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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 (커버이미지)
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출판사뮤진트리 
  • 출판일202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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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콜레트의 네 가지 신화를 만나는 시간.

“내가 찾는 건 사랑이야, 어떤 사랑도 괜찮아, 세상 사람 모두가 하는 사랑, 하지만 진짜여야 해.”(I, 743)

인문학자 앙투안 콩파뇽은 라디오 방송 <프랑스 엥테르>에서 여름 동안, 주중 매일 몇 분씩, 위대한 작가들의 삶과 작품에 관해 얘기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그렇게 하여 그가 개시한 몽테뉴를 필두로, 보들레르·파스칼·빅토르 위고·호메로스·랭보 등 위대한 작가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 방송 내용을 책으로 펴낸 이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는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만 85만 부가 판매되고 75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현재 프랑스 고등학교의 문학 교재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깊이 있고 다채로운 스케치 덕택에, <~와 함께하는 여름>은 이제 연례행사가 되어, 해마다 많은 독자가 위대한 작가들을 라디오 방송으로 뒤이어 책으로 만나기를 고대하는 이 시리즈를 국내에서는 뮤진트리가 매년 여름 소개하고 있다.

네 가지 신화를 만든 작가, 콜레트

콜레트 탄생 150년을 맞이하여 콩파뇽은 《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의 첫 장을 ‘왜 콜레트인가’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왜 콜레트인가. 그 질문은 “콜레트가 왜 위대한 작가인가”라는 의미로 읽힌다.
“위대한 작가란 신화들을 창조하고, 우리의 신화를 혁신하는 작가이기도 하다”라고 정의하는 콩파뇽은, 그런 기준에서, 콜레트를 네 가지 신화를 만든 작가로 드높인다. 한두 개 신화도 만들기 어려운데 네 개나 되는 신화라니, 도대체 무엇일까. 그녀의 초기 장편 소설의 여주인공 클로딘Claudine의 신화, 그녀의 주요 등장인물이 된 시도Sido의 신화, 1958년 빈센트 미넬리가 감독한 영화에서 레슬리 카론이 열연하여 잊을 수 없는 인물이 된 지지Gigi의 신화에, 신성한 괴물 같은 위대한 국민 작가 콜레트 자체의 신화를 더해서다. 신화의 주체가 모두 여성이고, 주목할 만한 네 여성이다.

콜레트는 20대에 이미 파리를 뒤흔든 히트작을 써낸 작가였음에도 평생 수많은 직업을 거치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재창조해나가는 삶을 살았다. 그녀는 머리로 생각해내는 것보다는 몸으로 직접 부딪치고 자신의 온 감각으로 느낀 것들을 더 중시했다. 콜레트에게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꾸며낸 허구로서의 문학 작품이 거의 없으며, 그녀의 모든 작품과 글들은 그녀의 삶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모든 위대한 작가에게 그렇듯이, 콜레트에게도 문학과 삶은 불가분의 관계였다.
콜레트의 작품 세계를 연구하여 논문을 쓴 작가 르 클레지오는 “콜레트는 곧 삶이다. 문학이라는 것을 막 알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숙제 때문이 아니라 글이 재미있어서 읽기 시작했을 때, 그렇게, 어느 날, 우연히, 콜레트의 작품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더는 그를 잊을 수 없게 된다”라고 말하며, 콜레트를 “이 세상에 하나뿐인 질료의 작가”라고 예찬했다. 프랑스의 학생들이 그녀의 작품으로 프랑스어를 익혔다는 작가, 프랑스어 자체를 그녀 이전과 이후로 바꿔버린 작가. 이 매력적인 작가를 함축적이고 간결한 필치로 담아낸 콩파뇽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에게 문학은 픽션fiction이 아니라 팩션Autofiction임”을 수긍하게 된다.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던 대작가

