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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갬빗 (커버이미지)
    [장르문학]터키 갬빗
    • 보리스 아쿠닌 지음, 이형숙 옮김
    • 아작
    • 2023-04-14

    3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며, 현대 러시아를 통틀어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보리스 아쿠닌의 대표작!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 또 다른 걸작!”19세기 말 러시아 제국과 진보적인 여성 바랴의 모험,완전히 달라져버린 판도린과 함께 벌이는 다채로운 이야기 바르바라 안드레예브나 수보로바는 진보적인 여성이다. 알렉산드르 2세 치하의 러시아 제국의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바랴는 근대에 걸맞은 독립적인 여성상을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했다. 의술을 공부하고 전신기사 기술을 익혔으며 농민의 자녀들을 가르쳤다. 그 결과가 모두 신통치 않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싸움을 멈추지는 않았다.하지만 바랴의 투쟁에 큰 장벽이 나타난다. 러시타-터키 전쟁이 발발하고 정치적인 결합을 넘어 법리적인 결혼을 약조한 남자, 페트루샤 야블로코프가 전선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바랴는 고민 끝에 남장을 한 채 약혼자를 찾아 전쟁터로 향한다. 바랴는 야전병원에 들어갈 자격이 없었고 전신기사 자리도 찾지 못했지만, 뭐가 되었든 국가와 바랴의 약혼자를 위해 연대할 수 있는 일이 있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바랴는 급행열차와 우편마차를 타고 분쟁 지역을 넘나드는 위험을 넘어, 마침내 약혼자가 있는 군부대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바랴의 여정은 이것으로 끝이 나지 않았다. 아니, 이는 오히려 더욱더 위태롭고 거대한 모험의 출발에 가까웠다. 바랴는 그녀를 연모하면서도 이용하고자 하는 남자들과, 그들이 작당하고 있는 국제적 음모에 휘말리고 마는데….19세기 말 러시아 제국과 진보적인 여성 바르바라 안드레예브나 수보로바는 진보적인 여성이다. 알렉산드르 2세 치하의 러시아 제국의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바랴는 근대에 걸맞은 독립적인 여성상을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했다. 의술을 공부하고 전신기사 기술을 익혔으며 농민의 자녀들을 가르쳤다. 그 결과가 모두 신통치 않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싸움을 멈추지는 않았다.하지만 바랴의 투쟁에 큰 장벽이 나타난다. 러시타-터키 전쟁이 발발하고 정치적인 결합을 넘어 법리적인 결혼을 약조한 남자, 페트루샤 야블로코프가 전선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바랴는 고민 끝에 남장을 한 채 약혼자를 찾아 전쟁터로 향한다. 바랴는 야전병원에 들어갈 자격이 없었고 전신기사 자리도 찾지 못했지만, 뭐가 되었든 국가와 바랴의 약혼자를 위해 연대할 수 있는 일이 있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바랴는 급행열차와 우편마차를 타고 분쟁 지역을 넘나드는 위험을 넘어, 마침내 약혼자가 있는 군부대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바랴의 여정은 이것으로 끝이 나지 않았다. 아니, 이는 오히려 더욱더 위태롭고 거대한 모험의 출발에 가까웠다. 바랴는 그녀를 연모하면서도 이용하고자 하는 남자들과, 그들이 작당하고 있는 국제적 음모에 휘말리고 만 것이다.듣기만 해도 버거운 모험으로 보이지만, 다행히도 바랴의 곁에는 그녀를 보좌하면서 또 지켜주는 인물이 하나 있다. 그 인물이란 바로 에라스트 페트로비치 판도린, 우리의 주인공이다.완전히 달라져버린 판도린전작, 《아자젤》을 재미나게 읽은 독자라면 바랴가 만리타향에서 수난을 겪다 판도린을 만난 순간, 환호성과 함께 이후의 활기찬 모험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호기심과 의욕이 왕성한 전직 외교관이자 탐정이 사랑으로 가득 찬 여성을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우리라 기대하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곧 의아함으로 바뀐 뒤, 마지막으로는 안타까움으로 마무리될 것이다.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자, 《터키 갬빗》의 전작이 되는 《아자젤》의 판도린과 《터키 갬빗》의 판도린은 아예 다른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성격이 다르다. 《아자젤》의 판도린은 하급 관리임에도 남들은 다 지나칠 법한 자살 사건에 매달려 진실을 확인하고자 하는 정열적인 인물이었으며, 그 뒤편에 숨겨진 더 큰 음모를 밝히는 활극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아자젤》에서 판도린의 순수함은 그가 맞서야만 하는, 닳고 닳은 악당들과 대조되어 더더욱 빛이 났다. 반면, 《터키 갬빗》의 판도린은 전작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정치적이고 냉소적인 인물이 되었다. 전쟁의 포화와 혹독한 경험이 판도린의 심장을 얼음처럼 차갑게 얼리고 만 것이다. 이제 판도린은 말은 더듬고 행동은 조심스러우며 사람들을 체스 말처럼 다룬다. 이렇게나 냉정해진 판도린은 약혼자를 만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대륙을 가로질러 전장을 찾아올 정도로 열정적인 바랴를 매번 실망시킬 뿐이다. 