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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니발리즘 - 영상화 기획 소설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카니발리즘 - 영상화 기획 소설
    • 정인영
    • 잇스토리
    • 2024-02-19

    소설 ‘카니발리즘’은 잔인하고 섬뜩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더 잔혹한 것은 소설 속 세명의 친구들의 모습이 비단 허구인 이야기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현실에 더 섬뜩해 지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잉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속물이 되어 가는가?’를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 몰아가며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체유기로만 끝나는 줄 알았던 사건은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내면서 극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고 있다. 분명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고 끝으로 치닫는 이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손에 땀을 쥐면서도 한쪽으로는 동시대를 사는 청년들의 절벽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은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여기서 좌절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힘이 남아 있을 때 딛고 일어서라고. 장르에 충실하면서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소설 ‘카니발리즘’, 영상화 기획소설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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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캣피싱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캣피싱
    •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3-04-14

    현실 속 제약에서 벗어나진실된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게 된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2020 로드스타상(휴고상 영어덜트) 수상작2020 애드거 앨런 포상 영어덜트 부문 수상작《뉴욕타임스》 편집장의 선택!MZ세대에게 최적화된 SF스릴러 –《커커스 리뷰》『캣피싱』은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폭발적인 독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휴고상의 영어덜트 부문인 《2020 로드스타상》, 《2020 에드거상》을 수상했다. 《네뷸러상》, 《앤서니상》, 《ITW스릴러 어워드》 등에는 올해의 책 최종 후보로 올라갔으며, ‘이 책은 완벽하다’라는 평과 함께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선택에 이름을 올렸다.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는 오늘날의 온라인 존재론과 개인정보 문제에 관한 흥미롭고 가슴 따뜻해지는 모험이라고 평하면서, 기발함과 슬픔을 모두 가지고 있는 AI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성”과 “만들어진 가족” 개념을 다루는 방식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소설가 코리 닥터로(Cory Doctorow)는 “매력적이고 눈을 뗄 수 없는, 잘 짜인 영어덜트 스릴러”라고 평했고, 2017 뉴베리상 수상 작가인 켈리 반할(Kelly Van Hal)은 “재미, 참신함, 감동까지 이 소설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라고 추천했다.『캣피싱』은 ‘캣넷’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맺어가는 인간관계를 보여 준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미 우리 사회의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의 기능 및 작용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특히 어린 시절부터 이런 경험을 하며 자라온 MZ세대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광경이다. ‘캣피싱’이란 온라인상에서 자아를 꾸며 드러내는 행위를 일컫는다. 등장인물들이 캣넷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아를 형성하고 원하는 만큼 자신을 드러내거나 숨기며 ‘캣피싱’ 하는 모습에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s)》는 『캣피싱』이 “온라인과 함께 자란 MZ세대에게 최적화된 SF스릴러”라고 평했다.