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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살리우스의 여덟 번째 책 1 (커버이미지)
    [문학]베살리우스의 여덟 번째 책 1
    • 호르디 요브레가트 지음, 김현철 옮김
    • 니케북스
    • 2023-04-14

    1888년 바르셀로나를 공포에 떨게 한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과아버지의 죽음을 알리는 전보 한 통으로 걷잡을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든 한 남자의 이야기.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과 원인 모를 사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헤칠수록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사건의 실체.도시를 뒤덮은 공포는 점점 짙어간다.감춰졌던 비밀과 배신의 기억, 금지된 욕망이 차례차례 밝혀지며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여덟 번째 책에 담긴 진실.집착인지 광기인지 알 수 없는 사랑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소설의 첫 시작은 어부가 시체를 건져 올리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각 장은 살인마를 뒤쫓는 다니엘과 신문기자 플레이사, 비밀에 싸인 천재 의학생 파우 그리고 소름 끼치는 살인마까지, 주요 등장인물들의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등장인물들의 감춰진 과거가 하나둘 드러나고, 독자들은 지루할 틈 없이 사건의 전말을 뒤쫒아가게 된다.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범인을 예단할 수 없도록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주요 인물 소개다니엘 아마트(Daniel Amat) 부친의 부고를 받고 오래전 떠났던 바르셀로나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신문사 기자 베르나트 플레이사와 천재 의대생 파우 힐베르트와 함께 아버지를 살해한 진짜 범인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하나씩 마주하며 고통스러워하는데...베르나트 플레이사(Bernat Fleixa) 의 사회부 기자이다. 특종 한 방을 노리지만 현실은 빚쟁이들에게 쫒기고 직장에서도 곧 잘릴 위기이다. 죽음 직전, 다니엘 아마트의 부친은 그에게 바르셀로나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다. 그의 죽음이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님을 직감한 플레이사는 다니엘 아마트를 끈질기게 설득해 함께 사건을 파헤친다.파우 힐베르트(Pau Gilbert) 천재 의대생.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결코 남 앞에 나서는 일이 없다. 하지만 특유의 비범함으로 본의 아니게 대학에서 주목받게 된다. 우연히 다니엘 아마트, 베르나트 플레이사와 엮이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끝까지 베일에 가려진 인물로,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정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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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살리우스의 여덟 번째 책 2 (커버이미지)
    [문학]베살리우스의 여덟 번째 책 2
    • 호르디 요브레가트 지음, 김현철 옮김
    • 니케북스
    • 2023-04-14

    1888년 바르셀로나를 공포에 떨게 한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과아버지의 죽음을 알리는 전보 한 통으로 걷잡을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든 한 남자의 이야기.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과 원인 모를 사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헤칠수록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사건의 실체.도시를 뒤덮은 공포는 점점 짙어간다.감춰졌던 비밀과 배신의 기억, 금지된 욕망이 차례차례 밝혀지며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여덟 번째 책에 담긴 진실.집착인지 광기인지 알 수 없는 사랑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소설의 첫 시작은 어부가 시체를 건져 올리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각 장은 살인마를 뒤쫓는 다니엘과 신문기자 플레이사, 비밀에 싸인 천재 의학생 파우 그리고 소름 끼치는 살인마까지, 주요 등장인물들의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등장인물들의 감춰진 과거가 하나둘 드러나고, 독자들은 지루할 틈 없이 사건의 전말을 뒤쫒아가게 된다.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범인을 예단할 수 없도록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주요 인물 소개다니엘 아마트(Daniel Amat) 부친의 부고를 받고 오래전 떠났던 바르셀로나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신문사 기자 베르나트 플레이사와 천재 의대생 파우 힐베르트와 함께 아버지를 살해한 진짜 범인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하나씩 마주하며 고통스러워하는데...베르나트 플레이사(Bernat Fleixa) 의 사회부 기자이다. 특종 한 방을 노리지만 현실은 빚쟁이들에게 쫒기고 직장에서도 곧 잘릴 위기이다. 죽음 직전, 다니엘 아마트의 부친은 그에게 바르셀로나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다. 그의 죽음이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님을 직감한 플레이사는 다니엘 아마트를 끈질기게 설득해 함께 사건을 파헤친다.파우 힐베르트(Pau Gilbert) 천재 의대생.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결코 남 앞에 나서는 일이 없다. 하지만 특유의 비범함으로 본의 아니게 대학에서 주목받게 된다. 우연히 다니엘 아마트, 베르나트 플레이사와 엮이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끝까지 베일에 가려진 인물로,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정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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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타맨 (커버이미지)
    [문학]베타맨
    • 슈테판 보너.안네 바이스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04-14

    독일 소설은 진지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은 버려라여기 당신을 웃다 울게 할 매력덩어리 소설이 찾아온다 속은 여리디 여리면서도 진짜 남자를 부르짖는 찌질남을 만날 준비 되셨나요?진지함을 유머로 풀어내는 매력덩어리 소설이 찾아왔다. 속은 여리디 여리면서도 진짜 남자를 부르짖는 찌질남을 지칭하는 『베타맨』이 소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소설인 척 소설이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두 저자 슈테판 보너와 안네 바이스는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진행하며 서로 다른 시각을 통해 차별화된 성역할과 옛날부터 오늘까지 그 역할이 어떻게 변천하여 왔는지 숙고해보게 한다.여친의 갑작스런 임신 소식에 마냥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슈테판의 모습과 앞으로 먹고살아 갈 문제도 고민스러운데, 여친의 전 남친인 진짜 남자 토르스텐의 등장과 예비 장인어른에게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진짜 남자, 진짜 남편, 진짜 아빠가 되기 위한 슈테판의 노력이 눈물겹다. 또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생부를 찾아가는 과정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전체적으로 술 한 잔 걸쳐야 할 만큼 엄청 진지하지도, 무미건조하지도 않고, 코믹한 상황과 풍부한 유머가 이야기에 깔려 있다. 입은 웃고 있지만 오히려 저 깊은 곳에서 씁쓸함이 묻어나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웃음 뒤에 삶을 다시 반추하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여성 삼대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란 슈테판, ‘진짜’ 남자가 되기로 결심하다!