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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일청춘 (커버이미지)
    [문학]백일청춘
    • 정해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04-14

    ‘기깔나게 살고 싶은’ 고등학생과‘청춘이 그리운’ 대기업 노년 회장의좌충우돌 영혼 체인지!죽다 살아나 다시 얻은,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기회하지만 예정된 죽음까지 남은 시간은 단 백 일뿐이다!다시 다가올 죽음 앞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면과연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까?평생을 몸 바쳐 일해온 대기업 SH물류의 회장 주석호는 암 말기 판정을 받은 후 자신의 아파트에서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다그런데 눈을 뜬 곳은 저승이 아닌 웬 냄새나고 좁아터진 방석호는 곧 자신이 김유식이라는 고등학생 몸에 들어왔음을 알게 된다부랴부랴 자신의 몸을 찾아가 보니 제 몸에는 김유식이 대신 들어가 있는데……석호는 돈 버는 일에 매달리느라 흘려보냈던 청춘이 아쉽고,유식은 가난한 편모가정에서 엄마에게 호강 한 번 못 시켜준 게 아쉽다그런 두 사람이 죽음 직전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기회를 얻었다!하지만 남은 시간은 단 백 일뿐이왕 바뀐 몸, 두 사람은 서로가 원하는 백 일을 살도록 협력하기로 한다나이가 많아도, 적어도죽음 앞에 후회하는 건 똑같다은 ‘시한부 운명’과 ‘몸이 뒤바뀐다’라는 소재로 서로 다른 연령대의 두 인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회 격변의 시절을 겪어본 노년과 이제 막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여, 대기업 회장이라는 부유하면서도 고독한 인물과 어렵게 생활하지만 따뜻한 사람들 속에 살아가는 인물로 또 한 번 대조시키면서 상반된 두 사람의 유쾌한 소통을 담아낸다. 공감대와 사회적인 입장, 모든 게 다를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오히려 그 편견 속에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야기의 끝에 다다를수록 은은한 감동까지도 느끼게 된다.죽었지만 되살아난다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그려내는 노년과 청소년은 지극히 사실적이다. 노년이라 해서 마냥 ‘꼰대’ 같지 않고, 청소년이라 해서 마냥 ‘철부지’ 같지 않다. 두 인물을 보고 있으면 어디서든 한 번쯤 볼 수 있을, 2021년 현대를 살아가는 육십 대의 커리어맨과 십 대 남학생이 눈앞에 자연스레 그려진다.근래에는 할아버지와 십 대 청소년이 함께 있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다. 어느샌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되지는 않았던가? 하지만 예정된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이루지 못한 것을, 혹은 헛되이 보낸 것을 후회하는 건 남녀노소 다르지 않다. 은 이러한 전제조건을 두고, 죽음 앞에서 서로에게 격식 없어진 두 세대의 인물들을 통해 재치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시한부’는 꼭 무거워야만 할까?좌충우돌 사건들 속에서도 즐거움은 여전하다흔히 ‘죽음이 정해진 시한부 삶’이라고 하면 대개 그 죽음을 앞둔 시간은 음울하거나 슬프리라 생각한다. 이에 은 백 일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쉼 없이 움직이는 두 인물을 통해 죽음이 드리우는 그림자에 매몰되는 방식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전반적으로 은 유쾌한 작품이다. 죽었다 다시 살아나기까지 했으니 두 인물에게 주어진 백 일을 그저 미련을 떨치는 데만 쓸 수 있음 좋을 텐데, 좌충우돌 벌어지는 주변의 사건과 다양한 인물들은 그 둘을 좀처럼 가만히 두질 않는다. 갖은 사건과 돌발상황들을 함께 겪으며 두 인물도 자연스레 우정을 쌓게 된다. 전혀 통하는 게 없을 것만 같은 육십 대 노인과 십 대 소년이 투덕거리며 다툴 때면 어느샌가 흐뭇하게 미소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의 두 주인공은 죽음의 존재를 잊은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명확히 인지하고 있기에, 두 사람은 주어진 백 일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살아간다. 일부러 운명을 외면하지도 않고, 일부러 죽음에도 대범한 척 굴지도 않고, 이들은 그저 자신들의 눈앞에 주어진 백 일의 현실을 살아가면서 일상적인 즐거움 속에 죽음이라는 운명을 부드러이 녹여낸다.능수능란하게 감정을 다루는미스터리 작가 정해연의 첫 청춘소설은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 와 같은 미스터리 소설을 집필하던 정해연 작가이기에, 이번 작품에서도 그 내공을 살려 인물의 감정선을 이끌고 작품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독자가 을 보며 할 일은 그저 이 유쾌한 분위기 속에 마음 놓고 빠지는 것이다.작가가 만든 흐름을 타고 엔딩까지 이르게 되면, 어느샌가 그 속에 담긴 소소한 메시지들도 자연스레 독자의 가슴에 스며들게 된다. 후회하지 않는 삶, 가족의 의미,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청춘을 응원하는 마음까지. 이 메시지들은 교훈적이라기보단 마치 모래사장에 흔적을 남기는 파도처럼 잔잔한 여운으로서 뒤따르기에, 책을 덮고 나면 마치 한 편의 극적인 영화를 보고 나온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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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밸런트레이 귀공자 (커버이미지)
    [문학]밸런트레이 귀공자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미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04-14