각각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서로 다른 삶의 환경과 인종, 지정 성별, 성적 지향 등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 속에서는 제약이 될 수 있는 이런 요소들을 적당히 가리고 포장함에 따라 역설적으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자아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캣피싱』은 이렇게 정체를 숨기는 덕에 오히려 ‘만들어진 자아’들 사이에 진실된 대화와 유대가 가능함을 보여 주며 새로운 인간관계의 상을 시사한다. ‘윤리적이고 자애로운’ 인공지능의 등장!십 대 아웃사이더들과 인공지능의 아름다운 우정과 연대주인공 스테프는 방화범이자 스토커인 아버지를 피해 10년이 넘게 도망 중이다. 전학 다닌 고등학교만 벌써 다섯 번째고, 친구라고는 ‘캣넷’에서 사귄 온라인 친구들뿐이었다. 학교에서 스테프는 늘 ‘새로 온 아이’였고 스테프에게도 학교란 ‘곧 떠날 곳’이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십 대에 접어들며 스테프는 자신에게 쉽게 학교 아이들 속에 녹아들지 못하는 지점이 있음을 깨닫고 스스로를 ‘새들 속에서 살아가려고 애쓰는 박쥐’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매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우리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표현한다. 스테프가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은 캣넷뿐이고, 이는 다른 캣넷 유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캣넷에서 만난 친구 ‘파이어스타’의 경우, 현실 세계 사람들이 자신을 생물학적 성에 따라 판단해 부당함을 느끼지만 캣넷에서는 아예 성별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에이젠더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경제적 이유에서, 현실의 또래 관계에 어려움이 있어서, 자신의 이름이 흔해서 등, 크고 작게 실제 세계에서 불편함을 겪으며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던 이들이 캣넷에서의 캣피싱 덕에 우정을 나누고 서로 연대감을 느낀다. 서로를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비록 얼굴이나 실제 이름을 모르더라도 진정한 친구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이다.스테프가 새로 간 학교에서 사건에 휘말리며 캣넷의 해커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실 이 해커가 인간인 척 캣피싱 해 온 인공지능(AI)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캣피싱』의 또 다른 주인공인 AI는 윤리 실험 프로젝트를 통해 오로지 인간을 돕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다. 인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관계를 통해 인간에게 애착을 느끼고 이를 기반으로 행동의 원칙이 정해진다. 그 원칙에 따라 AI는 자신이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게 친구에게 거짓말하는, 윤리적이지 못한 행위라고 판단을 내리고 자기 정체를 ‘커밍아웃’ 한다. 이후로도 아버지로부터 도망치는 스테프를 도와주지만 결국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라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제1원칙을 어겨 세상으로부터 유리된다. 스테프는 AI가 자신을 친구로서 도와주었다는 점에서 AI를 인격체로 여기며, 이번에는 자기가 도움을 주기 위해 세상에서 사라진 AI 친구를 찾아 떠난다. 혐오와 차별에서부터 다양성에 대한 포용까지,‘지금’ 가장 시기적절한 화두를 던지다!『캣피싱』 속 캣넷 친구들과 AI는 서로 만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육신의 존재조차도 관계의 조건으로 삼지 않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포용과 이해의 유무다. “그 애가 실제로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알아?”그냥 모른다고 할까 아니면 그게 왜 나쁜 질문인지 설명해야 할까, 아니면….(122쪽)“‘청결은 여러분의 피부색과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되죠!’라고 했어.”“말도 안 돼.”(265쪽) 은근한 차별과 시선, 나쁜 질문들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을 통해 작가는 다양성에 대한 급진적인 관용의 태도를 내비친다. 책 속에서 기성 어른 세대가 인지하지도 못하거나 고려 대상으로 치지도 않는 문제점들에 대해 십 대 아이들이 누구보다도 기민하게 차별과 혐오를 간파하는 모습은 신랄하기까지 하다. ‘MZ’로 묶여 불리는 세대의 목소리를 구현하며 다양성 속에서 자라고 살아가는 주체들이 나아갈 긍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작가 나오미 크리처는 온라인 상의 정보를 통해 인간에 대해 수집하는 인공지능의 이야기로 2016년 휴고상과 로커스상을 수상했다. 『캣피싱』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온라인 상의 정보가 한 인격체를 어디까지 대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묻고, 동시에 그 ‘인격체’의 조건이 무엇인지, ‘다름’을 가르는 것보다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본능적인 공포가 담긴 스릴러의 플롯 속에서 적재적소에 다양한 논제를 유쾌하게 담아낸 이 책은 2020년 로드스타상, 에드거 앨런 포상 등을 수상했으며 네뷸러상, 로커스상의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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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그래츄 그래듀에이션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콩그래츄 그래듀에이션