똑똑하고 독립적인 안네, ‘진짜’ 남자 찾기를 결심하다!이 소설은 두 명의 남녀 주인공이 각자 다른 시각을 통해 펼쳐진다. 아버지 없이 여성 삼대의 틈바구니에서 자란 슈테판의 ‘진짜’ 남자를 찾아가는 여정과 독립적이고 강인한 교육을 받으며 자라나 똑 부러지는 알파걸 안네의 내 ‘진짜’ 남자 찾기 경험담이다. 안네와 슈테판은 한 출판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안네는 베타맨의 전형인 무능력한 남자 친구와 막 헤어진 참이었다. 슈테판의 첫인상을 보고 자기의 이상형에 부합되는 것 같아 설렜던 안네는 난해한 패션과 건강차 찾아 마시기, 마지막으로 여친의 존재까지 확인 사살하게 되자 좋은 동료로 지내기로 한다. 3년 후. 절친인 마르코가 곧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자신이 곧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자신의 사랑스런 여자 친구 마야가 임신했다는 말에 슈테판은 큰 충격을 받는다. 자신이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까? 더구나 구체적인 아버지상도 확립이 되어 있지 않은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비 장인어른은 자신을 못마땅해하고, 진짜 사나이의 전형으로 꼽는 마야의 전 남친 토르스텐까지 나타난다. 마야는 슈테판에게 진짜 남자로서의 면모를 기대하지만, 슈테판은 과연 진짜 남자가 무엇인지 알기 위한 방법으로 생부를 찾아가게 된다. 안네는 전 남친 올리버와 헤어진 이후로 산드라와 쉐어하우스를 하며 싱글 생활을 즐긴다. 그녀가 보기엔 제대로 된 남자들이 주위에도 없었거니와 산드라가 만나는 남자들처럼 청결과는 담쌓고 사는 그런 남자들만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꿈에 그리던 남자를 만나게 될 거라는 바람도 갖고 노력한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나이에 생체 시계역시 멈추어 서서 기다려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산드라가 소개팅도 주선하지만 눈치없는 떠벌이에 마마보이가 나오고, 술에 취해 냄비에다 오줌을 사는 찌질이에, 매너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좀팽이에, 성추행하는 늙다리 욕망아재만 꼬인다. 이러다 혼자 늙어 죽는 건 아닐까? 고민하는 차에 산드라가 나간 쉐어하우스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나는데……. 과연 안네는 이 남자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 성 역할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거침없는 문체로 풀어내다진정한 남자, 진정한 여자를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일까?진정한 남자와 진정한 여자, 특히 베타맨에 관한 진지한 문제제기를 위트 있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화자가 전환될 때마다 각 장의 주제에 맞는 글을 신문, 책, 잡지, 뉴스에서 인용하여 논리적이고 신뢰감을 주게 한 점도 완성도를 높였다. 진정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진짜 남자를 찾는 슈테판의 눈물겨운 노력은 유머로 순화되어 있긴 하지만, 높은 이혼율로 알게 모르게 한부모 밑에서 자라난 젊은이들이 부모가 되기 위해 앓게 될 성장통을 가늠하게 해준다. 그렇기에 이 미워할 수 없는 베타맨 슈테판을 어느새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알파걸이라 할 수 있는 안네는 또 어떤가. 뭐든 똑 부러지는 이 30대 여성은 유독 남자 복만 더럽게도 없다. 5년이나 동거한 남자 친구는 반반씩 부담하는 월세도 내지 못할 정도로 무능력하다. 그렇다고 가사노동에 힘쓰지도 않는다. 안네의 주위에는 이런 베타맨들만 꼬인다. 어느새 우리 한국 여성들을 많이 닮은 이 안네라는 캐릭터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만다. 책을 덮었을 때에는 수많은 베타맨을 만나며 성장하는 안네의 스토리에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알파와 베타라는 다이어그램은 어울릴 수 없는 극명한 단독체임에도 함께 하는 시간 내내 둘 사이엔 교집합이 형성되는 묘한 현상을 연출한다. 안네와 슈테판으로 대변되는 알파걸과 베타맨의 속성이 우리 속에 있는 분리불가의 알파성과 베타성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여, 우리 삶에서 알파인 척 베타였던, 혹은 그 반대의 사건이나 상황들을 살펴보게 만드는 것이다. 베타맨을 사랑하는 여자들, 베타맨인 남자들, 베타맨 그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다양한 생각을 가지게끔 만드는 일석이조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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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 그린 (커버이미지)
    [문학]벨 그린
    • 마리 베네딕트.빅토리아 크리스토퍼 머레이 지음, 김지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23-04-14

    *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아마존 2021년 베스트셀러 * 굿모닝 아메리카 북클럽 선정도서* <워싱턴포스트> 2021 올해의 소설 J. P. 모건의 개인 사서, 벨 다 코스타 그린의 실화 소설 흑인에 대한 편견을 넘어 백인의 특권으로 살다유색인 신분을 숨기고 백인으로 살아야 했던 여자, 《벨 그린 The Personal Librarian》은 미국의 전설적인 금융 황제인 존 피어폰트 모건 (John Pierpont Morgan)의 개인 사서이자 모건 도서관 초대 관장이었던 벨 다 코스타 그린(Belle da Costa Greene)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20대의 벨 다 코스타 그린은 새로 설립된 J. P. 모건 도서관의 개인 사서로 고용되어 희귀 필사본과 고서적 그리고 예술품 등을 수집하는 일을 맡게 된다. 벨은 여성으로서 흠잡을 데 없는 예술적 안목과 주도면밀한 협상 능력을 발휘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고 모건 도서관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컬렉션을 모아 뉴욕 사교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는데. . . 하지만 그녀에게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들키지 말아야 하는 비밀이 있었다. 사실 그녀는 벨 다 코스타 그린이 아닌 벨 마리온 그리너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으며, 흑인 최초 하버드대 졸업생이자 유명한 흑인 평등 주창자인 리처드 그리너의 딸이었던 것이다. 지성의 상징이자 사교계의 별이었던 한 여자의 가장 비밀스러운 이야기 20세기 초 당대 최고의 유명인사이자 금융재벌이었던 J.P. 모건은 새로 건립한 자신의 도서관에서 희귀 고서적과 고전 및 르네상스 미술품 컬렉션 수집을 맡아줄 개인 사서를 구하는 중이었다. 프린스턴 대학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었던 벨 그린은 유색인종치고는 유달리 피부가 하얀 편이었는데 그녀는 어머니가 만들어낸 가상의 포르투갈 할머니 덕분에 신분을 숨기고 J. P 모건의 조카인 주니어스의 추천을 받아 그의 개인 사서로 고용된다. 벨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예술적 안목과 인종을 구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과감한 패션 감각으로 백인과 남성 중심의 큐레이터 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단번에 뉴욕 사교계의 별로 떠오른다. 뉴욕과 런던 예술품 경매 시장을 오가며 모건을 위해 최고의 컬렉션 수집을 완성한 그녀는 지성의 상징으로 다양한 뉴욕 상류층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으며, 사적으로는 어린 시절 아빠가 선물해준 책의 저자인 르네상스 전문가 버나드 베런슨과 불륜관계를 유지하면서 J. P. 모건과의 관계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백인으로 화려하게 살면서도 자신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면 일자리를 잃고 가족이 입게 될 경제적, 사회적인 타격을 항상 두려워한다. 모건의 막내딸인 앤은 시종일관 벨 그린을 끝까지 의심하고 그녀의 정체를 밝혀내려고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벨이 이룬 위대한 업적을 인정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그녀의 비밀을 지켜주기로 한다. J. P. 모건은 죽기 전 유서에서 벨에게도 엄청난 금액의 유산을 남기면서 그녀가 이룩한 업적에 대한 보답한다. 이후 벨은 자신이 만든 모건 도서관의 소중한 유산인 미술품 컬렉션들을 지켜내면서 후계자인 잭을 설득하여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도서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공공 도서관으로 만드는 데 힘쓴다. 