    출구 없는 고통이 낳은 비뚤어진 복수심과모욕을 견디며 조용히 자란 복수심이 맞대는 칼날《보물섬》,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장편소설로 국내 초역이다. 스코틀랜드와 인도, 뉴욕을 오가는 형제 복수극으로, 방종하지만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형과 선하지만 따분한 동생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특히 형 ‘밸런트레이 귀공자’를 두고 스티븐슨은 “인간에게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악을 구현한 인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성경 속 카인과 아벨, 야곱과 에서를 연상시키는 형제간의 갈등은 가장 작은 단위에서의 원형적 인간관계를 나타낸다. 굵직한 사건들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도 섬세한 심리묘사를 놓치지 않는, 페이지터너로서의 스티븐슨의 면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는 세계,악마가 던진 동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스코틀랜드의 명망 높은 듀리스디어 가문에 상반되는 성격의 두 형제가 있다. 형인 ‘제임스 듀리(밸런트레이 귀공자)’는 방종하고 소동을 일으키지만, 자신만만한 태도 덕에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조금 더 진지해지면 장래에 큰일을 해낼 거”라는 기대를 받는다. 한편 동생 ‘헨리 듀리’는 묵묵하고 착실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지만 이웃들은 그에게 좀처럼 관심이 없으며, 집에서 역시 장자인 형에게 밀려 뒷전이다. 그래도 좀처럼 불만을 내비치는 법이 없다. 이러한 성향은 중대한 선택 앞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자코바이트 봉기가 일어나자 듀리스디어 가문은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자 중도 노선을 취하기로 한다. 모두가 장자인 제임스가 집에 남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제임스는 자신이 출정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정치적인 이념을 따른다거나 동생의 위험을 대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활동적인 기질을 억누르지 못해서다. 결국 동전 던지기로 운명을 결정하기로 한 두 사람. 동전은 형 제임스의 출정을 가리키고, 헨리는 가문에 닥칠 비극을 예감한다.“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순간을 뼈저리게 후회할 거야.”(25쪽)자코바이트 봉기가 실패로 돌아가고, 망명자 신세가 된 제임스 듀리는 해적선에 붙잡히고 인디언을 피해 배회하는 등 여러 고비를 넘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고통받는 것은 동생 때문이라고 여기고 복수를 결심한다. 증오와 복수의 대상이 정당한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출구 없는 고통에 실체를 부여하는 것만큼 쓰라림을 잠재우는 손쉬운 방법은 없을 테다. 스티븐슨은 밸런트레이 귀공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불합리한 감정이 어떻게 발전하고 주변 사람과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지 보여준다. 한편 동생 헨리는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형의 그림자에 가려져 무시당하면서도 묵묵히 집안을 꾸려가지만, 집으로 돌아온 형이 자신을 능욕하고 아내까지 건드리자 오랫동안 눌러온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 악마를 닮아간다’라는 말처럼, 그는 형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안하무인에 오만하지만 매력적이고 사람을 잘 다루는 형, 착실하고 참을성 많지만 끝내 악의에 잠식당한 동생. 두 형제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절대 악과 절대 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양면을 지닌 하나의 동전이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가, 선택하는 것인가.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우리에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육신을 찌르는 칼끝과마음을 에는 겨울바람스티븐슨의 작품이 발표된 19세기 후반은 영국의 제국주의적 확장은 극에 달한 때였다. 사람들은 세계 곳곳을 무대로 탐험과 정복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했고, 이는 다양한 모험담을 낳았다. 제임스 듀리, 즉 밸런트레이 귀공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보면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복수극인 동시에 모험담이다. 그는 해적선에 잡혀가 고초를 겪지만 기지를 발휘해 해적들을 제압하며, 땅속에 묻힌 보물을 찾아 황무지를 헤맨다. 정복욕과 복수심은 시작점은 다를지언정 같은 속성을 공유한다. 힘의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것. 이러한 지배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팽배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소설에 붙은 부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겨울 이야기’. 거칠고 본능에 충실한 욕망이 불러오는 것은 살을 에는 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겨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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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드 캐칭 - 제8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커버이미지)
    [문학]버드 캐칭 - 제8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 김범정 지음
    • 광화문글방
    • 2023-04-14

    김범정 장편소설 ‘버드캐칭’ 출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로맨스 플롯 소설의 등장이 반갑다! 청춘의 열정과 성장통을 섬세한 서사와 극적 반전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제8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제8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김범정 작가의 ‘버드캐칭’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버드캐칭\'은 대기업 인턴을 마치고 정규직 심사를 앞둔 주인공이 뜻하지 않은 이별을 맞이하면서 겪는 사랑과 우정, 방황과 성장을 섬세한 필체로 그린다. 소설은 주인공이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연인이 갑작스런 이별 통보와 함께 사라지자 이를 찾아 나서면서 마주하는 놀라운 진실을 추리 기법과 로드 무비의 서사로 풀어낸다. ▲ 불확실성에 갇힌 이 시대 청춘에게 사랑은 어렵고 복잡하다 중공업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도형은 3주 뒤 정직원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있고 돌아가는 회사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고 느낀다. 도형은 이참에 8년을 사귄 여자 친구 세현과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세현은 3년 다닌 대학병원을 그만둔 후 무력감과 불안감에 빠져 결혼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세현은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도형의 곁을 떠나 도형을 패닉에 빠트린다. 