    • 정다이 지음
    • 안전가옥
    • 2024-02-19

    그게 어떤 건지 의미를 알았다면 저지르지 않을 수 있었던 폭력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 선정작, 세상 모든 스릴러 ‘노크’ 시리즈‘장르 전문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이 선보이는 새로운 라인업 ‘노크’의 두 번째 작품.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안전가옥의 ‘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 선정작이자, 정다이 작가의 소설이다. 《콩그래츄 그래듀에이션》은 미숙하지만 치명적인 폭력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직 미숙한 아이들이 미숙한 채로 학교 내에서 저지르고 만, 해서는 안 될 일들. 루머, 스토킹, 집단의 암묵 아래 자행된 사회적 폭력들. 전교 순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으며 대인관계도 좋은 데다 누가 봐도 동경의 대상이 될 만한 프리마 돈나 현주가 뜻밖에 불행하기 그지없는 저소득층 자녀라는 사실이 암암리에 알려지면서 잔인한 학교라는 필드에서 해묵은 질시가 한 몸에 쏟아진다. 그리고 그 죽음에서부터 시작되는 데스매치 게임, 적극적이었든 소극적이었든 그 폭력에 동참했던 자들에게 ‘망자로부터 온 초대장’이 한 장씩 날아든다. ‘그저, 우린 한마디 보탰을 뿐인데.’| 결국 여기서 누가 살아 나갈 수 있는 건데?한 명의 피해자를 두고 펼쳐지는 가해자들의 불행하고도 이기적인 제각각의 회상강원도 양양의 한 스산한 서퍼비치, 한 사람씩 ‘그 애’에 대한 저마다의 추억을 품은 가해자들이 영문 모를 초대장에 따라 한자리에 모인다. 그 추억은 일방적인 짝사랑이기도 했고 비밀을 안다는 우월감이기도 했으며 오해가 불러온 관계성이기도 했다. 어쩌면 평범하게 친구로 지낼 수도 있었던 사이였겠으나, 가해자가 되는 순간의 선은 참 넘기 쉬웠다.모두가 모이자마자 곧바로 목숨을 건 끔찍한 게임이 시작된다. ‘Life is surf’라는 서퍼 펜션. 이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험한 파도 앞의 서퍼처럼 제대로 너울을 타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게임은 누가 주최한 것일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순간 눈을 의심하게 할 반전이 기다리는 스릴러, 세상에 만연하는 평범한 폭력에 대한 작가의 예리하고도 간절한 시선.| 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 선정작 범죄, SF, 판타지, 하이틴 스릴러까지,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는 세상 모든 스릴러를 만난다노크 시리즈한국콘텐츠진흥원과 안전가옥은 ‘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을 통해 총 여덟 명의 신인 작가를 선정했다. 단독으로 소설 단행본을 출간한 적이 없는 작가가 대상이었으며, 무엇보다 참신한 스릴러 작품들만을 선별했다. 스릴러 장르의 대가 서미애 작가의 특강과 안전가옥 스토리PD들과의 멘토링, 현직 작가들의 스릴러 작법 특강 등이 이어졌다.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품고 있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신선한 플롯은 이 과정을 통해 좀 더 짜임새 있고 선명한 스토리라인으로 발전되었다. 노크 시리즈로 선보이는 작품들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티프를 가장 공포스럽고 위협적인 분위기로 확장하는 스릴러 소설들이다. 대리운전, 학교 폭력, 바다, 식물, 지하철, 기후위기, 초파리, 휴가와 같이 평범한 소재가 한순간에 우리 일상을 위험에 빠트리는 요소로 뒤바뀌면서 독자들을 한층 더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다. 범죄 스릴러, SF 스릴러, 판타지 스릴러, 하이틴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한 신인 작가들의 패기 넘치는 스토리텔링이 장르 소설 독자들의 서가를 ‘노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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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쿼런틴 (커버이미지)
    [장르문학]쿼런틴
    •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허블
    • 2023-04-14