마지막으로 벨은 언젠가 사회가 바뀌어 피부색에 상관없이 서로 섞여서 거리를 걸어 다니며 함께 서로 사랑하고 사는 세상을 꿈꾸면서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벨 그린(Belle da Costa Greene) 과 이 책의 역사적 배경 스물두 살의 나이로 금융재벌 J. P. 모건의 개인 사서가 된 벨 다 코스타 그린은 고등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 현장 경력이 뛰어난 전문가도 아니었다. 고작 앰허스트 대학 썸머스쿨 도서관 학교에서 5주간 문헌학을 배우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희귀도서와 채식 필사본 비정규 과정을 다닌 것뿐. 하지만 그녀는 신랄한 위트와 직설적인 언어 구사, 이국적이고 관능적인 아름다움으로 뉴욕 사교계와 예술계에서 곧바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모건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벨 그린은 수백만 달러 가치의 필사본, 고서, 예술품들을 마음껏 사들일 수 있었고 뉴욕과 런던의 중개상들은 어떻게든 그녀와 인연을 맺고자 했다. 이후 그녀는 J. P. 모건 사후에도 도서관장으로 계속 일하면서 모건 도서관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유산으로 만들어냈다.벨 그린과 J. P. 모건을 비롯하여 이 책의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실존했던 사람들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벨 그린의 성장 과정과 모건의 개인 사서이자 ‘여성’ 큐레이터로서 그녀의 일에 대한 열정을 중심으로 20세기 초 뉴욕 상류사회와 그녀의 화려한 사교 생활, 보헤미안과 여성 참정권론자들과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유색인들에게 적대적이었던 인종차별 사회의 분위기를 참고하였다. 벨 그린의 파란만장한 삶은 전기나 다른 소설을 통해서 알려져 있었지만 《벨 그린》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백인으로 살아야 했던 그녀의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저자들은 소설 구성 특성상 당시 주요 사건의 발생 시기를 바꾸거나 순서를 수정하였으며, 모건과 벨이 함께 보낸 수많은 시간에 대해 궁금증을 남겨두고 이 책에서 두 사람 간의 성적 긴장감을 미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 전반에 자주 등장하는 ‘유색인’이라는 단어는 소설이 시작되는 20세기 초 미국 사회에서 ‘흑인’만큼이나 많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법적으로 1862년 인종차별이 폐지되고 소설에서는 벨의 부모님을 통해 남북전쟁 이후 잠시 인종적으로 ‘평등’했던 시기를 회상하기도 하지만, 결국 백인 우월주의로 만들어진 짐 크로법으로 미국은 1965년까지 관습적으로 인종차별이 이어진다.벨 그린이 자신이 백인으로 사는 것에 대해 실제로 어떻게 느꼈는지, 그리고 그러한 감정을 표현한 대화나 기록이 없어 작가들의 상상력에 의존해야 했지만, 당시 정황을 고려해볼 때 벨이 자신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벨 그린에게 ‘흑인’ 신분이었다면 대학에서의 생활은 물론이고 모건 가 사람들을 만나 도서관에 채용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벨 그린은 1948년 모건 도서관에서 은퇴 후 2년 뒤 뉴욕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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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자를 쓴 여자 (커버이미지)
    [문학]벨자를 쓴 여자
    • 장병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04-14

    사랑조차도 구속으로 느끼고 포기해버리는 여자.누구에게도, 그 무엇에도 억압을 느끼지 않고 죽음에서 조차 진심으로 자유롭고 싶어 하는 여자의 이야기.『벨자를 쓴 여자』는 장병주 작가의 금지된 사랑(Unfaithful)에 대한 도덕적 논쟁과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소설이다. 마치 <죄와 벌>처럼 죄악과 속죄희구라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계속 솟아나는 꿈과 그런 꿈을 억누르는 벨자의 상징을 통해 한 인간의 열정과 생존이 참담하게 비극화되어가는 과정을 ‘피아노 치는 남자’와 ‘바이올린 켜는 여자’, 두 사람의 삶을 씨줄과 날줄처럼 교직으로 배치하고 절대로 이루어질 수도, 그렇다고 헤어질 수도 없는 관계고리로 그려나간 한편의 불협화 협주곡이다.자유를 위한 혼의 비행1. 비극의 문금지된 사랑(Unfaithful)에 대한 도덕적 논쟁과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소설 “벨자를 쓴 여자”는 마치 <죄와 벌>처럼 죄악과 속죄희구라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계속 솟아나는 꿈과 그런 꿈을 억누르는 벨자의 상징을 통해 한 인간의 열정과 생존이 참담하게 비극화되어가는 과정을 ‘피아노 치는 남자’와 ‘바이올린 켜는 여자’, 두 사람의 삶을 씨줄과 날줄처럼 교직으로 배치하고 절대로 이루어질 수도, 그렇다고 헤어질 수도 없는 관계고리로 그려나간 한편의 불협화 협주곡이다.주인공 지후와 진희 그리고 그 사이에 방관자처럼 서 있는 성준 등 세 사람. 비극의 종장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삶에는 금지판도, 이정표도 없다. 문학작품 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부정(Unfaithful)이라는 소재는 흔하디흔한 소재로써 식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가장 위험한 주제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라면 한 번쯤 다루고 싶은 마약과도 같은 유혹적 테마이다. 작가는 그런 상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비아 플라스의 “벨자”의 신경쇠약증 즉 신드롬을 차용함으로써 부조리한 사회체제 내에서 한 여자가 자아성취를 이뤄가는 과정의 어려움과 빠지기 쉬운 희로애락의 함정을 여러 상징물을 통해 묘파하고 있다.“사랑하는 한, 사랑은 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지후의 태도와 현 가족 체제 내에서 기혼자의 사랑은 죄악일 수밖에 없다는 진희의 태도는 그래서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충돌하지만 화해를 꿈꾸고, 화해하기에는 근본적으로 잘못 지어진 옷같이 따로 노는 것 같은 세 사람. 소설은 바로 그러한 모순과 부조리한 상황에서 자유를 향한 날갯짓을 하고 있다. 2. 꿈, 이카로스의 날개그녀는 매일 꿈을 꾼다. 마치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소멸되더라도 멈추지 않는.그녀는 항시 그 꿈을 소망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멸되고야 말 꿈일지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환상처럼 꿈마다 나타나는 가시들, 그렇게 온몸에 가시가 돋아나는 고통으로 괴로워한다. 이는 현실의 삶과는 상충되는 무의식이라는 프로이트적 죄의식일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그녀는 죄의식의 가시에 찔리고, 견고한 공간에 갇힌 벨자 속의 존재처럼 끊임없이 괴로워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정신의 곳간 속에 숨어있는 ‘리비도’를 통해 인간본성의 성 에너지를 이해하려 했다. 그것이 인간이 저지른 과오의 면죄부가 되지 못함에도, 잘못된 결과를 해석하는 처방전처럼 사용되곤 했다. 특히 예술 장르에서는 오랜 세월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성 본능적 리비도의 노출이 옳은가 그른가 하는 판단은 그런 의미에서 유보하기로 한다. 예술이 종교는 아니므로, 그리고 리비도의 본래 성질은 사용자의 억제력에 비례하므로.이처럼 리비도는 때로 곱게 다스려지기도 하고 사납게 분출되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의 요구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보편타당적 창조관에 의해 세상에 나타난 성 에너지로써 그 존재의미를 갖는다 할까. 이 소설의 도입은 바로 리비도의 불꽃처럼 선연하게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것도 ‘로맨스’라는 활옷을 걸치고 화려하게 웃으면서. 불륜이지만 불륜으로 느껴지지 않는 인물들의 사랑은 불쏘시개처럼 스토리에 불을 지른다.그러나 꿈의 연상은 가시처럼 점점 자라나고 옭아매려 한다. 자유로움을 향한 이카로스의 날개조차도 가시에 얽히고 잘리어 날 수가 없는 것이다. “가시덩굴에 휘말리며, 그 가시덩굴이 아닌 그녀의 몸에서 가시가 돋아나는 꿈을. 자신의 살갗을 뚫고 피를 흘리는. 그 살갗에서 꿈틀꿈틀 가시가 솟아나는 꿈을. 그리고 가시가 돋아날 때마다 느껴지는 그 극심한 통증을.” (p.42) 느끼고 있던 그때, 운명처럼 지후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찬란한 부정의 현실 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도대체 이것들이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자신의 심장에서 가시가 되어 자라나는 것일까.”