신사적인 도움은 멈추지 않을지언정, 차분하다 못해 무관심하기까지 한 태도로만 일관하니 말이다.하지만 이 배치는 그렇기에 더더욱 흥미롭기도 하다. 미래지향적이며 혈기로 가득 찬 바랴와 과거의 추악한 경험으로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세상을 알아버리고만 판도린이 사사건건 서로와는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인식하고 엇갈리는 모습은 그 둘 각각의 아름다움에 더더욱 빛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세상과 거리를 두는 시선같은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이지만, 《아자젤》과 달리 《터키 갬빗》은 판도린이 아닌 바랴가 주도한다. 진보적인 여성을 자처하며 전문적인 기술과 최신 교양을 겸비한 이 인물은, 덜렁거리고 성격이 급한 구석이 있기는 하더라도 그렇기에 도리어 역사와 이념을 읽어낼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바랴는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에 한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플레이어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기존의 관계와 관성에서 벗어난, 다른 남성들과는 차별되는 시선에서 선구적인 입장을 견지한다.그렇다고 《터키 갬빗》이 이전 체제의 한계에 현대적인 훈수를 두는 식의, 안이한 해결문제제기와 해결책을 반복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터키 갬빗》에서 러시아의 현실을 성찰하는 인물은 바냐만 있지 않다. 판도린 또한 바랴만큼이나 그 시대의 낡은 관념과 새로운 실천이 충돌하는 순간마다 그 자리에 서 있으며, 바랴와는 달리 정치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거리를 둔 채 자신만의 시선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세계정세는 혼돈 그 자체였다. 지구적인 규모의 교류가 시작되고 과학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했으며 온갖 이념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던 시기다. 인류는 자신들이 손에 넣은 것이 무기인지, 장난감인지를 구분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새로운 형태의 체제를 설계하고 실험하는 격동의 시대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있어, 바랴는 진보적인 여성으로서 구시대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판도린은 변화하는 흐름 자체로부터 거리를 두는 식으로 대응한다. 이들의 차이는 그들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적응하고자 하려는 시도였던 것이다.다채로운 이야기구구절절 말할 것 없이, 《터키 갬빗》은 그 안에 흥미로운 요소를 다양하게 품고 있는, 멋진 소설이다. 러시아의 군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역사, 그중에서도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우선 흥미를 느낄 것이며, 진취적인 여성이 수많은 남성들의 구애를 받으면서 자신에게는 냉담한 판도린과 밀당을 펼친다는 점에서는 로맨스적인 긴장도 충분하다. 그리고 부대 안에 숨어든 진짜 스파이가 누구인지 추적하는 과정에서도 수사물로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는 러시아에서 열여섯 권으로 완결된 긴 시리즈다. 그리고 이는 저자 보리스 아쿠닌이 이처럼 다양한 소재들을 맛깔나게 버무려서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이며, 판도린이 매력적인 확장성을 가진 주인공이라는 증명이기도 하다. 《아자젤》만이 아니라, 《터키 갬빗》 또한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가 한국에 무사히 안착하게 도울 마중물이 될 작품임에는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홍지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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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커버이미지)
    [장르문학]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3-12-27

    《칵테일, 러브, 좀비》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조예은 작가의 호러 청춘 로맨스!복수를 꿈꾸며 돈을 탐하는 소녀와 존재의 이유를 찾아 길거리를 헤매는 소년,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굳은 의지로 똘똘 뭉친 두 아이가 강행하는 진실한 복수의 서사광범위한 재개발사업으로 크게 변화한 2025년의 야무시. 3년 전 야무시 최대 최고급 아파트 ‘씨더뷰파크 야무’에서 묻지 마 테러로 독이 든 떡을 먹고 아홉 명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으로 엄마를 잃고 깊은 절망과 슬픔에 빠진 채 의지할 가족도, 삶의 목적도 상실한 화영에게 구원처럼 내려온 말이 있었다. “돈은 때론 구원이 되기도 해.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단다.” 복수를 하고 구원을 받기 위해, 진실을 알아내고 효율적으로 목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돈, 2000만 원. 