    “한마디로 미친 책이다. 당신 독서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지적 유희의 끝판왕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건투를 빈다.”-김상욱(물리학자·〈알쓸인잡〉 과학박사)“추리극, 첩보극, 생리학, 양자역학, 결정론, 형이상학을 모조리 한 소설에 때려넣고도 재미를 유지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그렉 이건의 세계에서는 가능하다.”-김겨울(작가·유튜브〈겨울서점〉운영자)과학박사 “김상욱”, 북튜버 “김겨울”이 추천하는 〈SF계의 바이블〉원서 출간 30년·국내 출간 20년 만에 새로운 번역으로 재출간최저가 27,000원, 최고가 80,000원. 책값으로 치르기엔 너무 높아 보이는 가격대다. 그러나 이 돈을 주고 기꺼이 사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10년 전 절판된 『쿼런틴』 중고 도서 구매자들이다. 이들 중엔 〈알쓸신잡〉과 〈알쓸인잡〉 등에 출연해 “물리를 다정하게 알려주는 과학박사”로 친숙한 김상욱도 있는데,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쿼런틴』을 다루며 그 첫머리를 아래와 같이 뗀다. “그렉 이건의 『쿼런틴』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절판되었으나 마니아들 사이에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원래 가격의 두 배는 보통이고, 서너 배를 호가하는 경우도 흔하다.”- 김상욱, 『김상욱의 과학공부』, 동아시아(2016), p. 198이처럼 『쿼런틴』을 탐내는 SF 마니아는 국내에만 있을까? 『쿼런틴』은 1992년에 출간된 이후 14개국에 수출되었으며 최근까지 꾸준히 재출간되어 오고 있다. 심지어 원서인 영문판은 10년에 한 번꼴로 두 차례나 재출간될 정도다. 이토록 오랜 시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쿼런틴』이 호출되었던 이유가 뭘까? 이 책이 가진 문학적 가치나 역사적 의미가 대단해서도 그렇겠지만, 김상욱이 추천사를 통해 밝힌 것처럼 신비롭게 여겨질 만큼 재밌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결국 이해는 안 되는데 재미있어 책을 놓지 못하는 참으로 신비한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다시 또 의문이 든다. 그토록 ‘신비한 힘’을 가진 책인데 어째서 절판됐던 것일까? 여기에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쿼런틴』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시대를 잘못 탄 비운의 명작’이라는 점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쿼런틴』이 처음 한국에 소개됐던 2003년엔 김상욱과 같은 “지적인” 독자만 SF를 읽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2022년 현재엔, 김겨울과 같이 편식하지 않는 “힙스러운” 독자들, 나아가 SF라는 장르가 아직 낯선 “전반적인” 문학 독자들조차 SF를 읽고 있다. 김겨울이 추천사를 통해 설명한 것처럼, 『쿼런틴』은 “추리극, 첩보극, 생리학, 양자역학, 결정론, 형이상학을 모두 다루고도 재미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 모든 독자를 충족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한국 독자가 그렉 이건을 만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올해 8월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은 『내가 행복한 이유』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전 세계 SF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라고 해서 꼭 재출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쿼런틴』이 지금 다시 읽혀야 할 이유를 설명할 때는 해당 작품이 가진 문학적 가치나 역사적 의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렉 이건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외국 작가인 “테드 창”과 한국 작가인 “김초엽”에 영향을 끼친 ‘작가들의 작가’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그렉 이건이 가지고 있는 권위는 수상 이력과 판매고를 고려한다면 국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즉, 그렉 이건이 전 세계가 인정하는 SF의 거대한 강줄기 중 하나라는 점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데뷔작인 『쿼런틴』은? 바로, 그 거대한 강줄기가 시작하는 곳이다. 『쿼런틴』이 “SF계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F를 대표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작가의 시작을 알리는 책. 그것이 20년 만에 새롭게 번역해서라도 『쿼런틴』을 재출간해야 하는 이유다.『쿼런틴』은 그렉 이건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번역한 기획자이자 번역가인 김상훈의 개역을 거쳐 20년 만에 독자와 만난다. 20년이란 세월 동안 번역문에 켜켜이 쌓여온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지금 시대의 문학 감수성에 걸맞은 세련된 표현으로 전면 윤문했다. 동시에 지난 20년 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난해하다’라는 독자 의견을 반영하여, 다소 낯선 용어로 다소 복잡하게 설명되었던 과학 설명 파트를 좀 더 쉽게 읽히도록 개편했다. 그 결과, 구버전과 신버전을 전부 읽은 김상욱이 “완전히 바뀌었다”라고 감탄할 만큼 완전히 새로운 『쿼런틴』이 탄생하게 됐다.