 골퍼는 자신의 마음속 정의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물론 잘못을 범하면 벌타를 받지만, 잘못의 경중에 따라 패널티를 감수하고 계속하면 된다. 즉, 양심에 따라 경기하고 그 대가를 묵묵히 감당하는 것, 골프는 스코어에 상관없이 정직하고 겸손한 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의미가 담긴 경기 종목이다. 그리하여 골프의 세계에서는 승리 대신 패배라는 이분법 논리가 아니라, 승리보다 값진 ‘구제’의 룰이 존재한다. 우리의 삶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의 벽에 부딪쳐 스스로의 신념을 배반하게 되는 좌절의 순간마다, 마치 골프처럼 구제를 받고 다시 게임을 시작할 수 있기를 작가는 염원하고 있다. ‘신의 나무’로 대변되는 절대적 존재 앞에 낱낱이 드러나는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그 결말을 충격적인 방식으로 환기하는 놀라운 미스터리,『구제의 게임』이 이제 시작된다! 골프는 훌륭한 스포츠야. 바람, 풀, 나무, 물, 모래, 흙. 늘 자연과 함께하는 스포츠잖아.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려서 실수해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아.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는 걸 가르쳐주지._188쪽● 일본 서평 전문 사이트 ‘독서미터’ 리뷰★★★★★ 골프 미스터리의 최고 걸작. 파격적인 골퍼 잭, “콜롬보가 자신이 인정하는 몇 안 되는 형사”라는 휴즈 형사 등…… 이 작가 소설의 등장인물은 정말 매력적이다. ★★★★★ 골프를 소재로 사건을 어떻게 전개할까 생각했지만, 과연 가와이 간지다.★★★★★ 읽지 않으면 ‘올해의 미스터리’에 관해서는 말할 수 없다, 라는 카피에 끌려 읽은 책.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수수께끼!★★★★★ 골프를 소재로 한 희귀한 미스터리인 데다 무대는 US오픈이 열리는 미국으로 꽤 진입 장벽이 높은 설정이었지만, 믿고 읽는 작가 가와이 간지이기에 기대했다. 기발한 착상, 합리적 해결은 여전하고, 작가가 역시 시마다 소지의 정통 후계자임을 재확인했다. ★★★★★ 개성 있는 캐릭터들에 매혹되어 단숨에 읽었다. 미스터리 요소도 충분히 갖추고 있고,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결말은 감동적이었다. ★★★★★ 골프에 관한 지식은 물론 전혀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에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오히려 골프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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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낯선 자의 일기
- 엘리 그리피스 (지은이), 박현주 (옮긴이)
- 나무옆의자
- 2022-02-24
2020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상 수상작★<타임스> 선정 올해의 추리소설 ★아마존 베스트셀러 ★CWA 대거 상 수상 작가 빼어난 고딕 스릴러, 끝날 때까지 옴짝달싹할 수 없다! _피플 고딕 문학의 전통을 현대 서스펜스의 감각으로 재창조한 미스터리 소설영국 미스터리의 독보적인 존재감, 엘리 그리피스의 2020년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상 수상작 『낯선 자의 일기』가 나무옆의자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고딕 문학의 전통을 현대 서스펜스의 감각으로 완벽하게 재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에 영미 주요 매체들은 “심장을 조여 오는 화려하고 다층적인 고딕 이야기”(가디언), “누가 이 아름다운 고딕 이야기를 거부할 수 있으랴”(커커스 리뷰), “도입부부터 흠잡을 데 없이 빠져든다”(옵서버)며 감탄 섞인 반응을 내놓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두운 밤, 인간인지 초자연적인 존재인지 모를 인물과의 조우, 인적 드문 곳의 폐가, 그리고 의문의 죽음. 17~18세기 영국에서 인간의 공포와 수수께끼를 다루었던 고딕 소설의 분위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소설이 시작하면 고전적으로 폭풍우의 밤이 펼쳐지고 기차 객실에서 낯선 사람의 내러티브가 들려온다. 독자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찰나, 작가는 초점을 현대로 바꾸어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클레어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평온했던 클레어의 일상은 동료 교사 엘라가 살해되면서 한순간에 뒤바뀐다. 그리고 시체 옆에 떨어져 있는 셰익스피어 희곡 「템페스트」 속 문구가 수수께끼를 던지며, 이제 소설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가상과 현실의 공포를 탐색한다.엘리 그리피스는 아마추어 탐정인 법의학 고고학자 루스 갤로웨이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범죄소설 시리즈(Ruth Galloway Series)로 일찍이 영국에서만 1백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또한 영국의 대표적인 추리문학상인 메리 히긴스 클라크 상(Mary Higgins Clark Award)과 영국추리작가협회 대거 상(CWA Dagger Award)을 수상한 데 이어 에드거 상까지 받으며 믿고 읽는 작가라는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낯선 자의 일기』는 고딕 공포 미스터리에 위트 있고 우아한 그리피스의 특징들이 더해져 서스펜스와 스릴은 물론 지적 쾌감과 양식적인 즐거움까지 골고루 선사하는 작품이다. “지옥은 비었다. 그리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다.”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빅토리아시대 공포 소설의 한 구절잇따르는 기이한 사건에 소설 속 공포는 현실이 된다!영국 남부 서식스의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클레어 캐시디는 열다섯 살 딸 조지아와 하얀 푸들 허버트와 가족을 이루고 있다. 40대 중반으로 커다란 키에 항상 우아하고 단정한 그녀는 밤이면 일기를 쓰며, 빅토리아시대의 고딕 소설 작가 R.M. 홀랜드의 전기를 준비한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작가 홀랜드가 생전에 살던 집이 마침 그녀가 근무하는 학교의 별관으로 쓰이고 있다. 