(p.126) 하고 읊조리는 진희는 그 가시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열정, 즉 자신의 꿈일지도 모른다는 예감 속에 괴로워한다. 그럴 때마다 진희는 “그래 숨을 참자”고 이를 앙다문다. “숨을 참으면 통증은 사라진다. 오직 숨 쉬려고 할 때만 가시는 살갗을 뚫고 자라”나기 때문이다.숨을 참으면 사그라지지만 숨을 쉬면 다시 자라나는 가시의 통증, 그녀는 그것이 생존의 열정을 상징하는 억제와 발현이라는 이중적 의미의 가시라고 표현한다. 그처럼 가시의 고통은 고스란히 전편에 숨어든 채 자유혼의 비행을 방해하는 것이다.3. 죄의식과 속죄희구의 충돌가부장제 사고를 가진 남편 성준은 가족공동체의 일원으로써만 진희의 존재를 인정한다. 자식과 남편이라는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것이 여성이므로 사랑, 자유의지, 꿈같은 것은 가부장 체제의 이념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직업도 인정하지 않는다. 어머니나 아내의 삶에 의해 여성의 운명은 선택되어지는 것이다. 그녀가 꿈꾸는 음악인의 삶도 헛된 정신적 사치라고 폄하한다. 그래서 몰래 시작한 바이올린 연습을 알게 된 성준은 불같이 화를 내고 그녀가 보는 앞에서 보기 좋게 파괴한다.부서진 바이올린을 내려다보는 진희는 자신에게 가해진 폭행처럼 아파한다. 그녀의 비극은 바로 그때부터 고조되기 시작한다. 부서진 바이올린을 바라보는 진희는 정신적 내상에 시달리며 더욱 지후를 사랑하게 되고 해방의 출구로 삼게 된다.여기에서 지후의 피아노와 진희의 바이올린은 자유와 꿈의 실현인 동시에 내상으로 입은 상처의 치유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두 사람이 협주하는 음악은 음악으로써의 기능만이 아니라 치유의 기능까지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참따란 사랑의 이중주가 되는 셈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히는 병균이 출몰하는데 그것이 바로 작가가 주제로 삼고 있는 벨자의 고통이다. 작은 유리 공간 속에 갇힌 자아의 환각을 보면서 그것이 가정이라는 공간 속에 갇힌 자신의 운명임을 깨닫는다. 말하자면 그것은 절대로 벗어지지도, 벗겨낼 수도 없는 고통의 굴레인 동시에 그곳에서 벗어나려 선택한 지후와의 사랑마저도 죄악이라는 정신적 벨자 신드롬에 시달리게 된다. 죄의식의 고통은 벨자처럼 그녀를 짓눌러대고 지후와의 사랑이 계속되면 될수록 죄의식은 점점 자라나 무서운 형벌을 받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느낀다. 그것은 산굼부리 분화구를 보면서 느꼈던 폭발과 억제의 이중적 이미지와 비슷하다. 열정이라는 폭발성을 지닌 분화구는 그녀의 내면에서 계속 끓어오르지만 그럴수록 죄의식과 형벌에 대한 불안감 또한 커져간다. 사랑의 해방구로써 찾아간 그곳마저도 온전한 피난처는 되지 못하는 것이다.“집과 가까운 곳에서 지후와 함께 한다면 그 두 사람 모두에게 옳지 않다”는, 아니면 “성준에 대한 죄의식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지고 싶어.”(p.60) 콘서트 일정으로 제주에 내려간 지후를 찾아간 그녀. 집과 먼 곳에서 만나면 그 죄책감이 덜 할지 모른다는 생각과 달리 두 사람이 함께 올라가 본 산굼부리 분화구 위에서 “지금 저 분화구는 그 폭발력을 어떻게 억제하고 있을까. 그러니까 저렇게 많은 식물을 피워낼 수 있겠지만, 만약 억제하지 못하고 폭발해 버린다면 저 아름다운 것들이 모두 폐허가 되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겠지?”(p.62) 하고 읊조린다. 건조한 모래는 손아귀에 가둬도 후르르 빠져나가듯 삭막한 가정, 성준의 메마른 손길은 그래서 더 진희를 못 견디게 한다. 가족은 존재하지만 사랑은 사라져버린 공간 속에서 그녀는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처럼 열정의 폭발에 길들어 가면 갈수록 가시에 찔리는 고통은 점점 더 그녀를 괴롭혀댄다. “그러나 열망이 커져 폭발하면 그녀가 소중하게 품어왔던 과거는 참담하게 파괴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진실로 살아 있다는 이 느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녀의 살갗을 뚫고 피를 흘리며 뻗어 나오곤 하던 이 가시들은 과연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 것”(p.65)이냐는 환희와 고통 속에서 죄의식은 깊어만 간다.아이가 아픈 것도 자신의 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아들이 아픈 것도, 약을 사다 주지 않은 것도 모두 그녀의 잘못처럼 안절부절” 못하다 결국 화장실 문을 잠근 채 “이 가증스러움, 견딜 수가 없다. 마치 한 마리 추하고 역겨운 벌레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p. 67)으로 토악질을 시작해댄다.죄책감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심장이 멎어 쓰러지는가 하면 요리하다 묻은 카레 자국을 형벌의 자국으로 느끼며 “지워도 지워도 그 자국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죄의식으로 괴로워한다. 그러한 죄의식은 푸른 장미를 선물 받는 대목에 이르러 선명한 자국을 남긴다. 사랑의 비극을 상징하는 푸른 장미를 통해 자신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녀의 죄의식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폴로와 히야킨토스의 비극적 결말을 인용하여 차라리 죽은 뒤에는 하얀 히야신스로 태어나기를 꿈꾸기도 한다.한 번 꿀맛을 맛본 벌, 나비가 새로운 꽃을 보면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들 듯 두 사람의 열정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계속 진행되지만 끝내 성준의 교묘한 작전에 의해 파멸 직전으로 몰리게 되고 결국 진희는 죄에 대한 형벌을 선택하기 위해 이혼 또는 무의식적으로 파멸이라는 비극화를 꾀하게 된다. 그것은 우연한 사고였지만 무의식 세계의 그녀가 원했던 사고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녀 나름의 속죄의식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교통사고는 계획된 것처럼 일어난다. 작가는 그것을 통해 인간의 자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 순수 인간의지요, 희망인 동시에 가시 같은 형벌이라 생각한 것 같다. 이를테면 형벌을 선택함으로써 자유롭고 싶어 하는 대속의 방식처럼. 이러한 반어적, 반이성적 행동은 죄와 벌의 관계성에 대한 작가 나름의 완성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4. 사랑의 대속적 세리머니는 가능한가?사랑의 제단에는 열정이라는 연료와 제의에 바칠 희생제물이 공존한다. 누군가는 희생제물이 되어 제단 위에서 불태워 번제로 바쳐져야만 한다. 작가는 바로 이 부분에 이르러 여성의 열정과 여성해방이라는 주제를 다시 일깨우며 사회체제, 윤리사회가 요구하는 책임성을 통렬하게 끄집어낸다.사랑의 열정에 대한 원망과 배반감 앞에서(p.84) 고뇌하고 갈등하던 그녀는 도망칠 수 없는 공간에서 눈을 뜬다. “지금 진희는 자신이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두려움 속에서 떨고 있을 것”(p.87)이라고 느끼는 지후는 가만히 그녀에게 속삭인다. “이 여자는 또 도망가려 하는구나.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으니 그녀의 몸이 그녀를 보호하려 하는구나.”(p.87) 그러면서 지후는 진희의 고통을 벗어주자 결심한다. 형벌에 대한 대속의지를 실현시켜 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의 포장지에 담아두었던 자유, 사랑, 꿈 의지 등을 수레에 싣고 출구를 찾아보려 차를 달린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로 추락, 사경을 헤매다 겨우 되살아난다. 그리고 살아난 삶의 현장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격렬한 고통을 맛본다. 차라리 죽음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가 정리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무한히 자유롭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사고는 어쩌면 그것이 사랑의 제단에 바쳐져야 할 제물이 자신이기를 바라는 자기부정의 의미일 것이다. 단호한 그녀의 태도에 용서 대신 이혼 결정을 하는 성준에게 도리어 감사해 하고 형벌을 확인하는 그녀의 심경이야말로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작가는 이후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이별의 별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사랑의 기억은 환희인 동시에 아픔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다른 한 사람에겐 상처가 될 수밖에 없는 상대적 가해성. 