『쿼런틴』은 〈주관적 우주론〉 3부작의 1부다. 허블은 『내가 행복한 이유』를 비롯한 그렉 이건의 중‧단편 전체, 그리고 『쿼런틴』에 이어 2부 『순열 도시』, 3부 『비탄』을 펴냄으로써, 더욱 크고 뚜렷하게 뻗어나가는 그렉 이건이라는 강줄기를 한국에 만들고자 한다. “인류가 외계의 검은 구체에 의해 ‘격리(쿼런틴) 상태’가 된다” 양자역학을 토대로 인류를 ‘우주 파멸’의 존재로 구축한 충격적 상상력작품 제목인 ‘쿼런틴(Quarantine)’은 ‘격리’, ‘검역’, ‘차단’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내에서도 자주 언급된 단어인데, 『쿼런틴』에선 그 단어가 조금 다르게 쓰이는 것이다. 현실에선 전염병으로부터 인간을 격리한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쿼런틴』에선 ‘인간으로부터 우주를 격리한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인간이 우주 역병 병균의 숙주라도 된다는 것일까? 결말로 가면 그 말도 틀린 건 아니게 되지만, 초기 설정상으로 인류가 격리된 이유는 우주를 파멸로 이끌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특수 능력’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양자역학적 지식이 다소 필요하지만, 『쿼런틴』을 문학작품으로 즐기는 데엔 그런 지식은 전혀 필요 없다. 인류가 ‘우주 파멸’의 존재가 되었을 때의 외계 종족의 반응, 그 외계 종족의 강제 격리를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인류의 반응, 혼란에 빠진 지구에서의 각 개인이 겪는 변화와 갈등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사를 꾸준히 따라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양자역학에 대해 체득하게 된다. 『쿼런틴』을 읽고 나면 이 작품을 쓰기 위해선 양자역학에 대한 고차원적 이해가 필요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양자역학을 너무도 쉽고 정확하게 소설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그렉 이건은 양자역학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토대로 『쿼런틴』을 썼다. 위와 같은 맥락으로, 김상욱은 강연장에서 “물리학자라면 (경외감 때문에) 울면서 볼 책”이라 밝힌 바 있다.양자역학은 실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은 단어일뿐더러 우리가 친숙하게 체감하는 고전역학을 거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곤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쿼런틴』을 읽을 때 양자역학에 대해 천착하지 않고 서사적 재미만 추구하더라도 전혀 문제는 없다. 하지만 『쿼런틴』에서는 양자역학을 그렇게 어렵게 다루지도 않거니와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읽으면 SF 특유의 ‘경이감’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양자역학을 공부한다기보다 체험해 본다는 마음으로 읽어나가기를 권장한다. 『쿼런틴』에서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지점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수 능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때다. 『쿼런틴』의 세계에서 온 우주는 ‘양자 중첩’ 상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신이 ‘관측’한 존재의 양자 중첩을 깨뜨려 하나의 상태로 귀결시킨다. 인간의 시선이 닿은 존재는 중첩돼 있던 무한대의 가능성을 잃고 딱 한 가지의 가능성으로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즉, 『쿼런틴』의 세계에선 인간의 눈길이 닿는 모든 것이 (인류를 포함해) 난도질당한다. 이 엄청난 세계관 앞에서 양자역학적 설명은 사소하다. 그러나 이 사소한 설명을 이해하면 이 비현실적인 세계를 무척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재난‧디스토피아〉,〈포스트휴먼‧초인물〉,〈추리‧미스터리‧하드보일드〉모든 시대와 문학 장르를 초월한, ‘작가들의 작가’의 마스터피스2003년 『쿼런틴』이 처음 출간됐을 당시, SF 독자들이 받았던 충격이란 실로 엄청났던 것으로 보인다. 20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재출간에 대한 독자들의 요청이 이어졌으니까. 이처럼 지속적인 요청과 찬사를 받고 결국 재출간하게 된 『쿼런틴』의 힘이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 무엇보다도 문학적 재미에 있다. 『쿼런틴』은 ‘양자역학과 하드 SF’라는 높은 허들을 가져온 만큼, 독자가 그 허들을 넘는 과정에서 지루하지 않도록 온갖 문학 장르의 서사와 분위기를 빌려와 쓴다. 『쿼런틴』에서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장르는 〈재난‧디스토피아〉, 〈포스트휴먼‧초인물〉, 〈추리‧미스터리‧하드보일드〉 이렇게 세 가지다. 이렇듯 최소한 세 개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니, 『쿼런틴』을 수입한 14개국의 표지는 전부 제각각이다. 『쿼런틴』의 도입부는 ‘재난 서사’와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잘 담아내고 있다. 2034년 어느 날, 지구의 밤하늘에서 별들이 완전히 사라진다. 