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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생 꽃밭 -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 (커버이미지)
최인호의 인생 꽃밭 -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최인호 지음 
  • 출판사열림원 
  • 출판일202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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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
“인생은 아름답다고 죽도록 말해주고 싶어요”


소설가 최인호의 10주기를 기리며 에세이 『최인호의 인생 꽃밭』 추모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영화화된 소설가이자, 1970~1980년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해온 최인호는 한국 현대문학의 축복 같은 존재였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작가’, 그리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라는 수식어가 늘 그를 따라다녔다.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 『상도』 『불새』 등은 드라마화되었고, 『겨울나그네』 『고래사냥』은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으며,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한 그의 작품들은 시대적 아픔을 희극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2007년 최인호 소설가가 생전에 출간한 에세이집 『꽃밭』을 소설가 타계 10주기를 맞아 재출간한 『최인호의 인생 꽃밭』은, 에세이 형식의 글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연작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는 “짧은 소설집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작가가 ‘책머리에’에서 밝힌 “소설을 헤일 수 없이 많은 작품을 펴내었어도 막상 수필이나 단상을 모아 책을 내는 일은 드문 일”이었다는 출간에 대한 소회를 읽다 보면, 어느덧 10주기가 되어 다시 찾아온 그의 글이 더욱 그립고 간절해진다.
책에는 용서와 화합, 현재에 머물지 않는 영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천재 작가로, 최고의 인기 작가로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살아오는 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감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생 육십, 나의 소중한 금생今生
“따지고 보면 우리들의 인생이란
신이 내려준 정원에 심은 찬란한 꽃들이 아니겠는가”


작가가 육십 너머 문득문득 느끼는 감정 중의 하나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육십이 넘도록 살아왔다면 인생에 대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남들처럼 학교도 다니고, 결혼도 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웬만한 음식은 다 먹어보았고, 안 가본 데가 없고, 신문에도 많이 나왔지만,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면 “어제까지 살아왔던 인생의 방법을 모두 잊어버린 사람처럼 어리둥절해지고 당황할 때가 많이” 있다. 수천 그릇은 먹었을 자장면을 먹을 때만 해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맛을 경험하는 것 같고, 수염을 깎다 어떻게 깎는지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기도 한다. 급기야 작가는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단 말인가. 수염을 깎는 매우 사소한 일상사마저도 나는 제대로 그 방법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 떠밀리듯 살아왔음이 아닐 것인가” 하고 탄식한다. 그리고 어쩌다 밤에 깨어나면 “애벌레처럼 우주의 낯선 별에서 혼자 잠든 어린왕자와 같은 고독감을” 느낀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느낌, “전생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금생에 살고 있다”는 느낌으로 작가는 자신의 꽃밭을 차근차근 일군다.

한 송이 꽃과 같은 나의 소중한 마님
“아내의 말은 진리의 구경이다”


작가에게 아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내는 손님이기도 하고, 어머니이기도 하며, “평화를 짜는 사람”이기도 하다. “무례하고 불친절한 사람과 상대할 때에는 놀랍게도 더욱 친절해지고, 공손해지며, 더더욱 상냥해지”는 아내는 항상 작가에게 이렇게 소리치고 있다. “잘난 체하지 마라. 남의 칭찬을 너무 사실대로 받아들이지 마라. 인간임을 잊지 마라. 지금 꽃을 던지는 저 사람들이 언젠가는 돌을 던질지 모르는 일이다.” 작가는 아내의 잔소리가 “침을 놓는 것과 같다”고 고백한다. 아내는 작가의 “정신과 육체의 급소를 기가 막히게 알고 있다”.

“아내는 언제 그 급소에 침을 놓아야 하는지 타이밍까지도 알고 있다. 아내가 침을 놓으면 처음에는 통증이 있고 화도 나지만 그 고통 속에서 나는 치유된다. 아내의 침을 통해 굽었던 마음이 펴지고, 불구와 같은 마음이 꼿꼿해짐을 느낀다. 아내의 침이 없다면 나는 무감각의 식물인간으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른다. 때로 아내는 내 정수리에까지 침을 놓는다. 이른바 정문일침이다. 그럴 때 나는 펄펄 뛰지만 시간이 흐르면 아내의 일침이 옳았음을 깨닫는다. (…) 침을 놓을 때라도 제발 아프지 않게 살살 놓아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아이고, 사람 살려. 마님.”

그런 아내의 영향으로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평화의 강이 흐르게 하는 유일한 수단을 뒤늦게 깨닫는다. 아내의 말은 그야말로 “진리의 구경”이다. 작가는 이제 조그만 일에 분개하기보다 조그만 일에도 나 스스로 친절하고 겸손하고 더욱더 작아져 모래처럼 적은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바람과 먼지와 풀처럼 정말 얼마큼 적은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이 바로 영원永遠이다!
“내 작은 인사가 모든 사람에게 전염이 되기를”


작가가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많다. 청년 작가로, 청춘의 열정을 간직한 작가이기에 젊은이들에 대한 기대와 애정은 여느 작가들과 다르다. “내가 쓰는 글과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들과 더불어 사는 내 인생도 먼 영원의 눈에서 살펴보면 낯선 행성에서의 빛이 어우러진 잔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젊은이들에게 “지나치게 현실적인 계산과 현세적인 쾌락에 의해서 노트르담 사원 종탑에 갇힌 카지모도처럼 꼽추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문한다. 그리고 “영원으로 가라”고.

『최인호의 인생 꽃밭』은, 한여름의 태양처럼 우리의 정신과 육체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절망과 우울, 슬픔과 소외의 곰팡이를 말끔하게 청소해내” 우리를 “더더욱 찬란”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피어나게 한다.

저자소개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3년에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했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는 1970~80년대 한국문학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농업과 공업, 근대와 현대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시기의 왜곡된 삶을 조명한 그의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청년 문학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했다.
소설집으로 『타인의 방』, 『술꾼』, 『개미의 탑』, 『견습환자』 등이 있으며, 『길 없는 길』, 『도시의 사냥꾼』, 『잃어버린 왕국』, 『상도』, 『내 마음의 풍차』, 『불새』, 『제4의 제국』,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등의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수필집으로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의 인생』 등이 있다. 작고 이후 유고집 『눈물』, 1주기 추모집 『나의 딸의 딸』, 법정스님과의 대담집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문학적 자서전이자 최인호 문학의 풋풋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작품집 『나는 나를 기억한다 1, 2』, 세 번째 유고집 『누가 천재를 죽였는가』, 네 번째의 유고집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와 5주기 추모작 『고래사냥』이 재간행되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불교출판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3년 ‘아름다운 예술인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목차

책머리에



나의 소중한 금생今生

꽃반지 끼고

물에 관한 명상

오, 나의 태양!

물도 선물이 될 수 있다

나는 왜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마음성형

누나, 사랑합니다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무심의 즐거움

인사 전도사

평화를 짜는 사람

자기 앞의 생

아내의 손짓

유리동물원

아내의 충고

세 번 이상 물어라

견우와 직녀

오늘이 바로 영원永遠이다

나쁜 식습관

가장 순수한 우정

잘 가라, 게리 쿠퍼

친절의 목적

저는 전부 당신의 것입니다

깃발 없는 기수 정진석 추기경

모든 껍데기는 가라

한강은 흐른다

전람회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을 보고

난사람과 된사람

사랑의 매인가, 증오의 매인가

소설가의 마지막 희망

달콤한 심장의 최정희 선생님

서재를 정리하며

YES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예술가인가, 문화권력자인가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도족의 행복

신부

선생님, 감사합니다

창세기의 아침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