세현은 자신의 삶을 마음껏 살고 싶어서 떠날 결심을 했다면서 원하는 게 생기면 그걸 얻기 위해 때론 가진 걸 다 버려야 하는 게 인생이라고 말한다. 또 세현을 만날 계기를 만들어준 친구 준영을 미워하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긴다. 키가 크고 눈에 띄게 잘생긴 외모를 가진 준영은 도형과 전교 1등부터 100등까지 들어갈 수 있는 야자반에서 함께 공부한 고교 동창이다. 학창 시절 서로 공부에만 열중하던 사이여서 별로 친해질 기회가 없다가 졸업 후 둘이 재수 학원에서 다시 만나고, 세현과 함께 어울리면서 셋이 친해진다. 그러나 도형과 세현이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도형과 준영은 묘한 긴장감 속에 사이가 멀어진다. 소설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 청춘들이 겪는 고독과 삶에 대한 몸부림을 실감나게 그린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방황, 때론 무모한 행동과 정서적 불안 등 현실의 벽에 부딪친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우리 세태의 뒤틀린 모습과 아픔을 곱씹어 보게 한다. ▲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반전으로 청춘의 일탈을 변론하다! 도형은 준영이 레지던트 의사로 일하는 병원을 찾아내지만, 준영을 만나지 못한다. 공교롭게도 세현이 없어진 날 준영도 사표를 내고 사라졌다는 얘기를 그의 연상 연인이자 동료 의사인 지혜로부터 듣는다.도형은 세현과 준영이 동시에 사라진 사실에 주목한다. 아마도 추억이 있는 곳으로 둘이서 갔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도형은 오래전에 셋이 마지막으로 여행한 제주도를 떠올린다. 지혜는 당시 여행코스와 추억을 그대로 따라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도형은 지혜의 제안에 이끌려 세현과 준영을 찾아 무작정 제주도로 떠난다. 도형은 지혜와 함께 하면서 진정한 사랑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는 지난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둘 다 사랑이 고픈, 사랑이 아픈 청춘들이지만 도형은 길동무인 지혜로부터 위로와 힘을 얻는다.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입장이 서로 다르지만 삶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이라는 정서가 공통적임을 보여준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구성이나 기법이 치밀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가 사랑의 방식마저 기존의 틀과 관념을 거부하는 이 시대 청춘의 초상을 정교하게 짚어낸다. 무엇보다 소설의 소재인 청춘이 꿈꾸는 낭만적 사랑과 인간의 욕망을 결합한 로맨스 전개가 돋보인다. 또 동성애 코드를 곳곳에 활용해 로맨스의 지평을 넓히고 몰입감과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소수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갈등 해결 과정에서 실마리가 되는 점도 신선하다. 김범정 작가는 소설에 나오는 두 종류의 삼각관계와 \'무부 석사\'로 불리는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 유학생의 존재는 이런 설정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 방황, 그 안에서 나를 찾는 이야기 소설에서 청춘시절의 사랑은 취업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된 축으로 묘사된다. 소설은 학점으로, 취업으로, 연애로, 그리고 여러 가지 인간관계로 고뇌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다. 실제로 세현과의 관계만큼은 지켜 내리라 마음먹는 도형과 달리 삶이 팍팍해 연애마저 부담스러워 하는 세현의 모습을 통해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로맨스 푸어\'를 자청하는 청춘의 자화상을 씁쓸하면서도 진솔하게 담아낸다. 소설은 도형이 세현을 찾는 과정에서 한 때 가까웠던 사람들의 현재 모습과 자신이 몰랐던 진실을 마주하면서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또 각개전투 하듯 현실과 싸우던 등장인물들이 서로 만나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사람의 처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보여준다. 김범정 작가는 소설에 나오는 또래 인물들의 좌절과 성장통을 풋풋한 청춘의 단면에 절묘하게 녹여내며 같은 시대를 사는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낭만적인 청춘 로맨스를 선보인다. 특히 소설은 ‘요새 젊은 애들.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과거 90년대 X세대를 필두로, Y세대,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며 이제는 중년에 들어선 지금의 기성세대에게도 청춘시절 영혼의 발랄함과 그 시대의 청량감을 추억하게 해준다.▲ 소설 심사평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서 장편소설을 쓰느라 고생했을 응모자들의 고충과 열망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2020년 수림문학상 당선작 선정 과정은 어느 때보다도 신중했다. 올해는 예년과 비교해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룬 좋은 작품이 많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 때문인지 감염병이나 기후 문제, 환경 재 앙을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형 재난 소설들이 있었고, 더욱 심해지는 빈부 격차와 양극화 현상에 대한 천착과 계급, 젠더 불평 등을 이야기하며 연대의 가능성을 그려 보는 소설들이 있었으며, 우울감을 포함해 정신신경증을 앓는 사람들의 신체적·정신적 병리 현상을 다룬 작품들이 있었다. 또 여전히 누군가의 죽음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형식의 소설도 있었다. 본심에서 수상작을 가리기 위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작품은 여섯 편이었는데 『광인일기』, 『노다지 사피엔스』, 『바이 사이클 라이더』, 『밤보다 더한 어둠』, 『버드캐칭』, 『서늘한 열대』가 그 후보작 들이었다. 심사자들은 우선 이 작품들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서사가 과하거나, 디테일의 승함에 비해 서사가 잘 잡히지 않아 난감한 작품은 제외했다. 또 작품을 쓴 동기가 약해 경험치 이상의 세계를 보여 주지 못하거나, 구성적 요소에서 자의성이 지나쳐 동의하기 어려운 작품도 제외했다. 그 과정을 거쳐 『노다지 사피엔스』와 『버드캐칭』을 놓고 두 작품의 세계를 집중 토론했다. 『노다지 사피엔스』는 우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강남에서 ‘복권방’을 운영하는 화자와 이 공간에 드나드는 손님들과 지인들을 삽화 형태로 보여 준 작품이었다. 