지름이 명왕성 궤도의 두 배나 되는 정체불명의 검은 구체 ‘버블’이 태양계를 완전히 감싸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전 세계적 혼란을 초래했지만, 그 혼란에 대한 대항마로서 디스토피아 소설에 나올 법한 기괴하고 강압적인 정부가 등장할 뿐 의외로 큰 문제 없이 30년이란 세월이 흐른다. 사람들은 별이 사라진 밤하늘을 일상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쿼런틴』의 캐릭터 및 초반 서사는 ‘추리‧미스터리 서사’와 ‘하드보일드 캐릭터’를 잘 조합하고 있다. ‘버블’ 출현 후 30년 후인 2066년. 전직 경찰관이자 사립 탐정인 ‘닉’은 실종된 한 여성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여성은 혼자서 거동조차 힘들 정도의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그녀가 생활하던 병원은 24시간 감시체제 아래에 있었단 것이다. 닉은 이 여성이 추적하는 과정에서 ‘버블’의 정체에 대해서 알아가게 된다.주인공인 닉의 캐릭터엔 ‘포스트휴먼 특유의 고찰’과 ’초인물 세계관’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쿼런틴』에서는 외계의 검은 구체 ‘버블’에 버금갈 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SF적 요소가 있으니, 바로 최첨단 유전공학과 나노공학의 산물인 ‘모드’다. 모드라는 일종의 신경 회로를 뇌에 장착하면 나노로봇을 통한 신경계의 재배열이 가능하며, 이는 곧 인간의 몸과 의식을 마음대로 제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모드를 장착한 닉은 내가 방금까지 쫓고 있던 적에게 충성하게 되고,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어도 전혀 슬퍼하지 않는다. 김겨울이 추천사에서 말했듯이, “흥미진진한 추리극을 따라 가다보면 독자는 자기도 모르게 뇌와 정신의 관계라든지 삶의 무한한 가능성 같은 심오한 주제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쿼런틴』은 김겨울의 표현처럼 정말이지 “롤러코스터” 같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어려운 과학 이론에 머리 아플 새가 없을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마스터피스에 대한 감탄하기 바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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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레오마데스의 모험 : 중세 유럽과 사라센이 낳은 판타지 - 히든 클래식 (커버이미지)
    [장르문학]클레오마데스의 모험 : 중세 유럽과 사라센이 낳은 판타지 - 히든 클래식
    • 아드네 르 로와 지음
    • 돌도래
    • 2017-12-07

    * \'히든 클래식\'에 대하여\n그동안 국내 종이책에서 이러저런 이유로 출간되지 못했거나 출간됐어도 주목을 받지 못한 숨은 세계의 고전들을 발굴해 전자책화하는 디지털 출판 시리즈. 차세대를 위해 문학 연구는 물론이고 콘텐츠 창작 소재의 저변을 넓히고자 기획한 고전 아카이브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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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킬링 카인드 (커버이미지)
    [장르문학]킬링 카인드
    • 존 코널리 지음, 박산호 옮김
    • 구픽
    • 2018-09-21

    범죄소설을 문학적 경지로 승화시킨 아일랜드 최고의 스릴러 작가 존 코널리의 대표작 종교적 광기에서 비롯된 악마적 범죄를 쫓는 탐정 찰리 파커의 새로운 이야기 아내와 아이를 연쇄살인마에게 잃고 복수를 위한 일념으로 전진하는 형사 찰리 파커의 이야기를 다룬 1999년작 《Every Dead Thing》으로 셰이머스 상을 수상하고 브램 스토커 상, 배리 상 후보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한 존 코널리. 그로부터 20여 년이 가깝게 지난 현재 그는 15편의 찰리 파커 시리즈를 발표했고 출간할 때마다 영미권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리즈로 인정받으며 문학적, 상업적 성공을 함께 거두었다. 《킬링 카인드》는 2001년 발표된 찰리 파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일련의 비극적 사건 후 비로소 메인 주 시골에 외따로 떨어진 할아버지의 집에서 안정을 찾으려 노력하면서 다양한 사립탐정 활동을 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역 명사이자 정치가인 잭 메르시에의 부탁을 받고 옛 연인이었던 그레이스 펠티에의 자살사건을 조사하게 된 찰리 파커. 그는 제보를 통해 그레이스가 종교 관련 논문을 집필 중이었으며 그 논문이 최근 보도된 이글 레이크 침례교도들의 유골 발견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생전 그레이스가 조사하던 지역 사이비 종교단체 펠로우쉽의 수장 카터 파라곤, 절친한 사이였지만 그레이스의 장례식에도 오지 않은 친구 마시, 그리고 그레이스 자살 현장을 발견하고도 의심스러운 증언만 늘어놓는 경찰들, 거기에 그레이스가 메르시에의 숨겨둔 딸이란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찰리 파커는 점점 더 깊은 의구심을 품는다. 