어쩌면 운명처럼 홀랜드를 연구하며 교사로서 성실히 살아가던 그녀의 삶은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인 엘라가 살해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엘라의 시신 옆에는 의문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지옥은 비었다.” 그것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자 작가 홀랜드의 작품 중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 소설 「낯선 사람」의 중요 구절이기도 하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엘라와 각별한 사이였던 클레어는 가장 먼저 신문을 받는다. 담당 형사인 하빈더 카우어는 어쩐지 클레어를 못마땅하고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본다. 엘라와 주변인들의 관계에 대한 하빈더의 집요한 질문에 곤혹스러워하던 날, 클레어는 집으로 돌아와 과거의 기록을 훑어보려고 일기장을 펼친다. 그런데 일기 끝자락에 누군가 써놓은 글씨를 발견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안녕, 클레어. 당신은 나를 모르죠.”잇따르는 사건에 클레어는 자신의 삶이 가장 좋아하는 문학과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포에 사로잡힌다. 살인 사건이 홀랜드의 미스터리한 삶이나 의문에 찬 가족사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일기에 접근한 자는 살인범과 동일인물일까? 그러는 사이 경찰은 사건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관련자 혹은 당사자로 등장하는 클레어를 용의자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소설은 영어 교사 클레어와 작가가 되고 싶은 비밀스러운 욕망을 가진 클레어의 딸 조지아, 그리고 살인 사건의 수사를 맡은 경찰 하빈더 세 인물의 관점이 교차하며 빠르게 흘러간다. 등장인물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반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9세기 고딕 단편 『낯선 사람』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옮긴이 박현주의 작품 해설>>고딕 소설의 전통이 불러일으키는 문학적 전율소설을 읽을 때,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형식미에 매료되고, 현대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활의 생생한 묘사에 공감한다. 『낯선 자의 일기』는 드물게 이 두 가지를 모두 성취한 작품이다. 소설의 도입부에 고딕 단편소설 「낯선 사람」이 인용되고, 그 후 클레어의 강의를 통해 독자들은 고딕 소설의 클리셰인 ‘3의 반복’을 발견한다. 문체상으로는 같은 문장이 세 번 반복되고, 플롯상으로는 같은 사건이 세 번 반복된다는 뜻이다. 이 소설의 서브플롯으로 작용하는 「낯선 사람」의 구조는 철저히 이에 따라 세워졌다. 화자를 포함한 세 명의 대학 신입생은 세 명의 선배들을 따라 입단식을 치르러 폐가에 가고, 거기서 두 명이 먼저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에 기이한 죽음이 연이어 일어난다. 독자는 3의 법칙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일을 예측하고, 거기서 문학적 전율을 느끼게 된다.『낯선 자의 일기』의 메인 플롯도 역시 이 3의 구조를 형식적으로 따르고 있다. 40대인 클레어, 30대인 형사 하빈더, 클레어의 십대 딸 조지아, 세 사람의 관점이 소설 속에서 교차된다. 클레어의 가족은 클레어, 조지아, 그리고 허버트라는 개 셋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세 번의 사건이 등장하며 소설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이처럼 『낯선 자의 일기』에서는 변주된 고딕 소설적 형식을 통해 고전적으로 탄탄한 구조가 돋보인다. 현대 수사물에 적격인 여성 형사의 등장과 사회에서 위협받는 여성들의 연대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현대성을 놓치는 것도 아니다. 소설 안에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인터넷 사이트 및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포함해서 여러 동시대적 레퍼런스가 등장하여 현장감을 높였다. 화자 세 명이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여성이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결도 여성의 몫이다. 특히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여성 형사인 하빈더 카우어이다. 하빈더는 시크교도의 가정에서 자랐고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도 신랄하게 말하듯, 비혼 여성 형사, 이민자, 성소수자 등 사회의 주변에 있는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인물은 소수자의 전형성만을 가지고 정의되지 않고, 독특한 유머감각, 날카로운 관찰력, 결단력 있는 태도 등 개별성을 보여준다. 현대 수사물의 탐정으로서 누구보다도 적격인 개성을 보여주는 인물이다.고딕 소설적 설정에 현대 스릴러의 진행을 갖춘 이 소설은 또한 비블리오 미스터리의 성격까지도 지닌다. 책이나 고전 문헌에 얽힌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장르로서 『낯선 자의 일기』는 제목처럼 R.M. 홀랜드의 「낯선 사람」을 둘러싼 진실을 밝혀내며 다층적인 재미를 한 겹 더한다. 가상의 소설가 R.M. 홀랜드와 관련된 소문의 진상은 무엇일까? 그의 딸로 추정되는 인물은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유쾌한 대답들은 옛날 학교의 빈 방에 숨겨져 있다. 대답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소설의 고전적인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며, 독자들은 자신도 이런 고전 탐사대의 일원이 되어 유령이 나오는 건물 속을 걷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여성 소설적 관점에서는 주인공 세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이 사건 해결과 연결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클레어는 하빈더를 경계하고, 하빈더는 클레어를 질시하지만, 두 사람은 용의자 겸 피해자, 그리고 수사 당사자로서 같은 사건을 다루면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게 된다. 