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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표류기 - 집 안엔 주방이라는 섬이 있다 (커버이미지)
주방 표류기 - 집 안엔 주방이라는 섬이 있다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배현혜 지음 
  • 출판사마누스 
  • 출판일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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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 주방 ‘살림’에 강박을 갖지 말아요.
글에는 ‘낯섦’과 ‘익숙함’의 절묘한 배합이 필요하다. 이 둘의 황금 비율을 찾아냈을 때, ‘글 맛집’이라고 불릴 수 있을 거다. 『주방 표류기』가 그렇다. 그야말로 글 맛집이다. ‘주방’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끌어와 신선하고 색다른 분위기를 뿜어낸다.

어릴 때부터 주방에서 일하는 이의 모습을 보아온 우리는 자연스럽게 주방이라는 공간이 주는 ‘고됨’과 ‘찌듦’의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관습적으로 당연히 주방에 있어야 한다고 정해져 있던 이들이 그곳을 잠시 버려두고 직장으로 나갔을 때의 죄책감도 보아왔을 것이다. ‘주방’이라는 공간이 주는 이미지는 우리의 엄마, 할머니의 삶을 접하며 형성된 것이 대부분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여성들에게 ‘주방’은 희생과 헌신의 공간이자, 끊임없는 노동의 공간이었다. 그곳에 들어가면 ‘나’는 없어지고 오로지 ‘가족’만 남게 된다. 그래서 저자도 자신의 생일 선물로 가족들을 위해 ‘인스턴스 팟’이라는 조리 도구를 샀다. 매우 익숙한 희생이다. 그러면서도 다음 생일부터는 꼭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고르겠다고 다짐한다. 매우 낯선 ‘바람’이다.

『주방 표류기』는 그래서 익숙하지만 낯설고, 낯설지만 익숙하다.

저자는 사회가 부여해 온 주부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면서도 조금씩 삐딱선(?)을 탄다. 그 삐딱한 시선이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진중하게, 때로는 사랑스럽게 드러나며 독특하고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시원한 혼잣말로 아줌마들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고, 예쁜 그릇을 모으며 소녀들의 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밤을 삶다가 스테인리스 냄비를 태워 먹으며 지나간 젊은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고, 설거지를 하다가 엄마의, 할머니의 삶을 위로하기도 한다.

‘주방’이라는 공간에서 생겨난 이야기들은 생동감이 넘치고, 솔직하게 써 내려간 문장들은 명랑하고 유쾌하다. 낯섦과 익숙함을 잘 섞어 ‘주방’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와 재미’를 선사하는 글을 읽고 또 읽을 수 있음에 즐거웠다.

편집 기간 중에 원고를 읽고 나면, 주방에 가서 싱크대를 괜히 한 번 쓱 닦아보는 버릇이 생겼었다. 그러면 문득, ‘주방’이라는 ‘섬’에서 표류하면서도 예쁜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에어팟으로 음악을 듣고, 한 손에는 책을 펼쳐 든 채 발을 까딱이는 저자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아 빙긋 웃음이 났다. 저자가 표류하는 섬으로 되돌아가 황금 비율로 섞인 이야기와 문장들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졌다.

때로는 혼자만의 작업실로 때로는 커뮤니케이션 허브로
주방의 하이브리드 활용법

주방의 주된 기능은 주로 ‘먹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주방은 점점 그 기능과 모습이 융합되고 있다. 저자의 주방도 작업실, 가족들의 정상회담실, 이웃과의 다과실, 심야 식당 등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 속에서 저자는 주부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더욱 견고하게 다져나가고자 한다. ‘주방’이라는 외딴섬에 갇혀 마냥 순응하지 않고, 그곳에서 자신만의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 나간다.

저자소개

360도 파노라마로 하늘을 즐길 수 있는 소도시 어딘가에서 대단할 것 없는 일상의 나를 깨작깨작 쓰고 있습니다. 이과를 전공하고 예체능으로 유학한 후 문과적인 일을 하고 있어 일관성 없다는 소리는 듣지만, 편견 없는 일생을 보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살림 ‘잘알못’ 나일롱 주부가 주방에서 표류하며 얻은 곁다리 이야기들을 쓰며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분야의 곁다리 이야기들을 쓰게 될 것이고, 그게 적성에 맞다는 것을요.

목차

프롤로그 : 설거지를 시작하며



Part 1. 너는 어떻게 우리 집에 왔니?

-그녀의 마음 : 네스프레스 시티즈 룽고 잔

-미니멀라이프 최대 장애물 : 사은품 컵과 굿즈 개미지옥

-그들만의 리그 : 컷코

-외로웠다 : 스타우브 베이비웍

-내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 밀폐형 반찬통

-찬란했던 빈곤의 시간 1 : 바닥 3중 스테인리스 냄비

-찬란했던 빈곤의 시간 2 : 해리포터 버터 비어잔

-내 인생 첫 사치품 : 빌레로이앤보흐 디자인 나이프

-편의점 한정판에는 진심인 편 : 빨강머리 앤 접시

-가족의 탄생과 접시 : 로얄코펜하겐 이어 플레이트

-귀하신 몸 : 노리다케 로얄 오차드

-만남의 광장 : 8인용 식탁



Part 2. 설거지는 싫어합니다만

-실크 블라우스보다 커피잔

-오늘도 벽보고 벌서기

-식기 세척기의 배신

-식탁에서 누리는 아침과 밤

-설거지 백배 즐기기

-젊어 게으른 년, 늙어 보약보다 낫다

-주방에서 이탈리아를 꿈꾸는 방법

-설거지와 거리 두기

-크리스마스 고오급 문화

-주방 장비발도 가족의 몫

-뜨거운 안녕을 위한 준비

-쓰레기 임시 보관소



Part 3. 주방에서 너와 나, 우리

-돌아서면 또 컵 하나

-출렁임은 컵 안에서만

-알겠어! 잠시만

-설거지하는 남편의 등

-한정판 DNA

-손에 물 묻히기 싫었던 아이

-티스푼 달궈봤니?

-어서 와! 제빵은 처음이지?

-나도 제일 좋은 걸로

-금쪽이에게 건네는 사과의 커피

-식탁 밑 내 밥친구

-고양이의 사생활

-타인의 주방

-우리 집 심야 식당



에필로그 : 설거지를 마치며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