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김종해 지음
- 출판사북레시피
- 출판일2022-11-03
- 등록일2024-02-19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15 M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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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가 된 유년 시절의 삽화에서 시인의
‘문학 요람’을 흔들어주었던 이들에 이르기까지,
문단 활동 60년 희로애락을 담은
김종해 시인의 처음이자 마지막 산문집
“시단 등단 60년—
시인으로 시만 쓰면서 시 하나에 매달려 살아온 지 60년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산문은, ‘시’와 ‘시인’으로 귀결됩니다.
제가 쓴 모든 산문은 시와 시인을 이야기하고,
시와 시인이 그 구심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날까지 저는
누구보다 시를 사랑했던 한 사람의 시인의 이름을 갖고 싶습니다.”
1963년 문단 데뷔 이래 처음으로 펴내는 이 산문집에는 김종해 시인의 젊은 시절부터 오랜 세월 시인으로 살아온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와 접목된 저자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시를 향한 시인의 구도자적 마음가짐을 엿보게 하고, 2부에서는 시인이 60년간 문단 활동을 해오며 인연을 맺었던 문인들의 면면을 읽게 할 뿐만 아니라, 시인과 시 세계를 함께 걸어온 우리 문단의 지성들이 빚은 에피소드를 통하여 낭만과 서정의 감상에 빠져들게 한다. 또한 3부에는 시인으로서 삶의 바탕이 된 저자의 어린 시절과 가족 이야기가 실려 있고, 4부에는 시 작품의 배경과 단상이 적혀 있다.
김종해 시인이 말하는 “나는 이런 시가 좋다.”
시로써 사람을 느끼며, 그래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하고 싶은 시,
울림이 있는 시, 향기 있는 시!
“아침에 짤막한 시 한 줄을 읽었는데, 하루 종일 방 안에 그 향기가 남아 있는 시.
사람의 온기가 담겨 있는 따뜻한 시. 영혼의 갈증을 축여주는 생수 같은 시.
눈물이나 이슬이 묻어 있는 듯한, 물기 있는 서정시를 나는 좋아한다.” (p. 16)
시인과 요리사의 동행, 여행은 시의 재료가 된다! 시인으로서 저자는 각종 시인대회와 세미나, 시 낭송 등으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여러 나라 시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삶과 문학의 시야를 넓혀왔다. 책에는 저자가 시인으로서 글을 짓는 일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음식으로 고역(?)을 치르는 지인들을 위해 요리사의 역할을 자처하곤 했던 에피소드들도 소개하고 있다. 맛있는 요리는 고작 몇 시간 동안만 그 미각이 몸속에 녹아 있지만 맛있는 시는 섭취한 지 1년이 지나도록 그 향기가 몸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맛있는 시는 먹을수록 공복이 된다고. 요리사도 지향하고 시인도 지향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음식이든 시든 사라지지 않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라지는 것 또한 필요하다. 우리의 마음과 정신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일용의 양식, 시는 그 영원성을 추구한다. 시의 영원성과 함께 있는 시인을 나는 하례한다.” (p. 87)
“지금 무인도에서 홀로 살고 있더라도 우리의 삶이 무인도가 마지막 삶이 아니란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혹한의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온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내가 쓰는 시의 메시지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알마크호의 선원이었던 17세 문학 소년, 삶 속을 항해하는 시인이 되다!
서정주와 박목월, 황순원, 김춘수를 좋아했고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와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를 문학 등대의 빛으로 삼았던 시인. 그는 파랗게 불꽃을 내뿜는 철공소 용접기를 들었고 500톤 여객화물선을 탔다. 그러나 가슴속 이글거리는 10대의 열정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절실한 삶의 기록을 끊임없이 시화詩化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절실함은 이후 「항해일지」 연작시로 이어진다. 더 거슬러 올라가 김종해 시인의 문학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부산 서구 소재의 천마산에서 출발함을 볼 수 있다. 그는 말한다. “내 시 의식의 원천이며 모태인 초장동은 언제나 꿈속에서 시공을 뛰어넘어 나타난다.” (p. 136)
중학교를 졸업한 후 어머니를 돕기 위해 나는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점원 생활을 했다. 그것마저 여의치 못해 야간 고등학교를 휴학하고 부산에서 속초를 운항하는 500톤짜리 알마크호 여객화물선을 타게 되었다. 이때의 선상생활 체험은 시인이 된 이후 나에게 중요한 시의 소재를 제공했는데, 연작시 「항해일지」가 바로 그것이다. 「항해일지」는 바다를 항해하는 수부의 기록이 아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 도시에서 노를 젓고, 삶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화되어 있다. (p. 157)
“우째 그래 주량이 작노?”