엄마에게 비밀을 감춘 청소년 딸인 조지아는 엄마와 함께 위험을 헤쳐 나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또렷이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세대도 다르고 성격도 다 다른 세 여성이지만, 사회에서 위협을 받는 위치라는 위기의식은 동일하고, 그러기에 연대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하지만 무엇보다도 『낯선 자의 일기』의 강점은 추리소설의 본연적 재미를 충실히 살렸다는 데 있을 것이다. 연속으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의 범인이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과연 누구란 말인가? 언뜻 보기에는 인간의 힘으로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한 사건이지만, 작가는 사건 해결의 단서를 던지며 독자들이 범인을 추적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고, 유쾌하게 다른 길로 이끌기도 한다.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인물들은 자기 자신의 두려움으로 앞을 보지 못하지만, 마침내 그 안개가 걷히면 환한 스코틀랜드의 호수처럼 맑은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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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배니시드
-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04-14
◆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선정작 “아침이 되자 남편은 평소처럼 출근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연기처럼 사라진 남편, 그리고 10년 뒤 사라진 아들아들의 방에서 발견한 피 묻은 칼!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어느 날 밤, 피투성이가 되어 들어온 남편 원우, 증거를 인멸하는 아내 정하. 곧이어 들려온 ‘호프집 살인 사건’에 대한 뉴스. 그리고, 며칠 후…… 연기처럼 사라진 남편. 힘겹게 매일매일을 버텨가며 살아가는 정하에게 버팀목이 되는 건 이웃들과 비슷한 시기 아내를 사고사로 잃은 앞 동 남자 우성. 10년 전 남편이 사라진 그 날처럼 아들 상원이 사라지고, 정하는 아들의 방에서 피 묻은 칼을 발견하는데……. 피 묻은 칼과 남편 그리고 아들의 실종. 힘든 생활 끝에 만난 이상형의 완벽한 남자.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아니면 치밀한 계획일까? “소소한 일상 속 두 가족의 비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무섭다.” - 심사평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설계된 공포.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숨 막히는 전개!완성된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자들의 리얼리즘 미스터리 스릴러 22평 전세 아파트에 사는 정하는 오늘도 기분이 좋지 않다. 분리수거를 하러 갈 때마다 마주치는 60평형에 사는 사모님, ‘앞 동 여자’ 때문이다. 앞 동 여자는 정하가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을 감시하듯 주시한다. 정하와 그녀의 남편은 대화가 단절된 부부다. 우연히 발견한 남편의 노트는 일기인지 습작인지 알 수 없는 글들로 가득하다. 글을 읽는 순간, 자신의 이야기인듯한 글에 기분이 나쁘다.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으로는 알았지만 머리로는 부정했다. 나는 노트를 덮었다. -107쪽’. 가십을 좋아하는 자영이 엄마는 하루가 멀다고 찾아와 믹스커피를 타 달라고 하며 60평형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부러움을 늘어놓는다. 육아에 살림에 치여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 정하는 딸 하원과 아들 상원이 잠들자 저도 잠자리에 든다. 늦은 밤 자다 일어난 딸 하원이 부부의 침실로 온다. 정하는 남편이 올 것을 대비해 침대 옆자리를 비워두고 싶지만, 하원은 눈치 없이 엄마 품으로 파고든다. 그날 밤, 남편 원우가 피를 잔뜩 묻히고 귀가한다. 남편이 무슨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감지하지만 정하는 모른척한다. 그리고 며칠 후, 남편 원우는 연기같이 사라졌다. 원우가 실종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성의 아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원우가 저질렀을 일을 감추랴, 아이들 키우랴 고된 십 년을 보낸 후 우성과 재혼하여 꿈에 그리던 행복한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상원이 10년 전 남편처럼 바람과 같이 사라지고, 아들이 남긴 편지와 피 묻은 칼을 보고 그간에 있었던 일에 대해 하나씩 맞추어보기 시작한다. 지금의 삶에 더없는 행복을 느끼는 정하. 피하고 싶은 진실을 마주하게 된 정하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남편의 일기장에서 마주한 진실……. 일기장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빛의 인생과 어둠의 인생. 선택은 당신 몫이다.남편의 실종으로 시작된 이 작품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의 다양성과 완성된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현실을 다루고 있다. 정하와 원우. 앞 동 남자 우성 부부의 삶은 가파른 내리막길 위에 서 있는 아슬아슬한,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흔한 대한민국 부부의 그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들일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이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진실을 밝히는 것과 진실을 덮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 당신이라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은 당신 몫이다.《배니시드》는 2022 ‘BIFF 부산스토리마켓 IP 선정작’으로 선정되어 영상화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한 작품이다. 작품은 정하의 시선으로 따라가며 진행되지만, 남편 원우의 시선, 그리고 앞 동 남자 우성 각각의 시선을 대입하여 읽어보는 것도 인물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어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남편의 일기만 골라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작가는 소설 속의 주요 인물들이 프로타고니스트가 아닌 안타고니스트일 수도 있고 안타고니스트가 프로타고니스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이 글을 썼다. 책임으로부터의 탈피, 자유로운 노마드를 향한 열병 같은 갈망을 숨기고 사는 이 시대의 부부들에게 가족 구성원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의 기준을 재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집필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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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소문