그녀가 꾼 꿈이 제아무리 고귀하고 값진 것이라 하더라도 희망 그 뒤편에는 슬픔과 배반감과 절망이 존재하므로 사랑하는 대상조차 대립적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진희는 그러한 꿈, 희망, 환희를 바이올린에 담아 연주하고 있지만 비극의 기억은 바로 오랫동안 미뤄왔던 숙제처럼 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기억의 강(15장)은 바로 두 사람의 이별, 서로를 보내는 송별사로 가득 차 있다. 한때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과 의무감을 떠안게 된 지후를 보며 그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불편함에 그녀는 이별을 결심하게 된다. 일종의 정신적 정화를 위한 대속제의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진희는 남편 성준과의 재회를 꿈꾸거나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성준은 사랑의 배신을 바이올린 파괴(p.99)라는 방식으로 이미 복수를 했고 이혼 후 두 아들을 데리고 먼 나라로 떠났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조차 없는 상태다. 결국, 길고 험했던 삶의 종장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고백한다. “자유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본질이며, 가장 사랑하는 사람조차 버려야만 얻는 세계이며, 상대를 부정하고 초월할 때만이 잘못 맺어진 두 사람의 불완전한 사랑이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 진희는 사랑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지후를 쫓은 것이 아니라 인생의 꿈이라는 명제를 찾아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랑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구속이라고 여기는 그녀는 지후를 자유롭게 놓아줌으로써 온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결론적으로 우리의 가정체제가 제시하는 “행복론”의 막연성, 모호성을 비판하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이고 보편적인 윤리, 도덕에 의해 선택한 행복론이 진정한 해법인가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묻는 것으로 이 작품은 끝을 맺고 있다 할 것이다. 실로 수 천 년 동안 가정이라는 미명하에 지탱해 온 사랑의 윤리. 도덕적 가치가 인간 자유의지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솔직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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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 게 아니라고 말해줘요 (커버이미지)
    [문학]별 게 아니라고 말해줘요
    • 도재경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04-14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피에카르스키를 찾아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도재경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정확하고 유려한 문장과 함께 이야기를 침착하게 풀어나간 서술력”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작품”(김화영 문학평론가, 한수산 소설가)이라는 평을 받은 데뷔작 「피에카르스키를 찾아서」를 비롯하여 모두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2020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읽는 것을 넘어 목소리로 들리는 문장. 기억되는 것을 넘어 마음에 새겨지는 이야기. _정용준(소설가)“그땐 사는 게 더 거짓말 같았으니까.”도재경은 무엇보다 먼저 인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 골몰한다. 「피에카르스키를 찾아서」에서 ‘나’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지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해 ‘박 류드밀라’를 인터뷰하게 된다. 강제 이주정책의 당사자이기도 한 그녀가 수집해온 기록물과 증언은 ‘나’의 작업에 도움이 되지만 ‘피에카르스키’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그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또 독자들은 박 류드밀라의 기억에 근거해 ‘피에카르스키’의 족적을 좇는 일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분홍색 고래」에서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끈질기게 듣는 일은 이어진다. 이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는 아흔을 넘긴 노인이다. 그는 기억 속에서 축지법을 구사하며 역사 속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신뢰할 수 없는 말이라 여기고 기록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나’와 달리 함께 구술사 기록 작업을 하는 ‘윤주 선배’는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 인물도 있다. 「홈」의 화자인 ‘나’는 게임회사의 콜센터에서 일하던 어느 날 ‘팜’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고객의 전화를 받게 된다. ‘나’는 상담을 핑계로 종종 전화를 걸어 생뚱맞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팜을 귀찮게 여기면서도 맡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고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이야기를 최대한 자신의 논리로 재조합해 해결책을 제시해보려고 시도한다. ‘나’는 어차피 “게임일 뿐”인 세계에 세뇌되어버린 듯한 팜을 끄집어내려고 하지만 그 시도가 성공했는지, 팜의 이야기를 제대로 인식했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다만 삶을 게임으로 치환해버린 듯한 남자와는 더 만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낄 뿐이다. 과거를 재구성하며 미래를 앞당기는 이야기들.도재경은 망각으로부터 시작된 증언 과정을 재현하며 이야기를 듣는 자에게 요구되는 연대적 책임에 주목한다. 곧, 누구 한 사람에 의해 이미 기록되고 완료된 이야기가 아니라, 잡다하고 불필요한 사연이 가득한 구술된 이야기를 통해 기억의 흔적을 드러낸다. _임현(소설가)도재경 소설가의 작품들은 미래의 현재화 속에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현재에 미래적 이상의 빛을 옮겨온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그의 작품들은 현재 힘을 발휘하고 있는 주류적 역사나 믿음 같은 것들이 긴 지구적, 우주적 시간 속에서 보면 한갓 짧은 지배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료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_방민호(문학평론가)지나간 일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다른 작품에서도 여러 모습으로 드러난다. 죽은 친구가 게임 속에 남겨놓은 버그를 좇아가는 이야기(「멕시코 해변에 내린 첫눈」)나 최치원의 미라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학자의 이야기(「사랑이라고 말하지만」)에서는 저마다가 발견한 사실을 통해 진실을 발명해내고 그것을 믿기로 한다.각 작품들은 인물들의 증언이나 구술로 전달되는 이야기가 얼마만큼 진실을 담고 있는가에 대해서 때로는 단호한 결말을 내리지 않고 끝이 나면서 확고하다고 믿었던 것들을 조금씩 의심해보게 된다. 이러한 작품 속 태도는 한편으로는 세계에 대한 작가의 확고한 의식을 엿볼 수 있게 하기도 하는데 과거 역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에 귀 기울이며 어떻게 받아 적는가에 따라 과거는 다른 모습을 띨 수 있고 그를 통해 원하는 미래를 앞당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재경 작가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사건들에게 빛을 비추며 이야기로 새롭게 삶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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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과 빛이 같이 (커버이미지)
    [문학]별과 빛이 같이
    • 윤이안 지음
    • 아르띠잔
    • 2023-04-14