화영은 ‘야무의 수챗구멍’이라 불리는 음침한 레인보우 아파트에 저렴한 월세로 몸을 의탁한 채 거짓말도 서슴지 않으며 오로지 2000만 원을 위해 달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일자리를 한꺼번에 잃은 화영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그리고 협조하지 않으면 월세를 올리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낚시’에 나서기로 한다. 낚시란 청소년을 미끼로 내세워 익명 중고 거래 사이트나 랜덤 채팅창을 통해 사람을 낚아내어 위협하고 현금을 뜯어내는 일이다. 범죄에 휘말려 복수를 그르칠까 한사코 낚시를 거부해 온 화영이었지만, 궁지에 빠진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런 화영 앞에 문득 나타난 곰 인형, 해피 스마일 베어. 해피 스마일 베어가 한창 인기를 누리던 시절, 화영은 엄마가 부업거리로 가져온 그 곰 인형들의 눈을 꿰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엄마를 잃고 돌아온 텅 빙 방에서 화영을 반겨 준 것도 단 한 마리 남아 있던 해피 스마일 베어의 플라스틱 눈동자였다. 그래서 화영은 가로등 아래 버려진 낡고 해진 곰 인형을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곰 인형이 생명의 은인이 될 줄이야! 낚시를 나간 화영은 여관 방에서 타깃을 마주한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강도질을 위한 미끼가 아니라 인신매매의 피해자였음을. 어떻게든 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리를 치던 와중에 “화영의 영원한 친구 해피 스마일 베어”가 손도끼를 휘둘러 남자를 쓰러뜨린 것이다! 말하고 움직이는 곰 인형이라니, 흉기를 든 곰 인형이라니, 이건 꿈일까? 어안이 벙벙한 화영에게 곰 인형이 말을 건넨다. “이건 꿈이 아니야.”“어딘가 커다란 구멍이 생겨 버린 두 사람이서로의 구멍을 살과 피와 솜뭉치로 채우는 이야기”_’작가의 말’ 중에서《칵테일, 러브, 좀비》,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등을 통해 독보적인 ‘조예은 월드’를 구축해 온 작가가 호러 스릴러에 청춘 로맨스를 끼얹은 장편소설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로 돌아왔다. 주인공 화영은 복수를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다 인신매매로 죽을 뻔한 위기에 빠진다. 그런 화영을 구해 준 존재는 다름 아닌 곰 인형, 해피 스마일 베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곰 인형에 빙의한 도하다. 복수 외에는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화영과 살아남았으나 살아남은 이유를 찾지 못해 몸을 잃어버린 도하가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핵심 서사다. 작품의 배경인 야무는 재개발사업으로 완전히 바뀌어 버린 지방 도시이자 자본주의적 욕망으로 점철된 곳이다. 이 도시의 부동산을 기반으로 엄청난 부자가 된 도하의 아버지, 가출 청소년을 이용해 돈을 버는 브로커, 돈만 주면 어떤 살인이든 실행하는 킬러……. 어른들의 끝없는 욕심으로 가득한 이 도시에서 보호자 없는 아이들이 갈 곳이란 버려진 아파트와 길거리 정도뿐이다. 답도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 현실에 내몰린 아이들은, 그리하여 어른들의 돈을 훔쳐 일말의 구원을 꿈꾸거나 아무도 원하지 않는 듯한 생명을 팔거나 포기하는 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그런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기어코 희망과 해피엔딩을 기대하게 한다는 것이 ‘조예은 월드’의 기막힌 매력 아니던가. 이 소설 속에서도 주인공인 두 아이는 서로가 서로를 구해 보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나선다. 도하는 화영의 복수를 돕고, 화영은 잃어버린 도하 몸의 행방을 찾아 주기로 한다. 두 아이의 겁 없는 도전이 스릴 넘치게 펼쳐지는 가운데, 휘황찬란한 새 건물과 아파트에 짓눌려 있던 야무의 어두운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며 독자들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결말로 이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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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커버이미지)
    [장르문학]테러리스트의 파라솔
    • 후지와라 이오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04-14