콜레트는 “나는 이름 없이 뒷구멍으로 문학에 입문했다. 내가 이름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일한 그 수년의 세월은 내게 겸손을 가르쳐 주었다”고 고백하지만, 문학 이력을 쌓아가는 동안, 콜레트는 작가라는 직업은 자기 취향이 아니고 자신을 문학을 불신한다고 강조해 마지않았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지겨운 숙제”를 하듯 썼던 데뷔 초기의 ‘고통’ 때문이었을까. 심지어 유명 언론사에서 문학 담당 위원으로 일할 때 조르주 심농을 발견하고선 그에게 글이 너무 문학적이라며 문학을 모조리 없애버리라고 조언했다니, 신화를 네 개나 만들어낸 위대한 작가의 이 태도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녀가 남편의 이름으로도 아니고 남편의 성을 붙인 풀네임으로도 아닌, 오로지 자신의 성을 딴 ‘콜레트’라는 필명으로 첫 책 《청맥》을 발표한 건 그녀 나이 오십 세 때였다.
콜레트는 어쩌다 글을 쓰게 되었는가? 콜레트의 얘기에 의하면, 인생의 목표도 가늠하지 못한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 그녀는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어 심한 우울증에 빠졌고, 남편인 윌리가 그녀의 관심을 돌리고자 글을 써보라고 권유한 것이 그 계기였다. 당시 일종의 ‘대필 작업실’을 운영하던 남편은 콜레트의 글을 틈틈이 훑어보며 조언을 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콜레트는 남편의 지침에 따라 착한 학생처럼 글을 쓰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클로딘의 학교생활》이었고, 이 첫 책이 큰 성공을 거두자 윌리는 계속 자신의 명의로 콜레트의 작품을 생산해낸다.
그렇게 작업실에 꼼짝없이 틀어박혀 원고를 생산해내는 일이 고통스럽다 보니 문학을 좋아하기에는 그에 들이는 노력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글을 썼기에 문학이라는 폼의 냄새 자체가 싫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그녀는 환상 속에서 허구를 짜내는 작가이기를 거부하고 온몸으로 세상 속에 뛰어들었고, 그리하여 삶과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일체화된 ‘팩션’이라는 새로운 문학 형식의 발명자가 되었으니, 앙드레 지드의 표현대로 “지나치다 싶을 만큼 맛깔나는 언어”로 쓴 콜레트 문학의 다채로움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반反문학’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직업을 경험하며
“인간의 얼굴이라는 거대한 풍경을 아주 많이 바라본‘ 작가

스캔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 삶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독립을 보장받기 위해 세간의 이목을 무시하고 여러 직업을 가졌다. 두 번의 전쟁을 겪은 그녀는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더욱 애를 써야 했다. 하지만 다양한 직업에서의 경험은 작가로서의 그녀의 일에 풍부한 밑거름이 되었다.
1906년에 무언극에 처음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그녀는 여러 해 동안 뮤직홀 예술가로 생계를 꾸린다. 콩파뇽은 그 시기 콜레트의 인기를 “콜레트의 변태적 매력과 고양이 같은 유연함과 드러낸 맨가슴은 객석을 사람들로 가득 채웠다”고 표현한다.
콜레트는 특히 무언극에 큰 애착을 지녔던 것 같다. 그 몇 년 동안 콜레트의 일상은 프랑스 전역의 여러 도시로 순회공연을 다닐 만큼 꽉 찬 일정이었는데, 그동안 그녀가 글쓰기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그녀로서는 글쓰기의 고독과 백지가 주는 고통을 액땜하기 위해서도 무대에 오를 필요가 있었다.