    제3회 경기 히든작가 공모전 당선작타인의 아픔에 공감해본 사람만이 느끼는 따뜻함으로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고 상처를 보듬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설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진행하는 일반인 책 출간 프로젝트인 ‘경기 히든작가’ 선정작 《별과 빛이 같이》는 점점 더 인간과 인간이 멀어지는 시대, 상실의 슬픔과 고통에 홀로 천착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공감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가슴 따뜻하게 보듬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처음 이 소설을 펴들고 읽으면 일견 어둡게 다가오는 분위기에 가슴이 선뜩해질 수 있다. 하지만 서서히 소설 속 인물들에게 물들어가며 상처 받았지만 꺾이지 않는, 가슴 아프지만 그렇다고 절망하고 있지만은 않은 주인공들에게 공감하게 된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소설 속 장면과 캐릭터가 생생히 그려지는 특별한 경험, 이 소설을 읽는다면 누구나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내 아픔은 어쩌면 나만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이 작가가 내 고통과 슬픔을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따뜻함 말이다.그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는 윤이안 작가만의 독특한 문체와 남다른 이야기 문법은 독자들을 소설 속 깊이 끌어들인다. 그리고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망망대해를 건너는 배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연결시키며 알게 모르게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위안을 건넨다. 아르띠잔의 <파란 시리즈>는 ‘알을 깨고 파란을 일으키다’라는 의미로,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고 나온 숨겨진 작가들의 첫 책을 응원하고자 기획된 테마소설 시리즈이다. 개성 있고 참신한 작품을 가지고 있지만 출간의 기회를 잡지 못한 작가들을 찾아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시선과 목소리를 선사해줄 것이다.2020년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가장 인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 모두 조금씩 더 인간다워지길,서로에게 마음만은 어둠이 아닌 별과 빛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윤이안 작가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 혹은 사람들이 가진 상실의 슬픔이나 고통에 대해 남들보다 오래 생각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상실의 슬픔에 맞닥뜨려 있다. 하지만 작가의 인물들에게는 고통에 주눅 들거나 초라해지지 않는 당당함이 있다. 표제작인 <별과 빛이 같이>를 비롯해 윤이안 작가의 작품들에는 공통된 정서가 흐르고 있다. 작가에게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무엇, 혹은 타인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본 사람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어떤 힘이 있다. 표제작 <별과 빛이 같이>에서 거식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겨울이 언니의 죽음 이후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딸 연우를 데려와 키우면서 겪는 변화들에서도 그 힘을 느끼게 된다. 뜻하지 않게 어린 조카를 키우게 된 젊은 여성에게 아이의 존재는 장애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 두 인물, 아이와 젊은 이모는 천천히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상대를 변화시킨다. 아이와 함께 지내는 것을 선택한 젊은 이모는 자신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을 살게 한다는 것을 차츰 알아간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궤도를 그리며 서로가 서로에게 별과 빛이 되어간다. 커서 토끼가 되고 싶어 했던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의 무어라 말로도 행동으로도 토해낼 수 없는 슬픔을 잔잔하게 그려내는 <연우>, 연인과의 이별 후 상담을 다니면서 한편으로 ‘홍기린’이라는 이름의 선인장을 키우면서 겪게 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기린에게>, 독거노인용 말상대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함께하는 여행소설 형식인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등에서도 지독한 슬픔과 냉소 너머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온기가 느껴진다. 윤이안 작가가 써내려가는 그런 따뜻함은 치유의 힘이 된다. 어쩌면 문학이라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와 비슷하게 아프거나 슬픈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끌어당기는 연대의 힘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은 상실의 슬픔이기도 하고 오래 전에 잃어버린 자신의 순수한 모습이기도 하며, 그저 잘난 척만 하는 바보 같은 어른들의 민낯이기도 하다. 그런 인물들은 카타르시스를 주고 서로에게 위안을 건넨다. 점점 인간에 기대어 살기 힘든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기댈 것은 인간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알게 해준다. 《별과 빛이 같이》에 실린 작품들은 들여다볼 용기가 없어 그저 외면하고 덮어두었던 우리들의 상처를 대신 바라봐 준다.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지는 작가의 이야기들은 독자의 마음을 조용히 흔들어 놓을 것이다. 윤이안 작가의 《별과 빛이 같이》는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우리가 결코 불행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불행한 것은 같은 궤도를 그리며 함께 나아갈 별과 빛이 없는 경우일 것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 모두 조금씩만 더 인간다워지길, 그리하여 서로에게 마음만은 어둠이 아닌 별과 빛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겁에 질린 나를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기분으로 썼다.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공간에 서서 불렀다. 나는 가끔 글쓰기가 조각조각 떨어진 보자기를 기워 하나의 알록달록한 조각보를 만들어내는 과정 같다고 생각한다. 별로 쓸모는 없지만 갖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또 하나의 조각보를 완성하기 위해 이제는 요행도 기적도 바라지 않고 그냥 계속 쓴다. 내가 만든 이 조각보가 누군가에게 언젠가는 가 닿기를 바라면서.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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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난 분홍색 부채 (커버이미지)
    [문학]별난 분홍색 부채
    •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23-04-14

