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상세보기

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 - 쌓여가는 시간에 자존을 더하는 황혼의 인문학 (커버이미지)
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 - 쌓여가는 시간에 자존을 더하는 황혼의 인문학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박홍순 지음 
  • 출판사웨일북 
  • 출판일2018-04-12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생의 저물녘, 마침내 휘둘리지 않는 존재가 되다!
노년을 사유하고, 기대하고, 맞이하는 법

살아보지 않은 나이도 살아볼 만하다
남은 삶을 바라보는 웅숭깊은 시선들


“노년이 이전 삶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패러디가 되지 않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드는 목표를 계속해서 추구하는 것입니다.”
_시몬 드 보부아르
“죽음을 무시할 수 있는 까닭에 노인은 젊은이보다 더 대담하고 용감해지네. (…) 대체 무얼 믿고 자기에게 그토록 대담하게 반대하느냐고 참주가 묻자 솔론은 ‘노년을 믿고’라고 대답했다고 하네.”
_ 키케로
“여든아홉 살도 그렇게 나쁘지 않네요.”
_헬렌 니어링을 만난 소녀가 종이에 크레용으로 남긴 말

나이는 한 살씩 먹는데, 노년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한 번 핀 꽃은 언젠가 시들고, 아침이 밝으면 밤이 기다린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어쩐지 노년이란 ‘인간’의 운명일 뿐 ‘나’의 운명 같지는 않다. 이 책은 미술과 소설 작품, 사회학적 이론을 넘나들며 아직 살아보지 않은 그 시간을 생생하게 비춘다. 독자는 두려움과 슬픔의 안갯속을 지나, 어느 순간 ‘살아볼 만한 삶’을 위해 겁 없이 나아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노년이 불쑥, 어깨를 붙들어도 놀라지 않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시간을 위하여
젊음보다 치열한 노년이라는 문제


톨스토이는 《인생론》에서 “자기 생존의 무의미함과 비참함을 느끼지 않고서는 계속 살아나갈 수 없는 때가 머지않아 닥쳐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년에 접어든 인간이 일반적으로 겪는 심적 고통을 거론한 내용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노인들에게는 톨스토이의 고민이 한가해 보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노인으로 사는 일은 정신적 결핍감 이전에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신적 갈등까지 이중으로 더해져, 노년은 괴롭고 외로운 시기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미술 작품을 통해 철학적.사회적 영역으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해온 저자 박홍순은 이 책에서도 이중섭, 박수근을 비롯한 유수의 한국 화가들과 고야, 렘브란트, 고흐 등 친숙한 외국 화가들의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사유의 출발을 알린다. 박수근 작가 특유의, 화강암에 새겨놓은 듯한 그림의 질감에 퇴락한 노인의 신세를 투영하고, 이를 또다시 최인호의 소설에 나오는 ‘고궁에 돌처럼 버려진 노인’과 연결한다. 익숙한 고전을 비롯해 현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소설가들이 주인공으로 다룬 노인의 모습은, 언젠가 들었거나 만났던 제삼자가 아니라 나 자신의 미래를 비추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이미지와 언어를 통해 구체화된 노년의 삶은 혹독할 만큼 현실적이지만 저자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래서 남은 삶을 어찌할 것인가.’

지금 그 자리로부터, 의미 있는 여정을 이어가도록

한국에서 노인을 둘러싼 논의는 부양 문제에 초점을 맞추거나 통계적 차원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경제적 영역의 중요성이 아무리 거대하더라도, 노인 문제 전체일 수는 없다. 노인 한 명의 삶에, 각 영역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엉키고 뒤섞여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노년의 삶을 총체적으로 다루기 위해 현실적으로 맞닥뜨리는 빈곤과 역할 갈등으로부터, 톨스토이가 주목한 생존의 무의미와 비참함이라는 영혼의 문제까지 폭넓게 접근한다.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와 노인이 소외되는 문화 속에서, 그렇다면 개인은 ‘나이 든 자신’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시공을 떠나 본질적으로 냉혹한 노년이라는 시간 속에서도 치열한 성찰을 멈추지 않았던 보부아르와 마르쿠제, 니어링 부부 등을 통해, 자존을 지키며 의미 있는 여정을 이어가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과격한 세대 단절을 극복하고 젊은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죽음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란 무엇인지, 살아온 세월만큼 풍요로운 상상력을 어떤 방식으로 남은 삶에 동원할 수 있을지,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길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지난 수십 년간 뒤돌아볼 틈 없이 달려온 한국사회의 척박한 인문학적 토양에 갈증을 느껴,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을 인문학으로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인문학이 생생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화석으로 굳어진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일상의 사건과 삶에 밀착시키는 방향으로 작업을 해왔다. 또한 한국사회를 차근차근 바꾸기 위한 교양을 찾아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함께하는 작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젊은 시절의 연구와 실천활동에서 얻은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지금의 시대와 세대에 맞게 세상을 바꾸는 지식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중이다.

《미술관 옆 인문학》(1, 2권), 《사유와 매혹》(1, 2권),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헌법의 발견》, 《생각의 미술관》, 《일인분 인문학》, 《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 등의 책을 썼다.

목차

저자의 말
나이 든 채로 살기에도 괜찮은 미래를 위하여

1부 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

의미를 잃었다는 낯선 느낌
- 퇴장을 요구받는 사람
- 지혜를 전달했던 사람
- 너무 과격한 세대 단절
- 노년이 과거에 대한 패러디가 되지 않으려면

지나간 젊음은 과연 무엇이었나
- 젊음, 부럽거나 그립거나
- 불행이 노년의 탓인가
- 늙음은 낡음이 아니다
- 나이가 권위를 보장하는가

일이 있어도, 없어도 고달픈 노년
- 폐지 줍는 노인들
- 정말로 즐거워서 일하는가
- 삶을 이완할 권리

옛날과는 조금 다른 불안
- 불안은 노년을 잠식한다
- 노인이 불안하고 우울한 이유
- 불안은 생생한 삶의 증거

2부 나이 든 채로 죽는다는 것

내일이 반드시 온다는 착각
- 죽음을 겪어본 사람은 없다
-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충고
- 죽음은 ‘인간’의 것이지, ‘나’의 것은 아니다?

자살, 그 두려운 유혹
- 새장 밖에도 숲이 없을 때
- 불행한 노인들의 나라
- 자살에 이끌리기 쉬운 곳

죽음에 귀 기울이면, 삶이 들린다
- 바다에 패배한 노인의 평화
- 영원할 수 없기에 삶은 신선하다
- “여든아홉 살도 그렇게 나쁘지 않네요”

3부 나이 든 채로 사랑한다는 것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
- 우리 사랑은 주황빛
- 이별에도 나이가 없다
- 몸은 쪼그라들었어도 사랑만은

정욕의 아름다움을 비로소 알다
- 아직 생생하고 더운 피
- 누가 노인의 성을 추하다 말하는가
- 격렬하지 않아도 즐거운 사랑

‘에로스’라는 노년의 보석
- 성의 에너지는 생의 에너지
- 마주 보지 않는 부부
- 살아온 세월만큼 풍요로운 상상력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