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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장석주 지음
- 출판사마음서재
- 출판일2018-03-04
- 등록일2018-09-21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32 M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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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랑과 우애의 산문, 시와 철학에 관한 변론,
풍경과 환대에 관한 시”
그의 문장은 입안에 오래도록 머금고 꼭꼭 씹어 먹고 싶다. 한 단어, 한 문장 그냥 쓰인 것이 없다. 원숙한 감성과 직관, 그리고 통찰이 사금처럼 반짝이는 문장이라니!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인문학 저술가인 장석주 작가가 한 권의 산문집을 출간했다.
그의 산문집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는 관조와 사유로 빚어낼 수 있는 산문의 절정을 보여준다. 무수한 실패와 혼돈과 시행착오를 딛고 일어서지 않았다면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을까 싶게 원숙함이 빛나는 산문집이다.
이 책은 ‘당신’에게 보내는 35편의 편지를 담고 있다. 그 ‘당신’은 작가가 사랑한, 혹은 사랑할 뻔한 당신들, 어쩌면 책이 읽는 당신일 수도 있다. 남반구의 겨울에서 북반구의 겨울 끝자락에 이를 때까지, ‘당신’의 안부를 염려하는 그의 목소리는 다정하다.
장석주 작가는 북반구에 태양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던 초여름, 아내와 함께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남반구로 떠났다. 먼 곳으로 갔지만 최종 도착지는 바로 그 자신. 작가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고독을 애써 겪으며 풍경과 시간, 그리고 씁쓸하고 달콤한 멜랑콜리의 찰나들을 마주한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이국적인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존재의 존재함’에 대해 숙고한다. 그리고 자기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흑염소처럼 울부짖던 그에게 가만히 날아와 앉은 ‘당신’, 그 사랑에 대해서 담담하게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것은 “사랑과 우애의 산문, 시와 철학에 관한 변론, 풍경과 환대에 관한 시”이다.
살며 사랑하다 죽는 인생,
숨결을 갖고 사는 동안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작가가 남반구에서 마주한 것은 블루마운틴의 장대한 숲과 오클랜드의 거친 바다, 도서관과 시장, 헌책방에서 찾은 화집, 황혼의 멜랑콜리 같은 것들이다. 그는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에서 ‘부시 워킹’을 하며 자연과 교감한다. 광대한 숲에서 고요와 숭고를 받아들이고, 어린 유칼립투스 나무의 굳건한 실존에서 영원의 그림자를 엿본다. 또 오클랜드 해안에서 《모비 딕》의 주인공 이슈마엘을 떠올린다.
산책길에서 문득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듯, 작가는 살아온 날들을 겸허하게 돌아본다. 무수한 실패와 혼돈과 시행착오를 다 겪어낸 사람으로서 상처는 아물고 눈은 지혜로 깊어졌다. 그래서 나직하지만 단단한 그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는 세계를 다 움켜쥘 듯 욕심을 부렸으나 결국 헛된 갈망이라는 걸 알았지요. 숨결을 갖고 사는 동안 배운 것은 평원 위로 뜨는 달의 고결함, 뱀이 꿈틀거릴 수 있는 권리, 말없이 많은 말을 하는 키스, 초연하고 순결한 4월의 비, 영원 속을 지나가는 여름…… 정도겠지요.” (p.213)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것, 자연 앞에 선 인간이라는 존재, 침묵과 고독, 먹고 마시는 것, 젊은 날의 불안, 빛나거나 치졸했던 연애의 날들, 몰입한다는 것, 글을 쓰는 자세, 능동적인 휴식, 가슴 뛰는 삶, 식물들의 용기와 지혜…….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풍경과 사물에서 작가는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인생의 단면을 읽어낸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인생의 작은 기쁨들을 유예하지 않고, 희망에 기대어 인생을 기망하지 않으며, 가슴 뛰는 일에 열정을 쏟는다는 작가의 깨달음을 통해서 삶의 자세를 생각해보게 된다.