    <에놀라 홈즈>영화제작(밀리 바비 브라운 주연)비운의 신부를 구하기 위해 에놀라와 셜록 홈즈는 과연 서로 힘을 합칠 수 있을까?19세기 초 페미니스트와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섞어놓은 활기찬 여주인공 에놀라 홈즈의 신박한 모험담분홍색 종이부채에 담긴 비밀의 열쇠를 풀어라!여성 학자, 두엄 수거인, 기자, 매력적인 상류층 여성 그리고 고아 소녀까지, 재치 있는 변장술과 변죽 좋은 말솜씨로 어김없이 위기 상황을 모면하는 탐정 캐릭터가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하는 ‘에놀라 홈즈 시리즈’ 제4권. 강제결혼에 처한 비운의 신부 세실리와 기발한 추리력으로 사건 해결에 나선 에놀라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면이 압권이다. 단, 세실리를 구출해내기 위해서는 셜록 홈즈와 힘을 합쳐야만 한다. 그러나 과연 에놀라는 자신을 다시 요조숙녀로 되돌리려는 오빠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시리즈 막바지로 향하면서 에놀라와 셜록 홈즈의 쫓고 쫓기면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염려하는 혈육의 정이 어떠한 결말로 흐르게 될지 다음 이야기 편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자율적이고 유능하고 독똑한 소녀 탐정의 이야기인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 밀리 바비 브라운(영화로 제작 중인 <에놀라 홈즈>의 주연배우)두 개의 인격을 지닌 세실리, 그리고 자매 악당 오텔리아와 아퀼라!시리즈 2권에 이어 4권에 두 번째로 등장하는 불행한 천재이자 준남작의 딸 세실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숯 그림으로 표현하는 왼손잡이 예술가이자, 사교계에 순응하도록 강요받는 오른손잡이 숙녀의 두 인격으로 살아가는 인물. 그녀가 이번 이야기 편에선 명문가들 사이에서 재산 보호의 명목으로 공공연히 행해지던 ‘사촌 간 결혼 관행’의 피해자로 등장한다. 이는 바로 딸의 추문을 잠재우기 위해 자기 딸을 누이의 아들과 결혼시키려 하는 아버지 유스타스 경 때문인데…… 그래서일까? 이런 곤경에 처한 세실리를 향해 에놀라는 동병상련의 감정은 물론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다. “나는 고아를 그렸다. 마치 고아가 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엔 레이디 세실리를 그렸다. 아버지의 사랑이 부족한 그녀도 나 같은 심정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의 섬세한 얼굴과 빛나는 눈을 자세히 묘사하면서 내가 얼마나 여러 면에서 그녀를 내 영혼의 동반자로 여기는지 떠올려봤다. 그리고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일, 곧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이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바라건대 몇 년 후 우리가 더 자란 뒤 좀 더 자주 만나면서 함께 스케치를 하러 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 (p. 223~224)한편, 쌍둥이보다 더 닮은 자매 악당으로 등장하는 오텔리아와 아퀼라는 겉으로 보기엔 묘하게도 앙증맞은 느낌을 풍기지만 성정 면에선 전편의 그 어떤 악당들보다도 지능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는 악랄함과 잔인함으로 똘똘 뭉쳐 있다. 세실리를 납치하다시피 데려가 가두고, 굶기고, 재갈을 물리는 것도 모자라 그녀와 사촌 간의 정략 결혼식을 후다닥 해치워버리려는 장면은 이번 이야기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분홍색 부채, 벨 스커트, 분홍색 다과회…… 화려한 색감의 향연!책의 첫머리부터 “과연 ’분홍색 부채‘에는 어떤 열쇠가 담겨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촉발된다. 하지만 서둘러 단서부터 좇으려는 독자에게 저자 낸시 스프링어는 소설 전편에 걸쳐 화려하기 그지없는 시청각적 볼거리를 제공하여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 바로 소설 속에서 두드러지는 ‘분홍색 부채’, ‘담황색 벨 스커트’, ‘분홍색 다과회’와 같은 화려한 색감의 소재들이 그것이다. 레이디 세실리가 나이 지긋한 두 샤프롱(두 자매)과 함께 여성 전용 화장실 내부의 응접실에 등장할 때 입고 있던 벨 스커트를 상세히 설명한 대목이며, 레이디 세실리 사건의 유일한 단서였던 ‘분홍색 부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분홍색 다과회’의 실체 등에 관해 묘사한 대목이 두드러진다. 분홍색 종이부채와 관련된 여러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는 과정에서 에놀라는 또 어떤 추리를 이어갈지 기대 된다. “최신 유행 중인 분홍색 다과회를 즐기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유행에 뒤떨어지는 건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자, 그럼 분홍색 차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한번 살펴보자. 우선, 식탁보도 분홍색이어야 하고, 접시도 섬세한 파스텔 톤 분홍색이어야 한다(구입하기 어려울 경우 빌려도 좋다). 다음으론 화려한 분홍색 종이로 장식한 높은 케이크 받침대에는 하얀색 케이크를 올려놓고, 화려한 흰색 종이로 장식한 낮은 케이크 받침대에는 분홍색 당의를 입힌 케이크를 올려놓자. 탁자는 분홍색 샹들리에 양초들로 장식되어야 하고, 장식을 위한 꽃도 분홍색이어야 하며, 하녀들도 분홍색 모자와 분홍색 앞치마를 입어야 한다. 그다음엔 크림과 얼음을 분홍색 종이로 참신하게 장식한 바구니, 상자, 조개껍질, 외바퀴 손수레에 담아내자. 이를 비롯한 더 많은 아름다운 디자인의 기념품은 부유층이 애용하는 어느 식료품 전문점에서든 구할 수 있다……. 종이 기념품. 분홍색. 값싼 분홍색 부채도 아마 이 기념품에 포함되겠지?” (p. 56)비운의 신부가 된 왼손잡이 숙녀 세실리,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에놀라와 셜록 홈즈는 과연 서로 힘을 합칠 수 있을까?에놀라와 대 탐정 셜록 홈즈, 이 두 남매 사이의 알콩달콩 밀고 당기는 관계는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흥미롭기만 하다. 특히, 지난 3권에서 에놀라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마이크로프트의 성정에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됐던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번 이야기 편에선 셜록 홈즈와 에놀라 사이에 밀당을 넘어선 남매지간의 뜨거운 애정이 막 싹을 틔울 조짐이다. 겉으론 아웅다웅 셜록 오빠의 말에 트집 잡기 바쁘지만, 오빠와의 작별 후 에놀라가 결국은 혈육의 정에 못 이겨 펑펑 우는 장면이 여과 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세실리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러 남작의 집에 잠입한 에놀라가 우연히 생쥐처럼 도랑 바닥에 빠진 셜록 오빠를 발견하고는, 대체 어쩌다가 오빠 같은 능력자가 아래로 추락한 걸까 생각하면서 고소한 마음이 들다가도 오빠가 다리를 삔 걸 알고 이내 걱정으로 노심초사한다. 또 한참 견제하며 자기 정보를 줄 듯 말 듯 밀당하던 에놀라가 이윽고 대 탐정 셜록 홈즈에게 “보아하니 오빠도 레이디 세실리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는 듯한데 함께 힘을 합쳐보는 게 어때요?”라며 당찬 제안을 하는 대목에선 오빠와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꼬마 여탐정 에놀라로 보이고 싶은 귀여운 호기가 엿보인다. 거기다,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차나 한잔하자는 오빠의 청을 거절한 에놀라가 두고두고 그 일을 곱씹으며 가슴 아파하는 장면에선 혈육의 정에 강하게 이끌리는 여동생 에놀라의 애잔한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날 밤 있었던 나머지 세세한 일에 대해선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다만 오빠가 마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본 후, 마치 베수비오 산이 분출하듯 내 안에서 뜻하지 않은 격렬한 감정이 폭발해 가슴이 몹시 에였다고만 해두겠다. 이스트엔드로 돌아가는 사이사이 나는 흐느껴 울었고 숙소에 도착해서는 침대에 눕자마자 거의 인사불성 상태로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아침 식사도 거른 채 옷을 챙겨 입을 의욕도 없이 잠옷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뜬금없는 공포가 불쑥 밀려왔다. 혹시 오빠가 이곳까지 날 추적했으면 어쩌지? 그 생각을 하니 침대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극심한 공포에 떨며 창틀과 블라인드 사이 창밖을 응시했다. 물론, 셜록의 흔적 같은 건 없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묘한 실망감이 몰려왔다.” (p. 145)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조마조마함과 흥미진진함천방지축 왈가닥 면모와 기발한 퍼디토리언의 면모를 두루 갖춘 에놀라의 팔색조 매력에 빠져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조마조마함과 흥미진진함의 세계를 오가다 보면 벌써 이야기는 결말에 다다라 있다. 이번 이야기 편에서는 생각하면 할수록 배꼽을 쥐게 하는 코미디 같은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우선 세실리를 구하기 위해 에놀라는 고아원 아이로 변장을 시도한다. 셜록을 빼다 박은 장신의 에놀라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변장일 수밖에 없음에도…… 그뿐인가? 고아원의 예배당에 잠입해 단서를 찾던 중 사람들 눈을 피해 이리저리 숨다가 하필 오르간 꼭대기에 올라 잠들게 된 장면이야말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저녁 기도 시간이 되어 연주자가 오르간 연주를 시작하자 오르간의 ‘딩~딩~딩~’ 연주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면서 덩달아 에놀라의 몸도 사정없이 ‘딩~딩~딩~’ 진동해댔던 것. “잠시 후 이런 나를 잠에서 깨운 건 저녁 기도 시간이었다. 한껏 귀를 틀어막았는데도 귀가 먹먹할 정도의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던 것이다. 