- 오기와라 히로시 (지은이), 권일영 (옮긴이)
- 모모
- 2022-02-24
“마지막 4글자에 모든 것이 뒤바뀐다!”일본 미스터리 역사상 최고의 반전이라는 입소문이그 자체로 진실이 된 바로 그 소설, 『소문』 복간!2009년 국내에 처음 출간된 후 미스터리 독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반전 소설으로 꼽혔던 오기와라 히로시의 서스펜스 스릴러 『소문』이 새롭게 태어났다. 새로 런칭하는 향수 홍보를 위해 거짓 소문이 퍼진다. ‘한밤중 시부야에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가는데, 뮈리엘 로즈를 뿌리면 괜찮다’라고 하는 도시전설과 같은 소문. 이 소문은 여고생들의 입을 타고 시부야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향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입소문 전략은 대성공을 거둔다. 그런데 소문이 현실이 되어 발목이 잘린 소녀의 시체가 하나둘 발견되는데…. [소문]의 일본판 띠지 앞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헉 소리가 나는 충격적인 마지막 한 줄.” 그리고 띠지 뒷면으로 이어지는 문구는 다음과 같다. “읽기 시작하면 뒤가 궁금해져서 멈출 수가 없기에 주의 바랍니다.” [소문]은 바로 그런 소설이다. 한 번 집어들면 절대 멈출 수 없으며, 그 끝에 다다랐을 때 자기도 모르게 비명과 같은 신음이 터져 나오는, 그런 소설.“너, 그 소문 들어봤어?한밤중 시부야에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그것도 양쪽 발목을 다 삭둑!그치만 뮈리엘 로즈를 뿌리면 괜찮대. 진짜라니까.”이 소설에서는 실재로 활용되는 마케팅 수법인 WOM(Word of Mouth)이 등장한다. 그것도 아주 악랄한 방식으로.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이라 할 WOM은 플러스 이미지를 퍼뜨릴 때보다 마이너스 이미지를 퍼뜨릴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 인간의 잠재적인 공포와 불안을 자극하는 방식일 때는 더더욱 강렬하다. 살인마가 나타나 소녀들의 발목을 가져가는데, 특정 향수를 뿌리면 무사하다는 소문을 여고생들 사이에서 퍼뜨렸을 때처럼 말이다. 신상품 런칭을 위해 경쟁 회사 향수에는 돼지 피가 들어 있다는 식의 악의적인 정보 조작조차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광고기획사의 WOM은 시부야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성공을 거둔다. 카피라이터로 근무했던 저자의 체험이 반영됐을 광고업계의 추악한 실태가 생생하게 묘사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동시에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상상력이 이 지점에서 탁월하게 발휘된다. ‘만약 그 거짓 소문이 진짜 현실이 된다면?’ 소녀의 발목을 자른다고 하는 살인마가 실제로 나타나서 연쇄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끔찍한 살인마 레인맨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 고구레와 나지마 콤비를 등장시키며 이야기의 끝을 향해 순식간에 달려 나간다. 그리고 맞이하는 충격적인 반전. 작가가 이 마지막 반전을 위해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복선을 깔아놓고 실마리를 남겨놓았는지 다시 살펴봤을 때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녀의 시체, 이마에 새겨진 R 표시,그리고 사라진 발목…….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 예상을 배신하는 범인의 정체,그리고 당신이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반전이 마지막에 기다린다!일본에서 독자를 충격으로 몰아넣는 반전 미스터리 랭킹을 뽑을 때마다 압도적으로 상단에 자리하는 작품인 『소문』이 12년 만에 복간되었다. 『소문』은 사실 2001년 발표 당시에는 평론가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하여 매년 꼽는 베스트 랭킹에조차 전혀 오르지 못한 작품이었다. 2009년 국내에 번역·출간됐을 때도 눈 밝은 독자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나 작품의 명성에 견줄 만한 평가와 판매를 기록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마케팅 홍보 전략으로 만들어낸 거짓 소문이 실제 현실이 되어 발목 잘린 소녀들의 시체가 하나둘 나타난다고 하는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가, 그야말로 경악스러운 마지막 반전으로 소문에 소문을 거듭하면서 『소문』은 일본 미스터리 역사에 남는 작품으로 위치하였다. 작품의 운명이 ‘소문’을 통해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2021년 한국에 새롭게 출간되는 『소문』의 입소문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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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
- 정명섭 (지은이)
- 몽실북스