삽화마다 이야기가 흥미롭고 무엇보다 취재력이랄까,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의 세부 항목들, 정보에 대한 이해가 뛰어났다. 그 삽화들을 전체적으로 그럴법한 서사로 꾸려 내는 힘도 만만치 않았다. 단순히 ‘로또’와 ‘토토’를 팔고 사는 공간을 넘어서서 부에 대한 열망과 실패를 나누고 공유하는, 변두리 인생들의 무력하지만 절실한 희망의 장소를 핍진하게 보여 준 작품이었다. 가공되지 않은 삽화가 주는 힘과 유머가 있는 작품이었지만, 이야기의 형식이 다소 올드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버드캐칭』은 요즘 보기 드문 순정한 로맨스 플롯의 소설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였던 연인의 결별 선언으로 위기에 처한 ‘도형’을 따라 그가 맞닥뜨리게 되는 변화를 따라간 작품이다. 이 소설의 문장은 단순히 서사를 실어 나르는 도구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기품 있고 우아했으며 서사를 만드느라 쫓기는 대신 소설 안에서 사유할 여백을 만들어 주었다. 다소 감상적이고 반복적인 감정 패턴을 반복해서 서술하는 점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상대를 헐뜯지 않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서사 안에서 오랜만에 평온할 수 있었다. 결별하고 상처받았으나 누구도 잘못되거나 낙오되지 않고 부서진 삶을 추스르고 이어 가는 이 작고 고요한 세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지키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열망과 상실을 보여 주는 문장과 사유가 적절하고 명징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순정하고 상처 내지 않는 고요한 세계에 매료되었고 『버드캐칭』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수림문학상에 작품을 응모해 준 수많은 응모자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대한다. 힘들어도 쓰기를 멈추지 않는 시간이 지속되고 그 시간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갈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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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커버이미지)
    [문학]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정지현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23-04-14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⑫’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100여 년 전 출간된 세계적 명작을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패턴의새로운 표지로 다시 만난다!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열여섯 번째 책으로 출간됐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패턴의 새로운 표지로 재탄생했다. 『비밀의 화원』『백설공주』 등에서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순수한 일러스트로 큰 사랑을 받았던 천은실 작가의 그림이 새로운 판형에 찰떡같이 어우러지며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아름다운 버드나무 숲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마리 동물들의 유쾌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잔잔한 풍경 같은 이야기이다. 새로운 것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사고뭉치 두꺼비, 영리하고 생각이 깊은 물쥐와 호기심 많고 맘씨 착한 두더지,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신중한 성격의 오소리 아저씨까지 이들 앞에 펼쳐질 흥미진진한 모험과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마치 눈앞에서 아른거리듯 생생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근 JTBC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남자주인공이 책 소개를 하며 국내 독자들의 관심을 다시 한번 집중시킨 이 책은 ‘엄마가 자녀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물론 자연 속에서 살다 보면 가혹한 일도 많겠지만눈앞에 펼쳐진 그 공간 속으로 지혜롭게 따라갈 것이다.평생 즐거운 모험이 가득한 그곳으로.”아름다운 버드나무 숲에서 펼쳐지는 동물 4인방의 ‘꿈같은 이야기’ ! 영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 케네스 그레이엄.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있어 아들은 더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이 책은 본래 날 때부터 시력이 약해 앞을 잘 보지 못했던 아들을 위해 직접 편지를 쓰고 머리맡에서 들려주던 이야기를 모은 것으로, 작가의 탄탄한 필력이 살아 숨 쉬는 책이다.우리에게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롤링은 어릴 적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이 책을 추천했고, 『곰돌이 푸』 시리즈의 작가 앨런 알렉산더는 ‘어느 가정에나 한 권씩은 꼭 갖춰야 할 책’이라고 말했다. 사색적이고 시적인 문체, 다채롭고 화려한 문장,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작가의 상상력은 그 문학적 가치가 높아 백 년이 지난 지금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그래서일까. 그 속에서 전개되는 4인방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흥미롭다. 새로운 것만 보면 미친 듯이 몰두하다가도 금세 싫증을 잘 내는 두꺼비는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과도 같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늘 말썽만 피우는 건 또 아니다. 어른스럽고 의젓하고 생각이 깊을 때도 많다. 작품 속에서 물쥐와 두더지가 그런 역할을 담당하며, 사고뭉치 두꺼비의 위험스러운 모험에 제어를 걸고 우정을 과시한다. 그들 곁에는 언제나 아버지같이 든든하게 지켜주는 오소리 아저씨의 존재감도 크다.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치거나 논의해야 할 상황이 생길 때마다 지혜로운 두 친구 물쥐와 두더지는 오소리 아저씨를 찾아가곤 한다. 그 모든 경우가 두꺼비 덕분이긴 하지만.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어느새 그들과 함께 버드나무 숲속을 달리고 있는 감성에 젖어 들 것이다. 또한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새롭게 재해석한 아름다운 천은실 작가의 그림은 우리를 모험의 세계로 이끌며 더 친근감 있게 작품에 다가설 수 있게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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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채상한선 (커버이미지)