    제41회 에도가와 란포상 & 제114회 나오키상 사상 최초 동시 수상작! 블루홀식스는 지금까지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유독 많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오승호’(고 가쓰히로), ‘저우둥’, ‘후루타 덴’(작가명 가나다 순)등의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마치 미스터리 출판사의 사명(使命)처럼 출간하여 왔다. 또한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우사미 마코토’, ‘하야사카 야부사카’, ‘레이미’를 발굴하였으며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 위주로 꾸준히 소개하여 대표 인기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기쁨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꽃피는 사월에는, 20년도 더 전에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이제는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을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소개한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 역사상 찬란히 빛나는 사상 최초! 에도가와 란포상과 나오키상을 동시 수상한 미스터리 필독서를 독자분들께서도 즐겨주시기를 바란다. 새로운 번역, 반드시 읽어야 할 미스터리 마니아 필독서!“여기에 행복이 있다.” 평화로운 가을날, 한 남자는 신주쿠 중앙 공원에서 한가로이 위스키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갑자기 폭음이 울리고 폭발이 발생해 사상자가 대거 나오게 된다. 이를 계기로 남자의 일상은 무너지고 만다. 그는 신주쿠 골목 술집의 평범한 바텐더 시마무라로, 폭발 현장에 위스키 병을 두고 나오면서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건 피해자 중에는 한때 남자와 함께 학생 운동을 했던 친구 두 명이 있다. 이토록 지나친 우연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사건으로 평화로운 일상을 완전히 박탈당한 남자는 이러한 의문을 품은 채 사건의 진상을 쫓기 시작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렇게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시마무라와 함께 학생 운동을 했던 다른 두 명의 친구(유코, 구와노)와 야쿠자, 유코의 딸, 노숙자 등 각각 개성을 뽐내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먼저 대학투쟁을 함께했던 삼인방인 시마무라, 구와노, 요코는 각기 자기만의 뚜렷한 개성을 발산한다. 치열한 대치 상태에서도 천하태평인 시마무라, 날카롭고 예리한 두뇌의 소유자 구와노, 용감하면서도 절제력 있는 요코가 그러하다. 이들은 중년이 되어서도 각자의 색깔을 잃지 않은 채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삶을 살아간다. 늘 천하태평이었던 시마무라는 시시한 바텐더가 되고 능력자 구와노는 한 회사의 대표가 되고 요코는 뉴욕에서 커리어우먼이 된 것이다. 삼인방 외에도 뼛속까지는 야쿠자가 되지 못한 아 사이와 지나치게 당돌한 도코도 나름의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후지와라 이오리에 관한 대담에서는 이 등장인물들이 전부 엘리트라는 점에 주목한다. 찬찬히 살펴보면 어느 하나 바보 같은 인물은 없다. 유코와 도코에게 나사가 빠져 있다고 늘 비난당하는 주인공마저 현명하지 않은가. 대담자들은 작가 자신부터 일단 머리가 좋은 엘리트라서 등장인물들도 다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한다. 다음으로 재미있는 요소는 이러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감정선이다. 60년대 전공투가 좌절된 뒤, 이들이 한때 추구했던 이상, 실천했던 연대는 실패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그 유능한 구와노 역시 현실의 장벽 앞에서 허무와 체념에 휩싸여 결국 지치고 만다. 늘 천하태평한 시마무라는 줏대 없이 그런 구와노와 또 똑같이 행동한다. 하지만 그 후 오히려 시마무라는 잿빛 현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타개해간다. 복싱을 하면서 일상을 견디고 극복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구와노는 기쿠치의 이러한 면에 놀라면서 질투하고 기쿠치의 건강한 면모를 알아본 유코가 있다.이들 간의 섬세하지만 뒤틀린 애증과 우정, 질투와 동경이 한데 얽히는 지점이다. 서투르지만 빛나던 청춘을, 중년이 된 이들이 각자 소화해내는 과정을 들여다보며 그 시절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도 흥미를 돋우는 요소이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작품 전반에 진한 향을 내뿜고 있는 위스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군침 도는 핫도그 장면은 이미 현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을 정도다. 위스키와 핫도그의 풍미를 음미하며 작품을 한층 더 즐겁게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하드보일드계의 결정판!“사람을 살해할 때도 이렇게 하는 건가, 테러리스트. 푸른 파라솔을 빙글빙글 돌리네.” 1948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후지와라 도시카즈(藤原利一). 그는 도쿄대학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電通)에 입사했다. 그러다 1985년 『닥스훈트의 워프』로 제9회 스바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95년에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한 목적으로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을 투고하게 된다. 60년대 안보투쟁 세대의 상처와 상실감을 사실적으로 녹여낸 이 작품으로 후지와라 이오리는 1995년 제41회 에도가와 란포상과 1996년 제114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게 되었다. 