- 2022-02-24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 소설의 대가 정명섭좌우포도청의 군관 이종원과 육중창을 내세워조선 시대 사건들을 해결하고자 한다쇠도리깨와 육모 방망이그들 앞에 해결되지 않을 문제는 없었다.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가 정명섭. 그중에서도 기존에 존재하는 역사를 바탕으로 그 위에 이야기를 쌓은 역사소설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작가가 내놓은 조선시대 군관들의 이야기다. 좌포도청과 우포도청에서 각기 발탁된 한 명의 군관. 그들이 힘을 합해서 자신들 앞에 주어진 문제들을 해결한다. 사라진 의열당 기와임금이 알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영빈마마의 위패를 모신 사당의 기와가 사라진다. 궁궐의 물건은 함부로 빼돌릴 수 없다. 더군다나 마마의 위패를 모신 곳의 물건이 아니던가. 효심 깊은 임금이 알았다가는 난리가 날 것이다. 좌우포도청은 지금이야말로 자신들이 힘을 합해야 할 때임을 깨닫는다. 좌, 우포도대장은 각자 한 명씩 추천을 한다.“일단 사람을 많이 풀면 입단속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니 입이 무겁고 솜씨가 좋은 군관을 하나씩 뽑아서 일을 맡기는 게 어떻겠소?” _본문 중에서현장에 나가 있던 두 명의 군관들은 같은 장소에서 마주친다. 하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좋지 않은 인상만을 남기게 된다. 이제 하나의 같은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그들은 필연적으로 힘을 합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돈독한 사이가 될 리 없는바 티격태격하면서 신뢰를 쌓아간다.시대를 막론한 고위층의 횡포무뢰배들을 풀고 노름판을 뒤지고 의금부로 압송해서 심문하고 겨우 기와의 행방을 찾았나 했더니 이제는 그들에게 새로운 문제가 찾아든다. 그것은 바로 한 구의 시신이다. 신고할 경우 자신들이 용의자로 몰릴까 남들이 외면하던 시신이었다. 한 양반 집에서 신고해서 이곳에 실려 온 시신은 누구인가. 이십 대 여자라는 것만 알 뿐 옷도 입지 않고 어떤 물건도 가지고 있지 않은 여자의 신분을 찾는 것은 난항에 부딪힌다. 형조참의 정약용의 도움을 받아서 딱 한 지점을 지정하지만, 병조판서의 집은 호락호락하게 조사를 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살인이 벌어진 장소를 수색하던 중에 병조참판 공두서 대감 댁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공 대감 아들이 칼을 들고 위협을 가하고 노비들을 시켜서 대문을 막았습니다.” _본문 중에서다시 등장하는 사라진 기와찾은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형조참의 정약용은 이종원과 육중창에게 기와 사건을 다시 살펴볼 것을 지시했다. 여자 시신 사건을 해결한 그들은 다시 기와에 집중한다. 기와의 행방을 찾는 가운데 그들은 사건을 해결하고 잡았던 사람들이 매를 맞고 장독이 올라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이 사건의 중심부에 다다를수록 이것이 단순한 절도 사건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귀양을 보냈던 자들이 돌아와서 한양 근처에서 기거한다. 지금은 비어 있는 그곳을 자주 드나들었던 자는 두 사람. 근처에 사는 사람으로 집안일을 해주던 사람과 짚신 장수였다. 그들은 이 집주인과 어떤 관계일까. 그들이 이곳에서 꾀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따라 온 좌우포도청의 포졸들과 형조의 관리들이 집 안팎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숨어있는 자는 없었고 별다른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두 군관은 안마당을 살폈다. 그러다 바닥에 떨어진 지푸라기들을 찾아낸 이종원이 육중창과 얘기를 주고받고는 정약용을 불렀다. _본문 중에서역사를 바탕으로 차곡차곡 쌓인 이야기 탑팩션이라는 장르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이 이야기도 역시나 그러하다. 조선의 형사들로 대비되는 군관 이종원과 육중창 역시 실존 인물이었다. 그들이 기와 사건을 해결한 것도 실존하는 사실이었다. 본문 속에서 등장하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정약용도 역시나 실존 인물이었다. 작가는 자신이 읽은 추안급국안과 실록을 토대로 그 위에 자신의 상상력을 유감없이 덧붙였다. 그 과정이 어긋남이 없고 완벽해서 하나의 실존했던 이야기처럼 맞물린다. - 소설 속 이야기들은 모두 작가의 창작입니다. 좌포청 군관 이종원과 우포청 군관 육중창은 실존했던 인물입니다. 관련 사건들은 모두 실록과 추안급국안에 나온 실제 사건입니다. 수사 과정에 대한 묘사 역시 실록과 관련 기록을 토대로 창작해냈습니다. _본문 중에서사라진 기와로부터 시작되었던 이야기는 중간에 별개의 사건으로 한번 넘어갔다가 다시 기와 사건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기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하나의 물건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할 것이다. 역사소설은 재미와 흥미를 동시에 유발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이기에 그것을 소재로 할 때는 더욱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알고 있었던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는 것도, 알지 못했던 숨어있는 역사를 발견하는 것도 팩션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사회성까지 드러내는 그런 사건들의 집합체가 바로 『조선의 형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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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하우스메이드
- 프리다 맥파든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12-27
전과를 숨긴 채 억만장자의 집에 가정부로 입주한 나,하지만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출소 후 몇 주째 차 뒷좌석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던 나에게 드디어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한 부잣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된 것이다. 비록 창문도 열리지 않고 문도 밖에서만 잠글 수 있는 비좁은 다락방에서 지내야 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 첫 일은 늘 새하얀 옷만 입는 안주인 니나가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주방을 치우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매일 계속됐지만 니나는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녀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온갖 괴팍한 요구에도 나는 잘리지 않기 위해 꾹 참고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과묵한 외국인 정원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나중에 검색해보니 ‘위험’이라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들은 직후 다락방을 나가려고 손잡이를 돌렸지만 갑자기 문이 열리지 않았다. ‘날 방에 가둔 건가? 