    [문학]벌채상한선
    • 윤택수 지음
    • 디오네
    • 2023-04-14

    이전 어디에도 없던 소설, 『벌채상한선』윤택수의 유고가 새로 발견되었다 윤택수 작가는 세상을 떠난 후에야 시집 『새를 쏘러 숲에 들다』와 산문집 『훔친 책 빌린 책 내 책』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운 유고가 발견되었다. 『벌채상한선伐採上限線』. 장편 소설이다.작가가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다는 평해平海라는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이기수라는 열일곱 살 소년이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편지를 쓰면서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다. 불온한 문장이 향연을 벌이다 윤택수 작가는 어느 여름 마포도서관 아현분관 제2열람실 112번 자리에서 『벌채상한선』을 썼다. 편의상 장편소설이라고 하지만, 실상 이것은 장르를 구분할 수 없는 글이다. 아니 장르를 구분할 필요가 없는 글이다. “문장 사이에서 노루새끼 같은 눈동자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어깨에 피가 흐르는 소년 하나가 묵묵히 서 있기도 한다. 또한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여러 사건이 생기지만 사건들끼리 복잡하게 얽히거나 갈등을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각 인물과 사건에서 저자 고유의 빛과 향이 흘러온다”(김서령 칼럼니스트). 한마디로 소설의 정석을 따르지 않는 불온한 문장들이 향연을 벌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단어 하나하나가 음표이다. 이전 어디에도 없던 악보이다. 단단한 명사와 동사, 달콤한 부사와 형용사, 쓰디쓴 조사들이 두드리고 긁었다. 내게 이 글은 통째로 시였다”(김서령 칼럼니스트)는 평가가 이 『벌채상한선』을 가장 잘 정확하게 표현한 것일 게다. 탐미의 극에 이른 작가, 윤택수의 감각적 소설 ‘열일곱 살 잘나가는 청춘 이기수’는 후포고등학교 1학년 학생으로, 검도부 활동을 하고 있으며 검도부 선배 재국을 좋아하는데 현숙희와 이채군 커플의 아들이고 신순임과 이록 부부의 손자이다. 이기수의 친구들인 웅희와 희일과 은서가 각기 한 장씩을 차지하고, 김상기와 황재국과 ‘원추리’에게도 따로 한 장씩이 배당되니 후포고등학교 학생들이 소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거기다 현숙희의 여동생(기수의 이모)인 약사 현승희, 기수의 학원 국어선생이자 나중에 이모부가 되는 성진식, 둘의 맞선 장면, 혼례 장면, 현숙희의 큰 동서(기수의 큰엄마)인 숙희, 희일의 삼촌인 농부 중해, 기수의 조부 이록의 문집인 눌이재집, 온천에 머물던 조모 신순임, 엄마 현숙희가 경영하는 구름빵집, 현숙희를 좋아하는 교사 이성구에게 각기 한 장씩이 배당돼 소설의 몸이 이뤄진다. 각기 따로 놀던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맨 나중 현성희와 성진식이 혼례를 치르는 날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함께 후포 성당 마당에서 국수를 나눠 먹는다.윤택수 작가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아들을 낳아 기르고 싶었던 자신의 삶의 방식을 이기수를 통해 보여 주었다. 그리고 『벌채상한선』의 각 문장을 통해 예민함의 극한, 탐미의 깊이, 우리말의 음영과 떨림을 탁월하게 포착해 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윤택수의 글로 인해 “주변을 둘러싼 식물과 동물과 사물들의 호흡이 펄럭펄럭 들려”올 것이고, “글의 행간에서 상처 입은 들짐승의 눈동자 같은 것을” 볼 것이며, “깨끗하고 반듯한 소년의 뒤태를 보면 반사적으로 가슴이 쓰라”릴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들 무딘 감수성을 살려 내고 만물을 애틋하게 정화하고 가만가만 생명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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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섬 앞바다 (커버이미지)
    [문학]범섬 앞바다
    • 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 2023-04-14

    “뜨거운 예술혼이 빚어낸 불멸의 사랑!”그간 굽이치는 시대의 파고와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우리 삶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근원적 진리에 깊이 천착해온 홍상화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소설 『범섬 앞바다』를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네 번째 책으로 소개한다. 작가의 웅숭 깊은 연륜이 묻어나는 『범섬 앞바다』는 지나치게 쉽고 빠른 인스턴트식 사랑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순수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사랑 이야기다. 현실의 벽을 뛰어넘는 사랑과 문학, 그리고 예술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오묘한 삼중주는 가슴속 깊은 울림을 준다.사랑은 언어를 초월하고 결코 서술될 수 없는 그 어떤 것일간신문에 장편소설을 연재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정훈은 작가생활 초기 단편소설을 쓸 때처럼 더 이상 좋은 소설을 쓸 수 없다는 자조감에 빠져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이혜진이라는 여자와 운명적으로 만난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에 이끌리던 이정훈은 우연찮게 그녀의 일기장을 몰래 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그녀의 연인 김혁수에게 크게 배신감을 느낀 나머지 자살을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김혁수와 함께하라는 주위의 권유에 괴로워하는 그녀를 위로해주던 그는 그녀의 격정적인 감정에 이끌려 꿈같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어지러움으로 가득 찬 머리가 입술의 감각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그녀의 입술이 내 입속에서 끊임없이 거친 탐험을 하는 사이, 내 입술은 다시 감각을 찾기 시작했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단단한 껍질로 싸여 있던 어떤 욕망이 처음으로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껍질이 벗겨진 욕망은 영원히 다시 껍질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내 몸속으로 퍼져나갔다. (……) 그다음 순간, 내가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세상의 어떤 힘도 막을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다음에 어떤 징벌이, 어떤 잔인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전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p.95)이렇듯 이정훈의 사랑은 뜨겁게 시작되지만, 이혜진이라는 여자는 처음부터 어찌할 수 없는 강한 비극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에 이 둘들의 사랑은 순탄치 않다. 