그 소리는 다름 아닌 오르간 연주 소리였다. 내 온몸은 이미 그 소리로 진동해대고 있었다. 그런데 날 당황시킨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르간 연주를 마치고 나가던 연주자가 오늘따라 이상하게 오르간에서 둔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들은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쥐죽은 듯 누워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사방이 적막한 가운데 귀도 더는 울리지 않을 무렵, 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조심스레 더듬거리며 아래로 내려갔다.” (p. 186)이 밖에 매순간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대목이 여럿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강제 결혼을 당해야 할 비운의 신부 세실리와 에놀라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진 장면이다. 웨딩드레스를 뒤집어쓴 에놀라가 면사포를 들춰내려는 두 노부인 악당을 상대로 신들린 연기를 선보이는 장면은 그야말로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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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커버이미지)
    [문학]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3-04-14

    매일매일 일과 마주하는 우리들에게 ‘절실’한생활밀착 업무 미스터리(?!) 소설신참 사회보험노무사 아사쿠라 히나코의귀염살벌한 성장분투기!#직장내불화 #출산휴가 #연장근로수당#재량노동제 #산재 #해고 #악덕고용주#남일같지않은 #긴장감 #몰입도 #UP매일매일 일과 마주하는 우리들에게 ‘절실’한생활밀착 업무 미스터리(?!) 소설『소녀들의 나침반』으로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거장 시마다 소지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데뷔한 미즈키 히로미. 『소녀들의 나침반』『사라지지 않는 여름에 우리는 있다』『너와 보낸 거짓말쟁이의 가을』 등 십 대 청춘의 모습과 미스터리 및 추리를 결합한 작품으로 자신만의 작가 세계를 구축해온 미즈키 히로미가 이번 『병아리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에서 선보이는 것은 스물여섯 살의 사회초년생 여성이 풀어가는 색다른 업무 미스터리다. 2014년 제6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문 후보에 올랐던 「다섯 번째 봄의 병아리」에 이은 이야기들로, 「다섯 번째 봄의 병아리」에서 보여준 사회초년생으로서 성장해가는 모습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연장근로수당, 산재 등 다양하고 깊이 있는 노동 세계를 여섯 가지 에피소드에 담아 그려낸 연작단편집이다.대학 졸업 후 정규직 취업에 실패해 파견직으로 여러 회사를 전전하던 주인공 아사쿠라 히나코는 각고의 노력 끝에 ‘사회보험노무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만, 클라이언트인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서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무엇 하나 쉽지가 않다. 단순한 노사 간의 의견 차이로 보이지만 그 내막에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둘 알아가면 갈수록 혼란스럽고 본인이 한참 모자르게만 느껴진다. 사무소 동료는 병아리(히요코)와 히나코의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병아리 씨”라고 놀리기도 한다.그러나 그 자리에서 멈추는 일 없이 사회초년생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는 열의에 가득 차 있다가도 좌절하고, 작은 일에 주눅 들다가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야 만다.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제를 유머러스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게 그리며, ‘일하는 사람’에 대한 공감과 따스함을 담았다.“병아리(히요코)가 아니라 히나코입니다!”임대빌딩 한구석에 자리한 조촐한 사무실, 직원은 달랑 넷……비전도 목표도 그닥 없어 보이는 야마다노무사사무소 입성!대학 졸업 후 정규직 취업에 실패해 파견사원으로 여러 회사를 전전하던 아사쿠라 히나코. 허드렛일 담당, 정규직과는 다른 존재, 이름이 아닌 “거기 직원” 혹은 “그쪽 여자”로 취급받기 일쑤였던 아사쿠라 히나코는 어느 날 나만의 무기를 찾아보자고, 앞으로는 내 손으로 일을 선택하겠다고 결심한다. 총무로 일했던 경력을 살려 3년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사회보험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지만, 자격증 취득만 하면 앞길이 쭉 뻗어 있을 것만 같았던 상상이 무색하게 겨우 본인을 포함해 네 명의 직원이 일하는 야마다노무사사무소에 간신히 입성하게 된다.신입사원으로서의 기분은 느껴볼 새도 없이 곧바로 업무에 투입되어 매일 클라이언트인 기업들의 노동문제 상담에 응대하고,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외근이 이어진다. 그래도 파견직원인 시절보다 바쁜 일상에 만족하며 업무를 처리해나가지만 책으로 공부해왔던 것과는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히나코를 덮친다. 한 퇴사자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찾아왔는데, 회사의 야근시간 조작 문제까지 얽혀 있던 것. 경영 악화를 핑계로 이루어진 회사의 야근시간 조작을 약점 잡아 자진퇴사를 부당해고로 처리해달라는 이 문제를 히나코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신참 노무사 히나코(26세, 돈 없음)가 종횡무진 현장을 누비며해결하는 여섯 가지 사건들!히나코가 마주하게 된 사건들은 단순한 노사 간의 의견 차이처럼 보이지만 한 꺼풀 벗겨내면 직장 내 괴롭힘, 여성 직원의 출산 문제, 연장근로시간 조작 등 다른 실상이 보이는 문제들이다. SNS에 비난 게시물을 올린 종업원을 알아내 해고하고자 하는 프랜차이즈 선술집, 정보력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육아휴직은 가당치도 않다고 말하는 IT기업의 대표, 보험업무 처리 중 윗사람의 서류가 사라지자 파견직부터 의심하는 정직원, 부하 직원에게 열정을 강요하고 모욕하는 상사, 연장근로수당이 늘어날 것을 염려하여 고정수당을 지급하는 의류제조회사 등…… 우리가 일하고 있는 지금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에 그만큼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현실만큼 복잡하다. 그러나 의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런 현실적인 노동문제 앞에서 히나코는 고군분투하며 어느덧 사회보험노무사로서 성장해간다.사회생활을 하면 한 번쯤 마주쳐야 하는 현실적인 노동문제를 하나씩 주제로 삼아 이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니. 경제소설의 또 다른 문이 열린 듯하다. 주인공은 때론 실패하고 때론 성공한다. (...) 그 이야기에 기꺼이 동행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작품이다. 그녀가 병아리의 틀을 벗고 성숙한 사회보험노무사가 되는 길에 동참하고 싶다. _민경욱(번역가)“일의 보람이란 사실은 단순할지도 모른다.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그 일로 감사를 받는 것.”사회보험노무사인 히나코가 해결해나가는 일은 노동문제인 동시에 우리가 ‘일하는 인간’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는 법과 그를 통해 한 발자국 앞으로 더 나아가는 일이다. 파견직으로 일하며 겪었던 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기로서 사회보험노무사라는 자격증을 선택하지만, 어느새 히나코에게 이 자격증은 무기가 아니라 여러 가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사려 깊은 성격으로 과하게 몰두하는 탓에 사무소의 야마다 소장으로부터 “우리는 어디까지나 조언을 하는 사람”이라는 충고를 듣기도 하고, 의욕에 앞선 탓에 클라이언트를 잃기도 하며, 과거의 실수에 겁먹고 또다시 실수할까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업무가 거듭될수록 일의 기쁨을 느껴간다. 현실적인 노동문제를 담은 업무 미스터리라는 장르 내에 사회초년생의 성장분투기를 담은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는 사회초년생에게, 그리고 한 번이라도 불합리한 처우를 겪었던 직장인에게, 앞으로도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위로와도 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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