여기에 펠로우쉽이 보낸 묘한 인상의 살인청부업자 퍼드까지 가세하면서 파커의 사건은 꼬이기 시작한다.40년 전 사라진 수십 명의 이글 레이크 침례교도의 시신들이 우연찮게 발견되면서 시작하는 《킬링 카인드》는 그 첫 대목부터 심상치 않은 종교 소재의 스릴러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 오래전 헤어진 옛 연인 그레이스에 대한 연민에서부터 비롯된 찰리 파커의 수사는 단순한 자살사건을 넘어 지역을 지배하는 종교 단체에 접근하고 정치적 거물을 건드리고 수십 년 전 벌어진 피의 학살까지 파고든다. 존 코널리의 ‘찰리 파커 시리즈’가 기존의 탐정 스릴러와 완전히 차별화되는 점은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 초자연물과 호러를 곁들였다는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장르에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찰리 파커 시리즈에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코널리의 뛰어난 문장과 서정적인 서술에 기인한다. 《Every Dead Thing》에서 죽은 자들과의 소통 능력을 알게 된 찰리 파커가 다음 편 《다크 할로우》에서 그 능력을 제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다가, 《킬링 카인드》에서 죽은 자들이 왜 자신에게 접근하며, 그들에게 깊이 공감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작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실제의 일처럼 다가온다. 여기에 전편에도 등장한 파커의 동료 루이스와 앙헬, 보스턴 마피아 알 지, 파커의 연인이자 범죄심리학자인 레이첼은 어두운 스릴러에 다양한 유머와 이야깃거리를 선사하며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서문에서 존 코널리가 매우 공을 들여 창조했다고 밝힌 새로운 악당 ‘퍼드 씨’는 압도적인 캐릭터성으로 독자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킬링 카인드》는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어떠한 찰리 파커 시리즈를 먼저 읽어도 독립적인 작품으로서 기능한다.”는 존 코널리의 자신만만한 서문처럼 기존 독자들은 충분한 기대를 갖고 접근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찰리 파커 시리즈에 빠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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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의 미래 (커버이미지)
    [장르문학]타인의 미래
    • 최해수 지음
    • 아르띠잔
    • 2023-04-14

    제3회 경기 히든작가 공모전 당선작희망과 절망 사이의 경계에서 바라본 2035년의 미래를풍성하고 다채로운 인물과 서사로 표현한 연작소설 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진행하는 일반인 책 출간 프로젝트인 ‘경기 히든작가’의 선정작 『타인의 미래』는 2035년을 배경으로 정리해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한 외국 기업 한국 지사의 주요 해고 예정자와 그들과 주요하게 관여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령인구의 증가를 애당초 차단하는 정책인 ‘웰다잉’으로 압축되는 2035년의 기계와 인간, 흑과 백, 육아와 일, 삶과 죽음, 현실과 뉴스, 비어 있음과 차 있음, 합법과 불법,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뒤엉킨 자리에서 과연 누가 정리해고 대상자가 될 것인지를 관찰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채로운 문체로 생생하게 드러나는 인물들이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실 더 깊은 함정은 따로 있었음을 첨예하게 보여주는 방식에서 독자는 이제껏 애써 모른 척해왔던 진실과 오롯이 마주한다.아르띠잔의 〈파란 시리즈〉는 ‘알을 깨고 파란을 일으키다’라는 의미로,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고 나온 숨겨진 작가들의 첫 책을 응원하고자 기획된 테마소설 시리즈이다. 개성 있고 참신한 작품을 가지고 있지만 출간의 기회를 잡지 못한 작가들을 찾아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시선과 목소리를 선사해줄 것이다.“정녕 타인의 이야기인가요?”흔들리고, 함정에 빠지고, 관찰자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타인의 미래, 우리의 미래앞으로 노령인구가 될 인구수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웰다잉’ 정책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2035년. 스톤 인터내셔널의 인원 감축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크리스털’이 한국 지사에 상륙한다. ‘나’는 최근 15년 간 재직한 직원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해고 리스트를 파악해보라는 지시를 받는다.「애국정책」의 정호진은 친구 기호 아내의 부고 소식을 접한다. 