에도가와 란포상과 나오키상의 동시 수상은 사상 최초였다고 하니 당시 얼마나 이목을 끌었을지 상상해볼 수 있다. 더군다나 란포상에서는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되었다고 전해진다. 그 외에도 『테러리스트의 파라솔』로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를 기록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6위를 기록하며 명성을 떨쳤다.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은 인기에 힘입어 1996년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다. 2015년 『도덕의 시간』으로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오승호(고 가쓰히로) 작가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소설로 후지와라 이오리의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을 꼽았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오승호 작가는 이 소설을 읽고 좌절에 대한 동경을 느꼈다고 한다. 좌절은 싸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후대 작가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쳤던 후지와라 이오리는 2007년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그의 새로운 작품을 읽을 기회가 이제는 없다. 그렇다면 그가 살아생전 발표했던 작품(『닥스훈트의 워프』『시리우스의 길』『손바닥의 어둠』『다나에』『오르 골』 등) 중에서도 가히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세계에 입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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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스터 아이 - A child born with algorithms=Test Ⅰ (커버이미지)
    [장르문학]테스터 아이 - A child born with algorithms=Test Ⅰ
    • 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04-14

    “아이(Ⅰ)가 실행되었습니다.”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아이를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져 있던 주인공 서동성은 친구로부터 A.I 프로그램 테스트를 의뢰받게 된다. 자신과 아내의 알고리즘을 섞어 입력값을 넣던 중, 실수로 로마 숫자 ‘Ⅰ(일)’를 영문 ‘I(아이)’로 읽고 실행한다. 동성은 자신을 닮은 채 태어난 아이를 완벽한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 날, 동성은 아이를 오류 없이 ‘키우기’ 위해 틀 안에 가두며 통제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아이에게 자유로운 권한을 부여한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는 테스트를 마치며 동성에게 메시지(신호)를 남기고 떠나는데…. 인간의 모든 행동이 알고리즘 분석으로 결정되고, 어시스턴트 로봇이 모든 행동을 도와준다면 과연 우리의 삶은 정말로 편리할까? 과연 오류가 없는 것이 맞는 세상일까? 알고리즘에 의하여 선택되는 결정이 정말 옳은 것인가? 이 책은 어느새 우리 가까이 와 있는 AI의 미래에 대하여 보여주며, 알고리즘에 의하여 선택되는 결정이 옳은 것인지, 오류가 없는 삶이 좋은 삶인지를 ‘테스터 아이’를 통하여 보여준다. 또한, 알고리즘으로 태어난 AI 아이와 아빠와의 관계는 마치 한편의 휴먼 SF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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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끼와 해파리 (커버이미지)
    [장르문학]토끼와 해파리
    • 전삼혜 지음
    • 아작
    • 2023-04-14

    청소년 SF의 기수 전삼혜 작가, 8년 만의 SF 소설집세상을 이루는 작고 반짝이는 것들전삼혜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별일 아닌 작은 일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것을 문단문학에서는 ‘소품(小品)’이라고 부르는데, 소품이라는 말 속에는 ‘별거 아닌 내용’이라는 뉘앙스가 은연중에 끼어들어 있다. 작고 평범한 사람들의 작고 평범한 얘기는 별거 아니라는 소리다. 소품이 아닌 대작, 뭐… 《태백산맥》이나 《토지》 같은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통시적으로 세상을 가로지르는 작품을 써야 대작이라는 얘기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제인 오스틴과 같은 여성작가들이 항상 마주해야 했던 고통스러운 이름이었다. 여성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은 작고 일상적이기 때문에 별거 아니고 쓸모없다는 식의 폄하.전삼혜의 소설은 그런 폄하에 정면으로 들이댈 수 있을 놀라운 ‘소품’이다.전삼혜의 소설이 이토록 크면서도 작을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인간이 사실은 작고 소박하다는 사실을 작가가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삼혜의 소설 속에서는 악당도 거대하지 않고, 선인도 거대하지 않다. 