침착하자.’ 그들은 아직 내 비밀을 모른다.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이고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비밀을 숨긴 채 한 가족의 집에 들어간 가정부.또 다른 비밀이 목숨을 위협한다.전과를 가지고 있는 밀리는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정체를 숨긴 채 윈체스터가에 가정부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 가족에 숨겨진 비밀이 밀리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한다.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와 뒤틀린 결말은 독자들에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스릴을 선사한다. 저자인 프리다 맥파든은 이 소설로 미국 아마존 전자책 판매 1위라는 엄청난 기록을 손에 넣게 되었고 아마존 편집자들이 선택한 최고의 작가로 선정됐다. 그 기세를 이어 할리우드의 유명 기획자에게 판권이 팔리며 곧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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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 오승호 (지은이), 이연승 (옮긴이)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02-24
제7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 후보작!미스터리의 마에스트로 오승호의 야심작!!제2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 수상! 2019년 제162회 나오키상 후보작가! 『스완』2020년 제73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가! 『스완』2020년 제4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가! 『스완』제39회 요시카와 에이지 신인상 후보작 『마트료시카 블러드』 제3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작 『라이언 블루』 제72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후보작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오승호(고 가쓰히로)의 『도덕의 시간』과 『스완』, 『하얀 충동』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던 블루홀식스가 이번에는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을 출간한다. 그간 블루홀식스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음악 미스터리 『안녕, 드뷔시』,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언제까지나 쇼팽』, 『어디선가 베토벤』, 『안녕, 드뷔시 전주곡』(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를 비롯해 『히포크라테스 선서』, 『히포크라테스 우울』(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 『테미스의 검』, 『네메시스의 사자』(와타세 경부 시리즈),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시즈카 할머니 시리즈)을 출간해 왔으며, 츠지무라 미즈키, 이시모치 아사미, 하야사카 야부사카, 우사미 마코토의 작품 등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일본 미스터리를 소개해 왔다. 그 외에도 저우둥, 레이미 등 중화권 작가의 작품도 소개했으며 앞으로도 여러나라의 다양한 미스터리를 선보일 것이다.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은 주인공 요리코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한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오승호파 이색 미스터리다. 충격과 경악! 통쾌! 장르를 초월한 엄청난 대작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2019년 제7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분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온갖 불행을 짊어진 가장 운 나쁜 두 여자가이 세상의 부조리에 기관총을 갈긴다!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은 2015년 사회파 미스터리 『도덕의 시간』으로 데뷔해 가장 치열한 심사 과정을 거쳐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오승호 작가의 2018년 출간작이다. 그의 작품은 소재와 표현 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으며 출간 족족 화제에 올랐다. 그 결과 2015년 데뷔 후 2021년 현재까지 발표한 열 작품 중 무려 일곱 작품이 각종 문학상 부문의 후보에 올랐으며 그중 세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또한 현지 출간 후 엄청난 이목을 끌어 ‘멍투성이 청춘 성장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표어와 함께 그해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되어 2019년 제7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은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에서 오승호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펼쳐 보일까.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으로부터 3년. 무차별 살인범의 여동생으로 인생이 붕괴 직전인 ‘아오이’와 세뇌당해 감금 생활을 해온 ‘히나구치 요리코’가 볼링장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사건의 진상을 르포 형식으로 쓰기 위해 요리코가 보낸 지난 26년을 추적한다. 요리코가 풀어내는 자신의 과거는 다음과 같다.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한 오빠 ‘히나구치 아라타’가 식물인간 상태에서 불현듯 깨어난다. 이유 없이 무조건 폭력을 휘두르던 악질 문제남 오빠가 기억을 잃은 채 순한 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빚쟁이에게 시달리던 아빠는 요리코에게 트럼프를 남기고 사라지고 엄마는 생활고를 핑계로 요리코와 오빠 아라타를 데리고 백부님을 찾아가 신세를 진다. 