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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커버이미지)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이서안 지음 
  • 출판사북레시피 
  • 출판일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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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남도의 끝자락, 그 섬에 코끼리가 살고 있다⋯⋯”
조선시대 사라진 코끼리를 찾아 섬으로 떠난 다큐멘터리 PD,
바다 절벽 아래 수몰된 수백 년 전 시간의 흔적을 그려내다!


바닷물이 빠진 꼬리 섬 밑동으로 드러난 코끼리 뼈들……
다시 물이 차오르기 전에 카메라 영상에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코끼리 울음소리는 물이 차오르는 동시에 뚝 끊어지고
불과 몇 분 만에 섬은 바닷물에 잠겨 흔적을 감쪽같이 감추었다.
역사의 시간이 바닷물에 수장되어 실체를 감추고 있었다.

쿵. 쿵. 바다 전체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같았다. 해저의 맨 깊은 곳에서부터 차 올라오는 소리, 그것은 구슬프고 처절한 애한의 소리였다. 파도를 가로지르며 소리는 점점 가깝게 들렸다. …… 바닷물은 멀찌감치 뒤로 물러나면서 섬 밑에 바닷물은 거의 없고 울퉁불퉁한 바위들만 민낯을 드러냈다. …… 코끼리의 울음은 계속되었다. 그 울음소리는 긴 시간과 아울러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었다. 마치 처절한 울음의 내막을 알아달라는 듯이. (p. 69~70)

그 섬에 코끼리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홍 PD의 제안으로 촬영감독 K와 코끼리가 있다는 남도의 섬으로 취재를 떠나는 김 PD. 남도의 작은 섬에 코끼리가 산다는 것에 의문이 생겼지만 홍 선배는 여러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굵직한 상들을 휩쓴 데다 일 처리에 정확한 사람이라 그가 준 기회를 호기라 여기고 프로그램의 절차를 생략한 채 그 섬으로 간다. 지금 맡고 있는 다큐멘터리 프로가 5년째 안정된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큐의 본질을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시청률을 끌어올릴까 하는 데 치우쳐 매너리즘에 빠져가던 참이었다. 그러나 코끼리가 있다는 섬에 코끼리는 없고, 집집마다 간직하고 있는 코끼리 목상과 노인들의 인터뷰로 촬영을 마쳐야 할 판국이다. 이 프로를 방송으로 내보내려면 코끼리를 CG로 편집해야 할지 모른다고 김 PD는 고심한다. 그 와중에 그나마 촬영한 취재 테이프가 담긴 배낭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데…….


조선시대에 사라진 코끼리가 살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남도 끝 작은 섬을 찾아간 다큐멘터리 PD. 코끼리가 아니라 수장된 코끼리 무덤을 발견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거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능숙하게 서술됐다. 신뢰와 불신 사이의 협곡으로 독자를 계속 끌고 가는 스토리텔링 기술, 『조선왕조실록』의 몇 줄로부터 유토피아의 꿈에 도달하는 박력 있는 상상, 일본군 침략으로부터 섬을 지킨 ‘독립투사’ 코끼리라는 유머 등 여러 이유에서 찬사를 받을 만하다.

- 최수철 소설가, 황종연 문학평론가

불타버린 세종대왕의 교지, 그리고 조상 대대로 이어온 코끼리 지킴이의 숙명
“코끼리를 잘 돌보아라. …… 풀이 많고 물이 좋은 곳을 찾아 반드시 살려놓아라.” (p. 50) 한 가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린 세종대왕의 교지, 섬으로 유배 간 코끼리를 따라 정 주부의 후손은 89세가 된 오늘의 정 노인에 이르기까지 조상 대대로 귀양지 섬에서 평생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1941년 세계 2차 대전 때 일본의 동남아 야욕으로 코끼리들은 섬사람들을 구하려다 모조리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남도의 작은 섬, 이제 더 이상 코끼리는 없지만 코끼리가 남긴 얘기들은 무성했다. 조선에 온 코끼리는 의도하지 않게 사람 둘을 죽였지만, 이곳에 와서 그 코끼리의 후예들은 섬사람들을 구하고 자신들은 죽었다. 은혜를 갚은 셈이었다. 교지 한 장과 코끼리 한 마리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코끼리가 이 섬마을에 미친 영향도 컸을 뿐 아니라 코끼리를 지켜온 자부심도 컸다. 섬의 바다 절벽 아래 코끼리 무덤. 신기하게도 25년마다 짧은 순간 이 꼬리 섬은 홍해가 갈라지듯 바닷물이 빠지며 밑동이 드러나고 코끼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러한 장관을 카메라에 담는다면 대단한 특종으로 최고의 다큐멘터리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수장되어야 할 역사다. 코끼리가 살아 있다고 변함없이 믿고 있는 이 작은 섬의 노인들은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장된 역사처럼 섬 전체가 수몰되지 않기 위해 섬은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섬과 코끼리에 대한 믿음은 보존되어야 했다.

바다를 향해 있는 섬의 절벽은 이상하게도 코끼리의 코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 장소에서 코끼리들이 떨어져 숨졌다고 정 노인은 말했다. 정 노인이 가리킨 손끝의 떨림에서 옅은 슬픔이 느껴졌다. 바다가 모든 비극을 쓸어가버렸다가 다시 이 섬을 향해 토해내었다. 임금의 교지를 받들어 코끼리와 이 섬에서 생애를 바친 정 주부 집안의 일대기를 섬과 바다만 알고 있었다. 수백 년의 역사에서 코끼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 시간⋯⋯ 어명을 내린 임금도 죽고 코끼리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죽었는데 자자손손 이 어명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숨죽인 시간을 살아내었다. 몇백 년의 팩트들⋯⋯ 코끼리들과 그 시대의 사람들은 없어도 어쩌면 이 바다와 섬이 수몰된 시간의 서사들을 모조리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p. 53)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과 진한 에스프레소 향을 연상시키는
여섯 가지 다채로운 이야기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집에는, 코끼리를 찾아 남도의 작은 섬으로 취재를 떠난 다큐멘터리 감독을 중심으로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1부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이외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2부에서는 베니스의 유리 공장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16년 만의 귀국길을 통해 그간 가슴에 묻어두었던 삶의 비밀이 밝혀지는 사연을 담은 「글라스 파파」에 이어, 어린 시절의 치기 어린 장난이 가져온 아픔과 슬픈 기억이 한 편의 명화처럼 펼쳐지는 「어쩌면 이제」, 진한 에스프레소 향과 함께 번져 나오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섬세하게 그려낸 「프렌치프레스」가 소개된다. 그리고 3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느 소설가의 책 속 주인공이 되어 있는 여자의 이야기 「냉동 캡슐에 잠든 남자」, 장의사였던 아버지를 회상하는 형사 이야기 「셰어하우스」, 불법 포경선을 타고 남도의 고래잡이에 나선 박 포수의 서글픈 꿈이 담긴 「고래를 찾아서」 편으로 짜여 있다.

저자소개

국민대학교 문예창작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7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과녁」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8년 목포문학상 「풍경」으로 본상을 수상했다. 202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가 당선되었고, 첫 번째 소설집으로 『밤의 연두』가 있다.

목차

I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II

글라스 파파

어쩌면 이제

프렌치프레스



III

냉동 캡슐에 잠든 남자

셰어하우스

고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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