심지어 커다란 문제를 일으킨 악당조차도 그 욕망은 어이가 없을 만큼 소박하다. 우리는 모두 일상을 살아간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작고 사소한 실수를 회복하기 위해서, 작고 사소한 일들을 벌이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전삼혜 작가가 청소년 소설을 오래 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빛나는 사소함에 있을 것이다. 청소년 시기가 가장 빛나는 이유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축적해서 빛나는 자기 세상을 구축해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서영, 소설가작품해설세상을 이루는 작고 반짝이는 것들어릴 적 ‘소설’이라는 글자에 관해 처음 썰을 풀어줬던 선생님은 소설(小說)이 작은 이야기라고 했었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혹은 과학적이고 물리적인 큰 이야기가 아니라 작고 사소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별것 아닌 이야기를 소설이라고 한다며. 그 말을 들은 나는 궁금했다. 세상은 소설가가 굉장한 사람인 것처럼 대하고, 선생님, 선생님, 하며 칭하는데 왜 소설은 그토록 작은 이야기인지.인간이란 무릇 큰 이야기보단 작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법이다. 사람을 제일 들뜨게 만드는 건 보통 가십이고, 거대하고 장구한 역사의 흐름보다는 그 뒷면에 있다는 사실인지 아닌지도 잘 모를 야사들이 재미있다. 작은 이야기들이 이토록 흥미로운 이유는, 삶의 특수성이나 핍진성이란 죄다 작은 이야기 안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대단한 역사라고 해도 조그마한 이야기들의 군집이고, 제아무리 굉장한 행성이라고 해도 자잘한 원자들의 집합체다. 허구한 날 인용되는 그놈의 칼 세이건은 여하간 위안이 되는 구석이 있다. 우리라는 지질한 인간들조차 별을 구성하는 물질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거.물론 작은 걸 모아놓은 게 죄다 큰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건 아니다. 작은 이야기 속에는 눈뜨고 못 봐줄 꼴도 허다하다. 하지만 이 눈뜨고 못 봐줄 꼴들이야말로 말하자면 ‘찐’이다. 인간의 삼라만상과 불쾌 혹은 유쾌는 모두 이 작은 이야기들 속에 자리 잡고 있다.전삼혜가 꼭 작은 이야기만 잘 쓰는 작가는 아니다. 2021년 출간되었던 전삼혜의 옴니버스 장편소설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는 꼭 작은 이야기라고만은 할 수 없다. 소설은 섬처럼 떨어져 있는 룸메이트들로 구성된 광막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섬’이다. 아무리 거대하고 광활한 이야기를 쓴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주에 외따로 떨어진 작은 섬의 이야기가 된다. 전삼혜의 시선은 소설가의 것이고, 소설가는 작은 섬들이 촘촘히 모여서 만들어지는 우주를 지켜보는 ‘작은 이야기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삼혜의 소설은 바로 그 점에서 사랑스럽다.전삼혜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별일 아닌 (아니, 때때로 큰일일 때도 있지만, 이 점은 뒤에서 설명하도록 하자) 작은 일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것을 전삼혜와 내가 전공한 문단문학에서는 ‘소품(小品)’이라고 부르는데, 소품이라는 말 속에는 ‘별거 아닌 내용’이라는 뉘앙스가 은연중에 끼어들어 있다. 작고 평범한 사람들의 작고 평범한 얘기는 별거 아니라는 소리다. 소품이 아닌 대작, 뭐… 《태백산맥》이나 《토지》 같은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통시적으로 세상을 가로지르는 작품을 써야 대작이라는 얘기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제인 오스틴과 같은 여성작가들이 항상 마주해야 했던 고통스러운 이름이었다. 여성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은 작고 일상적이기 때문에 별거 아니고 쓸모없다는 식의 폄하.전삼혜의 소설은 그런 폄하에 정면으로 들이댈 수 있을 놀라운 ‘소품’이다.〈안드로이드 고양이 소동〉은 전형적으로 소품이라고 불릴 법한 귀여운 이야기다.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안드로이드에 죽은 고양이가 등장한다는 꿈과 같은 설정은, 모르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각자가 사랑했던 고양이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게 만든다. 다른 이야기들 중에서도 엄청나게 거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표제작인 〈토끼와 해파리〉는 사람들이 애를 하도 안 낳아서 말도 안 되게 줄어든 세대에 태어난 청소년들의 귀여운 우정을 다루고 있다. 장소조차 경기도 정도의 지방 소도시로 추정되는 어느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다.더욱 재미있는 점은 장편소설 《궤도의 끝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와 같이 거대한 이야기들도 작은 이야기로 놀라울 정도로 신기하게 수렴한다는 것이다. 작은 이야기가 모여서 큰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하지만, 전삼혜의 소설은 우리가 모르는 거대한 이야기의 이면을 작고 재미있는 에피소드 안에 신기하게 욱여넣는다.