백부는 사람들의 나약한 마음을 조종해 집을 뺏고, 자유를 뺏는 몹시 수상한 인물이다. 안락한 보금자리와 식사를 제공받는 대신 엄마와 요리코는 백부와 그의 아들 도키로에게 성적으로 유린당하며 교묘하게 세뇌되어간다. 이 과거를 쫓아가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며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두 여자의 처절함과 치열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작품을 읽는 내내 ‘뭐지, 이 소설은? 대체 정체가 뭐야, 이 소설은!’이라는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도 있다. 충격! 쾌감! 전율! 혼돈! 뭐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오승호파 이색 미스터리의 매력을 꼭 맛보시기를 바란다. 충격, 경악, 그리고 통쾌! 모든 장르를 초월한 그야말로 엄청난 이야기!“그런 것만 읽다가는 제대로 된 어른도 될 수 없단다.” 오승호(고 가쓰히로)는 2015년 『도덕의 시간』으로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18년에는 연쇄 살인범의 출소 후 복귀로 혼란에 빠진 도시의 모습을 그리며 ‘인간은 어디까지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살인자와 공생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의 묵직한 주제를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 『하얀 충동』으로 제2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사상 최대의 유괴 사건을 그리며 오야부 하루히코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장편 『로스트』,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에 오른 본 경찰 소설 『라이언 블루』, 요시카와 에이지 신인상 후보에 오른 본격 미스터리 『마트료시카 블러드』, 데뷔 5년 만에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장편 부문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은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등의 작품이 있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출간한 저서 대부분이 문학상 후보가 된 오승호(고 가쓰히로). 그는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명실상부한 미스터리 천재작가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졸업 전에 취업 준비를 일절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로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것이었다.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 생활이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는데, 이대로 아무것도 못 한 채 죽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취미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영상 제작에서는 실패한 경험이 있었으므로 혼자 할 수 있는 일, 즉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기어코 그는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당한 그 실패를 성공으로 역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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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15초 후에 죽는다
-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04-14
제12회 ‘미스터리즈! 신인상’ 가작 수상!인기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드라마화!블루홀식스는 지금까지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작가의 작품들이 유독 많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오승호’(고 가쓰히로), ‘저우둥’, ‘후루타 덴’(작가명 가나다 순)등의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마치 미스터리 출판사의 사명(使命)처럼 출간하여 왔다. 또한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하야사카 야부사카’ 등을 발굴하였으며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 위주로 꾸준히 출간하여 대표 인기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사카키바야시 메이의 『15초 후에 죽는다』를 출간하였다. 이 역시 블루홀식스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작가의 작품으로 신예 작가 특유의 기발함이 돋보인다. 그 기상천외함으로 유서 깊은 도쿄 소겐샤 출판사의 ‘미스터리즈! 신인상’에 선정됐고, 표제작 ‘15초’는 일본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에피소드 중 하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이 책에 대하여기발한 발상과 신선한 아이디어의 향연! ‘15초 후에 죽는다’라는 상황 설정 속에서 일어난 네 가지 사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추리소설계의 이목을 한번에 끈 신예 작가 등장! ‘나올 만한 트릭은 전부 나왔다’는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추리 장르의 기준이 상당히 높은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거장들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일본 추리소설계에 꿈틀꿈틀 신예 작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신예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들 중에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판타지적 요소와 논리적인 미스터리적 요소를 융합한 형식을 뜻하는데, 여기서 필수적인 것이 바로 기발한 아이디어다. 이를 사카키바야시 메이가 자신의 데뷔작 『15초 후에 죽는다』에서 아주 잘 보여준다. 『15초 후에 죽는다』는 ‘15초 후에 죽는다’라는 공통적인 상황을 관통하는 네 가지 단편을 엮은 연작 단편 소설이다. 