기호의 아내 혜정은 신복지정책금융공단에서 정한 아홉 개 고위험군 질병 항목에 해당하면 정부에서 인간의 존엄적 안락사를 무료로 집행해주고, 3억 원의 보험료를 지급하는 웰다잉에 신청해 죽음을 맞았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비용을 절감하고, 1인 가구도 미리 죽음을 대비할 수 있는 장례 문화를 선도하겠다며 정부가 만든 4D 장례앱을 통해 가상 장례가 치러지는 현실에 격분한 호진은 사람과 사람의 이별이 이렇게 얄팍하고 가볍게 변질된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최저 임금님, 감사합니다」의 김아영은 한 고등학교에 취업 강연을 나간다. 그녀는 전자 인간들이 1분만 공부해도 ‘우리’가 하루 종일 한 것보다 나은 상황에서, 아이큐 300이 넘지 않으면 엉덩이에 땀이 차도록 앉아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힘 빼지 말고 그냥 낮은 데서부터 시작하면서 최저 시급 14,816원에 만족하며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정규직은 무슨 직업 이름인직?」의 김현숙은 베이비시터로 15년째 일하고, 김상호는 스톤 인터내셔널 제조 공장의 만년 부장이다. 최저 임금은 계속 오르는데, 그는 10년째 같은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놈이 어디 취직해서 지 앞가림이나 할 수 있을지다. 자신이 회사의 정리해고 대상에 올랐음을 직감하면서도 내 자식을 위해 다른 사람의 기회는 빼앗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의 소은영과 이강우는 높은 교육열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쌍둥이 딸들을 최고로 교육시켜 한 아이는 UN에서 일하고, 한 아이는 외교관이 되었지만, 결혼 후 각자 외국에 정착하여 사위와 손주들은 구글톡을 통해 만날 뿐이다. 아내보다 세 살 연하인 이강우는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차도가 없는 남편의 상태에 소은영은 지쳐간다.「화장을 고치고」의 이혜정은 스톤 인터내셔널 인사팀의 직원으로, 눈에 띄지 않는 걸 일생의 목표인 것처럼 하고 살았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회사 내 핵심인재로 자리 잡는다. 함께 일하게 된 허상무는 오피스라이프에서 정해진 경계를 자꾸 허물고, 그 과에서 정색하며 싫은 내색을 하기가 난감한 상황이 점차 늘면서 급기야 비극적인 상황을 접하게 된다. 결국에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웰다잉을 선택하며 삶을 마감한다.「굿 럭」의 강한나, 강호연, 신지은은 똑똑하지는 않아도 성실했으며, 피해를 입을지언정 누구에게 피해준 적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때문에 엄마 가슴에 못을 박고, 내 집에서 가족과 사람 사는 것처럼 살아보고 싶었을 뿐인데 아내와 딸을 잃고, 딸아이 좋은 유치원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남편에게 버림을 받는다. 강호연이 웰다잉을 선택하여 강한나는 뉴스에도 나올 정도의 시설 좋은 아파트에 운이 좋게 입주하지만, 그녀에게 그곳은 가진 것이 없어서 버려지는 공중 무덤이 되고 만다.「책인즉명(責人則明)」의 허상훈은 성장에 대한 두려움으로 먹는 것을 거부하는 자폐증 아들과 그런 아들에 지쳐 초등학생 지능을 가진 어른처럼 행동하는 아내, 히스테리컬한 자해 행동을 보이는 딸을 둔 가장이다. 늘 좋은 꼴만 보는 건 아니지만 회사가 도피처인 그에게 어느 날 선물처럼 이혜정이 나타난다. 어느 순간 일도 마음도 이혜정에게 자꾸 의존하게 되면서 그녀에 대한 집착이 시작된다. 「바벨탑」의 최윤영은 정보통신부 개인정보국관리센터에서 국민의 생활 편의 증대 및 행복감 향상을 위하여 제공하는 코멘터리 서비스를 중심으로 살아간다. 각자의 스마트기기 코멘터리를 통해 남편과 아이의 감정 및 심리 상태를 전달받기에 관계에 어려움이 없다. 그녀는 70세 이상의 노령인구를 지속적으로 면대면 케어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150억 원가량의 자산이 있어야만 입주할 수 있는 ‘바벨탑’에서 만난 이강우를 보면서 진정 의미 있고 지속가능한 복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회의감에 싸인다.「불휘깊은 오너십」의 임성현과 박소희는 프로젝트 크리스털의 진행을 앞두고, 자신을 제외하고는 전부 갈아치워야 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오직 나만이 조직을 위해 희생하고, 조직만을 위해 일하는 오너십을 가진 인물이라고 자신하지만 뜻밖의 결과를 맞는다.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과연 정리해고 대상자는 누구인지 소설적 긴장과 재미를 놓치지 않는 『타인의 미래』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 그 긴밀한 구도와 짜임새에 탄성을 내뱉는다. 「불휘깊은 오너십」의 임성현이 느꼈음직한 배신감을 독자들도 느꼈으면 하는 ‘저자의 욕심’에서 비롯된 설정을 통해 독자는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더 깊은 함정은 따로 있었음을 깨달으며 이제껏 애써 모른 척해왔던 진실과 오롯이 마주한다. 과학과 문명은 발달하고, 사람의 감정과 죽음까지도 손에 쥐었지만, 인간성의 부재는 물론이고 더 이상 소통하지 않는 냉혹한 미래는 우리 모두가 만나야 할 미래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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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문학]타임 워커 1 - 시간을 걷는 사람
    • 문지솔 지음
    • 문학여행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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