인생의 불확실함과 혼돈에 맞서는 이들에게
지금을 살아갈 힘을 주는 문장
소문난 다독가답게 작가는 어디에서도 책을 내려놓지 않는다. “굶주린 개가 텅 빈 밥그릇을 알뜰하게 핥듯이” 책을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데이비드 소로의 일기와 철학자의 글, 릴케와 김소월, 서정주, 김용택 등의 시를 책에 불러들인다. 그 문장들 위에 흐르는 작가의 사유가 독자의 감성을 깨우고 사고의 틀을 넓힌다.
책에는 김영 선생과 장석주 작가가 찍은 남반구의 풍경 사진을 함께 실었다. 밑줄 치고 싶은 문장과 인상적인 풍경의 한 찰나가 어우러져 독자를 사색의 공간으로 이끈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거쳐 파주 교하의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작가의 산책길에 느긋하게 동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의 옆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채로 걷고, 말없이 풍경을 바라보고, 그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는 느낌이다. 인생의 불확실함과 혼돈에 맞서는 이들에게 작가는 “걱정 말아요 당신” 하며 따뜻한 위로를 보낸다.
“생명을 가진 유기체의 살아냄은 태반이 기다림으로 이루어집니다. 기다림은 침묵과 혼돈을 견디는 시련의 시간이지요. (…) 당신, 잊지 말아요. 생명은 춤추는 별이 그러하듯이 불가능한 필연으로써 꿋꿋하게 제 앞의 불확실함을, 제 안의 혼돈을 견디며 살아남음의 영광을 취한다는 것을. 삶의 광휘는 오직 혼돈을 견딘 결과로써 눈부십니다.” (p.221-222)
만약 당신이 연애에 자주 실패한다면, 하는 일이 시들해 자주 하품을 한다면, 시답잖은 인간관계에 둘러싸여 있다면, 과식과 과음에 기대어 권태를 벗어나려고 애쓴다면, 이 산문집을 펼쳐보면 좋겠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봄볕 같은 안식과 평온을 불러들여 영혼을 고양시키고 생기발랄함으로 채워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펼쳐드는 어느 봄날이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한 찰나로 기억될 것이다.
저자소개
시인, 문장노동자, 산책자. 시립도서관 참고열람실에서 습작을 하다가 시와 비평에 입문한 지 마흔 해째다. 니체와 바슐라르, 콜린 윌슨, 카뮈와 사르트르, 발터 베냐민과 롤랑 바르트, 미셸 푸코와 질 들뢰즈 등을 읽으며 전업작가의 꿈을 키워왔다. 출판편집자, 대학 강의, 방송진행자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항상 읽고 쓰며 산책자로 사는 이 우연의 생을 기꺼워한다. 오늘도 자유롭게 읽고 쓰며 가난한 사유 속에서 문장 몇 개를 건지려고 책상 앞에 앉는다. 이제껏 누구도 쓰지 않은 한 구절을 꿈꾸며!그동안 제법 많은 책을 냈는데 그중에서도 『풍경의 탄생』, 『일상의 인문학』, 『일요일의 인문학』, 『마흔의 서재』, 『은유의 힘』, 『이상과 모던뽀이들』, 『철학자의 사물들』, 『동물원과 유토피아』,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내가 읽은 것이 곧 나의 우주다』, 『나는 문학이다』 등이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목차
서문 _ 잘 있어요, 당신
당신도 떠나보세요
길에서 길을 잃어보세요
자두길을 따라 걸은 것은 아니지만
황혼과 밤
부시 워킹
나무는 동물들이 꾸는 꿈
우리에게 보습 대일 땅이 있다면
연애의 날들
메가롱 밸리에서
여름의 느낌
당신이라는 첫 모란
자두나무 한 그루 없이
도서관과 정신병원
당신이라는 명자나무
나무의 존재함에 대하여
희망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내 스무 살의 바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
오래된 연애
모든 여름과 연애에는 끝이 있다
글을 쓰는 자세
이방인에 대하여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
우리는 포경선을 탄 고래잡이들
몰입한다는 것
가끔은 빈둥거려보세요
나의 종달새에게
먹고 마신다는 행위
몸은 리듬들의 꾸러미
가슴 뛰는 삶을 사세요
추억이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
내 인생의 첫 가을
추위가 매워야 봄꽃이 화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