제목 그대로 15초 후에 죽음을 앞둔 네 가지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피해자와 범인 사이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테마로 한다. 구체적으로 첫 번째 작품인 「15초」는 주인공이 총에 맞은 후 죽기 전까지의 15초 동안을 다룬다. 두 번째 작품인 「이다음에 충격적인 결말이」는 시청자 참여형 추리 퀴즈 드라마 속 엔딩에서 여주인공의 ‘15초 후의 느닷없는 죽음’에 대해 드라마를 보며 추리하는 독특한 구성과 후반부의 연이은 반전이 백미이다. 세 번째 작품인 「불면증」은 15초 후의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이 반복되는 기억에 대한 수수께끼를 다룬 이야기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단편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은 독특한 설정 자체로 시선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그 참신한 기발함에 웃음이 절로 터질 정도다. 작가 사카키바야시 메이는 『15초 후에 죽는다』 이후 출간한 에세이에서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작가는 엘러리 퀸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표제작인 「15초」는 엘러리 퀸의 모 대표작에서 착안했다. 구체적으로 엘러리퀸의 작품 속에서 범인이 총의 방아쇠를 당기기 전까지의 몇 초 동안에 피해자가 다잉 메시지를 남기는 장면에서 착안한 것인데, 그 장면을 보고 ‘죽음을 앞둔 불과 몇 초 사이에 이 피해자의 머릿속에서는 대체 어떤 식으로 사고 회로가 돌아갔을까?’라는 물음이 작품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5분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을 수도 있어.놓치면 평생 후회할 충격적인 결말이.”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에 젊은 신예 작가가 등장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훌륭한 구성 능력으로 찬사를 받는 사사키바야시 메이는 1989년생으로 아이치현 출신에 나고야대학을 졸업했다. 2015년 단편작 「15초」로 제12회 ‘미스터리즈! 신인상’ 가작을 수상했다. ‘피해자가 죽기 직전의 15초’라는 하나의 상황 속에서 피해자와 범인의 독특한 공방을 그린 이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일본 추리작가 협회가 매년 발행하는 앤솔러지 작품집에도 수록됐다. 2021년 같은 작품을 포함한 단편 미스터리 네 편이 수록된 『15초 후에 죽는다』로 데뷔했다. 『15초 후에 죽는다』는 이러한 독자들에게 더욱이 추천한다. 기묘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독자, 참신한 주제의 단편 미스터리를 읽고 싶은 독자, 특수설정 미스터리가 읽고 싶은 독자가 그러하다. 이 작품은 이 세 가지 요소를 충분히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또한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특징적 요소가 미묘하게 다른 점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가령 네 단편을 전부 읽으면 SF적 요소, 이야기 속의 이야기, 바카미스(バカミス), 본격 추리 등에서 오는 재미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현지의 반응을 직접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심사하는 자리에서 “재미있었습니다. 네, 재미있었어요”라는 말 이외의 다른 평가는 필요 없다고 느꼈다. - 요네자와 호노부(미스터리 작가)-극한 상황 속에서의 두뇌 싸움을 그려낸 아이디어 만점의 이야기. 빈사 상태의 피해자와 범인이 서로의 속내를 캐는 야심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 노리즈키 린타로(미스터리 작가)-기존에 없는 새로운 미스터리를 쓰고자 한 작가의 의욕이 가장 잘 느껴진 작품 - 신포 히로히사(미스터리 작가) 이처럼 『15초 후에 죽는다』는 이미 많은 기반을 구축해둔 기존의 미스터리가 앞으로 어떻게 더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 그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신예 작가의 앞으로의 행방에 관심을 가지고 또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지 독자 여러분께서도 많은 기대를 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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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8인의 사육사
- 김남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3-04-14
부조리에 휘둘리는 인간의 적나라함을 추구하는 김남겸 작가님의 장편소설 『8인의 사육사』가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한 동물원 사육사의 죽음. 그 배경에 숨겨진 진실.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죽음에 관련된 비극들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씻을 수 없는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자신의 유일한 ‘구원’을 잃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처한 인간의 행동은 분명히 상식을 벗어나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이 작품 속에서의 복수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 방법은 상대방에게 똑같은 상실의 슬픔을 안겨주는 것입니다. 과연 그들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8인의 사육사』는 복수에 눈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슬픔과 분노에 잠식된 인간의 어리석음을 군상극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질문합니다. ‘만약 당신이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면 어디까지 할 수 있습니까?’라고. 이야기의 재미는 물론이고 인간의 삶과 굴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장편소설『8인의 사육사』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분위기로 강한 인상을 남겨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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