드러내놓고 문학을 싫어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녀는 저널리즘을 매우 좋아했다. 콩파뇽은 <신문 기자>라는 장에서, 여러 매체를 가로지르며 기자로 활약한 콜레트의 삶을 얘기한다. 1910년 말에 프랑스의 일간지 <르 마탱>에 기자로 입사한 콜레트는 기자의 시선으로뿐만 아니라 사건의 구경꾼으로 본 르포르타주를 썼고, 전쟁 중에도 후방에서 꾸준히 기사를 게재했고, 남자들의 소관이라고 여겨지던 기사의 영역에 여성들·아이들·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였다. 그렇게 50여 년간 천 편이 훨씬 넘는 기사를 썼고, 그 글들을 묶어 여러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1920년대에는 한 해에 50여 편의 희곡을 읽으며 신문에 연극평론도 기고했다.
콜레트는 그녀가 함께한 다른 사람들을 향한 관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열악한 무대 뒷면의 사람들, 불행한 여자들, 가난한 사람들에게 애정을 가졌고, 보잘것없는 많은 이들을 작품에 등장시켰다. <벌이가 변변찮은 사람들>이나 <반품된 사람들>, <굶주린 자> 같은 글들이 그 예다. 삶과 글이 뗄 수 없이 얽혀 있는 콜레트에게 삶은 곧 글의 소재이고 글은 삶을 위한 도구였다.
콩파뇽은 콜레트가 저널리즘에 새로운 스타일을 끌어들였다고 평가하는데, ‘문학적’인 것을 경멸한 콜레트였지만 그녀의 저널리즘은 독보적으로 ‘문학적’이었음이 분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콜레트가 ‘감각파’였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턱없이 부족한 말이다. (…) 콜레트에게는 땅에서 나는 모든 것에 대한 격정적 예찬이 있고 동물적인 모든 것에 대한 숭배가 있다”고 한 르 클레지오는 자신만의 최고의 수사로 콜레트를 예찬한다. “이 세상에 유일한 질료의 작가, 우리는 그런 당신을 무척 사랑한다”

오늘날 읽어도 조금도 늙지 않은 콜레트의 그 간결한 감각 덕분에, 그녀의 작품들과 삶을 한 편의 인생 드라마를 보듯 짜임새 있게 소개하는 콩파뇽의 산뜻한 스케치 덕분에, 이제 우리는 《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을 읽으며 콜레트라는 위대한 신화를 마치 놀라운 발견처럼 만나게 되었다. 몽테뉴·보들레르·파스칼·빅토르 위고·랭보·호메로스… 등과 함께한 여름들에 이어, 위대한 작가 콜레트와 함께 또 한 계절을 보내며, ‘문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저자소개

작가이자 프랑스 학술원 회원이고 콜레주 드 프랑스의 명예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현대성의 다섯 가지 역설》 《이론의 악마》 《문학 왜 하는가?》 《수사학 수업》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 《파스칼과 함께하는 여름》 등이 있다.

목차

01 왜 콜레트인가? 7

02 “클로딘의 학교생활” 13

03 “못된 윌리” 19

04 “너의 아름다운 황금빛 머리카락” 26

05 레스보스 32

06 시도 38

07 동물들 45

08 맹수 52

09 “나는 미시의 것” 58

10 뮤직홀 65

11 대장 71

12 “내가 찾는 것은 사랑이다” 78

13 야생녀 84

14 파리 90

15 파샤 96

16 신문 기자 103

17 “나는 미식가가 되고 싶다” 110

18 플로라와 포모나 117

19 영화계로 123

20 페미니스트? 130

21 젠더 137

22 출산 144

23 형제자매 151

24 팔랑스테르 157

25 베르ㅤㄷㅚㅇ 165

26 “아이와 마법” 171

27 애인들 177

28 브르타뉴에서 남프랑스로 185

29 사후死後의 복수 192

30 “소소한 삶들” 199

31 “과거의 유혹” 207

32 “우리의 위대한 말의 마법사” 214

33 나치 독일의 프랑스 점령 221

34 팔레 루아얄의 노파 228

35 “작가들의 부업” 234

36 나이 240

37 “문학 냄새가 코를 찌른다” 247

38 지지 255

39 전통 262

40 파란 종이 269



감사의 말 276

옮긴이의 말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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