제7회 SF 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우수상에 빛나는 〈고래고래 통신〉은 자기가 외계인이라고 우기는 시각장애인 청소년 이야기(근데, 이제 그게 진짜인)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초음파로 안전걸쇠를 잘라버릴 수 있는 외계인이 우리 주변에 있다면 그야말로 사회문제가 될 법한데 전삼혜의 소설 속에서 이 외계인은 그 굉장한 능력을 이제 막 생긴 자신의 청소년 친구를 구하는 데 사용한다. 〈성심당 사거리 메타버스 결투에 관하여〉는 어떤가.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천사와 악마가 펼치는 세기의 대결!’은 대전이라는 지방 소도시의 빵을 사기 위해서, 심지어는 메타버스 속에서 벌어진다. 아무도 이 세기의 대결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뿐더러, 매번 발생하는 굉장한 능력들(성경 구절을 그대로 재현하고, 시간을 뒤로 돌리는 등)은 서로의 것끼리 맞부딪혀서 상쇄되어버린다. 결국 이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서로의 연대감만 확인하며 흩어지고 만다. 그나마 타자라는 거대공동체에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소설이 〈퍼펙트 페이스〉일 텐데, 모든 한국인들이 위인의 얼굴을 따라 성형을 하게 만든 이들의 작은 욕망은 그냥 회사에서 잘리지 않는 것이었다.전삼혜의 소설 속 인물들은 잘 안 쓰이는 학술적 용어로 말하자면, ‘핍진’하다. 찐이라는 소리다. 그들의 욕망은 세상을 바꾸거나 거대 악 같은 외형을 띠고 있거나 진영에 귀속되어 있지 않다. 작고 소박하며 일상적이다. 그렇기에 이 작은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 삶에 나타나는 ‘진실한 감정들’을 모두 찾아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건 바로 연대감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우며 본질적인, 그러나 만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귀한 것. 전삼혜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각자의 세계 속에서 고군분투하다가, 타인과의 연대감을 통해 세상과 자신의 삶을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바꾼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눈에도 잘 띄지 않을 만큼 자그마한 한 걸음이다.〈고래고래 통신〉, 〈토끼와 해파리〉, 〈지정석 크리티컬 슈퍼스타〉에는 전삼혜의 전매특허라고 할 만한 플롯과 인물들이 등장한다. 내가 유명한 문학평론가라면 이런 주인공과 플롯을 피카레스크식 구성처럼 ‘전삼혜식’ 구성이라고 이름 지어서 다른 소설을 평하는 데에도 써먹을 것이다. 소설 속의 청소년들은 각자의 작은 욕망에 솔직하고, 타인의 작은 욕망에 예민하다. 그들이 꿈꾸는 건 세계에서 서로를 온전하게 지켜내는 것이며, 사소하고 우스운 연대의 힘으로 그들은 서로를 단단하게 묶어서 거친 세상에서 연대감을 확인하고 서로를 지켜내는 데에 성공한다. 상대는 사회적 시선(〈토끼와 해파리〉)일 때도 있고, 못된 또래 집단(〈고래고래 통신〉, 〈지정석 크리티컬 슈퍼스타〉)일 때도 있지만 악도 그렇게 강력하고 끔찍하진 않다. 악에도 악이 될 만한 안쓰러운 이유가 있다. 전삼혜의 연대감은 〈고래고래 통신〉 속 강솔의 한마디로 묶어낼 수 있을 것이다. “왜 불쌍하다는 감정이 역겹게 느껴질까.” 이들은 모두 어딘가 나사가 좀 빠져버린 사람들이지만 서로를 가엾게 여기지 않는다. 누구도 위에서부터 타인을 내려다보지 않고, 정면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힘을 가지고 있다.한편, SF 작가로서의 전삼혜의 장점은 자신이 그리는 인물들의 성향과 퍽 닮아 있다. 〈성심당 사거리 메타버스 결투에 관하여〉가 보여주는 SF적 상상력이 전형적이다.“상상 가능한 것은 뭐든지. 단, 이곳은 논리의 세계예요. 논리가 불완전하면 뭔가를 만들 수 없어요. 제가 아까 바늘을 만들어낸 이유를 설명했듯이.”전삼혜의 SF는 일종의 코드 짜기 게임 같은 것이다. 일정한 논리가 적용되는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그 세계의 규칙에 한계점들을 부여한다. 그 한계점 안에서 인물들은 싸워야 한다. 일정한 중력이 부여된 격투게임 전장과도 같다. 슈퍼히어로지만 높은 데 올라갔다가 떨어지면 다리몽둥이가 분질러지는 〈지정석 크리티컬 슈퍼스타〉의 주인공 지정석처럼, 외계인이지만 허언증 환자 취급이나 받고 사는 〈고래고래 통신〉의 이원처럼. 거대한 이야기건 자그마한 이야기건 하나의 논리를 구축해서 그 안에서 이야기를 쌓아나가는 건 마치 어느 프로그램의 코드를 성심성의껏 짜고 있는 개발자의 뒷모습을 보는 느낌이다. 전삼혜가 만들어낸 텍스트 게임 속에는 숨어 있는 아기자기한 이스트에그도 많고, 에피소드의 뒷얘기를 볼 수 있는 소스들도 많다. 무엇보다 그는, 형식과 내용은 분리되지 않는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전삼혜의 소설이 이토록 크면서도 작을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인간이 사실은 작고 소박하다는 사실을 작가가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삼혜의 소설 속에서는 악당도 거대하지 않고, 선인도 거대하지 않다. 심지어 커다란 문제를 일으킨 악당조차도 그 욕망은 어이가 없을 만큼 소박하다(〈퍼펙트 페이스〉). 