치기와 낭만으로 물들었던 젊은 날, ≪현대시≫ 동인들과 함께한 시절
「내란內亂」이라는 시가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선정된 1965년, 김종해 시인은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박목월, 조지훈 두 시인을 처음 만났다. 이 산문집에는 저자가 존경하고 의지했던 박목월 선생과 한국시인협회 일을 함께하고 또 《현대시》 동인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박남수 선생과 인연을 이어오며 겪은 이야기들이 마치 그 시대를 옮겨온 것처럼 생생하게 실려 있다. 또한 그 안에는 웃지 못할 여러 에피소드와 더불어 한편으로 60년대, 우리 문학의 순수 참여 논쟁의 한 극을 담당했던 《현대시》 동인 젊은 시인들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상을 쾅 치고 나서 나는, “목월 선생, 할 말 있소!” 하였다. 좌중은 경악했다. “와 그라노? 할 말 있거든 해봐라.” 목월 선생의 부드러운 말이었다. 다음 순간 나의 주먹이 음식상을 또 내리쳤다. 음식 그릇들과 술잔들이 또 튀었다. “남수 선생, 할 말 있소!” 또다시 그릇들과 술잔들이 튀어올랐다. “한모 선생, 할 말 있소!” (중략) 전날 일어났던 그 무례함과 추태는 나 자신으로서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모욕감을 주었다. 심한 위축감과 죄책감과 숙취로 찌든 채, 아침에 원효로의 목월 선생께 전화를 드렸더니 선생은 화들짝 웃어댔다. 그 웃음은 부끄러움 속에 꽉꽉 밀폐해놓은 나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그래, 닌 술을 고거밖에 못 마시나, 우째 그래 주량酒量이 작노? 하하하…….” (p. 50~51)
한국 현대시사現代詩史를 장식하였던 수많은 별들……
김종해 시인이 만난 평생의 스승과 지기, 그들의 진솔한 모습
그리고 시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상인 어머니와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산문집
김종해 시인의 60년 문단 활동을 통틀어 처음 출간되는 산문집 『시가 있으므로 세상은 따스하다』는 박목월, 박남수, 서정주 등 한국 시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대가들을 비롯하여 최하림, 이건청, 김종철 시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인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또한 박남수 시인과의 개인적 서신 왕래 등 시단 이면의 내밀한 이야기들은 독자의 눈길을 붙잡는다.
특히 부산 천마산 자락의 초장동 어린 시절 가난을 헤쳐 가며 4남매를 키우신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추억,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세 살 연상의 여대생에게 사랑을 고백한 첫 사랑 이야기, 형제시인으로 함께 문단 생활을 한 아우 김종철 시인에 대한 회상 등은 시인의 삶을 보다 가까이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미당과 목월은 스승의 예로써 숭배하였고, 스승의 댁이 있는 공덕동과 원효로는 우리 젊은 시인들의 성지였다. 무엇보다 공덕동의 미당 선생 댁은 명절날이 아닌데도 항시 북적대었다. 미당 선생이 목탁을 두드리면 그 소리를 듣고 방옥숙 사모님이 술과 안주를 끊임없이 내오셨다. 미당 선생은 아들 또래의 우리를 술친구처럼 격의 없이 대해주셨다. 문단에 갓 등단한 60년대 중반부터 이미 우리는 미당의 아호 앞에 ‘시성’이라는 호칭을 각자 마음속에 새겨놓고 있었는데, 미당만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p. 118~119)
“선생님, 똥 잡수이소, 똥!”