이들의 사랑은 제주도 서귀포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정열적인 사랑을 나누는 데로 이어지지만, 이혜진이 이정훈에게 자신이 죽으면 그 재를 서귀포 앞 범섬 앞바다에 뿌려줄 것을 부탁하면서 여전히 불안의 씨앗을 남기고 만다.결국 일주일간 취재차 인도 여행에 다녀온 이정훈은 그녀가 자신과의 지순한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김혁수에게로 떠났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크게 절망한 이정훈은 그 후 1년간 이혜진을 그리워하면서 술에 의존하거나 다른 사랑을 찾거나 여행을 하는 등 마냥 세월이 흐르기만을 바라는 방황의 시간을 보낸다.이렇듯 이 작품은 한 여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한 남자의 사랑이 현실적 장벽에 부딪쳐 안타까운 순간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랑을 “문자와 언어를 초월하는, 서술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아주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이정훈은 그녀와의 추억을 그리워하면서 또한 그녀가 곁에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면서 스스로 자기파멸적 삶을 이어간다. 이러한 다소 고전적인 사랑의 방식을 작가는 속도감 있는 문체와 솔직한 언어로 그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을 진부한 사랑 이야기에 빠지지 않게끔 하는 문학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이들이 펼쳐내는 지순하고도 안타까운 사랑은 가슴속 깊이 스며들면서 진한 여운을 남긴다.사랑과 문학, 그리고 예술이 빚어내는 오묘한 삼중주이혜진과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으로 인한 고통 못지않게 현실 속에서 이정훈을 부단히 괴롭히는 것은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다. 그는 대중의 인기만 좇는 엉터리 대중소설에서 벗어나 과거 창작 초기처럼 제대로 된 소설을 쓰기 위해 문학적 열정을 불태운다. 그간 신문연재 소설에 쫓겨 새로운 경험이나 느낌을 충전해놓지 못한 채 이제는 소재 고갈에 치달은 자신의 처지에 고뇌한다. 이는 곧 이정훈의 입과 눈을 통해 말해지는 홍상화 작가의 치열한 작가정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 중간 중간에 배치한 에피소드나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서도 진정한 문학을 추구하는 작가의 혼을 엿볼 수 있다. 다층적 삶의 이면과 존재의 심연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가의 혜안이 작품 곳곳에서 번뜩이면서 철학적 사유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점도 이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그때 나는 불멸의 단편소설 하나 남기는 것을 인생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았다. 명예도, 부도, 대중적 인지도도, 다른 아무것도 안중에 없었다. 그때 나는 가난했고 무명이었지만 행복했다. 그리고 그때는 누가 뭐라 해도 진정한 소설가였다.(p.9) 이혜진이 김혁수 곁으로 떠난 후 절망 속에서 방황의 시간을 보내는 이정훈에게 “그녀를 잊기 위해서는 그녀에 대해서 소설을 써보라”고 심미정이 권하지만, 이정훈은 바로 소설로 옮기기 못한다. 그녀와의 추억이 너무 생생해서 그 처절한 고통을 이겨내고 도저히 소설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영원히 살아 숨쉬게 하기 위해 서귀포 밤섬 앞바다 바닷속 암벽에 그녀의 전신상을 새긴다. 이정훈이 바닷속 암벽에 이혜진의 미소를 새기는 데 심취한 나머지 잠수병에 걸려 다리가 불구가 되면서까지 조각이라는 예술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는 부분은 이 작품의 백미를 이룬다.잠시 후 그는 입에 문 레귤레이터를 다시 떼었다. 그리고 암벽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벽 한 곳을 두 손으로 잡고 몸부림치며 얼굴을 그곳에 비벼댔다. 그동안 그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고, 주위의 모든 것도 따라서 숨을 쉬지 않았다. 그가 다시 돌아와 레귤레이터를 입에 물고 공기를 들이마셨을 때 주위의 모든 것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는 손전등으로 그가 조금 전에 갔었던 벽 쪽을 비췄다. 그곳에서 무언가가 희미한 윤곽을 드러냈다. 아름다운 여인의 전신 조각상이었다. 여인은 그에게 은은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p.239)그리고 사반세기라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이정훈은 “잠재의식 속에 갇혀 있다가 가슴을 통해, 손을 통해, 그리고 펜을 통해 원고지에 옮겨지는” 글쓰기의 고통을 통해 비로소 이혜진을 모델로 한 소설 『범섬 앞바다』를 완성한다. 이혜진을 향한 이정훈의 또 다른 사랑의 결실이 바로 한 편의 소설로 탄생한 것이다. 불구가 된 몸으로 한자 한자 원고지를 메워 나갔을 장면은 문학의 초월성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는 오랜 시간 좋은 소설 쓰기를 갈구했던 소설가 이정훈의 작가적 삶의 완성이기도 하다.“사랑이 바로 최고의 예술이에요. 예술이란 인간이 겪는 모든 것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지요. 모든 슬픔과 고통과 잔인함까지도……. 사랑이 바로 그런 거지요.”(p.137)이처럼 이 작품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을 조각이라는 예술로, 그리고 처절한 창작의 고통을 깨고 나오는 소설로 승화시켜 영원한 사랑으로 완성해가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색다른 구성은 너무도 뻔해질 수 있는 사랑 이야기에 풍부한 입체감과 깊이 있는 중량감을 더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사랑이 마침내 예술로 새겨지고 소설의 옷을 입어 찬란한 빛을 발하는 그 비현실적 장면 앞에서 독자들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감동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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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커버이미지)