우리는 모두 일상을 살아간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작고 사소한 실수를 회복하기 위해서, 작고 사소한 일들을 벌이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전삼혜 작가가 청소년 소설을 오래 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빛나는 사소함에 있을 것이다. 청소년 시기가 가장 빛나는 이유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축적해서 빛나는 자기 세상을 구축해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그래 봤자 인간의 마음은 열여섯 살에서 성장하지 않는다. 더 자랐건 덜 자랐건 간에 매일의 일상과 격투해서 세상에 돌 하나 더 얹는 게 평범한 인간의 삶이다. 우리의 작은 일상이 세상을 구축해낸다면, 그게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라면, 전삼혜의 소설은 칼 세이건이 말한 그 인간의 본질과 가장 닮아있는 서사가 아닐까. 우리는 모두 별을 이루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전삼혜의 소설이 작고 반짝이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듯이.- 이서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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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미스테리 (커버이미지)
    [장르문학]토요미스테리
    • 디바제시카 지음
    • 너와숲
    • 2023-04-14

    읽기 시작한 순간, 빠져나갈 수 없는 흡입력!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도 있는 기이한 사건들,디바제시카의 <토요미스테리>를 책으로 만난다! 전혀 헤아려지지 않는 표정에 나지막한 목소리까지 더해,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토요미스테리>!명실상부 1세대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디바제시카를 더욱 독보적인 자리에 올려놓은 디바제시카 채널 속 <토요미스테리>는 근 10년 동안에 224만 명이라는 구독자가 시청하고 있는 콘텐츠다. 미스터리는 그 자체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데, 여기에 디바제시카의 무표정한 얼굴과 음산한 목소리가 더욱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더해준다. 과거에도 공포나 미스터리를 주제로 하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있었지만, 디바제시카처럼 진행자의 이야기로만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거기에 적절한 음향과 자료 사진, 그리고 뉴스 전달자인 앵커처럼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디바제시카만의 이야기 전달 기법이 사람들에게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구독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디바제시카는 스토리텔링북으로의 놀라운 데뷔를 단행했다. 지상 미스터리 쇼로 독자들을 초대한 것이다. 오싹한 표지에서부터 입이 떡 벌어지는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보는 이를 빨아들이는 탄탄한 스토리에 반전은 아찔하다. 디바제시카는 이번에도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최고의 내레이터로 자리한다. 그녀의 이야기 쇼는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신랄하며, 치명적이고 진실하다.유튜브 플랫폼에서는 적절한 음향과 디바제시카의 목소리 연기가 강점이었다면, 스토리텔링북에는 이 이야기들에 서사를 덧입혀 지적인 맛을 더하고 미스터리의 핵심 요소를 분석해보는 묘미가 있다.전 세계 미스터리 중 25가지 이야기를 뽑아 재구성했다. 미국에서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에 이어 한국과 일본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한눈을 팔 수 없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미스터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더불어 각 장에 삽입된 일러스트는 등장인물의 광기 어린 표정과 느와르 영화를 보는 듯한 표현으로 이야기에 입체감을 불어넣는다.디바제시카의 차분한 스토리텔링 능력은 책 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한 사건을 다양한 방향에서 재조명하여 이미 알고 있던 사건도 뻔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더불어 각 사건의 키워드를 영어 단어와 심리학 용어로 소개하여 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덤!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건들, 비록 모든 이야기가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는 않더라도 미스터리 에피소드가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토요미스테리>는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진정성을 더해간다.이미 수많은 시청자들이 즐겨 찾는 채널의 인기 있는 이야기를 엄선해 만든 본 책자가 독자들에게 새로운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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