문인들의 사랑방이 자리했던 종로 3가 시절
당시 종로 3가에 있던 문학세계사 사무실은 한국시인협회 사무실도 겸하고 있어서 문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다. 또 각 일간지의 문학 담당 기자들도 무시로 드나들면서 어김없이 바둑판과 고스톱판의 장이 서곤 했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원로시인 박남수 선생도 귀국하면 들러 후배 시인들과 회포를 풀던 곳, 최하림 시인과 김원호 시인의 출판사도 잠시 둥지를 틀었던 곳, 1980년대 문학세계사 흑백 사진에 찍힌 추억의 한 풍광이다.
바둑과 고스톱과 술판은 그칠 날이 없었고, 만나면 즐거웠다. 고스톱을 막 배우기 시작한 정한모 선생에게 박현태 시인이 옆에서 훈수를 두었다. “선생님, 똥 잡수이소, 똥!” 좌중은 웃음판이 되었다. (p. 79)
저자소개
부산에서 태어났다. 1963년 《자유문학》지와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현대시》 동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발기위원, 문학세계사 창립 대표. 시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발행인. 제34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냈다.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한국시협상, 구상문학상 본상, 공초문학상, PEN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인간의 악기』, 『신의 열쇠』, 『왜 아니오시나요』, 『천노, 일어서다』, 『항해일지』, 『바람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별똥별』, 『풀』, 『봄꿈을 꾸며』,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 『모두 허공이야』, 『늦저녁의 버스킹』, 『서로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가 있다. 시선집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무인도를 위하여』, 『우리들의 우산』, 『어머니, 우리 어머니』(김종해·김종철 형제 시집) 등과 산문집 『시가 있으므로 세상은 따스하다』가 있다.목차
서문: 불 켜진 시인의 주마등走馬燈을 바라보며
1부: 시인이여, 시를 떠나라!
시인 선서
시인이여, 시를 떠나라
나는 이런 시가 좋다
자기 속의 독자를 살해하라
시란 무엇인가 1
시란 무엇인가 2
시인을 위한 메시지
시여, 나는 아직도 너를 모른다!
가장 절실하고 소중한 것
길 위에서 이름을 부르며
허공을 보았다
사람의 몸은 악기
형태 파괴의 시
한 통의 전보가 나를 시인으로 깨웠다
시는 혼자 쓰지만, 읽는 이는 여럿이다
2부: 나의 문학 요람을 흔들어주었던 이들
나의 촛대에 아직도 촛불이……
우째 그래 주량이 작노
남포의 갈매기
나의 문학 요람을 흔들어주었던 이들
《현대시》 동인들의 젊은 날
우리의 종로 3가 시절
“선생님, 똥 잡수이소, 똥!”
‘지봉池峯’이라는 아호에 대하여
시인과 요리사
신新 실크로드의 음식기행
박남수 시인과 나
내가 만난 이건청 시인
미당의 목탁은 우리의 술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평생의 지음知音에게 띄우는 편지
3부: 시가 된 유년 삽화
어이구, 시근 다 들었구나
시가 된 유년 삽화
나의 10대, 눈물과 노래 「오 대니 보이」
첫사랑의 추억
어머니, 우리 어머니
서른다섯 살의 사랑과 불꽃
젊은 시인의 시와 삶
나의 시는 무인도, 바닷속에 있다
찬란한 축복
절실한 마음이 일어날 때, 그때 시를 쓸 거예요
못과 나의 가족사
아우 김종철 시인
아버지와 「항해일지」
4부: 그 약을 다 먹으면 나는 잠들리라
시를 쓰고 싶지 않았다
텃새는 동물병원에 갈 수조차 없다
나뭇잎은 떨어질 때 비로소 보인다
저쪽을 열 수 있는 손끝의 쾌감
엄마와 함께 걸었던 황톳길
눈 오는 날은 귀가 먹먹하다
‘나’를 스스로 ‘짐朕’이라고 사칭하였다
국화꽃 한 송이를 창밖으로 던지다
봄날, 하느님이 예배당에 계시지 않는 이유
머리카락 한 올마다 삶이 새겨져 있다
그 약을 다 먹으면 나는 잠들리라
까마귀가 우짖는 그 대구對句를 나는 알아들었다
평양 다녀와서
「항해일지」에 대하여
개여, 사라져다오
나무연필로 시를 쓰는 이유
무인도가 내 삶의 마지막이 아니다