    [문학]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 토마스 만 지음, 김인순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04-14

    가닿을 수 없는 대상을 향한 갈망과 사랑,그 감각적 아름다움에 대하여독일 문학의 거장이자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명인 토마스 만의 중편소설 두 편을 묶었다. 베네치아 여행과 작가로서의 고뇌와 사색을 담은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작가 스스로 ‘일종의 자화상’이라 표현한 〈토니오 크뢰거〉는 모두 가닿을 수 없는 대상을 향한 갈망과 사랑을 그린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특히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은 콜레라가 창궐하는 베네치아에서 궁극의 아름다움과 죽음을 동시에 체험하는 노작가의 갈등과 황홀이 섬세하게 드러난 걸작이다. 토마스 만의 대표작 두 편을 모은 이 책은, 예술성과 시민성, 그 좁힐 수 없는 괴리에서 탄생한 감각적 미학을 자신만의 세밀하고 사색적인 문장들로 정립해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필독서다.‘진실로 신적인 아름다움’ 앞에복수하듯 돌이킬 수 없이 빠져드는 감정토마스 만은 스스로 경험하거나 직면한 문제를 시적이고 정교한 문장으로 풀어내며 인간의 보편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투영되어 있다. 토마스 만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역시 마찬가지다.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로 분한 노작가는 산책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기묘한 외양의 이방인에게 이끌려 “환각을 야기할 정도로” 강렬한 “여행에의 욕구”를 느끼고 베네치아로 향한다. 이방인이 깨우친 여행에의 욕구는 바로 명망 있는 작가로서 지녀야 하는 부담감과 ‘정신의 노예’로서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의 방증이다. 베네치아에서 머물던 아셴바흐는 “가장 고귀한 시대의 그리스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미소년 ‘타지오’를 만나 걷잡을 수 없이 그에게 매혹된다. 작가로서의 체면을 벗어던진 채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골목골목까지 소년을 뒤쫓고, 소년에게 잘 보이기 위해 머리를 염색하고 화장을 한다. 급기야 “진실로 신적인 인간의 아름다움” 앞에 완전히 굴복해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베네치아를 떠나지 못하고 충격적인 말로를 맞는다.아셴바흐는 토마스 만과 마찬가지로 양친에게서 상반된 성향을 물려받은 인물이다. 아버지로부터는 엄격하고 강직한 시민성을, 어머니로부터는 자유로운 예술성을 이어받는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명성을 유지하는 데는 아버지의 기질을 좀 더 요구받았고, 오로지 창작 활동을 위해 일평생 예술가로서의 자유와 열정을 짓누른 채 금욕적인 생활을 한다. 억눌린 감성과 감각은 노년에 이르러서야 타지오라는 ‘절대미’를 마주하며 완전히 폭발한다. 지성의 경고를 무시하고 오히려 복수하듯 감각적인 사랑에 돌이킬 수 없이 빠져든다.작별의 시간이 도래하자 자신보다 힘없는 자에게 굽실거리던 감정이 잔인한 난폭함으로 방향을 바꿔 오랫동안의 노예 생활에 복수하려는 듯 보였다. 승리자는 패배자를 놓아주지 않고 패배자의 등에 무릎을 꿇고 앉아 짓눌렀다.(〈베네치아에서의 죽음〉, 137쪽)억제된 아셴바흐의 감각을 움직이는 데는 “아름다운 수상도시 베네치아”의 풍경과 분위기가 큰 역할을 한다. 베네치아에 도착하자마자 곤돌라 사공에게 바가지를 쓸 뻔하지만, 아셴바흐는 매일 바다에 눈인사를 보내고 해변의 산책로나 안개 가득한 미지의 골목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베네치아의 매력에 점차 동화된다. 우리는 자주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거나 닿을 수 없는 대상을 갈망하고 동경하지만 희망하거나 다가설수록 멀어지는 것이 있고, 그럼에도 소망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아셴바흐는 끝내 타지오에게 가닿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지만, 그의 마지막이 어쩐지 완전하고 장엄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토마스 만의 대표작이자작품 세계를 응축해놓은 중요한 작품토마스 만의 초기작이자 문학적 세계관이 집약되어 있는 〈토니오 크뢰거〉 역시 ‘일종의 자화상’이라 할 만큼 자전적인 작품이다. 주인공인 ‘토니오 크뢰거’는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의 아셴바흐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에게서는 청교도적 기질을, 어머니에게서는 열정적인 기질을 타고난다. 하지만 토니오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시를 쓰는 예술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며 시민사회에서는 아웃사이더로 치부된다. 자연스레 자신과 다르게 인기가 좋은 동급생 ‘한스 한젠’과 ‘잉게보르크 홀름’을 동경하고, 잉게에게는 사랑의 감정까지 느낀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끝내 ‘낯선 존재’로 남은 토니오는,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여행지인 덴마크의 어느 섬에서 다정하게 춤을 추는 두 사람을 목격하고는 어린 시절처럼 심장이 요동치는 경험을 한다. 〈토니오 크뢰거〉는 시민성과 예술성이라는 중재될 수 없는 대립을 의식한 토마스 만의 대표작이자 작품 세계를 응축해놓은 중요한 작품이다.〈베네치아에서의 죽음〉과 〈토니오 크뢰거〉의 두 주인공은 모두 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토마스 만에게 바다는 “정돈되지 않은 것, 무절제한 것, 영원한 것”을 상징한다. 즉 바다로의 여행은 익숙한 일상적 삶, 타자를 의식하고 타자에 의해 규제된 삶이 아닌 자신이 소망하고 동경하는 삶으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그리고 두 주인공이 각기 다른 결말에 이른 것처럼 우리가 꿈꾸고 마주하는 바다, 여행, 삶의 모습은 어느 것 하나 예정되어 있거나 동일하지 않다. “수많은 존재 방식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큼 삶을 긍정하고 추동할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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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라 켈리는 누구인가? (커버이미지)
    [문학]베라 켈리는 누구인가?
    • 로잘리 크넥트 지음, 한지원 옮김
    • 딜라일라북스
    • 2023-04-14

    나는 늘 도망 중이었다.나 자신에게서.스파이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매혹적인 퀴어 성장 소설군사 쿠데타가 임박한 1966년의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한 냉전 시대 스파이 소설. 타인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던 레즈비언 스파이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퀴어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동성애가 금기시되던 시절, 스스로를 숨기고 위장하는 기술을 체화해야 했던 동성애자의 삶을 본질적으로 비밀스러운 스파이의 세계와 절묘하게 병치해 평론가들로부터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스파이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미국의 신예 작가 로잘리 크넥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CIA 요원인 베라 켈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센트랄 대학교 심리학부에서 수업을 들으며 캐나다에서 온 대학원생 행세를 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인들을 도청하고 교내의 급진적인 학생들을 염탐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쿠데타가 일어날 때까지 KGB와 공산주의 세력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이다. 마침내 쿠데타가 일어나지만 이후의 상황은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치닫고 베라는 일생일대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소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펼쳐지는 사건을 한 축으로, 베라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게 되기까지의 삶을 다른 한 축으로 하여 베라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독자들은 베라 켈리의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며 그녀가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나는 늘 도망 중이었다.나 자신에게서.스파이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매혹적인 퀴어 성장 소설1966년, CIA 요원인 베라 켈리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한 아르헨티나에서 파견 근무를 시작한다.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려는 KGB와 공산주의 세력을 감시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이다. 그녀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센트랄 대학교 심리학부에서 수업을 들으며 캐나다에서 온 대학원생 행세를 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인들을 도청하고 교내의 급진주의 학생들을 염탐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녀는 꽤 유능하고 성실한 요원이다. 쿠데타가 일어난 뒤의 탈출 계획도 이미 다 세워놓았다. 그러나 실제로 쿠데타가 일어나자 상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급변하고, 베라는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채 옴짝달싹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스파이 소설의 줄거리다.그러나 막상 이 소설을 여는 것은 열여섯 살 시절의 베라 켈리이다. 그녀는 자주 못 보게 된 절친한 친구 조앤에 대한 그리움으로 괴로워하다 신경 안정제를 과다 복용하고 병원에서 깨어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펼쳐지는 사건이 소설의 한 축이라면, 그녀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게 되기까지의 삶이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셈이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가 이렇게 교차 서술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경 안정제를 과다 복용한 열여섯 살 소녀는 어떻게 훗날 스파이의 삶을 살게 되었을까? 소설은 베라의 다양한 과거 모습들을 조금씩 던져준다. 메릴랜드 소년원 시절의 베라,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레즈비언 바를 드나드는 베라. 독자들은 베라 켈리의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며 그녀가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될 것이고, 그녀가 위기를 극복하고 무사히 돌아오게 되기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냉전 시대 스파이 소설에 참신하고 독창적인 해석을 선보이다!고독하고 삐딱한 생계형 여성 스파이의 탄생팜 파탈, 여전사, 비련의 여주인공. 여성 스파이를 생각할 때 흔히들 떠올리는 이미지이다. 여기 완전히 다른 유형의 스파이가 있다. 베라 켈리는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도 아니고 신체 능력이 특출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타입도 아니다. 그녀 곁에는 아무도 없다. 그녀는 고독하다.베라는 생계형 스파이다. 애초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월세 내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열악한 경제 사정 탓이 컸다. 그녀가 하는 일은 도청을 하고 대화를 글로 옮겨 적는 등의, 위험도는 낮지만 때로는 지루하기까지 한 기술직 업무가 대부분이다. 저자인 로잘리 크넥트는 이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각인된 전형적인 여성 스파이의 이미지를 깨뜨리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섹시하게 포장된 스파이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그저 자기 일을 하는 평범한 직업인으로서의 스파이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이다. 책이나 영화에서 늘 화려한 주인공들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무대 뒤의 평범한 사람들. 이 책의 주인공인 베라가 바로 그렇다. 베라 켈리는 총보다는 전자 기기를 잘 다루고 첩보 활동의 최전선에서 적과 두뇌 싸움을 하기보다는 대학가의 허름한 바에서 대학생들과 어울리는 척하며 정보를 알아내는 쪽이다. 탁월한 미모의 소유자는 아닐지 몰라도 마음만 먹으면 매력적이 될 수 있고 사리 판단이 빠르며 때로는 교활하기까지 하다. 혈혈단신이라 잃을 것도 없다. 자기 자신밖에는. 슈퍼히어로급 주인공과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는 독자들은 어쩌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기캐’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이 책이 스파이 스릴러로서 선사하는 현실적인 긴장감과 서스펜스는 상당하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클라이맥스로 우리를 데려간다. 스파이 소설을 퀴어화시키다!서정과 통찰이 빛나는 퀴어 성장 소설베라 켈리는 성 소수자이다. 그녀는 열여섯 살 때 자신의 절친한 친구 조앤에 대한 감정을 깨닫고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50, 60년대는 동성애가 금기시되던 때이다. ‘풍기 단속반’이 활동하며 뉴욕의 게이 바들을 불시 단속하던 시절. 『베라 켈리는 누구인가?』는 이런 억압적인 시대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며 살았던 한 여자의 성장기이기도 하다.‘왜 주인공이 퀴어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로잘리 크넥트는 이렇게 말한다. 스파이가 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하다가 주인공이 레즈비언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이다. 그 세대의 대다수 평범한 중산층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삶을 택했지만, 베라 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삶이 허락되지 않거나 본인이 관심을 갖지 않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 속에서 베라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꽁꽁 숨기며 살았는데, 그런 비밀스러움과 위장은 스파이의 자격 요건과 절묘하게 일치한다. 물론 그 당시는 CIA가 동성애자를 고용하지 않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스파이란 것도, 레즈비언이란 것도 들키지 않기 위해 늘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면서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를 회피한다. 『베라 켈리는 누구인가?』는 그런 베라가 어떻게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딜라일라북스에 대하여딜라일라는 삼손을 파멸로 몰고 간 구약성서 속 인물 델릴라의 영어식 이름입니다. 1960년대 말 가수 톰 존스가 부른 팝송 ‘딜라일라’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요부의 대명사이자 배신의 아이콘으로 거듭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딜라일라북스는 \'딜라일라\'라는 이름에 내포된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거두고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자는 의미에서 여성 작가와 여성주의 책들을 전문적으로 출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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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티아 (커버이미지)
    [문학]베르티아
    • 해도연 지음
    • 안전가옥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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